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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열고, 장벽을 허물고, 증오를 몰아내 달라.” 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가 8일(현지 시간) 즉위 한 달을 맞았다. 그는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에서 “사랑이 있는 곳에는 편견도, 이웃과 우리를 갈라놓는 보호구역도, 배타적인 사고방식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정치적 민족주의’로 이런 배타적 사고방식이 나타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레오 14세는 이날 특정 국가나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그가 과거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고수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하기 위해 정치적 민족주의와 배타주의를 거론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민자에 대한 포용을 호소하는 레오 14세는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찬가지로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다. 추기경 시절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시행한 불법 이민자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는 조치를 비판하는 글도 공유했다. 레오 14세는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2023년 5월 발언도 되새겼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단절돼 있고, 무관심에 마비됐고, 고독에 짓눌려 있다”며 ‘연대’를 강조했다. 레오 14세는 “오늘날 세계 곳곳의 전쟁은 (단절, 무관심, 고독의) 비극적인 징표”라며 “전쟁이 있는 모든 곳에 ‘화해’와 ‘대화’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교황 선출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레오 14세의 즉위식에 참석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4일 교황과 통화했다. 인간의 확증편향을 강화시키는 소셜미디어에도 우려를 제기했다. 레오 14세는 소셜미디어로 인해 “늘 연결돼 있으면서도 참된 ‘연결’을 하지 못하고, 늘 군중 속에 있으면서도 혼란스럽고 외로운 나그네가 되어 간다”고 지적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사재를 털어 백악관에 새로운 연회장을 짓겠다고 6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올 1월 재집권한 그는 이미 백악관 집무실 ‘오벌 오피스’, 장미정원 등을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처럼 화려하게 꾸미고 있다. 새 연회장 또한 마러라고의 초대형 연회장과 비슷하게 지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트럼프라는 사람의 호의로 백악관에 새로 지어질 연회장 부지를 방금 둘러봤다”며 “아름다운 연회장이 곧 완성될 것이고, 웅장한 백악관과도 잘 어울리는 멋진 부속 건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완공 시기와 건설 장소 등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영국 데일리메일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대통령 부인 집무실이 있는 이스트윙 인근에 대규모 연회장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현재 백악관 내 연회 시설은 국빈 만찬과 기자회견 등에 사용되는 ‘이스트룸’이 있다. 면적 약 264㎡로 1800년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가 백악관에 입주했을 때부터 존재했다. 한때 빨래 건조장으로 사용되는 등 방치됐지만 1829년 제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 대통령이 샹들리에를 달고 전면 보수에 나서 만찬장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 이스트룸은 워낙 오래전 지어진 공간이라 증축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트룸을 연회장의 입구 역할을 하는 리셉션 공간으로 개조하고 연결된 부속 건물을 지어 연회장으로 사용하는 구상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2월 이스트룸에서의 행정명령 서명식 당시 “이 방은 정말 좁다”고 불평했다.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연회장을 무료로 지어 주겠다고 수차례 제안했지만 답이 없었다며 나 자신에게 제안을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5년 마러라고에 1858㎡ 규모의 초대형 연회장을 짓는 데 약 4000만 달러(약 544억 원)를 들였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최소 1억 달러(약 1360억 원)에 해당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42분간 진행된 ‘오벌 오피스(백악관 집무실)’ 기자회견에서 메르츠 총리의 발언 시간은 놀랍도록 짧았다. 단 4분에 불과했다. 나머지 38분 중 34분을 트럼프 대통령이 썼다. 특히 기자회견 도중 갑작스럽게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 ‘트럼프-머스크 결별’을 촉발했다.기자회견을 두고 독일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독일 언론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메르츠 총리 역시 독일 방송 ZDF에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 정상들은 이제 트럼프와의 만남을 어떻게 ‘관리’할지, 또는 최소한 ‘버텨낼지’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미독 정상회담의 막전막후를 살펴봤다. ● 하나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해라회담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메르츠 총리는 긴장한 기색 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눈을 맞추고 미소를 주고 받았다. 또 군더더기 없이 명료한 영어를 구사했다. 영어에서 독일어로, 독일어에서 영어로 능숙하게 대화하는 메르츠 총리를 보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영어를 잘 한다”고 칭찬했다.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메르츠 총리는 독일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조부의 출생증명서를 선물로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영사를 전하며 “메르츠 총리와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가졌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의논했고, 최근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 둘다 매우 불만족스럽다. 그러나 우리가 결국에는 이 피바다를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메르츠 총리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메르츠 총리는 약 48초의 간략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1982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에 처음 백악관에 방문했다며 개인적 인연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미국은 역사적 접점이 많고, 우리는 미국에 크게 신세를 졌다. 이 점을 절대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질의응답에 들어갔다.메르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총 7차례 말했다. WP는 “발언은 적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효과적이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잡지 포쿠스도 “전통적 외교 관례에 따르면 트럼프의 독백은 총리에게 결례에 가까운 행위다. 그러나 메르츠는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적은 발언 기회를 현명하게 사용했다”고 평가했다.메르츠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강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을 기회로 활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어떤 식의 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답한 후 메르츠 총리에게 “말씀을 하시겠냐”며 발언권을 돌렸다. 그러자 준비한 핵심 메시지를 전했다. “저는 대통령님과 끔찍한 전쟁을 끝낼 방법을 의논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언급을 해도 될지요. 내일은 6월 6일 D-데이(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일입니다. 미국이 유럽에서의 전쟁을 종식한 날입니다.”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들에겐 별로 기쁜 날이 아니었죠?”라고 반문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 날은 나치 독재로부터 우리 나라를 해방시킨 날입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미국이 전쟁을 끝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이야기하자”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논해봅시다”라고 화답했다. 메르츠 총리는 한차례 더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강조했다. 회견 말미에 관련 질문을 받자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민간인 희생의 책임은 전적으로 러시아에 있다고 주장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츠 총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메르츠 총리의 단호한 태도를 두고 독일 언론은 호평을 보냈다. 정치 전략가 율리우스 판 더 라어는 CNBC에 “메르츠가 강조한 건 미국이 앞으로도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길 바란다는 점이었다”고 전했다. 독일 BR 방송은 “총리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때때로 공개 망신의 장소가 되는 오벌 오피스에서 미 대통령과의 만남은 극도로 정중하고 거의 조화로웠다”고 전했다. ● 트럼프의 WWE 스타일 기자회견CNN은 지난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농민들이 집단학살의 희생자라는 허위 주장으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훈계하자 “트럼프는 기자회견을 마치 WWE(종합격투기) 경기처럼 운영한다”고 분석했다. 백악관 기자회견이 어떤 예상치 못한 방식의 공격이 들어올지 모르는 거친 싸움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사례를 볼 때, 트럼프 대통령만 공격을 날리는 것이 아니다. 회견에 배석하는 J D 밴스 부통령과 마가 성향 언론인도 기회를 노리다 거침없이 파고들곤 한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올 2월 백악관을 찾았을 때도 그랬다. 밴스 부통령은 “영국이 미국 기업을 억압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스타머 총리는 “영국은 오랫동안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간결하게 반박했다. CNN은 “스타머가 매주 수요일 낮12시 하원에서 총리가 30분간 질의응답을 하는 ‘PMQ(Prime Minister’s Question time)’를 통해 단련된 정치인의 면모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민감한 주제를 능숙하게 넘어간 정상들도 있다. 프랑스의 이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거의 안 했다”고 허위 주장하자 “친애하는 도널드”라고 말하며 그의 손목을 붙잡고는 “사실 우리는 60%를 냈습니다”라고 부드럽게 반박했다.