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어릴 적 처음 봤을 때는 신비의 계단이었습니다. 마법으로 움직이는 줄 알았죠. 하지만 자동차와 똑같이 바퀴로 움직이는 운송 수단이네요. ―서울 구로구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낭만(浪漫)은 일본에서 들어온 단어입니다. 일본에선 ‘로망(ロマン)’으로 읽지요. 동아시아에서 유럽 언어를 가장 먼저 번역한 일본인들이 ‘Roman’을 음차(音借)한 것입니다. 로망은 뭘까요?유럽 문명의 뿌리인 로마의 공식 언어는 라틴어였고, 성경 철학 신학 법전 등 거의 대부분의 기록과 책자가 라틴어로 기록됐죠. 로마 몰락 이후 중세시대에도 라틴어는 여전히 귀족 왕족 등 지배계급의 공식 언어였습니다. 일반 대중들은 라틴어 대신 지금의 각국어의 뿌리가 된 언어로 말했고요. 라틴어는 지배·피지배 계급을 가르는 기준이었습니다.▽중세 시대, 대중의 언어를 정통 라틴어와 대비해 ‘로만쯔’ ‘로만니쓰’ 등으로 비하해 불렀습니다. 로마 사투리라는 뜻입니다. ‘로망’은 멸시의 단어입니다. 마치 조선 양반들이 한글 소설을 ‘언문 패설(稗說)’로 업신여겨 불렀던 것처럼.귀족들이 철학 신학책을 라틴어로 보는 동안 서민들은 자기 언어로 쓰인 남녀상열지사나 기사들의 영웅담 소설에 열광했습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로맨스 소설의 원조가 됐다고 봐도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로망’이란 어원은 꾸며낸 이야기, 즉 판타지 속 설정이라고 봐야겠죠. 주인공은 왕자나 공주 또는 기사였으니…. 대중들의 신분 상승에 대한 꿈을 대신해 준 것 같기도 하고요.▽‘로맨스’ ‘낭만’의 핵심은 비현실입니다. 판타지여야 합니다. 일단 현실적이지만 않으면 낭만이라고 볼 수 있죠. 즉 현실의 대척점에 있는 것들이죠. 단테가 14세기 쓴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 1472년 판. 라틴어가 아닌 토스카나 방언으로 기록해 당시 귀족들에게 비난을 받았다고 합니다. 현대 이탈리아어가 토스카나의 주도인 피렌체 방언을 표준어로 삼게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책이기도 합니다. ▽외국인이 찍어 올린 한국 풍경 사진은 종종 화제가 됩니다. 상당수의 댓글이 “여기가 한국이라고?”입니다. 익숙한 장소인데도 전혀 다르게 보이죠. 물론 ‘포토샵’을 너무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현실과 너무 다른 모습이라 당황스럽죠. 외국인의 눈에는 한국의 풍광이 비현실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진과 예술이 원래 그런 것 아닐까요? 판타지를 추구합니다. 저 또한 사진기자로서 사실과 진실에 근접하게 촬영해야 하는 의무를 알지만, 회화(繪¤·pictorial)적으로 찍고 싶다는 본능이 자꾸 솟구쳐 갈등을 겪습니다. 판타지와 낭만에 대한 욕구입니다.▽케이크를 먹어보는 것이 로망인 아이가 있습니다. 마침내 케이크 한 조각을 먹습니다. 꿈을 이룬 것이지요. 내친김에 두 조각, 세 조각을 더 먹습니다. 아뿔싸. 처음 먹었을 때보다 감동이 덜합니다. 만약 네 번째로 먹는다면 더 이상 만족감도 없고 배만 불러 오히려 고통이 될 지도 모릅니다. 이른바 ‘한계효용(限界效用) 체감(遞減)의 법칙’입니다. 이 법칙은 독일 경제학자 허만 고센(Hermann Heinrich Gossen)에 의해 정리된 것인데요, 변화무쌍한 인간의 욕구를 설명하기에 좋습니다.저는 이것을 ‘행복 체감의 법칙’이라고 부르는데요, 꿈을 이루게 되면 행복감이 엄청 오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행복감이 점점 약해집니다. 돈 100만원을 갖는 것이 로망이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목표를 이룹니다. 그런데 기쁨은 잠깐, 오히려 불안해집니다. 누가 내 100만 원을 훔쳐 갈까봐, 100만원으로는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이 돈은 더 이상 로망이 아니라 그냥 원래부터 나에게 주어져 있던 현실인 것입니다. 그냥 원래 있는 환경. 심지어 불편한 현실일 때도 있습니다.▽로망이 실현되면 행복감이 몰려오지만 이내 그 로망은 현실로 내려옵니다. 꿈을 이룬 사람의 잘못이 아닙니다. 원래 로망과 현실의 본질이 그렇습니다. 오히려 이때가 또 다른 로망을 꿈꿀 좋은 기회가 아닐까요. 꿈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듯 일상생활에서라도 낭만도 찾고 가슴 설레는 것을 찾아 다시 떠나야겠죠. 하나의 꿈을 이뤘다면, 다시 다른 꿈을 찾으러 다시 나서야 합니다. 