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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역풍이었다. 바람 방향을 바꾼 선수는 아메리칸리그(AL) 홈런왕 칼 롤리(29·시애틀·60홈런)였다. 시애틀은 이후 순풍을 타면서 AL 챔피언결정전(CS·7전 4승제) 첫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시애틀은 13일 토론토 방문경기로 열린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ALCS 1차전에서 3-1 역전승을 거뒀다. 시애틀은 이틀 전 안방에서 열린 AL 디비전시리즈(DS) 최종 5차전에서 연장 15회 승부 끝에 ALCS행 티켓을 따냈다. 그러고는 토론토까지 3300km를 이동한 뒤 이날 경기에 나섰다. 반면 토론토는 ALDS 네 경기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34점(평균 8.5점)을 뽑아낸 불방망이를 자랑하고 있었다. 토론토가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이유다. 토론토 1번 타자 조지 스프링어(36)가 1회말 선두 타자 초구 홈런을 때릴 때만 해도 예상대로 경기가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사흘 휴식 후 선발 등판한 시애틀의 브라이스 밀러(27)는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에서 버텼다. 문제는 시애틀 타선도 6회초 2사까지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2번 타자 롤리가 상대 선발 투수 케빈 고즈먼(34)의 스플리터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동점 홈런(1점)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어진 6회초 2사 2루 기회에서 4번 타자 호르헤 폴랑코(32)가 좌전 안타를 치며 2-1로 경기를 뒤집었다. 시애틀은 8회초에도 폴랑코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시애틀은 MLB 3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진출 경험이 없다. 시애틀이 이번 ALCS에서 승리하면 1977년 창단 이후 48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오르게 된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기대주 임종언(18·노원고)이 시니어 데뷔 무대인 2025∼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1차 대회에서 2관왕에 올랐다. 임종언, 황대헌(26), 이준서(25), 신동민(29)으로 구성된 남자 대표팀은 13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대회 5000m 계주 결선에서 6분50초781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국(6분51초160)과 이탈리아(7분03초224)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임종언은 류사오앙(중국)의 추격을 여유롭게 따돌리고 피날레를 장식했다. 전날 남자 1500m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임종언은 이날도 금메달을 추가하며 생애 첫 월드투어에서 2관왕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임종언은 경기 후 “계주 금메달이 믿기지 않는다. 가족 같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종언은 앞서 열린 남자 1000m에서는 은메달을 수확했다. 임종언은 경기 막판까지 선두를 달렸으나 마지막 바퀴에서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시겔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임종언은 “내가 1위라고 생각했다. 금메달을 따려면 더 완벽한 레이스를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시니어 데뷔전부터 금 2, 은메달 1개를 딴 임종언에 대해 직전 시즌 월드투어 종합 1위를 차지한 윌리엄 단지누(24·캐나다)도 좋은 평가를 했다. 매 시즌 한국 선수들과 종합우승을 다퉈온 단지누는 “지난해 주니어 무대에서 뛰는 걸 봤는데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만 통과하면 위협적인 존재가 되겠구나 싶었다. 생각보다도 훨씬 잘한다”고 말했다. 단지누는 전날 남자 500m 1위에 올랐으나 1500, 1000m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삼성에 승리가 필요한 순간에는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이 있었다.원태인이 13일 안방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 3차전에 선발 등판해 6과 3분의 2이닝 5피안타 1실점 호투로 팀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까지 5전 3승제로 치른 준PO에서 1승 1패로 맞선 뒤 3차전을 치른 경우는 총 7번 있었는데 7번 모두 3차전 승리 팀이 시리즈를 가져갔다. 과거 기록으로 보면 원태인의 호투가 삼성에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진출 확률 100%를 안긴 것이다. 이번 가을 원태인은 삼성의 필승 카드다. 삼성은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정규시즌 동안 팀에서 가장 많은 승리(15승)를 거둔 1선발 후라도를 내고도 1-4로 패했다. 하지만 원태인이 2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안타 만으로도 3-0으로 승리, 준PO에 진출했다.준PO 1차전에서 최원태의 6이닝 무실점 호투로 5-2로 승리한 삼성은 2차전 9회말 3-3 동점 상황에서 후라도를 마무리 투수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김성욱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아 3-4로 패하고 말았다. 결국 또 다시 원태인의 어깨에 많은 것이 걸리게 됐다. 경기 전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이 와일드카드에서도 잘 던졌다. 최소 6이닝은 던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원태인은 사령탑의 6이닝 희망에 아웃카운트 두 개를 더 얹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원태인은 아웃카운트 2개를 더 잡고 투구수 105개를 기록한 뒤에야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4회 2사 후 최지훈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게 유일한 실점이었다.하지만 리그 장타율 1위팀인 삼성 타선은 3회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회 1사 주자 1, 3루 상황에서 김성윤의 내야안타 때 SSG 2루수 안상현이 1루 송구 실책을 저지른 사이 삼성은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았다. 삼성은 이어 구자욱의 적시 2루타로 3-0까지 달아났다. 삼성은 5회 두 점을 추가했다.올 시즌 SSG의 1선발 역할을 맡았으나 장염으로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이 이날까지 밀린 앤더슨은 1, 2회를 삼자 범퇴로 출발했다. 특히 2회는 삼성의 김영웅, 이재현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정규시즌 245삼진을 잡아낸 클래스를 과시하는 듯 했다. 하지만 3회 3점을 내주며 조기 강판됐다.