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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 씨(36)는 ‘연예인 스마트폰 해킹 논란’이 불거지자 스마트폰에 설치된 클라우드 서비스들을 들춰보고는 깜짝 놀랐다. 삼성 클라우드, 구글 드라이브, 클라우드베리까지 각종 클라우드가 자신도 모르게 설치돼 있고 스마트폰과 ‘동기화’돼 있었다. 궁금증이 일어 들어가 봤더니 점심에 촬영한 음식 사진부터 몇 달 전 여행사에 제출한 여권 정보, 이전 폰을 쓸 때 상사에게 보고했던 모바일 결제 캡처 화면까지 남아 있었다. 심지어 백업 파일에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보낸 문자메시지도 모두 저장돼 있었다. A 씨는 “나도 모르게 여러 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고 있었다는 점에 놀랐고, 거의 실시간으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려주는 민감한 정보가 어딘가에 저장되고 있다는 데 등골이 서늘했다”고 말했다. 1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각종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을 개통할 때 이미 깔려 있고 공짜라 덥석 사용 동의를 하기 쉽다. 스마트폰에 디폴트로 설치돼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구글 ‘드라이브’, 애플 ‘아이클라우드’, 삼성전자 ‘삼성 클라우드’, SK텔레콤 ‘클라우드베리’, LG유플러스 ‘U+Box’ 등 5종이다. 사용하는 스마트폰 기종에 따라 서비스되는 클라우드는 차이가 있지만 최소 2, 3종은 기본으로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사거나 교체한 뒤 초기 설정을 하면서 이용자들은 무심코 클라우드 서비스에 ‘동의’ 버튼을 누른다. 기본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그래야 하는 줄 아는 경우가 다수다. 이 경우 사진, 동영상, 주소록, 문자 등 민감한 정보들이 자동으로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다. 많은 사람이 본인이 사용 동의했다는 점을 까먹고 비밀번호를 바꾸는 등의 사후 관리를 하지 않고 있어 자칫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번 비밀번호가 털리면 스마트폰에 담긴 개인의 모든 정보가 유출되는 것이다. 안성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클라우드에 중요 정보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 해킹을 시도하려는 위험이 상존한다”면서 “하지만 클라우드를 직접 해킹하기는 힘든 만큼 클라우드 계정 비밀번호를 알아내 우회 접속하려는 공격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연예인 스마트폰 정보유출 사건도 피해자들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스팸문자에 적힌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했다가 자신도 모르게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클라우드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서비스별로 데이터 백업 여부를 선별적으로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스마트폰에만 남길 정보와 클라우드에 분산 저장할 정보를 나누라는 것이다. 이는 단말기별로 ‘백업 설정’에 들어가 선택할 수 있다. 또 ‘2단계 인증’처럼 외부에서 클라우드에 접속할 때마다 ‘코드번호’를 입력하도록 이중 잠금장치를 하면 해킹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는 것도 효과적인 예방책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미국 보안업체가 선정한 최악의 비밀번호 ‘톱5’가 ‘123456’ ‘123456789’ ‘qwerty’ ‘password’ ‘1234567’인데 한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면서 “기본적인 패스워드 문자열을 정한 뒤 사이트별로 규칙을 적용해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기억하기도 쉽고 보안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2016년 ‘알파고-이세돌 대국’을 보며 인공지능(AI)에 푹 빠진 A 씨(30)는 이때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취업을 꿈꿨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뒤 2018년 현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입사한 그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고 했다.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눈코 뜰 새 없이 집중 근무를 해야 하지만 금요일 자택 근무, 자율 출퇴근 등 대체로 ‘워라밸’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한 해 20만 달러(약 2억3220만 원)에 가까운 연봉이 매력적이다. A 씨는 “실리콘밸리 기업은 능력만 입증되면 2, 3년 후 임금을 두세 배 높여 주는 등 철저히 실력으로 보상해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동기 부여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들은 연평균 22만7000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 임원의 처우와 맞먹는 수준이다. 학벌, 스펙에 관계없이 실력으로 대접하는 미국 기업의 문화 덕분이다. 12일 미국 IT 기업 연봉 평가 사이트 레벨스에 따르면 신입부터 2년 차 경력을 가진 주니어 엔지니어에게 가장 많은 연봉을 제시하는 기업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리프트로 23만4000달러에 이른다. 연봉 순위 톱5에 드는 스트라이프, 에어비앤비, 링크트인, 오라클 등도 17만∼22만 달러로 적은 수준이 아니다. 레벨스는 SW 엔지니어들이 제출한 1만8000여 개의 연봉 정보, 세금 신고 시 작성하는 문서인 ‘W2 스테이트먼트’, 기타 혜택을 기반으로 연봉 데이터를 공표한다. 국내 기업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조사한 매출 상위 300대 기업의 미등기 임원 평균 보수(2018년 기준)는 2억6670만 원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발표한 2019년 국내 엔지니어의 평균 임금(약 7674만 원)과 비교하면 세 배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무엇보다 엔지니어를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미 시사전문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발표한 ‘2020년 최고의 직업 순위’에서 SW 엔지니어는 총 100개 직업 중 단연 1위다. 한국 전산학 박사 1호 문송천 KAIST 명예교수는 “미국 기업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20만 달러는 줘야 한다’는 관행이 정착돼 있고, 인재들도 그만큼의 보상을 받고자 실력을 갈고 닦는다”면서 “한국 기업과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의 기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실리콘밸리의 높은 임금은 이 지역의 악명 높은 주거비와 물가, 세금의 영향도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방 2개짜리 아파트의 월세가 3000달러에 달하고 건강보험료로 지출하는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실제 쥐는 돈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업무 성과와 보상을 연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다. 호봉제 같은 연공서열 중심에 길들여진 조직문화 탓에 심리적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 변화가 빠른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인재를 확보하려면 성과와 연계된 보상체계 정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형 중앙대 소프트웨어대 석좌교수는 “한국 이공계 인재들이 실리콘밸리 기업을 동경하는 것은 실력과 성과만 내면 기대 이상의 보상을 해주는 연봉 시스템 때문”이라며 “AI 같은 인재 확보가 절실한 분야일수록 연봉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고스란히 해외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LG유플러스가 증강현실(AR) 분야에서도 구글과 손을 잡았다. LG유플러스는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 구글과 AR 콘텐츠 분야에서의 협력을 공식화했다고 12일 밝혔다. 양사는 연내 AR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공동 제작한 3차원(3D) AR 콘텐츠를 가칭 ‘U+AR’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국내 이용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구글은 ‘구글 검색’을 통해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할 계획이다. 다만 구글 검색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다양한 애니메이션 동작과 효과음 등은 LG유플러스 서비스로 제공해 차별화할 예정이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가상현실(VR) 콘텐츠에 공동으로 투자해 왔다. 이렇게 만든 콘텐츠는 LG유플러스 VR 전용 플랫폼 ‘U+VR’와 구글 유튜브에 공급되고 있다. 또 작년 9월 서울 지하철 6호선 공덕역에 세계 최초의 5세대(5G) 기반 문화공간 U+5G 갤러리를 구축해 AR로 문화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VR 콘텐츠 분야의 성공적인 경험을 AR 분야로 확장하고 구글과 공동 제작한 AR 콘텐츠의 글로벌 공급에 적극 나서 실감형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5G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국내 1위 게임회사 넥슨의 매각 이슈와 중국 게임의 물량 공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게임산업이 지난해에도 성장을 지속하며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 예상치는 15조1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게임산업의 성장은 모바일이 주도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등이 흥행하면서 예상 매출액이 7조8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바일게임 매출은 2017년 PC게임을 앞지른 뒤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같은 기간 PC게임은 5조1929억 원으로 3.4%, 콘솔게임은 5467억 원으로 3.4%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수출액은 2018년 기준 64억1149만 달러(약 7조5000억 원)로 전년보다 8.2% 늘었다. 이는 2018년 전체 콘텐츠 수출(95억5078만 달러)의 67.1%에 달한다. 국가별 수출액 비중은 중국이 30.8%로 가장 높고 미국(15.9%), 대만·홍콩(15.7%), 일본(14.2%), 동남아(10.3%), 유럽(6.5%) 순이다.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1783억6800만 달러로 전년보다 7.1% 성장했다. 한국의 게임시장 점유율은 6.3%(113억2600만 달러)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어린이가 시청하는 유튜브 영상(키즈 콘텐츠)에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지 않기로 한 조치가 7일부터 시행됐다. 유튜브는 광고뿐만 아니라 어린이용 콘텐츠에는 댓글도 금지하는 추가 조치를 내놓았다. 이와 함께 페이스북도 불특정 다수에게 친구 요청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프라이버시 보호 방안을 내놨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과도한 개인정보 활용에 각국 정부가 제동을 걸고 있는 데다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데 따른 조치다. 유튜브는 6일(현지 시간) 만 13세(한국 나이 만 14세) 미만 어린이가 시청하는 콘텐츠에 댓글을 다는 기능을 제한하는 내용의 ‘아동 개인정보 보호 강화’ 정책을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어린이가 출연하는 영상에만 댓글을 제한해 왔는데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댓글이 없어지면 이용자 체류 시간이 줄어들어 수익에 악영향을 미친다. 