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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결정을 계기로 자국민의 한국행 여행길을 사실상 금지한 중국의 ‘관광 보복’에 대해 서울 주요 관광지 상인들은 “북한을 잡아야지, 왜 우릴 잡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동대문 쇼핑센터에서 가방을 판매하는 조모 씨(48·여)는 3일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어떻게든 막아 보자는 것 아니냐”며 “북한을 압박해야 할 중국이 도리어 관광 보복을 하다니, 우리를 너무 얕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 지하상가에서 휴대전화 케이스를 판매하는 김재현 씨(59)도 “북한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시국이 불안정한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안보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중국에 끌려 다니지 말고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당국도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2일(현지 시간) 논평을 내고 “(중국의 보복 행위는) 비이성적이고 부적절하다(unreasonable and inappropriate)”라고 지적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3일 고위 당정회의에서 “(사드는) 자위적 방어 조치로 어떤 제3국도 지향하지 않는다”며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해친다는 베이징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의 정치구조 특성상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여러 차례 ‘불가’ 의견을 밝힌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물러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는 “시 주석이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권력을 강화하는 상황에 참모들이 합리적 건의를 통해 정책을 바꿀 공간이 매우 좁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측근들은 오히려 ‘시 주석의 체면을 훼손했다’며 충성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은 3일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한중 양자 구도로 문제를 풀 단계가 지난 만큼 미국을 통해 중국을 설득하거나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단비 kubee08@donga.com·우경임 기자·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중국이 여기서 멈춘다면 미국도 말로 그치겠지만 한국은 물론이고 주한미군 보호에 절대적인 사드 배치에 실질적 악영향을 미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미국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2일(현지 시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한국을 상대로 보복에 나선 중국에 대한 향후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렇게 전망했다. 일단 중국 정부에 대해 “비이성적이고 부적절하다”고 ‘구두 경고’를 했지만 이를 듣지 않을 경우 행동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 정부가 그동안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에 “사드는 자위적 수단인데 중국은 미국의 설명 자체를 듣지 않는다”는 선에서 비판해 온 것과는 강도가 다르다. 현재 백악관과 국무부는 중국 정부가 언제, 어느 정도까지 보복 조치에 나설지를 평가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중국의 보복이 도를 넘을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로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 관세 등 보호무역 조치, 국제사회에서의 대대적 비난전 등을 거론하고 있다. 4월 초 개최설이 나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정상회담에서는 사드 배치와 중국의 보복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지난달 2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전국인대)가 끝난 후 가급적 조기에 정상회담을 하자”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2012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 과정에서 중국의 보복을 받은 일본의 대응 방법을 참고해 “중국이 강하게 나간다고 고개를 숙이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센카쿠 열도 국유화를 전격 선언한 일본은 자국 제품에 대해 중국이 불매운동을 벌이고 관광객을 통제해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일본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고, 양국은 2년여간 냉각기를 거친 뒤 정상들이 대화에 나섰다. 이후 중국의 제재 조치는 유야무야됐다. 일본 기업들은 또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 내 공장을 동남아 등지로 분산시키며 경제 체질을 개선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그러나 정부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어 고심 중이다. 정부는 최근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조치의 세계무역기구(WTO) 조항 위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중국) 정부가 취한 명시적 조치’라는 점을 밝혀내기 어려워 제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국이 보복 조치를 ‘핑퐁’하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도 ‘리더십 공백’ 상태에 있는 한국으로선 부담이다. 외교부는 3일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금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관련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며 사실일 경우 인적 교류까지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불합리한 조치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우경임 기자}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자는 여호와시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49회 조찬기도회에서 성경의 ‘잠언 16장 9절’을 인용했다. 당초 원고에 없던 내용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권한대행이 성경을 통해 자신의 속내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출마라는 소명이 주어지면 피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어서다. 특히 보수적 기독교계는 황 권한대행의 대표적 지지 기반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기독교 행사에서 ‘신(神)의 인도’를 강조한 건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더욱 크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최근 국론이 분열되고 갈등이 확산되면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서로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국민적 대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며 ‘국민 대통합’을 주문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의 구애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황 권한대행의 흥행 가능성을 대단히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 결정 전 출마 결정을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임팩트가 있다”며 “탄핵이 인용되면 모든 짐을 져야 하는데 그때 가서 출마하겠다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시 황 권한대행은 명실상부한 대통령 역할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출마의 명분을 찾기가 더 힘들어지는 만큼 차라리 헌법재판소가 결정하기 전에 승부수를 띄우라는 주문이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던 정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메모지에 ‘황↔홍’이라고 적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한국당 경선에서 맞붙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황’이라는 메모 밑에는 한자로 ‘生存(생존)’이라고 적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은 리얼미터가 매일경제·MBN의 의뢰로 지난달 27, 28일 실시한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전주 대비 3.7%포인트 오른 14.6%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35.2%)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황 권한대행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해 야당의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박 대통령 지지 세력을 포함한 보수층이 다시 황 권한대행을 주목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은 황 권한대행 출마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종교행사에서 기독교 신자로서 얘기한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황 권한대행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정현안 장관회의에서 “경제 활성화와 사드 배치, 역사 교과서,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종식 등 결코 미룰 수 없는 여러 현안이 우리 눈앞에 있다”며 “긴장감을 가지고 국정현안을 챙겨 달라”고 주문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우경임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발적 팬클럽인 ‘황대만(황교안 통일 대통령 만들기)’이 1일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황대만’은 지난해 6월 페이스북을 통해 발족한 온라인 팬클럽으로 현재 회원은 2만3000여 명에 이른다. 