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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력위원회(회장 남덕우 전 국무총리)와 동서대 일본연구센터(소장 정구종)는 20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새로운 한일관계의 구축을 향하여’를 주제로 한일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제1세션에서는 ‘2012년 한일 외교마찰·갈등의 배경과 시사점’을 주제로 이근관 서울대 교수와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석좌교수가 발표한다. 제2세션 ‘마찰과 갈등극복의 과제와 상호협력’에선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와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주필이 발표를 맡는다. 마지막 제3세션에서는 ‘글로벌 시대 새 한일관계 구축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멕시코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遺作)인 제주의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문화제가 24일 오후 3시 서울 홍익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열린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살리기 문화연대’와 주한멕시코인 모임이 마련한 이번 행사에는 건축가 승효상,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조한혜정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건물 보존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타카피’ ‘아폴로18’ 등 인디밴드와 멕시코 밴드, 성악가 박태종이 공연한다. 사진전과 철거 반대 서명 운동도 함께 진행된다. 2009년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들어선 이 건축물은 인근 앵커호텔의 모델하우스로 지어진 가설건축물로 지난해 6월 존치 기간이 만료돼 철거 대상이 됐지만 문화계 인사들은 문화적 가치를 주장하며 철거에 반대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도 한국 정부에 철거를 재검토해 달라고 공식 요청한 상태다. 064-741-1884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집을 들여다보면 주인의 삶이 보인다. 마을 문화란 이런 집과 집들이 모여 만드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집을 통해 양국의 건축 문화와 삶의 방식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16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2012 한일 현대건축 교류전: 같은 집 다른 집’. 새건축사협의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이 전시회엔 양국에서 주목받는 신진 건축가 5개 팀이 참여한다.한국에선 에이엔디(정의엽), 와이즈건축(장영철, 전숙희), 디아(DIA)건축(정현아), 디자인 그룹 오즈(신승수, 임상진, 최재원), 사이(박창현, 이진오, 임태병)가 작품을 선보인다. 사이의 전시 제목은 ‘20m²’. 사이가 설계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 중산층 주택의 부엌 면적이 20m²다. 마포구 서교동 원룸 아파트 1채의 면적이자, 경기 가평군 부잣집의 화장실 면적이기도 하다. 면적으로 치환되는 삶에 주목한 전시다와이즈건축은 금호동 다세대주택 ‘와이하우스’를 중심으로 재개발의 바람이 불어 닥친 서울의 달동네 이야기를 풀어 낸다. 디아건축은 집 밖에서도 마당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경기 용인시 흥덕지구 내 ‘용인주택’ 등을 통해 신도시 주택 문화를 소개한다. 에이엔디는 객실 다섯 개가 손가락 모양처럼 뻗어 나온 경남 거제시 펜션 ‘어그리나드’와 ‘2011 건축 베스트7’에 선정된 경기 양평군 문호리 주택 등을 선보인다. 디자인그룹 오즈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다세대주택과 송파구 문정동 보금자리주택을 통해 모여 사는 방법을 제시한다.일본에선 이키모노건축사, 나루세 이노쿠마 건축설계사무소, 다이켄엠이티, 스페이스스페이스, 류지 후지무라 건축설계사무소가 참여한다. 창문을 열면 동네 골목이 나오고 집 안 바닥에서 식물이 자라는 아틀리에, 13가구가 건물 내부의 공용 공간을 나눠 갖는 ‘셰어하우스’, 움직이는 건물인 ‘주사위하우스’, ‘주사위 오피스’ 등을 전시한다.한국 측 커미셔너인 임재용 건축사사무소 OCA 대표는 “이번 교류전은 양국 건축 문화에 존재하는 이질성과 동질성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건축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오후 1∼5시 서울 이화여대 ECC극장에서 참여 건축가들의 강연회가 열린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건축이 미처 채우지 못한 상상의 여백들이죠.” 건축 에세이집 ‘서울의 건축, 좋아하세요?’(휴먼아트·사진)에 건축물의 양식이나 비례, 디테일에 관한 얘기는 거의 없다. 건축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아질수록 건축물의 보이지 않는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는 게 건축사사무소 나우(NAAU)를 운영하는 저자 최준석 씨(41)의 생각이다. 그는 영화 미술 음악 문학 등 예술 장르를 가로지르며 누구에게나 익숙한 서울의 건축물 28개에서 ‘보이지 않는 것’ 보기를 시도했다. 그 결과 시끄러운 종로거리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종묘 정전에서는 ‘침묵이 주는 소리’를, 수백 년간 한곳을 지켜온 경복궁 근정전에선 모빌에서 느끼는 바람의 움직임을 포착해냈다. 책에는 건축가 김인철과 조성룡의 작품이 둘씩 등장한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있는 김인철의 ‘어반 하이브’(2008년)는 맞은편에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교보타워와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어반 하이브는 3800개가 넘는 구멍을 벌집 모양으로 뚫어놓은 외벽 구조체가 특징이다. 