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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수와 바람만 스쳐도 실격”이라던 우려가 현실이 된 경주였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 황대헌과 이준서(이상 22·이상 한국체대)가 남자 100m 준결선을 각각 1, 2위로 통과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황대헌은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 1조 경주에서 3위를 달리다 네 바퀴를 남겨 놓고 단 번에 중국의 런즈웨이(25)와 리웬룽(21)을 제치면서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황대헌은 이후 선두로 경주를 마쳤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레인 변경이 늦었다는 이유로 실격 처분을 받고 말았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이 종목 금메달을 딴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황대헌이 세계적으로 박수갈채를 받을 만한 플레이를 선보였는데 판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4 소치 대회 여자 1000m 금메달리스트 박승희 SBS 해설위원 역시 “황대헌은 추월 과정에서 어떤 신체 접촉도 없었다. 오히려 황대헌의 왼쪽 무릎을 손으로 친 리웬룽에게 실격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준서도 역시 레인 변경 반칙을 이유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4개를 딴 전이경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는 “레인 변경 반칙이 쇼트트랙의 묘미를 정말 떨어뜨렸다. 올림픽의 수준을 떨어뜨린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이날 심판판정은 중국 팬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자국 선수들이 다음 무대로 진출할 때마다 박수를 치던 이들은 비디오 판독 결과가 계속 중국 선수에게 유리 연이어 나오자 오히려 환호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관중들 환호보다 다른 나라 선수들 야유소리가 더 높았다. 경주를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황대헌은 ‘심판 판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음에 하겠다”는 한 마디만 남겼다. 이준서는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에 두 차례 목례만을 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박장혁(24·한국체대)도 준결선에 진출했지만 준준결선에서 피에트로 시겔(23·이탈리아)과 충돌해 넘어진 뒤 우다징(28·중국)의 스케이트날에 왼손을 다치면서 준결선 경주를 포기했다. 결국 중국 선수 세 명이 총 5명이 출전하는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서도 샤오린 산도르 류(27·헝가리)가 1분26초74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비디오 판독을 거쳐 옐로우 카드를 받으면서 런즈웨이가 금메달, 리웬룽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박승희 위원은 결선 비디오 판독 결과가 나온 뒤 “이미 예정됐던 결과인가요?”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최민정(24·성남시청)은 여자 500m 준준결선을 4위(1분04초939)로 마무리하면서 준결선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이 종목 금메달을 딴 아리아나 폰타나(32·이탈리아)에 이어 2위로 달리고 있던 최민정은 두 바퀴를 남겨 놓은 상대로 다른 선수와 충돌 없이 넘어졌다. 최민정은 아쉬움에 주먹으로 얼음을 친 뒤 다시 일어나 달렸지만 끝내 순위를 바꾸지는 못했다. 중국이 ‘역대급’ 텃세를 부리고 있다고 한국 대표팀이 벌써 포기하는 이르다. 쇼트트랙에 아직 금메달 6개가 남아 있다. 특히 9일 열리는 남자 1500m은 한국 선수단의 대표적인 ‘금밭’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1500m 종목이 추가된 이후 한국은 이 종목 금메달 3개를 따냈다. 평창 대회에서는 임효준(26·린샤오쥔)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물한 종목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 남자 1500m에는 황대헌, 이준서는 물론 박장혁도 출전할 계획이다. 박장혁은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3, 4차 월드컵에서 연달아 이 종목 동메달을 따내며 랭킹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AP통신은 대회 개막에 앞서 박장혁이 이 종목 은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혼성 계주 준준결선에서는 미끄러지고 이날 부상까지 당한 박장혁이 메달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밖에 한국에 올림픽 금메달을 6개 안긴 여자 3000m 계주도 기대를 모은다. 여자 계주 결선은 13일 열린다. 이정수 위원은 “심판 판정은 어떻게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남은 종목에서 더 깔끔하고 완벽하게 심판이 실격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도록 경기를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며 후배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베이징=김배중 기자wanted@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시작은 아쉬웠다. 하지만 ‘쓴 약’이 더 좋을 수도 있는 법이다. 한국이 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혼성계주 2000m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7일 개인종목에서 본격적으로 ‘금빛 질주’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민정(24·성남시청)은 이날 여자 500m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5일 열린 예선에서 최민정은 여유롭게 6조 1위에 올랐다. 남자 1000m 라인업은 더 화려하다. 예선에서 박장혁(24·스포츠토토·1조), 이준서(22·강원도청·4조), 황대헌(23·강원도청·5조)이 모두 각 조에서 1위로 결승선을 끊으며 준준결선에 올랐다. 예선 때 처음부터 레이스를 주도했던 황대헌은 올림픽 기록(1분23초042)을 세우며 금메달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은 특히 남자 1000m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평창 대회 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황대헌은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에서 금메달 3개(1000m 2개, 500m 1개)를 획득하는 등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남자 1000m 세계기록(1분20초875) 보유자이기도 하다. 한국 선수들은 6일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침착한 분위기 속에 훈련을 소화했다. 혼성계주 예선 탈락의 아픔을 빨리 털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개인종목 예선에서 선수들은 대부분 웃었지만 팀코리아는 웃지 못했다. 예선 마지막 주자를 남겨두고 박장혁이 넘어져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이번 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인 혼성계주 초대 챔피언의 영광은 개최국 중국이 가져갔다. 은메달은 이탈리아, 동메달은 헝가리에 돌아갔다. 