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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진영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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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칼럼100%
  • [횡설수설/이진영]날아오른 싸이

    싸이의 13일 공연 ‘해프닝’은 여러모로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우선 유튜브 조회수 15억 건을 돌파한 ‘강남스타일’의 후속곡 ‘젠틀맨’이 처음 공개되는 무대였다. ‘젠틀맨’의 뮤직비디오가 나오기 전이어서 궁금증은 증폭됐다. 게다가 제작비 30억 원을 들인 블록버스터급 쇼는 공교롭게도 북한의 전쟁 도발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열리게 됐다. 요즘 TV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남북한을 대표하는 얼굴이라며 김정은과 싸이의 외모를 비교하는 외신도 있었다. ▷한반도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급파된 외신 기자들이 싸이의 공연을 취재하려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몰려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 외신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젠틀맨을 통해 김정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싸이는 “분단은 비극적인 현실이지만 난 본업에 충실하고 싶다. 내 음악을 통해 전 세계에 사랑과 행복을 전하고 싶다”고 에둘러 답변했다. ▷북한의 핵 위협을 예상하고 공연 날짜를 잡은 건 아니지만 싸이는 돌발 상황을 계산해 쇼를 기획했다. 그는 공연 중반에 자막을 통해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쇼를 준비했으나 동물보호단체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포기했다고 알렸다. 대신 그가 한 마리 새가 된 듯 와이어에 묶여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백의민족을 표현하기 위해 싸이가 미리 공지한 드레스 코드에 따라 흰옷을 입고 흰색 야광봉을 든 5만여 명의 관객들. 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돼 날아오른 싸이. ▷신곡 ‘젠틀맨’을 부를 때가 이날 쇼의 가장 뜨거운 순간이었다면, 싸이가 비둘기처럼 날아다니며 관객과 하나가 돼 열창하는 대목은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뉴욕타임스 CNN BBC 알자지라 등 외신 기자 100여 명은 현장을 스케치했고, 이 모든 과정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외국 투자자들이라면 “안심하고 투자하라”는 대통령의 말보다 “마더 파더 젠틀맨”이라는 싸이의 신나는 노랫말에 마음을 놓게 되지 않았을까. ‘젠틀맨’이 세계인은 물론이고 북한 주민들도 ‘시건방 춤’을 추게 하는 최고의 반전(反戰) 노래가 되길 기대한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 201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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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민석 씨 “한국관의 화두는 ‘한반도’… 남북한 건축 진화 짚을것”

    “남과 북을 아울러 지난 100년간 한반도 전체의 건축적 진화를 짚어 보고, 이를 바탕으로 창발적인 전시를 만들 계획입니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될 정도로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시기에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은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47·사진)는 ‘한반도’를 화두로 꺼내 들었다. 조 대표는 9일 오전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건축전의 국가관 주제가 ‘현대성의 흡수(Absorbing Modernity: 1914∼2014)’이다. 한국 건축의 모더니티를 얘기하려면 남북한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914년은 공교롭게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해입니다. 이후 100년간 서구의 식민지 정책과 맞물려 각국이 서구의 모더니즘을 비자발적으로 흡수하면서도 고유의 건축 서사를 잃지 않았죠. 모더니즘 수용 과정에서 남한은 가장 글로벌한, 북한은 가장 지역적인 모습을 띠는데 이 모두를 조명할 계획입니다.” 그는 전시에 소개될 북한의 건축에 대해 “단순 여행기 수준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보여 주겠다”며 근현대 건축 연구자들과 분단 상황을 경험했던 독일의 건축 관계자로 자문단을 꾸려 구체적인 전시 계획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건축전의 한국관 커미셔너는 처음으로 후보자 공개 추천제를 통해 정해졌다. 조 대표는 심사 과정에서 한반도를 주제로 한 전시 계획을 발표해 역대 최연소 건축전 커미셔너로 선정됐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졸업 후 1996∼98년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가 소장인 네덜란드 설계사무소 OMA에서 근무했다. 콜하스는 이번 국제건축전의 전시 총감독이다. 2014년 건축전은 ‘기본(Fundamental)’을 전체 주제로 내년 6월 7일∼11월 23일 열린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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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정원에서 활짝 꽃피운 인문-사회학적 상상력

    관악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하늘마당’은 서울대 1호 옥상정원이다. 2011년 5월 서울시의 지원을 포함해 3억 원을 들여 746m²에 흙을 깔고 꽃과 나무를 심었는데 최근 벌집을 들여온 뒤로는 벌들이 꽃과 물을 찾아 이곳저곳을 분주히 날아다닌다. 교직원과 학생, 관악산 등산객들에겐 쉼터이고, 환경조경학과 학생들에겐 귀한 실습 현장이다. 하늘정원은 사회학자인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인문학적인 상상력도 자극했다. 그 결과물이 ‘옥상의 공간사회학’(auri·건축도시공간연구소)이다. 홍익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박사과정에 있는 김미영 씨와 함께 썼다. “옥상에 대해 연구하려고 자료를 찾아보니 국내외에서 옥상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전례가 없더군요. 도시공학과 건축을 공부한 제자가 외눈박이 사회학자인 저를 보완해주겠거니 믿고 연구를 시작했지요.” 전 교수는 제자의 건축학적 배경에 기대어 옥상의 개념과 역사부터 훑는다. 지금과 같은 평평한 옥상은 근대의 산물이다.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기하학적 공간관이 확산되고 철근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방수 기법이 발명된 덕에 바닥의 지지 없이도 비가 샐 염려 없는 평면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가 빛을 발하는 것은 르코르뷔지에의 모더니즘 건축부터 이상의 ‘날개’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까지 인문학과 대중문화를 가로지르며 옥상에서 야누스의 두 얼굴을 읽어내는 통찰력 덕분이다. 우선 옥상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평소엔 보이지 않아 부재하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옥상은 개인의 것인 동시에 이웃과 나눠 쓰거나 도시 경관의 일부라는 점에서 공유되는 공간이다. 권력과 자본이 지배하는 공간이면서 때로는 사회적 약자들의 저항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전 교수는 이를 “내려다보는 자와 올려다보는 자 사이에 존재하는 시선의 비대칭성을 향유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구조와 탈출이 가능한 생명의 장소이면서 추락과 사고가 일어나는 죽음의 공간이고, 버려진 공간이자 가꿈의 대상이기도 하다. 제자인 김미영 씨는 “도시공학을 공부할 때 도시의 효율 증대만을 생각했는데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면 이렇게 풍성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도시 개발에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도 “도시의 수준은 도시 연구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지금의 도시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건 도시를 공학으로만 접근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스승과 제자는 ‘옥상의 공간사회학’이 옥상의 재발견으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옥상은 도시의 마지막 미답지이자 도시 면적을 지속적으로 늘려주는 공급원입니다. 야누스의 두 얼굴 가운데 미래의 밝은 쪽을 가꾸고 키우는 것이 도시인들의 마땅한 선택이 될 겁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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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지에 앉은 백조날개처럼”… 아버지 말씀대로 만들었어요

