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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상가 골목. 어둑한 초저녁에 따스한 빛이 흘러나오는 무인갤러리. 사람 만나기 어려운 시기, 그림과 만나면 어떨까요. ―서울 세운상가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사진기자협회가 23일 ‘제229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수상작을 발표했습니다. 이 상은 협회원인 사진기자들이 매월 직전 달에 보도를 목적으로 취재된 사진들 가운데 선정합니다. 협회원들이 직접 심사합니다.◇최우수상▲ 뉴스 부문 1월 6일 경기 평택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송탄소방서 소속 한 소방관이 들것에 실려 나오자, 2층에서 수색을 하던 한 소방관이 이를 지켜보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 국민일보 최현규기자▲ 피처-네이처 부문인천 송도국제도시 하늘에 드론을 띄운 뒤 기표 모양의 빛의 궤적을 노출해 대선을 앞둔 유권자의 선택을 사진으로 표현한 작품. / 경인일보 조재현기자▲ 스토리 부문“어유 저걸 어떻게 드셨데? 고생 많으십니다.” 지난달 21일 강원도 설악산 흔들바위로 향하는 등산로에서 임기종(66)씨를 본 등산객이 눈이 휘둥그레져 말했다. 160㎝가 되지 않는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그의 등에는 키만큼 높은 채소와 과일 상자가 탑처럼 쌓여있었다. 임씨는 설악산에 남은 마지막 지게꾼이다. 막노동을 하면서 한 달에 4~5번 60㎏이 넘는 짐들을 흔들바위 옆으로 옮긴다. 일을 시작할 때는 60여명의 동료들이 함께했다. 하지만 휴게소나 산장들이 없어지고, 일감도 줄면서 모두 떠나고 혼자 남겨졌다. 6남매 중 셋째인 임씨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16세 때부터 지게를 졌다. 초창기에는 어깨에 피멍도 들고 다리 근육이 뭉쳐 며칠 앓기도 했다. 말 그대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잠시 짐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던 임씨는 “내가 벌지 않으면 가족이 다 굶어 죽을 상황이었다”며 “당시엔 배를 타거나 짐을 지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오로지 이 일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3~4년 버텼더니 산악이 내 체질에 맞더라”고 말했다. 40㎏ 짐 기준으로 3만원을 받고 있다는 임씨는 빠듯한 생활에도 선행을 이어와 2012년에는 국민추천포상 대상자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20년 넘게 보호시설에 있는 지적장애 1급 아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다가 주변 사람들이 함께 먹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기부 활동을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 전까지는 ‘다사랑나눔봉사회’를 운영하며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효도 관광도 진행했다. 강인했던 임씨도 지게꾼 일이 점점 힘에 부치고 있다. 임씨는 “50대 때만 해도 120㎏ 냉장고가 거뜬했는데 이제는 숨이 차고 힘들어 죽겠더라”며 “지금은 이 정도(약 60㎏)의 짐이 적당하다. 70살까지는 힘 닿는데 까지 해볼 생각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젊은 시절에는 가족을 위해, 장년에는 이웃을 위해 산에 오르는 ‘설악산 작은 거인’은 오늘도 사랑을 나른다. / 국민일보 이한결기자▲ 포트레이트 부문한국기계연구원 최영 그린동력연구실장이 자신이 개발한 드론용 5kw급 소형 수소엔진을 살피고 있다. 차세대 수소 모빌리티를 이끌어갈 수소엔진 기술은 시중의 20~30㎏급 드론을 띄울 수 있으며, 기존 배터리와 가솔린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액체수소를 활용해 비행시간 증가, 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기술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최실장은 “탄소중립 사회에 대응할 기술을 먼저 확보했다”며 “수소 엔진 기술이 적용될 분야를 넓혀 수소 사회를 좀 더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전자신문 이동근기자▲ 스포츠 부문1월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경기. 