장은지

장은지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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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법조팀에서 검찰, 공수처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jej@donga.com

취재분야

2024-05-04~2024-06-03
사회일반46%
정치일반26%
검찰-법원판결20%
사건·범죄3%
남북한 관계3%
대통령2%
  • 대법원 작년 해킹, 北소행… 주민초본 등 개인정보 털려

    지난해 사법부 전산망에 침입해 335GB(기가바이트) 분량의 내부 자료를 빼간 해커가 북한 정찰총국 해킹부대 ‘라자루스’ 소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은 이 해킹 공격으로 주민등록초본 등 개인정보가 일부 유출된 것을 시인하고 공식 사과했지만, 정확한 피해 대상과 규모는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4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사법부 전산망 해킹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라자루스가 했던 범죄 패턴을 고려했을 때 라자루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2월 사법부 전산망에서 악성코드를 탐지했지만 이를 정식으로 수사 의뢰하지 않다가 약 10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18일 국가정보원 등에 조사를 맡겼다. 이후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검경,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은 해당 사건의 정보를 공유하며 조사를 벌여왔다. 법원행정처는 “(국정원 등으로부터) 공문으로 전달된 심층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출 시도 파일 목록을 일부 복원한 결과 그중 개인회생 및 회생 개시신청서, 주민등록초본, 지방세과세증명서 등 PDF 파일 문서가 26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킹된 전체 자료의 명세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사과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北해킹에 대법 자료 335GB 유출… 26건외엔 무슨 자료인지 몰라작년 대법 해킹 北 소행개인회생 서류-첨부 주민초본 유출보이스피싱 범죄 등에 악용 우려北해킹 2년 지나 악성코드 탐지… 10개월 수사의뢰 안한채 늑장 대처문제는 북한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법원 자료 가운데 우리 국민의 민감 정보가 얼마나 되는지, 피해자가 누구인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회생 신청 관련 서류 등은 재산과 채무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넘어갈 경우 악용될 우려가 크다. 수사 당국은 이번 해킹 공격으로 최소 335GB의 내부 자료가 빠져나갔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달 23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해왔다.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도 같은 곳을 지난달부터 수차례 압수수색한 결과 재판 기록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일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는 이번 해킹이 사법부 전산망에 등록된 소송서류를 대상으로 했으며, 사법등기국이 발급하는 개인증명서 등은 이번 해킹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인회생 및 회생개시신청서, 그에 첨부된 주민등록초본 등의 유출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며 “가족관계증명서와 같은 개인 증명서 등은 해킹 피해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사법부의 늑장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4일 법원행정처는 “2021년 1월 7일 이전부터 사법부 전산망에 대한 침입이 있었고, 공격 기법은 정부 각 기관을 상대로 북한 해킹조직이 사용한 방식과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2년가량 지난 지난해 2월에야 사법부 전산망에서 악성코드 ‘라자도어’를 탐지한 뒤 삭제에 나섰다. 법원이 그 후로도 국내 보안전문기관에 악성코드 분석을 의뢰하고 비밀번호 교체와 보안 강화 작업을 진행했지만, 경찰 등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지는 않았다. 수사기관과 공동 대응에 나건 건 약 10개월이 지난 12월 18일이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북한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고 개인정보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알렸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보안전문기관의 분석 결과를 국정원에 통보하긴 했다”며 “다만 (법원 전산망에는) 민감한 개인 정보들이 많은 만큼 국정원 등 외부 기관이 개입하는 조사에는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법원행정처는 “26개 복원 문서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경찰에 대한 신고, 당사자에 대한 통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유출 시도 추정 파일 목록에 대해선 추가 피해 가능성을 검토 중으로 유출 확인 시 보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라자루스는 2007년 창설해 2014년 미국 소니픽처스 해킹,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사건 등 규모가 큰 해킹 사건들을 주도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우 본부장은 “라자루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전산망에) 침입했는지 등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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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상필-신숙희 대법관 취임… ‘중도·보수 8, 진보 5’로

