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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73)이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73)에게 14일(현지 시간) “하원의 탄핵 조사가 당신의 국정 운영을 방해하게 둬선 안 된다”며 야당 및 의회와 협력하라고 조언했다. 두 사람은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이지만 1946년생 동갑내기, 재임 중 탄핵 위기를 맞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CNN과의 생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당신(트럼프 대통령)은 일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다. 이미 날려버린 날들을 되돌릴 순 없지만 매일 새로운 좋은 일을 만들어 갈 기회가 있다”라며 “나라면 그저 미국인들을 위해서 일할 것”이라고 권유했다. 대통령 휘하에 탄핵 조사에 대응할 변호사 및 직원들이 있으니 그들이 자신의 업무를 하게 두라고도 조언했다. 1993∼2001년 재직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 여러 건의 성추문에 휘말렸다. 이 성추문에 대한 위증 및 사법 방해 혐의로 탄핵 위기를 맞았다. 1998년부터 하원의 탄핵 조사가 시작됐고 하원은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지만 1999년 초 상원에서는 부결돼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CNN은 ‘탄핵 대응 대신 대통령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클린턴 전 대통령 외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중진의원들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탄핵될 가능성이 낮은데도 대통령이 초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빠져들어 피해를 자초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리타의 소거스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에도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용의자는 이 학교 재학생인 아시아계 16세 남학생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급우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으며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총기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라며 총기 규제 정책에 관해 야당과 손을 잡으라고 주문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73)이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73)에게 14일(현지 시간) “하원의 탄핵 조사가 당신의 국정 운영을 방해하게 둬선 안 된다”며 야당 민주당 및 의회와 협력하라고 조언했다. 두 사람은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이지만 1946년생 동갑내기, 재임 중 탄핵 위기를 맞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CNN과의 생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당신(트럼프 대통령)은 일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고 매일 좋은 일만 일어나길 바랄 순 없다”며 “나라면 그저 미국인들을 위해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휘하에 탄핵 조사에 대응할 변호사 및 직원들이 있으니 그들이 자신의 업무를 하게 두라고도 조언했다. 1993~2000년 재직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 여러 건의 성추문에 휘말렸다. 이 성추문에 대한 위증 및 사법 방해 혐의로 1998년 탄핵 위기를 맞았다. 하원은 그의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지만 상원에서는 부결돼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CNN은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야당과의 협력을 조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중진들이 “대통령이 탄핵 조사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스스로 몰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탄핵 조사 와중에도 대통령 업무는 소홀히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편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리타의 소거스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사고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 학교 재학생인 16세 아시아계 남학생이 용의자로 지목된 이 사고로 현재까지 급우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번 총기 사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라며 총기 규제 정책에 관해 야당과 손을 잡으라고 주문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을 조사하는 하원 탄핵 조사의 첫 공개 청문회가 여론의 관심을 받으며 13일 열렸지만 탄핵을 이끌어낼 만한 ‘결정적 한 방’은 나오지 않았다. 증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압 의혹을 뒷받침하는 발언들을 내놨지만 이미 알려진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원 정보위원회는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를 출석시켜 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테일러 전 대행은 “우크라이나와의 비공식 외교 통로가 존재했다. 이 통로는 공식 통로와 빈번하게 상충됐다”고 말했다. 특히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포함됐던 공식 통로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政敵)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을 수사해 주는 대가로 미국이 군사 원조를 해 주겠다’는 식의 거래가 전혀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테일러 전 대행은 “직원 한 명이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 대사에게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고 묻자 손들랜드 대사가 ‘그는 바이든 조사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켄트 부차관보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그림자 외교’ 정책이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그 정책은 잠재적 경쟁자(바이든)의 흠을 찾아 파헤치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는 비공개 청문회 내용을 전한 언론 보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필사적으로 비호했다. 데빈 누네스 의원은 “(공개 청문회는) 민주당이 무대에 올린 TV 연극 공연”이라고 비난했다. 짐 조던 의원은 테일러 전 대행에게 “당신이 들은 것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고 쏘아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청문회가 ‘트럼프 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조사 청문회가 열리는 동안 백악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는 “바빠서 (청문회를) 볼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백악관도 공식 트위터에 “증인들의 2차, 3차, 4차 설명에 의존하지 말라. 