유튜브는 또 ‘별 풍선’처럼 현금을 지급하는 ‘슈퍼챗’ ‘슈퍼스티커’ 기능과 상품 및 티켓 판매 기능을 없애고, 실시간 채팅도 금지한다. 이른바 ‘돈벌이 장치’를 다 묶어버린 셈이다. 유튜버들은 이 같은 조치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 동영상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에 수익을 의존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이번 조치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일부 유튜버는 아프리카TV 등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이와 함께 유튜버들에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영상 또는 채널을 ‘어린이용’으로 자진 설정하게 하고 인공지능(AI)이 이를 어긴 어린이용 콘텐츠를 걸러내도록 했다. 자진 설정하지 않으면 영상 노출에 불이익이 가거나 법적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유튜브 측은 “어린이용 캐릭터, 테마, 장난감 혹은 게임을 주로 다루는지 여부 등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 어린이용 콘텐츠를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도 이날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기술 전시회(CES)에서 ‘공개 범위 확인’ 기능을 발표했다. 내가 공유한 게시물을 누가 확인했는지, 내 정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등 개인정보에 관한 내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내게 친구 요청을 할 수 있는 대상을 ‘모든 사람’이 아닌 ‘친구의 친구’로 한정하거나, 전화번호나 이메일로 내 계정을 찾을 때 친구의 친구, 친구만, 나만 보기 등으로 제한할 수 있게 했다. 또 차단한 사람 목록을 볼 수 있게 하고, 확인되지 않은 장소에서 로그인이 일어나면 알람이 전송되도록 했다. 페이스북 측은 “국가별, 지역별로 이번 주 순차적으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구글, 페이스북 등 IT 기업들이 집결한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캘리포니아 소비자정보보호법(CCPA)’이 1일부터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CCPA는 이용자들이 기업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접근하고, 이를 삭제하도록 요구하고, 제3자에게 판매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정보 통제권을 주기 위해 고안됐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6일 국내 최대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인수합병(M&A)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면밀한 심사를 요구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보기술(IT) 업계는 “정치권의 과도한 간섭이 자칫 기업가 정신을 해칠 수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소상공인 정책을 담당하는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라이더유니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 등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회사가 DH라는 하나의 회사에 종속되면 배달 앱 전체 시장의 90% 독점이 현실화한다”고 주장했다. “배달 앱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지면 자영업 소상공인을 (회원으로)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사라지고 수수료 인상 등 시장 잠식과 독점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IT 업계는 이날 기자회견은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30일 두 회사의 기업결합 심사서를 접수한 상태다. IT 업계는 정치권 등의 독점 우려 주장에 대해 “진입장벽이 낮은 인터넷 서비스와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 제조업을 동일한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우버, 쿠팡 등 자본력을 갖춘 회사들이 배달 앱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에서 합병 회사가 광고 수수료를 높임으로써 경쟁사들에 시장 진입의 계기를 제공하는 선택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이 5조 원 가까운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한국 IT 기업의 마케팅 능력과 엔지니어 역량을 높이 산 측면이 큰데 현실화되지 않은 우려만 가지고 나쁜 독점 회사, 수수료 장사꾼으로 폄훼하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두 회사가 합병했을 때 독점의 폐해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부터 반대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혁신성장에 해가 된다”며 “불법 행위가 있으면 사후적으로 처벌하는 접근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신무경 yes@donga.com·윤다빈 기자}

“어느 때보다 색다르고, 간결하다.” 4대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새해 첫 출근 날인 2일 진행된 주요 기업들의 새로운 시무식 풍경을 이렇게 평가했다. 임직원들이 강당에 모여 최고경영자(CEO)의 신년사 발표를 듣기만 했던 과거 시무식과 달리 토론회, 모바일 생중계 등 파격을 시도한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SK그룹은 1953년 창립 이후 가장 새로운 시무식을 열었다는 평이다. 최태원 회장은 신년사를 내지 않고 일반 시민과 고객, 신입사원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SK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해 최 회장과 주요 계열사 CEO 5명이 좌담 형식으로 토론회를 한 데 이어 시무식의 틀을 또 한번 깬 것이다.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날 시무식에 참석한 사회적 기업 루트임팩트의 허재형 대표는 “SK가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리더를 양성하고 이들이 협업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은 좌석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조용히 경청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행사 표현을 시무식 대신 ‘신년회’로 바꾸고 내용을 모바일로 생중계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와 다르게 연설대 없이 홀로 무대에 올라 사업 이야기에 앞서 “새해 아침에 떡국은 드셨냐”며 안부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신년사를 시작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참석한 직원들과 웃으며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아예 시무식을 열지 않은 기업도 늘었다. LG그룹이 대표적이다. LG는 1987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준공 후 지하 대강당에서만 진행했던 그룹 시무식을 올해 처음으로 폐지했다. 그 대신 구광모 ㈜LG 대표의 신년사 동영상을 전 세계 25만 명 임직원들에게 e메일로 전달했다. 동영상에는 글로벌 구성원을 위해 영어와 중국어 자막도 담았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대표 본인부터 형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CJ그룹도 예년과 다르게 별도의 시무식을 열지 않고 손경식 회장의 신년사를 사내 방송을 통해 방영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기업 조직문화를 앞장서서 혁신했던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파격이 이어졌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은 김봉진 대표가 서울 송파구 본사 카페에서 임직원 20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는 가운데 대화하는 형태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회사는 김 대표의 신년사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중계해 참석하지 않은 임직원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안연주 피플팀장은 “CEO 신년사를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듣는 기업은 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숙박 예약 플랫폼 업체 야놀자는 푸드트럭을 빌려 임직원들이 다과를 즐기면서 경영진과 덕담을 주고받는 것으로 시무식을 대체했다. 엔씨소프트 등 일부 대형 게임사는 아예 상당수 임직원이 새해 첫 평일에 자리를 비웠다. 연말까지 게임 관리를 위해 집중적으로 근무한 직원들이 장기 휴가를 떠났기 때문에 시무식도 열지 않은 것이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 환경이 1년이 아니라 1일 단위로 바뀌는 비상 상황인 만큼 기업들이 효율적이고 간결한 시무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지민구 warum@donga.com·신무경·임현석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쥐띠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이다. 2020년은 경자(庚子)년으로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흰쥐의 해로 불린다. 흰쥐는 무리를 거느리는 우두머리로 적응력이 뛰어나고 변화에 민감하며 생존 능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재계 리더들이 자신들의 해를 맞아 쥐의 특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31일 기업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개별 상장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개인 주주 1800명 가운데 124명(6.9%)이 쥐띠생으로 조사됐다. 출생 연도별로 보면 2020년 환갑을 맞이하는 1960년생이 52명(41.9%)으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인 1960년생 CEO는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이다. 최 회장은 재계에서도 변화에 가장 유연하게 대처하고 내부 구성원과 원만히 소통하는 등 ‘수평적 리더십’을 갖춘 오너로 꼽힌다. 최 회장은 지난해 사내 구성원들과 100차례 ‘행복토크’ 시간을 가졌다. 유명 TV프로그램 형식을 빌린 패널토론이나 ‘보이는 라디오’와 같은 공개방송 형식을 빌리는 등 매회 격식을 파괴한 진행 방식과 진솔한 답변으로 임직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다. 이 회장은 새해 누구보다도 과감하고 발 빠른 경영 스타일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은 내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 회장의 결단에 따라 불필요한 자산을 선제적으로 매각하면서 ‘곳간’을 튼튼히 하는 데 힘쓰고 있다. 30일 단행한 연말 정기 인사에서도 임원 승진 규모를 과거보다 30%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이 여러 인수합병(M&A) 거래로 채무가 급증했지만 이 회장이 빠르게 상황에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몽진 KCC그룹 회장도 1960년생 쥐띠다. 정 회장은 경영 판단을 할 때 매우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이 건축·산업 자재 등 한 우물만 파 사업을 일군 것처럼 정 회장도 부친의 경영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는 신속하게 움직인다. 세계 2위 실리콘 제조사인 모멘티브 인수 건이 대표적이다. 인수액만 약 3조4000억 원에 달하지만 정 회장은 과감한 베팅으로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40대인 1972년생 쥐띠 CEO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박관호 위메이드 이사회 의장 등 30명(24.2%)으로 집계됐다. 