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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석 프로야구 LG 단장(56·사진)은 20년 넘게 일기를 쓴다. 일기장을 새로 살 때마다 맨 앞장에 ‘잊지 말자’고 다짐하며 ‘2001년 11월 26일’을 적어둔다. 1992년 입단해 원클럽맨으로 10년을 선수로 뛴 LG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날이다. 당시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LG가 스프링캠프를 떠난 2002년 1월 18일 ‘실직자’ 차명석은 눈 덮인 서울 잠실구장 관중석에서 20분을 펑펑 울었다. 이로부터 21년이 지난 2023년 11월 13일 그는 잠실구장 관중석에서 또 한번 눈물을 쏟았다. LG가 29년 만에 통산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날이었다. 그가 2019년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구단주에게 “5년 안에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날이기도 했다. 1990년과 1994년 우승팀 LG가 V3로 가는 데는 29년이 걸렸다. LG는 2003∼2012년 프로야구 최초로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흑역사’도 썼다. 차 단장도 코치로 ‘암흑기’ 대부분을 함께했다. 하지만 V3를 V4로 만드는 데는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차 단장 부임 후 LG는 7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두 번 정상에 올랐다. 이 기간 누적 승률(0.576·564승 416패)도 1위다. 한국프로야구에서 2020년대에 3년 동안 두 번 우승한 팀은 LG뿐이다. TV 해설자로 일하던 그가 LG 단장직을 제의받았던 2018년만 해도 LG는 시즌을 8위로 마친 ‘약팀’이었다. 당시 늦둥이를 임신 중이던 아내는 현장 복귀를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친정 팀을 외면하지 못했다. 차 단장은 부임 후 석 달을 ‘잠실 라이벌’ 두산이 강한 이유를 공부하며 보냈다. 그리고 “3년 내 우승”을 외치는 대신 우승 전력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벤치마킹 해 퓨처스리그(2군) 육성 매뉴얼부터 바꿨다. 코치들에게는 한 달에 한 번 훈련 성과와 목표를 단장에게 직접 설명하도록 했다. 전문성이 필요한 부서장은 그룹 단위 순환 보직에서도 제외시켰다. 올해 LG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신인 3명이 이름을 올렸다. 2005년 두산이 신인 4명을 엔트리에 올린 이래 최다 인원이다. 현재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화수분은 다름 아닌 LG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농구 KCC의 허웅(32·사진)이 프로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한국농구연맹(KBL)은 31일 “허웅이 2025∼2026시즌 프로농구 1라운드 MVP 투표에서 유효투표 111표 중 58표를 얻어 MVP로 선정됐다”고 알렸다. 2위는 22표를 받은 LG의 아셈 마레이(33)였다. 허웅이 기자단 투표로 선정되는 라운드 MVP에 오른 건 2014년 데뷔 후 처음이다. 허웅은 올 시즌 1라운드 9경기에서 평균 18.3점을 올렸다. 1라운드 득점 평균 상위 10명 중에 국내 선수는 허웅(7위)이 유일하다. 1라운드 기간 KCC의 전체 득점 중 허웅이 기록한 득점 비율은 24.7%로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KCC는 허웅의 동생인 허훈(30)과 최준용(31)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에도 허웅의 활약을 앞세워 1라운드를 공동 3위(6승 3패)로 마쳤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언제든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겠다.”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지난달 29일 열린 토론토와의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7전 4승제) 4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뒤 이렇게 말했다. 다저스는 이튿날 5차전까지 내주면서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2연패에 성공하려면 1, 2일 토론토 방문경기로 열리는 6, 7차전을 모두 잡아야 한다. 오타니는 4차전에서 93개의 공을 던져 이 두 경기에 선발 등판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구원 투수로 짧은 이닝을 소화할 수는 있다. 오타니는 31일 연습 때도 불펜에서 공 15개를 던졌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6차전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 이길 수만 있다면 어떤 선택도 내릴 수 있다”며 오타니의 불펜 등판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타니는 2018년 MLB 진출 이후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합쳐 총 103경기에 투수로 출전했는데 모두 선발로만 등판했다. 그렇다고 구원 투수 경력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오타니는 미국 대표팀과 맞붙었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서 일본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당시 LA 에인절스 동료였던 마이크 트라우트(34)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우승을 확정한 적이 있다. 문제는 ‘오타니 룰’이다. MLB 사무국은 오타니가 선발 등판을 마친 뒤에도 지명타자로 타석에 계속 나설 수 있도록 2022년 규칙을 개정했다. 그런데 이 규칙은 선발 등판 때만 적용된다. 불펜 등판 후에도 타석에 계속 서려면 수비수로 나서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아예 경기에서 빠져야 한다. 오타니는 이 규칙 도입 이전인 2021년 에인절스에서 외야수로 7경기 뛴 적이 있다. 로버츠 감독은 “6차전부터 오타니를 외야수로 쓰지는 않을 것이다. 7차전까지 가면 오타니를 오프너(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로 기용하거나 외야 수비를 맡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6차전에서 오타니 불펜 기용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뜻이다. 물론 6차전 다저스 선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7)가 직전 경기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로버츠 감독의 고민이 해결된다. 야마모토는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과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2경기 연속 완투승을 거뒀다. 그러고도 3차전이 연장 18회까지 이어지자 불펜 등판을 준비하기도 했다. 야마모토가 6차전에서 완투승을 거두면 루이스 티안트(1975년), 오렐 허샤이저(1998년), 커트 실링(2001년)에 이어 MLB 역사상 네 번째 단일 포스트시즌 3경기 연속 완투승의 주인공이 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예새비지, 진짜 미쳤다!(What a YeSAVAGE!)” 