한국가스공사 니콜슨이 수비를 뚫고 슛을 시도하던 중 파울을 당하고 있다. / 뉴시스 추상철기자◇우수상▲ 뉴스 부문1월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구조물 등이 무너져 내려 하청 노동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됐다. 소방당국이 20여 일간 구조 작업을 했지만 실종자 모두 시신으로 수습됐다. / 남도일보 임문철기자▲ 뉴스 부문1월 3일 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이 헤드랜턴의 빛 한 줄기에 의지한 채 아파트 외벽에 매달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 남도일보 임문철기자▲ 뉴스 부문1월 11일 오후 경기 화성 정남면의 한 야산에 추락한 공군 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전투기는 민가에서 약 100m쯤 떨어진 야산에 추락, 조종사가 끝내 탈출하지 못하고 순직했다. / 경인일보 임열수기자▲ 피처-네이처 부문광주 극락강변에 찾아든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가족이 마치 새해 인사라도 하듯 ‘2022’ 숫자를 만든 모습을 카메라로 포착했다. 큰고니는 수생식물의 줄기와 뿌리를 즐겨 먹으며 헤엄 칠 때 목을 굽히는 흑고니와 달리 목을 곱게 세우고 헤엄친다. / 무등일보 오세옥기자▲ 포트레이트 부문경북 상주 함창읍의 한 명주 길쌈 농가에서 명주 장인 허호(63)씨가 새하얀 명주 원단을 햇볕에 말리고 있다. 허씨는 40여 년 동안 누에고치실로 전통 명주 옷감을 생산하며 전통 명주길쌈을 계승해 지난해 대통령 표창인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로 만드는 명주는 고급 비단으로, 한복 등을 만드는 데 쓴다. ‘함창 명주’는 실에 물을 먹여 짜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내구성이 좋고 질감이 부드럽다. / 조선영상비전 김동환기자▲ 스포츠 부문1월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KBO 사무국 산하 심판위원회에 속한 1·2군 심판들이 올해부터 바뀐 스트라이크 존(S존) 적응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정지택 KBO 총재는 2022년 신년사에서 “이번 시즌부터 타자 키에 맞춰 선수 개인별 스트라이크 존을 철저하게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 연합뉴스 김인철기자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나무 하나에 새집이 여섯 채. 집 갖고 다툴 일 없네요. 그런데 새가 보이질 않으니 빈집일까요, 멀리 마실 나간 걸까요. ―강원 평창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초의 계단은 신전 제단으로 오르는 길이었을 것입니다. 하늘을 향해 걸어 오르는, 올려다봐야 하는 높은 길. 계단의 끝 제단에서는 왕이나 제사장이 대중들을 내려다 봤을 것이고요. 남들이 우러러보는 자리에서 동물을 죽여 피를 흘리고 태워 제사를 지냈겠지요. 계단은 처음부터 권력이 새겨진 시설물이었습니다. 좌우대칭이 완벽한 직선형태라면 더 권위적으로 보입니다. 다리는 수평으로 단절돼 있는 지점을 잇습니다. 계단은 위 아래로 떨어진 관계를 연결합니다. 청운교 백운교는 계단인데도 이름은 ‘다리(橋)’입니다. 수직적 의미보다 수평적 의미가 강한 것입니다. 계단을 올라야 대웅전으로 갈 수 있으니 불국정토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데도 이를 위아래로 나누는 권위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수평 이동의 개념입니다. 게다가 두 ‘다리’는 대칭도 아닙니다. 비정형이죠. 권위가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 조상들은 계단에서 그다지 권위를 찾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길고 권위적인 돌계단이 생긴 것은 일제 강점기 이후입니다. 당시 일본이 조선신사를 지을 때 생긴 것이죠. 신사는 높은 지형에 계단을 놓아 만듭니다. 신전이나 제단으로 오르는 계단인 셈입니다. 