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정치권이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대선에 적용할 ‘게임의 룰’을 둘러싼 샅바 싸움도 조기 점화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게임의 룰’은 대선 구도뿐만 아니라 최종 결과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중대 변수다. 그런 만큼 선거 연령 하향 조정과 결선투표제 도입, 조기 대선 시 재외선거 실시, 그리고 개헌 추진 등을 놓고 각 진영의 수 싸움이 물고 물리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만 18세’ 투표 가시화 일단 선거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춰 이번 대선부터 적용하는 방안이 시행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연령 하향 조정 추진에 대해 국민의당이 동의하고 나선 데 이어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들이 추진하는 개혁보수신당(가칭)도 4일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선거 연령 하향 조정은 그동안 야권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반면 새누리당은 “젊은층 유권자가 많아질수록 보수가 불리하다”는 판단 속에 강하게 반대해 온 사안이다. 이는 ‘촛불 민심’에 부응해야 한다는 여론과 맞물려 있다. 보수신당 정병국 창당추진위원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법안을 처리해 이번 대선부터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선거 연령 하향은 보수신당에 참여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강하게 주장해 온 사안이기도 하다. 다만 보수신당 일부 의원이 “고교생 일부가 투표권을 얻으면 교육 현장이 정치화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최종 당론 채택까지는 추가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 연령을 낮추면 이번 대선에서 새로 투표권을 얻는 만 18세 유권자는 62만894명이다. 양자 구도로 치러진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표차는 108만 표였다. 18세 유권자의 표심이 당락을 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예 선거 연령을 만 17세로 낮추자고 한발 더 나아갔다. 보수신당마저 논의에 가세하자 새누리당은 고심에 빠졌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도 검토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다만 50대 이상에서 지지율이 우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으로선 불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이 투표권을 만 18세부터 주고 있다는 점이다.○ 개헌과 결선투표제 둘러싼 수 싸움 ‘나 홀로’ 대권이 쉽지 않은 제3지대 세력들은 반(反)문재인 전선을 형성해 대선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우선 국민의당은 결선투표제 도입을 앞세워 유력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이날 “다음 정부 초반에 개헌을 하는 것이 순리”라며 “선거제도 개편, 대선 결선투표제 등도 개헌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유력 주자가 없는 보수신당이나 새누리당도 개헌 추진에는 적극적이다. 다만 결선투표제 도입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보수신당은 이날 선거 연령 하향 조정 논의에 동참했지만 결선투표제 도입에는 유보적인 뜻을 밝혔다. 보수신당 핵심 당직자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마지막 캐스팅보트는 호남이 쥘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결선투표제의 최대 수혜자는 민주당일 수 있어 당 내부에서 반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재외국민 투표권’ 띄운 민주당 재외국민 투표도 이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궐위로 인한 선거나 재선거의 경우 2018년 1월 이후 실시하는 선거부터 재외투표를 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재외국민 223만여 명은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민주당은 이들의 투표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재외동포의 표심은 국내 표심과는 달랐다. 개표 결과 문재인 후보가 56.7%를 얻어 박근혜 후보(42.8%)를 눌렀다. 5일 선거 연령 하향 조정을 포함한 대선 ‘게임의 룰’을 놓고 여야 4당 정책위의장 간 첫 대면 협상이 예정돼 있다.홍수영 gaea@donga.com·우경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3일 국회 토론회에서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17 국민 생생 대한민국 자치단체장 초청 타운홀 미팅’에서 박 시장은 “이 시장은 (대통령 하기 전에) 내가 (이 시장을) 서울시장(으로) 한 번 밀고, 나는 대통령을 한 다음에 성남시장을 한 번 하고”라며 “이번에는 나를 확실히 밀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간 우리가 하나가 될 것”이라고 ‘비문(비문재인)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 시장에게 공개적으로 지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박 시장이나 나나 인권운동 하고 시민운동 했다. 시장 경력은 제가 1년 더 빠르긴 한데 워낙 대규모 서울시정을 맡고 계셔서…”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박 시장과 이 시장은 토론회에 이어 인터넷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공동 출연했다. 박 시장은 “이 시장의 사이다 발언, 치고 나가는 것 등이 부럽다. 이는 역시 장수의 기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나는 뒤에서 큰 사령관의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대한민국의 거대한 전환, 대혁신을 기필코 이루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결심이 섰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온 국민이 대한민국의 총체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점에 평생을 혁신과 공공의 삶을 살아온 저는 시대적 요구에 따르기로 결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낡은 질서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을 누구보다 가장 잘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도탄에 빠진 절박한 국민의 삶을 가장 잘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이 당초 1월 말로 예정했던 대선 출마 선언을 앞당긴 것은 ‘탄핵 정국’을 지나며 급락한 지지율을 반등시킬 계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전날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8%까지 주저앉았다. 