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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한 마약수사대는 텔레그램에서 필로폰 등을 거래하는 조직의 드로퍼(전달책)를 붙잡았다. 수사대는 그를 정보원으로 삼아 윗선을 추적하고자 했다. 중간 공급책은 “신원을 확인하겠다”며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검경이 마약 수사를 위해 위장 신분증을 발급하는 건 불법이어서 수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은 “제도적 뒷받침 없이 마약범죄 윗선을 추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약 사범이 늘고 있지만, 위장 수사(언더커버)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법제 탓에 꼬리만 잡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직 마약 수사관 10명 중 9명은 언더커버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에 1년 넘게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관 10명 중 9명 “언더커버 필요” 22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마약류 범죄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경찰과 검찰, 관세청 소속 마약수사관 202명을 설문한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 189명(93.5%)이 “위장 수사 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경찰관은 “현재 허용되는 수준의 위장 수사는 최말단 배달책 외엔 검거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등에는 위장 수사와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다만 2007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범죄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르게 유도하는 건 ‘함정수사’로 위법하다”는 기준만 제시돼 있다. 이에 따라 설령 언더커버로 범인을 붙잡아 기소해도 공소 자체가 무효가 된다. 유일한 예외가 아동 성착취물 수사다. 2021년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으로 언더커버 허용 조항이 추가돼, 수사기관이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마약 사범은 2021년 1만626명에서 2024년 1만3512명으로 늘었다. 올해 1∼8월에는 9047명이 검거됐다. 눈여겨볼 점은 올해 검거된 이들 중 공급 사범이 3316명으로 그 비율이 36.7%에 그쳤다는 점이다. 지난해(40.0%)보다 비율이 오히려 낮아졌다. 경기 지역에서 마약을 수사하는 한 경찰관은 “마약 거래가 점조직으로 분화하면서 공급책을 잡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경찰청은 이례적으로 마약 조직의 총책을 포함해 57명을 일망타진했다. 조직 측이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은 허술한 점 때문이었다. 수사에 참여한 한 경찰관은 “이번 경우는 위조 신분이 필요 없었지만, 오프라인 거래 등으로 들어가 경찰이 아님을 위장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법은 국회에 1년 넘게 계류 정부와 국회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회엔 언더커버를 허용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정부도 올 3월 ‘제1차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연내에 가짜 신분증 등을 활용한 잠입 수사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2일 현재 관련 법안 3건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안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 부쳐진 이후 진전이 없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발의된 법안의 차이를 조율해 단일안을 만들 예정”이라며 “위장 신분이 허용되면 공급책 검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은 법무부 장관이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언더커버를 폭넓게 허용한다. 독일과 프랑스 등도 형사소송법상 마약 같은 중대범죄에는 언더커버를 합법화했다. 영국과 호주 등도 판례에 따라 언더커버를 시행하고 있다. 대체로 사전 허가나 사후 감사 등 장치를 두고 인권 침해 여부를 감시한다. 법제 정비가 늦어질수록 마약이 생활 공간에 더 깊숙이 파고들 수 있는 만큼 언더커버 허용을 고려할 때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언더커버 면책 규정을 법에 명시해 실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흥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말단 배달책만 잡아서는 근절이 어렵고 공급책, 생산 제조책, 총판매책 등 윗선 검거를 통해 확산 고리를 차단해야 마약 투약 나이 하락과 일상 속 침투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서울 종로구에서 20년 넘게 백숙집을 운영해 온 박순임 씨(67)는 올 6월 ‘22명이 방문한다’는 단체 예약 전화를 받았다. 예약자는 “OO증권 대리”라며 명함과 사원증 사진까지 보내왔다. 불황으로 어려웠던 와중에 오래간만의 대형 예약이었다. 그런데 곧 “회장님이 오시니 ‘맥켈란 25년 셰리오크’ 3병을 준비해 달라”며 백숙집에서는 팔지 않는 비싼 위스키를 요구했다. 이어 자기가 소개한 업체에 900만 원을 송금하면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상함을 느낀 박 씨가 “평소 거래처를 통해 술을 준비하겠다”고 하자 예약자는 연락을 끊었다.● 외식 불황 노린 ‘노쇼 사기’ 피해 폭증이처럼 단체 예약 후 특정 업체를 소개하며 대리 구매를 요청하는 전형적인 2단계 구조를 보이는 ‘노쇼(No-show)’ 사기가 증가세다. 박 씨는 최근 석 달 동안 이런 전화를 무려 3번이나 받았다고 한다. 노쇼 사기는 외식 불황 속 단체 예약을 놓치고 싶지 않은 소상공인의 기대 심리를 노린다. 여기에 1박 2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범행 기간에 1000만 원가량의 범죄 수익을 거두는 ‘박리다매형’이라는 점도 새롭다.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노쇼 사기는 총 2892건 발생했고 피해액은 약 414억 원에 달했다. 