    엄상필(56·사법연수원 23기), 신숙희(55·25기) 신임 대법관이 4일 취임했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두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결을 맡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의 구도가 중도·보수 8명 대 진보 5명 구도로 재편됐다. 두 대법관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취임식을 갖고 6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엄 대법관은 취임사에서 “법의 문언(文言·문장 속의 어구)이나 논리만을 내세워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정의 관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왼쪽과 오른쪽을 빠짐없이 둘러보고, 뒤돌아서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은 소설 ‘제인 에어’를 쓴 영국 작가 샬럿 브론테 등 여성 작가들이 사회적 편견 때문에 가명으로 소설을 썼던 사실을 언급하며 “여전히 사회적 편견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법관 공석이 두 달여 만에 채워지면서 지난해 9월 21일 선고 이후 중단된 전합 선고는 이르면 4월부터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그간 전합 선고는 미룬 채 심리만 진행해왔다. 두 대법관의 취임으로 중도·보수 성향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이동원 노태악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 엄상필 신숙희 대법관 등 8명, 진보 성향은 김선수 노정희 김상환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 등 5명이 됐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직전 중도·보수 대 진보 비율은 7 대 6이었다. 법원 사무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은 전합 심리와 선고에 참여하지 않는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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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 “주52시간 상한제 합헌”… 전원일치 헌소 기각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주 52시간제’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헌재는 주 52시간제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53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4일 밝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7월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기존 68시간까지 가능했던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했다. 이에 사업주와 근로자들은 주 52시간제가 헌법상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2019년 5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실근로시간을 단축시키고 휴일근로를 억제해 근로자에게 휴식 시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며 “사용자와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실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근로자에게 휴식을 보장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청구인들은 최저임금 제도도 계약의 자유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했으나 판단 없이 각하됐다. 헌법소원은 법령으로 권리 침해 등이 생겨야 낼 수 있는데, 최저임금은 매년 고용노동부 장관의 고시로 효력이 생기는 만큼 헌법소원 청구가 부적합하다는 취지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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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쿨존 사망사고’ 음주운전자 5년刑… 유족 “진정 정의냐” 반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5년이 확정됐다. 유족들은 “음주운전으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낸 자가 고작 (징역) 5년을 받는 게 진정 정의냐”며 반발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고모 씨(41)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29일 확정했다. 고 씨는 2022년 12월 2일 오후 4시 57분경 서울 강남구 언북초교 앞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하다 집으로 가던 초등학생(당시 9세)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 씨의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28%로 면허 취소 기준(0.1%)을 넘긴 상태였다. 검찰은 고 씨에게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어린이보호구역치사 혐의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고 씨가 사고를 낸 뒤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고 도주했다고 보고 도주치사(뺑소니) 혐의도 추가했다. 1심은 고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는데, 뺑소니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고 씨가 20∼30m 떨어진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즉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온 점, 소극적으로나마 피해자 구호 조치를 하고 주변에 자신이 사고를 낸 운전자라는 점을 밝힌 점 등이 이유였다. 그러나 2심은 유죄 판결을 유지하면서도 경합범 판단을 달리해 징역 5년으로 감형했다. 1심은 동일인이 별개의 범죄를 여럿 범한 경우(실체적 경합)로 본 반면, 2심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상상적 경합)로 판단한 것이다. 형법에 따르면 ‘상상적 경합범’은 여러 범죄 중 가장 무거운 죄가 정한 형으로만 처벌한다. 이에 따라 2심은 죄질이 더 무거운 위험운전치사죄를 적용하고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 형량을 참고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고 씨가 모두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이날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유족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대낮에 음주운전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학교 후문 바로 앞에서 하늘나라로 보낸 자가 고작 5년 형량을 받는 게 진정 정의냐”며 “피해가 구제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상처와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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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상필-신숙희 대법관 임명… 대법관 공석 모두 채워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56·사법연수원 23기)와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55·25기)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29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각각 가결했다. 엄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찬성 242명, 반대 11명, 기권 10명으로 가결됐다. 신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재석 의원 263명 가운데 찬성 246명, 반대 11명, 기권 6명으로 통과됐다. 앞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7일과 28일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이날 ‘적격’ 의견을 담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두 대법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대법관은 헌법 104조에 따라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법관 공석이 모두 채워지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는 이르면 4월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합 선고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직전인 지난해 9월 21일 선고 이후 중단됐고,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도 전합 심리만 진행해왔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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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아 성별, 언제든 알수 있다… ‘임신 32주 전 고지금지’ 위헌 결정

