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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papa·교황) 프란치스코, 그라치에(grazie·고맙습니다)!”26일 오전(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주변 시내엔 약 40만 명이 운집해 애도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20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장례미사 직후 이탈리아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으로 운구되자, 세계에서 모여든 추모객들은 슬픔에도 감사를 표하며 가는 길을 축복했다.‘빈자(貧者)들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가 이날 오전 10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됐다. 교황의 유언대로 장식 없는 십자가 문양만 새겨진 목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박수로 교황을 맞았다. 장례미사는 입당송(入堂頌)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를 시작으로 기도와 성경 강독, 성찬 전례, 고별 예식 순으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미사를 주례한 추기경단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교황은 당신의 허약함과 고통의 막바지에도, 지상의 삶 마지막 날까지 자기 봉헌의 길을 따르고자 하셨다”며 “이제 우리는 사랑하는 그의 영혼을 하느님께 맡겨 드린다”고 애도했다.이날 미사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170여 개국 지도자 및 대표단이 참석했다. 한국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끄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과 염수정 추기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등이 참석했다.교황청은 이날 공식 추모 기간인 ‘노벤디알리(Novendiali·9일간의 의식)’를 선포했다. 9일 동안 매일 추모 기도회가 이어지며, 교황의 묘는 27일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는 이르면 다음 달 5일 시작될 예정이다.“그라치에 파파”… 40만명 배웅속 ‘포프모빌’ 타고 소박한 작별[프란치스코 교황 영면]“교황,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에 관심”… 삼중관 대신 아연 덧댄 목관 입관시민 배웅 위해 사람 걷는 속도 이동… 교황 요청에 난민-노숙인 등이 맞이“교황께서 그토록 사랑했던 어머니(성모 마리아) 품에 안기시는 마지막 여정은 그가 평생 사랑했던 가난한 이들의 배웅을 받는 아름다운 이별이었다.”(베노니 암바루스 이탈리아주교회 주교)26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장례미사가 끝나자, 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작고 아담한 흰색 무개차(無蓋車)였다.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즐겨 탔던 ‘포프모빌(Popemobile)’이다. 40만 명이 모여든 마지막 가는 길도 교황은 평소와 다름없이 소탈한 행보였다. 로마 경찰의 호위 외엔 앞뒤로 각각 2대씩의 의전 차량만 따를 뿐이었다.관이 운구되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앞에서는 허름한 옷차림으로 흰 장미꽃을 든 40여 명이 교황을 맞이했다. 모두 난민이나 죄수 출신이거나 노숙자인 이들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마지막 조의를 표하도록 해 달라”는 교황의 생전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영원한 행복을 주시길”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장례미사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신자 등 25만여 명과 로마 시민 등 40만여 명이 참석했다. 추기경 220명과 주교 750명, 사제 4000여 명이 참석해 교황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순례자와 난민부터 세계의 유력 지도자와 왕족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추모객들이 몰려들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모든 사람에게 열린 마음을 지닌, 모든 이들의 교황이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전했다.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강론에서 “교황님께서 지상에서 영원으로 건너가신 이후 지난 며칠 동안 우리가 목격한 넘쳐나는 사랑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얼마나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에 감동을 주었는지 말해 준다”고 했다. 그는 “교황은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기까지 당신 양들을 사랑하신 착한 목자이신 주님의 발자취를 따르셨다”며 “모든 이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열망하셨으며,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두드러진 관심을 기울이셨고, 특히 우리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 소외된 이들에게 그렇게 하셨다”고 했다.50년 가까이 교황청에서 재직한 레 추기경은 다음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의 수장이기도 하다. 다만 91세의 고령으로 투표권은 없다. 차기 교황 선출권은 80세 미만의 추기경에게만 주어진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마지막 길역대 교황의 경우, 장례미사를 마친 뒤엔 사이프러스와 아연, 참나무 등 세 겹으로 된 삼중관 입관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장례 예식을 개정해 삼중관 대신 아연으로 내부를 덧댄 목관 하나만 쓰도록 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의 목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재위 기간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돼 넣어졌다.장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가는 운구 차량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교황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사람이 걷는 속도로 천천히 이동했다. 20여 분이 지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도착한 교황의 관은 구약성서 시편을 노래한 그레고리안 성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안으로 들어갔다. 교황의 묘는 유언대로 성모 성화 ‘로마인들의 구원’이 걸려 있는 파올리나 경당과 스포르차 경당 사이에 마련됐다. 비석엔 ‘프란치스쿠스(Franciscus)’라는 라틴어 이름과 십자가 모양만 새겨졌다.하관 의식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탈리아 매체들은 “다시 한번 성수가 뿌려지고, 매장이 이뤄졌다. 대성전 공증인이 매장 사실을 증명하는 공식 문서를 작성해 참석자들 앞에서 낭독하고, 추기경들과 전례 담당 고위 성직자들이 서명하면서 의식은 끝을 맺었다”고 전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이 한때 점령했던 남서부 쿠르스크주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쿠르스크주 탈환 과정에서 북한군이 러시아를 도왔다며 북한군의 파병 사실 또한 시인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파병 사실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양국의 군사 협력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만큼 다음 달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화상 회의 때 “쿠르스크 해방 작전이 완료됐다. 7만60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군이 죽거나 다쳤다”고 보고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마지막까지 점령했던 쿠르스크주 고르날을 해방시켰다며 “우크라이나가 패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서방의 장비를 제공받은 우크라이나군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것은 러시아의 모든 전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치하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특히 “쿠르스크 해방 작전에 참여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며 북한군의 파병 사실과 기여를 설명했다. 그는 “북한군은 양국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군 침투 부대 격파에 상당한 지원을 제공했다”며 “러시아 군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투 임무를 수행했고 높은 전문성, 인내심, 용기와 영웅심을 발휘했다”고 추켜세웠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27일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 ‘동지들’이 보여준 연대는 양국 관계의 높은 동맹 수준을 보여준다. 