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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기 하루 전인 17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국제정치 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에 ‘재균형과 아시아태평양 안보’라는 글을 실었다. 그는 4월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제2차 세계대전 때 숨진 미군 1만7000여 명이 묻힌 마닐라 미군 묘지에 헌화했다. 카터 장관은 전후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이들의 희생이 있었고, 이 평화와 안정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경제적 기적이 가능했다고 기고문에 썼다. 미국이 제공한 안보의 수혜자로 일본 한국 대만과 동남아 국가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도 거론했다. 안보는 산소와 같아서 있을 때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만, 없으면 어떤 다른 것도 생각할 수 없다며 지난 70년간 미군이 아태 지역에 산소를 공급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군과 연합훈련 중단 등을 언급했던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 방문 기간에도 “미국과 작별해야 할 시간” “미국과의 결별(separation)”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탈미(脫美) 행보를 가속했다. 한 중국 전문가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20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이 남중국해에 개입하는 구실은 중국과 필리핀 간에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 때문이었다. 이제 그런 갈등이 없어졌으니 미국이 개입할 정당성이 의문시된다”고 주장했다. ‘결별’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를 놓고 파장이 일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21일 필리핀에 돌아가자마자 “동맹 관계의 단절(severance)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왜? 미국과의 관계 유지가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앞으로 탈미친중 노선을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보는 아태 지역에서 필리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의 관계를 약화시키는 중국의 경제적 유인을 ‘소프트파워’로 규정하고, 이것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도 파괴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베트남은 이달 2일 미국과의 종전 21년 만에 깜라인 만에 미군 군함의 기항을 허용했지만 22일부터 4일 동안 중국 군함 3척의 기항도 용인했다. 심지어 2차 대전 후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군사동맹국인 호주도 최근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59%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는 어떤 군사훈련도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트럼프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중 누가 대통령이 되건 호주의 중국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테르테의 최근 행보를 ‘외교모험주의’라고 비판하면서도 “필리핀이 중국과 시시덕거리는 데는 미국도 반성할 것이 있다”고 꼬집었다. 버락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그다지 열의가 보이지 않았고 필리핀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충성심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중국이 두테르테 포용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미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공세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중국은 19일 주중 한국대사관 국경절 리셉션에 과장급을 보내고, 고위 인사들의 불참 사실을 당일에야 통보하는 옹졸한 외교적 결례도 서슴지 않았다. 북핵을 막겠다는 방패인 사드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을 저지하는 창으로 삼겠다는 태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한국에 다시 한 번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이 21일부터 이틀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진 미국과의 회동에서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평화협정을 논의하자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등 북한 당국자들과 만난 리언 시걸 미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은 22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것을 논의하기 전에 평화협정과 평화 프로세스를 원한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개인적으로는 대화에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부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임기 종료까지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1월 출범할) 새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비공식적인 ‘정부 밖 인사’로서 새 행정부에 제안할 수 있을 (대북정책) 관련 사항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등이, 북한에서는 한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이 참석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 측이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탐색하고 모색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북한이 핵개발 정책을 견지하면서도 미국과 한국이 보이는 대결 자세에 긴장을 높이는 모양새도 읽혔다”고 보도했다. 이번 말레이시아 회동은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각종 미사일 도발로 북-미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이뤄진 가운데 양측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미국 정부는 회동에 직접 간여하지 않았지만 대화 결과를 전달받아 향후 대북정책 수립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이번 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북-미 간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미 전직 관료들과 북한 외교관들 간의 ‘트랙2(민간 차원)’ 대화였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조숭호 기자}

