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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자신의 가정용 인공지능(AI) 개인비서 ‘자비스’의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저커버그는 아침에 잠을 깨면서부터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의 목소리를 내는 자비스와 대화를 나눈다. 자비스는 침실 커튼을 걷어주고 날짜, 온도, 일정을 알려준다. 아침식사용 토스트를 굽고 티셔츠를 준다.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딸 맥스를 위해 중국어로 아침 인사를 하기도 한다. 또 안면 인식을 통해 “부모님이 왔다”고 알려준다. 자비스는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히기도 한다. 저커버그가 아내와 딸과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며 “괜찮은 니켈백(캐나다 록밴드) 노래를 틀어 줘”라고 부탁하자 “미안하지만 그럴 순 없다. 괜찮은 니켈백 노래는 없으니까”라고 답하는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였다. 저커버그가 자비스를 공개한 배경에는 페이스북이 음성형 AI 개인비서 상용화를 준비 중인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신(神) 역할을 맡았던 프리먼의 목소리를 좋아한다는 점을 감안해 직접 프리먼에게 자비스의 목소리가 돼 달라고 부탁했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강경파이며 동시에 비(非)전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뽑은 대(對)이스라엘 정책 라인의 성향과 경력을 한 마디로 얘기하면 이렇다. ‘중동의 화약고’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격화된다면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 인사들이라는 것이다. 이-팔 분쟁 중재자로서 적격성이 의심될 뿐만 아니라 이렇다 할 공직 경험도 없는 사람들로 꾸렸다. 다음 달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엔 잠잠했던 이-팔 분쟁에 다시 불이 붙고 중동 정세가 혼란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로 내정된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이스라엘 극우파보다 더 오른쪽으로 치우쳤다는 얘기를 듣는 정통 유대교인이다. 파산전문 변호사 출신인 프리드먼은 이-팔 공존을 지향하는 ‘두 국가 해법’을 노골적으로 반대해 왔다. 예루살렘에서 자신의 성인식을 치렀고 예루살렘에 집도 가지고 있을 만큼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이스라엘의 패권주의를 비난하는 진보 성향 유대인들을 제2차 세계대전 시절 나치에 부역한 유대인들로 비유해 물의를 빚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지근거리에서 이스라엘 관련 정책을 조언할 이스라엘 담당 보좌관으로는 정통 유대교인이며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제이슨 그린블랫이 유력하다. 그린블랫은 19년간 트럼프와 함께 일한 최측근이다. 프리드먼만큼 극단적 성향은 아니지만 그 역시 공식석상에서도 종종 유대교 전통모자인 ‘키파’를 쓸 만큼 유대인 정체성을 강조한다. 대학도 유대인들이 설립한 명문 예시바대를 나왔다. 또 ‘요르단 강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 같은 이스라엘 강경파의 정책을 지지한다. 트럼프 1기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미국에서 대통령이 격의 없이 조언을 듣고 의지하는 비공식 자문위원들)’ 일원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친(親)이스라엘 강경파다. 그는 뉴욕시장 재임 중 야세르 아라파트 당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테러리스트라 불러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의 ‘문고리 권력’으로 인식되는 사위 재러드 쿠슈너 역시 유대인으로 정통 유대교를 강조하는 집안에서 자랐다. 이스라엘에 유리한 정책 결정을 지지할 것이란 뒷말이 적지 않다. 중동 문제 전문가인 에런 밀러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위원은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 기고를 통해 “외교나 행정업무 경험이 없는 파산전문 변호사(프리드먼)를 주이스라엘 대사로 내정한 것은 이례적이며 의도가 있다”고 평가했다. 급격한 정책 변화가 있을 것임을 내비친 말이다. 중동은 석유와 지정학적 특성, 오랜 종교와 민족 갈등 때문에 여러 차례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던 지역이다. 트럼프의 이스라엘 정책 라인 인사를 볼 때 중동 정세는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막을 올리면 지구촌 리더들은 중동과 관련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한류 상품 시장=블루오션’은 이제 낡은 공식이다. 한류 상품의 인기만큼 ‘셀러(판매자)’들 간 경쟁도 치열하다.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 중남미, 호주 등 다양한 지역으로 한류 상품 시장이 넓어지고 있지만 경쟁에 뛰어드는 셀러들도 늘고 있다. 또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도 까다로워졌다. 한류 상품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해외 소비자를 만족시키며 성공한 한류 상품 셀러로 자리매김한 이들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이베이코리아가 주최하고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 한국무역협회, 우정사업본부가 후원한 ‘제6회 이베이 수출스타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11명 중 3명에게서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 “기본에 충실하라” 올 6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사장상’(대상)은 9만1000달러(약 1억830만 원) 규모의 화장품과 가공식품(라면, 김)을 판매한 신용덕 씨(34)에게 돌아갔다. 신 씨는 판매액만 놓고 볼 때 1위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객 만족’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비수도권) 사업자’란 점도 고려돼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까지 회사원으로 근무하다 올해 초 온라인 쇼핑사업에 뛰어든 신 씨는 “평생 꿈꿨던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수출 경진대회에서 대상까지 받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짧은 사업 경력에도 성과를 낸 노하우를 묻자 신 씨는 “‘기본에 충실하라’란 원칙을 잘 지켰다”고 대답했다. 사업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 제품 정보가 충분하고 소비자들도 일단 신뢰할 수 있는 유명 브랜드 제품 중심으로 판매 아이템을 구성했다. 가격은 경쟁 셀러들보다 특별히 높지도, 낮지도 않은 수준으로 정했다. 또 상품을 포장할 땐 질 좋은 포장지를 사용했다. 감사 메시지를 담은 ‘생큐 카드’도 항상 챙겼다. 