특히 7월 한 달에만 피해액이 총 163억 원에 달했다. 올 1∼5월 월평균 피해액(29억 원)의 5배가 넘는 폭증세다. 발생 건수도 1∼5월 월평균 234건에서 7월 93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사기범들은 먼저 피해자가 운영하는 점포에 물품을 대량 주문하거나 단체 예약을 문의한다. 안심시키기 위해 유명인이나 공공기관, 병원 및 대기업 관계자를 사칭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피해자가 취급하지 않는 고가 물품의 대리 구매를 요청한다.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특정 업체를 소개하고 돈을 먼저 내게 한다. 경찰이 파악하는 피해액은 대리구매를 위한 실제 송금액만으로 산정된다. 재료 준비 등으로 인한 손해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을 사칭해 약국에 ‘응급의료세트’를 구매하겠다고 한 이후 함께 구비할 방독면의 대금을 대신 송금해 달라고 한다거나, 군부대를 사칭해 떡집에 떡을 주문한 후 전투식량의 결제금도 결제해 달라는 유형의 사칭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행법상 피해 복구 사각지대 범행 기간과 건당 피해 금액이 상대적으로 짧고 적은 것도 노쇼 사기의 또 다른 특징이다. 올 들어 발생한 노쇼 사기 건당 평균 피해액은 약 1431만 원인 반면,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 건당 평균 피해액은 5280만 원이다. 즉, 노쇼 사기는 오랜 기간 공을 들여 고액을 노리는 방식이 아니라 짧은 시간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박리다매 형태의 피싱이다. 사기범들은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개된 정보를 활용해 공공기관을 사칭하기 때문에 당하는 입장에선 속아 넘어가기 쉽다. 실제로 공공기관에 물품을 납품해 본 점포에 해당 공공기관을 사칭해 전화하는 방식이다. 경찰청은 나라장터에서 계약 주체와 내용을 누구나 조회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보 일부를 비공개·비실명 처리하고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행법으로는 노쇼 사기를 당해도 피해금 회수 등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의 경우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노쇼 사기의 2단계에서 물품을 받기 위해 입금한 것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국회엔 이 같은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올해 3월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채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서울 종로구에서 20년 넘게 백숙집을 운영해 온 박순임 씨(67)는 올 6월 ‘22명이 방문한다’는 단체 예약 전화를 받았다. 예약자는 “OO증권 대리”라며 명함과 사원증 사진까지 보내왔다. 불황으로 어려웠던 와중에 간만의 대형 예약이었다. 그런데 곧 “회장님이 오시니 ‘맥켈란 25년 셰리오크’ 3병을 준비해 달라”며 백숙집에서는 팔지 않는 비싼 위스키를 요구했다. 이어 자기가 소개한 업체에 900만 원을 송금하면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상함을 느낀 박 씨가 “평소 거래처를 통해 술을 준비하겠다”고 하자 예약자는 연락을 끊었다.● 외식 불황 노린 ‘노쇼 피싱’ 피해 폭증이처럼 단체 예약 후 특정 업체를 소개하며 대리 구매를 요청하는 전형적인 2단계 구조를 보이는 ‘노쇼(No-show) 피싱’ 사기가 증가세다. 박 씨는 최근 석 달 동안 이런 전화를 무려 3번이나 받았다고 한다. 노쇼 피싱은 외식 불황 속 단체 예약을 놓치고 싶지 않은 소상공인의 기대 심리를 노린다. 여기에 1박 2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범행 기간에 1000만 원가량의 범죄 수익을 거두는 ‘박리다매형’이라는 점도 새롭다.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노쇼 피싱은 총 2892건 발생했고 피해액은 약 414억 원에 달했다. 특히 7월 한 달에만 피해액이 총 163억 원에 달했다. 올 1~5월 월평균 피해액(29억 원)의 5배가 넘는 폭증세다. 발생 건수도 1~5월 월평균 234건에서 7월 93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피싱범들은 먼저 피해자가 운영하는 점포에 물품을 대량 주문하거나 단체 예약을 문의한다. 안심시키기 위해 유명인이나 공공기관, 병원 및 대기업 관계자를 사칭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피해자가 취급하지 않는 고가 물품의 대리 구매를 요청한다.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특정 업체를 소개하고 돈을 먼저 내게 한다. 경찰 관계자는 “노쇼는 사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생적인 결과일 뿐, 주목적은 결국 금전 편취”라고 했다. 경찰이 파악하는 피해액은 대리구매를 위한 실제 송금액만으로 산정된다. 재료준비 등으로 인한 손해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을 사칭해 약국에 ‘응급의료세트’를 구매하겠다고 한 이후 함께 구비할 방독면의 대금을 대신 송금해달라고 한다거나, 군부대를 사칭해 떡집에 떡을 주문 후 전투식량의 결제금도 결제해 달라는 유형의 사칭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행법상 피해 복구 사각지대범행 기간과 건당 피해 금액이 상대적으로 짧고 적은 것도 노쇼 피싱의 또 다른 특징이다. 올 들어 발생한 노쇼 피싱 건당 평균 피해액은 약 1431만 원인 반면,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 건당 평균 피해액은 5280만 원이다. 즉 노쇼 피싱은 오랜 기간 공을 들여 고액을 노리는 방식이 아니라 짧은 시간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박리다매 형태의 피싱이다. 피싱범들은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개된 정보를 활용해 공공기관을 사칭하기 때문에 당하는 입장에선 속아 넘어가기 쉽다. 실제로 공공기관에 물품을 납품해 본 점포에 해당 공공기관을 사칭해 전화하는 방식이다. 