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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서울 방문에 맞춘 1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미국 측은 태연한 자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25일 북한 인민군창건기념일까지 북한의 6차 핵실험이나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한반도의 4월은 여전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상황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와 그 실패 소식에 대해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적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을 수행해 한국에 온 백악관 관계자는 기내에서 “ICBM은 아니며, 초기 보고에 따르면 중거리 미사일일 것”이라며 “(발사된 지) 4, 5초 만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또 “미사일 발사는 핵실험에 비해 덜 도발적”이라며 “만일 이것이 핵실험이었다면 미국은 다른 행동을 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도발은 트럼프 정부가 지난 2개월 동안 포괄적인 논의와 조정을 벌인 끝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최종 확정한 대북 전략인 ‘최고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에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도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 전략은 중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도록 각종 제재와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의미다. 군사적 옵션과 김정은 정권 전복, 심지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까지 모든 옵션을 검토한 끝에 극단적인 선택지를 제외하고 나온 방안이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를 뜻하는 개입은 핵군축이 아니라 비핵화가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펜스 부통령은 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만남 등을 통해 ‘최고의 압박과 개입’의 구체적 방안을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주고, 그 효과를 지켜볼 것 같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15시간 만인 16일 오전(현지 시간) 트위터에 “중국이 미국과 함께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데 왜 내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 부르겠나?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긴급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한반도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적 대북 압박의 고삐도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 14일 네바다 주 토노파에서 중력 투하형 핵폭탄(B61-12)의 투하 시험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힌 것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이은 대북 무력시위로도 해석된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칼빈슨함에 이어 핵항공모함 니미츠함도 서태평양 해역에 추가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를 거점으로 둔 미 제7함대의 관할 해역에서 칼빈슨함 외에 니미츠함도 운항 중이다. 주일미군은 북한에 대한 군사 대응에 나설 경우를 대비해 전시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잽’(미사일 발사 도발)으로 시작된 북-미 간 ‘1라운드 경기’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는 전적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와 그 강도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북한이 ICBM이나 사거리 30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한반도 인근에 전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6차 핵실험 역시 북한으로서는 체제 존립의 위험을 무릅써야 선택할 수 있는 카드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까지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는 와중에 핵실험을 강행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이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분노까지 살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ICBM이나 핵실험 등 초강경 카드를 흔들면서 ‘북한은 미국에 기죽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발적 소규모 도발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분석했다.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주성하·윤완준 기자}

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에 진행된 북한군 열병식에 ‘숙청설’이 나돌던 김원홍 북한 국가보위상이 대장 계급장을 달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김원홍은 최부일 인민보안상, 윤정린 호위사령관과 함께 서 있어 국가보위상 직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군복이 헐렁할 정도로 수척한 모습이어서 상당히 고초를 겪은 듯 보였다. 정부는 2월 초 “김원홍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1월 중순경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된 이후 해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정은이 장성택 처형 등 각종 숙청을 도맡았던 ‘공’을 감안해 그를 복직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열병식장에서 활발한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알려진 김여정은 행사 전 김정은 바로 뒤에서 입장한 뒤 주석단 뒤쪽을 오가며 행사를 챙겼다. 행사 안내용으로 보이는 책자를 김정은 앞에 펼쳐주는가 하면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귀엣말로 논의하기도 했다. 북한이 김여정을 적극적으로 카메라에 잡은 것은 이례적이어서 향후 그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최룡해는 강경 일색의 연설을 했다. 