국제사회는 북한의 끈질긴 핵개발 야욕을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전력화가 계속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불균형이 지속되면 북한의 핵전력을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방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 등 다른 방법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제재와 압박만으론 북핵 폐기가 어렵다면 국제사회는 어떤 조건에서 북한과의 대화라는 요소를 활용해야 할까.○ “전쟁 중에도 협상하는 미국, 북한과 대화에는 나설 듯”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는 ‘선(先)비핵화-후(後)평화협정 논의’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9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미 대화 재개 요건을 북한의 비핵화라고 재확인했다. 다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사실상 끝났다는 점에서 북핵 해결의 주도권은 내년 1월 취임할 새 대통령에게 넘어가게 된다.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의 대북 정책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클린턴 후보의 최측근들을 만난 정종욱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국무장관으로 발탁할 가능성이 높은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차관은 북한 붕괴를 거론하는 아주 강경한 인사”라고 말했다. 미국 외교가에서도 북핵 정책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합참의장을 지낸 마이클 멀린은 지난달 16일 워싱턴 미국외교협회(CFR)가 주최한 ‘북한에 대한 선택-동북아 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 보고서 토론회에서 “(북한이) 실질적으로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게 아닌 방식이라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북한과의 대화를 아예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북 선제 타격 같은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가, 아니면 기존의 선비핵화 입장에서 후퇴해 대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과 교수는 23일 “북한은 핵문제를 미국과 풀어야 할 문제로 보고 있고, 미국 역시 전쟁 중에도 협상은 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내년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대북 압박과는 별개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이라며 “시기는 내년 초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 교수는 21,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한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이 비공개 회담을 한 것도 미국이 다음 정권의 대북 정책을 짜기 전에 북한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어려운 것보다는 지킬 수 있는 합의부터 만들어 신뢰를 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9·19공동선언으로 돌아가자” 지금까지 미국의 선비핵화 요구를 무시해온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이 제시한 북-미 대화 조건은 2005년 9월 채택된 “6자회담 틀 속에서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북핵 폐기를 이뤄 간다”는 9·19공동선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위한 문제 해결’이라는 한반도 3원칙을 되풀이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정이 위협받고, 비핵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대화와 협상만 강조하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올해 1월 4차 핵실험 이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병행 추진’을 부쩍 강조하고 있고, 북한은 이를 “중국도 찬성하는 평화협정을 미국이 반대하니 우리는 핵개발로 생존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태도만 이어가는 셈이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신뢰가 바닥난 상태에서 미국과 한국이 ‘행동 대 행동’이란 실패한 전철을 그대로 반복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미국의 강경 압박정책이 한계에 부닥치고, 내년 한국 대선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하는 정부가 들어설 경우 다른 방식의 접근법이 언제든지 치고 나올 수 있다. 정운찬 전 총리는 “북한을 압박만 하는 현행 전략으로는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대북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면서 단계적으론 북핵 동결을 목표로 접촉하고, 장기적으로는 핵무기 폐지와 군비 축소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포기를 전제로 하지 않은 협상은 의미가 없지만 굳이 협상을 한다면 단계적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중단 같은 실행 가능한 옵션을 올려놓고 풀어 나가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로선 북한과의 대화 주장이 언제 본격적으로 나올지, 그렇다면 어떤 조건에서 대화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긴 쉽지 않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에서 뒷북을 치지 않고 주도하기 위해선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압박과 대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밀한 북핵 해법을 담은 로드맵까지 만들어 주변국을 설득할 대비가 지금 바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워싱턴=이승헌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급격한 탈미친중(脫美親中) 행보에 놀란 미국이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사진)를 필리핀으로 급파하기로 했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이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미국과 사실상 결별을 선언하자 그동안 상황을 예의 주시하던 미국이 황급히 필리핀 지도부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미국과의 결별’ 발언에 대해 “미국과 필리핀은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연결돼 있기에 결별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결별 발언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22일 동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러셀 차관보를 필리핀으로 보내 상황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일 중국과 필리핀 기업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무역투자포럼에서 “미국과의 결별(separation)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하루 전 교민간담회에서 미국에 대해 “이제는 작별(goodbye)해야 할 시간”이라고 한 것보다 더 나간 표현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일 장가오리(張高麗) 중국 상무부총리가 참석한 행사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또다시 ‘개××’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필리핀의 결별 통보로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갈등하고 있는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한 축이 흔들리는 상황을 맞게 됐다. 필리핀은 한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의 핵심 동맹이다. 미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우리 입장에선 두테르테가 북한 김정은만큼 골치 아픈 존재”라고 말했다. 6월 퇴임한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의 친미 노선을 180도 뒤집고 나선 두테르테의 탈미친중 전략은 시진핑 체제의 중국에서 얻어낼 게 더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남중국해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로 두테르테 대통령과 합의하면서 그 대가로 필리핀에 고속철도 사업을 비롯한 인프라, 에너지, 금융통신 등 분야에서 135억 달러(약 15조2000억 원) 투자라는 선물을 안겨 줬다. 