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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 대규모 무기 수출을 성사시킨 ‘K방산’ 대표 기업들의 3분기(7∼9월) 실적이 지난해 대비 크게 상승했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에 뛰어든 조선업계 역시 호실적을 내면서 방산, 조선이 반도체와 함께 한국 경제에 불경기 속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발 낭보도 잇따라 방산과 조선의 실적 호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 ‘진격의 K방산’… 합산 영업익 1조 원 넘어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액 6조4865억 원, 영업이익 8564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47%, 영업이익은 79% 상승한 수치다. 회사 측은 “K9 자주포가 지속적으로 폴란드로 수출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화생방 정찰 차량과 차륜형 대공포 등의 판매량이 늘면서 지상 방산 부문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30% 늘어나는 등 좋은 실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미국과 공동 개발 중인 기어드 터포팬(GTF) 항공 엔진의 리스크 및 수익 공유 프로그램(RSP) 계약에 따른 충당 비용이 들어오면서 적자가 계속됐던 항공우주 부문 실적도 흑자로 돌아섰다.현대로템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회사의 3분기 매출액은 1조6196억 원, 영업이익은 2777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48%, 102%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창사 이래 최대치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폴란드에 수출한 K2 전차의 2차 계약 수주 잔액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된 결과다.이 두 회사만 합쳐도 한국 방산업계의 3분기 영업이익이 이미 1조 원을 넘는다. 특히 두 회사는 3분기 현재 30조 원 안팎의 수주 잔액(일부 현재까지 실적에 미반영)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실적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업계에서는 올해 방산기업들의 합산 영업이익이 4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달 6일 각각 실적을 발표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LIG넥스원 등도 700억∼8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PEC으로 ‘대박’ 난 조선조선업계 실적도 대폭 상승세를 보였다. 3일 실적을 발표한 HD현대의 그룹 전체 매출액은 18조2243억 원으로 작년 대비 10%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7024억 원으로 295% 증가했다. 1조538억 원(전년 대비 165%)의 영업이익을 낸 HD한국조선해양의 실적이 전체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했던 한화오션 역시 영업이익이 2898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1032% 뛰어올랐다.특히 조선업계는 이번 APEC 정상회의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APEC을 계기로 K방산의 중남미 잠수함 시장 최초 진출을 본격화하게 됐다. 이 회사는 1일 울산 본사에서 페루 국영 시마(SIMA) 조선소와 페루 해군 잠수함 공동 개발 및 건조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페루 해군이 추진하는 노후 함정 교체 사업의 일환으로 HD현대중공업의 잠수함 모델 HDS-1500을 기반으로 하는 1500t급 중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이 목표다. 첨단 잠수함 건조 기술력을 보유한 한화오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국내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 부서는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인재를 최대한 빨리 스카우트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이 기업은 처음엔 해외에 있는 한국계 AI 경력자 등을 접촉하려 시도했지만 이내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연봉 제안을 높일 대로 높여봤지만 워낙 간극이 커서 해외 인력의 영입이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며 “국내 대학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신입을 뽑아 처음부터 직무 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확보한 엔비디아의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이 우리나라 제조업의 AI 대전환의 교두보가 될 것이란 기대가 뜨겁다. 하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GPU 선물을 ‘게임 체인저’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장 GPU를 활용할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반도체 칩을 구동할 전력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3일 국내 석박사급 이공계 근무 인력 2700명을 설문조사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42.9%가 3년 이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AI와 연관성이 깊은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통신 관련 이공계로 한정하면 44.9%로 더 비율이 높았다.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연봉과 연구 환경 차이가 컸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최종 학위를 따고 10년 후 국내 이공계 인력이 받는 평균 연봉(약 8500만 원)은 미국 등 해외 인력(약 3억4200만 원)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엔비디아는 최신형 GPU 26만 장을 삼성과 SK, 현대차,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에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할 AI 인력의 수급이 사실상 막혀 있고 오히려 기존 인재의 유출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보니 향후 AI 산업 발전에 큰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력 인프라 확충도 숙제다. 26만 장을 가동하려면 방대한 양의 전력 공급이 필수인 만큼 원전 건설 등 국가 차원의 전력 수급 방안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서울대 공대에 매년 850∼900명이 입학하는데 1학년 때 결국 의대 등에 가기 위해 100명 이상이 자퇴한다”며 “AI 등 인재 육성을 위해선 보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AI인재 유출 남아공-멕시코보다 심각… 美-中은 블랙홀처럼 흡수[엔비디아칩 오는데, AI 인프라는 부실] 〈상〉 한국 떠나는 이공계 인력AI인재 몸값 뛰며 글로벌 유치전… 韓 인구비례 순유출 멕시코의 3배“엔비디아 GPU 26만장 들어오면, 국내 관련 전문가 최대 수십배 필요처우-인식 개선으로 인재풀 늘려야”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인공지능(AI) 전공으로 박사를 마친 김모 씨(42).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의 대량 해고가 이어진 지난해 실직의 아픔을 겪었다. 