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의 임시 상황실(고감도 분리정보시설·SCIF)에서 미군의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 상황을 브리핑받았다. 당시 브리핑 참석자들의 좌석 배치가 한 장의 사진을 통해 확인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현안 이해도와 측근들의 실질적인 권력 서열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7일 CNN에 따르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찬을 한 뒤인 6일 오후 9시 15분경 촬영됐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 관련 사안의 중요성을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을 키우고 있다. 시리아 공습과 업무 연관이 없는 경제 관료들이 대거 브리핑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앉은 데 비해, 외교안보 담당 관료 중 일부는 아예 이날 회의실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날 브리핑에는 경제 관료 중 윌버 로스 상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이 참석했다. 로스와 므누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문고리 권력’으로 통하는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트럼프 대통령 사위) 사이에 앉았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근처에 앉았지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같은 군 핵심 인사들은 워싱턴에서 화상으로 브리핑에 참여해 사진에는 모습이 없었다. 자리 배치 역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상황을 지켜볼 때와는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등이 모두 있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마셜 웹 합동특수작전사령부 부사령관에게 상석을 ‘양보’해 이를 홍보에 널리 활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상석에 앉았다. 쿠슈너의 브리핑 참석도 논란거리다. 외교안보 비전문가이고, 국가 안보 기밀 취급 자격이 없는 쿠슈너가 브리핑에 참석한 것은 물론이고 테이블 중심부에 앉은 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미 정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측근이 결국 쿠슈너와 이방카(장녀)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반(反)이민법 같은 ‘트럼프표 강경 정책’을 기획하면서 온건파 쿠슈너와 갈등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최근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는 추측에 어울리게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볼 수 없는 뒤쪽에 부하들과 함께 앉았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의 유명 정치 코미디 쇼인 NBC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풍자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아닌 ‘악령’으로 묘사되는 인물이 있다. 해골 가면과 검은 망토를 두른 이 악령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트럼프 대통령(앨릭 볼드윈 역)에게 “오늘 많이 웃겼으니 이제 내 자리 좀 비켜줘”라고 하대한다. 트럼프는 깍듯하게 “네, 대통령님. 제 자리로 가겠습니다”라고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트럼프 대통령을 조종하는 악령으로 묘사될 만큼 국정 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64)이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전격 배제됐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5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배넌의 NSC 배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새로운 NSC 조직도에도 배넌의 이름은 빠져 있다. 핵심 실세였던 배넌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인 올 1월 말 NSC 내 장관급 회의의 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외교안보 분야 경력이 전혀 없고, 극우 인터넷 매체인 ‘브라이트바트 뉴스’를 설립한 이력 등으로 부적격자란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도 배넌의 NSC 참여에 대해 “국가안보의 정치화”라고 맹비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힘을 실어줬다.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사임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후임으로 육군 중장 출신의 허버트 맥매스터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되면서 배넌의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미 정부 관계자는 AFP통신에 “맥매스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NSC 구성의 재량권을 요구했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실질적 권한을 쥐게 된 맥매스터가 NSC 운영에 방해가 되는 배넌의 배제를 결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언론들은 ‘맥매스터의 승리’라고 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가정보국장(DNI)과 합참의장을 NSC 장관급회의의 당연직 위원으로 복원시켜 NSC 기능을 정상화했다. 국가정보국장과 합참의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까지 당연직 멤버였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초청 대상자’로 강등됐었다. 주요 국가안보 현안들이 논의되는 NSC 장관급회의에서 배넌이 배제됨에 따라 핵심 국정 현안에 대한 접근권도 상당 부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미 정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 그동안 배넌 주도로 추진된 정책들 중 난항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자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배넌과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많다.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장녀 이방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배넌의 역할을 줄여야 한다고 건의해 배넌이 NSC에서 축출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쿠슈너는 주요 정책에 대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강조해 과격한 정책 추진을 선호한 배넌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배넌의 ‘친(親)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성향도 NSC 배제를 초래한 배경 중 하나라고 전했다. 