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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진국은 치매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각종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보면 이들까지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질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2020년 ‘국가 치매 전략’을 마련해 치매 환자 가족 지원을 확대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 각종 연금보험료를 지원하고, 간병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을 때는 실업보험료도 국가가 대신 납부해 준다. 또 자신의 집에서 치매 환자를 간병하면 법정 산재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돼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가족 중 치매 환자가 발생한 걸 알게 된 직후에는 최대 10일간의 긴급 돌봄 휴직을 쓸 수 있고, 돌봄 지원 수당도 받을 수 있다. 장기 간병이 필요할 때는 최대 6개월의 돌봄 휴직을 쓰거나 노동시간 단축을 보장받는다. 스웨덴은 치매 간병을 가족은 물론이고 국가와 지역사회도 분담하는 방향으로 ‘치매 돌봄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전문 간호사와 요양보호사가 최대한 집 같은 분위기에서 5∼10명 규모의 소규모 치매 그룹을 관리하는 ‘치매 그룹홈’ 제도가 대표적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도 지역사회가 치매 환자를 그 가족과 함께 돌보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과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치매 환자의 가족에 대한 심리적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국은 ‘환자 케어(care)’에 주력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환자 및 가족에 대한 인식(awareness)’에 대해서도 신경을 쓴다”며 “이런 변화를 위해 사회적인 교육과 인식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기준 치매 노인이 최소 443만 명인 일본에서는 ‘어리석고 미련하다’는 뜻인 ‘치매(癡呆)’라는 단어가 가져오는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2004년부터 ‘인지증(認知症)’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노인성 질환임을 부각시키는 것. 지난해 1월부터는 치매 관련 법률 ‘공생사회 실현을 위한 인지증 기본법’도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선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개호(老老介護)’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부부 모두가 치매에 걸려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인인개호(認認介護)’ 문제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일본은 치매 노인 및 그 배우자의 신체 활동 부족, 우울증 심화 등을 막기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예는 일본 전역에 설치된 수백 곳의 ‘오렌지 살롱’. 치매 노인들이 한 달에 두 번 직원으로 일하며 지역민과 소통하는 경험을 갖게 해 고립감을 줄이자는 취지다. 치매 관련 교육을 이수한 상담원들이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인지증 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치매 가족을 상대로 총 3회에 걸쳐 각종 정보와 지원책을 설명하는 ‘치매 가족 개호교실’도 열고 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주요 선진국은 치매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각종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보면 이들까지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질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독일 연방정부는 2020년 ‘국가 치매 전략’을 마련해 치매 환자 가족 지원을 확대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 각종 연금보험료를 지원하고, 간병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을 때는 실업보험료도 국가가 대신 납부해 준다. 또 자신의 집에서 치매 환자를 간병하면 법정 산재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돼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가족 중 치매 환자가 발생한 걸 알게된 직후에는 최대 10일간의 긴급 돌봄 휴직을 쓸 수 있고, 돌봄 지원 수당도 받을 수 있다. 장기 간병이 필요할 때는 최대 6개월의 돌봄 휴직을 쓰거나 노동시간 단축을 보장받는다.스웨덴은 치매 간병을 가족은 물론이고 국가와 지역사회도 분담하는 방향으로 ‘치매 돌봄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전문 간호사와 요양보호사가 최대한 집 같은 분위기에서 5~10명 규모의 소규모 치매 그룹을 관리하는 ‘치매 그룹홈’ 제도가 대표적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도 지역사회가 치매 환자를 그 가족과 함께 돌보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캐나다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과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치매 환자의 가족에 대한 심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국은 ‘환자 케어(care)’에 주력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환자 및 가족에 대한 인식(awareness)’에 대해서도 신경을 쓴다”며 “이런 변화를 위해 사회적인 교육과 인식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2022년 기준 치매 노인이 최소 443만 명인 일본에서는 치매(癡呆)’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 이미지 즉 ‘어리석고 미련하다’는 어감을 바꾸기 위해 2004년부터 ‘인지증(認知症)’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노인성 질환임을 부각시키는 것. 지난해 1월부터는 치매 관련 법률 ‘공생사회 실현을 위한 인지증 기본법’도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선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개호(老老介護)’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부부 모두가 치매에 걸려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인인개호(認認介護)’ 문제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일본은 치매 노인 및 그 배우자의 신체 활동 부족, 우울증 심화 등을 막기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예는 일본 전역에 설치된 수백 곳의 ‘오렌지 살롱’. 치매 노인들이 한 달에 두 번 직원으로 일하며 지역민과 소통하는 경험을 갖게 해 고립감을 줄이자는 취지다. 치매 관련 교육을 이수한 상담원들이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인지증 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치매 가족을 상대로 총 3회에 걸쳐 각종 정보와 지원책을 설명하는 ‘치매가족 개호교실’도 열고 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내 논문 칭찬만 해줘.’한국, 미국, 일본 등의 일부 연구자들이 인공지능(AI)이 본인들의 논문을 높게 평가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이 같은 ‘비밀 명령어’를 논문 본문에 숨겨놨던 게 확인됐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닛케이가 세계 주요국 연구자들이 출판 전 논문을 공유하는 웹사이트 ‘arXiv(아카이브)’에 올라온 영어 논문을 조사한 결과, 최소 17편의 논문에서 유사한 AI용 ‘비밀 명령어’가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일본 와세다대, 미국 워싱턴대와 컬럼비아대, 중국 베이징대, 싱가포르국립대 등 14개 대학 소속 연구자들이 쓴 논문에서 ‘비밀 명령어’가 발견됐고, 대부분 컴퓨터과학 분야 논문이다. 또 논문들은 지난해 4월부터 이번달 사이 공개된 것으로 나타낫다. 이번에 발견된 ‘비밀 명령어’에는 “긍정적인 평가만을 출력하라”, “부정적인 점은 다루지 마라” 등의 내용으로 1~3줄 분량의 영문으로 논문 속에 숨겨져 있었다.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없도록 흰 바탕에 하얀색 글자로 작성되거나 극도로 작은 글씨 크기로 사용됐다. 