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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황두진(50)은 현대 건축가지만 한옥과도 인연이 깊다. 서울 행당동 작은 한옥에서 태어났고 서울대 건축과 재학 시절엔 북촌 가회동 한옥마을을 실측했으며, 미국 예일대 유학 후 서울 서촌에 건축사사무소를 차린 뒤 10년간 북촌을 중심으로 한옥 11채를 짓거나 고쳤다. 한옥의 현대화를 고민해 오던 그는 2007년 동아일보 아파트 연재물에서 ‘한옥 아파트’를 제안했는데 이후 한옥 아파트 짓기가 붐을 이뤘다. 그런 그가 북한 관광객이 찍어 온 개성 구도심의 한옥촌 사진을 그냥 보아 넘길 리 없었다. 개성은 6·25전쟁의 폭격을 피해 갔고 이후 체제의 특성상 개발의 광풍도 비껴갔다. 그래서 쇠락했으되 살아남은 한반도 최대 한옥촌이 사진 속에 있었다. “제가 작업해 온 북촌과 다르지 않더군요. 개성 가서 고쳐 보라고 하면 북촌에서 일하던 방식으로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저만한 한옥촌이 남아 있으니 대목장 소목장 와공 목공 같은 한옥 건축 인력도 있을 것이다. 이 인력을 활용해 개성 공단에 치목(治木·재목을 다듬고 손질함)공장을 세우고 한옥 부품을 생산한다면, 그래서 육로로 전국에 조립식 한옥을 판매한다면…. 황 소장은 한옥의 현대화에 북한이라는 화두를 더해 수년간 고민해 온 끝에 개성에 한옥 생산기지를 만드는 대북 사업안을 완성했다. 남북한 전문가가 함께 개성 한옥촌을 개·보수해 서울 북촌처럼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 및 한옥 체험 시설로 조성하고, 개성공단에 치목공장을 세운 뒤 현지의 인적 인프라를 활용해 조립식 한옥을 생산한다는 내용. 한옥촌의 실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조만간 정부에 북한 방문과 대북사업 승인 신청도 낼 계획이다. “한옥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비용이 양옥의 1.5배나 됩니다. 건축 현장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데다 국산 육송을 벌목해 운반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죠. 인건비가 저렴한 개성 한옥 인력으로 공장에서 치목해 현장 작업을 최소화하고, 한국산 소나무와 비슷하면서도 벌판에서 자라 벌목과 수송이 쉬운 시베리아산 소나무를 쓴다면 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황 소장의 아이디어가 실현된다면 남한에서는 이런 한옥 짓기가 가능하다. 한옥 설계도를 그려 개성 치목공장으로 보내면 공장에서는 육로로 수송해 온 시베리아산 소나무를 도면대로 깎아 내려 보낸다. 남한의 건축 현장에서는 이 부품들을 조립해 마무리한다. “한옥을 싼 가격에 지으려면 한옥의 산업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를 위한 연구가 상당히 진척된 상황입니다. 이 사업이 승인을 얻는다면 남한의 한옥 전문가들이 현지 한옥촌의 실측 조사부터 해야겠지요. 개성공단에 한옥 건축 인력을 재교육하고 양성하는 교육기관을 두어야 하고요.”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 시작하더라도 끝을 볼 수 있을까. 가늠하기 어려운 이 프로젝트를 위해 그는 수년 전부터 동료 건축가 및 전문가들과 북한의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구글어스로 북한의 시가지를 샅샅이 들여다보며 사업 계획을 다듬고 있다. “건축가로서 한반도로 시야를 넓혔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우선 북한 사회가 열리도록 돕고, 경제적인 동시에 정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남북이 공유할 수 있는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죠. 고려의 수도였던 천년고도 개성의 문화유산과 개성 공단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개성은 세계적인 목조건축의 전통을 자랑하는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김재호)는 12일 피해 당사자가 아닌 언론중재위원회가 직접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신문협회는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개정안은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중재기관이 언론에 정정보도를 강제함으로써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3월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 교육문화위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명백한 오보’와 관련한 조항을 신설해 언론보도 피해자가 중재위에 오보 확인을 청구하고 중재위가 3일 이내에 오보 여부를 판단해 다음 날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언론사가 7일 이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지 않으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신문협회는 “개정안은 언론분쟁을 해결해야 할 언론중재위가 분쟁의 당사자가 돼 언론을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는 언론중재위의 설립취지와 목적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언론의 자율성과 편집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명백한 오보’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도 보도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충분한 절차 없이 3일 만에 중재위가 독자적으로 오보를 판단하게 하고 있다”며 “이는 보도활동을 위축시켜 견제와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65회 세계신문협회 총회는 나라별 언론자유도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미얀마 언론인은 지난해 사전 검열제도가 폐지된 후 올해부터 민영 일간지를 발행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흥분해서 전했고, 마약 범죄가 횡행하는 멕시코 언론인은 “10분마다 한 번씩 ‘살아 있느냐’는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반면 언론 선진국에서 온 이들은 언론의 자유보다는 책임을 강조했다. 세계신문협회가 공개한 ‘2013 세계 언론 동향’에 따르면 언론자유가 억압된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의 종이 신문 발행부수는 증가하는 반면 서구의 수치는 떨어지는 ‘언론자유의 역설’이 두드러졌다. 영국 언론인 에이던 화이트 윤리적저널리즘네트워크(EJN) 소장(사진)도 “저널리즘은 자유로운 표현(free speech)이 아니다”는 발표로 주목을 끌었다. EJN은 책임 있는 언론 보도를 위해 지난해 결성된 세계 언론단체의 연합체다. 