배넌의 NSC 배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70)의 외동딸 첼시(37)가 엄마의 대선 재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4일 미국 CBS 방송의 ‘디스 모닝’ 프로그램에 출연한 첼시는 ‘힐러리가 다시 공직(대통령)에 나설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엄마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대통령 직에 다시 도전하는 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는 현재 자신의 자서전에 집중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손주에게도 집중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어린이, 여성, 가족을 도울 수 있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첼시는 2010년 투자금융가인 마크 메즈빈스키와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자신의 공직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 분명한 뜻을 내비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2020년 대선 후보자로 나는 절대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정기적으로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첼시는 뉴욕이 지역구인 민주당 소속 니타 로웨이 하원의원이나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의 자리를 받을 수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다음달 말 세상을 바꾼 13명의 미국인 여성 이야기를 담은 책 ‘그녀는 끈질겼다’를 출간하는 등 인지도와 영향력을 높이는 활동을 계속 펼치고 있다. 최근 미 정계를 달구고 있는 지난해 대선 과정의 러시아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명한 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이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미국인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개입이 어머니의 대선 패배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는 이 사안에 대한 답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 가방을 잠시 닫고 탁구채를 꺼내들어야 할 때다.” CNN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탁구팀을 초대해 미중 데탕트를 이끈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을 본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이같이 제안했다. 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할 예정이지만 두 정상의 골프 라운딩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시 주석은 골프를 전혀 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도 두 정상이 플로리다에서 25시간을 함께 보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특히 골프를 부패의 상징처럼 인식한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반부패 운동의 하나로 공산당원들의 골프 라운딩을 강력히 단속했고, 공직자들에게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그 여파로 중국 전역의 골프장들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설사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유대를 쌓기 위해 마지못해 골프장에 나타나더라도 두 정상이 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마러라고 방문 때처럼 27홀 골프를 즐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중국은 미국이 견제해야 할 국가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간 무역 불균형, 북핵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의 충돌을 예고한 상태다. 시 주석은 아베 총리와 달리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잠을 자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비밀경호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마러라고에서는 정상회담 이외의 다른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고 전했다. 플로리다 주 현지 언론은 시 주석이 차로 15분 떨어진 ‘오팜비치 리조트 앤드 스파’에 머물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미국 방문에 앞서 4일 핀란드를 찾았다. 미국만을 방문하는 여행길이 아니라 여러 나라를 찾는 순방임을 강조해 대국의 체면을 세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러라고에서 두 정상이 언론을 향해 어떤 포즈를 취할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만남에서 19초간 악수를 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아베 총리를 비롯해 다른 나라 정상들을 편하게 대하는 특유의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시 주석에게는 선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정상회담에서 불편한 논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친근감을 표현할 경우 시 주석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 주석은 아베 총리에 이어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마러라고에 초대된 두 번째 정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중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세계 질서를 이끄는 주요 2개국(G2) 정상으로서 시 주석을 예우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6일 오후 정상회담을 열고 공동 성명을 발표한 이후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공식 만찬을 할 예정이다.윤완준 zeitung@donga.com·이세형 기자}

영화 ‘스타워즈’에서는 대형 우주선을 능숙하게 조종하지만, 현실에서는 잦은 항공기 사고를 일으켜 물의를 빚은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75·사진)가 가까스로 비행기 면허 취소 사태를 면했다. 3일 AP통신에 따르면 포드는 2월 13일 자신이 소유한 고전적인 경비행기 ‘아비아트 허스키’를 몰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 존 웨인 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가 아닌 유도로에 내렸다. 이 때문에 포드의 비행기는 당시 유도로에 있던 아메리칸항공 소속 보잉 737기(116명 탑승)와 충돌할 뻔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이 사건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포드를 대면 조사했고, 당시 관제탑의 교신 기록 등도 검토했다. 포드의 변호사인 스티븐 호퍼는 “FAA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총체적 조사를 진행했고, 징계나 강제 집행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포드는 20년 이상 비행 면허를 소지했고 5000시간 이상의 비행 경력이 있다. 