경찰청은 나라장터에서 계약 주체와 내용을 누구나 조회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보 일부를 비공개·비실명 처리하고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현행법으로는 노쇼 피싱을 당해도 피해금 회수 등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의 경우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노쇼 피싱의 2단계에서 물품을 받기 위해 입금한 것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국회엔 이 같은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올해 3월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채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올해 4월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가 발생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아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이 터진 데 이어 KT의 서버 침해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이용자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KT의 서버 해킹이 개인정보의 대규모 유출로 이어질 경우 ‘제2의 SK텔레콤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해킹 사고에 대한 늑장 대처가 반복되면서 통신사들이 가입자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KT, 서버 침해 인지 사흘 만에 신고 19일 KT에 따르면 KT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서버 침해 흔적 4건과 의심 정황 2건’을 신고한 시점은 전날(18일) 오후 11시 57분이다. 그런데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KT의 신고 내용에 따르면 KT가 서버 침해를 인지한 시점은 ‘15일 오후 2시’였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기업은 침해 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된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데 KT는 인지한 지 사흘이 지난 뒤에야 신고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15일 외부 기관으로부터 보고서를 수령한 뒤 내부에서 검증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통신사의 해킹 사고 늑장 신고 논란이 이미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때도 발생했던 만큼 KT의 대처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18일 오후 KT가 무단 소액결제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할 당시 서버 침해 내용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KT와 과기정통부, KISA 등은 이번에 침해 정황이 있는 KT의 서버가 어떤 서버인지, 어떤 데이터가 얼마나 유출됐는지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진행돼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서버 침해 흔적이 있다는 것은 해커가 서버에 접속한 기록이 확인된 경우를 의미한다. 또 서버 내 데이터가 삭제되거나 손상되는 경우 서버 침해 의심을 하게 되는데 그 원인이 해커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내부적인 오류에 의한 것인지도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사건과의 연관성도 조사해야 할 대목이다. 만일 서버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됐고 이 정보가 소액결제에 활용됐다면 사건의 파장이 매우 커질 수 있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공격자가 서버 안으로 침투한 뒤 같은 네트워크 내에 있는 다른 서버까지 장악했을 수도 있다”며 “인증과 관련된 장비 또는 민감정보 보유 서버와의 연관성에 따라 피해 범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커지는 피해 규모에 이용자 불안 가중KT 가입자들은 “서버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면 SK텔레콤 사태 때처럼 결국 유심칩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해킹 우려에 SK텔레콤에서 KT로 번호 이동을 했던 가입자의 경우 또다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게다가 앞서 정부가 이미 점검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KT 서버 침해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용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 해킹 사고 이후 SK텔레콤에 대해 6차례에 걸쳐 서버를 점검하면서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해서도 SK텔레콤에서 발견된 악성코드 여부를 확인하는 조사를 2차례에 걸쳐 진행한 바 있다. 잇단 해킹 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도 빨라지고 있다.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구속 피의자 2명의 배후, 이른바 ‘윗선’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컴퓨터 사용 사기 혐의로 구속된 중국 국적 장모 씨(48)와 류모 씨(44)를 상대로 공범 여부와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중국에 있는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장 씨와 류 씨 모두 ‘도망할 염려’ 사유로 18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테러수사대도 19일 “이달 2일부터 롯데카드 해킹 사고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간담회에서 의원들은 KT 측의 소비자 피해 상황과 조치 결과 등을 보고받고 늑장 대처 의혹 등을 추궁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우리 아들딸 소원이 곧 어르신들 안전이에요!” 연단에 오른 정혜화 전북 군산경찰서 교통계 순경이 어르신들을 향해 힘 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17일 군산서와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군산시 미원동 적십자평생대학에서 어르신 150명을 대상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열었다. 교육 현장은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정 순경이 “교통안전 트로트를 준비했어요. 