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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진영 논설위원입니다.

ecolee@donga.com

취재분야

2026-02-24~2026-03-26
칼럼100%
  • [300자 다이제스트]건축분야에 위대한 영향 끼친 100가지 영감

    건축 분야에 영향을 준 아이디어 100개를 연대순으로 정리했다. 거창한 철학보다는 소박한 것이 많다. 첫 번째는 ‘벽난로’다. 방마다 벽난로를 놓게 되면서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어 바닥, 벽, 기둥과 보, 문, 창문, 벽돌 순으로 설명이 이어진다. 미니멀리즘의 슬로건 ‘적을수록 많아진다(Less is more)’, 기능주의자들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같은 표어도 100개의 아이디어에 포함된다. 썩 괜찮은 건축 입문서이나 아이디어마다 설명이 2쪽 분량이어서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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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현대건축의 산실 ‘공간’ 끝내 부도

    한국의 1세대 건축설계업체로 꼽히는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공간건축)가 최근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부동산 장기불황의 여파가 설계업계 등 연관 분야로 급속히 번지고 있는 것. 특히 건축설계업계를 대표하는 원조 격인 공간건축의 추락은 건축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4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공간건축은 지난해 12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이어 이달 2일 부도를 냈다. 법원은 다음 주 기업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 건축설계의 거장인 고 김수근(1931∼1986)이 1960년 설립한 공간건축은 6·25전쟁 직후 황무지에서 한국 현대 건축의 토대를 닦았다. 김원 승효상 등 60대 이상 주요 건축가들의 절반가량을 배출해낸 산실이기도 했다. 국내 건축설계업계를 상징하는 업체답게 공간건축은 50년 동안 서울 충무로 경동교회, 남산타워호텔을 비롯해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서울법원종합청사 등 주요 건축물을 다수 설계했다. 특히 담쟁이덩굴과 검은 벽돌, 투명한 유리가 어우러진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건축 사옥은 현대건축물의 백미로 꼽힌다. 공간건축은 외환위기 이후 일반 건축물과 해외시장에 눈을 둘렸다. 특히 각종 기관의 청사, 문화회관 등 공공건물 수주에 치중하며 2000년 이후 서울 중앙우체국청사, 용산구청사, 마포구청사, 경기 고양아람누리, 제주 4·3평화기념관 등을 설계했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공공 건축물 수주가 어려워지면서 경영난에 시달렸다. 지난해 7월 자회사인 ‘공간사’에 매년 5억 원씩 지급하던 지원금을 끊어 1966년 창간한 국내 최고(最古) 종합예술전문지 ‘공간(SPACE)’이 폐간 위기를 겪기도 했다.특히 최근 무리하게 뛰어든 리비아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중동 시장에서 용역 대금을 회수하지 못했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파이시티(옛 화물터미널) 복합물류단지 개발사업에 참여했다가 설계비용을 받지 못하자 자금 사정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공간건축이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550억 원가량으로 금융계는 추산한다. 공간건축 관계자는 “건설경기 위축 등으로 직원 월급을 제때 못 주는 대형 설계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건축사무소 1곳당 설계업무를 따낸 실적이 평균 3건이 안 된다”면서 “국내 건축사 1만여 명 중 60%가 한 해에 1건꼴로 설계를 맡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설계업계 등 연관업계의 밑바닥 경기가 더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공간건축의 부도는 김수근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정임수·이진영 기자 imsoo@donga.com}

    • 201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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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세군 자선냄비 51억 모금 사상최고

    한국 구세군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진행한 ‘2012년 자선냄비 모금 활동’을 통해 모두 51억2833만 원을 모금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당초 목표액인 50억 원을 초과한 액수이며, 1928년 시작된 자선냄비 모금 활동 역사상 최고 금액이다. 2011년에는 48억8712만 원을 모금했다. 이번 모금 활동 기간에는 익명의 후원자가 자선냄비 계좌로 1억 원을 보내오고, ‘신월동 주민’이라고 밝힌 익명의 후원자가 서울 명동의 구세군 냄비에 1억570만 원짜리 수표를 넣고 사라져 화제가 됐다. 국민은행은 4억3000만 원, 현대해상은 3억 원, 금융감독원과 26개 금융기관은 6억 원을 각각 기부했다. 또 신용카드를 활용한 디지털 자선냄비가 처음 도입돼 모금 활동을 도왔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1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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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주제는 ‘거시기, 머시기’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는 2013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를 ‘거시기, 머시기’로 확정해 28일 발표했다. 영문으로 ‘Anything, Something’, 한자로는 ‘以心傳心(이심전심)’이다. 2013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이영혜 총감독(59·디자인하우스 대표이사)은 “거시기, 머시기는 디자이너에게 ‘것이기, 멋이기’로 읽힐 수 있다. 일상적이거나 보편적인 것(Anything)도 디자이너의 몫이지만, 사용자의 취향과 특성을 감안해 창의적인 무언가(Something)를 만들어 가치를 높이는 작업도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시기, 머시기는 모호한 듯하나 ‘서로 통한다’는 공감 정서를 자극해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 상대를 다가오게 한다”고 덧붙였다. 5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내년 9월 6일부터 11월 3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광주시내 일원에서 펼쳐진다. 내년 1월 15일까지 이번 행사의 로고와 포스터를 공모한다. 1등 상금 1000만 원, 2등 500만 원, 3등 250만 원. campaign.naver.com/gwangjubiennale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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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학]건축이 거는 최면, 느껴본 적 있나요?