그렇게 다음 무대로, 다음 단계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앞으로 혹은 옆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이겠죠.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나뭇잎 모양이 새겨진 벤치. 떨어진 대왕참나무 잎을 대보니 비슷하지만 좀 다르네요. 다른 잎이 벤치 주인일까요. ―서울 중구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7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들이 단청 무늬로 장식된 의자에 앉아 경회루를 감상하고 있다. ‘2022 봄 궁중문화축전’ 행사는 22일까지 진행되는데 경회루, 향원정 앞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명상: 궁을 보다’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 빈 의자들을 채우고 사진을 찍어볼까요. 무지개 아래에서 모두가 꿈을 꾸는 표정으로 나올 듯합니다. -서울 종로구 화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쉿! 전원주택 담장 기와로 위장해 잠시 쉬고 있습니다. 빌런들이 말썽을 부리면 언제든 출동할게요.―강원 평창군 봉평면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개떡처럼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섬뜩한 내용이 숨어 있는 속담입니다. 누구는 개떡처럼 말해도 괜찮고, 누구는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합니다.소통은 평등 관계보다 상하 관계에서 더 많이 일어납니다. 정보가 상호 교류되는 쌍방향보다 일방적인 지시가 훨씬 많죠. 방향에 따라 소통의 모양새는 사뭇 다릅니다. 지시나 통보, 즉 위에서 아래로 메시지가 갈 때는 간단합니다(물론 지시는 간명할수록 좋습니다).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가는 소통, 즉 보고는 꼼꼼합니다. 직장인들이 보고서 작성에 애를 먹는 이유죠.옛날 회사에선 이런 풍경이 흔했습니다(지금은 보기 드뭅니다). 회의 때 좌장이 지시를 하면 모두들 열심히 받아 적습니다. 좌장이 퇴장한 뒤에는 남은 사람들끼리 “아까 그 말씀이 무슨 뜻이었지?”라며 의중을 알기 위해 고심합니다. 모두가 궁예로 빙의해 독심술을 시전합니다. 소통은 권력관계를 반영합니다. 타인을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할 수 있는 힘, 즉 영향력은 권력의 핵심입니다. 민주주의 이전 사회에선 가장 큰 영향력이 물리적 강제력이었습니다. ‘법보다 주먹’이 통하지 않는 현대사회에선 그럴 수 없죠. 그런데 대화로 소통할 때 폭력적인 모습을 띨 때가 많습니다. 물리적인 폭력이 사라지니 언어폭력이 대신하는 것일까요. 소통이 애매한 구조로 돼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로버트 포즌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책 ‘그는 어떻게 그 모든 일을 해내는가(Extreme Productivity, 2012년)에서 상하 관계의 소통에 대해 이렇게 충고합니다. 요약했습니다.“두루뭉술하게 지시하는 상사에겐 캐물어라. 이런 상사는 평소에 별말이 없거나 돌려 말하다가 갑자기 폭탄을 던져 직원들을 당황하게 한다. 업무지시의 목표와 기대가 무엇인지를 물어라. 더 의사소통하라.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하라.”놀랐습니다. 자유스러운 분위기인 줄 알았던 미국인들도 소통에 애를 먹고 있다니…. 강자의 화법이 있고 약자의 화법이 있습니다. 위 책 같은 자기계발서의 ’소통‘은 주로 약자의 화법이 주제입니다. 당연하죠.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이 대부분 약자일테니까요.상사라고 소통에 애를 먹지 않을까요. 기업의 임원이나 팀장이신 주변 지인들은 한결같이 “아랫사람들이 말귀를 못 알아먹는다”, “요즘 친구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속상해 하십니다. 저는 포즌 교수의 주장을 거꾸로 적용하면 좋지 않을까 제안합니다. 상사의 의중을 정확하게 캐물어야 하는 것처럼, 지시할 때는 단순하지만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이죠. 또 지시나 보고를 물리적 억압이라 여기지 않아야 합니다. 업무가 진행되면서부터는 보고와 피드백을 자주 주고받으며 중간 확인을 계속 하고요. 