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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테러분자 색출을 목표로 미국인을 포함한 국내외 통화기록과 인터넷 콘텐츠 등을 무차별 수집해 온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얼굴사진까지 수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최근 4년 동안 NSA의 얼굴인식(facial recognition) 기술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NSA는 e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화상회의 등 다양한 매체에서 영상정보들을 수집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NSA는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들의 얼굴 정보를 집대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이런 사실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NSA 용역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2011년 내부 문서에 따르면 NSA는 ‘하루 수백만 건’의 영상 정보를 수집했으며 이 중에는 5만5000건의 고화질 얼굴정보가 포함됐다. NSA는 이같이 수집한 영상 자료를 정교한 얼굴인식 프로그램에 넣어 신원을 파악해왔다. 신문은 “NSA가 수염을 기른 남성이 면도를 해도 동일인으로 식별할 정도로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했다”고 전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북한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에 협조하고 일본이 단독 대북 제재를 철회하겠다고 전격 발표하자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소식통들은 “일본이 풀어주기로 한 제재는 가벼운 것들이고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는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북한의 대외적 고립에 숨통을 틔워준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2012년 미국과의 2·29합의가 생전에 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작품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는 김정은이 거둔 사실상 첫 외교적 성과다. ‘북핵 불용’을 외치며 다져 온 한미일 3각 공조의 단일대오에도 균열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고려하면 그의 정치적 결단에 이해가 가는 측면도 없지 않다. 대화로도, 제재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면 피랍자 문제라도 따로 떼어 해결하는 것이 나름으로 합리적이다. 최근 미국 내 군 당국자들과 의회, 언론 등이 모두 나서 자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한국을 편입시키려는 압박을 공개적으로 하는 데에는 이제 북한의 핵 보유를 저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와 당국자들은 한국 기자들이 “북한을 저대로 놔뒀다가 끝내 핵·미사일을 가지는 상황이 오면 도대체 어쩔 셈이냐”고 질문하면 서슴없이 “그래서 MD를 하자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지난해 4월 발의한 대북제재강화법안(HR1771)도 결국 ‘차 떼고 포 뗀’ 용두사미 법안으로 전락한 채 29일 가까스로 상임위를 통과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주로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미국이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과 인권침해를 이유로 한 제재 등 핵심 조항들이 빠진 것은 중국의 반발과 미중 관계 악화를 걱정한 미 국무부의 요구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는 ‘북핵 저지에 실패했다’고 때늦은 반성을 했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는 듯한 미국과 일본 등의 움직임을 지켜보자니 안타깝기만 하다. 언젠가 워싱턴을 방문한 한 북한 연구자가 “평생 북한을 공부한 것이 후회스럽다. 이젠 핵을 가진 북한과 살아가는 지혜를 연구해야 할 판”이라며 울분을 토하던 모습이 떠오른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의 핵심적인 이익이 침해될 때만 단독으로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28일 미국웨스트포인트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오바마 독트린’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3국에서 다양한 반응과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한일 정부에는 부담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고 중국은 해양 영토분쟁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봉쇄 가능성 언급에 반발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일의 엇갈린 평가 북한이 남침을 감행한다면 당연히 ‘미국의 핵심적인 이익’이 침해되는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동맹에 근거해 미국이 자동 개입할 것이라는 기존 안보 공약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이나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북한의 국지도발에는 한국이 전적으로 대응의 부담을 져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국의 안보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국제 이슈에는 동맹 및 협력국과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다자주의적 개입주의’를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에 적용하면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저지를 위해 미국이 독자적 행동을 하기보다 6자회담과 유엔 등 다자적 틀에 의존하는 현 정책이 지속될 것을 예고한 대목이다. 일본 언론들은 불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도전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갖고 있는 모든 힘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일본 내부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국제협조 노선을 취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남중국해 등지에서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일침을 놓았다. 