실직 후 지인들을 통해 한국 회사들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는 몇 달간 백수 생활을 거치더라도 미국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임금 등 보상체계도 워낙 차이가 큰 데다 한국의 경직적인 기업문화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또 다른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이직한 김 씨는 “주변의 한국 출신 인력들도 나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정부와 주요 기업에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한국은 AI 산업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실탄’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실제 국내 제조업의 ‘AI 대전환’을 이끌 인재 부족이 계속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기존 인력의 유출을 막아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과 중국이 자본력을 앞세워 전 세계 AI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IT 인재에 대한 처우 및 사회적 인식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I 인재 유출 남아공·멕시코보다 심각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 연구소’의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AI 인재 순유입’ 지수는 1만 명당 ―0.36명이었다. 인구 1만 명당 0.36명의 AI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는 인구 1만 명당 순유입이 가장 많은 룩셈부르크(8.92명)나 아랍에미리트(UAE·4.13명), 독일(2.13명), 미국(1.07명)은 물론이고 남아프리카공화국(―0.22명), 그리스(―0.25명), 멕시코(―0.10명)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한국은 기존 AI 인재가 유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체적으로 길러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 산하 싱크탱크인 매크로폴로의 ‘글로벌 AI 인재 추적’ 연구를 보면, 전 세계 상위 20% 수준의 AI 연구자(학사 학위 기준) 중 중국 소재 대학 출신이 47%에 달한 반면 한국 대학 출신은 2% 수준에 그쳤다.이런 상황은 의대 쏠림 현상이 보여주듯 과학기술 인재 처우가 열악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연봉 등 처우 문제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 정책 불안정성으로 인한 연구 환경 악화, 단기 성과에 급급한 연구비 제도 등도 국내 과학기술 인재를 해외로 떠나게 만든다는 것이다.실제로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발간한 자료에서도 AI 분야 논문 피인용 수 상위 25%의 핵심 인재들이 한국의 경우 대학 학부 졸업 후 32.9%가 미국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국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비율은 61.4%로, 미국(93.7%)과 유럽(81.4%)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6만 장 들어오면 관련 전문가 최대 수십 배 필요”이 같은 인재 품귀 현상에 26만 장의 GPU를 손에 쥐게 될 기업들도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한 재계 관계자는 “AI 전문가들이 시장에 많이 없는 상태”라며 “가뜩이나 사람이 없는데 기업들의 인재 쟁탈전이 시작되면 인재 품귀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AI 반도체 칩이 신규로 26만 장 국내로 들어올 경우 관련 전문가가 최소 몇 배에서 수십 배까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이 치열한 인재 유치 경쟁을 하는 가운데 인도, 중동 국가 등도 참전했다. 해외 인력의 몸값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민간에서는 자체적으로 AI 인재 육성에 나서기도 한다. LG는 그룹의 AI 인재를 키우기 위해 올 8월 국내 기업 최초로 교육부 공식 인가를 받은 LG AI 대학원을 출범시켰다. 정부는 국내 과학자들의 처우 개선 및 일자리 확보 등의 계획을 담은 종합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에는 중국의 원사 제도를 벤치마킹한 ‘석학 지원 제도’, 청년 연구자에 대한 안정적 연구비 지원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고액 연봉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R&D 예산의 효율적인 운용과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인재 풀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HD현대중공업이 페루와 잠수함을 공동 개발한다.HD현대중공업은 최근 울산 본사에서 페루의 국영 시마(SIMA) 조선소와 페루 잠수함 공동개발 및 건조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두 회사는 지난해 11월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올해 4월 국제방산·재난대응 기술전시회에서 합의각서(MOU)를 맺은 바 있다. 회사 측은 “이번 LOI는 그간 이뤄진 합의를 구체화하는 단계로 경주 APEC 2025와 연계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LOI에 따라 두 회사는 향후 페루의 차세대 잠수함 공동 개발 및 생산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기술 이전 및 기타 산업 협력 범위 등을 세부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실제 건조에 들어간다.두 회사는 올해 안에 공동개발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개발이 시작되면 울산 HD현대중공업 야드에서 페루 해군 및 SIMA 기술진과 함께 잠수함을 개발 및 설계하게 된다.HD현대중공업은 SIMA 조선소와 공동으로 다목적 호위함, 초계함, 상륙지원함 등 총 4척의 함정을 공동 건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 이전 및 현지 인력 양성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면서 상호 신뢰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루이스 실바 SIMA 조선소 사장은 “이번 공동개발 LOI는 남미 해군 최초로 본격적인 잠수함을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라며 “페루는 남미 지역의 조선·방산 기술 자립을 촉진하고, HD현대중공업은 글로벌 방산 시장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주원호 HD현대중공업 함정·중형선사업부 사장도 “이번 공동 개발은 HD현대중공업의 축적된 잠수함 설계 및 건조 역량을 발휘해 페루 해군 전력을 한 단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나면서 이번 회의가 한국 산업계에 미친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선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이 가장 큰 수혜를 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APEC 기간 중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면서 자동차 역시 주요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APEC 수혜 산업 된 반도체·AI 인프라·자동차2일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APEC 기간의 최고 수혜 산업으로 반도체를 꼽았다. 