    앞으론 임신 기간과 상관없이 언제든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다. 1987년 의료인에게 태아 성별 고지 행위를 금지한 지 37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한 의료법 20조 2항에 대해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즉시 무효가 됐다. 재판관 9명 전원이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관 3명은 위헌보다는 헌법불합치로 결정하며 국회에 개선 입법 시한을 줘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 헌재 “남아 선호 사상 쇠퇴… 부모 알 권리 제한”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이영진 정정미 정형식 재판관은 “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를 태아 생명을 박탈하는 낙태의 전 단계로 취급해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린 이유로 시대적 변화에 따른 성평등 의식 확대를 꼽았다. 과거 남아 선호 사상에 따른 여아 낙태를 막자는 취지에서 법으로 금지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최근 임신 중절 시기 통계 등도 근거로 언급했다. 헌재는 “양성평등 의식이 자리 잡고 유교 사회 영향인 남아 선호 사상이 확연히 쇠퇴하고 있다”며 “통계청 출생 성비를 보면 2014년부터는 성별과 관련해 인위적 개입이 있다는 뚜렷한 징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공 임신 중절의 90% 이상은 태아의 성별을 모른 채 이뤄져 태아 성별과 낙태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해당 조항이 부모의 알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미리 알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라며 “태아의 성별을 비롯해 모든 정보에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는 부모로서 당연히 누리는 권리”라고 밝혔다. 헌재는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은) 태아 생명 보호라는 목적 달성에 효과적이지 않고 입법 수단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낙태를 금지하려면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할 게 아니라 낙태 관련 법 개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태아 생명 보호할 책임 있어” 반대 의견도 다만 이종석 헌재 소장과 김형두 이은애 재판관 등 3명은 다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당장 조항을 폐지할 게 아니라 성별을 고지할 수 있는 기간을 앞당기는 내용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태아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며 “단순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수단을 대안 없이 일거에 폐지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태아 성 감별 금지 조항은 남녀 선별 출산, 성비 불균형을 막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헌재는 2008년 7월 이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9년 12월 임신 32주가 지나면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의료법이 개정돼 현재까지 시행돼 왔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남아 선호 사상이 거의 사라진 사회 변화에 따라 부모의 알권리를 위해 성별 고지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헌법소원심판 역시 임산부 등이 ‘해당 의료법 조항이 부모의 태아 성별 정보 접근권과 행복추구권, 의료인의 직업 수행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것이다. 의료계, 종교계 등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태아 성별을 따지는 부모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산모들이 태아 성별을 미리 알아야 양육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용희 가천대 교수는 “낙태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 많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인 박은호 신부도 “원하는 성별을 선택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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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아 성별 언제든 알 수 있다…헌재 “32주 전 고지 금지 위헌”

    앞으론 임신 기간과 상관없이 언제든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다. 1987년 의료인에게 태아 성별 고지 행위를 금지한 지 37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한 의료법 20조 2항에 대해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즉시 무효가 됐다. 재판관 9명 전원이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관 3명은 위헌보다는 헌법불합치로 결정하며 국회에 개선 입법 시한을 줘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 헌재 “남아선호사상 쇠퇴…부모 알권리 제한”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이영진 정정미 정형식 재판관은 “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를 태아 생명을 박탈하는 낙태의 전 단계로 취급해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린 이유로 시대적 변화에 따른 성평등 의식 확대를 꼽았다. 과거 남아선호사상에 따른 여아 낙태를 막자는 취지에서 법으로 금지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최근 임신중절 시기 통계 등도 근거로 언급했다. 헌재는 “양성평등 의식이 자리잡고 유교사회 영향인 남아선호사상이 확연히 쇠퇴하고 있다”며 “통계청 출생성비를 보면 2014년부터는 성별과 관련해 인위적 개입이 있다는 뚜렷한 징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공임신중절의 90% 이상은 태아의 성별을 모른채 이뤄져 태아 성별과 낙태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또, 해당 조항이 부모의 알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미리 알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라며 “태아의 성별을 비롯해 모든 정보에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는 부모로서 당연히 누리는 권리”라고 밝혔다. 헌재는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은) 태아 생명 보호라는목적 달성에 효과적이지 않고 입법수단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낙태를 금지하려면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할 게 아니라 낙태 관련 법개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 “태아 생명 보호할 책임 있어” 반대 의견도다만 이종석 헌재 소장과 김형두 이은애 재판관 등 3명은 다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당장 조항을 폐지할 게 아니라 성별을 고지할 수 있는 기간을 앞당기는 내용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으므로 태아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며 “단순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한 수단을 대안없이 일거에 폐지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태아 성 감별 금지 조항은 남녀 선별 출산, 성비 불균형을 막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헌재는 2008년 7월 이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9년 12월 임신 32주가 지나면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의료법이 개정돼 현재까지 시행돼왔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남아선호사상이 거의 사라진 사회 변화에 따라 부모의 알권리를 위해 성별 고지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헌법소원심판 역시 임산부 등이 ‘해당 의료법 조항이 부모의 태아 성별 정보 접근권과 행복추구권,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것이다. 의료계, 종교계 등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태아 성별을 따지는 부모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산모들이 태아 성별을 미리 알아야 양육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용희 가천대 교수는 “낙태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 많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인 박은호 신부도 “원하는 성별을 선택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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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숙희 “대법관 여성비율 절반까지 늘려야”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55·사법연수원 25기·사진)가 향후 여성 대법관의 비율이 전체 중 절반까지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여성 대법관은 3명이 된다. 대법원은 대법원장 1명과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다.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신 후보자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다양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여성 대법관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자 대다수 여성의 생각일 것”이라며 “내가 존경하는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미국 연방대법관은 (여성 비율이) 100%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 인구 대비 대표성은 유지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구 대비라면 적어도 절반 이상은 돼야 한다는 의미냐’란 질문에 “반대할 사람도 있겠지만 향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후보자는 ‘재판 지연’ 문제 해법으로 법관 수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법관 정원을 300명 이상 늘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한꺼번에 그 이상 늘리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1심 판결문을 본다면 사법권 독립 침해가 있었느냐”고 묻자 “있었다고 보인다”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내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이미 서울고법에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이) 배당됐다”며 말을 아꼈다. 인사청문특위는 신 후보자에 이어 28일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56·23기)의 인사청문회를 연다. 두 후보자 모두 청문회 종료 후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면 29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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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숙희 “촉법소년 연령 하향, 부작용 우려”… 엄상필 “존폐 논란 사형제, 폐지 고려할만”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55·사법연수원 25기)가 26일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개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청소년에 대해 사회적 낙인 효과로 사회 복귀를 어렵게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엄상필 대법관 후보자(56·23기)는 사형제 존폐 논란에 대해 “폐지를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신 후보자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입장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의 질의에 “청소년 범죄의 흉포화를 이유로 소년범을 일반 형사법으로 처벌하는 것을 확대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며 이같이 답했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 10세 이상∼14세 미만 미성년자를 말한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소년법·형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 신 후보자는 법관 증원이 근본 해법이라고 봤다. 그는 “사법부의 인적·물적 여건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결국 법관 증원이 있어야만 장기 미제 적체 현상이 해소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인공지능(AI) 판사 도입에 관해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 후보자는 “AI 판사란 이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알고리즘 모델을 만들고 이를 판결에 활용하는 것으로, 구체적 사건의 특수한 사정을 반영하거나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28일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엄 후보자는 사형제 존폐 관련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의 질의에 “사형제 존폐는 국회가 국민 법 감정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대체 수단 도입과 함께 폐지를 고려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근 10년간 사법연수원 동기인 윤석열 대통령을 사적으로 만났는지에 대한 질의에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재직 무렵에 법원, 검찰 동기 모임에서 1회 정도 만났다”고 밝혔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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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허위서명 강요’ 송영무-‘계엄 문건’ 조현천 기소