젊은 오너인 정 회장은 2007년부터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끌며 이른바 군대식 조직 문화를 수평적으로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3, 4년에 한 번씩 한 달 휴가를 주는 안식 휴가제가 대표적이다.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패션기업 한섬과 가구업체 현대리바트 인수를 주도하는 등 그룹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박 의장의 리더십은 ‘열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표이사직은 내려놨지만 직접 새해 출시 예정인 신작 게임 개발 과정을 보고받으면서 직접 의견을 내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지만 게임 개발자로서의 열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1948년생 쥐띠 주주는 총 32명(25.8%)으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이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경영학적 관점에서 쥐는 위기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하면서 조직을 풍요롭게 성장시키는 동물”이라며 “쥐띠 사업가는 다양한 시도로 새로운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 리더십 스타일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기업 전문경영인 중에서도 쥐띠 인사가 다수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에 대표이사나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전문경영인은 198명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쥐띠 경영인은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사장과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등으로 모두 1960년생이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과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 조경수 롯데푸드 사장 등도 동갑내기다. 최고령 전문경영인은 1936년생 유원영 한국전자홀딩스 사장이다. 최연소 전문경영인은 1984년생 윤강혁 슈펙스비앤피 사장과 엄재현 포레스팅블록체인 사장이 있다.지민구 warum@donga.com·신무경·신희철 기자}

가락중앙종친회(김해김씨, 허씨, 인천이씨)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김학송 전 의원(67·사진)을 중앙회장으로 선출했다. 김 신임 회장은 경남 진해 출신으로 국회 3선 의원(16~18대)과 국방위원회 위원장,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지냈다.신무경기자 yes@donga.com}
웅진그룹이 사회공익사업을 위해 설립한 웅진재단은 27일 오전 9시 반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웅진 장학생을 대상으로 하계 멘토링을 개최한다. 웅진재단은 설립 이래 지난 10년간 매년 방학기간을 이용, 소속 장학생들은 물론 학부모까지 초청, 각 분야 석학들과 전문가들의 특강을 듣게 하고 진로 등에 대한 상담과 조언을 제공하는 멘토링 행사를 매년 1회 이상 실시해 왔다. 이번이 13번째다. 웅진재단은 10년간 수학, 과학, 예술분야의 영재 장학생 270여 명과 글로벌다문화장학생 79명 등 350여 명에게 총 26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신무경기자 yes@donga.com}

무엇처럼 보이시나요. 긴 호스를 끌고 다니며 땅에 물을 뿌리는 사람? 어쩌면 보아 뱀에 잡아먹힌 코끼리를 형상화하려는 것은 아닐는지. 혹시 모자를 그려보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무엇이 됐든 더운 날씨에 쉬엄쉬엄 하시기를 바랍니다. 사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글=신무경 기자 yes@donga.com}

1년 전 쓰레기 대란을 기억하시나요? 중국의 쓰레기 수입금지 조치 때문에 벌어졌던 대란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넘쳐나는 쓰레기와의 전쟁은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한국에서 하루에 쏟아지는 쓰레기는 2010년 36만 t(일 평균 배출량), 2015년 40만 t, 2017년 41만 t으로 계속 늘고 있습니다. 매립할 곳이 부족할 정도죠. 플라스틱 생활 쓰레기만 따져도 국내에서 하루 4000t 넘게 배출되고 있습니다. 앓는 것은 지구뿐만이 아닙니다. 망가지는 삶의 터전에서 살아가는 생명도 위협에 시달립니다. 불편함을 넘어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죠. 위기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친환경, 이제는 必환경“유튜브에서 거북이 코에 꽂힌 빨대를 제거하는 영상을 봤어요. 보는 내내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팠죠. 인간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말 못 하는 동물들이 고통 받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어요. 아무 생각 없이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때가 많은데 그런 저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죠. 또 한편으로는 이대로 가다가는 동물의 고통이 곧 인간의 고통이 되는 날이 올 거라는 걱정도 되고요.”-이주연 씨(24·대학생)“옛날보다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쓰레기가 엉망으로 버려져 있을 때가 있어요. 주차장에 작은 공용 쓰레기통이 따로 있었는데 사람들이 집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바람에 결국 없애버렸어요. 가장 곤혹스러운 건 배달음식 쓰레기를 치울 때죠. 음식물이 남아있는데도 다른 쓰레기랑 섞어서 버리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특히 요즘에는 떡볶이가 가장 많습니다. 일일이 손으로 분류할 때는 화도 나죠. 아파트 게시판에 주의해달란 글을 붙여도 소용없어요. 음식물 쓰레기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마구잡이로 버려두는 경우가 많죠.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미화원들 보기가 민망해요.”-허모 씨(60대·경기 부천시 오정구 한 아파트 경비원) “고양이 용품을 인터넷으로 한꺼번에 배송시키다 보니 사료, 간식, 배변 모래부터 문 앞에 상자가 잔뜩 쌓여요. 그날은 쓰레기와의 전쟁이에요. 포장된 상자를 뜯어서 정리하고 포장 비닐과 완충 비닐을 벗기고 나면 거실이 쓰레기로 가득해요. 고양이들은 그사이를 뛰어다니면서 놀기 바쁘고 저는 치우기 바쁘죠. 뉴스 보면 환경 때문에 택배 포장을 줄이기로 했다는데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요.”-김주희 씨(26·취업준비생)“이전에는 환경오염이 삶에 불편함을 주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인간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삶의 존폐를 위협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직간접적 형태로 나타납니다. 직접적 형태로는 지구 온난화, 폐플라스틱, 미세먼지 등이 있고 간접적 형태는 폭우, 폭설, 큰 규모의 태풍 등이 있습니다. 간접적 형태의 경우 그 피해정도는 크지만 이것이 환경오염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냥 날씨 문제로 치부할 때가 많죠. 현재 국내에는 미세먼지와 폐플라스틱 문제로 인한 피해가 큰 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 플라스틱 소비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죠. 예산고려를 충분히 해서 대체물질을 개발하는 등 심각한 고민이 필요합니다.”-위정호 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필(必)환경=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언급한 개념. 그는 “그동안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하면 좋은 것’이었으나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필환경의 시대가 왔다”고 썼다. ● 환경보호, 불편함을 수반해“일회용 봉투 사용이 금지되면서 고민이 많아요. 생선이나 육류는 랩으로 한 번 포장돼있어서 비닐봉지를 추가로 사용할 수 없는데 이것 때문에 고객과 실랑이가 잦아요. 고객 불편에는 공감하지만 회사 방침을 따라야 하니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죠. 이제 날씨가 더워지면 냉장 보관 식품이 녹기 쉬워질 텐데 큰일이에요. 계산을 담당하는 동료들도 애로사항이 많아요. 쇼핑백을 안 가져왔으니 오늘만 봉투를 무상으로 달라고 버티는 사람들이 많다더라고요. 그나마 갈수록 장바구니를 챙겨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다행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더 나아지겠죠?”-이모 씨(46·서울 한 대형마트 직원)“비닐봉지를 못 쓰니 불편해요. 과일이나 채소를 살 때는 습관처럼 비닐봉지에 담았는데 없이 가져가려니 아직은 어색하기도 하고요. 장을 보다보면 이것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가끔 봅니다. 특히 생선은 비린내가 날 수 있는데도 팩에 담겨있으니 그냥 가져가야 한다고 하거든요. 마트 직원들도 규정대로 하는 것일 테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죠.”-조영란 씨(40·가정주부) “매장 내 일회용 컵 금지 때문에 고객과 실랑이를 자주 벌여요. 금방 나간다며 일회용 컵을 받고서는 매장에 30분도 넘게 앉아 있는 사람이 반 이상이었죠. 주의를 줘도 들은 체도 안 해요. 바쁘면 그런 분들을 일일이 신경 쓰기 어렵죠. 한 번은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분을 사진 찍고는 신고할 거라며 으름장 놓은 손님도 있었어요. 물론 좋은 점도 있어요. 원래는 하루에 일회용 컵을 400개 가까이 사용했는데 지금은 사용량이 확실히 줄었어요. 쓰레기도 많이 줄었고요. 저희는 따로 텀블러 할인이 없지만 확실히 텀블러를 들고 오는 손님도 늘었습니다.”-정모 씨(25·경기 부천시 오정구의 한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 ● 버려지는 것에도 쓰임은 있다“연구에 의하면 재활용(리사이클링)은 이에 대한 관심, 이용도가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제는 폐기된 자원에 디자인, 창의성을 더해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새활용(업사이클링)’이 필요합니다. 저희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는 시민들이 다양한 시설을 이용해 업사이클의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어요. 워크숍, 세미나, 농부 장터 등의 프로그램도 제공되죠. 또 입주해 있는 40여개의 업사이클 기업들은 양질의 자원을 재사용해서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합니다. 버려진 우산으로 예술품을 만들고, 고장 난 LED칩으로 물소독기를 제작해 재난지역에 공급하기도 하죠. 계속해서 시민 참여를 늘리고 지자체와 교류하며 업사이클 인프라를 확장해나가려고 해요. 또 업사이클 모델을 수출하기 위해 국제적 교류에도 힘써야죠.”-윤대영 서울새활용플라자 센터장“시민들이 기증한 헌 옷 및 물품들을 재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소외된 이웃에게 다시 나누고 있어요. 기증받는 것들을 모두 나누면 좋겠지만 판매가 어려워 버려지는 것들도 있죠. 단순히 버리기보다 새롭게 활용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환경에 대한 고민도 자연히 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렇게 버려지는 것들을 활용하는 국내 첫 업사이클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를 론칭했어요. 버려지는 물품을 이용해 100% 핸드메이드로 가방, 지갑 등의 디자인 제품을 만들고 있죠. 20~30대의 젊은 층이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도록 디자인에도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현재는 전국 110여개의 매장에서 판매 중입니다.”-‘아름다운 가게’ 관계자 “‘버려지기 위해 태어나는 생명은 없다’는 믿음으로 폐기되는 농수산물을 활용해 반려동물용 상품을 만들고 있어요. 