신 씨는 “너무 파격적인 상품이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경쟁자보다 ‘반걸음만 앞서면 된다’는 생각이 ‘두 걸음은 앞서야 한다’는 전략보다는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경진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신 씨는 내년부터는 화장품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다. 가공식품보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은 데다 시장 확대 가능성도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연 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며 “내년부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마케팅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품을 팔아라” ‘우정사업본부장상’(최우수상)을 받은 장승호 씨(36)는 △K팝 음반 △한류 스타 화보 △콘서트 한정 상품 등을 주로 판매했다. 이번 대회 기간 중 판매액은 11만 달러(약 1억3100만 원)였다. 전체 판매액의 약 절반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중남미(30%)와 유럽(20%)이 뒤를 이었다. 주로 판매한 제품은 음반과 화보였지만 ‘킬러 아이템’은 K팝 스타들의 콘서트 현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티셔츠, 앨범, 액세서리 같은 한정 상품이었다. 다른 상품들은 대량 생산을 통해 해외에서도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한정 상품은 콘서트 현장이 아닌 곳에서는 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 씨는 “한류 상품을 구입하는 해외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한류 마니아”라며 “이런 고객들을 가장 쉽게 유혹할 수 있는 게 바로 한정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한정 상품은 대량 구입이 어렵고 시기가 지나면 다시 생산되는 일도 드물다. 이런 희소성 덕분에 수익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정 상품 확보가 어렵다는 것. 장 씨는 인기 K팝 스타들의 국내 공연 스케줄을 파악한 뒤 발품을 팔았다. 현장에 직접 가서 해외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다. 일정이 겹치거나, 다른 일이 있어 직접 갈 수 없는 콘서트 현장에는 아르바이트생을 보내서라도 아이템을 구입했다. 한정 상품을 확보한 뒤에는 자주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e메일을 보내 상품을 소개하는 서비스도 진행했다. 장 씨의 ‘특별 관리’를 받은 고객은 150명 정도다. 장 씨는 내년부터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라쿠텐’을 통해서도 화장품과 스마트폰용 액세서리를 판매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에 공을 들여라” 색조 화장품을 중심으로 △가방 △벨트 △모자 등 다양한 ‘K뷰티 상품’을 전략적으로 판매해 성과를 올린 셀러도 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장상을 받은 윤규미 씨(26·여)가 주인공. 윤 씨는 이번 대회에서 2만3000달러(약 2737만 원) 규모의 K뷰티 상품을 판매했다. 주로 제품을 판매한 지역은 미국과 호주였다. 윤 씨는 자신의 성공비결로 철저한 시장조사를 꼽는다. 유튜브에 화장품을 평가하는 영상을 올리는 해외 ‘뷰티 유튜버’들을 철저히 분석한 뒤 이들이 사용하는 한국 화장품과 패션 아이템들을 적극적으로 판매했던 것이다. 윤 씨는 “제조사나 브랜드가 유명하지 않더라도 뷰티 유튜버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제품을 적극 판매한 게 실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베이 수출스타 경진대회를 계기로 사업 노하우를 더욱 키운 윤 씨는 조만간 ‘스마트 화장품 용기 제조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유럽에서 ‘테러 안전지대’로 꼽히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19일 오후 한 이슬람 사원에서 총격 사고가 발생해 3명이 다쳤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취리히 중심가에 있는 이슬람 사원에 온몸을 검은 옷으로 두른 괴한이 갑자기 들어와 기도실에서 기도하던 신도들에게 총을 쏜 뒤 달아났다. 취리히 중앙역 근처에 위치한 이 사원은 소말리아 출신 무슬림들이 예배를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총격을 가한 용의자는 사원에서 약 400m 떨어진 게스너교 근처에서 같은 날 시신으로 발견됐다. 스위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확한 사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범인의 인적사항과 테러 조직 연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또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와 관련이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사망자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스위스의 이슬람사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에 경악하는 분위기다. 스위스는 전체 인구(약 830만 명) 중 35만여 명이 무슬림이지만 그동안 종교나 인종 갈등이 심각하게 표출되지 않았다. 프랑스와 독일에 비해 총기와 이민자 관리가 철저히 이뤄져 대규모 테러가 발생한 적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스위스도 더이상 ‘테러 청정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취리히와 바젤 같은 대도시에서 무슬림과 지역사회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어 IS 등이 연계된 대형 테러가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은 일제히 크리스마스 테러에 대비한 경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브뤼노 르루 프랑스 내무장관은 “전국에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대상으로 치안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경찰청도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 예정된 주요 행사들에 대한 보안 상황 점검에 나섰다. 미국도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장에 무장경찰을 배치하는 등 테러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무인 수중 드론(UUV)을 ‘포획’하는 전례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중국이 이틀 만에 미국에 반환하기로 합의해 큰 충돌로 비화하지는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환율과 무역,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로 갈등을 빚고 있는 양국이 군사 분야로까지 전선을 넓히는 상황이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마찰이나 충돌을 빚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함을 상기시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15일 오후 필리핀 수비크 만에서 북서쪽으로 50해리(약 92km) 떨어진 남중국해에서 미국 해군함정 ‘보디치’가 드론 회수 작업을 하던 중 중국 해군함정 ‘다랑 3호’에서 내린 소형 보트가 드론 한 대를 낚아채 갔다. 