    “우리는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 건축하는 사람들이 즐겨 인용하는 문장이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1940년대 전후 의회 건물 재건축과 관련한 연설에서 한 말로 알려져 있는데, 사람들이 건축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뜻을 담았다. 그런데 이상현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49)는 “처칠이 말한 ‘우리’는 ‘그들’과 ‘우리’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새 책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효형출판)에서 이렇게 고쳐 썼다. “‘그들’이 건물을 빚어내고, 건물은 ‘우리’를 빚어낸다.” “건축은 인간의 불평등을 구현하고, 유지하고,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건축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 교수는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의 건축을 예로 들었다. 당시 건물을 만든 ‘그들’은 양반들이었다. 그들은 △행랑채 앞마당에 선 하인이 사랑채 주인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도록 사랑채 바닥을 돋우어 짓고 △제사 공간으로 오르는 계단의 디딤판 폭을 좁게 만들어 몸을 옆으로 돌려 조심조심 오르게 길들였으며 △경복궁에 금천을 흐르게 함으로써 왕과 신하의 공간을 구분했다. 건축을 통한 길들이기와 저항은 독일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와 한스 샤룬의 작품을 비교하면 명확해진다. 히틀러의 제3제국에서 건설부 장관을 지낸 슈페어는 설계하는 건물마다 중앙에 주조를 배치하고 열주랑과 높은 기단을 썼다. 균형과 안정감을 갖춘 권위주의적 건축을 통해 히틀러의 제국이 영원하리라 착각하도록 독일인을 길들인 것이다. 반면 샤룬의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에는 나치의 선전도구로 쓰인 건축에 있던 주조도, 기단도, 열주랑도 없다. 야구장처럼 여러 개의 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서게 되며 공연장 내부도 구역별로 잘게 나뉘어 있다. “다수가 한자리에 모여 질서정연하게 한곳을 바라보는 공간 구조는 나치에 대한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생각한 거죠. 나치 식 길들이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담은 건축입니다.” 샤룬이 건축으로 나치즘을 반성했듯, 건축은 선한 의도를 가질 수 있다. 이 교수는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설계한 월트디즈니 콘서트홀(2003년)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 작품은 부정형의 곡면 디자인이 특징이다. “인종 갈등이 치열한 사회에서 모든 이에게 환영받으려면 아무도 전에 본 적이 없는, 그래서 과거의 불편한 기억을 누구도 떠올릴 수 없는 형태를 찾아야 했고, 그러한 가치중립적 형태가 곡선이었습니다. 이 건축물에 상을 준다면 프리츠커 상이 아니라 노벨 평화상을 주는 게 맞을 겁니다.” 결국 건축가란 ‘길들여진 인간’들을 깨우고 새로운 가치를 선언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 책에는 건축가 김인철의 ‘숲에 앉은 집’이 나온다. 이 집은 60m 길이의 직선 복도를 따라 방들이 늘어서 있다. 한쪽 끝에서 다른 끝쪽 방으로 가려면 60m를 걸어야 한다. 속도의 시대에 ‘느리게 살기’를 제안한 것이다. 이 교수는 최근 완공한 서울시 신청사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새 시대에 어울리는 서울의 새로운 가치를 선언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게 없었고, 기능적인 부분을 포기하면서 심미성을 추구했는데 그것마저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 책은 전문적인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낸 수작이지만 여기 담긴 환경 결정론적인 시각은 불편하다. 같은 공간도 쓰는 사람에 따라 용도와 가치는 달라질 수 있는데 말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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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웹진 ‘디자인붐’이 선정한 ‘올해의 컨테이너 빌딩 10선’

    항구나 공장 야적장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엔 눈길이 머물지 않는다. 하지만 원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도심에 건축물로 자리 잡은 컨테이너는 낯설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브제가 된다. 컨테이너는 값이 싸고 구하기가 쉬우며 이동이 자유롭고 설치하기가 편해 실험적인 건축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즐겨 사용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가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적인 디자인·건축 전문 웹진 ‘디자인붐’은 ‘2012 컨테이너 빌딩 10선’을 최근 발표했다. 컨테이너 1개를 이용한 길거리 스낵바에서 78개를 이리저리 쌓아 규모 있게 조성한 농장까지 크기와 용도가 다양하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엔 컨테이너 박스 하나를 이용한 이동식 ‘스낵 박스’가 명물로 들어섰다. 전기 배터리와 발전기, 급수 탱크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이동식 피자집 브랜드인 ‘델 포폴로’는 차량용 컨테이너에 이탈리아 전통 화덕을 설치해 옮겨 다니며 즉석에서 피자를 구워낸다. 길이가 긴 컨테이너 박스 2개를 가로 세로로 차도 위에 쌓아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할 수 있는 스타벅스 매장도 있다. 일본 다이켄엠이티가 설계한 ‘주사위 사무실’은 1, 2층에 컨테이너 3개, 3층엔 2개를 쌓아 만들었다. 사무실의 용도가 달라지면 컨테이너를 이리저리 옮겨 쌓으며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컨테이너 집도 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겪은 미야기(宮城) 현에는 컨테이너를 활용해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방 여럿과 공동 거실을 갖춘 임시 숙소가 있다. 프랑스 전원에 들어선 ‘컨테이너 집 릴’은 컨테이너 8개를 2층으로 쌓은 것이다. 컨테이너 앞쪽이 꽉 차도록 문 달린 창을 내 전원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이 밖에 중국 산시(陝西) 성의 선박 컨테이너를 활용한 고급 호텔, 상하이(上海) 컨테이너 농장,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선박용 컨테이너를 쌓아 조성한 임시 도시가 올해의 컨테이너 빌딩 10선에 포함됐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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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의 건축이 궁금합니까” 영추포럼 1월 10일 강연회

    “북한처럼 건축이 국가의 사상에 연결된 곳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물다. 평양건축은 (최고지도자의) 신화를 만드는 매체로 나타나고, 그 신화는 국가의 잠재의식으로 숨 막히게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독일 건축가 필립 뭬제아가 올해 엮어 낸 ‘이제는 평양건축’(담디)에서 한 말이다. 이 같은 북한의 건축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볼 기회가 마련됐다. 2003년부터 황두진건축사사무소가 격월로 개최해온 ‘영추포럼’이 내년에 ‘북한의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연중 강연회를 연다. 강사들은 모두 북한을 방문해 건축물을 설계 또는 연구했거나 사업 또는 관광을 통해 북한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내년 1월 10일 열리는 1회 강연은 근대건축사학자인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가 맡아 북한 건축의 역사와 실태를 개관한다. 2회(3월 14일) 강연엔 평양 과학기술대학을 설계한 이형재 정림건축 사장이 나와 북한 건축을 설계했던 경험담을 들려준다. 3회(5월 9일)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임동우 PRAUD 대표가 ‘변화하는 평양과 한국 건축가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한다. 임 대표는 지난해 발간된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효형출판) 저자다. 강연은 오후 7시, 연회비는 강사들의 저서를 포함해 20만 원, 1회 회비는 3만 원. www.djharch.com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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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물관 가는 255m 지하도, 대한민국을 흠뻑 느끼세요”