이를 위해선 평소 수평적 관계를 자주 유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거스 히딩크 축구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하며 스포츠계에 여러 선진기법을 전수했죠. 팀내 소통방식을 바꾼 것도 그 중 하나인데요, 최소한 훈련과 경기에서만큼은 모두가 반말을 쓰도록 했습니다. 명보! 선홍! 고참 선수라고 예외는 아니었죠. 소통 시간도 줄이고, 개인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여자 컬링 선수 경기를 TV로 유심히 봤는데요, 컬링 대표팀도 경기 중엔 모두 반말을 하더군요. 작전타임 때도 코치와 선수 모두 다 반말을 합니다. 1초도 아까운 작전타임 시간에 존칭을 쓰느라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마치 ’야자 타임‘같아 웃음도 나왔고요. 히딩크가 스포츠계에 미친 영향이 참 컸다는 생각이 들면서 서로 반말을 쓰는 관계, 즉 수평적인 관계가 되면 지위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고 부담 없이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적극적으로 묻고 확인하는 것. 단순하고 쉬운 것이지만 권력 관계를 고려하면 윗분께 꼬치꼬치 캐묻기 참 애매합니다. 평소에 신뢰관계가 확실하지 않다면 더더욱. 반대로 상사가 직원에게 꼬치꼬치 지시하거나 물어도 ’갑질‘로 여겨질까봐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떡하겠습니까. 직접 의중을 서로 확인해야죠. 상사가 보고를 요청하는 것은 일을 방해하거나 압력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빠른 의사결정과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믿으셔야 합니다. 부하가 캐묻는 것은 일이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내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임이라고 믿어야 하고요.우리가 친구들과의 수다를 중시하는 이유. 수평적이고 격의 없는 편하게 떠드는 관계. 사실 이게 진짜 소통이죠. 목적의식 없는 소통, 대화를 위한 대화. 이해관계 없는 나눔.3개월 뒤 모습입니다. 사장님이 문구를 수정해 놓으셨네요. 소통을 아시는 분이 분명합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초여름 더위가 나타난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울근린공원 물놀이터를 찾은 가족들이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양천구는 이번 달부터 9월까지 주요 공원과 가로변에 설치된 수경시설을 가동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연분홍 토종 철쭉. 해발 800m 산속에서 터진 꽃망울에 날벌레들이 너도나도 모여듭니다. ―강원 평창 흥정산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990년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우주 이론 못지않게 그의 휠체어에 있던 소통 장비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전신마비에 가까운 장애를 겪는 호킹 박사이지만 소통은 물론 강연도 가능했기 때문이죠.과학기술의 발전은 장애인의 불편함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돼 왔습니다. 전동 휠체어와 근력 로봇 같은 장애인 전용 기술도 있지만, 스마트폰 같은 일반 IT 기기도 장애인들에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줍니다. 최근 20여 년 동안 장애인을 도운 ‘일반’ 기술들을 살펴볼까요.▽문자메시지(1990년대 후반 대중화) 청각 장애인들에게 ‘원격 실시간 의사소통’이라는 혁명을 선물한 기술입니다. 1990년대 초까지는 무선호출기(삐삐)를 통해 약속된 숫자 암호로만 연락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단문메시지(SMS)였지만 스마트폰 이후 메신저 앱이 퍼지면서는 장문에 사진·영상까지 첨부돼 청각 장애인의 소통 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됩니다. 이전엔 PC통신과 팩스로 소통했지만 유선의 한계가 있었죠.