앞으로 박 시장은 국민의 개혁 요구가 거센 만큼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부각시켜 ‘유능한 혁신가’임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말과 구호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왔는가, 어떤 성취를 보여 주었는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며 “사회의 혁신, 국가의 혁신은 박원순의 삶이었고 꿈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19일 ‘우리가 가야 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꾼 지 1년이 되는 28일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갈등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1년 전, 지금의 새누리당처럼 탈당 사태를 겪고 존폐 위기에 처한 당을 구원하기 위해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를 삼고초려했다. 당을 맡은 김 전 대표는 4·13총선을 대승으로 이끌었지만 이후 당 주도권을 놓고 문 전 대표와의 관계는 삐걱거렸다. 그리고 이날까지 사흘간 두 사람은 지면을 통한 설전을 이어갔다. 이미 둘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국회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은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곳 아니냐”며 “민주당이 패권 정당이라고 비판받을 때 (문 전 대표가) 살려 달라고 해서 온 사람인데, 내가 무슨 특별한 이야기를 했다고 걱정을 한다고 하느냐”라고 말했다. 전날 문 전 대표가 김 전 대표의 대선 전 개헌 및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 주장과 관련해 “우리 당 입장하고 다른 생각을 말씀해 걱정”이라고 한 것에 대한 불쾌감을 담은 응답인 셈이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싱크탱크를 만들어 ‘국민성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느냐”며 “저 사람도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라고 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슬쩍 빼버리는 스타일로 넘어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데서 나와 차이가 있다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전 대표도 박 대통령처럼 겉으로만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다는 이유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로서는 가장 민감할 수 있는 비판”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토론회 축사에서 김 전 대표는 “1987년 정치민주화가 이뤄진 다음 당선된 대통령은 모두 재벌에 농락당했다”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등 ‘진보 정권’도 재벌 개혁에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경제민주화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과 의회가 의식이 제대로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앞서 26일 “(개헌으로 다시 집권할) 자신도 없이 어떻게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 하느냐”, 27일 “대통령 되고 개헌하겠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응전하지 않았다. 다만 김 전 대표가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대선을 앞두고 자기중심의 판을 짜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내년에 국정 역사 교과서를 시행하려던 방침을 1년 유예하고 2018년부터 검정 교과서와 혼용하겠다고 27일 밝혔다. 2017년에는 국정 교과서를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주교재로 사용하게 하고, 다른 학교는 기존 검정 교과서를 다시 쓰게 할 방침이다. 두 가지 방안 모두 유례가 없던 일이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역사 교과서 전면 국정화 방침은 철회됐다. 2018년에 국정 교과서가 사용될지는 차기 정부가 결정하게 됐다. 야당과 친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성향 교육감들은 여전히 국정 교과서 폐기를 주장했다.○ 유례없는 국·검정 혼용 이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 교과서 폐지 의견도 있지만 적지 않은 국민께서 긍정적인 평가도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국정만 쓰는 걸 문제 삼는 의견이 가장 많았기 때문에 혼용 체제로 다양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2018년부터 적용키로 한 국·검정 혼용 체제는 처음 가보는 길이다. 같은 과목에 다른 교과서 체제를 운영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대통령령(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내년에 대부분 학생들이 배우는 검정 교과서(2009 개정 교육과정)와 교육과정이 다른 국정 교과서(2015 개정 교육과정)를 연구학교에서 쓰게 하는 것도 최초다. 지금까지 연구학교에서는 교과서가 아닌 교재를 써보거나 토론 등 다른 수업 방법을 실험했다.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는 1년에 1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근무 교사에게는 가산점이 주어진다. 교육부는 원래 국·검정 혼용 체제에 부정적이었다. 교학사 사태(2013년 보수 학자들이 쓴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학교가 1곳에 그쳤던 일)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였다. 이에 대해 금용한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장은 27일 “(내년) 1년 동안 최대한 좋은 교과서를 개발해 많은 학교가 선택하게 하겠다”고 했다. 연구학교 고1 학생들은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를 준비하기 위해 검정 교과서도 공부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국정 교과서는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썼지만 검정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하는 등 서술이 다른 게 다수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입 수능에선 국정과 검정 교과서가 공통으로 다루는 범위 내에서 출제할 방침이다. 연구학교에 다니지 않는 대다수 학생은 올해 사용했던 검정 교과서를 그대로 배운다. 교육부는 이르면 28일 출판사들에 기존 검정 교과서를 다시 인쇄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쓰일 검정 교과서가 2015 교육과정에 맞게 개발될 시간이 부족한 문제도 대통령령을 개정해 해결하기로 했다. 현재 1년 6개월로 돼 있는 개발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편찬 기준은 국정 교과서에 적용된 것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6·25전쟁을 남침이라고 하고, 북한의 여러 군사도발을 서술하지 않으면 승인받지 못한다.○ 야당 폐기 예고…학생들 혼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국정 역사 교과서 금지법’(역사교과용 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기로 했다. 교육부는 법안이 통과돼도 연구학교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2018년에 국정 교과서를 쓰는 건 불가능하게 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웹사이트에 접수된 기타 의견(1140건) 중 국정 교과서를 찬성하는 쪽이 79.9%(911건)로 더 많았다. 