그는 “미국이 무모한 도발을 걸어온다면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 식의 핵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내부용 연설’이어서 대외용 성명이나 담화보다 수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올해 1월 중순 강등된 뒤 해임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대장 계급장을 달고 15일 평양 김일성광장 주석단에 나타나 눈길을 끈다. 김원홍 보위상은 최부일 인민보안상 바로 옆에 서 있었으며 김원홍 다음 자리에 윤정린 호위사령관이 착석해 있었다. 서있는 위치로 보아 국가보위상 직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보위상은 입고 있는 군복이 헐렁할 정도로 과거보다 무척 수척한 모습이었다. 이로 미뤄볼 때 최근 큰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통일부는 2월 3일 “국가보위상 김원홍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1월 중순경 대장에서 소장(별 1개)으로 강등된 이후 해임됐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도 2월 말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김원홍이 당 간부를 고문하고 김정은에게 허위보고한 것이 들통 났고, 당 조직지도부의 보고를 받고 격노한 김정은이 그를 강등 및 연금시켰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소장까지 강등됐던 인물이 이처럼 몇 달 만에 복권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원홍은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장성택 처형 등 각종 처형을 도맡아 진행해 김정은의 큰 신임을 받았다. 김정은은 과거 공을 참작해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특별히 김원홍을 사면해 준 뒤 이를 열병식장에서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김일성 105주년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15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를 개최했다. 이번 열병식은 ‘전략무기 공개용 열병식’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과거와 달리 재래식 무기를 완전히 배제하고 신형 미사일 등 전략무기와 개량형 장갑무력만 등장시켜 눈길을 끌었다. ●“핵전쟁에는 우리식의 핵타격전으로 대응”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10시 5분(평양시간 10시35분)부터 열병식을 생중계했다.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김정은에게 열병식 시작을 공식 보고한 직후 흰색 넥타이에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나타난 김정은이 오전 10시22분께 검은색 리무진에서 내린 뒤 육·해·공군, 노농적위군 명예위병대를 사열하며 주석단에 입장했다. 김정은이 열병식에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열병식 축하 연설에 나선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북한을 “동방의 핵강국, 아시아의 로켓 맹주국”으로 표현한 뒤 “미국의 새 (트럼프) 행정부는 주권국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끊임없이 감행하며 세계평화와 안전을 엄중히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저들이 횡포 무도한 언동과 무분별한 군사적 모험이 어떤 파국적 후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똑바로 알아야 하며 그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특히 ”미국이 무모한 도발을 걸어온다면 우리 혁명무력은 즉시 섬멸적 타격을 가할 것이며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식의 핵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공언해 눈길을 끌었다. ●대거 등장한 신형 미사일들 북한 중앙TV는 열병식 시작과 동시에 ”최정예의 총대 대오가 제국주의자들이 떠드는 군사 기술적 우세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우리 식의 가장 위력한 최첨단 공격수단과 방어수단들을 보여주기 위해 열병식에 정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장한 각종 무기들은 TV의 사전 설명 그대로였다. 과거엔 수많은 군인을 동원해 대열을 맞춰 사열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구형 탱크나 장갑차를 대규모로 동원해 질보단 양을 채우는데 급급했지만 올해 열병식엔 이를 과감히 배제했다. KN-08, KN-14 등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보이는 미사일을 포함해 북한이 갖고 있는 각종 신형 미사일들이 대거 공개됐다. 북한이 지난해 개발했다고 발표한 ‘북극성-2’ 잠수함발사 미사일도 트럭에 실려 열병식장에 나타났다. 여기에 SA-2 지대공 요격미사일, 스커드-ER 탄도미사일, 신형 지대함 미사일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재래식 무기 중에선 차량에 실린 300미리 방사포, 정면에 반응 장갑을 부착하고 뒤쪽에 화승총 2문과 2신 고사총을 단 천마호 전차, 포탑을 개량한 자주포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기 자체는 신형이 아니지만 개량작업을 거쳐 다목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변신한 모습이다.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들은 모두 어두운 색으로 위장용 도색을 다시 해 과거 열병식보다 무기들이 새롭게, 더 무게감이 느껴지게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김일성 주석의 105회 생일인 15일 태양절을 하루 앞두고 북-미 양국이 ‘강 대 강’의 대결 국면을 연출했다. 미국은 시리아에 이어 아프가니스탄에 고강도 폭격을 하며 북한을 압박했고 북한은 6차 핵실험 강행 의지를 밝히면서 맞섰다. 미국 언론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려 할 경우 미국이 선제타격을 할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14일 대변인 성명을 내고 “오산과 군산, 평택을 비롯한 미군 기지들과 청와대를 포함한 악의 본거지들은 단 몇 분이면 초토화된다”고 위협했다. 한성렬 외무성 부상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전쟁을) 선택한다면 우리도 전쟁에 나서겠다”며 “최고지도부(김정은)에서 결심하는 때, 장소에서 핵실험이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위협은 미군이 전날 오후 7시 30분경(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낭가르하르 주 아친 지역의 이슬람국가(IS) 지하 요새에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로 불리는 ‘GBU-43’ 공중폭발 대형 폭탄을 투하한 뒤 나왔다. 비(非)핵무기 가운데 최대 폭발력을 가진 GBU-43이 실전에 사용된 것은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GBU-43 공격이 북한에 대한 경고가 깔려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그러든(메시지를 주든) 아니든 아무 상관없다. 북한은 (분명) 문제이고 그 문제는 처리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시인했다. 