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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발(發) 개헌론’을 놓고 당청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연일 개헌론에 불씨를 지피자 청와대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정 원내대표는 10일 현안 간담회에서 “청와대가 지금 당장 개헌 논의를 주도할 여건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 논의를 출발시키는 것에 대해 인위적으로 막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7일 “대통령 중심제의 한계가 왔다”면서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한 지 사흘 만에 개헌론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이다. 청와대는 곧바로 제동을 걸었다.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개헌 이슈를 제기할 때가 아니라는 게 확고한 방침”이라며 “새누리당에서 자꾸 개헌 문제를 제기하면 ‘당분간 개헌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당에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의 발언에는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면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 국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개헌 논의에 대한 여권 내 시각차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는 개헌 논의가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결국 개헌 논의 시점이 박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 시기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진박(진짜 친박)’ 정종섭 의원은 19일 개최를 추진하던 개헌 라운드 테이블 일정을 취소했다. 정 의원 측은 “국정감사가 끝난 뒤 전직 국회의장 등 정치 원로가 가능한 한 많이 참석할 수 있는 날짜로 일정을 다시 잡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장택동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8일 “부정 청탁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본 지역이 호남”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순기능을 강조하려는 취지였지만 지역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전북 축산농가와의 간담회에서 “호남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 인사 청탁”이라며 “‘내가 고등고시 합격해 성적도 좋고 능력도 발휘했는데, 호남 놈이라고 진급이 안 된다. 너무 억울하다. 진급 좀 시켜 달라’고 하는데 왜 호남 사람들이 이런 일을 당할 수밖에 없느냐”고 반문했다. 영남 등 비호남 출신들이 지연, 학연으로 얽힌 ‘권력 윗선’에 인사 청탁을 하면서 공직 인사에서 호남 출신이 소외됐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원래 김영란법이 나쁜 법이 아니다”라며 “부정 청탁을 금지하는 이 법이 앞으로 우리 호남 출신들, 억울하고 인사에서 불이익을 많이 받아 왔던 많은 사람들한테 확실히 (인사 청탁의) 고리를 끊어줘 매우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직격탄을 맞고 있는 축산농가를 달래기 위해 김영란법에 순기능도 있음을 강조하는 도중 문제의 발언을 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이날 “청렴하게 일하는 고위 공직자들을 부정 청탁자로 몰아 명예를 훼손한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트위터에 “이 대표의 좌충우돌이 지나치다”며 “호남 소외가 부정 청탁 때문이라는 이 대표의 발언은 지역주의를 넘자는 정치인이 할 소리가 아니다. 이는 호남과 성실한 대다수 공무원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여야 간 극한 대치로 몸살을 앓은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벼랑 끝 대치’가 따지고 보면 내년 대선을 위한 전초전이었던 데다, 현재의 권력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여권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도 개헌론에 군불을 지피면서 청와대의 기류 변화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야에 봇물 터지는 개헌 움직임 헌법학자 출신으로 대표적인 ‘진박(진짜 친박)’ 인사인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은 이달 12일경 자신이 주도하는 ‘국가혁신을 위한 연구모임’에서 원내외 개헌론자들을 모아 개헌론에 불을 지필 예정이다. 그는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직 국회의장과 개헌에 적극적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여야 대선주자 등을 초청해 라운드테이블을 열 계획”이라며 “내년 초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개헌을 공론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김종인 전 대표가 연일 개헌론을 띄우고 있다. 의원내각제로의 개헌과 임기 단축(21대 총선을 치르는 2020년 4월까지 2년 3개월)을 공약으로 내거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정종섭 의원을 비롯해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의화 전 국회의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여야를 아우르며 폭넓게 의견 교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김 전 대표에 대해 “개헌에 대한 생각이 95% 일치한다”고도 말했다. 국회 파행 속에 잠시 주춤했던 원내외 개헌 추진 움직임도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여야 의원 185명으로 출발한 ‘20대 국회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조만간 ‘개헌선’인 의원 200명의 모집을 마친 뒤 명단을 공개하고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달 23일 창립대회를 연 ‘나라 살리는 헌법 개정 국민주권회의’도 외곽에서 ‘개헌 압박’을 높여갈 예정이다. 이 모임에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인 이재오 전 의원도 개헌을 내세우고 ‘늘푸른한국당’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헌 열쇠 쥔 청와대 기류는 그동안 여권 주류에서 개헌은 금기어에 가까웠다. 2014년 10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고 했다가 청와대로부터 된서리를 맞은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개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2년 새 양상이 확연히 달라졌다. 개헌 추진 세력이 수적으로 늘어난 데다 ‘제3지대론’을 펴는 인사들뿐만 아니라 여권 주류 일부도 가세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의 움직임을 놓고 내년 대선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외에 뚜렷한 주자를 찾지 못한 여권 주류가 권력구조 개편 논의를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정 의원의 행보가 박 대통령과의 교감 속에 이뤄진 건 꼭 아니라 하더라도 친박으로서도 나쁠 게 없다고 보고 있다”며 “청와대도 정치권의 움직임에 물밑 검토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여전히 개헌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민생과 경제 회복, 북핵 대응, 4대 개혁 등에 매진해야 할 때라는 박 대통령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개헌론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감이 예전보다 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 발언은 임기 초·중반에 국정과제를 빨리 진행해야 하는 시점에서 개헌론이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한 측면이 컸다”고 말했다. 정 의원도 “여야가 경제활성화법 처리와 공공개혁 추진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면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홍수영 gaea@donga.com·민동용·장택동 기자}