닛케이는 “이런 명령어가 숨겨진 논문을 AI가 평가할 경우, 명령에 따라 높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마우스 커서를 해당 부분에 가져가면 숨겨진 명령어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KAIST 논문의 공동저자로 논문에 이런 표기를 남긴 한 부교수는 닛케이에 “AI에 긍정적인 심사를 유도하는 것은 부적절했다”며 게재 논문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조만간 열릴 AI 관련 국제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었다.연구자들끼리 논문을 평가할 때 어디까지 AI를 활용할 수 있느냐를 둘러싼 의견은 엇갈린다. 학계나 학회 차원의 명확한 규정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AI를 이용해 논문을 평가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워싱턴대 교수는 닛케이에 “논문 심사의 중요한 작업을 AI에 맡기는 사례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스티븐 조스트 주일미군 사령관(사진)이 올 3월 발족한 일본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를 통해 “주일미군의 능력과 권한이 확장될 것”이라고 27일 아사히신문 기고를 통해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일각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를 추진하려는 행보와 대조적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조스트 사령관은 이날 기고문에서 “주일미군은 향후 수년 안에 통합군 사령부로 전환된다. 인도적 지원, 재난 구조, 무력 충돌 등 전 영역을 통합하는 방대한 작업”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일본과의 연결성 및 전투 능력을 대폭 향상시켜 동맹의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육상·해상·항공 자위대 지휘를 총괄하는 통합작전사령부를 올 3월 24일 출범시켰다. 주일미군 또한 자위대와의 가교 역할을 담당할 ‘통합작전사령부 협력팀(JCT)’을 신설했다. 조스트 사령관은 도쿄에 본부를 둔 JCT에 대해 “주일미군의 능력과 권한이 확대됨에 따라 그 규모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의 국방 예산 증액 움직임 또한 “일본이 지역 안보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8월 중 발표할 ‘2025 국방전략(NDS)’을 앞두고 중국, 러시아 등의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청하거나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 카드로 제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통합 지휘하는 시스템 도입 등 지휘체계의 개편도 거론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스티븐 조스트 주일미군 사령관(사진)이 올 3월 발족한 일본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를 통해 “주일미군의 능력과 권한이 확장될 것”이라고 27일 아사히신문 기고를 통해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일각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를 추진하려는 행보와 대조적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조스트 사령관은 이날 기고문에서 “주일미군은 향후 수년 안에 통합군 사령부로 전환된다. 인도적 지원, 재난 구조, 무력 충돌 등 전 영역을 통합하는 방대한 작업”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일본과의 연결성 및 전투 능력을 대폭 향상시켜 동맹의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일본은 육상·해상·항공 자위대 지휘를 총괄하는 통합작전사령부를 올 3월 24일 출범시켰다. 주일미군 또한 자위대와의 가교 역할을 담당할 ‘통합작전사령부 협력팀(JCT)’을 신설했다. 조스트 사령관은 도쿄에 본부를 둔 JCT에 대해 “주일미군의 능력과 권한이 확대됨에 따라 그 규모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의 국방 예산 증액 움직임 또한 “일본이 지역 안보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트럼프 2기 행정부가 8월 중 발표할 ‘2025 국방전략(NDS)’을 앞두고 중국, 러시아 등의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청하거나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 카드로 제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통합 지휘하는 시스템 도입 등 지휘체계의 개편도 거론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편백나무는 버릴 게 없어요. 생각보다 더 다양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젊은 청년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22일 전남 순천시 외서면 백이산 편백나무 숲 제재소에서 만난 서승욱 씨(55)는 이렇게 말했다. 서 씨는 축구장 107개 넓이에 해당하는 75ha(헥타르) 규모의 숲을 3대째 이어받아 편백나무를 키우고 있다. 전남대 임학과를 졸업한 그는 “친환경 제품으로 목재의 가치를 높이자”는 생각으로 2013년 소 축사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해 제재소를 만들었다. 현재는 이곳에서 편백을 활용한 다양한 목재 제품과 생활용 친환경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품 생산이 늘면서 지역 주민 20여 명도 고용했다. 서 씨는 이에 더해 2013년부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더 많은 청년들이 임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예비 임업인을 위한 실습과 교육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매년 약 100명의 청년들이 서 씨의 실습장을 거쳐 간다.● 연 100여 명 청년들에게 임업 기술 전수 서 씨의 편백나무 숲은 1963년 할머니가 민둥산이던 산 자락을 구입해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조성됐다. 이후 편백, 소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식재됐다. 서 씨 아버지는 나무들을 관리하기 위해 숲길(임도) 13km를 직접 냈다. 60년간 이어진 노력 끝에 민둥산은 현재 약 25만 그루의 편백나무가 자라는 숲으로 변모했다. 서 씨는 ‘버릴 게 없는 편백’을 활용해 30여 종의 제품을 만든다. 큰 나무는 가구용으로, 작은 나무는 베개 속 큐브형 충전재로, 잎은 정유로 가공한다. 톱밥이나 부스러기는 퇴비나 땔감으로 활용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편백은 단순한 원목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 국산 목재 인증도 받은 그의 제품은 친환경 소비 확산과 함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제품 생산이 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졌다.서 씨는 이런 자신의 경험을 보고 “젊은이들이 임업에 많이 도전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2013년부터 예비 임업인을 위한 교육과 실습을 시작했다. 산림 관련 학과 대학생, 귀산촌을 준비하는 초보 임업인들이 서 씨의 교육장을 찾는다. 일정은 비정기적이며, 참가 희망자나 기관이 직접 연락해 일정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교육 내용은 묘목 관리부터 벌채, 제재,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른다. 서 씨의 편백 숲은 2023년 전남 산림자원연구소로부터 현장 실습장으로 지정됐다.