당신 스스로 (양국 정상) 통화록을 읽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원 정보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압 의혹을 최초 고발한 내부고발자의 증인 소환 안건을 찬성 9표 대 반대 13표로 부결시켰다. 공화당은 “내부고발자의 정치적 편향성을 검증해야 한다”며 그를 공개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CNN, 뉴욕타임스(NYT), WP 등 주류 언론은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알려진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알면서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조차 앵커와 패널들에게 “내부고발자 신원을 언급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트위터에서 언론을 겨냥해 “왜 눈감고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2016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72·사진)이 대권 재도전 가능성에 대해 미묘한 언급을 남겼다. 클린턴 전 장관은 11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나는 분명 좋은 대통령이 됐을 것이다. 언제나 머리 한쪽에 (대선 출마) 생각이 남아 있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확실히 은퇴시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을 두고 민주당 경선의 잠재적 경쟁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77)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고 8일 출마를 선언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클린턴 전 장관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거론하며 영국이 비슷한 처지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다음 달 12일 조기총선을 의식해 러시아의 영국 정치개입 문제에 관한 보고서 공개를 연기하고 있다며 즉각 보고서를 공개하라고도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하루 전 영국 런던 강연에서도 “소셜미디어가 여성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여성 정치인들은 소셜미디어의 모욕적 게시물 및 음모로 인한 후폭풍에 늘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여성 혐오가 작동했다”며 “여성은 늘 대중으로부터 외모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또 공손하고 온순하게 행동할 것을 강요받는다. 남성에게는 강요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내년 대선에 나선다면 세 번째 대선 도전이 된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패했고 2016년에는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에게 가로막혔다. 이후 줄곧 ‘대선 삼수’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의 태도 변화는 블룸버그 전 시장의 재출마 선언에 자극받은 것은 물론이고 현재 민주당 주요 후보군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회의감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때 독보적 1위였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76)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루 의혹으로 지지율과 선거자금 모금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70)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7)은 지나친 진보 성향으로 중도층 유권자의 포섭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자신의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북한과의 협상에서 의도적인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했다고 밝혔다. 12일(현지 시간) 출간된 헤일리 전 대사의 회고록 ‘외람된 말씀이지만(With all due respect)’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북한에게 전하게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 하여금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하게 만들라”고 말했다고 했다.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벌였던 설전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철저히 기획된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의 표현을 쓰며 한반도의 긴장을 끌어올렸다. 헤일리 전 대사는 저서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적인 발언이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나로서는 실제로 도움이 됐다”며 “이를 토대로 중국에 공포를 주입하는 한편 한반도 위기를 피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겠다고 접근하는 방식으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의 협상 기술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말하는 ‘미치광이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대(對) 중국, 대 러시아 외교에서의 협상 카드도 공개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김정은 정권이 몰락하면 북한 주민이 집단 탈출에 중국으로 대거 유입될 게 뻔했다”며 “중국은 이런 점을 매우 위협적으로 여겼다”고 적었다. 또 북한 제재를 위해 러시아를 설득할 땐 먼저 중국과 합의한 뒤 러시아에 “혼자서만 김정은 정권과 손을 잡는 국제적 왕따가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이것이 2017년 8월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 2371호가 만장일치로 통과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북한의 인권 실상도 폭로했다. 그는 저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초반 6년 동안 처형한 숫자가 300명이 훨씬 넘는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체제 비판을 하거나 금지된 책이나 언론을 볼 경우 강제 수용소로 보내 고문을 하거나 굶겨 죽이고, 또 죽을 때까지 노동을 시킨다”며 “유엔은 수십만 명이 김정은 독재체제의 수용소에서 죽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2006년부터 14년째 집권 중인 중남미 최장수 좌파 지도자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60)이 선거 부정 논란에 10일 사임했다. 경제지표 악화 속에 개헌까지 하며 무리하게 4선 연임을 시도해 민심에 불을 붙였다.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시작된 칠레 반정부 시위 등 중남미 전역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시위의 공통점은 경제난과 정권의 부도덕성이란 분석이 나온다.