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1위 SSG는 4회부터 불펜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삼성은 5회 SSG의 필승조 불펜 이로운에게만 2루타 세 개를 뽑아내며 점수차를 5-1까지 벌렸다. SSG는 9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고명준이 삼성 루키 배찬승을 상대로 2점 홈런을 날렸지만 이후 마운드를 이어받은 마무리 김재윤에게 막혀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고명준은 이번 포스트시즌 3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지만 팀 패배로 웃지 못했다.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 삼성은 후라도를 선발로 내세워 시리즈 마침표 찍기에 나선다. SSG는 원조 에이스 김광현이 선발 등판해 0%의 확률 깨기에 도전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임종언(18·노원고)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시니어 첫 대회를 금메달2, 은메달 1개로 마쳤다. 임종언은 13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1차 대회 남자 1000m에서 은메달,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추가했다. 전날 시니어 데뷔전이었던 1500m에서 압도적 스퍼트로 금메달을 딴 임종언은 이번 대회를 메달 3개로 마쳤다. 임종언은 1500m 결선에서 압도적인 막판 스퍼트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2025~2026시즌 첫 월드투어 대회부터 우승을 차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지난 4월 열린 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2022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한 황대헌(26·강원도청)을 제치고 깜짝 1위를 차지한 임종언은 시니어 국제무대에서도 승승장구하며 선발전 우승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임종언은 이날 1000m에서도 초반부터 선두로 나서 2위권과 거리를 넓혀가며 2관왕을 향해 순항하는 듯 했다. 하지만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두고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시겔(26)에게 추월을 허용, 레이스를 2위로 마쳤다. 3위는 중국의 류샤오앙(27)이 차지했다.임종언은 “나에게도 또 한번의 완벽한 레이스였다. 올 시즌이 재밌을 것같다. (1위가) 나라고 생각했는데 금메달을 따려면 더 완벽한 레이스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임종언은 이어 치른 5000m 계주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중국의 류샤오앙과 선두 싸움 끝 금메달을 지켰다. 임종언은 “계주 금메달을 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가족 같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대회는 직전 시즌 월드투어 종합 1위를 차지한 윌리엄 단지누(24·캐나다)의 안방에서 열렸다. 단지누는 전날 남자 500m 1위에 오르며 단거리 최강자 타이틀을 지켰다. 1500m는 준결선에서 탈락한 단지누는 1000m에서 임종언과 메달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예선에서 탈락했다. 다만 매 시즌 한국 선수들과 종합우승을 다퉈온 단지누 역시 임종언의 활약을 눈여겨보고 있다. 단지누는 임종언에 대해 “정말 놀라운 선수다. 나도 저렇게 부드럽게 스케이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지난 해 주니어 무대에서 뛰는 걸 봤는데 국가대표 선발전만 통과하면 위협적인 존재가 되겠구나 싶었다. 잘하는 건 알고있었는데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잘한다. 박수받을 만 하다”고 평했다. 쇼트트랙 월드투어 2차 대회는 다음 주에도 몬트리올에서 이어진다. 임종언은 올 시즌 단지누, 쏜룽(25·중국), 시겔 등과 ISU 쇼트트랙 종합 1위에게 주어지는 크리스털 글로브를 다툴 예정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마스터스 러너들의 가을 축제인 2025 서울달리기(서울시, 동아일보 공동 주최)가 12일 역대 최다인 1만28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히 열렸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는 서울 청계광장 앞 세종대로를 출발해 동대문역, 숭례문 등을 거쳐 청계천 옆 무교로로 골인하는 코스에서 치러졌다. 서울달리기는 하프코스와 11km 코스로 나뉘어 열린다. 올해 대회는 전체 참가자 중 하프코스 참가자가 9100여 명으로 역대 대회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특히 하프코스는 여성 참가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날 하프코스를 처음 완주한 이수민 씨(26·여)는 “늘 10km만 뛰었는데 나를 러닝에 입문하게 한 친구가 ‘최고는 서울달리기다. 하프코스 데뷔를 강렬하게 해봐라’라고 추천해 참가하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20km 이상 긴 거리를 뛴 건 오늘이 처음인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힘이 났다”고 덧붙였다. 김소정 씨(43·여)도 “주위에 하프코스를 뛰는 분들이 많아서 나도 덩달아 하프코스에 도전하게 됐다. 첫 도전이어서 걱정했는데 무사히 완주해 기쁘다”고 말했다.올해 대회에는 지난해까지 레이스 초반에 포함됐던 경복궁 담벼락을 한 바퀴 도는 코스가 제외됐다. 세종대로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오르막을 뛰는 대신 종로에서 동대문 방향으로 곧장 진입하는 코스로 바뀌었다. 과거보다 평탄해진 코스로 초반 페이스 조절이 한결 쉬워지면서 개인 최고기록(PB)을 경신한 러너도 많이 나왔다. 러닝 크리에이터 ‘임바’로 알려진 유문진 씨(35)는 역대 개인 최고 기록인 1시간10분24초로 하프코스 남자부 5위에 올랐다. 유 씨는 “(하프코스와 11km 코스) 참가자들끼리 주로가 겹치지 않도록 대회가 진행돼 좋았다. 도심 한가운데를 달리며 주위 풍경을 마음껏 즐기며 뛸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 생활 20년 차로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는 영국인 숀 블레이클리 씨(45)도 이날 11km 코스에 참가해 개인 최고 기록(43분40초)을 세웠다. 주한영국상공회의소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이번이 두 번째 서울달리기 참가였다. 블레이클리 씨는 “체감상으로는 지난번(2023년)보다 더 힘들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보다(웃음). 오늘 대회에 함께 참가한 유치웅 코치 덕에 기록을 많이 줄였다”고 했다. 유 코치는 이날 1시간9분28초의 기록으로 하프코스 남자부 2위로 골인했다. ‘펀런’(즐겁게 달리기)을 하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러닝크루에서 만나 결혼을 약속한 김성혁(33), 조혜원(32) 씨는 결혼식 날짜가 적힌 풍선을 들고 달렸다. 예비 신부 조 씨는 면사포도 썼다. 조 씨는 “달리면서 (결혼) 축하를 정말 많이 받아서 잘 살 것 같다”고 했다. 김찬우 씨(34)는 29개월 된 쌍둥이 라온, 하온 양을 유아차에 태우고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김 씨가 10km 지점을 통과할 때부터 잠이 든 아이들은 아빠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꿈나라에 빠져 있었다. 최연소 참가자 노현진 군(11)과 최고령 참가자 권오갑 HD현대 회장(74)도 11km를 완주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내 한계를 넘어섰다는 성취감이 크다.” 박현준 씨(41)는 12일 2025 서울달리기 하프코스 남자부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도로에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이날 개인 최고기록을 1분 가까이 줄인 1시간7분53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박 씨는 “올해 목표였던 하프코스 1시간7분대 진입을 달성해 너무 만족스럽다. 