양국 관계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은 “상황이 어렵지만 여전히 쿠르스크에 진지를 유지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주장을 부인했다. 러시아는 그간 쿠르스크 탈환에 상당한 공을 들여 왔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정세가 향후 미국이 주도해 온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미국은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우리는 빠지겠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이 한때 점령했던 남서부 쿠르스크주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쿠르스크주 탈환 과정에서 북한군이 러시아를 도왔다며 북한군의 파병 사실 또한 시인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파병 사실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양국의 군사 협력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만큼 다음 달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화상 회의 때 “쿠르스크 해방 작전이 완료됐다. 7만60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군이 죽거나 다쳤다”고 보고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마지막까지 점령했던 쿠르스크주 고르날을 해방시켰다며 “우크라이나가 패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서방의 장비를 제공받은 우크라이나군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것은 러시아의 모든 전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치하했다.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특히 “쿠르스크 해방 작전에 참여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며 북한군의 파병 사실과 기여를 설명했다. 그는 “북한군은 양국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군 침투 부대 격파에 상당한 지원을 제공했다”며 “러시아 군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투 임무를 수행했고 높은 전문성, 인내심, 용기와 영웅심을 발휘했다”고 추켜세웠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27일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 ‘동지들’이 보여준 연대는 양국 관계의 높은 동맹 수준을 보여준다. 양국 관계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은 “상황이 어렵지만 여전히 쿠르스크에 진지를 유지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주장을 부인했다. 러시아는 그간 쿠르스크 탈환에 상당한 공을 들여 왔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정세가 향후 미국이 주도해 온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미국은 “협상의 진전이 없다면 우리는 빠지겠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2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거행된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검은색 정장·넥타이 차림의 세계 정상들 사이에서 홀로 푸른 정장·넥타이를 택해 눈길을 끌었고, “자리가 권력”이라는 주장대로 맨 앞줄을 차지했다.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지각하는 바람에 교황의 관이 봉인된 후에야 이탈리아에 도착해 조문을 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교황의 장례식에 푸른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해 이목을 끌었다. 바티칸 복장 규정에 따르면 장례식에서 남성은 어두운 정장에 긴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재킷 왼쪽 옷깃에 검은색 단추를 달아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검은색 정장으로 복장 규정을 지킨 세계 정상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푸른 정장은 눈에 띄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드레스 코드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기준의 경계에 있었다. 온통 검은색과 붉은색뿐인 장례식장에서 간판처럼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교황과는 2017년 5월 단 한 차례 만났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그의 강력한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면서 “다리를 짓는 게 아니라 벽만 쌓을 생각만 하는 이는 그가 어디에 있든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라고 반박했다. 이번 장례식 미사를 집전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교황의 이 발언을 다시 한번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교황과 대립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에서 맨 첫 줄을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부동산에서도, 정치나 삶에서도 자리가 전부”라는 지론을 펼치며 공식 행사서 미국 정상의 자리 배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서 뒷줄에 배정받자 “미국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장례식에서는 에스토니아, 핀란드 정상 사이 첫 줄을 차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리에 매우 신경 쓰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줄을 차지해 기뻐보였다”고 전했다.한편 교황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대통령은 이탈리아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성 베드로 대성당 조문을 하지 못해 비판받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헤럴드는 25일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이 존경하는 스페인 경제학자의 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는 바람에 이탈리아 출발이 2시간 연기돼 교황의 관이 닫힌 후에야 이탈리아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바티칸이 초청한 대로 도착했을 뿐”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기자들을 향해 “심각한 지능지수(IQ) 저하를 가진 놈들”이라고 비난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 행보에 대해 “악마의 대리인” “좌파 공산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다만 취임 후에는 “그의 친절과 지혜를 알게됐다”고 했고, 교황 선종 후에는“역사상 가장 중요한 아르헨티나인”이라고 부르며 7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국세청장 인사 문제로 백악관에서 심한 욕설을 주고 받으며 충돌했다고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모습을 당시 대화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17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 회의에 두 사람이 참석한 가운데 베선트가 DOGE의 예산 삭감 실적이 부진하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머스크는 베선트를 “소로스의 대리인”이라고 깎아내린 뒤 “(베선트가) 실패한 헤지펀드를 운영했다”고 조롱했다. 헤지펀드 운영자 출신인 베선트는 세계적인 헤지펀드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 밑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소로스는 민주당에 거액을 기부한 전력이 있어 공화당 일각에선 소로스의 오른팔이던 베선트에 대해서도 비판과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백악관 회의 목격자들은 “두 사람이 오벌 오피스에서 신체적 접촉은 없었지만 (싸움을) 대통령이 목격했고, 이들이 웨스트윙 복도에서 다시 언쟁을 벌였다”며 “두 억만장자 중년 남성이 복도에서 프로레슬링(WWE)을 하듯 싸웠다”고 했다. 한 소식통은 “언쟁에 ‘F’가 들어간 욕설이 난무했다. 베선트가 욕을 하자 머스크가 ‘더 크게 말해 보라’고 응수했다”고도 했다. 보좌관들이 두 사람을 떼어 놓고 나서야 싸움은 끝났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중이던 멜로니 총리도 이를 목격했다. 액스오스 등 미 언론은 두 사람의 갈등이 국세청장 인선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머스크가 베선트와 상의 없이 국세청 내부 인사인 게리 섀플리를 국세청장 직무대행으로 대통령에게 추천해 관철시켰다는 것. 국세청은 미 재무부의 산하 기관이다. 이에 마이클 폴켄더 재무차관을 국세청장에 앉히려고 한 베선트가 “머스크가 내 등 뒤에서 일을 꾸몄다”며 격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만에 인사를 번복해 폴켄더를 국세청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일단 베선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액시오스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다툼”이라고 분석했다. 