다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에는 오바마 독트린이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은 현재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명분으로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등 전후 체제 탈피를 가속화하고 있어 ‘물고기가 물을 만난’ 셈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에서 주변국에 도발을 하는 중국에 대한 비난과 함께 미군의 개입 가능성을 표명한 것과 관련해 중국 정부는 즉각적인 반응은 내지 않았다. 그러나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오바마 대통령의 전날 연설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인의불시이공수지세이야(仁義不施而功守之勢異也·인의로 다스리지 않으면 공격과 수비의 형세가 바뀐다)’란 표현을 깊이 새겨야 한다”면서 반발에 직면할 것임을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AP통신은 미국이 중국의 해양 영토 분쟁을 언급하는 것은 대중국 봉쇄 차원이자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차원이라는 중국 내 물밑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 등 지역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미군이 휘말리게 될 우려가 있다”며 미군의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토분쟁에 대한 미국의 비판에 지속적으로 반발해온 점을 고려하면 갈등이 커질 수 있는 배경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등에서 반테러 활동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알카에다 등 테러 집단의 거점이 분산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동맹 및 협력국이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과 지원을 강화한다는 ‘먼 길’을 택했다.○ 미국에서는 “국내 정치용” 평가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미 외교전문 잡지 포린폴리시(FP)의 데이비드 로스코프 최고경영자(CEO) 겸 편집인은 FP 홈페이지 기고를 통해 “오바마 연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저비용 저위험으로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자는 ‘월마트 외교정책’”이라고 혹평했다. 유일한 뉴스는 ‘반테러 파트너십 펀드’ 50억 달러를 조성하겠다는 것뿐이며 새로운 것도, 진전된 내용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외교정책 성과가 홈런보다는 1루타와 2루타 등으로 구성된다는 지난달 필리핀 방문 당시 대통령의 발언에 비유하면 이번 연설은 ‘1루수 장갑에 굴러든 공’이라고 할 수 있다”며 “동맹을 안심시키지도 못했고 외교정책 비전 비슷한 것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우호적인 평가도 이번 연설이 주로 국내 정치용이었다는 데 모아졌다.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워싱턴포스트(WP)는 “전쟁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CNN의 안보 분석가인 피터 버건 씨는 칼럼에서 “오바마 독트린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서 미국이 좀 더 많은 역할을 하기를 원하는 비판자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인 다수가 전쟁을 원치 않는 상황에는 꼭 들어맞는다”고 평가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2기 후반기에 펼칠 새로운 외교정책 구상인 ‘오바마 독트린’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오전 뉴욕 주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를 통해 과도한 군사 개입을 자제하되 국제적 합의하에 분쟁 해결을 모색하는 ‘제한적 개입주의’ 노선을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고립주의나 일방주의에 반대한다”면서 국제 분쟁 해결에 국제주의와 개입주의의 혼합 접근법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유엔 기조연설에서 밝힌 미 외교정책의 3원칙 중 개입주의와 다자 협력에 의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강조한 것이다. ‘제한적 개입주의’ 구상은 과거처럼 미국 단독으로 세계 모든 분쟁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현실은 인정하되 미국의 국가 이익 수호와 국제평화 유지를 위해서는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 직후와 같은 ‘고립주의’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국내외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시리아 우크라이나 사태 등 주요 국제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고립주의 회귀’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AP통신은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시켰다는 비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외교정책 구상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시리아 사태, 이란 핵 협상 등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추구해 온 외교정책을 옹호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식의 과도한 군사 개입을 자제하고 주요 국제분쟁 당사국의 대응 능력을 키우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개입을 늘려가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은 우선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사태의 조기 안정을 위해 온건파 반군에 대한 훈련 및 장비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제한된 숫자의 미군을 요르단에 파견해 자유시리아군(FSA) 소속 반군들에 대테러 작전을 비롯한 전술 등을 교육할 계획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또 아프리카가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 국방부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리비아 니제르 모리타니 말리 등 북부와 서부 아프리카 4개국에서 비밀리에 대테러 부대를 양성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와 델타포스가 기초 사격술에서부터 고도의 대테러 전술과 기술을 전수해 아프리카 