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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금메달이었다.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 출전한 안산(20)과 강채영(25), 장민희(22)는 8강부터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상대 팀에 내주지 않았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5년 만에 올림픽에 나간 적이 선수들로만 팀을 꾸려 경험 부족이 지적됐으나 더욱 완벽하게 정상에 섰다. 상대팀들은 한국과 경기를 한다는 것만으로 지레 위축이 돼 실수를 남발했다. 패한 뒤엔 고개를 끄덕이며 수준 차이를 인정했다. 철저한 준비와 전폭적인 투자가 최강 한국 양궁이 느낄 수 있던 심리적 부담과 경기력 저하 변수를 원천 봉쇄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도쿄 올림픽 양궁 경기장과 주변 환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진천선수촌 양궁 세트에서 집중적으로 실전 훈련을 했다. 일정하지 않은 흐름으로 부는 강한 바람, 카메라 셔터 소리, 취재진 등의 이동 동선, 양궁장 주변 상공을 지나가는 비행기 소음 등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모두 가정해 훈련을 했다. 해변에 위치한 도쿄 양궁장과 입지 조건이 비슷한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도 1주일 동안 강한 바닷가 바람에 적응하는 특별 훈련을 했다. 강채영은 시상식을 마친 후 “대한양궁협회가 올림픽 경기장 같은 환경을 만들어줘 매일 실제 올림픽 경기를 하는 것처럼 훈련을 했다. 진천선수촌 양궁장은 불이 꺼지지 않는 양궁장이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4 아테네, 2012 런던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성진 본지 해설위원은 “올림픽 전에 경기장을 똑같이 만들어서 훈련을 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도쿄올림픽 양궁장이 선수들에게는 집 같았을 것”이라고 했다. 5차례 선발 과정을 거친 경험도 선수 각자에게 든든한 밑천이 됐다. 안산은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49등을 했을 때가 너무 힘들었다.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솔루션’을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성진 위원은 “백지 한 장 차이인 선수들이 바늘구멍 같은 대표 선발전을 거치며 강해질 대로 강해진다”며 “이제는 신인 선수들이 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바늘 구멍을 통과한 강채영과 장민희, 안산은 경기 도중 웃고 장난까지 치며 편안하게 활시위를 당겼다. 시상식을 마친 뒤 주장 강채영은 “경기장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BTS(방탄소년단) 노래가 아니라 아쉬웠다”고 웃으면서 개인전 의지를 다졌다. 단체전에서 활 쏘는 순서는 평소 훈련 과정에 축적된 수천 발 결과에 따라 각자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조합으로 결정됐다. 짧은 시간 안에 과감하게 활을 쏘는 안산이 막내지만 1번 주자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김영숙 선임연구위원은 순번 별로 선수들에게 명확한 역할을 알려주면서 긍정적 마인드를 갖게 했다. 단체전 9연패를 이룬 신궁 삼총사는 29~30일 열리는 개인전에 나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랭킹 라운드에서 세 명이 1,2,3위를 휩쓸었기 때문에 4강전까지는 한국선수끼리 맞붙지 않게 된 점도 개인전 우승을 향한 기분 좋은 집안싸움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3관왕을 노릴 수 있게 된 안산은 “단체전 금메달 목표를 이뤘기 때문에 개인전 욕심은 없다. 재미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여자 양궁이 전무후무한 올림픽 단체전 9연패를 달성했다.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22·인천대), 안산(20·광주여대)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크세니야 페로바, 옐레나 오시포바, 스페틀라나 곰보에바로 팀을 꾸린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 세트스코어 6-0(55-54, 56-53, 54-51)으로 완승을 거뒀다. 한국 양궁은 올림픽에 양궁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한 번도 놓치지 않고 9개의 금메달을 모두 가져왔다. 세 명 모두 처음 출전한 올림픽이었지만 압도적인 실력을 앞세워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한국은 8강에서 만난 이탈리아를 세트스코어 6-0으로 완파한 데 이어 준결승에서는 벨라루스를 5-1로 꺾었다. 결승에서 만난 ROC에게도 한 세트로 허용하지 않은 채 완승을 거뒀다. 1번 사수로 나선 안산이 기선을 제압하면, 2번 사수 강채영이 힘을 보태고, 3번 사수 장민희가 마무리를 짓는 전술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여자 대표팀의 막내 안산은 ROC와의 결승에서 6번의 화살 가운데 3번을 10점 과녁에 꽂아 넣으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하루 전 김제덕(17·경북일고)과 함께 나선 혼성전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던 안산은 연이틀 금메달을 목에 걸며 2관왕에 올랐다. 안산은 27일부터 시작되는 여자 개인전을 통해 올림픽 양궁 역사상 첫 3관왕에 도전한다. 64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여자 개인전은 27~29일 32강전을 치른다. 그리고 30일 16강부터 결승전까지를 하루에 치른다. 여자 개인 결승은 30일 오후 4시 45분에 열린다.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이헌재 기자uni@donga.com}

한국 양궁의 ‘무서운 막내 콤비’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2000년대 태어난 김제덕(17·경북일고)과 안산(20·광주여대)이 그 주인공이다. 김제덕과 안산은 24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혼성단체전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의 스테버 베일러르-가브리엘라 슬루서르 조를 5-3(35-38, 37-36, 36-33, 39-39)으로 꺾고 서로에게 금메달을 걸어줬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남자 양궁 선수 64명 가운데 가장 어린 김제덕은 한국 남자 양궁 사상 최연소(17세 3개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영광을 안았다. 전날 랭킹라운드에서 680점을 쏴 올림픽 신기록을 25년 만에 깨뜨린 안산 역시 올림픽 데뷔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김제덕과 안산은 이번 올림픽에서 사상 첫 양궁 3관왕을 향한 1차 관문을 넘었다. 혼성단체전은 남녀 1명씩 조를 이뤄 한 세트에 4발씩(남자 2발, 여자 2발) 화살을 쏜다. 이기면 2점, 무승부면 1점을 따는 방식으로 5점을 먼저 얻는 팀이 승리한다. 시위를 당기자마자 힘차게 내려놓는 최고 시속 201km의 김제덕 화살과 침착하게 날아간 189km의 안산 화살이 절묘하게 시너지를 냈다. 인도와의 8강전에서 4세트 잠시 안산이 흔들리자 동생 김제덕이 10점을 쏘며 안산에게 주먹을 맞대고 힘을 불어 넣었다. 멕시코와 4강전에서도 2, 3세트 4발을 연달아 꽂은 김제덕이 안산에게 적극적으로 바람의 방향 등을 알려주며 파이팅을 했고 안산이 마지막 발을 10점에 꽂아 넣으며 5-1 완승을 거뒀다. 결승전에서 네덜란드가 예상 외로 선전을 하며 1세트를 가져가 위기를 맞았지만 둘은 서로의 호흡에 집중했다. 2세트 안산이 마지막 4번 째 발을 10점에 꽂고 한 점 차로 2-2 균형을 맞추며 흐름을 반전시켰다. 3세트를 36-33으로 잡은 김제덕과 안산은 4세트에서 첫 두 발을 나란히 10점에 명중시켜 기세를 이어갔다. 10점으로 맞장구를 친 네덜란드와 39-39로 비기며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경기 후 안산은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을 따게되서 영광이고, 저의 기운이 대표팀에 전해졌으면 한다”고 기뻐했다. 매 세트 첫 번째 순서마다 ‘화이팅’, ‘코리아 파이팅’이라고 크게 기합을 넣으며 긴장을 이겨낸 김제덕은 “먼저 쏘고 나서 누나에게 ‘자신있게 우리 것만 하자’고 말해줬다”며 경기에서 집중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안산은 4세트 네덜란드가 39점을 쏘고 한국이 30점인 상황에서 마지막 한 발 쏠 때에 대해 “무조건 9점, 10점 상관없이 노란 과녁만 맞추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제덕과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고 웃었다. 