건축가는 구조를 숨기는 교보타워와 반대로 구조를 과감하게 밖으로 드러내는 역발상으로 덩치가 몇 배나 큰 교보타워에 밀리지 않는 빌딩을 세울 수 있었다. 그가 설계한 서대문구 대신동 김옥길기념관(1999년)은 이화여대 총장과 문교부 장관을 지낸 교육자 김옥길을 내세우지 않고 ‘아무것도 기념하지 않음’으로써 기념관 주인공의 됨됨이를 두고두고 기억하게 만드는 명작이 됐다. 건축가 조성룡의 선유도공원(2002년)과 꿈마루(2011년)는 ‘봉인이 풀린 타임캡슐’처럼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도공원은 정수장 시설물을 생태공원으로, 광진구 능동 꿈마루는 국내 최초의 골프장인 서울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였다가 어린이대공원 관리사무소가 된 곳을 공원으로 고쳐 지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들입니다. 과거의 아주 작은 흔적도 지우지 않으면서 필요한 만큼만 지어 퇴적된 시간을 느낄 수 있죠. 새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특별한 새것이 됐습니다.” 그는 2008년 불에 탔던 숭례문 복원 결정도 아쉬워했다. 숭례문이 불에 타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처음으로 숭례문의 실재를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타고 남은 흔적을 유리로 씌워놓고, 밤에는 과거의 잔상을 홀로그램으로 투사해 숭례문을 추억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사라져버린 것은 사라짐 그 자체를 드러냈을 때 가장 강한 풍경이 된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아내 및 두 딸과 건축물을 보러 다니는 저자는 “서울은 지루하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도시의 가치는 거대한 랜드마크나 화려한 건축에 있지 않습니다. 낡은 골목길 모퉁이 벽, 많은 사람의 손때가 묻은 공원 난간, 칠이 벗겨진 쇠창살처럼 상상과 환상을 자극하는 것들이 도시를 의미 있게 하지요.”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미디어 아티스트 민세희 랜덤웍스 대표(37)의 집에 들어서면 ‘시차’ 때문에 잠시 멍해진다. 지난달 입주한 그의 집은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아파트 10층에 있는데 1970년대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건물 외관과는 달리 현관문을 열면 21세기 첨단 갤러리 같은 공간이 펼쳐져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민 대표가 유학 시절 만난 ‘아는 동생’ 안기현(36) 이민수(32) AnL스튜디오 공동소장은 올여름 민 대표로부터 “집 같은데 집이 아닌 공간으로 고쳐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79m²(약 24평) 넓이의 아파트를 오피스텔로 리노베이션하는 작업이었다. “낙원(樂園)이라는 건물 이름과 고객의 낙천적 성격에서 날개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집에 날개를 달아주기로 했죠. 비행기 날개가 지나가는 곳은 공적인 공간, 즉 일하는 곳이고 나머지가 사적인 공간이 되는 겁니다.” 당호는 자연스럽게 ‘비당(飛堂)’, 영어로 ‘하우스 윙’이 됐다. 지난해 세계적인 지식축제 TED 콘퍼런스에서 한국인 최초의 펠로 자격으로 강연해 주목받은 집 주인에게 ‘날개를 단 듯 성공하라’는 덕담을 디자인으로 건넨 것이다. 안방과 주방, 화장실은 그대로 두고 거실과 왼쪽의 작은 방을 터서 일하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천장의 드롭 실링을 뜯어내고 구조를 노출시켰더니 공간감이 확 살아났다. 콘크리트 구조와 가스관, 전기 배선을 그대로 드러낸 천장에 중밀도섬유판(MDF)으로 만든 비행기 날개를 설치했다. 조명 시설이 들어간 이 날개는 현관에서 출발해 왼쪽 날개는 작은방을 터서 만든 서재로 향하고, 오른쪽 날개는 거실 가운데에서 오른쪽으로 사선을 그리며 날아가다 창문 앞에서 벽을 타고 내려가 아래로 접혀진 책상이 된다. 마치 현관 밖에서 누군가 날려 보낸 종이비행기가 창문 앞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낙원상가아파트’라는 맥락은 비당을 더욱 신비로운 공간으로 만든다. 1969년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준공된 이 건물은 개발 만능주의 시대가 낳은 흉물로 손가락질받았다. 도로 위에 빌딩을 짓는다는 황당한 발상은 당시에도 도로법과 건축법상 위법 시비를 낳았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의 독특한 도시 풍경을 그려내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근대 시기의 부조리함과 들썩거림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오영욱 오기사 디자인 대표). 잘 지은 건물만 랜드마크가 되는 게 아니다. 하우스 윙에서 가장 부러운 부분도 도로 위에 세워진 건물만이 누릴 수 있는 전망이다. 창문 밖으로 막아서는 건물 없이 시야가 툭 틔어 있다. 창을 내다보면 정면에 북한산이 보이고 왼쪽에 청와대, 오른쪽에 교동초등학교 교정과 종묘까지 다채로운 서울 풍경이 펼쳐져 ‘반전’ 디자인에 재미를 더해준다. 민 대표는 “집 안 어디에 있든 재미있는 정경이 펼쳐져 일할 맛이 난다”며 “하지만 날개가 실용적 용도 없이 장식물에 그친 점은 아쉽고 날개 위로 먼지가 쌓일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건축공학을, 이 소장은 실내디자인을 전공했다. 컨테이너를 이용한 인천대교 전망대 ‘오션스코프’로 2010 레드닷어워드 베스트오브베스트상을 수상했고, 최근엔 서울 종로구 누하동 가로 4m, 세로 6m의 손바닥만 한 땅에 3층으로 지어 올린 주택 ‘몽당(夢堂)’으로 주목받았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제4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다음 달 8∼14일 서울 이화여대 ECC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도시’를 주제로 제작된 7개국 작품 12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터키의 임레 아젬 감독이 연출한 ‘에쿠메노폴리스(Ekumenopolis)’다. 1980년대 터키 이스탄불의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인한 후유증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에쿠메노폴리스’란 인구 증가와 교통의 발달로 지구상의 거주면적이 도시로 뒤덮여 세계도시(universal city)화하는 경우를 가정한 개념이다. 