싸게 팔기위해 버려진 걸 쓴다는 편견을 깨려면 기술을 개발해서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해야 해요. 기부, 환경보호 같은 취지도 좋지만 뛰어난 제품 품질을 보고 선택하도록 하고 싶었죠. 그게 결국 버려지는 것들의 이미지 제고에도 좋은 영향을 줄 테고요. 생태교란 어종 물고기인 배스를 이용해 반려동물용 간식, 영양제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영양학적 가치는 충분하지만 편견 때문에 버려지는 물고기를 활용한 거죠. 이제 더 나아가 사람이 사용하는 화장품, 영양제, 마스크 팩 등으로 만들어 이용대상을 확대하고 싶어요. 배스, 농산물 외에도 다양한 제품들을 활용해야죠. 해외에서도 업사이클링이라는 사회적 미션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강민준 밸리스 팀장 “TV에서 커피 캐리어 재활용법을 본 적 있어요. 기억해 뒀다가 카페에서 캐리어를 이용할 때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왔죠. 손잡이 부분만 잘라서 칸마다 속옷, 양말을 넣어서 보관합니다. 화장대, 서랍장에 넣어두면 크기도 알맞더라고요. 플라스틱 컵도 깨끗이 씻은 후에 주방 물품을 넣어두기 좋아요. 저는 집게나 지퍼백을 넣어서 보관해요.”-박은영 씨(42·학원 강사) ● “작은 것부터 바꿔요”“일회용 비닐봉지 규제가 시행된 4월 1일부터 보름간 장바구니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배 이상(440%)으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휴대가 쉬운 접이식 장바구니는 매출이 601%까지 급증했지만 비닐봉지 판매는 21% 감소했어요. 플라스틱 대체품을 찾는 고객도 늘었습니다. 친환경 종이컵은 4배 이상(315%), 실리콘 빨대는 8배 이상(747%), 종이 빨대(484%), 스테인리스 빨대(329%) 등도 많이 판매됐습니다. 필(必) 환경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러한 흐름에 맞춰 계속해서 친환경 기능 갖춘 제품들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위메프 관계자 “카페에 갈 때 마다 꼭 텀블러를 챙깁니다. 요즘은 카페마다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기도 하고 할인도 해주니까 까먹지 않고 챙겨가요. 할인 혜택이 쏠쏠하기도 하고 쓰다 보니 습관이 되어서 이제는 늘 가방에 챙겨 다니고 있습니다. 따로 설거지해야 해서 좀 불편하기는 해도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불편을 감수하죠.”-최민지 씨(25·취업준비생) “주말에 한강 공원에 놀러 오면 종종 야시장 음식을 사 먹어요. 원래는 일회용 그릇에 담아줬는데 최근에는 다회 용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더라고요. 다회 용기를 가져가면 할인을 해주는 푸드 트럭들도 많아요. 이번에는 용기를 지참하지 않아 일회 용기에 담아 먹었지만, 다음번에는 플라스틱 접시라도 챙겨올까 합니다. 한강은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쓰레기도 어마어마하잖아요. 쓰레기를 한데 모아둔 곳을 지나가면 냄새 때문에 괴로울 때가 많아요.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여러 쓰레기가 한데 뒤엉켜 있는 것도 문제죠. 조금 귀찮더라도 남은 음식은 싸가거나 따로 버리고, 쓰레기들은 분리수거를 할 필요가 있어요. 의식적으로 노력하려고 합니다.”-황성호 씨(31·회사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쓰레기와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인류에게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위협입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다 빙하기가 오고, 회생 불가능한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을 찾는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소설이나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필 환경’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해법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현실을 살짝 비튼 재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좋은 해결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골칫덩어리 배스를 이용해 반려동물 사료를 만들고 와인 코르크 마개를 초소형 화분으로 사용할 수도 있죠. 조금만 불편함을 감수하면 우리 삶의 터전도 살 만한 곳이 됩니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스테인리스 빨대를,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이나 텀블러를 이용하는 거죠.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환경의 날을 맞아 우리 주변, 우리 일상의 작은 것들부터 바꿔가는 게 어떨까요신무경 기자 yes@donga.com·정혜리 인턴기자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졸업}

흰뺨검둥오리 가족이 물놀이를 나왔네요. 때가 되면 부모 오리는 수영과 잠수를 가르친다고 합니다. 새끼 오리들이 줄지어 따라다니는 것을 보니 “엄마 말 잘 들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두는 듯하네요.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어버이날은 지났지만 전화 한 통 드려야겠습니다.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글=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프랑스 정치가 샤를모리스 드 탈레랑페리고르(1754~1815)가 커피를 예찬하며 한 말입니다. 이 말처럼 여러 매력을 가진 음료 커피는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받고 있습니다. 몸에 좋다, 나쁘다 말은 많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끊기 어렵죠. 커피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국민 음료’ 커피 이야기 “카페라테를 가장 좋아해요. 어디에나 있는 메뉴지만 정말 맛있게 만드는 곳은 찾기 힘들어요. 고소하면서도 너무 쓰지 않고 느끼함이 덜한 맛을 좋아하는데 꼭 하나씩은 부족하더라고요. 최근에 괜찮은 곳을 한 군데 찾았어요. 제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는다는 건 어렵지만 행복한 일이죠. 차가운 카페라테 한 모금이면 그 날의 피로가 조금이나마 씻겨요.”-김모 씨(30·회사원)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스타벅스를 자주 가요. 가깝기도 하지만 제 입맛에 맞는 커피를 주문 할 수 있거든요. 주로 마시는 건 바닐라 스타벅스 더블 샷이라는 메뉴에요. 저는 여기에 바닐라 시럽 한 번, 샷 한 번을 추가해서 주문합니다. 그럼 원래보다 더 진한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어요.”-한지민 씨(28·회사원) “카페 아르바이트만 5년째라 커피와 카페에 추억이 많죠. 한 카페에서 일할 때 다른 알바생에게 호감이 있었는데 끝내 못 친해졌어요. 그만두고 근처 다른 카페에서 일하게 됐는데 손님으로 온 거예요. 좋으면서도 얼마나 떨리던지…. 하지만 아는 척은 못했어요. 대신 그가 시킨 카페모카 사이즈를 큰 걸로 바꿔줬죠. 그 뒤로도 올 때마다 남몰래 사이즈를 바꿔줬어요. 이런 제 마음을 알까요? 아르바이트는 그만뒀지만 카페 메뉴판에서 카페모카를 볼 때면 늘 그가 떠올라요.”-정모 씨(25·대학생)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5년 전 이미 10조 이상(2018년 기준 11조원)을 돌파했어요. 자판기, 인스턴트 커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원두가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죠. 이제는 젊은 층은 뿐만 아니라 나이 드신 분들도 원두 커피를 선호해요. 업체들도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며 원산지(콜롬비아, 과테말라 등)를 명시하고 아라비카 고급 종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커피시장이 ‘프리미엄 화’하고 있죠. 집에서 전문적인 기자재를 구입해 커피를 내려 마시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정승환 대경대 식음료산업전공 교수● 취미도, 직업도 커피! “커피를 업으로 삼은 지 14년째에요. 커피는 라면처럼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어요. 운영하는 카페에서 커피 교육도 함께 하고 있어요. 처음 1년은 ‘같이 공부해 보자’는 개념이었고, 2년차부터 원데이 클래스, 취미반, 창업반을 만들었어요. 10대부터 70대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세요. 스스로도 많이 배우기도하고 고마워하시는 수강생들 덕에 보람 있죠. 커피를 배우고 싶다면 두 가지를 권합니다. 첫째, 커피 관련 책을 두 권 이상 읽는 것. 둘째,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이 검색해보는 것이에요. 관심을 넓히고 정보를 얻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거죠.”-이선규 씨(30대·‘여의도 커피’ 운영) “직장 생활 17년간 커피는 사먹는 게 전부였는데 지금은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어요. 가장 기억 남는 분들은 저희 가게를 열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방문하는 모녀에요. 딸은 발달장애가 있어 10살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집 앞 커피숍 대신 한참을 걸어 저희 가게까지 오시죠. 커피는 항상 아이스 아메리카노 큰 사이즈로, 얼음 네 알에 시럽을 넣어야 해요. 딸이 저희 가게 쿠폰 찍는 걸 좋아하는데 매일 발도장과 쿠폰 도장을 함께 찍어 가시는 걸 보면 덩달아 뿌듯합니다.”-김모 씨(30대·프랜차이즈 커피숍 운영) “‘카페인(Caffe人)’은 2007년 만들어진 국내 최초 대학 커피동아리입니다. 커피를 사랑하는 학생들에 의해 탄생해서 현재 190여 명의 구성원과 함께하고 있어요. 동아리방에는 다양한 원두와 핸드드립용을 비롯한 커피 도구가 갖춰져 있어 누구나 취향에 맞게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죠. 카페투어를 하고 커피 엑스포, 바리스타 대회 등 다양한 교외 활동도 하고 있어요. 저는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 입학하자마자 커피 동아리부터 찾았어요. 이곳에서 많은 추억을 쌓고 지금은 운영까지 맡고 있네요. 커피는 내리는 사람, 원두 상태, 도구, 심지어 내릴 때의 날씨 등에 따라 맛이 다양해져요. 매력이 무궁무진하죠. 제 전공이 미술인데 커피를 좋아하다보니 작업 재료로도 쓰고 있어요.”-김소윤 씨(21·카페인 운영진) “카페 투어에 푹 빠져서 집 근처 카페를 섭렵했어요. 주로 SNS에서 카페를 검색하고 괜찮은 곳을 찾아 방문해요. 최근에는 비엔나커피에 빠졌죠. 최근 들어 커피종류도 다양해졌죠. 플랫 화이트, 말차 라테, 비엔나커피 등등. 예전에는 없던 커피가 생기고 유행하니까 다양한 커피를 시도하는 재미가 있어요. 카페를 많이 다니면서 인스타그램에 공유를 했더니 제 계정을 본 주변사람들은 저한테 카페를 추천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카페스타그램(카페+인스타그램)’계정을 따로 개설하게 됐죠. 커피 맛, 추천하고 싶은 디저트, 카페 분위기에 대해 꼼꼼히 남겨놓고 있어요. 친구들이 먼저 특정 카페를 탐방해보고 올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해요. 좋은 카페를 추천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도 생기는 것 같고…. 좋아요 수가 느는 것을 보면 뿌듯해요.”-김유진 씨(23·대학생)● 좋은 커피와 나쁜 커피 “커피는 각 나라의 문화 그리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른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특정한 커피를 ‘좋은 커피’로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례로 우리가 입도 못 댈 만큼 쓴 에스프레소가 이탈리아에서는 좋은 커피죠. 다만 현재 국제커피협회에서는 산미가 살짝 있으면서 잡미 없이 깔끔한 커피를 비교적 높은 단가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가격이 비싸면 좋은 커피, 저렴하면 좋지 않은 커피라는 편견도 있죠. 물론 루왁, 자메이카블루마운틴 등 고가 원두를 쓰는 경우에는 원재료 자체가 비싸기에 시중에서 파는 커피 가격이 비싸죠. 하지만 나머지 일반 원두는 한 잔에 몇 백 원 이상 차이 날 정보로 비싸지 않아요.”-장성희 마산대 커피바리스타학과 교수 “커피의 카페인성분은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을 자극해 일시적이지만 각성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졸음을 쫓거나 일시적으로 집중력을 향상시켜주죠. 