30일 토론토와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7전 4승제) 5차전이 끝난 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위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토론토 신인 투수 트레이 예새비지(22)는 얼마 전까지 토론토 골수 팬도 잘 알지 못했던 이름이다. 4월 9일 토론토 산하 싱글A 팀 더니든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예새비지는 327명의 관중 앞에서 공을 던졌다. 하지만 이제 예새비지는 MLB 팬이라면 모르면 안 되는 이름이 됐다. 예새비지는 이날 만원 관중(5만2175명)이 들어찬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하는 동안 삼진 12개를 잡으며 팀의 6-1 승리에 앞장섰다. 3승 2패로 앞서간 토론토는 1승만 더하면 캐나다에 32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긴다. 월드시리즈에서 한 경기에 12탈삼진을 기록한 투수가 나온 건 2000년 6차전의 올랜도 에르난데스(60·당시 뉴욕 양키스) 이후 25년 만이다. 이날 공 104개를 던진 예새비지는 월드시리즈에서 볼넷 없이 삼진을 12개 잡은 최초의 투수가 됐다. 1949년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11삼진을 기록한 돈 뉴컴(1926∼2019)을 넘어 신인 최다 탈삼진 기록도 세웠다. 12번째 삼진의 희생양은 3차전 연장 18회 끝내기 홈런을 친 프레디 프리먼(36)이었다. 예새비지는 이날 오타니 쇼헤이(31)를 비롯해 무키 베츠(33), 프리먼까지 다저스의 최우수선수(MVP) 3인방에게 안타를 하나도 내주지 않고 삼진만 다섯 개 잡았다. 유일한 실점은 3회 엔리케 에르난데스(34)에게 내준 솔로포였다. 예새비지는 “할리우드에서도 이렇게 좋은 각본은 못 쓸 것 같다. 공격적으로 승부한 게 잘 풀렸다”고 했다. 토론토의 1번 타자 데이비스 슈나이더(26)와 2번 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6)는 1회초부터 상대 선발 블레이크 스넬(33)을 상대로 연속 타자 홈런을 터뜨렸다. 월드시리즈 경기가 홈런 두 방으로 시작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올해 ‘가을 야구’에서 8홈런을 기록 중인 게레로 주니어는 한 시즌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 기록도 노려 볼 수 있게 됐다. 종전 기록은 2020년 랜디 아로사레나(30)가 탬파베이 시절 기록한 10개다. 다음 달 1일 열리는 6차전에 토론토는 케빈 고즈먼(34)이, 다저스는 야마모토 요시노부(27)가 선발 등판한다. 2차전에서 완투승을 거둔 야마모토가 또 한 번 다저스의 운명을 쥐게 됐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하룻강아지가 슈퍼스타 무서운 줄 몰랐다.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지 45일 된 트레이 예새비지(22·토론토)가 월드시리즈 역사를 새로 썼다.예새비지는 3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7전4승제) 5차전에서 7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으며 다저스 타선을 1실점으로 막고 팀의 6-1 승리에 앞장섰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앞서간 토론토는 이제 안방 로저 스타디움으로 돌아가 2경기 중 1경기만 잡으면 3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5차전까지 3승 2패 우위를 점한 팀의 우승확률은 67.4%(46차례 중 31차례)다.월드시리즈 경기에서 탈삼진 12개를 기록한 투수가 나온 건 2000년 6차전 당시 올랜도 에르난데스(60·당시 뉴욕 양키스) 이후 25년 만이다.신인으로는 월드시리즈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이날 6회까지 삼진 11개를 잡고 돈 뉴컴(1926~2019)이 1949년 1차전에서 세운 월드시리즈 신인 최다 탈삼진과 타이기록을 세운 예새비지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프레디 프리먼(36)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새 역사를 썼다.예새비지는 이날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로 삼진을 6개씩 잡았다. 특히 볼넷이 하나도 없는 공격적 투구로 공도 104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예새비지는 이날 오타니 쇼헤이(31)를 비롯해 무키 베츠(33), 3차전 연장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프리먼까지 다저스의 몸값 톱3 간판스타에게 안타를 하나도 내주지 않고 삼진만 다섯 개 잡았다. 이날 유일한 실점은 3회 엔리케 에르난데스(34)에게 하이패스트볼로 승부하다 내준 솔로포였다.아직 마이너리그에서도 100이닝을 채 소화하지 못한 예새비지는 지난달 16일 빅리그에 콜업됐다. 정규시즌 등판 경험도 세 경기뿐이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데뷔전이었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슈퍼 팀 뉴욕 양키스 타선을 상대로 5와 3분의 1이닝 동안 실점 없이 삼진 11개를 잡아내면서 올가을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예새비지는 월드시리즈 1차전에 이어 이날도 사이영상만 두 차례 수상한 블레이크 스넬(33)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스넬은 이날 1회초 시작과 함께 상대 1번 타자 데이비스 슈나이더(26), 2번 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6)에게 연이어 홈런을 맞았다. 월드시리즈 경기가 홈런 두 방으로 시작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스넬은 1-3으로 뒤진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총 116구를 던졌다. 하지만 폭투 두 번에 흔들리며 이닝을 마치지 못한 채 2사 주자 1, 3루 상황에서 에드가르도 엔리케스(23)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토론토 타선이 다저스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히는 불펜을 가만히 둘 리 없었다. 토론토는 게레로 주니어 타석 때 엔리케스가 풀카운트 싸움 끝에 폭투를 던져 쉽게 추가점을 뽑고 2사 주자 1, 2루 기회를 이어갔다. 이어 보 비솃(27)의 적시타로 5-1까지 달아난 토론토는 8회에도 1점을 더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다음 달 1일 열리는 6차전에 토론토는 케빈 가우스먼(34), 다저스는 야마모토 요시노부(27)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벼랑 끝에 몰린 다저스는 2차전에서 완투승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던 야마모토가 또 한 번 팀의 운명을 쥐게 됐다. 다저스는 7차전에서 오타니의 불펜 등판까지 예고한 상태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은퇴 번복 후 현역으로 복귀했다고 해서 아무도 그가 이룩한 업적이 훼손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더 이상 증명할 건 없다.”은퇴를 번복하고 다섯 번째 올림픽을 준비하는 ‘스키 여제’ 린지 본(41·미국·사진)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100일 앞둔 2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 국가대표 미디어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성기에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이면 그간의 업적이 퇴색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자신감을 내보인 것이다.