고전 비행기 조종이 취미인 포드는 2015년 3월에도 몰던 비행기가 엔진 고장을 일으켜 골프장에 추락하면서 머리와 팔을 다치는 등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바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2세 미만 북한 어린이의 건강과 영양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영국 출신 데이비드 나바로 전 유엔 에볼라 대책 조정관(68·사진)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보건 환경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WHO 사무총장 후보자로서 자신의 계획을 한국 정부에 설명하기 위해 방한한 나바로 전 조정관은 “0∼2세 때는 두뇌 발달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라 육체 건강뿐 아니라 행복하고 지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지가 이때 결정된다”며 “(북한처럼 폐쇄적인 나라도) 보건을 주제로 대화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덜 느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그는 WHO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주로 활동했다. 특히 에볼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 사태를 억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국제기구 관계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된 에볼라 사태를 꼽았다. 그는 “당시 에볼라 사태는 WHO가 좀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면 1만10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올해 6월 퇴임하는 홍콩 출신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의 자리를 놓고 그를 비롯해 사니아 니슈타르 전 파키스탄 보건장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전 에티오피아 보건·외교장관 등 3명이 경쟁 중이다. 자신의 장점에 대해 그는 “이번 WHO 사무총장 후보자 중 전염병 대응 경험이 가장 많다”며 “갈수록 글로벌화하는 세계에서 전염병 확산을 더욱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전임 고(故) 이종욱 사무총장(1945∼2006)과 챈 사무총장이 모두 아시아 출신이라 이번에는 비아시아권 인사가 사무총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신임 사무총장은 다음 달 22∼31일 WH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선출된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일 오후 발생한 지하철역 테러 사건은 ‘철권통치’를 휘두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을 흔들고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배후로는 체첸 반군 등 북캅카스 지역의 이슬람 테러조직과 이슬람국가(IS)가 꼽힌다. 체첸 반군은 최근에는 다소 잠잠했지만 2000년대 초부터 러시아에서의 독립을 주장하며 크고 작은 테러를 일으켰다. 남편이나 남자 형제를 러시아군에 잃은 여성들로 구성된 ‘검은 과부단’은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 사건과 2010년 모스크바 지하철 테러로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IS도 기회 있을 때마다 러시아에 ‘보복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러시아는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의 IS 거점에 대해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정밀 폭격을 지향하는 미국과 프랑스 등과 달리 러시아는 IS 거점 지역에 대한 대규모 무차별 폭격을 감행해 인명 피해가 컸다. 시리아 정부군과 맞서는 시리아 반군과 2014년 2월 크림 반도 병합으로 러시아와 갈등 중인 우크라이나 배후설도 제기된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러시아학)은 “이들은 러시아를 상대로 조직화된 테러를 시도한 적이 없고, 일으킬 여력도 부족하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2세 미만 북한 어린이의 건강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영국 출신 데이비드 나바로 전 유엔 에볼라 대책 조정관(68·사진)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보건 환경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고 (WHO 사무총장 자리에 오르면) 특히 북한 어린이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고 싶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WHO 사무총장 후보자로서 자신의 계획을 한국 정부에 설명하기 위해 방한한 나바로 전 조정관은 “0~2세 시기는 두뇌 발달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라 육체적 건강 뿐 아니라 행복하고, 지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한다”며 “북한 어린이 그 중에서도 0~2세 어린이들의 건강과 영양(식량)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나바로 전 조정관은 북한과 한국 정부 모두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보건 이슈는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고, 경제, 국방, 교육 등의 이슈에 비해 훨씬 덜 정치적”이라며 “(북한처럼 폐쇄적인 나라도) WHO 같은 국제기구와 보건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덜 느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나바로 전 조정관은 WHO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주로 활동했다. 특히 에볼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인플루엔자 같이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전염병 사태를 억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나바로 전 조정관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 중 하나를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가 빠르게 확산되며 다른 대륙으로도 확산됐을 때”라고 꼽는다. 그는 “당시 에볼라 사태는 WHO가 좀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면 1만10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나바로 전 조정관은 “나는 이번 WHO 사무총장 후보자들 중 가장 전염병 대응 경험이 많다”며 “갈수록 글로벌화 되는 세계에서 전염병 확산을 더욱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의 보건 환경 개선과 전염병 대응 못지않게 나바로 전 조정관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정신질환과 장애인 건강. 그는 “전세계적으로 3억5000만여 명이 우울증을 경험할 만큼 정신질환은 현대인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정신질환자들을 최대한 숨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다”며 “정신질환과 관련된 인식을 바꾸고, WHO의 관련 기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나바로 전 조정관은 “정확히 10년 전 오늘(2007년 4월 3일) 첫째 아들이 불가리아에서 스노우보드를 타다 목에 큰 부상을 당해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됐다”며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건강에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대해서는 보건 분야에서 국제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바로 전 조정관은 “한국은 고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신영수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 같이 국제보건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을 배출했고, 국제백신연구소(IVI)의 본부가 있는 나라”라며 “최근에는 에볼라 대응 의료진 파견과 새로운 콜레라 백신 개발에서 국제사회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와 의사 양성 및 의대 운용 노하우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올해 6월 퇴임하는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의 후임을 놓고 나바로 전 조정관은 사니아 니슈타 전 파키스탄 보건장관,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전 에티오피아 보건·외교장관이 경쟁 중이다. 