이러한 효과 때문에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밤샘근무를 해야 하는 분들이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는 건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또 커피에는 폴리페놀이 함유돼 있어 항산화 작용을 일으켜요.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이때의 커피는 설탕, 프림이 포함되지 않은 블랙커피를 기준으로 합니다. 그러나 커피의 카페인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해서 고 카페인 음료를 섭취할 경우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전혜진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커피의 카페인이 집중력, 치매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지만 부작용에 관한 이야기도 많죠. 가장 흔한 부작용은 과민반응으로 인해 심장이 과도하게 뛰거나 울렁거림, 불면증을 겪는 경우에요. 특히 임산부나 어린이는 카페인이 체내에 18시간 이상 머물 수 있어 주의해야 하죠. 체중이 너무 낮거나 간 대사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주의가 필요해요. 정상적 대사를 보이는 성인도 카페인 섭취가 과하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식약처에서는 우리나라 성인의 일일 카페인 섭취 허용량을 400밀리그램(mg)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또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위산 역류 증상과 속 쓰림이 생기고 식도염과 위궤양 등을 악화시킬 수 있어요. 이 외에도 커피로 섭취로 인한 심근경색, 만성두통, 불임 등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권길영 을지대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새롭게 즐겨요” “‘아메리카노 주세요’ 대신 원하는 맛과 향을 요구하는 분들이 더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커피 오마카세(주방장 특선이라는 의미로 주로 일식에서 쓰임)’를 준비했어요. 카페가 ‘바’ 형태인 것도 제공자와 제공받는 사람이 대화하며 원하는 것을 맞춰갔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죠. 지금은 커피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브라질 혹은 콜롬비아 주세요’하며 요구하는 분도 많죠. 저희가 바라는 건 그 이상이에요. 그 커피가 왜 좋은지 이유를 알기를 바라죠. 다양한 커피를 접해보고 ‘나는 산미와 과일향이 잘 맞다’까지 나아가야 진정 커피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송원창 씨(카페 ‘온더바’ 운영) “커피를 자주 드시는 분들, 원두를 직접 구매하기 번거로운 분들을 위해 커피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원두는 전문 바리스타와 로스터가 엄선하며 하우스 블렌드 4종과 싱글 오리진 3종을 랜덤으로 보내드리고 있어요. 이번 주는 과테말라 2주, 후에는 에티오피아 등 다양한 원두를 맛 볼 수 있게 돕는 거죠. 드시는 양과 기간에 따라 200g, 400g씩 2개월, 3개월, 6개월로 나누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커피를 포기 할 수 없는 ‘커피 러버’들에게 추천합니다.”-로스팅 전문회사 ‘빈프로젝트’ 관계자 개성시대, 유치하긴 해도 현재 우리 사회를 표현할 수 있는 말입니다. 개개인의 선호에 대해 취향존중을 해주는 것이 도리가 되었죠. 커피도 그렇습니다. 무조건 커피, 설탕, 프림을 두 스푼 씩 ‘둘둘둘’ 비율로 타먹는 ‘다방커피’를 외치던 때가 있었다면 지금은 아인슈페너, 콜드 브루, 더블 샷까지 낯선 메뉴들을 익숙하게 주문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원두를 직접 선택하기도 합니다. 러시아 공사관에서 ‘가배’를 맛보던 고종황제는 지금의 이런 커피 개성시대를 생각이나 했을까요? 메뉴뿐만 아니라 즐기는 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직접 배워서 집에서 즐기기도 하고 다양한 원두를 번갈아 가며 구독하기도 하죠. 좀 더 먼 미래에는 더욱 다양해진 메뉴판과 서비스를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커피를 통해 세월과 또 다른 시대를 읽게 되겠지요.신무경 기자 yes@donga.com정혜리 인턴기자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졸업}

끊었던 담배가 생각나고,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닭발이 먹고 싶고, 술로 모든 걸 잊고 싶으신가요? 당신은 어쩌면 한국인의 고질병 ‘스트레스’를 앓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업, 취업, 직장, 인간관계…. 각자 이유는 달라도 스트레스 없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쌓아두면 병이 된다는 스트레스, 어디서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요? 한편으로는 스트레스가 마냥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고3, 신입사원, 사회 이슈… 별별 스트레스 “스트레스 별거 없어요. 세상이 스트레스 덩어리죠. 뉴스만 봐도 마약이다 탈세다 난리에 미세먼지는 기승이고, 정치인들은 맨날 싸우고요. 스트레스 풀려고 TV 틀었다가도 다시 열이 올라요. 안 그래도 각박한 세상인데 좋은 소식 대신 나쁜 일만 가득이네요.”-한모 씨(63) “요즘 제 스트레스 원인 1위는 비닐봉투에요. 마트에서 일을 하는데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규제 때문에 고객과 마찰이 늘었어요. 오렌지는 되는데 바나나는 안 되고, 헷갈리는 규정 때문에 저희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고…. 고객들은 얼마나 화를 내는지 몰라요. 못들은 척 비닐봉투에 담아가려는 고객과의 눈치 싸움이 하루에도 수십 번 벌어지죠.”-유민숙 씨(53·대형마트 판매원) “한 달 차 막내작가에요. 처음 2주는 정말 ‘멘붕’, 일이 미숙하고 팀원들과도 어색해서 출근이 두려웠습니다. 점심시간도 긴장의 연속이었죠. 팀 회식 때는닭갈비를 뒤집으며 상사들 신경 쓰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요. 생방송이라 다들 정신없이 바쁜데 저만 할 일을 못 찾아 우왕좌왕하니 눈치도 보였죠. 스트레스 때문인지 평소에 안 꾸던 악몽을 꿨어요. 학생 때와 차원이 다른 스트레스가 절 괴롭히는 것 같아요.”-조모 씨(24·방송작가) “고3인 저희는 다가오는 대학입시가 가장 큰 스트레스에요. 4월이지만 꽃구경도 맘 놓고 못하고 걱정은 이미 한 가득이죠. 특성화 고등학교라 취업 걱정 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학생이라 마땅히 풀 곳도 없고, 그냥 시간이 빨리 지나길 바라고 있어요.”-김모 양(18) “스트레스는 간과하면 안 되는 현상이에요. 중요한 건 타인이 아닌 자신의 평가입니다. 남이 ‘이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아?’라고 해도 나 자신이 스트레스로 느끼면 이를 더 중시해야하죠. 한국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나약한 사람으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죠.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나약한 것은 달라요. 우리가 손 씻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개인위생을 관리하듯이 심리 위생, 즉 우리 심리 상태도 잘 살피고 보듬어야 해요.”-김수경 상담심리전문가 ●쌓이면 독… 푸는 방법도 가지각색 “일, 가사, 노모부양까지 힘들지 않은 날이 없어요. 저만의 해소법은 퇴근길에 버스를 이용하는 거예요. 지하철이 빠르지만 버스를 타면 저만의 시간이 좀 더 생기죠. 부족한 잠을 보충하면서 체력을 회복합니다. 조용히 창밖을 구경하다보면 스트레스로 가득 찼던 머릿속이 조금은 비워지고요. 짧지만 귀한 혼자만의 시간이죠.”-이선은 씨(52·학원 강사) “동네 오락실에 펀치 기계가 있어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던 날이었어요. 퇴근길에 오락실에 있는 펀치 기계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민망해서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하고 쳤는데 의외로 통쾌했죠. 그 이후로 스트레스 받는 날에는 한 번씩 들러요. 1000원이면 그 날 스트레스의 반은 날립니다. 점수가 높을수록 그 날의 스트레스가 심한 거예요.”-김모 씨(29·회사원) “일 때문에 러시아에서 지내는데 타지에 있다 보면 힘든 게 많죠. 무엇보다 의사소통이 가장 큰 스트레스에요. 저는 일주일에 딱 하루 보드카로 스트레스를 날려요. 한국 소주보다 도수가 훨씬 높아서 한 방에 스트레스를 잊고 푹 잠들어요.”-정해진 씨(24·러시아 교환학생)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코티솔이 분비되어 생리적 반응이 나타나요. 맥박과 혈압이 상승하고 호흡이 빨라지며 근육이 긴장되죠. 이는 피로, 두통, 불면 등의 신체증상 그리고 우울, 분노 등의 심리증상을 유발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잦은 흡연과 음주, 과식을 하고 계속해서 잠을 자기도 해요. 대처법은 다양합니다. 안 좋은 생각 바꾸기, 대인관계 조절, 혼자만의 시간 가지기, 스트레스 상황 인정·수용하기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어요.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빠르고 정확한 치료방법이에요. 한 가지 알아둘 점은 좋은 스트레스도 있다는 겁니다. 선거에서 당선되거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때가 그 예입니다. 이는 감사, 희망, 활력을 주는 건강하고 긍정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적당히 필요해요.”-이강준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개인이 처한 스트레스 상황에 따라 검사와 프로그램도 달라져요. 해소법도 각자의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디스크검사(행동유형검사)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주도형은 화가 많아서 운동이 최고에요. 사교형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며 먹고 노는 것, 안정형은 잠이에요. 분석형은 도서관에 가서 책 읽는 것이 잘 맞고요. 만약 안정형에게 등산하라고 하면 스트레스 해소가 아니라 오히려 쌓입니다. 올바른 해소를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아는 것이 최우선입니다.”-김완수 씨(상담심리전문가·체인지마인드상담센터 대표)●먹어서 풀어도 좋지만… 과하면 질병 유발 “스트레스에는 매운 게 최고라잖아요. 닭발에 빠져서 일주일에 5일씩 먹은 적도 있어요. 매운 건 점차 적응되더라고요. 정말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 위는 적응을 못했는지 결국 위염을 얻었어요. 일주일 간 약 먹고 죽으로 끼니를 때우느라 스트레스가 더 쌓였죠.”- 김수빈 씨(24·대학생)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였는데 적응도 전에 밀려오는 업무, 상사와의 마찰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거의 매일 소주를 두 병씩 마셨을 정도였죠. 금주를 다짐해도 출근하면 스트레스를 받으니 폭음으로 이어지고 점점 몸이 상하더라고요. 치아에서 피가 나고 몸에서는 한기가 느껴져 일상생활이 어려웠어요. 쓰러져서 수액을 맞는 날도 있었고요. 결국 퇴사를 결정했죠.”-김모 씨(26·회사원)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식욕중추를 자극해서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게 됩니다. 적당하면 좋지만 과하면 문제에요. 특히 야식, 과식 그리고 과도한 매운 음식 섭취가 문제인데요. 이는 위장관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식습관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지죠. 특히 여성분들 중에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며 매운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고 병원을 찾는 분이 많아요. 최근 젊은 층의 질병 트렌드는 위식도 역류질환입니다. 과거에 비해 위염과 위궤양은 줄었지만 위식도 역류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졌어요. 잘못된 식습관이 주원인이죠. 스트레스 받는 젊은층, 빠르면 중고등학생부터 20대가 잘못된 식습관에서 비롯된 질환에 노출돼있어요.”-박재우 강동경희대 한의과대학병원 교수●때리고, 부수고… 신(新) 해소법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분들이 방문해 가전제품을 부수고 도끼를 던지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며칠 전에는 40대 여성 분이 혼자 와서 접시를 던지고는 엄청 우시더라고요. 