김제덕과 안산은 전날 열린 랭킹라운드에서 나란히 1위를 차지해 한국 대표팀의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이번 대회 신설된 혼성 단체전 출전권을 따내면서 돌풍을 예고했다. 올림픽 경험도 전혀 없었지만 두 선수는 위기에도 흔들림 없이 정상을 향해 걸어 나갔다. 김제덕이 시니어 무대에 나선 건 올해가 처음이다. 천재 궁사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2019년 도쿄올림픽 선발전에서 어깨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올림픽 출전의 꿈이 날아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파이팅이 넘치며 두려움을 모르는 강심장이 장점이다. 초등학교 시절 ‘영재발군단’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양궁 신동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광주체고 출신인 안산은 2019년 독일 베를린 월드컵에서 개인전과 혼성전 2관왕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차분한 성격에 강한 정신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독식한 한국 양궁은 도쿄에서는 한 개 더 추가해 5개 전 종목 석권을 노린다. 쾌조의 출발을 보인 한국 양궁은 25일 여자 단체전 우승에 도전한다. 여자 단체전은 정식 정목으로 채택된 1988 서울 올림픽부터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도쿄에서 시상대 꼭대기에 선다면 9회 연속 금메달의 금자탑을 쌓는다. 혼성 단체전 동메달은 준결승에서 터키를 6-2로 이긴 멕시코 루이스 알바레스-알레한드라 발렌시아 조에게 돌아갔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대형 전광판에는 대회 개막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관중의 열띤 함성이나 연호는 없었다. 텅 빈 관중석에는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간간이 박수 소리가 흘러나왔다.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축제가 막을 올렸다.○ 차분하게 막 올린 첫 무관중 올림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된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이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날 행사는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6만8000석 규모의 스타디움에는 각국 선수단, 귀빈, 미디어 관계자 등 950여 명만 참석했다. 귀빈석에는 외국 정상으로 유일하게 일본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질 여사만이 자리를 채웠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회식에 참석한 유일한 외국 정상으로, 2024년 열리는 파리 올림픽을 위해 도쿄를 찾았다. 개회식은 총 9개 소주제로 ‘감동으로 하나 되다(United by Emotion)’라는 슬로건을 표현했다. 나루히토 일왕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입장한 가운데 일본 국기 게양과 일본 국가 연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연이 진행됐다.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는 일본의 톱 가수인 미샤가 불렀다. 1824대의 드론 불빛이 허공에서 도쿄 올림픽 엠블럼과 지구를 형상화하기도 했다. 이날 개회식 공연들은 과거 올림픽과 같은 흥겨움보다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전 세계적 위기감을 보여주듯 ‘하나’ ‘지속’ ‘유산’ 등을 주제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그동안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올림픽 기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도 가졌다. 관중과 호흡을 기대하기 힘들어 리허설을 보는 듯한 장면도 많았다. 황승경 공연평론가는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는 시기, 공존이라는 가치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풀어내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선수단 입장 때는 근대 올림픽이 처음으로 열린 그리스가 가장 먼저 입장하고 난민대표팀에 이어 일본어 순서와 IOC 기준에 따라 각국 선수단이 입장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선수단도 제한된 인원만 행진에 나섰다. 29개 종목 232명의 선수가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103번째로 임원 6명과 선수 24명이 나섰다. 남자 기수는 수영의 황선우, 여자는 배구의 김연경이 등장했다. 한국 선수단이 입장하자 IOC 윤리위원장에 재선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는 IOC 권고에 따라 처음으로 대부분 참가팀이 남녀 공동 기수를 앞세웠다. ○ 성화가 타올랐어도 여전한 반대 여론스타디움 밖에선 또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올림픽을 반대하는 시위대 목소리가 관중이 없는 개회식장으로 생생하게 전달됐다. 경기장 주변은 많은 시민이 몰려 최대 1km 밖까지 교통통제가 이뤄졌고 인도는 혼잡했다. 스타디움이 가장 잘 보이는 올림픽기념관 앞에는 수백 명이 몰렸다. 잔디밭엔 돗자리를 깔고 앉은 시민도 많았다. 다구치 다케마사 씨는 “어떻게든 세계인들과 함께 즐기고 싶었는데 (코로나19 상황으로) 안타까워 나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도쿄에서 올림픽이 또 다른 도화선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이번 개회식은 도쿄의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의 행사와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여주기에는 물리적으로, 정서적으로 한계가 명확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이날 도쿄 올림픽을 1920년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는 중에 열린 벨기에 안트베르펜 올림픽에 비교하며 “세계적인 대유행 속에 파티를 열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여태 본 적이 없는(like no other) 개회식’이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개회식 직전 올림픽스타디움 내부를 둘러본 뒤 “정말 아무것도 없다”며 “(관중이 없어) 보안요원들이 지루한 표정으로 걸어 다니고, 6만 관중이 입장했어야 할 회전문은 꿈쩍도 안 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 “이례적이고 이상한 올림픽” 개회식을 기점으로 올림픽의 열기가 올라갈지 미지수다. 일본 국민들은 오히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에게 더 관심이 많다. 일본 온라인 뉴스매체 ‘제이캐스트’가 1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오타니의 경기를 보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이 올림픽 시청을 원한다는 응답자보다 두 배 이상으로 많았다. 일본 주요 신문은 23일 올림픽 개막을 놓고 일제히 의견이 나뉘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 도쿄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은 사설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반면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등 우익 성향 매체들은 대회 개최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사히는 이번 올림픽을 “분열과 불신 속에서 막을 여는, 이례적이고 이상한 올림픽”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시대 첫 올림픽은 복잡한 여운 속에 17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도쿄=김범석 특파원bsism@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대형 전광판에는 대회 개막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관중의 열띤 함성이나 연호는 없었다. 