각 나라가 자력으로 향후 수년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보코하람 같은 무장단체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대테러 부대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대외 정책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50억 달러(약 5조1000억 원)의 ‘테러 파트너십 기금’ 창설을 선언할 예정이라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8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정책 구상 발표 하루 전인 27일 2016년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군하되 주둔 미군 수를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 올해 말에는 9800명, 내년 말에는 5000명을 주둔시키겠다고 밝혔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 같은 계획은 시리아 등에 직접 무력개입을 원하는 강경파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다수 미국인들이 미국의 국제분쟁 개입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새 구상을 얼마나 현실화해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의 수도 워싱턴 인근에 세워진 위안부 기림비 제막을 앞두고 일본 측의 반격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회장 김광자)는 30일로 다가온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을 앞두고 27일 오전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기림비를 반대하는 일본 대사관 측에서 카운티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왔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반대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반발은 기림비가 제막되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림비 건립위원회 위원장인 황원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장도 “‘정의를 위한 일본 여성 모임’이라는 단체가 샤론 블로바 카운티 의장과 지역 대표들에게 기림비 제막에 반대한다는 e메일을 조직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대협은 일본 측의 반발에 맞서 카운티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블로바 의장 등 지역 대표들에게 감사 e메일 보내기 운동에 참여해 줄 것을 촉구했다. 또 일본 측이 제막 전 기림비를 훼손할 가능성에 대비해 카운티 정부 측에 보안 및 경비 강화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림비는 카운티 정부청사 옆 부지에 새로 조성된 기림비 평화가든의 중앙에 설치됐으며 현재 녹색 비닐에 싸여 있는 상태다. 정대협 관계자들은 2012년 12월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기림비를 세우자”고 뜻을 모은 뒤 이듬해 초부터 용지 물색 작업을 벌였다. 당초 워싱턴 한가운데에 기림비를 세우려 했지만 땅을 구하기 어려웠고 다행히 페어팩스 카운티가 제안을 받아들여 건립 작업에 들어갔다. 황 회장은 “사업을 비밀리에 진행하느라 공개적으로 모금도 하지 못하고 회원들이 사재를 털어서 비용을 댔다”며 “이제 기림비를 잘 관리하는 일에 한인사회와 모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30일 열리는 제막식에서 블로바 의장은 일본군 만행을 인신매매로 규정한 강력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회장 김광자)는 26일(현지 시간)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청사 구내에 위안부 기림비를 설치해 30일 오후 5시에 제막식을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 위안부 기림비를 설치하는 것은 2010년 10월 뉴저지 주 팰리세이즈파크 이후 일곱 번째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인근에, 그것도 지방정부 청사 경내에 들어선다는 점에 의미가 남다르다. 정대협은 카운티 측과 협력해 잔디 공원인 기림비 평화가든을 조성해 폭 2m, 높이 1.5m 규모의 기림비를 세웠다. 기림비 동판에는 일본의 위안부 만행과 함께 마이크 혼다 연방 하원의원이 일본 정부에 배상을 요구한 내용 등을 표기했다. 날아가는 하늘색 나비 모양의 벤치를 좌우 양쪽에 설치해 미적 감각을 더했다. 기림비 건립위원회 위원장인 황원균 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장과 샤론 블로바 카운티 의장 간의 우정이 이번 기림비 설치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블로바 의장의 선거 때부터 정치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블로바 의장은 청사 용지를 내놓아 이에 보답했다. 황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에서 높아진 한인사회의 정치력이 이번 일을 가능케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대협은 2012년부터 2년여 동안 기림비 건립을 추진해 왔지만 일본의 조직적인 반발을 우려해 일절 비밀에 부쳐 왔다. 30일에는 버지니아 주 교과서 동해 병기 법안 통과를 축하하는 한인축제도 함께 열린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26일)를 하루 앞두고 아프가니스탄 미군 기지를 깜짝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오후 비밀리에 워싱턴을 출발해 25일 아프간 수도 카불 북쪽에 있는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그는 장병 3000여 명을 상대로 연설하면서 “미국인들은 당신들을 경외하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또 그는 올해 말로 미군 완전 철수 계획을 확인하면서 “여기 있는 상당수에게 올해가 아프간으로의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아프간 전쟁을 책임 있게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아프간을 아직 위험한 곳으로 생각하지만 주민들은 지역사회를 재건하고 딸들을 학교에 보내고 삶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며 “많은 것이 여러분 덕분”이라고 치하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방문은 재임 중 통산 네 번째이며 재선 이후 처음이다. 