이날 태극기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오프라인 모임에는 팬클럽 회원 6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도한 황대만 대표는 모임 인사말에서 “법치에 맞게 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저런 분(황 권한대행)이 나라의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황대만 회원 대다수는 3·1절 태극기집회에도 참석했다고 한다. 황대만 회원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성제 황대만 간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황 권한대행과 직접적인 접촉은 없다”면서도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시 지지조직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머뭇거리면 회원들이 총리 공관에 가서 출마를 촉구하는 릴레이 집회를 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황대만 모임에선 국내외 지부 결성 등 향후 활동 계획을 논의했다고 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일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김 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30여 분간의 통화에서 한미 동맹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 등 시급한 안보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데 공감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양측은 또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북 도발 대응과 핵 문제 해결 공조를 위해 양국 안보라인 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김 실장이 맥매스터 보좌관과 통화한 것은 처음이다. 예비역 중장 출신인 맥매스터 보좌관은 전임 마이클 플린 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논란으로 낙마해 지난달 20일 임명됐다. 김 실장은 이른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해 맥매스터 보좌관과 만나기로 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이날 통화에서 사드의 조속한 작전 운용 준비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매티스 장관은 미국의 대한(對韓) 방어 의지는 확고하고, 미국과 동맹국(한국)에 대한 핵무기 등 어떤 공격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으로 격퇴될 것임을 재강조했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중국 측의 협박 수위는 한국에 대한 무력공격까지 거론하는 등 도를 넘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영문판 자매지는 1일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 인터뷰를 통해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군이 파괴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다. 성주는 중국 전략 핵미사일 운용부대인 로켓군의 타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협박은 삼성과 현대로 확대됐다. 런민일보의 국제판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두 회사(삼성과 현대) 모두 중국에 공장이 있고,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 대부분은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다”면서 “중한 관계가 악화되면 두 회사도 조만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제재의 주력군이 돼 시장이 자발적으로 한국을 징벌하게 해야 한다”며 사실상 한국 상품 불매 운동을 선동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공격은 이미 현실화됐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그룹 중국 홈페이지가 지난달 28일부터 다운됐다. 롯데 측은 “바이러스를 이용한 외부 해킹 공격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우경임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일 “김정남 피살 사건은 잔혹하고 무모하며 반(反)인륜적인 북한 정권의 속성과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며 “북한 인권 침해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강력한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8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화학무기로 저지른 테러에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북한에선 공개 처형 등 형언할 수 없는 참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서는 “한미 연합의 억제 및 방어 능력을 배가해 북한 스스로 핵무기가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권한대행은 김정은을 압박하면서도 “북한 일반 간부와 주민들도 통일이 되면 우리 국민과 동등한 민족 구성원으로서 자격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당국의 간부와 주민에게 “통일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황 권한대행이 기념사에서 밝힌 북한 관련 언급의 수위는 초안보다는 다소 완화된 것이다. 외교 당국자는 “초안에는 ‘북한 핵심층이 변할 때까지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없다. 주민들이 깨어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적극 도와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었다”고 전했다. 북한 지도부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북한 주민의 봉기를 선동하는 강한 메시지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었지만 최종 기념사에선 빠졌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과 일본 두 나라 간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의 출발점이자 필요조건은 올바른 역사 인식과 미래 세대 교육”이라며 “일본 정부도 과거사의 과오를 반성하는 데 진정성 있고 일관성 있게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이날 황 권한대행은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야권에서 특검 수사기간 연장 거부를 이유로 ‘탄핵’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든 상황에서 전선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우경임 woohaha@donga.com·조숭호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일 3·1절 기념사를 발표했다. 다음은 전문. 존경하는 국내외 동포 여러분, 독립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우리 민족사에 큰 분수령이 되었던 3·1운동을 기념하는 매우 뜻 깊은 날입니다. 3·1운동은 우리의 산하를 강점하고 우리 민족에게 가혹한 무단통치를 자행했던 일제에 비폭력으로 저항한 자주독립 운동이었습니다. 선열들은 또한 신분과 이념, 지역과 계층, 남녀노소를 뛰어넘어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우리의 독립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렸습니다. 3·1운동의 숭고한 정신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립과 함께 법통으로 계승되고마침내 광복을 쟁취하는 굳건한 초석이 되었습니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우리 민족의 강인한 생명력의 근간입니다. 광복 이후에도 우리는 선열들의 3·1정신을 바탕으로 불과 반세기의 짧은 기간에 세계 속에 당당한 대한민국을 건설했습니다. 온 국민이 분단의 아픔과 6·25전쟁으로 인한 폐허, 그리고 모진 가난을 이겨내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오늘 우리가 자유와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것은 자주독립을 위해 고귀한 생명까지 바치신 애국선열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분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하며, 독립유공자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19년이면 3·1운동 100주년이 됩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위대한 3¤1운동의 정신을 되살려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가야 합니다. 