시 주석은 또 내년에 필리핀을 답방할 것으로 알려져 양국이 밀월 관계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파격 행보에 필리핀 내에서도 비판론이 만만찮다. 리처드 고든 필리핀 상원의원은 21일 “미국과의 결별에 동의할 수 없다. 단지 몇 가지를 얻기 위해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은 근시안적”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군부도 두테르테 대통령이 전통적 우방인 미국에 반대하는 태도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필리핀 대통령궁은 이날 성명을 내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자주적 외교정책을 펼쳐 가겠다는 그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중국은 필리핀이 주권 국가로서 자체 판단에 의해 외교 정책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존중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에 대한 제재,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검토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책임론’을 내세우며 국제사회의 기대를 외면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한 적대 정책과 평화협정 체결 거부 등이 북한을 핵개발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 2월 한국과 미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검토 발표 및 7월 8일 배치 공식 발표 이후에는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자극한다”고 ‘본말전도(本末顚倒)’의 논리까지 등장했다. 북한이 10월 15일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7일 채택한 언론규탄 성명에는 중국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9월 9일 5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안은 사실상 중국의 몽니로 채택이 지연되고 있다. 3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 2270호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노력도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이는 효과가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북한 대외무역의 90% 이상이 중국과 이뤄지고 있는 데다 북-중 접경 도시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훙샹(鴻祥)그룹이 사실상 중국 당국의 묵인 내지는 비호 아래 버젓이 북한에 핵개발 물자를 공급하다 꼬리가 잡힌 것처럼 중국의 협조 없이는 대북제재가 유명무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속내는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時殷弘) 교수가 5차 핵실험 직후인 9월 12일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밝힌 “중국은 강도 높은 제재가 이뤄져 북한이 붕괴하는 것보다는 핵무기로 무장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한마디에 담겨 있다. 북한 붕괴보다 미국 영향력 아래 한반도와 국경을 접하는 상황은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북한의 지정학적 완충지대론’을 중국으로서는 무엇보다 우선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8월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제재라는 일방적 조치가 사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한 것은 대북제재에 대해 중국이 생각하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거듭 확인하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이 대북제재에 소극적인 것에서 한발 나아가 사실상 기존의 제재도 완화할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5차 핵실험 이후 북-중 변경 분위기는 제재를 강화하기는커녕 제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교역 및 관광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단둥 소식통들은 중국 당국의 단속 의지가 없다면 훙샹그룹의 역할을 할 중국 기업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사드를 방패 삼아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제재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현장에서는 ‘민생 품목’이라는 구멍을 이용해 사실상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중국 정부가 사드에 대해 과도하게 대응하거나 대북 관계를 재조정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현직 국립대 교수까지 이의를 제기했다. 마융(馬勇) 베이징사범대 정부관리학원 교수는 8월 10일 싱가포르 롄허(聯合)조보 기고에서 “중국은 사드에 단호하게 반대해야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당교 기관지 쉐시(學習)시보의 덩위원(鄧聿文) 전 부편집장은 “북-중이 (사드를 핑계로) 과거의 특수관계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중국이 다시 평양의 보호 우산이 되거나 핵문제에서 후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필리핀은 혈연관계로 맺어진 형제 국가”라며 “중국은 필리핀의 경제 발전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베이징에 도착한 것은 겨울이 다가올 때이지만 우리의 관계는 봄날”이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비록 비바람을 겪었지만 양국 간 화목과 협력의 기초는 변하지 않았다”며 “양국이 서로 적대시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언급하지 않아 두 나라 사이에 관계 개선의 기회가 될 것임을 강조한 말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은 위대한 국가로 양국의 오랜 우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필리핀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권력 서열 2위와 3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만났다. 또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와도 경제 포럼을 가졌다. 중국 최고지도부 7명 중 4명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나는 파격적인 예우를 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저녁 베이징에서 수백 명의 필리핀 교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제 미국에 굿바이를 고할 때”라며 “나는 더 이상 미국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반미 친중’ 노선을 명확히 했다. 필리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그가 중국 방문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고 뉴스 포털 신랑왕(新浪網)이 20일 보도했다. 그는 18일 오후 8시경 베이징에 도착한 이후 다음 날 교민들과의 만찬까지 거의 하루 동안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 중국 기자의 질문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나는 잤다”고 답해 현장에서 웃음이 터졌다는 내용이 온라인에 떠돌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19일 오후 2시 10분경 호텔을 나섰으며 그가 늦잠을 자는 습관이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황인찬 기자}