또 백악관 관계자는 “베선트가 이번 라운드에선 이겼지만 누구도 머스크 같은 사람을 적으로 삼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며 백악관 인사들이 이들의 싸움을 주목하고 있다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이에 대해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 참모진과 내각 사이에 때때로 의견 불일치가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건강한 토론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권자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백악관에서 욕설을 섞어 크게 다투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고 액시오스가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싸움의 발단은 미 국세청장 인선이었다. 머스크가 국세청장 인사에 입김을 발휘해 국세청 내부 인사인 게리 섀플리를 임시 국장으로 밀어줬고, 백악관이 이를 받아들였는데 국세청 상위기관장인 베센트 장관이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 이 자리에 마이클 폴켄더 재무부 차관을 임명하려던 베센트 장관이 격분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해 인사를 번복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이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마주하게 된 두 사람은 회의에서부터 으르렁댔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DOGE의 예산 삭감 실적 부진을 지적했고, 머스크는 베센트를 “실패한 헤지펀드 운영자”라고 비난했다. 목격자들은 “오벌 오피스에서 신체적 접촉은 없었지만 (싸움을) 대통령이 목격했고, 이들은 복도로 나가서 다시 언쟁을 벌였다” “두 억만장자 중년 남성이 웨스트윙 복도에서 WWE(프로레슬링)하듯 싸웠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언쟁에서는 ‘F’ 욕설이 난무했다. 베센트가 욕설을 하자 머스크가 ‘더 크게 말해보라’고 응수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보좌관들이 두 사람을 떼어놓고 나서야 싸움이 끝났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중이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 광경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액시오스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다툼”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싸움에 대해 “온순하고 점잖은 성격의 베센트이지만 그도 한계가 있고, 포효할 줄도 안다”고 그의 측근은 평가했다. 한 소식통은 액시오스에 “베센트가 이번 라운드에서는 이겼지만, 누구도 머스크같은 사람을 적으로 삼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며 백악관 관계자들이 이들의 싸움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두 사람 간의 다툼에 대한 보도에 “대통령 참모진과 내각 사이에 때때로 의견 불일치가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건강한 토론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권자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나를 광장으로 다시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기 전날인 20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마지막으로 신자들을 만난 뒤 자신의 건강관리 보좌관이자 간병인인 마시밀리아노 스트라페티에게 건넨 말이다. 22일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마지막 하루를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일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부활절 축복 메시지를 전한 뒤 바로 앞 광장에 모인 5만여 명의 신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폐렴으로 37일간 치료 후 퇴원한 교황은 평소보다 지친 얼굴이었지만 전용차인 ‘포프모빌’을 타고 광장을 돌며 손을 흔들었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한 교황은 아기를 보자 차를 세워 손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교황은 광장에서 신자들을 만날지를 놓고 잠시 망설였다고 한다. 체력이 받쳐 줄지 의문이었고, 의료진은 최소 두 달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교황은 스트라페티에게 “해낼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고, 그는 교황을 격려했다고 한다. 광장에서 신자들을 만난 뒤 교황은 피곤해했지만 만족하면서 스트라페티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교황청은 “(교황의 광장 방문은) 신자들 가운데 있고자 하는 깊은 소망과, 자신의 교황직의 상징이 된 인간적 유대감을 누리고자 하는 깊은 열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라페티는 2022년부터 교황의 개인 간병인에 임명된 남성 간호사다. 그는 교황을 24시간 밀착 간호해 왔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21일 오전 5시 반경 급작스러운 뇌졸중 증후를 보였고, 약 1시간 후 스트라페티에게 작별하듯 손 인사를 한 뒤 혼수 상태에 빠졌다. 교황청은 “교황은 고통받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밝혔다.‘가난한 자의 성자’로 불린 프란치스코를 자신의 교황명으로 삼은 이답게 고인이 남긴 재산은 100달러(약 14만 원)에 불과하다고 아르헨티나 매체 암비토가 유명인들의 자산 정보를 제공하는 셀레브리티 넷워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추기경 월급은 4700∼5900달러(약 671만∼843만 원) 정도이지만 교황은 즉위 뒤 월급을 받지 않은 채 무보수로 일했다. 평생 청빈한 삶을 살겠다는 ‘가난 서약’을 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이 머물던 사도궁 관저 대신 사제들의 기숙사인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기거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나를 광장으로 다시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기 전날인 20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도들을 만나 생애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돌아와 간병인에게 건넨 말이다. 22일(현지 시간) 교황청은 교황의 마지막 하루에 대해 자세히 공개했다.교황은 선종 전날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부활절 축복 메시지를 전한 뒤,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5만여 명의 신도들 앞에 깜짝 모습을 드러냈다. 폐렴으로 37일간 입원한 뒤 퇴원한 교황은 평소보다 지친 얼굴이었지만, 교황 전용차를 타고 광장을 돌며 신도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프란치스코 교황은 퍼레이드 직전 간호사이자 간병인인 마시밀리아노 스트라페티에게 “해낼 수 있을까요?(Do you think I can manage it?)”라고 되물었다고 교황청은 전했다. 두 달간은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권고가 있었다. 스트라페티가 교황을 격려했고, 퍼레이드가 끝난 뒤 교황은 “나를 다시 광장으로 데려와 줘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교황청은 “진심 어린 교황의 말은 교황이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 있고자 하는 깊은 소망을 드러내며, 자신의 교황직의 상징이 된 인간적인 유대감을 누리고자 하는 깊은 열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스트라페티는 2022년부터 교황 개인 간병인에 임명된 간호사로, 교황을 24시간 밀착 간호해 왔다. 교황이 “대장 수술을 권해 내 생명을 구했다”고 그에게 고마움을 표한 적이 있다. 교황은 2021년 대장 협착증 수술을 받았고, 2023년 탈장 수술을 한 차례 더 받았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21일 오전 5시 반 경 급작스러운 뇌졸중 증후를 보였고, 약 1시간 후 스트라페티에게 작별의 손 인사를 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 교황청은 “교황은 고통받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전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지막 지상 여정’이라며 자신의 묘지로 선택한 곳은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사진)이었다. 교황은 재임 동안에만 100차례 넘게 이 성당을 찾아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의 성당에 묻히는 것은 122년 만이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로마의 4대 대성당 중 하나로, 432년경 지어졌다. 