이 부총리가 21일 국회에서 반대 의견이 63%라고 했지만 뒤집힌 것. 23일에 찬성 의견이 723건 접수됐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일부 참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역사 교과서를 비롯해 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들은 옳았고 성과도 있었는데 (‘최순실 게이트’ 이후) 비판받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국민이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검정 교과서들의 편향성)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동민 민주당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부당한 역사왜곡 시도는 이미 대통령 탄핵과 함께 심판받았다”며 “국정 역사 교과서는 유예가 아닌 폐기가 답”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편향된 역사교육을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주호영 개혁보수신당(가칭) 원내대표도 “균형 잡힌 교과서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검정을 혼용하겠다는 교육부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국정 교과서를 반대했던 한시준 단국대 교수는 “국정 교과서 오류에 대한 다수 학자들의 지적에 대한 해결 없이 정부 힘으로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한 교수는 “민족주의 사관으로 집필하지 않으면 매도되는 분위기 속에서 올바른 역사교육에 의한 국가 생존은 어렵다”며 “기존(교과서)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최예나 yena@donga.com / 장택동·우경임 기자}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6일 서울구치소에서 국정 농단의 핵심인 최순실 씨를 만나 2시간 반 동안 ‘구치소 청문회’를 갖는 과정은 해프닝의 연속이었다. 최 씨의 수감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구치소 측이 취재진의 입장을 불허하자 국조특위 위원들이 최 씨를 만나기까지 장면을 페이스북에 직접 실시간으로 현장 중계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최순실 수감동으로 가자” 페이스북 생중계 이날 오전 10시 서울구치소 대회의실에서 청문회를 개의했으나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수석비서관, 정호성 청와대 전 부속비서관 자리는 비어 있었다. 모두 불출석을 통보한 탓이다. 텅빈 회의장에서 갑론을박한 끝에 김성태 위원장은 “직접 수감동에 찾아가 공황장애인지, 심신이 피폐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구치소 청문회’를 강행하기로 의결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장제원 하태경 황영철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박영선 손혜원 안민석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 9명은 이날 오후 1시 반 서울구치소 수감동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위원은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했다. 이날 청문회에 들어갈 수 있는 취재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하면서 취재 및 촬영기자들은 새벽부터 줄을 서서 대기했지만 결국 ‘구치소 청문회’ 동행은 거부됐다. 국조특위 위원들이 수감동에 들어간 뒤에도 1시간 반이 지난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접견실에서 최 씨와의 신문이 성사됐다. 서울구치소 측이 스마트폰 현장 촬영을 막으면서 의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 과정을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생중계했다. “서울구치소 안에 들어왔는데, 지금 최순실을 아직 못 만나고 있다. 서울구치소가 최순실 보호소가 됐다”(박 의원) “(ENG 카메라 촬영을 해주기로 한) 약속을 서울구치소가 지키지 않고 있다”(장제원 의원) “최순실 씨 나오세요. 최순실 씨 나오세요! 거기 숨어 있지 말고 나오세요!”(안민석 의원)라는 등 국조특위 위원들이 항의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박 의원은 “무장 병력까지 배치했다가 페이스북을 켜니까 사라졌다”고 현장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최순실, 수감번호 628번 수의 입고 등장 최 씨는 수감번호 628번이 적힌 연한 녹색 수의를 입고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했지만 건강에 큰 이상이 보이진 않았다고 한다. 최 씨는 물도 곧잘 마시고, 화장실도 한 번 다녀오는 등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질문에는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세월호 참사 날짜를 물으니 ‘언제인지 모른다. 연관시키는 질문은 하지 말라’며 신경질을 냈다”고 전했다. 최 씨가 계속 아프다고 하다가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대목에서는 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특위 위원들이 전했다. 최 씨의 수감 생활도 공개됐다. 그는 보통 독방(0.7평)의 약 2배인 1.5평 독방에서 신문과 TV를 보면서 지낸다고 한다. 하 의원은 “최 씨와 악수를 했는데 혈액순환이 잘되는 것 같다. 아주 손이 따뜻했고 신체에 건강상의 문제는 없어 보였다”고 했다. 손혜원 의원은 “이 정도 사람에게 우리나라가 흔들렸나 생각했다”고 최 씨를 만난 느낌을 전했다. 서울구치소에서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가 열린 것은 19년 만이다. 1997년 한보 국정조사특위는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을 구치소 청문회에 세웠고 “정태수 리스트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당시 정 회장이나 이날 최 씨가 가장 많이 한 대답은 “모른다” “재판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날 구치소 청문회는 증인 3명의 불출석으로 무산됐다. 그 대신 수감동 현장 신문이 이뤄진 셈이다. 국회의 ‘현장 신문’은 1989년 3월 ‘5공 비리특위’ 조사단이 서울 영등포구치소 장영자 씨의 감방에 들어가 방문 조사한 이후 27년 만이다. 당시 장 씨는 수감 중인 방 안에 누운 채로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데 그쳤지만 이날 최 씨 등 증인 3명은 별도로 마련한 접견실에서 2시간 반 동안 위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분당에 직면한 새누리당이 ‘기존 보수’ 대 신(新)보수의 대립 구도로 갈라지고 있다면 야권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대 비문(비문재인)의 깃발 아래 자리한 주요 대선 주자들의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사이엔 일치하진 않지만 미묘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비문 진영은 개헌과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을 앞세워 문 전 대표를 점점 압박하려 한다. 문 전 대표와 ‘비문’ 주자들의 정면충돌이 임박했다는 예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 독자행보 굳히는 문재인“준비된 사람이란 게 내 브랜드… 국민 편 가르는 가짜 보수가 종북”안보 토론서 北핵도발 경고했지만 사드-한일정보협정은 언급 안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강한 안보, 튼튼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안보 분야 정책의 밑그림을 밝혔다. 