텅 빈 관중석에는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간간이 박수 소리가 흘러나왔다.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축제가 막을 올렸다. ● 차분하게 막을 올린 첫 무관중 올림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된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이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날 행사는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6만8000석 규모의 스타디움에는 각국 선수단, 귀빈, 미디어 관계자 등 950여 명만 참석했다. 귀빈석에는 외국 정상으로 유일하게 일본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질 여사만이 자리를 채웠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회식에 참석한 유일한 외국 정상으로, 2024년 열리는 파리 올림픽을 위해 도쿄를 찾았다. 개회식은 총 9개 소주제로 ‘감동으로 하나 되다(United by Emotion)’라는 슬로건을 표현했다. 나루히토 일왕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입장한 가운데 일본 국기 게양과 일본 국가 연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연이 진행됐다.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는 일본의 톱 가수인 미샤가 불렀다. 1824대의 드론 불빛이 허공에서 도쿄 올림픽 엠블럼과 지구를 형상화하기도 했다. 이날 개회식 공연들은 과거 올림픽과 같은 흥겨움보다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전 세계적 위기감을 보여주듯 ‘하나’ ‘지속’ ‘유산’ 등을 주제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그동안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올림픽 기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도 가졌다. 관중과 호흡을 기대하기 힘들어 리허설을 보는 듯한 장면도 많았다. 황승경 공연평론가는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는 시기, 공존이라는 가치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풀어내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성화 최종 점화자는 오사카 나오미 선수단 입장 때는 근대 올림픽이 처음으로 열린 그리스가 가장 먼저 입장하고 난민대표팀에 이어 일본어 순서와 IOC 기준에 따라 각국 선수단이 입장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선수단도 제한된 인원만 행진에 나섰다. 29개 종목 232명의 선수가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103번째로 임원 6명과 선수 24명이 나섰다. 남자 기수는 수영의 황선우, 여자는 배구의 김연경이 등장했다. 한국 선수단이 입장하자 IOC 윤리위원장에 재선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는 IOC 권고에 따라 처음으로 대부분 참가팀이 남녀 공동 기수를 앞세웠다. 곧이어 바흐 위원장과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 올림픽조직위원장의 환영사, 나루히토 일왕의 개회 선언이 이어졌다. 나루히토 일왕은 “제32회 근대 올림피아드를 기념하는 도쿄 대회의 개회를 선언합니다”라며 개회 선언을 했다. IOC가 선언 예문에 넣어 놓은 ‘축하’ 대신 ‘기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며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국내외 여론을 많다는 사실을 감안해 ‘축하’ 문구를 뺀 것으로 풀이된다. 개회식의 하이라이트로 관심을 모았던 마지막 성화 봉송 및 최종 점화는 일본의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가 했다.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인 오사카는 2018년과 2020년 US오픈, 2019년과 올해 호주오픈 등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4차례 우승을 거머쥔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다. 오사카는 아이티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다양성, 조화의 가치를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 성화가 타올랐어도 여전한 반대 여론 스타디움 밖에선 또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올림픽을 반대하는 시위대 목소리가 관중이 없는 개회식장으로 생생하게 전달됐다. 경기장 주변은 많은 시민이 몰려 최대 1km 밖까지 교통통제가 이뤄졌고 인도는 혼잡했다. 스타디움이 가장 잘 보이는 올림픽기념관 앞에는 수백 명이 몰렸다. 잔디밭엔 돗자리를 깔고 앉은 시민도 많았다. 다구치 다케마사 씨는 “어떻게든 세계인들과 함께 즐기고 싶었는데 (코로나19 상황으로) 안타까워 나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도쿄에서 올림픽이 또 다른 도화선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이번 개회식은 도쿄의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의 행사와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여주기에는 물리적으로, 정서적으로 한계가 명확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이날 도쿄 올림픽을 1920년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는 중에 열린 벨기에 안트베르펜 올림픽에 비교하며 “세계적인 대유행 속에 파티를 열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여태 본 적이 없는(like no other) 개회식’이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개회식 직전 올림픽스타디움 내부를 둘러본 뒤 “정말 아무것도 없다”며 “(관중이 없어) 보안요원들이 지루한 표정으로 걸어 다니고, 6만 관중이 입장했어야 할 회전문은 꿈쩍도 안 했다”고 전했다. ● 일본 언론 “이례적이고 이상한 올림픽” 개회식을 기점으로 올림픽의 열기가 올라갈지 미지수다. 일본 국민들은 오히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에게 더 관심이 많다. 일본 온라인 뉴스매체 ‘제이캐스트’가 1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오타니의 경기를 보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이 올림픽 시청을 원한다는 응답자보다 두 배 이상으로 많았다. 일본 주요 신문은 23일 올림픽 개막을 놓고 일제히 의견이 나뉘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 도쿄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은 사설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반면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등 우익 성향 매체들은 대회 개최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사히는 이번 올림픽을 “분열과 불신 속에서 막을 여는, 이례적이고 이상한 올림픽”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시대 첫 올림픽은 복잡한 여운 속에 17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최악의 출발이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첫 승 제물로 삼았던 뉴질랜드에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한국 선수단의 도쿄 올림픽 첫 경기라는 의미도 있었기에 그 결과를 좀처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한국은 22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남자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경기를 주도하고도 번번이 골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 뉴질랜드의 역습 한 방에 0-1로 덜미를 잡혔다. 