▽무선 화상통화(2000년 후반 대중화)아이폰이 국내에 첫 상륙한 직후인 2009년 초로 기억합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생소한 장면을 지하철역에서 봤습니다. 한 승객이 스마트폰을 세워놓고 수어로 대화를 하는 모습. 물론 상대방도 수어로 대화 중이었죠. 모바일 화상통화는 저도 아직 낯설 때라 한참을 보고 있었는데 그분들은 제가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두 분의 행복한 표정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저는 수어를 모르지만, 마치 이렇게 대화하는 것 같았습니다.“세상 진짜 좋아졌어. 이제 우리도 전화로 통화할 수 있어!”▽VR(가상현실)·AR(증강현실)주로 발달 장애인을 위한 교육 기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직업 가상 체험, 면접 가상 체험 등으로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VR로는 산 정상 풍광이나 과격한 놀이동산 놀이기구 등 장애인들이 접하기 힘든 곳을 진짜처럼 경험하게 해주죠.▽노이즈 캔슬링 (2016년 이후 대중화)역파동으로 주변 소음을 제거하죠. 1970년대 1980년대 열차 기관사와 항공기 조종사를 위해 미국 보스와 독일 젠하이저가 개발한 기술입니다. 기관사와 조종사들의 직업병 중 하나는 소음성 난청인데 이를 해결하고자 한 기술.이를 대중화한 것은 일본 소니로 기억하는데요, 1990년대 이미 기술을 확보했으나 2016년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은 소리를 없애는 기술인데 장애인과 무슨 상관이냐고요?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많이 쓴다고 합니다. 빤히 쳐다보는 눈길이야 챙모자를 쓰거나 눈을 감고 안 보면 그만인데, 궁시렁대는 ‘소리’는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한가할 때 타지 왜 공간을 많이 차지하느냐”는 투의 중얼거림이 제일 많이 들린다는데요, 이럴 때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아주 유용하다고 합니다. 불편한 소리를 안 듣게 해주니까요. 많은 장애인의 필수 아이템이라고 합니다. 혁명적인 IT의 별난 쓰임새 같아 씁쓸합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화분이 넘어져서 꽃들이 쏟아진 걸까요? 찬찬히 보니 화분 하나에서 피어난 쌍떡잎처럼 꾸민 정원이네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액자 속에 갇힌 노란 꽃들이 외로워 보였을까요. 누군가 놓아 둔 민들레 한 다발. 모두가 친구가 된 듯합니다. ―경기 포천시 영북면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쪽 손잡이 아래에 웃는 입모양을 그렸더니 멋진 미소가 탄생했네요. 작은 아이디어가 오가는 행인들에게 큰 기쁨을 줍니다.―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도시의 대중교통은 모두 바퀴로 이동합니다. 전철 버스 택시는 물론 공유자전거와 킥보드까지. 줄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대중교통도 있습니다. 케이블카와 에스컬레이터, 그리고 엘리베이터입니다. 사실 이것들의 줄도 바퀴에 매어 돌아갑니다. 또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라는 점에서 모두 대중교통이라고 봐야 합니다.▽도시의 미관을 확 바꾼 마천루(摩天樓·skyscraper)는 철골 건축 공법과 엘리베이터 때문에 가능합니다. 수직으로 서 있는 엄청난 공간이지요. 연면적과 유동인구 규모로 보면 작은 도시 수준입니다. 큰 빌딩은 아케이드와 주차장 등 넓고 깊은 지하공간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수직 공간 내부의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엘리베이터입니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는 엘리베이터를 못 이용할 때의 대체재일 뿐이죠. 이 발명품 덕에 인간은 주거지를 하늘(天空)과 지하로 확장하며 공간 밀도를 올려 도시가 옆으로 한없이 커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한국도 고층 아파트로 주택문제를 해결했죠. ▽현대 도시는 수직과 수평이 얽힌 입체 공간입니다. 도시의 건축구조는 수평적인 동시에 수직적입니다. 