논란 중인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선 “국회에서 먼저 논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개헌, 대선 결선투표 등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압박에 맞서 독자적인 정책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文, “지난 9년간의 안보 적폐 청산해야” 문 전 대표는 이날 “더 이상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지난 9년간의 안보 적폐를 철저히 청산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두고는 “핵과 미사일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성공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체인(도발원점 선제타격체제) 조기 달성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방산비리 및 병역비리 가중 처벌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자신이 연기와 철회를 주장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이야기하겠다”며 언급하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을 둘러 싼 ‘종북(從北) 프레임’에도 적극 대응했다. 그는 “군대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종북이고, 국민을 편 갈라 분열시키는 ‘가짜 보수 세력’이 종북”이라며 “특전사 출신인 나에게 종북이라는 사람들이 진짜 종북”이라고 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과 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태식 전 주미 대사,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이선희 전 방위사업청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노무현, 이명박 정부 당시 주미 대사를 지낸 이 전 대사는 축사에서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모두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미 동맹”이라며 “한미 동맹 없는 한중 관계는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평가와 예우를 받을 수 없는 현실이 된다”고 말했다. ○ 독자 행보 가속화하는 文 문 전 대표는 대선 결선투표에 대해 “찬성한다”면서도 “이번 대선에 도입할지는 국회가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주자 몇 사람이 모여 논의할 주제가 아니라 우선 여야, 야 3당 간 먼저 협의하는 것이 옳은 순서”라고 덧붙였다. ‘선수가 경기 규칙을 정할 수 없다’는 논리로 공을 국회에 넘긴 것이다. 개헌 논의와 마찬가지로 대선 결선투표를 둘러싼 논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 대신 문 전 대표는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통해 정책 발표와 현장 행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내년 1월에도 경제, 사회개혁, 지방분권을 주제로 토론회를 갖는다. ‘준비된 후보’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한 인터넷 팟캐스트에서 “이번 대선에서 ‘준비된 사람’을 제 브랜드로 하고 싶다”고도 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선거운동 기간이 짧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두고 경쟁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이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이기지 않겠느냐”며 “구시대 적폐에 대한 확실한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는 게 민심인데 바꾸고자 하는 절박함에서 내가 훨씬 낫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개헌파 세 불리는 김종인민주의원 29명 모여 ‘개헌 압박’… 2020년 7공화국 출범 주장“임기단축 개헌땐 재집권 가능한데 그런 자신감 없으면 지도자 못돼” “대통령 임기 (초반) 3년 동안 제대로 된 통치기반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뒤에 남은 임기 2년도 의미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새로운 대한민국, 문제는 정치다’ 토론회 축사에서 “20대 국회가 끝나는 시점(2020년)부터 7공화국을 출범하면 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4·13총선 직후부터 설파해 온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과 ‘(조기) 대선 전 개헌’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다만 과거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민주당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의원 모임’(가칭)은 최운열 김성수 박용진 의원 등 당내 ‘김종인 사단’으로 불리는 의원들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과 가까운 의원 29명이 함께 만들었다. ‘민주당 개헌파’가 세력화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탄핵 정국에서 개헌 논의를 자제했던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공개적으로 세 불리기에 나서면서 “지금은 개헌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라는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됐다. 향후 국회 개헌특위 구성과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 이슈를 놓고 민주당 친문(친문재인)과 비문 진영의 논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대표의 이날 축사도 사실상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대선 주자들이 (개헌과 관련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데 결국 (개헌은) 국회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 혼자 반대한다 해도 결국은 역부족일 것이라는 암시다. 김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단축되는 대통령 임기) 3년 동안 잘하면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리도 대통령도 할 수 있다”며 “그런 자신(감)도 없이 어떻게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 하느냐”고도 했다. 문 전 대표든 누구든 차기 대통령을 한 사람이 바뀌는 권력구조에 따라 다시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7일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 68명이 ‘미완의 촛불 시민혁명 어떻게 완수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개헌에 호의적인 정세균 국회의장, 김원기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축사를 한다. 개헌파의 연이은 공세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신(新) 4당 체제’가 가시화되면서 충청권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전날 소통과 통합, 포용의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대권 출사표를 낸 충북 출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묘소를 방문했다. 