    “정식이 나오기 전 애피타이저를 드시는 기분으로 걸으면 좋을 겁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서울 지하철 이촌역을 잇는 지하보도 ‘박물관 나들길’이 27일 개통된다. 매년 약 300만 명이 이 박물관을 찾으며 이 중 60%인 180만 명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지금까지 이촌역에 내린 사람들은 지상으로 나와 회색 담장에 철조망을 얹은 미군부대 담길을 따라 걸어야 했지만, 이제는 전문 디자이너가 꾸며놓은 255m 나들길을 걸으며 박물관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됐다. 디자인을 총괄한 김영세 이노디자인그룹 대표는 “메인 박물관에서 정식 관람을 하기 전에 가볍게 전채요리를 먹는 느낌을 선사하고 싶었다”며 태극기를 소재로 한 디자인을 소개했다. 나들길로 접어들면 먼저 천장의 조명에 눈길이 간다. 검은 메탈 바탕에 설치된 흰색 조명들이 역동적으로 죽죽 뻗어 있다. 자세히 보면 조명은 태극기의 4괘인 건곤감리(乾坤坎離) 모양이다. 바닥엔 4괘 중 땅을 상징하는 ‘곤’이 반복되도록 화강석을 깔아 마무리했다. “디자인회의 때 바닥에 4괘를 깔겠다고 했더니 ‘태극기를 밟고 지나가란 말이냐’는 반론이 나왔습니다. 제가 1초도 망설임 없이 말했지요. ‘그럼 곤만 그립시다.’” 박물관을 향해 서서 볼 때 나들길의 오른쪽 벽은 태극, 맞은편 벽은 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을 형상화해 꾸몄다. 우선 알루미늄에 태극 선 모양을 따라 작은 구멍을 뚫고 뒤쪽에 조명을 설치해 구멍 밖으로 불빛이 태극 모양을 그리며 새어나오게 했다. 왼쪽엔 같은 원리로 박물관 소장품 모양의 불빛이 새어나온다. 나들길의 양쪽 벽면은 회색 톤이고, 천장과 바닥도 무채색이다. 이를 배경으로 양쪽 벽면에 뚫은 구멍으로 새나오는 불빛이 다양하게 변화하며 절제된 생기를 준다. 태극의 색깔을 배제하고 선만 살려놓으니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난다. 바탕 음악으로 깔리는 황병기 씨의 가야금 연주곡 ‘실크로드’가 ‘모던 코리안’ 스타일의 나들길 디자인을 살려준다. 박물관으로 걸어가는 8분간의 경험을 디자인하면서 김 대표가 고른 곡이다. “태극의 곡선은 한국인의 유연함을, 4괘의 직선은 강인함을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보면 볼수록 태극과 사괘가 절묘하게 어울려 한국인의 특성을 잘 나타내지요.” 김 대표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에 사업체를 두고 삼성전자 휴대전화, LG냉장고, 아이리버 MP3플레이어 등을 디자인한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다. 상업 제품을 디자인하는 틈틈이 한식 세계화 인증마크, 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 후원운동인 ‘예술나무’ 로고, 음주운전의 위험을 알리는 스티커 등 공공 영역의 디자인도 해왔다. 하지만 공적인 공간을 디자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나들길 프로젝트를 의뢰받고 “1km(255m×4)가 넘는 화폭에 대한민국을 담아보라는 주문을 받는 느낌이었다”며 아이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메모지에 나들길을 스케치한 것을 찍은 화면이었다. 의뢰를 받은 뒤 첫 스케치가 5분 만에 떠올랐다고 했다. “그동안 생각하고 연구하고 고민해뒀던 것들이 잠재돼 있다가 필요할 때 터져 나온 것이죠. 제 작품으로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거든요. 아이디어는 뭘 뒤져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평소의 축적과 필요할 때의 몰입이 중요하죠.”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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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낯설다고? 건축은 시간을 견디는 행위!” ‘삼청동길 전문 건축가’ 김헌 대표

    김헌 스튜디오 어싸일럼 대표(52)는 ‘삼청동길 전문 건축가’라는 별칭을 얻었다. 건축 심의가 까다로운 삼청동길에 그는 올해 하겐다즈 플래그십 스토어, 갤러리 겸 카페 ‘신태그마(Syntagma·통합체)’, 사진 갤러리 겸 카페 ‘보르텍스(Vortex·소용돌이)’를 잇달아 지어냈다. 이 밖에 정면을 한옥으로 설계한 건물과 갤러리도 짓고 있다. 그는 삼청동길 건축에 양적으로만 기여한 것이 아니다. 올 5월 삼청동 주민센터 옆에 들어선 신태그마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으며 ‘삼청동길엔 어떤 건축을 해야 하는가’라는 의미 있는 문제를 제기했다. 신태그마는 폐가와 주차장 터에 2개의 건물을 지하 1층, 지상 3층, 총면적 913.64m² 규모로 이란성 쌍둥이처럼 세운 건축물. 삼청동길 신축 건물의 높이 상한선인 12m를 꽉 채우는 현대식 신태그마는 바로 옆의 나지막한 ‘삼청동식’ 전통 찻집과 규모나 디자인 면에서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건축가 임재용 OCA 대표는 건축월간 ‘공간’ 12월호에서 ‘삼청동의 무너지는 풍경을 가속화하는 건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17일 만난 김 대표는 “삼청동길에 새 건물을 짓는다는 건 죄인이 될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삼청동을 보물처럼 여긴다. 이런 곳에 큰 규모의 신축을 의뢰받는다는 것은 질 것이 뻔한 게임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건축이란 자본행위다. 건축가의 철학 말고도 건축주의 욕구와 법규, 경제성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건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주어진 조건 안에서 삼청동길의 맥락을 새 건물에 반영하기 위해 애썼다고 했다. 건물의 정면은 석회암의 일종인 라임스톤을 여러 개 덩어리로 잘라 종이 접듯 앞뒤로 꺾임을 주어 처리했다. 삼청동길의 소박한 크기에 익숙한 사람들을 고려해 하나의 돌덩어리로 처리하지 않고 잘게 나눈 것이다. 바랜 듯한 돌의 색깔, 구불구불한 돌의 선도 삼청동길을 감안한 디자인이다. 김 대표는 삼청동길에 대해 ‘지워지기를 기다리는 곳’이라고 해석했다. “지금 삼청동길은 욕망에 들떠 있다. 사람들이 찾는 보행 중심의 길엔 상업적인 이해가 덮치기 마련이다. 대박을 기다리는, 과도기에 있는 곳이다.” 그는 “건축은 시간을 견디는 행위”라며 “변화해 가는 삼청동길에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살아남는 생명력을 가진 건물을 짓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공간’의 임 대표와의 논쟁에서는 ‘지금은 주변보다 스케일도 과도하게 크고 어울리지 않은 제스처일 수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 적절한 스케일과 제스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벽의 재료로 돌을 선택하고 컴퓨터를 이용해 도드라지는 디자인을 하기보다 배경이 되는 디자인을 택한 것도 시간성을 견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정면에선 건축가의 에고가 느껴진다. “건물이 직선으로 올라갔으면 더욱 억압적이고 권위주의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덩치가 큰데 외관이 덤덤하면 무표정한 보디가드 같아 보이지 않을까. 건축이란 사람들이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단조롭기보다 다양한 표정을 가져야 한다.” 신태그마의 내부로 들어서면 건축가의 이런 의도가 명확해진다. 신태그마가 딛고 있는 땅은 부정형이어서 건물 어느 곳에도 직각이 없다. 오른쪽 건물은 층고가 아주 높고, 왼쪽 건물은 반대로 아주 낮아 익숙한 스케일감을 흩뜨려버린다. 왼쪽 건물은 스킵 플로어를 사용해 몇 층에 와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기와를 인 소박한 가게들이 모여 있던 삼청동길은 번쩍이는 대형 브랜드 숍들로 서서히 교체되고 있다. 사람들은 “자본의 파괴력이 놀랍다”며 아쉬워한다. 개발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가꿔 나가야 할까. “삼청동길은 보행자들의 걸음을 멈추게 할 만한 곳이 없다. 사람들은 그저 지나갈 뿐이다. 세종문화회관의 계단이나 작은 공원처럼 보행자들이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포켓 스페이스’가 있었으면 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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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우산… 있다