선열들이 3·1운동을 통해 표방했던 자주독립과 자강(自强), 세계평화와 공영(共榮)의 정신을 우리의 미래 정신으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의 주역이 될 우리 청년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3·1운동 당시에도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학생·청년들이 만세운동의 전국적인 확산에 앞장서는 등 중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 청년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난의 역사를 극복해온 3·1정신을 계승하여 반드시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조국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게 될 것입니다. 저는 우리 청년들의 저력과 도전정신을 믿으며, 이들이 마음껏 미래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오늘, 우리는 당면하고 있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 더욱 진력하겠다는 결의를 굳게 다짐하게 됩니다. 북핵 위협, 동북아시아와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국내외 경제의 침체와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저출산 고령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들을 풀어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선열들이 소망했던 대로 온 겨레가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통일국가를 실현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합니다. 정부는 그동안 상호신뢰를 쌓아나감으로써 남북관계를 호혜적으로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그러나 북한은 이를 외면한 채, 주민들의 민생을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하며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오직 핵능력 고도화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일어난 김정남 피살사건은 잔혹하고 무모하며 반(反)인륜적인 북한정권의 속성과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제3국의 국제공항에서 국제법으로 금지된 화학무기로 저지른 테러에 대해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정부는 무도한 북한 정권의 도발에 강력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먼저, 확고한 안보태세를 유지하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해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토대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위협도 단호히 응징하겠습니다. 유엔안보리 결의 등의 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하여 북한이 잘못된 셈법을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사드 배치 등 한미연합의 억제 및 방어능력을 배가하여 북한 스스로 핵무기가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나갈 것입니다. 다음으로 북한의 참혹한 인권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수용소를 비롯한 각지에서 공개처형 등 형언할 수 없는 참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북한 인권 침해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작년에 제정된 북한인권법을 토대로 북한정권의 인권침해 실태 조사 등 여러 가지 조치들을 이미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북한 인권재단이 조속히 출범해 인권단체 지원 등 본격적인 활동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증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또한,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국가를 이루는 것은 북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민족의 재도약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해법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 없이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은 이룰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를 알고 시대흐름을 인식하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 도와주어야 합니다. 북한 일반간부와 주민들도 통일이 되면 우리 국민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민족 구성원으로서 자격과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미리 온 통일’의 의미를 갖는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잘 뿌리내리고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따뜻한 마음으로 이분들을 포용하고 적극적으로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과 일본 두 나라 간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의 출발점이자 필요조건은 올바른 역사인식과 미래세대 교육입니다. 정부는 이와 같은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한편, 경제·문화·인적교류 등 호혜적 분야에서의 협력은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처 등 동북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일본 정부도 역사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 미래세대 교육과 과거사의 과오를 반성하는 데 진정성 있고 일관성 있게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진심으로 존중하면서 실천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피해자 분들이 과거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받고 명예와 존엄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일 두 나라가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노력해 나간다면 양국 관계는 보다 상호 호혜적이고 미래를 향한 진정한 이웃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열들은 나라마저 빼앗겼던 캄캄한 암흑기에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조국 광복의 미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습니다. 그것은 오직 나라사랑의 일념이었습니다. 선열들의 이러한 뜻을 받들기 위해서는 화합과 통합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최근의 일련의 사태로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 갈등이 확대되고 있으며 서로를 반목·질시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헌법의 정신과 가치를 존중하는 바탕위에서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화와 균형을 이뤄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부터 비상한 각오로 국정안정과 위기극복에 전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우리 모두 3·1운동 선열들의 뜨거운 애국심과 통합의 위대한 정신을 받들어 지금의 위기를 넘어 희망찬 미래로 나아갑시다. 국민 여러분의 힘과 지혜를 모아주십시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든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제출한 서면 진술의 마지막 단락. 28일 정치권에선 이 한 문장의 진의를 두고 설왕설래하면서 미묘한 파문이 일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거듭 일축했던 ‘하야설’이 다시 거론됐다. 만약 탄핵심판이 기각된다면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명예로운 퇴진’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이미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국민 담화에서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언급한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하야설’을 다시 일축했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힌 수사(修辭)였다는 것이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만약 탄핵심판이 기각된다면 국정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뜻일 뿐, 박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정치적 도의적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한 뒤 개헌 등 정치 개혁 또는 경제 개혁 어젠다를 던져 국민 통합을 이끌어 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국정을 운영할 동력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하야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법률 대리인단을 만나 탄핵심판 최종변론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 탄핵심판 절차를 존중하면서 차분하게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6일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는 것과 관련해선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신진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 등 탄핵 반대를 요구하는 지지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청와대와 정광용 박사모 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일 박사모 등 지지자들이 보낸 65회 생일축하 편지를 읽어본 뒤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백만 통의 러브레터’를 잘 받았으며 잘 읽었다.