앞으로 더는 기록을 단축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 대장암 수술을 받은 박 씨는 수술 후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9월 공주백제마라톤 풀코스 남자부에서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됐었다. 아직 암 완치 판정을 받은 상태가 아닌 박 씨는 “걷기부터 시작한 2023년엔 ‘나도 예전처럼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꾸준히 노력했고, 지금은 잘 달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하프코스 여자부에서는 최미경 씨(45)가 1시간22분41초의 기록으로 대회 2연패를 이뤄냈다. 최 씨의 기록은 지난해보다 1분30초 이상 떨어진다. 양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에 통증을 안고 레이스를 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나만의 속도로 달리며 우승까지 해 더 의미가 크다. (부상 전처럼) 빨리 뛸 수 없어서 함께 훈련하던 러닝크루에서 나와 6개월 동안 혼자 훈련했다”고 말했다.11km 코스 남자부에서는 김민준 씨(42)가 33분45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엘리트 선수 출신인 김 씨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해 14년 전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 현재 그는 선수 컨디셔닝 관리숍을 운영 중이다. 그의 고객 중엔 유명 러닝 크리에이터인 ‘스톤’ 원형석 씨(31)가 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마스터스 러너들 사이에서 ‘스톤의 마사지 선생님’으로 불렸다. 하지만 올해 김 씨가 각종 대회에 출전해 입상하면서 지금은 ‘스톤만큼 잘 뛰는 마스터스 러너’라는 말을 듣고 있다. 김 씨는 “다시 달리다 보니 과거에 나를 괴롭혔던 스트레스가 풀리더라”라며 웃었다. 김 씨는 18일 열리는 2025 경주국제마라톤에선 풀코스에 도전한다. 11km 코스 여자부에선 러닝 코치 박유진 씨(34)가 39분27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조영우 기자 jer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마스터스 러너의 축제인 2025 서울달리기(서울시, 동아일보 공동 주최)가 12일 열렸다. 올해 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1만2800여명이 참가했다. 서울 청계광장 앞 세종대로를 출발한 참가자들은 동대문, 남대문 등을 거쳐 서울광장 옆 무교로로 골인했다. 서울달리기는 하프코스와 11km 코스 두 부문으로 나뉘어 열린다. 올해는 전체 참가자 중 하프코스 참가자가 9100여명에 달했다. 특히 하프코스 여성 참가자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이날 하프코스를 처음 뛰었다는 이수민 씨(26)는 “늘 10km만 뛰었는데 나를 러닝에 입문하게 한 친구가 ‘최고는 서울달리기다. 첫 하프코스 데뷔를 강렬하게 해봐라’라고 추천해 줘서 도전하게 됐다”며 웃었다. 이 씨는 자신에게 서울달리기 참가를 추천한 친구가 최근 아킬레스건을 다쳐 이번 대회에 홀로 참가했다. 이 씨는 “평소에는 갑천(대전)을 혼자 뛴다. 11km 이상을 뛴 건 오늘이 처음이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힘이 났다”고 했다. 데이터사이언스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인 그는 “내게는 올해 가장 큰 목표였던 대회다. 이제는 다시 연구하러 가야 한다”라며 웃었다.김소정 씨(43)도 이날 처음으로 하프코스에 도전해 완주에 성공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하프코스를 많이 뛰어서 나도 덩달아 뛰게 됐다. 첫 도전이어서 어렵긴 했는데 완주해서 기쁘다”고 했다. 김 씨는 “대회가 질서정연하게 진행돼 좋았다. 앞으로 풀코스에도 도전할 생각인데 그때도 완주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지난해 대회까지 레이스 초반에 포함됐던 광화문∼청와대를 지나 경복궁 담벼락을 한 바퀴 도는 코스는 사라졌다. 2022년 대회 때부터 지난해까지 포함됐던 이 코스는 서울의 역사와 현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경복궁 인근 진입 때 도로 폭이 좁아져 병목현상이 발생하곤 했다. 부상 위험이 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기록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올해부터는 레이스 출발 후 청와대로 향하는 오르막을 뛰는 대신 종로에서 동대문 방향으로 곧장 진입한다. 오르막 없는 평탄한 코스라 초반 페이스 조절이 더 쉬워졌다. 러너들에게는 개인 최고기록(PB) 경신을 노릴 기회였던 셈이다.러닝 크리에이터 ‘임바’로 알려진 유문진 씨(35)는 개인 최고기록인 1시간10분24초로 완주해 하프코스 남자부 5위에 자리했다. 유 씨는 “(11km와 하프 코스의) 주로가 겹치지 않아서 달리기 좋았다. 오히려 도심 한 가운데를 달리며 주위 풍경을 더 넓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한국 생활 20년 차인 영국인 션 블레이클리 씨(45)도 이날 11km를 개인 최고기록으로 완주했다.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며 주한영국상공회의소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2년 전 서울달리기 이후 두 번째 참가다. 블레이클리 씨는 “코스가 평탄해졌다고 들었는데 체감상으로는 지난번보다 오르막 구간이 더 힘들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보다(웃음). 그래도 오늘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에 함께 참가한 유치웅 코치 덕에 기록을 많이 줄였다. (하프코스에 참가한) 유 코치가 반대쪽에서 나를 지나쳐 갔다. 1위로 달리고 있더라. 그가 오늘 1위를 할 것 같다”고 했다. 블레이클리 씨의 코치 유 씨는 이날 1분9분28초의 기록으로 하프코스 남자부 2위로 골인했다.블레이클리 씨는 이날 결승선에서 롭 윌킨슨 씨(40)와 함께 ‘인증 샷’을 남겼다. 윌킨슨 씨는 한국 생활 6년 차로 주한영국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윌킨슨 씨가 “두 아이 피비(9), 마가리타(5)에게 보여주기 위해 뛰었다”고 하자 블레이클리 씨 역시 “저도 해리(6), 레오(5)를 위해 뛰었다”며 웃었다. 서울달리기는 서울 도심을 달리며 풍경을 즐기는 ‘펀런’으로도 많은 러너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러닝크루에서 만나 결혼을 약속한 김성혁(33), 조혜원(32) 씨는 결혼 기념 풍선을 들고 뛰었다. 예비 신부 조 씨는 머리에 면사포도 썼다. 다른 러너들은 이들을 보고 “축하한다”는 인사를 남겼다. 내년 3월 결혼식을 앞둔 조 씨는 “달리면서 (결혼) 축하를 정말 많이 받아서 잘 살 것 같다”고 했다. 김 씨도 “‘감사합니다’라고 계속 외치다보니 힘이 들었다”며 웃었다.한성대에서 관광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원린지 씨도 지난해부터 1997년생으로 구성된 러닝크루인 ‘소란스런’에서 달리기 시작해 올해까지 2년 연속 서울달리기 하프코스를 뛰었다. 베트남 출신으로 이날 베트남 국기 모양의 머리핀을 달고 뛴 원 씨는 “97년생 소띠들이 모인 러닝크루 친구들이 응원을 많이 해줬다. 같이 고깃집에 가서 단백질 보충을 하기로 했다”며 웃었다.울산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며 한국에 3년째 거주 중인 아메리제 파운쿠마르 씨(31·남아프리카공화국)는 11km 레이스 완주 후 결승선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파운쿠마르 씨는 “울산, 포항 쪽 대회만 나갔었는데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에 나와보고 싶어서 참가했다”고 했다. 