지상·천공·지하에 사람들이 거주하고 이동하는 공간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대중교통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역세권에 직장(대형 빌딩)과 집(아파트)이 있는 사람이 대중교통으로 퇴근을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시죠. ①엘리베이터로 건물 1층 도착(수직이동) → ②지하철역까지 도보(수평이동)→ ③에스컬레이터로 승강장 도착(수직이동) → ④지하철로 집 근처 역 도착(수평이동) → ⑤에스컬레이터로 지상 올라옴(수직이동) → ⑥집까지 도보(수평이동) → ⑦아파트 도착해 엘리베이터 이용(수직이동)수평·수직 이동이 섞여 있고, 대중교통이 이들을 연결합니다. 즉 환승이 반복됩니다. 이 연결 고리가 약하거나 매끄럽지 못하면 갈등과 혼란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1981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운영을 시작했을 때, 서울시는 시민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을 것이라 예상했다고 합니다. 위치가 서울 반포이니 경부고속도로의 끝지점이었고, 웬만한 전국 주요 도시에 닿을 정도로 노선이 많았으니까요. 그러나 다른 이유로 이용객들의 불만이 연일 폭발했습니다. 당시 지하철3호선은 공사 중이었고 잠원동과 반포 일대는 흙먼지 날리는 공사판. 시내버스도 드물었습니다. 이용객들이 강북으로 가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택시를 타야했습니다. 이 때만해도 대중교통은 접근성과 연결성(환승)이 핵심이라는 점을 서울시가 아직 이해를 못해서였다고 추정합니다.▽지하철역 엘리베이터는 공공재이며 지상과 지하의 ‘연결 고리’입니다. 장애인이나 어르신 등 교통 약자들에겐 필수 교통수단이죠. 서울시의 거의 대부분 지하철역에는 이미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환승역 같은 복잡한 구조의 지하철역은 이 ‘연결 고리’가 여전히 매끄럽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승강장까지 연결되지 않는 역도 아직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편의시설이 아닌 대중교통이라 규정하면 편의성이 더 좋은 환승 대책이 마련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도시는 이미 세계가 모방하는 세련된 지하철-버스 환승 연결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엘리베이터 등 다른 대중교통으로 확장하는 꼼꼼한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단체 시위로 출퇴근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둘러싼 갈등도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봅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동네 주차장에 누가 멀쩡한 바퀴 의자를 그냥 가져가라고 내놓았네요. 펭귄과 공룡 인형은 사은품, ‘교환 불가’라고 밝힌 유머 감각은 덤입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팝아티스트 홍원표 작가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열린 오비맥주 ‘웰컴 투 화이트 캔버스’ 행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비맥주는 첫 밀맥주인 카스 화이트 출시를 기념한 팝업 쇼케이스를 다음 달 1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겁먹은 민들레 눈, 말라 비튼 가시 밤송이 심장…. 그림자 사진을 찍다가 놀라 한걸음 물러섰습니다. ―경기 포천시 신북면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6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 대형 연등이 설치돼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후 코로나19로 축소됐던 연등회를 올해 대규모로 재개한다”고 밝혔다. 청계천 전통등 전시회는 이날부터 5월 10일까지 진행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벽돌로 환풍구를 만들고, 금속 환풍기 옆에 나란히 심은 꽃들. 어울리지 않을 듯한 것들이 색다른 조화로움을 만들어내네요.