아젬 감독의 첫 연출작으로 지난해 제6회 로테르담 건축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 밖에 폐막작 ‘코추’(일본)를 비롯해 ‘위대한 유산’(스웨덴), ‘브라질’ ‘위대한 침묵’, ‘판타스틱 플래닛’(이상 프랑스), ‘얼바니제이션 인 차이나’(중국), ‘하루에 다섯 도시 다섯 장소’(미국) 등 시공을 초월해 도시를 탐험한 영화들이 준비됐다. 국내 영화로는 지난해 타계한 정기용 건축가의 마지막 여정을 담은 ‘말하는 건축가’(정재은 감독), ‘바람불어 좋은 날’(이장호·1980년), ‘상계동올림픽’(김동원), ‘모래’(강유가람) 등 4개 작품이 상영된다. 영화가 끝난 뒤엔 건축가와 감독들이 참여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관람료 8000원. 상영일정표와 ‘관객과의 대화’ 참여 인사는 www.siaf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도심에 건축물 하나 지어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누구나 기념비적인 무언가를 떠올릴 것이다. 더구나 실용적인 기능이 없는 장식용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광주 비엔날레의 폴리(folly·실험적 공공건축물) 프로젝트 작품을 의뢰받은 형제는 1.2t짜리 봉고 트럭을 개조한 1인용 호텔을 내놓았다. 눈에 확 띄는 영구적 기념비와는 거리가 멀다.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데다 어느 골목에 자리 잡아도 튀지 않도록 위장용 가림막까지 쓴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 씨(50)와 건축가 서을호 서아키텍스 대표(48)의 ‘틈새호텔’이다. “예술가들은 자기 작품이 랜드마크가 되길 바라죠. 하지만 랜드마크를 이어주는 틈새 공간이 없으면 도시가 성립할 수 없어요. 모세혈관이 없으면 죽는 것과 마찬가지죠.”(서 작가) 형제는 ‘반(反)기념비’적이고 ‘이동하는 집(mobile home)’이라는 역발상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의 죽은 공간 살려내기를 시도했다. 광주시내를 조사하고 인근 주민의 허락을 받아 틈새호텔이 주차할 만한 12곳을 골라냈다. 반경 500m 안에 있는 식당 세탁소 편의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부대 서비스를 제공할 서포터스도 선정했다. 투숙객은 호텔 내 키오스크에서 부대시설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전 투숙객이 남긴 체험담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달 11일까지 이어지는 비엔날레 기간에는 예약자 25명을 대상으로 무료로 실험 운행을 하고 있으며 내년 2월경부터는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간다. “틈새호텔이 머무는 지역의 특징에 따라 호텔 겉면에 붉은 벽돌이나 전단이 붙은 벽 모양 등의 자석 패턴을 붙였다 떼었다 해요. 도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위장하는 거죠. 내부엔 호텔이 갖춰야 할 모든 시설이 있습니다.”(서 대표) “여행객은 틈새호텔에서 광주의 일상을 경험하고, 주민들은 틈새호텔로 일상의 공간을 새롭게 발견합니다. 이방인의 하룻밤 삶이 소원했던 이웃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서 작가) 영국 런던에 사는 서 작가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동생과 함께 종종 작품 활동을 한다.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돼 집을 소재로 공동 작업한 ‘청사진(blue print)’을 선보였다. 서울 청담동 하이트맥주 본사 미술관(2010년)에 이어 내년 초 완공되는 경기 용인시 현대·기아자동차 마북연수원의 리노베이션과 설치 작품을 맡아 협업하고 있다. 하이트 본사의 지하 1층, 지상 2층 공간을 수직으로 연결한 대형 전시 공간엔 목말 탄 소형 인물상 11만 개를 줄줄이 8m 높이로 쌓아올린 작품 ‘인과’가 있다. 마북연수원에는 현대·기아차 직원 13만 명의 얼굴 사진을 초대형 화면에 뿌리는 ‘who am we’를 설치했다. “작은 부품 하나라도 없으면 차가 굴러가지 않듯, 직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제목은 개인과 집단의 구분이 불분명한 우리 문화를 반영한 거예요.”(서 작가) 가정을 이룬 형제가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머리를 맞대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서울 성북동 한옥에서 자랐어요. 아버지(동양화가 서세옥)께서 창덕궁 연경당을 모델로 대목장 배희한 씨에게 의뢰해 7년에 걸쳐 지으셨죠. 아버지는 마당에 나무 한 그루를 심을 때도 각도를 세심하게 틀어가며 자리를 정하셨어요. 어머니는 왼손잡이인 제게 왼손잡이용 가위를 사다주셨어요. 형님과 공유하는 특별한 기억이 많습니다.”(서 대표) “원래 각 분야 간 장벽을 허물어 삼투현상을 일으키는 작업을 좋아해요.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저는 회화, 동생은 건축을 공부했는데 그 학교는 전공 속에 학생들을 가둬두지 않았죠. 그래서인지 둘이 생각이 잘 통해요. 우리 산야에 맞는 집, 전범이 될 수 있는 집을 동생과 지어보고 싶어요.”(서 작가)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사단법인 이준국제법연구원(이사장 유재건)이 발간하는 국제법 학술지 ‘동아국제법연구(Journal of East Asia & International Law·사진)’가 한국 법학분야 학술지로는 처음으로 세계 4대 법률 및 학술 데이터베이스(DB)에 등재됐다. 연구원은 16일 동아국제법연구가 법률문서검색DB인 ‘렉시스/넥시스(Lexis/Nexis)’와 ‘웨스트로(Westlaw)’에 등재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국내 법학분야 학술지로는 유일하게 미국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에 등재된 데 이어 올해 8월 네덜란드의 세계 최대 학술초록인용색인인 스코푸스(SCOPUS)에 한국 법학지로는 유일하게 등재됐다. 