미군은 불과 500야드(약 457m) 떨어진 다랑 3호에 즉각 반환을 요구했지만 중국 측은 응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16일 공식 외교 절차를 통해 반환을 촉구했다. 중국이 미국의 군사 장비를 억류한 것은 2001년 4월 하이난 섬 부근에서 미군 정찰기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한 뒤 하이난 섬에 불시착하자 억류했다가 반환한 후 15년 만이다. 중국 국방부 양위쥔(楊宇軍) 대변인은 17일 “남중국해에서 정체불명의 장치를 발견해 주변을 지나는 선박 및 선원의 안전에 위해(危害)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사를 벌였다”며 “조사 결과 드론으로 확인됐으며 적당한 방법으로 미국 측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피터 쿡 대변인도 몇 시간 후 성명을 내고 “중국 당국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무인 수중 드론의 미국 반환에 대한 이해를 얻어냈다”고 해 ‘드론 포획’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훔쳤다(steal)’란 표현까지 사용하며 비난하자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트럼프는 드론 반환 합의 전 트위터에 “중국이 공해에서 미 해군의 연구용 드론을 훔쳐 중국으로 가져갔다”고 비난했다. 반환 합의 후에는 “우리는 훔친 드론을 돌려받길 원하지 않는다고 중국에 말해야 한다. 그냥 갖도록 놔둬라”라고 적었다. 이번 사건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지시로 이뤄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미 해군의 수중 드론 나포는) 일개 중국 해군군함 사령관의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시 주석은 군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의도된 행위나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자 중국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우스춘(吳士存) 중국 남중국해연구원장은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환추시보 주최 송년포럼에서 “지금까지 미군이 해온 여러 도발을 (중국이) 참아왔으나 더는 참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포럼에 참여한 양이(楊毅) 해군 소장은 “남중국해에서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도전을 해온다면 트럼프에 대해 어떤 환상도 갖지 말고 반드시 머리가 터지고 피가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트럼프가) 온순해지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의 해외판 소셜미디어인 웨이신(微信) ‘샤커다오(俠客島)’는 “성탄절 선물(드론) 잘 받을게”라며 미국 측을 자극했다. 드론의 성격에 대해 쿡 대변인은 수온과 염분 등 해양 정보를 측정하는 연구용이라고 주장했지만 환추시보는 물론이고 뉴욕타임스도 문제의 드론이 중국 잠수함 정보를 수집하는 군사정보용이라고 지적했다. ‘오션 글라이더’로 알려진 드론은 길이 5∼10피트(152.4∼304.8cm)에 가격은 15만 달러(약 1억7850만 원)로 수주에서 수개월간 자동으로 해저에서 활동하며 정보를 수집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이세형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사진)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안 가결과 관련해 "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한국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 총장은 9일(현지 시간)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을 통해 "최근 한국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를 우려 속에 지켜보고 있다"며 "한국 국민들이 단합과 회복력 그리고 민주주의 제도와 원칙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또 "한국 헌정 체제의 성숙함과 역량을 믿는다"고 덧붙였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언론이 대변기호증(대변에 집착하는 증상·coprophilia)에 빠져서는 안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80·사진)이 최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가짜 뉴스’와 이를 무책임하게 보도하고 퍼뜨리는 언론에 일침을 가했다. 7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교황은 벨기에 가톨릭 매체인 테르티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이 사실도 아닌 스캔들이나 추잡한 일을 보도하는 대변기호증에 걸린 것 같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런 행태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특히 정치적 라이벌을 모함하는 도구로 언론이나 소셜미디어를 악용하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미디어를 이용해 정치적 라이벌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고, 이것은 죄”라며 “허위 정보는 미디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악의 문제로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몰고 가고 다른 쪽의 진실을 못 보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난민 혐오와 차별, 환경오염, 부의 집중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왔다. 그의 이날 발언은 미국 대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종교 간 갈등 등에서 가짜 뉴스의 폐해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우려 속에 나온 것이다. 그동안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해온 교황도 가짜 뉴스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올 초 소셜미디어에서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를 지지한다’는 가짜 뉴스가 빠르게 확산됐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나라 안에서는 ‘혁명의 아버지’, 밖에서는 ‘독재자’로 불리며 상반된 평가를 받은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4일 영면에 들어갔다. AP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5분경 피델의 유골은 쿠바 제2의 도시이며 ‘혁명의 도시’로 불리는 산티아고데쿠바의 산타 이피헤니아 묘지에 도착한 뒤 매장됐다. 묘지 도착에 맞춰 쿠바군은 21발의 예포를 발사했으며 군중은 묘지 입구에서 국기를 흔들며 국가를 합창했다. 지난달 25일 수도 아바나에서 90세를 일기로 사망한 피델의 시신은 화장됐다. 당초 피델의 장례식은 TV로 생중계될 예정이었으나 비공개리에 진행됐다. 전날 밤 대규모 추도행사가 열렸던 산티아고데쿠바의 안토니오 마세오 혁명광장과 길거리에는 쿠바 국민들이 나와 “나는 피델이다”와 “피델은 영원할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많은 사람들이 피델의 사진을 들거나 국기를 흔들며 추모했다. 