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중남미가 시뻘건 분노로 달아오르고 있다”고 표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지난 3주간 반정부 시위로 이미 시민 3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 시위는 지난달 20일 대선으로 촉발됐다. 당일 중간개표 결과 모랄레스 대통령은 45.3%를 득표해 야권 후보인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보다 약 7%포인트 앞섰다. 볼리비아 대선은 1위 후보의 득표율이 40%를 넘고 2위 후보와의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일 때 결선투표를 치르지 않는다. 이때 선거관리 당국이 돌연 개표 공개를 중단했다가 24시간 후 재공개했다. 그러자 모랄레스 대통령은 47.1%를 득표해 경쟁자를 10.6%포인트 차로 앞섰고 결선투표 없이 당선됐다. 야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혈세로 대통령궁을 새로 짓고 생가를 자신의 기념관으로 만든 사실도 시민 분노를 자극했다. 수세에 몰린 그는 ‘대선 재실시’를 주장했지만 군 최고사령관과 경찰 수장까지 사퇴를 요구하자 백기를 들었다. 칠레에서도 지하철 요금 인상이 발표된 지난달 6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칠레의 최저임금은 월 426달러(약 49만4100원)이며 저소득층은 월급의 30%를 지하철 요금에 쓰고 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은 사태를 더 키웠다. 이미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시위 격화 후 2주간 180명이 고무탄 등에 맞아 심각한 눈 부상을 입었다. 눈 부상이 전염병처럼 번진다”고 전했다. 이 중 30%는 한쪽 눈을 실명했고 60%는 심각한 시각 손상에 시달리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70)은 이 와중에 가족과 최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했고 부인은 시위대를 ‘외계인’으로 폄훼했다. 최저임금 인상, 헌법 개정 추진 등 그의 개혁안에도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겉으로는 두 나라의 혼란이 선거 부정과 공공요금 인상이란 단편적 이유에서 기인한 듯하지만 배후에는 누적된 경제 실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주력 산업인 천연가스 수출이 호황일 때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회주의 지도자’란 평가도 받았다. 최근 천연가스 수출이 침체되고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까지 불어난 가운데 경제 성장 과실이 불평등하게 배분되자 도시 빈민이 급증했다. 현재 33개 중남미 국가 중 볼리비아와 칠레를 포함해 최소 8개 국가의 정국이 불안정하다. 우파가 집권 중인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민심이 분노했다. 중도좌파 레닌 모레노 대통령이 이끄는 에콰도르에서는 휘발유 경유 보조금 폐지로 지난달 3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불붙었다. 정권 교체도 빈번하다. 우파 정권이 89년간 집권했던 멕시코에서는 1월 좌파 대통령이 탄생했다. 우파 정권의 부패와 고질적 치안 불안이 낳은 결과였다. 4년 전 우파 정권을 출범시킨 아르헨티나 유권자들도 고물가, 고실업, 화폐가치 하락 등이 계속되자 지난달 27일 대선에서 좌파 후보를 선택했다. 과거 중남미에서 반미, 반제국주의 등 뚜렷한 정치색을 표방한 시위가 빈번했던 것과 달리 현재의 시위는 집권당의 정치 색깔에 별 관심이 없다. 좌파든 우파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든 정권을 갈아 치울 수 있다는 시민들의 경고가 준엄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시위의 ‘탈(脫)정치’ 색깔이 뚜렷한 데다 양극화를 단기간에 해소하기도 힘들어 상당 기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지니계수는 0.31이지만 이 8개국의 평균은 0.45에 이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좌파 정권인 볼리비아, 우파 정권인 온두라스, 중도를 자처한 에콰도르에서 모두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 (경제)정책에 초점을 맞춘 정치인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중남미 전문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리드는 가디언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을 때는 불평등을 감수할 수 있었지만 나와 자녀의 임금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사라진 지금 분노가 폭발했다”고 분석했다.최지선 aurinko@donga.com·전채은 기자}

14년간 집권한 중남미 최장수 좌파 지도자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60)이 선거 부정 논란으로 3주째 유혈 시위가 이어지자 10일(현지 시간) 사임했다. 경제지표 악화 속에 개헌까지 하며 무리하게 4선 연임을 시도한 것이 민심에 불을 붙였다.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시작된 칠레 반정부 시위 등 중남미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시위의 공통점은 경제 실패란 분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 더 이상 충돌을 원치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 이른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3주간 반정부 시위로 시민 3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다쳤다. 시위는 지난달 20일 대통령 선거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이 개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투표 당일 중간개표 결과 모랄레스 대통령과 야권 후보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 간 득표율 격차는 7%포인트였다. 하지만 선거관리 당국이 개표 결과 공개를 중단했다가 24시간 후 재공개하자 격차가 10.1%포인트로 벌어져 결선투표 없이 당선될 수 있었다. 야권은 ‘거대한 사기극’이라며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수세에 몰린 모랄레스 대통령이 “대선을 다시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군 최고사령관과 경찰 수장까지 사퇴 요구에 동참하자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양극화와 경제난에 지친 칠레인들도 지난달 6일부터 한 달 넘게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칠레 최저임금은 월 426달러(약 49만4100원)이며 저소득층은 월급의 30%를 지하철 요금에 쓰고 있다. 시위대는 소수 엘리트 가문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며 빈부격차, 공공요금 상승을 방치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은 사태를 더 키웠다. 이미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시위 격화 후 2주간 180명이 고무탄 등에 맞아 심각한 눈 부상을 입었다. 눈 부상이 전염병처럼 번진다”고 전했다. 