연구원은 “법학분야에서 그랜드 슬램을 이룬 셈”이라고 밝혔다. 2008년부터 매년 2회 발행되는 동아국제법연구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태국 필리핀 등 세계의 저명한 국제법학자 16명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연구원장인 이용중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서구에서 출간되는 동아시아 관련 학술지와 달리 제국주의 담론을 극복하고 동아시아적 담론 체계 속에서 국제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동아국제법연구의 그랜드 슬램 달성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서울 숭실대 학생회관과 제주 제주시 포털 사이트 다음 신사옥 등이 올해 한국건축가협회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건축가협회가 16일 발표한 수상작 ‘올해의 건축 베스트7’에는 두 작품 외에 △강원 인제군 여초 김응현 서예관(이성관 한울건축 대표) △경남 사천시 LIG손해보험 사천연수원(김태집 간삼건축 대표) △충남 서천군 ‘봄의 마을’(윤희진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경기 성남시 판교동 요철동(정재헌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 △경북 김천시 김천고교 교과교실동(배병길 배병길도시건축연구소장)이 포함됐다. 건축가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가 설계한 ‘다음스페이스 닷원’은 제주 앞바다가 바라다보이는 한라산 기슭에 지은 다음의 신사옥이다. 기둥, 벽, 천장이 모두 하나로 연결돼 특별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제주의 풍요로운 자연 환경에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업무 조직에 걸맞은 새로운 공간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충남 서천군의 ‘봄의 마을’은 평생교육센터, 청소년 문화센터, 도서관, 여성복지센터, 노인정, 직거래 장터 등이 들어찬 교육 및 복지 시설. “지방 중소도시에서 이뤄진 시범적 공공건축의 사례”라는 심사평이 나왔다. 최문규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설계한 숭실대 학생회관은 캠퍼스 중앙의 경기장을 에워싸는 형태로 지어졌다. 올해 서울시 건축상 대상 수상작이다. 이 밖에 한국적 건축물에 수여하는 협회 특별상인 아천건축상 수상작으로는 가온건축의 임형남 대표와 노은주 소장이 충남 금산군 남이면에 설계한 ‘금산주택’이 선정됐다. 한국건축가협회는 19∼23일 대전 엑스포 시민광장에서 ‘2012 대한민국건축문화제’를 개최한다. 문화제 기간에는 ‘올해의 건축 베스트7’ 특별전, ‘올해의 건축가 100인 국제전’ 어린이 건축학교 등이 열린다. 23일 폐막식에서 협회상과 특별상 시상식이 진행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건축가이자 도시설계자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가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할 대형 국책사업을 제시했다. ‘지방권 통합 공항과 농수축산 집합도시’ ‘세종시 제3의 길’ 등 총 7개 프로젝트의 제목에서 보듯 차기 정부를 위한 정책 제안서다. 부제는 ‘2013 대통령 프로젝트’. 집필 배경과 저자의 근황은 본보 8월 29일자 A20면 인터뷰 기사에 나와 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얼마 전 중국 건축가 왕수(王澍·49)가 한국을 다녀갔다. 중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건축계의 변방인 중국, 거기서도 변방인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에 살면서 가장 중국적인 건축으로 세계적인 건축물을 만들어낸 별종이다. 처음 방문한 서울에 대해 “빌딩숲이 풍경을 망쳐 놓았다”며 혀를 차던 그가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을 보고는 “평소 꿈꿔 오던 이상향을 보는 듯하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가 물었다. “한국에는 고위 관리들이 퇴직 후 고향에 돌아가 집을 짓고 사는 전통이 있는 걸로 압니다만.”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요즘은 행정수도 이전으로 지방에서 공직에 봉사한 뒤 퇴임 후엔 서울에 옵니다’라고 답해야 했을까. 그의 말대로 조선시대엔 벼슬을 떠난 선비들이 고향에 내려가 집 짓고 ‘위기지학(爲己之學·자신을 위한 공부)’하며 지역의 문화적 버팀목으로 봉사하는 전통이 있었다. 가장 많은 집을 남긴 이가 퇴계 이황이다. 49세에 벼슬을 버린 퇴계는 귀향해 다섯 채의 집을 짓고 옮겨 다니다 61세에 마음에 꼭 맞는 집터를 찾아 도산서당을 지었다. 온돌방 하나와 마루, 부엌이 딸린 소박한 서당에 대해 김동욱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는 “한국 건축사의 한 획을 긋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퇴계는 이곳에서 조선 유학의 큰 맥을 이루는 제자들을 길러내고 주옥같은 시를 지었다. 제자들이 스승을 추모하기 위해 서당 뒤에 지은 도산서원은 시인이자 건축가인 함성호에 따르면 ‘도산서당이라는 퇴계의 저술을 바탕으로 거기에 주를 달고, 해석하며, 발전시킨 퇴계학파의 모습’이다. 경북 경주와 봉화, 경남 거창, 전남 담양, 충남 회덕 일대는 회재 이언적의 독락당(獨樂堂), 면앙정 송순의 면앙정(면仰亭) 등 ‘선비 건축’이라는, 세계가 주목하는 장르의 건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관모를 벗고 귀향하는 이들과 ‘맑은 물에 갓끈 씻고, 탁한 물엔 발을 씻는다(淸斯濯纓 濁斯濯足)’는 중국 굴원의 시구를 품고 은둔해온 선비들이 건축주이자 건축가가 돼 일궈낸 문화다. 이들이 남긴 옛집은 지금도 학술적 연구 대상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관광 자원이 되고 있다. 실학자 풍석 서유구가 고향에 집 짓고 살면서 남긴 ‘임원경제지’의 건축 관련 부분은 서양 건축의 고전인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십서’에 필적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름다운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상상을 해본다. 장관이나 총리직에서 퇴임한 이가 고향에 돌아가 사는 집이 화제가 된다. 건축주의 체취가 묻어나는 간소한 집이어도, 유명 건축가가 파격으로 올려 세운 집이어도 좋겠다. 그는 공직 시절의 경험담을 정리하는 틈틈이 방문객을 맞는다. 풀리지 않는 민원으로 고민하는 공무원도, 이력서를 100장씩 쓰고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지방대 졸업생도 온다. 가끔 형편이 어려운 동네 꼬마들을 모아놓고 숙제를 봐준다. 