    《 “넘실거리는 산세에 둘러싸인 고요한 분지, 백조가 가만히 내려앉은 듯한 건물이면 좋겠군. 날개를 펴며 막 비상하는 모습이어도 좋고.” 주변을 둘러보고 영감을 얻은 아버지는 연필로 스케치했다. 새의 큰 날개 두 개를 비스듬히 포개놓은 듯한 지붕이 나지막한 공간을 덮고 있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완공을 못 보고 타계했고 유작의 마무리는 딸이 맡았다. 》재일교포 2세 건축가 이타미준(유동룡·1937∼2011)과 유이화 ITM유이화건축사사무소 대표(39)가 함께 설계한 서원힐스CC 클럽하우스다. 석재와 나무, 알루미늄 캐스트, 검은 벽돌, 동판을 이용해 경기 파주시 광탄면에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적 8040.64m²) 규모로 지은 건축물이다. 주변 산세와 비교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유작(遺作)은 자연의 일부인 양 겸허함을 강조했던 고인의 건축 철학을 보여준다. 짙은 색감과 날렵한 지붕선에서는 일본풍도 느껴진다. “아버지께선 건축이란 땅에서 와서 땅으로 돌아가는, (영원한 자연에 비하면) 잠깐 왔다 가는 아이 같은 존재라고 하셨어요. 그러니 주변 에너지를 누르지 않고 자연을 받아들이는 겸손한 건축을 해야 한다고 하셨죠.” 일본에서 건축을 배우고 활동해온 아버지, 이화여대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실내디자인 및 건축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일해온 딸의 협업은 2001년 딸이 이타미준 건축연구소의 한국지사장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딸은 도쿄에 사는 아버지와 팩스와 전화를 주고받으며 제주의 포도호텔, 방주교회, 물 바람 돌 미술관 같은 명품을 지어냈다. 서원힐스CC 클럽하우스는 부녀간 협업의 마지막 결과물이다. “학교에서보다 아버지께 배운 게 더 많아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서울 외가에서 살았어요. 그때부터 아버지가 한국에 출장오실 땐 현장을 따라다니며 통역을 해드렸죠. 놀이공원에 갈 나이에 ‘건물 선은 이렇게 가야 하고, 디테일은 이게 아니고…’ 하는 통역을 했던 거예요. 아버지 생각이 건물로 구현되는 걸 보며 어린 저도 가슴이 벅찼어요.” 이타미준은 화가이고, 조선 민화 전문가이자 한국 고미술 수집가로도 유명하다. 1968년 민화에 빠져든 뒤 도자기 불상까지 1200점 넘게 모았다. “조선 백자는 내 미의식의 기원이자 스승”이라고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건축에서 한국미를 찾아내는 이가 많다. “백자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눈이 저 깊은 곳까지 들어가며 온기가 전해진다고 좋아하셨어요. 상자 안에서 꺼내 쓰다듬고 사진 찍고 술 한잔 마시고, 그렇게 할머니 품에 안기듯 (재일교포의 힘든 삶을) 위로받으셨던 것 같아요.” 큰 스승을 떠나보낸 유 대표는 2007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아버지와 함께 지은 건물에서 자신만의 건축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60세가 돼서야 “이제야 내가 어떤 건축을 하는지 알겠다”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조급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언만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다. ‘이타미준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건축상을 제정할 것, 자금은 나의 컬렉션을 이용해 마련할 것, 이 모든 책임은 유이화가 질 것.’ 국립현대미술관이 10월 개최하는 이타미준 상설 기획전은 그의 건축 철학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첫 작업이다. 유 대표가 기증하는 드로잉 회화 설계모형 등을 전시하고 박길룡 국민대 건축대학 명예교수,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등이 그의 작품을 연구해 발표한다. 박 교수는 “이타미준의 건축적 수사는 미술과 시와 고미술에서 단련된 힘이며 그의 건축을 자꾸 돌아보게 하는 다이얼로그다”고 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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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기타]“신부님, 성당 모양이 왜 저렇죠?” ‘건축 성지’가 되어버린 ‘이단 건축’

    제목과 달리 책의 주인공은 르코르뷔지에도, 그가 설계한 라투레트 수도원도 아니다.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찍은 호사스러운 비주얼보다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가톨릭의 부흥을 위해 최고의 예술가들에게 성당 설계를 의뢰한 ‘건축주’ 알랭 쿠튀리에 신부(1897∼1954)다. 그는 진부한 교의(敎義)에 빠져 있는 종교를 흔들어 깨우고 발길을 돌리는 신도들을 붙잡기 위해 현대예술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프랑스 알프스 산 중턱에 아시 성당을 짓고 가장 핫한 예술가들을 불러 모아 얼굴 없는 십자가 조각상 같은 전위적인 예술품으로 꾸며 놓았다. 화가 마티스에게 의뢰해 아담한 성당을 설계하고 낙서 같은 벽화를 그려 넣게도 했다. 보수적인 바티칸과 전통 종교건축에 익숙한 신도들은 ‘이단 건축’이라고 반발했지만 쿠튀리에 신부는 한발 더 나아가 무신론자인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를 찾아간다. 이 거장은 1955년 프랑스 벨포르에 표고버섯 모양의 롱샹 성당을 빚어냈다. ‘건축의 창세기’를 열었다는 걸작이다. 5년 후엔 평생을 쌓아온 건축 기법을 집대성해 리옹 인근 언덕에 쌓아올린 라투레트 수도원으로 종교건축의 정점을 찍는다. 네모난 콘크리트 수도원은 첨탑의 작은 십자가를 제외하면 전혀 성당스럽지 않지만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건축의 성지가 됐다. 쿠튀리에 신부는 펄쩍 뛰는 종교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와 사상, 신앙이 다른 예술가들이 우리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들의 창작을 통해 우리는 500년 동안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위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쿠튀리에 신부의 열린 시각과 선구안은 21세기 서울에 기어이 시대착오적인 고딕 교회 건물을 세우고야 마는 우리의 안목을 초라하게 만든다. 좋은 건축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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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중에 뜬 茶室… 석기시대 UFO?