권위적인 시설물이죠. 신사가 철거된 지금, 한국인들은 이곳을 권위는커녕 이색적인 낭만의 공간으로 인식합니다. 엄숙함을 느끼는 사람은 없습니다. 연인들이 가위바위보를 하며 오르고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죠. 촬영지가 경북 포항 구룡포인데요, 남녀 주인공들이 자주 만나는 이 계단도 직선입니다. 생김새와 위치로 보아 일제 강점기 때 신사가 있었던 곳입니다.계단이 곡선이라면 더 낭만적인 공간으로 느껴지나 봅니다. 둥글고 구부러진 계단은 안식의 장소로 인식됩니다. 서구권도 그런 것 같은데요,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를 먹던 스페인 광장 계단은 직선형태인데도 폭이 넓어 ‘광장(Piazza)’으로 불리는데다 아래에서 보면 윗부분이 두 갈래로 나뉘어 보이기 때문에 곡선처럼 느껴집니다.우리나라에서 계단은 6.25 이후 많이 생겼습니다. 주로 달동네에서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도시로 몰려든 피난민과 이주민들이 시내 주변 언덕과 산에 자리를 잡으며 계단이 생활 속에 많이 생겼지요. 당연히 계획적인 직선보다는 구불구불한 모양이 많았습니다. 미성숙한 젊은이의 고루한 생활 공간인 동시에 친구와의 추억이 서린 장소로 소환되죠. 골목 짜투리 계단이 친구와의 아지트로 변주됩니다. 공공장소인데도요.커피를 다 마시고 계단을 내려는데 맞은 편 벽면에 어려운 4자 성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참동안 읽으려 애썼습니다. 논어나 맹자 등 고전에 있는 경구 같은데… 아, 경구는 경구네요. ‘계단조심’. 우리가 누굽니까. 해학과 낭만의 민족 아닙니까. 가장 권위적이라는 법원의 계단마저 드라마에선 변호사 주인공이 멋짐을 뿜어내는 배경일 뿐입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979년 고 박정희 대통령 장례행렬을 바라보는 인파를 찍었을 때 권력무상을 실감했습니다. 이때부터 40년간 카메라에 담은 대통령이 모두 열 분이 됐네요.”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사진전 ‘대통령이 된 사람들’을 열고 있는 김녕만 사진가(73)가 말했다. 동아일보 사진기자를 지낸 그는 1994년부터 청와대를 출입하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을 담았다. 2001년 동아일보에서 퇴직한 뒤에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운동 현장을 촬영했다. 전시는 60점의 사진으로 구성됐다. 커다란 집무실에 홀로 앉아 있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염색을 하지 않아 검은 머리가 흰머리로 변해가는 김영삼 대통령의 모습은 절대 권력자의 고독과 함께 그들 역시 시간을 비껴갈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해학의 시각도 엿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유세 중 허리를 굽혀 연단 아래 지지자들과 악수할 때 그의 허리를 꼭 붙잡은 경호원, 김영삼 대통령의 옷소매를 마구 잡아끄는 ‘겁 없는’ 어린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가장 눈에 띄는 사진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1998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초대한 백악관 만찬장에서 백 씨의 바지가 갑자기 흘러내려 하반신을 그대로 노출한 장면을 김 씨만 포착했다. 성 스캔들로 곤란을 겪던 클린턴 대통령 앞에서 벌인 깜짝 퍼포먼스가 분명하다는 것이 김 씨의 해석이다. 백남준과 전시회를 함께 열 정도로 가까웠던 김원 건축가는 이번 전시회를 찾아 “백남준 선생이 생전에 ‘멜빵을 풀고 클린턴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직접 말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선거 열기가 달아오른 요즘, 역대 대통령들을 가까이에서 바라본 김 씨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화두가 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거리다. “대통령이 된 뒤 국민과 가까이 있는 사진, 그 자리에서 내려온 후에는 봉사현장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런 모습이 이어진다면 한국의 대통령도 진정한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일까지.