손뼉 치며 따라 부르면 건강은 덤입니다”라며 영상을 틀자 어르신들은 손뼉을 치며 합창으로 화답했다. “뛰지 말고 차를 보고 걸으세, 차 오는 쪽을 보고 고개를 돌리세” 등 가사가 구수한 선율에 얹히자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보행 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시청할 땐 곳곳에서 “아이고” “어매야” 같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어르신 ‘눈높이’ 맞추니 예방 효과 높아군산서는 고령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어르신 맞춤형 교통안전 교육’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일방향 홍보에서 벗어나 생활 밀착형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현장에선 ‘안전하게 건널목 건너기’ 실습도 했다. 모형 신호등과 건널목을 구현한 카펫을 설치한 후 ‘신호등이 깜빡일 때는 건널목에 진입하지 않기’ ‘횡단 전 자동차가 오는지 고개를 돌려 먼저 확인하기’ 등 기본 수칙을 연습했다. 노란 조끼를 입은 ‘시니어 교통홍보단’이 먼저 시범을 보인 뒤 어르신들이 직접 따라 하며 연습했다. 시니어 교통홍보단은 어르신들이 주축이 돼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 고령자 밀집 장소에서 교통안전 캠페인을 벌이는 모임이다. 군산서가 올해 2월 전국 최초로 어르신만으로 홍보단을 꾸려 운영 중이다. 문태호 군산서 교통관리계장은 “또래 어르신이 홍보할 때 훨씬 편하고 진정성 있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단원 53명이 이달 기준 총 210곳을 찾아 어르신 1만2600명을 만났다. 홍보단에서 활동 중인 한용희 씨(66)는 “나고 자란 지역에서 안전에 앞장선다는 자부심이 크다”며 “무단횡단하는 이들이 눈에 자꾸 밟혀, 내가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활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육 후에는 안전카트 기념품을 받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형광 소재 장바구니 카트는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것으로, 반사재를 부착해 보행 시 운전자의 눈에 쉽게 띄도록 했다. 교육에 참여한 고길자 씨(82)는 “안전벨트라고 생각하고 맨날 들고 다닐 거다”라며 웃어 보였다. 문 계장은 “어르신 교통안전 캠페인은 눈높이 교육이 핵심”이라며 “트로트, 율동 같은 선호 방식을 접목하고 일상에서 쓸 수 있는 물품을 배부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행 중 사망자 절반은 65세 이상 군산시는 노인 인구가 전체 20%를 넘는 초고령 도시다. 군산시 인구 25만6000명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5만3000명(20.7%)이다. 지난해 군산시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24명 중 15명(62.5%)이 노인이었고, 올해 8월까지 발생한 사망자 7명 중 6명도 65세 이상이었다. 군산시 대명동 군산화물역 사거리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고령보행자 사고다발 지역’이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역전종합시장이 위치하고, 각종 병의원과 어르신들이 모이는 쉼터 등이 자리 잡고 있어 고령 보행자가 특히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이 일대에서 6명의 노인이 길을 건너다 죽거나 다쳤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해 노인 사고 ‘0건’을 기록했다. 경찰이 어르신 교통안전 교육을 집중하고 시설을 정비한 덕분이다. 지난해 상반기(1∼6월)에는 ‘안전방지턱’ 기능을 갖춘 고원식 건널목을 설치했고, 하반기(7∼12월)에는 무인 교통단속 장비를 설치해 과속 운전을 적극 단속했다. 또 노면 위 ‘노인보호구역’ 표기를 기존보다 두 배 크기로 확대해 운전자가 쉽게 인식하도록 했다.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252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보행 중 사망자는 오히려 전년 대비 3.8% 늘어난 920명에 달했다. 전체 사망자 중 65세 이상이 1299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유상용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노인 인구는 늘고 있지만 고령 보행자를 위한 안전 시설은 충분히 갖추지 못한 현실”이라며 “캠페인과 함께 환경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천천히 걸어도 안심… 노인 맞춤 건널목, 신호 최대 6초 늘려서울 노원역 등 245곳 신호 개선초당 보행거리 1m→0.7m로 완화“시간 압박 줄고 안전 체감도 높아져”서울 노원구 상계동 지하철 4호선 노원역 인근. 18일 장바구니를 든 어르신들의 느린 걸음으로 건널목을 건넜다. 이곳 보행 신호는 다른 곳보다 4초 길다. 지난해 10월부터 고령 보행자가 많은 노원역 일대 신호등의 녹색 불을 기존 25초에서 29초로 연장했기 때문이다. 인근에 사는 김태용 씨(76)는 “예전에는 신호가 끊길까 봐 서둘렀는데 이제는 여유 있게 건널 수 있다”고 말했다.서울시는 서울경찰청·자치경찰위원회와 함께 고령자 걸음 속도에 맞춰 건널목 녹색 신호를 연장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통시장과 병원 등 고령자 통행이 많은 곳을 우선 선정해 교통 상황과 현장 여건에 맞게 보행 신호 시간을 길게는 6초까지 늘린다.통상 보행 신호 시간은 초당 1m 걷는 속도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그러나 건널목을 건너던 고령자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자, 기준을 초당 0.7m로 낮춰 신호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이 조치는 교통안전과 직결된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건널목을 건너다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는 228명.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159명으로 69.7%를 차지했다. 고령 보행자는 일반인보다 걸음 속도가 느려 사고 위험에 특히 취약하다. 한국도로교통공단 조사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자의 초당 평균 보행 거리는 1.13m로 일반인(1.29m)보다 짧았다.한음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고령자는 인지 반응 시간이 길고, 보행 속도 역시 느리다”며 “신호 시간이 연장되면 고령 보행자가 시간적 압박감을 덜 느끼게 되고, 안전 체감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서울시는 지난해 123개 건널목의 신호 시간을 연장했다. 올해는 지난달 기준으로 중구 신당역, 강북구 미아역 등 62곳에서 개선을 완료했다. 연말까지는 추가로 60곳을 확대해 총 122곳에서 고령 보행자 맞춤형 신호 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 오승준(사회부) 기자}