    디자인 전문 전시회 ‘2012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12일 시작됐다. 디자인하우스 주최로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에서는 디자인 전문회사 100여 곳과 스타 디자이너, 신진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다양한 주제로 작품을 전시한다. ‘농사와 디자인 특별전’은 고급 농산물 시장의 등장을 반영한 전시로 사과 배 감귤 멜론 곶감 5개 과일을 브랜드화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한국콘텐츠관’에서는 문화재청의 후원으로 무형문화재 이수자들과 디자이너들이 협업해 꾸며놓은 최고경영자의 집무실과 접견실, 다실을 볼 수 있다. 매년 하나의 주제로 실험적인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디자이너스랩’에서는 30명의 디자이너가 ‘우산’을 소재로 만든 작품을 내놓았다. 13, 14일엔 코엑스 콘퍼런스룸에서 스타 디자이너 10명이 연사로 나와 디자인 경향과 노하우를 들려주는 세미나가 열린다. 윤선호 기아자동차 부사장, 김홍탁 제일기획 마스터, 박서원 빅앤트인터내셔널 대표, 임의균 슬로워크 대표, 이석우 송봉규 SWBK 공동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천재용 쌈지농부 대표, 문지훈 인터브랜드 대표이사, 제임스 파우더리 삼성전자 미디어 아티스트가 실용적인 크리에이티비티, 소셜 디자인과 그린디자인의 가치, 문화트렌드 속 디자인코드, 전략적 브랜드 관리 등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입장료 7000원. www.designfestival.co.kr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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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인테리어디자인賞 받은 카페 ‘시후담’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 갈대숲길을 따라 9번 게이트로 접어들어 100m 넘게 걷다 보면 왼쪽에 아담한 2층 갤러리 카페 하나가 나온다. 접이식 유리문 너머로 발길을 붙드는 것은 단정하게 뻗은 4층 나무탑과 지붕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도자기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통유리 안으로 건물 맞은편의 아담한 산이 통째 들어와 마치 인적 없는 산속에 탑이 고즈넉이 솟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아시아실내디자인학회연맹의 2012 아시아인테리어디자인어워드를 수상한 정기태 B613디자인팀 소장(38)의 수상작 ‘시후담’, 도자 갤러리 겸 카페다. “청담동이나 홍대 앞 카페와는 다른, 헤이리다운 공간으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도자를 올려놓는 전시대로 공간의 정체성을 표현하기로 했죠.” 아이디어는 엉뚱한 곳에서 떠올랐다. “퇴근 후 오전 2∼4시 TV 드라마를 봅니다. 당시 ‘공주의 남자’를 즐겨 봤는데 어느 날 여주인공 문채원이 사랑하는 남자 박시후를 그리며 돌탑에 가락지를 올려놓는 장면이 나왔어요. 아, 나도 탑을 만들어 지붕돌에 도자를 얹으면 되겠구나 생각했지요.” 시후담의 중심은 자작나무로 만든 탑이다. 탑신을 세우고 자작나무판을 겹겹이 쌓은 지붕돌로 4층탑을 올렸다. 1층에 1개, 2층에 4개가 놓여 있다. 전시 작품이 돋보이도록 존재감 없이 설계되기 마련인 여느 갤러리의 전시대와는 다른 전략이다. 속세와 멀리 떨어진 절집에 어울릴 법한 탑 주위를 돌며 도자를 감상하다 보면 과거도 현재도 아닌 모호한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시간의 누적과 몽환성은 정 소장 작품의 키워드다. 2009년 세계 도자 비엔날레에서 인기를 끌었던 곰방대 가마 조형물은 켜켜이 나무를 쌓은 오브제로 ‘여러 겹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나무’를 표현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뷰티숍 ‘피움 끌레’는 팔만대장경을 보관해놓은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느낀 누적의 미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카페 ‘페이지11’은 목성 주위를 도는 위성에 존재할 법한 생명체를 상상하다 만들어낸 하얀 선인장을 주요 오브제로 삼아 공간을 설계했다.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감독을 좋아해요. 인류에 존재하지 않은 시간과 존재했던 시간을 공존시키는 그의 이야기가 좋아요. 시간성을 두지 않으면 유행을 타지 않아 질리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정 소장은 2004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부식철판으로 마감한 주택 ‘에스 하우스’가 건축전문월간 ‘공간’에 소개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어린왕자’가 사는 별 ‘B612’의 옆동네 별에서 이름을 따온 회사 ‘B613디자인팀’을 차려 갤러리와 카페를 중심으로 건축과 실내 디자인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예전엔 제 디자인이 어떻게 보일지에 신경을 썼습니다. 요즘은 제가 설계한 공간이 주위와 어울려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 있으면 행복해지는 그런 공간이어야죠.”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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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이진영]中 문화유산의 보고 시안, 하이테크와 사랑에 빠지다