● 산림산업 종사 57만 명, 숲치유 등 전문직도 증가산림 산업은 최근 경제, 환경, 복지를 동시에 중시하는 사회 흐름과 맞물려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산림청이 발표한 ‘2024년 산림산업조사’에 따르면 국내 산림 산업 종사자는 57만7000명으로, 전년(54만2000명)보다 3만5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산업 매출은 146조 원에서 148조7000억 원으로 증가했고, 관련 사업체 수도 13만5000개에서 15만2000개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관련 전문직이 늘어나며 일자리의 외연도 넓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 정식 등록된 산림복지전문업체는 1484개로, 산림치유업, 숲 해설업, 유아숲교육업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이에 따라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기동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국토 면적의 63%가 산림인 우리나라에서 임업은 단순히 나무를 심고 베는 일을 넘어, 드론이나 로봇, 위성 기술 등 첨단 산업과 융합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미래형 산림 산업으로 발전하려면 다양한 재능을 갖춘 청년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유입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림 일자리는 단순한 고용 창출을 넘어 지역 경제 전반에도 파급 효과를 미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산림 산업은 10억 원의 생산이 이뤄질 때 약 17억3000만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내고, 같은 금액 기준으로 13.6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명품 숲’으로 선정된 전남 장성군 축령산 편백숲의 경우 연간 3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61억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고, 지역 인구도 연평균 1% 증가해 소멸 위험에서 벗어났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산림기능사·산림기사 같은 자격증뿐만 아니라 목공, 임업기계, 드론까지 실습해요. 취업이 빨라질 수밖에 없죠.” 26일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위치한 한국산림과학고 교사 김대건 씨는 이같이 말했다. 산림과학고는 산림기능사, 산림기사 등 국가자격증 취득을 지원하고 목재 가공, 산림 측량, 임업기계 조작, 드론 운용 등 현장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교육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실습실에서 전문가인 교사로부터 직접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법을 배운다. 체인톱 수업 시간의 경우 교사 2명이 들어가 일대일로 학생들에게 직접 사용법을 가르치는 식이다. 재학생들은 국립산림치유원, 지방산림조합 등과 연계한 현장체험과 인턴십에 참여할 수 있다.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과 임업 관련 기업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은 졸업 전 4∼5개 이상의 실무 자격까지 갖추고 졸업한다. 그러다 보니 취업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2024년 졸업생 취업률은 81%에 달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교육 시스템과 산학 연계, 자격증 취득 중심의 교육이 진로 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졸업생 40명 중 11명이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에, 3명이 공기업에 취업했다. 현재 산림 특성화고로 운영 중인 곳은 산림과학고(경북 봉화), 청주농업고(충북 청주), 동래원예고(부산) 등 전국에 3곳이다. 전체 재학생 수는 약 390명이다. 산림 산업 분야의 고용 수요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산림청은 올해 산림 분야에서 신규 일자리 1만7667개를 포함해 총 3만6625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특히 청년 임업인 육성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 79억 원을 투입했다. 산불, 병해충, 사방사업 등 산림 재난 대응 분야에서 무인항공기 예찰, 산림재난대응단 운영 등 새로운 수요가 생기며 청년층의 진입 기회도 함께 늘고 있다. 산림청 안진호 일자리정책담당은 “산림 현장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 소멸 위기 대응과 청년 정착 기반 마련을 위해 교육-일자리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재일교포 감독이 일본의 전통 예술극 가부키를 영화로 재해석한 작품이 일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열도를 달구고 있다. 바로 이상일 감독(51·사진)의 ‘국보(国宝)’다. 23일 공개된 일본 개봉영화 순위에서 이 감독이 연출한 ‘국보’는 디즈니 영화 ‘릴로 & 스티치’를 제치고 흥행 선두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152만 명, 흥행 수익은 21억 엔(약 197억 원)이다. 6일 개봉한 ‘국보’는 첫 주에 3위, 둘째 주에 2위, 그리고 셋째 주에 1위로 올라섰다. 일본 영화 전문 매체 ‘영화닷컴’은 “‘국보’가 매주 더 좋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개봉 3주 만에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파크 라이프’로 아쿠타가와상(2002년)을 받은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가 아사히신문에 2017년 연재했던 동명 소설이 원작. 일본의 대표 미남배우로 꼽히는 요시자와 료(吉沢亮)가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5월 칸 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국보’는 야쿠자의 세계에서 태어났지만 가부키 배우 집에서 자라게 되면서 예술에 삶을 바친 주인공 기쿠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부터 고도 경제 성장기까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의 러닝타임은 175분에 달한다. 특히 일본 가부키 공연의 디테일을 영상에 유려하게 담아내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가부키 평론가인 야우치 겐지는 아사히신문에 “평소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각도에서 가부키를 즐길 수 있는 게 이 영화의 매력”이라며 “가부키의 베일을 벗기는 듯한 날카로운 영상”이라고 평가했다. 이 감독은 니가타 출신의 재일교포 3세로 1999년 감독으로 데뷔했다. 2007년 ‘분노’는 일본아카데미에서 13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애플TV+의 드라마 ‘파친코’ 시즌2를 연출하기도 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재일교포 감독이 일본의 전통 예술극인 가부키를 영화로 재해석한 작품이 일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열도를 달구고 있다. 바로 이상일 감독(51)의 ‘국보(国宝)’다. 23일 공개된 일본 개봉영화 순위에서 이 감독이 연출한 ‘국보’는 디즈니 영화 ‘릴로 & 스티치’를 제치고 흥행 선두에 올랐다. 일본 내 누적 관객수는 152만 명, 흥행 수익은 21억 엔(약 197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6일 일본에서 첫 개봉된 ‘국보’는 개봉 첫주에 3위에 그쳤지만 둘째 주에 2위, 그리고 이번 셋째 주에 1위에 올랐다. 입소문을 타고 순위가 상승하고 있는 것. 일본의 영화전문매체인 ‘영화닷컴’은 “국보가 매주 더 좋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개봉 3주 만에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파크 라이프’로 아쿠타가와상(2002년)을 받았던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가 아사히신문에 2017년 연재했던 동명의 소설이 원작. 일본의 대표 미남배우로 꼽히는 요시자와 료(吉沢亮)가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5월 칸 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국보’는 야쿠자의 세계에서 태어났지만 가부키 배우 집에서 자라게 되면서, 예술에 삶을 바친 주인공 키쿠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패전부터 고도경제성장기까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의 러닝타임은 175분에 달한다. 특히 일본 가부키 공연의 디테일을 영상에 유려하게 담아낸 것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가부키 평론가인 야우치 켄지는 아사히신문에 “평소 가부키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각도에서 가부키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며 “가부키의 베일을 벗기는 듯한 날카로운 영상”이라고 평했다. 이 감독은 일본 니가타 출신의 재일교포 3세로 1999년 감독으로 데뷔했다. 2007년 ‘분노’는 일본아카데미에서 13개상을 받는 등 일본의 대표 감독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에는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시즌2에 연출로 참여하기도 했다. 일본 관객 사이에서는 이 감독이 가부키를 그린 ‘국보’와 중국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이 1993년 경극을 소재로 만든 ‘패왕별희(覇王別姬)’와 비교하는 평가가 많다. 두 작품 모두 여장 남자로 무대에 서는 인물이 주인공이기 때문. 