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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준형 선배님 ‘크로스오버’ 드리블을 가로채 속공 득점을 올린 순간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프로농구 SK의 신인 가드 오재현(22·187cm)은 지난해 12월 8일 다시 태어났다. 이 날은 오재현의 프로 데뷔전. 직전 국내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SK에 선발된 오재현이 빨리 경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없었다. 오재현 본인도 “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지’라는 생각만 있었다”던 차에 전격 투입된 KGC와의 경기. 4쿼터에 투입돼 약 6분간을 뛴 오재현은 KGC의 간판 가드인 변준형을 막은 단 두 번의 수비로 2라운드 신인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오재현은 “개인기가 좋은 준형 선배님이 조금 열 받은 표정이 보였는데, 순간 ‘내가 프로에서 할 일은 있겠구나’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오재현은 문경은 감독의 배려로 꾸준하게 출장 기회를 잡으면서 강력한 신인상 후보가 됐다. 이번 시즌 36경기에 출장해 경기당 평균 5.7점에 2.3 리바운드, 1.5어시스트로 다른 경쟁자보다 기록이 좋다. 1월 3일 DB 전에서는 19득점을 폭발했다. 기록되지 않은 수비와 속공 전환, 연계에서도 팀 공헌도가 높다. 오재현은 “감독님께서 이번 시즌은 대학 때 잘했던 플레이를 그대로 해보라고 하셨다. 감독님께서 고칠 것은 다음 시즌에 수정을 하면 된다고 해주셨다. 이 배려 덕분에 신인으로 투지를 갖고 할 수 있는 농구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리그에서 어떤 유형의 가드로 살아남을지 방향도 확실하게 섰다. 오재현은 “밖에서는 SK의 화려한 개인 공격만이 보였지만 이 팀에 와보니 수비 훈련도 많고, 조직적으로 뛰는 양도 만만치 않았다”며 “공격이나 슛을 얼마나 성공시킬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코트에 들어가면 플레이가 전혀 안 되더라. 체력과 젊음으로 상대를 수비에서부터 괴롭히고 힘을 빼놓자는 마인드로 무조건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틈틈이 한국 농구의 레전드인 양동근(은퇴)의 플레이 영상을 돌려보며 수비의 중요성을 리마인드하고 있다. 오재현은 “나는 김승현(은퇴), 신명호(KCC 코치) 선배님들처럼 뺏는 수비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동근 선배처럼 지긋이 상대를 계속 따라다니는 수비가 맞다. 끝까지 쫓다보면 상대가 당황하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SK는 간판 가드 김선형의 백업 자원, 또 상무에 지원한 최성원의 공백을 메울 알짜 신인을 찾은 것에 큰 위안을 삼는다. 오재현은 “지금까지 농구 잘한다는 얘기를 못 들어봤는데 SK에서 듣고 싶다”는 말로 각오를 전했다. 2020~2021시즌 KBL(한국농구연맹) 신인상은 7일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오재현 외에 김진영(삼성), 박지원(KT), 이윤기(전자랜드) 등이 신인상 후보에 올라 있다.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프로축구 수원 FC가 천신만고 끝에 K리그1 첫 승을 거뒀다. 이번 시즌 K리그2(2부)에서 승격한 수원 FC는 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7라운드 제주와의 안방경기에서 후반 45분 터진 조유민(사진)의 극장골로 2-1로 이기며 3무 3패 만에 값진 첫 승리를 신고했다. 수원 FC는 인천 대구와 승점 6으로 같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6경기 무패 행진(1승 5무) 중이던 제주는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좌우 윙백을 내리며 사실상 수비 5명인 5백 수비를 이번 시즌 처음으로 꺼내든 수원 FC는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팀 가로채기가 가장 많은 제주의 압박에 고전했다. 제주의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의 강한 전진 압박에 후방에서 공 돌리기도 쉽지 않았다. 점유율도 42 대 58로 밀렸다. 수원 FC는 외국인 공격수 라스와 무릴로의 전개로 간간이 역습을 펼쳤다. 0-1로 뒤진 전반 종료 직전 무릴로가 제주 수비의 오프사이트 트랩을 뚫고 움직인 라스에게 정확하게 전진 패스를 연결했고, 라스가 감각적인 칩샷으로 골문을 열었다. 후반에도 수원 FC는 제주에 주도권을 내줬으나 1-1로 맞선 후반 종료 직전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윤영선이 헤딩으로 떨어뜨려 준 공을 조유민이 받아 왼발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비디오판독(VAR) 행운도 따랐다. 전반 35분 0-0 상황에서 제주 안현범이 득점을 올렸지만 이전 수원 FC의 공을 뺏는 과정에서 파울을 한 것으로 판독돼 골이 취소됐다. 조유민의 결승골이 터진 이후 제주 주민규가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으나 다시 이전 상황에서 핸드볼 반칙을 한 것으로 판독돼 노골로 선언됐다. 반대로 라스의 선제골 과정에서 선심이 기를 올려 오프사이드 선언을 했으나 VAR를 통해 골로 인정됐다. 3일 경기에선 전북이 최보경, 일류첸코, 바로우의 릴레이 골로 수원을 3-1로 격파하며 5승 2무(승점 17점)로 단독 선두를 내달렸다. 울산(4승 2무 1패)도 지난달 한일 국가대표 평가전에 나섰던 이동준의 골로 성남을 1-0으로 꺾고 네 경기 만에 승리를 추가하며 2위 자리에 올랐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농구 6강 순위가 확정되면서 플레이오프(PO) 대진이 정해졌다. 