피델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85)은 전날 추도행사에서 “쿠바는 그의 이름을 딴 건축물이나 거리를 만드는 걸 금지하겠다”며 “동상이나 흉상도 세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생전 피델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좌파 성향의 유명 중남미 정치인들도 대거 행사장을 찾았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등이 추도행사에 참석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콜롬비아 정부와 52년간 무장투쟁을 벌여온 좌익 반군세력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체결한 ‘개정평화협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1일 AP통신과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양측이 마련한 새로운 평화협정안이 콜롬비아 상원에서 찬성 75표, 하원에서 찬성 130표로 가결됐다. 상하원 모두 반대표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반세기 넘게 이어진 콜롬비아 내전을 끝내는 공식적인 근거가 마련됐다. 콜롬비아 내전은 중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내전으로 22만 명 넘게 숨졌고, 6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번 평화협정안은 올 9월 정부와 FARC가 서명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협정안 마련을 주도했던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평화협정안은 10월 국민투표에서 찬성 49%, 반대 50%로 부결돼 난관에 부닥쳤다. 이후 정부와 FARC는 평화협정안을 개정했고, 국민투표 대신 여당이 다수당인 의회 승인을 통해 인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콜롬비아에 실제 평화가 찾아올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평화협정안 반대파들이 반군 지도부의 잔학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을 요구했지만 개정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중앙당은 협정안의 내용과 체결 절차를 문제 삼아 의회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베 전 대통령은 평화협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반군들이 콜롬비아 사회로 복귀하면서 폭력 조직이 대거 양산되고 고질적인 사회문제인 마약 살인 강간 등의 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군들이 대거 보유했던 무기와 마약 재배시설 등을 콜롬비아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폐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북한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혼란을 틈타 도발하지 못하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경고 성명을 내야 한다고 미국 언론이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은 최근 부패 스캔들로 인한 불확실성을 가라앉힐 수 있지만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의 혼란은 수개월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더 큰 위험은 미국이 정권 이양기를 거치고 있는데 북한까지 서울의 혼란을 이용하려 드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현 상황을 악용하면 한미 군사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 성명을 내야 한다고 트럼프 당선인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북한의 공격을 막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대북제재는 물론이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사설에서 “북한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직후 (도발을 통해) 그를 시험할 수 있다”며 “박 대통령 퇴진을 늦춰서 얻을 것은 거의 없다. 한국이 지체 없이 차기 대통령을 뽑는 것이 세계를 위해서도 더 낫다”고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70)도 이날 텍사스 주 댈러스 부시 대통령센터에서 열린 북한자유포럼 행사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댈러스모닝뉴스가 보도했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의 미래는 동아시아의 미래와 매우 밀접히 연관돼 있다”며 “북한이 미사일 실험에 성공할 때마다 서울과 도쿄는 물론이고 태평양 너머 (미국)까지 위험해졌다”고 회고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무감각해져서는 안 된다. (북한 문제는) 미국 같은 나라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은아 achim@donga.com·이세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건부 장관에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반대론자인 톰 프라이스 조지아 주 연방 하원의원(62·사진)을 지명했다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28일 보도했다. 정형외과 의사 출신 6선 의원인 프라이스는 오바마케어가 의사와 환자의 의료서비스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강하게 비판해 왔다. 프라이스는 최근에도 “보험료가 계속 올랐고, 많은 국민이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의료보장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그가 보건부 장관에 취임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 업적으로 꼽히는 오바마케어에 과감하게 메스를 댈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스는 오바마케어를 대안 없이 비판하던 공화당 인사들과 달리 2009년 이후 해마다 포괄적인 대체 법안을 내놓고 있다. 그는 최근 2년간 하원 예산위원장을 맡았고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함께 재정 적자를 대폭 줄이는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미 정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파 성향 인사 선호 현상이 이번 인사로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다. 프라이스는 낙태와 동성애 결혼 등에 강경하게 반대해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은 아랍어로 ‘연결 지점’이란 뜻이다. 기원전 7세기 티그리스 강을 기준으로 동쪽에 고대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가 존재했고, 서쪽에 아랍인들이 거주하면서부터 모술은 연결의 도시가 됐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언어를 가진 아시리아인들과 아랍인들은 모술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들은 외적의 침략에 맞서 힘을 합칠 줄 알았고 평소에도 서로의 언어와 관습을 배우는 데 적극적이었다. 