글로벌 1위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일명 ‘치맥’(치킨+맥주) 회동을 가지며 ‘민간 AI 동맹’을 강화한 데다, 한국에 품귀 현상을 보이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도 선언했다. AI 칩 제작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D램, 낸드 플래시 등을 대거 수급하기로 하면서 ‘AI 팩토리’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차세대 HBM인 ‘HBM4’의 엔비디아 납품을 사실상 확정한 데 이어 엔비디아의 로보틱스용 애플리케이션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번 APEC 최고의 수혜 기업 중 하나로 떠올랐다.SK텔레콤, 삼성SDS 등 AI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들도 APEC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AI 기업들과의 협력이 구체화된 데다 국내에 유입되는 엔비디아 GPU 대부분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로봇 사업 역시 수혜 산업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로부터 5만 장의 신규 GPU를 공급받기로 하면서 소프트웨어기반자동차(SDV),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한미 관세협상 합의로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진 점도 현대차그룹으로선 긍정적인 요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달 31일 APEC 만찬 자리에서 만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번에 국가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고, 신세를 꼭 갚겠다”고 발언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조선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 APEC 수혜 산업으로 주목받았다.● 반등 기회 못 찾은 철강-유통 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우울한 가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잇따라 관세율을 50%까지 높인 데다, 중국의 저가 공세도 지속되면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APEC에서도 어려움을 해소할 조치가 발표되지 않았다. 또 APEC 기간 중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가 이뤄지지 않으며,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업계와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 아모레퍼시픽 등 K뷰티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80%를 공급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가 작지 않은 호재”라며 “APEC 기간에 한미 관세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등 산업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미국 백악관이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중국의 대(對)미 해상·물류·조선 산업 관련 제재가 철회될 것이라고 1일(현지 시간) 밝혔다. 최근 대미 투자 및 협력을 이유로 중국으로부터 거래 금지 대상으로 지목된 조선기업 한화오션이 관련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백악관은 이날 팩트시트를 통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 무역 합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자국의 해상·물류·조선 산업에 대해 조사를 추진한 것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했던 보복 조치와 여러 해운 기업에 부과한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14일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쉬핑, 한화오션 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 등 미국 내 한화오션 자회사 5곳을 미 무역대표부(USTR)의 301조 조사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거래 금지 대상에 올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중 간 갈등 사안 중 하나인 해당 제재와 관련해 “생산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중국이 △희토류 및 중요 광물 수출 통제 철폐 △미국의 반도체 및 주요 기업에 대한 보복 종료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 수입 재개 △미국으로의 펜타닐 제조 원료 유입 차단 등을 약속했다고도 밝혔다. 미국도 펜타닐 관련 관세 10%포인트 인하, 해상·물류·조선 분야 제재 1년 유예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백악관은 “미국 조선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한국, 일본과 역사적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 조선 협력인 이른바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또 한 번 강조한 것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나면서 이번 회의가 한국 산업계에 미친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선 ‘인공지능(AI) 반도체’가 가장 큰 수혜를 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간 재계의 불안이 컸던 한미 관세 협상과 미중 무역 분쟁이 APEC 기간 중에 일단락된 것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꼽힌다.● APEC 수혜 산업 된 반도체·AI인프라·자동차2일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APEC 기간의 최고 수혜 산업으로 반도체를 꼽았다. 글로벌 1위 AI 반도체 기업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일명 ‘치맥(치킨+맥주)’ 회동을 가지며 ‘민간 AI 동맹’을 강화한 데다, 한국에 품귀 현상을 보이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도 선언했다. AI 칩 제작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비롯한 D램, 낸드 플래시 등을 대거 수급하기로 하면서 ‘AI 팩토리’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차세대 HBM인 ‘HBM4’의 엔비디아 납품을 사실상 확정한데 이어 엔비디아의 엔비디아의 로보틱스용 애플리케이션(AP)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번 APEC 최고의 수혜 기업 중 하나로 떠올랐다.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AI 기업들과의 협력이 구체화하면서 앞으로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사업도 APEC 수혜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 유입되는 엔비디아의 GPU 대부분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들어간다. 자동차, 로봇 사업 역시 수혜 산업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로부터 5만 장의 신규 GPU를 공급받기로 하면서 소프트웨어기반자동차(SDV), 자율주행, 로봇 개발 등의 미래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현대차 측은 “엔비디아의 AI 추론 모델과 소프트웨어 등을 기반으로 차량 기능과 성능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APEC 기간 중 미국의 한국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춰진 것이나, 중국 정부의 희토류 수출 통제 확대가 유예된 것도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조선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 APEC 수혜 산업으로 주목받았다. 지난달 30일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최종 결정을 앞두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하면서 한화오션이 ‘겹호재’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 반등 기회 못 찾은 철강-석유화학반면 철강업계는 ‘우울한 가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EU 등이 잇따라 관세율을 50%까지 높인 데다, 중국의 저가 공세도 지속되면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APEC에서 어려움을 해소할 별도 조치가 발표되지 않았다.APEC에서 기후 규제 강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정유와 석유화학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산업이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80%를 공급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가 적지않은 호재”라며 “APEC 기간 중에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등 산업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해운업계를 중심으로 각종 제재가 철회되거나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백악관은 1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양국 간 무역합의 내용을 팩트시트를 통해 공개했다.