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도 올 4월 회견 도중 통역을 중단시키고 직접 나서 영어로 “이탈리아가 국방비를 증액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CNBC는 “오벌 오피스에서의 갈등을 피했다는 것 자체가 요즘엔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 “말을 많이 할 필요도 없다. 그가 말하게 두라”트럼프 대통령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균형감 있게 다룬 정상도 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의 미국 병합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51번째 주’ 발언을 비판하며 당선됐다. 이에 지난달 백악관 방문을 앞두고 여러 자문을 받으며 꼼꼼히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한 인사는 카니 총리에게 “트럼프와 이야기할 땐 핵심 문장을 1, 2개 준비해서 어떻게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말을 많이 할 필요도 없다. 그가 말하게 두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카니 총리는 이 조언을 그대로 따랐다. 준비한 핵심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연습했다고 한다. 회담 당일 카니 총리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나 그의 손짓에서 초조함이 묻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끝나간다 싶을 때마다 발언권을 구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결과적으로 작전은 성공했다. 그는 회견 초반에 준비한 메시지를 꺼내들었다. 부동산 재벌 출신 대통령이 이해할 법한 언어로 말했다. “세상에는 결코 매물로 나올 수 없는 곳들이 있습니다. 선거 기간 동안 저는 캐나다의 주인들을 만나봤습니다. 캐나다는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 매물로 나오지 않을 겁니다.”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란 말은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정면으로 응수하지 않았지만 손놓고 있지도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카니 총리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입모양으로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절대”라고 읊조렸다고 전했다. 이날 회견은 날선 분위기 없이 진행됐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도 카니 총리를 칭찬했다. 그는 “긴장 없는 훌륭한 만남이었다”고 언론에 말했다.● 충분한 사전 교감과 국방비 선물메르츠 총리가 선방한 배경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꼽힌다. WP는 “메르츠와 트럼프가 여러 차례 주고 받은 전화 통화가 원활한 회의를 위한 길을 열어줬다”고 전했다. 독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방비 증액’이라는 선물도 준비했다. 메르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독일이 국방비 지출 증대를 위해 재정 규칙을 변경한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한 덕분에 양국간 민감한 주제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바로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다. 독일 정보기관은 AfD를 극우 극단주의 조직으로 지정했다. 이에 머스크 CEO와 밴스 부통령 등이 강하게 반발하며 AfD를 지지했다. 메르츠 총리는 내정 간섭을 경고했고 이는 양국간 긴장 요소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 방미 기간 공개 석상에서 AfD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회담 직후 메르츠 총리는 인스타그램에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며 “이제 언제든지 전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어렵지만 상대하기 좋은 인물”이라며 메르츠 총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답방도 조만간 성사될 전망이다. 메르츠 총리는 독일 방송 ARD에 트럼프 대통령이 베를린 초청을 수락했고, 이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조부의 고향인 칼슈타트를 방문 일정에 포함하겠다고도 말했다.WP에 따르면 정상회담이 끝난 뒤 메르츠 총리는 미 상원의원들과 백악관에서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최측근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아직 멀쩡하군요”라며 웃었다고 한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도 “웃고 있네요. 아주 좋은 신호입니다”라고 말을 건넸다.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의 수석보좌관 출신인 브라이언 클라우는 폴리티코에 트럼프 대통령 대응 전략의 대전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건 트럼프의 쇼다. 그가 주도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27화 요약: 독일 메르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단 4분 발언했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식 ‘WWE 기자회견’에 대비해 각국 정상들은 전화통화 등 사전 교감에 힘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권을 쥐도록 두되 하나의 핵심 메시지를 단호하게 강조하는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 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재명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의 대미 관세율(14%)이 사실과 다르고, 방위비 분담과 관련된 설명도 부정확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짚어야 한다.” 3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압박이 한국의 경제·안보에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에 즉각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를 비롯해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시드니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정보분석관), 애덤 새빗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국장, 스티븐 코스텔로 퀸시연구소 연구위원 등 미국 싱크탱크의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이재명 정부가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관세 대응을 꼽았다. 이들은 또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한미관계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정부가 대(對)중국 유화 노선을 취할 경우 한미관계에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美 가르치려 들지 말고 협력 파트너로” 미국 전문가들은 관세 문제가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관세 협상과 관련해 새빗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기업의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적극 부각하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대거 늘리는 방안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일러 선임고문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 관계를 신속히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2001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교훈 삼아 미국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협력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환경 수요를 충족하고 새로운 경제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을 현대화하고 있다”며 “한미일 3국 협력을 계속 심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견제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새빗 국장은 “한국 정부가 대중 견제와 한미일 협력을 북핵 못지않은 전략적 우선순위로 설정해야 한다”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더 통합적이고 강력한 역내 통합방위 체계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는 대만해협 못지않게 중요한 전략 거점”이라며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과 일본 주도의 ‘원시어터’ 구상에 반대한다”고 했다. 사일러 선임고문은 “과거 진보 진영이 반일 정서를 국내 정치에 이용했지만 중국 견제와 북한 억지는 한미일 세 나라에 공통의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對中·對北 유화책 우려” 이재명 정부가 중국이나 북한을 상대로 지나치게 유화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표방한 한미일 3국 협력 중심의 실용주의적 외교 노선이 집권 후에도 계속 유지될지를 두고 일부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는 게 나타난 것.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새 정부가) 과거의 대중, 대북 유화 노선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이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 딜’(핵 군축과 대북 제재 해제 교환) 같은 불완전한 합의도 주한미군 감축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일러 선임고문은 “미국은 어떤 변화도 한국의 억지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고, 당장 주한미군 감축설에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 북한은 새 정부와 대화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참모들과 여당 내 요구가 있겠지만 출범 초반부터 대북 관계 개선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코스텔로 연구위원은 “향후 한국은 중견국으로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방 안의 어른(the adult in the room)’ 역할을 빠르게 맡을 수 있다”며 “새 정부는 미국이 동북아와 한반도 문제에서 가장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우크라이나가 1일(현지 시간) 러시아 본토의 5개 공군기지를 무인기(드론) 117대로 기습 공격해 러시아의 Tu-95, Tu-22, A-50 등 전략폭격기와 공중조기경보기 41대를 파괴했고, 최소 70억 달러(약 9조6600억 원)의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차 직접 휴전 협상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휴전 협상 타결을 강조해온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항의 메시지를 담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2차 휴전 협상은 1시간 만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폭발물로 무장한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주의 벨라야 공군기지, 북서부 무르만스크주 올레냐 공군기지 등 다섯 곳을 타격했다. 특히 벨라야 기지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4300km 떨어져 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가한 최장거리 공격이다.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러시아 본토 어디든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전쟁 중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힌 공격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작전에 ‘거미줄’이란 이름을 붙였다. 