30일 사드 배치 부지가 롯데골프장으로 결정됐지만 야당은 여전히 정부에 강하게 날을 세우며 사드 부지 매입을 위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의 진통을 예고했다. 사드 배치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여전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토지와 예산 투입으로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배치를 강행한 정부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사드 도입과 부지 선정 과정의 오락가락은 국민들의 반발과 분열만 일으켰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최경환 의원 등 경북 지역 새누리당 의원 13명 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군 통수권자와 국방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도 부지가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김천과 가까운 롯데골프장으로 최종 확정된 데 대해 “저부터 사드 주변으로 이사하겠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사드를 추가로 구매한다고 해도 무기 획득 절차를 따르면 될 뿐이어서 국회 동의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군의 비용으로 들여오는 사드 포대를 두고도 정치권에서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우리 군의 사드 구매가 거론된다면 국회 동의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홍수영 gaea@donga.com·손효주 기자}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인 일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야당 간사가 이양받지 않은 사회권을 발동할 수 있는지를 놓고도 여야는 29일 티격태격했다. 여야 모두 ‘국회법 정신’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지만 국회법 49조와 50조에 대한 해석을 놓고 의견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야당 간사의 사회권 행사에 대해 국회법 50조 5항을 인용하며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국회법 50조 5항에는 위원장이 개회 또는 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할 경우 위원장이 속하지 않는 당 중 의원 수가 많은 당의 간사가 위원장직을 대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더민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 위원장이 계속 개회를 거부해 야당 간사가 사회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회법 49조 2항을 들며 “더민주당이 오히려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맞섰다. 국회법 49조 2항은 위원회의 의사일정과 개회 일시를 간사와 협의해 위원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신상진 미방위원장은 “이날 오전 ‘사회권을 넘겨 달라’는 더민주당의 요구에 여야 간사 협의를 했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개회하지 않은 것”이라며 “하루 종일 국회의 위원장실에 있었는데 진행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 이틀째인 27일 오전 10시. 새누리당 의원 100여 명은 국감장 대신 국회의장실 앞 복도에 5열 종대로 줄을 맞춰 앉았다. 손에는 ‘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은 물러가라’란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 농성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강행한 정세균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새누리당의 의원총회였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의 구호 선창에 주먹 쥔 의원들의 외침이 국회 복도를 메웠다. 집권여당 대표로 사상 초유의 단식투쟁에 나선 이정현 대표는 이날도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정현이 하는 건 쇼가 아니다. 며칠 정해 놓고 (단식을) 장난 식으로 할 거면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강(强) 대 강 대치’에 대해선 “(야당이) 숫자, 힘으로 가니까 우리도 힘으로 맞서야 하는 게 ‘강 대 강’이냐”고 반문했다. 정 의장을 ‘정세균 씨’라고 부르며 “의회민주주의를 지킬 자격도, 자질도 없는 사람이기에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부의장에게 의장직을 물려주는 게 이 상황을 중단시킬 유일한 길”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국회의장 사퇴촉구 결의안’과 ‘국회의원 정세균 징계안’을 제출했다. 28일에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정 의장을 형사 고발하는 초강수를 둘 예정이다. 당원 총동원령도 내렸다. 이날 당사에서 원외위원장 결의대회를 연 데 이어 28일 국회에서 당 소속 광역·기초의원 전원을 비롯한 당원 3000여 명을 모아 시위를 벌인다. 전후 사정을 떠나 집권여당이 국감을 보이콧하고 전면 투쟁의 정국을 만들어 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날 이 대표의 단식 소식을 접한 여권의 한 원로는 “왜 아무도 말리지 않았느냐”며 답답해했다. 당 대표는 꽉 막힌 정국을 정치력으로 풀어야 할 최종 책임을 진 자리이기 때문이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강경 일변도라서 두 사령탑 간 역할 분담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정 의장 사퇴’를 단식 중단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정 의장이 여당의 사퇴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다. 이 대표가 스스로 퇴로를 차단한 채 ‘벼랑 끝 대치’를 선도하는 형국인 셈이다. 이 대표로선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는 인터뷰에서 “국감 기간에 이러고 있어 국민에게 예쁜 소리 못 듣는 건 당연하지만 벌써 두 달 동안 너무 많은 횡포가 있어서 단식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정 의장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엔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홍수영·정치부 gaea@donga.com}

26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춘 농해수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이 들어서자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상황에서 (김 장관이) 증인 선서를 하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이라며 “하지만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불수용하면서 법률적으로 아직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선서는 장관이 하는 것으로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이후 ‘투명인간’ 신세를 면치 못했다.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더민주당 간사인 이개호 의원은 “김 장관이 국회의 불신임에도 국감에 증인으로 나와 유감”이라며 “오늘 질의는 차관에게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쏟아지는 질문에 “장관과 논의하겠다” “장관이 답변하는 게 맞다” 등으로 대신 답하며 진땀을 뺐다. 다만 오후 국감에서 더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김 장관에게 거취 문제 등을 따졌고, 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농정 현안을 성실히 해결하겠다”며 자진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김재수 해임건의안’ 후폭풍으로 20대 국회 첫 국감은 시작부터 파행했다. 당초 국회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한 12개 상임위에서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회의가 무산되거나 야당 의원만 참석한 채 ‘반쪽 국감’으로 진행됐다. ○ 야당 상임위에선 ‘반쪽 국감’ 더민주당 소속 의원이 사회권을 잡은 상임위에선 여당 의원들의 참석을 기다리다 야당 단독으로 감사를 강행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갑작스레 추가 증인을 채택하는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상임위 간사만 참석시켰다.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감은 심재권 위원장의 “(새누리당 간사인) 윤영석 의원 외에 여당 의원들이 나오지 않아 유감”이라는 말로 시작됐다. 윤 의원은 “국회의장이 비정상적 행태를 거두고 편파적이지 않게 국회를 운영한다면 (여당은) 지금이라도 국감에 참석할 것”이라고 맞섰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오전 10시 여당의 참석을 촉구하는 의사진행 발언만 이어가다 약 30분 만에 정회됐다. 