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 내용을 보면 미중 양국은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전구체의 대미 수출 중단 △희토류 및 주요 광물에 대한 수출 규제 철회 △미국의 반도체 및 주요 기업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 중단 △대두 및 농산물에 대한 중국 시장 개방 등의 내용을 합의했다. 이 중 규제 철회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은 무역법 301조 조사에 따른 보복 조치를 철회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팩트시트를 통해 “중국은 301조 조사로 인한 보복 조치를 철폐하고 다양한 해운 기업에 부과된 제재를 철폐한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11월 10일부터 1년 간 301조 조사에 따라 취해진 대응 조치의 이행을 중단하며, 한국·일본과의 미국 조선 활성화에 대한 협력을 이어간다”고 덧붙였다.이에 업계에서는 중국이 한화오션의 자회사들에 대한 제재를 철회할 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중국은 최근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인 한화 필리조선소를 비롯한 5개 자회사에 대해 무역법 301조 조사에 협력한 기업이라는 이유로 중국과의 거래를 막는 제재안을 발표한 바 있다.양국이 자국으로 입항하는 선박에 대해 입항료 등을 부과하기로 했던 조치가 완화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미국은 올해 4월 중국 선박이 미국으로 입항할 경우 이에 대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미국 외 모든 국가의 자동차 운반선에 대해서도 입항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미국 선박이 중국으로 입항할 때 입항료를 부과하기로 했다.하지만 팩트시트에 “11월 10일부터 1년 간 301조 조사에 따라 취해진 대응 조치 이행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입항료 부과 조치가 해결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은 중단할 제재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특히 현대글로비스 등 자동차 운반선을 주력으로 운용하는 해운업계는 미국의 입항료 부과 조치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 왔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불가항력적인 비용은 선사가 아닌 화주가 부담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라며 입항수수료로 인한 운임 할증 방침을 고객사들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간의 첫 행사인 최고경영자(CEO) 서밋.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열린 ‘퓨처 테크 포럼:조선’의 첫 연설자는 정기선 HD현대 회장이었다. ‘조선업의 미래를 그리다(Shaping the Future of Shipbuilding)’를 주제로 진행된 첫 연설에서 HD현대는 인공지능(AI), 탈탄소 솔루션, 제조 혁신 등 이 회사가 적용하고 있는 현재의 기술과 함께 미래의 방산 분야를 중심으로 한 조선업 협력 비전들을 다채롭게 제시했다. HD현대는 이미 AI 기술을 선박 운항에 적용한 바 있다. 자율운항 기술 전문 기업인 아비커스를 자회사로 둔 이 회사는 3년 전 세계 최초로 상용 선박에 자율 운항 기술을 적용해 태평양 횡단에 성공했다. 방산 분야에 대한 글로벌 협력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손잡고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미국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을 공동 건조하기로 했다. 그동안 유지보수(MRO) 중심이었던 한미 간 조선 분야 협력이 이번 공동 건조로 인해 한 걸음 더 진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퓨처 테크 포럼:조선’ 행사에는 HD현대와 뜻을 같이하는 전 세계의 유명 조선·방산업체와 AI 기업들이 참여했다. 헌팅턴 잉걸스를 비롯해 안두릴, 미국선급(ABS), 지멘스, 페르소나 AI의 주요 인사들이 포럼 연사로 나섰다. 이들은 발표에서 AI를 기반으로 한 조선업 제조 혁신과 해양 방위의 새로운 패러다임, 조선 분야의 한미 간 전략적 협력 등을 다양하게 논의했다. HD현대는 ‘퓨처 테크 포럼:조선’ 이후에도 계속해서 한국의 조선 기술력을 홍보할 예정이다. 코트라(KOTRA)가 다음 달 22일까지 운영하는 ‘APEC 한류·첨단미래산업관’에 ‘조선해양관’을 운영하기로 한 것. 이 전시관에는 아비커스의 자율 운항 기술 시연을 비롯해 AI 용접 로봇, 차세대 원자력 추진선 모형 등이 전시된다. 회사 측은 “행사장에서 참관객들에게 HD현대를 비롯해 K조선의 기술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자동차를 비롯한 모빌리티 시장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자연스레 모빌리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타이어’의 성능과 제작 기술도 급변한다. 금호타이어는 이처럼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융합해 ‘쌍둥이 가상 제품’을 먼저 만든 뒤 이를 기반으로 실물 제품이 개발하는 ‘타이어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구축하고 타이어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타이어 디지털 트윈 기술’은 기존에 실물 제품을 곧바로 개발하던 방식을 전환해 먼저 가상의 제품을 디지털로 개발한 뒤 이를 평가해 실물 제품으로 이어가는 방식이다. 여러 가지 타이어 제품 도면을 자동으로 설계하고 빅데이터와 컴퓨터 보조 엔지니어링(CAE)을 활용해 성능 예측을 자동 수행한 뒤 AI를 기반으로 최적의 설계도를 뽑아내 가상 시험 평가를 거쳐 타이어 성능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 우선 타이어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제품 개발 기간도 크게 단축된다. AI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타이어의 성능 향상 ‘포인트’를 찾아낼 수도 있다. 김기운 금호타이어 가상제품 개발시스템(VPD) 센터장은 “CAE와 AI, 디지털 기술 등의 신기술을 최대한 적용하고 타이어 개발 프로세스를 혁신해 완성차업체의 요구에 대응하고 프리미엄 제품 개발 기술력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금호타이어는 향후 이 같은 기술력을 클라우드 시스템 환경에 적용해 회사 내 타이어 설계자라면 누구나 동일한 기준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실제와 유사한 환경을 재현하는 차량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기술을 도입해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방침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어떻게 하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공지능(AI)을 적용하고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까.’ 이 같은 취지에서 시작한 현대제철의 사내 공모전에서 우수 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현대제철은 최근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연수원에서 올해의 디지털 전환 성과를 공유하는 ‘AI·빅데이터 페스티벌’을 개최한 결과 총 131건의 과제가 접수됐고 그중 우수 사례 33건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최우수 과제는 ‘원료 하역 부두 선석 계획 최적화 가이던스 개발’을 주제로 한 출품작이었다. ‘선석’은 선박이 항만에 접안해 선적 및 하역 작업을 하는 지정 구역이다. 