고 이종욱 사무총장과 챈 사무총장 모두 아시아 출신이라 이번에는 비 아시아권 인사가 사무총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신임 사무총장은 다음달 22~31일 WH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최종 선출된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반(反)글로벌 정책의 설계자인 배넌은 (정치 활동을 하기 전) 글로벌 자본가로 활동하며 많은 재산을 모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 스티브 배넌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재산이 5390만 달러(약 604억 원)에 달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결과를 보도하며 이같이 비꼬았다. 트럼프의 오른팔 격으로 반이민법과 미국 내 제조업 회복을 위한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와 같은 일련의 ‘반세계화 정책’을 기획하고 있는 그가 관직에 오르기 전에는 세계화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는 설명이다. WP에 따르면 배넌은 극우 온라인 매체인 ‘브라이트바트뉴스’를 설립하기 전 주로 투자금융업계에서 활동했다. 특히 일본과 프랑스 같은 외국 금융회사의 투자를 유치해 불리는 데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반무슬림’ 성향인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족과도 거래를 했다. 특히 콘텐츠와 정보기술(IT) 등 미래 산업 투자에 더 관심이 많았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코드가 맞을 ‘억만장자’ 참모들로 구성된 백악관을 원했던 것일까. 배넌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는 백악관 주요 관계자 가운데 상당수가 최고 수천만∼수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가였다. 미 정계에서는 ‘역대 최고로 부유한 백악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 뉴욕타임스(NYT)와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백악관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백악관 직원 180명 보유 재산 총액은 120억 달러(약 13조4400억 원)에 이르렀다. 재산 공개 대상은 임명직 또는 16만1000달러(약 1억80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이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며 백악관의 ‘문고리 권력’으로 꼽히는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과 그의 부인 이방카의 추정 재산은 총 7억4000만 달러(약 8288억 원)였다. NYT는 쿠슈너의 공개된 재산만 최소 2억4100만 달러(약 27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쿠슈너는 지난해 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자신이 활동 중인 200개 이상의 사업 관련 직책에서 내려왔다. 또 60여 개의 사업과 투자 프로젝트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업은 정리했지만 쿠슈너는 여전히 억만장자이고, 자신의 가족회사이며 부동산 기업인 ‘쿠슈너 컴퍼니’의 실질적인 오너이자 최고경영자(CEO)다. 이 때문에 쿠슈너의 공정한 업무 집행을 방해할 ‘이해 충돌’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NYT는 쿠슈너가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등 거대 은행들과 여전히 수백만 달러의 금융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윤리담당 변호사로 활동했던 리처드 페인터는 “(쿠슈너의 금융 거래가) 관련 은행들에 대한 그의 업무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이 결국 주검으로 자신이 태어난 북한 땅으로 돌아가게 됐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3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인도한다고 발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사망자의 가족으로부터 시신과 관련된 모든 문건을 제출했고, 말레이시아는 시신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있는 사망자 가족(사실상 김정은을 지칭)에게 돌려보내는 데 동의했다”고 양국 공동성명을 보도했다. 외교관계 단절 직전까지 갔던 양국은 이번 사건으로 중단됐던 무비자 입국제도 재도입 논의를 시작하는 등 6개항에 합의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정남의 시신은 이날 오후 6시 중국 베이징으로 떠난 말레이시아항공 MH360편에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도피해 있던 3명의 용의자 가운데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과 김욱일 고려항공 직원도 이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도 북한에 김정남 시신 인도를 결정한 것은 북한에 억류돼 있는 자국 외교관과 가족 9명을 귀환시키기 위한 것이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나의 가장 큰 관심은 우리 국민의 안전”이라며 “억류됐던 국민들은 31일 말레이시아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의 시신이 북한으로 인도되면서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암살 사건의 진상 규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김정남은 없애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북한의 전략 역시 성공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예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반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독립영화협회 등 영화·예술 관련 단체들은 최근 정부가 국민을 감시·통제하는 디스토피아(어두운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 ‘1984’의 재개봉을 후원하고 나섰다. 28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1984’는 다음 달 4일부터 미국 43개 주, 165개 도시에서 상영된다. 또 캐나다, 영국, 스웨덴 등 전통적으로 문화예술 육성과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나라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다음 달 4일을 재개봉일로 삼은 건 소설 ‘1984’의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가 감시자인 ‘빅브러더’에 맞서 일기 쓰기를 시작한 날이 4월 4일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1949년 출간된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극화한 것으로 1984년에 개봉됐다.