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238도전은 계속됩니다.”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환한 미소와 파이팅으로 한국신기록(2m35)을 세우고 4위에 오른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이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적은 글이다. 우상혁의 계정 아이디에도 ‘238’이 들어가 있다. 238은 2m38로 그에게는 꿈의 기록이다. 도쿄 올림픽 금·은·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최종 기록은 2m37. 2021시즌 최고 기록도 2m37이다. 현재 ‘238’ 세계 정상을 차지할 수 있는 기록이다. 관련 규정에 따라 포상 휴가를 받을 예정인 그의 시선은 이미 내년 항저우 아시아경기를 향하고 있다. 실력 면에서 이번 올림픽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인 무타즈 에사 바르심(30·카타르)과 정면으로 맞붙는 1대1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바르심의 최고 기록은 2014년 작성한 2m43이다. 발복 부상 후유증 등으로 기록이 정체되는 상황이다. 우상혁이 1~2cm만 더 높이면 치열한 ‘한 끗’ 승부가 예상된다. 2019년 도약 자세를 바꿨다가 혼란을 겪고 다시 원래의 자세로 수정한 우상혁은 자신만의 도약 루틴이 완전히 몸에 벤 상태다. 우상혁의 기록 추이 등을 몇 년간 분석하고 밀착 지원한 김태완 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은 “2018년 도움닫기 과정에서 도약 진입 속도가 안정적으로 나오다 이듬해 미국 캠프에서 자세 수정 뒤 감속의 폭이 크게 나타났다. 다시 원래 자세를 찾으면서 도약 전 마지막 3~4보에서 감속없이 운동에너지를 도약에 그대로 활용하는 루틴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과거 자세로 돌아간 우상혁은 근력 훈련 등으로 무릎, 발목을 딱딱하게 만들었다. 도약 지점에서 감속 없이 무릎을 굽히지 않고 편 상태로 하중을 그대로 운동에너지로 바꿔 점프하는 루틴을 갖게 됐다. 마치 바닥에 세게 던져진 볼펜이 더 탄성 있게, 통통 튀어 나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외쳤던 우상혁의 자신감은 더 완벽해질 수 있는 도약이 있어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가장 싫어하는 포지티브(Positve·양성) 단어를 한 번도 안 들었어요. 우리 선수들이 확진자 없이 모두 네거티브(Negative·음성)로 올림픽을 마무리해서 뿌듯해요.” 네덜란드 사람으로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서 한국 선수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지원했던 대한체육회 국제교류부 사원 샌더 룸머(31)씨는 한국의 숨은 ‘금메달리스트’로 꼽힌다. 폐회식 다음 날인 9일 그는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기를 기다리던 나리타공항에서 임무 완수 기념으로 후련하게 아이스커피 한 잔을 들이켰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2년 동안 각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지원 업무를 한 뒤 대한체육회에 입사한 룸머 씨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NOC를 상대하는 국제 업무 담당으로 한국 스포츠 실무 국제 대사 역할을 맡고 있다. 도쿄 올림픽 때는 IOC 및 각국 NOC와 함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 등을 만들고, 한국 선수단이 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지침에 따라 올림픽을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왔다. 도쿄에 와서는 선수들의 손발이 됐다. 경기 전후로 코로나19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아야했던 354명 선수단의 개인 바코드를 떼어 타액을 담는 검사 플라스틱 큐브에 붙인 것만 해도 수천 개가 넘는다. 누가 타액 샘플을 제출했는지, 안했는지를 파악하면서 검사 결과를 통보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태극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유창한 한국어로 업무를 보는 룸머 씨를 보고 해외 NOC 관계자들이 영어로 말 걸기를 주저했다는 후문도 있다. 바쁜 일과에도 TV로 한국 선수들의 올림픽 활약상을 지켜봤다는 룸머 씨는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가 한국 신기록을 세운 것, 양궁 선수들의 활약과 김연경 선수의 여자 배구도 너무 감동적이고 존경스러웠다. 더 고마운 건 선수들의 방역 수칙을 너무 잘 지켜준 것”이라며 뒤늦은 팬심을 드러냈다. 도쿄 올림픽은 끝났지만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 올림픽을 비롯해 2024년 강원 겨울 유스올림픽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잠시 숨을 돌린 뒤 바로 현업에 복귀해야 한다. “짬을 내서 하다 못한 백두대간 완주도 시도해보고요. 밥이 맛있다는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 대표선수들이 먹는 식당도 들러 고기가 나온다면 김치에 싸 먹어보려고요.”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종합 순위 16위(금 6, 은 4, 동메달 10개)를 차지한 한국 스포츠는 이번 대회를 통해 희망과 숙제를 동시에 찾았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 선수들의 발굴은 가장 의미 있는 수확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8일 도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대회 결산 기자회견에서 “박태환(수영)과 장미란(역도), 진종오(사격) 등의 시대가 지나간 상황에서 10대 후반∼20대 초반 선수 20여 명이 완벽한 세대교체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양궁에서 각각 3관왕, 2관왕에 오른 안산(20)과 김제덕(17)을 비롯해 사격 25m 권총에서 올림픽 기록으로 깜짝 은메달을 따낸 김민정(24), 체조 남자 뜀틀 금메달 신재환(23), 여자 뜀틀 동메달 여서정(18) 등이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조구함은 유도 남자 100kg급에서 값진 은메달을 땄다. 결승에서 조구함은 연장전 끝에 자신을 누른 일본의 에런 울프의 왼팔을 들어줬는데 패자의 품격 있는 행동이었다는 찬사를 들었다. 어린 선수들의 선전으로 엘리트 체육의 체질 개선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제 일반 학생들에게도 운동을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돼 자연스럽게 생활 체육, 엘리트 체육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신유빈은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고, 여서정도 대학을 가지 않았다.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학생 선수들을 규제만 하려는 정책은 조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대5종에서는 전웅태가 동메달을 따내며 종목 다변화의 길을 뚫었다. 하지만 태권도와 레슬링, 유도 등 전통 메달 종목에서의 부진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회장은 “한국에 돌아가서 종목별 협회 관계자, 전문가 등과 함께 과거의 영광에 안주해 있는지, 세계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것인지, 수직적이고 구태의연한 방식의 훈련이 남아 있는지 등을 점검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금메달 39개, 은메달 41개, 동메달 33개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3회 연속이다. 미국은 마지막 날 여자배구, 여자농구 등에서 금메달을 추가해 중국(금 38개, 은 32개, 동 18개)을 금메달 1개 차로 제쳤다. 