본은 2019년 슬로프를 떠날 당시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여자 최다승(82승) 기록을 갖고 있었다. 이 기록은 2023년 미케일라 시프린(30·미국)에 의해 깨졌다. 다만 본은 82승 중 43승을 활강에서 따낸 ‘스피드 스키어’이다. 시프린은 현재 101승 가운데 64승을 ‘기술 스키’인 회전에서 수확했다.본은 지난해 무릎 재배치 수술을 받은 뒤 통증이 사라지자 곧바로 올림픽 도전을 선언했다. 본은 “2019년보다는 나은 모습으로 커리어를 마치고 싶었다. 코르티나담페초가 아니었다면 올림픽 복귀를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올림픽이 열리는 코르티나담페초는 본이 FIS 월드컵 첫 승을 거둔 곳이자 2015년 당시 월드컵 여자 신기록인 63승째를 달성한 곳이다.본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를 통해 올림픽에 데뷔했다. 이후 2006 토리노, 2010 밴쿠버(활강 금메달, 슈퍼대회전 동메달), 2018 평창(활강 동메달) 대회에 참가했다. 2014 소치 대회는 부상으로 불참했다. 본은 “올림픽 출전권을 딴다면 활강과 슈퍼대회전, 팀 복합 경기에 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녀 카이 트럼프(18)가 ‘후원사 찬스’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한다. LPGA투어는 카이가 후원사 초청으로 다음 달 13~16일 미국 플로리다주 펠리칸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LPGA 투어 안니카 드리븐 출전 자격을 얻었다고 29일 발표했다.이 대회는 여자 골프의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55·스웨덴·은퇴)이 주최하는 대회다. 메이저대회를 제외한 투어 대회 중 가장 수준 높은 대회 중 하나로 평가된다. 총상금 규모도 325만 달러(약 46억원)로 올해 열리는 투어 34개 중 상금 순위 10위에 해당한다.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장녀로 내년 마이애미대에 입학해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디비전1에서 선수로 뛸 예정이다. 카이의 현재 신분은 플로리다 팜비치 지역 고등학생이다. 올해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플로리다 지역에서 열린 세 개 대회에 출전한 카이는 AJGA 여자부 461위에 올라있다.골프 실력과는 별개로 카이는 이미 골프계의 차세대 인플루언서로 주목받고 있다. 카이는 ‘골프광’인 할아버지의 후광을 공개적으로 즐길 뿐 아니라 자신의 대표 컨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트럼프가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을 직관하러 갔을 때도 동행했다. 당시 카이는 백악관에서부터 할아버지 트럼프와 함께 마린원을 타고 이동 공항으로 이동했다. 또 라이더컵을 관람한 전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자신의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카이는 소셜미디어 팔로워 600만의 인플루언서로 최근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라이프스타일 및 의류 브랜드도 만들었다. 안니카 드리븐의 지난해 챔피언은 전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다. 코르다는 지난해 대회 당시 세계랭킹 1위 자격으로 출전했던 이 대회에서 시즌 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한 시즌 7승은 2011년 청야니(대만) 이후 13년 만에 나온 기록이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야구 한화가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에 나선다.한화는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7전 4승제) 1, 2차전에서 정규시즌 우승팀 LG에 연거푸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까지 한 팀이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모두 가져간 경우는 21번 있었다. 그중 한화처럼 첫 두 경기를 내주고 역전 우승에 성공한 경우는 딱 두 번 있었다. 확률로 따지면 9.5%(21차례 중 2차례)다.그런데 이 확률마저 한화의 편이 아니다. 이제껏 역전 우승에 성공한 두 팀(2007년 SK, 2013년 삼성)은 모두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이었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한화로서는 사전 확률 0%를 깨야 하는 셈이다.게다가 김경문 감독(67)이 ‘한국시리즈 준우승 전문’이란 사실도 한화에는 악재다. 김 감독은 이전에도 두산에서 세 번(2005, 2007, 2008년), NC에서 한 번(2016년) 한국시리즈에 올랐는데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그중 SK(현 SSG)와 맞붙었던 2007년 한국시리즈는 김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시리즈다. 당시 김 감독이 이끌던 두산은 문학 방문경기로 열린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그러나 잠실에서 열린 3차전부터 내리 4연패를 당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한국시리즈를 2연승으로 시작한 팀이 우승을 놓친 사상 첫 케이스였다.한화에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외국인 에이스 폰세(31)가 29일 3차전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는 점이다. 폰세는 정규시즌에 다승(17승), 평균자책점(1.89), 탈삼진(252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했다. 또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 때도 삼성 타선을 5이닝 동안 1실점으로 막으면서 팀에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안겼다.3∼5차전을 안방 대전에서 치른다는 것도 호재다. 한화는 올 시즌 안방경기 승률(0.620·44승 2무 27패)이 10개 팀 중 가장 높았다. 또 폰세는 대전에서 열린 경기에 14번 등판해 상대 팀을 평균자책점 0.89로 막았다. 4차전 선발 등판이 유력한 와이스(29)도 대전에서 8승 2패, 평균자책점 2.57로 강했다. 한화는 대전에서 최소 2승을 거둬야 6, 7차전이 열리는 잠실로 향할 수 있다.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12연패를 기록 중인 김 감독으로선 올해 ‘잠실 징크스’를 깰 마지막 기회다.LG 3차전 선발은 왼손 투수 손주영(27)이다. 손주영은 올해 한화를 상대로 2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하는 등 강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 두 경기를 모두 잠실에서 치렀다. 손주영이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마운드에 오르는 건 29일 열리는 3차전이 처음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LA 다저스는 2000년 뉴욕 양키스 이후 사라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2연패에 도전 중이다. 그리고 일본인 ‘트로이카’ 오타니 쇼헤이(31), 야마모토 요시노부(27), 사사키 로키(24)가 이 도전에 앞장서고 있다. 