고대 기독교 성당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고, 로마 내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첫 성당이다. ‘마조레(Maggiore)’는 이탈리아어로 ‘주요한’을 뜻하며, 성모 마리아를 기념하는 세계 여러 성당 가운데 중심이 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당에는 성 비오 5세 등 7명의 역대 교황이 안장돼 있다. 교황이 묻히는 것은 356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취임식 다음 날 첫 외부 방문지로 이 성당을 택해 비공개 기도를 올렸다. 지난달 23일 병원에서 퇴원했을 때, 선종 9일 전인 12일 부활절 주간을 시작하면서도 이곳을 찾았다. 가톨릭 전문매체 알레테이아에 따르면 교황의 묘지 자리는 이전에 촛대 보관실로 쓰던 소박한 공간이다. 보관실 양옆에는 죄를 고하는 고해소가 있다. 매체는 “겸손하게 고해하는 교황의 생전 모습과 ‘하느님은 결코 용서하는 데 지치지 않으신다’는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지막 지상 여정’이라며 자신의 묘지로 선택한 곳은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이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의 성당에 묻히는 것은 122년 만이다.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로마의 4대 대성당 중 하나로, 432년경 지어졌다. 고대 기독교 성당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고, 로마 내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첫 성당이다. ‘마조레(Maggiore)’는 이탈리아어로 ‘주요한’을 뜻하며, 성모 마리아를 기념하는 세계 여러 성당 가운데 중심이 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당에는 성 비오 5세 등 7명의 역대 교황이 안장돼 있다. 교황이 묻히는 것은 356년 만이다.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취임식 다음 날 첫 외부 방문지로 이 성당을 택해 비공개 기도를 올렸다. 지난달 23일 병원에서 퇴원했을 때, 선종 9일 전인 12일 부활절 주간을 시작하면서도 이곳을 찾았다. 가톨릭 전문매체 알레테이아에 따르면 교황의 묘지 자리는 이전에 촛대 보관실로 쓰던 소박한 공간이다. 보관실 양옆에는 죄를 고하는 고해소가 있다. 매체는 “겸손하게 고해하는 교황의 생전 모습과 ‘하느님은 결코 용서하는 데 지치지 않으신다’는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검박한 보통 사람으로 살기를 바랐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직접 택한 묘지 역시 남달랐다. 웅장한 성 베드로 대성당 대신 바티칸 밖에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아무런 장식이나 비문 없이 교황명인 ‘프란치스코’만 새겨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바티칸이 21일(현지 시간) 공개한 유언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묘지를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지하에 마련해달라고 했다. 교황은 유언에서 “내 일생동안, 그리고 사제와 주교로서의 사목 활동 중 나는 언제나 우리 주님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나 자신을 맡겨 왔다”며 “내 마지막 지상 여정이 내가 모든 사도적 순방의 시작과 끝에 항상 들러 기도하며, 그분의 온유하고 자애로운 보살핌에 감사 드렸던 이 고대의 마리아 성지에서 마무리되길 원한다”고 밝혔다.교황은 대성당 내 파올리나 경당과 스포르차 경당 사이 측랑 묘소에 안장되기를 원한다며 위치까지 지정했다. 묘지에는 어떤 장식도 없이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만 새기기를 바란다고 명시했다. 교황은 “묘소 준비 비용은 직접 마련했다”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전달되도록 조치해뒀다고도 밝혔다.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로마의 4대 대성당 중 하나로, 5세기경 지어졌다.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유일한 고대 기독교 성당이다. 로마 내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성당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성모 마리아가 귀족 조반니와 교황 리베리오의 꿈에 나타나“눈 내리는 에스퀼리노 언덕에 성당을 지으면 소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고, 한여름인 8월 5일 정말 에스퀼리노 언덕에 눈이 쌓여있어 이곳에 성당을 짓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눈이 내린 8월 5일을 기념해 매년 이날 미사를 열고 하얀 장미 꽃잎을 눈처럼 흩뿌리는 의식을 진행한다.프란치스코 교황이 약 100명의 역대 교황이 묻힌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이곳을 묘지로 정한 것은 의외이면서도, 교황답다는 평가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의 성당에 묻히는 것은 약 120여 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이 성당을 좋아해 취임 후 100회 이상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취임식 다음날 첫 외부 방문지로 이 성당을 택해 비공개 기도를 드렸고, 해외 순방을 전후에 로마로 돌아오면 항상 이 성당을 찾았다. 또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뒤 바티칸으로 돌아올 때마다 성당을 찾아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따르면 이곳에는 성 비오 5세 등 7명의 역대 교황이 안장돼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 콜라 시장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펩시콜라의 농축액이 10% 상호관세를 부과받는 아일랜드에서 생산되면서 코카콜라에 비해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미국 탄산음료 시장 점유율에서 닥터페퍼에 이어 3위로 뒤처진 펩시콜라의 위상이 더 위태롭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펩시콜라가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위기를 맞이했다고 20일(현지 시간) 전했다. 펩시콜라 제조사인 펩시코는 낮은 법인세율 혜택을 받기 위해 1974년 아일랜드에 콜라 농축액 공장을 지었다. 아일랜드에서 농축액을 생산한 뒤 미국 내 공장에서 물, 탄산, 감미료 등과 혼합해 완제품을 만드는 제조 방식을 유지해 왔다.그런데 이 같은 공정이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로 인해 오히려 독이 됐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펩시콜라 농축액 거의 대부분이 아일랜드에서 생산돼 10% 상호관세가 붙기 때문이다. 반면 라이벌 코카콜라는 아일랜드에도 일부 농축액 공장을 두고 있지만, 미국 내수용 농축액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생산해 관세를 물지 않는다. 펩시코에 비해 관세로 인한 타격이 훨씬 적은 셈이다.지난 30년간 미국 탄산음료 시장 1위는 줄곧 코카콜라가 차지했다. 1995년 이후 17∼20%대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다. 펩시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1995년 15%에서 2023년 8.31%로 떨어지며 미국 큐리그 닥터페퍼사의 ‘닥터페퍼’(8.34%)에 2위 자리마저 내줬다. 닥터페퍼는 코카콜라처럼 농축액 공장을 미국 등 북미에 두고 있어 상호관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를로스 라보이 HSBC 애널리스트는 WSJ에 “관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지만 펩시는 현재 분명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트럼프 행정부가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품목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도 콜라 제조 기업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CNN 등에 따르면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캐나다에서 탄산음료 캔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일부를 수입하고 있어 콜라 값이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퀸시 CEO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거나, 미국산 알루미늄을 조달하는 등의 대체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미국 매출 비중이 높으면서 생산기지를 해외에 둔 한국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도 생산 거점을 어디에 뒀는지에 따라 올해 실적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대표적인 국내 OEM 업체인 한세실업, 영원무역, 세아상역 등은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5∼90%에 달하는데 중국 생산 물량은 적은 편이다. 한세실업은 베트남과 과테말라를 주요 생산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고,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엘살바도르에 공장이 있다. 