개최국 일본은 금 27개, 은 14개, 동 17개로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3위를 차지했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눈 깜짝할 사이 하프 라인을 넘은 공격이 프랑스의 허를 찔렀다’ 세계 최강 미국 남자 농구가 1대1 개인기에 의존한 느슨한 공격 대신 상대 수비 대형이 갖춰지기 전에 속도감을 살린 빠른 공격으로 프랑스에 두 번 연속으로 당한 빚을 되갚으며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7일 일본 도쿄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농구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87-82로 꺾고 올림픽 4연패를 달성했다. 르브론 제임스(LA레이커스), 제임스 하든(브루클린),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등 미국프로농구(NBA)를 대표하는 슈터스타들이 출전을 고사한데다 올림픽 직전에도 일부 엔트리가 바뀌면서 불안감이 컸다. 대표팀이 소집된 후 호주,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패하고 도쿄올림픽 본선 첫 경기에서 프랑스에 76-83으로 덜미를 잡히면서 금메달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웠었다. 그러나 ‘캡틴’ 케빈 듀랜트(브루클린)의 득점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체코, 스페인, 호주 등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진출해 껄끄러운 상대 프랑스마저 잡아냈다. 2019년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8강에 이어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프랑스에 패했던 미국은 자칫 ‘천적’이 될 악연을 끊어냈다. 미국은 경기 초반 프랑스 가드 에반 포니에(보스턴)의 3점 슛과 NBA 2020~2021시즌 블록슛 전체 1위, 리바운드 2위인 215cm의 센터 뤼디 고베르(유타)의 인사이드 득점에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프랑스는 수비에서도 고베르가 외곽에서 움직이는 미국 선수들까지 견제해주면서 압박을 했다. 하지만 미국은 프랑스 공격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3초 내에 빠르게 하프라인을 넘어 공격을 펼치며 흐름을 가져왔다. 프랑스 선수들이 백코트가 완전히 되기 전 좌우 코너 등을 공략해 슛 기회를 잡으며 점수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공을 돌리다 주로 1대1 공략을 고집했던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30-24에서 듀랜트가 뱀 아데바요(마이애미)와 백 도어(Back Door·공을 갖지 않은 선수가 역스텝으로 수비를 따돌리고 골대를 향해 들어가면서 패스를 받아 득점을 올리는 전술) 플레이로 덩크슛을 꽂고 상대 반칙으로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시키면서 미국은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수비까지 살아난 미국에 프랑스는 전반 범실을 10개나 범하면서 리듬을 잃었다. 3쿼터에서도 미국은 듀랜트와 잭 라빈(시카고)이 ‘얼리 오펜스’를 이끌며 10점 이상으로 점수 차이를 벌렸다. 4쿼터 프랑스가 3점포로 70-73까지 추격했지만 미국은 상대 패스 미스에 이은 속공으로 달아났다. 프랑스는 막판 전면 강압 수비로 점수 차이를 줄였지만 시간이 모자랐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은 듀랜트는 3점슛 3개 포함 29득점을 올리면서도 수비에서도 상대 센터 고베르를 막는 등 궂은 일을 하며 슈퍼스타다운 활약을 펼쳤다. 센터진이 약한 미국은 고베르를 막을 때 의도적으로 미스 매치를 유도하고 듀랜트가 1대 1로 막는 상황이 나오게 했다. 듀랜트는 파울 3개를 했지만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며 고베르에게 부담을 줬다. 지난 시즌 NBA에서 자유투 성공률이 74.1%였던 고베르는 자유투 13개를 얻어냈지만 감이 흔들리며 6개만 성공시켰다. 미국을 이겨 2024년 파리 올림픽이 다가옴을 알리려했던 프랑스는 리바운드에서 41-34로 앞섰지만 예상 못한 미국의 속도전에 말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고베르가 16득점 8리바운드를 올렸고, 중간 중간 218cm의 폴 무스타파(올림피아코스)를 고베르와 더블 포스트로 가동해 재미를 보기도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 에 나선 고베르와 포니에는 고개를 숙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고베르는 듀랜트에게 당한 충격이 컸는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4쿼터 종료 후 벤치에서 눈물까지 쏟았다. 둘은 포지션이 다른데다 듀랜트의 부상 등으로 NBA 경기에서 잘 매치업이 되지 않았는데 도쿄올림픽 결승전을 기점으로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조별리그에서 프랑스에 패한 뒤 미팅을 소집해 “나는 미국팀에서 한 번도 진적이 없다”고하며 분위기를 추슬렀다는 듀랜트는 “시끄러운 소리도 있고, 힘들었지만 완벽한 결말로 이어졌다”며 또 하나의 특별한 커리어가 생긴 것을 반겼다.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6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 마지막 리드 종목에서도 마지막 8번째로 나선 ‘암벽 신동’ 서채현(18·신정고)은 36번째 홀드를 향해 손을 뻗다가 떨어지고 말았다. 경기장에서는 ‘아’ 하는 탄식이 쏟아졌다. 서채현이 올림픽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서채현은 스피드 8위, 볼더링 7위, 리드 2위로 전체 8위(112점)에 이름을 올렸다. 만약 리드에서 3개만 더 잡아 38개 이상으로 1위를 했다면 극적으로 동메달을 딸 수 있었다. 예선 2위로 결선에 오른 서채현은 가장 약한 스피드에서 체력을 아끼고 볼더링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뒤 주 종목인 리드에서 완벽한 마침표를 찍으려 했다. 결선 첫 종목 스피드(15m 높이의 경사벽을 빠르게 오르는 종목)에서 서채현은 9초85로 최하위를 기록하고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최대 관건이었던 두 번째 종목 볼더링(로프 없이 4분 안에 4.5m 높이의 벽을 다양한 루트를 거쳐 올라가는 종목)에 발목을 잡혔다. 볼더링 예선에서 5위를 했던 서채현에게 상당히 어려운 벽이 나왔다. 금메달을 딴 야냐 가른브레트(슬로베니아)만이 단 두 번 꼭대기(TOP)를 잡았을 정도로 난도가 높았다. 볼더링에서 7위에 그친 서채현은 리드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메달의 벽을 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서채현은 스포츠클라이밍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리드에서 예선 1위, 결선 2위를 차지하며 3년 뒤 파리 올림픽에서의 메달 전망을 밝혔다. 파리 대회에서는 스피드 종목과 볼더링-리드 종목이 분리된다. 리드 최정상인 서채현의 메달 진입은 더 유력하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6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반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 마지막 리드 종목에서도 8번째 마지막 순서. ‘암벽 신동’ 서채현(18·신정고)이 힘든 고비를 넘기고 35번째에 이어 36번째 홀드를 잡는 순간 경기장에 ‘아’ 하는 탄식이 쏟아졌다. 서채현이 2020 도쿄 올림픽에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서채현은 스피드 8위, 볼더링 7위, 리드 2위로 전체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 리드에서 1위를 했다면 동메달이었다. 예선에서 전체 2위로 결선에 오른 서채현은 가장 약한 스피드에서 체력을 아끼고, 볼더링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뒤 주종목인 리드에서 완벽한 마침표를 찍으려 했다. 8명이 겨룬 결선은 애초부터 6명이 메달을 놓고 다투는 승부였다. 예선에서 스피드 1, 2위를 했던 알렉산드라 밀로스와프(폴란드), 아누크 조베르(프랑스)는 리드에서 19위, 15위를 차지하며 전체 7, 8위로 결선 막차를 탔다. 둘은 볼더링과 리드가 약해 메달 가능성이 희박했다. 