다저스와 밀워키가 맞붙은 올해 내셔널리그(NL) 챔피언결정전(CS)은 일본에서 평균 734만 명이 시청했다. 물론 역대 최고 기록이다. 특히 오타니가 선발 투수로 나와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타석에서도 홈런 세 방을 쏘아 올린 NLCS 4차전은 1000만 명이 넘게 봤다. MLB 역사상 한 경기에 이런 활약을 펼친 선수는 물론 오타니가 처음이었다. ‘이도류’ 오타니 한 명만으로도 일본 열도가 들썩이긴 충분하다. 하지만 올해는 야마모토와 사사키 역시 오타니 못지않게 만화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일본에서 다저스 포스트시즌 경기 시청률이 지난해 대비 26%나 뛴 이유다. 올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MLB 전문가들은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2연패를 차지하려면 ‘불펜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저스는 9월 이후 구원진 평균 자책점이 MLB 30개 팀 중 25위(4.90)에 그친 데다 결정적인 순간에 ‘불을 지르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찾은 해결책은 사사키를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는 것이었다.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도 마무리 투수 경험이 없었던 사사키는 와일드카드 시리즈(WC)와 디비전 시리즈(DS) 네 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으로 뒷문을 단단히 걸어잠갔다. 특히 필라델피아와 맞붙은 NLDS 4차전 때는 8회에 등판해 연장 10회까지 3이닝 퍼펙트 투구로 연장 11회 끝내기 승리 발판을 놓았다. MLB 포스트시즌 역사상 불펜 투수가 3이닝 동안 안타, 4사구 하나 없이 9타자를 연속해 아웃시킨 건 이날 사사키가 처음이었다. 사사키는 올해 ‘가을 야구’ 무대서 8이닝 1실점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 정작 월드시리즈에서는 아직 공을 하나도 뿌리지 못했다. 1차전은 경기 후반 등판 상황이 찾아오지 않았고 2차전은 야마모토가 완투를 해 아예 기회조차 없었다. 직전 등판이던 NLCS 2차전에서도 완투승을 거둔 야마모토는 2001년 커트 실링(59·당시 애리조나) 이후 24년 만에 MLB 가을 야구 무대에서 연속 완투승을 기록한 투수가 됐다. 하지만 당시 실링도 월드시리즈에서는 완투 경기가 없었다. 월드시리즈에서 완투가 나온 건 2015년 자니 쿠에토(39·당시 캔자스시티) 이후 10년 만이다. 야마모토, 사사키 모두 오타니 못지 않은 인성과 ‘워크에식’(성실하게 경기에 임하는 태도)으로 사랑받는다. 야마모토는 월드시리즈 2차전 완투 후 더그아웃에 있는 쓰레기를 모두 주워 화제가 됐다. 사사키 역시 이날 팀 승리 후 라커룸이 아닌 텅 빈 마운드에 홀로 올랐다. 1, 2차전 등판이 없어 토론토 안방구장 마운드를 밟아볼 일이 없었는데 6차전 이후 이곳에서 피칭할 일이 있을지 몰라 대비한 것이다. 토론토에 1차전 승리를 내준 뒤 야마모토의 완투로 시리즈 균형을 맞춘 다저스는 안방으로 돌아가 3∼5차전을 치른다. 안방에서 남은 경기를 모두 잡으면 토론토에 다시 가지 않아도 된다. 사사키는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하는 투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가을 야구 경기 등판 때마다 승리 투수가 된 오타니는 4차전에 선발 등판해 3연승에 도전한다. 월드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김혜성(26)은 대주자 및 내야 유틸리티 요원으로 출격을 준비한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배드민턴 남자 복식 세계 랭킹 1위 서승재-김원호 조가 올 시즌 9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서승재-김원호 조는 27일 프랑스 세송 세비녜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프랑스오픈(슈퍼 750) 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파자르 알피안-무하마드 쇼히불 피크리 조(25위)를 2-1(10-21, 21-13, 21-12)로 꺾었다.서승재와 김원호는 직전 대회인 덴마크오픈(슈퍼 750)에서의 부진을 이번 대회 우승으로 떨쳐냈다. 서승재-김원호 조는 BWF 월드 투어 덴마크오픈 남자 복식 16강전에서 말레이시아의 누르 모드 아즈린 아유브-탄 위키옹 조(24위)에 0-2(19-21, 14-21)로 패했다.서승재-김원호 조는 이번 대회 16강, 준결승, 결승에서 자신들보다 하위 랭킹인 조에게 1세트를 내줬지만 2, 3세트를 연달아 잡고 역전승을 거두며 세계 1위의 자존심을 지켰다.지난해 파리올림픽 혼합 복식 준결승에서 상대 팀 선수로 대결했던 서승재와 김원호는 올해부터 남자 복식 파트너로 팀을 꾸려 7월 세계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 남자 복식 세계 1위가 나온 건 이용대-유연성 이후 9년 만이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LG의 ‘캡틴’ 박해민(35)이 공수에 걸쳐 맹활약하며 소중한 한국시리즈 첫 승리를 팀에 안겼다. 반면 김경문 한화 감독의 한국시리즈 잠실 경기 무승 기록은 11경기로 늘어났다.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팀 LG는 26일 안방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한국시리즈(7전 4승제) 1차전에서 플레이오프 승리 팀 한화(2위)를 8-2로 꺾었다. 지난해까지 열린 41차례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은 33번(73.2%) 정상을 차지했다. 선취점 기회를 얻은 쪽은 한화였다. 정규시즌 통산 2169경기를 치르고 나서야 생애 처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손아섭(37)이 경기 시작과 함께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그리고 1사 후 문현빈(21)이 타석에 들어섰다.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타율 0.444(18타수 8안타), 2홈런, 10타점을 올린 문현빈은 한국시리즈 첫 타석에서도 가운데 담장을 향해 시속 165.8km로 뻗어 가는 타구를 날렸다. 3루 관중석을 가득 채운 한화 팬들은 홈런을 예감한 듯 함성을 질렀다. 그러나 중견수 자리엔 타 팀 팬들이 ‘홈런 절도범’이라 부르는 박해민이 있었다. 박해민은 타구가 뜨자마자 담장을 향해 뛰기 시작해 125m를 날아온 이 타구를 점프해 잡아냈다. 프로야구 10개 팀 안방구장 가운데 외야 담장이 가장 멀리 있는 잠실이 아니었다면 가뿐히 홈런이 되고도 남을 타구였다. 9번 타자 박해민은 타석에서도 결정타를 날렸다. 팀이 2-0으로 앞서가던 5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투수 문동주(22)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비거리 105m)을 쏘아 올린 것. 정규시즌 홈런이 3개에 불과한 박해민은 배트 플립을 하며 환호했다. 그는 “맞자마자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살짝 넘어갔다. (이번 한국시리즈 때) 한화 팬들 원성을 세 번만 더 듣겠다”며 웃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박해민의 1회초 수비도 좋았지만 홈런이 더 좋았다”면서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홈런을 쳐 줘서 투수 운용에 여유를 만들어줬다. 시리즈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LG 선발 투수 톨허스트(26)에게 돌아갔다. LG가 ‘우승 청부사’로 8월에 영입한 톨허스트는 이날 6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아내며 7피안타 2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막았다. 