세아상역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코스타리카 등에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완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들 업체가 주요 생산 기지를 둔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도 높은 관세가 매겨질 뻔했다가 90일 유예된 상태이기 때문이다.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최근 해외 바이어들이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일부 OEM 회사들과 계약을 해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가 예고된 중남미에 생산 거점을 둔 회사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생산 거점을 한국에 둔 뷰티 기업들도 관세 부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들은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지만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은 국내에 생산 기지를 두고 미국 수출 물품을 만들고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 관세가 콜라 시장 판도까지 뒤흔들고 있다. 펩시콜라 농축액 대부분이 아일랜드에서 생산되는데 10% 상호관세를 적용받으면서 코카콜라보다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데 따른 것. 코카콜라는 농축액 제조공장을 미국에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대표적인 콜라 펩시가 트럼프 발 관세로 위기에 놓였다고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펩시코는 낮은 법인세율 혜택을 받기 위해 1974년 아일랜드에 콜라 농축액 공장을 처음 지었다. 아일랜드에서 농축액을 생산해 미국 내 병입 공장으로 운송한 뒤 물, 탄산, 감미료 등과 혼합해 콜라 완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50여 년 전 법인세를 덜 내려고 내렸던 결정이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직격탄이 됐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펩시 콜라 농축액의 거의 대부분이 아일랜드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10%의 관세가 매겨졌기 때문. 반면 라이벌인 코카콜라는 역시 아일랜드에 일부 농축액 공장이 있으나, 미국 내수용 농축액은 애틀랜타와 푸에르토리코에서 생산해 상대적으로 타격을 입지 않았다.펩시가 관세 국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며 미국 콜라 시장 점유 순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 내 탄산음료 시장 1위는 줄곧 코카콜라가 차지했다. 1995년 이후 17~20%대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다. 반면 펩시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1995년 15%에서 2023년에는 8.31%로 떨어지며 미국 큐리그 닥터페퍼사의 ‘닥터페퍼’(8.34%)에게 점유율 2위 자리를 내어주는 수모를 겪었다.‘MZ세대’의 취향을 공략해 2005년부터 꾸준히 점유율이 상승한 닥터페퍼는 역시 농축액 공장이 미국 등 북미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관세 부과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HSBC 애널리스트 카를로스 라보이는 WSJ에 “관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지만, 펩시는 현재 분명히 불리한 입장에 있다”고 분석했다. 펩시코는 미국 텍사스, 우루과이, 싱가포르 등에서도 농축액을 생산하지만 미국 내 생산·공급망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에도 미 탄산음료 업계 전체가 영향 입을 가능성이 있다. CNN 등에 따르면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캐나다에서 탄산음료 캔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일부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콜라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퀸시 CEO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거나, 미국산 알루미늄을 조달하는 등 대체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미국이 올 10월부터 자국 항구에 정박하는 중국산 선박 등에 대해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세계 조선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의 힘을 약화시키고, 군사력과도 직결되는 조선업을 부흥시키려는 의도다. 미중 갈등이 관세에 이어 해상 수송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한국 조선산업이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180일 뒤부터 미국 입항 수수료를 단계적으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 해운사의 선박에는 10월 14일부터 순t(화물을 수용할 수 있는 부피를 t으로 환산한 값)당 50달러가 부과되며, 2028년에는 순t당 140달러까지 수수료가 올라간다. 중국 해운사가 아니더라도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을 보유한 외국 해운사 역시 순t당 18달러를 내야 하며, 2028년엔 순t당 33달러로 오른다. 단, 미국 기업이 소유한 선박이나 화물이 없는 선박, 특정 규모 이하 선박은 수수료를 면제한다. 또 자동차 운반선에 대해선 미국산이 아닌 외국산 선박에 대해 1CEU(차 한 대를 실을 수 있는 공간)당 150달러를 매기기로 했다. 기존 선박과 같거나 큰 미국산 선박을 주문한 중국 이외의 해운사에 대해선 기존 선박에 대한 수수료를 최대 3년간 유예할 방침이다. 중국은 18일 린젠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즉시 잘못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중국은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마음 급한 트럼프 “中과 3~4주내 협상 타결 가능할것”[트럼프 관세전쟁]美, 中선박에 입항료“中서 여러번 연락해와” 협상 촉구中겨냥 불법어업 조사도 지시지난해 4월 미국 5개 노동조합은 USTR에 중국의 해양·물류·조선 산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USTR은 중국이 불공정 경쟁을 통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입혔다는 결론을 최근 내렸다. 이날 USTR은 “선박과 해운은 미국의 경제 안보와 자유로운 상거래 흐름에 필수”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공급망 위협을 해결하며, 미국산 선박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이번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한 타격을 줄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수수료는 사실상 관세를 심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소비자 가격이 상승하고 무역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선박들이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작은 항구로 기항을 회피할 경우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대체 선박을 발주하려고 해도 미국은 물론 (주문량이 쌓여 있는) 한국 등에서도 발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빨라도 2028년이 돼야 주문이 가능하다”고 전했다.이날 백악관이 발표한 ‘미국 해산물 경쟁력 회복’ 행정명령도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미국 해산물 시장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며 “상무부와 USTR 등이 협의해 60일 내 불법어업 및 해산물 공급망에서의 강제 노동 사용 등 주요 생산국의 관련 무역관행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제 어업 규정을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국가의 해산물 선적을 더 효과적으로 추적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원양어선에 파견돼 ‘노예 노동’에 가까운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는 중국과 대화 중이고 그들이 여러 번 연락했다”며 관세 협상을 재차 촉구했다. 협상 타결 가능 시점에 대해선 “앞으로 3∼4주 정도로 생각한다”고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대화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것에 대해서는 곧 이야기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각국과의 상호관세 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국가가 우리와 협상을 하고 싶어 하지만 결정은 우리가 한다”고 했다. 한편, 중국이 올 2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에 15%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10주 이상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이 완전히 중단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아이비리그’ 출신 트럼프 美 명문대와 싸우는 이유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보조금을 무기 삼아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등 미국 명문 대학들과 ‘문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일 때부터 대학들이 유대계 학생을 보호하고, 학생 선발 및 학교 운영 과정에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한 트럼프 대통령은 왜 모교를 포함한 명문대들을 압박하는 것일까.》