한편 NBC방송은 이날 익명의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려 하면 미군이 (최근 시리아 폭격 때처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핵실험 기지에 발사할 수 있도록 구축함 2척을 동북아 지역에 배치해 놓은 상태”라며 “2척의 구축함 중 1척은 북핵 실험 장소로 추정되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불과 300마일(약 480km)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 주성하 기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 김정은이 북한군 ‘특수작전부대 강하 및 대상물 타격경기대회’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 대회가 “특수작전부대들과 경수송기 부대들의 협동지휘 실현 및 적 후방 침투, 대상물 타격, 전투 정황 속에서의 실탄 사격, 타격대들의 비행대 호출 및 목표 지시에 의한 무장 직승기(헬기) 편대 타격 능력을 확정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소개했다. 북측의 설명과 공개된 사진들을 통해 볼 때 이번 대회는 북한군 육해공군 특수전 부대원들이 무장헬기를 타고 우리 측 후방으로 침투하는 상황을 가상해서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축제일인 태양절(15일)을 며칠 앞두고 전쟁 훈련을 벌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김정은이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은 “지휘관들의 결심 채택이 정확하다”며 “전투원들은 남반부(한국)의 산발(산맥)을 주름잡으며 내달리는 맹호를 방불케 한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통신은 “(미국의 공격 시) 우리 식의 보복타격으로 맞받아나가 침략자들에게 진짜 총대 맛, 진짜 전쟁 맛을 똑똑히 보여주고야 말 백두산 혁명강군의 전투적 위력을 다시금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에선 지난해 11월 청와대를 가상한 모의 습격 훈련을 공개 수행했던 북한군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가 우승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13일 ‘빅 이벤트(Big event)’라는 이름으로 외신 기자 200여 명을 초청해 평양 여명거리 준공식을 공개했다. 초청 이유조차 모른 채 평양에 들어갔던 외신 기자들은 김정은이 대북제재 ‘무용론’을 선전하기 위해 건설한 신시가지 홍보에 들러리가 됐다. 북한 당국은 이날 새벽 평양에 온 외신 기자들을 급히 깨운 뒤 “빅 이벤트를 볼 준비를 하라”고 통보했다. 로이터통신은 평양 현지에 있는 취재진이 당국으로부터 예정됐던 일정이 취소된 대신 ‘크고 중요한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해 아침 일찍 만나자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벤트’의 성격이나 장소 등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평양에는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15일)을 앞두고 북한 당국의 초대를 받은 미국과 일본 등 외신 기자 200여 명이 입국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2일까지 체류할 수 있는 초청장을 받고 11일 평양에 도착했다. 통보를 받은 기자들은 당황한 기색이었다. 미국 CNN의 윌 리플리 기자는 오전에 올린 트위터에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빅 이벤트를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다. 북한 측 수행요원들조차 우리가 어디로 갈지, 무엇을 볼지 알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의 베이징 특파원인 제러미 고 기자도 트위터에 “오전 6시 20분 이전에 (숙소에서)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휴대전화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적었다.취재진이 휴대전화를 모두 북한 당국에 빼앗긴 상태였기 때문에 이날 오전 추가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남한에서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대형 도발을 감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고, 외교안보 당국도 긴장 상태로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했다. 그러나 북한이 말한 빅 이벤트는 김정은이 참관한 여명거리 준공식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진 것은 오후 2시경 제러미 고 기자가 트위터에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오늘 아침 평양 여명거리의 준공식(opening)을 주재했다”고 밝히면서였다. 일본 NHK방송도 이날 오후 “오전 10시 30분(평양 시간 오전 10시)부터 여명거리 준공식이 열려 그 모습이 외국 언론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NHK는 김정은이 준공식에서 직접 테이프를 자르고 박수를 치는 장면,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단상 뒤에서 경호요원 등과 대화하는 모습 등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여명거리는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반발하면서 평양에 조성한 신시가지로, 70층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 빌딩이 대거 들어섰다. 북한은 태양절까지 ‘무조건’ 완공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최근 막바지 공사에 박차를 가해 왔다. 이 거리 건설을 위해 북한의 모든 자원이 투입됐다. 김정은은 정권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을 앞두고 외신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준공식을 열어 여명거리를 전 세계에 홍보하는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세계 언론을 우롱하는 북한의 이러한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2012년 4월에도 ‘광명성 3호 위성’으로 포장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홍보하기 위해 외신 기자들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정작 로켓 발사 당일에는 외신 기자들에게 발사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평양을 방문 중인 로이터통신 제임스 피어슨 한국특파원은 트위터에 “예전에도 (북한은) 복잡한 보안 절차를 거치게 하더니 결국 음악 공연을 관람하게 한 적이 있다”고 다소 김이 빠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평양에 입국한 외신 기자들에게 앞으로 무엇을 더 보여 줄지는 미지수다. 태양절 열병식에서 최근 개발한 미사일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주성하 zsh75@donga.com·한기재 기자}