그는 조지프 던퍼드 주둔군 사령관과 제임스 커닝엄 미국 대사 등과 만났으며 바그람 미군 병원을 방문해 부상 장병을 위로하는 등 4시간 남짓 머물렀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이후 아프간에 계속 병력을 주둔시킬지, 어느 정도 남길지 등을 곧 결정하겠다”고 했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군 3만3500명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 5만1000여 명이 주둔해 있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는 나토군 철수 이후에도 테러 방지와 아프간군 훈련을 담당할 미군 병력을 남기는 내용의 안보협정(BSA) 체결 문제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 방문 다음 날인 26일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아프간 국방부 직원 2명이 숨지고 약 10명이 다쳤다. 오토바이를 이용한 자살폭탄 테러범은 군인과 국방부 직원이 타고 있던 퇴근길 버스를 들이받았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이 28일 뉴욕 주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를 통해 무력 개입과 고립주의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외교정책 기조를 밝힐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큰 틀에서 미국은 고립주의와 군사 개입주의 사이의 제3의 중간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등의 공세에 맞서겠지만 8, 9개의 대리전쟁(proxy war)에 발을 들이는 비용을 부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신중한 자세를 재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외교정책 기조를 “도를 넘지 않는 개입주의”라고 소개하면서 “미국은 국제사회를 이끌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지만 그 리더십은 국제 사회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처럼 ‘독불장군’으로 행동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에 개입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백악관 관리들은 “내전과 민간인 희생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가 알카에다를 포함한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천국이 되고 있어 시리아 반군에 중화기 같은 무력 지원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반군 지원 물자가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아시아 순방 중이던 지난달 필리핀에서 “왜 모두 군사력을 쓰지 못해 안달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던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마이크를 잡는 것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섯 등으로부터 “오바마 외교정책 옹호자들이 후세에 할 수 있는 말은 ‘적어도 그는 이라크를 침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6월 초 유럽 순방에서 외교정책 방향을 상세하게 설명할 예정이며 백악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 등도 대국민 홍보전에 나설 예정이라고 NYT는 보도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중국이 한반도와 인접한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 인근 기지에 신형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기 위해 발사장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과학자연맹(FAS)은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다롄에서 동북쪽으로 60km 떨어진 덩사허(登沙河) 810여단 남쪽 미사일 발사장이 신형 중거리 핵미사일인 둥펑(東風)-21(DF-21)에 맞게 개량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FAS는 새로 설치된 발사대 4곳 중 3곳에서 둥펑-21로 보이는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한 모습이 위성사진에 담겼다고 덧붙였다. DF-21은 중국이 미국 항공모함 타격용으로 개발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며 사거리가 2150km에 이른다. DF-21이 덩사허 기지에 배치되면 한반도는 물론이고 일본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의 미군 기지가 사정권 안에 놓이게 된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지구촌 현안들에 대한 분석과 전망, 정책 대안이 쏟아지는 워싱턴 싱크탱크 사회에 한인 여성 바람이 불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신설한 ‘한국 석좌(Korean chair)’에 캐서린 문 웰즐리대 정치학과 교수를 임명했고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은 한국 언론인 출신 김두연 씨를 유일한 한인 연구위원으로 발탁했다.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 중 하나로 평가받는 브루킹스연구소는 20일(현지 시간) 한국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KF) 및 SK그룹과 함께 신설한 ‘SK-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 석좌연구직’에 문 교수를 임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 교수는 브루킹스 내 동아시아연구센터에 소속돼 한국 연구를 전담하고 한미 정책결정자 그룹과 긴밀한 소통을 도모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연구소와 KF는 밝혔다. 재미교포 2세로 196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문 교수는 스미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프린스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냉전사 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센터 객원 연구위원을 지냈다. ‘한국 기지촌 여성의 삶과 사고방식’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2002년 한국어로 펴낸 ‘동맹 속의 섹스: 한미관계 속의 군대 기지촌’을 통해 한국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한미동맹의 구조적 틀 속에서 조명했다. 2012년 영문 저서 ‘미국에 반항하기: 민주화와 한미동맹’에서는 2002년 6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미선이 효순이 사건’으로 격화된 한국 내 반미운동이 민족주의적 감정에 편승한 진보 진영의 조직적 저항이 아니라 다각화된 시민사회단체의 정치적 역할 강화, 사회운동의 초국적화 등에 힘입은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운영 자금을 한국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이번 석좌직에 문 교수를 임명하는 문제를 놓고 다양한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 교수가 북한 핵문제 등을 연구하는 전통적인 한반도 안보 문제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 지적됐다. 