“미국 대학들은 마르크스주의 광신자들과 미치광이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 “미국 대학을 뜯어고치겠다”며 주장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취임 뒤 각종 정부 보조금을 무기로 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인 ‘아이비리그’(하버드대, 예일대, 프린스턴대, 컬럼비아대, 브라운대, 코넬대, 다트머스대, 펜실베이니아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명문대들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가자 전쟁’을 계기로 대학 캠퍼스에서 자주 벌어진 ‘반(反)유대주의 시위’에 대한 대학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판했다. 또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각종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컬럼비아대를 시작으로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펜실베이니아대 등을 상대로 연방정부 보조금 줄이기를 앞세워 강도 높은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많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처음에는 대학들이 움츠러든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하버드대 등이 ‘학문의 자유’를 내걸고 정부 조치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갈수록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대학과 트럼프 행정부 간의 충돌이 역시 진보 성향이 강한 언론계, 문화계, 시민단체 등과 트럼프 행정부 간 갈등을 키우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진보 문화 메카’ 명문대 공격해 보수층 규합 트럼프 대통령이 대학들과 전례 없는 ‘문화 전쟁’을 시작하게 된 불씨는 지난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진 반이스라엘 시위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아이비리그를 중심으로 수십 개 대학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비난하는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너무 컸고, 이스라엘이 민간인 공격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학생들은 캠퍼스 내 텐트를 치고 농성에 나섰고, 대학 당국에 이스라엘이나 유대계와 관련된 기업의 주식을 매각하거나 기부금을 거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학 측이 난색을 표하자 학생들은 건물을 점거하고, 강의실을 파손했다. 시위가 가장 격렬했던 컬럼비아대에선 경찰이 학내에 진입해 학생 300명 이상을 체포했다. 당시 대선 레이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트럼프 캠프는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좌파에게 지배당하는 대학의 정상화’를 내걸었다. 캠페인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학들이 열심히 일하는 납세자들로부터 보조금 수천억 달러를 받아 왔다”며 “이제 우리는 이 반미적 광기를 단번에 제거하고, 한때 위대했던 우리의 교육기관들을 급진 좌파로부터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의 상위권 대학들이 좌경화돼 있다는 보수층의 문제의식과 반엘리트 정서를 자극하는 ‘대학 때리기’ 전략이 득표에 도움이 될 거란 계산이 깔렸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하단 점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또 장녀 이방카의 남편으로 트럼프 집권 1기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활동했던 재러드 쿠슈너 등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 유대계가 많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로널드 대니얼스 존스홉킨스대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고등교육에 대해 비판적 정서를 지닌 유권자들의 분노, 불안, 취약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천재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미국 대학들이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2012년 26%에서 지난해 45%로 급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정서에 기대 취임 직후 유대인 학생 보호 등을 명분으로 대학들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트랜스젠더 대학 선수들의 경기 참여를 금지하는 등 트럼프 진영의 핵심 의제인 DEI 폐기도 한몫했다. 앞서 2022년 펜실베이니아대 재학생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뒤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주최 수영대회에서 우승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성전환자의 여성 스포츠 참가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일부 명문대는 정부 보조금 의존도 절반 육박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들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보조금을 앞세우는 건 대학들이 오래전부터 연방정부 보조금에 크게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보조금을 ‘약한 고리’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미 연방정부가 대학들에 대규모 보조금을 본격적으로 지급하기 시작한 건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다.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기 개발 등 대학들과의 연구 협력 필요성이 커지자 미 행정부는 대학들에 대한 지원 규모를 크게 늘렸다. 미 교육부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당시 돈으로 3억 달러가 대학 보조금으로 투입됐다. 대부분 전쟁 수행을 위한 연구 지원 자금으로 사용됐다. 또 보조금을 받은 대학들은 군에 각종 기술과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했다. 종전 후 정부 보조금 지급이 줄었으나 냉전이 격화되면서 규모가 다시 커졌다. 특히 냉전이 한창이던 1965년 고등교육법(Higher Education Act of 1965)이 통과되면서 지급 절차가 체계화됐다. 정부가 특정한 교육 및 연구 프로그램을 지정해 연간 보조금을 지급하고, 보조금 투입 전 프로그램을 검토하며 지출 감사권을 갖게 된 것. 이와 관련해 대학들의 보조금 의존이 과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NPR뉴스는 “대학들이 정부 보조금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의견이 분명히 있다”며 “일각에서는 2차대전 뒤 정부가 대학들에 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부풀려졌고, 지나치게 낭비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대학별로 차이가 있지만 연간 운영수익에서 정부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개 15%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대학은 이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기도 한다. 대학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삭감에 민감한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을 삭감했거나 관련 계획을 갖고 있는 미국 주요 8개 대학의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존스홉킨스대의 경우 연간 운영수익(88억7000만 달러)에서 정부 보조금(42억3000만 달러)이 47.6%를 차지한다. 미국 최고의 의학연구센터를 두고 있어 미 보건부 산하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거액의 지원을 받고 있는 데 따른 것. 뉴욕타임스(NYT)는 존스홉킨스대가 “연방 지원금 삭감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기관”이라고 전했다. 반이스라엘 시위에 앞장선 컬럼비아대와 노스웨스턴대 역시 연간 운영수익의 5분의 1 이상이 정부 보조금에서 나온다. 하버드대(10.6%), 코넬대(14.3%), 프린스턴대(17.5%), 브라운대(13.6%)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재정의 상당 부분을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의 모교이기도 한 펜실베이니아대가 6.3%로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기부금 많아도 보조금 삭감 시엔 어려움 많아일각에선 대학들이 적립해 놓은 기부금으로 정부 보조금 삭감에 대응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하버드대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주요 대학들 중 최고 수준인 약 532억3500만 달러(약 77조 원)의 기부금을 적립해 놓았다. 