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드린다”는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대통령비서실을 통해 구두로 전달됐다. 정 회장은 이날 박사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제10차 태극기 집회 이벤트’로 박 대통령님의 65회 생신을 맞아 ‘백만 통의 러브레터’를 모았고 이를 박 대통령님의 65회 생신이신 2월 2일 청와대 민원실에 접수했다”며 “이 많은 편지가 며칠 전 대통령님께 전달됐다고 한다”고 편지 전달 과정을 설명했다. 정 회장은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대변인도 맡고 있다. 탄기국은 1일 서울 도심 일대에서 대규모 태극기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생일 편지에 대한 감사 형식을 빌려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을 독려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 수사 기간 연장 승인을 거부하자 야권은 ‘권한대행 탄핵’ 추진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권한대행 탄핵에 대한 절차가 모호해 정치 공세의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당분간 황 권한대행과 야권의 ‘강(强)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한대행 탄핵 추진 가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4당은 이날 황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하자 곧바로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하고 새 특검법안 추진에 합의했다. 더 나아가 바른정당을 제외한 야3당은 ‘권한대행 탄핵’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과 한 몸인 것이 드러난 만큼 함께 탄핵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 연장이라는 국민 요구를 거부한 것 자체가 국민을 배신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바른정당은 황 권한대행 탄핵에 대해선 반대의 뜻을 밝혔다. 정병국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황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는 백번 탄핵돼야 마땅하다”면서도 “황 권한대행의 탄핵과 관련해 법상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도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바른정당의 특성상 황 권한대행 탄핵까지 찬성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황 권한대행 탄핵론은 ‘우파의 노무현’으로 만들어 주는 황 권한대행 키워 주기”라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의 탄핵 요건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헌법 65조에 따르면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39석), 정의당(6석)이 힘을 모으면 탄핵소추안 처리가 가능하다. 이 경우 헌법 71조에 의거해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대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만큼 대통령 탄핵 요건에 준해 재적 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탄핵안을 의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당의 반대로 국회 본회의 개의조차 불투명한 상황인 데다 본회의가 열려도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를 여야 합의 없이 직권 상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설령 야권이 탄핵안을 의결하더라도 다시 헌재의 탄핵 심판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야당의 황 권한대행 탄핵 합의는 특검 연장 무산의 책임을 피하려는 야권의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내에서도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직무유기 직권남용”이라며 “박 대통령의 국정 농단 공동책임자여서 그 전부터 (대통령과 함께) 탄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대통령 직무를 대행해야 할 위치에 있기 때문에 탄핵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선(先)총리-후(後)탄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황 권한대행 “특검 연장, 대선 영향 줄 수도” 앞서 황 권한대행은 홍권희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이 대독한 입장 발표문을 통해 특검 연장을 거부한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먼저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거부한 핵심 이유로는 “핵심 당사자와 관련자들에 대해 이미 기소했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수준으로 수사가 진행돼 특검법의 목적과 취지는 달성됐다”는 점을 들었다. 특검의 수사가 충분히 이뤄진 만큼 수사 기간 연장의 실효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특검의 수사 결과를 넘겨받은) 검찰 (추가) 수사가 미진해 별도의 수사 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치권에서 협의해 새로운 특검 등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정치권에 공을 넘겼다. 또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행해질 수도 있고, 그럴 경우 특검 수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개월 동안 매 주말 도심에서 대규모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정치권도 특검 연장이나 특검법 개정 등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민정수석실과 관련 부처의 법리적인 검토 결과를 보고받고 지난 주말 내내 발표문을 다듬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우경임 woohaha@donga.com·길진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헌법재판소 출석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박 대통령 측은 재판관과 국회 측의 신문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출석해서 최후 진술을 하는 방식을 기대했지만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은 27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이동흡 변호사를 통해 의견서를 대독하는 방식을 택했다. 박 대통령 본인의 뜻을 전달하면서도 신문은 받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의견서에서 ‘송구’와 ‘후회’만 1차례씩 언급했을 뿐 ‘반성’한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최순실의 사익 추구 몰랐다 박 대통령은 의견서 초반에 1998년 정계 입문, 2004년 한나라당 여의도 천막 당사 이야기를 꺼내며 “국민을 배신할 수 없다는 약속에 대한 신념”을 강조했다. 또 “20여 년간 정치인의 여정에서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했으며 단 한 번도 부정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겪으며 주변을 살피지 못한 불찰로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40여 년 동안 옷과 생필품을 챙겨준 최 씨가 사심을 내비치거나 부정한 일에 연루된 적이 없어 믿음을 가졌다”며 “그러한 믿음을 경계했어야 했는데 늦은 후회가 든다”고 했다. 최 씨의 잘못된 행동과 자신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 사유인 공무상 비밀 누설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들었을 때 이해하기 쉬운 표현에 대해 최 씨에게 의견을 묻고 들은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5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관련 첫 대국민담화에서도 “일부 연설문과 홍보물도 표현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인사권 남용과 관련해서도 “최종적으로 인사를 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라며 “최순실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해 압박한 사실은 추호도 없다”고 주장했다. 