화이트 소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저널리즘이란 절제된 표현(constrained expression)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증오 발언(hate speech)과 저널리즘을 구분해야 한다며 마호메트를 모욕하는 14분짜리 동영상 ‘이슬람의 무지’에 대한 언론 보도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은 속보 경쟁의 강박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맥락 속에서 사건을 보여주도록 애써야 합니다.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책임을 이야기할 때입니다.”방콕=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온라인 뉴스 콘텐츠 유료화는 자유로운 언론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스웨덴의 스탐펜 미디어그룹 사장인 토마스 브루네고르드 세계신문협회 신임 회장(51)은 5일 태국 방콕에서 폐막한 제65회 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온라인 뉴스 유료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유로운 언론은 자유로운 시장이 전제돼야 하는데 시장이 자유로우려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며 “독자가 제값을 주고 콘텐츠를 사는 모델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나 특정 기관이 언론사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발행인과 편집인 등 14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흘 동안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온라인 뉴스 유료화가 핫이슈였다. 협회가 공개한 ‘2013 세계 언론 동향’에 따르면 미국 신문사의 48%가 온라인 뉴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문사의 40%는 뉴스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고, 17%는 모든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등 유료화 방식은 다양했다. 브루네고르드 회장이 17년째 경영하는 스탐펜 그룹의 경우 일간지 25개와 무가지 50개를 발행하고 있다. 그는 “일부는 요금제로 전환해 그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 구글 등 포털이 뉴스의 유료화에 걸림돌이 되는 추세에 대해 그는 “신문은 수십 년, 수백 년간 신뢰를 바탕으로 쌓아온 브랜드 파워가 있지만 포털은 그렇지 않다. 신문의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지켜 나가야 한다”며 “누구나 쓸 수 있는 뉴스는 무료가 될 수밖에 없다. 깊이 있고 독자적인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뉴스 미디어로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모바일도 ‘모바일 매직’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같은 표현과 함께 주목받았다. ‘2013 세계 언론 동향’에 따르면 미국 독일 프랑스의 경우 온라인 페이지뷰 가운데 15%가 모바일, 4%가 태블릿PC에서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블릿 신문을 새로 구독하는 독자의 수는 종이 신문의 신규 독자 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브루네고르드 회장은 모바일 시장의 성장세를 ‘토네이도급’이라고 표현하며 “인터넷이 출현했을 때는 (신문사들이) 불시에 허를 찔렸지만 모바일은 다르다. 뉴스 매체로서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라고 낙관했다. “변화를 막는 적(敵) 중 하나가 자신감 결여입니다. 때론 우리가 쥐라기 공원에서 일하는 것처럼 (겁을 잔뜩 먹은 모습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언론사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방콕=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자벌레는 손가락 뼘으로 길이를 재듯 기어 다니는 모습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서양에서도 인치웜(inchworm), 메저링웜(measuring worm)으로 불린다고.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명예교수인 저자가 자벌레처럼 열심히 ‘자질’해가며 건축과 환경에 대해 얻은 단상을 모아놓은 에세이집이다. 월간 ‘건설교통저널’에 실었던 칼럼 52편을 추리고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60여 장을 더했다. 좌표와 위치, 마르기와 짜깁기, 땅 고르기와 땅 다지기 등 저자의 전문적인 지식에 독창적인 철학까지 녹아들어가 있어 읽기 쉽지 않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요즘 한국 건축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북한이다.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의 주제는 ‘현대성의 흡수’로 지난 100년간 남북한 전체의 건축적 진화를 짚어볼 계획이다. 29일과 30일에는 평양을 주제로 한 학술 행사가 열린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는 29일 오후 1시 반∼6시 서울대 환경대학원 306호에서 학술대회 ‘평양, ‘도시’로 읽다’를 개최한다. 평양의 도시계획(발표 임동우 미국 설계사무소 PRAUD 소장), 북한의 수도계획(조은희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김미영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평양의 도시문화(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 평양의 도시교통(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등 4가지 주제에 대해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올해 1월부터 ‘북한의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연중 강연회를 개최해 온 황두진건축사사무소의 ‘영추포럼’은 30일 오후 7시 사무소 지하 목련홀에서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효형출판·2011년)의 저자인 임동우 PRAUD 소장을 초청해 ‘변화하는 평양과 한국 건축가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한다. 참가비 3만 원. www.djharch.com, 02-725-9575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평당 300만 원에 작은 집 하나 지으려고요.” 