유적지에 나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영어로 가이드를 해도 좋을 것이다. 상상은 이어진다. 전남 목포에 책벌레인 전직 대통령이 단골로 드나들던 책방이 있다면. 경남 거제에 전직 대통령의 조깅 코스가 남아 있다면. 대구 달성군에 북방 외교 회고록을 정리하는 전직 대통령이 있다면. 그렇다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를 지방으로 이전하자 말자는 이야기는 나올 필요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임태희 ‘임태희 디자인스튜디오’ 대표(40). 그는 올봄 이색적인 주문을 받았다. “슈퍼 럭셔리 떡볶이집을 디자인해 주세요.” 서민용 분식의 대명사인 떡볶이를 호텔 주방장 출신 ‘셰프’들이 ‘요리급’으로 만들어 내놓는 식당을 개업할 테니 실내 디자인을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이 ‘저렴한’ 일거리에 처음엔 황당했지만 곧 흥분되기 시작했다. “저급과 고급이 충돌할 때 새로운 무언가가 생겨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싸고 저급한 디자인과 비싸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라는 양 극단 사이에 무수히 많은 디자인이 있다고 믿거든요.” 임 대표는 일명 ‘분식토랑(분식+레스토랑)’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떡볶이가 거리 분식이라는 점에 착안해 ‘포장마차’ 이미지를 끌어들였다. 포장마차에 사용되는 방수포가 ‘타폴린’이다. 임 대표는 빛을 투과하는 노란색과 흰색 타폴린을 조각보처럼 이어 붙여 가게 앞쪽과 실내 천장에 설치했다. 콘크리트 바닥 위의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노상에 천막을 치고 들어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노란색과 흰색 페인트를 칠해 실내 한쪽에 세워놓은 로드사인이 ‘바깥’ 분위기를 더한다. 실내 벽면 수납장 앞쪽엔 흰색 타폴린에 지퍼를 달아 놓았다. 이것 역시 포장마차의 지퍼 문에서 따온 것이다. “실내외 구분을 흐릿하게 해 실내가 바깥처럼 보이도록 한 거죠.” 그의 말대로 포장마차 안이 ‘안’이면서도 건물 ‘밖’ 거리라는 특징을 살린 디자인이란 느낌이다. 실내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로 훈련받은 학력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것일까. 임 대표는 덕성여대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고, 현업에 종사하는 사이사이 두 차례 일본에 가서 교토대 건축학 연구생 과정을 마치고 교토공예섬유대에서 건축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분식토랑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6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먹자골목에 77.62m²(약 23.5평) 규모로 문을 연 ‘플레이팟(Play Pot)’이다. 일부러 ‘싼티’를 낸 식당에서 유일하게 싼티가 나지 않는 곳이 주방이다. 셰프 차림의 ‘셰프’들이 주문을 받는 대로 깊은 냄비(pot)를 달궈 불 맛 나는 음식을 요리해 세련된 접시에 담아낸다. 가장 싼 ‘기리기리볶이’가 4000원, ‘커리크림 떡볶이’ 6000원, ‘까르보나라 떡볶이’는 6500원이다. “디자인은 돈이 많아야만 향유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누구에게나 디자인을 즐길 권리가 있죠. 디자인은 우아하고 비싼 게 아니라 즐겁고 싼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이 분식토랑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해외 디자인 전문 웹진들도 잇달아 플레이팟을 소개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트렌드 사이트인 ‘트렌드헌터’는 “이 현대적 스낵 카페는 특이한 디테일과 시선을 사로잡는 미학으로 가득 차 있다”고, 영국의 ‘디진’은 “플레이팟은 향수와 친숙함을 자극하고 독자적인 문화를 재창조하는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한글이 우수하다는 건 글꼴의 우수함을 얘기하는 겁니다. 한글만이 의도를 가지고 과학적인 토대 위에서 (발성기관을 본떠) 디자인된 글자입니다. 한글은 꼴과 기능이 한몸이죠.” 타이포그래피스트, 아니 글꼴 디자이너 안상수 씨(60)에게 한글은 디자인이다. 그가 존경하는 인물도 ‘디자이너’ 이도(李도), 세종이다. 그는 “우리 겨레의 가장 창의적인 디자인이 한글이고, 한글날처럼 구체적이면서 민족의 정체성을 또렷이 드러내는 유쾌한 국경일을 가진 나라는 없다”고 했다. ‘유쾌한 국경일’인 한글날에 즈음해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대 생활관 4층 그의 연구실 ‘날개집’을 찾았다. 12일 울산에서 열리는 한글문화예술제 ‘한글, 디자인 상상력을 말하다’에서 할 강연을 준비 중이었다. “한글은 글자 자체가 그래픽이에요. 현대적인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글자이죠. 들여다볼수록 문화적 자부심이 느껴지는 한글 형태의 힘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연구실 입구에 붙여놓은 부적 두 장이 눈길을 끌었다. 올 1월 타계한 한국화가 유양옥 선생이 생전에 선물로 그려준 것이라고 했다. 그의 연구실에 붙여놓으니 부적도 훌륭한 그래픽같이 보였다. 기다란 탁자에는 책이 한 권 놓여 있었다. 그 위의 그래픽이 눈에 들어왔다. 북두칠성 별자리 모양이다. “2007년 독일 라이프치히 시가 주는 구텐베르크상을 받았어요. 수상자들은 ‘구텐베르크 갤럭시’라는 시리즈의 책자를 한 권씩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올 3월 ‘세종과 구텐베르크 사이’라는 독일어 책을 출간했죠. 훈민정음에서 한자를 모두 지워 묶고, 책 말미에 훈민정음 독일어 번역본을 붙여 만들었습니다.” 구텐베르크 갤럭시 시리즈는 책의 판형이 구텐베르크 42행 성서의 판면과 크기가 같아야 하고, 표지에 수상자의 생월 별자리가 들어가야 한다는 제한 조건이 있다. 그는 물병좌이지만 “우주의 상징인 북두칠성이 더 맘에 들었다”고 했다. 구텐베르크상은 서적예술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그가 한국인 최초로 이 상을 받은 데는 1985년 발표한 ‘안상수체’의 힘이 컸다. ‘고딕과 명조의 독재를 끝장냈다’는 얘기를 듣는 안상수체는 초성, 중성, 받침의 모양과 크기가 어느 위치에 있든 모두 같다. “시각 디자인의 기초가 타이포그래피입니다. 