파운쿠마르 씨는 “뛰면서 주위 풍경을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 서울달리기를 하면서 이미 서울 관광을 다 한 것 같은 기분”이라며 웃었다.유아차를 밀며 달리는 ‘캥거루 크루’의 아버지들도 아이들과 함께 레이스를 완주했다. 김찬우 씨(34)는 29개월 된 쌍둥이 라온, 하온 양을 유아차에 태우고 하프코스에 출전했다. 김 씨가 10km 구간을 통과할 때부터 잠에 들었다는 아이들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눈을 뜨지 못했다.같은 크루의 조충훈 씨(39)도 이날 둘째 하윤 양을 유아차에 태우고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조 씨는 “아내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부터 첫째와 뛰기 시작했다. 혼자 뛸 때는 가볍게 뛰다가 아이랑 같이 뛰면서 본격적으로 달렸다”고 했다. 2년 전 서울달리기에서는 첫째 가윤 양(6)을 태우고 완주했던 조 씨는 이번 대회엔 둘째와 함께 했다. 아내 이민정 씨(36)는 첫째 가윤 양과 함께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조 씨를 반겼다.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였던 권오갑 HD현대 회장(74)은 11km 코스를 1시간27분5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혜성(26·LA 다저스)이 생애 처음 출전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연장 끝내기 득점을 만들어내며 팀의 내셔널리그(NL)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다저스의 NL 디비전시리즈(DS) 4차전. 김혜성은 1-1로 맞선 연장 11회말 1사 이후 안타를 치고 출루한 토미 에드먼의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혜성은 앞선 와일드카드결정전 2경기와 NL 디비전시리즈 3경기를 모두 벤치에서만 보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6명의 선수 중 벤치만 덥힌 유일한 선수였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한 점 승부로 펼쳐진 경기 후반이 되자 마침내 김혜성을 호출했다. 김혜성은 2사 후 맥스 먼시의 중전 안타 때 3루에 안착했다. 이어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필라델피아의 5번째 투수 오라이언 커커링에게 볼넷을 얻어내 2사 만루 기회가 됐다. 끝내기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9번 타자 앤디 파헤스가 친 타구는 커커링 쪽으로 힘없이 흘렀다. 하지만 당황한 커커링이 공을 더듬는 사이 김혜성은 빠르게 홈으로 파고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커커링에게는 기회가 있었다. 다시 공을 잡아 1루로 송구하면 이닝을 끝낼 수 있었다. 포수 J T 릴뮤토도 오른팔을 들어 1루를 가리켰다. 그런데 다음 순간 누구도 예상 못 한 장면이 펼쳐졌다. 패닉에 빠진 커커링이 홈플레이트를 향해 공을 뿌린 것이다. 게다가 이 공은 릴뮤토 키를 훌쩍 넘어가는 악송구가 됐다. 포수와의 충돌을 피해 홈을 지나쳤던 김혜성은 다시 한번 홈플레이트를 밟아 득점을 확인한 뒤 동료들과 함께 환호했다. 투수 실책으로 얻은 다저스의 2-1 끝내기 승리였다. 김혜성은 “나도 (투수가) 홈으로 던져서 놀랐다. 일단 최대한 빨리 뛰었다”며 “홈으로 쇄도하면서 상대 포수와 부딪쳤다. 혹시나 홈플레이트를 터치하지 못했을지도 몰라 다시 홈을 밟았다. 0.1%의 오류도 남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필라델피아를 꺾고 NL 챔피언십시리즈에 선착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다저스는 최근 13년 동안 8번째 NL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포스트시즌 들어 구원투수로 맹활약하고 있는 다저스의 일본인 투수 사사키 로키(24)는 이날도 8회에 등판해 3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승리의 발판을 놨다. 반면 정규시즌에서 55홈런을 때렸던 오타니 쇼헤이(31)는 디비전시리즈 4경기를 18타수 1안타(타율 0.056)로 마쳤다. 다저스의 챔피언십시리즈 상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같은 날 시카고 컵스가 밀워키를 6-0으로 꺾으면서 두 팀은 2승 2패로 동률이 됐다. 다저스는 12일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한 팀과 맞붙는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가을철 대표적인 달리기 축제로 꼽히는 2025 서울달리기(서울시, 동아일보 공동 주최)가 12일 오전 8시 서울 청계광장 앞 세종대로에서 출발해 시내 일원을 거쳐 청계천을 돌아오는 코스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하프코스와 11km 두 부문으로 나뉘어 열리는데, 올해 대회에는 전체 참가자 1만2800여 명 중 하프코스 참가자가 9100여 명으로 역대 대회를 통틀어 가장 많다. 11km 참가자는 3600여 명이다. 서울달리기는 원래 10km(2023년 대회부터 11km로 변경) 정도의 가벼운 달리기를 즐기는 러너가 더 많은 대회였다. 10년 전만 해도 참가자 열에 일곱은 10km를 뛰었다. 하지만 달리기 열풍 속에 이제는 열에 일곱이 하프코스를 뛰는 대회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달리기 붐’이 일면서 하프코스를 가볍게 뛸 수 있는 러너가 늘어난 영향이다. 서울달리기는 2023년 대회 때부터 하프코스 참가자 수가 10km 참가자 수를 넘기 시작했다. 지난해는 참가자의 65%가 하프코스를 신청했고, 올해는 70%를 넘겼다. 특히 여성 참가자들의 하프코스 유입이 두드러진다. 이번 대회 11km 부문 여성 참가자는 지난해 대회(1800여 명)보다 500여 명 줄어든 1300여 명이다. 반면 하프코스 부문 여성 참가자는 지난해보다 570여 명 늘어나 2400명에 가까워졌다. 남성 참가자는 하프코스와 11km 모두 꾸준히 늘고 있다. 하프코스 참가자는 지난해보다 1000여 명 늘어난 6700여 명, 11km 참가자도 100여 명 늘어난 2200여 명이다. 하프코스와 11km 모두 청계광장 앞 세종대로를 출발해 청계천 인근 무교로로 골인한다. 하프코스는 동대문∼을지로를 거쳐 청계천을 순환하는 코스다. 11km도 하프와 동일한 코스로 뛰다가 청계천 삼일교에서 북쪽 방향으로 꺾어 청계천 순환 없이 바로 결승선으로 향한다. 기록을 중시하는 러닝 마니아라면 이번 대회에서 개인 기록 경신에도 도전해 볼 법하다. 올해 대회는 ‘S그룹’을 신설해 좋은 기록을 보유한 참가자들이 선두 그룹에서 먼저 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대회까지 레이스 초반에 포함됐던 광화문∼청와대를 지나 경복궁 담벼락을 한 바퀴 도는 코스는 사라졌다. 2022년 대회 때부터 지난해까지 포함됐던 이 코스는 서울의 역사와 현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경복궁 인근 진입 때 도로 폭이 좁아져 병목현상이 발생하곤 했다. 부상 위험이 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기록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올해부터는 레이스 출발 후 청와대로 향하는 오르막을 뛰는 대신 종로에서 동대문 방향으로 곧장 진입한다. 오르막 없는 평탄한 코스라 초반 페이스 조절이 더 쉬워졌다. 남대문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서울 도심 주요 랜드마크를 두 발로 뛰며 둘러볼 수 있는 서울달리기는 해외 참가자들에게도 인기 있다. 올해 대회에는 46개국 160여 명의 외국인이 참가 신청을 했다. 오산 미군기지에 주둔하는 미군 23명도 하프코스에 단체로 참가한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에서 23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킹’ 르브론 제임스(41·LA 레이커스)가 개막전에는 나설 수 없게 됐다. 