결선 첫 종목 스피드(15m 높이의 경사벽을 빠르게 오르는 종목)에서 서채현은 9초85로 최하위를 기록하고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최대 관건이었던 두 번째 볼더링(로프 없이 4분 안에 4.5m 높이의 벽을 다양한 루트를 거쳐 올라가는 종목)에 발목이 잡혔다. 예선 볼더링에서 20명 중 5위를 했던 서채현에게 상당히 어려운 벽이 나왔다. 8명 중 금메달을 딴 야냐 가른브레트(슬로베니아) 만이 단 두 번 꼭대기(TOP)를 잡았을 정도가 난이도가 높았다. 루트 간격이 멀어 손과 다리가 닿지 않았던 1번 코스를 실패한 서채현은 2번 코스에서도 고전하며 TOP과 중간 지점(Zone)에도 오르지 못했다. 양 팔과 양 다리를 모두 지탱하고 있어야하는 첫 루트에서 다음 윗 루트로 가는 거리가 1.86m로 멀었다. 3번 코스에서도 앞선 두 차례 실패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며 7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서채현은 스포츠클라이밍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리드에서 예선 1위, 결선 2위를 차지하며 3년 뒤 파리 올림픽에서의 메달 전망을 밝혔다.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은 스피드와 볼더링, 리드 종목별 순위를 곱해 가장 낮은 점수을 얻는 순으로 최종 순위를 선정한다. 선수별 장기와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초대 올림픽에서 3종목을 합산하는 경기 방식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리드가 일정 시간 안에 빠른 판단력과 지구력, 순발력 등을 활용해 완등을 한다는 스포츠클라이밍의 본래 취지에 가장 잘 맞는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스피드 종목과 볼더링-리드 종목이 분리된다. 리드 최정상인 서채현으로서는 메달 진입이 더 유력해진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을 지휘했던 황평주 감독(본지해설위원)은 “리드에서 채현이가 압도적인 것은 인공 암벽에 부착된 루트의 의도를 빨리 파악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점수에 계산 안 되는 스탠스 홀드(발을 딛는 부분)를 밟지 않고 무리하게 올라가다 대부분 떨어졌다. 하지만 채현이는 스탠스 홀드를 충분히 활용하고 손으로 잡는 홀드 위치를 잘 캐치해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의 성봉주 연구위원도 “서채현은 게임을 하듯 루트 파인딩을 한다. 실질적인 등반 능력을 경쟁한다는 점에서 리드 1등이 스포츠클라이밍 전체 1등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후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 서채현은 “결선까지 즐겁게 할 줄 알았는데 욕심이 생겼다. 결선 무대를 뛰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겠다”며 “스포츠클라이밍은 홀드를 하나씩 더 잡을 때마다 성취감을 주는 종목이다. 볼더링을 보완해 파리 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암벽 여제’ 김자인을 비롯해 대표팀 동료 등 4인방이 함께 맞춘 금빛 헤어핀을 결선에서 머리에 묶고 의지를 보였던 서채현은 금메달 대신 금빛 희망을 가득 안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신동 서채현(18·신정고·사진)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신설된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초대 챔피언을 향한 희망을 키우고 있다. 볼더링에서 최소 2개 코스 완등 여부가 금메달의 키다. 서채현은 4일 도쿄 아오미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예선에서 2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다. 콤바인 경기는 스피드, 볼더링, 리드 종목의 순위를 곱해 가장 낮은 점수대로 최종 순위를 가린다. 결선은 6일 오후 5시 반 스피드를 시작으로 해서 오후 9시 10분 리드를 마지막으로 메달이 결정된다.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 서채현은 첫 종목 스피드(15m 높이의 경사벽을 빠르게 오르는 종목)에서 10.01초로 17위에 그쳤다. 하지만 볼더링(로프 없이 정해진 시간 안에 4.5m 높이의 벽을 다양한 루트로 올라가는 종목) 5위에 이어 주 종목인 리드(15m 경사면에 돌출된 인공 구조물을 잡고 6분 내 최대한 높이 올라가는 종목)에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총점 85점(17×5×1), 전체 2위라는 깜짝 성적표를 들고 메달을 노리게 됐다. 결선에서도 역시 볼더링이 관건이다. 볼더링에서 두 개 이상 꼭대기를 잡아 5위권 내로 드는 게 중요하다.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야냐 가른브레트(22·슬로베니아)와 예선 3, 4위를 차지한 노나카 미호(24), 노구치 아키요(32·이상 일본) 등이 강력한 금메달 경쟁자다. 10대 돌풍을 예고한 서채현은 “여자 배구 대표팀의 기운을 받았다. 결선에서는 즐겁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역도는 가장 소란스러운 종목 중 하나다. 바벨을 올릴 때면 선수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함성을 내지르며 괴력을 발산한다. 테니스도 선수 괴성을 듣는 재미가 남다르다. 마리야 샤라포바의 돌고래 괴성, 라파엘 나달의 신음소리 등 공을 칠 때 자신의 리듬과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소리를 내며 힘을 짜낸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올림픽에 처음 채택된 스포츠 클라이밍 경기장의 소음도가 치솟고 있다. 세계선수권에서 5회 우승을 거둔 체코의 아담 온드라(28)는 실력만큼이나 로커 부럽지 않은 샤우팅으로 유명하다. 온드라는 자신의 고함에 대해 “나도 진짜 싫다. 전혀 좋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집중하려고 하는 거다. 특정 동작을 할 때 소리를 지르면 100% 잘된다는 확신이 있다”고 해명(?)한다. 그는 특히 가능한 한 많은 고정 루트를 이용해 4.5m 경사면을 오르는 볼더링 종목 때 가장 큰 소리를 낸다. 볼더링은 클라이밍 종목 중에서도 돌출부나 홀드가 손가락으로 겨우 잡을 수 있을 만큼 작아 선수들이 가장 큰 육체적 고통을 겪는다. 이런 ‘샤우팅’의 힘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 2014년 국제운동과학저널에 게재된 연구에서 30명을 대상으로 소리를 낼 때와 소리 없이 숨만 뱉을 때의 악력을 측정한 결과 소리를 낼 때 악력 증가(25%)가 소리 없이 호흡만 했을 때의 악력 증가(11%)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2015년 후속 연구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멀리뛰기 거리를 비교했는데 소리를 지를 때 뛴 거리가 소리 없이 숨만 쉬었을 때보다 5% 길었다. 연구진은 소리를 지를 때 위급상황에서 신체 반응에 대처하는 교감신경계의 반응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정숙이 요구되는 종목도 있다. 양궁 안산(20·광주여대)은 3관왕을 확정한 개인전 결승 슛오프에서 10점을 쏠 때 ‘대충 쏘자’는 혼잣말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양궁 대표팀의 심리 전략을 지원한 김영숙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보배(2012 런던 올림픽 양궁 2관왕)가 5글자(‘바람도 내 편’)로 혼잣말을 했던 것처럼 짧은 문장을 여러 개 만들어 선수가 최종 선택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양궁 2관왕인 이은경 현대백화점 감독은 박사학위 논문 ‘엘리트 양궁 선수의 심리 기술 측정을 위한 척도 개발’에서 양궁 선수들의 ‘혼잣말 전략’이 불안 및 각성 조절, 심상 조절, 목표 설정, 자신감, 끈기 중 가장 높은 일관성을 보인 전략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올림픽 양궁 2관왕에 오른 김제덕(17·경북일고)은 양궁장에서 흔치 않은 ‘샤우팅’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팀에 집중하는 효과가 컸다. 