민족, 종교, 문화를 배척하지 않고 품는 이런 모술의 전통은 현대까지도 이어졌다.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아랍인과 소수 민족인 쿠르드인, 아르메니아인, 야지디인 등은 평화롭게 공존했다. 종교적으로 이슬람교가 다수였지만 기독교 등 다른 종교를 믿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모술의 기독교도들은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인구 비율에 비해 월등히 많은 의사, 법조인, 교수 등을 배출하며 두드러지는 사회 진출을 보였다. ‘선지자 요나의 무덤’과 ‘성 엘리야 수도원’ 같은 기독교 유적들도 잘 보존돼 있었다. 다문화가 공존하며 유전 개발에 힘입어 경제적으로도 넉넉했던 모술은 이라크의 롤 모델, 나아가 중동의 롤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4년 6월 이후 모술은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됐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모술을 점령하면서 문화재 파괴와 소수 민족에 대한 약탈 및 학살이 일상화된 것이다. 이제 이라크 국민들 사이에서 모술은 대규모 인권 유린, 반달리즘(예술품 및 유적 파괴 행위), 환경오염(유전 파괴)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희망이 사라진 도시로 여겨진다. 모술 출신으로 ‘사담의 도시’를 쓴 작가 마흐무드 사이드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나는 아직도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며 IS 점령 뒤 악화된 모술 상황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최근 모술에서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IS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것을 계기로 정부군이 대대적인 탈환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모술을 예전 모습으로 되돌리겠다는 이라크 정부의 의지도 굳건하다. 특히 모술을 탈환해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작업이 다른 IS 거점 지역의 ‘해방 뒤 모습’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와디 알 바티 주한 이라크대사도 최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술 탈환과 정상화는 이라크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며 “꼭 성공적인 모습으로 모술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04년 미국과의 전쟁으로 파괴된 이라크를 돕기 위해 모술 인근 아르빌에 자이툰부대를 파병한 인연을 갖고 있다. 2008년 철수하기 전까지 자이툰부대는 재건과 의료 사업을 활발히 벌였다. 한국이 모술의 정상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중동 외교뿐 아니라 국제 인권 증진 차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모술의 파괴자가 인류 최악의 범죄 집단 중 하나로 꼽히는 IS이기 때문이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의 1980, 90년대 최고 스타로 꼽히는 카림 압둘자바와 마이클 조던, 할리우드 스타인 영화배우 톰 행크스와 로버트 드니로 등이 올해 ‘대통령 자유의 메달’ 상을 받았다. 22일(현지 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운동선수, 영화배우, 음악가 등 총 21명에게 이 상을 수여했다. 자유의 메달은 국가안보와 세계평화, 문화·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기여한 미국인에게 주는 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시민상으로 꼽힌다. 농구팬으로 잘 알려진 오바마 대통령은 조던과 압둘자바에 대해서 특히 높게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누군가를 ‘특정 분야의 마이클 조던’이라는 건 이유가 있다”며 “신경외과계의 조던, 유대교 종교지도자계의 조던 등이라고 부르는 건 무슨 말(실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하는 것인지 다 안다”고 말했다. 또 압둘자바에 대해서는 “이슬람교를 믿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신앙을 옹호했다”고 격려했다. 수상자 중에는 67년간 미 프로야구 LA 다저스 경기를 중계해 ‘다저스의 목소리’란 별명을 얻은 빈 스컬리도 포함됐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창업한 회사에서 팔려고 하는 게 뭐죠?” 싱가포르 난양이공대(NTU)의 창업 교육을 주관하는 ‘난양기술기업가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후이덴후안 교수(경영학·사진)가 창업하려는 학생들을 만날 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단순히 제품이나 기술을 팔겠다고 답하면 창업 마인드가 아직 없는 학생이다. 제품이나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 변화, 자부심 같은 가치를 이야기하면 창업 마인드가 어느 정도 있는 학생이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에 창업은 공대생들이 주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대부분 공대생이 엔지니어와 창업가는 완전히 다른 직업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죠.” 후이 교수는 “단순히 제품과 기술만으로 창업에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게 창업 교육의 중요한 목표”라며 “창업가를 꿈꾸는 공대생이라면 기술에 대한 이해 못지않게 제품의 가치, 인재상, 경영철학 등에 대해서도 매끄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역량은 공학 교육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NTU는 창업 교육을 하면서 공학적 지식과 경영학 경제학은 물론이고 문화 윤리 심리학 같은 순수 인문학 교육을 강조한다. 후이 교수는 “창업가 같은 공학 리더 배출에 초점을 맞춘 융합 전공인 ‘르네상스 엔지니어링 프로그램(REP)’뿐 아니라 일반 공학 전공자들을 위한 인문·사회과학적 교육 과정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전문가인 후이 교수는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 함께 ‘리싱킹 마케팅’ ‘아세안 마케팅’ 같은 책을 펴냈다. 그는 한국 대학들의 창업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KAIST, 한양대 등 한국 주요 대학들도 창업 교육과 공학·인문학·사회과학을 융합하는 전공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와 한국 대학은 창업 교육에서 후발 주자이지만 학생 수준이 높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스타트업에서 찾기를 원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싱가포르=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러닝허브(Learning hub). 싱가포르 난양이공대(NTU) 캠퍼스에 들어서자 2015년 세워진 명물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대를 디자인한 영국의 천재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46)의 작품으로 타원형 교실이 겹겹이 쌓여 올라가며 중앙 정원을 둘러싸는 형태다. 