조정식 국토위원장은 오후 2시경 “여당이 참석하지 않은 걸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중요한 업무라서 진행하겠다”며 국토교통부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보건복지위원회도 역시 개의 12분 만에 정회됐다가 오후에 야당 단독으로 보건복지부 감사를 진행했다. 국민의당 소속 위원장을 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유성엽)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위원장 장병완)는 다소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유 위원장은 “새누리당을 설득해 같이 하면 좋겠다”며 28일로 감사를 연기했다. 산업위는 야당 의원만 참석한 채 진행했다. ○ 여당 상임위에선 “돌아오라” 새누리당 소속 위원장을 둔 법사위, 정무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방위, 안전행정위는 국감을 위한 전체회의를 아예 열지 못했다. 정무위는 국무총리비서실과 국무조정실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진복 위원장을 비롯해 여당 의원이 전원 불참하면서 파행했다. 당초 인사말이 예정됐던 황교안 국무총리도 참석하지 않았고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등 주요 간부만 자리를 지켰다. 야 3당 의원들은 간담회로 대체해 여당 성토를 이어가다 “새누리당은 국민께 부끄러운 국회가 되지 않도록 당장 국감장으로 돌아오라”는 성명을 발표한 뒤 회의를 마쳤다. 법사위와 국방위 야당 의원도 각각 국감을 위해 대법원과 국방부에 갔다가 오후 3시경 전원 철수했다. 한편 농해수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에게는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 부회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대책과 관련해 출석했지만 재단에 800억 원에 이르는 출연금을 낸 경위와 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와의 관계 등에 질문이 집중됐다. 이 부회장은 “(재단 설립은)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서 한 것”이라며 “(최 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최 씨의 단골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인 정동춘 씨가 K스포츠재단 2대 이사장을 맡은 데 대해선 “그쪽(K스포츠)에서 선임한다고 했으니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편집국 종합}

24일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단독 처리에 따른 후폭풍으로 국회가 ‘강(强) 대 강 대치’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당장 26일 시작되는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얼룩지게 됐고, 각종 현안에 대한 여야 협의도 ‘올스톱’이 불가피해졌다. 여야는 19대 대선을 15개월 앞두고 원내에서부터 사활을 건 게임을 시작한 모양새다. 벼랑 끝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중압감을 안은 여야 3당 원내사령탑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배수의 진’ 친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2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두 시간 반의 격론 끝에 ‘배수의 진’을 쳤다. 김현아 대변인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행태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결기를 보여주기 위해 이날 오후 10시 심야 의원총회도 열었다. 사의를 표명한 정진석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100여 명이 모인 의총에서 이정현 대표는 야당을 겨냥해 “대통령을 쓰러뜨리려는 것이다. 계속 의혹 제기하고 해임 건의하다가 (대통령) 탄핵까지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새누리당의 강경 대응에는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기선을 제압당하면 국감 이후 법안과 예산안 대결이 본격화됐을 때 거야(巨野)의 실력행사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여당이 보이콧으로 며칠이나 버티겠느냐“며 “의회 권력이 야당에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실익이 별로 없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스트레스로 통풍이 왔다.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정현 대표는 최고위에서 “정 원내대표의 사퇴는 없다”며 “(표결) 당일 의총에서 더 단호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전폭적으로 재신임했다”고 말했다. ○ ‘야권의 힘’ 확인한 더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거야의 힘을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통과된 해임건의안이 6번째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적이 없다. 독재 시절인 박정희 정권 때도 받아들였다”며 “박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오만·오기·불통 정권임을 확인시킬 것”이라며 압박했다. 우 원내대표가 당초 협상 카드로 꺼내들었던 ‘김재수 해임건의안’을 강행한 것은 여소야대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전통적 지지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국회 파행만은 안 된다’는 의회주의자 우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이 전통적 지지층에서 나왔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의 고민도 적지 않다. 한 비주류 의원은 “해임건의안이 부결되면 야당 전체가 죽으니 일단 찬성표를 던졌지만, 향후 파국이 걱정”이라며 “‘정치혐오’, ‘국회무용론’을 꺼내든 청와대만 신나게 해준 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제3당 딜레마’ 안은 국민의당 국민의당은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 ‘새누리당 2중대가 되려 하느냐’는 야권 성향 지지층의 불만을 달래고 캐스팅보트로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자체 평가를 하고 있다. 당초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야3당과 해임건의안 제출을 약속했다가 당내 반발에 부닥쳤다. 하지만 북한 핵 개발 책임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떠넘긴 박 대통령의 22일 수석비서관회의 발언과 23일 ‘국무위원 필리버스터’에 대한 반감 등을 계기로 당내 설득에 성공하면서 해임건의안 통과에 힘을 보탰다. 다만 국민의당이 갈 지(之) 자 행보를 보인 데 대한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당론 채택 등 잇단 ‘강경화’에 대한 거부감도 당 안팎에서 표면화되고 있다. 해임건의안 처리를 반대한 황주홍 의원은 “우리는 강 대 강으로 치닫는 극한적 대결정치에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박 위원장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박 위원장 측 관계자는 “‘반쪽 국감’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중재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황형준 기자}

정부 여당은 23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대정부질문 시간에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준하는 ‘지연작전’을 펼쳤다. 질문자로 나선 여당 의원이 짧은 질문을 던지면 국무위원들이 장시간의 답변으로 시간을 끌었다. 국회법상 질문자의 발언은 15분으로 제한되지만 국무위원의 답변 시간에는 제한이 없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 마지막 질문자인 이우현 의원은 국무위원들에게 돌아가며 “통합진보당의 해산 과정을 설명하라”, “정부 3.0의 발전 방향을 말해 달라”, “모든 복지 예산을 소상히 설명해 달라”, “교육 개혁에 대해 설명해 달라”며 원론적인 ‘쪼개기 질문’을 이어갔다. 통상 30분 정도 걸리는 대정부질문을 밤 12시까지 1시간 40분 동안 끌고 갔다. 국무위원들도 협공에 나섰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이 활동 시한이 종료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해 묻자 황교안 국무총리는 “읽어드리겠다”며 세월호 특별법 7조를 인용한 뒤 이 조항을 설명했다. 유 의원이 “어떻게 (특조위를) 문을 닫게 하느냐”고 항의하자 “다시 한 번 보겠다”며 법의 다른 조항들을 읽어 내려갔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새누리당 임이자 의원의 노동개혁과 관련한 질문에 강의하듯 30분 넘게 답변을 이어갔다. 