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곡면은 나를 안아주는 느낌을 주는데, 건축 공간 중에서는 돔 아래에서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유럽의 성당 돔 아래에서 느끼는 온화한 심리적 안정감은 오목하게 둥그런 천장이 나를 안아주듯 감싸기 때문이다.” - 유현준(건축가)의 책 ‘공간의 미래’(2021)에서 발췌#1돔(Dome)은 기둥을 최소로 쓰면서 천장을 높고 넓게 만들기 위한 건축기법이었습니다. 신전이나 교회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공간에 맞았죠. 그런데 그 둥근 천장 아래 있으면 ‘신이 나를 돌봐준다’는 엄숙하지만 포근한 느낌을 주며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해석입니다. 마치 누군가가 안아 주 듯이요.#2우리가 머무는 대부분의 공간은 직선과 평면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사무실 식당 학교와 아파트는 물론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도 그렇습니다. 일상의 공간은 거의 네모 평면으로 구성된 3차원입니다. 직선과 평면으로 주거 공간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겠죠. 최소 건축비로 가장 넓은 면적을 뽑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일상을 탈출하고자 할 때 곡선을 찾게 됩니다. 산길도 산책로도 구불구불하죠. 덜 지루하고 편안합니다. 곡선은 휴식의 느낌을 주니까요. 즉 둥근 공간은 안식과 연결됩니다.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까요.요즘 승용차는 실내 공간(cabin)이 둥글둥글합니다.각진 차량이 많았던 SUV도 둥근 형태가 대세입니다. 좌석을 붙여 누우면 돔이나 동굴 기분이 납니다. 차박이 그래서 인기인가 봅니다. 제 지인은 근무 중 쉬고 싶을 때 회사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출퇴근 승용차로 갑니다. 잠시 머물다 보면 기운이 재충전된다고 하시네요. 이런 분들을 코쿤(Cocoon·누에고치)족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고치도 둥글지요.#3우리나라에도 전통 돔이 있습니다. 바로 정자입니다. 산책 중 정자를 만나면 ‘문명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아 안도하게 됩니다. 원형에 가까운 8각에 벽면은 없고 둥근 기둥뿐이라 안에서 밖을 바라보기 쉬운 구조입니다. 평화롭죠. 천장을 올려다보면 비록 오목하지만 가운데가 봉긋 솟아 있어 돔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조상들은 직선의 누각(樓閣)으로 관아나 서원 등 유교적인 공간을 표현했고, 둥근 정자(亭子)는 도가적인 무위자연이나 유유자적인 장소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즉 쉼의 공간입니다. 캠퍼들에겐 몇 년 전부터 돔형 텐트가 대세입니다. 삼각 텐트나 사다리꼴 텐트는 요즘 캠핑장에서 보기 힘듭니다. 캠핑 사이트들이 4각이니 바닥은 네모라고 해도 천장은 둥근 모양이 많습니다. 둥근 천장이 제작하기 쉽다는 업체의 이익과 천고가 높아져 편리한 이용자들의 욕구가 맞닿아 인기를 끄는 것 같습니다. 휴대용 돔도 있습니다. 우산입니다. 쓰고 있으면 무언가로부터 보호를 받는 기분이 듭니다. 저도 어렸을 때 우산 3개를 바닥에 놓고 그 안에 숨어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경호원들은 우산을 ‘방패’로 활용하기도 하죠.우산보다 더 편리하고 작은 초미니 돔도 있죠. 바로 후드티입니다. 겨울철 후드코트나 후드점퍼는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얇은 후드티는 여름에도 좋습니다. 우산처럼 비오는 날에만 쓸 필요도 없습니다. 언제든 숨을 수 있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 생깁니다. 머리는 물론 얼굴의 옆면까지 가려주니까요.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엔 마스크에 후드까지 뒤집어쓰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해방됩니다. 