직선과 직각으로 이뤄진 빌딩의 고정관념을 깬 외관은 창의와 혁신을 추구하는 젊은 대학 NTU의 상징이다. 이 대학에서 창업 교육을 담당하는 난양기술기업가(Technopreneurship)센터 로비에는 ‘기업가 정신 교육을 통해 인류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자’란 모토가 붙어 있다. 옆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걸려 있다. 대학 당국자가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와 경쟁할 수 있는 창업가를 배출하겠다는 NTU의 의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미래에는 실리콘밸리가 싱가포르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를 걸어 놓게 될 것이다.” 해외 스타트업들의 ‘러닝허브’가 되겠다는 포부다. ○ 르네상스 엔지니어링 프로그램(REP) 싱가포르국립대(NUS)와 함께 싱가포르의 양대 명문대인 NTU는 1991년 개교해 창업 교육의 역사가 서구 유명 대학은 물론이고 1905년 개교한 경쟁 대학 NUS보다 훨씬 짧다. 그런 NTU의 창업 교육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비결은 2011년 개설된 ‘르네상스 엔지니어링 프로그램(REP)’ 덕분이다. 공대생을 단순한 엔지니어가 아닌 창업가 등 ‘공학 리더’로 키워내자는 취지에서 만든 REP는 4년 반 과정으로 졸업할 때 공학사와 기술경영학석사 학위를 모두 받는다. REP 학생들은 전기전자공학,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등 전통적인 공학 전공 중 하나를 주 전공으로 택한다. 동시에 경영학 경제학 인문학 교육을 강도 높게 받는다. 4년 반 중 1년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와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등 창업 교육으로 유명한 해외 대학에서 공부하며 현지 스타트업의 인턴십을 경험한다. 올해 졸업한 1기 학생 34명 중 3명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학생들이 몰리자 NTU는 REP의 정원을 70명으로 늘렸다. REP 졸업 후 데이터 분석 기술 관련 스타트업인 ‘클레프’를 창업한 메이 림 씨는 “REP에서는 전공과목이 절대평가이고 팀 프로젝트가 많다”며 “평가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창업 공모전과 인턴십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P 설립을 주도했던 캄찬힌 NTU 교무처장(전기전자공학부)은 “공대에서 배출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리더 중 하나가 창업가”라며 “REP를 통해 창업가를 대거 배출하는 건 물론이고 제2, 제3의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와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같은 인재들도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업가 정신 과목은 필수 교양 NTU는 소수 엘리트를 위한 REP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일반 학생들을 위해 기업가 정신 교육을 전교생 필수 교양과목으로 지정했다. 전공에 상관없이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기업가 정신 부전공 제도도 두었다. 교내 스타트업 창업과 육성을 위한 기관인 ‘NTU 이노베이션’은 창업을 희망하는 교수와 학생들을 돕는다. 사업계획서(분량 제한 없음)만 작성하면 언제든 창업 전문가들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창업 단계에서는 경영 컨설팅과 재정 지원도 받는다. 최근 3년간 NTU 이노베이션을 통해 창업한 스타트업은 해마다 10∼15개 정도다. NTU 이노베이션의 림주이 박사는 “정말 허황된 아이디어부터 당장 시장에 내놓아도 충분히 경쟁력 있어 보이는 아이디어까지 다양한 사업계획서들이 매일 들어온다”며 “창업에 관심 있는 구성원들이 언제든지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컨설팅 받을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대학의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데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분야의 교수가 기술 상용화에 성공하면 수익의 절반을 가져갈 수 있다. 대개 글로벌 대학들은 3분의 1가량의 수익을 개발자에게 준다. 공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노베이션 개라지’(제품개발실)도 NTU의 창업 엔진 중 하나다.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실험할 수 있는 이곳에서 학생들은 최근 3차원(3D) 프린터로 자동차를 만들고 빨래 수거용 드론을 개발했다. 앤디 콩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창업 희망자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 취업할 학생들에게도 창의력 개발 차원에서 개라지 활동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TU는 라이벌인 NUS의 프로그램도 벤치마킹했다. 해외 스타트업에 학생들을 6개월∼1년간 인턴으로 보내는 ‘NUS 해외 프로그램(NUS Overseas Colleges·NOC)’과 유사한 과정을 개발 중이다. 이 분야의 후발 주자로서 단기간에 창업가를 키워내려면 최대한 많은 학생들을 선진 스타트업 문화에 노출시키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NTU는 해마다 100∼200명의 학생을 선발해 해외 스타트업에 보낼 계획이다. 싱가포르=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1991년 설립된 젊은 대학으로 ‘싱가포르의 매사추세츠공대(MIT)’로 불린다. MIT처럼 공대로 출발해 경영학 경제학 미디어학 정책학 등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올해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에서 싱가포르국립대에 이어 아시아 2위, 세계 13위에 올랐다. 한국 대학들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 이슬람국가(IS) 조직원 등 테러 용의자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waterboarding)이 부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스스로 대선 기간 중 “물고문은 물론이고 그 이상도 허용할 수 있다”고 발언한 데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법무장관 내정자가 워터보딩 금지를 비판해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워터보딩은 CIA가 9·11테러 용의자 수사 과정에 사용했으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한 직후 행정명령으로 금지했다. 21일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와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 내정자 등이 워터보딩 등 강경한 신문기법 사용에 찬성하고 있다. 