18일 중국 방문길에 오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이 중국, 러시아와 연합 군사훈련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랜 동맹국인 미국과의 연합 훈련을 중단하고 대신 미국과 맞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새로운 군사 협력 파트너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3박 4일간의 방중을 통해 ‘탈미친중(脫美親中)’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의 이탈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도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방중 시작 하루 전인 17일 방송된 홍콩 펑황(鳳凰)TV 인터뷰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연합 군사훈련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미국과는 (연합 훈련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중국 무기를 구매할 의사도 있다”며 “필리핀군은 대테러 목적의 소형 공격정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인들에게는 필리핀 병사들과 놀 시간을 충분히 줬다. 우리 병사들이 굴욕을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해 미국과의 연합 군사훈련 중단 사실을 재확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같은 날 보도된 중국 관영 신화통신 인터뷰에서는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대립이 아닌 협상을 원한다”며 “남중국해 분쟁 때문에 (중국과 필리핀이) 전쟁으로 가는 것은 이성적인 것이 아니다. 대화가 더 낫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의 필리핀 마약 소탕전 비판에 대해 “중국은 필리핀을 단 한번도 비판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를 조용히 도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브루나이를 방문 중인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장관도 “과거 행정부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기간 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과도 회동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에 200여 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문해 ‘새로운 경제 동맹’을 위한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올 6월 30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18일 중국 베이징(北京) 동남쪽으로 230km가량 떨어진 허베이(河北) 성 창저우(滄州) 시 ‘창저우경제개발구’의 현대자동차 4공장.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은 첫 삽을 뜬 지 18개월 만에 연간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이날 열린 준공식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장수 주중 대사, 자오커즈(趙克志) 허베이 성 서기, 쑤이전장(隋振江) 베이징 시 부시장, 그리고 협력업체 관계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중국 언론사 기자 400여 명도 현장 취재를 했다. 정몽구 회장은 “창저우 공장의 준공을 계기로 한중 경제협력의 상징인 베이징현대가 누적 판매 1000만 대를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2002년 현대차가 처음 중국에 진출한 이후 올 8월까지 누적 판매가 800만 대를 넘어섰다. 현대차 창저우 공장은 중국 정부의 광역수도권 종합개발 사업인 징진지 개발 계획의 대표적 사업 중 하나로 추진됐다. 위안퉁리(袁桐利) 허베이 성 부성장은 기념사에서 “최단 기간에 공장을 완공해 현대의 속도를 보여줬다”며 “허베이 성 발전의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징진지 경제권은 연간 역내 총생산이 1조 달러를 넘어 창장(長江) 강과 주장(珠江) 강 삼각주에 이어 중국 제3의 경제권이다. 현대차는 외국계 자동차업체로는 처음으로 허베이 성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중국 개발정책의 핵심 지역에서 ‘제2의 도약’을 위한 시동을 건 것이다. 최근 파업과 미국에서의 엔진 결함 문제 등 악재를 만났던 현대차는 이번 공장 준공을 기점으로 분위기 전환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인 이 공장 완공을 계기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창저우 공장 준공으로 151만 대로 생산 규모가 늘어나 기아자동차(89만 대) 공장을 포함해 연 240만 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내년 상반기 중서부 시장 진출의 거점인 충칭(重慶) 5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생산능력은 270만 대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중국 진출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 판매량 2위를 달리면서 내년까지 생산량을 290만 대로 늘리기로 한 GM을 바짝 추격하게 된다. 현대차는 창저우 공장 준공과 함께 중국 시장에 특화된 전략 소형 신차 ‘위에나(悅納·프로젝트명 YC)’를 처음 공개했다. 올해 9월까지 총 9만9290대가 팔린 기존 루이나(영문명 베르나)가 중국 소형 세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위에나를 투입해 중국 소형차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 해마다 판매되는 승용차 대수는 2016년 2000만 대에 이어 2018년 23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창저우 공장은 192만 m²(약 58만1000평) 부지에 완성차 생산설비와 엔진공장, 주행시험장 등 부대시설을 포함해 총건평 27만 m²(약 8만3000평) 규모로 완공됐다. 창저우 공장은 현지 동반 진출 협력사를 포함해 총 6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해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창저우 공장은 베이징 공장과 가까워 기존 부품업체를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차 부품 물류 기지가 있는 톈진(天津) 항과 인접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이날 미래전략으로 ‘블루 멜로디(Blue Melody)’를 발표했다. Melody는 △블루 멤버스(Members) △블루 이커머스(Ecommerce) △블루 링크(Link) △블루 아웃렛(Outlet) △블루 드라이브(Drive) △블루 유스(Youth)의 앞 글자들을 모은 것이다. 각각의 의미는 ‘차별화된 고객서비스’ ‘고객 맞춤형 통합 플랫폼 구축’ ‘정보기술(IT) 서비스 강화’ ‘판매 경쟁력 강화’ ‘친환경차 부문의 경쟁력 강화’ ‘20, 30대 젊은 고객층 공략’ 등이다.창저우=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9년 전과 비슷하게 외로운 상황에 처했다.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 따르면 송 전 장관은 2007년 11월 15∼18일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벌어진 잇단 회의에서 홀로 ‘찬성’을 주장했다. 당시 참석자인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모두 ‘기권’에 동의했다. 이 때문에 회고록에서 그해 11월 18일 저녁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 참석한 이 네 명은 송 전 장관에게 ‘왜 이미 (기권으로)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9년이 흐른 지금도 송 전 장관은 회고록과 관련해 ‘1 대 다(多)’로 맞서는 구도다. 