위장 트럭을 이용해 러시아 본토에 드론을 밀반입한 후 원격 조종을 통해 공격을 단행했다. 특히 목재 상자에 드론을 숨겨 적진 깊숙이 침투했단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고대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목마’를 연상케 한다고 전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미국 하와이주 진주만 기습 공격에 빗대 ‘우크라이나판 진주만 공격’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작전을 직접 지휘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계획 수립부터 성공적인 실행까지 1년 6개월 9일이 걸렸다”며 “역사책에 기록될 만한 작전”이라고 자찬했다.이동식 목재창고속 드론, 4300km밖 러 기지 공습 “진주만급 타격”‘우크라판 트로이 목마’ 러 급습작전본부는 러 본토 연방보안국 옆… 1년6개월 치밀한 준비끝 성공젤렌스키 “러 폭격기 34% 무력화”… 외신 “현대전의 새로운 양상 열려”“우크라이나의 ‘트로이 목마’ 겸 놀라운 군사적 성과다.” 우크라이나가 1일 4300km 떨어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주를 포함한 러시아 본토 5곳의 공군기지를 무인기(드론) 117대로 공격해 전략폭격기 41대를 파괴한 것을 두고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총사령관이 CNN을 통해 논평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그리스가 트로이를 함락시킬 때 군인들을 숨긴 대형 목마를 이용했듯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이동식 목재 창고에 숨겨 러시아 본토 깊숙이 밀반입한 점을 짚었다. 최근 전황이 러시아로 기울었음에도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BBC는 “러시아의 압도적 강세에도 우크라이나가 지략이 풍부하고 결연한 적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줬다”며 “대담하고 독창적인 공격”이라고 진단했다.● 1년 반 동안 치밀하게 준비… 우크라 작전 본부 러시아 본토에서 가동돼우크라이나는 이날 이르쿠츠크주 벨라야 공군기지, 무르만스크주 올레냐 공군기지, 랴잔주 댜길레보 공군기지, 이바노보주 이바노보 공군기지, 아무르주 우크라인카 공군기지 등 러시아 본토 5곳의 기지를 폭발물을 실은 소형 드론을 대거 투입하는 방식으로 공격했다. 이번 공격은 1년 반의 치밀한 준비를 거쳐 진행됐다. 특히 공격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작전 본부가 러시아 본토에 비밀리에 설치된 채 가동됐다. 이 인근에 러시아의 방첩 업무를 담당하는 연방보안국(FSB) 시설까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공격을 감행한) 우리의 작전 본부는 FSB 바로 옆에 있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또한 이번 공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우크라인카 기지 공격은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의 주력 전략폭격기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인 Tu-95, Tu-22M, Tu-160, A-50가 파괴됐다. Tu-95, Tu-22M, Tu-160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공습을 가할 때 자주 쓰인다. 특히 Tu-160은 핵미사일 탑재도 가능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장거리 전폭기의 최소 34%가 무력화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또한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 및 드론 공격 능력이 일시적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작전으로 드론을 사용한 현대전의 새로운 양상이 열렸으며 중국 등이 미국을 공격할 때 우크라이나를 참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톰 슈가트 연구위원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중국의 컨테이너선과 트럭에서 수천 대의 드론이 쏟아져 나와 미 공군의 핵심 전력을 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르쿠츠크처럼) 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군사 자산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저렴하고 군사용으로 개조하기 쉬운 드론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시대”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의 휴전 협상에도 영향 미칠 듯 이번 공격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현지 시간 2일 오후 1시에 열린 양측의 2차 직접 휴전 협상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 발발 후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의 영유권 등을 두고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격을 당한 러시아가 향후 협상에 제대로 나서지 않거나,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보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로만 알레힌 등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진주만 공습을 당한 미국이 일본을 호되게 응징했듯 우크라이나에 가혹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1일 격전지 쿠르스크주에서 발생한 열차 탈선으로 최소 7명이 숨진 사고의 배후에도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공격을 통해 러시아는 물론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도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때 러시아와 강하게 밀착하며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휴전 협상 타결을 강요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에 BBC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때 ‘우크라이나의 협상 카드가 없다’고 여겼던 트럼프 대통령이 틀렸다는 점을 증명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를 패자로 가정하고 휴전 협상 타결을 압박하지 말라는 취지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8일 대선 선거 운동 도중 최대 암호화폐 컨퍼런스 ‘비트코인 2024’에서 “미국을 지구의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1년 뒤 J D 밴스 부통령은 같은 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미국 시민들이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 특히 비트코인이 주류 경제의 일부로 자리잡고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임을 알아 주기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자산과 관련해 강한 규제 완화와 제도권 진입을 추진하는 배경을 살펴봤다. ● “‘비트코인 재무부’ 설립하겠다” 트럼프 일가는 다양한 암호화폐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소셜미디어로 활용하는 ‘트루스소셜’의 모회사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은 27일 25억 달러를 조달해 ‘비트코인 재무부’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재무부는 25억 달러(약 3조4500억 원)를 활용해 비트코인을 매입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의 대주주다. 취임식을 며칠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밈 코인(유행을 반영해 만든 가상화폐) ‘$TRUMP’를 출시했다. 이는 트럼프 그룹에서 발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중순까지 트럼프 코인으로 얻은 판매 수익을 3억5500만 달러(약 4899억 원)로 추산했다.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 에릭, 배런은 백악관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의 아들 잭과 가상화폐 업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을 공동 설립했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올 3월 스테이블코인 USD1을 새롭게 내놨다. 같은 달에는 에릭의 채굴 기업 ‘아메리칸 비트코인’도 출범했다.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나스닥 상장사 ‘그리폰 디지털 마이닝’과의 합병을 통해 뉴욕증시에 우회상장할 예정이다.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고위급 인사들도 가상자산에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아들 브랜던은 지난달 테더,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36억 달러(약 4조9680억 원) 투자를 유치해 비트코인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밴스 부통령은 2023년 그는 25만 달러(약 3억 45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그는 28일 비트코인 2025 행사에서 자신도 비트코인을 보유한 미국인 5000만 명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이 숫자가 곧 1억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행사에서 돈 주니어와 에릭도 무대에 올랐다. 에릭은 트럼프 일가의비트코인 매입 계획을 밝히며 “누구든 당장 비트코인을 사야 한다”며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파는 사람은 없어 가격이 더 급상승하게 될 것”이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채굴 사업체를 보유한 그는 채굴 기업에 대한정부의 지원 확대도 촉구했다.● 반(反)제도권운동으로 합리화 트럼프 일가는 가상자산 사업을 부패한 금융 권력에 대한 정치 투쟁으로 포장하고 있다. 지난달 돈 주니어는 카타르경제포럼에서 “2020년 대선 패배 후 은행이 우리 가족의 정치적 견해를 문제 삼아 거래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생존을 위해 가상자산으로 눈을 돌렸다”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일가는 캐피털원 은행을 상대로 이 은행이 2021년 300개 이상의 계좌를 폐쇄한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에릭도 28일 비트코인 2025 행사에서 “우리 가족은 은행들의 대우에 매우 분노했다”며 “솔직히 일부 대형 은행들이 멸종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중앙화된 전통 금융 시스템은 일종의 폰지 사기”라며 “가상자산을 통해 금융의 민주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미디어도 비트코인 매입 계획을 발표하며 “우리는 비트코인을 금융 자유의 정점이 될 도구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투자는 금융 기관의 괴롭힘과 차별로부터 회사를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가상자산에 칼을 빼들었던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에 대한 적개심도 활용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비트코인 2025 기조연설에서 “바이든의 가상자산 탄압은 끝났다”며 “가상자산은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고 나쁜 정책, 인플레이션, 차별로부터 위험 회피(헤지)를 돕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 미국을 스테이블코인 중심지로트럼프 일가는 스테이블코인까지 발행하며 가상자산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유로, 엔화 등 법정 화폐와 일대일로 연동(페깅)되는 가치를 갖도록 설계된다. 