한국은 이날 온두라스의 자책골로 1-0으로 이긴 루마니아와의 2차전(25일)에서 무조건 이겨야 8강 진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한국 축구가 청소년, 성인 등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뉴질랜드에 패배한 건 처음이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3전 전승을 거뒀으며 A대표팀도 6승 1무,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3승 1무, 17세 이하(U-17) 대표팀은 1무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 유효 슈팅 2개 등 총 12개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반면 뉴질랜드는 유효 슈팅 1개를 포함해 2개의 슈팅을 기록했을 뿐이다. 김 감독은 “잘된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적극적인 모습도 부족했다”며 “상쾌하고, 좋은 기분을 드리려고 했는데 제물이 됐다”고 말했다. 황의조(보르도)는 “첫 경기였기 때문에 감독님 말씀대로 선수들이 경직됐던 것 같다”며 “아직 2경기 남았다.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 축구는 큰 대회 때마다 첫 경기에서 고전을 했는데 이날도 그랬다. 전반 초반 양 측면으로 공을 돌리며 흐름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후 좌우 측면 윙백들의 속도감 있는 공격 가담이 이뤄지지 않아 수비 라인을 재정비한 뉴질랜드에 공격 전개가 완전히 읽혔다. 전반 황의조, 권창훈(수원), 이강인(발렌시아)의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후반 들어서도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준비했던 세트피스는 정교함이 떨어져 문전에 도달하지도 못했다. 김 감독은 2선 공격라인 엄원상(광주)-이강인-권창훈 3명을 모두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답답한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31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번리에서 활약하는 공격수 크리스 우드에게 기습 골을 내줬다. 우드의 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은 뒤 비디오판독(VAR) 끝에 득점으로 인정받았다. 이 골은 뉴질랜드의 이날 유일한 유효 슈팅이었다. 이날 골을 터뜨린 우드는 경기 뒤 이동경(울산)에게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이동경은 악수를 외면했고, 우드는 머쓱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장면은 매너 논란을 일으켰다. 경기장에는 이바라키현의 초등학교 학생 200여 명이 관중석에서 한국에 열띤 응원을 보냈다. 이바라키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일반 관객 입장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지역 내 학생들은 입장을 시켰다. 이들은 한국 선수들의 이름과 한글로 ‘힘내라’ ‘화이팅’이라고 적은 응원 도구와 태극기를 그린 깃발을 들고 와 경기 내내 흔들었다. 박수에 맞춰 ‘대한민국’을 외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한국 선수들의 슛이 빗나갈 때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경기 장소인 가시마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제주 서귀포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가시마=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우물 안의 개구리였죠. 맨몸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싸웠습니다.” 김정남 OB축구회 회장(78)은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축구 대표팀 선수 19명 중 막내였다. 그의 A매치 출전 기록(67회)에서 도쿄 올림픽은 가장 허탈했으면서도 도전정신을 강하게 일깨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후 절치부심했던 김 회장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과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대표팀 감독을 맡아 세계 강호들과 명승부를 벌였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당대 최고의 멤버들을 내세웠으나 체코에 1-6, 브라질에 0-4, 아랍공화국(이집트 선수 위주)에 0-10으로 졌다. 김 회장은 체코와 아랍공화국전에 뛰었다. 김 회장은 “처음 세계적인 축구팀과 붙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57년이 지나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축구를 보며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당시는 일본과의 국교가 정상화되기 전이었다. 북한도 최종예선을 통과하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성적 비교에 대한 부담도 컸다. 본지는 당시 어수선한 상황에서 선수단이 1964년 10월 도쿄 올림픽 출국에 앞서 열린 대한체육회 결단식에서 찍은 사진을 입수했다. 사진에 나오는 선수단 중에서는 김 회장을 비롯해 김삼락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과 이우봉 씨, 체코전에서 한국의 유일한 득점을 올린 이이우 씨(캐나다 이민)를 빼고 모두 세상을 떠났다. 프로축구 성남의 전성기를 이끈 차경복 전 감독, 국가대표 골키퍼 2세대로 할렐루야 팀을 맡아 1983년 프로축구 원년 우승으로 이끈 함흥철 전 감독, 1960년 초대 아시안컵에서 득점왕에 오른 조윤옥 전 포항제철 감독 등은 고인이 돼 2021년의 도쿄 올림픽을 하늘에서 바라보게 됐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선수단 중 가장 먼저 도쿄 올림픽 무대에 오르는 남자 축구 대표팀이 다채로운 프리킥으로 첫 상대 뉴질랜드의 골문을 정조준한다. 한국은 22일 오후 5시 일본 도쿄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뉴질랜드와 축구 남자 B조 조별리그 1차전을 갖는다. 한국 선수들은 21일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30여 분간 잔디를 밟아보고 점검을 한 뒤 시하마 그린파크에서 비공개 훈련으로 대비를 마쳤다. 김학범 대표팀 감독은 “뉴질랜드 선수 구성이 국가대표팀급이다. 청소년 시절부터 오래 발을 맞춘 선수들이 포진해 팀워크도 좋다”며 “즐기고 놀아보자는 식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풀어갈 것”이라고 출사표를 냈다. 첫 경기에 대한 부담으로 양 팀이 초반에는 신중한 경기 운영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 세트피스 기회를 다양하게 살리며 선제골로 분위기를 가져올 계획이다. 김 감독은 힘과 높이가 있는 뉴질랜드 수비 라인 공략을 위해선 세트피스 공략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최종 엔트리 소집 때부터 비공개로 집중 점검을 해왔다. 김 감독은 20일 훈련 뒤에도 비공개로 왼발, 오른발 프리킥 능력이 좋은 선수들만 따로 실전에서 파울을 자주 얻어내는 위치별로 이동을 시켜 킥의 궤적 등을 점검했다. 대표팀의 왼발 스페셜리스트 3총사 이강인(발렌시아), 권창훈(수원), 이동경(울산)은 페널티 지역 가까운 지점에서 파울로 얻어내는 프리킥을 전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른쪽 가운데 왼쪽 등 위치에 따라 3명이 번갈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권창훈과 이동경의 왼발 킥은 주로 일직선으로 가다가 최정점에서 크게 감겨 오른쪽으로 휜다. 페널티 지역 박스 오른쪽에서 프리킥 기회가 나면 찰 가능성이 크다. 공이 왼발에 긁힐 때부터 상당히 크게 오른쪽으로 휘는 이강인의 킥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골문 좌우 모서리를 전부 노릴 수 있다. 길게 문전으로 띄우는 프리킥은 이강인과 낮고 빠른 오른발 프리킥이 장점인 정승원(대구)이 맡는다. 16일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정승원과 이강인이 함께 서서 상대에게 혼란을 준 뒤 프리킥 패턴을 시도해봤다. 주장인 이상민(서울 이랜드)은 “세트피스에 대해 상세하게 얘기할 수 없지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동메달을 따낸 한국은 도쿄에서 그 이상을 노리고 있다. 첫 단추를 끼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황의조(29·보르도)는 호주의 천적이다. 