선글라스까지 있으면 금상첨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습니다.도시의 특징 중 하나는 익명성인데요, 이 익명성을 완전히 보장 받는 자유를 누리며 도시의 거리를 활보할 수 있습니다. 감시와 간섭을 받지 않을 권리를 완전히 만끽하는 것입니다. 나를 숨긴 상태에서 다른 보행자는 관찰할 수 있으니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는 정신승리도 누릴 수 있습니다. 휴대용 은신처이자 망루인 셈이죠. 모든 돔이 평안과 안식, 은신처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사진 건축물은 권위를 뽐내기 위해 돔을 설계했다고 합니다. 저 아래 돔엔 아무리 있어도 절대로 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부끄러웠나요. 양버즘나무 가로수에 고정한 동그란 인식표가 웃자란 껍질에 반쯤 가려 있네요. 번호 말고 이름을 붙여줬다면 어땠을까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0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넥스트 모빌리티 2022’ 전시회에서 LG전자 관계자들이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 ‘옴니팟’을 선보이고 있다. 옴니팟은 기존 스마트홈을 차량으로 확대한 개념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항상 무표정한 그림자. 모래밭에서 웃는 얼굴을 갖게 됐네요. 파도가 밀려와 곧 지워지겠지만 즐거웠던 기억은 남겠지요. ―강원 속초 동명항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삭막한 겨울 숲. 누군가 벚나무 잔가지를 모아 움막을 지어 놓았네요. 칼바람 쌩쌩 들어오겠지만 왠지 집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21년 12월#1위 사진 설명의 맨 마지막 문장은 처음엔 이랬습니다.“초록으로 남을지, 빨강으로 변할지 결정하세요!”#2‘양념 반 프라이드 반’ ‘짬짜면’….위 메뉴의 공통점은? ‘선택장애’가 있는 손님들의 해결책이죠. 한 끼 메뉴 정도야 웃어넘기면 그만이지만, 결정 장애가 있으면 중요한 기로의 순간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결정을 선뜻 못하는 이유는 두가지겠죠. 무엇이 가장 올바른(합리적인) 선택일까? 어떤 결정을 해야 후회가 없을까? 후회 없는 결정은 없으며 완벽하게 합리적인 선택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요.#3때로는 반반메뉴 주문하듯 이것저것 다 해보겠다고 결심할 때도 있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며 쿨한 척 하지만 실상은 선택을 미루고 주저하고 있는 것이죠. 모든 걸 다 하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사진도 비슷합니다. 눈앞에 벌어진 모든 풍경과 상황을 다 담아보겠다고 하면, 메시지가 불분명한 맥없는 사진만 찍게 됩니다. 부각 시킬 주제를 선택해야 합니다.사진기자들 중에는 선택 장애가 있는 경우가 드뭅니다. 현장에서 셔터를 누르는 순간순간 촬영 대상과 프레임, 앵글을 반복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죠. 물론 적확한 결정을 할 때보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습니다.ㅠㅠ 현장에서 자주 ‘물’을 먹는다는 불편한 진실이 증거입니다. 주식 투자 등 재테크에서도 결정을 너무 성급하게 해서 손해 보는 일도 흔합니다. 빠른 결정은 사진기자의 직업병입니다.축구 같은 구기 종목 선수들도 결정 장애가 드물다고 합니다. 공이 있거나 없거나 순간적으로 모든 동작을 결정하는 행동을 초 단위로 지속하니까요. 선택장애도 일상의 훈련과 경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평소 선택장애가 걱정인 분이시라면, 자잘한 결정부터 빠르게 하는 연습을 해보는 게 어떨까요? 축구 선수가 잘못된 선택 때문에 질까 두려워 아예 결정을 안 하면…그 경기는 무조건 그냥 집니다.#4개인적인 선택장애는 한 사람의 문제로 끝이지만, 집단의 결정 장애는 사회적인 문제가 됩니다. 며칠 전 미국 펜실베니아 뷔페 레스토랑에서 손님들 40여 명이 뒤엉켜 난투극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스테이크가 구워지자마자 새치기하는 바람에 싸움이 났다는 건데요, 이런 뉴스는 국내에서도 많이 들리지요? 