    검찰이 이른바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간부들에게 허위 서명을 강요한 혐의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을 추가로 기소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정훈)는 이날 송 전 장관과 최현수 전 국방부 대변인, 정해일 전 군사보좌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해 지난해 9월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했다. 공수처와 검찰 조사에 따르면 송 전 장관은 2018년 7월 간부 14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이 문건에 대해 “국군기무사령부의 위수령 검토는 잘못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발언이 공개되며 비판이 커지자 송 전 장관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을 상대로는 해당 발언이 없었다는 확인서에 서명을 강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기무사에 비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이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조 전 사령관을 추가 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을 군형법상 정치 관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긴 뒤 문건 의혹을 수사해 왔다. 다만 내란예비·음모 혐의 등에 대해선 “문건을 작성한 것만으로는 조직화된 폭동의 모의나 폭동 실행을 위한 의사 합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계엄령 검토는 불법’이라고 발언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대통령민정수석도 무혐의 처분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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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비상임위원 강정혜-김용직씨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비상임)으로 강정혜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0·사법연수원 21기)와 김용직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69·12기)를 19일 지명했다. 18일 임기가 만료된 윤석희 전 인권위원의 후임으로 지명된 강 교수는 경남 하동 출신으로 1992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5년 서울시립대 법학부 교수로 옮겼다.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김 변호사는 29일 퇴임하는 한수웅 인권위원의 후임으로 지명됐다. 서울 출신으로 1985년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거쳤고 2001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장애인 자녀 부모로 2006년 ‘한국자폐인사랑협회’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회장으로 재임 중이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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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보 본인부담상한’ 초과 의료비… 대법 “실손보험 보상대상서 제외”

    2009년 9월 이전 가입한 ‘1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지출한 의료비 가운데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선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 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A 씨는 2008년 11월 현대해상과 실손보험을 계약했다. 특약에는 ‘질병으로 입원 치료 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입원 및 수술 비용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A 씨는 2021년 8∼10월 병원에 입원해 도수치료 등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111만 원에 대해 지급을 거부했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줄 이유가 없다는 취지였다. 본인부담상한제란 소득에 따라 정해진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한 경우 초과분을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제도다.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겪지 않도록 2004년 도입됐다. A 씨는 ‘초과분을 보상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약관에 없다’며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2009년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이 제정된 후 체결된 보험 약관에는 초과분을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이 명시됐지만, A 씨가 가입한 2008년 약관에는 그런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법원 판례가 없었던 탓에 보험사와 가입자 간 비슷한 갈등이 계속돼 왔고, 하급심 판단도 엇갈렸다. A 씨 사건을 심리한 1심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반면, 2심은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않을 경우는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단은 항소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건보공단으로부터 환급받은 부분은 특약 보상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지출한 금액은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금액이라 보기 어려우므로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설시한 첫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판례)은 2009년 10월 제정된 표준약관 시행 전 체결된 실손의료보험에 관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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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1세대 실손 본인부담상한 초과액, 보험사가 줄 필요 없어”