현대모비스는 4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안방경기에서 37득점, 14리바운드를 올린 숀 롱(사진)의 활약에 힘입어 84-75로 승리했다. 32승 21패가 된 현대모비스는 KCC에 이어 2위가 확정되면서 4강 PO에 직행했다. KGC는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91-86으로 이기며 3위를 확정했다. KGC의 제러드 설린저는 40분 풀타임을 뛰며 26득점, 15리바운드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4위가 된 오리온은 경기 후반 전력의 핵심인 이승현이 발목을 다쳐 PO를 앞두고 대형 악재를 안게 됐다. 5위는 전자랜드로 확정된 가운데 6위 KT는 KCC를 연장 접전 끝에 112-111로 제압했다. SK는 LG에 75-60으로 승리했다. DB와 SK, 삼성이 나란히 23승 30패로 공동 7위인 가운데 6일 정규리그 최종전에 따라 7∼9위가 정해진다. LG(18승 35패)는 최하위 10위가 확정됐다. 6강 PO(5전 3승제)는 10일부터 오리온과 전자랜드의 대결로 막을 올리고, KGC와 6위 KT는 11일 1차전을 치른다. 오리온-전자랜드전 승자는 KCC와, KGC-KT전 승자는 현대모비스와 4강 PO(5전 3승제)에서 만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최근 프로농구 KCC가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은 데는 강양택 코치(53·사진)의 역할도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코치는 프로농구 최고령 코치다. 10개 구단 감독 가운데도 선배 지도자는 KCC 전창진,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 둘뿐이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연세대 86학번 동기. 그래서 전창진 감독이 “감독급 코치”라고 표현할 정도. 삼성에서 선수로 뛴 강 코치는 2002년 명지대 코치를 시작으로 프로농구 SK, LG, 남자 농구 대표팀 등 코치를 역임했다. 코치로만 거의 20년 경력. 묵묵히 감독을 돕는 ‘그림자 참모’의 대명사다. 전 감독은 우승 확정 후 “강 코치가 옆에 있는 게 행운”이라며 우승의 공을 강 코치에게도 돌렸다. 전 감독이 큰 그림을 그리고 선수단을 이끌 수 있도록 강 코치는 전력 분석과 선수 컨디션 등을 세밀하게 챙겼다. 이번 시즌에는 전 감독에게 더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고 경기력과 승패에 직결되는 핵심 정보를 빠르게 공유했다. 강 코치는 “감독님이 시키는 것만 하면 나도 외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의견도 감독님에게 분명하게 전달하고 직접 ‘티칭’도 할 수 있다면 서로 외로움도 덜 느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강 코치는 팀이 연패에 빠질 것 같으면 전 감독에게 ‘에이스’ 이정현과의 깊은 대화를 주선해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며 위기를 넘겼다. 특정 상대 선수의 현재 컨디션을 즉각 살펴 경기 중에도 수시로 전 감독에게 제공했다. 강 코치는 “경기 전 상대 선수별로 몸을 풀 때 슛 컨디션과 몸의 균형, 움직임 등을 유심히 파악한다. 평소 슛 적중률이 50%인 선수라도 경기 전 몸이 좋지 않으면 20∼30%대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 감독에게 알려준다. 이 정보들은 감독이 수비 패턴 등을 선택하는 데 아주 중요했다”고 전했다. 전 감독이 정창영, 송교창의 포지션 변경을 고려할 때 그렇다면 새 옷은 어떻게 입을지 세밀하게 분석해준 것도 강 코치다. 전 감독은 삼성 프런트 시절 강 코치와 인연을 맺었다. 감독급 코치인 강 코치에 대한 배려와 함께 늘 귀를 열어두고 있는 것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한때 독불장군 스타일이던 전 감독이 선수들과 소통을 강조하며 변하게 된 데는 푸근한 맏형 같은 리더십이 돋보이는 강 코치 보좌도 컸다. 강 코치는 정규리그의 기쁨을 뒤로한 채 다가올 플레이오프 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치는 운명인 것 같아요.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지키고 있는 감독 옆을 오래 지키며 나름대로 내 컬러를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인 듯합니다.”용인=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농구 KCC의 전창진 감독과 선수들이 31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정규리그 우승 세리머니를 하면서 수많은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받을 즈음, 체육관 구석에서 조용히 그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 보는 이가 있었다. KCC 강양택(53) 코치다. 강 코치는 단체 기념 사진만 간단히 찍고 뒤로 물러나 우승의 기쁨을 가라앉혔다. 강 코치는 KBL(한국농구연맹) 최고령 코치다. 코치 경력도 가장 많다. 전 감독이 “감독급 코치”라고 표현할 정도. 2002년 명지대 코치를 시작으로 SK, LG, 남자 농구 대표팀 등에서 코치를 역임했다. 그동안 각 팀에서 이상윤, 김태환, 김진, 허재 감독 등을 보좌했다. 코치로만 거의 20년 경력. 묵묵히 감독을 돕는 ‘그림자 참모’의 대명사다. 전 감독은 우승 확정 후 “강 코치가 옆에 있는 게 행운”이라며 우승의 큰 공을 강 코치에게도 돌렸다. 전 감독이 큰 그림을 그리고 선수단을 이끌 수 있도록 강 코치는 전력 분석과 선수 컨디션 등을 세밀하게 챙겼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전 감독에게 더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고 경기력과 경기 승패에 직결되는 핵심 정보를 빠르게 공유했다. 강 코치는 “감독님이 시키는 것만 하면 나도 외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의견도 감독님에게 분명하게 전달하고 직접 ‘티칭’도 할 수 있다면 서로 외로움도 덜 느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선제적인 강 코치의 행동에 전 감독이 바로 반응하고 화답하는 ‘피드백’이 절묘하게 잘 이뤄졌다. 강 코치는 팀이 연패로 길게 가겠다 싶으면 전 감독에게 ‘에이스’ 이정현과의 깊은 대화를 주선해보기도 했다. 전 감독은 시간, 장소 불문하고 이정현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고 위기를 넘겼다. 특정 상대 선수의 현재 컨디션을 즉각 살펴 경기 중에도 수시로 전 감독에게 제공했다. 강 코치는 “경기 전 상대 선수별로 몸을 풀 때 슛 컨디션과 몸의 균형, 움직임 등을 유심히 파악한다. 