프린스턴대는 334억200만 달러, 존스홉킨스대는 130억6300만 달러의 기부금을 각각 적립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기부금의 경우 대학들이 재량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규모에 한계가 있다. 미국 대학에서는 기부자들이 사용처에 제한을 둘 수 있어서다. 예컨대 장학금 등의 특정 용도나 특정 시기 이후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특히 기부금 원금은 건드릴 수 없고, 이를 활용한 투자 수익만 특정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하버드대는 기부금의 약 82%(435억9800만 달러)가 용도가 제한돼 있다. 브라운대(86%), 코넬대(83%) 역시 용도가 제한된 기부금 비율이 전체의 80%를 넘는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용도 제한 기부금 비율은 평균 약 69%다. 물론 대학들이 재량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부금으로 정부 보조금 삭감에 대응할 순 있다. 하지만 대학들이 이를 재정적으로 어려운 재학생들을 돕는 데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미대학경영협회(NACUBO) 설문조사 결과 대학 기부금 지출의 48%가 학생 재정 지원에 사용됐다. 대학들은 정부 보조금을 대부분 학술 투자에 사용해 왔다. 단기적 성과가 없더라도 교수, 학생들이 장기간 연구에 매달릴 수 있도록 지원한 것. 이에 따라 정부 보조금 삭감이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상아탑이 침범당했다(breached)”고 평했다. 최근 정부 보조금 지급이 일부 끊긴 프린스턴대의 크리스토퍼 아이스그루버 총장은 NYT에 “이 자금은 지난 70년간 미국의 모든 주요 대학에서 연구를 위해 사용돼 왔다”며 “미국이 다른 곳보다 노벨상을 더 많이 수상하고,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건 이 덕분”이라고 했다. 2002∼2023년 컬럼비아대를 이끈 리 볼린저 전 총장은 CNN방송에서 “정부의 대학 보조금 삭감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가장 심각한 침해”라며 “이는 신흥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 ‘저항’에 앞장서 트럼프 행정부가 타깃으로 삼은 주요 대학들을 상대로 동결했거나 취소한 보조금만 최소 127억 달러(약 18조4150억 원)에 달한다. 지난달 7일 트럼프 행정부는 가자 전쟁 반전 시위에 앞장선 컬럼비아대에 대해 4억 달러(약 5800억 원) 상당의 보조금 및 정부 계약을 철회했다. 지원 축소 이유로는 “컬럼비아대가 유대계 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에 대응하지 않았다”며 반유대주의 방조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추가 삭감에 나설 수 있다고 압박했다. 컬럼비아대에 지급할 예정인 총 50억 달러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볼모로 삼은 것. 컬럼비아대는 아이비리그에서도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대학으로 통한다. 결국 컬럼비아대는 전방위 압박에 2주 만에 백기를 들었다. 지난달 21일 정부 요구에 따라 학내 집회를 제한하고 중동학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 당시 로이터통신은 “대학본부가 교수진의 통제권을 빼앗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놀라운 항복”이라며 “수십 개 대학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컬럼비아대가 위험한 선례를 만들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컬럼비아대는 15일 뒤늦게 트럼프 행정부에 ‘저항’하기로 다시 방침을 정했다. 클레어 시프먼 컬럼비아대 총장 권한대행은 이날 성명에서 “연방정부가 우리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컬럼비아대가 늦게나마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을 거부하기로 한 건 미국 최고 명문인 하버드대의 결정이 큰 영향을 끼쳤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14일 교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우리 대학은 독립성과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연방정부가 하버드대를 통제하기 위해 전례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어떤 정부도 사립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누구를 입학시키고 채용하며, 어떤 연구를 하고, 어떤 지적 탐구를 할지 지시해선 안 된다”며 “하버드대를 비롯한 어떤 사립대도 정부의 지배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앞서 린다 맥마흔 미 교육장관은 “반유대주의 차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해 하버드대의 평판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며 하버드대에 대해 90억 달러의 보조금과 정부 계약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백악관은 하버드대가 저항 의지를 밝히자 보조금 22억9000만 달러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고, 공공기관으로서 인정받아 온 면세 지위도 박탈하려 하고 있다. 또 외국인 유학생 유치 프로그램에 대한 인증을 취소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루스소셜에 “하버드대가 계속해서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며 테러리스트에서 영감을 받거나 이들이 지지하는 ‘병적인 행동’을 조장한다면 면세 지위를 박탈하고 정치 단체로서 과세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이런 가운데 14일 가버 총장의 글이 공개된 후 24시간 동안 114만 달러(약 16억 원) 이상의 기부금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하버드대 학생신문 하버드크림슨이 17일 전했다.● 대학들 집단 소송 나서… 지속가능성은 불투명 주요 대학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도 시작됐다. 코넬대, 브라운대,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캘리포니아공대 등 9개 대학은 미 에너지부가 중단한 4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재개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존스홉킨스대와 시카고대, 조지워싱턴대, 코넬대, MIT, 캘리포니아대, 펜실베이니아대 등 13개 대학도 NIH의 연구 자금 삭감 시도를 중단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아이스그루버 총장은 9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이는 미국 대학에 대한 위협”이라며 정부의 불법적 요구에 소송을 제기해 학문의 자유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그가 의장을 맡은 미국대학교협회(AAU) 이사회도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연구와 무관한 이유로 연구 자금을 철회하는 것은 위험하고 비생산적이다. 캠퍼스 내 차별 행위는 교육부와 법무부 조사 절차를 통해 시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규탄했다. 다만, 대학들의 반발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NPR뉴스는 “대학들이 딜레마에 놓여 있다. 법적 싸움을 하면 소송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지금 당장 재정적 타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소송을 진행해 이번 보조금은 지켜낸다고 해도 향후 정부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받아낼 수 있을지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해운사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미국무역대표부(USTR)은 17일(현지 시간)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에 180일 후인 10월 14일부터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USTR은 “중국의 지배력을 악화시키고, 미국 공급망에 대한 위협을 해결하며, 미국산 선박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에도 화물량에 비례해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수수료는 10월 14일 이후 매년 점진적으로 인상된다.