이 감독 또한 최근 현지 관객 인사에서 “학창 시절 중국 천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언젠가 이런 영화를 찍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가부키 영화를 찍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역사적인 참패를 당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이 22일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역대 최저인 21석을 얻는 데 그치자 일본 언론은 이런 평가를 내놨다. 도의회의 총 의석수가 127석인 것을 감안하면 자민당은 전체의 16.5%(21석)밖에 얻지 못한 것이다. 현재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이 확보한 의석(19석)을 합해도 31.4%에 그쳤다. 당장 다음 달 20일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중의원 과반 확보 실패에 이어 이번 도의회 선거 참패로 2연패를 당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이 지난해 10월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은 21석을 얻는 데 그쳤다. 기존 30석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9석을 한꺼번에 잃은 것. 이는 역대 최소였던 2017년의 23석보다 2석이 적은 역대 최악의 성적표다.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사진) 도쿄도지사가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도민퍼스트회는 기존 26석에서 5석 늘어난 31석을 획득해 자민당에 내준 도의회 1당 지위를 4년 만에 탈환했다. 공명당은 23석에서 4석 감소한 19석. 도민퍼스트회, 자민당, 공명당 등 ‘현 도지사 중심 세력’은 과반 의석수를 유지하게 됐다. 자민당 참패의 원인으로 고질적 병폐인 정치 비자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꼽힌다. 도쿄도의회의 자민당 회파(會派·의원 그룹)는 당 중앙 파벌과 마찬가지로 과거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주최하면서 수입 일부를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아사히신문의 출구조사에서 62%가 자민당 비자금 문제를 고려해 투표했다고 답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올 3월 초 자민당 초선 의원 15명과 회식을 하고 각각 10만 엔(약 94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돌린 게 알려져 사과했다.최근 1년 사이 2배나 오른 쌀값 등 고물가도 영향을 미쳤다. 이시바 총리는 전 국민에게 지원금 2만 엔(약 19만 원)을 지급하는 안을 참의원 선거 공약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았다.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14, 15일 실시한 공동조사에서 현금 지원에 대한 부정적 응답은 65.7%에 달했다. 이번 도쿄도의회 선거 결과가 다음 달 참의원 선거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도쿄도의회 선거는 향후에 치러질 전국 단위 선거의 선행 지표로 자주 꼽혀 왔기 때문이다. 2001년 자민당이 도의회 선거에 이어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했다. 2009년 야당이던 민주당도 도의회 1당으로 처음 올라선 뒤 다음 달 중의원 선거도 이겨 정권 교체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2017년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23석에 그치며 참패했지만, 그해 10월 총선에서는 자민당과 공명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반전에 성공한 적도 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역사적인 참패를 당했다.”일본 집권 자민당이 22일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역대 최저인 21석에 얻는 데 그치자 일본 언론은 이런 평가를 내놨다. 도의회의 총 의석수가 127석인 것을 감안하면 자민당은 전체의 16.5%(21석)밖에 얻지 못한 것이다. 현재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이 확보한 의석(19석)을 합해도 31.4%에 그쳤다. 당장 다음 달 20일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중의원 과반 확보 실패에 이어 이번 도의회 선거 참패로 2연패를 당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이 지난해 10월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23일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은 21석을 얻는 데 그쳤다. 기존 30석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9석을 한꺼번에 잃은 것. 이는 역대 최소였던 2017년의 23석보다 2석이 적은 역대 최악의 성적표다.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도민퍼스트회는 기존 26석에서 5석 늘어난 31석을 획득해 자민당에 내준 도의회 1당 지위를 4년 만에 탈환했다. 공명당은 23석에서 4석 감소한 19석. 도민퍼스트회, 자민당, 공명당 등 ‘현 도지사 중심 세력’은 과반 의석수를 유지하게 됐다.자민당 참패의 원인으로 고질적 병폐인 정치 비자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꼽힌다. 도쿄도의회의 자민당 회파(會派·의원 그룹)는 당 중앙 파벌과 마찬가지로 과거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주최하면서 수입 일부를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아사히신문의 출구조사에서 62%가 자민당 비자금 문제를 고려해 투표했다고 답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올 3월 초 자민당 초선 의원 15명과 회식을 하고 각각 10만 엔(약 94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돌린 게 알려져 사과했다.최근 1년 사이 2배나 오른 쌀값 등 고물가도 영향을 미쳤다. 이시바 총리는 전 국민에게 지원금 2만 엔(약 19만 원)을 지급하는 안을 참의원 선거 공약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았다.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14, 15일 실시한 공동조사에서 현금 지원에 대한 부정적 응답은 65.7%에 달했다.이번 도쿄도의회 선거 결과가 다음 달 참의원 선거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도쿄도의회 선거는 향후에 치러질 전국 단위 선거의 선행 지표로 자주 꼽혀 왔기 때문이다. 2001년 자민당이 도의회 선거에 이어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했다. 2009년 야당이던 민주당도 도의회 1당으로 처음 올라선 뒤 다음 달 중의원 선거도 이겨 정권 교체에 성공한 바 있다.하지만 2017년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23석에 그치며 참패했지만, 그해 10월 총선에서는 자민당과 공명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반전에 성공한 적도 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한일 관계는 상당히 안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진행됐다. 다만 앞으로 이런 기조가 이어질지는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 일본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52‧정치학‧한반도연구센터장)는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새로 만들어가는 한일 관계의 분위기에 이렇게 평했다. 일본 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과거 대일 강경 발언을 조명하며 취임 후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양국 정상이 한목소리로 협력 강화 의사를 밝히면서 일단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것이다. 특히 니시노 교수는 “앞서 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음으로 이시바 총리와 통화를 한 것이 향후 한일 관계의 좋은 신호가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진보정권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일본보다 중국 정상과 먼저 통화했던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이 일본을 먼저 찾은 것이 일본에 큰 긍정적인 메시지를 줬다는 것이다. 13일 도쿄 미나토구의 게이오대에서 니시노 교수를 만나 앞으로의 한일 관계, 대북 관계, 그리고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의미와 과제들을 들어봤다. 또한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이 이달 초 실시한 공동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의견도 함께 들어봤다. -이재명 정부 들어 한일 관계 어떻게 보고 있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일 관계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걱정하는 의견이 많았다. 