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인 마이클 래드퍼드가 연출했고, 존 허트가 주인공 스미스 역을 맡았다. 영화는 원작 소설처럼 정치적 자유가 사라진 사회에서 주인공이 겪는 심적 갈등과 인간성 타락을 그렸다. 미국 문화예술계의 ‘1984’ 상영 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금을 줄이고, 국방과 안보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린 것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언론의 취재와 견제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거짓말을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고 표현해 반박하는 등 미국 자유언론의 가치를 부정하는 트럼프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다. 세계 공연계의 중심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1984’가 부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해 온 연출가 소니아 프리드먼과 스콧 루딘이 올해 6월부터 ‘1984’를 각색한 연극을 선보일 계획이다. 소설 ‘1984’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트럼프 당선 이후 꾸준히 높아져 왔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에 따르면 1월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이 ‘대안적 사실’을 강조하며 미 주류 언론과 갈등을 빚었을 때부터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 책을 낸 펭귄출판사는 이달 초까지 ‘1984’를 약 50만 부 새로 찍었는데, 이는 지난해 이 소설 전체 판매량의 2배가량이다. 펭귄출판사 관계자는 올해 1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1월 넷째 주)에만 7만5000부를 찍는데, 이는 이례적으로 많은 양”이라고 말했다. ‘1984’는 2013년 미국 정부가 숨겨 온 각종 비화를 폭로한 ‘스노든 사태’ 때도 판매가 크게 늘었었다. 전통적으로 자유롭고, 진보적 가치를 지향해 온 문화예술계의 특성을 감안할 때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트럼프 체제에 대한 반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미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된 상태라 정치적 액션을 통해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문화예술계는 자신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조직적인 반(反)트럼프 진영을 형성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권위주의와 표현의 자유는 늘 충돌한다”며 “미국 밖에서도 권위주의 정권에는 문화예술계의 조직적 대응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독재가 심한 러시아에서도 최근 문화예술계의 반푸틴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예윤 기자}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가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이론만 아는 전문가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2013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우즈베키스탄 정보기술통신발전부 차관을 지낸 김남석 전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 1차관(61·사진)은 ‘향후 한국의 ODA가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한 답을 말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은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에 큰 그림 못지않게 특정 사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와 지식을 원하는데 정작 ODA 담당자 중 상당수는 현장 경험이 거의 없어 실망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발전 경험과 우수성은 충분히 알려졌다”며 “우리의 장점과 노하우를 알리는 것 못지않게 개도국의 니즈를 더욱 성의 있게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근무하는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무에 능통하고 현지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사람을 보내야 한다”고 말해 왔다. 2010년 8월∼2011년 12월 행안부 차관을 지낸 그는 한국 공무원 중 처음으로 다른 나라의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돼 ‘공무원 수출 1호’로 꼽힌다. 한국 벤치마킹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지난해 9월 사망)은 김 전 차관을 독대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의 공직 경력은 ‘해외파’와는 거리가 멀다. 해외 근무 기회가 적은 총무처와 행자부에서 계속 근무했다. 1984∼1986년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닌 게 해외 근무의 전부다. 그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정부 모두 강력히 추천해 차관직을 수용했지만 현지 공무원들은 전자정부 사업을 정부 부처 홈페이지 디자인 작업 정도로 생각했다”며 “뒤떨어진 인식을 바꾸고, 비효율적인 업무체계를 개선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 전 차관은 공무원과 일반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정보인 개인, 법인, 지리, 자동차 관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 결과 유엔의 정보화 관련 평가에서 우즈베키스탄은 2014년 100위권, 2016년 80위권으로 큰 상승세를 보였다. 성과에 고무된 루스탐 아지모프 우즈베키스탄 제1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미스터 김은 우리 정부의 순위가 30위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여기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한창 성장하고 있고 한국에 대한 관심도 크다”며 “공공 분야는 물론이고 민간 섹터에서도 젊은 세대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진출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공무원과 전문 인력들도 개도국의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활동할 기회를 좀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보통신 분야 못지않게 교육, 특히 의대와 공대 육성과 관련된 ODA 사업이 현지에서도 환영받고, 우리 인력들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자국 외교관과 가족 등 총 9명을 귀환시키는 조건으로 김정남(사진)의 시신을 북측에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현지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또 현지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있는 김정남 암살 용의자 3명의 출국도 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정남은 없애고 대신 북한공작원들은 잡히지 않는다’는 김정은의 계획대로 된 것으로 사건의 진상 규명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 됐다. 