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사무총장 출사표 英 나바로 “北 어린이 건강 대책 마련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3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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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나바로 WHO 후보
데이비드 나바로 WHO 후보
“2세 미만 북한 어린이의 건강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영국 출신 데이비드 나바로 전 유엔 에볼라 대책 조정관(68·사진)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보건 환경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고 (WHO 사무총장 자리에 오르면) 특히 북한 어린이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고 싶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WHO 사무총장 후보자로서 자신의 계획을 한국 정부에 설명하기 위해 방한한 나바로 전 조정관은 “0~2세 시기는 두뇌 발달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라 육체적 건강 뿐 아니라 행복하고, 지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한다”며 “북한 어린이 그 중에서도 0~2세 어린이들의 건강과 영양(식량)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나바로 전 조정관은 북한과 한국 정부 모두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보건 이슈는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고, 경제, 국방, 교육 등의 이슈에 비해 훨씬 덜 정치적”이라며 “(북한처럼 폐쇄적인 나라도) WHO 같은 국제기구와 보건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덜 느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나바로 전 조정관은 WHO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주로 활동했다. 특히 에볼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인플루엔자 같이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전염병 사태를 억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나바로 전 조정관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 중 하나를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가 빠르게 확산되며 다른 대륙으로도 확산됐을 때”라고 꼽는다. 그는 “당시 에볼라 사태는 WHO가 좀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면 1만10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나바로 전 조정관은 “나는 이번 WHO 사무총장 후보자들 중 가장 전염병 대응 경험이 많다”며 “갈수록 글로벌화 되는 세계에서 전염병 확산을 더욱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의 보건 환경 개선과 전염병 대응 못지않게 나바로 전 조정관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정신질환과 장애인 건강. 그는 “전세계적으로 3억5000만여 명이 우울증을 경험할 만큼 정신질환은 현대인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정신질환자들을 최대한 숨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다”며 “정신질환과 관련된 인식을 바꾸고, WHO의 관련 기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나바로 전 조정관은 “정확히 10년 전 오늘(2007년 4월 3일) 첫째 아들이 불가리아에서 스노우보드를 타다 목에 큰 부상을 당해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됐다”며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건강에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대해서는 보건 분야에서 국제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바로 전 조정관은 “한국은 고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신영수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 같이 국제보건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을 배출했고, 국제백신연구소(IVI)의 본부가 있는 나라”라며 “최근에는 에볼라 대응 의료진 파견과 새로운 콜레라 백신 개발에서 국제사회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와 의사 양성 및 의대 운용 노하우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올해 6월 퇴임하는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의 후임을 놓고 나바로 전 조정관은 사니아 니슈타 전 파키스탄 보건장관,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전 에티오피아 보건·외교장관이 경쟁 중이다. 고 이종욱 사무총장과 챈 사무총장 모두 아시아 출신이라 이번에는 비 아시아권 인사가 사무총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신임 사무총장은 다음달 22~31일 WH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최종 선출된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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