예선에서 경합을 벌였던 두 팀이 나란히 금, 은메달을 차지해 한국으로서는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훈련 후 최민정은 전날 결과에 대해 “안 좋을 때는 다 같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성적이 안 나오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제가 좀 더 책임감 있게 레이스를 펼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못한 것 같아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남은 종목은 좀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혼성계주 이후 낙담보다는 동료의 몸 상태를 먼저 걱정했다고도 했다. 최민정은 “(박장혁이) 허벅지 부상이 있는 것 같아 ‘괜찮냐’고 물었다. 넘어지면 부상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선전도 다짐했다. 최민정은 “한국 여자 500m가 약하다는 말이 많다. 4년 전부터 계속 도전하고 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예선에서 42초379로 올림픽 기록을 세운 세계 최강 쉬자너 스휠팅(25·네덜란드)에 대해 “쇼트트랙은 기록 종목이 아니라 상대적인 종목이라 같이 타봐야 알 수 있다”는 당찬 모습도 보였다. 대표팀 맏형 곽윤기도 “전날 넘어진 일이 있다고 움츠러들면 더 쉽게 넘어질 수 있다. 위축되지 말고 더 자신 있게 레이스를 하라고 동생들에게 얘기해줬다”고 말했다.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내가 여길 도대체 왜 왔지?’ 5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국립 크로스컨트리 센터.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애슬론 15km에 출전해 한참을 달리던 국가대표 이채원(41·평창군청)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4년 전 평창 무대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가 지난해 현역 복귀를 택한 그였다. 폐 속을 찢을 듯 파고드는 차가운 칼바람에 후회가 몰아쳤다. 스스로 던진 질문에 곧바로 답이 따라붙었다. ‘내 딸 (장)은서를 위해서.’ 딸 은서는 베이징을 향하는 엄마에게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응원해줬다. 평소 엄마와 떨어지길 싫어하는 은서가 어렵사리 건넨 이 응원은 이채원이 어떤 어려움에도 도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됐다. 떨어지게 돼서 미안해진 만큼, 자랑스러운 엄마가 돼 돌아가야만 했다. 이날 경기에 나선 이채원은 사실 며칠 전부터 몸이 아팠다. 코, 목감기에 몸살 증세까지 겹쳐 대회 전 해열제 주사를 두 차례나 맞았다. 한국의 평창보다도 해발 1000m 가량이 높은 장자커우의 높은 지대(평균 1720m)에서 영하 4도, 초속 8m로 불어 닥치는 바람은 매서웠다. 활강 뒤 평지가 없이 오르막이 곧바로 이어지며 쉬어갈 곳을 찾을 수도 없었다. 이채원은 “어떻게든 완주하자”고 다짐했다. 코스 1.3km 지점을 전체 65명의 선수 중 61번째로 통과한 이채원은 결승 지점 역시 55분 52초 6으로 61위로 통과했다. 완주를 포기한 3명의 선수를 빼면 뒤에서 두 번째, 선두인 테레세 요헤우(44분 13초 7)와는 11분 38초 9 뒤처진 성적이다. 이채원은 자신의 올림픽 개인 최고 순위(33위·소치 올림픽 30km 프리)를 넘겠단 목표를 다음 경기로 미루게 됐다. 경기 후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엄마 너무 힘들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딸에게 장난스러운 엄살을 건넸지만 남은 경기를 앞둔 그의 각오는 더 결연해졌다. 이채원은 “베이징에 오기 전에 은서가 ‘성적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최선만 다하고 돌아와’라고 말해줬다”며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돌아가서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채원은 8일 개인 스프린트 10km, 10일 개인 클래식 10km 두 종목을 남겨두고 있다. 이날 경기를 무사히 마치며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을 시작으로 한국 선수 역대 올림픽 최다 출전 타이기록(6회)을 세웠다. 이제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주행을 시작해야할 때다.장자커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다. 개최국 중국은 ‘봄이 왔다’고 주장했지만 ‘함께 미래로(一起向未來)’라는 대회 슬로건이 무색하게 경기장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입춘(立春)인 4일 열린 개회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혈전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무관중으로 개회식을 진행한 2020 도쿄 여름올림픽과 달리 이날 개회식이 열린 베이징 국가체육장에는 수용 인원 30% 수준인 2만여 명이 입장했다. 24번째 겨울올림픽인 이번 대회의 개회식 연출을 맡은 영화 거장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은 “전통적으로 중국인은 24절기를 통해 시간을 이해했다. 24절기 가운데 첫 절기인 입춘에 열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전 세계인들과 함께 새 봄을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귀빈석 풍경은 봄보다 겨울에 가까웠다. 주요 20개국(G20) 중 개최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3명만이 개회식에 참석했다. 국가체육장은 2008년 여름올림픽 때도 개회식이 열렸던 곳이다. 14년 전에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귓속말을 나누는 등 귀빈석이 각국 지도자로 북적였다. 하지만 중국의 인권탄압 등으로 미국 등 서방 주요국이 일제히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주요국 고위 관계자 대부분이 베이징행을 거부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개회식의 마지막 성화 주자가 신장위구르 출신의 여성 크로스컨트리 선수 디니걸 이라무장이었다며 “중국이 개회식에서 ‘도발적 엔딩’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신장위구르의 인권탄압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택한 서방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의미다. 양안(兩岸) 관계가 불편한 상황에서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대만 선수들 표정도 밝지 못했다. 대만의 중국어 표기는 중화대만(中華台北)이지만 중국중앙(CC)TV 해설자는 순간적으로 ‘중국대만’이라고 했다. 중국대만은 중국에서 대만을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며 쓰는 말이다. 이번 대회에는 총 91개 나라에서 선수 2871명이 참가해 금메달 109개를 놓고 실력을 겨룬다. 한국 대표팀 65명 가운데서는 11명이 개회식에 참석했다. 관계자 27명을 포함해 총 38명이 쇼트트랙 대표 곽윤기(33), 김아랑(27)을 기수로 내세워 참가국 가운데 73번째로 입장했다. 한국은 5일 쇼트트랙 혼성 계주에서 이번 대회 첫 메달 사냥에 나선다.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4일 중국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은 14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베이징 여름올림픽 개회식과 이어진다. 바로 중화민족주의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중국몽’이다. 2008년에 중국은 개회식을 통해 강한 중국 부활의 메시지와 함께 56개 민족 화합을 강조했다. 당시 개회식에서는 과거 중국 왕조의 번영과 중국의 성과, 밝은 미래를 표현했다. 또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당시 만들어진 ‘조국을 노래하자’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중국 56개 민족 어린이들이 중국 국기를 가지고 나왔다. 