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싱크탱크… 한국인 ‘女風당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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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현안들에 대한 분석과 전망, 정책 대안이 쏟아지는 워싱턴 싱크탱크 사회에 한인 여성 바람이 불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신설한 ‘한국 석좌(Korean chair)’에 캐서린 문 웰즐리대 정치학과 교수를 임명했고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은 한국 언론인 출신 김두연 씨를 유일한 한인 연구위원으로 발탁했다.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 중 하나로 평가받는 브루킹스연구소는 20일(현지 시간) 한국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KF) 및 SK그룹과 함께 신설한 ‘SK-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 석좌연구직’에 문 교수를 임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 교수는 브루킹스 내 동아시아연구센터에 소속돼 한국 연구를 전담하고 한미 정책결정자 그룹과 긴밀한 소통을 도모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연구소와 KF는 밝혔다.

재미교포 2세로 196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문 교수는 스미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프린스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냉전사 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센터 객원 연구위원을 지냈다. ‘한국 기지촌 여성의 삶과 사고방식’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2002년 한국어로 펴낸 ‘동맹 속의 섹스: 한미관계 속의 군대 기지촌’을 통해 한국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한미동맹의 구조적 틀 속에서 조명했다.

2012년 영문 저서 ‘미국에 반항하기: 민주화와 한미동맹’에서는 2002년 6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미선이 효순이 사건’으로 격화된 한국 내 반미운동이 민족주의적 감정에 편승한 진보 진영의 조직적 저항이 아니라 다각화된 시민사회단체의 정치적 역할 강화, 사회운동의 초국적화 등에 힘입은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운영 자금을 한국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이번 석좌직에 문 교수를 임명하는 문제를 놓고 다양한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 교수가 북한 핵문제 등을 연구하는 전통적인 한반도 안보 문제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 지적됐다. 이에 대해 한 워싱턴 싱크탱크 관계자는 “그동안의 한반도 연구가 안보 이슈에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교수는 새로운 다양성을 추구할 인물”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한국에서 영어 방송인 아리랑TV 외교안보 기자로 활약했던 김두연 씨는 1일부터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 핵정책프로그램 연구위원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그는 2008년 미국에서 워싱턴 조지타운대 외교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했고 2010년부터 군축비확산연구소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일하다 자리를 옮겼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기자로 일할 때 6자회담 현장을 취재하다 북한뿐 아니라 세계적인 핵 비확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카네기연구원에서는 핵문제뿐 아니라 동북아 및 한반도를 다루고 있다. 그는 현재 이 연구원에서 유일한 한국인이다. 연구원은 조만간 김 연구위원을 서울에 파견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박사과정에서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도록 배려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엘런 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은 2009년 출범한 이 연구소의 한국석좌(한국실) 부실장을 맡아 석좌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를 보좌하고 있다. 제니 타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부설 한미연구소 부소장도 스티븐 보즈워스 소장 등을 보좌하며 활발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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