또 트럼프 대통령은 해산물 교역과 관련, 외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응할 전략을 마련하라고도 이날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해산물 경쟁력 회복’이라는 행정명령을 통해 주요 해산물 생산국들의 불법·미신고·미규제 조업, 해산물 공급망에서의 강제 노동력 활용 등에 대해 검토하라고 USTR에 지시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북한과 중국 간 이뤄지는 어업 관행도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통상 협상 시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3~4주 정도”라고 17일 전망했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대화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3)이 화성 탐사를 추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54)를 옛 소련 시절 ‘우주 개발의 아버지’로 불렸던 공학자 세르게이 코롤료프(1907∼1966)에 비교하며 극찬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바우만 모스크바 국립공대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에 대해 “화성에 미친 사람이 미국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믿기 어렵더라도 우리의 선구자 코롤료프의 아이디어가 실현된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그 생각들이 종종 실현된다”고 했다. 머스크가 가지고 있는 화성 탐사 및 개발 의지를 코롤료프와 비교하며 공개적으로 치켜세운 것이다. 러시아에서 코롤료프는 특별한 위상을 지니고 있는 공학자다. 그는 1957년 세계 최초로 발사에 성공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개발을 주도했고, 1961년에는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태운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시키는 데 기여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3)이 화성 탐사를 추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54)를 옛 소련 시절 ‘우주 개발의 아버지’로 불렸던 공학자 세르게이 코롤료프(1907~1966)에 비교하며 극찬했다.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바우만 모스크바 국립공대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에 대해 “화성에 미친 사람이 미국에 살고 있다. 특정한 아이디어로 머릿속이 가득 찬 사람은 인류 역사에 드물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믿기 어렵더라도 우리의 선구자 코롤료프의 아이디어가 실현된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그 생각들이 종종 실현된다”고 했다. 머스크가 가지고 있는 화성 탐사 및 개발 의지를 코롤료프와 비교하며 공개적으로 추켜세운 것이다.러시아에서 코롤료프는 특별한 위상을 지니고 있는 공학자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이 한창이던 1950~60년대에 당시 소련의 우주 프로젝트를 이끈 우주 및 로켓 엔진 부문의 공학자였기 때문. 그는 1957년 세계 최초로 발사에 성공한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개발을 주도했고, 1961년에는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태운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시키는 데 기여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데에 큰 공헌을 한 것이다.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러시아에서 ‘최고 공학자’로 인정받는 인물과 머스크를 비교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깊어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최근 머스크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는 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탓이라며 자신의 X에 “젤렌스키는 악의 화신”이라고 표현하는 등 친러시아 행보를 보여왔다. 또 푸틴 대통령과 직접 전화 통화를 하며 우주 개발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부산 영사관 등 해외 공관 27곳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영사관은 한국 국민 대상 비자 발급 업무는 하지 않고, 부산·경북·경남·대구·울산·제주 지역의 미국 국민 관련 영사 업무를 담당해 왔다. 폐쇄 시 해당 업무는 서울의 주한미국대사관으로 이관될 전망이다. 15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정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외교 공관 27곳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중 영사관은 부산을 비롯해 프랑스 5곳, 독일 2곳, 영국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각 1곳 등 총 17곳이다. 대사관은 룩셈부르크, 에리트레아, 몰타, 콩고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수단 등 10곳이다. 국무부는 각 공관의 업무량, 인건비, 보안 등급 등을 바탕으로 폐쇄 대상 목록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공관 폐쇄 방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무부와 산하 국제개발처(USAID)의 예산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하는 과정에서 마련됐다. WP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국무부와 USAID의 내년 예산을 올해의 48% 수준에 불과한 284억 달러(약 40조5000억 원)로 책정했다. 예산 감축안에 따라 국무부 직원 8만 명 중 수만 명을 줄이고, 해외 공관을 폐쇄하기로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부산 영사관은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경제 교류와 우호 관계를 증진하는 차원에서 개설이 결정됐다. 이듬해 문을 열었지만 1998년 미 정부의 예산 절감 방침에 따라 폐쇄됐다가, 2007년 재개관했다. 부산 영사관은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과 관련된 영사 업무를 주로 담당해 왔다.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자 발급은 서울에 있는 미국대사관이 전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 영사관이 폐쇄돼도 한국 국민들이 체감할 정도의 행정적 불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산 영사관이 맡아 온 인근 지역 내 미국 기업 지원과 양국 국민 간 우호 증진 같은 외교 활동은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TSMC와 폭스콘 등 대만 기업과 손잡고 향후 4년간 최대 5000억 달러(약 710조 원)를 투자해 미국에서 AI 하드웨어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4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이후 나온 발표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및 대중(對中) 수출 통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는 14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AI 슈퍼컴퓨터를 생산하는 공장을 미국에 최초로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TSMC와 함께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을 애리조나주에서, 슈퍼컴퓨터는 폭스콘, 위스트론과 손잡고 텍사스주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필요한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공간도 이미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텍사스에 짓고 있는 슈퍼컴퓨터 생산 공장은 12∼15개월 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투자로 “향후 수십 년 동안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조 달러의 경제 안보가 확보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엔비디아가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힌 건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반도체 품목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본격화된 AI 반도체 수출 통제를 완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황 CEO가 4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만찬에 참석해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AI 반도체 H20에 대한 대중 수출 제한 계획을 철회했다고 미 공영방송 NPR이 9일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후원하는 슈퍼팩 ‘MAGA’ 주최로 열린 마러라고 만찬에는 1인당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내고 기업가 등 2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투자 결정에 대해 “관세 덕분”이라며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효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트럼프 효과가 실제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이 산업을 미국에 다시 끌고 오는 건 미국 근로자와 경제, 국가 안보에 이롭다”며 “가장 좋은 결과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