    2009년 9월 이전 가입한 ‘1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지출한 의료비 가운데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선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 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A 씨는 2008년 11월 현대해상과 실손보험을 계약했다. 특약에는 ‘질병으로 입원 치료 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입원 및 수술 비용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A 씨는 2021년 8~10월 병원에 입원해 도수치료 등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그러나 보험사는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111만 원에 대해 지급을 거부했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줄 이유가 없다는 취지였다. 본인부담상한제란 소득에 따라 정해진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한 경우 초과분을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제도다.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겪지 않도록 2004년 도입됐다. A 씨는 ‘초과분을 보상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약관에 없다’며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2009년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이 제정된 후 체결된 보험 약관에는 초과분을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이 명시됐지만, A 씨가 가입한 2008년 약관에는 그런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동안 대법원 판례가 없었던 탓에 보험사와 가입자 간 비슷한 갈등이 계속돼 왔고, 하급심 판단도 엇갈렸다. A 씨 사건을 심리한 1심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반면, 2심은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않을 경우는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대법원 판단은 항소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건보공단으로부터 환급받은 부분은 특약 보상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지출한 금액은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금액이라 보기 어려우므로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설시한 첫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판례)은 2009년 10월 제정된 표준약관 시행 전 체결된 실손의료보험에 관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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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檢, ‘임금체불’ 박영우 대유위니아 회장 구속영장 청구

    대유위니아 그룹의 300억 원대 임금 체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5일 박영우 대유위니아 그룹 회장(사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박 회장이 매일 오전 회의서 그룹 전반의 경영 상황에 대해 보고받았다”는 내용을 적시하는 등 박 회장을 위니아전자 임금 체불 사태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허훈)는 이날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박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대유위니아 그룹 계열사 위니아전자 근로자 393명에 대한 임금 133억4000여만 원과 퇴직금 168억5000여만 원 등을 포함해 총 347억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박 회장과 같은 혐의로 박현철 위니아전자 대표(수감 중)를 구속시켰다. 검찰은 박 대표 구속 이후 임금 체불의 최고 책임자가 박 회장인 것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소재 대유위니아 사옥과 박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매일 아침마다 박 회장 주재로 열린 회의 자료들을 대거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자료에는 박 회장에게 위니아전자의 경영 상태를 상세히 알리는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러한 증거들을 박 회장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박 회장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검찰의 대유위니아 그룹 전반에 걸친 임금체불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유위니아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는 1714명, 피해금액은 600억 원이 넘는다.구민기 기자 koo@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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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 지연’ 간첩단 피고인들, 선고 이틀전 유엔에 망명 신청 논란

    북한의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 3명이 1심 선고를 이틀 앞두고 돌연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에 정치망명을 신청했다. 이들은 재판 기간 중 5차례나 법관 기피신청을 하면서 재판을 지연시켜왔다. 급기야 망명 신청까지 하자 법조계에선 “전례 없는 재판 지연 시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은 이와 무관하게 예정대로 16일 오후 2시 1심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에 넘겨진 지 2년 5개월 만이다. ● 5차례 재판부 기피에 망명 신청까지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 3명은 14일 오전 기자들에게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한국 정부의 부당한 인권탄압과 정치적 박해에 대해 6일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특별절차에 긴급구제 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30여 년간 한국 정부로부터 감시, 협박, 간첩조작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받았고 간첩조작 시도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은 2021년 9월 16일 구속 기소된 지 4개월 만에 1차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다. 기각되자 항고, 재항고 하면서 2개월이 지연됐다. 그러다 2022년 3월 법관 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되자 같은 해 9월 2차 기피신청을 했다. 역시나 항고, 재항고를 반복했고 6개월간 재판이 지연됐다. 이후엔 배석 판사를 상대로 기피신청하는 수법 등으로 모두 5차례나 지연 전술을 펼쳤다. 지난달 29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청주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승주)는 “피고인 측의 기피 신청은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변호인 교체 꼼수도 썼다. 이들은 국선변호인을 포함해 총 8번의 변호인 사임계를 내면서 기록 검토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재판을 지연시켰다. 29개월 동안 재판이 이어지면서 피고인 3명은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들은 2017년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이적단체인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결성해 국가기밀 탐지와 국내 정세 수집 등의 안보 위해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고인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유엔은 재판 개입 권한 없어 이들이 신청한 망명 절차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인권보호제도다. 주제별 인권 전문가들에게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진정을 보내 개입을 요청하는 절차다.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판단되면 공개 성명을 발표하거나 해당 정부에 긴급조치를 요청할 수도 있다. 주로 중동·아프리카 등 분쟁 지역 국가의 인권 문제나 아동, 난민, 장애인, 인신매매, 고문, 원주민 권리 침해 등 인권 침해 사안을 조사한다. 그러나 형사사법 절차가 보장된 국가에서 재판 중인 사안에는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유엔 특별절차는 피고인들에게 법적 구제장치가 보장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개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3국 망명 지원 역시 유엔 권한 밖의 일”이라며 “국내에서 형사소송법상 가능한 모든 지연 절차를 쓴 뒤에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 국제기구의 인권침해 조사 제도까지 활용해 여론전을 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받던 피고인이 망명 등을 국제기구에 요청했다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1심 재판만 2년 넘게 지연시켜 온 이들이 선고가 임박하자 돌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반복적인 법관 기피신청과 변호인 교체 등으로 재판 지연을 초래하면서 권리를 악용했다”며 각각 징역 12∼20년을 구형했다.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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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간호사가 체외충격파 치료한건 불법”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를 받고 체외충격파 기계를 이용해 어깨 통증 환자를 치료한 것은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간호사가 할 수 없는 진료행위라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 간호사 B 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경기 군포시의 한 병원장인 A 씨는 2018년 2∼3월 어깨 회전근개 염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 대해 ‘체외충격파 치료’를 하라고 B 씨에게 지시했다. 대기 환자가 많고 물리치료사가 부재중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체외충격파 치료란 충격파를 내보내는 기계로 통증 부위에 자극을 주는 비수술적 치료 기법이다.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효과적인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가 비싼 편이다. B 씨는 A 씨의 지시에 따라 체외충격파 치료를 4회 한 것으로 조사됐고, 검찰은 두 사람을 모두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이들은 “체외충격파 치료는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적법한 진료 보조 행위”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A 씨가 치료 부위와 강도를 정확히 지정해 지시했으며, B 씨는 이 지시에 따라 치료기기를 들고 있었을 뿐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1, 2심은 의료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 B 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체외충격파 치료는 통증이나 자극이 존재할 수 있고, 과도하게 사용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의료 행위”라며 “A 씨가 진료실에서 환자의 어깨 통증 부위를 확인해 표시하지 않았고, 치료실에 입회하지도 않았다”고 판시했다. 두 사람은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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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유출 유죄 496건 중 피해액 반영 ‘0건’