    공중에 붕 떠 있는 차실(茶室), 학의 다리처럼 가느다란 나무기둥 위에 올린 암자, 지붕 전체를 풀과 나무로 덮은 집…. 토속적이면서도 낯선 건축언어로 ‘앞선 야만’, 혹은 ‘야방가르드(야만의 일본어 발음인 야방+아방가르드)’ 건축가로 불리는 후지모리 데루노부 도쿄대 명예교수(67·사진). 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심포지엄 ‘후지모리 데루노부의 건축세계’가 29일 오후 3시 서울 고려대 자연계캠퍼스 하나스퀘어 강당에서 열린다. 고려대 건축학과와 공학기술연구소, 한국건축역사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로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한다. 건축사 연구로 유명했던 후지모리 교수는 45세에 건축설계에 뛰어든 이후 자연 재료로 마감하고, 지붕에 초목을 심으며, 단순 기술을 이용한 수작업을 도입한 20여 개 작품을 통해 독특한 건축세계를 선보였다. 야방가르드 건축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이 ‘하늘을 나는 진흙배’라는 뜻의 소라도부도로부네. 2010년 고향인 나가노 현 지노시미술관 앞마당 지주에 철선으로 매달아 놓은 차실인데, 석기시대에서 날아온 미확인비행물체(UFO) 같다. 위엔 토속의 너와지붕 느낌이 나도록 동판을 접어 올리고 아래쪽 몸통은 진흙을 입혔다. 그의 독특한 건축세계에 대해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 이토 도요는 “토착적일 뿐만 아니라 미지의 세계에서 날아와 착지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후지모리 교수가 ‘건축과 자연의 관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김현섭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가 ‘후지모리 건축에 나타난 자연성과 인위성의 충돌에 관하여’를 발표한다. 김 교수는 “원폭과 패전이라는 인공재앙, 지진과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를 경험한 일본인의 폐허에 대한 트라우마는 심원한 듯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후지모리의 방법론 중 하나가 원시의 토착 건축에 뿌리를 두고 일본의 자연주의 토속신앙과 연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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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 조민석씨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4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로 건축가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47·사진)를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조 대표는 연세대 건축공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건축학과(석사)를 졸업한 뒤 2003년 건축사무소 매스스터디스를 설립해 활동해왔다. 대표작으로는 제주 다음 사옥인 다음스페이스닷원, 서울 강남구 서초동 주상복합 빌딩 ‘부티크 모나코’ 등이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은 내년 6월 7일∼11월 23일 열린다.}

    • 201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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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남녀가 등을 대고 오토바이 탄 까닭

    여기 오토바이를 탄 남녀 사진이 있다. 가슴선 바로 아래로만 찍었는데 이상하게 뒤에 앉은 여자가 남자와 등을 대고 앉았다. 왜?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상표를 보는 순간 무릎을 치게 된다. ‘원더브라.’ 원더브라를 했더니 등을 대고 거꾸로 앉아야 할 만큼 가슴이 커졌다는 뜻이다(사진①). 이 책에는 보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광고나 포스터, 예술작품 사진이 잔뜩 나온다. 저자는 웃기는 디자인 제작 기법으로 비주얼 펀(pun), 비주얼 패러디, 비주얼 패러독스 세 가지를 제시했다. 비주얼 펀이란 발음이 똑같은 말을 이용해 장난치는 방법이다. 포크가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그림은 제목이 ‘포클레인’, 땅콩(peanut)이 오줌(pee) 싸는 그림은 ‘peenut’이다. 비주얼 패러디로는 말버러 담배 광고 모델이 담배 대신 막대사탕을 물고 있는 츄파춥스 광고(사진②)를 예로 들었다. 비주얼 패러독스의 예는 흑인 여성이 백설공주 분장을 하고 나오는 니베아 광고다(사진③). 뿌리면 선탠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품 광고다. 홍익대 교수인 저자는 앙리 베르그송의 웃음 철학부터 게슈탈트 심리학과 롤랑바르트의 기호학까지 온갖 이론을 동원해 웃음의 정의와 웃게 만드는 디자인 제작법을 망라했다. 디자인 연구자들에겐 유용할지 모르지만 과한 느낌이다. 저자가 말미에 인용했듯 ‘조크를 설명하려는 것보다 더 빨리 웃음을 죽이는 일은 없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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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 ‘SPACE’ 47년만에 ‘공간’ 품 떠난다

    1세대 대표 건축가 고 김수근(1931∼1986)이 창간한 국내 최고(最古)의 종합예술전문 월간 ‘SPACE’(사진)가 47년 만에 공간의 품을 떠난다. SPACE 발행사인 공간사는 21일 “CNB미디어(대표 황용철)가 최근 SPACE를 인수해 약 10억 원의 부채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CNB미디어는 2006년 12월부터 문화와 경제 전문 주간지 ‘CNB저널’을 발행해 왔으며 온라인 뉴스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7월에는 CNB갤러리를 개관해 운영 중이다. 1966년 11월 창간된 SPACE는 연간 발행 비용이 17억 원, 수입은 12억 원이다. 나머지 5억 원은 모기업인 공간건축이 지원해 왔으나 지난해 7월 공간건축이 경영난을 이유로 지원금을 끊은 이후 SPACE는 폐간 위기에 놓였다. 공간건축은 지난해 12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올해 1월 2일 부도를 냈다. CNB미디어의 SPACE 인수로 다음 달 말 발간되는 5월호부터는 발행인이 이상림 공간사 대표에서 황용철 대표로 바뀌게 된다. SPACE 관계자는 “SPACE는 국내 잡지로는 최초로 미국 학술정보 제공기관인 톰슨 로이터의 예술 인문학 인용 색인(A&HCI)에 등재돼 세계적으로 학술적인 권위를 인정받았다. 새로운 발행인도 지금의 편집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한때 25명에 이르던 SPACE 직원은 경영난을 겪으며 8명으로 줄었다. 이들은 조만간 김수근이 설계해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물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사옥을 떠나 서대문구 연희동 CNB미디어 사옥에서 근무하게 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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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건축가 김석철의 내공이 담긴 동서고금 도시와 건축 탐험기

    1997년 출간된 베스트셀러 ‘천년의 도시 천년의 건축’ 개정판이다. 천년이든 만인이든 건축가 김석철에게는 버거워 보이지 않는 스케일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제주 영화박물관, 경기 한샘 시화공장 설계뿐만 아니라 여의도와 한강부터 중국 취푸(曲阜)와 중동의 신도시까지 도시를 설계해온 그이기 때문이다. 동서와 고금을 가로지르는 시선으로 세계 곳곳에 남겨둔 작품들의 작업기, 그리고 세계 주요 도시와 건축 탐험기를 실었다. 수차례의 암수술로 식도와 위가 없는 몸으로도 ‘자고 일어나면 마음이 설렌다’며 스케치북을 찾는 노장의 내공이 느껴진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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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우더! 라우더!” 언어장벽 허문 K-rock