제임스는 앞서 22번의 개막전은 모두 출전했다.제임스의 소속팀인 LA 레이커스는 10일 “제임스가 좌골신경통으로 22일 안방에서 열리는 골든 스테이트와의 개막전에 나서지 못한다”고 알렸다. 좌골신경통은 엉덩이에서 시작해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에 염증이 생기거나 강한 압박을 받아 발생하는 통증이다.제임스는 3~4주 후 재검을 받을 예정으로 이달 내 경기 출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임스는 지난주 시작된 레이커스의 공식훈련에도 부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NBA에서 22시즌을 뛰어 빈스 카터(은퇴)와 최다 시즌 출전 공동 1위인 제임스는 이번 시즌 경기에 나서면 이 부문 단독 1위에 오를 수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김혜성이 처음 출전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끝내기 득점을 올리며 LA 다저스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NL)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김혜성은 10일 열린 NL 디비전시리즈 4차전 필라델피아와의 안방경기에서 양 팀이 1-1로 맞선 연장 11회말 1사 이후 토미 에드먼이 좌전 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았다.김혜성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은 올린 야수 중에 앞선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와 NL 디비전시리즈 3경기를 모두 벤치에서만 보낸 유일한 선수였다.이날 다저스는 사사키 로키가 8~10회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왔다. 필라델피아는 5차전에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었던 헤수스 루자르도를 10회말 마운드에 올리며 총력전을 펼쳤다.11회말에도 마운드를 지킨 루자르도는 에드먼에게 안타를 허용한 이후 윌 스미스를 중견수 직선타로 돌려세웠다. 발이 빠른 김혜성도 1루에 묶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맥스 먼시의 안타로 희망을 살리면서 루자르도를 강판시켰다. 이때 김혜성은 3루까지 안착했다. 이어 다저스는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바뀐 투수 오리온 커커링에게 볼넷을 얻어 2사 만루 기회를 이어갔다.2사 만루 상황에서 이날 4타수 무안타였던 다저스 9번 타자 앤디 파해스가 평범한 투수 앞 땅볼을 쳤다. 하지만 공을 더듬은 커커링은 홈으로 질주하는 김혜성을 본 뒤 급하게 홈플레이트로 송구했다. 하지만 공은 포수 옆을 한참 빠져 나갔다. 2사 만루 상황에서 자동 스타트를 했던 김혜성이 상대 투수의 악송구 실책 속에 끝내기 득점을 하면서 3시간 30분에 걸친 혈투는 다저스의 승리로 끝났다. 이날 2-1로 승리해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기록한 다저스는 필라델피아를 따돌리고 NL 챔피언십시리즈에 선착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트라우마 현장이 치유의 무대가 됐다. 삼성 오른손 투수 최원태(28)가 데뷔 10년 만에 포스트시즌(PS) 첫 승리를 따냈다. 최원태는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해 안방 팀 SSG 타선을 6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5-2 승리에 앞장섰다. 최원태에게 이 구장은 아픈 기억이 깃든 장소다. 최원태는 키움 소속이던 2022년 SSG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때 이 구장에서 김강민(43·은퇴)에게 끝내기 3점 홈런을 맞았다. 팀이 4-2로 앞선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지만 승리를 지켜내지 못한 것. 한국시리즈 역사상 역전 끝내기 홈런을 맞은 투수는 최원태가 처음이었다. 키움은 결국 6차전까지 내주면서 창단 후 첫 우승 기회를 놓쳤다. 3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최원태는 “그날을 생각하면서 (구장에) 왔다. (끝내기 홈런) 잔상이 떠오르더라. 그래도 오늘은 마무리가 아니라 선발 투수로 나가니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포수) 강민호(40) 형이 시속 147km가 넘는 공은 제구가 안 되니까 빠른 공은 던지지 말라고 했다. 스피드를 줄이는 대신 제구에 신경 쓴 게 잘 통했다”고 했다. 최근 10년간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 최원태(86승)보다 승리를 많이 따낸 오른손 투수는 없다. 하지만 최원태는 지난해까지 PS 선발 등판 6경기에서는 12와 3분의 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6.30을 기록했다. 이날 전까지는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운 적도, 무실점 투구를 펼친 적도 없었다. 이날 전체 투구 수 93개 중 63개(67.7%)를 스트라이크로 꽂아 넣은 최원태는 “맞더라도 (스트라이크) 존에 넣자고 생각했다”면서 “오전에 박병호(39) 형을 사우나에서 만났는데 ‘흔들리더라도 단순하게 생각하고 집중하라’고 얘기해준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최원태가 올해 최고의 피칭을 했다. 이렇게 좋은 활약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최원태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며 박수를 보냈다. 계속해 “타격이 살아나야 우리 팀다운 야구가 되는데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평했다. 올 시즌 팀 홈런 1위(161개)에 오른 삼성 타선은 경기 시작부터 달아올랐다. 1회초 선두타자 이재현(22)이 SSG 선발 투수 화이트(31)의 초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역대 PS 538경기 만에 처음 나온 선두타자 초구 홈런 기록이다. 이어 3회초에는 김영웅(22)이 2점 홈런을 날리며 3-0으로 달아났다. 4회초에도 적시 2루타를 치고 나간 디아즈(29)를 김지찬(24)이 불러들이면서 2점을 보탰다.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WC) 두 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디아즈는 이날 5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부진 탈출 신호탄을 쐈다. SSG는 7회말 고명준(23)의 2점 홈런으로 추격했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특히 2-5로 뒤지던 8회말 2사 만루에서 고명준이 3루수 앞 땅볼로 물러난 게 아쉬웠다. 2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간 화이트 이후 뒤진 상황에서도 ‘필승조’를 연이어 투입한 이숭용 SSG 감독은 “선수들이 많이 긴장했더라. 가을 야구 분위기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1차전 승리로 삼성은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85.3%를 잡았다. 지난해까지 34번 열린 준PO에서 1차전 승리 팀은 29번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10일 같은 장소에서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하는 2차전에 삼성은 가라비토(30), SSG는 김건우(23)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인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인천=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토론토가 9년 만에 아메리칸리그(AL) 챔피언결정전(CS)에 진출했다. 