이번 올림픽 개회식에는 시 주석이 특별히 강조해 온 슬로건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을 과시하는 공연이 포함됐다. 중국 한족과 55개 소수민족 참가자들이 두 줄로 늘어서 붉은색 대형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손에서 손으로 전달했다. 신장 위구르족, 티베트족 대표도 포함됐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신장 위구르의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이번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하지만 소수민족을 동원한 개회식 퍼포먼스는 시 주석의 슬로건을 선전하면서 서방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을 전면에서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오성홍기 퍼포먼스 내내 중국 어린이가 트럼펫으로 연주한 곡은 ‘나와 나의 조국’. 이는 건국 70주년이었던 2019년부터 중국 정부가 애국주의 고취를 위해 전 국민적으로 선전했던 곡이다. 시 주석이 소개될 땐 공연 참가자들과 관중이 두 팔을 들어 약 1분간 환호성을 보냈다. 퍼포먼스에 등장한 눈송이는 인류화합을 상징한다. 이백의 시 북풍행(北風行)의 한 구절인 ‘연산의 눈송이가 방석만큼 크다(燕山雪花大如席)’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개회식 연출을 맡은 장이머우 감독은 밝혔다. 여러 작은 눈송이들은 ‘어떤 눈송이도 닮지 않았다’는 서양 속담에서 착안해 “세계에 어떤 눈송이도 같은 것이 없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작은 눈송이는 큰 눈송이로 형상화됐다. 중국 영화계의 대부인 장 감독은 과거 ‘붉은 수수밭’ ‘홍등’ 등 중국 빈곤과 정부의 실정을 다룬 영화로 중국 공안의 탄압을 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영웅’ 등 국가권력, 민족주의에 대한 신뢰를 담은 영화를 발표했고, 2008년 여름올림픽 연출도 맡았다. 장 감독은 사상 처음으로 여름과 겨울올림픽을 모두 연출한 감독이 됐다. 장 감독은 최근 중국중앙(CC)TV 인터뷰에서 “(중국이) 신시대에 진입한 이후 우리는 완전히 달라졌다. 큰 목소리로 세계에 중국의 이야기를 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신시대’는 시 주석 집권 시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개회식에는 2008년 1만500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을 동원했던 것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으로 대폭 줄어든 3000여 명만 무대에 올랐다. 전문 연기자나 무용수들을 제외하고 모두 허베이성과 베이징에 거주하는 일반인이 출연했다. 인공지능(AI)과 5세대(5G) 통신, 초대형 고화질(HD) 발광다이오드(LED) 등 중국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공연도 눈에 띄었다.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넘어지고 또 넘어졌다. 계속 넘어졌다. ‘점프 제왕’ 네이선 첸(23·미국)의 첫 번째 올림픽인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은 허무하게 끝났다. 금메달 후보였지만 긴장감 탓인지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17위에 그쳤다. 결국 5위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4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남자 쇼트프로그램에서 첸은 달랐다. 점프, 회전, 착지. 이 세 가지 동작을 구사하며 4차례의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첫 번째 점프인 쿼드러플(4회전) 플립 점프는 무려 4.24점의 가산점을 받았을 정도로 완벽하게 수행했다.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와 쿼드러플 러츠-트리플(3회전)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깔끔하게 뛰며 가산점을 모두 챙겼다. 스핀과 스텝 연기 등도 모두 가장 높은 레벨4 판정을 받았다. 모든 연기를 마친 뒤 첸은 미소를 지으며 관중에게 인사를 건넸다. 앞서 연기를 펼쳤던 중국의 진보양(25)에게 열성적인 응원을 보냈던 관중은 첸의 인사에는 환호 대신 놀란 듯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경기를 보러 온 각국 선수들이 관중보다 더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완벽한 연기를 펼친 첸은 기술점수 63.85점, 예술점수 47.86점을 받아 총점 111.71점으로 1위에 올랐다.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다툴 하뉴 유즈루(28·일본)가 보유한 남자 쇼트프로그램 세계 기록인 111.82점에 약간 뒤졌지만 자신의 최고점을 세웠다. 첸이 맹활약한 덕분에 미국 팀은 단체 점수 10점을 얻어냈다. 2위는 일본의 우노 쇼마(27·105.46점)가 차지했다. 첸은 경기 뒤 “2018 평창 올림픽에서는 끔찍했다. 당시는 압박감에 모든 것이 무서웠다”며 “오늘 경기를 잘 마쳐 행복하다. 이번 대회는 그저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첸은 하뉴의 올림픽 3연패를 막을 가장 강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단체전에서 미리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하뉴는 단체전을 뛰지 않았다. 하뉴는 평창에서도 단체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중국 베이징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 하뉴는 현재 공식 훈련에 불참하며 행보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일본 선수단은 “선수 개인의 출입국 정보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은 남자 쇼트프로그램, 리듬 댄스, 페어 쇼트프로그램, 여자 쇼트프로그램, 남자 프리스케이팅, 페어 프리스케이팅, 프리댄스, 여자 프리스케이팅 등을 3일간 치른다. 종목별 점수(2∼10점)를 합쳐 순위를 가린다.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말과 행동이 다르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주최하는 중국이 여기에 해당되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인에게 ‘폐쇄 루프(閉還)’ 준수를 강조한 중국이 스스로 이 규칙을 어기는 모습을 보였다. 4일 폐쇄 루프 구역 중 하나인 메인미디어센터(MMC)에 일반인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폐쇄 루프는 대회 참가 선수 및 관계자, 취재진 등의 동선을 베이징 시민들의 공간과 완전히 차단하는 코로나19 방역체계다. 일반 일반인들이 이곳을 오가는 동안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이날 열리는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베이징 사람들이다. 폐쇄 루프를 오갈 권한이 있는 관계자들은 대회조직위원회에서 발급한 사전 올림픽 등록카드(Pre-Valid Card·PVC)를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에 치러진 국제대회에서는 ‘데일리 패스’ 등을 발급받으면 PVC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들도 허용된 공간의 출입이 가능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치러지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방역을 위한 공간을 외부에서 드나드는 건 불가하다. PVC를 소지하지 않은 이들은 개회식 관람권만 든 채 MMC 앞에서 여럿이 줄을 서 있었다. 한 중국인 남성은 “베이징에 살고 있는데 개회식을 보러 오늘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이 표는 아무나 살 수 없다”고 말한 그에게 표를 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묻자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들은 빵과 사과 등 먹을거리가 든 비닐봉지를 들고서 세계 각국 기자들이 오가는 MMC 건물 안을 자유롭게 오갔다. 