평소 슛 적중률이 만약 50%인 선수라도 경기 전 몸이 좋지 않으면 20~30%대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 감독에게 알려준다. 이 정보들은 감독이 수비 패턴 등을 선택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했다”고 전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전 감독은 강 코치의 ‘팁’을 요긴하게 활용했다. 강 코치는 “감독님이 A라는 패턴을 하려고 할 때 B라는 패턴이 적격이라고 제안할 때도 있다. 확실한 정보가 없으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감독께서 흔쾌히 반영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이 정창영, 송교창의 포지션 변경을 고려할 때, 그렇다면 새 옷은 어떻게 입을지 세밀하게 분석해준 것도 강 코치다. 적극적으로 감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관계가 형성되면서 보람도 느끼고, 코치의 의사를 존중하는 감독의 배려 리더십을 역으로 배우고 있다는 그다. 강 코치는 “본인의 ‘아우라’에 선수들이 끌려오지 않도록 소통 스타일을 완전히 바꾼 감독님의 변화를 보고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그림자로 살아가는 농구 인생, 경기 후 마시는 한 잔의 소주와 채워지고 쌓여가는 노트 로 마음을 위로하고 내일을 준비하게 만든다. 잠시 쉴 새도 없이 “KT 허훈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강 코치는 1~6라운드 KT와의 경기 노트를 돌려보며 분석에 빠질 예정이다. “코치는 운명인 것 같아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는 감독 옆을 오래 보조를 맞추며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인 듯 합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농구 2020∼2021시즌 플레이오프(PO)에 나설 6개 팀이 결정됐다. KCC(35승 16패)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가운데 PO행이 확정된 나머지 5팀의 순위 싸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대모비스(31승 20패)는 2위가 유력하다. 2일 승차가 3경기로 벌어진 3위 KGC(28승 23패)와 맞대결을 벌인다. 현대모비스는 KGC전에 지더라도 남은 2경기에서 1경기만 승리하면 자력으로 2위를 확정할 수 있다. KGC는 3위라도 빨리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KGC는 현대모비스전에 이어 4위 오리온(27승 24패)을 상대한다. 3위를 차지하면 정규리그 6위 팀과 PO를 치르고 4강에서 2위 팀을 만나는 대진이다. 4위를 하면 이번 시즌 상대 전적에서 2승 4패로 열세인 KCC와 4강에서 만날 수 있어 부담이 크다. 1일 공동 5위의 맞대결에서 전자랜드(26승 26패)가 KT(25승 27패)를 99-85로 꺾고 단독 5위가 됐다. 전자랜드는 오리온과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히며 4위를 넘볼 수도 있게 됐다. 4위가 되면 6강 PO에서 안방 2연전을 먼저 치르기 때문에 유리하다. 10일부터 시작하는 PO에서 우승팀 KCC와 2위 팀은 4강에 직행한다. 3위 팀은 6위 팀과, 4위 팀은 5위 팀과 5전 3승제의 PO를 치른다. KCC는 4위-5위 팀 승자와, 2위 팀은 3위-6위 팀 승자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다툰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팀의 단점이 장점이 됐어요. (송)교창이 덕분에요.” 프로농구 2020∼2021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CC 전창진 감독이 시즌 내내 팀의 가장 큰 긍정적인 변화로 꼽으면서 하는 얘기다. KCC 포워드 송교창(25·200cm·사진)은 전 감독의 기대대로 만개한 기량을 펼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올라섰다. 삼일상고를 졸업하자마자 2015년 한국농구연맹(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KCC에 지명된 송교창은 ‘프로 조기 진출’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큰 키에도 볼 핸들링과 슛이 좋아 외곽의 1, 2, 3번 포지션을 두루 소화했던 그는 이번 시즌 4번 파워포워드로 변신해 힘이 좋은 상대 포워드, 센터들과 맞서며 진정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31일 현재 경기당 평균 15.5득점(전체 7위), 리바운드 6.4개를 비롯해 기록되지 않은 수비, 팀 플레이 등에서 높은 공헌도를 보이며 허훈(KT)과 함께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전 감독은 “(송)교창이의 4번 자리가 KCC 최대 약점이었는데 이제는 상대가 버거워하는 포지션이 됐다”며 “이대헌(전자랜드), 함지훈(현대모비스), 이승현(오리온) 등 상대 4번 포지션 선수를 막기 위해 인사이드를 수비하는 패턴이 필요했는데 교창이의 존재로 이제는 큰 필요를 못 느낄 정도”라며 송교창에게 찬사를 보냈다. 4번 위치에서 공격력의 성장도 놀랍다. 전 감독은 “자신에게 신장이 작은 3번 스몰포워드가 수비로 붙으면 골밑으로 들어가고 4번 포지션 선수가 수비를 하면 외곽으로 끌고 나와 1 대 1 공격을 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한다”며 “중요한 순간에서도 예전엔 피해 다녔는데 이번 시즌에는 욕심을 내며 달려들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송)교창이 덕분에 KCC 농구의 숨통이 트였다”며 감사 인사까지 전한 전 감독에게 송교창이 국내 프로농구 사상 첫 ‘고졸 출신 MVP’로 보답을 할지 주목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 박신자 전 대한농구협회 이사(80)가 아시아 국적 최초로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명예의 전당 선수 부문에 헌액됐다. FIBA는 31일 2020년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 선수 9명과 지도자 3명을 발표했다. 