11일 북한이 TV를 통해 남북 여자 축구 경기를 방송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외교위원회를 부활시킨 것과 맞물려 북한이 대내외에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8시 19분부터 약 1시간 동안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축구 아시안컵 예선 남북 경기를 녹화 방송했다. 방송 직전 열린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한국이 4-0으로 승리해 결과적으로 북한은 내년 아시안컵 본선은 물론이고 2019년 프랑스 월드컵 진출까지 좌절됐다. 이렇게 된 결정적 이유가 바로 남북 대결에서 1-1로 비겼기 때문이다. 여자 축구 강국을 자처하는 북한으로선 숨기고 싶은 통한의 경기이자 월드컵 무대에서 사라질 여자 축구대표팀의 마지막 경기를 전 국민에게 방영한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북한에서 여자 축구의 인기가 높은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북측이 이 경기를 굳이 주민들에게 방송한 것은 “이만큼 잘 싸웠는데도 월드컵에 못 나가게 됐다”는 점을 알리려는 의도이거나, “앞으로 남북 스포츠 경기가 계속 열릴 것”이란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다. 또 대내외에 “우리가 과거처럼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과시하려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초 8시 보도(뉴스)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최고인민회의 13기 5차 회의 결과는 축구 경기에 이어 영화 한 편을 방영한 뒤인 오후 11시경부터 약 20분 동안 방송됐다. 경제발전 전략, 예산 결산, 법령총화 등 연례적인 안건을 제외하면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가 19년 만에 부활된 것이다. 외교위원회는 김정일 시대 초기인 1998년에 폐지됐다. 외교위원회를 재건한 것은 북한이 앞으로 외교에 역점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교위원회 위원장에 이수용 노동당 국제 담당 부위원장, 위원으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이선권 위원장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대외경제상 출신인 이용남 내각 부총리 등 중량급 인사들을 선출했다. 북한 외교는 그동안 대남 협상, 대미 외교, 대외 경협, 민간 외교 등 분야별로 독자적인 창구를 통해 운영돼 왔지만, 앞으로는 각 분야 책임자를 한데 모아 의견을 조율한 뒤 대외 정책의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스포츠에서 정신력의 상징처럼 꼽히는 인물이 1999년 8월 29일 제7회 스페인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한 정성옥(당시 25세)이다. 정성옥은 ‘한반도 최초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라는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이런 신화 뒤엔 눈물나는 사연이 있다. 정성옥이 우승하기 전 4년 동안은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시절이었다. 마라톤 선수들도 ‘국수죽’을 먹으며 뛰었다. 옥수수 국수를 물에 몇 시간 담그면 국수오리(면발)가 몇 배로 퉁퉁 불어나고 뚝뚝 끊어지는데, 여기에 배추 시래기를 넣고 휘휘 저으면 국수죽이 된다. 양이라도 많아 보이라고 만드는 게 국수죽이지만 당시 북한의 ‘국민음식’이었다. 체력 소모가 심한 마라톤 선수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핏 ‘라면소녀’로 알려진 한국 임춘애의 사연과 비슷해 보인다. 1986년 아시아경기 육상에서 금메달 세 개를 목에 걸었던 임춘애는 우승 소감으로 “라면 먹으면서 운동했고 우유 마시는 친구가 부러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나중에 본인은 그게 “말도 안 되는 오보”라고 밝혔다. 실제론 삼계탕으로 체력 보충을 했고, 대회 직전에는 뱀과 개소주를 먹었으며,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해 마시지 못한다는 것이 본인 설명이었다. 그렇게 보면 정성옥의 환경은 임춘애와 비교조차 안 된다. 게다가 몇몇 사람만 아는 사실이지만 정성옥은 대회 출전 몇 개월 전 임신 중절 수술까지 받았다. 그는 1996년 국가대표팀에서 만난 남자 마라톤 간판 김중원과 연애 중이었다. 김중원은 정성옥이 대회에 출전하기 전 중국의 성(省)급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해 상금 8000달러를 받았다. 김중원은 자기가 받은 상금 일부에서 300달러를 떼서 애인에게 개엿과 개소주를 만들어 먹였다. 그렇다고 체력이 하루아침에 생길 리가 만무한 일이다. 정성옥은 북한 최고의 여성 마라토너도 아니었다. 그는 북한 간판선수 김창옥(당시 대회 10위)의 페이스메이커로 대회에 참가했다. 고맙게도 경기 전 코치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뛰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그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을 했다. 정성옥의 지인들은 그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었다고 말했다. 황해도 해주의 지방공장에서 18년간 화물차 운전사로 일했던 그의 아버지는 대회 직전 차로 사람을 치어 사망하게 해 재판을 받게 됐다. 감옥에 가게 된 아버지를 살리려면 대회에서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고 정성옥은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딸이 우승해 ‘공화국 영웅’과 ‘인민체육인’ 칭호를 받고 ‘온 국민이 따라 배워야 할 귀감’이 된 뒤 그의 부친은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영웅의 아버지가 돼 각종 매체에 출연했다. 대다수 북한 사람들에겐 정성옥이 “결승 지점에서 (김정일) 장군님이 ‘어서 오라’고 불러주는 모습이 떠올라 끝까지 힘을 냈다”는 아부의 말 한마디로 인생을 바꾼 선수로 기억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정성옥은 공화국 영웅이 될 수도, 5만 달러 상금 전부를 하사받을 수도, 부유층이 사는 평양 보통강구역 서장동의 호화주택과 벤츠 S500을 선물로 받았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정성옥의 성적과 임기응변 발언은 아버지도, 자신도 살렸다. “대단한 유명인이 됐으니 나 같은 건 거들떠도 안 볼 것”이라며 한숨을 쉬던 김중원도 버리지 않고 1년 반 뒤 결혼했다. 정성옥의 정신력과 물질적 성공은 지금도 북한 스포츠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신력이 가장 잘 먹혀든 분야가 바로 세계 정상급에 올라선 여자축구다. 북한은 지금까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에서 4회(U-17 2회, U-20 2회)나 우승했다. 그래서 북한 여성들은 체육을 할 바엔 이왕이면 축구를 하려 한다. 그래야 우승 가능성이 있고, 우승하면 가족과 함께 평양에 살 자격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여자축구 선수들은 10대 초반부터 남자들과 함께 훈련하며 유럽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체력을 쌓는다. 또 끊임없이 정성옥의 정신력을 배우라는 ‘정신교육’도 받는다. 하지만 그런 북한 선수들이 안방에서 한 수 아래로 여기던 남한에 밀려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남한엔 ‘정성옥’도 없고, 여자축구가 국민 스포츠도 아니지만 태극 낭자들은 북한과의 경기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력으로나 전혀 밀리지 않았다. 콧등이 멍들어도, 팔이 빠져도, 쥐가 나도 뛰었다. 경기 뒤 동료의 등에 업혀 나온 선수도 있었다. 북한 선수들과의 단체 몸싸움도 주저하지 않았다. ‘태양절’ 분위기에 빠진 평양에서, 김일성의 이름을 딴 경기장에서, 북한의 5만 관중 앞에서 ‘정성옥의 정신력 신화’는 그렇게 태극 낭자들에게 무너져 내렸다. 