    중국엔 이런 말이 있다. ‘1만 년의 역사를 보려면 시안(西安), 1000년의 역사는 베이징(北京), 100년의 역사는 상하이(上海), 10년의 역사를 보려면 선전(深(수,천))으로 가라.’ 시안은 좋게 말하면 13개 왕조가 수도로 삼았던 유구한 역사의 도시, 나쁘게 말하면 진시황의 병마용이나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이야기로 먹고사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전공 교수는 “시안은 몰락한 귀족, 빛바랜 골동품 같다”고 혹평했다. 삼성이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 사상 최대 규모인 70억 달러(약 7조9100억 원)를 들여 내년 말까지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을 때 기자는 의문이 들었다. 삼성은 왜 과거의 도시로 가려 하는가.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중국 신화통신사가 공동 주관한 한중 언론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해 7년 만에 시안을 다시 방문하고는 의문이 풀렸다. 시안은 2000년 시작된 중국의 서부대개발 정책에 따라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시안 하이테크기술산업개발구에는 중국 국내외 기업 1만6000여 개가 입주해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라는 역사성을 살려 ‘디지털 실크로드’를 개척하고 있다. 시안에는 금융, 항공기 제조, 인공위성, 물류, 문화 등 이런저런 개발구가 6개 더 있다. 지난해 시안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3864억 위안(약 67조 원)으로 전년 대비 13.8% 증가했고, 소비시장 규모(1935억 위안)는 5년 전보다 2.4배 이상 성장했다. 시안의 성장 동력은 문화적 자부심과 중국의 3대 대학도시로서의 지적 인프라다. 도시가 활기를 띠자 인력들이 시안으로 몰려들고 있다. 시안자오퉁대를 나와 상하이의 정보기술(IT) 기업에 근무하던 류퉁하이(劉同海·31) 씨도 지난해 5월 시안으로 왔다. 그는 “엔지니어로서 시안은 기회의 땅이다. 게다가 시안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문화적 유산을 가진 곳이다”라고 말했다. 혁신으로 살아나는 시안을 보며 장안(長安·시안의 옛 지명)의 격자형 도시 구조를 본떠 만든 일본의 천년 고도 교토(京都)를 떠올렸다. 교토는 1869년 메이지 유신에 따른 도쿄(東京) 천도 이전까지 일본의 정치 사회 문화 중심지였지만 전통만 먹고사는 박제화된 도시가 아니다. 세계적인 게임회사 닌텐도, 평사원이 노벨상을 받은 시마즈제작소, 종합 전자부품 메이커 교세라 같은 세계적인 강소(强小)기업들이 모여 ‘교토식 경영’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서 ‘교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서 교토 경영모델의 강점으로 혁신성을 꼽았다. 이는 ‘교토중화사상’이라 표현되는, 교토의 문화적 자부심과 연결돼 있다. 시안 사람들이 보수적이고, ‘베이징 촌놈’ ‘근본 없는 상하이’라고 하듯 교토진(人)들은 도쿄(東京)를 ‘촌놈들 집합체’라고 비웃는다. 그래서 교토는 도쿄를 모방하지 않는다. 결코 남을 따라 하지도, 남이 따라오지도 못할 교토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고집하는 것이 요즘 화두인 혁신 경영의 모델이 된 비결이라는 것이다. 보수와 혁신, 가장 중국(일본)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이 공존하는 도시 시안과 교토를 보며 문화유산과 혁신의 마인드가 합쳐질 때 생겨나는 시너지의 폭발력을 생각했다. 첨단의 아이디어는 문화적인 정체성에서 배태된다. 그리고 천년을 이어져 내려온 도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부단히 움직여야 활력을 가질 수 있다. 이제는 삼성이 시안으로 간 이유를 알 것 같다. -시안에서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 201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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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의 정답은 층층이 다양한 저층 주상복합… 건축가 황두진씨 작품 ‘무지개떡’ 3층 건물