선수로는 박 전 이사 외에 미국프로농구(NBA) 브루클린의 스티브 내시 감독(47·캐나다)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건 2007년 공로자 부문에 뽑힌 고(故) 윤덕주 여사 이후 두 번째다. 박 전 이사는 이번에 일본의 사코 겐이치(51)와 함께 헌액됐는데 아시아 국적자의 선수 부문 헌액은 처음이다. 박 전 이사는 1965년 제1회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의 8전승 우승을 이끌었으며 1967년 체코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준우승에 올려놓은 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2015년에는 대한체육회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됐다. 한국여자농구연맹은 박 전 이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5년부터 매년 ‘박신자컵’ 대회를 열고 있다. FIBA 농구 명예의 전당 선수 부문에는 2007년부터 73명이 헌액됐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이번 시즌 개막 전에 단장님에게 꼭 우승한다고 말했어요. 자신이 있었습니다.” 프로농구 KCC 전창진 감독(58·사진)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이 큰일을 낼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예감이 현실이 됐다. KCC는 30일 원주에서 DB가 2위 현대모비스를 80-72로 꺾으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34승 16패로 1위인 KCC는 2위 현대모비스(31승 20패)와의 승차를 3.5경기로 벌리며 남은 4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통산 5번째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게 됐다. 2015∼2016시즌 이후 5년 만의 우승. 전 감독 개인적으로도 5번째(2003∼2004, 2004∼2005, 2007∼2008, 2010∼2011, 2020∼2021) 정규리그 우승이다. 전 감독은 한국농구연맹(KBL) 최초로 3개 팀(DB, KT, KCC)에서 정규리그 1위를 이끈 사령탑이 됐다. KCC 최형길 단장은 “시즌 전 전 감독에게 우승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우승을 하고 보니 전 감독이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을지 그림이 그려진다”고 말했다. 전 감독이 이번 시즌 우승을 자신한 건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한 팀 체질 개선에 만족했기 때문이었다. 강양택 코치 등이 세밀하게 분석한 선수 개개인의 데이터를 가지고 선수들과 충분한 대화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최적의 포지션을 맞췄다. 포인트 가드로는 코트 장악력이 약했던 정창영을 스몰 포워드로 기용해 근성을 살리도록 했고, 고졸 신화를 써가는 송교창은 활동 반경이 넓은 파워 포워드로 ‘환골탈태’시켰다. 정창영은 자신의 ‘커리어 하이’ 기록을 쓰면서 양념 같은 역할을 했고, 송교창은 득점과 리바운드는 물론 기록되지 않은 궂은일까지 도맡아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떠올랐다. ‘에이스’ 이정현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대화를 자주 한 것도 주효했다. 주변 농구인들조차 “전 감독이 저렇게 바뀔 줄은 몰랐다”고 할 정도로 전 감독은 이정현과 시즌 내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심지어 이정현에게 팀 훈련을 맡겨 보기도 했다. 이정현은 감독과 선수 사이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한층 성숙한 면모를 보였다. 전 감독은 “팀이 12연승도 했지만 연패의 위기도 있었다. 그때마다 연패 흐름을 짧게 끊은 것이 큰 힘이 됐다. 그 중심에 이정현이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강양택 코치도 “정현이가 패배 직전에 팀을 구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그런 승부욕과 책임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거친 이미지와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비상하고 싶다던 전 감독이 약속을 지켰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조별리그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아시아 국가이자 개최국인 카타르(FIFA랭킹 58위)가 유럽 예선 A조에 편성돼 경기를 치러 눈길을 끈다. A조에는 포르투갈(5위), 세르비아(30위), 아일랜드(42위), 룩셈부르크(98위), 아제르바이잔(108위)이 있다. 카타르는 25일 룩셈부르크에 1-0 승리를 거둔데 이어 28일 아제르바이잔에 2-1로 이겼다. 카타르는 월드컵 개최국으로 아시아 예선을 거치지 않고 본선에 자동 출전한다. 하지만 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유럽축구연맹(UEFA)의 협조를 받아 유럽 예선에 초청국으로 참가했다. 북중미 골드컵과 남미 코파아메리카에 다른 대륙 국가가 초청국으로 참가한 적은 있지만 월드컵 지역 예선에 다른 대륙 국가가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타르는 A조에 속한 국가와 평가전 형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카타르와 치른 경기 전적은 A조 결과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선수 차출로 민감한 각국 대표팀이 베스트 멤버를 가동해 카타르와 경기를 치르는 것은 상당한 배려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만큼 카타르축구협회의 행정력이 총동원됐다는 얘기다. 카타르는 31일 아일랜드와 격돌하고, 9월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이끄는 포르투갈, 그리고 세르비아와 맞붙는다. 10월과 11월에는 다시 A조 팀들과 한 차례씩 더 평가전을 갖는다. 2019년 아시안컵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카타르는 유럽 예선 참가와 더불어 올해 예정된 북중미 골드컵에도 출전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잉글랜드 등 강호들을 상대하며 월드컵 4강 신화의 발판을 다졌던 우리와 비교해 더 적극적인 행보다.