강성 인물들이 수사 관련 요직에 내정되자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19일 “워터보딩은 제네바 협약에 따라 불법이며 지난해 의회도 이를 금지했다”며 “사람들을 고문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20일 CBS 인터뷰에서 워터보딩 부활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미국을 위협하는 이슬람 테러리즘에 맞서고 퇴치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것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 대통령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워터보딩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는 테러범들을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로 보내야 하며 변호인 접견권과 묵비권도 보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온 강경파다. 폼페오 CIA 국장 내정자도 사실상 고문이나 다름없는 강도 높은 신문을 진행하는 수사관들을 ‘영웅’이라고 호칭한 적이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론 더머 주미 이스라엘대사(45)가 미국 주재 대사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만났다. 더머 대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17일(현지 시간)에 앞서 트럼프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스라엘의 영향력이 버락 오바마 정부 때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더머 대사는 트럼프 당선인의 맏딸 이방카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와 평소 친분이 두텁다”며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빨리 트럼프 당선인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대인인 쿠슈너는 트럼프 당선인이 각별하게 아끼는 맏사위로 트럼프 당선인이 아베 총리와 회동할 때도 이방카와 함께 배석한 실세다. 트럼프와 더머 대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외교 관계를 두텁게 해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61)를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에 낙점했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과 이스라엘 언론들이 18일 보도했다. 허커비는 이날 오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면담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허커비는 기자들에게 “커피를 마시러 온 것”이라며 대사 내정설에 대해선 함구했다. 허커비는 공화당 경선에서 일찌감치 하차한 뒤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해 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확실히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친(親)이스라엘 성향이다. 그는 2008년 유대교 지도자들과의 대화에서 “팔레스타인은 원래 없는 존재다. 이스라엘의 땅을 빼앗기 위해 만들어낸 정치적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선 “그들(팔레스타인)에게 수백 년, 수천 년간 이어져온 역사가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 정계에서는 허커비가 주이스라엘 대사로 임명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 기조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에 밝힌 것처럼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대사관이 예루살렘으로 이전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총괄할 국무장관으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과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경합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15일 줄리아니 전 시장이 더 유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연방검사 출신으로 뉴욕시장 시절 ‘범죄 없는 안전한 뉴욕 만들기’를 추진해 성공을 거뒀다. 지금까지 외교·안보 업무를 담당한 적은 없다. 법질서를 강조하는 성향을 감안할 때 힐러리 클린턴, 콜린 파월, 콘돌리자 라이스 등 전임자들보다 강경한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는 당분간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을 제거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대사는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유엔대사로 일하면서 이란과 북한 등 핵·미사일 개발 국가에 대한 강한 대응을 강조해 대표적인 ‘네오콘’ 인사로 꼽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북한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해 왔기에 국무장관이 될 경우 아들 부시 행정부 1기와 같은 대북 강경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국방장관에는 제프 세션스 연방 상원의원(앨라배마)이 유력하다. 세션스 의원은 상원 국방위원회에서 17년간 활동했고 상원의원 중 처음으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또 이민 규제와 보호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트럼프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재무장관에는 트럼프캠프 재무담당자로 일했던 스티븐 므누친 듄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가 유력하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파트너로 활동했고 세계적인 헤지펀드 운용가인 조지 소로스와 같이 일한 적도 있다. 므누친이 재무장관에 임명될 경우 로버트 루빈, 행크 폴슨에 이어 최근 20년간 미 재무장관을 이끈 세 번째 ‘골드만삭스맨’이 된다. 유엔대사와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이 유력한 리처드 그리넬과 로나 롬니 맥대니얼은 다양성을 고려한 인사다. 그리넬은 공개적으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혔으며 밋 롬니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조카인 맥대니얼은 여성이다. 미 정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지나친 보수성과 끊임없이 물의를 일으켰던 여성 차별과 비하 발언에 대한 불만을 불식시키려는 시도란 분석이 많다. NYT는 트럼프가 취임 전까지 총 4115명의 고위직 정부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교체 규모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민주당에서 공화당 정부로 바뀌는 상황이어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상된다. 4115명 중 트럼프가 상원 인준 절차를 받아 임명하는 고위직은 1054명, 상원 인준 없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525명이다. 