이 과제는 선박의 위치와 항구에 접안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정해 항만 운영 효율성을 AI를 통해 극대화하고 비용을 낮추는 내용을 제시했다. 회사 측은 “다양한 제약 조건하에서 의사결정 속도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수준 높은 연구”라고 평가했다. ‘해외 법인 분석 리포트 자동화’를 주제로 한 출품작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해외 법인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법인별 상세 리포트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이 방식을 적용하면 업무 시간을 90% 이상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보스턴다이나믹스 4족 보행 로봇 ‘스폿’의 자율주행 기능과 센서를 활용한 다양한 기술이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제조 부문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서 직원들의 혁신 의지와 노력을 볼 수 있었다”며 “디지털 전환의 성공 사례를 확산시키고 이에 대한 성과 보상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재계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고율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던 현대차그룹은 “협상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다른 기업들도 “경영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반응을 보였다.미국이 한국보다 앞서 일본과 EU에서 수입하는 차의 관세율을 15%로 인하하면서 ‘역관세’에 고전하던 현대차 측은 큰 짐을 내려놓았다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2분기까지는 관세 부과 전 미리 수출해 놓은 물량을 판매하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했지만 3분기에는 이미 수출된 재고 물량이 거의 없어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기 때문이다.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미국 뉴욕에서 인베스터데이 행사를 열고 “관세율이 25%에서 변하지 않는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전략을 수립할 것이며 가격에 관세분을 최대한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타격은 작지 않았다. 현대차는 이날 발표한 3분기(7~9월) 실적에서 매출 46조7241억 원, 영업이익 2조5373억 원을 기록했다. 관세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8.8%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은 29.2%나 감소한 것이다.하지만 일본, EU와 동일한 15%의 관세율을 적용받게 되면 현대차도 다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차량 등 대형·고부가가치 차량들의 판매량이 미국 시장에서 크게 늘고 있어 4분기에는 이익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정부가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 “사실상 최혜국 대우”라고 밝힌 반도체 관세율 결과를 확인한 관련 업계 역시 “품목별 관세 협상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노선은 지켜냈다”고 반겼다. 한 기업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조기에 수습된 것이 가장 긍정적”이라며 “앞으로 이 협상안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향후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경제단체도 일제히 환영 성명을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관세 협상 타결 직후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첨단 분야에서 상호 국익을 증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정부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양국이 더욱 긴밀하게 소통해 동맹 관계를 공고히 이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양국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달성한 중요한 외교·경제 성과”라면서 “한미 양국이 상호 이익과 공동 번영이라는 대원칙을 공유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무역협회도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 경쟁국과 동등한 조건을 확보해 우리 기업들이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도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2020년 한 유명 방송인이 탑승했던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대형 트럭과 정면충돌해 보닛과 엔진룸이 크게 파손되는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타고 있던 이 방송인은 큰 부상 없이 경상만 입어 화제를 모았다. 해당 차량은 볼보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이었다. 이후 차량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볼보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브랜드 인기도 따라 올라갔고, 이 브랜드 차량은 주문하고 1년 이상 기다려야 겨우 받을 수 있는 인기 차가 됐다. 안전성을 높이 평가하며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이후 탄탄한 만듦새에 만족한다는 평가다. 컨슈머인사이트가 2001년부터 자동차 소비자 10만 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하는 ‘2025 자동차 기획조사’ 내용을 보면 제품 만족도 부문에서 볼보의 차량은 855점을 기록했다. 자동차 산업 평균인 810점보다 45점 높다. 회사 측은 “안전성과 함께 외관 디자인과 첨단 기능, 실내 인테리어, 오디오(AV) 시스템 등 총 11개 항목 중 6개 항목이 1위였다”며 “특히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도 유럽 브랜드 1위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서비스 만족도 조사는 최근 1년 사이 공식 서비스 센터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3만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다. 수입차 구매 시 가장 걱정하는 점이 ‘비싼 수리비와 불편한 정비 서비스’라는 점에 주목한 볼보는 보증 기간을 내연기관 기준 5년, 10만 km,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의 경우 8년, 16만 km까지 늘리고 업계 최초로 ‘평생 부품 보증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올해 1∼9월 누적 판매량 1만 대를 넘는 등 인기가 지속되면서 볼보는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기능도 적용하고 있다. 2021년에는 티맵모빌리티와 협업을 통해 티맵 내비게이션이 내장된 ‘통합형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이 시스템 개발을 위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300억 원가량을 개발비로 투자했다. 