이날 오후 8시(현지 시간)에 열리는 개회식 3시간 전에 버스를 타고 MMC에서 떠난 이들은 오후 6시경 개회식 장소인 베이징 국가체육장 앞에서 내렸다. 여기서도 취재진들과의 동선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올림픽 참가자들은 폐쇄 루프를 지키라는 중국의 지시를 잘 따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말과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을 주최하는 중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가동한 폐쇄 루프(閉還)에 개막일부터 ‘구멍’이 뚫린 정황이 포착됐다. 4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폐쇄 루프 구역 중 하나인 메인미디어센터(MMC)에 일반인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폐쇄 루프는 대회 참가 선수 및 관계자, 취재진 등의 동선을 베이징 시민들의 공간과 완전히 차단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계다. 폐쇄 루프를 드나들면 안 되는 일반인들이 이곳을 오가는 동안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이날 열릴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MMC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폐쇄 루프를 오갈 권한이 있는 관계자들은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발급한 사전 올림픽 등록카드(Pre-Valid Card·PVC)를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에 치러진 국제대회에서는 ‘데일리 패스’ 등을 발급받으면 PVC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들도 허용된 공간의 출입이 가능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치러지는 이번 올림픽에서 방역을 위한 공간을 외부에서 임시로 드나드는 건 불가하다. PVC를 소지하지 않은 이들은 개회식 관람권만 든 채 MMC 앞에서 여럿이 줄을 섰다가 버스를 타고 떠났다. 건물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타고 간 한 중국인 남성은 “지금 베이징에 살고 있다. 오늘 그 집에서 방금 이곳으로 왔다. 개회식 표를 구입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 표는 아무나 살 수 없다”고 말한 그에게 표를 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묻자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답만 반복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두 손을 내저으며 자리를 떠났다. 이들 대부분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피했다. 건물 밖에서 버스 줄을 서있던 다른 중국인 여성은 “개회식에 가는 건 맞다”면서도 “시간이 없어서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다. 자세한 건 올림픽 관계자들에게 물어봐 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무관중으로 올림픽을 치른 일본 도쿄와 달리, 중국 당국은 일부 관중의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관중들이 누구인지, 어떤 경로로 표 구매 자격을 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세계 각국 기자들이 오가는 MMC 건물 안을 자유롭게 오갔다. 시민들 손에 들린 투명한 비닐봉지 안에는 빵과 사과 등 먹을거리가 있었다. 이날 오후 8시(현지 시간)에 열리는 개회식 3시간 전에 버스를 타고 MMC에서 떠난 이들은 오후 6시경 개회식 장소인 베이징 국가체육장 앞에서 내렸다. 여기서도 취재진들과의 동선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다.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은퇴했거나 은퇴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자신의 활약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다시 썰매를 들었다. 한국 남녀 루지의 간판 임남규(33·경기도루지연맹), 에일린 프리쉐(30) 이야기다. 이들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루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3일 중국 베이징 옌칭 슬라이딩 센터에서 까다로운 주행 코스를 온몸으로 익혔다. 임남규의 왼쪽 정강이에는 12cm 길이의 흉터자국이 선명히 남아있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훈련 도중 썰매가 뒤집히는 바람에 뼈가 드러날 만큼 깊은 상처가 났다. 힘을 쓸 수 없어 목발을 짚고 다녀야했다. 결국 시합도 못 치르고 지난달 2일 귀국했다. 정강이보다 더 아팠던 건 마음이었단다. 평창 올림픽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걷다 다시 썰매를 들었는데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서보지도 못하고 커리어가 끝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귀국 후 “두 번 정도 월드컵에 더 나갈 기회가 있는데…”라는 코치의 말에 누운 자리에서 바로 일어난 그는 귀국 3일 뒤 월드컵 대회가 열리는 라트비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붕대 투혼을 펼친 끝에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독일 출신 귀화선수로 평창 대회 때 한국 올림픽 루지 사상 최고 성적인 8위에 올랐던 프리쉐가 태극마크를 달고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서기까지 여정도 쉽지 않았다. 한국 루지의 역사가 된 기쁨도 잠시. 이듬해 2월 열린 월드컵 8차 대회에서 트랙 벽과 크게 부딪혀 꼬리뼈와 양손 곳곳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꼬리뼈 부상 탓에 그냥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었다”는 프리쉐는 약 2년 반이 지난 지난해 여름에야 썰매를 겨우 탈 정도의 몸 상태를 회복했다. 그는 이후 2021~2022시즌 일정을 무사히 소화하며 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냈다. 우여곡절 끝에 태극마크를 달게 된 두 선수는 모두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입을 모았다. 3일에도 트랙을 타다 12, 13번 코스에서 허벅지, 손을 트랙 벽에 부딪혀 왼손에 붕대를 감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모습을 드러낸 프리쉐는 “부상이 컸고 재활, (올림픽) 준비 과정이 힘들었기 때문에 ‘다음 올림픽’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썰매에 헬멧만 쓴 채 맨몸으로 누워 최고시속 150km까지 나오는 위험한 운동을 하는 모습을 가족들이 마음 놓고 볼 리도 없다. 프리쉐는 “엄마가 연락할 때마다 항상 ‘다치지만 말라’고 했는데 오늘도 다쳤다. 걱정할 거 같아서 오늘 다친 건 말 안할 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이 ‘대충’이라는 의미일 리는 없다. 임남규는 “평창에서 30위를 기록했다. 베이징에서는 이보다는 높은 순위로 마칠 것”이라고 했다. 프리쉐도 “목표는 15위로 잡았다. 하지만 내 마지막 올림픽이다. 후회가 남지 않게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손에 태극기를 모티브로 한 네일 아트를 한 프리쉐는 이날도 취재진에 손을 보여주며 “화이팅”이라고 외쳤다.