외교안보 사안 개입 의혹에는 “최순실은 외교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애초부터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재단 설립 뇌물 아닌 선의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비리에는 “최 씨로 인해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 문화융성을 위한 정책이라는) 선의가 제가 믿었던 사람(최순실)으로 인해 왜곡되고 검찰과 특검에 소환돼 장시간 기업 관계자들이 조사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서 “글로벌 기업의 부회장이 뇌물 공여자로 구속까지 되는 걸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며 “국민연금이든 뭐든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신년 인사회에서 “(삼성 합병 지원 의혹은)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친구 부친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 납품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20대 초반 퍼스트레이디를 하면서 담당 부서들이 잘 처리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만 마음이 놓였다”며 중소기업 고충 해결 차원에서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KD코퍼레이션이 최순실의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이고 (최 씨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 보도 관련 언론자유의 침해와 관련해서도 추가 설명 없이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청와대 긴장 속에 여론 촉각 이날 청와대 참모들은 긴장감 속에 헌재 탄핵심판 상황을 보고받았다. 특히 박 대통령의 최후진술에 대한 여론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 여부를 두고 이날 오전까지도 찬반이 팽팽히 엇갈렸지만 박 대통령은 불출석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 측은 “아무래도 탄핵심판에 피소추인으로 서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았겠느냐”며 “역사에 그런 기록을 남기고 싶은 대통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은 전날 밤 늦게까지 최후 서면진술을 참모들과 고쳐가면서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 측은 “앞으로 탄핵심판을 차분히 지켜보겠다”며 “기자회견 등 다른 일정도 일절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전주영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대해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홍권희 공보실장은 발표문을 대독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특검 수사는 과거 11번의 특검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의 인력이 투입됐고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기간을 포함하면 총 115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수사가 이루어진 만큼 추가 수사는 필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황 권한대행은 그간 특별검사를 비롯한 특검보와 검사, 수사관 등 수사팀 전원이 열심히 수사에 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 최순실 등 특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요 사건들의 핵심 당사자와 주요 관련자들을 이미 기소했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수준으로 수사가 진행돼 특검법의 주요 목적과 취지는 달성됐다고 판단했다. 황 권한대행은 일부 마무리되지 못한 부분과 관련해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마련한 관련 특검법에 따라 사건을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인계하여야 한다고 했다. 특검법 제9조 5항은 ‘특별검사는 수사기간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 수사기간 만료일부터 3일 이내에 사건을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인계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특검의 수사결과를 토대로 엄정하게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황 권한대행은 밝혔다. 특검 출범 이전에 이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관련 사건을 상당부분 수사해 특검에 인계한 바 있고, 앞으로 필요하다면 관련 인력과 조직 보강 등을 통해 남은 부분에 대한 수사가 충실하게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추후 검찰의 수사가 미진해 다시 별도의 수사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치권에서 협의하여 새로운 특검 등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4개월 동안 매주 주말 도심 한가운데서 대규모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특검 연장이나 특검법 개정 등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치러질 수 있고 그럴 경우 특검 수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우려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안정을 위해 특검 수사를 연장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헌법재판소가 27일 예정된 최종 변론기일을 끝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9일 헌재가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지 81일 만이다. 헌재는 그동안 3차례 준비기일과 17차례 변론기일을 열어 박 대통령 측과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양측의 의견을 듣고 증인신문과 증거조사를 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49일간 7차례 변론기일을 연 것과 비교하면 재판 횟수가 3배쯤 된다. 양측이 치열하게 다투는 탄핵심판의 쟁점을 짚어 봤다. ① 박 대통령 출석 여부, 재판 일정 영향 줄까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26일 “박 대통령이 27일 최종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헌재에 통보했다. 당초 청와대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출석해 탄핵소추 사유의 부당함을 밝히고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하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관저를 찾아 박 대통령에게 헌재 출석을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헌재 불출석을 선택했다. 현직 대통령 최초로 탄핵 심판정에 선다는 부담이 큰 데다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탄핵심판의 신문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에 박 대통령이 불출석하는 대신 최종 의견을 정리한 서면을 내려고 했다. 하지만 대리인단 내부에서 “박 대통령이 3월 2, 3일쯤에라도 헌재에 출석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강하게 나왔다. 박 대통령의 출석 의사를 헌재가 끝까지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대리인단은 청와대와 조율을 거쳐 27일 오전 회의를 열어 최종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변론기일은 이날 오후 2시 열린다. 하지만 헌재가 박 대통령 출석을 위해 3월 초 기일을 추가로 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판부는 이미 “변론 종결 후 박 대통령 출석을 위한 추가 기일을 잡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 측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8인 재판부’가 유지되는 3월 13일 이전 선고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 ② ‘8인 재판관’ 선고 위헌인가 박 대통령 측은 지금의 ‘8인 재판부’가 내리는 결정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은 헌재 재판관을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부(대통령), 사법부(대법원장), 입법부(국회)에서 각각 3명씩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1월 31일 박한철 전 헌재 소장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대통령 몫의 재판관 한 자리를 채워야 이 같은 삼권분립 원칙이 충족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헌재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은 ‘8인 재판부’ 선고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자세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관 7명 이상이면 심판정족수를 충족한다는 의미다. 헌재 판례에 따르면 ‘8인 재판부’ 선고는 합헌이다. 2011년 ‘8인 재판부’의 심리를 받게 된 한 변호사가 “재판관 9인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헌재는 5인(각하) 대 4인(위헌)으로 각하 결정했다. ③ 증인 채택 모자랐나 이번 탄핵심판에 채택된 증인 38명 가운데 26명(68%)은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이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 증인은 9명, 양측이 모두 신청한 증인은 3명이다. 