옆 테이블이 시끄러워 조용히 하라고 했다가 싸움 붙는 …. 사소한 시빗거리가 왜 집단 난투극으로 이어질까요? 주인이나 매니저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서면 손님들끼리 싸우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처음 다툼이 일어난 순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의 손님을 내보내야 합니다. 책임자가 쭈뼛거리며 결정을 회피하면 결국 의사결정의 문제가 손님들에게 넘어가고, 결국 싸움만 나게 마련입니다. 집단의 결정 장애는 집단의 문제처럼 보여도 실상은 책임자의 우유부단함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들끼리 분쟁이 격화되는 사건의 뒤를 들여다보면,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관료나 정치인이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루고 화해나 조정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판단하겠다”며 설명회, 공청회, 토론회만 반복적으로 엽니다(아…이런 취재현장이 제일 괴롭습니다). 결정에 책임을 지기 싫으니 시간 끌면서 주민들끼리 알아서 협의하라며 판을 깔아주는 것이지요. 결국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폭력사태는 물론 법원 소송까지 가는 등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합니다. 문제 해결에 주민이 직접 나서야 하니 스트레스를 받아 싸움만 하는 것이죠. 공적 위치에 계신 분들에겐 의사 결정을 책임지고 설득과 조정으로 마무리까지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5지난 달 20일 외신 뉴스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 여객기 승객이 마스크 쓰기를 거부해 기장이 이륙 한 시간 만에 회항을 했다는 뉴스였습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영국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였고요. 그 승객은 회항 즉시 경찰에 체포됐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나머지 승객 모두 다른 항공편으로 옮겨야 했다고 하는데요, 제가 만약 이 항공기 탑승객이었다면 어땠을지 잠시 상상해 봤습니다. 투덜대겠지만, 기장의 과감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에 마음 한편으로는 찬사를 보내지 않았을까요?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화이트 설날’이 된 임인년 새해. 온통 하얗게 변한 멋진 설경이 설날 선물인 듯도 합니다. 눈이 소복이 쌓인 장독대 위에 반가운 새해 인사 남겨봅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꽃다발의 주인공은 꽃. 리본은 아무리 멋을 낸들 조연을 벗어나기 힘들지요. 그래도 한 명쯤 나를 찾지 않을까. 언젠가 화려한 단독 데뷔를 꿈꿔 봅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적한 골목 주택가. 차량의 최고 시속 5km 표지판이 보입니다. 성인이 빨리 걷는 수준의 속도이니, 준수만 한다면 큰 교통사고도 없을 것 같습니다. ―경기 용인시 포곡읍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리좀’을 떠올리며 위 사진을 찍었습니다. 리좀. 조금 생경한 용어지요. 주로 창작이나 비평을 하는 문화인들이 씁니다. 리좀(Rhizome·근경·根莖)은 원래 뿌리줄기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땅속에서 옆으로 뻗어 번식을 하는 식물에 있죠. 대나무나 아카시아가 그러합니다. 위 그림에 붉게 칠해진 부분이 리좀입니다. 적절한 토양만 있다면 끝없이 수평으로 퍼지며 싹을 틔웁니다. 그림으로 보면 그냥 선으로 보이시겠지만 이 상황을 위에서 평면적으로 내려다보면 아래 그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나무는 중심이 되는 줄기와 뿌리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리좀 식물은 딱히 중심(Core)이라 할 만한 개체가 없죠. 그래서 탈중심적이고 수평적이며 개방적인 체계를 지닌 다중 개념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됩니다. 