토론토는 9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AL 디비전시리즈(DS·5전 3승제) 4차전에서 안방 팀 뉴욕 양키스에 5-2로 승리하며 3승 1패로 시리즈를 끝냈다. 류현진이 2023년까지 4년간 뛰었던 토론토가 ALCS에 향하는 건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클리블랜드에 1승 4패로 패했다. 토론토는 1992, 1993년 월드시리즈 2연패를 차지한 뒤로는 AL 챔피언에 오른 적이 없다. AL 동부지구에 속한 토론토와 양키스는 똑같이 94승 68패(승률 0.580)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토론토는 상대 전적에서 8승 5패로 앞서 2015년 이후 10년 만에 AL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토론토 간판 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6)는 “우리 팀에도 스스로를 믿지 못한 이들이 있었지만 늘 ‘온 나라’가 우리 뒤에 있다고 말해 왔다. 캐나다에 다시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기고 싶다”고 말했다. 토론토는 MLB 30개 팀 중 유일하게 캐나다 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다.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 시니어(50)가 몬트리올(현 워싱턴)에서 뛸 때 태어난 게레로 주니어는 캐나다 국적도 보유하고 있다. 반대편 ALDS 4차전에서는 안방 팀 디트로이트가 시애틀에 9-3 승리를 거두고 승부를 최종 5차전까지 끌고 갔다. 두 팀은 11일 시애틀에서 ALDS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내셔널리그(NL)에서는 LA 다저스가 필라델피아에 2-8로 패해 올해 포스트시즌 5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다저스가 2승 1패로 앞선 가운데 두 팀은 10일 LA에서 4차전을 치른다. 2연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시카고 컵스는 이날 안방 경기에서 밀워키를 4-3으로 꺾고 기사회생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야구 삼성 오른손 투수 최원태(28)는 올해까지 통산 86승 65패 평균자책점 4.42를 거둔 수준급 선발 투수다. 안정감 있는 투구에 젊은 나이를 앞세워 지난 시즌 후 삼성과 4년 70억 원짜리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하지만 ‘가을 무대’의 최원태는 전혀 다른 투수다. 8일까지 포스트시즌 18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2패만 당했다.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은 무려 11.16에 이른다. 올해 NC와의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에도 7회 2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구원 등판했으나 몸에 맞는 공만 내준 뒤 곧바로 교체됐다.최원태는 9일 SSG의 안방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시작되는 삼성과 SSG의 준플레이오프(준PO·3전 2승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선수로 꼽힌다. 최원태는 이날 1차전 삼성 선발 투수로 등판해 SSG 외국인 투수 화이트(31)와 맞대결한다. 지난해까지 치른 총 34번의 준PO 1차전 승리 팀은 29차례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85.3%의 확률이 1차전에 걸려 있다. 삼성이 이토록 중요한 1차전에 최원태 카드를 꺼낸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정규시즌 4위 삼성은 7, 8일 열린 NC와의 WC에서 1∼3선발을 모두 소진했다. 7일 1차전에서 에이스 후라도를 내고도 패(1-4)한 뒤, 8일 2차전에서 2선발 원태인과 3선발 가라비토를 모두 기용해 겨우 승리(3-0)했다.최원태가 상대할 SSG는 그에게 가을야구 최대 트라우마를 안긴 팀이다. 2022년 한국시리즈 당시 키움 소속이었던 최원태는 2승 2패로 맞선 5차전 4-2로 앞선 9회말 대타 김강민(은퇴)에게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맞았다. 시리즈의 물줄기를 바꾼 이 홈런 한 방으로 키움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은 물거품이 됐다. 최원태는 이듬해인 2023년 선발진이 헐거웠던 LG에 ‘우승 청부사’로 트레이드됐다. 최원태는 정규시즌에선 9승 7패로 선전했지만 KT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4실점 한 뒤 강판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최원태는 이제껏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한 번도 5회를 채우지 못했다. 최원태에게 9일 SSG전은 포스트시즌 첫 선발승의 기회이자 그간의 가을 악몽을 날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원태는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SSG를 상대로 5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삼성전 4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한 화이트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 삼성 타자들은 경기 초반부터 최원태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삼성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홈런(161개)과 득점권 타율(0.291) 1위에 오른 타격의 팀이었다. 하지만 NC와의 WC에서는 구자욱, 디아즈 등 중심 타선이 동반 침묵하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7일엔 5안타에 그치며 완패했고, 8일엔 안타 하나만 치고도 역대 포스트시즌 최소 안타 기록으로 승리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49)은 “SSG는 투수력이 좋다. 초반에 점수를 내야 이길 확률이 커진다”고 말했다. SSG는 마운드의 힘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정규시즌 3위에 올랐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은 3.36으로 10개 팀 중 1위를 했다. 피안타율(0.244)도 리그에서 가장 낮다.1선발 앤더슨(31)이 장염에 걸리는 바람에 1차전에 나서지 못하지만 2선발 화이트가 기선 제압에 성공하면 오히려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경기 중반까지 앞서면 리그 최초로 ‘동반 30홀드’를 달성한 노경은(41), 이로운(21)이 뒤를 지킨다. 30세이브를 거둔 마무리 투수 조병현(23)이 버티는 뒷문도 든든하다. 이숭용 SSG 감독(54)은 “정규시즌 3위에 멈추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현대에서 함께 뛰며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합작했던 박 감독과 이 감독은 지도자로는 처음 포스트시즌에서 맞붙는다. 정규시즌에서는 삼성이 8승 7패 1무로 조금 앞섰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소노가 SK를 꺾고 2025∼2026시즌 남자 프로농구 개막 후 3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소노는 8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SK와의 안방경기에서 82-78로 승리했다. 3쿼터까지 69-54로 15점이 앞섰던 소노는 경기 종료 13초를 남기고 SK의 주포 자밀 워니에게 3점포를 허용해 2점 차(80-78)까지 쫓겼다. 