서별관 회의 참석자 4인은 정도는 다르지만 송 전 장관의 기억과 증언을 부인하거나 적어도 시인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김 전 원장, 백 전 실장, 이 전 장관은 2013년 ‘한반도 평화의 길’이라는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 관련 책을 같이 썼을 정도다. 남북 채널로 북한에 (표결 관련) 의견을 묻자고 했다는 회고록 내용을 전면 부정한 김 전 원장은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송 전 장관을 국가기밀누설죄로 고발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대통령과의 회의에서 나온 메모도 기밀문서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송 전 장관은 김 전 원장의 주장에 대해 “그런 정도는 다 감안하고 썼다”고 일축했다. 김 전 원장은 국정원장 허가를 받지 않고 책을 출간해 형사고발을 당한 적이 있었다. 이 전 장관도 “(송 전 장관이) 의도적으로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송 전 장관의) 기록이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장수 주중 대사는 17일 베이징(北京)에서 ‘(15일 회의에서)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는 책 내용을 두고 “국방부는 결의안에 찬성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실은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다. 책(회고록)에 있는 사실 그대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참석자들의 말이 다르다’는 질문에는 “왜 내 책에 써 놓은 그대로…(믿지 않느냐)”라며 답답해했다. 회고록의 팩트가 명확하지 않다고 묻자 “책이 희랍어로 쓰인 것도 아니고 한글로 다 쓰여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며 “책에 있는 대로 (이해)하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은 한국을 계속 방어해 샌프란시스코를 위험에 빠뜨릴 생각인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은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2020년 이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은 북한 측 인사가 할 수 있는 ‘공갈’의 한 가지를 이렇게 꼽았다. 2020년이면 북한이 (괌과 오키나와 등) 태평양의 미군 기지나 본토 서부해안을 핵미사일로 공격할 능력을 갖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6·25전쟁 이후 숙원인 한미동맹의 종식을 노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를 포함해 많은 미국 전문가들이 사실상 핵 보유 국가가 된 북한이 추구할 목표로 ‘한미동맹의 교란과 와해’를 들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핵을 가진 김정은은 자신의 권위를 한반도 전체로 확대하고 싶어 하며 이를 위해 한미동맹을 끝장내고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도 “북한은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또 핵을 가진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과감한 무력시위나 공세를 할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 노선을 계속하면서 정치와 군사를 혼합시킨 복잡한 도발을 시도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부소장도 “북한은 핵 위협이 우리(미국과 한국 등)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데 좌절한 나머지 군사적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다”며 “전술핵무기의 배치는 특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주펑(朱鋒) 중국 난징(南京)대 교수는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서는 반드시 최악의 준비와 계산을 해야 한다”며 “이것이 최근 수년간 중국, 미국, 한국 3국이 북한에 대한 정보 협력 및 교환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닉시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란에 핵미사일 기술을 제공해 외화 획득에 나설 가능성을 심각하게 경고했다. 그는 이란이 북한을 통해 대리 핵개발을 하고 있으며 중국 은행을 통해 북한에 대가를 지급하고 기술을 이전받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도쿄=서영아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9년 전과 비슷하게 외로운 상황에 처했다.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 따르면 송 전 장관은 2007년 11월 15~18일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벌어진 잇단 회의에서 홀로 '찬성'을 주장했다. 당시 참석자인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모두 '기권'에 동의했다. 이 때문에 회고록에서 그해 11월 18일 저녁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 참석한 이 네 명은 송 전 장관에게 '왜 이미 (기권으로)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9년이 흐른 지금도 송 전 장관은 회고록과 관련해 '1 대 다(多)'로 맞서는 구도다. 서별관 회의 참석자 4인은 정도는 다르지만 송 전 장관의 기억과 증언을 부인하거나 적어도 시인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김 전 원장, 백 전 실장, 이 전 장관은 2013년 '한반도 평화의 길'이라는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 관련 책을 같이 썼을 정도다. 남북 채널로 북한에 (표결 관련) 의견을 묻자'고 했다는 회고록 내용을 전면 부정한 김 전 원장은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송 전 장관을 국가기밀누설죄로 고발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대통령과의 회의에서 나온 메모도 기밀문서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송 전 장관은 김 전 원장의 주장에 대해 "그런 정도는 다 감안하고 썼다"고 일축했다. 김 전 원장은 국정원장 허가를 받지 않고 책을 출간해 형사고발을 당한 적이 있었다. 한편 이 전 장관도 "(송 전 장관이) 의도적으로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송 전 장관의) 기록이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장수 주중 대사는 17일 베이징(北京)에서 '(15일 회의에서)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는 책 내용을 두고 "국방부는 결의안에 찬성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문제가 된 18일 회의 참석 멤버는 아니다. 송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실은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다. 책(회고록)에 있는 사실 그대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참석자들의 말이 다르다'는 질문에는 "왜 내 책에 써 놓은 그대로…(믿지 않느냐)"라며 답답해했다. 회고록의 팩트가 명확하지 않다고 묻자 "책이 희랍어로 쓰인 것도 아니고 한글로 다 쓰여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며 "책에 있는 대로 (이해)하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식품과 화장품이 8월 무더기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규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비관세 장벽이 높아진 게 아니냐는 얘기기 적지 않다. 16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가 중국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8월 중국 수입 통관에서 적발된 한국산 화장품과 식품은 총 61건으로 전체 236건 중 25.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대만이 23건으로 2위, 말레이시아와 프랑스가 각각 19건으로 뒤를 이었다. 8월 한 달 적발 건수는 7월 5건보다 12배로 늘었다. 