검찰이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현직 지도부와 의원 26명에게 징역형과 벌금형 등 실형을 구형했다. 2019년 4월 사건이 발생한 지 약 6년 5개월 만이다. 이번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 적용되는 사례가 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장찬) 심리에서 검찰은 나경원 의원(사진)에게 감금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국회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황교안 전 대표에게도 같은 혐의로 각각 징역 1년과 6개월을 구형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 원, 이만희 김정재 의원은 징역 10개월과 벌금 300만 원, 윤한홍 의원은 징역 6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구형받았다. 이철규 의원은 벌금 200만 원과 100만 원을 구형받았다. 이날 구형에는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 등 현직 광역단체장도 포함됐다. 당초 기소 인원은 27명이었으나 고 장제원 전 의원은 재판 도중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 공직선거법 제19조에 따르면 국회선진화법(국회법 제166조) 위반으로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구형대로 형이 확정되면 나 의원과 황 전 대표 등 9명은 2028년 열릴 23대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선고는 11월 20일에 난다.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 전현직 당직자 10명도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의 공판은 19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의 비방 영상을 게재한 유튜버에 대해 최 회장 측이 신원을 확인하고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서울 용산경찰서에 유튜버 10여 명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고 이들을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주로 김 이사장의 과거사나 가족에 대한 비방, 조롱 중에서 이미 허위로 밝혀졌거나 사실무근인 낭설을 방송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오랜 지인으로 알려진 박모 씨도 지난해 9월 자신의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에 최 회장, 김 이사장과 관련한 명예훼손성 콘텐츠를 올린 혐의로 서울북부지법에 기소된 상태다. 유튜버 중에는 신원을 감춘 채 방송한 경우도 있었는데, 최 회장 측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증거 개시(디스커버리) 절차를 청구해 이들의 신원을 올 2월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이 특정된 유튜버는 ‘고추밭’ 등 10여 명이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검찰이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현직 지도부와 의원 26명에게 징역형과 벌금형 등 실형을 구형했다. 2019년 4월 사간이 발생한 지 약 6년 5개월 만이다. 이번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 적용되는 사례가 된다.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장찬) 심리에서 검찰은 나경원 의원에게 감금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국회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황교안 전 대표에게도 같은 혐의로 각각 징역 1년과 6개월을 구형했다.송언석 원내대표는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 원, 이만희 김정재 의원은 징역 10개월과 벌금 300만 원, 윤한홍 의원은 징역 6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구형받았다. 이철규 의원은 벌금 200만 원과 100만 원을 구형받았다.이날 구형에는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 등 현직 광역단체장도 포함됐다. 원외 인사 중 민경욱 이은재 전 의원은 감금 혐의로 징역 10개월, 김성태 전 의원은 벌금 300만 원을 구형받았다. 당초 기소 인원은 27명이었으나 고 장제원 전 의원은 재판 도중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공직선거법 제19조에 따르면 국회선진화법(국회법 제166조) 위반으로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구형대로 형이 확정되면 나 의원과 황 전 대표 등 9명은 2028년 열릴 23대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선고는 11월 20일에 난다.이 사건은 2019년 4월 공수처 신설·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을 둘러싼 여야 충돌에서 비롯됐다. 당시 한국당 의원들은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고 의안과 사무실·특위 회의장을 점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나 의원은 피고인 신문에서 “일상적 정치 행위일 뿐 폭력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감금 사실을 부인했고, 곽상도 전 의원은 “하지 않은 행위가 공소장에 기재돼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 전·현직 당직자 10명도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의 공판은 19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공동폭행 혐의는 금고 이상 형이 확정돼야 피선거권이 박탈되므로 국회선진화법 위반보다 기준이 더 엄격하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한 40대 남성이 편의점에 들어서더니 술을 집어 들었다. 