한편으론 많은 북한 선수에겐 지방의 가족을 불러올려 평양에서 살고픈 간절한 꿈이 사라진 순간이기도 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피신시켰다고 주장했던 ‘천리마 민방위’란 단체가 한 달여 만에 홈페이지에 새로운 소식을 올렸다. 12일 이 단체 홈페이지엔 “두 명의 구출과 자유를 이루었습니다. 계속 이루어 나갑니다”라는 간략한 메시지가 올라와 있다. 이어 “보호가 필요하시면 우리가 도와드리겠습니다”라며 이미 공개된 이메일 주소를 덧붙였다. 또 영어로 “C씨(남성)와 익명의 정부에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이뤄진 구출인지, 구출된 사람은 누구인지 등에 대한 단서나 정보는 전혀 없다. 이 단체는 지난달 8일 김한솔의 인터뷰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김한솔이 가족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무사히 피신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정남 피살사건 발생 24일 만이었다. 천리마 민방위는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계좌로 후원금을 모으는 등 정체를 철저히 감추고 있으며 지금도 이 단체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단서는 없다. 이 단체는 비트코인 계좌 공개 일주일 만인 지난달 15일 그간 입금된 후원금 전체(약 400만원 상당)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11일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5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중앙TV는 이날 오후 11시경부터 “조선민주주의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5차 회의가 4월 11일 혁명의 수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며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도했다. 김정은은 인민복 차림으로 주석단에 자리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을 위한 내각의 2016년 사업정령과 2017년 과업 △2016년 국가예산집행 결산과 2017년 국가예산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실시에 대한 법령집행 총화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선거 △조직문제 등 5가지 의안이 논의됐다. 이중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선거에선 이수용 외무상이 외교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고, 외무성 부상 이계관, 조평통 위원장 이선권이 위원에 선임됐다. 조직문제에선 화학공업상에 장길용, 중앙검찰소장에 김명길이 임명됐다. 이날 회의에선 핵과 미사일 관련 언급이 없었으며, 1월 해임된 김원홍 인민보안상의 후임자 임명도 발표되지 않았다. 대외에 던지는 메시지도 없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맞서 북한이 “파국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미국을 비난하며 맞대응 방침을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 핵항공모함 칼빈슨함이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미국의 무모한 침략책동이 엄중한 실천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이 자기의 횡포무도한 행위가 빚어낼 파국적 후과(결과)에 대하여 전적으로 책임지게 만들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미국이 감히 선제공격이니, 수뇌부 제거니 하면서 군사적 선택을 한다면 우리는 미국이 원하는 그 어떤 방식에도 기꺼이 대응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또 “트럼프 행정부가 어리석게도 우리를 어찌해 보려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으며 초강경으로 맞서 강력한 힘으로 자기를 지키고 우리 갈 길을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군 총참모부 대변인도 이 통신과의 문답에서 한국이 사거리 800km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고 미국이 이를 묵인했다며 문제 삼았다. 그는 “우리 군대의 정상적인 로켓 발사 훈련에 대한 대응과는 너무나도 판이한 대조를 이루는 철면피한 작태”라며 “미국 놈들은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기준을 잣대로 우리를 대해 온 결과가 초래할 엄청난 후과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협박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세계의 주목을 끈 미중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를 놓고 견해차만 확인한 상황에서 미 정부의 시리아 공습 감행 후 미국의 첨단 전략자산들이 속속 한반도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4월에는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15일) 등 북한의 주요 행사가 많아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반도로 몰려드는 미국 전략자산 보름 전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FE)에 참가한 뒤 호주와의 연합훈련을 위해 이동하던 미국 칼빈슨함 항모전단은 8일 싱가포르 해역에서 뱃머리를 한반도로 다시 돌렸다.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이자 시리아 공습이 벌어진 뒤 불과 하루 만이다. 70여 대의 최신예 전투기를 실은 항모와 여러 척의 이지스함, 핵추진 공격 잠수함 등으로 이뤄진 1개 항모전단의 위력은 웬만한 중소 국가의 전체 군사력과 맞먹는다.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대북 무력시위”라고 말했다. 북한이 ‘마지노선’을 넘으면 시리아 공습처럼 미국이 독자적 대북 군사 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고로 해석된다.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있는 로널드레이건 항모전단도 유사시 한국 인근 해역에 급파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대형 강습상륙함 본험리처드함도 한반도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괌 기지에 있는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5대도 다음 달부터 일본 요코타(橫田) 기지에 전진 배치돼 북한의 핵·미사일 집중 감시에 들어간다. 