    ‘내 집 짓기’ 경험담이 잘 팔리는 요즘에도 그는 ‘저층 주상복합 건물이 도시 주거의 정답’이라고 주장한다. 지상 4, 5층 높이의 건물을 지어 1층은 상가, 중간층은 사무실, 위층은 주거용으로 하고 옥상에 정원을 만들어 ‘마당 있는 집’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키자는 제안이다. 일종의 상가주택 개념인데, ‘무지개떡 건축’과 ‘무지개떡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 출원도 했다. 황두진 황두진건축사사무소 소장(49)이 그다. “무지개떡 건물은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한 가지 용도로만 활용하는 ‘시루떡’ 건물에 상대되는 개념입니다. 주거와 상업, 업무 시설 등 다양한 용도의 시설을 층을 달리해가며 한 건물에 모아놓아 무지개떡이라고 이름 지은 것이지요.” 그가 서울 종로구 궁정동 길가에 지은 무지개떡 건물 1호 ‘더 웨스트 빌리지’(2011년)는 올해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았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하엔 갤러리, 1층은 카페, 2, 3층은 복층 주거 공간으로 완성했다. 처음엔 지상 4층으로 설계했지만 길 건너 청와대가 있어 1층이 깎이고 옥상정원도 허가가 나지 않았다. “건물은 길과 상호작용을 해야 도시가 살아납니다. 고층 아파트는 주위와 단절돼 있어 문제이지요. 그렇다고 전원형 모델인 단독주택이 아파트의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인의 약 83%가 도시에 삽니다. 도시를 제외한 대안, 도시에서 밀도를 무시한 대안은 솔루션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황 소장이 꼽는 상가주택, 아니 무지개떡 빌딩의 덕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직주(職住)근접으로 출퇴근 시간을 줄여주고 단독주택보다 에너지를 덜 쓰니 환경친화적인 모델이다. 1층에 한 번쯤 들어가 보고 싶은 식당이나 상점이 있으면 길이 살아나고 해가 지면 우범지역이 되는 다세대주택과 달리 안전하다. 상주인구를 확보할 수 있어 도심 공동화도 막을 수 있다. 그가 제안하는 저층고밀도 복합건물은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가 저서 ‘길모퉁이 건축’(2011년)에서 제안한 ‘길모퉁이 중간건축’과 비슷하다. 김 교수의 중간건축도 도시의 길모퉁이 이면에 면해 있으면서, 엘리베이터 없이 오르내릴 수 있는 높이에, 주거와 상업과 업무 공간이 섞여 있는 건물을 말한다. 황 소장은 “단독주택 하나하나는 환경친화적일지 몰라도 전체를 모아놓고 보면 가구당 점유 면적이 넓고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 도심의 아파트보다 결코 환경에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베스트셀러 ‘도시의 승리’(2011년)에서 주장했던 “도시가 전원보다 환경친화적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설명이다. 그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7층, 경기 과천에 3층 규모로 무지개떡 빌딩 2호와 3호를 짓고 있다. 과천 빌딩은 고 이윤기 씨의 딸인 번역가 이다희 씨 부부가 살 집이다. 1층과 2층의 절반은 카페이고 나머지 절반과 3층이 주거용이다. 옥상엔 작은 정원도 만들 계획이다. 무지개떡 건물 실험은 내년 4월 완공 예정인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충남 현대캐피탈 천안연수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속 배구팀을 위한 경기장을 지으면서 관중석 위쪽 빈 공간에 선수용 숙소를 지어 넣은 것이다. 새로운 ‘직주 근접’ 설계인 셈이다.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으며 한옥의 진화 방안을 모색해온 황 소장은 한옥에도 무지개떡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2009년 경기 이천시 휘닉스스프링스 골프클럽 게스트하우스를 지하 1층, 지상 2층(총면적 1868m²·약 565평) 규모의 한옥으로 완공한 바 있다. “도심에서 토지를 한 번 쓰고 마는(단층 건물을 짓는) 사치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여흥을 위한 건축밖에 안 되지요. 한옥도 다층화할 필요가 있습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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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한일관계’ 심포지엄 20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한일협력위원회(회장 남덕우 전 국무총리)와 동서대 일본연구센터(소장 정구종)는 20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새로운 한일관계의 구축을 향하여’를 주제로 한일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제1세션에서는 ‘2012년 한일 외교마찰·갈등의 배경과 시사점’을 주제로 이근관 서울대 교수와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석좌교수가 발표한다. 제2세션 ‘마찰과 갈등극복의 과제와 상호협력’에선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와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주필이 발표를 맡는다. 마지막 제3세션에서는 ‘글로벌 시대 새 한일관계 구축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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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레고레타 유작 살리자” 24일 홍대앞서 시민문화제

    멕시코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遺作)인 제주의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문화제가 24일 오후 3시 서울 홍익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열린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살리기 문화연대’와 주한멕시코인 모임이 마련한 이번 행사에는 건축가 승효상,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조한혜정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건물 보존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타카피’ ‘아폴로18’ 등 인디밴드와 멕시코 밴드, 성악가 박태종이 공연한다. 사진전과 철거 반대 서명 운동도 함께 진행된다. 2009년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들어선 이 건축물은 인근 앵커호텔의 모델하우스로 지어진 가설건축물로 지난해 6월 존치 기간이 만료돼 철거 대상이 됐지만 문화계 인사들은 문화적 가치를 주장하며 철거에 반대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도 한국 정부에 철거를 재검토해 달라고 공식 요청한 상태다. 064-741-1884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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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톡톡 튀는 한국집과 일본집 비교해보는 재미 제법 ‘쏠쏠’