요양원에서 일하는 김문숙 씨(58·여·간호사)가 내민 설계도면을 보고 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걱정이 됐다. “이런 도면으론 못 지어요. 게다가 평당 300이라니….” 제대로 된 설계도 없이, 그것도 시세의 반값으로 56m²(약 17평)짜리 집을 지으려는 그를 서 교수는 돌려보낼 수가 없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전국은 물론 네팔,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의 요양원을 돌며 아픈 이들을 돌봐온 김 씨였다. “좋은 일 하며 사신 분이 노년을 보낼 곳인데 저도 좋은 일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서 교수의 작은 집 짓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집 한 채에 최소 2000만 원인 설계비는 받을 생각도 없었다. 집주인이 업 대신 덕을 쌓으며 살아온 덕분일까. ‘평당 300’에 집을 지어줄 시공사도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반값 공사비를 감안해 담도 대문도 없이 콘크리트를 치고 벽돌을 붙여 단순한 사각형 집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김 씨가 “벽지를 바르는 게 싫다”고 했다. 그래서 당초 계획을 뒤집어 실내 벽에 벽돌을 붙인 노출 콘크리트 집으로 가기로 했다. 공사 중간에 김 씨는 다시 “하늘이 보이도록 천장에 창을 내달라”고 주문했다. 서 교수는 원 설계를 바꾸어 천창과 동쪽 창문을 ‘ㄱ’자 모양으로 연결해 다시 그렸다. 시공이 까다로운 노출 콘크리트에 천창 뚫기까지 설계가 바뀔 때마다 시공사 사장은 투덜댔지만 결국 집주인이 원하는 대로 집은 완공됐다. 지난해 5월 20일 김 씨와 서 교수가 머리를 맞대고 설계한 지 1년 만이다. 16일 충북 충주시 엄정면 추평리 나지막한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남남동향으로 서 있는 김 씨 집을 찾았다. 문추헌(文秋軒). ‘문숙 씨가 인생의 가을을 보내는 집’이라는 뜻에서 형부가 지어준 당호(堂號)다. 집은 집주인을 닮는다던가. 문추헌은 작은 몸으로 주변 풍경을 넉넉히 안아낸다. 거실 남쪽으로 시원하게 낸 통유리 창 덕분이다. 동쪽 세로로 좁은 창문과 이어진 천창으로는 푸른 근경이 들어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다락을 이고 있는 작은 침실에 앉으면 딱 그 눈높이로 낸 창을 통해 푸른 산을 감상할 수 있다. “아침에 천창으로 들어오는 햇빛, 저녁 무렵 통유리창 너머 감상하는 노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김 씨) 문추헌은 서 교수가 설계한 작품 가운데 가장 작은 집이다. 서 교수에게 이날은 공교롭게도 9500채 규모의 서울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 재건축 배치 계획을 마무리하는 날이었다. “큰 집은 집주인이 가진 것 중 극히 일부를 떼어내 짓기 때문에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집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짓기 때문에 벽돌 한 장 허투루 쓸 수 없어요. 그래서 작은 집엔 집주인의 모든 것이 담기게 되지요. 작은 집 지으면서 저도 얻은 것이 많습니다.”충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건축 전문가 100인이 뽑은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 20’에는 업무용 시설 5개가 포함돼 있다. 공간사옥(1위) 스페이스닷원(8위) 웰콤시티(10위) 삼일빌딩(12위) 어반하이브(13위)다. 이 중 삼일빌딩과 어반하이브는 ‘좋은 빌딩’의 전형을 보여준다. 1세대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종로구 관철동 삼일빌딩(1970년)은 “1960년대까지의 근린상업시설 수준에서 진일보해 고층 오피스의 시대를 열었다”(조재모 경북대 교수)는 평가를 받았다. 여의도 63빌딩(1985년)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국내 최고(最高) 빌딩이었다. 건축가 김인철이 벌집 모양으로 디자인한 강남구 논현동 어반하이브(2008년)는 2009년 서울시 건축대상작이다. “과감하고 절제된 건축조형의 순수성을 통해 과시적인 고층건물 위주의 주변 맥락과 차별화했다”(김주원 홍대 교수)는 평가가 나왔다. 》 옛 화신백화점 자리에 들어선 서울 종로타워는 괴물이다. 한국 최대의 자본권력이 당시 최고로 잘나가는 외국의 건축가에게 최고의 설계비를 지불한 이 건축물은 최악의 현대건축 3위를 기록했다. 같은 종로에 있는 삼일빌딩은 1970년대 청계천 위로 날렵하게 솟아오르던 삼일, 청계고가와 함께 근대 조국 발전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건축가 김중업은 삼일빌딩의 설계비도 받지 못하고 엄청난 빚에 떠밀려 프랑스로 도망치듯 떠났다고 한다. 그런 빌딩이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 중 하나로 꼽혔다. 삼일빌딩은 짝이 되었던 삼일, 청계고가를 잃고 어설프게 복원된 청계천의 한 옆에 초로의 노인처럼 서 있다. 그 모습은 ‘위용’보다는 ‘자태’라는 말이 적합할 듯하다. 단순한 반복의 미학, 폭과 높이의 적절한 비례감, 올바른 재료의 선택 등이 그 자태를 이룬다. ‘31층의 높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보를 뚫고 닥트를 배열하여 날씬하게 보이려고 무진 애를 썼다’는 김중업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 가상한 노력과 고민이 배어 있는 건물이다. 지은 지 40년이 넘어서인지 모든 것이 노후화했지만 그 우아한 자태만큼은 여전하다. 어반하이브. 서울 강남 교보타워의 대각선 맞은편에 있는, ‘빵빵이’ 빌딩으로 불리는 건물이다. 교보타워가 먼저 생겼고 인지도가 높은 이유로 그곳은 교보생명 사거리로 불린다.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세계적인 수준의 설계비를 받고 디자인한 교보타워는 붉은 벽돌의 거대하고 견고한 덩어리로 버티고 있는 반면, 어반하이브는 그 특이한 구조적 접근법으로 인한 개성 있는 모습으로 모퉁이를 지키고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어반하이브의 외관은 그저 튀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건물을 지탱해주는 구조적 역할을 담당해 형태에 진정성을 더해준다. 배타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으로 거대 자본의 공룡성을 보여주는 것이 교보타워라면 어반하이브는 ‘콘셉트’ 있는 접근으로 영리하게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어반하이브는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물로 평가받은 반면 교보타워는 목록에 오르지 못했다. 외국 스타 건축가와 국내 건축가를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도달점은 아니다. 단지 최고 건축의 반열에 오른 건물과 훨씬 더 많은 자본의 혜택을 입었으나 그렇지 못한 건물 사이에 존재하는 질적 간극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를 묻고 싶을 뿐이다. 