그는 계산을 마치자마자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음주 상태로 운전하는 것을 본 시민이 신고하자 ‘술타기’ 수법으로 단속을 피하려 한 것이다. 올 6월 22일 경북 구미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경우 ‘운전대를 잡을 때부터 이미 취한 상태였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처벌을 피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경찰은 편의점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해 추궁한 덕에 이 남성의 음주운전 혐의뿐 아니라 술타기 혐의로도 입건할 수 있었다.도로교통법상 술타기 처벌 조항은 6월 4일 시행됐다. 음주운전 후 일부러 술을 더 마셔 측정을 방해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5월 음주 사고를 낸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가 술타기 수법을 쓰는 바람에 검찰은 그를 음주운전이 아닌 위험운전 등 혐의로만 기소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이 도입됐다. 하지만 법 시행 100일을 맞은 지금, 이 조항이 적용된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9월 11일까지 음주 측정 방해 혐의로 입건된 건수는 전국에서 22건에 불과했다. 연간 음주운전 적발이 13만 건을 넘어서는 현실을 감안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적발 건수가 적은 이유는 법 조항의 특수성 때문이다. 김호중 방지법은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람’이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 음주를 했다는 걸 전제로 한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상태와 의도를 모두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어려운 과제라고 경찰은 하소연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카드 사용 명세와 CCTV를 확보해 행적을 추적한다 해도 ‘단순 음주인지, 측정을 방해하려는 음주인지’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이 사고 당시 음주측정 결과가 없을 때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위드마크 공식도 불완전하다.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토대로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하는 방식인데,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개인차가 크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적발은 됐지만 입건이나 처벌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누적되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입증 책임을 달리 두는 방식을 적용한다. 싱가포르는 음주운전자가 ‘사후 음주’를 주장할 수는 있지만, 이를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그대로 처벌을 받는다. 노르웨이도 운전 종료 후 6시간 동안 음주를 금지하는 규정을 법에 명시해 사후 음주 자체를 원천 차단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운전 재범자에게는 알코올 감지 시동잠금장치를 의무화하거나, 사고 후 도주 시 더 무거운 처벌을 부과하는 등 술타기 수법을 근본적으로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경찰청장 바로 아래 서열 2위 계급으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5명에 대한 승진 내정 인사가 12일 발표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넉 달 만에 이뤄지는 경찰 고위직에 대한 첫 대규모 인사다. 12일 경찰청은 치안정감 5명, 치안감 9명에 대한 승진 내정 인사를 발표했다. 치안정감에는 한창훈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57·간부후보생 45기), 박정보 경찰인재개발원장(57·간부후보생 42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59·경찰대 6기), 엄성규 강원경찰청장(54·간부후보생 45기), 김성희 경남경찰청장(55·경찰대 9기)이 발탁됐다. 이번에 승진 내정된 이들은 서울경찰청장, 경기남부경찰청장, 부산경찰청장, 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다섯 자리에 각각 배치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 시기였던 올 2월 치안정감으로 승진이 내정됐던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는 승진 명단에서 제외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차기 서울청장으로 경비나 정보 출신 인사가 물망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첫 경찰청장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조지호 경찰청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라 직무가 정지돼 있다. 이 때문에 유재성 경찰청 차장(59·경찰대 5기)이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유 차장과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59·경찰대 5기)은 이번 정부 출범 직후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해당 보직에 임명됐다. 이들의 정년 퇴직은 내년이다. 올해 안에 조 청장을 파면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경우 이번 승진자들과 함께 이들 모두 이재명 정부 첫 경찰청장 후보군이 된다. 