하지만 소노는 경기 종료 8초를 남기고 아시아 쿼터 선수 케빈 켐바오(필리핀)가 SK 오재현에게 U파울을 당한 뒤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소노는 네이던 나이트(25점, 14리바운드)와 켐바오(18점, 10리바운드)가 나란히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개막 후 두 경기 동안 외곽포가 침묵했던 소노의 슈터 이정현은 이날 3점슛 3개를 포함해 16점을 올렸다. 이번 시즌부터 소노의 지휘봉을 잡은 손창환 감독은 2연패를 벗어나 프로 사령탑 첫 승을 거뒀다. 손 감독은 경기 후 소노 선수들에게 축하 물세례를 받았다. 1승 2패가 된 소노는 현대모비스와 공동 8위에 자리했다. 개막 후 연승 행진을 2경기에서 멈춘 SK(2승 1패)는 KT, DB, 정관장과 공동 1위가 됐다. 이날 DB는 정관장을 75-69로 꺾고 이번 시즌 안방경기 첫승을 기록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농구 SK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7차전 패배를 새 시즌 개막전에서 되갚았다. SK는 3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첫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디펜딩 챔피언’ LG에 89-81 승리를 거뒀다.SK는 4쿼터 종료 5분 35초 전까지 LG에 57-70으로 뒤졌다. 그러나 이후 20점을 몰아 넣는 동안 7점만 내주면서 77-77으로 4쿼터를 마쳤다. 흐름을 뒤집은 SK는 연장에서 12-4로 앞서며 역전승을 완성했다.‘슈퍼 팀’ KCC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안방 팀 삼성에 89-82로 이겼다. KCC에서는 허웅(29점), 숀롱(23점), 최준용, 송교창(이상 15점) 등 주전 선수 4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KCC 지휘봉을 잡은 이상민 감독은 2022년까지 자신이 이끌던 삼성을 상대로 사령탑 복귀 첫 승을 올렸다. 울산에서는 방문 팀 DB가 현대모비스를 71-68로 꺾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11년 프로농구 SK의 신인 감독과 루키로 만나 10년간 함께하며 정규리그 우승 2번, 챔피언결정전 우승 1번을 합작했던 문경은 감독(54)과 김선형(37)은 올해 나란히 휴대전화 통신사를 SK텔레콤에서 KT로 바꿨다.통신사를 먼저 갈아탄 건 문 감독이었다. 문 감독은 2021년 SK 감독에서 고문으로 물러난 뒤 한국농구연맹(KBL) 경기본부장과 방송사 해설위원을 지냈다. 하지만 첫 우승에 목마른 ‘통신사 라이벌’ KT가 그를 우승 청부사로 영입하며 통신사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문 감독은 5월 23일 KT와 계약할 때만 해도 포인트가드 허훈(30)을 중심으로 대권 도전을 꿈꿨다. 그런데 닷새 뒤 자유계약선수(FA) 허훈이 KCC로 이적하며 계획이 바뀌었다. 그때 문 감독이 제일 먼저 전화한 사람이 SK 사령탑 시절 10년 내내 포인트가드를 맡겼던 김선형이었다. 김선형도 지난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상태였다. 2011년부터 14년 동안 SK 한 팀에서만 뛴 김선형은 문 감독의 전화를 받은 그날 바로 KT와 계약했다.문 감독은 “(영입 제안을 하려고) 만나자고 했을 때 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는데 그날 바로 결정까지 해줬다. 선형이가 신인 때도 (슈팅가드에서 포인트가드로) 포지션을 변경해야 했는데 군말 없이 잘 따라와 줬다. 정상급 선수가 된 지금도 나를 믿고 뒤도 안 보고 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그렇게 ‘LTE 시절’ 초보 감독과 신인으로 첫 인연을 맺은 둘은 ‘5G 시대’에 베테랑 감독과 선수로 다시 만났다. 둘 모두 ‘검증된 경력직’이기에 적응 속도도 5G급이다. 김선형이 계약서에 사인한 지 이틀 만에 두 사람은 KT스포츠 산하에 같이 있는 프로야구 팀 KT 위즈 경기에서 시구·시타에 나섰다.시구·시타도 경력직이었다. SK에서 2017∼2018시즌 챔프전 우승을 했을 때도 둘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경기에서 시구·시타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문 감독은 김선형이 던진 공을 받아치면서 운동 신경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선형이 던진 공을 치지 않았다. 문 감독은 “이번에도 치려면 충분히 칠 수 있었다. 그런데 힘들게 겨우 데려왔는데 혹시 타구에 맞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서 못 치겠더라”라며 웃었다.유니폼은 바꿔 입었지만 김선형은 여전히 문 감독의 ‘뛰는 농구’를 코트 위에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페르소나’다. 문 감독은 “내 농구를 가장 잘하고, 잘 아니까 팀원들에게 잘 전달해 달라”며 김선형에게 주장을 맡겼다. 김선형은 “감독님이 교수님이면 제가 조교인 느낌이다. 추구하시는 농구를 잘 아니 옆에서 얘기해주면 (동료) 선수들도 빨리빨리 알아듣는다”며 “SK에서 함께 많은 걸 이루고 같이 팀을 옮겼다. KT에서 창단 첫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함께 쓰는 것도 기대된다”고 했다.문 감독은 “선형이는 퍼포먼스를 유지만 해도 충분한데 KT 장신 포워드진이 함께 달리면 더 강해질 수 있다. 선형이가 이렇게 달리는데 나머지 선수들이 안 달릴 수 없다. 저는 내비게이션만 켜주면 된다”고 했다.KT는 4일 두 사람의 친정팀 SK와 2025∼2026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SK 전희철 감독(52)은 문 감독이 SK 사령탑을 지낼 때 10년간 수석코치로 함께한 사이다. 다음 날인 5일 만나는 KCC는 농구대잔치 시절 문 감독과 연세대에서 함께 활약한 이상민 감독(53)이 이끌고 있다. 문 감독은 감독실 벽에 적은 일정표 중 이 두 경기에는 따로 빨간색 표시까지 해놨다.“두 경기는 꼭 잡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저 두 경기만 잘 넘기면 이번 시즌이 잘 풀릴 것이다. 서로 스타일을 너무 잘 알아서 수싸움이 엄청날 것 같다. (디펜딩 챔피언) LG에 SK, KCC 세 팀을 상대로 각 3승 3패 이상만 하면 충분히 대권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다.”수원=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영국 출신의 세계적 팝스타 해리 스타일스(31)는 지난달 베를린 마라톤에서 ‘서브3’를 달성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안에 완주하는 ‘서브3’는 마스터스 러너들에겐 ‘꿈의 기록’으로 통한다. 3월 도쿄 마라톤 때 처음 풀코스에 도전해 3시간24분7초에 완주했던 스타일스는 베를린에서 2시간59분13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타일스가 그날 입고 뛴 러닝 팬츠에도 폭발적인 관심이 쏠렸다.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 브랜드 제품인 이 팬츠는 베를린 마라톤 이후 판매량이 50% 넘게 늘었다. 러너들이 이 팬츠에 열광한 건 단지 ‘스타 효과’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타일스는 도쿄 마라톤 때도 이 팬츠를 입고 뛰었다. 이 브랜드가 대대적 홍보에 나선 것도 아니었다. 브랜드 창립자조차 ‘너네 제품 아니냐’고 지인들이 알려준 덕에 스타일스가 자사 팬츠를 입고 뛴 사실을 알게 될 정도였다. 같은 사람이 같은 팬츠를 입고 풀코스를 뛰었는데 유독 이번에만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풀코스 완주자’ 스타일스와 ‘서브3 달성자’ 스타일스를 대하는 러너들의 온도 차가 극명한 데는 이유가 있다. 서브3를 하려면 1km를 최소 4분 15초에 달려야 한다. ‘4분 16초는 안 되냐’고 묻는다면 답은 ‘절대 불가’다. 1km당 두세 걸음 차이지만 완주 기록은 3시간1초92가 된다. 1km당 4분 15초 페이스는 시속 약 14.12km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페달을 부지런히 밟아야 나오는 속도다. 따릉이를 탄 사람과 3시간 내내 나란히 뛰어야 ‘서브3’가 가능하다. 누구나 꾸준히만 뛰면 3시간대 풀코스 완주는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서브3는 10년을 뛰어도 달성하기 힘든 벽이다. 