변동성이 낮고, 은행을 끼지 않고 수수료 없이 몇 분 만에 결제와 송금이 가능하다는 강점 덕에 기업과 개별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된 금액만 28조 달러(약 3경6400조 원)에 달한다. 이는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의 연간 거래액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는 미 달러에 페깅되는 테더(USDT)와 서클(USDC)의 점유율이 9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코인을 발행하는 주체는 미 달러나 국채 실물을 준비금으로 확보해둬야 한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이다. 미 상원에서는 최초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법안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20일 통과됐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발행액 전부를 현금, 미국 국채, 은행 요구불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보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원 통과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4개월 만에 가상자산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기업은 안전자산 중 국채를 대체로 선호한다. 국채 수익률(연 4~5%)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큰손’으로 떠올랐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테더와 서클은 미 국채를 1283억 달러(약 177조 원)어치 보유해 세계 18위 보유국인 한국(1258억 달러)의 보유량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국채 수요가 늘면 금리가 떨어져 향후 미국 정부가 신규 발행할 국채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국가부채 감축을 공약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리며,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적으로 밀어주는 배경으로도 해석된다.밴스 부통령은 28일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달러의 건전성을 위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라며 “우리는 스테이블코인을 경제력을 배가시키는 힘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맞춤형 규제와 관련 법을 정비해 가상자산을 완전히 주류 경제로 편입시켜 규제 당국이 마음대로 가상자산 시장을 위협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섣부른 진흥책” 우려도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대비 없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장기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이 시장 내 통화량을 급격히 늘려, 부채 증가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 발행사가 스테이블코인을 찍어내는 행위는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이나 시중은행의 신용 창출과 유사한 경제적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또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인터넷은행 출범 당시처럼 금리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통 은행들이 고객 유출을 막기 위해 예금금리를 인상하거나 대출금리를 인하하면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이 더욱 늘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예금 이탈에 취약한 소형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한편 트럼프 일가가 지나치게 사익을 추구한다는 반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국부펀드 MGX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20억 달러(약 2조7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는데, 이 대금을 치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윗코프 특사의 자녀들이 설립한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USD1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거래로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20억 달러의 예치금을 운용해 매년 수천 만 달러(수천 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미 헌법의 보수조항과 연방 뇌물수수 금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긴급 조사를 촉구했다.트럼프 일가와 엮인 가상화폐 사업가들이 미 금융당국의 철퇴를 피하는 사례도 연이어 발생했다. 29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바이낸스와 설립자 자오창펑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지 약 2년 만에 취하했다. 앞서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낸스 측이 미국 시장 재진입과 자오창펑의 사면을 위해 의도적으로 트럼프 측근에 접근했다고 보도했다.22,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버지니아주 골프 리조트에서 밈코인 상위 보유자 220명을 초대해 비공개 만찬을 연 가운데 이 밈 코인의 최대 보유자가 2023년 SEC에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중국계 쑨위천(저스틴 선)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쑨 씨가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7500만 달러(약 1035억 원)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진 뒤 올 2월 SEC는 그와 관련한 소송을 일시 중단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나오는 잡음을 두고 두고 폴리티코는 “트럼프 가문의 빠르게 성장하는 가상자산 제국이 가상자산 업계의 큰 골칫거리가 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일가의 윤리적 문제가 가상자산 반대자들에게 업계를 강타할 새로운 먹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일가를 둘러싼 소란으로 인해 가상화폐 제도화 관련 법안들의 최종 통과가 내년 중간선거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로비스트는 “암호화폐에 열광하는 대통령을 만나게 되어 기쁘지만, 그들의 사업은 보기에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26화 요약: 트럼프 일가와 핵심 측근들은 암호화폐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비트코인 매입부터 밈코인, 채굴, 스테이블코인까지 가상자산 전반에 손을 뻗고 있다. 그러나 사익 추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커지며,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9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항소법원)이 전날 국제무역법원(CIT)이 “대통령 권한을 남용한 불법적 조치이니 시행을 중단하라”고 명령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를 항소심을 심리하는 중에는 허용하기로 했다.항소법원이 1심에 해당하는 CIT의 판결 직후 트럼프 행정부가 제출한 ‘판결 효력 정지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폐지될 위기를 맞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상호 관세가 하루 만에 되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CIT의 판결은 너무나 잘못됐고 정치적”이라며 “대법원이 이 끔찍하고 국가를 위협하는 결정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뒤집기를 바란다”고 밝혔다.트럼프 상호관세 번복 혼란에도… EU-日 “美와 협상 예정대로”美법원 “중단” 하루만에 “부과”각국, 美정부 자극 않으려 ‘신중 모드’… 美재무 “무역파트너 태도 변화 없어”나바로 “상호관세 안되면 다른 관세”트럼프 “中, 美와 합의 완전히 위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 관세(기본 관세 10%와 국가별 개별 관세로 구성됨·한국은 기본 관세 10%와 국가별 개별 관세 15%로 총 25%를 부과받음)를 두고 미 법원이 하루 만에 다른 명령을 내리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이 상호 관세 부과가 불법이라며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다음 날 연방순회항소법원(항소법원)은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상호 관세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이른바 ‘트럼프발 상호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관세 부과 정책을 이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외신들은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주요국들이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 안갯속 관세 향방에 각국 ‘신중 모드’ 미 법원에서 상호 관세의 정당성을 문제 삼았지만 현재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협상 중인 나라들은 예정대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다음 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급 회의에서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달 초에 이미 미국과 무역 협상을 마친 영국 정부도 “CIT 판결은 단지 법적 절차의 첫 단계(1심)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고 전했다. 독일과 EU의 무역 정책을 담당하는 유럽위원회(EC)도 “CIT의 결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무역 협상을 이끌고 있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전날 CIT 판결에 따른 협상 영향을 묻는 질문에 “지난 48시간 동안 무역 파트너들의 태도에 아무런 변화를 보지 못했다”며 “그들(협상 대상국)은 선의를 갖고 우리에게 와 빠른 협상 완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30일 오전에도 매우 큰 규모의 일본 대표단이 사무실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몇몇 매우 큰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전했다.하지만 이번 CIT 판결이 어떤 형태로든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윌리엄 라인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고문은 뉴욕타임스(NYT)에 “단기적으로는 협상이 원활하지 않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 상대국들이 양보하려 들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상호 관세 대신 품목이나 국가별 관세에 더 집중할 수도29일 워싱턴 연방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제기된 또 다른 소송에서 CIT와 같은 판단을 하면서 관세 정책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워싱턴 연방법원도 상호 관세와 중국에 대한 ‘펜타닐 관세’(마약 유입을 이유로 부과)와 관련해 소규모 업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관세 부과 중단’ 명령을 내렸다. 다만 소송 제기 업체들이 판결의 전국적인 적용을 요청하지 않아 해당 업체에만 적용될 예정이다.이처럼 ‘상호 관세 부과 중단’ 관련 판결이 이어질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CIT가 관세 부과 근거로 부적절하다고 지목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대신 다른 법적 근거로 관세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플랜 B’ 전략을 적용하는 것.