현지 중국어 매체인 중국보(中國報)는 이날 치외법권지역인 북한대사관에 은신 중인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김욱일 고려항공 직원, 리지우 등 용의자 3명이 조만간 북한으로 출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김정남의 시신이 전날 오후 쿠알라룸푸르병원 국립법의학연구소(IPFN)에서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한 화장장으로 옮겨져 화장됐으며 이날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으로 옮겨진 뒤 평양행 항공기에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지 영문 매체인 뉴스트레이츠타임스(NST)도 김정남의 시신이 26일 IPFN에서 쿠알라룸푸르 인근의 체라스 지역으로 옮겨졌고, 장례 등을 위한 종교 의식이 치러졌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사건을 둘러싸고 북한과 첨예한 갈등을 빚은 말레이시아가 유골 인도와 범인 송환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은 억류된 자국민을 구출하고 더 이상 북한과의 외교적 마찰이 확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에 대한 국제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듯 27일까지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다. 북한은 말레이시아 국민을 억류하는 맞대응 전술로 사건의 핵심 증거인 김정남의 시신을 소각해 없애는 데 성공한 셈이 됐다. 북한은 김정남의 유골을 인도받을 경우 별도의 장례 절차 없이 없애거나 은밀하게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5, 26일 열린 ‘해외 유학·어학연수 박람회’에는 모처럼 귀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테크니온, 텔아비브대, 히브리대, 하이파대 등 이스라엘 최고 명문 국립대학들이 처음으로, 그것도 단체로 참가한 것이다. 올해로 25년째 열린 이 행사의 단골은 영미권과 중국권 대학들이었다. 참가 대학들이 주로 소개하는 내용도 취업, 자격증, 어학 관련 프로그램이다. 그러다 보니 수준 높은 연구와 엘리트 양성을 지향하는 명문대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스라엘 명문대들의 단체 방문 목적은 아시아권 인재 확보였다. 최근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혁신의 속도와 강도가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대학들은 아시아권 인재 유치를 통해 새로운 혁신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텔아비브대 다나 마타스아플레로트 아시아 담당 매니저는 “이스라엘 교육의 핵심 경쟁력은 다양성인데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혁신이 이뤄지는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반성한 이스라엘 대학들이 아시아권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연세대, 한양대와 교류 중인 텔아비브대는 고려대, 이화여대 등과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창업과 과학기술 연구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어 ‘중동의 MIT’로 불리는 테크니온도 그동안 미주와 유럽 위주로 해외 인재를 유치했던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테크니온은 한국 중국 인도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등 6개 나라를 핵심 인재 유치 대상 국가로 선정했다. 이 학교는 올 8월 중국 산터우(汕頭)대와 함께 광둥(廣東) 성 산터우에 아시아 캠퍼스를 연다. 히브리대는 한국 학생 유치뿐 아니라 대학의 교육 방식에도 관심이 많다. 히브리대 제인 터너 국제처장은 “한국 대학들이 이스라엘의 토론을 강조하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우리는 한국 등 아시아 나라들의 엄격하고 체계적인 교육 방식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 대학은 국내 대표적인 교육중심대학인 한동대와의 교류에 관심이 많다. 이스라엘 대학의 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한국 대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대학들도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시아, 정확히는 ‘한류’ 영향을 받은 중국과 동남아 일부 국가 인재에 한정돼 있다. 질적인 발전보다는 단순 국제화 지표 높이기를 위한 ‘보여주기식’ 인재 유치였다는 비판도 많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지역의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서고, 해당 지역의 검증된 교육기관과의 교류와 장점 도입까지 추진하는 이스라엘 대학의 모습은 한국 대학가가 벤치마킹해야 할 또 다른 ‘이스라엘 교육의 장점’이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혁신하라! 형식과 권위에 얽매이지 말고 질문을 던져라! 오늘의 이스라엘을 만든 ‘후츠파’ 정신은 인재 영입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러시아 개입 여부를 조사 중인 미 상원 정보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36·사진)도 조사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의 남편인 그가 트럼프의 대선 승리 직후 러시아 측과 접촉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최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연루된 러시아 내통 의혹 조사의 칼끝이 친인척에까지 파고들면서 트럼프는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쿠슈너에 대한 상원의 조사는 이미 러시아 측과 접촉해 물의를 빚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 대한 의혹 제기와는 무게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로서 쿠슈너는 사실상 모든 정책에 직간접으로 관여해 온 실질적인 ‘문고리 권력’으로 통한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과 ‘트럼프 행정부’와의 내통 의혹 관련 조사가 트럼프의 턱밑까지 향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쿠슈너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당선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초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와 만남을 가졌다. 이어 키슬랴크 대사의 요청에 따라 세르게이 고르코프 러시아 대외경제개발은행(VEB) 총재와 만났다. VEB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이유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선정했던 곳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감사위원으로 활동하며 푸틴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지원하는 역할도 했다. 러시아가 이 은행에 대한 제재를 풀기 위해 권력 핵심인 쿠슈너를 타깃으로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쿠슈너가 자신이 최고경영자(CEO)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부동산기업 ‘쿠슈너 컴퍼니’의 재정 관련 업무를 위해 VEB 측과 만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쿠슈너컴퍼니는 뉴욕 맨해튼의 대형 건물 투자를 위해 중국 안팡보험그룹을 비롯한 금융회사들과 접촉해 왔다. 