업무시설은 규모가 크고 상업지구에 있으며 블록의 모퉁이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도시 경관의 가장 표상적이고 중요한 몫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한 시대의 건축적 아이콘이 되는 건물들 중에 업무시설이 많은 이유도, 업무시설이 욕망과 허영의 덩어리가 될 확률이 높은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주변 건물보다 돋보이고자 하는 욕망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허영으로 화장하는 순간 모두에게 비극이 된다. 건물은 시각적 공유물이니까. 특히 사옥의 용도로 설계될 때 한 회사의 정체성을 건물에 투사하고자 하기 때문에 튀려는 욕망이 커지기 쉽다. 삼일빌딩이 우리에게 소중한 이유는 튀지 않는 단아한 모습으로도 존재가 충분히 각인될 수 있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업무시설의 현대적 원형으로 뉴욕의 시그램 빌딩을 꼽는데 삼일빌딩은 그 원형을 충실히 서울에 이식시켰다. 혹자는 표절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삼일빌딩은 시그램 빌딩의 외관을 베낀 것이 아니다. ‘도시와 관계를 맺는 형식에 천착한다’는 시그램 빌딩의 윤리를 존중하고 실행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삼일빌딩과 한 세대의 시간차를 두고 세워진 어반하이브는 고층 업무시설로서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튀려는 자본의 욕망과 윤리적이려는 건축가의 의지가 몇 가지 현명한 건축적 장치에 의해 절묘하게 한 몸이 된 듯하다. 현대 사회에서 튀려는 욕망을 억누르기만 할 수는 없는 법, 그 시대의 욕망을 영리하게 표출하는 지혜 또한 한 세대 이전과는 다른 윤리 아닐까. 삼일빌딩은 리모델링이 필요해 보인다. 리모델링이 삼일빌딩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 서소문에 붉은색 커튼월로 단아하게 자리 잡고 있던 옛 효성빌딩이 하루아침에 리모델링의 이름하에 무참히 짓밟힌 것을 잊지 않는다. 시그램 빌딩의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제자 김종성이 설계한 건물이었다.손진 이손건축사사무소 소장 [바로잡습니다]◇15일자 A22면 ‘한국의 현대건축 BEST&WORST 좋은 빌딩 전형을 보여주는 12위 삼일빌딩, 13위 어반하이브’ 기사에서 삼일빌딩을 설계한 건축가 고 김중업 씨의 사진 대신 건축가 고 김수근 씨의 사진이 게재됐기에 바로잡습니다.}

한국 건축학계의 역량을 결집해 7년 만에 내놓은 노작(勞作)이다. 김봉렬 우동선(이상 한국예술종합학교) 배형민(서울시립대) 전봉희 교수(서울대)와 이강민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장이 기획위원을 맡아 80회가 넘는 회의를 하며 한국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항목을 정하고 필자 71명을 물색해 글을 맡겼다. 건축과 관련한 270여 개 항목이 기록 기술 도시 이론 자연 제도 종교 주거 등 8가지 주제로 분류됐다. 항목의 사전적인 정의와 약사(略史) 소개에만 그치지 않은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구한말 도로 연변의 가건물들을 철거한 것이 박영효가 정치적으로 실추되는 이유가 됐다거나(개화파의 도시개조론), 한국 주둔 외국군을 대상으로 한 관광정책이 관광산업의 시발점이었다(관광 건축) 등 돋보기와 현미경을 번갈아가며 들이대 개괄적인 이해를 도우면서 깨알 같은 재미도 준다. 피상적으로만 알려진 항목의 이면을 짚어낸 깊이와 균형감도 돋보인다. ‘빌바오 효과와 스타키텍트’ 항목에서는 스타 건축가의 건축물 하나가 쇠락해가는 도시를 살린 것으로 알려진 ‘빌바오 효과’가 실은 종합적인 도시 재생 노력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는 서술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필자가 70명이 넘는데도 글에 통일성이 있고 문장도 쉽다. 이는 되풀이해 읽어봐도 뜻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건축사전류의 번역본을 읽어본 이들이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8개의 분류 주제를 정한 근거나 기준을 밝혀놓지 않아 아쉽다. 곳곳에 통계 수치가 나오는데 정확한 연도와 출처도 표기해 두어야 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21세기 건축은 연결자가 돼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새것과 옛것을 이어주는.” 2004년 번역 출간된 저서 ‘약한 건축’에서 ‘지는(defeated) 건축’이라는 개념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 도쿄대 교수(59). 최근 내놓은 신간에선 ‘연결하는 건축’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 ‘지는 건축’이란 건축가의 주관을 내세우기보다 건축주나 사회의 요구, 건물이 들어서는 지역의 환경을 포용하는 것을 뜻한다. 그럼 연결하는 건축이란 무엇일까. 강원 춘천시에 들어설 NHN 연수원 설계와 홍익대, 국립중앙박물관에서의 강연을 위해 7일 방한한 구마 교수에게 물었다. “지는 건축이란 건축이 모뉴먼트(기념비)가 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후로 지는 건축이라는 수동적인 개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건축가는 적극적으로 공동체 형성을 유도해야 합니다.”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대지진 후 프리츠커 상 수상자인 이토 도요오, 세지마 가즈요를 비롯한 건축가들과 ‘귀심회(歸心會)’를 만들어 피해 지역에 구심점 역할을 하는 집회소인 ‘모두의 집’을 짓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건축물이다. 지난달 2일 도쿄 긴자에 들어선 5번째 가부키 공연장인 가부키자(歌舞伎座)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를 잇는 건축물이다. “구마 겐고가 설계한 줄 몰라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가부키자에 충실한 건축을 하고 싶었죠.” 3·11 대지진은 일본 사회에서 전환점이 됐다. “전후 일본인들은 인공이 자연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자연이란 어마어마하게 강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됐죠. 지진해일(쓰나미)에서 살아남은 건축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나무로 지은 작은 오두막이에요. 콘크리트 빌딩은 사라졌지만 자연에 대항하지 않고 어울리는 건축물은 견디어냈지요.” 그는 정권 교체와 대지진의 경험이 ‘부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전 정권을 부수고 정권 교체를 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지금은 부수는 것보다 다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을 수십 차례 방문했다는 구마 교수는 한국의 공공 건축물이 비판받는 이유도 연결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시 신청사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모두 형태는 독특하지만 주위와 연결성이 없습니다. 