반면 문동주는 4와 3분의 1이닝 동안 4점을 내주며 플레이오프 때의 호투를 이어가지 못했다. 김 감독의 ‘잠실 징크스’는 이날도 이어졌다. 김 감독은 두산에서 세 번(2005, 2007, 2008년), NC에서 한 번(2016년)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이날까지 잠실구장에서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김 감독의 한국시리즈 통산 성적은 3승 17패(승률 0.150)가 됐다. 김 감독은 27일 같은 곳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류현진(38) 선발 카드로 잠실 징크스 탈출에 재도전한다. LG의 2차전 선발은 임찬규(33)다. 염 감독은 “원래 치리노스(32)를 낼 생각이었는데 담 증상 때문에 등판 순서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를 가득 메운 1만6750명의 한화 관중들은 입을 모아 대표 응원가인 ‘행복송’을 불렀다. 만년 하위팀이던 한화가 천신만고 끝에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따냈다. 한화는 24일 안방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최종 5차전에서 팀의 ‘원투 펀치’ 폰세와 와이스를 모두 투입하는 총력전 끝에 11-2 대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한화의 한국시리즈행은 2006년 이후 19년 만이다. 전반기를 1위로 마친 한화는 정규시즌 막판까지 LG와 선두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 시즌 143번째 경기이던 SSG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다.삼성과의 PO에서도 김서현은 계속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화는 18일 1차전에서 9-8로 승리했지만 김서현은 홈런을 맞으며 추격을 허용했다. 김서현은 22일 4차전에서는 6회 김영웅에게 동점 홈런을 맞으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4차전 후 김경문 감독이 “5차전 마무리는 김서현”이라고 못박으며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김 감독은 이날 5차전을 앞두고 “폰세와 와이스로 경기를 끝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날 경기는 김 감독의 생각대로 흘러갔다. 두 외국인 투수들의 호투 속에 타선마저 초반부터 시원하게 터지면서 쉽게 경기를 풀어 나갔다. 선발로 나선 에이스 폰세는 5이닝 동안 5피안타, 9탈삼진으로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6회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은 와이스도 4이닝을 4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타선에서는 주장 채은성의 방망이가 모처럼 불을 뿜었다. 채은성은 1-0으로 앞선 1회말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3회와 5회에 각각 2타점 점시타를 터뜨리는 등 4타수 3안타 5타점으로 활약했다. 22일 3점포를 날리고도 역전패에 웃지 못했던 문현빈은 8회 쐐기 2점 홈런으로 연속 경기 홈런을 기록했다.PO 최우수선수(MVP)로는 불펜에서 맹활약한 문동주가 선정됐다. PO 처음 세 경기에서 선발진이 삼성 타선에 모두 무너진 상황에서 문동주는 1차전과 3차전 때 불펜으로 나와 6이닝을 10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1승 1홀드를 기록했다.한화는 26일부터 정규시즌 1위 자격으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LG와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 정상에 도전하는 김 감독으로서는 NC 사령탑이었던 2016년 이후 9년 만에 밟는 무대다. 김 감독은 두산, NC 시절 네 차례(2005, 2007, 2008, 2016년)나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김 감독은 “김서현을 포함해 PO에서 활약하지 못한 선수들이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한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 김서현 선수를 믿고 기용해 보겠다”고 말했다. 두 팀의 승부는 창과 방패의 대결로 전망된다. 한화는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3.55)인 반면 LG는 팀 타율 1위(0.278)다. 정규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LG가 8승 7패 1무로 조금 앞섰다. 양 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은 26일 오후 2시 LG의 안방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대전=임보미 기자 bom@donga.com대전=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중요한 의사결정의 순간에 이성적, 논리적 계산으로만 치환할 수 없는 본능이나 감정의 영역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라는 용어로 정리했다. 올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에선 ‘야성적 충동’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나왔다. MLB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셜미디어 피드에 ‘알고리즘’을 타고 온 ‘매드 맥스(Mad Max)’라는 제목의 영상을 한 번쯤 봤을 것이다. 무대가 된 경기는 토론토와 시애틀이 맞붙은 아메리칸리그(AL) 챔피언결정전(CS·7전 4승제) 4차전이다. 토론토 선발로 등판한 베테랑 투수 맥스 셔저(41)는 5-1로 앞선 5회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45)이 마운드를 방문하자 눈에 쌍심지를 켜고 ‘F’ 욕설을 섞어가며 “꺼지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계속 던지겠다”고 고함치는 셔저에게 슈나이더 감독은 “그럼 그렇게 하라”며 순순히 돌아선다.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마친 셔저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AL 홈런왕 칼 롤리(시애틀)를 포함해 아웃 카운트를 두 개 더 잡아낸 후 마운드를 내려왔다. 토론토는 이날 8-2로 이겼고, 5와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셔저는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후 슈나이더 감독은 “셔저가 날 죽이는 줄 알았다”고 웃으며 “보통 그런 상황에서는 숫자와 전략, 예측, 사람 등을 종합해서 판단하는데 나는 그중 사람을 믿었다. (셔저가 고함치는) 순간 올 한 해 셔저와 나눈 모든 대화가 머릿속을 스쳤다. 셔저가 잘해 낼 거라 믿었다”고 했다. 슈나이더 감독은 “셔저가 그렇게 고함쳐주길 시즌 내내 기다렸다. 멋졌다”고도 했다. 물론 그가 기다렸다는 게 이성의 끈을 놓은 채 눈이 돌아버린 셔저는 아닐 것이다. 그가 기대한 ‘매드 맥스’는 절체절명의 순간 ‘감히 나를 바꿔?’라며 감독을 쏘아붙일 만큼 공을 던질 준비가 된 셔저였다. 그날 슈나이더 감독의 판단에는 단순한 순간의 감정이 아닌, 셔저와 함께 한 올 시즌의 전 과정이 녹아 있었던 셈이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확률 게임’이다. 하지만 매년 가을야구 무대에는 정규시즌 데이터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흔히 말하는 ‘미친 선수’에 의해 시리즈 향방이 좌우되곤 한다. 