오진혁 선수가 조용해서 걱정이 되긴 했는데 제덕이의 파이팅을 받아줘서 팀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고 평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신동 서채현(18·신정고)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신설된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초대 금메달리스트에 오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볼더링에서 최소 2개 코스 완등 여부가 금메달의 키다. 서채현은 4일 도쿄 아오미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스포츠클라리밍 여자 콤바인 예선에서 2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다. 콤바인 경기는 스피드, 볼더링, 리드 종목의 순위를 곱해 가장 낮은 점수대로 최종 순위를 가린다. 결선은 6일 오후 5시반부터 시작된다.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 서채현은 첫 종목 스피드(15m 높이의 경사벽을 빠르게 오르는 종목)에서 10.01초로 17위에 그쳤다. 하지만 볼더링(로프 없이 정해진 시간 안에 4.5m 높이의 벽을 다양한 루트로 올라가는 종목) 5위에 이어 주종목인 리드(15m 경사면에 돌출된 인공 구조물을 잡고 6분 내 최대한 높이 올라가는 종목)에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총점85점(17X5X1), 전체 2위라는 깜짝 성적표를 들고 메달을 노리게 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을 이끌었던 황평주 감독(본지해설위원)은 “볼더링에서 7위 정도를 예상했는데 루트 형식이 서채현에게 잘 맞았다. 결선에서도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결선에서도 역시 볼더링이 관건이다. 결선 루트 형식은 경기 직전 공개된다. 가장 약한 스피드는 더 나은 순위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리드 1위를 전제하고 볼더링에서 두 개 이상 꼭대기를 잡아 5위권 내로 드는 게 중요하다. 황 감독은 “예선 7, 8위로 결선에 오른 선수들은 스피드는 1, 2위지만 볼더링과 리드는 최하위권이었다. 사실상 서채현을 포함해 상위 6명이 메달 경쟁을 하는 구도”라며 “서채현이 볼더링에서 최소 투 탑(TOP) 이상을 해줘야 메달 진입이 가능하다”고 점쳤다.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안야 간브렛(슬로베니아)와 예선 3, 4위를 차지한 노나카 미호, 노구치 아키요(이상 일본)가 강력한 금메달 경쟁자다. 서채현은 “예선이 열린 4일 배구 4강에 진출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의 기운을 받았다”고 했다. 결선을 펼치는 6일에도 여자 배구 대표팀이 4강전을 벌인다. 서채현은 “올림피언과 스포츠클라이밍의 올림픽 첫 번째 결선 진출자가 됐다. 결선에서는 즐겁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양궁 등에서 대단한 성적을 내 귀감을 줬던 어린 선수들처럼 저도 되고 싶었는데….”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 천종원(25·노스페이스)이 또 한 번의 한국 선수단 깜짝 메달을 향해 선전을 펼쳤으나 아쉽게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천종원은 3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반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콤바인 예선에서 스피드, 볼더링, 리드 종목 합산 10위에 올라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은 3종목 순위를 곱해 점수가 가장 적은 선수가 1위가 된다. 스피드는 높이 15m, 95도 경사면 벽을 빠른 시간으로 올라가는지 가리고 볼더링은 로프없이 4.5m 벽의 여러 루트를 올라 꼭대기를 얼마나 적은 시도로 잡는지 겨룬다. 리드는 15m 경사면에 돌출되게 설치된 인공 구조물을 잡고 6분 안에 최대한 높이 올라가는 종목이다. 천종원은 스피드 1차 시기 실수를 범해 떨어졌지만 2차 시기에서 6초21로 5위에 올랐다. 정상 타임 패드를 찍고 내려온 천종원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포효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을 맡아 천종원을 금메달로 이끈 황평주 감독(본지해설위원)은 “1차 실수로 2차 시기 부담이 컸을텐데 너무 잘 이겨냈다”며 박수를 보냈다. 2015, 2017년 세계 1위에 오른 자신의 주종목 볼더링에서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4개 코스를 자신있게 공략했지만 3번째 코스에서만 꼭대기(TOP)를 잡고, 3차례 탑 아래 지점 존(Zone)을 잡아 10위에 머물렀다. 4번째 코스에서 존을 잡고 꼭대기로 치고 올라가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래도 마지막 리드 종목을 남겨두고 50점(5위×10위)으로 5위를 유지하며 결선 진출 가능성을 높였지만 리드에서 다시 26번째 구조물을 잡고 떨어지면서 16위에그쳤다. 총점 800점(5위×10위×16위)으로 10위에 그치면서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 천종원은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첫 올림픽 출전에서 값진 경험과 자신감을 얻었다며 3년 뒤 올림픽을 기약했다. 천종원은 “2~3위 정도 예상한 볼더링에서 경기 운영을 잘 하지 못했다. 변수가 많지만 대처를 못했다. 비인기 종목인데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만큼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는데 죄송하다”며 “그래도 스피드에서 1차 시기에 떨어진 상황에서도 긴장과 위축됨 없이 2차 시기 좋은 기록을 냈다는 것에 만족한다”며 후련하게 웃었다. 천종원은 “진천선수촌 웨이트장에 걸린 역대 메달리스트들의 사진을 보며 나도 저기에 걸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집중을 했는데 아직은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더 성장한 선수로 돌아오겠다. 여자 스포츠클라이밍에 출전하는 (서)채현이가 꼭 잘했으면 좋겠다”며 인생 첫 올림픽을 의미 있게 마무리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체조가 숨겨 놓았던 비장의 카드 신재환(23·제천시청)이 2020 도쿄 올림픽 체조 남자 뜀틀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새로운 ‘뜀틀 황제’에 등극했다. 신재환은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뜀틀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83점을 받아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과 동점을 이뤘다. 하지만 두 선수의 1, 2차 시기 시도 점수 중 신재환이 2차 시기에 시도한 여2(난도 5.6) 점수가 14.833점으로 가장 높았기 때문에 우세 판정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아블랴진의 최고 점수는 2차 시기(난도 5.6)의 14.800점이다. 전날 한국 여자 체조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메달(동메달)을 따낸 여서정(19·수원시청)에 이어 한국 체조는 연이어 남녀 뜀틀에서만 두 개의 값진 메달을 건졌다. 2012 런던 올림픽 체조 남자 뜀틀 양학선 이후 9년 만에 나온 한국 체조 사상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이다. 한국 체조는 이번 대회에서 금 1, 동 1개로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뒀다. 신재환은 경기 뒤 “2차 시기까지 뛰고 그냥 ‘잘했다’는 안도감으로 기뻤다. 1차 시도 때 안 될 줄 알았다. 뜀틀에 손을 짚자마자 느낌이 안 좋아서 무조건 착지 때 잘 서자고만 생각했는데 운이 작용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결정지은 2차 시기에 수행한 기술은 ‘여2’다. 여서정의 아버지인 여홍철 경희대 교수(50)의 이름을 딴 기술이다. 신재환은 여2 기술에 대해 “90% 완성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한국 체조의 대선배인 여 교수가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여2’ 기술로 은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은 23세 신재환이 완벽한 ‘여2’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여 교수는 TV 해설위원으로 후배의 우승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에서 6번째 금메달을 땄다. 