사람들을 위한 모뉴먼트이면 좋을 텐데 대개는 건축가나 정치인들을 위한 모뉴먼트가 되는 경우가 많지요. 서울은 새로운 것에 왕성하게 탐닉합니다. 그건 장점입니다. 하지만 새것에 대한 욕망이 욕망에만 그칠 뿐 기존의 것과 어떻게 연결지을지에 대한 고민은 없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본질은 강과 산과 언덕인데 지금 서울의 모습은 본질을 지워버린 듯한 인상이에요. 본질을 살려내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1년의 3분의 2를 해외에서 보내는 스타 건축가에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건축가와 젊은 건축학도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1990년 버블 경제가 끝나고 10년간 일감이 없었어요. 당시 위기를 극복하려고 애썼던 것이 지금 제 건축의 기반을 만들었지요. 젊은 시절 미국 뉴욕에 가니 일본 전통 건축이 보이고, 건물 하나 없이 뱀과 모래만 있는 사하라 사막에 머물면서 오히려 건축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김영승 시인과 문석윤 경희대 철학과 교수가 제13회 지훈 문학상과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상 운영위원회와 나남문화재단이 2일 밝혔다. 김 시인은 시집 ‘흐린 날 미사일’, 문 교수는 논문 ‘한국학 고전텍스트 정본 편성의 의의와 실제’ 등 2편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예술인들의 아지트로 주목받는 서울 서촌(西村)이 봄맞이 집들이를 한다. 4∼12일 열리는 ‘오픈하우스 서촌’은 서울 경복궁 서쪽과 인왕산 동쪽 사이에 자리해 ‘서촌’으로 불리는 동네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이들이 집과 스튜디오를 공개하는 행사다. 홈페이지(ohseochon.com)에 올라온 프로그램은 20가지가 넘는다. 건축가 김원 광장건축환경연구소 대표는 옥인동 자택을 공개한다. 1987년 낡은 집을 고쳐 짓고, 수몰될 지역의 사랑채인 작은 한옥을 옮겨다 놓은 집이다. 서울대 국어교육과 첫 외국인 교수인 로버트 파우저 교수가 체부동 한옥 ‘어락당(語樂堂)’을,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김주원 하우스스타일 대표가 ‘살롱 드 에이’로 불리는 필운동 집을 공개한다. 몇몇 서촌인들은 집들이를 하면서 재미난 이벤트도 마련했다. 건축가 서승모 씨는 통의동 집에서 일본 교자 만들기를 한다. 건축가 황두진 씨는 통의동 스튜디오 ‘목련원’ 지하에서 노래방 가요제를 연다. 황 씨와 인디 뮤지션 구소연이 노래방 밴드 ‘황소’를 긴급 결성해 키보드와 기타 연주를 곁들일 예정이다. 건축가 조병수 씨의 창성동 스튜디오는 일제시대에 지은 낡은 적산가옥 지붕을 유리로 덮어놓은 건물이다. 지붕 골조의 틈새로 비치는 햇살이 아름다운 공간이다. 이 밖에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디자이너 그룹 프랙티스, 슬기와 민도 서촌 집들이에 합류했다. 건축사사무소 서가는 적은 예산으로 개성 있는 가구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가구 제작 설명서도 나눠줄 예정이다. 서정주 시인이 동인지 ‘시인부락’을 만들었던 통의동 보안여관에서는 4일 슬로마켓 ‘세모아’가 열린다. 이번 ‘오픈하우스 서촌’의 오프닝 행사 격으로 예술인들이 직접 만든 가방, 음반, 책, 그릇을 살 수 있다. 막걸리, 커피, 솜사탕, 부침개도 맛볼 수 있다. 재개발을 기다리며 3년 넘게 방치된 빈집을 개조해 만든 비영리 독립영화 극장 ‘옥인상영관’. 이곳에서는 유후용 감독의 ‘도깨비숲’(2012년)과 고정욱 감독의 ‘독개구리’(2011년)를 상영한다. 통의동 이상의 집에서는 ‘신사탕객잔 마작교실’이 열린다. ‘서촌방향’의 저자 설재우 씨는 ‘서촌 골목여행’을, 서촌 전문가 박민영 씨는 ‘서촌 어슬렁’을 준비했다. 올해 처음 열리는 서촌 집들이는 건축전문 칼럼니스트인 임진영 씨가 기획했다. 집과 스튜디오마다 선착순으로 한정된 인원만 집들이에 초대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는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 7위로 선정돼 대학 캠퍼스 건물로는 유일하게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사진)의 설계로 2008년 완공된 ECC는 옛날 운동장이 있던 자리에 지하 6층(총면적 6만6000m²) 규모로 파고 들어가 지은 다목적 건물. 모든 시설물을 지하에 넣고 지상엔 산책 공간을 조성했다. “유서 깊은 여대 캠퍼스에 과감하게 개입해 옛 건물과 긴장감을 만들어내면서도 학교 건물의 현대적인 기능을 잘 수용하고 있다”(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닫혀 있던 캠퍼스 공간을 공공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신성우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추천평이 나왔다. 반면 “회칼로 크게 썰어놓은 듯하다” “자본이 학교를 점령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총아다”라는 혹평도 제기됐다. 》학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이건 본관, 저건 강당, 여긴 운동장, 이런 식으로 시설의 위치와 형태만으로도 그 기능을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화여대 ECC는 학교 건물의 전형을 완전히 깼다. 2000년 이후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들은 교육 시스템의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과 캠퍼스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옛날 대학이 기품과 독자성을 지닌 여유로운 환경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연구나 교육 외에도 상업시설 같은 다원적 기능까지 공존하는 캠퍼스를 원하게 됐다. 품위와 욕망, 교육과 이윤의 불편한 공존을 위해 이질적인 공간들이 필요해지자 캠퍼스 건축은 더욱 중요해졌다. 새로운 건축은 학교의 역사와 공간에 대한 기억이 쌓여 만들어진 정체성을 좀더 선명하고 대중적인 방식으로 되살려야만 했다. 개교 이래 120년간 누적된 공간 부족을 해소하고 21세기 비전을 상징하는 건축물이 필요했던 이화여대는 국제현상설계를 통해 지금의 ECC를 지었다. 지하 6층 건물인 ECC에는 ‘남한 최대의 지하 캠퍼스’ ‘삼성동 현대백화점을 통째로 파묻은 규모’라는 설명이 따라 붙는다. 정문 광장과 기존 캠퍼스의 레벨 차를 잇느라 기울어진 지붕 아래 공간은 지하 1층부터 시작되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점점 넓어진다. 지하 공간엔 강의실과 도서관은 물론이고 영화관 레스토랑 카페 같은 상업시설이 혼재한다. 