전체에서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과 한국산 적발 건수 모두 올해 최고 기록이다. 한국산 화장품과 식품의 불합격 건수는 1월 28건으로 4.1%였고 6월(4건, 1.7%)과 7월(5건, 1.9%)엔 더 줄었다. 8월 통관에 많은 제품이 적발된 것은 한국 산 김이 28건(11개 업체·24t 분량)이나 된 것이 주된 이유다. 중국은 김에 대해 균락(균의 집합체)수가 3만(CFU/g) 이하라는 기준이 있는 반면 한국에는 관련 기준이 없어 균락수 기준과 대장균수가 기준을 초과해 적발됐다. 최용민 지부장은 "한국산 김은 반찬 뿐 아니라 스낵으로도 환영 받는다. 중국이 수입하는 김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자 규정을 파악하지 못한 업체들이 수출을 하면서 나타난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 대기업이 만든 일반 식품도 여러 개가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다시 미세먼지의 계절이 돌아왔다. 현재 중서부 지역의 하늘을 어둡게 가리고 있는 미세먼지 중 절반 정도는 국외 요인으로 분석된 가운데, 내년 봄까지 계절적 요인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겠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14일 국내 일부 지역에서 미세먼지(PM10) 평균 농도가 ‘나쁨’ 수준(m³당 81∼150μg)까지 치솟았다. 주로 중서부권인 서울과 인천, 경기와 충청, 전북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다. 이날 전북 지역은 한때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151μg 이상)인 209μg까지 오르면서 하늘이 어두워졌다. 일시적으로 대기 정체가 발생한 부산과 대구 등 영남 일부 지역도 낮 한때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높아졌다가 차츰 보통 수준으로 회복됐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최근 중국 북부지방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대부분 북한과 중국 동북부 지역으로 빠져나갔으나 일부는 내려오면서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미세먼지는 중국 등 국외 요인이 50%가량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일반적으로 10월 중순부터 높아진다. 이맘때부터 중국 북부 지역에서 난방을 시작하면서 대기오염 물질 유입이 증가하고, 바람이나 기압골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계절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대기 정체도 심해진다.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앞으로 내년 봄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졌다가 해소되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세먼지는 15일 오후에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차츰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요일인 16일은 전국에 비 소식도 예보됐다. 한편 중국도 미세먼지로 비상이 걸렸다. 중국 베이징(北京)에 짙은 스모그 현상이 나타나 황색경보가 이틀째 발령된 것. 다음 달 중순 본격적으로 난방이 시작되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국은 대기오염 물질에 의한 초미세먼지(PM2.5)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베이징 환경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81μ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25μg)의 7배를 넘었다. 이에 따라 베이징 시내는 짙은 스모그로 가시거리가 500m도 채 되지 않는 등 한낮에도 어두컴컴했다.임현석 lhs@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3년 전 "중국 인민해방군은 도발적인 북한의 가장 큰 지지자"라며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중국을 미사일 방어망으로 에워쌀 것이고 보다 많은 함대를 이 지역에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SCMP가 인용 보도한 미 폭로전문 매체 위키리크스 자료에 따르면 클린턴은 국무장관 퇴임 4개월 뒤인 2013년 6월 골드만삭스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강연에서 "북한이 소형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손에 넣는다면 미국은 참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중국 측에 전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탑재한 ICBM을 확보하게 된다면 일본 한국 같은 동맹국들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이론상으로 하와이와 미 서부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며 "중국이 북한을 통제하는데 실패한다면 우리가 위협들로부터 방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그해 10월 골드만삭스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선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문제로 중국 관리와 논쟁했다고 소개했다. 클린턴은 "중국이 남중국해 전부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한다면 미국도 태평양을 미국해(America Sea)라고 부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고 설명했다. 클린턴의 발언은 해킹 당한 존 포데스타 클린턴 후보 선거대책본부장의 e메일에 포함돼 있다고 SCMP은 전했다. 클린턴의 발언은 국무장관 퇴임 후 한 것이지만 2009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4년여 동안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장기간 국무장관을 한 경력에 비춰볼 때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對中) 및 북핵 문제에 대한 인식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한미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반발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4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랴오닝(遼寧)성의 한 대북 무역업자는 "8월 이후 중국이 대북 원유 수출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며 "압록강변에 있는 '빠싼 저유소(八三油庫)'에서 원유가 정상적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빠싼 저유소는 단둥(丹東)에서 약 30km 북쪽에 있으며, 중국은 1974년부터 이 곳에서 평안북도 피현군 백마화학 공장까지 11km구간에 송유관을 설치해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 소식통은 "송유관내의 원유가 굳어지지 않게 하려면 한해 최소 50만t을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면서 "중국이 대북제재 결의에 도장을 찍고도 적어도 한 달에 4만t씩 보냈다는 소리"라고 말했다.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중 접경도시 지린(吉林) 성 허룽(和龍) 시에 조성 중인 '변경(邊境)경제합작구' 사업도 순항 중이라고 연변조선족자치주 기관지인 연변일보가 14일 보도했다. 