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프로농구 KCC가 최하위 LG에 고전 끝에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에 1승만을 남겨 두게 됐다. KCC는 28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LG와의 방문경기에서 내내 LG에 끌려가다 4쿼터 들어 이정현(13득점 3어시스트)과 송교창(19득점 13리바운드)의 ‘쌍포’가 터지며 82-73으로 역전승했다. 34승 16패가 된 KCC는 이날 전자랜드를 90-73으로 꺾은 현대모비스(31승 19패)와의 승차를 3경기로 유지하며 ‘매직 넘버’를 1로 줄였다. 4경기를 남겨둔 KCC는 한 경기만 더 승리하면 2015∼2016시즌 이후 5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다. 31일 삼성과의 안방경기에서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남은 4경기에서 한 경기만 패해도 우승하게 된다. KCC가 우승을 결정짓는다면 전창진 감독 개인으로는 KT 감독 시절이던 2010∼2011시즌 이후 10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이 된다. 전 감독은 TG, 동부(이상 DB의 전신) 감독 시절인 2003∼2004, 2004∼2005, 2007∼2008시즌에도 정규리그 우승컵을 안았다. 26일 SK에 일격을 당한 KCC는 LG 외곽 슛에 대한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며 3쿼터까지 끌려갔다. LG 가드 정성우는 3쿼터에서 동료 센터 케디 라렌의 스크린을 활용해 고비마다 3점 슛 2개를 포함해 11점을 쓸어 담으며 KCC의 추격을 번번이 밀쳐냈다. KCC는 59-62로 뒤진 채 돌입한 4쿼터에서 에이스들이 존재감을 발휘했다. 4쿼터 63-64에서 송교창의 연이은 골밑 돌파와 이정현의 3점포 2방 등으로 순식간에 78-68로 달아나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3쿼터까지 5점으로 묶인 이정현은 4쿼터에 8점을 집중시켰고, 송교창도 9득점에 9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승부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라건아도 22득점 18리바운드로 자칫 팀이 연패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을 막았다. LG는 정성우가 개인 통산 최다인 24점을 올렸지만 4쿼터 KCC의 지역 방어를 뚫지 못해 역전을 내주며 2연패했다. 전 감독은 “우리의 약점을 잘 파고드는 LG를 맞아 이정현이 해주고, 송교창도 마무리를 잘해줬다. 체력이 고갈돼 있지만 삼성과 좋은 경기를 해서 빨리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9위 DB는 3위 KGC를 109-92로 꺾었고, 7위 삼성은 4위 오리온을 94-91로 제압하고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마지막 불씨를 되살렸다. 23승 28패가 된 삼성은 6위 전자랜드(25승 26패)에 2경기 차로 따라붙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10년 전 삿포로 참사보다 더 참담한 요코하마 굴욕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자존심이 걸린 축구 한일전에서 졸전 끝에 완패했다. 기술, 정신력, 투지 등 모든 면에서 무기력하게 밀렸다. 한국은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전에서 전반 2골, 후반 1골을 허용하며 0-3으로 완패했다. 2011년 8월 삿포로에서 0-3으로 패한 뒤 10년 만에 성사된 한일 평가전에서 한국은 다시 한번 힘 한번 제대로 못 썼다. 후반 들어 교체 멤버로 나선 골키퍼 김승규(가시와 레이솔)의 여러 차례 선방이 아니었다면 역대 한일전 최악의 망신을 당할 뻔했다. 역대 한일전 최다 점수차 패배 타이 기록(3점)을 세우면서 일본과의 맞대결 전적은 80전 42승 23무 15패가 됐다. 벤투 감독의 준비되지 않은 실험이 자충수가 됐다.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인범(루빈 카잔) 등 공격과 미드필드의 주력이 될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부상 등의 이유로 나서지 못하면서 한국은 중앙 허리에서 이강인(발렌시아) 등의 탈압박을 통해 이동준(울산), 나상호(서울) 등의 측면 날개를 활용하는 것이 유일하고도 효과적인 경기 해법이었다. 일본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도 경기 전날 “강한 공간 압박을 통해 한국의 공을 뺏겠다”고 했고, J리그에서 뛰는 일본의 좌우 윙백 수비수들이 경험이 많지 않아 우리가 집중적으로 공략할 만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최전방 중심에 놓고 나상호와 남태희(알사드), 이동준을 주변에 세우는 ‘제로톱’ 전술을 내세워 가동 전력의 장점을 오히려 약화시켰다. 빠른 좌우 측면 전개에 능한 이강인이 본인의 자리인 미드필더로 뛰지 않으면서 모든 포지션이 삐걱거렸다. 이강인이 빠진 중원 라인을 일본은 더 강하게 전진 압박했고, 한국의 전방 공격수들에게는 패스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해 이렇다 할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한국은 유효 슈팅수에서 일본에 1-10으로 크게 뒤졌다. 후반 39분에야 이동준의 발끝에서 한국의 처음이자 마지막 유효 슈팅이 나왔다. 안정환 MBC 축구해설위원은 “키가 작은 이강인(173cm)이 전방으로 가면 수비에서 긴 공중 볼만 연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라며 감독의 전술 선택을 아쉬워했다. 서형욱 해설위원도 “이강인은 첫 단추를 끼워야 할 선수인데 매듭을 짓는 포지션에 놓은 것이 아쉽다”고 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된 왼쪽 측면 수비수 홍철(울산)을 경기에 투입한 것도 패착이 됐다. 일본은 수비에서 빠른 역습 시 공격에 가담했다가 수비 복귀가 느린 홍철의 뒷 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반대로 한국은 공격에서 느슨한 압박으로 일본에 여러 차례 완벽한 기회를 허용했다. 