증인신문이 불충분했다는 박 대통령 측 주장은 이 같은 숫자만 보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헌재가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41)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 등의 증인 채택이 재판부에 의해 취소돼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이 국정 농단에 책임이 있는지를 가려 줄 핵심 증인의 신문을 못 하고 재판을 끝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 재판부는 이들의 출석기일을 2, 3차례 미루면서 증인신문을 하려고 했지만 해당 증인들이 잠적하거나(고 전 이사) 건강상 이유(김 전 실장) 등으로 불출석하자 더는 일정을 미룰 수 없다며 직권으로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재판부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과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주요 관련자 46명의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도 논란이다. 형사소송법에 법정 증언으로 확인되지 않은 검찰 조서 등 전해진 증거는 증거 능력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전문증거(傳聞證據) 배제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의 다수 의견은 다르다. 형소법에서는 검찰에 비해 약자인 피고인을 보호한다는 원칙에 따라 전문증거 배제 원칙을 적용한다. 하지만 일종의 정치적 징계 재판인 탄핵심판은 대통령과 국회라는 대등한 두 주체 간 다툼이므로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 ④ 변호인단 총사퇴·불복 가능성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27일 최종 변론기일에서 추가 기일 지정 등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전원 사퇴하며 ‘판 깨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엔 탄핵심판 결과가 ‘박 대통령 파면’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따라서 재판부로 공이 넘어가 손쓸 도리가 거의 없어지기 전에 탄핵심판 자체를 보이콧해 헌재 결정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모두 사퇴하더라도 27일 심리를 종결하고 3월 13일 이전에 선고할 방침이다. 김평우 변호사 등 일부 대리인들은 “8인 체제로 탄핵 결정이 나오면 재심 사유가 된다”, “조선시대도 아닌데 헌재가 결정한다고 복종해야 되느냐”며 불복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정해진 법 절차에 따라 심리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박 대통령 측이 불복하고 재심 주장을 펴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자세다.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우경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박 대통령의 탄핵 위기 속에 청와대는 정적이 흐를 뿐이었다. 박 대통령은 변호인단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청와대 비서동인 위민관을 방문한다. 이 외에는 관저 앞마당에서 가끔 산책을 할 뿐 밖으로 나서는 일이 거의 없다. 변호인단 일부나 핵심 참모들을 만날 때는 낮은 테이블과 6, 7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가 놓인 관저의 작은 응접실을 주로 이용한다. 최근 박 대통령과 대면한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은 다소 야위었지만 결코 ‘힘들다’는 내색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탄핵소추안까지 가결된 상황에 대해 박 대통령은 ‘꼭 뭐에 홀린 것 같다’고 말했다”며 “올해 들어 점차 안정을 찾고 담담하게 탄핵심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대화 도중 구제역 확산이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같은 현안이 나오면 안타까운 듯 한숨을 쉰다고 한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계란값이 올랐을 때에는 “서민들이 달걀도 마음대로 못 먹어서 어떡하느냐”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이 참모는 “직무정지 상태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없어 한숨을 쉬는 모습이 더 안쓰럽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과 가까운 여권 의원은 “정상적인 국정 운영까지 매도당한 것에 대통령이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헌법재판소 최종변론에 출석해 직접 소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건의했으나 박 대통령은 이날까지도 최종 결심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비서동인 ‘위민관’도 조용했다. 청와대 직원들은 “뉴스를 보면 우울해져 TV를 끈 지 오래됐다” “사무실에서 웃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한동안 과도한 스트레스로 직원들 사이에서 대상포진이 유행했을 정도다.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에서도 청와대의 시계는 예전과 다름없이 돌아간다. 10개 수석비서관실마다 매일 오전 7시 반 또는 8시 회의를 한다. 매주 세 차례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도 예전처럼 열린다. 다만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주요 회의 결과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한다. 청와대의 한 수석은 “탄핵심판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추진했던 정책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더욱 조급해진다. 꼬박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대선 당일까지는 현재의 수석들이 근무해야 하지만 이에 앞서 사의를 표명하겠다는 수석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소상공인과 일반 국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규제개혁 국민토론회 ‘터놓고 이야기합시다’를 주재했다. 이날 토론회는 100분간 전국에 생중계됐다. 보수진영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황 권한대행이 토크쇼 형식의 생방송 토론회를 통해 ‘소통 리더십’을 부각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참석자가 불합리한 규제의 개혁을 건의하면 황 권한대행이 답변하는 ‘일문일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등 관계 장관들도 참석했지만 답변은 대부분 황 권한대행이 했다. 황 권한대행은 평소 근엄한 이미지와 달리 참석자들과 격의 없이 스킨십을 나눠 시선을 끌었다. 한 여성 참석자가 “권한대행의 팬이다. 사진 한 번 찍고 싶다”고 부탁하자 무대 위로 불러 선뜻 손을 잡고 스마트폰 사진 촬영에 응했다. 전통주 규제 개선을 건의한 제조업자가 건넨 막걸리를 받아 마신 뒤 “아주 상큼하고 깨끗하다”고 소감을 밝히며 제품 홍보를 자처하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창업에 실패한 청년에게는 “우리 아들도 34세다”라며 격려했고, 패널로 참석한 ‘창업 멘토’ 박혜린 옴니시스템 대표가 “(규제 개선 건의 사항을) 적어서 올리면 되느냐”고 묻자 즉석에서 “오케이”라고 답하며 크게 미소를 짓는 등 토론회 내내 줄곧 소탈한 모습이 부각됐다. 황 권한대행이 국민토론회에서 보여준 이례적 행보를 두고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대선 주자 데뷔전 같다”는 관전평이 나왔다. 규제개혁을 놓고 민관 토론회가 열린 것은 2014년 3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7시간 끝장토론을 벌인 이후 2년 11개월 만이다. 토론회를 마치면서 황 권한대행은 “개혁의 부작용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지속적인 규제 개혁을 독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1400개 가까운 법률이 있고 법률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있다. (법률에) 줄줄이 붙어있는, 불필요한 규제는 뿌리까지 뽑아내겠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자라나는 영유아들의 교육과 보육을 위해 정부·학부모가 지불한 돈이 유치원·어린이집 운영자들의 개인 주머니로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치원 자금을 유용해 명품 백을 사고 외제차를 굴리는가 하면 자녀의 연기학원비와 자신 및 남편의 해외여행 경비로 쓰는 등 일부 유치원의 자금 운용에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 그러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이런 관행을 바로잡지 않고 수년간 문제를 방치한 정부가 더 큰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21일 교육부(유치원 관할), 보건복지부(어린이집 관할)와 함께 유치원 55곳과 어린이집 40곳의 재정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5만1447곳에 달하는 유치원 및 어린이집 가운데 9개 대도시의 규모가 큰 시설 95곳(0.18%)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91곳에서 609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사실상 거의 모든 곳이 자금 운용 위반행위를 한 것으로, 액수는 205억 원에 달했다. 가장 문제인 곳은 ‘사립유치원’이었다. 전체 부당 사용액 205억 원 가운데 유치원이 182억 원을 차지했다. 교육부는 “대부분의 국공립유치원, 어린이집은 정부의 재무회계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그러나 사립유치원들은 이 같은 재무관리시스템이 없어 기관 운영비를 개인 쌈짓돈처럼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자금 빼돌리기 수법은 상상을 초월했다. 전체 원생 1500명 규모의 대형 유치원 3곳을 운영하는 설립자 A 씨는 유치원 자금을 이용해 자신의 외제 차 3대의 보험금을 내는가 하면 5800만 원 상당의 도자기 등을 산 뒤 “학부모 선물용으로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유치원 내에 어학원이 있는 것처럼 꾸민 뒤 유치원 통장에서 어학원 통장으로 20억 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유용한 돈이 2년 반 동안 39억3000만 원에 달했다. 