감독들이 자주 언급하는 ‘흐름’이니 ‘기세’니 하는 것 역시 이성과 논리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요소다. 이날 승리한 토론토는 2패로 시작한 시리즈를 2승 2패 원점으로 돌린 뒤 4승 3패로 32년 만에 월드시리즈(WS)에 올랐다. 하지만 케인스는 야성적 충동도 튼튼한 이성이 바탕이 될 때만 경제에 활력이 된다고 강조한다. 과도한 기대심리는 버블로 이어지고, 거품이 꺼지면 찾아오는 것은 공황이다. 가을야구도 마찬가지다. 내일이 없는 이 무대에서 감독들은 이성과 야성적 충동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 모험에서 성공한 자는 우승컵을 든다. 하지만 욕심도, 두려움도 과하면 이성적 판단마저 흐릴 수 있다. 정규시즌과는 또 다른 가을야구만의 매력이다.임보미 스포츠부 기자 bom@donga.com}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를 가득 메운 1만6750명의 한화 관중들은 입을 모아 대표 응원가인 ‘행복송’을 불렀다. 만년 하위팀이던 한화가 천신만고 끝에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따냈다. 한화는 24일 안방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최종 5차전에서 팀의 ‘원투 펀치’ 폰세와 와이스를 모두 투입하는 총력전 끝에 11-2 대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한화의 한국시리즈행은 2006년 이후 19년 만이다.전반기를 1위로 마친 한화는 정규시즌 막판까지 LG와 선두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 시즌 143번째 경기이던 SSG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다.삼성과의 PO에서도 김서현은 계속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화는 18일 1차전에서 9-8로 승리했지만 김서현은 홈런을 맞으며 추격을 허용했다. 김서현은 22일 4차전에서는 6회 김영웅에게 동점 홈런을 맞으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4차전 후 김경문 감독이 “5차전 마무리는 김서현”이라고 못박으며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김 감독은 이날 5차전을 앞두고 “폰세와 와이스로 경기를 끝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날 경기는 김 감독의 생각대로 흘러갔다. 두 외국인 투수들의 호투 속에 타선마저 초반부터 시원하게 터지면서 쉽게 경기를 풀어 나갔다. 선발로 나선 에이스 폰세는 5이닝 동안 5피안타, 9탈삼진으로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6회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은 와이스도 4이닝을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타선에서는 주장 채은성의 방망이가 모처럼 불을 뿜었다. 채은성은 1-0으로 앞선 1회말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3회와 5회에 각각 2타점 점시타를 터뜨리는 등 4타수 3안타 5타점으로 활약했다. 4차전에서 3점포를 날리고도 역전패에 웃지 못했던 문현빈은 8회 쐐기 2점 홈런으로 연속 경기 홈런을 기록했다.PO 최우수선수(MVP)로는 불펜에서 맹활약한 문동주가 선정됐다. PO 처음 세 경기에서 선발진이 삼성 타선에 모두 무너진 상황에서 문동주는 1차전과 3차전 때 불펜으로 나와 6이닝을 10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1승 1홀드를 기록했다.한화는 26일부터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LG를 상대로 한국시리즈를 치른다.생애 첫 한국시리즈 정상에 도전하는 김 감독으로서는 NC 사령탑이었던 2016년 이후 9년 만에 밟는 무대다. 김 감독은 두산, NC 시절 네 차례(2005, 2007, 2008, 2016년)나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김 감독은 “김서현을 포함해 PO에서 활약하지 못한 선수들이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한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 김서현 선수를 믿고 기용해 보겠다”고 말했다. 두 팀의 승부는 창과 방패의 대결로 전망된다. 한화는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3.55)인 반면 LG는 팀 타율 1위(0.278)다. 정규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LG가 8승 7패 1무로 앞섰다. 양 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은 26일 오후 2시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조영우 기자 jero@donga.com대전=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정후(27)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가 토니 비텔로 테네시대 감독(47·사진)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23일 발표했다. 비텔로 감독은 미주리대를 졸업하면서 바로 대학 코치 생활을 시작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나 마이너리그에서 선수나 지도자로 활동한 경력이 없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MLB 팀이 프로 지도자 경력이 없는 대학 감독에게 바로 지휘봉을 맡긴 최초의 사례”라고 전했다. 미주리대와 아칸소대 코치 등을 거쳐 2018년 테네시대 사령탑이 된 비텔로 감독은 최근 4년 동안 3차례 팀을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월드시리즈 무대로 이끌었고, 지난해에는 창단 첫 우승도 차지했다. 그 사이 테네시대에서는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만 10명 나왔다. 올해 샌프란시스코 1라운드(13순위) 지명자 개빈 킬런(21·내야수)도 그중 하나다. 미주리대 졸업생인 맥스 셔저(41·토론토)는 “비텔로 감독은 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지도자다. 비텔로 감독의 열정이 팀 내 모든 이들에게 전파될 거다. 프로 경력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겠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샌프란시스코는 밥 멜빈 감독(64)을 경질한 뒤 새 사령탑을 물색해 왔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기아는 선수 생활 내내 함께해 준 브랜드였다. 은퇴 이후에도 계속 함께하게 돼 더 특별하다.” ‘흙신’ 라파엘 나달(39·스페인·사진)은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서 기아와 글로벌 파트너십 연장 협약을 맺은 뒤 이렇게 말했다. 2004년부터 기아의 후원을 받은 나달은 메이저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에서 22번 우승한 뒤 지난해 은퇴했다. 나달은 선수 시절 대회 우승 상품으로 독일제 고급 승용차를 받은 뒤 “기아만큼 좋지는 않네요”라고 인터뷰할 정도로 기아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나달은 “21년 동안 변함없이 지원해 준 기아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지금도 가족과는 EV9, 혼자서는 스팅어를 탄다”고 말했다. 12년 만에 한국을 찾은 나달은 협약식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정상을 꾸준히 지킨 비결’로 ‘겸손’을 꼽았다. 