벤투 감독이 후반전에 이강인을 미드필더로 내리지 않고 오히려 교체한 것도 뼈아팠다. 허리의 세밀함이 떨어지면서 일본의 기만 더 살려줬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제로톱 전술을 통해 상대 측면을 공략하고 균열을 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며 전술 선택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또 “(손흥민 등) 해외파가 합류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패배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상처뿐인 한일전을 마친 대표팀은 26일 귀국 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4월 2일까지 코호트 격리를 하면서 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SK 호크스 남자 핸드볼 선수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청주시 등에 따르면 SK 선수와 코치진 등 13명을 대상으로 연고지인 충북 청주 보건당국이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11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2명은 음성 판정이 나왔다. 선수 한 명이 18일부터 기침과 오한 증세를 보인 데 이어 총 8명이 코로나19 의심 유사 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구단의 코로나19 검사는 23일에야 이뤄졌다. 확진자 11명(선수 8명, 코칭스태프 3명)은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이송됐다. SK 호크스는 지난달 9일 코리아리그 일정을 모두 마친 뒤 휴가를 보내다 최근 다시 모여 훈련을 재개했다. 전체 선수 19명 중 몬테네그로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 예선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뒤 자가 격리 중인 선수 6명, 고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선수 2명, 서울에서 재활 중인 부상 선수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 9명과 코칭스태프 4명이 청주 SK하이닉스 기숙사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탈압박에 이은 측면 날개 속도전.’ 2011년 일본 삿포로 친선전 이후 10년 만에 25일 오후 7시 20분 일본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서 일본과 친선경기를 벌이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단순하지만 확실한 무기를 갖고 결전에 나선다. 대표팀은 이번 경기에서 ‘차포’ 등을 다 떼고 한일전을 치른다. 공격과 미드필드진에서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황의조(보르도), 황희찬(라이프치히),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인범(루빈 카잔), 주세종(감바 오사카) 등 주력들이 부상과 팀 차출 거부로 대거 빠졌다. 펼칠 수 있는 공격 옵션이 크게 줄었다. 중원에서 패스 길을 열어줄 윤빛가람(울산)도 종아리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일본은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뛰는 선수들이 빠졌지만 잉글랜드,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파들이 소집됐다. 일본은 안방 이점까지 살려 특유의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높이고 공격 전방에서부터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도 24일 “평가전을 준비하면서 최대한 강팀과 만나고 싶었다. 한국전이 우리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기려면 초반부터 용감하게 상대 공을 빼앗는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취약해진 한국의 중앙 공격과 미드필드진을 압박해 빌드업 전체를 마비시키겠다는 게 일본의 전략이다. 수비에서 바로 최전방으로 때려 놓는 한국의 단순한 공격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활약 중인 센터백 요시다 마야(삼프도리아), 도미야스 다케히로(볼로냐)가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한국이 노릴 수 있는 곳은 ‘측면’이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이강인(발렌시아)과 측면 날개 공격수들의 역할이 커졌다. 이강인은 소속팀에서 정확한 공 컨트롤과 함께 중원 압박에서 벗어나 자로 잰 듯한 패스로 상대 좌우 측면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자주 보여줬다. 일본전에서도 이강인을 중심으로 측면 날개 자원으로 기용될 나상호(서울), 이동준, 김인성(이상 울산)을 통해 중앙 공격진으로 공이 얼마나 자주 연결되느냐에 따라 전체 경기 흐름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스피드를 갖춘 정우영(프라이부르크)도 교체로 측면에 기용될 수 있다. 일본 역시 중앙 수비진에 비해 마쓰바라 겐(요코하마) 등 국내파가 나설 측면 수비는 경험이 적고 무게감이 떨어진다. 정우영은 “측면 날개로 뛰면 일대일 상황이 자주 생겨 좋다. 어릴 때부터 강인이와 뛰면 호흡이 좋았다. 기대된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이강인과 정우영의 활용법을 구상 중이다. 전체적으로 일본의 플레이를 예측해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전술적으로 풀어가겠다. 일본의 약점을 어떻게 공략할지도 준비해 놓겠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경기 용인시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체육관 안에는 임근배 감독(54)의 조그만 방이 있다. 책상에 놓인 임 감독 노트북컴퓨터에는 노란색 메모지가 잔뜩 붙어 있었다. 