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독트린, 한국 부담 늘리고 中반발 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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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한적 개입주의’ 파장

‘미국의 핵심적인 이익이 침해될 때만 단독으로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28일 미국웨스트포인트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오바마 독트린’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3국에서 다양한 반응과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한일 정부에는 부담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고 중국은 해양 영토분쟁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봉쇄 가능성 언급에 반발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한중일의 엇갈린 평가


북한이 남침을 감행한다면 당연히 ‘미국의 핵심적인 이익’이 침해되는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동맹에 근거해 미국이 자동 개입할 것이라는 기존 안보 공약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이나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북한의 국지도발에는 한국이 전적으로 대응의 부담을 져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국의 안보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국제 이슈에는 동맹 및 협력국과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다자주의적 개입주의’를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에 적용하면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저지를 위해 미국이 독자적 행동을 하기보다 6자회담과 유엔 등 다자적 틀에 의존하는 현 정책이 지속될 것을 예고한 대목이다.

일본 언론들은 불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도전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갖고 있는 모든 힘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일본 내부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국제협조 노선을 취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남중국해 등지에서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일침을 놓았다.

다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에는 오바마 독트린이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은 현재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명분으로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등 전후 체제 탈피를 가속화하고 있어 ‘물고기가 물을 만난’ 셈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에서 주변국에 도발을 하는 중국에 대한 비난과 함께 미군의 개입 가능성을 표명한 것과 관련해 중국 정부는 즉각적인 반응은 내지 않았다. 그러나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오바마 대통령의 전날 연설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인의불시이공수지세이야(仁義不施而功守之勢異也·인의로 다스리지 않으면 공격과 수비의 형세가 바뀐다)’란 표현을 깊이 새겨야 한다”면서 반발에 직면할 것임을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AP통신은 미국이 중국의 해양 영토 분쟁을 언급하는 것은 대중국 봉쇄 차원이자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차원이라는 중국 내 물밑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 등 지역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미군이 휘말리게 될 우려가 있다”며 미군의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토분쟁에 대한 미국의 비판에 지속적으로 반발해온 점을 고려하면 갈등이 커질 수 있는 배경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등에서 반테러 활동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알카에다 등 테러 집단의 거점이 분산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동맹 및 협력국이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과 지원을 강화한다는 ‘먼 길’을 택했다.

○ 미국에서는 “국내 정치용” 평가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미 외교전문 잡지 포린폴리시(FP)의 데이비드 로스코프 최고경영자(CEO) 겸 편집인은 FP 홈페이지 기고를 통해 “오바마 연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저비용 저위험으로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자는 ‘월마트 외교정책’”이라고 혹평했다. 유일한 뉴스는 ‘반테러 파트너십 펀드’ 50억 달러를 조성하겠다는 것뿐이며 새로운 것도, 진전된 내용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외교정책 성과가 홈런보다는 1루타와 2루타 등으로 구성된다는 지난달 필리핀 방문 당시 대통령의 발언에 비유하면 이번 연설은 ‘1루수 장갑에 굴러든 공’이라고 할 수 있다”며 “동맹을 안심시키지도 못했고 외교정책 비전 비슷한 것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우호적인 평가도 이번 연설이 주로 국내 정치용이었다는 데 모아졌다.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워싱턴포스트(WP)는 “전쟁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CNN의 안보 분석가인 피터 버건 씨는 칼럼에서 “오바마 독트린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서 미국이 좀 더 많은 역할을 하기를 원하는 비판자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인 다수가 전쟁을 원치 않는 상황에는 꼭 들어맞는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오바마 독트린#미국#제한적 개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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