백악관은 쿠슈너가 키슬랴크 대사, 고르코프 총재와 만난 건 인정했지만 법적인 문제나 부적절한 논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호프 힉스 백악관 전략공보국장은 “쿠슈너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키슬랴크 대사를 만났고, 자신이 주로 담당할 중동지역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인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오바마케어(의료보험 개혁)’를 폐기하기 위해 내건 ‘트럼프케어(AHCA)’도 하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한 뒤 여권인 백악관과 공화당의 내홍이 심각해지고 있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트럼프케어에 반대하면서 공화당이 하원 과반(216석)이 넘는 237석을 갖고도 트럼프케어 표결에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프리덤 코커스’를 비난하고 공화당 내에선 “속도 조절이 필요했다”며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트위터에 “민주당원들은 ‘프리덤 코커스’가 (낙태 옹호 단체인) ‘가족계획연맹’과 오바마케어를 살려낸 것에 대해 웃고 있다”고 일갈했다. 백악관도 트럼프 지원 사격에 나섰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이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케어가 하원에서 처리되지 못한 것은 썩은 워싱턴 정치 때문”이라며 “프리덤 코커스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비난이 나온 직후 ‘프리덤 코커스’ 공동대표인 공화당 테드 포 하원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 사퇴는 물론이고 아예 이 모임에서 빠지겠다고 밝혔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승헌 / 뉴욕=부형권 특파원}
영국 런던에서 테러가 벌어진 다음 날 세계 곳곳에서 테러 시도가 이어지거나 테러범이 붙잡히는 등 세계가 불안에 휩싸였다. 벨기에 북부 도시 안트베르펜에서도 23일(현지 시간) 자동차를 몰고 사람이 많은 쇼핑 거리로 돌진하려던 한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차량에는 프랑스 번호판이 붙어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3월 22일에도 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에서 테러가 발생해 최소 34명이 숨지고 187명이 다쳤다. 미국 전역의 유대인 관련 단체를 수개월간 떨게 만든 테러 공갈범도 이스라엘에서 체포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연초부터 유대인들이 자주 모이는 지역 센터를 대상으로 전화를 걸며 100회 이상 테러를 하겠다고 위협한 이스라엘 국적의 10대 미국인 소년을 체포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연이은 테러 위협으로 이 지역 센터들엔 수차례 대피 명령이 떨어졌고 폭발물 감식반이 투입되기도 했다. 미연방수사국(FBI)은 이스라엘 경찰과 협력해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세계 정상들은 전날 런던에서 벌어진 테러를 한목소리로 규탄하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어떤 공격도 용인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테러리즘을 비판하고 전폭적인 지원과 협조를 다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23일·현지 시간) 메이 총리와 대화를 나누며 런던 테러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메이 총리는 강하고, 아주 잘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중심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함께 맞서겠다’며 EU를 탈퇴한 영국 편에 섰다. 한국은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테러 척결을 위한 국제사회 연대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애도 서한을 보내 “중국은 모든 종류의 테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일본은 테러리즘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집권을 위해 해외에서 개헌안 지지 집회를 여는 문제로 유럽 주요국과 갈등을 빚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영국의 고통에 공감하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런던 테러가 발생하기 전 열린 한 행사에서 “유럽이 지금처럼 행동하면(이민자를 받아들이면) 유럽인은 안전하고 평화롭게 거리를 돌아다니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이세형 turtle@donga.com·한기재 기자}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나라가 ‘수용소 국가’라는 것부터 인식해야 합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2003년부터 북한 이슈를 보도하고 있는 본보 정치부 주성하 기자는 21일 오전 국제학 분야의 세계적 명문대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억압적인 체제에 놀랄 정도로 철저히 순응하는 건 심각한 굶주림에 지쳐 있고, 반항할 경우 자신은 물론이고 ‘3족’이 처형당한다는 극도의 공포감 때문”이라며 “북한은 나라 전체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운용했던 유대인 수용소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21세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중세 시대 같은 시스템을 지닌 독재 국가”라며 “다른 독재 국가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북한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이용해 도발할 가능성에 대해 특히 궁금해했다. 주 기자는 “북한은 최대한 안정적으로 ‘김정은 왕조 체제’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며 “핵과 미사일을 이용해 한국과 미국에 대한 선제공격에 나서는 건 사실상 북한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북한 붕괴 상황은 중국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 기자는 “북한이 붕괴할 경우 10년 정도의 군사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은 남성들이 무기를 들고 사실상 아무런 장벽도 없는 중국 국경을 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 경우 중국 동북 3성의 안정이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붕괴를 원치 않는 중국은 최대한 북한 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특강은 존스홉킨스대 SAIS 임은정 교수(한국학)의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과목을 듣는 학생들의 한국 방문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임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미국의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미중 갈등 등으로 학생들의 한반도 이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의 대표적인 언론사인 동아일보가 다양한 북한 이슈를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어 많은 학생이 견학을 희망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때까지만 해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표정 관리’를 했다. 마초 성향인 두 사람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나토 체제에 대한 반감을 공유하며 ‘브로맨스’(남자들 간 친밀한 관계)를 키워왔다. 