샌드백에 사진을 붙여드리기도 하는데 남편 사진을 인쇄해 붙여달라는 분도 계셨죠. 스트레스를 풀 곳 없고 혼자 울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소리 지르고 울어도 큰 노래 소리가 막아줍니다. 치우는 건 저희가 하고요. 마음껏 스트레스 풀고 가세요!”-배재용 씨(34·스트레스 해소방 ‘아드레날린’ 운영) “사용자가 감정을 기록하면, 감정 청소부가 위로를 건네는 ‘감쓰(감정쓰레기통)’이라는 앱을 개발했어요.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속내를 마음껏 표출할 비밀 공간이 없을까’하는 고민에서 시작됐어요. 그래서 철저하게 사적이면서 위로가 되는 공간이자 앱을 생각하며 기획·디자인 했죠. 타겟은 1020 청년들이에요. 취업, 과제, 가정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스트레스 받는 분들에게 감쓰가 치유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감쓰가 있어 다행이라는 말, 감정을 털어놓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 된다는 리뷰를 보면 뿌듯하고 위안이 되죠.”-감쓰 개발팀 “‘열심히 일해서 회사 돈만 벌어준다’는 말처럼 매일 나 아닌 남을 위해 일하는 게 스트레스였어요. 나를 위한 투자도 하고, 뭔가 특별한 걸 배워보자 싶어서 도자기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 했죠. 공방 흙냄새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되더라고요. 영화에서나 보던 물레를 잡고 주무르다보니 상념은 잊고 작업에만 집중 할 수 있었어요. 맛 집 탐방이나 여행도 좋지만 새롭게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요.”-김모 씨(27·회사원) 스트레스에 대한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스트레스의 어원인 라틴어 ‘stringere’는 ‘팽팽하게 당긴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팽팽히 당겨져 긴장하고 고통 받고 있죠. 이 긴장들을 느슨히 풀기 위해서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내가 괴롭고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첫 걸음인 셈이죠. 어떤 의미에서는 ‘항복’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 상황에 맞는 해답을 찾고 나쁜 스트레스를 밀어내기 위한 전략적 항복이죠. 눈 딱 감고 백기 들면 나쁜 스트레스를 밀어낸 자리를 좋은 스트레스에게 내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신무경 기자 yes@donga.com·정혜리 인턴기자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졸업}

따뜻한 봄과 함께 프로야구 시즌도 돌아왔습니다. 집에서 발 뻗고 보는 경기도 재밌지만,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과 한데 모여 ‘직관’하는 즐거움을 아는 이들은 바쁜 중에도 경기장을 찾습니다. ‘야구에는 삶이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야구 없이 못 살아” “5년 간 아버지와 야구장 원정을 다니며 야구에 흠뻑 빠졌어요. 엎치락뒤치락하며 애태우고,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라 매력적이더라고요. 영상편집을 해보고 싶었던 차에 야구 관련 영상을 편집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특이하고 재밌는 야구 경기 장면·영상을 모아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2년 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독자수는 약 1만7000명이에요.”-최수혁 군(15·유튜브 채널 ‘야구형·Baseball brother’ 운영) “8년(2009~2016년) 간 ‘프로야구 관람경험’을 조사해본 결과 성인 2명 중 1명이 프로야구를 경기장에서 봤어요. 2016년 이후 프로야구 관중 수가 연간 800만 명 선을 유지하고 있죠. 주로 가족(36.8%, 중복응답)이나 동성친구(28.6%)와 동반했지만, 연인·이성친구(13.8%), 직장동료(11.8%)와도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문 목적으로는 다 함께 응원하는 문화를 즐기고 싶다(72.5%)는 이유가 강했습니다.”-송으뜸 씨(리서치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전공이 스포츠경영인데다, 야구 응원문화의 매력에 빠져 스포츠 응원상품 제작을 꿈꾸게 됐어요. 일러스트를 배우고 레진(보형물 제작 시 사용하는 물질), 3차원(3D) 프린터를 활용하며 제품을 몇 개 만들기도 했죠. 제가 롯데 자이언츠 팬이라 주로 롯데 관련 제품이에요. 하나는 주황색 비닐봉투를 머리에 쓴 갈매기 모양 피규어 ‘자갈(자이언트갈매기)’이에요. 동백유니폼의 동백 모양을 딴 ‘동백 배지’도 있고요. 모자에 부착하는 피규어는 강민호 선수가 모티브인데, 얼마 뒤 삼성으로 이적해 슬펐어요. 앞으로도 스포츠 응원상품, 그중에서도 롯데 자이언츠 상품을 제작하고 싶어요.”-김동성 씨(20대·취업준비생) “해마다 연 20회씩 야구장을 찾습니다. 야구장 전국투어가 인생 목표 중 하나라 연 초에 경기 일정을 확인하고 스케줄을 비워둬요. 그리고 주말에 지방 구장으로 떠나죠. 나중에는 메이저리그경기 직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기어코 2014년에 미국으로 떠나 메이저리그 경기를 관람했죠.”- 최태석 씨(31·연구원) “최동원, 이대호 등 많은 야구스타를 배출한 ‘경남고’를 졸업했어요. 그래서인지 야구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요. 대학 땐 야구 동아리에 가입해서 매일 야구장에서 살았고, 지금은 사회인 야구팀에서 투수로 뛰고 있어요. 야구는 제 인생의 일부죠. 자랑 하나 하자면 지난해에는 27이닝 31탈삼진을 기록해 리그 탈삼진 왕이 되었어요.”- 이수관 씨(53·공인중개사)● 응원의 재미에 흠뻑 “지난해부터 야구의 매력에 빠져 야구팬이 됐어요. 이번에도 개막전 경기를 직접 보고 왔어요. 직관의 매력은 단연 다함께 응원하는 열정 넘치는 분위기죠! SK 와이번스 팬이라면 모두 ‘연안부두 타임’을 최고로 꼽을 것 같아요. 8회 초가 끝나면 관중들이 다 같이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어쩌다 한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라는 가사의 응원가 연안부두를 부르거든요. 정말 울컥하는 순간이죠. 또, 경기전후로 ‘승리를 외쳐라’와 ‘투혼의 와이번스’라는 노래가 나오는데 그걸 들으면 열정이 끓어올라요. 이야기하다 보니 야구 보러 가고 싶어지네요.”-고은정 씨(27·회사원) “NC 다이노스 응원가는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쉽고 ‘영(young)’한 느낌이에요. ‘마산 스트리트’만 봐도 남녀노소 즐기기 쉬운 노래라는 걸 알 수 있죠. 저는 ‘혼야(혼자 야구장에 간다는 뜻)’도 종종 즐기는데, 재작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도 두산 응원석 한 가운데서 혼자 봤을 정도에요. 혼자 NC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나성범 선수가 홈런을 치는 순간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포효했죠. NC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느낀 계기였어요.”-김현탁 씨(23·대학생) “고향(부산)의 자랑 롯데 자이언츠 팬이에요. 천안에 살지만, 시즌 때 꼭 사직구장에 갑니다. 좋은 좌석은 사나흘 전부터 예매를 서둘러야 해요. 롯데의 상징은 ‘비닐봉지 응원’입니다. 7회쯤에 안전요원들 나눠주는 비닐봉지를 받아서 각자 모양을 만들어 귀에 걸고 응원 하는 거예요. ‘부산 갈매기’, ‘바다새’ 등 대표 응원가도 함께 부르고요. 응원은 롯데를 따라 올 팀이 없어요. 자랑스러운 점은 게임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거죠. 지난달 31일에도 LG에게 역전패를 당했는데 응원은 지지 않았죠. 또 하나 독특한 점은 사직구장에서는 ‘치맥’ 대신 ‘회’가 등장한다는 거예요. 부산이라 볼 수 있는 이색 풍경이죠.”-문영민 씨(56·회사원) “지난달 있었던 두산과 한화의 개막전 경기날 선착순으로 주는 두산 베어스 여권을 받기위해 구장에 일찍 갔어요. 덕분에 천만배우 진선규 씨의 시구도 볼 수 있었죠. 마운드로 갈 때부터 시구 후 세레머니까지 흥이 넘치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죠. 그렇게 들뜬 상태로 경기를 관람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1회에 실점을 하더니, 7, 8회에도 연달아 실점을 하더라고요. 이미 주변은 텅 비기 시작했지만 의리로 끝까지 봤습니다. 결국 9회 말에 1득점을 했어요. 11대 1 두산 패. 그래도 11대 0보다 낫다며 위로했죠.”-안모 씨(25·대학생) “NC 다이노스는 슬로건 ‘행진’을 새긴 큼지막한 깃발을 흔들며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이 카리스마 있죠. 각지에서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이 고향(마산)에 오면 다 같이 야구장에 가요. 한번은 놀러갔다가 경품 당첨 이벤트에서 치킨 교환권을 받기도 했어요. 수많은 관중들 중에서 제가 뽑힐 때의 그 짜릿함이란…. 이것도 야구장의 묘미죠.”-박승현 씨(22·대학생)● 맥주에 치킨? 핫도그, 오징어! “야구장은 당연히 치킨에 맥주 아니겠어요? 이건 불변의 진리에요. 요즘은 삼겹살, 족발 같은 별별 음식을 다 팔던데 치킨을 이길 순 없는 것 같아요. 지난해까지는 미성년자라 맥주 대신 콜라였지만 올해부터는 성인이 되어 당당히 치맥을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엄마랑 같이 맥주 한잔 씩 들고 치킨 먹으면서 경기 보는 시간은 말 그대로 ‘힐링’이에요. 응원하는 팀이 져도 즐겁죠. 야구 개막을 기다리던 이유 중 하나랄까요.”-한모 씨(20·대학생) “야구장에서는 간식을 빼놓을 수 없어요. 먹으러 야구장에 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맥주는 무조건 필수! 한, 두 잔 마시면 적당히 흥을 올려 기분 좋게 응원하도록 만들죠. 다들 맥주에는 치킨이라는데, 치킨은 양도 많고 자리에 두고 먹기 불편해 오히려 핫도그나 햄버거가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간식은 매점에서 구워주는 오징어에요. 먹기 편하고, 맥주와 찰떡궁합인데다가 굽고 있으면 냄새 때문에 도저히 그냥 지나치기 힘들어요.”-김모 씨(24·대학생) “야구장에서 여러 음식을 팔지만 양도 작고, 가격도 너무 비싸서 몇 번 사먹은 뒤로는 잘 안 먹게 돼요. 대신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과자를 사들고 가죠. 다른 음식처럼 냄새가 배는 것도 아니고,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더 편하더라고요. 과자 중에서는 단연 홈런볼이죠. 편의점 가장 앞쪽에 진열돼있고, ‘홈런’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는 것 같아서 갈 때 마다 꼭 사게 됩니다.”-이모 씨(23·헤어디자이너) ● “소변, 욕설, 술은 참아주세요” “야구를 좋아하지만 야구장에서의 악몽 때문에 주로 집에서 관람합니다. 막상 가보니 시설도 열악하고, 사람은 많아서 화장실 가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위쪽 좌석 사람들이 경기장 안에서 벽에 대고 노상방뇨를 하더라고요. 자칫 아래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소변이 튈 것 같았어요. 완전 경악을 했죠. 또 선수들이 조금만 못하면 얼마나 욕을 해대는지…. 경기장 안에서 여러 명이 그러니 눈살 찌푸려지더라고요.”-황석기 씨(61) “구장 내 술, 담배가 최악이죠. 소지품 검사가 허술한 틈을 타서 소주를 몰래 가지고 오더라고요.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고 주정부리는 아저씨들은 최악이죠. 취해서 시끄럽게 욕하니까 다른 관중들에게 민폐에요. 응원하는 팀이 못한다고 맥주 캔을 던지는 사람도 봤어요. 또 하나는 회사에서 단체관람을 오는 경우에요. 회식 겸 단체 관람 하는 걸 옆에서 봤는데, 표정에서 ‘집 가고 싶다’를 읽었죠. 부장님만 신나는 시간이 아닐까 싶고…. 야구는 친구, 애인과 보는 게 최고 아닐까요?”-차모 씨(27·대학생) “야구장 응원가는 대부분 대중가요를 편집한 형식으로 제작, 재생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총 3개 단체에 저작권료를 지급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노래를 개사하는데서 생기는 ‘저작인격권(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갖는 정신적·인격적 이익)’ 이슈가 문제입니다 현재 KBO와 10개 구단이 공동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곡들은 사용을 전면 중지한 상태입니다.”-KBO 관계자 신무경 기자 yes@donga.com·정혜리 인턴기자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졸업}