치안감 승진 내정자에는 곽병우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 홍석기 경찰청 국수본 사이버수사심의관, 유윤종 서울청 치안정보부장, 고범석 서울청 기동단장, 김원태 인천청 인천국제공항경찰단장, 김영근 광주청 공공안전부장, 이종원 경기남부청 생활안전부장, 최보현 경기남부청 부천원미서장, 김종철 강원청 생활안전부장이 이름을 올렸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 외에 분리수거나 청소, 택배 물품 관리 등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경비원이 경비 업무만 수행하게 한 경비업법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8일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의 경비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경비원의 종사 업무에는 경비 업무의 목적 달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청소와 이에 준하는 미화 보조’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배출 감시 및 정리’ ‘안내문 게시와 우편함 투입’ ‘도난·화재·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주차관리 및 택배물품 보관 등’도 규정된다. 기존 경비업법 7조에서는 경비원이 경비 외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했다. 시설 경비 업무 외의 일을 할 경우 경비업자는 허가가 취소됐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3월 이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경비업자의 직업 자유를 침해한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올 1월에는 이 같은 판단을 반영해 경비업법이 개정됐고 경비원의 종사 가능한 업무 및 위반 시 행정처분 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이번 시행령 입법 예고는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 시행령은 내년 1월 8일 시행된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 외에 분리수거나 청소, 택배 물품 관리 등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경비원이 경비 업무만 수행하게 한 경비업법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8일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의 경비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경비원의 종사업무에는 경비업무의 목적 달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청소와 이에 준하는 미화 보조’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배출 감시 및 정리’ ‘안내문 게시와 우편함 투입’ ‘도난·화재·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주차관리 및 택배물품 보관 등’ 도 규정된다.기존 경비업법 7조에서는 경비원이 경비 외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했다. 시설 경비 업무 외의 일을 할 경우 경비업자는 허가가 취소됐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3월 이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경비업자의 직업 자유를 침해한다’고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올 1월에는 이 같은 판단을 반영해 경비업법이 개정됐고 경비원의 종사 가능한 업무 및 위반 시 행정처분 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이번 시행령 입법 예고는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 시행령은 내년 1월 8일 시행된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3일 오후 5시 48분경 인천국제공항 F게이트. 필리핀에서 검거된 한국인 범죄 피의자 49명이 수갑을 찬 채 호송관 양옆에 붙들려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관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했고, 피의자들은 모자나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푹 숙이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줄지어 나온 피의자 가운데는 10, 20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도 적지 않았다. 공항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범죄자야?” “몇 명이야?”라는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경찰청은 이날 전세기를 투입해 필리핀으로 도피했거나 필리핀에서 검거된 범죄 피의자 49명을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다. 이번 송환은 2017년 47명의 피의자를 필리핀에서 송환한 이후로 역대 최대 규모다. 흉악범들을 한 교도소로 옮기기 위해 비행기로 이송하는 과정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 ‘콘 에어’(1997년)의 한국판인 셈이다. 송환된 이들 중에는 기업을 운영하며 2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횡령하고 16년간 도피한 60대와, 2018년부터 약 5조3000억 원 규모의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범죄단체 조직원 10명 등이 포함됐다. 국제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이들만 45명이었다. 피의자들은 이날 오전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항에서 ‘immigration deportee(이민 추방자)’라고 적힌 주황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출국 심사를 마친 이들은 한국 정부가 약 1억 원을 들여 전세 낸 보잉 737 국적기에 차례로 올라탔다. 한국 경찰은 이들이 탑승하자마자 권리를 고지하고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피의자 1명을 사이에 두고 호송관 2명이 양옆에 앉는 ‘샌드위치’ 좌석 배치가 이뤄졌다. 전세기에는 호송관 외에도 지원 경찰 20명과 필리핀 이민청 직원 12명 등이 함께 탑승했고, 테이저건과 포승줄 등도 갖췄다. 승무원은 전원 남성이었다. 기내식은 안전을 위해 포크나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샌드위치가 제공됐다. 오후 4시 40분경 전세기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고, 피의자들은 안전을 위해 전용 입국심사대와 수화물수취대를 거쳐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이어 곧바로 호송차량에 탑승해 각 사건 관할 경찰서로 이송됐다. 