    13일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도심. 북미 최대의 음악 축제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뮤직 페스티벌(SXSW) 둘째 날. 오스틴 컨벤션센터 3층 10C룸에서 콘퍼런스 ‘신생 음악 기업이 성장하는 시점’이 열렸다. 음악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의 데이브 헤인스 부사장은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기업은 신진 밴드가 대형 음반사와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를 홍보할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인디 밴드의 힘 …‘구름’을 걷어낼까 이날 오스틴 도심의 기온은 24도까지 올라갔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이날 밤 도심 클럽 ‘이지타이거’에서는 한국 밴드 6팀이 ‘스핀’ 무대에 오르기로 돼 있었다. 유튜브나 온라인의 도움 없는, 오프라인에서의 정면승부다. 클럽 ‘엘리시움’에서 전날 한국 음악인 7팀이 참여해 연 ‘케이팝의 밤’에서는 여성 그룹 f(x)의 현지 팬이 관객 상당수를 점했다. ‘스핀’은 로다운 30부터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구남), 노브레인, 더 긱스, 3호선 버터플라이, 갤럭시 익스프레스까지 오롯이 한국 록 밴드들의 무대다. 미국의 유력 음악 전문지인 ‘스핀’이 4일 연속 공연의 첫날을 통째로 한국 록을 조명하는 데 할애한 것이다. 문득 든 생각. ‘그들은 미국 땅에 스스로 홍보창구를 열 수 있을까.’ 오후 5시부터 컨벤션센터 4층 대연회장에서는 싱어송라이터 디벤드라 밴하트의 공연이 열렸다. 전자기타 한 대만 달랑 들고 혼자 나타난 그는 베네수엘라계 미국인답게 스페인어와 영어를 오가며 특유의 떨림이 강한 보컬을 들려줬다. 언어를 막론하고 그만의 매력으로 객석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컨벤션센터를 나서자 첫날과 마찬가지로 통째로 커다란 공연장이 된 도심의 햇살이 반겼다. 이날도 전 세계에서 날아온 수백 팀이 음악 관계자와 팬의 관심을 끌기 위해 뜨겁게 경쟁 중이었다. ‘한국 팀들도 언어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까.’ 오후 8시. ‘이지 타이거’에서 마침내 ‘스핀’ 무대가 시작됐다. 한국 블루스 록의 자존심 로다운 30이 특유의 끈적하고 육중한 록 사운드를 풀어냈다. 전날보다는 관객 수가 적었지만 공연 자체에 대한 충성도는 더 높았다.○ “덩실덩실 움직여, 이것들아, 라이크 디스!!!” “나랑 미친 듯 놀자! 밤이 새도록 놀자!”(노브레인) “올 라이트!!!”(관객들) “우리가 너무 시끄럽나요?”(더 긱스) “노, 라우더(louder·더 크게)! 라우더!”(관객들) “(한국말로) 덩실덩실 움직여 봐, 이것들아. 라이크 디스(Like this)!!!”(구남) “예아(Yeah)!!!”(관객들) 무대 앞 백인 관객들은 한국 음악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잘도 따라했다. ‘바다 사나이’(노브레인)에 맞춰 손짓으로 파도를 만들었고 ‘난 어디로 가는 걸까’(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워∼ 워어우 워∼어어어어어’ 반복구를 목이 터져라 따라했다. 덩실덩실 춤을 추다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서울 서교동의 공연장을 지구 반 바퀴 너머로 옮겨놓은 듯했다. 구남의 뽕짝 리듬에, 3호선 버터플라이의 한국적 몽환성에,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반한 현지 관객들은 휴식시간마다 판매대를 찾아 한국 음반과 티셔츠를 구매했다. 미국 대학 밴드를 비롯해 새로운 음악인을 발굴해 조명하는 매체인 ‘칼리지 뮤직 저널(CMJ)’의 맷 맥도널드 부사장은 “한국 음악인은 언어장벽을 넘어 단시간에 관객과의 유대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세계의 음악인들 가운데서도 특출하다. 이건 ‘강남스타일’의 싸이나 록 밴드가 공통적으로 가진 매력이다”고 했다. 그는 “SXSW를 찾는 한국 밴드의 음악을 3년째 체크하고 있는데, 꾸밈없는 진정성과 열정이 그걸 가능케 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14일 오전 2시. 공연은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격정적인 무대로 끝을 맺었다. 오스틴의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고, 동아시아에서 날아온 음악의 폭우는 쏟아졌다.:: SXSW ::매년 3월에 미국 남부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뮤직 페스티벌(South by Southwest Music Festival).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를 패러디해 따온 이름이다. 1987년 출범했으며 공연과 음악 견본시, 콘퍼런스를 아우르는 북미 최대 음악 전시장이자 세계 3대 음악 마켓 중 하나다. 90개 공연장에서 2000개가 넘는 음악 팀이 공연한다. 최근엔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와 정보기술(IT)로 영역을 넓혔다.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1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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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현대건축] 베스트 3위 선유도공원