이에 대해 한 워싱턴 싱크탱크 관계자는 “그동안의 한반도 연구가 안보 이슈에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교수는 새로운 다양성을 추구할 인물”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한국에서 영어 방송인 아리랑TV 외교안보 기자로 활약했던 김두연 씨는 1일부터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 핵정책프로그램 연구위원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그는 2008년 미국에서 워싱턴 조지타운대 외교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했고 2010년부터 군축비확산연구소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일하다 자리를 옮겼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기자로 일할 때 6자회담 현장을 취재하다 북한뿐 아니라 세계적인 핵 비확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카네기연구원에서는 핵문제뿐 아니라 동북아 및 한반도를 다루고 있다. 그는 현재 이 연구원에서 유일한 한국인이다. 연구원은 조만간 김 연구위원을 서울에 파견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박사과정에서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도록 배려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엘런 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은 2009년 출범한 이 연구소의 한국석좌(한국실) 부실장을 맡아 석좌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를 보좌하고 있다. 제니 타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부설 한미연구소 부소장도 스티븐 보즈워스 소장 등을 보좌하며 활발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사이버 해킹 문제를 둘러싸고 공개 충돌했다. 미국이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장교 5명을 미국 기업 등에 대한 사이버 해킹 혐의로 기소하자 중국은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이번 기소가 중국의 해상영토 주권 강화에 대한 미국의 응징이라는 정치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피츠버그 연방대배심(배심원 12명)의 배심원 평결 결과로 중국 인민해방군 61398부대 소속 장교 5명을 산업스파이와 기업비밀 절취 등 6개 혐의로 미국 법정에 기소한다고 밝혔다. 중국 해커부대 소속인 피고인들은 미국 원전업체인 웨스팅하우스와 철강회사인 US스틸 등 6개 기업 등의 컴퓨터와 내부망에 침입해 모두 31차례에 걸쳐 정보를 해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홀더 장관은 “미국 기업 관련 정보를 경쟁관계인 중국 관영기업에 빼돌려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부가 사이버 해킹 혐의로 외국 정부 관계자를 자국 법정에 회부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범인들의 현상수배 사진까지 공개한 것은 인민해방군에 공개적으로 창피를 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측은 강력 반발했다. 정쩌광(鄭澤光)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19일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해 엄중하게 항의했다고 신화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이에 정 부장조리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날조하고 있다”며 기소 철회를 요구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도 국무부 담당자를 만나 강력 항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중국은 미국과의 사이버 안보 대화도 취소했다.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초강수를 둔 것은 해킹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미 당국은 기업 해킹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280억∼1200억 달러(약 28조5600억∼122조4000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또 중국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자국의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생산하는 컴퓨터에 비밀장비를 심어 정보를 빼내왔다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거론하며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중국국가인터넷응급중심은 “미국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절도자이며 중국에 대한 제1의 공격 국가”라고 비난했다. 중국군을 미국 법정에 세울 수 없어 이번 기소는 상징적인 조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대응에 따라 파장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제임스 루이스 사이버안보 전문가는 NYT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번 기소에 보복하고 싶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을 제재하거나 스노든의 폭로를 토대로 미국 당국자들을 역으로 기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 참전용사들이 보훈병원의 치료를 기다리다 사망했다는 보도로 촉발된 ‘보훈부 스캔들’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이 단단히 화가 났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니스 맥도너 비서실장은 18일 CBS의 일요 시사 대담 프로인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대통령은 이번 의혹에 단단히 화가 나 있다”며 “지금 이 순간 이번 사건으로 가장 화가 난 사람은 바로 미국의 대통령 자신”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주무장관인 일본계 에릭 신세키 보훈부 장관은 최근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보훈병원에서 퇴역군인 40여 명이 입원 대기 기간에 사망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정치권과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아 왔다. 