링컨은 미국을 대표하는 통합과 포용의 리더로 평가받아 왔다는 점에서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 총장은 이날 링컨 묘소와 링컨박물관을 둘러본 뒤 스프링필드 지역 정치인들을 만나 “국민만을 생각한 링컨 대통령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링컨박물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쓴 링컨 전기를 보여 주면서 “링컨 전기를 쓴 유일한 대통령(노무현)”이라고 소개하자 반 총장은 “나를 대통령외교보좌관으로 발탁해 줬고, 유엔 사무총장이 되도록 지도해 준 분”이라고 화답했다. 당장 반 총장과 충청권 맹주를 다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2일 “국민이 (반 총장이라는 인물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안 지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총장은) 일관적인 소신과 신념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그때그때 힘센 분한테 (붙었는데) 지금 국민의 힘이 세기 때문에 국민한테 붙는 것 아닐까”라며 “그런 태도로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보수신당’(가칭)의 기치를 올린 새누리당 비주류 탈당파 의원들은 구애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황영철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반 총장이 어느 정치 지형에서 (정치를)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이 매우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이 보수신당을 선택한다면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동반 탈당 가능성도 커지고, 그러면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제2당이 될 수 있다는 속내도 황 의원은 드러냈다. 국민의당은 ‘밀당(밀고당기기)’ 태도를 보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반 총장 측에서 사람을 보내 국민의당으로 올 테니 연합하자고 제안했다”라면서 “안철수, 천정배, 정운찬, 손학규와 치열하게 경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거절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현상은 1997년 호남의 DJ(김대중)와 충청의 JP(김종필)가 손잡고 집권에 성공한 DJP 연합과 비견되기도 한다. 다만 반 총장이 당시 JP에 비해 지지율이 높아 독자 행보가 가능하고, 지역 구도가 엷어졌다는 차이점은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조정하는 것도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국민권력시대 어떻게 열 것인가’ 2차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 문제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의 분당을 두고는 “그 어떤 새로운 당명도 ‘새누리’라 쓰고 ‘박근혜, 최순실’이라 읽을 것”이라며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간 책임 떠넘기기식 싸움도 잘 짜인 각본 같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기본소득 도입,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김종인표 정책’을 앞세워 “불평등과 전쟁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제 분야 대선 공약 발표인 셈이다. 이 자리에는 ‘김종인 사단’을 비롯한 비문(비문재인) 진영 의원 45명이 참석했다. 박 시장은 모든 국민의 생애 주기마다 아동·청년·실업·장애·노인기초연금 등을 지급하는 ‘한국형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도는 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가 6월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공식 거론했다. 박 시장은 재벌 개혁 방안 가운데 하나로 김 전 대표가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포함됐던 모(母)회사 주식을 1% 이상 가진 주주가 자(子)회사 임원의 잘못에 대해 소송에 나설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도 제안했다. 그동안 소원했던 박 시장과 김 전 대표는 최근 접촉면을 넓히면서 ‘비문 연대’를 넘어 ‘개헌 연대’ 가능성까지 거론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국가정보원과 재벌 개혁을 ‘강성 발언’으로 공론화하면서 최근 지지율 하락세 속에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박 시장은 20일 트위터에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가정보원부터 제일 먼저 손볼 것”이라며 “하라는 국가 안보는 안 챙기고, 국민을 사찰하다니! 박원순 제압 문건에 이어 대법원장까지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불거진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의혹을 2013년 ‘박원순 제압 문건’ 작성 의혹과 연계해 국정원을 겨냥한 것이다. 박 시장은 21일 ‘국민권력시대 어떻게 열 것인가’라는 국회 2차 토론회에서 재벌 개혁 방안을 발표한다. 5일 1차 토론회처럼 더불어민주당 의원 78명이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박 시장은 △대기업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중소기업·중소상인의 집단교섭권 인정 △노동이사제 도입 등 핵심 과제 10개를 발표한다. 박 시장 측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벌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의 경영목표를 넘어선 이익의 배분을 강제하고, 사업주인 중소기업인의 교섭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반시장적’이라는 논란도 예상된다. 박 시장의 ‘재벌 때리기’가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시장은 17일 광주 방문 당시 “국민의 정부, 노무현 정부를 지나며 신자유주의 속에 불평등이 커졌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과거 진보정권에서 재벌 개혁에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0,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하기로 했다. 이로써 국회 출석 문제를 놓고 황 권한대행과 야당 간의 정면충돌은 피하게 됐다. 정부-국회 간 협치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황 권한대행은 19일 보도자료에서 “임시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국회와 국민에게 국정 관리 방향을 말씀드리고 의원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에 성실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황 권한대행은 “국가안보 위협 등 위기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상시 유지해야 한다는 점 등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러나 국회 출석 문제로 마치 입법부와 갈등을 초래한 것처럼 비치는 것은 이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출석 이유를 설명했다. ‘여야정 협의체’ 출범이 늦어지고 황 권한대행과 야당 대표들 간의 회동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이번 대정부질문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현 정부의 주요 정책 유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장택동 will71@donga.com·우경임 기자}