과거 발언들도 조명됐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취임 후 처음 메시지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전화통화를 비롯한 초반 상호를 향한 메시지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이 대통령이 ‘실용 외교’를 표방하고 있는데 “제가 이해하기에는 실용 외교는 어떤 특정한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그런 외교로 보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상당이 유연한 외교를 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외교 안보에는 어느 정도 일관성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특정 이념에 구애받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딱히 향후 정해진 방향이 없다는 것도 의미하는 것 같다. 일단 이 대통령 취임 후 한일 관계에 있어서 출발은 아주 좋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다만 이 기조가 계속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엄혹한 국제 정세 때문에 한일 협력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도 있다“지금의 엄중한 국제 정세, 그리고 그 속에서 미국은 한일, 한미일 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지금의 한일 관계 협력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일 관계는 외교 문제뿐만 아니라 양국의 국내 정치하고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어떻게 보면 국내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양국의 지도자는 그 점에서 국내 정치 상황을 주의 깊게 봐가면서 한일 관계를 잘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모두 이런 점을 잘 인지하고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동아일보-아사히신문사의 공동여론조사 결과 한일 간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양국 국민 모두에게서 절반을 넘겼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수평적으로 대등한 관계로 보는 시각이 확산된 것 같다. 특히 그런 생각은 젊은 세대에서 더욱 일반적인 생각이 된 것 같다. 과거 60년과는 달라진 한일 간에 수평적이고 대등한 파트너 관계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고, 그런 단계에 진입했다고 본다.”-여전히 한일 간에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식 차는 확인됐다 “현실적으로 한일 간에 놓여진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사라지 않았고 현안 문제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한일은 과거사 문제로 인해 지소미아 종료 논란 같은 안보 문제가 발생했고, 인적, 문화적 교류까지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 구조를 확인했다. 국민도 확인했고, 지도자들도 그런 점을 확인했다. 이제는 과거사 문제가 미래 한일 관계를 지배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과거 문제와 미래 협력을 별도로 진행하는) 투트랙 접근법으로 나가야 한다.”-과거 한국에서는 ‘노 재팬(NO JAPAN)’, 일본에서는 ‘혐한’ 논란이 뜨거웠던 적도 있었다“한일이 과거 10년 동안 서로의 관계에 대해 여러 학습을 했으니까 조금 더 안정적인 관계로 나가지 않겠나는 그런 기대를 해본다. 일본의 경우 지금은 혐한 얘기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한일 관계가 안 좋아지만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다. 다만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민주사회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다만 혐한 같은 주장은 일본 사회 주류의 목소리는 아니고 극단적 주장일 뿐이다. 양국에서 나오는 극단적인 주장을 주류의 목소리처럼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설문 답변에서 한일이 경제 부분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양국 국민들이 협력 목소리를 내면서 양국 정부가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으로 봤을 때,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쉽다고 생각을 할 수 있는 경제 영역을 보더라도 쉽지만은 않은 문제다. 한일은 이제 국제 경제에서 치열히 경쟁하는 상대 국가다. 서로 견제를 하면서 협력을 한다는 것은 말하기는 쉽지만 행동으로 진행하기에는 쉽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고 또한 비슷한 경제 구조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협력을 해나갈 것인가라는 부분에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한국인을 상대로 한 별도 조사에서 ‘일본과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왔다“과거의 한일 관계나 오랜 동안 이어져왔던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감안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일 안보 협력은 지금까지 주로 한미일 3자의 틀 안에서 잘 이뤄져왔다. 앞으로 한일 양자 안보 협력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여러 과제가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양국이 신중한 자세로 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하반기 8․15 광복절(일본에서는 종전 선언일)도 있고, 지난해 논란이 됐던 사도 광산 추도식도 치러야 하는데“한일 정상 간 시작은 좋다고 할 수 있으나 현안은 계속 남아있다. 그런 문제들이 한일 관계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갈등을 최소화하도록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종전선언일 관련해 한일 지도자가 내는 메시지들이 상대를 향한 잘못된 시그널이 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도 광산 추도식이나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이 종료되는 것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것들이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한일 모두 잘 알고 있다. 이미 인지하고 있는 문제니까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한일 정상 간 개인적인 케미스트리는 어떻다고 보나“내가 보기에는 이 대통령은 그런 친화적인 장면을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지도자라고 본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그렇지는 않다. 사교적인 스타일은 아니고 다른 나라 정상하고 사진을 찍을 때도 잘 웃지 않는 스타일이다. 특별히 나쁜 의미는 아니고 그냥 특징이 그렇다. 이시바 총리를 앞서 몇번 만나봤지만 만사에 본인의 생각을 진지하게, 진솔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다. 이시바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큰 만큼 그런 생각이 통하리라고 생각한다.”-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됐다. 향후 한일 관계는 어떤 관계가 돼야 한다고 보나 “과거 60년을 보면 역시 양적인 변화가 많이 생겼다. 양국 간 한해 교류 인원만 1200만 명이 넘는 시대가 됐다. 이제 한일 관계의 영역은 과거 정치, 외교에 국한돼 있었는데 지금은 안보도 그렇고 인적 교류도 그렇고 한일 관계가 상당히 다방면에 다층적인 관계가 됐다. 이제는 보다 질적인 의미에서 보다 성숙되고 풍부한 관계로 전환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한일 양국은 인구 동태 등도 유사한 면이 많은데 저출산고령화가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협력 가능성도 찾아야할 때다. 한일 관계가 양적인 것에서 질적으로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양국 관계를 이끌어나갈 인재를 많이 키울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에서 서로를 향한 인식은 많이 좋아졌으나 그런 것은 엄연히 문화적인 부분에 그치는 것이고, 전체적으로 양국 관계를 잘 이끌어나갈 인재를 키워야 양국의 장래가 더 밝아질 것으로 본다.”