주변국에선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는 발언과 기사가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 자민당 내 대표적 ‘포스트 아베’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9일 “서울이 불바다가 될지도 모른다”며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구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0일 ‘북한이 제2의 시리아가 될 것인가’라는 사설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은 미국에 (군사행동의) 결심을 하게 하는 최후의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의 북한에 대한 공격은 핵시설이나 군사시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참수작전’ 등이 포함되고 대규모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북-미, 강 대 강 대결로 치닫나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 직전인 6일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린 이후 별다른 군사적 도발이나 강경 발언 없이 조용하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그동안 태양절을 앞두고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자축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더욱이 올해 태양절은 105주년이라 북측이 중시하는 ‘꺾어지는 해’(정주년·5주년이나 10주년)에 해당한다. 25일에는 조선인민군 창건기념일 행사가 예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11일 열리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13기 5차 회의에서 북측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해 서문에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하는 등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미사일 관련 내용을 다룰 때가 많았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조건을 언급하면서도 레드라인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미군의 시리아 공습에 대해 “어떤 국가든 국제 규범과 협정, 약속을 위반하고 다른 이들을 위협하면 어느 순간에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핵무기) 운반 시스템을 완성했다고 판단하면 심각한 단계가 된다”며 북핵의 레드라인으로 지목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을 완성했다고 과시하는 순간 레드라인을 넘는다는 얘기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5·9대선을 앞두고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가 심상치 않자 이를 틈타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거짓 사설정보지(지라시)가 유포되면서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정보지에는 미국의 북한 폭격설, 중국의 김정은 망명 설득설 등 그럴듯한 주장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지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대개 근거가 없고, 신빙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 27일 그믐에 김정은 폭격? 최근 가장 많이 퍼지고 있는 거짓 정보의 핵심은 “미국이 이달 27일 그믐을 맞아 스텔스기를 보내 북한을 폭격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기간에 미국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티베트나 신장위구르, 동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에 선물을 주고 대신 북폭을 용인 받았다”는 해석까지 곁들인다. ‘27일 북폭설’을 처음 소개한 곳은 ‘저팬비즈(Japan biz)’라는 일본의 블로그 성격 온라인 매체다. 지난달 15일 올린 ‘미군의 북한 공습은 4월 27일일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군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초승달 부근의 어두운 밤인 것으로 보인다”며 27일(음력 3월 2일)을 유력한 공습일로 꼽았다. 하지만 신빙성이 전혀 없는 내용이다. 군 당국은 10일 북한 폭격설을 “유언비어”라고 일축했다. 먼저 스텔스기는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어두운 날을 택해서 공격할 필요가 없다. 또 군 당국자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면서 “한미동맹을 파괴하는 ‘자해 행위’를 미국이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하려면 전면전을 각오하고 한미 연합작전계획(OPLAN)에 따라 대규모 육해공 증원 전력을 한반도에 전개해야 하는데 그런 조치가 취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대북 선제타격 개시 전에 한국에 거주하는 15만 명이 넘는 주한미군 가족과 미국인을 주일미군 기지와 미 본토로 소개(疏開)하는 작업도 이뤄져야 하지만 그런 징후도 없다. 한미 군 당국은 대북방어태세(데프콘·Defcon)와 대북감시태세(워치콘·Watchcon)를 격상시키지 않고, 기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 NBC의 간판 앵커가 오산 미군기지에서 생방송으로 8분간 북폭 가능성 방송을 하고 떠났다”는 이야기도 유포되고 있지만 역시 거짓이다. 미국 NBC 앵커 레스터 홀트가 3일과 4일(현지 시간) 메인 뉴스를 한국 오산기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한 것은 맞지만 북폭 관련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오산기지 일부를 독점 공개하는 등 북한의 폭격에 대비한 방어적 성격의 훈련 장면을 다수 공개했다. ○ 김정은이 인도네시아로 망명? “중국이 4월 말까지 김정은을 인도네시아로 망명하도록 설득한다”는 내용은 더욱 황당하다. 설령 중국의 설득으로 김정은이 망명한다면 중국으로 가는 게 순리에 맞다. 국제사회의 비난 등 위험을 무릅쓰면서 김정은을 보호해줄 이유가 없는 인도네시아까지 갈 이유는 없어 보인다. 지난 5년 동안 피의 숙청을 통해 정권의 안정성을 굳히고 수없이 군부대를 찾아 전쟁 준비를 격려한 김정은이 공습 위협 때문에 망명할 것이라는 점도 설득력이 낮다. 정부 관계자는 “근거 없는 북폭설 등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거나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근거 없는 소문이 와전되며 퍼지고 있고, 한반도 전쟁 위기설로 고조되면서 국민의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정부와 군이 어느 정도 나서 국민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주성하 zsh75@donga.com·한기재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첫 공식 일정인 만찬을 막 끝낸 6일(현지 시간) 오후 8시 45분경. 시리아의 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에는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내리 쏟아졌다. 전투기, 활주로, 유류 보급소를 목표로 한 이번 공격 결과 장군 1명을 포함한 시리아 정부군에서 최소 7명이 죽고 9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시리아 관영 통신은 어린이 4명을 포함한 민간인 9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만찬 직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들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어 민간인을 향해 화학무기를 쓴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보복 공격을 결정한 뒤였다. 