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큰 재물을 빨리 얻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위 사진처럼 돼지 저금통은 정답이 아닙니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답은 행운, 사업 그리고 약탈입니다.1) 행운 : 로또처럼 8백50만분의 1 확률을 뚫을 운이 있으면 됩니다. 상속도 큰 재물을 얻는 지름길인데, 행운이 가장 중요합니다.2) 사업 : 창발성과 노력, 안목과 도전정신이 핵심이겠죠. 운도 따라야 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이자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모든 사업가는 창조자이므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3) 약탈 : 사기 절도 강도 횡령 등 각종 범죄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개인이나 집단의 약탈은 범죄로 처벌됩니다. 그런데 국가권력 단위의 약탈은 용인되거나 심지어 권장될 때도 있었습니다.▽16세기 스페인 군대는 중미의 마야 문명, 남미의 잉카 제국을 무너뜨리며 황금을 대대적으로 약탈하죠. 당시 스페인의 전성기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약탈은 또 다른 약탈을 부릅니다. 부를 획득하기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신대륙 약탈에서 한 발 늦은 영국은, 금은보화를 실은 스페인 함선을 카리브해에서 약탈합니다. 해적 행위지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은 이러한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당시 영국왕실은 일부 해적들에게 해군 지위를 내려주면서까지 약탈을 권장합니다. 이 때 획득한 부가 ‘해가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기초 자본이 됐습니다. 영국의 ‘젠틀맨’ 문화는 제국의 뿌리가 해적임이 부끄러워 이를 덮으려고 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권력의 ‘전통적인’ 약탈은 침략·정복전쟁과 식민지배입니다. 권력의 탄생과 궤를 같이하다 19세기~20세기 초반 제국주의 시대에 절정에 달했죠. 약탈이 국가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시대입니다. 하지만 약탈의 전쟁은 이제 문명세계가 절대적으로 피하려 하는 정치행위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벌어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유엔이나 EU 그리고 NATO같은 국제기구들도 전쟁을 막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1980년대 국제정치학자 마이클 도일이 발표한 “민주주의 국가 사이에선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른바 민주평화론(Democratic peace theory) 마저 갸우뚱 하게 되는 세태에 이르렀습니다.▽정상적인 정부라면, 부국(富國)을 위해 경제 발전 계획을 세우고 자본을 유치하며 국가 자원을 체계적으로 동원해 ‘2)사업’을 일으킵니다. 사업으로 재물을 생산하고 이를 국민들과 나누려합니다. 그러나 푸틴 정부는 천연 자원을 뒷배 삼아 주변국들을 폭압적으로 지배해 경제적인 이득을 얻으려는 ‘3)약탈’로 정책 방향을 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만듭니다. 근대 이전의 강국들이 하던 짓입니다. 과연 문명국가인가요.▽문제는 전쟁이 특정지역에서 벌어져도 이제는 약탈이 전 지구적으로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세계는 평평하면서도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만 약탈하지 않습니다. 이미 오른 석유 등 기초 원자재와 밀 같은 곡물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것입니다. 철근 값 상승으로 우리나라도 건설 현장이 멈춰 서고 있습니다. 주유소의 기름값과 식재료 값 인상에 한국인들도 줄줄이 ‘약탈’을 당하고 있습니다. 의도를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푸틴 정부는 전 세계인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꼴입니다. 모두가 매일 호주머니를 털려야 합니다.우크라이나 희생자를 기리며 전쟁 종식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