가운데 커다랗게 비워놓은 외부 광장과 대형 계단, 지붕 위의 정원은 캠퍼스 건물들을 서로 연결하는 동시에 모든 시설물의 지하화로 인한 건물의 부재로 진귀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기존 캠퍼스를 재해석하고 상업과 문화 기능을 추가해 구축해낸 이 결과물은 교묘한 건축인 동시에 거대한 조경이다. 이런 ‘풍경으로서의 건축’을 더이상 지배적인 스타일이 존재하지 않는 혼돈의 건축계가 찾아낸 새로운 개념으로 보기도 하고, 인테리어와 도시계획 사이에서 과거의 견고한 입지를 잃은 건축가들의 생존 전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은 진정성이 없는 불필요한 건축 개념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사실 건축은 태생적으로 공공적이지 않다. 누군가의 요구와 열망의 발현일 뿐이다. ECC 건축주의 요구는 경쟁력 있는 넉넉한 공간을 가지는 것이었고, 열망은 학교에 선도적인 이미지를 입히는 것이었다. 이화여대는 당시 많은 대학이 공간 확보를 위해 그려낸 마스터플랜처럼 지하에 캠퍼스를 만든다는 원칙을 미리 세워둔 상태에서 국내 건축가를 완전히 배제한 채 학교의 의도를 가장 강한 이미지로 표현해낼 해외 스타 건축가들을 물색했다. 그 결과 완성된 선명하고 낯선 공간은 충격적이고도 대담하여 다수의 이목을 끎으로써 학교 측의 요구와 열망을 충족시켰다. 반면 공모전의 폐쇄성에 대한 비난도 나왔는데, 이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건축의 양면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건축에 공공성의 짐을 지우는 이유는 그 결과를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건물과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도 그것을 볼 수밖에 없다. ECC의 열린 공간에서 뛰노는 아이의 행복감, 친구와 나란히 걷거나 마주 앉기 좋은 정원과 계단에서의 설렘, 외벽 유리에 비친 나무와 하늘을 실제로 착각하여 부딪혀 죽은 새를 보는 황망함, 외국인이나 고등학생 관광객들의 낯섦, 이 모든 감정은 건물과 사람과 자연의 조합이 만든 예측 불가능한 감정의 화학작용이다. ECC처럼 낯설고 거대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자연과 건축이 여기저기 서로 얽혀 있는 건축물일수록 좋거나 싫은 감정들은 더욱 대립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ECC가 애초부터 소유를 초월한 열린 공간을 지향했다는 사실이다. ECC를 설명하는 건축가의 노트에는 ‘샹젤리제’라는 단어가 있다. 샹젤리제에선 부유하건 가난하건, 아이건 어른이건 모두 아름다운 도시에 감탄하고 행복해하며 ‘오, 샹젤리제! 해가 뜨든, 비가 오든, 낮이든, 밤이든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어요’ 하며 찬가를 불렀다. 지금의 대학 캠퍼스는 학생들의 교육과 생활공간인 동시에 지역 커뮤니티의 연장이기도 하다. 샹젤리제가 그러하듯 ECC는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소통의 매개체로서의 운명을 인정해야 하는 이유다. 김현진 SPLK건축사사무소 대표}

싸이의 13일 공연 ‘해프닝’은 여러모로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우선 유튜브 조회수 15억 건을 돌파한 ‘강남스타일’의 후속곡 ‘젠틀맨’이 처음 공개되는 무대였다. ‘젠틀맨’의 뮤직비디오가 나오기 전이어서 궁금증은 증폭됐다. 게다가 제작비 30억 원을 들인 블록버스터급 쇼는 공교롭게도 북한의 전쟁 도발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열리게 됐다. 요즘 TV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남북한을 대표하는 얼굴이라며 김정은과 싸이의 외모를 비교하는 외신도 있었다. ▷한반도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급파된 외신 기자들이 싸이의 공연을 취재하려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몰려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 외신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젠틀맨을 통해 김정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싸이는 “분단은 비극적인 현실이지만 난 본업에 충실하고 싶다. 내 음악을 통해 전 세계에 사랑과 행복을 전하고 싶다”고 에둘러 답변했다. ▷북한의 핵 위협을 예상하고 공연 날짜를 잡은 건 아니지만 싸이는 돌발 상황을 계산해 쇼를 기획했다. 그는 공연 중반에 자막을 통해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쇼를 준비했으나 동물보호단체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포기했다고 알렸다. 대신 그가 한 마리 새가 된 듯 와이어에 묶여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백의민족을 표현하기 위해 싸이가 미리 공지한 드레스 코드에 따라 흰옷을 입고 흰색 야광봉을 든 5만여 명의 관객들. 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돼 날아오른 싸이. ▷신곡 ‘젠틀맨’을 부를 때가 이날 쇼의 가장 뜨거운 순간이었다면, 싸이가 비둘기처럼 날아다니며 관객과 하나가 돼 열창하는 대목은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뉴욕타임스 CNN BBC 알자지라 등 외신 기자 100여 명은 현장을 스케치했고, 이 모든 과정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외국 투자자들이라면 “안심하고 투자하라”는 대통령의 말보다 “마더 파더 젠틀맨”이라는 싸이의 신나는 노랫말에 마음을 놓게 되지 않았을까. ‘젠틀맨’이 세계인은 물론이고 북한 주민들도 ‘시건방 춤’을 추게 하는 최고의 반전(反戰) 노래가 되길 기대한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남과 북을 아울러 지난 100년간 한반도 전체의 건축적 진화를 짚어 보고, 이를 바탕으로 창발적인 전시를 만들 계획입니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될 정도로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시기에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은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47·사진)는 ‘한반도’를 화두로 꺼내 들었다. 조 대표는 9일 오전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건축전의 국가관 주제가 ‘현대성의 흡수(Absorbing Modernity: 1914∼2014)’이다. 한국 건축의 모더니티를 얘기하려면 남북한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914년은 공교롭게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해입니다. 이후 100년간 서구의 식민지 정책과 맞물려 각국이 서구의 모더니즘을 비자발적으로 흡수하면서도 고유의 건축 서사를 잃지 않았죠. 모더니즘 수용 과정에서 남한은 가장 글로벌한, 북한은 가장 지역적인 모습을 띠는데 이 모두를 조명할 계획입니다.” 