    《 건축가 조성룡(69·사진)은 동아일보와 월간 ‘SPACE’가 건축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 설문조사에서 상위 20위권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이다. 서울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도공원(2002년, 정영선+조성룡)이 3위,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내 꿈마루(2011년, 조성룡+최춘웅)가 14위, 광주 동구 운림동 의재미술관(2001년, 조성룡+김종규)이 17위를 기록했다. 이 중 선유도공원은 정수장 시설물을, 꿈마루는 1세대 건축가 나상진의 클럽하우스 건물을 방문자센터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옛것을 새롭게 다듬어낸 선유도공원 리뷰를 통해 건축에서 기억 혹은 시간에 대한 존중의 가치를 새겨본다. 》대한제국 선포에 앞서 한성부를 찬란한 근대도시로 탈바꿈시키려 했던 고종은 야심 차게 두 가지 도시정비사업을 계획한다. 경운궁을 중심으로 방사상 도로체계를 구축하는 것(지금의 서울시청 앞 교차로)과 만보객이 즐길 만한 단란한 도심 공원(탑골공원)을 만드는 일이었다. 고종은 교차로와 공원, 이 두 요소야말로 근대 생활의 완벽한 표상이라 여겼다. 공원은 그렇게 처음 우리 도시의 품 안으로 생경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광복 후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공원은 기형적으로 도구화되고야 만다. 공원이라는 알량한 명분과 이름하에 전통문화유산과 성역은 처참히 유린당했고, 때때로 공원은 애국과 반공 이데올로기를 위한 훈육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2002년 우리 곁을 찾은 선유도공원은 과거의 이 같은 기형적 생성과 변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시민공원이다. 수돗물을 공급하던 정수장으로 23년 동안 물속에 잠겨 있던 공간과 기억들이 조경가 정영선과 건축가 조성룡의 손에 건져져 새 생명을 얻은 것이다. 선유도공원은 쓸모를 다한 산업유산을 보전·활용했다는 역사성과 파괴된 도심생태계를 복원했다는 자연친화성, 그리고 한강 중간에 떠 있다는 드라마틱한 장소성까지 좀처럼 이루기 힘든 3박자를 고루 갖춘 셈이다. 그러니 흥행은 따로 말할 것도 없다. 2005년에는 주말 하루 평균 이용자가 4만 명이 넘는 통에 공원 보호 차원에서 부득이 입장정원제를 실시해 입장객을 하루 8700명(동시간대 최대 1000명)으로 제한해야 했다. 축적된 시간의 농밀한 흔적들 사이로 건축적 산책의 즐거움이 더해진 선유도공원은 문화적 공원을 갈망하던 대중을 촉발시켰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처럼 하나의 공원에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몰리는 현상은 역으로 공원이라는 일상적 장소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경험의 부재를 입증하는 것이다. 2005년 초여름 선유도공원에서 만난 건축가 조성룡과 정기용은 “이곳을 테마공원이나 유원지쯤으로 여기며 분주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한곳에 머물러 주변과 스스로를 돌아볼 뿐이라는 공원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공원이란 특정한 목적을 갖고 무언가를 둘러봐야 한다는 강박으로 오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선유도공원 같은 산업유산의 변용은 앞서 산업시대의 부흥과 쇠락을 경험했던 영국 독일 등지에서 먼저 일어났다. 화력발전소였던 영국의 테이트모던 미술관, 주물제조공장이었던 르 마가쟁 국립현대미술관, 철강제련소였던 티센 랜드스케이프 공원 등이 산업시설의 중요한 변용 사례다. 선유도공원은 바로 이 낡은 것에 대한 재생, 산업유산에 대한 문화적 계승이라는 건축의 시대적 패러다임을 일반 대중에게 선보인 첫 국내 작품인 것이다. 최근 당인리발전소, KT&G 대구 연초제조창의 활용을 고민하는 것도 아닌 말로 모두 선유도공원의 성공 덕이다. 선유도공원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어린이대공원 관리사무소를 리모델링한 꿈마루 역시 정말 꿈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선유도공원은 이번 조사에서 거장 김수근의 대표작 경동교회를 누르고 3위를 차지하며 한국 현대건축사에서 그 공적을 다시금 인정받았다. 특히 최고의 현대건축 20선 가운데 개별 건축물이 아닌 장소적 특성을 띤 것은 선유도공원이 유일하다. 그래서 선유도공원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역사적 성과를 두고 조경계에서는 아직도 그것이 건축인지 조경인지, 내 것인지 네 것인지를 따지며 선유도공원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그들만의 것으로 점유하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유도공원의 진정성은 산업과 문화, 인공과 자연, 과거와 현재 사이의 두터웠던 경계를 넘나들며 통합해가는 장소성의 구축과 재생이 아니었던가? 고종이 탑골공원을 통해 근대도시의 이상을 꿈꾸었던 것처럼 이제 우리는 선유도공원을 통해 통섭과 융합이라는 이 시대 건축과 도시의 미래상을 그려가야 하는 것이다.박성진 ‘SPACE’ 편집팀장}

    • 201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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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자연 문건’ 공개 파문 유장호 前 매니저… 4주기 맞아 고인 추모하는 노래 작사

    ‘오랜 시간 많이 힘겨워했단 걸 몰랐었어…지친 너를 잡아주지 못했던 내가 미안했어…다시 돌아올 수 없는…그곳으로 그렇게 떠났지만 난 추억해 너를 기억해 잊지 않을게.’(노래 ‘3월 7일’ 중) 7일은 배우 장자연 씨가 세상을 떠난 지 4년이 되는 날이었다. 고인의 매니저로서 이른바 ‘장자연 문건’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던 유장호 호야스포테인먼트 대표(33)가 장 씨를 추모하는 노래를 지어 14일 공개한다. 유 대표는 9일 오후 기자와 만나 “14일 데뷔하는 소속 가수 H-호야와 K-호야의 노래 ‘3월 7일’의 가사를 남성그룹 원티드 멤버 전상환과 함께 지었다. 고인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3월 7일’은 발라드풍의 애절한 곡이다. 장 씨의 전 소속사인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에서 매니지먼트 팀장으로 일했던 유 대표는 회사를 나와 2008년 9월 호야스포테인먼트를 설립했다. 그는 “2009년 2월 장 씨가 찾아와 고충을 털어놓았는데 당시 즉각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게 후회된다. 시간을 그때로 돌릴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 씨는 2009년 3월 7일 ‘술 접대와 잠자리를 강요받고 폭행당했다’는 문건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 대표는 장자연 문건을 공개해 더컨텐츠테인먼트의 전 대표 김모 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에서 모욕죄가 인정돼 2011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받았다. 그는 “올해 초 김 전 대표가 날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모욕죄)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며 “고인에 대한 나의 심정을 노래에 담았는데 언론 플레이로 비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거듭 밝혔다. 유 대표가 기획한 솔로가수 H-호야와 K-호야는 14일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데뷔 쇼케이스를 연다. 노래 ‘3월 7일’은 타이틀곡이 아닌 앨범 수록곡이라고 유 대표는 설명했다. “이제는 ‘장자연 사건의 관련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실력 있는 가수의 제작자로서 꿈을 펴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에 계속 담고 싶습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1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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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 불확실한 젊은 세대, 도시형 유목민 집이 딱이죠”