볼보 측은 한국 시장에서 계속해서 차량 종류를 늘려 나가며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올해 초 출시한 소형 전기 SUV EX30은 다른 국가 대비 평균 2000만 원가량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하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볼보가 직접 차량 상태를 점검한 후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 ‘볼보 셀렉트’ 판매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회사 측은 “인증 중고차에 대해서도 1년 2만 km의 무상 보증을 실시하는 등 서비스에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현대자동차 등 한국기업에 대규모로 반도체를 공급하는 등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는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GTC)에서 “한국의 모든 기업은 나의 친구이자 좋은 파트너”라며 “한국 국민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정말 기쁘게 할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CEO는 삼성전자, SK그룹 등 한국 기업들을 언급하면서 “(발표는) 며칠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번 발표는 현대차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등 한미 간 민간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는 내용일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들 간 새로운 공급 계약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황 CEO가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직접 참석하는 만큼 구체적인 발표는 현장에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가 엔비디아와 손잡으면 자율주행, 로봇 산업에서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가 자사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국내 기업에 공급하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수급하는 등의 협력 방안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도 황 CEO가 방문 중에 현대차,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과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체결 계약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시장 진출이 어려운 엔비디아로서는 한국 기업과의 신규 계약이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CEO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엔비디아의 GPU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과 만날 예정이다. 31일 경주에서는 APEC CEO 서밋 특별 연설을 할 계획이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무역합의 후속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미국으로 수출 시 한국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되던 25%의 고율 관세가 15%로 낮아지게 됐다.또 다른 한국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관세’로 합의됐다. 7월 ‘반도체 관세 최혜국 대우’ 합의에선 한발 물러선 조치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日-EU처럼… 자동차 관세 15%로 인하자동차 관세율 인하 적용 시점은 11월 1일이 유력하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인하 시점은 미국과 세부 협의를 거쳐 최종 문서화 작업이 완료돼야 알 수 있다”면서도 “유럽연합(EU)은 의회에 대미 투자 관련 법안이 제출된 달의 1일부터 자동차 관세 인하를 받았는데, 우리도 EU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MOU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금 신설이나 보증채 발행 등에 관한 (대미 투자) 법이 제정돼야 한다”면서 “그 법안이 마련되면 우리는 11월 중순쯤 법안을 제출하고, 제출 사실을 미국에 알릴 것”이라며 절차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만약 법안의 국회 제출이 12월로 넘어가면 인하 시점이 12월 1일로 밀릴 수도 있다.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짐에 따라 월 5000억 원에 달하는 수출 피해를 봐왔던 자동차 업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상호관세는 올해 7월 말 한미 무역합의 직후부터 15%가 적용되고 있지만 미국이 앞서 경쟁국인 일본, EU와 15% 자동차 관세에 합의하면서 우리 기업은 경쟁사들보다 10%포인트 높은 관세율을 감수하던 상황이었다.미국이 품목관세를 매기기 전에는 일본이나 EU 자동차 대미 관세는 2.5%,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0%였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에 대한 자동차 관세율이 12.5%가 돼야 과거와 같은 경쟁 조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간 수출 피해가 막대했던 자동차 업계는 일본 EU 수준으로 내려간 것만으로도 우선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한 23억8000만 달러로 3월 이후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현대차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기아는 앞으로도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대만 수준’, 의약품은 ‘최혜국 대우’한미 무역협상 타결로 다른 품목들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하게 됐다. 품목관세 중 의약품, 목재 제품 등은 최혜국 대우를 받고, 항공기 부품,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김 실장은 밝혔다. 반도체는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대만은 한국과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으로 묶여 있는 협업 관계이면서도 파운드리 반도체 최대 경쟁국이다. 미 행정부는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해외 기업의 반도체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관세에 대해 ‘최혜국 대우’가 아닌 ‘대만 수준’이라는 점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7월 한미 관세합의 당시 반도체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EU와 일본 등은 미국과 반도체 관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상한선을 약속받았다. 향후 일본이나 EU 대비 불리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올해 6월부터 부과된 철강 관세도 50%로 유지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무역 합의를 환영한다면서도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돼 관련 중소기업들이 대미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는 만큼 후속 보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주말 사우디아라비아를 전격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현지 생산 및 투자 계획을 논의했다. 정 회장이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지만 단독 면담은 처음이다.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가 장기화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일본보다 관세율이 높은 ‘역관세’ 상황이 지속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두 자릿수 성장하며 주목받는 사우디 시장사우디는 석유 중심이던 산업 구조를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제조업과 수소 에너지 산업 등으로 재편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와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자동차 산업 강화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에서 자동차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사우디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자동차 허브’로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사우디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에만 신차 22만여 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이상 시장 규모가 커졌다. 2017년 여성의 운전이 허용되면서 자동차 수요가 급격하게 늘기 시작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22년 12만1800대였던 판매 규모가 지난해는 19만9515대까지 늘었다. 