이 중 30%는 한쪽 눈을 실명했고 60%는 심각한 시각 손상에 시달리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70)은 16, 17일 예정됐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취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안을 제안하고 헌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두 나라의 혼란 원인이 선거 부정과 지하철 요금 인상이란 단편적 이유로 보이지만 그 배후에는 누적된 경제 실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빈국이던 볼리비아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한때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회주의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천연가스 수출이 침체되고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까지 불어난 가운데 경제 성장 과실이 불평등하게 배분되자 도시 빈민이 급증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몸살을 앓는 중남미 국가는 볼리비아와 칠레뿐만이 아니다. 현재 33개 중남미 국가 중 최소 8개 주요 국가의 정국이 불안정하다. 남미의 가장 안정적인 국가로 꼽히는 칠레부터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까지 요동치는 이유는 ‘경제’로 모아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지니계수가 0.31인 데 비해 이 8개국의 평균은 0.45에 이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좌파 정권인 볼리비아, 우파 정권인 온두라스, 중도 표방 정권인 에콰도르에서 모두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 (경제)정책에 초점을 맞춘 정치인을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권 교체도 빈번하다. 우파 정권이 장기 집권했던 멕시코는 지난해 7월 89년 만에 좌파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한 세기에 가까운 우파 정권의 부패와 폭력이 약 8800만 명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향하게 했다. 4년 전 대선 당시 좌파 정권에서 우파에 표를 던졌던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은 지난달 27일 대선에서 빈곤과 실업 등 우파 정권에 대한 실망과 회의감으로 다시 좌파 성향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를 선택했다.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20일 넘게 이어진 대선 불복 시위에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재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주요 도시 경찰까지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항명을 선언하고 반정부 시위에 가세하며 시위가 격화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다. 2006년 대통령에 취임한 후 현 남미 지도자 가운데 최장기 집권 중인 모랄레스 대통령의 입지도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재선거 실시 의사를 밝히며 “우리는 볼리비아를 안정시킬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투표 과정에 참관했던 미주기구(OAS)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이 획득한 득표율에 부정 혐의가 있다며 재선거를 촉구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선거위원회를 전원 교체한다고 덧붙였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재선거 실시 결정의 직접적 요인은 최근 거세진 반정부 시위였다. 볼리비아 정부는 지난달 20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 결과 모랄레스 대통령이 47.08%의 득표율로 4선 연임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개표 개시 전부터 선거 부정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이후 모랄레스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행정수도 라파스 등 여러 도시에서 벌어졌다. 현재까지 20세 청년 등 3명이 시위 현장에서 숨졌으며 300명 이상이 다쳤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대는 급기야 9일 볼리비아 국영 방송사인 ‘볼리비아TV’와 라디오 ‘파트리아 누에바’를 점령하고 방송 송출을 중단시키는 공세적인 행보에 나섰다. 특히 최근 주요 도시의 경찰이 반정부 시위에 동참할 것을 선언해 현 정부에 타격을 줬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9일 대통령궁을 지키던 수십 명의 경찰을 비롯해 라파스와 수크레 산타크루스 등 주요 도시의 경찰이 대통령에게 항명하고 근무지를 이탈했다. 한 경찰관은 가디언에 “정부는 시민을 탄압하는 데 우리를 이용할 수 없다”며 “우리는 그 어떤 정당이나 정부에도 속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시위대는 “경찰,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이들을 환영했다. 루이스 페르난도 카마초 반정부 시위대 대표는 트위터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시민의 편에 서 준 경찰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현재 볼리비아 군부도 대통령과 선을 그었다. 윌리엄스 칼리만 군 참모총장은 “정치 문제는 정치의 영역에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전채은 chan2@donga.com·조유라 기자}

13일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 공개 청문회가 시작된다.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은 6일 트위터를 통해 “13일에는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15일에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가 공개 청문회 증언자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은 9월 24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정적(政敵)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패 수사를 압박했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관한 탄핵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껏 열린 청문회는 모두 비공개였고 핵심 증인들의 발언은 추후 언론 보도 및 증언록 공개로만 알려졌다. 이젠 전 국민이 보는 실시간 TV 생중계로 청문회 상황을 접할 수 있는 만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1998년 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진행됐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 조사 때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은 공개 청문회에서 거세게 충돌했다. 이번에도 이런 장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집권 공화당은 이미 민주당 주도의 탄핵 조사 방식에 큰 불만을 제기해 왔다. 지난달 23일 “민주당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밀실에서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만 수집한다”며 비공개 청문회장에 난입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하원 정보위원회는 이날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관한 다섯 번째 증언록도 공개했다. 4일 요바노비치 전 대사와 마이클 매킨리 전 국무장관 선임고문, 5일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미국대사와 커트 볼커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의 증언에 이어 지난달 22일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의 증언이 이날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 일색이다. 