    ‘0년(한국) vs 최소 10년(미국)’.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의 ‘초임계 반도체 세정 장비’ 핵심 도면을 중국으로 빼돌린 전직 연구원 A 씨에 대해 법원은 지난달 징역 10년의 2심 선고를 내렸다. 하지만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액에 따른 형량은 0년이었다. 검찰이 피해액을 약 2200억 원으로 추산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액을 명확하게 계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미국은 법원이 피해액을 직접 산정하고 양형에 반드시 반영하도록 제도화돼 있다. 7일 본보가 복수의 법학 교수, 변호사 등에게 자문한 결과, 미국 법원이 2200억 원의 피해액을 인정했다면 형은 10년 1개월∼12년 7개월 가중됐다. 이는 초범일 경우다. 법률 전문가들은 만약 범죄 전력이 있거나 죄질이 나쁘면 최대 17년 6개월∼21년 10개월의 형이 가중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연방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표에 따르면 기술 유출 범죄에는 최소 징역 0∼6개월이 부과된다. 거기에 피해액 정도에 따라 징역이 가중된다. 초범이고 피해액이 2200억 원이면 징역은 최소 1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한 법률 전문가는 “재범이거나 해외로 기술이 유출된 경우, 기술 유출범이 범죄의 대가로 돈을 받은 경우는 형량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기술 유출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496건을 분석한 결과, 법원이 피해액을 산정해 적시한 판결은 한 건도 없었다. 23건(4.6%)엔 피해액이 적혀 있었지만, 이는 장비 절도 등 직접적인 피해액이 있는 경우였다.美, 기술유출 피해액 따져 33년刑까지 형량 가중… 韓, 반영 안해 [한국, 기술유출 ‘솜방망이 처벌’]韓, 피해액 산정 못해… 美법원, 시장 가치 등 반드시 반영英, 국가안보법 적용해 최대 종신형… 日, 전담법원 설치 재산몰수-추징韓, 피해액 산정 기준-전문기관 없어… “형 적게 살고 큰돈 번다” 먹잇감 돼 한번 기술이 유출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수년간 쏟아부은 비용이 물거품이 되고 기술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히게 된다. 유출된 기술이 상용화되는 경우엔 기업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한국은 기술 유출 피해액을 산정하는 전문 기관과 체계가 없어 법원 판결에서 피해액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해당 기술의 가치와 유출에 따른 손실액, 피해 기업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미래 발생할 손실 규모 등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산정해야 하는데, 판사가 참고할 산정 기법이나 기준 등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진다. 반면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은 법원이 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액을 산정해 형량에 적극 반영한다. 피해액 산정 기준과 이에 따른 양형 기준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윤해성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한국과 달리 피해액을 양형에 반영하는 것이 강제 규정으로 돼 있다”며 “기술 유출범들은 피해액 산정이 안 돼서 형량이 적고, 형을 살고 나오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우리 기업을 먹잇감으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美 피해액 따른 처벌 최대 33년 9개월 2021년 미국 테네시 동부 지방법원은 코카콜라에서 영업 비밀을 훔친 혐의로 화학 기술자 Y 씨에게 징역 14년형 및 약 20만 달러(약 2억66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Y 씨가 훔친 기술이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법원이 전문가 증언과 피해 자료 등을 바탕으로 Y 씨가 회사에 끼친 피해액을 약 1억2000만 달러(약 1596억 원)로 산정한 결과다. 미국 연방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범죄 심각성 등급표’에 따라 기술유출 피해액 구간별로 양형에 반영할 가중등급을 30개로 나눈다. 이를 ‘양형기준표’에 대입해 피해액에 따라 최대 36등급을 부여한다. 피해액만으로 최대 405개월(33년 9개월)의 징역 선고가 가능하다. 미국 법원은 △기술 개발 비용 △기술의 시장 가치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실 △범죄로 인해 감소한 기업 가치 △기업의 미래 수익 등을 종합해 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액을 산정한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민간 시장이 발달해 있고, 피해액 산정 방법도 오랜 기간 축적됐다”며 “손실 금액이나 피해자의 수, 범죄 수법의 치밀함, 전과 등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진다. 피해액을 양형에 반드시 반영해 엄중한 처벌을 내린다”고 말했다. 영국은 최근 기술 유출에 대한 벌금 상한을 아예 없앴다. 지난해 12월 말 ‘국가안보법’을 제정해 국가적 보호가 필요한 정보를 불법 취득해 해외로 넘기려 한 경우엔 종신형과 상한 없는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했다. 영업비밀 등을 빼돌려 국외로 유출하려는 경우에도 최대 14년의 징역 또는 상한 없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영국은 범죄자의 경제적 이득을 박탈하기 위해 벌금을 크게 높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과거엔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법률이 없어 상표법 등으로 처벌했다. 최대 처벌 수준이 징역 10년에 그쳤지만 당시에도 피해액을 산정해 형량에 반영했다. 피해자가 입은 금전적 손해액을 5개의 구간으로 나눠 형량에 반영하는 식이다. 일본은 기술 유출 범죄 전담 법원을 뒀다. 도쿄와 오사카 지방법원이 일본 전역에서 발생한 기술 범죄 재판을 전담한다. 오사카 지방법원은 2020년 “피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업계의 시세, 해당 정보 자체의 가치, 해당 정보를 이용해 올릴 수 있는 매출 및 이익, 피해자의 영업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기술 범죄자들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몰수가 불가능하면 추징을 하는 규정도 있다. 특히 피해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영업 비밀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판사에게만 산정 근거를 공개할 수 있는 절차도 갖췄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소속 A 조사관은 “피해 기업이 법원에서 피해액을 주장하면, 피의자 측 변호인들이 산정 자료를 보여달라고 한다. 피해 기업은 내부 정보가 공개되는 2차 피해를 입는 것”이라며 “이렇다 보니 아예 피해액 자체를 산정하지 않으려는 기업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산정한 피해액 인정 안 하는 韓 법원 피해액은 범죄자들이 얻은 경제적 이득을 박탈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A 조사관은 “기업들 입장에선 피해액이 산정돼야 나중에 민사 재판에 가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피해자들은 울고, 범죄자들은 떵떵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선 피해액 산정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피해를 본 기업들이 어렵게 피해액을 산정해 가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2년 국내 한 금속 관련 기업 B사는 직원이 기술을 빼돌려 동일한 업체를 차리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B사는 약 100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형사 재판에서 손해액이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이 산정된 손해액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에 관여한 류정선 법무법인 혁신 변호사는 “전문 기관에서 기술 가치 평가도 받고, 변리사와 회계사 등 전문가들이 감정해서 피해액을 산정했다. 