또 다른 유치원 원장 B 씨는 유치원 자금 11억1000만 원을 빼돌렸다. 두 아들의 대학등록금과 연기학원 수업료 등 3900만 원을 원비에서 지출했고 노래방 등에서 874회에 걸쳐 개인카드를 쓰고 경비 처리했다. ‘교직원 선물 구입’ 명목으로 루이뷔통에서 가방과 지갑 등을 샀는데 그런 돈이 2년간 5000만 원에 달했다. 2개의 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 C 씨는 총 6억 원의 유치원 자금을 남용했다. 그는 남편의 캐나다 여행경비 880만 원과 현지에서 구입한 156만 원짜리 블루베리 건강식품까지 ‘교재비’로 처리했다. C 씨는 남편이 운영하는 교재·교구업체에 교구 구입 명목으로 3억1000만 원을 보냈지만 그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정도가 심각한 8곳을 수사 의뢰했다”며 “유치원의 재무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9월부터 세입·세출 항목을 세분화해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 △회계 관리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원 급여를 공시하게 해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유아 교육·보육을 위한 정부 지원금이 연간 12조 원 넘게 집행되고 있고 0.18%의 기관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5억 원 규모의 자금 유용이 적발된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대책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학부모 이모 씨는 “이런 문제는 수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사립유치원의 반발로 바뀌지 않은 것”이라며 “장기 대책만 말하는 정부가 과연 상황을 개선할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사례1. 국내에서 A유치원, B유치원, C유치원 등 총 1500명 규모의 유치원 3곳을 운영하는 설립자 E씨는 지난 2년6개월 동안 유치원 자금 39억3000만 원을 부당 사용했다가 최근 이뤄진 부패척결 정부합동조사에서 덜미를 잡혔다. 조사에서 드러난 E씨의 자금 빼돌리기 수법은 다양했다. E씨는 자신의 외제차 3대 보험금 1400만 원을 유치원 경비로 납부했고,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830만 원도 경비 처리했다. 5800만 원 상당의 도자기 등을 산 뒤 “학부모 선물용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유치원 시설에 별도의 어학원이 있는 것처럼 등록한 뒤 유치원 아이들의 방과 후 수업을 하고 유치원 돈을 어학원 계좌로 20억 원 넘게 송금했다. E씨는 또 다른 신도시에도 새로운 D유치원을 세우는 중이었다. #사례2. F유치원 설립자이자 원장인 G씨는 총 11억1000만 원의 유치원 자금을 빼돌렸다. 두 아들의 대학등록금 및 연기학원 수업료 등 3900만 원을 유치원 원비에서 지출했고, 노래방 등에서 874회에 달하는 개인카드를 쓰고 유치원 경비로 처리했다. 루이뷔통에서 가방과 지갑 등을 사고 ‘교직원 선물 구입’ 명목으로 경비처리 했는데 이런 돈이 2년 간 5000만 원에 달했다. 개인차를 구입한 후 할부금과 보험료, 과태료까지 유치원 돈으로 처리했다. #사례3. 유치원 2곳을 운영하는 설립자 H씨는 총 6억 원의 유치원 자금을 남용했다. H씨는 교육대표자 정책 최고위과정에서 운영하는 7박9일간의 미국 연수비를 자신의 유치원 양쪽에서 이중으로 청구해 챙겼다.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각종 물품구입 영수증도 복사해 다른 유치원에도 이중으로 회계처리 함으로써 4000만 원 상당의 예산을 이중으로 집행했다. 그는 남편이 운영하는 교재·교구업체에 교구 구입 명목으로 3억1000만 원을 지급하는가 하면, 남편의 캐나다 여행경비 880만 원을 유치원 경비로 처리하고 남편이 현지에서 구입한 156만 원짜리 블루베리 건강식품까지 유치원 교구구입비로 계산했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21일 유치원 관할부처인 교육부 및 어린이집 관할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함께 유치원 55곳과 어린이집 40곳 등 총 95곳(전체의 0.18%)의 재정운영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그 결과 91곳에서 609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사실상 거의 모든 곳이 자금운용 위반행위를 한 것으로, 액수로 따지면 총 205억 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어린이집보다는 유치원이, 공립보다는 사립이 자금 투명성에 큰 허점을 보였다. 전체 부당사용액 205억 원 가운데 유치원이 182억 원을 차지했다. 교육부는 “대부분의 국공립 유치원, 어린이집은 정부의 재무회계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미미한 회계처리 실수를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없었다”며 “그러나 사학에 해당하는 사립 유치원들은 이 같은 재무관리시스템이 없어 기관 운영비를 개인 쌈짓돈처럼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운영 규모가 커 위반 가능성이 높은 곳들 위주로 조사한 것이라고 해도 12조 원이 넘는 정부지원금을 받는 유아교육기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한 설립자가 여러 개의 유치원을 운영하거나 가족 구성원들이 유치원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가족기업형’에서 비리가 다수 드러났다.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비용 영수증을 복사해 다른 유치원에서 이중 회계처리하고, 친인척 회사와 거래하며 금액을 부풀려 부당거래를 한 경우도 있었다. 실제 근무하지도 않는 가족을 직원으로 올려 월급을 지급한 사례도 많았다. 조사 과정에서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복사와 오리기, 풀칠 등으로 서류 조작을 한 경우도 있었다. J유치원은 원장 개인의 보험료로 쓴 돈 300만 원을 교재비로 처리했다가 들통날 위기에 처하자 은행 이체처리 결과 건별 상세조회의 거래내용란의 ‘보험료’를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별도의 종이에 ‘교재비’라고 타이핑 친 뒤 그 글자를 오려서 지운 자리에 붙였다. 붙인 자국을 은폐하기 위해 해당 자료를 복사해 증빙자료로 첨부했지만 결국 탄로가 났다. 정부는 “정도가 심각한 8곳을 수사의뢰했다”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재무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세입·세출 항목을 세분화해 오는 9월부터 모든 사립 유치원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자금 유용이 적발될 경우 정부보조금 재정지원을 배제하고, 이미 지급된 지원금도 환수할 수 있게 관련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는 지급된 이미 지원금은 국고로 환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출석하는 문제를 놓고 박 대통령 측과 헌재가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이 ‘다음 달 2, 3일 신문 없는 최종 변론’을 요청했으나 헌재는 이를 탄핵 결정 지연 카드로 보고 거부했다. 시간표를 흔들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박 대통령 측은 최종 변론의 득실을 따져보고 있다.○ 박 대통령 측 vs 헌재 힘겨루기 ‘팽팽’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5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동흡 전 헌재 재판관은 “헌법재판소법상 (박 대통령이) 증거조사 완료 후 최종 기일에 출석하면 신문을 안 받고 의견 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헌재법 49조에 따르면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을 신문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최종 기일에도 적용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정오 변론이 끝날 무렵에는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가 변론시간을 달라고 요구하다 재판부와 언쟁을 벌였다. 김 변호사의 요구에 이 권한대행은 “어떤 취지의 변론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김 변호사가 “제가 당뇨가 있고 어지럼증이 있어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을 달라”며 점심식사 후 변론을 하겠다고 요청했다. 이 권한대행이 “다음 기일에 변론 기회를 충분히 드리겠다”며 재판을 끝내려 하자 김 변호사는 “점심을 못 먹더라도 지금 변론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며 준비한 종이를 들고 일어섰다. 이 권한대행은 김 변호사의 돌발 행동에 “재판 진행은 저희가 한다. 오늘 변론은 여기까지 하겠다”며 재판을 마쳤다. 이에 김 변호사는 재판부를 향해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재판부는 박 대통령에게 출석 여부를 결정할 시간을 주기 위해 22일 최종 기일을 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출석을 하더라도 추가 기일은 잡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 출석으로 인한 재판 지연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재판부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 박 대통령, 헌재 심판정에 설까 박 대통령 측은 “신문 없는 최종 변론을 타진한 것은 박 대통령의 출석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 측은 “그동안 변호인단이 최종 변론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고영태 씨 등 핵심 증인도 헌재에 출석해 신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가 신문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추가 증인 신청도 거부하면서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국회나 재판부의 신문에 적절한 답변을 하지 못하면 오히려 탄핵심판에 불리할 수 있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최종 변론 날짜를 연기하거나 신문 없이 최종 변론에 나서는 것 모두 현재로선 변호인단의 의견 수준”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건의해 본격적으로 논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최종 결심이 선 상태는 아니라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한 인터넷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헌재 출석 여부는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박 대통령이 국민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결백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헌재 출석 가능성이 닫힌 것은 아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신광영 기자}