장장 10시간에 걸쳐 증언에 나선 테일러 전 대행은 “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금이 그들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집행되지 않으리라고 명백히 이해했다”고 밝혔다. 그는 7월 10일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손들랜드 대사와의 회의 내용도 공개했다. 테일러 전 대행은 “손들랜드 대사가 (바이든) 조사를 언급하자 볼턴 보좌관은 ‘그 얘기를 하지 말자’며 회의를 종료했다. 당시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 볼턴이 자신의 우려를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해달라고 했다”고도 밝혔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이 탄핵 정국에서 ‘국무부 수장’ 대신 ‘대통령 호위 무사’만 자처해 국무부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증언 거부 지시에도 국무부 ‘서열 3위’ 데이비드 헤일 차관이 이날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3일 워싱턴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와 터키의 시리아 북부 거주 쿠르드족 공격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열린다. 공개 청문회 시작일에 회담 날짜를 택한 것은 탄핵 정국에 쏠린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올 7∼9월 한 분기 동안 7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냈다. ‘투자의 귀재’로 불렸던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은 “너덜너덜해졌다”며 고개를 숙였다. 차량 공유업체 우버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등에 대한 투자 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6일 니혼게이자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날 상반기(4∼9월, 일본 회계연도 기준) 실적 공개에서 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줄어든 4215억 엔(약 4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7∼9월 한 분기 동안 7001억 엔의 적자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5264억 엔 흑자)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중간 결산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은 14년 만의 일이다. 손 회장은 이날 결산 설명회에서 “너덜너덜한 실적을 내 참담하다”며 “내 투자 판단이 여러모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매우 반성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손 회장이 출범한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의 스타트업 투자 실패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비전펀드는 9월 말 현재까지 우버, 위워크, 슬랙, 디디추싱, 쿠팡 등 88개 스타트업에 약 707억 달러를 투자했다. 위워크는 방만한 경영으로 기업공개(IPO)에 실패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4개 주 중 3개 주에서 승기를 잡았다. 5일 지방선거는 켄터키 미시시피 버지니아 뉴저지주에서 치러졌고, 공화당은 미시시피에서만 승리했다. 최대 이변은 켄터키주의 결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지만 민주당이 승리하자 공화당 내부에서 내년 대선 전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팜 벨트(farm belt·미 중서부 농업지대)’에 속한 켄터키주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이어서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경고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켄터키주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앤디 버시어 주 법무부 장관이 49.2%의 득표율로 공화당 맷 베빈 현 주지사(48.8%)에게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이곳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30%포인트 차로 꺾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합지인 버지니아 대신 ‘집토끼’ 켄터키를 잡기 위해 직접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결국 패했다. 이를 두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 농가가 큰 타격을 입은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켄터키 선거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을 당황스럽게 만들었고 대선을 앞둔 공화당원들을 걱정하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켄터키주에서 치른 6개 선거 가운데 내가 어젯밤 얘기하거나 소개한 후보 5명이 승리했다”며 “베빈도 마지막 며칠 (득표율을) 15%나 올렸지만 아마 충분치 않았던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가짜 뉴스는 트럼프를 비난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빈 주지사는 6일 오전 8시 현재 패배를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NYT에 따르면 두 후보의 득표 차는 약 5100표다. 미 언론은 버지니아주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버지니아주 의회는 공화당이 상원(공화당 21석·민주당 19석), 하원(공화당 51석·민주당 49석) 모두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었지만 이번 선거로 뒤집혔다. 버지니아는 양당의 경합지로, 2016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남부 중 유일하게 패배한 곳이다. NYT에 따르면 6일 오전 8시 기준 민주당은 상원 21석, 하원 53석을 차지해 공화당(상원 18석, 하원 42석)을 누를 것으로 보인다. 랠프 노덤 현 주지사도 민주당 소속으로 버지니아주에서는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주지사와 주 의회 상·하원 모두 민주당이 점령했다. 미시시피 주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 소속 테이트 리브스 부지사가 52.3%의 득표율로 당선이 확실시된다. 미시시피는 1999년 이후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전통적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한편 탄핵조사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 핵심 인물 중 하나인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가 증언을 번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추가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5일 CNN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손들랜드 대사의 비공개 증언록을 공개했다. 손들랜드 대사는 보충 증언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에게 “미국의 원조 재개는 우크라이나가 반부패 공개성명을 내놓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하원 정보위원회 등은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압박에 국무부를 이용한 것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최지선 aurinko@donga.com·전채은 기자}