    《 그는 제 집이 없다. 20년간 14번 집을 옮겨 다녔다. 미국 뉴욕에서 10년간 공부하고 일하는 동안 8번, 2003년 귀국해 10년째 서울에 살면서 6번. 지금은 5층짜리 상가 건물의 옥탑방을 개조해 살고 있는데 또 새 집을 보러 다니고 있다. 앞으로도 집을 살 생각은 없다. 공간 디자인회사인 비안디자인의 안경두 대표(43·사진) 얘기다. “새로운 공간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가도 한 호텔에서 하루 이상 머물지 않죠. 1, 2년에 한 번씩은 이사를 해요.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이도 1, 2년 단위로 학교를 옮겨 다니는 데 동의했어요.” 》안 대표가 27일 시작되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내놓는 작품도 ‘도시 유목민(urban nomad)’이다. 혼자 사는 미혼 남성을 위한 집인데 72m²(6×12m)에 펼쳐 놓았던 공간이 3×7m, 높이 2.1m 박스 하나에 모두 담기는 조립식이다. 진득하게 한곳에 살지 않고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딱 안 대표 같은 남자를 위한 스타일이다. “요즘 젊은 남자들이 집을 마련하기가 어렵잖아요. 결혼과 직장 모든 면에서 미래가 불확실하죠. 집은 소유하는 것, 정착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은 이런 현실과 맞지 않아요. 어느 동네, 어떤 생활 패턴에도 맞도록 집은 융통성이 있고 가벼우며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그는 ‘가구란 벽에 붙여 두는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깬다. 벽면에 기대어 놓기 마련인 가구를 죄다 가운데 모아놓았다. 집성목으로 만든 컨테이너용 박스를 적당한 간격으로 세워 놓은 뒤 그 안에 벌집 모양의 골판지인 허니콘보드를 여러 개 쌓아 책상과 의자를 만들었다. 침실은 박스 위쪽에 킹 사이즈 해먹을 사방으로 팽팽하게 매어 놓아 마련했다. 그럼 벽은? 먹색 칠판 도장을 해놓았더니 훌륭한 인터페이스가 됐다. 빔 프로젝터 스크린으로 쓸 수도 있고, 분필로 메모를 하거나 작업용 자료들을 자유롭게 붙여 놓아도 된다. 이동식 집에 영구적인 장판을 깔 순 없는 법. 대신 미송나무로 만든 1×1m 팔레트 80장을 곳곳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생기도록 깔았다. 팔레트 아래쪽에 생기는 공간은 수납용이 된다. 공간의 가운데를 가구가 가로막고 있으면 답답해 보이지 않을까. “사람들은 모서리를 보고 공간의 물리적 크기를 인식합니다. 가구를 가운데 모아 놓으면 모서리 대신 가구 주변의 다양한 행위들에 주목하게 되죠. 팔레트의 높낮이까지 더해져 다이내믹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홍익대와 미국 예일대, 하버드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건축과 실내 디자인 작업을 병행해 온 안 대표는 2004년 비안디자인을 설립한 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센터와 SBS 신사옥, 홍익대 인근의 YG 사옥, 강남구 청담동 씨네시티 멀티플렉스 등의 실내 디자인을 맡았다.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는 안 대표 외에 김윤수 공간디자이너, 김경수 공간기획자, 홍희수 인테리어스타일리스트가 1인 가족부터 대가족까지 다양한 가족을 위한 새로운 실내 디자인을 선보인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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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렌지농장… 해변… 파격 디자인의 구글 일터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린 농장, 벽돌을 쌓아올린 아늑한 오두막, 서핑보드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해변…. 일반인들에겐 마음먹고 찾아가야 하는 휴가지 혹은 테마공원 풍경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사는 구글 사원들에게 이곳은 매일 출근하는 일터다. 지난해 말 완공된 구글 텔아비브 사무실 모습이 디진(dezeen), 디자인붐 같은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 웹진에 게재돼 조회수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 텔아비브 사무실은 텔아비브 중심부에 있는 일렉트라 타워의 8개 층에 8000m² 규모로 꾸며졌다. 스위스 디자인 회사 카멘친트 에볼루션이 이스라엘 현지 인테리어 업체와 협업으로 설계했다. 카멘친트 에볼루션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새 사무실의 가장 큰 특징은 사무 공간의 절반을 사원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자갈이 깔린 시골길이나 숲속에 벤치가 놓여 있는 듯 꾸민 라운지, 인조 풀밭과 오렌지 나무가 보이는 시골 농장 등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을 나무 강철 카펫을 비롯한 여러 재료를 써서 연출했다. 통유리를 통해 밖을 내다보면 탁 트인 전경이 속을 시원하게 한다. 식당은 카페테리아와 고급 레스토랑을 포함해 3개, 8개 층 가운데 1개 층은 벤처 회사들을 위한 ‘구글 캠퍼스’로 활용한다. 구글 텔아비브 사무실 인테리어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디진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댓글에 따르면 “전형적인 사무실 디자인의 틀을 깨고 재미라는 요소를 가미한 구글이 대단하다”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놓은 곳에서 일하면 기분 전환이 되고 일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일부는 테마공원처럼 특정 장소를 인공 재료를 이용해 모방한 디자인에 대해 “키치적인 패스트푸드 설계”라고 비판하거나 “처음엔 즐겁겠지만 계속 일하다 보면 무덤덤해질 것”이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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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현대건축] 1세대 거장 김중업-김수근의 대표작

    《 동아일보와 건축전문 월간 ‘SPACE’는 건축가와 학자 등 건축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최고와 최악의 현대건축물을 뽑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문가들은 최고의 건축물로 135개, 최악의 건축물로 71개의 작품을 추천했다. 이를 토대로 한국 현대건축사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들의 역사적 사회적 가치와 현재적 의미를 짚어보는 글을 격주로 싣는다.본보 5일자 A8면 도시 미관 해치는 공공건물… 최악 디자인 13곳이 정부발주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로 선정된 공간 사옥(1위·김수근·1977년)과 주한 프랑스대사관(2위·김중업·1962년), 그리고 경동교회(4위·김수근·1981년)는 한국의 현대 건축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걸작들이다. 지어진 지 이미 40∼50년이 지났지만 이들은 현재적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20세기 한국 건축의 최고의 성과물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 건물은 김중업(1922∼1988)과 김수근(1931∼1986)이라는 걸출한 건축가들이 설계했다. 그들은 광복 이후 서구 근대건축과 처음 맞닥뜨린 건축가들이었고, 프랑스와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며 개발시대 건축을 주도했다. 두 거장이 활동할 당시의 한국 사회는 치열한 동서 냉전과 압축적 경제성장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런 여건 속에서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그들은 다음 세대 건축가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될 토대를 놓게 된다. 즉 서구 건축을 선험적인 모델로 설정하고, 그것을 통해 한국적 지역성을 투영시키는 것이다. 덕분에 물적 기반이 신통치 않았던 여건 속에서도 높은 수준의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도는 근대적 제도에 걸맞은 물적 장치들을 건설해야만 했던 시대적 요구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물론 상반된 개성을 가진 두 건축가는 자주 충돌하기도 했다. 전통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랐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처럼 김중업은 그의 스승인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말년에 보여주었던 조형 의지에 집착했다. 전통 건축의 지붕선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그것을 다양한 작품들로 현대화했다. 지금은 허물어지거나 변형돼 잘 식별되지 않지만 주한 프랑스대사관의 유연한 곡선 지붕들은 그런 건축가의 의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김수근 역시 일본에서 귀국한 후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1970년대 이후 태도를 바꿔 전통 건축의 사랑방이나 마당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공간 사옥의 입구에 등장하는 빈 마당은 그가 지향했던 건축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동교회에서는 신을 향한 갈망을 상징적 형태로 표현하면서 한국 사찰에서 등장하는 외부공간을 적용시켰다. 이를 통해 새로운 종교 건축의 유형을 찾아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알 수 있듯 이들 거장이 타계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신화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이 마냥 반길 만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다음 세대 건축가들은 그들의 틀 속에서 머무르며 그 변화를 선도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움을 통해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기보다는 변화를 뒤쫓으며 담아내기에 급급했다. ‘전위’의 DNA를 잃어버리면서 그들은 물적 환경의 창조자로서 건설의 전체 과정을 조율하는 전통적 지위를 상실했고 계속해서 주변화되고 상업화되었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두 건축가가 우리에게 남긴 부정적인 유산도 큰 몫을 했다. 많은 건축가가 지적한 것처럼 김중업과 김수근의 건축 세계가 가지는 문제점은 그들이 발 딛고 있는 ‘지금 그리고 여기’에 대한 인식의 결여에 있다. 그들은 전후의 낙후된 현실을 회피한 채 그 자리에 과거의 전통을 가져와서 이상화시켰다. 이로 인해 현실과 건축을 순환시키는 자율적인 생성 메커니즘이 구축되지 못했고 거기서 오늘날 한국 건축계가 직면한 여러 어려움이 불거졌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한국 건축계는 성찰의 시기를 맞고 있다. 떠들썩한 잔치가 끝나면서 분주함에 가려졌던 구조적 모순들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이즈음에 우리는 이들 세 건축물이 가지는 현재적 가치를 곱씹으면서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현대건축은 일상과 유리된 예술 작품이 아니고 도시로부터 고립된 기념비는 더더욱 아니다. 그리고 과거로 향했던 건축가들의 시선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래로 향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건축은 이제 시대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두 거장이 남긴 50년의 틀을 깨고 한국 건축이 새로운 도약을 이루길 기대해 본다.정인하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 201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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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체’ 개발한 한글디자이너 김태헌 소장