호주와의 국가대표 A매치 2경기에서 인상적인 움직임으로 2골을 넣었다. 2018년 11월 호주에서 열린 호주전에서 김민재(베이징 궈안)의 기습적인 롱패스 타이밍에 맞춰 순간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쇄도로 골을 만들었다. 2019년 6월 부산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측면에서 빠르게 올라온 크로스를 수비보다 먼저 가까운 골포스트 쪽으로 이동해 골문 안으로 차 넣었다. 황의조는 호주의 옆 나라 뉴질랜드 사냥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팀은 22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뉴질랜드와 B조 조별리그 1차전을 갖는다. 무조건 선제골이 중요하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도 뛰면서 경험했지만 스트라이커가 넣는 선제골이 선수들에게 주는 자신감과 안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김학범 감독은 193cm의 장신 공격수 오세훈을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하면서까지 ‘애제자’ 황의조의 득점포를 선택했다. 황의조는 뉴질랜드와 비슷한 유형의 팀에 상당히 강했다. 뉴질랜드는 호주와 체격과 축구 스타일이 비슷하다. 뉴질랜드는 12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기며 예상 밖의 단단한 수비를 보여줬다. 멤버 구성이 만만치 않다. 뉴질랜드 중앙 센터백은 키 191cm인 윈스턴 리드(브렌트포트)가 주축이다. 황의조는 뉴질랜드 수비의 피지컬과 제공권이 아닌 아래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몸 중심이 높은 점을 역이용해서 살려야 한다. 일본 경기장 잔디가 짧기 때문에 순간 방향을 바꾸는 턴 동작으로 최후방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공격수들의 움직임에 장신 수비수들이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 전진 수비로 한국을 압박할 경우 수비에서 바로 황의조로 이어지는 ‘카운터 어택’도 상당히 효과적일 수 있다. 황의조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크로스를 받는 위치 선정도 중요하다. 이동경(울산) 권창훈(수원) 이강인(발렌시아) 등 2선 공격 자원의 패스가 주로 가는 방향을 미리 읽고 자리를 잡는 게 좋다. 터치라인 부근까지 측면 전개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지면 순간 수비 앞뒤로 크로스를 받기에 용이한 공간을 만드는 황의조 특유의 박스 안 움직임이 살아날 것이다. 정리=도쿄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스포츠는 장비의 전쟁이라고도 한다. 규정 안에서 선수에게 최적화된 장비가 메달 색깔도 바꿀 수 있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이클도 마찬가지. 한국 사이클은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처음으로 선수 2명이 출전한 후 73년 동안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2개의 금메달이 걸린 도쿄 올림픽 사이클에는 여자 2명만 출전한다. 트랙 여자 경륜에서 이혜진(29·부산지방공단 스포원·사진)과 도로 여자 개인에서 나아름(31·삼양사)이다. 이혜진은 예상치 못한 ‘대형 사고’를 칠 수 있는 다크호스다. 지난해 3월 세계트랙사이클선수권대회 여자 경륜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통틀어 한국 사이클 역사상 가장 높은 성적이다. 이혜진은 “입상해서 스승님과 부모님 등 도와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정직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이클 대표팀 훈련을 도운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성봉주 수석 연구위원은 “컨디션도 좋고 개인 훈련도 많이 했지만 지금 타는 자전거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에 기대를 걸 만하다. 부담 없이 즐기는 마음으로 경기를 한다면 깜짝 결과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메달에 도전하는 이혜진의 팔과 다리에는 한국 사이클 기술의 사활이 걸려 있다. 외국산 자전거를 타던 이혜진은 몇 년 전 자전거를 국산 브랜드 제품으로 바꿨다. 세계선수권 은메달도 지금 자전거를 타고 이뤄냈다. 사이클 대표팀 박일창 감독은 “최근 사이클은 자전거의 ‘프레임’ 기술 싸움 추세로 가고 있다. 여기에 선수들이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순위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프레임’은 손잡이 등 조향계와 바퀴 등 구동계가 합쳐져 자전거를 이루는 틀을 말한다. 제조사마다 강하고 충격과 진동 흡수력이 뛰어난 소재를 개발해 프레임에 적용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이혜진의 자전거를 제작한 업체는 원래 1990년대부터 양궁 활을 전문으로 제작해 왔다. 국가대표 양궁인들이 모여 회사를 설립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남녀 개인과 단체 금메달을 따낸 장혜진과 구본찬이 이 업체 브랜드 활을 썼다. 나무보다 가볍고 다이아몬드보다 강도가 세면서 접고 휘는 성능이 좋은 그래핀 소재를 활용한 활 제작 기술력이 자전거에 접목됐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농구가 난리가 났다. 세계 최강 미국 농구 대표팀에 초점을 맞췄던 언론들은 최근 자국 남자 농구 대표팀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 중인 하치무라 루이(23·워싱턴) 때문이다. NBA 정규리그를 마친 하치무라가 합류한 일본은 16일 평가전에서 벨기에를 87-59로 대파하더니 세계 7위이자 도쿄 올림픽 우승 후보인 프랑스도 18일 81-75로 격파했다. 2019년 농구월드컵 8강에서 미국을 꺾기도 했던 프랑스는 2020~2021시즌 NBA 정규리그 리바운드 2위와 블록슛 1위를 차지한 루디 고베르(유타)를 비롯해 니콜라스 바텀(샬럿), 에반 포니에(보스턴) 등 NBA 주전급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벨기에전에서 24득점, 프랑스전에서 19득점을 올린 하치무라를 축으로 일본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한국(30위)보다 랭킹이 훨씬 낮은 일본(42위)이 프랑스를 눌렀다는 것에 한국 농구인들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한국은 도쿄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베네수엘라(20위)와 리투아니아(10위)를 맞아 한계를 절감했다. U-19 청소년 대표 시절 농구 월드컵에서 하치무라와 경기를 해봤던 양재민(22·신슈 브레이브스)은 “일본이 프랑스를 이긴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내 농구를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오카 오호리고교에서 인스트럭터를 맡아 전국구 팀으로 올려 놓았던 이상범 DB 감독은 “전국대회 결승을 하는데 상대 팀에 하치무라가 있었다. 나중에 큰 물건이 되겠다 싶었다”며 이런 성장은 예견된 것이라고 했다. 하치무라는 베넹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일본에서 자라 고교 때까지 기본기를 다진 뒤 미국 곤자가 대학에 입학한 뒤 꽃을 피웠다. 2019년 NBA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워싱턴에 지명되면서 일본 농구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운 좋게 나온 자원이 아니라 일본농구협회의 치밀한 정책과 투자가 만든 ‘괴물’이다. 한 농구인은 “오래 전부터 한국은 일본이 ‘교과서적 농구’를 한다고 낮게 봤다. 일본이 투자를 하고 선수를 내보내도 우리는 정신력으로 이길 수 있다며 제 자리에 머물렀다. 그 대가는 긴 부러움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교과서’ 타령하다 축구가 한 번 당했고, 농구도 뒤집힐 수 있다.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대한체육회가 17일 오전 일본 도쿄 주오구 하루미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한국 선수단 숙소에 걸었던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결국 내렸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15일 파견 직원을 통해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올린 장계 ‘상유십이(尙有十二·아직도 신에게는 열두 척의 배가 있사옵니다)’에서 따온 문구다. 일본 언론은 곧바로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며 문제 삼았다. 