그런데 형사소송에서 재판부는 평가 자체를 믿기 어렵다면서 피해액을 배척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액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형량이 징역 2∼3년에 그쳤다. 지금도 범죄를 저지른 기업은 유출한 기술로 만든 제품을 버젓이 사용하며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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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헌 ‘사법농단’ 1심 집행유예… 재판 개입-판사 블랙리스트 무죄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5·사법연수원 16기·사진)이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사법 농단 사건으로 유죄가 선고된 3명 중 가장 높은 형이 선고됐지만,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 재판 개입과 일명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 핵심 혐의는 무죄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6-1부(부장판사 김현순)는 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해 “사법행정권을 사유화해 특정 국회의원과 청와대를 지원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2018년 11월 검찰이 구속 기소한 지 5년 3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관련 법원 결정의 문제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홍일표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의 ‘재판 청탁’ 사건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사 중인 사건을 심의관에게 검토하도록 한 것은 재판 윤리에도 반하는 것일뿐더러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 혐의인 강제징용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 법원은 “임 전 차장의 지시는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고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법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불이익을 준 혐의도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사법농단’ 14명 모두 재판개입 혐의 무죄… 법원 “실체 사라져” 사법농단 혐의 법관 14명 1심 마무리“사법공정성 대한 국민 신뢰 해쳐”… 핵심 임종헌 직권남용 일부 유죄기소 14명중 3명만 1, 2심서 유죄‘檢의 무리한 기소’ 피하기 힘들듯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2018년 11월 구속 기소됐다. 당시 사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에 청와대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에 개입하는 등 재판을 ‘로비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엄중 책임” 물었지만 핵심 혐의는 무죄 5일 1심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을 가진 법관이 다시는 피고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피고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법원 구성원들에게도 커다란 자괴감과 실망감을 안겼다”며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한 중대한 범죄”라고 임 전 차장을 질타하기도 했다. 공보관실 예산을 위법하게 사용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했다는 핵심 혐의에 대해선 “개입할 직권이 없거나,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재판 거래 등을 실현하기 위한 의도나 목적으로 심의관들에게 부적절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한 것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수많은 검사가 투입돼 공소사실이 약 300쪽으로 정리되는 동안 ‘사법 농단’ 의혹 대부분은 실체가 사라진 채 행정처 심의관에게 부적절한 지시를 한 혐의만 남게 됐다”며 “(검찰이 기소한) 이런 혐의도 대부분 범죄가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에게 적용된 ‘사법 농단’ 혐의 대부분이 실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승태 사건 재판부’와도 다른 판단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5-1부(부장판사 이종민)가 지난달 26일 1심 판결을 내리면서 임 전 차장을 유죄 취지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형사합의 35-1부는 사법행정에 비협조적인 법관 연구모임을 와해시키는 방안을 검토한 혐의에 대해 “임 전 차장이 법관들로 하여금 연구회를 탈퇴하도록 한 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지만, 임 전 차장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법관의 중복가입 방지 규정은 유효한 행위”라며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된 범행들도 임 전 차장이 단독으로 저질렀거나, 예산에 관한 범행들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임 전 차장)이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오랜 기간 질타의 대상이 됐고 5년 동안 혐의를 벗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해야 하는 사회적 형벌을 받은 점, 500일 넘게 구금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4명 중 3명만 1, 2심서 유죄 이날 판결로 사법 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법관 14명 가운데 임 전 차장 등 3명만 1심 또는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양 전 대법원장 등 11명은 하급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거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상태여서 검찰은 무리한 기소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는 2022년 4월 무죄가 확정됐고, 같은 의혹으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등 5명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6일 1심에서 47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2022년 1월 항소심에서 벌금 1500만 원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은 상태다. 이들이 상고하면서 현재 대법원이 심리를 진행 중이라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1명도 없다. 특히 사법농단 사태의 뼈대를 이루는 ‘재판 개입’ 의혹의 경우 14명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판결의 사실 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하게 검토, 분석하여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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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12 맞서다 전사, 故정선엽 병장 유족에 국가배상”