당선 전부터 트럼프는 푸틴을 ‘강한 지도자’로, 푸틴은 트럼프를 ‘재능 있는 인물’로 치켜세웠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푸틴은 전 세계 지도자 중 가장 먼저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현대판 차르’를 꿈꾸는 푸틴은 우호적인 미-러 관계를 최대한 활용해 ‘강한 러시아’ 만들기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산도 했다. 푸틴이 지향하는 강한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최강국인 미국의 견제에 늘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푸틴이 ‘트럼프 시대’에 꿈꿨던 우호적인 미-러 관계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며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다. 오바마는 퇴임 직전인 지난해 말 러시아 정보당국 요원들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외교관 추방을 포함한 강경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트럼프 최측근 인사들의 ‘러시아 내통’도 의혹을 넘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이미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와 제재 발표 당일 통화하며 ‘향후 대응’ 등을 논의한 문제로 낙마했다. 역시 트럼프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지난해 대선 기간 중 키슬랴크 대사와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트럼프가 선거 기간에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트럼프가 측근들에게 러시아 측과 접촉하라고 지시했고, 이들로부터 보고도 받았다는 의심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미 외교가 안팎에서는 트럼프가 푸틴을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더 이상 브로맨스를 연출할 상황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또 트럼프가 러시아 관련 이슈에서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이는 게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뜩이나 러시아와 연계했다는 의혹과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러시아 편을 드는 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가 “크림 반도를 러시아가 점령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선긋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최근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제재 조치도 취하고 있는 외교·안보 이슈에 사실상 처음으로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때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 문제와 관련해 “살펴보겠다”라는 정도로만 말한 바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관여한 북한 국적 인물이 2명 더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현지 영문 매체인 ‘뉴스트레이츠타임스(NST)’는 지난달 13일 암살 사건 발생 당시 촬영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2명의 공범이 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NST가 지적한 30대 중반 남성은 장남운(또는 장남은)으로 김정남 암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NST에 따르면 장남운은 김정남이 독극물인 VX 공격을 받은 공항의 셀프 체크인 카운터로 다가갈 때부터 주시하고 있었다. 김정남에게 VX를 직접 뿌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용의자들은 공격 직후 자리를 뜨면서 장남운에게 손을 흔들었다. NST는 손을 흔드는 제스처가 ‘임무 완수’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두 번째 용의자는 공격을 당한 김정남의 모습을 관찰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김정남이 공격당한 직후 공항 내 진료소에 들어가고, 구급차에 실리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당초 말레이시아 경찰은 국외로 아직 도주하지 못한 리지우가 이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도 북한 국적 용의자가 더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할릿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은 19일 “(현재까지 확인된 용의자 외에도) 북한 국적 용의자가 더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이 중에는 중요한 용의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말레이시아에서 추방된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와 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인 리정철이 18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고려항공 편으로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정철과 강 대사는 각각 4일과 7일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베이징에 도착했고, 주중 북한대사관에 머물러 왔다. 리정철은 베이징에서 가족을 기다렸을 것으로 추정된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리정철이 북한으로 추방됐다. 3일 말레이시아 중국어 매체 중국보에 따르면 리정철은 이날 오후 6시 25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중국 베이징행 말레이시아항공 MH360편으로 출국했다. 리정철은 4일 베이징에서 평양행 고려항공을 탑승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과 말레이시아 영문매체인 뉴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리정철은 3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스팡 경찰서를 떠나 현지 이민국에서 추방 절차를 밟았다. 현지 경찰은 리정철에 대해 김정남 암살과 관련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위장 취업 등 이민법 위반을 적용해 추방했다. 전날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했던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도 강도 높게 북한을 비판했다.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은 수사를 통해 김철(김정남의 여권상 이름)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현지에 파견된 리동일 전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주장한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북한이 피해자가 김정남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시신의 복부에 새겨진 문신을 통해 유전자(DNA) 검사 없이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 있는 김정남의 시신 복부에는 두 마리의 잉어를 낚는 남성을 그린 문신(사진)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은 이 문신이 김정남이 2013년 싱가포르에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일본 언론인 후지타 미즈미 등의 증언을 통해 알려진 문신과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