한 극우 단체는 16일 한국 선수촌 앞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파문이 커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을 불허한다는 올림픽 헌장 50조를 앞세워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다. 한국 선수단은 정치적인 선전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결국 IOC의 요청을 따르기로 했다. 그 대신 IOC에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에 대해서도 같은 규정을 적용해 달라는 입장을 전해 약속을 받아냈다. 17일부터 한국 선수단 숙소에는 ‘범 내려온다’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이 대신 내걸렸다. 지난해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가 판소리 ‘수궁가’에서 범이 내려오는 장면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 큰 인기를 끈 곡이다. 하지만 욱일기와 관련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8일 욱일기를 든 한 일본 극우단체가 올림픽선수촌 앞에서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한 회원이 현장을 취재하던 한국 사진기자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현지 경찰의 제지로 더 이상 불상사는 없었다. 정확한 시위 성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국인, 바보 등의 단어가 나왔다고 한다. 이날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욱일기 디자인은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며 정치적인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며 “욱일기가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IOC가 대한체육회에 약속한 욱일기 관련 내용이 얼마나 지켜질지 관심을 모은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17일 “모든 선수들이 자유롭게 표현을 할 수 있지만 선수촌은 선수들이 평온하게 머물도록 보호받아야 하는 곳이다”라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한편 대한체육회가 선수촌 식당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섭취하지 않도록 한국 선수단에 별도 도시락을 지급하는 일에 대해서도 일본의 일부 인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1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참의원 의원은 “(선수촌에 공급하는) 식재료는 대접하는 마음으로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며 “후쿠시마 주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고 밝혔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올림픽에 사람과 함께 출전하는 동물이 있다면?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도쿄 하네다 공항에 방송 카메라가 몰려들었다. 각국 선수단과 취재진은 모두 나리타 공항으로 입국하는 것과 달리 승마 마장마술 종목에 나설 고가(高價)의 말들이 컨테이너에 실려 전세기로 13, 15, 16일 하네다 공항으로 들어왔다. 일본 아사히TV는 17일 벨기에 리에주 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경유해 도쿄에 도착한 말들이 예민하게 굴지 않고 건강하게 공항을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유럽에 있는 말은 거의 한꺼번에 모여 전세기로 이동했다. 항공료, 컨테이너 대여, 검역비, 관리비, 말먹이 비용 등을 합해 마리당 수천만 원이 든다. 이번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총 325마리의 말이 도쿄로 입국한다. 항공기에서 말들은 마치 비즈니스석에 탑승한 승객처럼 칙사 대접을 받는다. 맞춤형 기내식을 제공받을 뿐 아니라 건초 간식을 수시로 먹을 수 있다. 전담요원 10명이 탑승해 1명당 3, 4마리의 말을 관리한다. 국제승마연맹(FEI)에서 지원한 수의사도 동행한다. 독일 승마 대표팀 드레사지 이자벨 베르트는 “밥 먹는 것부터 물 마시는 것까지 우리는 말들이 도쿄에 도착할 때까지 행복할 수 있도록 모든 상태를 체크한다”고 말했다. 입국한 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는 받지 않으나 몸에 이상이 있는지 검역 과정을 거쳐 훈련장으로 이동한다. 여권 검사도 필수. FEI 승인 대회에 뛰는 말들은 전부 태어날 때부터 여권을 갖고 있다. 여권에는 몸의 특징 등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웬만한 스타 선수보다 ‘귀한 몸’이다. 도쿄 올림픽 승마에는 마장마술, 종합마술, 장애물 등 3종목 개인과 단체에서 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 마장마술 개인전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전북승마협회)이 출전한다. FEI에 따르면 김동선은 말 9마리의 소유주로 되어 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스웨덴 태생 말(BUKOWSKI)을 탔다. 이번에는 독일 말인 2012년생 ‘DSK LORD NUNES’를 탈 것으로 보인다. 김동선은 2018년 6월 소유자로 등록했다. 이 말은 원래 이름이 ‘LORD NUNES’였는데 4월 김동선의 영어 이니셜로 보이는 ‘DSK’가 붙어 FEI에 등록됐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도쿄 올림픽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 이상민(23·서울 이랜드·사진)은 당초 도쿄행 비행기에 못 오를 뻔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을 따낸 김학범 감독이 본격적으로 도쿄 올림픽을 준비한 이후 이상민은 줄곧 주장을 맡으면서 중앙 수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발표한 올림픽 최종 명단 18명에서 이름이 빠졌다. 큰 충격에 빠졌던 그에게 극적으로 기회가 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을 이유로 엔트리를 22명으로 확대하면서 2일 극적으로 대표팀에 추가 승선했다. 주장 완장을 되찾은 그는 마음을 다잡고 전화위복을 노린다. 17일 대표팀과 함께 일본에 입국한 이상민은 18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의 노스 시사이드 다목적경기장에서 열린 현지 첫 훈련에 앞서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합류하지 못한 중앙 수비 공백을 메우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22일 뉴질랜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서부터 이상민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20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3경기에서 12골을 기록하며 득점 순위 13위에 오른 뉴질랜드 간판스타 크리스 우드(번리)가 경계 1순위다. 이상민은 “1 대 1로 안 되면 동료들과 2 대 1, 3 대 1 협력 수비로 제압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김민재 대신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박지수(김천)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이상민은 “지수 형과 많은 대화로 맞춰 가려 한다. 내가 스스럼없이 다가가 빨리 적응하도록 도와주며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이날 첫 훈련은 주최 측의 미흡한 준비로 차질을 빚었다. 잔디에 제때 물을 뿌리지 않아 30분가량 늦게 훈련을 시작했다. 김학범 감독은 “잔디가 말라 있으면 훈련에 큰 효과가 없다”며 직접 호스를 잡고 물을 뿌리기도 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선수단이 선수촌에 걸어둔 현수막이 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헌장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17일 도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의 기자회견에서 일본 NHK 방송 여성 기자가 대뜸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현장에 있던 기자가 듣기로는 현수막을 철거한 것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캐묻는 뉘앙스였다. 