    집을 들여다보면 주인의 삶이 보인다. 마을 문화란 이런 집과 집들이 모여 만드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집을 통해 양국의 건축 문화와 삶의 방식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16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2012 한일 현대건축 교류전: 같은 집 다른 집’. 새건축사협의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이 전시회엔 양국에서 주목받는 신진 건축가 5개 팀이 참여한다.한국에선 에이엔디(정의엽), 와이즈건축(장영철, 전숙희), 디아(DIA)건축(정현아), 디자인 그룹 오즈(신승수, 임상진, 최재원), 사이(박창현, 이진오, 임태병)가 작품을 선보인다. 사이의 전시 제목은 ‘20m²’. 사이가 설계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 중산층 주택의 부엌 면적이 20m²다. 마포구 서교동 원룸 아파트 1채의 면적이자, 경기 가평군 부잣집의 화장실 면적이기도 하다. 면적으로 치환되는 삶에 주목한 전시다와이즈건축은 금호동 다세대주택 ‘와이하우스’를 중심으로 재개발의 바람이 불어 닥친 서울의 달동네 이야기를 풀어 낸다. 디아건축은 집 밖에서도 마당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경기 용인시 흥덕지구 내 ‘용인주택’ 등을 통해 신도시 주택 문화를 소개한다. 에이엔디는 객실 다섯 개가 손가락 모양처럼 뻗어 나온 경남 거제시 펜션 ‘어그리나드’와 ‘2011 건축 베스트7’에 선정된 경기 양평군 문호리 주택 등을 선보인다. 디자인그룹 오즈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다세대주택과 송파구 문정동 보금자리주택을 통해 모여 사는 방법을 제시한다.일본에선 이키모노건축사, 나루세 이노쿠마 건축설계사무소, 다이켄엠이티, 스페이스스페이스, 류지 후지무라 건축설계사무소가 참여한다. 창문을 열면 동네 골목이 나오고 집 안 바닥에서 식물이 자라는 아틀리에, 13가구가 건물 내부의 공용 공간을 나눠 갖는 ‘셰어하우스’, 움직이는 건물인 ‘주사위하우스’, ‘주사위 오피스’ 등을 전시한다.한국 측 커미셔너인 임재용 건축사사무소 OCA 대표는 “이번 교류전은 양국 건축 문화에 존재하는 이질성과 동질성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건축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오후 1∼5시 서울 이화여대 ECC극장에서 참여 건축가들의 강연회가 열린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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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 에세이집 ‘서울의 건축’ 낸 최준석 씨…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다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건축이 미처 채우지 못한 상상의 여백들이죠.” 건축 에세이집 ‘서울의 건축, 좋아하세요?’(휴먼아트·사진)에 건축물의 양식이나 비례, 디테일에 관한 얘기는 거의 없다. 건축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아질수록 건축물의 보이지 않는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는 게 건축사사무소 나우(NAAU)를 운영하는 저자 최준석 씨(41)의 생각이다. 그는 영화 미술 음악 문학 등 예술 장르를 가로지르며 누구에게나 익숙한 서울의 건축물 28개에서 ‘보이지 않는 것’ 보기를 시도했다. 그 결과 시끄러운 종로거리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종묘 정전에서는 ‘침묵이 주는 소리’를, 수백 년간 한곳을 지켜온 경복궁 근정전에선 모빌에서 느끼는 바람의 움직임을 포착해냈다. 책에는 건축가 김인철과 조성룡의 작품이 둘씩 등장한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있는 김인철의 ‘어반 하이브’(2008년)는 맞은편에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교보타워와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어반 하이브는 3800개가 넘는 구멍을 벌집 모양으로 뚫어놓은 외벽 구조체가 특징이다. 건축가는 구조를 숨기는 교보타워와 반대로 구조를 과감하게 밖으로 드러내는 역발상으로 덩치가 몇 배나 큰 교보타워에 밀리지 않는 빌딩을 세울 수 있었다. 그가 설계한 서대문구 대신동 김옥길기념관(1999년)은 이화여대 총장과 문교부 장관을 지낸 교육자 김옥길을 내세우지 않고 ‘아무것도 기념하지 않음’으로써 기념관 주인공의 됨됨이를 두고두고 기억하게 만드는 명작이 됐다. 건축가 조성룡의 선유도공원(2002년)과 꿈마루(2011년)는 ‘봉인이 풀린 타임캡슐’처럼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도공원은 정수장 시설물을 생태공원으로, 광진구 능동 꿈마루는 국내 최초의 골프장인 서울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였다가 어린이대공원 관리사무소가 된 곳을 공원으로 고쳐 지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들입니다. 과거의 아주 작은 흔적도 지우지 않으면서 필요한 만큼만 지어 퇴적된 시간을 느낄 수 있죠. 새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특별한 새것이 됐습니다.” 그는 2008년 불에 탔던 숭례문 복원 결정도 아쉬워했다. 숭례문이 불에 타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처음으로 숭례문의 실재를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타고 남은 흔적을 유리로 씌워놓고, 밤에는 과거의 잔상을 홀로그램으로 투사해 숭례문을 추억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사라져버린 것은 사라짐 그 자체를 드러냈을 때 가장 강한 풍경이 된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아내 및 두 딸과 건축물을 보러 다니는 저자는 “서울은 지루하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도시의 가치는 거대한 랜드마크나 화려한 건축에 있지 않습니다. 낡은 골목길 모퉁이 벽, 많은 사람의 손때가 묻은 공원 난간, 칠이 벗겨진 쇠창살처럼 상상과 환상을 자극하는 것들이 도시를 의미 있게 하지요.”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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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 날개처럼∼ 43살 낙원상가아파트, 79m²공간 유쾌상쾌 변신

    미디어 아티스트 민세희 랜덤웍스 대표(37)의 집에 들어서면 ‘시차’ 때문에 잠시 멍해진다. 지난달 입주한 그의 집은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아파트 10층에 있는데 1970년대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건물 외관과는 달리 현관문을 열면 21세기 첨단 갤러리 같은 공간이 펼쳐져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민 대표가 유학 시절 만난 ‘아는 동생’ 안기현(36) 이민수(32) AnL스튜디오 공동소장은 올여름 민 대표로부터 “집 같은데 집이 아닌 공간으로 고쳐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79m²(약 24평) 넓이의 아파트를 오피스텔로 리노베이션하는 작업이었다. “낙원(樂園)이라는 건물 이름과 고객의 낙천적 성격에서 날개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집에 날개를 달아주기로 했죠. 비행기 날개가 지나가는 곳은 공적인 공간, 즉 일하는 곳이고 나머지가 사적인 공간이 되는 겁니다.” 당호는 자연스럽게 ‘비당(飛堂)’, 영어로 ‘하우스 윙’이 됐다. 지난해 세계적인 지식축제 TED 콘퍼런스에서 한국인 최초의 펠로 자격으로 강연해 주목받은 집 주인에게 ‘날개를 단 듯 성공하라’는 덕담을 디자인으로 건넨 것이다. 안방과 주방, 화장실은 그대로 두고 거실과 왼쪽의 작은 방을 터서 일하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천장의 드롭 실링을 뜯어내고 구조를 노출시켰더니 공간감이 확 살아났다. 콘크리트 구조와 가스관, 전기 배선을 그대로 드러낸 천장에 중밀도섬유판(MDF)으로 만든 비행기 날개를 설치했다. 조명 시설이 들어간 이 날개는 현관에서 출발해 왼쪽 날개는 작은방을 터서 만든 서재로 향하고, 오른쪽 날개는 거실 가운데에서 오른쪽으로 사선을 그리며 날아가다 창문 앞에서 벽을 타고 내려가 아래로 접혀진 책상이 된다. 마치 현관 밖에서 누군가 날려 보낸 종이비행기가 창문 앞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낙원상가아파트’라는 맥락은 비당을 더욱 신비로운 공간으로 만든다. 1969년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준공된 이 건물은 개발 만능주의 시대가 낳은 흉물로 손가락질받았다. 도로 위에 빌딩을 짓는다는 황당한 발상은 당시에도 도로법과 건축법상 위법 시비를 낳았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의 독특한 도시 풍경을 그려내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근대 시기의 부조리함과 들썩거림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오영욱 오기사 디자인 대표). 잘 지은 건물만 랜드마크가 되는 게 아니다. 하우스 윙에서 가장 부러운 부분도 도로 위에 세워진 건물만이 누릴 수 있는 전망이다. 창문 밖으로 막아서는 건물 없이 시야가 툭 틔어 있다. 창을 내다보면 정면에 북한산이 보이고 왼쪽에 청와대, 오른쪽에 교동초등학교 교정과 종묘까지 다채로운 서울 풍경이 펼쳐져 ‘반전’ 디자인에 재미를 더해준다. 민 대표는 “집 안 어디에 있든 재미있는 정경이 펼쳐져 일할 맛이 난다”며 “하지만 날개가 실용적 용도 없이 장식물에 그친 점은 아쉽고 날개 위로 먼지가 쌓일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건축공학을, 이 소장은 실내디자인을 전공했다. 컨테이너를 이용한 인천대교 전망대 ‘오션스코프’로 2010 레드닷어워드 베스트오브베스트상을 수상했고, 최근엔 서울 종로구 누하동 가로 4m, 세로 6m의 손바닥만 한 땅에 3층으로 지어 올린 주택 ‘몽당(夢堂)’으로 주목받았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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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가 말을 건다… 11월 8∼14일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제4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다음 달 8∼14일 서울 이화여대 ECC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도시’를 주제로 제작된 7개국 작품 12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터키의 임레 아젬 감독이 연출한 ‘에쿠메노폴리스(Ekumenopolis)’다. 1980년대 터키 이스탄불의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인한 후유증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에쿠메노폴리스’란 인구 증가와 교통의 발달로 지구상의 거주면적이 도시로 뒤덮여 세계도시(universal city)화하는 경우를 가정한 개념이다. 아젬 감독의 첫 연출작으로 지난해 제6회 로테르담 건축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 밖에 폐막작 ‘코추’(일본)를 비롯해 ‘위대한 유산’(스웨덴), ‘브라질’ ‘위대한 침묵’, ‘판타스틱 플래닛’(이상 프랑스), ‘얼바니제이션 인 차이나’(중국), ‘하루에 다섯 도시 다섯 장소’(미국) 등 시공을 초월해 도시를 탐험한 영화들이 준비됐다. 국내 영화로는 지난해 타계한 정기용 건축가의 마지막 여정을 담은 ‘말하는 건축가’(정재은 감독), ‘바람불어 좋은 날’(이장호·1980년), ‘상계동올림픽’(김동원), ‘모래’(강유가람) 등 4개 작품이 상영된다. 영화가 끝난 뒤엔 건축가와 감독들이 참여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관람료 8000원. 상영일정표와 ‘관객과의 대화’ 참여 인사는 www.siaf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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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틈새호텔을 아십니까