북한 최대 철광석 탄광이 있는 함경북도 무산과 마주한 허룽 시는 추정 매장량 45억t에 달하는 무산 철광의 철광석을 중국으로 반입하는 주요 통로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해 온 중국과 러시아가 내년에는 ‘반(反)사드’ 훈련도 갖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이 성주 사드 배치 결정을 진전시키면 양국의 공동 대응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러 양국은 11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국방안보 포럼인 제7회 샹산(香山)포럼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5월 ‘모의 미사일방어 연합훈련’에 이어 내년에 두 번째 훈련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 등에 따르면 양국은 구체적인 훈련 시기와 규모, 방식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측 대표인 차이쥔(蔡軍)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작전국 부국장(소장)은 “사드는 한반도 핵 문제 해결과 평화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관련국의 안보 이익을 엄중히 훼손한다”며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차이 부국장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다차원 미사일방어 계획을 발전시키는 것은 비건설적인 행위로 세계 안보 환경을 악화하고 글로벌 전략 균형 및 지역 안정을 파괴한다”며 “핵 군축과 핵 확산 방지를 저해하고 새로운 군비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군 대표 빅토르 포즈니키르 작전총국 부국장(중장)은 “러시아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배치가 북한의 미사일 방어에 필요한지에 의문을 품고 있다”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은 강력한 전략적 공격성을 갖고 지구상에서 잠재적 적에 대한 절대적 우세를 확보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국방차관도 “사드 배치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샹산포럼은 중국 군사과학학회와 국제전략학회가 공동 주관해 10∼12일 사흘간 59개국, 6개 국제기구의 대표 및 4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의 공격으로 해경 고속단정이 침몰한 사건이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가 11일 단속에 폭력적으로 저항하는 중국 어선을 강력히 응징하기로 결정한 뒤 하루 만에 중국 외교부가 “한국이 법적 근거 없이 법 집행을 했다”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사건을 ‘중국 어선의 공권력 도전 행위’로 규정한 한국 외교부는 “국제법과 한국 국내법에 의거한 정당한 조치”라며 즉각 맞대응했다.○ ‘적반하장’으로 바뀐 중국 중국 정부는 초기엔 냉정하고 이성적인 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함포 사용을 허용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자 오히려 더 공세적으로 나섰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측이 제공한 지리 좌표에 따르면 사건 발생 지점은 한중어업협정에 규정된 어업 활동이 허용된 곳”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해경이 이 해역에서 법 집행을 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중국 측은 이미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 유관 부문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은 “한국이 법 집행 과정에서 무력 사용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고 오히려 분쟁을 유발한다”며 “중국인들의 안전과 합법 권익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 어선에 함포 사용 허가하다니 한국 정부 미쳤나’라는 과격한 제목을 달아 한국의 강경 대응 방침을 비난했다. 사설은 “한국 언론이 요즘 너무 흥분해서 날뛰고 한국 정부가 중국 어민에게 함포를 쏘는 것까지 허락했다”며 “이것은 국가 전체 민족주의의 집단발작”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외교부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한국 수역 안에서 벌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속단정 침몰 위치만 강조하고 있는 중국과의 차이를 분명히 했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은 우리 수역에서 우리 해경이 중국 불법 조업 어선을 적발해 추적하다가 중국 어선과의 충돌로 우리 수역 밖에서 고속단정이 침몰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경이 사용한 추적권은 한중 양국이 모두 가입한 유엔해양법 협약상 허용된 권리”라고 강조했다. 현행범을 쫓은 것이기 때문에 우리 수역 바깥이라도 중국 어선의 불법 대응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중국 어선 4척 나포, 13일 사격 훈련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아랑곳없이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이 잇달아 나포됐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12일 0시 1분경 인천 옹진군 백령도 남서쪽 46km 해상에서 불법 조업한 혐의(배타적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어업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106t급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했다. 당시 중국 어선 2척에는 이들이 어획한 수산물 60t이 실려 있었다. 중국 어선들은 해경 단속이 시작되자 중국 쪽 해역으로 달아나다 붙잡혔다. 해경 관계자는 “별다른 물리적 저항이 없어 권총이나 함포 사격은 하지 않았다”며 “중국인 선원들이 전날 우리 정부가 발표한 강경 대응 방침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경은 선장 등 19명을 인천으로 압송했으며 구체적인 불법 조업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또 이날 오전 제주 앞바다에서도 불법 조업을 벌인 중국 어선 2척이 해경에 나포됐다. 제주에서 나포된 중국 어선들 역시 단속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한편 해경은 이날 해상 치안질서 확립을 위해 인천과 전남 목포 앞바다 등에서 해상종합훈련을 실시했다. 해상종합훈련은 매년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진행된다. 이날은 실제 함포 사격 등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13일 훈련에서는 실제 사격이 실시된다. 경비함별로 40mm 함포, 20mm 벌컨포, M-60 기관총 사격 훈련이 진행될 예정이다.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에 승선해 선원들을 제압하는 모의 훈련도 이뤄진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조숭호 / 인천=황금천 기자}

미국 할리우드 스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중국 알리바바가 세계 영화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10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스필버그 감독이 설립한 영화사 앰블린과 알리바바의 영화사 알리바바픽처스는 전날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호텔에서 전면적인 전략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알리바바픽처스는 앰블린의 지분 일부를 인수해 이사회에 참여하고 영화 공동제작, 투자, 홍보, 배급 등에서 서로 협력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분은 공개되지 않았다. 