남자 개인 종목 선수의 금메달은 처음이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의 여자 체조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입니다.” 자신의 딸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체조의 역사를 새로 쓰자 TV 해설위원으로 생중계를 담당한 아버지가 환호성을 질렀다. 딸은 한국 체조의 희망 여서정(19·수원시청), 아버지는 한국 체조의 전설 여홍철 경희대 교수(50)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체조 뜀틀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33점을 얻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체조가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1960 로마 올림픽에 처음 여자 체조 선수가 출전했으나 60년 넘게 시상대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아버지 여홍철 교수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뜀틀에서 당시 한국 체조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획득했다.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한국 스포츠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연기를 마친 뒤 눈물을 쏟은 여서정은 “아빠는 내가 여홍철 딸로 불리지 않고 아빠가 여서정 아버지라고 불리고 싶다고 말했었다. 동메달을 땄으니 이제 아빠를 이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여서정은 뜀틀 결선 1차 시기에서 자신의 이름이 붙은 ‘여서정’ 기술(난도 6.2)을 시도했다. 공중으로 치솟으면서 720도 비틀고 내려온 뒤 거의 완벽한 착지를 보였다. 점수는 15.333점으로 8명 결선 출전 선수 가운데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2차 시기에서 착지 실수로 14.133점을 받아 순위가 밀렸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성공만 하면 메달권이다.” 여서정(19·수원시청)이 3년 전 자신의 이름을 건 ‘여서정(난도 6.2)’ 기술을 처음 시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듣던 소리다. 결국 여서정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이 기술을 완벽히 성공시키면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자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50)에 이은 한국 첫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이 탄생했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뜀틀 결선에서 5번째 순서로 나섰다. 여유 있는 미소를 지은 뒤 힘차게 도약해 1차 시기부터 ‘여서정’ 기술을 시도했다. 착지에서 짧게 두 발이 밀리긴 했지만 감점 없는 거의 완벽한 연기였다. ‘여서정’ 기술은 뜀틀을 짚고 두 바퀴 몸을 비틀며 회전하는 기술(720도 회전)로 여기에서 반 바퀴만 회전을 더 하면 아버지인 여 교수가 올림픽 메달을 딴 기술인 ‘여2(뜀틀을 짚고 두 바퀴 반을 비틀며 회전하는 기술·900도 회전)’가 된다. 이날 예선 1위 시몬 바일스(24·미국)가 심리부담을 이유로 기권하면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제이드 케리(21·미국·예선 2위)가 여서정의 바로 앞 순서에서 1차 시기 기술을 시도조차 못하는 실수를 저지른 뒤였지만 여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여서정이 1차 시기에서 15.333점(기술점수 6.2 수행점수 9.133)을 기록하며 이날 출전한 전체 선수의 기록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자 주변이 술렁거렸다. 전광판에 1위를 제칠 수 있는 타깃 포인트 기록이 14.833으로 찍혔다. 2차 시기 신청한 난도는 5.4로 평소 연습 때는 거의 실수가 없이 수월하게 해냈던 기술이라 큰 실수만 없으면 금메달까지 바라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서정은 착지에서 세 발을 물러나는 실수로 14.333점(기술점수 5.4 수행점수 8.733)을 기록해 평균 14.733점으로 브라질의 레베카 안드레이드(15.083점), 미국의 미카일라 스키너(14.916점)에 이은 3위를 확정지었다. 여서정은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가수 아이유의 ‘아이와 나의 바다’라는 노래를 많이 들었다. 여서정은 “여기까지 오기에 너무 힘든 시간을 버텨서 ‘그렇게 오랜 시간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이 가사가 많이 와 닿았다”고 말했다. 체조 선수였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으로 9살 체조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올림픽을 꿈꿨던 소녀는 그렇게 한국 여자 체조 최초의 메달을 수줍게 목에 걸었다. 올림픽 메달을 따게 된다면 “침대에 누웠을 때 바로보이는 천장에 대롱대롱 달아놓고 잘 때, 일어날 때 매번 볼 것”이라던 그는 이제 매일 메달을 보며 잠들고 메달을 보며 눈을 뜨는 꿈에 그리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물론 딸의 바람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여 교수 역시 “딸이 더 유명해져서 내가 ‘서정이 아빠’로 불리고 싶다”던 바람을 이루게 됐다. 이제 여서정은 시선은 아버지를 넘어 그리고 그 다음 올림픽과 신기술에 향해 있다. 여서정은 “아빠가 먼저 체조를 시작했으니 아빠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 않았나 싶다”며 “아빠는 은메달이고, 나는 동메달이니 아빠를 이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2024년 파리 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걸면 아버지를 이기게 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이번 올림픽 전부터 신기술을 연마 중이다. 여 교수는 “반바퀴 더 도는 ‘여서정2’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도쿄 올림픽에서 멋진 도약에 성공한 여서정. 벌써 파리에서의 멋진 착지가 기대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축구가 도쿄 올림픽 8강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다. 31일 4강 진출을 놓고 멕시코와 맞붙는다. 23세 이하(U-23) 대표팀 간 대결에서는 한국이 3승 4무 1패로 앞서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만나 이겼다. 하지만 멕시코는 특유의 유연성과 개인기를 갖추고 있어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다. 멕시코는 선발과 후보 명단에 포함된 선수 18명 중 17명이 자국 리그에서 뛰고 있다. 해외보다 연봉을 많이 주기 때문에 선수들이 밖으로 안 나간다. 자국 리그에서 오래 보고 뛰기 때문에 호흡이나 조직력도 좋다. 멕시코는 4-3-3 포메이션을 주로 쓰면서 측면에서 중앙으로 집중해 오는 공격이 위협적이다. 와일드카드로 뽑힌 최전방 공격수 엔리 마르틴이 폭넓게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공간을 내면 좌우 측면 날개인 알렉시스 베가와 우리엘 안투나 등이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기회를 만든다. 우리 측면 윙백 수비수들이 중앙 수비수들과 약속된 플레이로 위험 지역 밖으로 밀어내든가 공간을 미리 선점할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공격에 숫자를 많이 두지 않지만 미드필드 지역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밀고 들어오는 스타일이다. 압박을 느슨하게 해 멕시코가 할 것을 다 하게 하면 안 된다. 반대로 한국도 측면 공격에서 경기를 풀어야 한다. 이동준(울산)의 측면 공간을 파고들며 헤집는 움직임이 물이 올랐다. 패스 투입의 우선순위를 측면으로 가져가야 한다. 멕시코의 좌우 측면을 흔들면 날개 공격수들도 수비에 가담할 수밖에 없다. 