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명필이 붓을 탓하지 않는 것처럼 좋은 리더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 듯하다. 3일 중국 베이징 옌칭 슬라이딩 센터에서 만난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 맏형 원윤종(37·강원도청·사진)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직전 닥친 악재를 뚫고 메달로 향하는 길을 찾고 있었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아시아 국가 최초로 올림픽 봅슬레이 메달(4인승 은메달)을 따냈던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맞이한 이번 올림픽 때도 불가능을 입에 담지 않았다. 가장 큰 악재는 원윤종과 10년간 합을 맞춰 왔던 서영우(31·경기BS연맹)의 부상이다. 서영우는 평창에서도 2, 4인승 경주에 함께 나선 원윤종의 단짝이지만 최근 훈련 중 발목을 다쳐 올림픽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원윤종은 “(서)영우와 함께하지 못해 정말 아쉽다. 출국 전 통화에서 굉장히 미안해하길래 ‘자책하지 말고 회복에 집중하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서영우가 없지만 새 파트너인 김진수(24·강원도청)도 원윤종과 합이 잘 맞는다. 김진수의 장점은 지구력이다. 서영우가 힘이 좋아 썰매를 같이 밀 때 동료들 부담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면 김진수는 끝까지 달려 최고 속도를 이끌어 낸다. 원윤종은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승부에서는 썰매를 타기 전 최고 속도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김)진수가 잘하더라”고 칭찬했다. 낯선 트랙에 적응할 시간과 훈련 기회도 부족했다. 400번 이상 주행 연습을 해봤던 평창과 달리 옌칭에서는 40분의 1 수준인 단 10번의 훈련 기회가 주어졌다. 특히 주행 연습 첫날에는 1615m 트랙 끝자락에 90도로 꺾이는 13번 커브 적응이 어려워 고전했다. 그래도 원윤종은 굴하지 않았다. 그는 “평창 후 4년 사이 다양한 트랙을 경험하면서 새 트랙 적응 능력이 크게 늘었다”며 “오늘(3일)이 주행 훈련 이틀 차인데 (하루 만에) 13번 코스 감속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다”며 웃었다. 옌칭 트랙 13번 코스는 출구 쪽 회전 구간 폭이 급격히 좁아진다. 원윤종은 이 코너를 빠져나갈 때 어느 위치에 서야 출구 왼쪽에 부딪치지 않고 부드럽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 해답을 찾았다고 했다. 원윤종이 출전하는 남자 2인승 첫 경주는 10일 예선이다. “베이징에서 (메달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던 그는 이날도 “영우 몫까지 다해서 최고의 결과를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아낸 원윤종이 그 길의 끝에서 금빛 메달과 만날 수 있을까.개최국에 유리한 썰매 종목… 中, 금메달 휩쓸까2014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은 개최국 러시아 대표 알렉산드르 트레티야코프(37)가 차지했다. 러시아 선수가 올림픽 스켈레톤에서 메달을 딴 건 트레티야코프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4년 후 평창에서는 ‘아이언맨’ 윤성빈(28·강원도청)이 같은 종목 금메달을 따냈다. 역시 한국 선수로서는 첫 올림픽 썰매 종목 메달이었다. 스켈레톤뿐만이 아니라 봅슬레이, 루지 같은 썰매 종목에서는 코스를 가장 잘 아는 선수가 제일 유리하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썰매 경기가 열리는 옌칭 슬라이딩 센터를 미리 살펴봤다.옌칭=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그 선수들이) 금메달을 맡아 놓은 건 아니잖아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민석(23·성남시청)은 2일 오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전날 AP통신이 예측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메달리스트’ 명단에 자기 이름이 없다는 데 대한 대답이었다. 김민석은 “스스로를 믿는다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AP통신은 김민석이 출전하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부문 금메달 후보로 중국의 닝중옌(23)을 꼽았다. 개최국의 이점을 등에 업고 기대를 모은 닝중옌은 2020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팀 추월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다. AP통신은 미국의 스타 선수 조이 맨티아(36)가 은메달, 네덜란드의 토마스 크롤(30)이 동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명단을 본 뒤 김민석은 오히려 각오를 다지고 있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이미 아시아를 놀라게 했던 김민석이다. 당시 1500m 경주가 열린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출발선에 선 고등학생 김민석을 주목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700m 구간을 잘 버텨낸 그는 결국 동메달을 따내면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이 종목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는 각오다. 자신감도 넘친다. 이날 동료 김준호(27·강원도청), 박성현(23·한국체대)과 함께 훈련에 임한 그는 8일 열리는 1500m 경기를 앞두고 전력질주 대신 휴식과 관찰을 택했다. 1시간 반가량의 스케이팅 훈련 중 대부분의 시간에 허리를 편 채 돌아다니며 경쟁 국가 대표팀의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김민석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붙었고 힘과 체력이 좋아졌다. 평창 때보다 기량이 더 좋다”며 “4년 전에는 동메달이었으니 이번에는 메달 색이 바뀌는 그런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상위 랭커의 출전 포기로 대표팀에 합류한 동갑내기 박성현의 존재도 그에게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반면 평창과 달리 부모님이 올림픽 현장에 함께하지 못하는 점은 큰 아쉬움 중 하나다. 중국 입국 사흘째인 그는 벌써부터 된장찌개 등 어머니가 만든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한다. ‘메달을 따고 나면 무엇을 제일 먹고 싶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그건 메달을 따고 나서 직접 말씀드리겠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혹시 한국분이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취재를 위해 입국 절차를 밟던 본보 취재진에게 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송승환 KBS 해설위원(65·사진)이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2020 도쿄 여름올림픽 개·폐회식 해설을 맡았던 자타 공인 ‘올림픽 베테랑’인 그의 표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입국 전 그는 항공사 직원에게 휠체어와 안내 서비스를 요청했지만 항공사 직원의 공항 입장이 승인되지 않아 무산됐다. 송 위원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평창 대회 이후 황반변성 등으로 시력 악화를 겪으면서 시각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가장 큰 크기로 설정한 글씨조차 눈앞 3cm까지 가져와야 겨우 읽을 수 있다. 방송 해설 때 대형 모니터를 눈앞에 둬야 하는 어려움에도 사상 처음 아시아에서 3연속 치러지는 올림픽 개·폐회식을 모두 경험하면서 각국의 문화를 전해주고 싶어 베이징행을 택했다. 그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지만 “허용되지 않은 외부인을 공항에 들이는 건 방역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했다. 본보 취재진이 송 위원을 부축하며 수속을 돕자 방역복을 입은 한 공항 관계자가 다가와 “두 명은 안 된다”라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떨어질 것을 주문했다. 