정부·여당의 지연작전에 야당석에서 야유가 나오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장석으로 달려가 이를 제지시켜 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이에 정세균 국회의장은 “원내대표가 대정부질문을 방해하지 말라.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7시 50분경 “국무위원들이 식사를 못하고 있다”며 정 의장에게 정회를 요구해 본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정 의장이 “의사일정이 너무 복잡하다”고 거절하자 단상으로 달려온 정 원내대표는 “사회권이라도 (여당 소속 부의장에게) 넘기라”며 강하게 소리쳤다. 정 원내대표는 “국무위원들이 저녁도 못 먹었다. (정 의장은) 나가서 식사하고 왔잖아요”라고 소리쳤고, 정 의장은 “내가 언제 밖에 나갔어요. 봤어요?”라고 받아쳤다. 이 과정에서 정 원내대표는 두 팔을 벌리면서 “의회독재야! 해볼 대로 해보세요!”라고 흥분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를 몸으로 단상 밖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의장석 앞 실랑이는 30분 넘게 이어졌고, 결국 정 의장은 “오후 9시까지 정회”를 선포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이 국무위원들의 식사 시간을 핑계로 필리버스터를 시도한다는 뜻에서 ‘필리밥스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쌀값 폭락 사태가 심상치 않다. 20일 전북 익산 장수 순창 등 3개 시군 농민들은 쌀값 하락에 항의하며 트랙터로 논의 벼를 갈아엎는 시위를 벌였다. 전국쌀생산자협회는 “쌀값이 20년 전 가격으로 떨어졌던 지난해보다도 10%가량 하락한 상황”이라고 최근 밝혔다. 1996년 80kg 쌀 한 가마 가격은 평균 13만6713원으로 이달 1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전국 산지 쌀값 13만5544원보다 오히려 높았다. 20년간 전체 소비자물가가 70% 이상 오른 것을 고려하면 쌀값은 크게 내린 셈이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수매량을 늘리고 쌀 재배 면적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지만 농민들의 반발과 시름은 더해 가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 농식품부는 22일 공공비축미 36만 t을 사들이고 해외 공여용으로도 3만 t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조곡 40kg당 4만5000원을 우선 지급하고 민간 미곡종합처리장이 벼를 매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1조2000억 원, 농협이 1조3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수확기에는 밥쌀용 수입 쌀의 입찰 물량과 횟수를 조절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현재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내국민 대우 원칙 때문에 수입 쌀을 모두 가공용으로 쓸 수는 없고 밥쌀용 쌀을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쌀값 대책 당정간담회에서 김태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는 “4만5000원으로 책정된 비축미 우선지급금을 지난해(5만2000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 농민 부담을 덜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쌀 소비량은 줄고 가격은 하락 쌀값 하락의 원인으로는 갈수록 줄어드는 소비가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년 136.4kg에서 지난해 62.9kg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까지 국내 쌀 재고량은 정부 양곡 175만 t과 민간 양곡 25만 t을 합쳐 총 200만 t으로 사상 최대다. 쌀이 남아돌자 정부는 올해 처음 2012년산 비축미 10만 t을 사료용으로 민간에 판매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풍년이 이어지는 것도 가격 하락의 원인이다. 쌀 생산량은 흉작이었던 2012년 401만 t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420만 t을 넘겼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당정간담회에서 “올해 최종 쌀 수확량이 410만 t에서 420만 t 정도로 추정돼 35만 t 정도 초과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작년보다 생산량이 조금 줄지만 여전히 풍작이다. 폭염으로 벼 성장 시기에 기온이 높아지고 일조량이 늘어 소출이 좋았다. 쌀 가격은 2013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세다. 2013년 17만 원을 넘어섰던 80kg들이 한 가마의 가격은 이듬해부터 계속 떨어졌다. 올해 9월 들어서는 농민들의 심리적 저지선인 14만 원대까지 무너졌다. 농민들은 울상이다. 경북 예천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영균 씨(37)는 “농민의 90% 이상은 쌀값 폭락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추석 직전 전남에서는 쌀 한 가마가 8만 원대에 거래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걱정이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단계 유통 구조 등 개선해야 산지 쌀 가격이 떨어져도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변화는 크지 않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거치며 떨어지지 않는 쌀값이 소비 촉진을 방해하고 있다. 쌀의 유통 과정은 농민-농협·민간 미곡종합처리장(수매)-도매업체(가공 및 유통)-유통업체-소비자 등 4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유통 마진이 붙고, 단계별로 물류비가 추가돼 가격이 상승한다. 농민들은 정부의 매입 물량과 우선지급금이 쌀값을 안정시키기에 턱없이 적다고 주장한다. 이날 서울 대학로에서는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쌀생산자협회 등 농업인 단체가 ‘쌀값 대폭락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종혁 정책부장은 “36만 t 매입이라면 정부가 쌀값 안정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21일 추진 계획을 밝힌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 축소도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당정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진흥지역 농지를 (정부가) 앞장서서 해제하는 건 통일도 대비해야 하고 한번 해제하면 돌릴 수 없기 때문에 보수적이고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홍수영 기자}
쌀값 폭락 사태가 심상치 않다. 20일 전북 익산·장수·순창 3개 시군 농민들은 쌀값 하락에 항의하며 트랙터로 논의 벼를 갈아엎는 시위를 벌였다. 전국쌀생산자협회는 "쌀값이 20년 전 가격으로 떨어졌던 지난해보다도 10%가량 하락한 상황"이라고 최근 밝혔다. 1996년 80㎏ 쌀 한 가마 가격은 평균 13만6713원으로 이달 1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전국 산지 쌀값 13만5544원보다 오히려 높았다. 20년간 전체 소비자물가가 70% 이상 오른 것을 고려하면 쌀값은 크게 내린 셈이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수매량을 늘리고 쌀 재배면적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지만 농민들의 반발과 시름은 더해 가고 있다.●다급해진 정부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공공비축미 36만 t을 사들이고 해외 공여용으로도 3만 t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조곡 40㎏당 4만5000원을 우선 지급하고 민간 미곡종합처리장이 벼를 매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1조2000억 원, 농협이 1조3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수확기에는 밥쌀용 수입쌀의 입찰 물량과 횟수를 조절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현재 국제무역기구(WTO)가 정한 내국민 대우 원칙 때문에 수입 쌀을 모두 가공용으로 쓸 수는 없고 밥쌀용 쌀을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국회에서 열린 쌀값 대책 당정간담회에서 김태흠 농해수위 새누리당 간사는 "4만5000원으로 책정된 비축미 우선지급금을 지난해(5만2000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 농민 부담을 덜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쌀 소비량은 줄고 가격은 하락 쌀값 하락의 원인으로는 갈수록 줄어드는 소비가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년 136.4㎏에서 지난해 62.9㎏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까지 국내 쌀 재고량은 정부 양곡 175만 t과 민간 양곡 25만 t을 합쳐 총 200만 t으로 사상 최대다. 