    “날씬한 알파벳 서체를 강요받는 한글에 제 옷을 입혀주고 싶었어요.” 한글디자이너 김태헌 글자연구소장(38)이 새로 만든 한글 서체 ‘공간’은 넙데데하다. 한국 자연 미인의 동그란 얼굴을 닮았다. 다음 달 대형 서체회사를 통해 판매되는 공간체는 자음과 모음이 정사각형의 공간 안에서 중력에 이끌리듯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철자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균형을 잡고 있는 알파벳, 중앙에 뼈가 존재하는 한자와 달리 한글은 짜임새가 빈약하고 헐렁해 보이는 문자예요. 자음과 모음이 어떻게 결합되더라도 물리적으로 짱짱해 보이도록 글자를 설계했죠.” 4년간 고민 끝에 그가 생각해낸 것이 ‘중력’의 법칙이다. 자음과 모음이 서로 가까이 붙어 있으려는 힘이 존재해야 균형 잡힌 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모아서 쓰는 조합형 문자입니다. 그래서 어디로 어떻게 모이느냐가 중요하죠. 글자 속에 중력이란 힘을 부여해 봤어요. 자음과 모음의 획들이 각각의 물리적인 성질이 있는데 이들이 정사각형이란 공간 안에서 중력이라는 힘만 부여되면 자연스레 모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글자의 질서이고, 질서가 가진 논리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새로운 서체의 이름을 ‘공간’이라고 지은 이유도 글자를 끌어당기는 힘이란 획이 아닌 획을 둘러싼 공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파벳 서체는 쓰는 사람이 많으니 돈도 되고 만들기도 쉽다. 26개 알파벳을 대문자와 소문자 합쳐 52개만 디자인하면 된다. 알파벳 서체 개발이 활발한 이유다. 하지만 한글은 시장이 좁은 데다 자음과 모음이 결합하는 경우의 수를 모두 따져야 하기 때문에 개발하기도 어렵다. 수학적으로는 1만 개가 넘고, 일반인들이 쓰는 글자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2350개의 글자를 일일이 디자인해야 한다. 이번에 김 소장이 만든 서체는 가장 굵은 ‘볼드’부터 가장 얇은 ‘울트라 라이트’까지 5개 종류의 두께로 이뤄진 ‘자족(字族)’ 전체다. 영문과 기호, 숫자를 빼고 한글만 계산하더라도 2350×5=1만1750자가 된다. “한글이 불쌍했어요. 자기 나름의 개성이 있는데 옆집 아이(알파벳)가 입고 있는 맞지도 않는 옷을 강요당하는 듯해서요. 한글이라는 문자의 특성에 맞는 서체를 찾아주고 싶었습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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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100명이 뽑은 ‘한국 현대건축물 최고와 최악’

    낮지만 답답하지 않은 천장, 좁지만 불편하지 않은 계단, 작지만 길을 잃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 1세대 건축가 김수근이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터를 닦고 41세에 짓기 시작해 47세에 완성한 ‘공간’ 사옥이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로 선정됐다. 반면 ‘아이아크 건축가들’의 유걸 공동대표가 원설계를 맡아 지난해 8월 완공한 서울시 신청사는 최악의 현대건축물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동아일보와 건축 전문 월간 ‘SPACE’는 건축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광복 이후 지어진 현대건축물 가운데 최고와 최악의 건축물을 선정하는 설문조사를 했다. 전문가들은 최고의 건축물 5개, 최악의 건축물 3개를 추천했다. 선정의 공정성을 위해 소속 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은 최고의 건축물로 추천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조사 결과 55명의 추천을 받은 공간 사옥이 최고의 현대건축 1위를 차지했다. 전숙희 와이즈건축 대표는 “시간의 결이 있는 건축물”, 이동훈 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는 “한국 전통의 공간감과 재질감을 현대적인 어휘로 재해석해 냈다”라고 호평했다. 2위는 주한 프랑스대사관이다.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한국의 전통 건축이 갖는 현대적 가능성을 잘 살렸다”라며 추천했다. 3위는 선유도공원, 4위 경동교회, 5위는 서울 인사동 쌈지길이 선정됐다. 최악의 현대건축물 조사에서는 39명이 추천한 서울시 신청사가 1위를 기록했다. “주변과 조화되지 않고 외계의 건물 같다”, “일제마저도 특별한 공을 들인 서울의 심장부에 우리 스스로 큰 실수를 범했다”라는 혹평이 나왔다. 2위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3위는 서울 화신백화점을 헐고 지은 종로타워, 4위는 한강 위의 세빛둥둥섬, 5위는 서울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였다. 이번 설문에는 건축 관련 4개 단체(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축학회 새건축사협의회)가 추천한 회원 80여 명과 건축 전문 사진작가 및 칼럼니스트가 참여했다. 동아일보는 6일자부터 격주로 최고 또는 최악으로 선정된 건축물을 소개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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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 미관 해치는 공공건물… 최악 디자인 13곳이 정부발주