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고문은 CIT 판결이 나온 뒤 취재진에 “달라진 건 없고, 이 방법(상호 관세)이 안 되면 다른 방법으로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특히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 이유로 품목별 관세 부과) △무역법 122조(무역적자 축소 위해 15%까지 150일간 관세 부과)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관세 부과) △관세법 338조(미국 차별하는 국가 상품에 관세 부과) 등을 활용해 품목이나 국가별 관세 부과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트럼프 “중국이 미국과 합의 위반”한편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10, 11일 진행된 중미 고위급 통상회의 때 합의된 내용을 중국이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2주 전만 해도 중국은 내가 설정한 매우 높은 관세로 인해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 있었다”며 “나는 그들을 매우 나쁜 상황에서 구하기 위해 빠른 협상을 했고, 이 거래로 인해 모든 것이 빠르게 안정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쁜 소식은 중국이 미국과의 합의를 완전히 위반했다는 점이다. 착한 사람(Mr. NICE GUY)이 되어 봤자 소용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글과 관련해 ‘어떤 점을 중국이 위반했냐’는 질문을 받자 “중국은 제네바에서 관세는 물론이고 각종 비관세 보복 조치 또한 철회하기로 약속했으나, 희토류 수출 재개가 매우 느린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반갑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졸업생 여러분. ‘세계 각지’, 예, 그래야 합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29일(현지 시간) 열린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사진)이 환영사 도중 이같이 말했다. 곧바로 참석자들은 환호했고, 오랫동안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이번 졸업식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를 극단적 진보 이념의 본산지라고 비난하며 유학생 등록 금지와 정부 지원금 전액 삭감 같은 압박 조치를 취하고 나선 상황에서 열렸다. 미국 안팎에선 가버 총장이 졸업식 환영사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맹공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환영사에서 가버 총장은 트럼프 행정부를 콕 집어 비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잘못된 확신은 진정한 잠재력을 앗아간다” “절대적 확신과 의도적 무지는 같은 동전의 양면이며, 이 동전은 가치가 없는 것임에도 헤아릴 수 없는 대가를 요구한다” 같은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졸업식에는 졸업 가운과 학사모를 흰 꽃으로 장식한 학생이 많았다. 이 운동을 주도한 졸업생들은 “유학생이 인질처럼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백함(innocence)을 상징하는 흰 꽃을 달아 연대와 지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하버드대 학생신문인 하버드크림슨에 밝혔다.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는 문구를 학사모에 부착한 졸업생도 적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저항과 하버드대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찬 졸업식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원제 ‘How Democracies Die’)의 공저자로 잘 알려진 하버드대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라틴아메리카학·정부학)는 이날 아르헨티나 신문인 라나시온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학생을 받지 않고 문을 닫는 것은 북한과도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반갑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졸업생 여러분. ‘세계 각지’, 예, 그래야 합니다.”미국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29일(현지 시간) 열린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이 이렇게 말하자 참석자들이 오랜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이번 졸업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를 상대로 유학생 등록 금지 조치와 정부 지원금 전액 삭감에 나선 상황에서 열렸다. 가버 총장이 졸업식 환영사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맹공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가버 총장은 “여러분은 언제나 호기심을 갖고, 성장의 가능성에 마음을 열고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하버드에서 배웠다”며 “오늘 학위를 받은 이후에도 이 교훈을 꼭 간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세계는 우리를 ‘편안한 사고방식’이라는 유혹으로 끌어들인다. 그것은 우리의 가정, 주장, 의견, 시각이 타당하다고 쉽게 믿게 만드는 습관”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자신의 믿음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찾고, 반박하는 증거는 무시하곤 한다”며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절대적인 확신과 의도적인 무지는 같은 동전의 양면이며, 그 동전은 가치 없는 것임에도 헤아릴 수 없는 대가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버 총장은 ‘잘못된 확신’에 대한 우려를 비중있게 설명했다. 그는 “잘못된 확신은 진정한 잠재력을 앗아간다. 우리는 옳고자 하는 강한 욕망에 집착한 나머지, 틀렸을 때 얻을 수 있는 겸손, 공감, 관대함, 통찰력 같은 것들을 기꺼이 잃을 수 있다”며 “그로 인해 생각을 넓히고 마음을 바꿀 기회를 잃게 된다”고 했다. 또 “여러분이 ‘불편함 속에서 편안함’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가까운 미래든 먼 미래든, 모든 걸 다 알 것 같고, 이제는 발을 뻗고 의자에 기대도 된다고 느낀다면 오늘 이 날과 여러분이 앉아있는 접이식 의자를 떠올리라”고 했다. 그는 “호기심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가져다주는지를 떠올리며, 익숙하든 낯설든 새로운 생각들을 팔 벌려, 마음을 열어 맞이하길 바란다”고 했다. 연설을 마치며 그는 “여러분은 이 학교의 희망이자, 우리의 사명이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여러분이 속하고, 섬기고, 이끌 공동체의 궤적마저 바꿀 수 있다는 증거”라며 “하버드가 가진 가장 좋은 것들을 세상으로 가져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만의 길을 택하면서도 타인에게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는 여정을 열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학사모에 졸업 가운을 입은 졸업생 중에는 가슴이나 학사모를 흰 꽃으로 장식해 외국인 학생들을 향한 연대와 지지를 나타내는 학생이 많았다고 하버드크림슨이 전했다. 또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는 문구를 학사모에 부착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지를 표현한 졸업생들도 있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독일이 우크라이나가 자체 장거리 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 이전 및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줄곧 독일에 사거리 500km의 공대지(空對地) 미사일 ‘타우루스’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러시아의 반발을 의식한 올라프 숄츠 전 독일 총리가 그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달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집권 전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강화”를 공언했다. 이런 그가 우크라이나가 원했던 타우루스 직접 지원에는 못 미치지만 어떤 식으로든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강화를 돕겠다는 뜻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28일 수도 베를린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양국 국방장관이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 체계를 조달해 주는 것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빠르면 내년 6월경 첫 생산분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국방부는 이 사업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 및 구호물자 신규 지원에 50억 유로(약 7조7000억 원)의 예산도 배정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가 독일의 도움을 받아 생산할 무기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영국 가디언은 최장 2500km의 목표물을 때릴 수 있는 로켓, 순항 미사일 등 장거리 무기를 생산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각종 기술 요소를 독일 측이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는 독일이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전을 결정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독일이 제1,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점을 거론하며 “두 차례 겪었던 것과 같은 ‘자멸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독일의 전쟁 개입은 명백하다”고 반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협상에 미온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후 2주간 지켜본 후 (여전히 미온적이라면)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며 러시아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건 국제무역법원(CIT·Court of International Trade·로고)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시절인 1980년 설립됐다. 통상 및 교역 분야에서 연방기관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개인을 구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CIT는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국제 교역 관련 민사 소송의 관할권을 가진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를 상대로 특정 조치에 대한 금지, 배상 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 뉴욕 맨해튼에 있으며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9명의 판사로 구성된다. 특정 정당에 속하는 판사는 최대 5명까지 허용된다. 연방대법관과 마찬가지로 CIT 판사 또한 종신직이다. 이번 판결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제인 레시타니 판사(77),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발탁한 게리 카츠먼 판사(73),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에 임명한 티머시 라이프 판사(66)가 내렸다. 