야 4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21일까지 수용하라며 공개 압박했다. 황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하면 야당은 수사기간을 늘리는 특검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반대 속에 개정안을 처리하려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줘야 한다. 설령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황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번 주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둘러싸고 정국이 또 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주승용, 바른정당 주호영,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19일 만나 황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수용 데드라인을 21일로 못 박았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황 권한대행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23일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야 4당 원내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을 만나 “야 4당의 합의는 정치 압박을 위한 공세”라며 “(특검 연장에) 사실상 반대 당론을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황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수용은 물론이고 특검법 개정안 처리에도 협조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개정안 통과의 첫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도 이날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특검 연장은 안 된다”고 했다. 결국 남은 건 정세균 국회의장의 특검법 개정안 직권상정 여부다. 정 의장은 이날 “특검 연장 요청을 수용해야 온당하다고 본다”면서도 직권상정을 두고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가비상사태’라는 직권상정 요건에 맞는지부터가 논란거리다. 또 여야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야당 단독 청문회 의결로 파행을 빚고 있는 2월 임시국회를 20일부터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특검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면 다시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정 의장에겐 부담이다. 특검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야 4당이 공고한 연대를 유지할지도 관건이다. 최근 촛불집회와 거리를 두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황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특검법 개정안 직권상정을 두고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만약 개헌선(200석)을 넘는 의석을 확보한 야 4당이 특검법 개정안 처리를 밀어붙인다면 여권은 황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말고는 마땅한 대응카드가 없다. 다만 여권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이 거부권 행사처럼 정국을 급랭시킬 수 있는 ‘정치적 선택’을 하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우경임·박성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구속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발판을 확보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 부회장 구속이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며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또 SK, 롯데, CJ, 한화 등 국정 농단 사건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 대기업들은 특검 또는 검찰 수사가 곧 닥쳐올 것에 대비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 구속의 의미는 ‘삼성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건넨 433억 원이 뇌물’이라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는 게 특검의 해석이다. 삼성 측은 그동안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 등을 “최고 권력자인 박 대통령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며 뇌물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박 대통령이 삼성 측에서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박 대통령 측은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며 놀란 모습이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됐지만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뇌물죄는 성립이 안 된다”며 “(특검 수사에) 법리적으로 세밀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내심 이 부회장의 구속이 헌재의 탄핵 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헌재가 심리 중인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는 국민주권주의 위배, 권한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세월호 참사 관련), 뇌물수수 등 총 5가지다. 이 중 뇌물수수는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그 자체로 결정적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 헌재는 앞서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청구를 기각하면서, 탄핵을 인용할 만한 중대한 위법 중 하나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뇌물수수, 공금횡령 등 부정부패를 저지른 경우’를 들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만났을 때 “공모나 누구를 봐주기 위해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 부회장 수사 기록을 헌재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사 기록에는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례에 걸친 독대 및 삼성의 최 씨 모녀 지원 과정 등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특검이 축적한 각종 증거는 헌법재판관들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특검은 이 부회장 구속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사 기한(1차 2월 28일) 연장 신청을 거부하는 데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고 있다. 뇌물을 준 쪽인 이 부회장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에 돈을 받은 쪽인 박 대통령 대면조사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3월 30일까지 수사 기한이 연장되고 헌재가 다음 달 초 박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할 수 있다. 또 수사 기한 연장 시 특검은 삼성 외에 다른 대기업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17일 브리핑에서 “대기업 수사는 특검의 수사 기한 연장과 맞물려 있다”고 밝혔다. SK, 롯데, CJ, 한화 등 수사 대상 대기업들은 모두 삼성과 마찬가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했는데, 그에 대한 대가로 청와대에 사업 관련 청탁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일부 대기업은 총수의 사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만약 황 권한대행이 수사 기한 연장을 거부할 경우 특검은 28일까지 모든 수사를 끝내야 한다. 이 경우 검찰이 특검의 수사를 넘겨받아 박 대통령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하고 대기업 임직원들을 소환 조사하게 된다. 장관석 jks@donga.com·우경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