쌀이 남아돌자 정부는 올해 처음 2012년산 비축미 10만 t을 사료용으로 민간에 판매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풍년이 이어지는 것도 가격 하락의 원인이다. 쌀 생산량은 흉작이었던 2012년 401만 t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420만 t을 넘겼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당정간담회에서 "올해 최종 쌀 수확량이 410만 t에서 420만 t 정도로 추정돼 35만 t 정도 초과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작년보다 생산량이 조금 줄지만 여전히 풍작이다. 폭염으로 벼 성장시기에 기온이 높아지고 일조량이 늘어 소출이 좋았다. 쌀 가격은 2013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세다. 2013년 17만 원을 넘어섰던 80㎏들이 한 가마의 가격은 이듬해부터 계속 떨어졌다. 올해 9월 들어서는 농민들의 심리적 저지선인 14만 원대까지 무너졌다. 농민들은 울상이다. 경북 예천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영균 씨(37)는 "농민의 90% 이상은 쌀값 폭락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추석 직전 전남에서는 쌀 한 가마가 8만 원대에 거래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걱정이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여러 단계 유통 구조 등 개선해야 산지 쌀 가격이 떨어져도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변화는 크지 않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거치며 떨어지지 않는 쌀값이 소비 촉진을 방해하고 있다. 쌀의 유통 과정은 농민-농협·민간 미곡종합처리장(수매)-도매업체(가공 및 유통)-유통업체-소비자 등 5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유통 마진이 붙고, 단계별로 물류비가 추가돼 가격이 상승한다. 농민들은 정부의 매입 물량과 우선지급금이 쌀값을 안정시키기에 턱없이 적다고 주장한다. 이날 서울 대학로에서는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쌀생산자협회 등 농업인 단체가 '쌀값 대폭락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종혁 정책부장은 "36만 t 매입으로는 정부가 쌀값 안정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21일 추진 계획을 밝힌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 축소도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당정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진흥지역 농지를 (정부가) 앞장서서 해제하는 건 통일도 대비해야 하고 한번 해제하면 돌릴 수 없기 때문에 보수적이고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농업진흥지역에는 농업진흥구역과 농업보호구역이 있는데 보호구역은 변경을 쉽게 할 수 있지만 진흥구역은 엄격하게 관리해 왔다"라고 밝혔다.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요즘 새누리당 의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행보다. 반 총장의 ‘내년 1월 귀국’ 발언 이후 의원 몇몇이 모이는 자리에선 언제나 반 총장이 화제에 오른다. 새누리당에서 이제 반 총장은 내년 대선 구도의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인 셈이다. 그런 만큼 여권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반 총장에 대한 견제도 본격화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1일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자격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남 지사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헌법 67조와 공직선거법 15조에 따르면 대통령 피선거권(출마 자격)은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해당한다”며 “물론 공무로 해외 파견된 경우는 예외로 하지만 헌법과 공직선거법의 정신은 여기에 발을 딛고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한 사람이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또 “반 총장이 10년간 사무총장으로 있는 동안 (북핵 해결) 노력도 잘 보이지 않고 성과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면 그동안 하지 못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그간 당내 일각에선 노골적인 ‘반기문 띄우기’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지만 공개적으로 반 총장의 자격이나 자질을 겨냥한 것은 남 지사가 처음이다. 일찌감치 내년 대선에서 ‘반기문 카드’를 염두에 둔 여권 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들은 이런 기류를 감안해 ‘반기문 띄우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한국에서 정치를 해보지 않은 반 총장이 고난도의 선출 과정과 험악한 검증 과정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향후 ‘반기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벌써부터 (반기문 카드를) 밥상에 올리거나 친박이 나서는 것은 전략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반기문 대망론’이 역풍을 맞지 않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반 총장이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기정사실화되면서 야권도 반 총장 견제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반 총장이 한반도 위기를 돌파할 ‘적임자’가 될 수 있다는 국민의 기대와 달리 유엔 사무총장 취임(2007년 1월) 이후 북한이 모두 네 차례 핵실험을 했지만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한 게 거의 없다는 점을 집중 부각할 태세다. 반 총장이 5월 방한 당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했지만 귀국 시기 외에 향후 행보에 대해 묵묵부답하면서 여의도에는 각종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다음 달 초 반 총장이 친박 인사인 곽영훈 사람과환경그룹 회장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대선 출마를 상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곽 회장의 부인인 김정 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적십자 비스타(VISTA) 프로그램을 통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 간 전 세계 인사들이 매년 정례적으로 만나는 자리”라며 “(일부 보도는) 대선과는 전혀 무관한 소설 같은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내년 1월 반 총장의 귀국에 맞춰 대권 프로젝트를 뒷받침할 ‘반기문 재단’이 설립될 예정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반 총장의 대표적 측근 인사인 김숙 전 주유엔 대사는 “덜 무르익은 정도가 아니라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유력 대선주자가 안 보이니 반 총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이른바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다”고 비판했다.