    2000년대 한국 건축물에 대한 건축계의 평가는 인색한 편이다. 1970, 80년대 활약했던 1세대 거장들(김수근 김중업 이희태)에 이어 다양한 양식을 실험했던 1990년대와 달리 2000년 이후 건축물은 자본의 논리에 밀려 진지한 탐구와 실험정신이 실종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건축전문 월간 ‘SPACE’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2000년대 이후 지어진 건축물이 최고와 최악의 순위 목록을 주도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른바 아틀리에형 소형 설계사무소의 작품들이 최고 20위 목록을 휩쓴 데 반해 대형 설계사무소의 공공건축물들은 최악의 작품으로 많이 꼽혔다.○ 2000년대는 한국 건축의 황금기? 최고의 현대건축 20개 가운데 2000년 이후 완공된 작품은 모두 13개. 특히 건축가 조성룡(69)은 선유도공원 꿈마루 의재미술관 3개 작품을 20위권에 올려놓았다. 김수근과 김중업(각 2개)보다도 앞선 기록이다. 서울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도공원은 정수장시설물, 광진구 능동 꿈마루는 어린이대공원 관리사무소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공원으로 개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준석 건축사사무소 나우 대표는 선유도공원에 대해 “지속가능한 대도시 속 생태환경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신창훈 운생동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는 꿈마루를 추천하며 “현존하는 건축물을 보존하고 시대성을 살려 리노베이션하는 것 또한 건축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젊은 건축가인 조민석(47)과 이소진(46)도 2000년대를 대표하는 건축가로 부상했다. 조민석의 다음스페이스닷원은 “상투적인 업무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혁신적 공간”(윤승현 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대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소진의 서울 종로구 윤동주문학관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떠날 때 여운을 남기는 등 건축이 해야 하는 본질적인 것들이 무엇인지 일깨워준 감동적 건축물”(김정인 서로아키텍츠 대표)로 평가됐다.○ 도시 미관 해치는 공공건축, 주거문화의 부재 최악의 건축 20개 가운데 정부가 발주한 건축물은 13개다. 특히 ‘디자인 서울’이라는 구호 속에 지어진 세빛둥둥섬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서울시 신청사와 함께 최악의 건축 목록 상위를 차지했다. 반포대교 남단 한강 위에 만든 세빛둥둥섬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시성 건축물의 전형” “자연재해 때 안전성도 우려된다”는 혹평을 달았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대해서는 “기억의 장소에 기억을 지워버리는 건축의 폭력” “외형적 화려함만을 추구한 건축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붕이 갓 모양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와 전통 건축요소를 어설프게 도입한 국립민속박물관 및 전주시청사는 “대표적인 시대착오적 건물” “전통이라는 키워드가 강박관념으로 이어져 빚어진 변종”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주거 형태는 아파트다. 그러나 공동주택 가운데는 타워팰리스가 유일하게 최악의 건축 9위에 이름을 올려 주거 건축문화의 부재를 드러냈다. 전문가 3명은 “획일성과 미적인 조악함으로 전 국토를 망쳤다”(김범준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고 비판하며 아파트 자체를 최악의 건축물로 꼽았다. 반면 재미 건축가 우규승이 설계한 88올림픽아파트는 “주거공간 배치에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호평과 함께 5표를 얻어 최고의 건축 공동 21위를 차지했다.○ 가장 호평 받은 외국 건축가는 이타미준 최고의 건축 20위 가운데 미국 국적의 우규승이 설계한 환기미술관을 포함해 외국인이 설계한 작품은 6개. 특히 재일교포 2세 건축가인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은 포도호텔뿐만 아니라 방주교회(4명)와 핀크스미술관(2명)까지 제주도에 설계한 3개 작품을 모두 최고의 건축으로 추천받았다. 포르투갈 건축가인 알바로 시자의 경우 최고의 건축 16위에 꼽힌 경기 파주시 미메시스 미술관 외에 경기 안양시 미술관 알바로시자홀(2명)과 경기 용인시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내 제2연구동 미지움(1명)이 최고의 건축으로 거론됐다. 기업의 사옥도 다수가 최고 혹은 최악의 건축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최고 20위 목록에는 공간 사옥, 다음스페이스닷원, 광고회사 웰콤 사옥인 웰콤시티, 삼일빌딩, 어반하이브 등 5개의 사옥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 설계회사 KPF가 설계한 종합 오피스타운인 서초 삼성타운도 5명의 추천을 받아 공동 21위를 기록했다. 반면 종로타워, 교보 광화문 사옥, 서울 강남 아이파크타워는 최악의 건축물로 꼽혔다. 세 건물 모두 외국 건축가가 설계에 참여했는데 해당 공간의 맥락을 무시하고 혼자 군림하려는 오만함이 보인다는 공통된 평가를 받았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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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찬과 혹평 사이’ 이대ECC-예술의전당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로 꼽힌 일부 작품은 최악의 건축물 목록에도 올랐다. 이화여대 ECC는 최고 순위 7위를 기록했지만 선정위원 2명은 이 작품을 최악의 건축물로 추천했다. 김찬중 THE_SYSTEM LAB 대표는 “편리함과 대중성, 브랜드 고양 효과까지 거둔 아주 드문 사례”라며 추천했다. 반면 “기존의 역사성과 캠퍼스의 맥락을 커다란 회칼로 크게 썰어놓은 듯하다”는 혹평도 나왔다. 최악의 건축물 2위에 오른 예술의전당은 “외부와 단절돼 소통이 불가능하고 권위주의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선정위원 2명은 “누려볼수록 여유 있고 행복한 공간”이라며 최고의 건축물로 추천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최고와 최악의 건축물 순위에서 모두 공동 21위를 기록했다. 윤창기 종합건축사사무소 경암 대표를 포함한 5명은 “한국의 미적인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 있다”며 최고로 꼽았지만 박인수 파크이즈건축사사무소 대표 등 2명은 “전통건축의 요소를 직설적으로 재현함으로써 건축의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최악의 건축물 18위에 오른 세운상가는 최고 순위에선 공동 35위를 기록했다. 안창모 경기대 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는 ”세운상가 프로젝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추구하던 큰 흐름의 연장선에서 파악해야 하며 서울의 도시구조를 개조하려는 광복 후 첫 시도“라고 역사적 의미를 평가했다. 심지어 최고의 건축물 1위로 꼽힌 공간 사옥에 유리로 붙여 지은 신사옥에 대해서는 “보기엔 좋으나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워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매우 고통스럽다”며 반대표가 나왔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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