사정을 설명해도 믿지 않았다. 가슴에 공산당 표지를 붙인 한 간부급 관계자가 사정을 듣고 해당 관계자에게 “어르신을 잘 모셔라”라고 말했지만, 다음 관문을 거칠 때에도 ‘두 사람은 안 된다’라는 말이 돌아왔고 다시 사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송 위원은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끝나면 곧바로 겨울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치러야 한다. 휠체어도 안내원도 금지시키는데 대회를 잘 치를지 의문이다. 코로나19가 심각한 것은 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중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것 같다”라며 씁쓸해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의 주제가 ‘다 함께 미래로 나가자’다. 송 위원의 입장에선 이 구호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지 않았을까.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혹시 한국 분이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31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에서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취재를 위해 입국 절차를 밟던 본보 취재진에게 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송승환 KBS 해설위원(65)이다. 2018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2020 도쿄 올림픽 개·폐회식 해설을 맡았던 자타공인 ‘올림픽 베테랑’이지만 이번 올림픽을 위해 베이징에 온 그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송 위원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최근 시력이 나빠져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가장 큰 크기로 설정한 글씨조차 눈 앞 3cm까지 가져와야 겨우 읽을 수 있다. 입국 전 그는 항공사 직원에게 휠체어와 안내 서비스를 요청했지만 항공사 직원의 공항 입장이 승인되지 않아 무산됐다. “허용되지 않은 외부인을 공항에 들이는 건 방역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답만 돌아왔다. 송 위원은 “중국도 올림픽이 끝나면 곧바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치러야 한다. 휠체어도 안내원도 금지시키는데 대회를 잘 치를지 의문이다”라며 씁쓸해했다. 본보 취재진이 송 위원을 부축하며 수속을 돕자 방역복을 입은 한 공항 관계자가 다가와 “노 투 펄슨(No two person)”이라며 두 사람이 붙어 있는 걸 막았다. 사정을 설명하자 처음에는 이를 잘 믿지 않으려 했다. 가슴에 공산당 표식을 붙인 한 간부급 관계자가 다시 사정을 듣고 해당 관계자에게 “어르신을 잘 모셔라(好好照顧老人)”라고 말했지만, 다음 관문을 거칠 때에도 ‘노 투 펄슨’이라는 말을 듣고 사정을 설명해야 할 일이 잦았다. 공항 곳곳에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흔적들이 가득했다. 입국자들이 대기하는 의자, 안내문을 놓아둔 책상 위에는 소독약이 말라붙은 허연 자국이 덕지덕지 있었다. 입국수속 때 여권을 받아든 공항 직원의 라텍스 장갑을 낀 손도 여러 번 알콜을 뿌려 축축해진 나머지 직원이 건네준 여권 일부가 눅눅해져있을 정도였다. 수하물을 찾는 모습도 평소와 달라 낯설었다. 비행기 밖으로 뺀 승객들의 수하물은 공항 내 내 컨베이어벨트 대신 야외 한 구석에 그대로 놓였다. 입국자들의 입에서는 “이게 무슨 일이냐”, “여기서 짐을 찾으라니…”같은 한탄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이 자신의 짐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 난장판 같았다. 낯설고도 낯선 모습에 가뜩이나 눈이 불편한 송 위원은 끊임없는 고통을 받았다. 방송사에서 송 위원을 위해 제공한 안내차량마저 올림픽 전용 차량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항 출입이 금지됐다. 송 위원도 공항에서 자신의 숙소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찾아야 했다. 본보 취재진과 숙소가 달라 서로 다른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작별 인사를 마치고 취재진의 등 뒤로 송 위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저 좀 도와주세요.” 배려가 필요한 사람이 선 그 자리에 이번에도 중국은 없었다.글·사진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엄마 한 번만 봐줄래?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 지난해 2월 한국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이채원(41·평창군청)은 초등학교 3학년 딸 장은서 양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채원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었다. 긴 시간 해외 전지훈련으로 딸을 챙기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강원 평창에서 훈련 중인 이채원은 2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출전에 앞서 딸의 대답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했다. 딸의 첫 반응은 서운함이었다. “4년 전에는 평창이 마지막이라고 했잖아. 꼭 다시 가야 돼?”라고 되묻는 딸의 말에 가슴이 미어졌다. 딸의 동의를 얻고서도 마음 한편에 미안함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이채원은 25일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을 때 깜짝 놀랐다. 남편이 아내에게 힘을 북돋아주기 위해 대한체육회에 직접 요청한 음성 편지였다. 장 양은 “훈련을 떠나는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힘차게 운동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딸의 응원에 이채원은 이제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자신의 인생 최고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을 시작으로 한국 선수 역대 올림픽 최다 출전 타이기록(6회)을 세우는 그는 2014 소치 올림픽 33위(30km 프리) 이후 평창에서 51위(10km 프리)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채원은 생에 마지막 올림픽이 될 베이징에서 32위 이상의 성적을 반드시 올리겠다는 각오다. 이채원은 이번에 스키애슬론 15km와 개인 스프린트, 클래식 10km 등 세 종목에 도전한다.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은 스키애슬론이다. 스키애슬론은 클래식과 프리스타일 주법을 반씩 나눠 달리는 경기다. 이채원은 “경기 후반 7.5km를 달리게 될 프리스타일 주법에 자신 있다. 경기 중후반에 V2(퀵스케이팅활주) 주법을 사용해 평지에서 속도 내는 걸 잘하는데 이 특기를 활용하면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출국한 이채원은 개막식 직후인 다음 달 5일 첫 경기인 스키애슬론에 출전한다. 키 165cm 이상의 선수들이 즐비한 올림픽 무대에서 154cm의 작은 키이지만 오히려 자신감이 넘친다. “남들 한 발짝 갈 때 내가 두 발짝 더 뛰면 돼요. 한국에 있는 딸을 생각해서라도 인생 최고의 성적을 내고 돌아올 거예요.”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메이저리그(MLB) 역대 최다 홈런 주인공인 배리 본즈(58·은퇴)가 끝내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했다. 