자연스럽게 글자체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첫 닿자(자음)를 끝소리에 다시 쓰고 홀자(모음)도 자릿값을 갖는다는 훈민정음의 원리를 따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디자인이 나온 겁니다.” 그에게 한글은 그래픽의 소재이자 일상어이다. 약속 시간을 정할 땐 “쇠날(금요일) 늦은 3때(오후 3시) 뵐까요?”라고 한다. ‘날개집’이라는 ‘당호(堂號)’도 좋아하는 작가인 이상의 소설 ‘날개’에서 따왔다. 아들은 ‘ㅁ’을 돌림자로 써 미르와 마노, 손자와 손녀는 ‘ㅂ’을 써서 비롯과 빔으로 지었다. “일상생활에선 한글 전용론자예요. 하지만 지식인으로서 한자를 모르면 큰 보물을 잃는 것과 같지요. 한자는 동양의 라틴어잖아요. 이 터전에서 나온 신생 글자가 한글이고요.” 그의 여러 직함 중 하나가 서울국제타이포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글자를 소재로 한 세계 유일의 비엔날레다. 2001년 그가 제안해 처음 열렸고, 10년 후인 2011년 부활했다. 그는 3대째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내년 9월경 열리는 제3회 행사는 문학과 타이포그래피의 융합을 주제로 펼쳐질 예정이다. 올 8월 정년을 5년 남겨두고 그는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라는 직함을 내려놓았다. 타이포그래피를 전문으로 하는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어서다. “네덜란드 타이포 공방을 참고해서 구상하고 있어요. 메이저만 있는 세계보다는 작은 대안이 존재하는 세계가 문화적으로 건전하다고 믿습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가 설계한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저택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 라이트는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독일의 미스 반데어로에와 함께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그의 대표작이다. 25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빌딩 보존회’에 따르면 1952년에 완공된 이 저택은 라이트가 아들 데이비드에게 지어준 집이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업자가 올 6월 180만 달러(약 20억 원)에 사들여 집을 허물고 고급 저택 두 채를 짓기로 하면서 철거 위기를 맞게 됐다. 건축 전문가들은 이 저택이 라이트가 구겐하임 미술관의 특징인 나선형 구조를 거주용 건물에 적용한 유일한 건축물로, 라이트의 대표작 20선에 포함된다고 평가한다. 라이트는 이 집을 완공한 뒤 4년 후인 1956년 구겐하임 미술관을 짓기 시작해 1959년 완성했다. 보존회는 피닉스 시가 이 작품을 역사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랜드마크로 지정하도록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건축가협회 피닉스지부, 애리조나 보존재단, 내셔널 트러스트 등도 철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피닉스 시 역사보존위원회는 17일 이 작품을 랜드마크로 지정하라는 권고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피닉스 시 도시계획위원회도 다음 달 초 이 저택의 랜드마크 지정이 적절한지를 심의할 계획이다. 피닉스 시의회는 보존위와 도시계획위의 결정을 참고해 11월 7일 랜드마크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랜드마크로 지정되면 3년간 철거가 유예된다. 보존회는 이 저택의 영구 철거를 막기 위해 이 집을 보존할 의향이 있는 새로운 소유자를 찾고 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milk’를 발음하는 법은? 정답은 ‘미역’이란다. ‘milk’는 ‘젖을 짜다’라는 뜻의 게르만어 ‘meolc’에서 나온 말이다. 따라서 이 책을 ‘우유의 지구사’로 읽으면 안 된다. 젖은 모든 포유류의 어미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밀크’를 ‘우유’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19세기 밀크의 산업화 때문이다. 자칭 ‘역사인류동물학’ 전문가인 저자가 우유, 아니 ‘밀크’의 세계사를 고소하게 써냈다. 감수를 맡은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한국 우유의 20세기사’를 덧붙였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미국대사들에겐 관저에 전시할 미술품을 고를 멋진 기회를 줍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에 부임한 후부터 아내와 전시회를 준비했어요.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아내와 협상하는 게 북한 사람들과 협상하는 것보다 힘들더군요.” 성 김 주한 미국대사(52)가 21일 오후 새 미술품으로 단장한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를 공개했다. 미 국무부는 자국의 미술을 홍보하기 위해 1964년부터 전 세계 미국대사관저에 미술품을 전시하는 ‘아트 인 앰버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사는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에서 작품을 대여 받아 재임 기간 관저에 전시한다. 김 대사는 “한국에 부임한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방한, 북한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결혼 등으로 무척 바빴는데 그중 이번 전시회 준비가 가장 즐거웠다”며 새로운 컬렉션을 소개했다. 김 대사가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한 부인 정재은 씨와 고른 작품은 작가 12명의 작품 19점이다. 