올해는 총 21만 대 이상을 팔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예측하고 있다. 엑센트 등 여성 운전자에게 인기가 많은 중소형 차량 판매가 상승세다. 여기에 싼 연료비 때문에 전기차보다 내연기관 차의 수요가 아직은 절대적이라 전기차 위주의 중국 자동차들이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대형 차량과 고부가가치 차량의 인기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회사는 향후 사우디 전용 ‘스페셜 에디션’ 출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및 하이브리드 차량 등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현대차는 사우디를 ‘중동의 생산 전진 기지’로 만들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고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5월 사우디의 수도 제다 인근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HMMME)’ 생산 공장을 착공했고, 내년 4분기(10∼12월)부터는 연 5만 대 규모의 생산이 시작된다. 정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기에 앞서 공장 건설 현장을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과 함께 둘러봤다.● ‘수소 경제’도 공감대 ‘석유 경제’에서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의 정책도 현대차와 공감대를 이뤘다. 현대차그룹은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수소 생태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5월 네옴 중심 업무지구와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인 ‘트로제나’를 잇는 경로를 따라 수소연료전지(FCEV) 버스의 시험 주행을 성공시키는 등 현지에서 수소 모빌리티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속적으로 사우디와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정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와의 면담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다각적인 사업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사우디를 전격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서 정 회장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직접 면담하며 현지 생산 및 투자 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와 정 회장의 독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의 관세 후속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자동차 상호관세율이 25%에 묶여 일본보다 높은 ‘역관세’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국가 중에서도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 강화와 기업 유치를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중장기적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자동차 허브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의 방문도 이 같은 사우디의 움직임에 맞춰 시장을 개척하고 투자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현대차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시장 개척에 성공하면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제2의 미국’ 같은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내수 시장을 제외하고 현대차는 지난해 북미에서 총 119만여 대를 팔았고 이어 유럽과 인도에서 60만여 대를 판매했다. 판매 대수로만 보면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은 인도와 유럽 등이었지만 이들 시장은 저가의 소형차 위주로 형성되어 있어 미래 먹거리인 ‘대형,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는 쉽지 않았다. 시장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졌던 것이다.특히 중동 지역은 ‘오일 머니’ 부호가 많아 향후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사우디 시장 판매량은 2022년 12만1800대에서 지난해 19만9515대로 가파르게 늘었다. 올해 말까지 총 21만 대 이상을 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사우디를 중동 지역의 ‘생산 전진 기지’로 만들기 위한 생산 공장 건설도 진행되고 있다. 이 회사는 사우디 국부펀드와 공동 출자해 중동 최초로 사우디 킹 살만 자동차산업단지 내 ‘HMMME(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을 건설하고 있다. 내년 4분기 내 공장을 가동하고 연간 5만 대 규모의 생산을 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도 사우디 방문 일정에서 이 건설 현장을 둘러봤다고 현대차 측은 전했다.사우디가 탄소중립 시행에 맞춰 에너지 산업 구조를 석유 위주에서 수소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려 하는 점도 현대차의 에너지 사업 방향성과 일치한다. 현대차는 최근 사우디에서 수소연료전지 버스 실증 운행 실험을 시행하고 사우디의 대규모 건설 사업인 ‘네옴 시티’에 친환경 모빌리티 솔루션 도입을 확대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정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와의 면담에서 “신재생에너지, 수소, SMR, 원전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사우디와의 협업을 기대한다”며 “사우디의 ‘비전2030’ 달성을 위한 핵심 파트너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한화오션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3조234억 원, 영업이익 2898억 원으로 각각 12%, 1032%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데는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선 건조 비중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환율 하락과 외주비 증가 등의 부정적 요인이 올해는 사라지면서 실적 개선 폭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군함, 잠수함 등 방산 관련 특수선 분야의 실적 상승세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3분기 매출 1961억 원, 영업이익 138억 원 수준이던 특수선 분야 실적은 올해 같은 기간 각각 91%와 109% 상승해 매출 3750억 원, 영업이익 287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특수선 실적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팀을 이뤄 참여한 총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최종 적격 후보 2개 사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올해 중 폴란드 잠수함 도입 사업에도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3분기 실적을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8.2%, 영업이익은 22.0% 줄었다. 