새누리당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취임 인사차 야3당 원내대표를 만나려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섰다. 야당은 앞선 16일 정 원내대표가 선출된 뒤 "친박(박근혜)계 지도부와 냉각기를 갖겠다"고 선언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가장 먼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실을 찾았지만 당직자들이 "현재 회의 중이니 오늘은 돌아가시라"고 말해 만남이 불발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워서,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면담을 거부하면서 여야 원내대표 간 만남은 불발됐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참을성 있게 견디겠다. 우리 당은 국민이 용서해줄 때까지 빌어야 한다"라며 "협상 파트너로서 제가 아마 더 보고 싶고, 더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를 조용히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정 원내대표의 '갑작스러운 예방'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가) 연락도 없이 왔다간 건 문전박대가 아니라 무단침입 시도"라며 "그런 쇼를 하면 안 된다. 국민에게 '야당이 너무 한 것 아니냐'는 걸 보이려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친박(친박근혜)계 정우택 의원이 선출된 16일, 기자를 만난 야당 의원들은 “앞으로 (여당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도로 친박당’과 대화에 나섰다가 촛불 민심의 반발을 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 듯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국민 정서로는 정 원내대표를 정상적인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국회 로드맵을 짤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다. 통상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각 당 원내대표를 예방하지만 주말 내내 만남은 없었다. 며칠 전 여야 3당이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며 협치 실험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사뭇 달라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야당들은 자신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들어와야 한다는 태도다. ‘도로 친박당’을 만든 새누리당에 어떤 비전이 있는지 알 수 없다. 17일 촛불집회에선 “황교안 퇴진” 구호가 많았다. 정부 여당은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그러나 야당이 국정 운영 파트너를 입맛대로 고를 만큼 우리가 처한 대내외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다. 야당은 “정기국회가 끝났고 임시국회 일정이 확정됐으니 당장 여야가 원내에서 협상할 현안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정 원내대표와의 만남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임시국회를 소집한 이유는 탄핵안 통과 이후 국정 공백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취지 아니었던가. 국민 정서가 어떻든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 사람에게 “당신은 국무총리일 뿐”이라며 20, 21일 대정부질문에 무조건 나오라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탄핵소추 전 책임총리를 세우라는 각계의 촉구에 귀를 닫은 건 야당이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야당은 줄곧 ‘황 권한대행이 야당을 따로 만나는 것도 안 된다’ ‘친박 지도부와의 여야정 협의체도 안 된다’고 하면서 국정 수습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붕괴를 기다리며 반사이익만 누리려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야당이 기대고 있는 촛불 민심은 ‘부도덕한 여당’을 심판했지 ‘무능력한 야당’을 선택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거야(巨野)의 힘자랑’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우경임·정치부 woohaha@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사진)가 연일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에 전날 불거진 청와대의 대법원 등 사법부 사찰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법부를 불법 사찰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헌법 쿠데타”라고 했다. “특검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해야 할 사안”이라며 “관련자들을 모두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선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결정하면 어쩌나’라는 질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주요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복막암으로 투병 중인 MBC 해직 기자 이용마 씨를 위로 방문한 자리에서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주요 언론)이 권력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재인가 기준과 요건을 엄격하게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내년 조기 대선 정국을 앞두고 사실상 언론 통제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한국갤럽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조사 기간 13∼15일)에서 9일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지난주보다 5%포인트 오른 40%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 지지도가 40%를 넘은 건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98년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는 그해 3월에 45%, 6월에 43%였다. 새누리당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오른 15%였고, 국민의당(12%)은 3주 연속 지지도가 하락해 새누리당에 역전당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32%)에서도 새누리당(25%)을 앞섰고, 광주·전라(53%)에서 국민의당(22%)의 2배 넘게 지지를 받았다. 연령별 지지도는 60대 이상(16%)을 제외한 20∼50대에서 1위였다. 민주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지지율이 올라 30%를 넘어섰다. 탄핵안 가결을 계기로 제1야당에 대한 ‘밴드왜건(Bandwagon·편승)’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길진균 leon@donga.com·우경임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등 야권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내년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야권의 텃밭인 호남을 찾거나 대선 출마 선언을 앞당기는 등 ‘대선 준비 모드’로 전환한 셈이다. 