일본 정부가 오스트리아와의 국교 150주년을 맞아 연 미술 전시회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풍자한 작품이 전시되자 후원을 취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비엔나의 무제움크바르티어 박물관에서 9월 26일 개막한 ‘재팬 언리미티드(Japan Unlimited)’라는 제목의 전시회에 후원의 일종인 ‘공인(公認·공식 인정)’으로 참여했다가 지난달 30일 후원을 취소했다. 후원이 취소 된 데는 일본 정부가 불편할 만한 전시 내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시회는 일본의 정치적 분위기와 사회적 자유 등을 주제로 다뤘다. 아베 총리를 상징하는 인물이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에 사죄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 걸리는가 하면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와 태평양 전쟁 당시 일왕인 히로히토(裕仁)를 풍자하는 작품도 전시됐다. 전시회 측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에 참여했던 작가가 이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한 것을 알게 된 후, 전시 내용을 문제 삼아 공인을 취소했다. 8월 아이치현에서 열렸던 ‘표현의 부자유전’은 일본군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돼 일본 정부와 주최측이 충돌하고 결국 소녀상 전시를 축소했던 행사다. ‘재팬 언리미티드’ 전시의 큐레이터인 마르셀로 파라베골리는 “유럽인의 관점에서 볼 때 해당 작품들은 전혀 해롭지 않다”고 교도통신에 전했다. 일본 정부의 후원은 취소됐지만 전시회 측은 폐막일인 24일까지 전시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처럼 정치적인 압박을 받고 전시를 취소하거나 후원이 끊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4일까지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에서 열린 ‘가와사키 신유리(新百合) 영화제’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논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주전장’(主戰場)의 상영이 보류됐다가, 시민 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우여곡절 끝에 영화제 마지막날 상영됐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미국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백인 손님 1명의 요구로 흑인 손님 18명에게 자리 이동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저스틴 바알과 일행 등 18명은 지난달 26일 생일을 맞아 일리노이주 네이퍼빌에 위치한 ‘버팔로 와일드 윙즈(BWW)’ 매장에서 만났다. 하지만 매장의 직원은 먼저 온 바알 부부 등에게 “일행의 인종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왔다. 바알이 “그게 문제가 되느냐”고 되묻자 직원은 “백인 단골손님이 흑인들이 근처에 앉는 걸 원치 않는다”며 자리이동을 요구했다. 바알이 이를 거절하자 이후 매니저가 직접 와 “이 자리는 예약석”이라며 자리 이동을 강권했고, 일행은 결국 해당 매장을 나왔다. 바알의 아내 마리가 “공적인 장소인 레스토랑에서 특정인 옆에 앉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집에서 식사해야 한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연을 올리며 이 사안이 알려졌다. 마리는 “시종일관 우리를 노려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자리 이동을 요구한 사람)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며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BWW 측은 4일 성명을 통해 “내부 조사를 통해 해당 지점 매니저와 관련 직원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독일 분단사의 상징인 베를린장벽의 검문소 ‘체크포인트 찰리’ 앞에서 미군복 입고 냉전당시 모습을 재현하며 관광객과 사진을 찍었던 배우들을 앞으로는 볼 수 없게 됐다. 4일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베를린 미떼 중앙지구 공공질서 당국은 “오랜 시간 위장 검문한 결과 배우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불법 영업을 벌여 왔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곳 배우들은 당국에 “관광객들로부터 자발적인 기부만 받는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사진 한 장 당 약 4유로(약 5150원)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요금을 받는다고 알리지 않고 사진을 찍은 뒤 관광객들에게 강압적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수완 좋은 날에는 배우들이 하루에 5000유로를 벌어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체크포인트 찰리 앞 배우들의 소속사 ‘댄스팩토리’는 당국의 조치에 항의 예정이다. 체크포인트 찰리는 냉전 당시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분단하기 위해 1961년 세워진 베를린 장벽 검문소 중 가장 유명한 곳이다. ‘찰리’라는 이름은 세 번째 검문소라는 뜻에서 연합군이 알파벳 C를 차용해 붙인 이름이다. 이곳은 냉전 당시 통행 허가를 받은 군대 인사, 외교관 등 고위 인사들이 지나다니는 곳이었기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글로벌 요식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장에 무인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사고하는 데 이어 성향을 분석해 메뉴를 제안하는 AI 기술을 차용하는 단계로 한층 도약한 모습이다.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인 오후 2시. 맥도날드 매장 전자 메뉴판에서 콜라를 비롯한 소다 음료들의 이미지가 확대됐다. 아침부터 전면에 내세워져 있던 커피는 화면 한 귀퉁이로 물러났다. 땀을 흘리며 매장 안에 들어선 고객들은 무인 자판기를 이용해 별다른 고민 없이 버거와 시원한 소다를 주문했다. 주문 마지막 단계에 이르자 자판기는 해당 고객이 과거 곁들였던 메뉴들을 분석해 ‘추천 메뉴’를 제안했다. 맥도날드가 매장에 도입할 AI 기술이 상용화되면 그려질 풍경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에 전한 내용이다. NYT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매출이 떨어지는 맥도날드는 3월 AI 벤처기업 ‘다이내믹 일드(Dynamic Yield)’를 3억 달러(약 3480억 원)에 인수해 매장에 적용할 AI 기술을 연구했다. 맥도날드는 그동안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만 제한적으로 시범 운영했던 이 기술을 일반 매장에 확대할 계획이다. 판매 뿐 아니라 개발 단계에서도 AI 기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코카콜라 제품 ‘체리스프라이트’는 개발자가 아니라 AI가 탄생시켰다. 코카콜라는 신제품 개발에 앞서 미 전역에 여러 종류의 음료가 나오는 소다 음수대 수천 대를 설치했고 여기에 저장된 기록이 새 레시피의 토대가 됐다. 각종 유명 시리얼을 제조하는 식품기업 켈로그도 비슷하다. 