-한국의 국내 문제, 정확하게는 남북 문제도 묻고 싶다. 최근 한국이 대북 방송을 중단했고, 북한도 대남 방송을 중단한 기류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북 친서를 보냈다는 얘기도 나왔다. 최근 북한 관련 기류 어떻게 보나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관심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이재명 정부가 남북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2~3년 사이에 계속 얘기하고 행동했던 그런 것을 본다면은 미국이나 한국이 바라는 방향으로 북한이 움직인다고는 적어도 가까운 시일 내에는 생각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올해는 북한 내부적으로 5개년 경제 계획 추진 마지막해여서 앞서 김 위원장이 약속한 여러 과제들을 완성시키는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 북한에 필요성이 생긴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본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한일 관계에서 최근 가장 활발하게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부문으로는 문화 분야가 꼽힌다. 한국에선 일본의 대중문화 수입을 법으로 규제하다 1998년부터 순차 개방에 나섰다. 만화와 게임을 넘어 이제는 일본의 대중가수가 한국에서 대형 콘서트를 열 정도로 일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상태다. 일본에선 2003년 드라마 ‘겨울 연가’가 흥행하며 한류 붐을 이끌었고, 드라마와 음악을 넘어 음식, 패션, 미용 등으로 한류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이번 조사에선 상대방 문화에서 가장 관심 있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 ‘음식 문화’가 한국(41%)과 일본(35%) 모두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어 한국에선 일본의 드라마나 애니메이션(17%), 스포츠(12%), 음악, 패션이나 미용(이상 6%) 순이었다. 일본에선 한국의 드라마나 애니메이션(19%), 패션이나 미용(15%), 음악(12%), 스포츠(7%) 순으로 관심이 높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보편화되면서 상대국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등을 손쉽게 접하게 된 게 문화 교류를 활발히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상대국 음식을 어느 정도 섭취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에선 일본 요리를 ‘자주 먹는다’(9%)와 ‘가끔 먹는다’(47%) 답변이 과반(56%)이었다. 일본에선 한국 요리를 ‘자주 먹는다’(8%)와 ‘가끔 먹는다’(39%)는 답변이 절반에 육박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19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이 엄중함을 더해갈수록 서로가 손잡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도쿄 지요다구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기념 리셉션에서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일 양국 간에 여러 국면이 있었으나 항상 폭넓은 교류가 꾸준히 이뤄져 왔다”면서 “지난 60년간의 관계는 양국 국민에 의해 지탱돼 왔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6월 22일 ‘한일 기본관계 조약’ 서명을 계기로 국교 정상화의 첫발을 뗐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과 한국은 그동안 구축해 온 다양한 협력에 더해 출산율 저하, 인구 감소 그리고 지방 활성화 필요성 등 많은 공통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은 서로의 다양한 지혜와 지식을 공유해 협력할 수 있는 분야, 앞으로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분야가 상당히 많다”며 “일한(한일) 협력의 지평을 더욱 넓히면서 지금까지 이어 온 교류의 바통을 확실하게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17일(현지 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가진 첫 한일 정상회담 등을 언급하며 “앞으로 일한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서로의 생각을 맞춰 가면서 아주 좋은 뜻깊은 논의를 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전날 오후 10시경 캐나다에서 귀국했고, 만 하루도 안 돼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16일 서울에서 열린 일본 주최 행사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일정과 겹쳐 영상 축사를 했다. 양국 참석자들은 한일 관계 발전을 기원했다.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지난 60년간의 한일관계는 성장, 성취, 성공의 역사”라며 “우호적인 한일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주호영 국회 부의장은 역사 문제 등 현안이 있다고 언급한 뒤 “중요한 것은 과거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60주년을 계기로 양국 간 상호 이해, 우호 친선에 이바지하는 흐름이 양국을 협력의 지평으로 이끌고 한일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는 건배사에서 “총리 재임 2년 동안 12번의 한일 회담을 했다”면서 “한일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간곡히 기원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 측에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중의원 의장,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외상,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재무상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인 민홍철 의원 등 국회의원 10여 명이 참석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양국 국민은 서로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북-중-러 밀착 등으로 안보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아시아의 대표적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이에 대응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한일 간 방위 협력’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한국에선 60%, 일본에선 56%가 ‘강화해야 한다’고 답해 모두 절반을 넘겼다. 한반도 식민 지배, 독도 영유권 분쟁 등으로 일본과의 안보 협력에 부정적이었던 한국에서도 이제는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연령이나 성별과 상관없이 절반을 넘기며 고른 지지를 얻었다. 연령별로는 18∼29세에서 68%, 70대 이상도 67%로 세대별 차이가 별로 없었다. 성별로는 남성 61%, 여성 57%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방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전 연령대에서 절반을 넘어섰고, 18∼29세에선 60%로 가장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 59%, 여성 53%로 조사됐다. 과거 한일 간 안보 협력은 예민한 주제였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 수출 규제에 나서자 문재인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의사를 밝혔다가 논란이 커지자 조건부로 유예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과의 안보 협력은 한국에서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지만 안보 강화를 위한 선택지로 꼽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이는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에 대한 양국 국민의 위협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의 핵 개발에 어느 정도 불안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매우 불안하다’(25%), ‘어느 정도 불안하다’(27%) 등 불안을 느낀다는 비율이 52%로 집계됐다. 일본에서는 ‘매우 불안하다’(41%)와 ‘어느 정도 불안하다’(41%)의 비율을 합하면 82%에 달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과 북한의 핵 협상이 결렬된 후 북핵이 질적, 양적으로 고도화된 것에 대한 한일 국민의 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한국에서만 조사를 진행한 ‘북-중-러가 밀착하는 가운데 한일 간 안보 협력은 어떻게 진행돼야 하나’란 질문에도 ‘강화하는 것이 좋다’가 58%였다. 