홍수영 gaea@donga.com·송찬욱 기자}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놓고 대립했던 여야가 이번에는 북한의 홍수 피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는 기조인 만큼 수해 지원에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20일 의원총회에서 “5차 핵실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그리고 위성 로켓 엔진 연소시험 등 핵·미사일 도발을 전면 중단해야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내 분위기가 북한 지원을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야당이 주장하는 인도적 차원의 홍수 피해 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원칙이 선결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밖에 전제조건으로 △국민적 공감대 확산 △북한 당국의 공식적 지원 요청 △대한적십자사 차원의 현장 확인 △유엔의 식량배분 검증시스템 구축 등을 내걸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대북 제재와 별개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풍년으로 남아도는 쌀 재고량 소진을 위한 대응책을 주문하며 “과잉 생산된 쌀을 북한 홍수 피해 지역에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북한의) 옥수수 작물과 맞교환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북한 수해에 인도적 차원의 구호품 전달은 인간의 최소한 도리가 아니냐”며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싫더라도 수해로 어려움에 처한 형제를 버리는 것은 죄악”이라고 적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 지도부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공식 석상에서까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의 이름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 등과 함께 미국에서 반 총장과 면담한 얘기를 꺼내며 “10년 동안 국제외교부 수장으로서의 노고를 위로 드리고 그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우리나라 미래 세대를 위해 써 달라는 인사를 드렸다”며 “반 총장이 10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금의환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조원진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바로 1월에 (국내로 들어)오는 것은 여당과 국민이 환영할 일”이라며 “반 총장이 귀국한 뒤 국내 정치에 대한 부분도 관심을 갖고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내년 대선에서 여당의 대선 주자 대열에 합류해 달라는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이를 놓고 새누리당이 반 총장의 ‘내년 1월 귀국’ 발언을 계기로 ‘반기문 띄우기’에 본격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에는 여권에 아직 두드러진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 관심이 야권의 유력 주자들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지도부가 아직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의사도 밝히지 않은 장외 주자를 향해 노골적인 구애를 하는 게 볼썽사납다는 비판도 나왔다. 공개회의에서 반 총장을 너무 치켜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반 총장은 대선의 ‘대’ 자도 꺼내지 않았다. 다만 여론조사를 통해 지지도나 관심도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반 총장은 계속 (대선 주자로) 회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에서 아직 반 총장 영입 전략을 세우거나 실행하는 차원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과 여권의 다른 대선 주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훌륭한 분들이 오셔서 우리 정치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면서도 “반 총장이 구세주라도 되는 양 너무 추어올린다면 정치사에 부끄러운 점이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금 여론조사상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것은 있지만 요즘은 워낙 여론이 빨리 변하기 때문에 (대선까지는) 충분히 긴 시간”이라며 반기문 대세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여야 대선 주자들은 추석 연휴 동안 밥상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소통 창구로 적극 활용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경북 경주시 지진 여파와 남부 지역 태풍 피해 속에 연휴 내내 ‘안전 행보’를 이어갔다. 경남 양산시 자택에서 직접 지진을 겪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7일 트위터에 “주민들이 많이 염려한 게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울산석유화학단지였다”며 “국민안전처는 신속하게 전국 석유화학단지에 대한 지진 대비 안전 점검을 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연휴 첫날인 14일 기상청을 방문해 “(지진) 조기경보와 관련 연구 개발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트위터에도 “2016년 9월 12일 이전과 그 이후의 지진 대비는 확연히 달라야 한다”며 “국민은 제대로 된 재난 대응 시스템이 있느냐고 정부를 향해 엄중하게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7일 대중목욕탕을 찾아 목욕 전후의 ‘셀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긴 명절 연휴 지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에 역시 목욕이 최고”라는 글을 남겼다. 15일에도 경기 수원시 광교호수공원에서 동영상 중계를 통해 ‘온라인 달맞이’를 하는 등 ‘50대 기수’로서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17일 트위터에 “남부 지역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실시간 기상특보 상황을 살펴서 비 피해에 대비해야겠다”고 썼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추석 당일인 15일 지진 피해를 겪은 경주를 찾아 피해 주민을 위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또 페이스북에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무능과 무책임은 세월호와 구의역 사고 이후 조금도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며 “안보도, 안전도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비판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15일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 신매동의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아 동네 어르신을 직접 인터뷰한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홍수영 gaea@donga.com·우경임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초중순에 귀국할 계획을 밝혔다. 당초 3월 이후 입국설도 나왔지만 국내 복귀 시기가 앞당겨졌다.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반 총장의 귀국과 맞물려 정치권의 ‘대선시계’도 한층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방미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30여 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반 총장은 우 원내대표로부터 귀국 시기를 질문 받고 “유엔 사무총장 임기(올해 12월 31일)를 마치는 대로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은 “귀국하는 대로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각계 지도자를 찾아뵙고 사무총장 10년의 활동을 보고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가 “국민들께 대대적으로 귀국 보고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자 반 총장은 “그런 기회가 있으면 영광”이라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반 총장의 귀국 시기는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였다. 반 총장이 5월 방한 당시 “(퇴임 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결심하겠다”며 대선 출마를 시사한 만큼 귀국이 곧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반 총장 측은 ‘대망론’이 불거질 때마다 “그런 억측을 불식하기 위해 반 총장이 퇴임 후 곧바로 한국에 안 들어가고 전직 사무총장으로서 해외 활동에 주력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반 총장의 발언은 대권 도전 의사를 사실상 굳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 총장은 앞서 방한 때도 새누리당 성일종 의원에게 전화해 내년 1월 귀국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 의원이 “역사적 소명이 왔을 때 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자 반 총장은 “1월에 들어와서 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반 총장이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야당 원내대표들은 경계감을 드러냈다. 