켈로그는 고객에게 50가지 이상의 재료로 원하는 시리얼을 만들게 한 후 수천 개의 조합을 IBM의 레시피 제조 AI ‘셰프 왓슨’에 입력해 새 레시피 제안을 받았다. 조미료를 판매하는 식품기업 맥코믹도 AI 기업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과 제휴를 맺어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인간(개발자)의 역할은 마지막 단계에서 AI의 제안을 맛보고 평가, 수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AI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냉동·포장 식품 판매 기업 코나그라는 고객의 소비 패턴과 트렌드를 파악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제안한다. 대중들 사이에서 특정 캐릭터나 신화적 존재에 열광하는 문화가 향유되고 있다면 AI가 이를 파악한 뒤 자사 마케팅에 적용하는 식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AI 기술을 동원하는 식료품 기업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65.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0억 달러(약 11조6700억 원) 예산을 들여 세운 반이민 국경장벽이 단돈 100달러(약 11만6700원)짜리 전동 톱에 뚫렸다. 민주당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 국경장벽 정책에 구멍이 난 가운데 국토안보부는 벌써 5번째 수장이 들어서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3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와의 국경에 건설한 장벽이 지난 몇 달간 밀수업자들의 작업으로 수차례 뚫렸으며 구멍의 크기는 밀수 마약은 물론 사람도 지나다닐 수준이라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밀수업자들은 마치 울타리처럼 5∼9m 높이의 세로 말뚝 여러 개가 가로 패널 하나에 연결돼 있는 장벽의 모양을 겨냥했다. 세로 말뚝의 밑동을 자른 뒤 가로로 열어 통로를 만들었다. 이 방식은 간편하면서도 세로 말뚝의 자리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용접하면 원상복구가 가능해 적발을 피하기도 쉬웠다. 작업은 주로 철물점에서 100달러가량에 구입할 수 있는 전동 톱을 활용했다. 전문가들은 절단 작업에 불과 20여 분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국경 장벽 손상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전면이 콘크리트로 막힌 장벽 디자인을 고려했지만 감시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울타리형 설계를 선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장벽의 우수성을 고급차 ‘롤스로이스’에 빗대며 뚫을 수 없다고 자랑해온 터여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전략정책계획 담당 차관대행을 장관대행으로 선택했다. 케빈 매컬리넌 장관대행이 강경 이민 정책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사의를 밝힌 데 따른 조치로 울프 대행은 트럼프 행정부의 5번째 국토안보부 수장이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미국 국방부가 지난달 26일 숨진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48) 제거 작전 당시 촬영된 동영상 일부를 처음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개처럼 죽었다”고 묘사한 그의 사망 직전 모습은 포함되지 않았다. CNN 등에 따르면 케네스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지난달 30일 워싱턴 국방부에서 당시 드론으로 촬영한 3개의 동영상과 사진들을 공개했다. 13초 분량의 첫 번째 영상에는 델타포스 특수부대원 7명이 바그다디 은신처로 포위망을 좁혀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10초 분량의 두 번째 영상에는 저공으로 비행하던 F-15 전투기가 IS 반군 8명을 타격하는 모습, 13초 분량의 마지막 영상에는 미 항공기와 MQ-9 드론 등이 먼 거리에서 정밀 폭탄 등으로 바그다디의 은신처를 완전히 파괴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매켄지 사령관은 “바그다디가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렸을 때 12세 미만으로 추정되는 자녀 두 명이 함께 숨졌다”고 말했다. 자녀 3명이 사망했다고 알려졌던 당초 내용과 다르다. 그는 바그다디 유해를 바다에 수장했으며, 은신처가 IS 잔당이나 다른 테러리스트의 성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습으로 파괴했다고도 덧붙였다. 바그다디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훌쩍이고 울었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바그다디 신원 확인에 활용된 DNA 샘플은 그가 2004년 이라크 부카 수용소에 갇혀 있을 때 채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전에서 미군이 IS 지도부와 조직원을 파악할 자료를 확보했으며 향후 대(對)테러 전에서 사용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매켄지 사령관은 바그다디의 자폭으로 다친 수컷 군견이 치료 후 임무에 복귀했다고 전했다. 4년 차 베테랑으로 약 50번의 전투 임무를 수행한 이 군견의 이름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코넌’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군견의 목에 ‘명예훈장’을 걸어주는 사진을 게재했지만 합성사진으로 밝혀져 머쓱한 처지가 됐다. 그는 보수성향 웹사이트 데일리와이어에 올라온 합성사진을 검증 없이 그대로 가져왔다. 자신을 비판하는 주류 언론을 늘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던 그가 자신이 유리한 부분에서는 합성사진을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AP통신이 군견의 원본 사진 저작권을 보유했지만 데일리와이어가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합성했다. 대통령이 이를 그대로 트위터에 올렸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합성사진 논란에는 즉답을 피한 채 “진짜 코넌이 다음 주 백악관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이 개에게 훈장을 수여할지도 관심이다. NBC방송은 경질설이 돌고 있는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대통령 측으로부터 이번 작전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가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자택에 머물렀고 뒤늦게 이 사실을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파키스탄에서 달리던 열차 안의 조리용 가스통이 폭발해 승객 74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지난 달 31일(현지 시간) BBC 등에 따르면 이날 파키스탄 중부 펀자브주 라힘 야르 칸 인근의 철로를 달리던 열차에서 가스통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객실 3칸이 전소됐다. 조사 당국은 일부 승객들이 규정을 어기고 열차에 가스스토브를 가져와 계란을 삶는 등 아침 식사를 준비하다가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셰이크 래쉬 드 아마드 파키스탄 철도부장관은 “2개의 가스통이 폭발한 후 옆에 있던 요리용 기름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화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망자는 불길에 휩싸인 객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달리는 열차 밖으로 뛰어내렸다가 목숨을 잃었다. 