본즈는 26일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발표한 2022 MLB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 유효표 394표 중 66.0%(260표)의 득표율로 자신의 10번째이자 마지막 명예의 전당 입성 기회를 놓쳤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75%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열 차례 투표에서 탈락할 경우 이후 명예의 전당에 입회할 수 없다. 본즈는 1986년부터 2007까지 MLB 피츠버그와 샌프란시스코에서 활약한 강타자다. 통산 298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8(9847타수 2935안타) 762홈런 1996타점 2227득점 514도루를 기록했다. 본즈의 역대 홈런 1위 기록은 아직도 무너지지 않고 있다. 볼넷 부문에서도 통산 2558개 볼넷을 쌓으며 역대 1위에 올라 있으며, 고의4구(688개) 기록은 2위 알버트 푸홀스(315개)와 2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우수선수(MVP) 7회, 실버슬러거 12회, 골든글러브 8회, 올스타 14회 등을 수상했다. 화려한 성적에도 명예의 전당 입성이 좌절된 건 ‘약물 꼬리표’ 때문이다. 본즈는 현역 시절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투표에 의한 명예의 전당 입성은 불가능하지만, 다른 경로를 통한 기회는 아직 한 번 남아 있다. BBWAA 명예의 전당 마지막 투표에서 5% 이상, 75%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한 선수는 베테랑 위원회 심사에서 한 번 더 입회 기회를 받는다. 본즈가 열 번의 시도에도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한 반면, 첫 번째 시도 만에 입회에 성공한 선수도 있다. 데이비드 오티즈(47·은퇴)는 이날 307표(77.9%)를 얻으면서 단번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997년 미네소타에서 데뷔한 오티즈는 2003년부터 보스턴에서 14시즌을 뛰면서 일명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세 차례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4년 전 평창에서 첫 올림픽 메달을 딴 스노보드 이상호(27·하이원), 쇼트트랙 황대헌(23·강원도청) 등은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반면 베이징에서 첫 메달을 꿈꾸는 이들도 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 때 한국 겨울 스포츠의 미래로 선정된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장유진(21·고려대)과 한국 알파인스키 남자 최강자로 불리는 정동현(34·하이원리조트)이 그 주인공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 무대’로 만들겠다는 두 선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2년 새해 첫날 기적이 일어났다. 장유진이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3차 월드컵에서 10위에 오른 것. 2020년 2월 이후 2년 만의 월드컵 ‘톱10’ 복귀였지만 이날 성적표가 기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장유진은 이날 아픈 다리를 안고 뛰었다. 24일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동아일보 전화 인터뷰에 응한 그는 “왼쪽 무릎은 전방십자인대와 내측측부인대 모두가 부분 파열된 상태였다. 왼쪽 무릎이 아파서 오른쪽 무릎을 주로 쓰다 보니 이쪽 연골도 상했다”고 전했다. 통증이 심한 날에는 서서 스키를 신을 수 없어 그대로 주저앉기도 했다. 쉴 수 있던 기회가 없던 건 아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해외 훈련을 나가지 못하게 됐다. 그해 여름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오른쪽 골반을 다쳐 회복기가 필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유진은 이 시기를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설상 훈련 대신 체력 훈련에 집중하며 알뜰하게 시간을 썼다. 쉼 없는 훈련의 결과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평창 대회 당시 출전 선수 24명 가운데 18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던 장유진은 그해 12월 한국 하프파이프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선에 올랐고, 이듬해 12월에 월드컵 최고 성적인 5위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여줬다. 최근 2년간 설상 훈련이 부족한 상태에서 참가한 국제대회에서도 10∼20위권 성적을 꾸준히 내왔다. 성적보다 기쁜 소식은 2년간 연마해왔던 기술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일명 ‘코크나인(Cork-9)’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역방향으로 벽을 타고 올라가 머리가 밑으로 내려갔다 돌아오는 플립(flip) 기술이다. 공중에서 양방향으로 회전하는 일반적인 기술보다 난도가 훨씬 높다. 베이징에서는 평창 때보다 180도 더 회전량이 많은 900도를 시도할 예정이다. 장유진은 “이미 올림픽 직전 마지막 월드컵에서 이 기술을 처음으로 시도해 성공했다. 기술 성공 확률도 70%까지 끌어올렸다”며 “기술 구사가 잘된다면 베이징에서 5위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운이 좋다면 메달도 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장유진은 습관처럼 호피 무늬 머리띠를 묶고 집을 나선다. 스키점프 대표 박규림(23)이 2년 전 준 선물이다. 호랑이해에 올림픽을 맞은 장유진은 “무심코 차던 머리띠가 호피 무늬인 게 신기하다. 이번 올림픽, 뭔가 좋은 기운이 올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단돈 1만 원에 ‘탁구 요정’ 신유빈(18·대한항공)과 탁구 칠 기회가 주어진다면 탁구 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신유빈이 부상에서 일찍 회복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23일 수원 ‘스튜디오T’에서 만난 안재형 프로탁구리그위원장(57)은 “이번에 실패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란 절박한 심정으로 프로탁구리그 첫 시즌을 준비 중”이라며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과 선수들의 탁구 경기 등 다양한 활동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실업탁구연맹이 28일 프로탁구리그를 출범시킨다. 20년간 이어져온 프로탁구 출범 논의는 최근 블록체인 전문기업 두나무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으면서 현실로 이뤄졌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은 경기 사이마다 선수들과 탁구를 쳐보는 기회도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 입장권은 성인 1만 원, 청소년 5000원, 수용 가능 인원은 300석가량이다. 리그 출범이 늦게나마 실현된 만큼 안 위원장은 리그 흥행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독일은 1933년 ‘분데스리가’를 창설했고, 중국의 ‘슈퍼리그’(2000년), 일본의 ‘T리그’(2018년)도 한국보다 빨랐다. 안 위원장은 “늦어도 세 번째 시즌부터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연맹을 설립해 지방 연고 구단 창설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신유빈이 속한 ‘삐약이 대한항공’(가칭)과 같이 특색 있는 구단 닉네임을 만나보게 될지도 모른다. 안 위원장은 “리그 활성화를 위해서는 야구나 배구처럼 탁구 팬들이 특정 구단에 애정을 쏟고 팬심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르면 다음 시즌부터 동물을 활용한 마스코트와 구단 닉네임, 로고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탁구리그에서는 세계 최초로 1매치 ‘3세트제’도 도입된다. 중국 등 대다수 프로리그는 1매치 ‘5세트제’를 채택하고 있다. 