셋 중 판결문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특히 라이프 판사는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민주당원 판사’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오바마 전 행정부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법률 고문을 지냈다.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가 CIT 판사로 발탁될 당시 트럼프 1기의 보호무역 정책을 주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당시 USTR 대표가 강하게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CIT의 뿌리는 19세기 미 재무부 산하의 준(準)사법기구 ‘일반 감정위원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 결정에 대한 이의 제기를 심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무역 규모 또한 급증하면서 CIT 또한 미국 사법체계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됐다. CIT는 그간 법조계 인사와 통상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각계의 우려에도 관세 정책을 강행하는 와중에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의 연방법원인 국제무역법원(CIT)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을 두고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불법적 조치이므로 시행을 영구적으로 중단하라”고 28일(현지 시간) 명령했다. 관세 결정 권한은 의회에 있고, 의회가 이를 대통령에게 무제한적으로 위임한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CIT는 미국의 5개 자영업체 및 12개 주(州)가 “대통령의 부적절한 행정권 남용으로 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는 국가 비상사태”라며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것도 “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상호관세처럼 IEEPA를 근거로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적용한 ‘펜타닐 관세(마약 유입 문제로 부과)’도 중단 대상이다. 단, IEEPA에 근거하지 않은 알루미늄, 철강,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CIT는 10일 내에 법원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했다. 이번 판결로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안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중대 기로에 섰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과 진행했던 미국의 통상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백악관은 반발하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X에 “고삐 풀린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했다.한방 맞은 트럼프, 관세 효력 유지 나설듯… 부과 중단 예단 어려워美무역법원, 상호관세에 제동… “대통령 비상권한, 의회 우선 안돼”백악관 항소 뜻… 대법서 판가름 날듯철강-알루미늄 등 품목관세는 유지… 각국, 美와 통상 협상 지연 전략 쓸 듯국제 금융시장 ‘환호’… 亞증시도 상승“미국 헌법은 외국과의 통상 규제 권한을 ‘의회에 독점적으로’ 부여하고 있다.”미국의 연방법원인 국제무역법원(CIT)은 2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정책이 중단돼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며 이같이 밝혔다. 또 CIT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근거로 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에 관한 무제한적 권한을 부여하지 않으며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비상 권한이 의회에 우선할 수 없다고 했다.이번 판결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EEPA를 근거로 전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기본관세 10%+국가별 개별관세·한국은 기본관세 10%와 국가별 개별관세 15%로 총 25% 부과 받음)는 법적 정당성을 잃게 됐다. 현재 기본관세는 지난달 5일부터 부과 중이며, 국가별 개별관세는 7월 8일까지 유예돼 있는 상태다. IEEPA에 기반해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에 각각 25%, 중국 제품에 20%를 적용 중인 마약 ‘펜타닐’ 관세 또한 중단해야 할 상황을 맞았다.백악관은 이 판결을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하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2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법원에 이번 판결의 효력을 일시 정지해 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또 “관세의 즉각적인 종료는 국가 안보와 외교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밝혔다.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효력 유지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정책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다른 나라에 압력을 가해 미국에 유리한 무역협정을 체결하려는 영향력을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소매업체가 소송… 대법원서 최종 판결 전망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재집권 후 1977년 제정된 IEEPA를 근거로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는 국가 비상사태”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직권으로 각종 관세 정책을 시행해 왔다.이로 인해 미국 주식, 채권,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수입품 가격도 오르자 뉴욕주의 주류 수입업체 ‘VOS실렉션’ 등 5개 소매기업은 “관세 정책으로 현금 흐름과 공급망이 타격을 입어 사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CIT에 소송을 제기했고 이번 판결을 이끌어냈다. CIT와 별도로 다른 연방법원에서도 최소 5건의 관세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CIT는 트럼프 행정부가 10일 안에 위법적 관세를 영구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악관이 즉각 항소할 뜻을 밝히면서 최종 판결은 결국 연방대법원에서 판가름 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AP통신은 “CIT 판결은 수도 워싱턴의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대법원까지 상고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판결에 대해 항소와 집행정지 신청에 나서면서 실제 관세 부과 효력이 언제부터 중단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현재로선 이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고 통상 전문가들은 진단했다.워싱턴포스트(WP)는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대법원까지 간다면 (원고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대법관들도 헌법이 관세 및 외국 무역을 규제할 권한을 의회에만 부여한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 무역협상 ‘지연 전략’ 쓸 듯이번 판결로 미국과 통상협상을 진행 중인 주요국은 최대한 협상을 미루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참여했던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AP통신에 “미국과 열심히 협상하려던 국가들은 더 확실한 법적 명확성이 드러날 때까지 미국에 대한 추가 양보를 미룰 것”이라고 논평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통상 협상을 마친 영국, 일부 진행했던 중국과의 합의 또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이번 판결에 국제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28일 미국에서는 주가지수 선물과 달러 가치가 급등했고 29일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상승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독일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자체 생산을 돕기로 했다. 어떤 무기가 생산될 예정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르면 내년 6월 첫 생산분이 나올 전망이다. 그간 독일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때릴 수 있는 사거리 500km의 타우러스 미사일을 보내달라는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을 거듭 거절했다. 그러나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달 6일(현지 시간) 새 총리로 선출되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메르츠 총리가 28일 베를린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국방장관들이 오늘 우크라이나제 장거리 무기체계 조달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그간 쟁점이었던 사정거리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영토 바깥의 군사목표물을 상대로도 온전히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일과 협력해 진행할 사업에 ‘관련 체계와 미사일’이 모두 포함된다”면서 “2026년 6월경 첫 생산분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독일은 우크라이나가 자국에서 장거리 사격이 가능한 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게 기술 이전과 자금 지원 등에 나설 전망이다. 독일 국방부는 이 사업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 및 구호물자 신규 지원에 50억 유로(약 7조70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를 통해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깊이 관여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독일에서는 타우러스 미사일 지원을 두고 찬반 논쟁이 거세다. 그간 메르츠 총리는 타우러스 미사일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나 러시아와 서방의 전면전으로 번지면 독일이 동유럽 국가들과 함께 분쟁에 직접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 주도의 현 연정에 속한 사회민주당(SPD)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도 타우러스 미사일 직접 제공 대신 기술 이전 및 자금 지원으로 방향을 튼 배경으로 꼽힌다.러시아가 올 여름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기획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회담이 이뤄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투가 격화하면서 전투용 드론과 무기 생산을 늘리는 게 시급하게 됐다면서 “독일과 합의한 공동투자 사업에 드론 생산이 포함된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범죄를 저지른 적도 없고 역량을 인정받아 입학 허가를 받았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미국 비자 인터뷰를 못 본다니 당황스럽다.” 