그는 전시에 소개될 북한의 건축에 대해 “단순 여행기 수준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보여 주겠다”며 근현대 건축 연구자들과 분단 상황을 경험했던 독일의 건축 관계자로 자문단을 꾸려 구체적인 전시 계획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건축전의 한국관 커미셔너는 처음으로 후보자 공개 추천제를 통해 정해졌다. 조 대표는 심사 과정에서 한반도를 주제로 한 전시 계획을 발표해 역대 최연소 건축전 커미셔너로 선정됐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졸업 후 1996∼98년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가 소장인 네덜란드 설계사무소 OMA에서 근무했다. 콜하스는 이번 국제건축전의 전시 총감독이다. 2014년 건축전은 ‘기본(Fundamental)’을 전체 주제로 내년 6월 7일∼11월 23일 열린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관악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하늘마당’은 서울대 1호 옥상정원이다. 2011년 5월 서울시의 지원을 포함해 3억 원을 들여 746m²에 흙을 깔고 꽃과 나무를 심었는데 최근 벌집을 들여온 뒤로는 벌들이 꽃과 물을 찾아 이곳저곳을 분주히 날아다닌다. 교직원과 학생, 관악산 등산객들에겐 쉼터이고, 환경조경학과 학생들에겐 귀한 실습 현장이다. 하늘정원은 사회학자인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인문학적인 상상력도 자극했다. 그 결과물이 ‘옥상의 공간사회학’(auri·건축도시공간연구소)이다. 홍익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박사과정에 있는 김미영 씨와 함께 썼다. “옥상에 대해 연구하려고 자료를 찾아보니 국내외에서 옥상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전례가 없더군요. 도시공학과 건축을 공부한 제자가 외눈박이 사회학자인 저를 보완해주겠거니 믿고 연구를 시작했지요.” 전 교수는 제자의 건축학적 배경에 기대어 옥상의 개념과 역사부터 훑는다. 지금과 같은 평평한 옥상은 근대의 산물이다.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기하학적 공간관이 확산되고 철근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방수 기법이 발명된 덕에 바닥의 지지 없이도 비가 샐 염려 없는 평면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가 빛을 발하는 것은 르코르뷔지에의 모더니즘 건축부터 이상의 ‘날개’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까지 인문학과 대중문화를 가로지르며 옥상에서 야누스의 두 얼굴을 읽어내는 통찰력 덕분이다. 우선 옥상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평소엔 보이지 않아 부재하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옥상은 개인의 것인 동시에 이웃과 나눠 쓰거나 도시 경관의 일부라는 점에서 공유되는 공간이다. 권력과 자본이 지배하는 공간이면서 때로는 사회적 약자들의 저항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전 교수는 이를 “내려다보는 자와 올려다보는 자 사이에 존재하는 시선의 비대칭성을 향유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구조와 탈출이 가능한 생명의 장소이면서 추락과 사고가 일어나는 죽음의 공간이고, 버려진 공간이자 가꿈의 대상이기도 하다. 제자인 김미영 씨는 “도시공학을 공부할 때 도시의 효율 증대만을 생각했는데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면 이렇게 풍성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도시 개발에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도 “도시의 수준은 도시 연구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지금의 도시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건 도시를 공학으로만 접근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스승과 제자는 ‘옥상의 공간사회학’이 옥상의 재발견으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옥상은 도시의 마지막 미답지이자 도시 면적을 지속적으로 늘려주는 공급원입니다. 야누스의 두 얼굴 가운데 미래의 밝은 쪽을 가꾸고 키우는 것이 도시인들의 마땅한 선택이 될 겁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넘실거리는 산세에 둘러싸인 고요한 분지, 백조가 가만히 내려앉은 듯한 건물이면 좋겠군. 날개를 펴며 막 비상하는 모습이어도 좋고.” 주변을 둘러보고 영감을 얻은 아버지는 연필로 스케치했다. 새의 큰 날개 두 개를 비스듬히 포개놓은 듯한 지붕이 나지막한 공간을 덮고 있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완공을 못 보고 타계했고 유작의 마무리는 딸이 맡았다. 》재일교포 2세 건축가 이타미준(유동룡·1937∼2011)과 유이화 ITM유이화건축사사무소 대표(39)가 함께 설계한 서원힐스CC 클럽하우스다. 석재와 나무, 알루미늄 캐스트, 검은 벽돌, 동판을 이용해 경기 파주시 광탄면에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적 8040.64m²) 규모로 지은 건축물이다. 주변 산세와 비교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유작(遺作)은 자연의 일부인 양 겸허함을 강조했던 고인의 건축 철학을 보여준다. 짙은 색감과 날렵한 지붕선에서는 일본풍도 느껴진다. “아버지께선 건축이란 땅에서 와서 땅으로 돌아가는, (영원한 자연에 비하면) 잠깐 왔다 가는 아이 같은 존재라고 하셨어요. 그러니 주변 에너지를 누르지 않고 자연을 받아들이는 겸손한 건축을 해야 한다고 하셨죠.” 일본에서 건축을 배우고 활동해온 아버지, 이화여대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실내디자인 및 건축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일해온 딸의 협업은 2001년 딸이 이타미준 건축연구소의 한국지사장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딸은 도쿄에 사는 아버지와 팩스와 전화를 주고받으며 제주의 포도호텔, 방주교회, 물 바람 돌 미술관 같은 명품을 지어냈다. 서원힐스CC 클럽하우스는 부녀간 협업의 마지막 결과물이다. “학교에서보다 아버지께 배운 게 더 많아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서울 외가에서 살았어요. 그때부터 아버지가 한국에 출장오실 땐 현장을 따라다니며 통역을 해드렸죠. 놀이공원에 갈 나이에 ‘건물 선은 이렇게 가야 하고, 디테일은 이게 아니고…’ 하는 통역을 했던 거예요. 아버지 생각이 건물로 구현되는 걸 보며 어린 저도 가슴이 벅찼어요.” 이타미준은 화가이고, 조선 민화 전문가이자 한국 고미술 수집가로도 유명하다. 1968년 민화에 빠져든 뒤 도자기 불상까지 1200점 넘게 모았다. “조선 백자는 내 미의식의 기원이자 스승”이라고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건축에서 한국미를 찾아내는 이가 많다. “백자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눈이 저 깊은 곳까지 들어가며 온기가 전해진다고 좋아하셨어요. 