두툼한 노트에도 메모가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의 지도 철학과 주요 전술, 명언, 성경 구절 등을 직접 쓰고 틈나는 대로 되뇌었다고 한다. 임 감독은 여자프로농구 20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KB스타즈와 최종 5차전까지 가는 역대급 명승부를 펼치며 1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특히 절대 열세라는 대부분의 예상을 뒤집고 변화무쌍한 용병술로 기적을 일궈냈다는 찬사를 들었다. 그래도 그는 겸손하기만 했다. 최근 삼성생명 숙소에서 만난 임 감독은 “우리 슛이 들어갈 상황이 아닌데도 성공하는 행운이 따랐다. 힘들었을 텐데도 선수들은 아낌없이 몸을 던졌다. 하늘이 우승을 주신 것 같다”고 회상했다. 행운을 언급했지만 임 감독은 ‘강자는 원인과 결과를 믿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상대로 유력하던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약점을 충실히 연구하고 맞춤 해법을 구상했다. “리그 휴식기에 우리은행과 KB스타즈를 상대로 하는 ‘투 트랙’ 연습을 병행했다. 또 정규리그 막판 벤치 선수들을 투입해 경험을 쌓게 했다. 그 덕분에 플레이오프(PO)와 챔프전에서 이들이 긴장을 덜 하고 반짝 활약을 펼쳐줬다.” 임 감독은 평소 선수들의 자발적인 해결 능력을 강조한다. 이른바 자율 농구다. 임 감독은 “난 경기 도중 작전타임 다섯 번만 부를 수 있는 사람이고 선수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돕는 선배일 뿐이다. 결국 코트에서는 선수들이 해결해야 한다. 늘 연습 과정을 서로 묻고 공유하며 실전에서 선수들 스스로 어려움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챔프전 5차전에서 선수들끼리 뭉쳐 고비를 헤쳐 나가는 장면이 아주 많이 나왔다”며 뿌듯해했다. 임 감독은 유재학 감독 밑에서 오랜 기간 코치로 호흡을 맞추며 양동근을 국내 최고의 가드로 성장시켰다. 선수 지도에 전념하기 위해 20년 전 즐기던 술까지 끊은 그는 독실한 신앙심과 함께 농구 연구에만 몰입했다. 한때 유방암으로 투병한 아내를 간호하기 위해 캐나다로 떠나 2년간 공백기를 가진 임 감독은 어렵게 건강을 회복한 아내와 가족에 대한 고마움에 더 겸손해진 자세로 농구에만 매달렸다. “아들이 캐나다에서 매일 농구 중계를 실시간으로 보며 아내와 내 얘기를 하는 것 같더라”고 한 임 감독은 “주위에 좋은 분들도 많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인격이라는 옷을 스스로 입어야 한다는 사실을 선수들에게 강조한다”고 말했다. “리더가 만드는 가장 바람직한 환경은 제가 없어도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팀이 아닐까 싶어요. ‘덕장’ ‘지장’ ‘용장’이라는 수식어를 받는 것보다 감독이 없어도 잘 굴러가는 팀의 ‘감독’이 되려고 노력해볼까 합니다.” 다음 시즌 구상을 물었더니 뜻밖에 KB스타즈 박지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삼성생명엔 최대 위협이었지만 박지수의 투혼이 다른 팀 선수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고 동기 부여를 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센터인 지수가 챔프전에서 공 하나를 살리려고 다이빙을 하고, 리바운드를 하나 더 잡기 위해 몸부림친 근성을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박지수 스스로 박지수를 더 강하게 성장시키고 있는 모습이 여자농구 전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그런 박지수를 다시 넘어서기 위해 준비하겠다.”용인=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원 샷 원 킬.’ 프랑스 리그1 보르도의 황의조(29)가 상대 최종 수비 라인을 뚫는 단 한 번의 기습적인 움직임으로 시즌 9호 골을 뽑아냈다. 황의조는 22일 프랑스 몽펠리에의 스타드 드 라 모송에서 열린 몽펠리에와의 2020∼2021시즌 리그1 30라운드 방문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28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14일 디종전에서 2골을 넣었던 황의조는 2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며 프랑스 진출 후 자신의 시즌 최다 골 기록을 이어갔다. 하지만 팀은 황의조의 선제골 이후 3골을 내리 허용하며 1-3으로 졌다. 보르도는 10승 6무 14패(승점 36)로 리그 순위가 13위로 내려갔다. 전반 초반 앞서던 볼 점유율이 몽펠리에로 넘어갈 무렵 황의조의 전매특허가 나왔다. 보르도의 중앙 수비수 폴 바이스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하며 공을 몰고 있을 찰나에 상대 최종 수비 라인 앞에 있던 황의조는 기습적으로 상대 수비 사이로 파고들었다. 순간 바이스가 길게 올린 크로스가 황의조에게 정확하게 연결됐고, 황의조는 가슴 트래핑 후 오른발 슛으로 상대 골문 구석을 갈랐다. 황의조는 1-1 동점이던 후반 7분 상대 골문 앞에서 추가 골 기회를 잡았으나 슛이 떴고, 후반 33분에도 문전에서 땅볼 크로스를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으나 상대 수비 몸에 맞고 흘렀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일본 축구 대표팀과 평가전을 갖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엄격한 통제 속에 일본에 입국해 첫 훈련을 가졌다. 한국 선수단은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및 음성 확인서를 지참하고 마스크와 페이스 실드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한 상태에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선수단은 나리타공항에서 코로나19 항원 검사를 받고 2시간가량 후 결과를 확인한 다음에야 입국장을 나올 수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코치, 선수 등 40명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공항에서 버스로 이동한 대표팀은 오후 6시 30분 요코하마시의 한 연습장에서 간단한 훈련을 했다. 