《스마트폰에 벨소리와는 다른 알림이 울리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각종 재난이 발생하면 신속히 대피하라고 국민안전처에서 보내는 ‘긴급재난문자방송서비스(CBS)’입니다. 위급한 정보를 모든 국민의 휴대전화에 전달해줘 유용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너무 자주 울리거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땐 성가시고 허탈하다는 불만도 많습니다.》 “정부가 재난 통제해 안심”“처음 지진을 느꼈을 때 무방비 상태여서 무서웠어요. 뒤늦게 재난문자를 받고선 실망이 컸죠. 그런데 다음번 문자는 지진 발생 불과 몇 초 전에 왔어요. 처음 겪었던 두려움은 줄어들고, 정부에서 재난을 통제하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 됐습니다.”―김모 씨(26·대학생·포항 거주) “알림 소리가 크긴 해도 개인마다 문자로 재난 정보를 알려주니 고마울 때가 많아요. 미세먼지가 많은 요즘, 외출 전에 마스크를 깜빡하고 두고 올 때가 많은데 문자를 받으면 꼭 챙겨 가게 됩니다.”―한진경 씨(20·대학생) “컴퓨터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을 많이 하거나, 실외 활동이 잦은 사람들은 사고나 재해 소식을 빨리 알 수 없어요. 그럴 때 재난문자 알림 소리가 들리면 재난이 발생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 유용합니다.”―정모 씨(25·카페 아르바이트) “2017년 포항 지진 당시의 긴급재난문자는 긍정적 사례입니다. 2016년 경주 지진의 학습 효과로 이듬해 포항 지진이 일어나자 재난문자가 27초 만에 전국으로 발송돼 경각심을 높일 수 있었어요. 재난문자가 향후 국민 안전의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정부 주도로 보완 대책을 세우고, 관련 부처와 민간 통신회사 등과의 협업을 통해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이동경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新양치기 소년? “재난문자는 솔직히 못 믿겠어요. 지난해 비바람 몰아칠 거라는 문자가 연달아 오기에 별 걱정을 다했는데 실제와 달라서 허무했거든요. 그런데 하루는 아무 준비 없이 나갔는데 비바람이 몰아치고 난리더라고요. 물에 빠진 생쥐 꼴로 편의점에 들어가 우산을 샀더니 그때서야 재난문자가 와서 황당했어요.”―권민정 씨(25·대학생) “강의 시간에 재난문자로 휴대전화 여러 대가 동시에 울려 수업 분위기를 깨는 일이 다반사예요. 미세먼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심각한데 해결책이나 대처방안은 없고 마스크를 쓰라는 메시지뿐이니, 사실상 별 의미가 없죠.”―이채연 씨(19·대학생) “재난문자보다는 스마트폰 앱과 인터넷 검색을 이용해 미세먼지 등 재난 상황을 팔로업해요. 젊은 사람들 대부분은 인터넷 정보를 통해 재난 상황을 이미 알고 있어 재난 알림은 뒷북을 친다는 생각이에요. 재난문자 기능이 ‘예방’보다는 사고·재해 사실을 인지시켜 주는 ‘알림’ 정도에 불과한 거죠.”―송모 씨(30대·주부) “어르신들이 대리점에 와서 재난문자 알림이 시끄럽다며 꺼달라고 하세요. 최근 관련 문의가 부쩍 늘었죠. 건강에 안 좋은 미세먼지나 위험한 재난을 알려주는 거라고 말씀드려도 막무가내예요. ‘어차피 살 날 얼마 안 남았으니 건강이고 뭐고 그냥 꺼줘!’ 하는 분도 계셨어요. 아이폰은 ‘설정-알림’에 들어가서, 안드로이드폰은 ‘문자-설정-더보기’에서 수신 여부를 설정할 수 있어요.”―이모 씨(30·휴대전화 대리점 직원)웃고 울리는 재난문자 “하루는 만원 버스에서 재난문자가 울리자 다들 마치 짠 것처럼 짜증을 내며 알림을 끄기 시작했어요. 그런 와중에 제 앞사람이 졸다가 놀라서 벌떡 일어나더라고요. 그러고는 저랑 눈이 마주쳤는데, 민망해하더니 바로 다음 정류장에서 헐레벌떡 내렸어요. 물론 창피해서가 아니라 원래 내려야 할 곳이었겠죠? 저는 덕분에 웃음 참느라 혼났네요.”―김민정 씨(25·대학생) “재작년 수능 전날, 재수학원에서 막판 스퍼트를 올리던 중에 포항 지진 재난문자를 받았어요. 다들 수능 취소되는 거 아니냐며 실없는 소리를 했는데, 그게 운명을 바꿀 문자일 줄이야…. 정말 저녁에 수능 연기 소식이 들렸고, 사실상 포기했던 사탐(사회탐구영역)에 집중했어요. ‘7일의 기적’(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것)인지 최저등급을 맞춰 원하는 대학에도 합격했죠.”―김모 씨(24·대학생)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재난 문자’ 논란 당시 주변이 시끌시끌했어요. 저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로서 문자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고요. 여러 비판 의견에 충분히 공감해요. 학부모도 국민인데, 이들이 자녀를 교육기관에 보내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 또한 재난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자칫 일이 장기화되거나 학부모가 맞벌이 부부라면 더 심각하고요.”―김모 씨(24·공립유치원 교사) “대학생 때 강의 중에 지진 알림 재난문자가 울렸는데 교수님께서 ‘집에 보내줄 줄 알았지? 지진 나도 수업은 해야 돼’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아쉬워하는 학생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실제로 위험한 상황이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었어요. 사람들이 이렇게 재해, 재난을 안일하게 생각할 때가 많은데 이런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 과제 같아요.”―김정은 씨(24·회사원)재난, 제대로 대비하려면 “아직은 재난문자가 가진 한계가 있어요. 기술적으로는 2세대(G), 4G 단말기는 발신 글자 수 한계(한글 60자)가 있고, 3G 단말기는 ‘안전디딤돌’ 앱이 있어야만 수신이 가능한 점입니다. 또 제도적으로는 ‘언제 보내야 할지’ 규정이 없어 오남용 사례가 많고, 최소발송단위가 시군구여서 읍면동 단위 발송이 어렵죠. 발신 글자 수를 늘려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할지 ‘행동요령’을 정리하는 한편 오남용 사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또 재난마다 정해진 표준문안의 문구를 상황에 맞게 개선하면 국민들이 재난 문자를 보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것 같아요.”―김윤희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올해부터 지상파 초고화질(UHD)방송을 활용한 재난 알림을 시범적으로 진행합니다. UHD 지상파 방송망에 데이터를 추가로 실어 보내 멀티미디어 재난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죠. 특수학교 등 재난약자시설이나 공공시설에 마련된 스피커, 옥외 전광판, 디지털 사이니지 등 공공미디어를 활용해 재난 정보를 전달할 예정입니다.”―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관계자 “재난문자가 너무 잦아 제대로 보지 않고 꺼버릴 때가 많았는데, 재난교육을 받은 후부터 신중히 살펴보게 됐어요. 바닥이 흔들리는 시설물에서 지진 대피 교육을 받았는데 가상 상황이었지만 당황하고, 넘어지고 그랬어요. 정부가 재난문자만 보낼 것이 아니라 이 같은 재난교육을 병행해 국민들에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준다면 알람 자체를 시끄럽고 번거로운 것으로만 여기지는 않을 것 같아요.”―류모 씨(24·취업준비생) “긴급재난문자 알림 서비스는 빠르게 전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진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 지진관측소는 200개 정도인데, (지진 빈도가 잦은) 일본은 1000개 넘게 보유하고 있죠. 일본의 긴급재난문자 알림은 보다 정확한 상황을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죠.”―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부교수·국가위기관리학회 부회장 신무경 기자 yes@donga.com·정혜리 인턴기자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졸업}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이 대사는 관객 수 1560만 명(2월 28일 현재)을 돌파하고 1위 ‘명량’(1761만5437명)에 이어 역대 관객 수 2위 자리에 오른 영화 ‘극한직업’ 속 대사입니다. 2003년 영화 ‘실미도’를 시작으로 2019년 극한직업까지 국내에서는 23편의 영화가 1000만 관객 신화를 이뤄냈습니다. 1000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대박 날 줄 알았어!“극한직업을 개봉하자마자 봤어요. 팝콘을 샀는데 웃고 집중하느라 반은 남겼죠. 설 연휴라 흥행하겠다 싶었는데 1000만 명을 금세 넘겼더라고요. 영화에 치킨이 계속 나오는데 그날 야식으로 결국 치킨을 시키고 말았어요. 인터넷에 영화 속 ‘수원왕갈비치킨’ 레시피도 올라왔던데, 해먹어보려고 캡처까지 했고요.”―이승민 씨(26·어학원 조교) “극한직업이 1000만 관객을 넘은 뒤에야 뒤늦게 극장을 찾았어요. 입소문 덕인지 여전히 사람이 많아서 맨 앞자리에서 봤죠. 배우 류승룡이 나오는 영화를 특별히 재밌게 본 적 없었는데 극한직업은 재밌더라고요.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대사 부분에서 제일 많이 웃었던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패러디를 들으면 1000만 영화의 힘을 실감해요.”―최정민 씨(29·회사원) “다 큰 성인 남자 취향이 어째 그러냐고 많이들 놀리기는 합니다만…. 제 인생작은 ‘겨울왕국’이에요. 애니메이션이지만 유치하지 않았어요. 특히 눈사람 캐릭터 ‘올라프’의 ‘누군가를 위해 녹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냐’라는 대사는 감동이었죠. 적절한 OST도 한몫했고요.”―한승현 씨(23·대학생)흥행 비결은 바로 이것 “영화는 ‘시기’가 중요해요. 사람이 몰리는 시기를 노리는 거죠. 이번처럼 연휴 낀 (영화)성수기에는 예측보다 더 많은 관객 수를 기대해요. 설에는 가족끼리 함께 보기 좋은, 재밌고 오락성 있는 장르가 유리한데 마침 극한직업이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다 보니 시기와 잘 맞아 흥행 물살을 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영화 홍보사 관계자 “1000만을 달성한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이 사전 시사회를 기점으로 입소문이 형성되었다면, ‘부산행’은 이미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시작됐습니다. 개봉(2016년 7월)을 한참 앞둔 5월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외신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현지의 뜨거운 반응이 국내로 넘어와 흥행몰이를 했어요. 그 결과 19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죠. 동시에 국내외 투 트랙으로 홍보에 힘썼습니다. 해외에선 전 세계 같은 시기에 개봉했고, 국내에선 기대감과 호기심 높이기에 주력했어요. ‘좀비’ 소재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재난 블록버스터’를 강조하기 위해 좀비 대신 ‘감염자’로 명명했고, 시각적 노출을 최소화해 극장에서 확인하도록 했죠.”―영화 투자 배급사 NEW 관계자 “1000만 영화의 핵심은 잘 맞는 옷을 입은 듯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라고 생각해요. 천연덕스러움 덕에 많은 관객이 그 캐릭터에 더 공감하지 않았을까요? 극한직업으로 1000만 관객을 기록하신 진선규 선배를 본 적이 있는데, 지켜만 봐도 완벽히 준비된 배우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렇기에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해냈고, 1000만이라는 관객이 공감한 거죠.” ―고기영 씨(27·연극영화배우)네가 보면 나도 본다 “예매 전에 ‘뭐가 재밌어요?’, ‘뭐가 제일 인기 많아요?’라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면 예매율 기준 1, 2위 영화를 추천해드리죠. 예매율 높은 영화의 좌석 현황을 보여드리면 자리가 얼마 없어도 ‘이게 재밌는 건가 봐’하면서 예매하시죠.”―장혜인 씨(23·영화관 아르바이트) “예술·독립영화를 좋아해요. 하지만 상영하는 곳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예요. 얼마 전 ‘어느 가족’을 보려고 했는데, 딱 한 영화관에서 하루 두 번 상영하는 게 전부였죠. 대형 배급사 영화는 개봉 첫날부터 거의 전 상영관, 10회 이상의 회차를 차지하잖아요. 다양성 영화를 보고 싶어도 선택지 자체가 없죠. 그러다 보니 요즘은 넷플릭스를 이용해요.”―이연정 씨(25·취업준비생) “영화가 흥행하면 자연히 상영관 수가 늘고, 여러 시간대에 내걸리죠. 하지만 흥행작이 아니라고 아무 시간대에 넣거나 배제하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이번에 극한직업이 흥행했잖아요. 그러면 극한직업을 우선시하되 다른 개봉작들을 아예 버리지는 않아요. 관객이 극한직업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2차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짭니다.”