상자 안에서 꺼내 쓰다듬고 사진 찍고 술 한잔 마시고, 그렇게 할머니 품에 안기듯 (재일교포의 힘든 삶을) 위로받으셨던 것 같아요.” 큰 스승을 떠나보낸 유 대표는 2007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아버지와 함께 지은 건물에서 자신만의 건축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60세가 돼서야 “이제야 내가 어떤 건축을 하는지 알겠다”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조급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언만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다. ‘이타미준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건축상을 제정할 것, 자금은 나의 컬렉션을 이용해 마련할 것, 이 모든 책임은 유이화가 질 것.’ 국립현대미술관이 10월 개최하는 이타미준 상설 기획전은 그의 건축 철학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첫 작업이다. 유 대표가 기증하는 드로잉 회화 설계모형 등을 전시하고 박길룡 국민대 건축대학 명예교수,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등이 그의 작품을 연구해 발표한다. 박 교수는 “이타미준의 건축적 수사는 미술과 시와 고미술에서 단련된 힘이며 그의 건축을 자꾸 돌아보게 하는 다이얼로그다”고 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제목과 달리 책의 주인공은 르코르뷔지에도, 그가 설계한 라투레트 수도원도 아니다.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찍은 호사스러운 비주얼보다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가톨릭의 부흥을 위해 최고의 예술가들에게 성당 설계를 의뢰한 ‘건축주’ 알랭 쿠튀리에 신부(1897∼1954)다. 그는 진부한 교의(敎義)에 빠져 있는 종교를 흔들어 깨우고 발길을 돌리는 신도들을 붙잡기 위해 현대예술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프랑스 알프스 산 중턱에 아시 성당을 짓고 가장 핫한 예술가들을 불러 모아 얼굴 없는 십자가 조각상 같은 전위적인 예술품으로 꾸며 놓았다. 화가 마티스에게 의뢰해 아담한 성당을 설계하고 낙서 같은 벽화를 그려 넣게도 했다. 보수적인 바티칸과 전통 종교건축에 익숙한 신도들은 ‘이단 건축’이라고 반발했지만 쿠튀리에 신부는 한발 더 나아가 무신론자인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를 찾아간다. 이 거장은 1955년 프랑스 벨포르에 표고버섯 모양의 롱샹 성당을 빚어냈다. ‘건축의 창세기’를 열었다는 걸작이다. 5년 후엔 평생을 쌓아온 건축 기법을 집대성해 리옹 인근 언덕에 쌓아올린 라투레트 수도원으로 종교건축의 정점을 찍는다. 네모난 콘크리트 수도원은 첨탑의 작은 십자가를 제외하면 전혀 성당스럽지 않지만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건축의 성지가 됐다. 쿠튀리에 신부는 펄쩍 뛰는 종교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와 사상, 신앙이 다른 예술가들이 우리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들의 창작을 통해 우리는 500년 동안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위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쿠튀리에 신부의 열린 시각과 선구안은 21세기 서울에 기어이 시대착오적인 고딕 교회 건물을 세우고야 마는 우리의 안목을 초라하게 만든다. 좋은 건축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공중에 붕 떠 있는 차실(茶室), 학의 다리처럼 가느다란 나무기둥 위에 올린 암자, 지붕 전체를 풀과 나무로 덮은 집…. 토속적이면서도 낯선 건축언어로 ‘앞선 야만’, 혹은 ‘야방가르드(야만의 일본어 발음인 야방+아방가르드)’ 건축가로 불리는 후지모리 데루노부 도쿄대 명예교수(67·사진). 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심포지엄 ‘후지모리 데루노부의 건축세계’가 29일 오후 3시 서울 고려대 자연계캠퍼스 하나스퀘어 강당에서 열린다. 고려대 건축학과와 공학기술연구소, 한국건축역사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로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한다. 건축사 연구로 유명했던 후지모리 교수는 45세에 건축설계에 뛰어든 이후 자연 재료로 마감하고, 지붕에 초목을 심으며, 단순 기술을 이용한 수작업을 도입한 20여 개 작품을 통해 독특한 건축세계를 선보였다. 야방가르드 건축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이 ‘하늘을 나는 진흙배’라는 뜻의 소라도부도로부네. 2010년 고향인 나가노 현 지노시미술관 앞마당 지주에 철선으로 매달아 놓은 차실인데, 석기시대에서 날아온 미확인비행물체(UFO) 같다. 위엔 토속의 너와지붕 느낌이 나도록 동판을 접어 올리고 아래쪽 몸통은 진흙을 입혔다. 그의 독특한 건축세계에 대해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 이토 도요는 “토착적일 뿐만 아니라 미지의 세계에서 날아와 착지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후지모리 교수가 ‘건축과 자연의 관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김현섭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가 ‘후지모리 건축에 나타난 자연성과 인위성의 충돌에 관하여’를 발표한다. 김 교수는 “원폭과 패전이라는 인공재앙, 지진과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를 경험한 일본인의 폐허에 대한 트라우마는 심원한 듯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후지모리의 방법론 중 하나가 원시의 토착 건축에 뿌리를 두고 일본의 자연주의 토속신앙과 연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4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로 건축가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47·사진)를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조 대표는 연세대 건축공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건축학과(석사)를 졸업한 뒤 2003년 건축사무소 매스스터디스를 설립해 활동해왔다. 대표작으로는 제주 다음 사옥인 다음스페이스닷원, 서울 강남구 서초동 주상복합 빌딩 ‘부티크 모나코’ 등이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은 내년 6월 7일∼11월 23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