이 보훈병원은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높은 점수를 받는 평가시스템을 의식해 실제 예약환자가 많이 밀려 있었지만 대기 기간이 짧은 것처럼 의도적으로 조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파문이 확산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신세키 장관에게 문제점을 철저하게 파헤치라는 지침을 내렸고 로버트 펫젤 보훈부 차관이 책임을 지고 16일 사임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우리가 신문의 머리기사 제목을 장식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격분을 자아내는 이상스러운 발언들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 뒤에 숨겨진 더 은밀하고 걱정스러운 현실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연방대법원이 흑백 통합교육 결정을 내린 지 60주년이 되는 17일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흑인 대학 모건대 졸업식에 참석해 축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흑인 법무장관의 이날 발언은 최근 문제가 된 미국프로농구(NBA)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의 도널드 스털링 구단주 등의 흑백 인종차별 발언을 겨냥하면서 이처럼 공개적으로 드러난 거친 발언 뒤에 숨겨진 더 은밀한 인종차별의 관행과 제도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1954년 ‘브라운 대(對) 토피카 교육위원회’ 결정에서 인종에 따라 공립학교를 달리 배정하는 것은 불평등한 대우이자 위헌이라고 밝혀 흑백 분리입학 제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에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도 연방대법원의 흑백 통합교육 결정 60주년을 맞아 아직도 여전한 인종차별의 관행을 지적하고 개선 노력을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인종차별 철폐운동을 벌이는 변호사들과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관계자, 60년 전 소송을 낸 학부모들의 친인척 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모든 형태의 편견이나 차별을 뿌리 뽑기 위한 싸움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미셸 오바마 여사는 이날 흑인 학부모들이 소송을 통해 브라운 결정을 이끌어 냈던 캔자스 주 토피카를 찾아 “아직 너무 많은 사람이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검문을 당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하거나, 다른 부류의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한국 전통 태권도에 뮤지컬을 접목한 전주 우석대 태권도학과의 ‘태권도 아트 퍼포먼스 파랑새의 꿈, 안중근’이 미국 순회공연을 인기리에 마쳤다. 17일(현지 시간) 버지니아 주 풀스빌 드래건 용인 도장에서 펼쳐진 마지막 공연이 끝나자 태권도를 사랑하는 미국인과 교민 등 300여 명은 대학생 출연진 30여 명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3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공연을 시작으로 뉴욕을 거쳐 버지니아까지 총 4회 공연을 모두 성공적으로 끝낸 것. 태권도 세계챔피언 출신인 최상진 학과장(50·사진)이 기획 제작한 이번 공연은 일제강점기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안중근 의사의 일생과 함께 태권도의 품새와 호신술, 격투기 등 전통 무술 동작을 연결해 보여줬다. 최 학과장은 “태권도는 스포츠로서 이제 성장할 때까지 성장했다”며 “무술에 스토리텔링과 공연을 가미한 무도로서의 태권도를 개발하고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보급해야겠다는 생각에 공연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미국인 관객들도 한국의 젊은 태권도 선수들이 선사한 화려한 태권무에 좋은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극 중 안중근 의사가 칼을 들고 하늘 높이 뛰어올라 내려오며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반으로 가르는 장면에서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방과 후 수련으로 검은 띠 유단자가 된 초등학생 딸 앨리와 함께 온 어머니 멜리사 씨는 “정말 좋은 공연이었다. 한일 관계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의인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통해 태권도라는 무술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앨리도 “화려한 발차기와 격파 기술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로 유력한 아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의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의 건강이상설은 공화당 선거 전략가인 칼 로브가 최근 공개 행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뇌손상을 겪고 있을지 모른다”고 언급한 이후 퍼지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4일 워싱턴에서 피터슨재단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로브의 발언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을 받자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온다(dumb founded)”며 아내는 매주 밖에서 일한다. 아주 강하며 잘 해내고 있다”고 건강이상설을 일축했다. 그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녀가 나보다 훨씬 빠르고 겉보기에도 나보다 좋아 보인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들은 (아내 건강과 관련해) 더 많은 의혹을 제기할 것”이라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정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문제를 제기한 로브뿐만 아니라 공화당도 싸잡아 비난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들(공화당)은 아내가 뇌진탕에 걸린 척한다고 하더니 이젠 ‘워킹 데드’(좀비를 다룬 영화) 오디션을 보려 한다고 말한다”고 비꼬았다. 