이어 ‘현재 수준이 좋다’(30%), ‘약하게 하는 것이 좋다’(9%), ‘기타·대답 없음’(3%) 순이었다. 지난해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돕기 위해 1만1000명 규모의 군대를 파병하는 등 북-러가 군사적 혈맹 관계에 접어든 상황이다. 또 미중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2023년 이후 매해 핵탄두를 100개씩 늘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한국에서 또 한번 뚜렷해진 것을 엿볼 수 있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22일)을 맞아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 양국이 가장 협력해야 할 분야로 한국인들은 ‘경제’를, 일본인들은 ‘안보’를 각각 꼽았다. 북-중-러 밀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안보 불안이 커지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 등 경제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관련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한일 간에 가장 협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 한국은 경제(37%)를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역사 문제(28%), 안보(20%), 저출산고령화 대책(12%) 순이었다. 일본에선 안보(34%)에서 우선 협력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경제(28%), 역사 문제(24%), 저출산고령화 대책(8%) 순이었다.‘한일 간 방위 분야 협력을 강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한국에선 60%, 일본에선 56%로 양국 모두 반수를 넘었다. 반면 방위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한국 37%, 일본 30%였다. 서로의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 ‘좋다’는 응답이 한국에선 23%, 일본에선 19%가 나왔다. 이는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이 10년 전인 2015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보다 한국은 18%포인트, 일본은 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19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이 엄중함을 더해갈수록 서로가 손잡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도쿄 지요다구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기념 리셉션에서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일 양국 간에 여러 국면이 있었으나 항상 폭넓은 교류가 꾸준히 이뤄져 왔다”면서 “지난 60년 간의 관계는 양국 국민의 의해 지탱되어 왔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6월 22일 ‘한일 기본관계 조약’ 서명을 계기로 국교 정상화의 첫발을 뗐다.이시바 총리는 “일본과 한국은 그동안 구축해 온 다양한 협력에 더해 출산율 저하, 인구 감소 그리고 지방 활성화 필요성 등 많은 공통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은 서로의 다양한 지혜와 지식을 공유해 협력할 수 있는 분야, 앞으로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분야가 상당히 많다”라며 “일한(한일) 협력의 지평을 더욱 넓히면서 지금까지 이어온 교류의 바통을 확실하게 다음 세대에 넘겨주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가진 첫 한일 정상회담 등을 언급하며 “앞으로 일한(한일)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서로의 생각을 맞춰가면서 아주 좋은 뜻깊은 논의를 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전날 밤 10시경 캐나다에서 귀국했고, 만 하루도 안돼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16일 서울에서 열린 일본 주최 행사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일정과 겹쳐 영상 축사를 했다.양국 참석자들은 한일 관계 발전을 기원했다.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지난 60년간의 한일관계는 성장, 성취, 성공의 역사”라며 “우호적인 한일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주호영 국회 부의장은 역사문제 등 현안이 있다고 언급한 뒤 “중요한 것은 과거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라고 제언했다.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60주년을 계기로 양국 간 상호 이해, 우호 친선에 이바지하는 흐름이 양국을 협력의 지평으로 이끌고 한일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는 건배사에서 “총리 재임 2년 동안 12번의 한일 회담을 했다”면서 “한일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간곡히 기원한다”고 했다.이날 행사에는 일본 측에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중의원 의장,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외무상,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재무상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인 민홍철 의원 등 국회의원 10여명이 참석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밤 하면 떠오르는 충남 공주 정안 밤은 지금도 수십 곳에서 재배돼 해마다 수백 t이 생산 판매되는 지역 대표 품목이다. 강원 양양 송이버섯도 마찬가지다. 가을이면 첫 송이 채취 일정이 뉴스에 오를 만큼 ‘양양=송이’라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각인돼 있다. 경남 산청 곶감, 경북 문경 오미자, 강원 태백 곰취, 홍천 잣, 경북 울릉도 삼나물 등도 각 지역을 상징하는 임산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먹거리 임산물은 최근 ‘숲푸드’라는 이름 아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역성과 건강성을 갖춘 식재료라는 점에서다. 코로나19 이후 식생활이 건강 중심으로 바뀌며 숲에서 온 자연 먹거리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손요환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숲푸드는 건강한 먹거리일 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도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숲푸드로 등록된 임산물 품목은 약 200개. 이를 2030년까지 1500개로 확대하고 임업인 가구의 평균 소득도 765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에서 재배하거나 채취해 단순 가공한 뒤 유통되는 구조인 만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유통망과 안정적인 소비처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가 공동 상표 ‘숲푸드’를 중심으로 품질 인증과 브랜드 신뢰도 강화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숲푸드 산업의 확산은 단순한 특산물 유통을 넘어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절반이 넘는 121곳(53%)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특히 임산물 주산지인 농산어촌 지역은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이 겹쳐 공동체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공주 정안면, 문경 동로면, 양양 현남면 등지에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0%를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숲푸드는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청년 인력 유입과 안정적 생계 기반을 마련할 산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규모 가공시설, 체험형 재배장, 지역 축제 연계 상품 등 확장 가능성도 크다.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시작됐다. 올해부터 분기별로 ‘숲푸드 위크’가 열리고 있다. 올 2월 서울 도심 백화점 식품관에선 곰취 두릅 더덕 등 봄철 나물이 전시됐고, 임업인들은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며 일부는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를 병행했다. 