온두라스전에서는 원래 왼쪽 측면 수비수인 김진야(서울)가 왼쪽 날개로 나서 공격도 해주고 빠르게 수비 가담을 해주면서 팀이 속도전을 펼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줬다. 멕시코전의 키는 평정심이라고 본다. 두 경기 대승으로 자신감이 상당히 올라간 상태일 것이다. 선수마다 ‘우리한테 적은 없다’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조별리그와 8강은 또 다르다. 들뜬 기분을 누르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야 한다. 초반에 기본적인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잔 패스 실수들이 나오면 분위기가 묘하게 이상해진다. 공격과 수비에서 약속된 패턴을 지켜가며 흐름 싸움을 벌여야 한다. 정리=도쿄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세트 스코어 5-5. 금메달과 은메달의 주인공은 이제 슛오프에서 단 한 발로 결판나게 됐다. 긴박한 순간에도 스무 살 신궁 안산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류수정 여자 대표팀 감독이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익살스러운 제스처를 보이자 ‘아니다’는 의미로 손가락을 젓기도 했다. 사대에 오른 안산의 손을 떠난 화살이 70m를 날아가 노란색 중앙에 꽂혔다. 10점 만점. 과녁을 응시하던 안산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8점을 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옐레나 오시포바는 허탈하게 웃었다. 비로소 안산은 류 감독의 품에 안기며 승리의 환호에 젖어들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3관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오시포바를 슛오프 끝에 6-5(28-28, 30-29, 27-28, 27-29, 28-27<10-8>)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안산은 혼성전과 여자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휩쓸며 한국 선수로는 첫 여름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겨울올림픽에서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남녀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른 진선유, 안현수가 각각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 양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4개 전 종목 우승을 휩쓴 데 이어 혼성전이 추가된 이번 대회에서 5개 금메달 석권에 한 개만 남겼다. 31일 남자 개인전에서 김우진(29)이 마침표에 도전한다. 안산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속 슛오프를 치르는 숨 막히는 접전에도 두 번 모두 10점을 쏘는 강심장을 과시했다. 결승 슛오프에서 안산의 심박수는 118bpm이었던 반면 오시포바는 167bpm까지 치솟았다. 안산은 “끝나고 나니 더 긴장된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린 그는 “갑자기 (감정이) 차올라서 울지 마 울지 마 했는데 나왔다. 한국에 있을 때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양궁장에는 방탄소년단(BTS)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울려 퍼졌다. 세계 양궁을 평정한 안산을 위한 축가였다. 김민정(24)은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ROC)와 38점으로 동률을 이룬 뒤 슛오프에서 1-4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한국 사격의 첫 메달이다. 박상영(26), 권영준(34), 송재호(31), 마세건(27)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펜싱 에페 대표팀은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45-41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에페 개인전에서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며 금메달을 딴 박상영이 고비마다 해결사로 나섰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한국 여름올림픽 사상 첫 3관왕에 오른 스무 살 신궁 안산은 주변의 평가대로 멘털 ‘슈퍼갑’이었다. 16강전 이후부터 매 경기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지만 표정이 바뀌거나 큰 동작을 취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간간이 미소를 지었다.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의 결승전 1세트 첫 발을 8점에 쐈지만 이후 2세트까지 5발 연속 10점을 명중시켰다. 4강과 결승전에서 한 차례씩 활시위를 당기다 멈칫하는 동작을 취했지만 결과는 각각 9점과 10점이었다. 화살이 문제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바로 자세를 만들어 슈팅을 했다.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이어 1발로 승부가 결정나는 슛오프를 치렀지만 모두 10점 만점을 쐈다. 경기 도중 80대 bpm에 머물던 안산의 심박수도 결승 슛오프에서는 118bpm으로 올랐지만 오시포바는 167bpm을 찍을 만큼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경험 많은 선수들도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슛오프 상황을 여자 양궁 대표팀 막내인 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금메달 시상식이 끝난 뒤 안산이 “‘쫄지 말고 대충 쏘자’라는 생각을 했다”며 슛오프 상황을 복기하자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한번 더 놀랍다는 탄식이 터졌다. 경기 내내 혼성전에서 함께 금메달을 일궜던 김제덕(17·경북일고)이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는 얘기를 듣고는 “목이 아프겠다 싶었다”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경험했던 대선배들도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게 안산의 ‘포커페이스’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성진 홍성군청 코치(본보 해설위원)는 “산이의 포커페이스에 이은 과감한 슈팅은 다른 선수들이 갖지 못한 역대 최고의 퍼포먼스다. 그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멘털”이라며 놀라워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관왕 장혜진도 “평소 경기 때의 평정심, 포커페이스 유지는 최미선(리우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금메달)이 최고일 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안산은 5차례 대표 선발전을 치르는 동안 2925발을 쐈다. 선발된 3명의 대표 가운데 가장 많다. 바늘구멍에 비유되는 선발전을 통해 그의 멘털은 더욱 강해졌다. 산(山)이라는 자신의 이름처럼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포커페이스도 시상식에서 ‘봉인 해제’가 됐다. 애국가가 울리고 하이라이트 부분에 이르자 눈물을 훔쳤다. 시상식이 끝난 후 공식 인터뷰 자리에 은메달, 동메달리스트가 늦자 셀카를 찍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지런히 사진을 올리는 모습은 평범한 여대생 그대로였다. 시상식 전달자로 나선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 주기도 했다. 평소에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안산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엄마가 해주는 애호박찌개를 먹고 싶다. 조금 매콤하게 한 거”라고 답했다. 개인전 직전 자신의 짧은 ‘쇼트커트’ 머리를 둘러싼 페미니즘 논란이 크게 불거졌지만 부담을 경기장으로 갖고 들어오지 않았다. 