클린턴 전 장관이 2012년 말 뇌진탕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꾀병’이라고 강변했던 공화당이 최근 입장을 바꿔 심각한 뇌손상을 당했을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한국의 어떤 정치 지도자도 9·11테러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일상의 생활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지 않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서울특파원 출신인 에번 램스터드 스타트리뷴지 경제 에디터(사진)는 12일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국석좌 논단’에 실은 ‘세월호 비극이 한국에 경제 붕괴를 일으키고 있다’는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램스터드 에디터는 “(세월호 참사가) 많은 면에서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전제한 뒤 “한국의 어떤 유명인도 9·11테러 당시 뉴욕의 토크쇼 호스트인 데이비드 레터먼이 그랬던 것처럼 ‘됐어, 이제 앞으로 나가자’라고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이 소비와 경제활동을 멈추면서 자영업 등을 중심으로 경제적 타격이 오고 있는데도 정치인과 관료, 개혁가 등은 자신을 보호하는 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램스터드 에디터는 대기업 수출에 편중된 한국 경제는 내수 소비를 진작시키는 구조개혁이 필요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를 추진할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자원을 침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뒤 쇼크와 분노, 격분과 비판, 부끄러움 등으로 인한 한국인들의 집단 의욕 상실현상이 실물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전향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치명적 경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CSIS 한국 석좌는 한국계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맡고 있으며 이번 글이 실린 한국석좌 논단은 삼성전자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세월호 침몰 참사처럼 촌각을 다투는 비상 상황에서 고귀한 생명을 보호하려면 선원과 승객 모두가 비상 매뉴얼을 몸으로 익혀 실제 상황에서 저절로 움직이도록 훈련해야 한다. 미국의 대형 여객선들은 출항 전 비상대피 훈련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5일 플로리다 주를 출발한 크루즈 여객선 디즈니매직호에 본보 특파원이 탑승해 직접 체험해봤다. 》5일(현지 시간) 오후 4시 정각.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인근 커내버럴 항구에 정박해 있던 8만4000t급 크루즈 여객선 디즈니 매직호에서 요란한 비상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다. 출항을 앞두고 모든 승객과 승무원이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비상대피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승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어린이와 부모 등 2000여 명의 승객은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객실로 돌아가 지정된 대피장소를 확인했다. 객실 방문에는 개개인의 집합장소와 이동경로가 그려진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플라스틱 카드 모양의 방 키에도 커다란 알파벳으로 자신이 가야 할 대피장소가 찍혀 있었다. 승객들은 마치 여러 차례 훈련을 해 온 사람들처럼 4층 갑판과 공연장에 마련된 20개의 대피장소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객실 복도에는 구명조끼를 입은 승무원들이 대피장소를 잘 모르는 승객들에게 길 안내를 했다. 의족을 차거나 휠체어를 탄 노인 등 몸이 불편한 승객들은 승무원들이 직접 대피장소까지 안내했다. 배를 정면에서 바라볼 때 4층 오른쪽 갑판에 마련된 D구역. 노란 구명보트 아래에는 수십 명의 승객이 빽빽이 모여 있었다. 역시 노란색 구명조끼를 입은 승무원들이 일일이 방 번호를 부르며 출석을 확인했다.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훈련 때와 마찬가지로 신원 확인 뒤 곧바로 구명보트를 타고 배를 탈출하게 된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훈련 분위기는 실제 상황을 방불케 했다. 기자가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자 구명조끼에 ‘집합 팀장(assembly leader)’이라는 글자가 인쇄된 여성 승무원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빨리 당신의 대피장소로 가라. 어딘지 모르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공연장에 마련된 B구역 대피장소에는 승객 150여 명이 의자에 앉아 구명조끼를 어떻게 조작해 몸에 맞게 착용하는지, 어떤 순서로 구명보트에 타게 되는지 등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모든 승객이 한꺼번에 모이기에는 4층 야외 갑판이 비좁기 때문에 B구역 승객들은 이처럼 강당에 기다렸다가 순서에 따라 구명보트에 올라탄다. 이 배의 안전 책임자인 러시아 출신 예브게니 씨는 “배가 침몰하거나 화재가 나는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승객들이 어디로 대피해 구명보트를 타야 하는지 미리 몸에 익히게 하는 것이 훈련의 목적”이라며 “국제협약에 따라 출항 전 의무적으로 훈련을 실시해야 하고 승객들도 움직일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를 비롯한 승무원들은 4박 5일 일정의 여행을 시작하는 첫 프로그램인 이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훈련 시작 30분 전부터 식당과 매점 등 배 위의 모든 편의시설이 문을 닫았다. 객실 안 유선 TV의 한 채널에서는 훈련 홍보 영상이 계속 흘러나왔다. 실제 상황을 가정해 비상 나팔이 울린 뒤에는 엘리베이터도 정지돼 모두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900명이 넘는 승무원은 비상 상황에서 모두 안전요원으로 변신한다. 식당 지배인으로 일하는 불가리아 출신 게오르기 테오도레스쿠 씨는 12번째인 L구역에서 승객들이 탈출할 구명보트를 내리는 것이 임무다. 그는 “각종 비상상황에서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 별도의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며 “승무원 개개인에게 지급되는 비상시 행동 매뉴얼을 반드시 사전에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일어난 세월호 침몰 참사를 아는 승객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시카고에서 아홉 살 아들과 함께 여행을 온 미국인 캐니 씨 부부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교생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생각할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에게는 ‘객실에 있으라’고 하고 자신들만 탈출한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흥분했다. 4시 15분경 “훈련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안내방송이 나온 뒤 승객들은 모두 객실로 돌아갔다. 