트럼프의 공습 결정은 5일 백악관에서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과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시리아는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고 말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이뤄졌다.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는 4일 첫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 보고를 받은 직후 참모들에게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고 군사적 대응이 포함된 3가지 대안을 보고받았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6일 플로리다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공습을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리아 공습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더 분명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WSJ는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는 북한 이슈를 풀기 위한 결심이 단호하다는 사실을 (중국에)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함께 시리아 제재안을 반대해 온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중 정상회담의 성공이 시 주석의 권력 안정과 직결된다고 본 중국 역시 시리아 공습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시 주석이 성대히 환영받는 이미지가 중요한 중국은 시리아 공습에 체면을 손상당했다고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시 주석은 2015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에 가렸던 경험이 있다. 트럼프는 이날 유엔과 동맹국 동의 없이 군사적 행동을 단행하는 전형적인 미국의 일방주의 성향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트럼프는 공습 기자회견에서 “문명국가들은 미국과 함께해 달라”며 향후 동맹들과의 공동 대응도 요구할 방침임을 밝혔다. 트럼프는 2013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검토할 때 트위터에 “시리아 공격 전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만 한다. 안 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쓴 적이 있다. 정작 자신은 이번 공습 전 의회와 전혀 논의하지 않아 적법성 논란도 일고 있다. ‘브로맨스’를 뽐냈던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시리아 정부군과 함께 반격하겠다는 등의 후속 조치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이번 미국의 공격이 일회성인지 아사드 축출까지 이어질지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외교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프롤로프는 뉴욕타임스(NYT)에 “이건 트럼프가 오바마와 다르게 보이려는 상징적인 행동일 뿐”이라며 “그냥 한번 타격해 본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미중 정상회담에 맞춰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려다 ‘공습 경고’를 받은 북한도 당황스러운 처지다. 마침 김정은은 6일 아사드 대통령에게 집권당 창건기념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의 시리아 공격 명분이 ‘화학무기 사용’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북한은 올 2월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면서 독극물을 사용했다.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주성하 기자※ 토마호크인디언이 사용하던 전투용 도끼에서 이름을 딴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은 1983년 실전 배치돼 1991년 걸프전 당시 ‘사막의 폭풍 작전’에 처음 사용됐다. 길이 6.25m, 무게 1.2t으로 450kg짜리 탄두를 시속 880km 속도로 1250∼2500km까지 날려 보낼 수 있다. 군함과 잠수함 등에서 발사하면 레이더망을 피해 저공비행하며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1998년 코소보 사태, 2003년 이라크전쟁, 2011년 리비아 공습 등에도 활용됐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민 규모가 올 들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5일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총 278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2명)에 비해 18.7% 감소했다. 이는 최근 10여 년 동안 가장 적은 숫자이며, 김정은 집권 이후 가장 탈북민이 적었던 2015년 1분기(291명)보다도 13명 줄어든 것이다. 탈북민 감소는 북한 당국이 탈북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한 데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일환으로 탈북민 단속을 강화한 결과로 추정된다. 올해 연초에 입국한 탈북민은 대다수가 지난해에 북한을 떠난 사람들이다. 올해엔 한국행 길에 오른 사람 숫자가 훨씬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2분기 탈북자 숫자는 1분기보다도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탈북민 입국은 2005년 이후 지속 증가추세를 유지해 2009년 2914명으로 최대를 기록한 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2012년 1502명, 2013년 1514명, 2014년 1397명, 2015년 1275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말 북부 지역에서 큰 홍수피해를 본 뒤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전기철조망을 도입하는 등 과거에 비해 훨씬 강화된 탈북 방지망을 구축하면서 탈북이 어려워졌다. 이때 탈북의 은신처가 됐던 압록강, 두만강 옆 민가들을 멀리 옮기면서 탈북하기 전 숨을 곳이 없어졌다. 이에 더해 북한은 최근 탈북을 시도한 경우에 적용되는 비법국경출입죄를 사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 탈북 시도 과정에 체포되면 사실상 살아나기 어렵게 만들었다. 북한은 또 최근에 국경경비대 병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소총에 위성추적장치(GPS)까지 부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함북 온성과 양강도 김정숙군 등에 주둔한 국경경비대의 일부 부대엔 위성추적장치가 시범 도입된 것이 확인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5일 보도했다. 