박 시장은 주말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광주 무등산에 오른 뒤 금남로 촛불집회, 국립5·18민주묘지 등을 찾을 예정이다. 박 시장의 광주 방문은 5월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뒤 7개월 만이다. 탄핵 국면에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등에게 대선주자 지지율이 밀린 만큼 반전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에서 박 시장은 자신의 ‘개헌 로드맵’도 언급할 것으로 알려져 최근 이 시장과의 ‘비문(비문재인) 연대’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의 ‘개헌 연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손 전 대표는 16일 전북 전주를 방문해 ‘국민주권개혁회의’를 고리로 한 창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에서 “창당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헌법을 손보지 않고, ‘호헌’을 하겠다는 것은 지금의 기득권과 특권의 패권세력이 구시대의 특권과 기득권, 그리고 패권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선 “귀국하면 반 총장을 만나 (개헌 등) 그런 얘기를 나눌 것”이라며 “신년 초가 되면 기존 정당들의 분열과 분화와 함께 새로운 정치세력이 출발함으로써 우리 정치에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계 개편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손 전 대표는 22일 광주를 방문한다. 안 전 대표는 당분간 지역 방문 일정 대신 토론회 등에 참여하면서 정국 구상에 들어간 분위기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시국토론회에서 “국회는 국민의 명령을 실행에 옮겨 부패한 관료와 재벌, 검찰의 공생 사슬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천정배 전 공동대표도 26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황형준 기자}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40%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조사기간 13~15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5%포인트 오른 40%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 지지도가 40%를 넘은 건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98년 이후 18년 만이다. 민주당은 모든 지역에서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32%)에서 새누리당(25%)을 앞섰고, 연령별 지지도는 60대 이상(16%)을 제외한 20~50대에서 1위였다. 민주당 지지도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탄핵'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지지율이 올라 30%를 넘어섰고, 탄핵안 가결을 계기로 제1야당에 대한 '밴드왜건(Bandwagon·편승)'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탄핵 정국'에서 야권 대선주자들의 지지도가 높아지면서 당과 대선주자 간 지지도가 상호 상승효과를 일으킨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이재명 (성남시장) 현상'이 당 지지도에도 반영됐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 지지도가 지난주보다 연령별로 20, 30대에서 각각 10%포인트 올랐고, 지역별로는 호남에서 9%포인트 올랐다"며 "이는 이 시장의 지지도가 쏠린 세대, 지역과 일치한다"고 말했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 의혹을 밝힌 결정적 증거물인 태블릿PC가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최 씨의 ‘오판’ 때문이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15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태블릿PC가 있었던 서울 강남구 더블루케이 사무실 내 고영태 씨의 책상을 왜 방치했느냐는 의문과 관련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박 전 과장은 “책상을 두고 나온 것은 최 씨의 지시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 등 국정기밀 문건이 담겨 있는 이 태블릿PC를 숨길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아 결국 자신과 박근혜 대통령의 발등을 찍었다는 것이다. 박 전 과장은 당시는 최 씨와 그의 측근인 고 씨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고 씨는 사무실에 나오지 않던 때인데 사무실 짐을 정리하다 보니 고 씨가 직접 용달을 불러 들여온 책상이라 이를 무턱대고 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의대로 치울 수 없어서 최 씨에게 물어보니 ‘그건 고 상무가 알아서 하게 놔두라. 괜히 건드리면 법적으로 걸고넘어질 수 있다’고 해 두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 씨의 이 같은 지시 때문에 책상 안에 태블릿PC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둔 채 사무실을 정리하고 건물 관리인에게는 “책상 주인이 곧 찾으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태블릿PC는 최 씨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판도라의 상자’가 된 태블릿PC의 소유주가 논란이 되자 검찰도 11일 최 씨의 것이 맞다고 다시 한 번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추적한 결과 태블릿PC의 위치가 최 씨의 동선과 일치하고 최 씨가 주고받은 메시지까지 저장돼있다는 점을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들었다. 검찰은 이 태블릿PC 외에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의 태블릿PC, 고 씨가 소유한 태블릿PC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최 씨가 독일에서 SK그룹에 K스포츠재단 출연금 80억 원을 요구했던 사실의 은폐를 지시하는 통화 내용도 추가로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전날에 이어 통화 녹음파일 5개를 추가 공개하며 “통화 상대가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고, 최 씨의 귀국 3일 전인 10월 27일 통화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 씨는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이 “최 씨의 지시를 받아 SK그룹에 80억 원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해 “(정 전) 사무총장이 뭐라고 얘기를 했다는 거야. 그럼 내가 SK를 들어가라고 했다고?”라고 물었다. 이에 상대방은 “네, 회장님이 지시했고 본인(정 전 사무총장)이 기업을 방문했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이 또 확인 전화를 했다. (정 전 총장이)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다 얘기했다”고 답했다. 최 씨가 “왜 정 총장이 얘기한 거를 못 막았어?”라고 탓하자 상대방은 “(K스포츠재단의) 정동춘 이사장과 김필승 이사도 막으려 했는데 본인이 완고해서 못 막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 씨는 “얘기를 짜 보라”며 SK그룹에 80억 원을 요구했던 사실을 조작하라고 지시하며 “안(종범 전 수석)은 지금 뭐라 그런대요?”라고 묻기도 했다.