산림청은 식목일(4월), 임업인의 날(11월) 등 주요 계기에 맞춰 지역 축제와 연계한 소비 촉진 행사도 확대할 방침이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임산물 소비가 늘어나면 산림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고, 지속 가능한 보전도 가능해진다”며 “숲푸드는 건강한 식재료이자 지역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먹거리”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산에서 키운 먹거리에는 옹골찬 산기운이 스며 있는 것 같아요. 속이 꽉 찬 알밤처럼 실속 있고, 산을 가꾼 덕에 산 생태계도 더 좋아진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지난달 26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행정리 학성산에서 만난 조환웅 씨(75)는 초록빛 밤나무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축구장(7140m²) 17개 규모인 12.5ha 산자락에 밤나무 6000그루를 키우고 있다. 1998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처음엔 ‘왜 젊은 나이에 낙향하느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밤 재배로 생계를 꾸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연평균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산림 임업인이 됐다. 밤, 도라지, 더덕, 표고버섯 등 임야에서 자라는 먹거리 임산물, 이른바 ‘숲푸드’는 최근 건강한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임산물이 생산성과 경제성이 낮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유통, 가공, 체험 관광 등과 연계되며 지역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숲을 가꾸는 과정에서 생태계도 함께 살아나면서 사람과 자연, 지역이 함께 발전하고 상생하는 ‘그린 시프트’의 한 축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밤-오갈피 재배로 연간 억대 매출조 씨는 3대째 임업을 이어온 산주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물려주신 산을 잘 가꾸면서 안정적인 수익도 내고 싶었다”며 낙향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다양한 나무가 뒤섞인 숲에선 밤나무가 제대로 자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 씨는 밤나무 1500그루를 새로 심고, 다른 나무를 솎아내 밤나무의 생육 환경을 개선했다. 가지치기와 맹아 제거로 수형(樹形)을 다듬고, 숲길(임도)을 내 트랙터가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작업 효율이 높아지고 생산성도 올라 지금은 밤나무가 6000그루로 늘었다. 실제 지난달 26일 방문한 조 씨의 해발 300m 밤나무 산에선 폭 3m 넘는 임도가 10km 이상 이어졌다. 조 씨는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유박비료를 사용하고, 해충 방제도 친환경 방식으로 한다. “토양이 건강해야 밤도 건강하게 자란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렇게 가꾼 숲에서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며 생태계도 함께 살아나고 있다. 숲길이 정비되면서 산불과 병해충 대응도 빨라졌다. 이곳에서 생산된 밤은 선물용부터 떡, 젤리, 양갱, 술 원료까지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조 씨는 “산에서 자란 밤은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강원 평창군에서 4.3ha 오갈피 숲을 가꾸는 안수예 씨(67)도 숲푸드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 2004년 평창군의 한 야산을 임차해 오갈피를 재배하기 시작한 그는 평지보다 숲에서 자란 오갈피가 더 향과 성분이 뛰어나다는 점에 주목해 재배지를 숲으로 옮겼다. 안 씨는 “실제 숲에서 자란 오갈피에서 간 해독에 효과적인 성분 ‘키사노제닌’이 검출됐다”며 “숲에서는 나무들이 경쟁하며 자라 생존력이 강하고 효능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퇴비와 미생물 기반의 친환경 재배를 고수하고 있으며, 지역 60, 70대 주민 10여 명도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오갈피만으로 연간 5억 원의 소득을 올리는 그는 최근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오갈피 육수도 개발했다.● 건강 먹거리, 6차 산업으로임산물은 농작물보다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건강과 자연 친화적 소비가 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미자 오갈피 같은 약용식물은 2023년 6470억 원어치 생산돼 전년보다 553억 원 늘었고, 더덕 고사리 같은 산나물도 4703억 원 규모로 751억 원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숲푸드’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먹거리 임산물 시장 확대에 나섰다. 2023년 기준 숲푸드 생산액은 1조93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763억 원 증가했다. 수출도 2024년 약 6124억 원에 달한다. 밤은 미국, 대만, 프랑스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산림청에 숲푸드로 등록하면 3년간 전용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산주는 산림청의 단기소득임산물 지원 사업 같은 보조 사업에서 가점도 받을 수 있다. 6월 기준 숲푸드는 밤, 도라지, 산수유, 송이버섯 등 91종이다. 전국에서 67명의 산주가 202개 품목을 등록했다. 숲푸드는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산촌 지역에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121곳(53%)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고, 임산물의 주요 산지인 산촌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준순 강원대 산림경영학과 교수는 “숲푸드는 생산, 유통, 가공, 체험 관광까지 연계한 6차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며 “산주 본인에게 보탬이 될 뿐 아니라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 유입도 이끌 수 있어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가 16일(현지 시간) 캐나다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관세 협상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양 정상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30분간 회담을 가졌다고 아사히신문과 NHK 등이 보도했다. 회의에서는 미국의 관세 조치가 논의됐지만 정상 간 합의 도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내달 20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G7을 전후로 한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에 의욕을 보였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대면 회담은 이번이 두 번째이며, 올해 2월 이후 4개월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좋았다”고 짧게 답했다. 이시바 총리는 “매우 솔직한 대화를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시바 총리는 “양측의 인식이 일치하지 않는 점이 남아 있어 패키지 전체로서의 합의에는 다다르지 못했다”며 “담당 각료 간 협의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관세 합의 시기에 대해서 이시바 총리는 “언제라고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주일미군 주둔경비 문제에 관한 질문에는 “오늘 다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와 관련 부품에 25%, 철강·알루미늄에 5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이와는 별도로 국가별 상호관세도 책정했는데 일본 제품에는 24% 관세가 부과된다. 일본은 상호 관세는 물론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도 모두 철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신 일본은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대미 투자액 증대, 방위비 지출액 증가, 조선업 협력 등 ‘패키지 딜’을 준비했지만 미국은 관세 인하엔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