―멀티플렉스 영화관 매니저 “스크린 편성은 다양한 기준에 의해 이루어져요. 사전 인지도, 관람 의향, 관객 평가부터 제작비, 배우 인지도, 감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그렇게 편성해도 예측대로 관객이 오는 것은 아니에요. 그 예로 최근 개봉했던 ‘마약왕’은 700만 관객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00만 명도 오지 않았죠. 반대로 ‘보헤미안 랩소디’는 150만 명을 예상했지만 1000만 명 가까이 관람했고요. 개봉 후 관객의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진 것이죠. 즉 1000만 영화는 정해진 것도 아니고, 많이 편성을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관객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탄생하는 것입니다.”―황재현 CGV 홍보팀장 “우리에게 메뉴를 고를 자유는 있지만 메뉴판을 구성할 자유는 없어요. 그럼 구성해주는 사람들이 좀 더 공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죠. 하지만 상업성을 중시하다 보니 선택지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영화도 마찬가지로 고를 것이 적으니 관객이 쏠릴 수밖에요. 시장에 나온 것을 전부로 여기고 그 이상을 바라거나 찾지 않으면 영화는 대중문화가 아닌 오락거리로만 남겠죠. ‘멋진 신세계’에서 영화가 쾌락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된 것처럼요.”―장효선 씨(28·영화 관련 산업 종사자)잃어버린 취향을 찾아 “최근에 ‘가버나움’을 봤어요. 보고 나서 형용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들더군요. 잠들기 전까지도 생각날 정도로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싶어 여기저기 추천하고는 있지만 상영관이 얼마 없어서 아쉬워요.”―이모 씨(26·대학원생) “일반 영화관에는 대중적 영화, 상업영화가 많잖아요. 그런 영화들을 통해 스트레스를 푼다는 장점도 있죠. 하지만 독립영화관에서는 그곳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영화’를 보여준다고 할까요. 혼자서도 종종 가고, 남편과 데이트하러 가기도 해요. 이번에는 ‘로마’를 볼 거예요. 곧 상영이 끝난다니 마음이 급하네요.”―김영희 씨(50대·영어학원 강사) “영화를 전공하며 단편영화들을 제작했어요. 참여한 작품들을 다양한 곳에서 상영하지 못해 아쉬웠죠. 단편·독립영화는 획일화된 구성 방식에서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한 감독 스타일을 볼 수 있어 매력적이에요. 소재가 친근한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예술독립영화관을 찾는 관객 수가 현저히 감소한 것만 보아도, 독립영화를 원하는 수요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죠. 이런 상황에서는 대형 배급사의 상업영화를 탓하기보다 독립영화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오모 씨(30대·독립영화배급사 대표) 신무경 기자 yes@donga.com·정혜리 인턴기자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졸업}

《“불고기버거 하나 주세요.” 이제 이런 말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매끈한 화면에 다양한 버튼을 가진 주문 자동화기기 ‘키오스크’가 사람 대신 주문을 받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실시 등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편리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기계 주문’이 불편하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키오스크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기계가 더 편해요”“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직원에게 선 채로 주문하면 메뉴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해요. 나중에야 말 못한 메뉴를 떠올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요. 반면 키오스크에서는 메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터치해서 더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제대로 주문할 시간이 주어지는 셈이죠.” ―구도희 씨(20대·대학생) “패스트푸드점이나 빨래방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해요.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 심적으로 더 편해요. 사람을 대면하는 게 어려울 때가 있거든요. 사람을 대신하는 기계가 보편적으로 쓰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요.” ―황모 씨(20대·대학생) “영화관 무인 발권기는 무척 편해요. 순번 대기표를 뽑을 필요도 없이 몇 번의 화면 터치만으로 예매가 되니까요. 물론 사람이 많을 때엔 기계 앞에서도 줄을 서야 하지만…. 요즘은 영화관마다 기계를 여러 대씩 두고 있어 사람이 서 있는 매표소보다는 확실히 빠르고 편리하답니다.” ―아마르 자야 씨(20대·몽골 출신 대학생) “무인화 기기는 10여 년 전 버스, 지하철 등의 ‘티켓 발권기기’로 주로 이용됐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부터 외식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면서 ‘키오스크’라는 말이 보통명사화하기 시작했죠. 최근에는 ‘스터디카페’에서도 키오스크를 이용하죠. 앞으로는 새로운 업종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고 이 같은 흐름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순상 씨(키오스크 유통업체 이레SEM 무인유통기기사업본부장)“인건비보다 싸요” “키오스크를 들인 지 석 달째인데요. 가장 큰 장점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초기 도입 비용이 들어도 오래 쓸 수 있으니…. 업데이트 등 유지 보수가 필요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을 새로 뽑아 훈련시키는 과정을 안 해도 되니 편하기도 해요. 저희 매장에서는 세 대를 쓰는데 장사가 잘되면 더 들여올 생각이에요. ―한모 씨(40·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 점장) “혼자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은 바쁜 시간대가 되면 주문과 제품 준비를 하기에 벅차요. 키오스크가 있으면 사람 한 명을 대신해주니 매장 회전율을 높이는 데 아주 유용합니다. 메뉴 준비에 더 집중해 양질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김모 씨(30대·디저트카페 점주) “2014년부터 점포에 키오스크를 배치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총 1350개 점포 중 826곳(62%)이 이용 중입니다. 바쁜 시간대에 주문을 나눠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직원들을 감정노동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 업계 관계자 “키오스크 제작 수요가 2018년 4분기(10∼12월)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일반 음식점의 수요가 70% 정도로 가장 높고, 카페가 20%, 병원과 기관 등이 나머지입니다. 아무래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와 주 52시간 제도 시행 때문인 듯합니다. 비용 부담을 느낀 식당 주인들이 혼자 장사하기 시작했고, 주문과 음식 제조를 동시에 하기 어려워 키오스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키오스크 제조업체 페이셀프 관계자 “키오스크가 활성화되는 근간은 기술 발전이지만 나라마다 세부 이유들이 다릅니다. 이를테면 한국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증가를 꼽을 수 있죠. 1인 가구, 언택트(비대면) 마케팅, 신기술을 체험하려는 경험적 소비자 증가와 함께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리서치회사 마켓앤드마켓은 전 세계 키오스크 시장이 2016년 203억7000만 달러(약 22조8144억 원)에서 2023년 305억3000만 달러(34조1936억 원)로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노인들은 당황스럽다 “오후 4시면 친구들과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나요. 처음 한두 달은 키오스크 앞에서 꼼짝 못하고 직원에게 묻고 배워야만 했죠. 이제 커피 주문은 선수랍니다. 하지만 지금도 모르는 건 아예 눌러보지도 않아요. 은행이나 영화관에 있는 건 또 잘 못 쓰고요. 노인들이 이런 기계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입니다.” ―허모 씨(70대) “저희 가게에는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오시는데요. 키오스크 쓰는 것을 무척 어려워하세요. 통상 제가 대신 카드나 현금을 받아 결제를 해드리죠.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함께 일할 때는 한 명이 기계 사용법 안내를 전담하기도 하고요.” ―이모 씨(22·프랜차이즈 카페 아르바이트생) “지난해 11월 알바생 13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3%가 ‘키오스크 이용이 늘면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키오스크가 확대되면 내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되느냐는 질문에 5명 중 3명이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 관계자 “티켓 판매기가 있으니 비수기에는 매표소 대신 매점, 상영관에만 사람이 배치돼요. 곧 매점에도 기계를 설치할 테니 일자리가 줄어들까 걱정이죠. 티켓 판매기가 애물단지 같을 때도 많아요. 왜 꼭 바쁠 때만 고장이 나는지…. 바쁜 시간에 티켓 판매기 문제로 항의가 들어오면 난처하죠.” ―박모 씨(22·영화관 아르바이트생)장애인들은 불편 “기계가 낯선 노인 세대에는 무인 시스템이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요. 사람이 있는 점포 수가 줄어들면서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죠. 노년층이 키오스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와 안내, 학습이 필요합니다. 결제요원 한 명 정도를 고정적으로 두는 등 아날로그 방식을 공존시키는 것도 방법입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키오스크는 공항, 지하철역, 영화관 등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키오스크 이용이 어렵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면 무인 단말기 키패드가 손에 닿지 않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이어폰 단자나 전용 키패드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장애인에게는 기술 발전이 일상생활의 소외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죠.”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 “기술이 대체하는 일이 많아짐에 따라 한국을 포함해 개발도상국, 선진국을 막론하고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다만 기술 진보로 인해 일자리(고용)가 감소한 증거를 발견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자리 감소는 오히려 기술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적응 실패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은 새로운 생산방식을 종업원들에게 훈련시키고, 정부는 새로운 환경에 맞춰 경쟁, 노동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무경 기자 yes@donga.com·정혜리 인턴기자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4학년}

나비가 날아든다. 훨훨. 꽃이 만개한다. 활짝. 성곽 앞 황무지에도. 저 멀리 들려온다. 봄 오는 소리. 나비와 꽃이 담긴 그림 한 폭이 성곽의 메마름을 적셔줍니다. 시와 주인 없는 날개는 고(故) 김복동 할머니께 바치려 합니다. 할머니,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 ― 경기 수원 팔달구 수원화성에서사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글=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