그런데 스타일스는 6개월 만에 풀코스 기록을 25분 가까이 줄였다. 러너들이 줄지어 팬츠를 따라 살 만큼 동경할 만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열광한 대상은 ‘팝스타’ 스타일스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땀을 흘렸을 ‘러너’ 스타일스였다. 따지고 보면 서브3를 위해 필요한 그 ‘각고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다음 한 걸음을 내딛는 ‘별것 아닌 일’이다. 결국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야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별거 아닌 일도 쉼 없이 반복하는 게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풀코스 완주가 불가능한 일인 이유이기도 하다. 잠깐의 전력 질주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열정만 앞선 오버페이스는 ‘중도 포기(DNF·Did Not Finish)’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자신만의 속도와 호흡으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쌓아야만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 결승선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계속 달리는 이들에게만 허락된 선물이다. 이를 얻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내 실력에 맞는 페이스를 유지하며 뛰거나, 내가 원하는 페이스에 맞는 실력을 쌓거나. 시작은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선에 서는 것이다. 제아무리 ‘마라톤 영웅’ 황영조(55)라도 일단 출발선에 나타나지 않으면 1km도 뛸 수 없다. 임보미 스포츠부 기자 bom@donga.com}

‘디펜딩 챔피언’ LA 다저스에 와일드카드 시리즈(WC·3전 2승제) 무대는 너무 좁아 보였다. 다저스는 1일 안방에서 신시내티와 맞붙은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NL) WC 1차전에서 홈런 5개를 터뜨리며 10-5로 승리했다. 오타니 쇼헤이(31)와 테오스카르 에르난데스(33)가 각각 ‘멀티 홈런’(1경기 2홈런 이상)을 쳤고 토미 에드먼(30)도 3회말 솔로 홈런 1개를 보탰다. 다저스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오타니는 1회말 첫 타석부터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정규시즌에서 개인 최다인 55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오타니는 상대 선발 투수 헌터 그린(26)이 던진 시속 100.4마일(약 161.6km)짜리 속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오타니가 MLB에서 홈런으로 연결한 가장 빠른 공이 이 투구였다. 오타니는 이어 6-0으로 앞선 6회말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비거리 138.4m짜리 대형 홈런으로 2점을 추가했다. MLB가 스탯캐스트로 타구 거리를 측정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다저스 타자가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멀리 날린 홈런이다. 다저스 5번 타자로 나선 에르난데스는 3회말(3점)과 5회말(1점)에 연타석 홈런을 쳤다. LA 에인절스에서 뛴 6년 동안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던 오타니는 다저스 이적 후 첫 시즌이던 지난해 지명타자로만 뛰면서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투수로도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번 WC가 3차전까지 가게 되면 오타니가 3차전에 선발 등판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정규시즌 마지막에 투타 모두 감이 좋아서 깔끔한 마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임하고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저스 내야수 김혜성(26)은 WC 엔트리엔 이름을 올렸지만 1차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시카고 컵스도 이날 안방에서 열린 NL WC 1차전에서 샌디에이고를 3-1로 물리치고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아메리칸리그(AL) WC 두 경기는 모두 방문 팀의 승리로 끝났다. 디트로이트는 클리블랜드를 2-1로, 보스턴은 뉴욕 양키스를 3-1로 각각 꺾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정규시즌 우승팀이 탄생했다. ‘서울의 자존심’ LG 트윈스다.정규리그 우승까지 1승만 남겨둔 채 3연패로 시즌을 마치며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하지 못한 LG가 자존심은 조금 구겼지만 극적으로 정규시즌 1위를 확정했다. LG는 1일 안방 서울 잠실구장에서 치른 NC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5위 NC에 3-7로 패했다. 정규 시즌 성적은 85승56패3무(승률 0.603)였다. 이날 9회말 LG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오후 10시에 잡혔다. 정규시즌 자력우승이 좌절된 시간이었다. 같은 시간 문학구장에서는 2위 한화가 SSG를 이기고 있었다. 한화는 이 경기를 포함해 3일 KT와의 시즌 최종전까지 모두 이기면 LG와 동률을 이룰 수 있었다. 이 경우 LG와 한화는 4일 1위 결정전이라 불리는 타이브레이크로 우승을 정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이 경기 막판 LG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한화 마무리 투수 김서현은 5-2로 앞선 9회말 투아웃까지 잡아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1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런데 김서현이 대타 류효승에게 안타, 현원회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어느새 한 점차 승부가 된 것이다. 흔들린 김서현은 다음타자 정준재까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허용했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올해 신인인 이율예가 김서현을 상대로 끝내기 2점 홈런을 작렬한 것이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한화는 83승56패4무(승률0.597)로 LG를 승률에서 따라 잡을 수 없게 됐다. NC전 패배 후 라커룸에서 TV를 통해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LG 선수단은 1시간 넘게 경기장을 지키며 응원가를 부르던 팬들 앞에서 우승 확정 세리머니를 할 수 있었다.2023년 29년 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한 LG는 2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에 직행에 V4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LG는 앞선 세 차례(1990, 1994, 2023) 정규시즌 우승 때는 모두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밟았다. SSG가 한화를 잡아주면서 LG는 4번째 통합우승으로 가는 8부능선도 넘었다. 이제껏 정규리그 우승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경우는 85.3%(34회 중 29회)나 된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