역대 주한 미국대사들의 컬렉션과 달리 한국 국적의 미술가 작품이 많다. 12명 가운데 9명이 한국인이고 나머지 3명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또 작가들의 절반가량이 20, 30대일 정도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이날 행사에는 한승주 전 주미 대사,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최효준 경기도미술관장, 박강자 금호미술관장,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 김경근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유희영 전 서울시립미술관장, 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 학장,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대표이사 회장 등 각계 인사 80여 명이 참석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서울은 풍경이 아름다운 도시였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에 서 있든 빌딩만 보입니다. 빌딩이 풍경을 가리는 건 현대화가 아니라 문화의 쇠퇴입니다.” 올해 5월 중국인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왕수(王澍·49·사진) 중국미술학원 건축예술학원장의 말은 직설적이었다. 20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12회 김옥길 기념강좌 ‘건축의 지역성을 다시 생각한다’ 참석차 방한한 그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처음 방문한 서울에 대해 “기본적인 미감(美感)을 잃어버린 상태”라며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중국의 대도시들에 비하면 서울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 쪽”이라며 가파른 경제 성장세에 맞춰 쭉쭉 뻗어 올라가는 중국의 대형 건축 붐을 비판했다. “서구는 이미 고층 상업 빌딩에 반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경쟁적으로 고층 빌딩을 짓고 있어요. 이는 미래를 망치는 일이고 남이 버린 걸 줍는 어리석은 짓입니다.” 왕 원장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태어나 난징(南京)공학원 건축과를 졸업했고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료 건축가인 부인 루원위(陸文宇) 씨와 ‘예위(業餘·아마추어) 건축공작실’을 운영하며 전통 가옥의 폐자재를 활용하고 고전 산수화 기법을 설계에 접목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는 회사 이름에 대해 “하나만 파고드는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기 싫은 데다 아직 배울 것이 많아서 지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중국 변방 출신 건축가가 프리츠커 상을 받자 건축계에서는 “아시아의 지역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세계 건축계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왕 원장은 “서구가 동양의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서구 문화에 주눅 들어 있던 동아시아가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 건축 문화의 핵심은 자연을 존중하는 윤리적인 건축입니다. 사람보다 자연을 우위에 두어야 합니다. 요즘 말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가치와도 부합하는 전통이지요. 서울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파괴하는 건축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로 남아 사람의 심리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왕 원장은 주류 서구 건축계와 단절된 자신의 이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항저우를 제2의 고향으로 택한 이유가 “중국 전통 예술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학 졸업 후 10년간 중국 전통 가옥을 짓는 장인들을 따라다니며 공사장에서 일했는데 이는 “대학에서 배운 서양 건축 기법을 잊기 위해서”였다. ‘중국인 최초로 프리츠커 상을 받았다’는 소개말에 대해 “역대 일본 수상자들은 스스로를 유럽인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아시아인 최초로 받은 것”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그가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을 때 “개인 실력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나라를 보고 준 것”이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왕 원장은 “나는 중국 건축계에서도 비주류다. 중국 건축가협회도 내가 프리츠커 상을 받았을 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짧게 언급했다. 이날 강연에는 왕 원장 외에 2010년 프리츠커 상 수상자인 일본의 니시자와 류에, 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한중일 3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연단에 섰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중국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에 짓고 있는 74층짜리 빌딩 ‘둥팡즈먼(東方之門)’.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회사인 RMJM이 터보엔진을 달아놓은 듯 거침없이 질주하는 중국 경제에 대한 오마주로 설계한 작품이다. 그래서 4억4500만 파운드(약 8055억 원)짜리 이 건축 작업엔 ‘중국의 개선문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건물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중국 내에서는 “개선문이 아니라 밑위길이가 짧은 바지 같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여자 모델의 상반신에 이 건물을 바지처럼 합성해놓은 사진도 돌고 있다. 영국 디자인 전문 잡지 ‘디진’은 최근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 같은 건축물’ 여섯 가지를 소개했다. 이 중에서도 올해 말 완공되는 둥팡즈먼을 둘러싼 논란이 가장 뜨겁다. 