나달은 “정상에 있더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한다”며 “선수 생활 초기에 사람들은 내가 클레이 코트에서만 잘할 것이라고 했다. 코트를 가리지 않고 경기력을 낼 수 있었던 건 매일 같은 열정과 의지로 훈련에 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나를 믿고 함께해 준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정후가 뛰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가 새 감독으로 토니 비텔로 테네시대 감독(47)을 선임했다. 선수로도, 지도자로도 프로무대 경험 없이 곧바로 빅리그 사령탑에 오른 건 비텔로가 최초다. 비텔로 감독은 미주리대 시절까지 선수로 뛰다 곧바로 미주리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 텍사스 크리스천대, 아칸소대 코치를 거친 뒤 2018년부터 테네시대에서 8시즌 동안 감독을 지냈다.샌프란시스코는 23일 구단 40대 감독으로 비텔로를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비텔로 신임감독은 테네시대를 최근 5년 중 세 차례나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대학야구 월드시리즈에 진출시켰고 그 중 2024년에는 우승 트로피를 들며 NCAA 무대에서 테네시대를 최정상의 팀으로 이끌었다. 비텔로 감독은 테네시대에서 감독을 지내는 동안 MLB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만 10명 배출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올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3순위로 뽑은 내야수 개빈 킬렌 역시 비텔로의 제자다. 비텔로가 프로무대를 한 번도 밟지 않고도 곧바로 빅리그 감독이 될 수 있었던 비결도 이미 그의 지도력을 빅리그 무대에서 증명한 제자들 이다. 3차례 사이영상 수상자로 올해 세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토론토의 맥스 셔져(41)는 비텔로의 감독 선임 발표 소식을 반긴 제자 중 하나다. 미주리대 시절 비텔로를 코치로 만났던 셔져는 “바텔로 감독이 프로 경험이 전무하다는 얘기가 분명 나오겠지만 감독님은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지도자다. MLB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셔져는 “대학 시절 내가 투수로 도약할 수 있게 해준 지도자다. 지금 내 멘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셨다. 한계를 넘어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내주는 분”이라며 “비텔로 감독은 선수들을 위한 지도자다. 감독님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고싶게 만든다. 야구에 대한 감독님의 열정이 곧 구단 모든 이들에게 전달될 거다. 프로 경력이 없다는 게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버스터 포지 샌프란시스코 야구 부문 사장이 비텔로를 감독 후보군에 넣은 계기도 직접 경험한 비텔로 제자들의 남다른 에너지 때문이었다. 올 8월 빅리그에 데뷔한 외야수 드류 길버트는 올해 샌프란시스코 구단 클럽하우스와 더그아웃에 가장 큰 활력을 불러일으킨 선수로 꼽혔다. 포지 사장은 9월 구단의 콜로라도 원정 경기에 동행했다가 제자들을 만나러 온 비텔로 감독을 우연히 조우했다. 그날 포지 사장은 비텔로 감독과 ‘요즘 선수들’을 주제로 한바탕 푸념을 함께 했다. 비텔로 감독은 최근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당일 포지 사장은 물론 잭 미나시안 샌프란시스코 단장과 나눈 얘기를 소개했다.“빅리그에는 정말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이 모이지만 정작 빅리그 무대에서는 발전이 더디다. 선수들의 책임감도 줄었고 코칭이나 또 어떻게 이기는 경기를 하는가에 대한 이해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건 다 서로 영향을 끼치는 문제다.”이 때 나눈 대화는 빅리그에서도 선수들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를 원했던 포지 사장이 비텔로 감독에게 기꺼이 모험을 걸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현 빅리그 감독 중 유일하게 대학 지도자 경력을 가지고 있는 팻 머피 밀워키 감독도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머피 감독은 “포지 사장은 빅리그 경험이 없는 사람을 한 번에 MLB 더그아웃에 들이는 게 얼마나 대담한 선택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단이 바보는 아니다. 구단은 비텔로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성으로 팀을 이끌 수 있다는 자질을 알아본 것”이라며 “구단도 충분히 조사를 하고 해낼 만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나 역시 비텔로가 (프로 경험 없이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가 또다시 토론토 팬들의 마음을 찢어놓을까. 아니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6·토론토)가 ‘오타니는 이제 잊어도 좋다’고 선언할 수 있을까. 다저스와 토론토가 맞붙는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7전 4승제)는 웬만한 러브 스토리 이상의 서사를 품고 있다. 2023년 12월 9일은 토론토 구단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날로 꼽힌다. 당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던 오타니가 토론토와 계약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이날 오타니와 당시 역대 최고액이던 10년 7억 달러(약 1조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해 토론토를 충격에 빠뜨렸다.오타니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토론토를 처음 찾은 지난해 4월 27일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오타니와의 계약이 얼마나 진척됐었나’라는 질문에 “오타니에게 미팅 날 가져간 우리 팀 모자나 돌려 달라고 전해 달라”며 웃었다. 오타니는 토론토와 입단 협상을 하던 중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에 있는 스프링캠프 시설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자 토론토 구단은 모든 선수와 직원에게 시설을 비우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회장까지 주차장에 나와 직접 오타니를 맞았다. 슈나이더 감독은 “대통령이 방문하는 수준이었다”고 회상했다. 라커룸에는 오타니의 취향에 맞춘 저지와 운동복, 액세서리가 가득했다. 오타니는 토론토 구단이 준비한 모든 선물을 챙겨 갔다. 오타니가 시설을 떠날 때 반려견 ‘데코이’는 토론토 저지를 입고 있었다. 토론토 구단 관계자들이 계약을 확신했던 이유다. 그러나 ‘쩐(錢)의 전쟁’에서 밀리며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토론토는 대신 프랜차이즈 스타 게레로 주니어와 5억 달러(약 7150억 원)에 14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 토론토가 오타니를 영입했다면 쓸 수 없을 돈이었다. 게레로 주니어를 제외하면 오타니를 대신해 캐나다 유일의 MLB 구단 토론토 팬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선수도 없다. 