팽팽한 긴장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4시 반부터 9층 갑판에서는 승선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고 배는 고동소리를 울리며 안전한 항해를 시작했다.포트커내버럴(플로리다)=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인 채텀하우스는 “김정은의 핵무기 발사 명령이 있다면 북한은 1, 2일 안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채텀하우스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안심하기엔 너무 가까운 핵무기 사용 임박 사례들과 정책 대안들’ 보고서는 “(북한 핵능력 등에 대해) 알려진 것이 적고 대부분의 정보는 추정에 불과하다”는 전제 아래 “북한은 8기의 핵무기를 제조할 만한 충분한 핵물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이 보고서는 “북한은 (핵무기에 대해) 고도로 집중화된 명령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공식적으로는 김 위원장이 이끄는 국방위원회가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 안전과 보안시스템에 대해서는 논쟁이 크다”며 “어떤 전문가들은 중앙통제 시스템이 핵 안전과 핵무기 발사 방지에 유리하다고 하지만 일부는 ‘김정은이 일방적으로 핵무기를 지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차기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된 마크 리퍼트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41)은 올해 부임하면 최연소 대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최연소 주한대사는 1955년 부임한 윌리엄 레이시 대사로, 당시 45세였다. 주미 한국대사 중 최연소도 41세로, 1973년 부임한 함병춘 대사였다. 한국 정부의 외교 당국자는 2일 “리퍼트 내정자는 최연소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실세다. 한미 정부의 의사소통 및 협력의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리퍼트 내정자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과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내 외교안보 분야에 정통하다. 데니스 맥도너 대통령비서실장(44)과 더불어 오바마 대통령을 시카고 상원의원 시절부터 보좌해 온 최측근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외교 정책의 중요 축인 유엔대사에 당시 43세의 서맨사 파워를 임명하는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40대 젊은 실세를 중용하는 인사를 펴오고 있다. 리퍼트 내정자는 한국행을 강력히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 입안에 핵심 역할을 했고 대통령 측근 가운데 동북아 이슈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중시 정책과 북한의 도발 위협 영향으로 국방부 비중이 커진 만큼, 외교관 출신이 맡던 주한대사에 국방부 출신인 본인이 지원할 ‘공간’이 생겼다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리퍼트 내정자가 2009년부터 2년 동안 아프간에서 미 해군 특수부대 정보장교로 복무해 현장 지휘관과 소통이 잘되고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과도 막역한 사이”라고 말했다. 리퍼트 내정자는 자신이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력 지지한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혀 왔다. 그는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동맹 세미나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3국 국방장관 협의체도 복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열린 한미일 3국 안보토의(DTT)와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에도 미국 대표단으로 참여했다. 그는 일본통이며 베이징(北京)대에서 배워 중국어도 구사할 수 있다.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워싱턴=신석호 특파원}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가상대결에서 민주당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공화당 선두 주자로 꼽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53% 대 41%의 득표율로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지난달 24일부터 3일 동안 전국의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은 여성과 비(非)백인 유색인종 그리고 젊은층에서 부시 전 주지사를 큰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WP가 4월 30일 보도했다. 양자 대결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한 유색인종 응답자는 74%로 부시 전 주지사의 20%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성 유권자도 59% 대 36%, 18∼39세 젊은층도 61% 대 33%로 클린턴 전 장관을 더 많이 지지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백인 유권자 층에서 49% 대 45%라는 근소한 차이로 클린턴 전 장관을 앞섰을 뿐이다. 미국 정치 명문인 클린턴가(家)와 부시가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두 유력 후보의 대결에서 ‘가문 배경’이 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가문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은 클린턴가 66%, 부시가 54%인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 내에서 뚜렷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부시 전 주지사는 나머지 공화당 예상 후보들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지지 응답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부시 전 주지사와 랜드 폴 상원의원이 14%로 공동 선두를 달렸다. 이어 마이클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13%), 폴 라이언 하원의원(11%),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10%) 등의 순이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