    도심에 건축물 하나 지어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누구나 기념비적인 무언가를 떠올릴 것이다. 더구나 실용적인 기능이 없는 장식용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광주 비엔날레의 폴리(folly·실험적 공공건축물) 프로젝트 작품을 의뢰받은 형제는 1.2t짜리 봉고 트럭을 개조한 1인용 호텔을 내놓았다. 눈에 확 띄는 영구적 기념비와는 거리가 멀다.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데다 어느 골목에 자리 잡아도 튀지 않도록 위장용 가림막까지 쓴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 씨(50)와 건축가 서을호 서아키텍스 대표(48)의 ‘틈새호텔’이다. “예술가들은 자기 작품이 랜드마크가 되길 바라죠. 하지만 랜드마크를 이어주는 틈새 공간이 없으면 도시가 성립할 수 없어요. 모세혈관이 없으면 죽는 것과 마찬가지죠.”(서 작가) 형제는 ‘반(反)기념비’적이고 ‘이동하는 집(mobile home)’이라는 역발상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의 죽은 공간 살려내기를 시도했다. 광주시내를 조사하고 인근 주민의 허락을 받아 틈새호텔이 주차할 만한 12곳을 골라냈다. 반경 500m 안에 있는 식당 세탁소 편의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부대 서비스를 제공할 서포터스도 선정했다. 투숙객은 호텔 내 키오스크에서 부대시설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전 투숙객이 남긴 체험담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달 11일까지 이어지는 비엔날레 기간에는 예약자 25명을 대상으로 무료로 실험 운행을 하고 있으며 내년 2월경부터는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간다. “틈새호텔이 머무는 지역의 특징에 따라 호텔 겉면에 붉은 벽돌이나 전단이 붙은 벽 모양 등의 자석 패턴을 붙였다 떼었다 해요. 도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위장하는 거죠. 내부엔 호텔이 갖춰야 할 모든 시설이 있습니다.”(서 대표) “여행객은 틈새호텔에서 광주의 일상을 경험하고, 주민들은 틈새호텔로 일상의 공간을 새롭게 발견합니다. 이방인의 하룻밤 삶이 소원했던 이웃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서 작가) 영국 런던에 사는 서 작가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동생과 함께 종종 작품 활동을 한다.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돼 집을 소재로 공동 작업한 ‘청사진(blue print)’을 선보였다. 서울 청담동 하이트맥주 본사 미술관(2010년)에 이어 내년 초 완공되는 경기 용인시 현대·기아자동차 마북연수원의 리노베이션과 설치 작품을 맡아 협업하고 있다. 하이트 본사의 지하 1층, 지상 2층 공간을 수직으로 연결한 대형 전시 공간엔 목말 탄 소형 인물상 11만 개를 줄줄이 8m 높이로 쌓아올린 작품 ‘인과’가 있다. 마북연수원에는 현대·기아차 직원 13만 명의 얼굴 사진을 초대형 화면에 뿌리는 ‘who am we’를 설치했다. “작은 부품 하나라도 없으면 차가 굴러가지 않듯, 직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제목은 개인과 집단의 구분이 불분명한 우리 문화를 반영한 거예요.”(서 작가) 가정을 이룬 형제가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머리를 맞대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서울 성북동 한옥에서 자랐어요. 아버지(동양화가 서세옥)께서 창덕궁 연경당을 모델로 대목장 배희한 씨에게 의뢰해 7년에 걸쳐 지으셨죠. 아버지는 마당에 나무 한 그루를 심을 때도 각도를 세심하게 틀어가며 자리를 정하셨어요. 어머니는 왼손잡이인 제게 왼손잡이용 가위를 사다주셨어요. 형님과 공유하는 특별한 기억이 많습니다.”(서 대표) “원래 각 분야 간 장벽을 허물어 삼투현상을 일으키는 작업을 좋아해요.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저는 회화, 동생은 건축을 공부했는데 그 학교는 전공 속에 학생들을 가둬두지 않았죠. 그래서인지 둘이 생각이 잘 통해요. 우리 산야에 맞는 집, 전범이 될 수 있는 집을 동생과 지어보고 싶어요.”(서 작가)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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