혹시나 현장에 있을 한국 기자들을 위해 통역을 하던 두 한국인 여성 동시통역사도 예상 못했던 질문이었는지 한국어로 바꿔 얘기하면서 멈칫했다. 이에 바흐 위원장은 “어제 히로시마를 방문하고 ‘배너’가 수거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IOC 요청에 의해 (수거)됐다고 알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진 조치라고 전해 들었다. 어떠한 메시지든 선수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논쟁을 피해 가려는 듯 했다. 막연하고 원론적인 설명에 일본 기자는 재차 “표현의 자유 문제 아니냐”고 따지듯 물었고 바흐 위원장은 “모든 선수들이 자유롭게 표현을 할 수 있지만 선수촌은 선수들이 평온하게 머물도록 보호받아야 하는 곳이다. 대다수 선수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는 말로 서둘러 답변을 마무리했다. 이후 현수막 철거에 내민 ‘가이드 라인’의 어떻게 해석 적용했는지, 또 한국 선수단 현수막에 다른 국가나 특히 일본 선수단이 블편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공식적으로 항의를 했는지 등에 대해선 바흐 위원장이나 배석했던 IOC 관계자의 언급은 없었다. 질문 수가 제한됐다. 대한체육회는 선수촌에 ‘신에게는 5000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는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활용한 문구를 써서 내건 현수막을 16일 일본 극우 단체 등에서 문제 삼고 논란이 되자 IOC와 협의 끝에 17일 철거했다. 대한체육회는 IOC로부터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에 따른 철거를 요청받았다. 대신 IOC에게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에 대해서도 같은 규정을 적용해 달라는 입장을 전해 약속을 받아내고 현수막을 내렸다. 바흐 위원장이 직접 IOC가 철거에 개입했지만 정작 중요한 결정 책임자인 자신은 모르고 있었다고 밝힘으로써 일본 정부와 IOC 간 어떠한 교감이 있었는지는 추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IOC의 결정으로 한국의 현수막을 정치적 메시지라고 부각시킬 수 있는 것에 크게 만족하는 분위기다. 바흐 위원장 기자회견에 앞서 하시모토 세이코 조직위원장은 “각자의 관점이 있겠지만 정치적 메시지 표현은 삼가야 한다. 모든 참가자는 세계를 하나로 묶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의 일부 언론 기자들조차 시대에 맞지 않는 IOC의 편파적 시각과 잣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대신해 ‘범 내려온다’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범 내려온다’는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한 대한민국 홍보 영상에 등장하는 곡 이름이다. 지난해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가 판소리 ‘수궁가’에서 범이 내려오는 장면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TV광고와 온라인 매체를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한편 대한체육회가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이 선수촌 식당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섭취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에 대해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대한체육회가 선수촌 인근 호텔에 급식지원센터를 만들고 원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과거 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의 영양 관리 등을 위해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했다”며 “이번에는 방사성 물질 대책을 이유로 내세워 한국에서 가져온 식자재 등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측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자민당 외교부회를 이끄는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참의원 의원은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선수촌에 공급하는) 식재료는 대접하는 마음으로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며 “후쿠시마 주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고 밝혔다. 신문은 또 “자민당 내에서는 ‘(한국이) 그렇게까지 트집 잡는 것은 정말 불쾌하다’라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나갈 수도 없고…오래 있자니 찝찝하고….’ 12일 일본에 입국해 다음 날부터 3일간 숙소에서 자가 격리를 끝내고 16일 도쿄 올림픽 시설 중 처음 찾은 메인프레스센터(MPC)는 두 가지 표정이 공존했다.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아직은 차분하고 한산한 풍경이지만 개막 후 수천 명의 취재진이 이곳을 수시로 드나들 것으로 보인다. 방역 관리, 행정 지원 등에서 큰 혼란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폭풍전야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일본 최대 국제 전시장인 도쿄 오다이바 빅사이트에 마련된 MPC에 오려면 각 미디어 숙소 호텔 인근 정류장에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국제방송센터(IBC) 앞에 있는 미디어 정류소(MTM·Media Transport Mall)에서 내려야 한다. 여기서 다시 전용 버스로 갈아타고 5∼6분을 들어와 MPC에 도착한다. 좁은 버스에서 각국 기자들과 붙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일본에 입국하는 국가별로 선수단과 취재진에 대한 방역 적용 기준이 다르다.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다. 한국 선수단과 취재진 등은 입국 후 다음 날부터 3일 자가 격리를 하면서 매일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는다. 델타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국가의 선수단과 취재진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잠비아, 스리랑카, 몰디브, 네팔 등에서 입국한 관계자들은 입국 전 7일간 그리고 3일 자가 격리 뒤 7일간 매일 PCR 검사를 해야 한다. MPC에는 취재, 사진기자들이 모여 업무를 볼 수 있는 ‘프레스 워크룸’이 있다. 올림픽이 시작되면 이곳에 300∼400명 이상이 동시간대에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와 각국 국가올림픽위원회 관계자들도 드나든다. 이 상황에서 믿을 것이라고는 타액을 플라스틱 튜브에 뱉어 밀봉해 제출하는 PCR 테스트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MPC에서 일을 하다 숨이 차 마스크를 잠깐 내리고 물을 마신 뒤 얼른 마스크를 올렸다. 진퇴양난의 시작이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이 23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개회식에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하기로 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선수단 안전과 경기 일정 등을 고려해 개회식에 임원 6명, 선수는 50명 정도만 참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선수단은 선수 232명과 임원, 지도자, 지원 인력 122명 등 총 354명이다. 선수단 본진은 19일 도쿄로 출국해 당일 선수촌에 입촌할 예정이다. 개회식에서는 김연경(배구)과 황선우(수영)가 기수를 맡아 태극기를 공동으로 들고 선수단을 이끈다. 개회식 다음 날인 24일은 양궁 혼성전과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 남자 사격 공기권총 등에 한국 선수들이 출전한다. 금메달이 무더기로 나올 수 있는 ‘골든 데이’라 이 종목 선수들은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도쿄올림픽 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개회식 주제는 ‘감동으로 하나 되다(United by Emotion)’이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도쿄 올림픽에서는 메달리스트들이 시상식에서 메달 수여자에게 메달을 받고, 메달리스트들끼리 서로 악수를 하고 격려하는 뭉클한 장면을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AP통신 등은 일본에 입국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위험을 막기 위해 메달 시상 방식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바로 선수가 직접 자신의 목에 메달을 거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IOC 관계자나 종목별 세계 협회 임원 등이 메달을 선수 목에 걸어줬다. 