이날 오전 정의선 회장이 안산에게 격려 전화를 해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경기를 해달라”고 했다. 안산도 16강전부터 결승까지 오는 동안 관련 질문을 정중하게 사양했다. 시상식 때도 관련 질문을 피했던 안산은 이번 대회 모든 일정을 마친 뒤 대한양궁협회를 통해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국민들의 많은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한 사람의 위대한 성취 뒤에는 반복되는 훈련과 지독한 외로움이 있다. 때로는 지나친 기대와 차별과도 싸워야 한다”며 “서로의 삶에 애정을 갖는다면 결코 땀과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끝까지 이겨낸 안산 선수가 대견하고 장하다”고 썼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한국 양궁 역사상 첫 올림픽 3관왕에 오른 스무 살 안산은 주변의 평가대로 멘털 ‘갑’이었다. 16강전 이후부터 매 경기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지만 표정이 바뀌거나 큰 동작을 취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간간이 미소를 지었다.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의 결승전 1세트 첫 발을 8점에 쐈지만 이후 2세트까지 5발 연속 10점을 명중시켰다. 4강과 결승전에서 한 차례씩 활시위를 당기다 멈칫하는 동작을 취했지만 결과는 각각 9점과 10점이었다. 화살이 문제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바로 자세를 만들어 슈팅을 했다. 경험 많은 선수들도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두 번의 슛오프 상황에서도 대놓고 10점을 맞혔다. 금메달 시상식이 끝난 뒤 안산이 “‘쫄지 말고 대충 쏘자’라는 생각을 했다”며 슛오프 상황을 복기하자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한번 더 놀랍다는 탄식이 터졌다. 경기 내내 혼성전에서 함께 금메달을 일궜던 김제덕(17·경북일고)이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는 얘기를 듣고는 “목이 아프겠다 싶었다”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경험했던 대선배들도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게 안산의 ‘포커페이스’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성진 홍성군청 코치(본보 해설위원)는 “산이의 포커페이스에 이은 과감한 슈팅은 다른 선수들이 갖지 못한 역대 최고의 퍼포먼스다. 그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멘털”이라며 놀라워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관왕 장혜진도 “평소 경기 때의 평정심, 포커페이스 유지는 최미선(리우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금메달)이 최고일 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도 안산을 ‘엄근진’으로 부른다. 경기에서만큼은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는 뜻이다. 결승전 직전 자신의 짧은 ‘쇼트커트’ 머리를 둘러싼 페미니즘 논란이 크게 불거졌지만 부담을 경기장으로 갖고 들어오지 않았다. 이날 아침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안산에게 격려 전화를 해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경기를 해달라”고 했다. 안산도 16강전부터 결승까지 오는 동안 관련 질문을 정중하게 사양했다. 시상식 때도 관련 질문을 피했던 안산은 이후 대한양궁협회를 통해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국민들의 많은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한 사람의 위대한 성취 뒤에는 반복되는 훈련과 지독한 외로움이 있다. 때로는 지나친 기대와 차별과도 싸워야 한다”며 “서로의 삶에 애정을 갖는다면 결코 땀과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끝까지 이겨낸 안산 선수가 대견하고 장하다”고 썼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오히려 긴장이 되는 안산이다. 그래서 감정도 올라온다고 했다. 포커페이스도 시상식에서 ‘봉인 해제’가 됐다. 애국가가 울리고 하이라이트 부분에 이르자 눈물을 훔쳤다. 시상식이 끝난 후 공식 인터뷰 자리에 은메달, 동메달리스트가 늦자 셀카를 찍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지런히 사진을 올리는 모습은 평범한 여대생 그대로였다. 시상식 전달자로 나선 정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 주기도 있다. 평소에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안산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엄마가 해주는 애호박찌개를 먹고 싶다. 조금 매콤하게 한 것을”이라고 답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세트 스코어 5-5. 금메달과 은메달의 주인공은 이제 슛오프에서 단 한 발로 결판나게 됐다. 긴박한 순간에도 스무 살 신궁 안산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류수정 여자 대표팀 감독이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익살스러운 제스처를 보이자 ‘아니다’는 의미로 손가락을 젓기도 했다. 사대에 오른 안산의 손을 떠난 화살이 70m를 날아가 노란색 중앙에 꽂혔다. 10점 만점. 과녁을 응시하던 안산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8점을 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옐라나 오시포바는 허탈하게 웃었다. 비로소 안산은 류 감독의 품에 안기며 승리의 환호에 젖어들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3관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오시포바를 슛오프 끝에 6-5(28-28, 30-29, 27-28, 27-29, 28-27<10-8>)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안산은 혼성전과 여자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휩쓸며 한국 선수로는 첫 여름 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겨울 올림픽에서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남녀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른 진선유, 안현수가 각각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 양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4개 전종목 우승을 휩쓴 데 이어 혼성전이 추가된 이번 대회에서 5개 금메달 석권에 한 개만 남겼다. 31일 남자 개인전에 김우진(29)이 마침표에 도전한다. 안산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속 슛오프를 치르는 숨 막히는 접전에도 두 번 모두 10점을 쏘는 강심장을 과시했다. 결승 슛오프에서 안산의 심박수는 118이었던 반면 오시포바는 167까지 치솟았다. 안산은 “끝나고 나니 더 긴장된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린 그는 “갑자기 (감정이) 차올라서 울지마 울지마 했는데 나왔다. 한국에 있을 때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양궁장에는 BTS(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울려 퍼졌다. 세계 양궁을 평정한 안산을 위한 축가였다. 김민정(24)은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38점으로 동률을 이룬 뒤 슛오프에서 1-4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한국 사격의 첫 메달이다. 박상영(26), 권영준(34), 송재호(21), 마세건(27)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에페 대표팀은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45-41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에페 개인전에서 ‘할 수 있다’는 말을 되 뇌이며 금메달을 딴 박상영이 고비마다 해결사로 나섰다. 