훈련 첫 15분 동안만 한국과 일본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평소라면 훈련 후 현장에서 선수들의 인터뷰 시간이 주어지지만 이날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인터뷰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한일 평가전에서는 각종 기자회견이 모두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며, 취재진이 선수들과 가까이 접촉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믹스트존 역시 운영하지 않는다. 일본 현지 동행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25일 경기 전까지는 매일 선수들의 인터뷰 영상을 대한축구협회에서 촬영해 국내 언론에 배포할 예정”이라며 “공식 경기 당일 기자회견 등은 일본 측이 제공하는 온라인 링크를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농구 최하위 LG가 DB를 꺾고 탈꼴찌의 희망을 살렸다. LG는 2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안방 경기에서 이관희가 3쿼터에만 16점을 몰아치는 등 26득점에 5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하는 활약에 힘입어 3연승 중이던 DB를 84-79로 제압했다. 2연승을 내달린 LG는 18승 31패로 9위 DB(20승 29패)와의 승차를 2경기로 줄였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기성용(32·FC서울)이 생애 첫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슈퍼매치’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 서울은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6라운드 수원과의 시즌 첫 ‘슈퍼매치’에서 기성용의 동점골과 박정빈의 짜릿한 역전골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3연승을 거둔 서울은 4승 2패(승점 12)로 선두 전북(4승 2무·승점 14)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이날 승리로 서울은 수원과 역대 슈퍼매치 통산 전적에서도 36승 24무 33패로 우위를 지켰다. 기성용의 묵직한 한 방이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서울은 전반 15분 수원의 신인 정상빈의 드리블에 중앙 수비가 뚫리며 선제골을 허용했다. 정상빈은 18일 포항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골맛을 봤다. 서울은 견고한 수원의 스리백 수비와 미드필더들의 활동량에 공격이 막히며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반 점유율에서 서울이 56 대 44로 앞섰지만 수원 진영에서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답답하던 순간에 기성용이 있었다. 기성용은 전반 종료 직전 팔로세비치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수원 골문 왼쪽 구석을 갈랐다. 13일 인천과 17일 광주전에 이은 3경기 연속 골. 기성용이 3경기에서 연달아 골을 넣은 건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슈퍼매치’에서의 득점은 2008년 10월 29일 이후 12년 5개월 만이다. 기성용의 동점골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서울은 후반전에 조영욱을 빼고 박정빈을 투입한 뒤 후반 14분에는 박주영 대신 수비수 홍준호를 최전방 공격수로 넣는 승부수를 던졌다. 서울 박진섭 감독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장신(190cm)의 홍준호가 앞선에서 제공권을 활용해 2선 공격수에게 공을 전달해주면서 수원의 스리백이 흔들렸다. 후반 34분 박정빈이 역전골을 터뜨렸다. 박정빈은 K리그 데뷔 골을 ‘슈퍼매치’ 결승골로 장식했다. 경기 뒤 기성용은 “좀 더 젊고 생생할 때 K리그에 왔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며 “이번 시즌 5골 이상 넣고 싶은 마음이 있다. 8골(2014∼2015시즌·스완지시티)이 한 시즌에 가장 많이 넣은 골 기록인데 그것을 넘으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남은 포항과의 경기에서 이날 K리그에 데뷔한 신인 이중민의 데뷔 역전골로 2-1로 이겼다. 대구는 후반 추가 시간 세징야의 극적인 결승골로 울산을 2-1로 꺾고 시즌 6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의 디펜딩 챔피언 LA레이커스에 치명적인 악재가 닥쳤다. 21일 미국 LA스테이플 센터에서 열린 애틀랜타와의 경기 도중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36)가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했다. 2쿼터 초반 애틀랜타가 32-27로 앞선 상황에서 제임스가 드리블을 하려는 순간 애틀랜타 3명이 압박을 가했다. 그 와중에 공을 뺏기 위해 앞으로 몸이 쏠린 솔로몬 힐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힐의 엉덩이가 제임스의 오른쪽 발목과 부딪쳤다. 이때 제임스의 발이 발목부터 바깥쪽으로 순간 꺾였다. 평소 아픈 기색을 잘 드러내지 않는 제임스는 쓰러진 뒤 바닥을 내리치며 코트 바깥으로 기어갔다. 한참 뒤 일어나 경기에 잠깐 나섰으나 슈팅 자세는 불안정했고 전력으로 뛰지도 못했다. 결국 더 이상 뛰지 못하겠다는 듯 걸어서 라커룸으로 향했고, 본인도 화가 난 듯 의자를 손으로 세게 쳐 넘어뜨리기도 했다. 힐은 경기 뒤 “고의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며 사과했다. 제임스는 검사 결과 발목뼈에 이상은 없지만 염좌 진단을 받아 당분간 경기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팀 동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난다. 몸과 마음이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이날 레이커스는 94-99로 졌다. 4연승을 마감한 레이커스는 28승 14패로 3위를 유지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