우 원내대표는 16일 뉴욕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반 총장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고 갈지’ 비전을 보여준 적이 없고 그래서 검증은 이제부터”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17일 페이스북에 “지지도 처음 1등은 박근혜 후보 외에 (대통령에) 당선된 적이 없다”며 반 총장을 겨냥했다. 한편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정 원내대표를 통해 반 총장에게 “유종의 미를 거두고 환국하시라. 결심한 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하셔야 한다”며 “내가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돕겠다”는 구두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 출발 총성은 울렸다. 내년 대선 후보를 거머쥐기 위한 여야 주자들의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한 것이다. 내년 이맘때쯤 본선 구도가 완성된다. 각 진영에서 경선 승자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앞으로 1년여간 쉴 새 없이 출렁일 대선 여론시장에서 누가 살아남을까. 1차 승부처는 올 추석 ‘밥상 민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누구보다 초조한 사람은 대선 주자와 함께 대망(大望)을 좇는 측근 그룹들이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 ○ 여권, 원로 멘토 모시기 경쟁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직업 외교관 출신인 만큼 주변에 ‘외교관 인맥’이 포진해 있다. 대표적인 측근 그룹은 김숙 전 주유엔 대사와 오준 주유엔 대사, 김원수 유엔 군축담당 사무차장 등이다. 반 총장이 5월 한국을 찾았을 때 만찬을 함께한 노신영 한승수 전 국무총리 등 ‘원로 멘토 그룹’도 든든한 후원군이다. 내년 초 귀국에 맞춰 국내에선 ‘반딧불이’ ‘반사모3040’ ‘반존회’ 등 자생적 팬클럽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전국 조직망을 정비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2000여 명이 지역별 조직 관리를 맡고 있다고 한다. 이르면 다음 달 자신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전문가 자문그룹을 발족할 계획이다. 현직 의원 중에선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김학용 의원 등 3선 그룹과 가깝다. 권오을 서용교 안형환 조전혁 전 의원 등도 핵심 측근 그룹으로 분류된다. 유승민 의원은 아직 대선캠프 역할을 할 별도 그룹을 두고 있진 않다. 하지만 이혜훈 김세연 의원과 조해진 이종훈(명지대 교수) 민현주(경기대 교수) 김희국 전 의원(한국건설법무학회 회장) 등이 핵심 지지 세력으로 꼽힌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여권 주자 가운데 ‘인재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경기도 온라인 공개강좌사업(G-MOOC) 추진단장으로, 이영조 경희대 교수를 경기연구원 이사로 각각 영입했다. 경기스타트업캠퍼스 초대 총장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경기도일자리재단 초대 대표인 김화수 전 잡코리아 대표 등 전문가 그룹도 있다. 정두언 전 의원 등 여권 내 쇄신파 그룹도 남 지사를 뒷받침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근 홍사덕 김덕룡 전 의원 등과 자주 만나 조언을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박정하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원 지사의 보좌관 출신인 이기재 전 제주도 서울본부장 등이 대표적 측근 그룹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대 총선에서 출마한 서울 종로에 ‘공생(共生)연구소’를 열고 본격적인 대선 정책 구상에 돌입했다. 개헌 주장을 담은 책을 낸 데 이어 다음 달 공존과 상생, 통일 구상을 담은 책을 잇달아 출간할 예정이다. 오 전 시장 주변에는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 등 옛 서울시 인맥이 주로 포진해 있다.○ 야권, 싱크탱크 외곽조직 속속 출범 야권 대선 주자들도 세 불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조만간 싱크탱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정치권에 몸담지 않은 소장파 학자들을 중심으로 싱크탱크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해철 김경수 최인호 의원 등 친문(친문재인) 진영 핵심 의원 외에 ‘신(新)친문’으로 불리는 최재성 전 의원 등이 싱크탱크 구성에 참여하고 있다. 외곽 조직인 ‘새희망포럼’을 가동 중인 더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별도의 싱크탱크를 구상하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새희망포럼이 조직을 맡고, 교수나 전문가가 참여하는 싱크탱크는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의 멘토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희망 새물결’이란 외곽 조직을 출범시켰다. 여기엔 시민사회단체 인사 300여 명이 참여했다. 서왕진 전 서울시 정책특보와 임성규 전 서울시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주축이다. 이들은 청년일자리와 청년수당 등 서울시 정책을 국가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원내에선 기동민 권미혁 의원 등이 박 시장의 측근 그룹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와 함께 국가 비전을 담은 책을 조만간 출간할 예정이다. 정재호 김종민 의원과 박수현 전 의원 등이 주축이 돼 캠프에 참여할 인사를 발굴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최근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재정비해 박원암 홍익대 교수를 연구소장에 임명했다. 또 박인복(홍보), 박왕규(기획), 김태일 부소장(노동)과 김경록 당 대변인 등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김성식 신용현 의원 등도 안 전 대표가 강조하는 ‘3대(과학기술, 교육, 창업) 혁명’ 정책 구상에 참여하고 있다. 2014년 보궐선거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더민주당 손학규 전 고문의 정계 복귀가 임박하면서 ‘동아시아미래재단’도 바빠지고 있다. 미래재단은 최근 김종희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더민주당에서는 이찬열 김병욱 의원 등이 손 전 고문의 향후 활동 계획 수립 등에 관여하고 있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한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2일 청와대 회동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민생·경제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 할애했다. 박 위원장은 “안보와 다른 안건에 대한 논의 비중이 50 대 50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추 대표는 앞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비상 민생경제 긴급 회동’을 제안했던 만큼 각종 민생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의 시각차는 컸다. 우선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부터 달랐다. 박 대통령은 “최근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추세임에도 우리만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면서도 “아직 경기 회복의 탄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며 기업 구조조정 등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에 추 대표는 “대한민국은 위기에 처해 있고 그 바탕에는 민생 위기가 있다”며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맞받았다. 