해외 유학생이 많은 국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28일 올라온 글이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2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 등에 대한 신규 비자 발급 인터뷰를 당분간 중단할 것이며 비자 신청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검증을 의무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온 뒤 올 9월 신학기 입학을 앞둔 미국 유학생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서울 강남구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아직 비자 인터뷰를 신청하지 못했다’며 다급하게 문의하는 학생이 많은데 대처 방안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가 실행되면 해외 인재를 유치해 인력을 확충해 온 미국 전역의 수많은 교육 기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학 지원자들의 SNS 계정 검증이 ‘사상 검증’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도 거세다. ● SNS 게시물까지 비자 심사에 반영 검토미국 주요 언론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전 세계 외교공관에 “지침이 발표될 때까지 F, M, J 비자 면접 인원을 추가하면 안 된다”고 보낸 전문(電文)이 사실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국토안보부도 비자 및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 비(非)시민권자의 SNS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이런 방침이 유학생 등의 비자로도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미 미 국무부의 비자 신청 서식 ‘DS-160’에는 최근 5년간 사용한 모든 SNS 계정을 적어 내라는 항목이 존재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링크트인은 물론이고 중국계 웨이보와 큐존(QQ), 러시아계 프콘탁테(VK) 등의 계정 또한 공개해야 한다. 다만, 앞으로는 실제 이런 계정에 어떤 게시물을 올렸느냐도 공식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SNS에 ‘반미(反美)’ ‘반트럼프’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 앞으로 비자 거절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교육기관에도 큰 타격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가 유학생과 그들에게 의존하는 미국 대학에 대격변, 심지어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경제적, 문화적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자 중단이 장기화하면 각 대학 학생들의 학기 등록에 차질이 생기고 학생 수업료에 의존하는 해당 대학의 예산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WP에 따르면 미국에는 매년 100만 명 넘는 유학생이 온다. 수업비, 생활비 등으로 연간 440억 달러(약 61조6000억 원)를 쓴다. 미 국제교육연구원(IIE) 기준 2023∼2024학년도 미국 내 한국 유학생은 4만3149명. 중국, 인도에 이은 세계 3위다. 이번 조치로 세계 인재를 빨아들여 온 미국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미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학업체 보스턴에듀의 백율리 대표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큰돈을 들여 유학을 가는 학생과 그 부모들은 ‘이렇게 불안한데 꼭 미국 유학을 가야 하나’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려대는 28일 하버드대 등 미국 대학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학생과 교수 등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럽연합(EU), 일본, 홍콩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보수 교육 강화 전망… 텍사스주는 교실 십계명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주요 대학이 반유대주의 등을 제어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과도한 진보 성향 교육을 강조한다고 비판해 왔다. 이를 막는다며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같은 명문대에 대한 연방정부 보조금 삭감이나 지급 동결 등을 결정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에 이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타깃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등 캘리포니아 소재 주요 주립대일 것으로 예상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진보 성향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최소 10개의 UC 캠퍼스에 입학 관행, 외국 자금 지원 현황 등을 조사 중이다. 주립대는 연방정부 자금 의존도가 높아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보수 텃밭’ 텍사스주 의회는 최근 주내 모든 공립학교 교실에 성서의 ‘십계명’을 게시하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집권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서명하면 텍사스주 공립학교 교실에는 40X50cm 크기로 제작된 십계명 액자가 걸린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한국과 체코의 수교 35주년을 맞아 ‘바츨라프 하벨 벤치’가 한국에 처음으로 설치됐다. 주한체코대사관은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천 근린공원에서 바츨라프 하벨 벤치 개장식이 열렸다고 밝혔다. 이 벤치는 주한체코대사관과 서초구청이 공동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한 설치미술 프로젝트다. 바츨라프 하벨 벤치는 체코의 전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을 기리기 위해 2013년 미국 워싱턴에 처음 설치됐다. 하벨 전 대통령은 체코슬로바키아의 마지막 대통령이자 체코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체코 민주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1989년 벨벳 혁명의 주역으로 공산 정권의 평화 퇴진을 이끌었다. 1948년부터 40여 년간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였던 체코슬로바키아는 1992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됐다. 하벨 전 대통령은 이듬해 초대 체코 대통령에 취임해 민주주의 체제로의 이행을 주도했다. 벤치는 대화를 통해 하벨 전 대통령의 철학을 되새기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중앙에 나무가 자라고 있는 원형 탁자와 두 개의 의자로 구성돼 있다. 원형 탁자에는 하벨 전 대통령이 생전 강조한 메시지 “진실과 사랑은 거짓과 증오를 이긴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의자는 마주보도록 배치됐는데 이는 대화를 통한 화합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벤치는 현재 한국을 포함한 21개국에 설치돼 있다. 이번에 설치된 벤치는 체코에서 제작했고, 원형 탁자 중앙에 들어가는 나무로는 충북 단양군에서 기증받은 복자기나무를 식재했다. 이날 개장식에서 이반 얀차렉 주한국 체코대사는 “체코 국민에게 바츨라프 하벨은 자유와 대화, 그리고 도덕적 용기의 상징”이라며 “서울 시민들이 이곳에서 서로 연결되고, 하벨이 지켜온 가치들로부터 영감을 얻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팀 쿡이랑 작은 문제가 있다. (애플이) 인도에 공장을 짓는 걸 원치 않는다고 그에게 말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카타르 방문 도중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23일 애플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을 경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쿡 CEO가 중동 순방 동행을 거부한 것이 갑작스러운 관세 발표의 배경이라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3∼16일 중동 3개국 순방을 앞두고 여러 미국 기업 CEO들에게 동행을 권유했지만, 애플의 쿡 CEO는 이를 거절했다. 이에 화가난 트럼프는 순방 동안 여러번 쿡 CEO를 비난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도 “팀 쿡은 여기 없지만, 당신은 있다”고 말하는 등 뒤끝을 보였다. 당초 쿡 CEO는 다른 미국 기업인들에게 ‘트럼프와의 관계 롤모델’으로 평가될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때 그와 개인적 친분을 쌓는 데 신경썼다. 직접 전화하고 찾아가며 식사를 하는 등 좋은 관계를 쌓아 지난달 아이폰의 관세 유예를 얻어냈다. NYT는 “그러나 쿡은 이제 백악관의 최대 표적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또 최근 애플이 앱스토어 결제 수수료 관련 소송에서 패배하는 등 대관 능력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쿡 CEO가 지난주 백악관에 빈번히 전화하고 회의도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평화협상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유럽연합(EU)에 부과하기로 했던 50%의 관세 시행 시기를 올해 7월 9일로 미룬다고 25일(현지 시간) 밝혔다. 앞서 23일 “50% 관세”를 선언한 지 이틀 만에 유예를 선택한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바뀐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롤러코스터 관세’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새로 부과하거나 바꾼 관세 정책만 50회 이상”이라고 꼬집었다.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 폭탄’을 투하한 뒤, 아무렇지 않게 이를 유예 또는 철회하는 행보를 이어 오고 있다. 특히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는 사실상 교역이 불가능한 수준인 145%의 관세 폭탄을 안겼지만 이달 10,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통상 협상을 갖고 갑자기 이를 90일간 30%로 낮추기로 했다.이 같은 트럼프식 관세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조성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을 안긴 후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특유의 ‘매드맨(mad man·미치광이) 전략’이란 평가와 애초에 관세 전략 자체가 부재했기 때문에 성급한 발표 뒤 부작용이 커지자 급하게 수습하려 한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된다.● 관세 부과 이틀 만에 EU에 유화 손짓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EU에 대한 관세 부과 유예를 선언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먼저 자신에게 전화해 관세 유예를 요청했다며 “우리는 좋은 통화를 했다. (EU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7월 9일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EU가 미국산 자동차와 농산물을 많이 수입하지 않으며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각종 제재를 가한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EU는 미국을 갈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퍼부었다. 그는 23일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EU와의 무역에서 연간 2500억 달러(약 342조5000억 원)가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수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부가가치세(VAT), 유로화의 인위적인 가치 하락 유도 등 EU가 미국에 각종 비(非)관세 장벽을 세우고 있다고도 주장했다.하지만 이틀 만에 갑자기 관세 유예를 선언하면서 애초에 선전포고 자체가 ‘엄포’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U와의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물며 자신의 기대만큼 신속하게 진전되지 않자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경고 차원에서 으름장을 놓았다는 의미다. EU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라르스 클링바일 재무장관은 25일 현지 매체 ‘빌트’에 “더 이상의 ‘도발’ 대신 진지한 ‘협상’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뜻을 밝혔다. 