질 들뢰즈 등 포스트모더니즘 학자들이 1980년 경부터 처음 인용한 단어입니다. 들뢰즈 책은 너무 어려워서 읽지 못한 저도 대략적인 개념은 알고 있을 정도로 리좀은 인문학계에선 여기저기 많이 쓰이는 용어입니다.리좀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산업은 건축 같아요. 2006년 완공된 독일 촐페라인 경영디자인학교는 벽면 창문을 비대칭의 질서 없는 배열로 보여줍니다. 정형(定形) 없이 흩어져 있습니다. 그냥 각기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며 존재합니다. 모두가 주인공인 동시에 모두가 조연입니다.#2졸가리 없이 리좀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은 이유는 뉴스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리좀처럼 줄기가 없는 배열은 뉴스사진에선 보기 드뭅니다.뉴스사진엔 위와 같은 구도의 사진이 많이 등장합니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보시면 중심(Core)이 명확하죠. 모든 사람의 시각이 가운데로 향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경선 당선인을 위해 참가자 전원이 들러리가 되는 앵들입니다. 권력이 창출된 순간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기에 딱 좋은 화면 구성 방법입니다. 행사 연출가도 이러한 사진을 목표로 무대를 설정했을 것입니다.줄 서 있는 모습도 뉴스사진에 잘 맞는 앵글입니다. 구도가 단순하면서도 시작점과 끝이 명확한 선형(線形·linear) 패턴. 줄의 지향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사건의 목적을 정확하게 설명하기에 좋습니다.중심(core) 패턴이나 선형 패턴 등의 정돈된 구도를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죠. 뉴스를 전해야 하는 기록사진이니 메시지의 통제도 정확해야 합니다. 자칫 엉뚱하게 해석되지 않도록, 기록자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알리려면 사진의 구도가 단순해야 합니다. 정형적인 패턴의 선과 점, 면으로 앵글을 통제해야 합니다. 사진 한 장에도 중심 소재가 있고 나머지는 주변부에서 중심을 돕는 배경 역할을 하죠. ‘주캐’와 ‘부캐’를 확실하게 나눠야 합니다. 사진이라는 2차원 평면 세계 안에도 소재끼리의 권력관계가 있는 것입니다.#3우리 일상 공간에도 권력이 있습니다. 저희 막내 아이는 초등학생인데요, 아이들은 복도를 공유하는 똑같이 생긴 교실에 들어가 똑같이 생긴 책상 의자에 앉아 수업을 듣습니다. 전국의 거의 모든 학교 건물은 학생들을 통제하기 좋은 구조입니다. 통제하려는 학교측과 통제돼야 하는 학생들의 권력 관계가 공간에 그대로 드러나지요. 주말에 미술관, 박물관에 데려 가도 공간과 동선이 거의 일정합니다. 매표소 발권→메인 홀 진입→전시장 입장→바닥에 새겨진 화살표 따라 순서(서열)대로 관람→기념품 가게→퇴장…. 주최측이 관람객을 통제하기 좋은 배열입니다.물론 통제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통제 없는 공간에서 아이를 풀어놓고 싶어지지요. 목적이 없는 리좀이 자연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아이를 자연에서 더 놀게 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설계자의 의도가 있는 인공 환경 패턴은 목적의식이 분명한 선과 면의 공간으로 구성되니까요.#4배송된 로봇청소기 포장재가 언뜻 보기에 무질서한 모양새였는데요, 뒤집어 보니 리좀을 연상시켰습니다. 아이에게 주니 자기가 만든 찰흙 캐릭터를 놓고 잘 놉니다.중앙홀과 메인 갤러리가 없는 일본 가나자와 미술관은 전시장이 일정한 배열 없이 들쭉날쭉입니다. 원형이라 앞뒤도 없고요. 관람객들의 동선도 딱히 정해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 사진출처 가나자와 미술관 홈페이지신문사진이라고 리좀을 차용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정보 전달보다는 시각적 즐거움을 앞세우는 사진은 과감하게 개념을 빌립니다. 색다른 화면구성을 시도하는 것도 저희 사진기자들의 의무입니다. 노력하겠습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오토바이 운전자 등에 있는 배우 알 파치노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노려봅니다. 