바흐 위원장은 “메달을 쟁반 위에 올려놓으면 선수가 스스로 집어 목에 걸어야 한다”며 “메달을 올려놓는 사람은 소독된 장갑을 착용하기 때문에 선수가 잡기 전까지 메달을 만지는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시상식에서 신체 접촉도 허용되지 않는다. 바흐 위원장은 “도쿄에서 악수나 포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가장 늦게 호명되는 금메달리스트는 은, 동메달 선수와 악수를 하거나 껴안은 뒤 1위 시상대에 오르기도 했다. 시상식 참석자는 전원 마스크를 써야 하기 때문에 메달리스트들이 메달을 깨물고 포즈를 취하는 세리머니도 볼 수 없다. 또한 바흐 위원장은 이전 올림픽 경기에서 녹음된 관중의 함성을 경기장에서 틀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가족, 친구, 팬클럽과 스크린을 통해 화상 연결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달려드는 토끼 무리에게 물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호랑이와 같다.” 최근 한 일본 언론은 도쿄 올림픽 종목별 금메달을 예상하면서 세계 최강인 한국 양궁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의 양궁 지도자를 인터뷰하면서 얻은 멘트인데 최근 일본 여러 언론이 한국 양궁 대표팀을 다룰 때 자주 이 멘트를 사용한다. 한국 양궁이 끊임없는 연구와 지속적인 투자, 훈련을 통해 계속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하며 정상을 유지하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상황이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양궁 대표팀은 민감한 손가락을 완벽하게 제어할 준비를 끝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4개 전 종목 금메달을 휩쓴 양궁 대표팀은 남녀 혼성전이 추가된 이번 올림픽에서 개인, 단체 등 5개 금메달 싹쓸이를 노린다. 남자는 최고참 오진혁(현대제철), 김우진(청주시청), 17세 고교생 궁사 김제덕(경북일고)이, 여자는 강채영(현대모비스), 장민희(인천대), 안산(광주여대)이 출전한다. 양궁 대표팀은 올림픽 경기가 열릴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의 환경을 그대로 복사해 진천선수촌 양궁장에 옮겨놓고 환경, 날씨 등 모든 변수에 대비해 실전 훈련을 했다. 무관중 상황에서 각종 소음, 새소리, 방송과 취재진의 동선, 카메라 셔터 소리 등의 적응도 끝냈다. 선수들을 흔들 작은 변수가 있다면 경기 일정이다. 도쿄 올림픽 양궁은 먼저 혼성전(24일), 여자단체전(25일), 남자단체전(26일)이 차례로 열린다. 남녀 개인전은 이후에 있다. 단체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선수들의 성적 부담이 커지게 돼 개인전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 양궁 대표팀을 지원하는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김영숙 선임연구위원은 “단체전에서 팀 응집력을 끌어올리는 것에 모든 초점을 맞춰 심리상담을 했다. 언어, 비언어적 제스처로 격려하면서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통해 ‘혹시 내가 못해서 개인전까지 좋지 않은 분위기가 연결되면 어떡하지’라는 식의 걱정과 불안을 없애도록 했다”고 말했다. 특히 여자 선수들은 모두 올림픽 첫 출전이다. 여기에 올림픽 여자 단체전 9연패 달성의 중압감도 받고 있다. 김 위원은 “여자 선수들에게는 예전 선배들의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경기 영상을 최근 자주 보여주며 긍정 마인드를 갖도록 했다”고 말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한국의 금메달을 이끈 이성진 본보 해설위원(홍성군청 코치)도 “선수들은 365일 눈과 비가 와도 10점 만점을 맞힐 준비가 돼 있다”며 “그래도 양궁은 심리전이다. 한국이 강한 건 지도자와 연구위원 등 주변 사람들이 선수와 함께 심리적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민감한 손가락을 제어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020 도쿄 올림픽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다. 57년 전인 1964년에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이 도쿄에서 개최됐다. 12일 일본 입국 뒤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일본 스포츠 전설들의 현재 근황을 다룬 뉴스와 방송을 자주 접할 수 있다. 특히 일본 육상 투척의 전설인 스가와라 다케오(83)가 단골손님이다. 해머던지기 종목에서 1960년 로마 올림픽을 시작으로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14위에 그친 그는 자국에서 창피를 당했다며 반성한 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는 4위에 올랐다. 174cm의 키로 190cm가 넘는 유럽 선수들의 힘과 맞서기 위해 그는 3회전을 넘어 세계 최초 4회전으로 원심력을 극대화했다. 1960년대 당시 그의 최고 기록인 69.78m를 한국 선수들은 2007년(이윤철 70.84m)에야 넘어섰다. 일본 육상 투척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12일 성화 점화에 나선 그는 “재작년 가을 중병으로 입원한 뒤 체력이 떨어졌다. 다행히 올림픽이 연기돼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받아 웃으면서 성화를 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스포츠에도 1964년 도쿄 올림픽은 큰 이정표를 세운 무대다. 복싱 밴텀급 정신조 씨와 레슬링 자유형 플라이급 장창선 씨(78)가 20대 나이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사람 모두 결승전에서 일본 선수와 혈투를 벌였으나 아쉽게 패했다. 이들의 쾌거를 계기로 한국 스포츠는 국제화, 세계화를 향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57년 만에 다시 도쿄 올림픽을 맞았지만 두 스포츠 영웅은 스가와라처럼 과거를 추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 씨는 지난달 14일 복싱계 선후배들도 모르게 81세를 일기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지병을 앓고 있던 정 씨는 올림픽 메달을 기증하고 연고도 없는 섬진강 기슭에 들어가 살다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대한복싱협회 관계자는 “협회도 다른 사람을 통해 소식을 들었다. 장례도 당일 하루만 치르고 다음 날 발인을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태릉선수촌장을 지냈던 장 씨는 현재 지병으로 가족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장 씨는 1962년 자카르타 아시아경기와 2년 후 도쿄 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1966년 미국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장 씨 아들인 장유진 씨(인천재능중 체육교사)는 “아버지가 몸이 괜찮았으면 자카르타(2018년 아시아경기 개최지)를 거쳐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를 여행하려고 했다. 그래도 병원에서 5년 전에 돌아가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버티시는 것을 보면 57년 전 정신력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장 씨는 결승에서 일본의 요시다 요시카쓰와 맞붙어 접전 끝에 0-1로 졌다. 장유진 씨는 “당시 아버지 결승전 동영상을 찾을 수 없어 참 아쉽다”며 “아버지 자서전을 쓰는데 결승전 상대였던 요시다 선생이 연락을 해와 ‘경기 종료 30초를 남겨 놓고 장창선 선생이 나를 몰아붙여 폴(상대 선수의 두 어깨를 바닥에 눌러 1, 2초간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는 것으로 복싱의 KO)에 가까운 상황까지 몰렸다. 대단했다’고 말해줘 큰 도움이 됐다. 여러모로 만감이 교차하는 도쿄 올림픽이다”라고 말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