인근 마을 사람들은 불이 난 열차를 보고 물통을 들고 달려갔으나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전했다. 불이 붙은 11~13번 객실에는 약 220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관계자는 “희생자들 중 일부는 시신 훼손이 심해 DNA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열차에 탄 대부분의 승객이 이슬람 종교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선 순례자들이었다고 BBC는 전했다. 이 열차는 파키스탄 남부 도시 카라치에서 동부 라왈핀디까지 25시간에 걸쳐 운행할 예정이었다. 파키스탄에서는 낙후된 철도 시설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일부 고급 시설을 갖춘 열차에는 전용 식당이 마련돼 있지만 서민과 저소득측이 주로 이용하는 열차엔 취사 시설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장기간 열차를 타야 하는 승객들은 몰래 취사 도구를 들고 탑승하기도 한다. 또 정원을 초과한 상태로 운행하는 경우도 많아 한번 피해가 발생하면 규모가 상당하다. 지난 2007년 파키스탄 메흐라푸르 인근에서 열차가 탈선해 최소 56명이 사망하고 120명이 다쳤다. 2005년에는 열차 충돌 사고로 130명 이상 숨졌다. 이번 사고 열차도 만원인 상태로 달리고 있었다. 한편 이날 인도 정부는 1947년 건국 후 줄곧 파키스탄·중국과 영유권 다툼을 벌여 온 잠무카슈미르(인도령 카슈미르)주를 잠무카슈미르와 라다크라는 두 개의 연방 직할 영토로 분할했다. 인도는 이미 8월 이 지역의 헌법상 특별 지위를 없애 자치권을 박탈했다. 이번에는 중앙정부의 통제권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직할 영토 분할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미국 국방부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48) 제거 작전 당시 촬영된 영상의 일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케네스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30일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브리핑을 열고 작전 당시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과 사진물을 보여주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영상들은 3편으로 나뉘어 국방부 웹사이트에도 게재됐다. 13초 분량의 첫 번째 영상에는 미군 약 7명이 바그다디의 은신처로 포위망을 좁혀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10초 분량의 두 번째 영상에는 저공 비행하던 전투기가 IS 반군 약 8명을 타격하는 모습이, 13초 분량의 마지막 영상에는 항공기가 원거리에서 바그다디의 은신처를 정밀 타격하는 장면이 담겼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중대발표’에서 “개처럼 죽었다”고 묘사한 바그다디의 사망 직전 모습은 이번 영상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매켄지 사령관은 브리핑에서 “바그다디의 유해는 사망 24시간 이내 바다에 수장됐다”고 밝혔다. 또 그가 폭탄 조끼를 터뜨렸을 때 12세 미만으로 추정되는 자녀 두 명이 함께 사망했다고 전했다. 자녀 3명이 함께 사망했다고 알려졌던 당초 내용과 다른 부분이다. 매켄지 사령관은 “쿠르드족이 이끄는 시리아 민주군(SDF)이 우리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초기 정보를 제공했다”며 “그들이 작전의 일부였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작전이 마무리된 후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을 자축하면서도 쿠르드족의 공로를 축소하자 SDF는 직접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자신들이 작전에 참여했음을 밝히며 ‘셀프 홍보’에 나서야 했다. 매켄지 사령관의 이번 언급은 쿠르드족이 작전 성공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음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다만 그는 “실제 습격 작전 때는 미군 병력만 참여했다”고 선을 그었다. 매켄지 사령관은 이와함께 바그다디의 은신처가 향후 IS의 성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습으로 파괴했으며, 공습 전에 작전팀이 IS 분석에 이용될 수 있는 문서와 전자제품을 회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그다디를 잡는데 공을 세운 군견(수컷)이 바그다디의 자폭으로 다쳤지만 치료 후 임무에 복귀했다고 전했다. 이 군견은 4년차 베테랑으로 약 50번의 전투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기밀부대의 정체와 연관돼 있다며 이 군견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30일 군견의 이름은 ‘코난’이며 벨지안 말리노이즈 종라고 보도했다. 매켄지 사령관은 비록 이번 작전은 성공했지만 IS가 완전히 패배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IS의 하부조직 세력이 기승을 부려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물도코 인도네시아 대통령 비서실장은 30일 “인도네시아에서 IS 하부조직의 급진적인 가르침에 노출된 주민들이 추종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탄핵 정국을 촉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현장에 있었던 인사가 처음으로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적절한 인사들이 의회 증언을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29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로 파견돼 근무 중인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44)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하원 청문회에서 “외국 정부에 미국 시민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함으로써 초래될 영향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상) 통화 보름 전 있었던 회의에서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려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을 수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면서 “나는 선들랜드 대사에게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우크라이나 전문가인 빈드먼 중령은 의회 출석 전부터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앞서 28일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는 그가 옛 소련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행동하는 것 같다”는 ‘음모론’을 제기해 논란이 됐다. 빈드먼 중령은 3세에 가족과 옛 소련에서 도망쳐 미국으로 왔으며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그는 29일 청문회에는 사제폭탄 폭발로 부상을 입고 상이군인에게 수훈되는 ‘퍼플 하트’ 훈장을 달고 증언에 나섰다. 잇따른 빈드먼 중령 폄하 발언에 미 공화당에서도 “애국자를 폄훼하는 거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 “대체 얼마나 많은 반(反)트럼프론자(Never Trumpers)들이 완벽히 적절했던 전화 통화에 대해 증언하게 둬야 하는가”라고 쓰며 자신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는 청문회 상황에 불만을 표출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