이에 더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까지 관세 유예를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다시 관세를 유예해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하게 ‘관세 폭탄’ 던진 뒤 주워 담기 반복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관세 롤러코스터’에 태운 승객은 국가와 품목을 가리지 않는다. 올 1월 재집권 직후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수 차례 유예, 관세율 조정의 변덕을 부렸다. 지난달 2일에는 전 세계를 상대로 각각 다른 상호관세율을 매겼고, 일주일 후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90일 유예’ 처분을 내렸다.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농업, 에너지 등 품목별 관세 역시 수 차례 시행과 철회를 발표하는 널뛰기 행보를 보였다. 특히 그는 올 3월 11일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올리겠다고 밝혔다가 약 6시간 만에 철회했다. 이달 4일엔 외국에서 제작된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고선 할리우드가 우려를 표하자 하루 뒤 “(업계) 관계자들부터 만나겠다”며 슬그머니 물러섰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는 이를 ‘의도된 협상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27일 ABC 인터뷰에서 ‘게임 이론’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전략적 불확실성’을 협상 전술로 활용하고 있다”고 두둔했다.다만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는 관세 정책 전반에 대한 전략적 로드맵이나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여주기식’ 발표부터 하다 보니 ‘예고된 혼선’이 나타났다고 비판한다. 중국 등 상대국의 저항이 만만치 않고, 관세 롤러코스터로 미국 주식, 채권,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모양 빠지는 철회’가 반복됐단 의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5일에도 자신의 관세 정책을 옹호했다. 그는 이날 취재진에 “관세 정책은 다른 나라에서도 만들 수 있는 양말, 운동화, 티셔츠 등을 위한 게 아니다”며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건 반도체, 컴퓨터, 탱크, 군함”이라고 했다. 첨단 산업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관세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행한 ‘밈 코인’(유행을 반영해 만든 가상화폐)의 상위 보유자 220명이 22,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골프 리조트에서 비공개 만찬을 즐겼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3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여러분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다”며 바이든 전 행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를 비판했다. 다만 23분간 연설한 그는 참석자와 개별 대화는 나누지 않은 채 행사장을 떠났다. NYT에 따르면 한국인 가상화폐 사업가 중 디지털 자산관리기업 하이퍼리즘의 오상록 최고경영자는 행사에 참석했고, 이 회사 임원인 라수경 씨는 행사 초청자 명단에 이름이 올려져 있었다. 초청자 중 2023년 3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한 중국계 쑨위천(孫宇晨·35)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가상화폐 ‘트론’의 창시자인 그는 카리브해 그라나다, 세인트키츠네비스 등의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밈 코인의 최대 보유자로도 알려져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올 2월 법원에 쑨 씨와 관련한 소송을 일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쑨 씨가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 에릭, 배런이 설립한 가상화폐 업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7500만 달러(약 1030억 원)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돈을 받고 범죄 혐의자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거세다. 23일에는 같은 곳에서 트럼프 밈 코인 상위 보유자 25명만을 초대한 별도 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규모 만남, 비공식 백악관 투어를 가졌다. 22, 23일 양일간 행사장 주변에서는 반(反)트럼프 시위대가 “가상화폐 부패를 중단하라”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라”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조직을 축소하고, 인원도 절반 이상 감축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NSC는 대통령을 보좌해 국가안보와 외교 정책에 관한 주요 사안들을 결정하는 백악관 산하 최고 자문기구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NSC를 ‘딥스테이트(deep state·기득권 관료집단)’의 표본이라 여겨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NSC 기능을 대거 국무부와 국방부 등에 이관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또 이 같은 개편 작업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SC는 궁극의 딥스테이트” 폴리티코는 23일 이 사안에 정통한 5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현재 350명 규모인 NSC 직원을 150명 미만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다수의 NSC 직원들을 개별 면담했고, 해당 직원들이 자리를 보전해야 하는지를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CNN방송은 브라이언 매코맥 NSC 비서실장이 23일 100여 명의 해고 대상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30분 안에 자리를 정리하라”고 알렸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NSC 내 위원회 수를 줄이고, 특히 회의 빈도가 적은 위원회는 인원도 크게 줄일 계획이다. NSC는 국무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부처들의 주요 정책을 지휘·관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직원들도 국무부와 국방부 출신의 ‘늘공(직업 공무원)’이 다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NSC가 자신의 정책 비전을 공유하지 않는 관료주의적 직원들로 가득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NSC는 궁극적인 딥스테이트”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딥스테이트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그리넬 꺾고 ‘베네수엘라 제재’ 관철NSC 개편 과정에서 이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로 꼽히는 루비오 장관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국무장관에 임시 국가안보보좌관, 국제개발처(USAID) 처장 대행,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임시 청장 등 전례 없는 ‘1인 4역’을 수행 중이다. 특히 그는 최근 경질된 마이크 왈츠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자리를 겸직하며 NSC 조직 및 인력 감축의 필요성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비오 장관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 외교 안보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가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놓고도 리처드 그리넬 백악관 북한·베네수엘라 특임대사와 충돌했는데, 자신의 의견을 관철했다고 WP는 진단했다. 그리넬 대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신임하고, 중책을 맡기는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WP는 “루비오와 그리넬은 트럼프 2기 출범 초부터 주도권을 두고 수차례 부딪쳐 왔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부정선거와 인권 탄압 의혹을 받고 있는 니콜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강경 대응을, 그리넬 대사는 원유 수출 허가 연장 등 제재 완화를 선호해 왔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가 불법 이민자 수용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공화당 내 대(對)베네수엘라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며 경제 제재 강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 한편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루비오 장관이 국가안보보좌관직을 계속 맡아주길 원하고 있어 ‘국무장관-국가안보보좌관 겸직 체제’가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루비오 장관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행한 ‘밈 코인’(유행을 반영해 만든 가상화폐)의 상위 보유자 220명이 22,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골프 리조트에서 비공개 만찬을 즐겼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2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여러분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다”며 바이든 전 행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를 비판했다. 다만 23분간 연설한 그는 참석자와 개별 대화는 나누지 않은 채 행사장을 떠났다. NYT에 따르면 한국인 암호화폐 사업가 중에는 디지털 자산관리기업 하이퍼리즘의 오상록 최고경영자는 행사에 참석했고, 이 회사 임원인 라수경 씨는 행사 초청자 명단에 이름이 올려져 있었다.다만 초청자 중 2023년 3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한 중국계 쑨위천(孫宇晨·35)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가상화폐 ‘트론’의 창시자인 그는 카리브해 그라나다, 세인트키츠네비스 등의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밈 코인의 최대 보유자로도 알려져 있다.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올 2월 법원에 쑨 씨와 관련한 소송을 일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쑨 씨가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 에릭, 배런이 설립한 암호화폐 업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7500만 달러(약 1030억 원)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돈을 받고 범죄 혐의자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거세다.23일에는 같은 곳에서 트럼프 밈 코인 상위 보유자 25명만을 초대한 별도 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소규모 만남, 비공식 백악관 투어를 가졌다. 22, 23일 양일간 행사장 주변에서는 반(反)트럼프 시위대가 “가상화폐 부패를 중단하라”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라”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