나머지는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지 않는 연방부처 국장급과 정책자문역 등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70)이 내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최대한 많은 시간을 자신의 주 거처인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58층에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측근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익숙한 뉴욕(트럼프타워)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주중에는 워싱턴에서 보내더라도 주말에는 뉴욕의 트럼프타워,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의 골프장,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 등에서 머물고 싶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homebody)’이라고 불릴 만큼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뉴욕 트럼프타워 58층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세를 하던 대선 때도 잠은 이곳에서 자려고 일정을 조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처음 백악관을 방문한 뒤 측근들에게 “백악관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뉴욕 트럼프타워에 대한 애착이 워낙 강한 데다 선거 때처럼 많은 지역을 방문해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계획으로 볼 때 트럼프의 백악관 밖 생활은 다른 대통령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CNN은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상징이기도 했던 ‘금색 치장 전용기’와도 당분간 이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빗대 ‘트럼프포스 원’으로 불렸던 이 비행기는 세면대 등 내부 인테리어 곳곳을 금으로 치장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트럼프포스 원은 에어포스 원처럼 미사일과 핵 방어 기능이 없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앞서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선 후 TPP 의회 비준을 밀어붙일 방침이었지만 공화당이 의회 상·하원 다수당을 석권하면서 빛도 보기 전에 TPP를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트럼프의 오바마 레거시(유산) 지우기가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미국 민주·공화당 지도부가 대선 결과에 따라 TPP 비준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백악관에 통보했다”며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도 현재로선 더 진척시킬 방법이 없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월리 아데예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제경제 담당 부보좌관은 WSJ 인터뷰에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새 무역협정은 차기 대통령과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굴기(굴起)를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재균형을 모토로 세계 최대의 단일 무역협정으로 야심 차게 추진했던 TPP는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경제 질서를 쓰게 할 순 없다”며 TPP를 추진해 지난해 관련 국가들과 협상을 타결했다. TPP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대선 유세 중에 핵심 경합 주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미 중서부 공업지대)의 백인 노동층 표심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뜨거운 정치 이슈가 되었다. 일자리를 잃은 백인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TPP에 반대한 것이다. 민주당 경선 주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미국인들의 건전한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TPP 반대를 외쳤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도 표를 얻기 위해 “TPP를 포함해 우리의 일자리를 죽이고 임금을 억제하는 어떤 무역협정도 중단할 것”이라며 “TPP는 대통령으로서도 반대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자신이 국무장관으로 있으면서 추진했던 것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중은 통상질서 주도권을 놓고 새로운 패권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역조를 해소하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과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45% 부과 등의 카드로 중국을 직접 겨냥할 참이다. 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의 TPP 폐기를 호기로 보고 대항 카드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을 밀어붙이기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중국은 올해 이미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켰다. 상하이(上海) 국제문제연구원의 장저신(張哲馨) 연구원은 “TPP가 불발되면 미국의 세계 경제에서의 리더십도 의문시되는 반면 중국으로선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경제 관계를 심화하는 큰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RCEP 체결에 탄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시진핑 정부의 역점 대외경제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의 실크로드 프로젝트)’도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19, 20일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RCEP의 조속한 타결을 어젠다로 제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정권인수 기간을 틈타 중국이 아태 지역 무역질서를 재편할 주도권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RCEP는 201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공동선언을 통해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뒤 지난해 말까지 타결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TPP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TPP에도 참가하는 베트남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위는 TPP와 함께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새로운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취임 200일 이내에 폐기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당분간 세계 통상 질서는 ‘트럼프 변수’로 기존 틀이 흔들리는 격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이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