게레로 주니어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 시니어(50)가 몬트리올에서 뛸 때 태어나 캐나다 국적도 보유하고 있다. 토론토는 아메리칸리그(AL) 챔피언결정전(CS)에서 시애틀에 2승 3패로 끌려가다가 안방에서 열린 6차전 승리로 승부를 최종 7차전까지 끌고 갔다. 게레로 주니어는 ‘7차전을 치를 준비가 되었나’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질문에 “나는 태어날 때부터 준비가 됐다”는 말로 관중 4만4770명의 함성을 끌어냈다. 게레로 주니어는 7차전 승리와 함께 ALCS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뒤에는 “온 나라의 자랑이 되고 싶다.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다시 캐나다로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는 한국프로야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들이 있다. ‘디펜딩 챔피언’ 다저스에는 키움 출신인 내야수 김혜성(26), 32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오른 토론토에는 지난 시즌 KIA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왼손 투수 라우어(30)가 있다. 마지막 주인공을 가리는 올해 월드시리즈는 25일 오전 9시 토론토에서 막을 올린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김영웅(22)이 에이스가 무너진 삼성을 스윙 두 번으로 벼랑 끝에서 건져냈다. 김영웅은 3점 홈런 두 방으로 시즌 ‘종점’으로 향하던 삼성 버스의 핸들은 대전으로 돌렸다. 삼성은 22일 대구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김영웅의 동점 3점, 역전 3점 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한화에 7-4로 승리했다. 1승 2패로 수세에 몰렸던 삼성은 안방에서 2승 2패로 균형을 맞추고 최종 5차전이 열리는 대전으로 향한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김영웅이 쓰러져가던 우리 팀을 살렸다”며 “선수, 코칭스태프로 지내며 경험한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다”고 평했다.삼성은 이날 선발 투수 원태인(25)이 한화 3번 타자 문현빈(21)에게만 1회 적시타, 5회 3점 홈런으로 4타점을 헌납하며 무너졌다. 반면 전날까지 한화 1~3선발을 모두 무너뜨렸던 삼성 타선은 이날 고졸 신인 정우주(19)의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에 연신 방망이를 헛돌렸다. 정규시즌에 선발 등판 경험이 두 차례, 최다 투구 이닝도 3과 3분의 1이닝에 불과했던 정우주는 이날 3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삼진 다섯 개를 잡았다. 삼진 다섯 개 모두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결정구로 던졌다. 그리고 이 다섯 번 모두 헛스윙 삼진이었다. 삼성 타선은 정우주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한화 불펜 김범수(30), 박상원(31)에게 막혀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하고 0-4로 5회를 마쳤다. 하지만 6회 김경문 한화 감독의 모험 수가 실패로 돌아가며 흐름이 급변했다. 6회 마운드에 오른 황준서(20)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3루타, 볼넷, 2루타로 실점한 4-1 무사 주자 1, 2루 위기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 김서현(21)을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김서현은 정규시즌 막판부터 ‘홈런 포비아’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화는 정규시즌 143번째 경기였던 SSG전에서 5-2로 앞선 9회말 2사 상황에서 김서현이 2홈런을 허용해 5-6으로 패했다. 한화의 한국시리즈 직행 희망은 그렇게 날아갔다.김서현은 ‘가을 야구’에서 명예 회복을 별렀지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3점 앞선 9회 등판했다가 홈런을 포함해 2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가을 무대에서 등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방이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다시 마운드 위에 선 것이다. 김서현은 이날 처음 상대한 홈런왕 디아즈(29)를 땅볼로 잡아냈지만 이후 김영웅에게 오른 담장을 넘기는 동점 3점포를 허용했다. 김서현은 이후에도 연속 볼넷을 내줘 결국 이닝을 마치지 못하고 3분의 2이닝 3실점 기록을 남긴 후 강판당했다. 이후 한화 마운드도 급격히 흔들렸다. 김서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한승혁(32)은 6회를 추가 실점 없이 막았으나 7회 1사 후 구자욱(32)을 몸에 맞는 공, 디아즈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직전 타석에서 홈런을 친 김영웅을 만났다. 김영웅은 공 단 하나로 양 팀 더그아웃의 희비를 갈랐다. 한승혁이 초구로 던진 빠른 공을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 뒤로 3점 홈런을 날린 것이다.이 경기 전까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6타점을 기록 중이던 김영웅은 이날 연타석 3점 홈런으로 12타점을 기록하며 2017년 오재일(39·당시 두산)과 플레이오프 최다 타점 타이기록을 세우고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5차전에서 양 팀 사령탑은 ‘치킨게임’을 예고했다.김경문 감독은 “오늘 김서현 볼이 나쁘진 않았다. 문동주(22)로 두 경기를 이겼지만 야구가 문동주만으로 이길 수는 없다. 김서현이 5차전에 마무리 투수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서현의 마무리 복귀 소식을 전해 들은 박진만 감독은 “우리가 김서현 올라왔을 때 좋은 결과를 냈다. 그런데 김서현 나오기 전에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24일 대전에서 열리는 5차전 선발 투수로 한화는 폰세(31), 삼성은 최원태(28)를 예고했다. 대구=임보미 기자 bom@donga.com대구=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가 포수 출신 커트 스즈키(42)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스즈키 기요시라는 일본 이름이 있는 스즈키는 화와이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으로 빅리그에서 16시즌을 보냈다. 에인절스 구단에 따르면 스즈키는 하와이 출신 첫 MLB 감독이다.총 5개 팀 유니폼을 입은 스즈키는 2014년 미네소타에서 올스타로 뽑혔고 2019년에는 워싱턴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도 차지했다. 선수 생활 마지막 두 시즌은 에인절스에서 보내고 2022시즌 후 은퇴한 스즈키는 올 시즌까지 에인절스에서 페리 마나시안 구단 단장 보좌역을 지냈다.스즈키는 MLB에서 통산 703홈런을 쏘아 올린 앨버트 푸홀스와 감독 자리를 놓고 경쟁해 승리했다. 스즈키는 최근 8시즌 동안 에인절스에 새로 부임한 다섯 번째 감독이다. 에인절스는 올해까지 11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에인절스는 올해도 72승 90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그쳤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