상하이데일리는 “개선문인가 바지인가”라는 기사를 실었고 신화통신도 “바지라고 불리는 새 고층타워”라고 보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동방의 문이 아니라 동방의 바지다” “건물 사이로 지나가면 남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는 듯 수치심이 느껴질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팔리지 않을 설계가 중국에선 높은 가격에 팔린다” “중국은 언제까지 우스꽝스러운 아이디어를 가진 해외 건축가들의 놀이터가 돼야 하는가”라는 등 중국의 주요 건축 프로젝트를 외국 건축가들이 차지하는 현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여섯 가지 건축물 중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빌딩도 2개 포함돼 있다. ‘벨로 타워’는 두루마리 휴지 몇 개를 쌓아올린 듯하다는 평가를, ‘더 클라우드’는 9·11테러로 무너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사고 당시 모습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 프랑스의 거장 장 누벨이 카타르 도하에 설계한 타워는 남자 성기를 연상케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공원을 설계한 이라크 출신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폴란드 바르샤바 ‘릴리움 타워’는 체내형 생리대를 닮아 ‘바르샤바의 탐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박물관은 욕조를 닮은 설계로 눈길을 끌고 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영화 ‘피에타’로 8일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52)이 “문재인의 국민이 되어 대한민국에 살고 싶다”고 밝혔다.김 감독은 10일 언론사에 보낸 편지글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축하 인사를 전해온 정치 문화계 인사를 언급한 뒤 “그중에서 특히 진심이 가득 담긴 감동적인 긴 편지를 보내주신 문재인 님의 편지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문재인 님이 고름이 가득 찬 이 시대를 가장 덜 아프게 치료하실 분이 아닐까 생각하며 저는 문재인의 국민이 되어 대한민국에 살고 싶다”고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인 문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문 의원은 9일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 감독이 최근 자신을 ‘존경하고 배우고 싶은 인물’로 꼽은 점을 거론하며 김 감독에게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건축 분야의 파워라이터인 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가 4월에 낸 ‘사라진 건축의 그림자’를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썼다. 전작에 나오는 부제 ‘전통건축 그 종의 기원’이 진화론에 기반을 둔 저자의 접근법을 짧게 요약한다. 한국 고건축의 아름다움 하면 곡선미를 떠올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인의 버선코처럼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와 신체치수 ‘37-49-43cm’로 미술사학자 고유섭이 ‘완만한 곡선’이라고 표현했던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이다. 이 곡선미는 한국인의 뛰어난 안목과 미의식의 산물이라는 게 미술사학자들의 해석이다. 도면을 그려 건물을 올려 짓는 일을 업으로 하는 건축가가 이 대목에서 딴죽을 건다. 과연 목수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추녀를 들어올리고 배불뚝이 기둥을 만들었을까. 현대건축 전문가인 저자는 해답을 얻기 위해 오랜 세월을 견디어 살아남은 고건축의 유구(遺構)와 해외 건축 사례에 자신의 논리를 더해 퍼즐 맞추기를 시도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추론은 고건축의 생김새가 비와 바람과 중력을 견뎌 단종(斷種)과 멸종(滅種)의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적화의 산물이라는 것. 고건축의 아름다움은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얻게 된 우아한 결과물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추녀 얘기부터 들어보자. 추녀는 멀리 허공으로 뻗어 있는데 이는 구조적으로 위험하고 시공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기를 쓰고 멀리 뻗으려는 이유는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래야 건물을 받쳐주는 기둥이 비에 젖지 않기 때문이다. 비가 그치고 햇빛이 비칠 땐 기둥도 말라야 한다. 추녀를 쳐들면 그만큼 기둥 아래가 더 많은 빛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중국 고건축의 추녀가 남쪽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가파르게 치솟아 있는 이유도 설명해준다. 저위도 지역에선 태양이 높이 뜨기 때문에 추녀도 그만큼 들려 있어야 기둥 아래가 햇빛을 받을 수 있다. 다음은 배흘림기둥 차례다. 혜곡 최순우 선생이 기대어 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는 그 기둥이다. 기둥의 중간 부위를 굳이 불룩하게 다듬어 놓은 이유는 중간 부분이 가늘어 보이는 착시현상을 보정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저자는 주초를 만들기 위한 돌의 가공작업량을 줄이기 위해 굵은 나무 기둥을 적당히 깎아놓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나무를 깎는 것이 돌을 다듬는 것보다는 쉬운 작업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며 비전공자로서 ‘민족 신앙’처럼 굳건한 고건축의 미의 근원을 따져든 데 대해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치열하고 절박한 작업의 결과물이 아니면 그 대상은 아름다울 수 없다”는 저자의 결론은 한국 미술사의 큰별 혜곡 선생이 무량수전에 대해 “이것은 족히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라고 했던 분석과 다르지 않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