추 대표는 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밝힌 법인세 인상 주장과 관련해 “국민 10명 중 9명이 세금 부과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며 ‘낙수효과’(대기업 성장의 혜택이 저소득층에 돌아간다는 논리)의 수명이 다한 만큼 법인세 정상화를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세계적 추세가 법인세 인하이기 때문에 세계와 경쟁하려면 법인세는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가계부채 문제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추 대표는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내려놓고, 범정부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가계부채가 양적으로 늘고 있지만 질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며 추 대표의 ‘가계부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제안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야당 대표는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에 대해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물류대란은)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채권단의 입장에서 볼 때 자구 노력이 미흡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조기에 문제를 진화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해당 기업도 조금 더 자구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북한의 5차 핵실험은 핵탄두 소형화가 시간문제임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성취가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동북아 안보 지형의 게임 룰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는 ‘게임 체인저’인 셈이다. 이는 국내 정치는 물론이고 내년 대선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 해결 능력이 대선 후보 검증 1순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눈앞에 닥친 북핵 위험이 한국 대선 지형에서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급해진 여권 주자들 새누리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응’을 요구하는 강경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11일엔 이정현 대표가 직접 ‘핵무장론’에 불을 지폈다. 대선 주자들도 강경론에 올라타고 있다. 보수 지지층에 ‘안보 적임자’란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면 후보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경선 구도에서 박근혜 후보가 줄곧 우세했다. 하지만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1차 핵실험은 ‘터닝 포인트’가 됐다. 안보 불안감이 커지면서 ‘여성 대통령 시기상조론’이 나왔다. 이명박 후보가 치고 올라가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4·13총선 패배 이후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김무성 전 대표는 5차 핵실험 직후 “핵추진 잠수함 도입,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미국의 전략 핵무기 재배치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할 때”라며 강경론을 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핵에 대처하는 길은 오직 핵뿐”이라고 주장했다. 안보 위기 정국에서 존재감 부각에 나선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미국의 전술 핵 재배치를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미국의 핵우산 강화, 전술 핵 배치와 같은 핵 무장론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골몰하는 야권 주자들 각종 현안에서 수세에 몰린 여권이 안보 위기로 공세의 고삐를 쥐면서 야권 주자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구체적 대안 없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론만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보 위기가 민생 등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면 박근혜 정부 ‘실정론’도 힘을 잃게 된다. 지난달 독도, 백령도를 연이어 방문하며 ‘안보 우클릭’ 행보를 해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측근인 김경수 의원은 “지금은 여야가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북핵 문제를 풀려면 6자회담을 복원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결을 조건으로 북한의 유엔 제재 해제를 논의할 다자 간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기동민 의원은 “지금은 북한 책임론이 크기 때문에 야권 주자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북핵 관리에 실패한 박근혜 정부 비판론이 나올 것이다. 야권 주자들이 대안을 갖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여권의 ‘강경 대응론’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0년 한나라당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란 초대형 안보 이슈가 터진 뒤 3개월 만에 치른 지방선거에서 패했다. 여권의 강경 대응에 야권이 ‘전쟁이냐, 평화냐’로 선거 프레임을 바꿨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여권의 핵무장론에 “우리가 전시작전권도 안 갖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유근형 기자}
여야 3당 대표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일제히 규탄하면서도 각각의 행보를 이어갔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취임 한 달을 맞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 주도의 개헌 논의에 대해 “개헌이 정국 갈등의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정 세력이 지나치게 나서서 구체적인 개헌안을 제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였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논란에 침묵한다는 지적에는 “쓴소리의 목표는 실현이어야지 정치적 이용이어선 안 된다”며 “생각 이상으로 제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8·9전당대회 당시 약속한 ‘슈퍼스타K(슈스케)’ 방식의 대선 후보 선출과 관련해 “이미 연구를 맡겼다. 연말쯤 당내에서 공론화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 대선 주자들 간 ‘담론 경쟁’을 두고는 “정책들에 대한 생각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며 “모병제를 포함해 정책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의 활력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외인 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만나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을 타진했다. 전날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이 당내 반발에 막혀 취소됐지만 하루 만에 ‘통합 행보’를 재개한 모양새다. 추 대표는 “야권 지지자들은 애가 타고 속이 터진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큰 분열을 겪었고 올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2차 분열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저희는 뿌리가 같다.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통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무리한 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90년대까지 야권의 차세대 주자로 평가받았지만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와 함께하면서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대척점에 섰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친노-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 김 대표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정보위·국방위·외통위·비대위 연석회의를 소집한 뒤 오후엔 ‘금귀월래(金歸月來·금요일에 지역구로 갔다가 월요일에 돌아온다)’ 원칙에 따라 호남으로 향했지만 12일부터는 9일 동안 미국을 찾는다. 박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가 함께 미국을 방문하는 만큼 북한의 핵실험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갈 것”이라고 전했다. 정 의장과 3당 원내대표는 워싱턴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미 의회 지도자들과 면담한 뒤 15일엔 뉴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다.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길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