    전두환 군부세력의 12·12쿠데타 당시 신군부에 맞서다 전사했지만 총기 사고사로 처리됐던 정선엽 병장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2단독 홍주현 판사는 정 병장의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5일 “유족 1명당 각 2000만 원씩 총 8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 병장은 국방부 B-2 벙커에서 근무하던 중 반란군의 무장해제에 대항하다 살해돼 전사했음에도 국가는 계엄군 오인에 의한 총기 사망 사고라며 순직 처리해 사망을 왜곡하고 은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의 위법한 행위로 고인의 생명과 자유, 유족들의 명예나 법적 처우에 관한 이해관계 등이 침해된 게 명백하다”며 “국가는 국가배상법 제2조 1항에 따라 유족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1979년 12월 13일 새벽 전역을 3개월 앞둔 정 병장(사망 당시 23세)은 육군본부 벙커에서 근무 중 반란군에 저항하다 총탄에 맞아 숨졌다. 국방부 산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사망 43년여 만인 지난해 3월 “반란 세력에 대항한 정 병장의 명예로운 죽음을 군이 오인에 의한 총기 사고로 조작했다”고 결론 내렸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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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서울의 봄’ 故정선엽 병장 유족에 국가 배상 판결

    전두환 군부세력의 12·12 쿠데타 당시 신군부에 맞서다 전사했지만 총기사고사로 처리됐던 고(故) 정선엽 병장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2단독 홍주현 판사는 정 병장의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5일 “유족 1명당 각 2000만 원씩 총 8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 병장은 국방부 B-2 벙커에서 근무하던 중 반란군의 무장해제에 대항하다 살해돼 전사했음에도 국가는 계엄군 오인에 의한 총기 사망사고라며 순직 처리해 사망을 왜곡하고 은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의 위법한 행위로 고인의 생명과 자유, 유족들의 명예나 법적 처우에 관한 이해관계 등이 침해된 게 명백하다”며 “국가는 국가배상법 제2조1항에 따라 유족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1979년 12월 13일 새벽 전역을 3개월 앞둔 정 병장(사망 당시 23세)은 육군본부 벙커에서 근무 중 반란군에 저항하다 총탄에 맞아 숨졌다. 국방부 산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사망 43년만인 지난해 3월 “반란세력에 대항한 정 병장의 명예로운 죽음을 군이 오인에 의한 총기사고로 조작했다”고 결론내렸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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