졸음이 달아나는 듯하네요. 어찌 됐건 모두 안전운전!! ―서울 종로구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칠이 벗겨진 낡은 나무 의자 위에 반들반들한 새 좌식 의자가 올려져 있습니다. 왜 할머니가 손주를 안고 있는 따뜻한 모습으로 보이는 걸까요? ―서울 정릉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비교 우위, 상대적 우위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남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내가 더 뛰어나다고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고 비로소 행복감을 느끼는 정신승리.비교 우위(comparative advantage)는 원래 국제무역 용어입니다. 타국에 비해 앞선 산업의 재화를 수출하고, 대신 열세인 것은 수입해 충당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개념. 그런데 이 단어를 생활 속 사람들 관계에도 흔히 쓰곤 합니다. 심리학 용어가 아닌데도 왜 자주 쓸까요. 짐작컨대, 비교하려는 속내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비교는 행복의 최대 걸림돌”이란 말이 있듯 비교는 습관, 아니 본연의 습성일까요? 데칼코마니처럼 맞은편에 무언가를 둬 대칭 구조를 만들어 놔야 머릿속이 좀 안정감이 생기긴 합니다. ‘사람’을 생각하면 남-녀, 노-소를 같이 떠올린다던지, ‘정치’를 생각하고 있다면 여-야를 떠올리는 것처럼요. ‘세계’를 생각하면 꼭 동-서양이 같이 떠오르기 십상입니다. 문제는 공평하게 완전한 대칭으로 생각하기보다 한쪽을 선호하거나 우월하다고 여긴다는 것이죠.#2물론 모든 관계는 본질적으로 권력 관계입니다. 상대적인 관계지요. 조직 위계처럼 공적인 서열 관계도 있지만, 공평한 친구 사이라도 미묘한 위계질서가 생기기도 합니다. 심지어 나이마저 권력이죠. 가족과 친척 사이에선 항렬이 계급이듯이. 수평 문화가 대세인 요즘까지도 여전히 서열주의 분위기가 남아있는 이유 아닐까요. 서열은 무리지어 사는 동물의 본능이기도 하겠고요.#3그럼에도, ‘평등’은 이제 누구나 수긍하고 인정하는 공리(公理·axiom)입니다. 토를 달지 못합니다. 만약 “내가 신분으로 보나 인격으로 보나 당신들보다 위에 있다”고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말하는 분이 있다면 본인의 인격부터 의심받을 것입니다. 속으로야 할 수야 있겠지만, 비교우위적인 생각은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습니다.근대 이전엔 누구나 법 앞에서 동등하고, 공평한 선거권을 갖고 기회의 평등을 누리는 사회는 없었습니다. 서열과 계급에 따라 인격이 상하로 갈리고, ‘생사여탈권’까지 당연시 됐죠. 산업혁명과 함께 사회계약론 등 개인의 인격을 중시하는 생각이 퍼지면서 ‘평등’ 개념도 물감 번지듯 조금씩 번졌습니다. 20세기 초 잠시나마 파시즘 광풍이 불며 특정인종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퇴행적인 역사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지금은 전 인류가 인격적으로 모두 평등하다는 것은 공리가 됐습니다. 인류는 어느새 여기까지 왔습니다. #P.S.1) 일하는 조직이 수직 체계인 이유는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대외 상황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을 위해서입니다. 요즘은 업무 이외의 영역에선 민주적인 운영이 대세죠. ‘갑질’은 박물관에만 전시될 채비를 마쳤습니다.2) 저 비둘기는 유기생명체이고 수명은 불과 몇 년입니다. 반면 돌은 영구적인 광물질. 애초에 비둘기와 돌조각은 대칭적인 비교대상이 아닌 것이죠. 그럼에도 비교 우위라는 장광설을 위한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저에게 사진과 글 소재로 악용(?) 당한 비둘기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3일 서울 성북구 한성대에서 무용학부 정시모집 실기고사가 시작되기 전 수험생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연습을 하고 있다. 각 대학의 2022학년도 정시모집 전형은 29일까지 진행되고, 합격자는 다음 달 8일까지 발표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