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내 안의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다.” 황선우(18·서울체고)가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수영 스타로 떠올랐다. 황선우는 28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경영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47초56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황선우는 준결선 1조에서 3위를 차지하며 전체 4위로 상위 8명이 오르는 결선에 진출했다. 황선우는 하루 전 세 차례나 레이스를 치렀다. 오전에 자유형 200m 결선을 뛰었고, 오후에는 자유형 100m 예선과 계영 800m 예선까지 치렀다. 온몸은 녹초가 됐지만 그는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오전 2시 정도에 겨우 잠이 들었다”고 했다. 극심한 피로 속에 이날 오전 경기에 나섰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괴력을 발휘했다. 하루 전 100m 예선에서 47초97로 자신이 갖고 있던 종전 한국기록(48초04)을 0.07초 단축한 황선우는 하루 만에 이 기록을 0.41초나 앞당겼다. 또 2014년 닝쩌타오(중국)가 세운 47초65의 아시아기록을 7년 만에 0.09초 앞섰다. 전광판에 아시아기록을 의미하는 ‘AS’가 표시되자 장내는 술렁였다. 놀라운 회복력을 보인 황선우는 “100m는 한 바퀴만 돌면 되니까 200m보다 체력적인 부담이 덜하다는 생각으로 임한 게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10대 ‘수영 천재’는 2차례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포함 4개의 메달을 딴 박태환(32)도 가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같은 자유형이 주 종목이지만 둘의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박태환은 교과서적 영법과 경기 운영을 하며 뒷심으로 후반부 역전을 노렸다. 이에 비해 황선우는 미국, 유럽, 호주 선수들이 구사하는 파워 수영으로 초반부터 승부를 본다. 박태환이 안정적인 주행을 하다가 속도를 높이는 중형 세단이라면 황선우는 수 초 안에 시속 100km를 돌파하는 터보 엔진 스포츠카에 비유할 수 있다. 황선우는 왼팔보다 오른팔을 더 길고 힘차게 내지르는 ‘엇박자’ 스트로크를 한다. “물을 타는 재능이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말처럼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엄청난 추진력을 낸다. 자신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스타트 집중력까지 좋아졌다. 28일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황선우의 스타트 반응 속도는 0.58초였다. 준결선에서 뛴 선수 16명 중 황선우보다 반응 속도가 빠른 건 스위스의 로만 미튜코프(0.56초)밖에 없었다. 미튜코프는 준결선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황선우는 빠른 스타트 후 특유의 파워 영법을 앞세워 아시아 신기록까지 세웠다. 결선 진출자 8명(평균 스타트 반응 속도 0.64초) 가운데 1위다. 남기원 동아대 수영부 감독(전 수영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은 “확실히 박태환보다 치고 나가는 스피드가 빠르다”며 “오른팔을 강하게 만들어 속도를 높이는 것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약점도 있지만 정말 대단한 선수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스타트와 영법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황선우가 박태환의 장점까지 보완한다면 금상첨화다.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은 “불과 몇 달 전 대표 선발전 때 100m에서 48초04를 찍더니 어제오늘 사이에 연달아 한국기록을 경신했다. 상승세가 정말 가파르다”며 “황선우는 항상 주변 사람들의 예측을 넘는 퍼포먼스를 보여 온 선수다. 체력을 보완하고 경기 운영 능력을 키우면 머지않아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준결선에서 올림픽 다관왕에 빛나는 세계적인 스타 케일럽 드레슬(25·미국) 옆에서 경기를 했던 황선우는 “드레슬을 보며 뛰어서 굉장히 영광이었다. 29일 결선에서도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도쿄=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5년 전의 패배를 되갚으며 2020 도쿄 올림픽 축구 8강에 올랐다. 4강 티켓을 놓고 다투는 상대는 멕시코다. 한국은 28일 일본 요코하마의 요코하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기민한 움직임으로 경기를 주도하면서 황의조(보르도)의 해트트릭과 원두재(울산), 김진야(서울), 이강인(발렌시아)의 연속 골로 온두라스에 6-0 완승을 거뒀다. 온두라스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강에서 한국에 0-1 패배를 안겼었다. 조별리그 2승 1패(승점 6)를 기록한 한국은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2012 런던 올림픽(동메달)과 리우 대회 8강에 이어 3회 연속 8강 진출이다. 한국은 31일 오후 8시 A조 2위에 오른 멕시코와 4강 진출을 다툰다. 한국은 멕시코 천적으로 부를 만하다. 해당 연령대 상대 전적에서 7전 3승 4무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올림픽 본선에선 1996 애틀랜타, 2004 아테네, 2012 런던, 2016 리우까지 네 번 만나 2승 2무를 기록했다. 올림픽 3회 연속 맞대결이다. 한국에 이어 뉴질랜드가 조 2위로 8강에 진출해 일본을 만난다. 한국과 일본은 결승에서나 만나게 됐다. 4-0으로 대승을 거둔 루마니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부터 살아난 2선 공격진의 폭넓은 움직임이 온두라스 수비를 무너뜨렸다. 측면에서 패스를 주고받다 반대편 측면으로 길고 빠른 크로스 전개로 득점 활로를 뚫었다. 1, 2차전 무득점에 그친 황의조의 방향 전환 킬패스 한 방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오른쪽 측면으로 쇄도하면서 황의조의 공간 패스를 받아 돌파를 시도하던 이동준이 수비수에게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전반 12분 황의조가 깔끔하게 차 넣었다. 선제골에 힘입어 한국 분위기는 확 살아났다. 온두라스는 여유 있게 패스를 주고받다가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한국 선수들을 막느라 허둥댔다. 전반 19분 원두재가 다시 상대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으로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황의조는 전반 추가 시간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든 데 이어 후반 7분에도 페널티킥 골로 해트트릭을 올리며 지난 대회 패배의 복수전을 자축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한국이 한 경기에 페널티킥으로 3골을 넣은 건 처음이다. 자신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리고 활시위를 당기는 세리머니를 선보인 황의조는 “양궁 선수들이 잘하고 있어 우리의 목표를 담았다. 목표는 금메달이다”면서 “그동안 첫 골이 안 터져 부담이 컸다. 마음이 놓인다”며 후련한 표정을 보였다. 양궁 2관왕 김제덕이 축구팬이라는 것에 대해 “김제덕이 3관왕을 이루지 못했는데 나머지 한 개를 우리가 따겠다”고 말했다. 후반 황의조와 교체돼 들어가 쐐기포를 터뜨린 이강인은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강인은 “(야구 올림픽 대표인) 강백호 선수와 우연히 알게 됐다. 골을 넣으면 세리머니를 해주기로 약속했다. 관심을 받는 두 종목이 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했다”고 밝혔다.요코하마=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