김도형 dodo@donga.com·우경임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났지만 ‘여야정 협의체’ 참여 여부 등 정부와 국회의 구체적 협치 방안에 대해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 의장은 이날 회동 모두 발언에서 “국민이 국회와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잘 소통하고 협치해 민생을 제대로 챙기고 경제 활성화를 하라는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국정협의체를 활용해 민생이나 경제를 살리자는 제안이 있는데 잘 검토해 달라”고 여야정 협의체 참여를 요청했다. 황 권한대행이 9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뒤 국회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황 권한대행은 “지금 상황이 엄중함을 알고 있고 국민의 뜻을 국정 전반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국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정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만 답했다. 황 권한대행의 20, 21일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에 대해서도 정부와 야당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14일 오전 허원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방문해 ‘황 권한대행이 대정부 질문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지만 두 야당 원내대표는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거듭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우경임 기자}
‘대통령 공백 사태’ 속에서 14일 열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정세균 국회의장 간 회동은 협치에 대한 원론적인 공감대만 확인한 채 끝났다. 야권이 ‘황교안 체제 길들이기’에 나선 가운데 황 권한대행도 순순히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미묘한 대립구도가 형성돼 있다. 여기에 여당은 내분 상태여서 당분간 실질적인 협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1시 58분 국회 본청에 도착해 정문에서 기다리던 진정구 국회사무처 입법차장의 안내를 받아 국회의장 접견실로 이동했다. 지난달 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방문 당시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이 하차 지점부터 영접한 것에 비하면 의전의 격이 낮다. 국회 관계자는 “평소 국무총리가 국회를 방문할 때는 영접을 하지 않는데 대통령과 총리 중간 정도의 의전을 갖추기 위해 고심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황 권한대행을 접견실 앞에서 기다리다 인사를 나눴다. 이어 오후 2시 접견실에 함께 입장해 모두 발언을 한 뒤 2시 6분부터 2시 34분까지 28분간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정 의장과 황 권한대행은 비교적 활발히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황 권한대행은 “정부 관료들은 의원들과 달리 소통하는 방법이 미숙하다. 정 의장이 소통을 잘하시는 분이니 잘 배우겠다”며 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 측은 “황 권한대행이 국회와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12일 정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회의장이 그냥 얼굴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날 협치 방안에 대한 진전은 없었다. 야당은 연일 황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황 권한대행 체제 초반에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권한대행을 계속 ‘황 총리’라고 호칭하면서 “마치 (탄핵) 가결을 기다린 사람처럼 대통령 행세부터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황 권한대행의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과 관련해 “국회를 무시하면서 몰락의 길을 갔던 박근혜 대통령의 전철을 따르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황 권한대행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당 지도부가 사실상 공백인 상태에서 야당과 협의를 한다면 일방적으로 끌려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국회 대정부질문에는 불출석 의사를 전했고, 야 3당 대표와의 회동에도 부정적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회와의 협치는 필요하지만 여당 없이 야당하고만 협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야권도 여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여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면 국회 상황이 안정돼 더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국민은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만 구성원 자체의 성격상 구성이 참으로 난망하다”며 “당분간은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전날 학계·언론계 원로를 만난 데 이어 이날 고건, 이홍구,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사회 원로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경험이 있는 고 전 총리는 2003년 4당 국정협의체를 통해 이라크 추가 파병 등 현안을 처리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우경임·한상준 기자}

“국회가 탄핵 이후 새로운 국가시스템 정립을 주도해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2일 국회에서 취임 후 세 번째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심은 단순히 탄핵이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고 있다”며 여야정 협의체의 국정 협의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고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탄핵 국면에서 국가 서열 2위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정 의장은 “(내가) 직접 필드에서 뛰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예방과 관련해 정 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회의장이 만나면 국민에게 무언가 보탬이 되는 논의와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냥 얼굴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이 여야정 협의체 참석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황 권한대행에게서 ‘확답’을 받아내겠다는 뜻이다. 개헌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하면서도 시한은 못 박지 않았다. 정 의장은 “개헌은 중장기적이고 대선보다 더 중요한 과제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되고 어떻게든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라면서도 “100m 달리기 경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13일 서해 백령도 군부대를 방문해 안보 태세를 점검할 예정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