위성추적장치는 둥근 세숫비누 모양으로 작은 발광소자(LCD) 한 개가 있고 전원을 켜고 끄는 장치 외에 등록번호만 새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추적장치를 도입한 것은 경계근무에 나간 병사들이 중국에 넘어가 강도를 하거나 엄폐호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위성추적장치 도입 후 경계근무를 나가는 국경경비대원들의 초소 이탈 행위가 줄어 경비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방송은 전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3일 “이제 남(한)이 살 길은 북남관계 개선, 민족공영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오늘 남의 기간산업이었던 조선업은 파탄되고 미국의 수입규제로 제철업도 심한 타격을 받았다”며 “최대무역대상인 중국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첨예하게 대결하고 중국의 강한 경제적 제재를 받게 되었으니 이제는 북남 관계 개선을 통해 살길을 찾으라”고 훈수했다. 이 기사는 ‘메아리’라는 필명으로 게재돼 있어 사실상 북한 대남부서가 작성해 게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조기 대선에서 북한에 유화적인 대통령의 당선을 기대하는 북한 매체들이 연일 남북 관계 재개를 외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또 개성공단은 한국을 위해 큰 ‘선심’을 써서 떼어준 것이란 논리를 되풀이했다. 신문은 “최전연(전방) 지대이며 군사적 요충지에서 1000만 평이란 넓은 땅을 내놓는 것은 북이 북남의 화해, 민족공영을 얼마나 절실히 바라고 있는 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고 역설했다. 이어 “여기의 1단계 사업은 순조롭게 운영되었으며 연간 19억 달러 수준의 생산을 하였고 사업이 예정대로 3단계까지 확장되어 2000여 개의 기업이 가동되면 실로 연 500억 달러 이상의 상품이 생산될 예정이었다”며 개성공단의 가치를 부풀렸다. 그러면서 “북남의 질 높은 노동력과 기술, 풍부한 지하자원이 결합될 때 여기는 충분히 세계적 상품생산기지로 될 수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단행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빠뜨리지 않았다. 신문은 “이 사업은 북남이 합의한 합법적 사업이며 어떤 사태에서도 폐지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것으로 ‘5·24조치’로 북남교류를 차단한 이명박조차 여기만은 제외한 것인데 박근혜 패당은 아무런 합의도, 법적수속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권을 발동하여 전면 중단시켰다”고 역설했다. 북한이 과거 개성공단 폐쇄를 수시로 들먹이며 통행을 차단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인민보안성(경찰청 격)이 김원홍 보위상 해임을 계기로 힘이 급격히 빠진 국가보위성(국가정보원 격)을 대신해 공안 권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보안성은 보위성의 주민통제 권한을 장악하기 위해 최근 전국적으로 강력한 주민 이동 통제 조치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북한 주민 이동 통제는 북-중 국경 인근 등 특정 지역에 한해 실시돼 왔다. 하지만 보안성은 최근 “출장이나 경조사 등의 명목으로 타지에 나온 주민은 3월 말까지 무조건 거주지로 복귀하며 이달 1일자부터 주민 이동을 철저히 금지한다”는 지시를 전국에 하달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한식(5일)에도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지 못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증명서 없이 외지에 나갔다가 단속된 사람들로 각 지역 보안성 구류장들이 차고 넘친다”며 “기존 보위성이 누리던 권한을 되돌려 받으려는 목적에서 보안성이 주민통제 강화 조치를 내린 것 같다”고 전했다. 단속 과정에서 함경남도 장진군에선 여행증이 없다는 이유로 보안원들이 3월 한 달 동안 6명의 주민을 폭행해 사망하게 한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최근 대대적 숙청을 당해 주민 통제를 제대로 못하는 보위성을 대신해 보안성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어서 보안원들은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말레이시아로부터 김정남의 시신을 돌려받자마자 김정남 암살 배후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일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에 조선 측이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음이 확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김정남의 시신이 인도된 이후 나온 북한 측의 첫 반응이다. 조선신보는 이어 “조선의 외교여권 소지자에 대한 말레이시아 경찰 수사는 모순덩어리”라며 “경찰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고 그 누구의 조종에 의해 수사의 방향을 정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강변했다. 또 “조선에 대한 국제적인 혐오감을 조성하려고 2월부터 대대적인 깜빠니야(캠페인)를 벌려온 세력들은 이번 사건이 조선과 말레이시아의 국교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떠들어댔으나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며 “도리어 두 나라의 관계를 사건 이전으로 원상회복시킬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진전을 지향해 나가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북한과 단교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2일 말레이시아 국영 베르나마 통신에 따르면 아맛 자힛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북한 주재 대사관을 폐쇄할 의사가 없고 북한 역시 주말레이시아 대사관을 폐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은 북한에 억류됐던 외교관과 가족들이 귀국해 비어 있는 상태다. 하미디 부총리는 이어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취했던 북한인 출국 금지 조치는 해제됐고 북한 근로자가 말레이시아에서 외화벌이 활동을 하는 것도 계속 허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윤완준 기자}
북한이 드라마나 라디오 등을 통해 한국 문화와 정보를 접하는 주민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3년 만에 두 배 이상 강화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주민에게 외부 정보가 확산되는 것에 대한 북한 당국의 우려가 커지면서 통제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입수된 북한의 2015년 개정 형법에 따르면 북한은 ‘퇴폐적인 문화를 반입·유포·불법보관(183조)하거나 퇴폐적인 행위를 한 죄(184조)’에 대해 정상이 무거운 경우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퇴폐적인 문화 항목에는 한국 드라마 등 한류 관련 정보 접촉도 포함된다. 김정은 취임 직후인 2012년 형법에는 퇴폐문화 반입·유포죄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 퇴폐적 행위죄는 2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으로 돼 있었다. 북한은 ‘적들의 방송을 들었거나 적지물(삐라 등 한국에서 온 물품)을 수집·보관·유포한 죄(185조)’에 대한 형량도 5년 이하 노동교화형에서 10년 이하로 늘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