한화오션 측은 이와 관련해 “하계휴가 등으로 조업 일수가 감소한 영향”이라며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 비용 등의 일회성 요인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포스코그룹이 미국과 유럽의 50% 고율 관세,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3분기(7∼9월)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더욱 악화했다. 다만 해외 생산공장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개편을 하면서 2분기(4∼6월)와 비교하면 실적이 소폭 개선된 모습이다. 포스코홀딩스는 3분기 그룹 실적이 매출액 17조2610억 원, 영업이익 6390억 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14.0% 감소한 수치다. 회사 실적이 하락한 데는 올해 4월 경기 광명시에서 발생한 신안산선 공사 현장 붕괴 사고의 대손상각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또 안전 점검 등을 이유로 103개 공사 현장 전체의 작업이 약 한 달간 중단되면서 손실 폭은 더 커졌다. 공사를 맡았던 포스코이앤씨의 3분기 실적은 매출 1조4080억 원, 영업손실 195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5.5%, 영업이익은 514.9% 쪼그라들었다. 회사 측은 “4분기(10∼12월)에도 이 영향으로 인한 추가 손실액이 2000억 원 이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해외 생산설비를 적극적으로 매각해 현금화하고 최대 계열사인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2분기 대비 720억 원 증가하면서 2분기와 비교하면 그룹 전체의 영업이익은 약 5.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3.5%에서 3.7%로 0.2%포인트 늘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부터 저수익 사업 55건과 비핵심 자산 71건 등을 지속적으로 매각해 왔다. 이번 분기에도 7건을 매각해 총 4000억 원의 현금을 쌓았다. 배터리 소재업체인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판매량 증가도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포스코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경주와 가까운 포항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지원에 나선다. 우선 포스코는 APEC 기간 내에 열리는 ‘최고경영자(CEO) 서밋’ 운영위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포스코 인재창조원 포항캠퍼스를 숙소로 개방하기로 했다. 포항 남구 지곡동에 있는 인재창조원 포항캠퍼스는 경주 APEC 행사장까지 차로 30분 거리다. 짧은 기간 대규모 인원이 모이면서 경주 숙박시설이 모자란다는 우려가 나오자 포스코가 자사 시설을 개방하면서 숙소 부족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이곳은 올 3월 시설 개선 공사를 마쳤다. 이 덕분에 운영 인력들이 최신 시설에서 머무를 수 있게 됐다. 기존 15.5㎡였던 개별 숙소 면적은 26.5㎡로 크게 넓어졌고 식당 시설도 한 번에 36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주차장도 333면에서 468면까지 늘렸다. 포스코 측은 “포항캠퍼스에 머무르는 운영 인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면서 행사를 잘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CEO 서밋 참석자들을 대상으로는 포항제철소 현장과 홍보관, 역사박물관 등을 둘러볼 수 있게 산업 시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들이 한국 철강의 역사와 철강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역사박물관과 홍보관 등은 포스코가 조성한 테마공원 ‘파크(Park) 1538’에 있다. 이 공원은 포스코가 2021년 본사 홍보관과 역사박물관, 수변 공원 등을 테마 공원 형태로 만든 길이 1.2㎞, 면적 2만9000㎡ 규모의 공원이다. 1538은 철의 녹는 점인 섭씨 1538도를 의미한다. 포스코는 이 밖에 APEC 행사 장소 중 한 곳인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을 소개하는 부스를 운영한다. 포스코의 스테인리스 소재를 활용한 거울 등 CEO 서밋용 기념품을 제작해 현장에서 배포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APEC 개최지 경주에 인접한 포항에서 그룹의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원활한 회의 진행을 돕고 국가 위상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Steel-maker POSCO is mobilizing its infrastructure in Pohang, located near Gyeongju, to support the successful hosting of the 2025 APEC Summit. During the APEC period, POSCO is offering its Human Resources Development Center, Pohang Campus, to accommodate APEC CEO Summit operating committee members. Located in Jigok-dong, Nam-gu, Pohang ― about a 30-minute drive from the APEC venue in Gyeongju ― the campus is addressing the shortage of accommodations caused by the large influx of visitors. The Pohang Campus underwent a full renovation in March this year, providing a modern and comfortable environment for operational staff. The size of individual rooms was expanded from 15.5㎡ to 26.5㎡, and the cafeteria was upgraded to seat 360 people. Parking capacity was also increased from 333 to 468 spaces. A POSCO official stated, “We will do our best to ensure that staff staying at the Pohang Campus can work and rest comfortably while contributing to the smooth operation of the summit.” For CEO Summit participants, POSCO is organizing an industrial tour program featuring visits to the Pohang Works, the POSCO PR Center, and the POSCO History Museum, designed to enhance global business leaders’ understanding of Korea’s steel industry and its development. The POSCO History Museum and PR Center are located within PARK1538, a themed complex established by the company. Opened in 2021, the park spans 1.2 kilometers in length and covers an area of 29,000 square meters, encompassing the company’s main PR hall, history museum, and a waterfront park. The name “1538” refers to the melting point of iron ― 1,538 degrees Celsius. In addition, POSCO will operate an exhibition booth at the Gyeongju Arts Center, one of the APEC venues, to showcase its Hydrogen Reduction Ironmaking (HyREX) technology ― an innovative process for decarbonized steel production. The company will also distribute commemorative gifts for CEO Summit participants, including mirrors made from its stainless-steel materials. POSCO stated, “From our base in Pohang, adjacent to the APEC host city of Gyeongju, we will mobilize the full capabilities of the group to support the smooth progress of the meetings and contribute to elevating Korea’s global standing.”Lee Won-joo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