스필버그 감독과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이날 대담을 갖고 협력의 의미 등을 설명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이번 협력을 통해 중국이 보다 많이 미국에 알려지고 보다 많은 미국의 모습이 중국에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마 회장은 “동서양 간에 인문 가치의 차이는 없으며 다만 서양이 중국보다 더 스토리를 잘 전달한다”며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과 협력하는 것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앰블린이 알리바바와 손잡은 것은 소니픽처스가 올해 초 중국의 완다(萬達)와 보급 계약을 맺은 것처럼 중국 영화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중국 내부 보급망과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앰블린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스몰은 이날 “중국인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중국인들과 깊은 유대가 있어 가이드를 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지난해 박스오피스 규모는 68억 달러(약 7조6160억 원)에 이른다. WSJ는 양측은 앞으로 가상현실(VR) 영역 개척에도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가상현실은 가장 최후의, 그리고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 회장은 “휴대전화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해서 영화가 모든 곳에서 나타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과 북한 접경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궈먼(國門)항 광장에서 15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5회 중조(中朝) 경제무역문화관광박람회(북중 박람회)'가 끝내 취소됐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북중 박람회는 2012년부터 매년 10월 개최돼 왔으며 행사 개막식에 북한 지방정부 관계자도 참가하는 등 중국 내 대표적인 북한 관련 박람회였다. 지난해에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맞춰 방북한 중국 권력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이 끝난 지 사흘 만에 개막돼 북중 관계 개선의 한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단둥 시는 올해 1월 업무계획에 박람회 개최 일정을 포함시켰으나 행사가 임박하도록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아 취소설이 나돌았다. 올해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안 2270호가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데다 북한에 핵개발 물질을 북한에 공급한 단둥 소재 랴오닝훙샹(鴻祥)집단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사와 미국의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등 북중 관계가 순탄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후계자 지명을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시 주석이 내년 가을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19차 당대회)에서 후계자 지명을 하지 않고 미뤄 그의 집권을 연장하려 한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AFP통신은 8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시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직을 유임시키는 방안이 논의된 점을 들어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부터 계속되어 온 ‘10년 집권’의 불문율이 깨질 수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후계자 지명이 늦어지면 시 주석이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시간을 벌어 차기 권력자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누가 후계자가 될지 정해지지 않는 데 따른 대가도 적지 않다. 최고 권력을 노리는 후보자들 간에 오랜 기간 과열 경쟁이 벌어질 수 있고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의 오랜 불문율인 ‘10년 임기’ 약속을 지킬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은 자신이 물러나면서 후임 권력자에게는 총서기와 국가주석을 한 차례 연임해 10년씩 집권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또한 최고지도부를 구성하는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적용되는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 68세는 은퇴)’의 나이 규정을 뒀다. 따라서 내년 19차 당대회에선 현재 7명의 상무위원 가운데 시 주석(1953년생)과 리커창(李克强·1955년생)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은 나이 제한에 걸려 퇴임해야 한다. 20차 당대회가 열리는 2022년에는 시 주석도 69세가 돼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내년 당대회에서 왕치산(王岐山·1948년생)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유임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년 68세가 되는 왕 서기가 유임되면 상무위원이 ‘7상8하’를 비켜가는 전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시 주석에게도 2022년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이자 총서기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있는 ‘핑곗거리’가 생기게 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黃之鋒·19)이 태국 공항에서 입국이 불허된 뒤 강제 출국됐다. 중국 정부가 태국 군부 정권에 웡의 추방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태국의 더 네이션 등에 따르면 웡은 아랍에미레이트항공 EK385 여객기를 타고 4일 오후 11시 45분경 방콕에 도착했다. 태국 당국은 웡이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압수했으며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알린 뒤 곧바로 구금했다. 웡은 12시간 만인 5일 오전 11시 40분경 홍콩에어라인 여객기를 타고 홍콩으로 되돌아갔다. 웡은 홍콩으로 되돌아가기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항에서 즉각 억류된 후 이제 홍콩으로 돌아간다. 지난 10시간은 끔찍했다.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는 글을 올렸다. 태국 정부는 처음에는 중국 정부의 개입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다 중국 정부의 요청이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더 네이션은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도 “법에 따른 태국의 이민통제 조치를 존중한다”고 논평했다. 웡은 태국의 최고 명문대 쭐랄롱꼰대에서 열릴 예정인 ‘탐마삿 학살’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기로 돼 있었다. 탐마삿 학살이란 1973년 민중 봉기로 축출된 타놈 끼띠카쫀 전 총리의 복귀 문제 등으로 태국의 정국 혼란이 계속되던 중 왕실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1976년 10월 5일 경찰과 군인 등이 탐마삿대 캠퍼스에 진입해 학생들을 유혈 진압한 사건이다. 정부가 발표한 공식 사망자는 46명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사망자가 100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웡이 비서장으로 있는 데모시스토당 관계자는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학생운동 지도자가 태국에까지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막고자 중국 정부가 그의 입국을 막아달라고 태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5월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태국 정부도 국제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학생운동 지도자가 군의 유혈진압 관련 행사에서 연설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웡을 초청한 쭐랄롱꼰대 학생회 측은 웡의 억류 및 추방에 항의해 대학에서 우산을 펼쳐 들고 집회를 가졌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