세트 수가 많으면 승부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변수도 줄어든다. ‘3세트제’ 도입은 최근 세계 탁구계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경기마다 펼쳐질 ‘에이스 매치’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프로탁구리그는 승점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단체전(5전 3선승제)에서 승리한 구단이 승점 3을, 패배한 구단은 1점을 가져간다. 그런데 프로탁구리그는 특정 팀이 3-0으로 승리할 경우에는 흥행을 위해 반드시 네 번째 매치를 치르도록 했다. 네 번째 매치는 구단별 에이스를 투입하는 핵심 경기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4-0으로 이기는 구단은 승점 4를 가져가게 된다.수원=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KOO어린이재단이 다음 달 13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는 제1회 크로스파크 축제를 개최한다. 스키 및 스노보드 협회에서 레벨2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일반 경기에, 해당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아마추어부 경기에 지원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완료자만 참가할 수 있다. 26일부터 네이버카페 ‘쿠홀리데이’ 참가신청 게시판에서 신청한 후 참가비 3만5000원(보증금 1만 원은 조끼 반납 시 환불)을 입금하면 된다. 현장 접수는 하지 않는다. 참가비는 전액 소외계층 아동을 위해 사용한다. 이번 행사에는 총 2500만 원 상당의 상품도 준비돼 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유독 컨디션이 좋은 날이었다. 11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6차 대회 8강전.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는 꿈틀거리는 질주 본능을 억제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게이트를 돌다 보드 앞쪽이 눈 속에 파묻혔고, 순간 보드 뒤가 빙 돌며 중심을 잃었다. 직전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땄던 그는 이날 5위로 만족해야 했다. 잠깐의 실수로 치부하고 잊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는 그동안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이번 시즌 한국인 최초로 월드컵 금메달을 땄고, 시즌 월드컵 종합 랭킹은 1위(434점)에 올랐다. 하지만 이상호는 이번 실수를 잊지 않기로 했다. 이날의 실수가 그를 올림픽 메달에 한발 더 가까이 데려다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스노보드는 순간의 판단이 중요한 종목이다. 하루 만에 예선과 본선, 결선을 모두 치른다.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본선에서 한 번의 실수가 ‘노 메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딴 이상호도 7차 월드컵에서는 9위를 기록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만나는 선수들의 기량은 정말 한 끗 차이다.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로 승패가 대부분 갈린다”며 “본선에서 욕심 부리지 않고 훈련했던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가 이긴다”고 말했다. 올림픽 직전 월드컵에서 범한 실수는 그에게 ‘절제의 미학’을 알려준 값진 수업이 됐다. 어려움 속에서 밝은 면을 찾아내는 건 그의 특기다. 2018 평창 올림픽 은메달 직후 이상호는 2019∼2020시즌 어깨 부상을 당했다. 수술 뒤 출전한 2020∼2021시즌에도 종합 랭킹 27위로 부진했다. 그는 “힘들었던 순간이었지만 재활만 잘하면 성적은 금방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자존감이 높은 편이라 ‘이럴 때도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견뎠다”고 회상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 텃세’에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이상호는 오히려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다음 달 3일 출국 전까지 강원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훈련할 예정인 그는 베이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불리한 환경들까지 예측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상호는 올림픽 예선 5위 이내에 들어 코스 선정 우위까지 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림픽 목표를 묻자 이상호는 즉각 “금메달”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번 시즌 월드컵 종합 랭킹 1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나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현재 몸 상태나 장비, 컨디션 등 모든 게 준비가 잘돼 있다. 어떤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차질 없이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강조했다. 평창의 설상을 은빛으로 물들인 이상호가 베이징에서는 금빛으로 바꿀 수 있을까. 4년간 착실히 쌓아온 노력의 힘을 믿는 이상호의 카카오톡 알림 말에 근거 있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농구 선두 SK가 2위 KT를 꺾고 7연승을 질주했다. SK는 19일 수원 KT아레나에서 열린 KT와의 방문경기에서 85-82로 이겼다. 허훈(27·KT) 복귀 뒤 KT에 1패를 당했던 SK는 후반기에 열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허훈을 장착한 KT’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새겼다. 25승(8패)째를 올린 SK는 KT에 시즌 열 번째 패배를 선물하며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손쉬운 승리는 아니었다. 4쿼터 81-79로 앞서던 SK는 종료 30.5초 전 허훈에게 2점슛과 자유투 하나로 역전(81-82)을 허용했다. 위기의 순간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28)가 상대 골밑으로 돌진해 재역전 득점을 성공시켰다. 이후 워니는 허훈의 공을 스틸해낸 김선형(34)의 공을 건네받아 종료 1.2초 전 덩크슛을 꽂으며 쐐기를 박았다. 이날 워니는 30득점 13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SK는 이날뿐 아니라 최근 근소한 차이의 승리를 많이 거두고 있다. 잦았던 접전승도 KT전을 승리로 이끄는 귀한 자양분이 됐다. 전희철 SK 감독은 “최근에 중요한 고비처에서 뒤집어서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하면서 선수들이 어려운 순간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경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훈을 처음 무너뜨린 데 대한 기쁨도 숨기지 않았다. 전 감독은 “경기 전부터 ‘허훈에게 줄 건 주고 대신 다른 쪽에는 주지 말자’고 생각했다. 만약 허훈과 양홍석이 둘 다 잘했다면 오늘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마지막에 허훈이 공을 흘려줘서 솔직히 고마웠다”고 밝혔다. 이날 허훈은 27득점으로 맹활약했지만 마지막 순간 실책이 아쉬웠다. 양홍석은 10득점에 그쳤다. 한편 이날 전주실내체육관에서는 KCC가 오리온을 86-71로 꺾으며 10연패에서 벗어났다. KCC 라건아는 4쿼터 종료 6분 17초를 남겨두고 통산 5236번째 리바운드를 잡으며 종전 역대 1위였던 서장훈(은퇴·통산 5235리바운드)을 넘어섰다. 이날 20리바운드를 기록한 라건아는 통산 5242리바운드를 기록했다.수원=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