박재석 경찰청 국제공조담당관은 “필리핀 당국과의 공조로 신속히 송환과 수사가 이뤄진 만큼 교민 사회에 안심을 줄 수 있고, 공범 추적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인천=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3일 오후 5시 48분경 인천국제공항 F게이트. 필리핀에서 검거된 한국인 범죄 피의자 49명이 수갑을 찬 채 호송관 양옆에 붙들려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관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했고, 피의자들은 모자나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푹 숙이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줄지어 나온 피의자 가운데는 10, 20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도 적지 않았다. 손목에는 수갑을 가리기 위해 검은 천이 감싸져 있었다. 공항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범죄자야?” “몇 명이야?”라는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경찰청은 이날 전세기를 투입해 필리핀으로 도피했거나 필리핀에서 검거된 범죄 피의자 49명을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다. 이번 송환은 2017년 47명의 피의자를 필리핀에서 송환한 이후로 역대 최대 규모다. 송환된 이들 중에는 기업을 운영하며 2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횡령하고 16년간 도피한 60대와, 2018년부터 약 5조3000억 원 규모의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범죄단체 조직원 10명 등이 포함됐다. 국제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가 발부된 이들만 45명이었다.피의자들은 이날 오전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항에서 ‘immigration deportee(이민 추방자)’라고 적힌 주황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오른쪽 가슴에 1번부터 49번까지 번호와 영문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았다.출국 심사를 마친 이들은 한국 정부가 약 1억 원을 들여 전세 낸 보잉 737 국적기에 차례로 올라탔다. 기내에서 대기하던 한국 경찰은 이들이 탑승하자마자 권리를 고지하고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피의자 1명을 사이에 두고 호송관 2명이 양옆에 앉는 ‘샌드위치’ 좌석 배치가 이뤄졌다.전세기에는 호송관 외에도 지원 경찰 20명과 필리핀 이민청 직원 12명 등이 함께 탑승했고, 테이저건과 포승줄 등도 갖췄다. 승무원은 전원 남성이었으며 경찰병원 소속 의료진도 등승했다. 기내식은 안전을 위해 포크나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샌드위치가 제공됐다. 비행 내내 긴장감이 감돌아 기내는 조용했다고 한다.오후 4시 40분경 전세기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고, 피의자들은 안전을 위해 전용 입국심사대와 수화물수취대를 거쳐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이어 곧바로 호송차량에 탑승해 각 사건 관할 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받았다. 박재석 경찰청 국제공조담당관은 “필리핀 당국과의 공조로 신속히 송환과 수사가 이뤄진 만큼 교민 사회에 안심을 줄 수 있고, 공범 추적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인천=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경찰이 2022년 5월 통일교 간부진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첩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해 10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통일교 측에 수사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점보다 약 4개월 앞선다. 권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경찰의 수사 내용을 흘렸다는 의혹으로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를 받고 있다.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2022년 5월 30일 제출된 첩보가 2건 있었지만, ‘수사 첩보 수집 및 처리 규칙’에 따른 보존 기간 2년이 지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권 의원 연루 의혹과는 무관하게 통일교 해외 원정도박 첩보가 존재했다는 뜻”이라고 했다.특검에 따르면 같은 해 10월 3일 권 의원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경찰 수사 진행 중이며 압수수색이 있을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이튿날 이를 한학자 총재와 측근에게 보고했고, 통일교 본부 직원들은 10월 말 회계 프로그램 기록을 수정·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법무부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청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관련해 “통일교 측에 어떠한 수사 정보를 전달한 적도, 금품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앞으로 휴대전화 판매점이나 대리점이 휴대전화를 단 한 차례만 불법적으로 개통해도 이동통신사와의 계약이 해지될 예정이다. 알뜰폰 회사를 포함한 통신사들은 관리가 부족해 ‘불법 개통’이 많이 발생하면 등록 취소나 영업 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받는다. 통신사들은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한 대리점에서 외국인 가입자가 급증하는 등 대포폰 개통이 의심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해야 한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엔 ‘보이스피싱의 사슬’에 얽혀 있는 통신사, 판매점, 대리점 등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담겼다. ● 보이스피싱, 카드 분실처럼 ‘무과실 배상 책임’ 정부가 보이스피싱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연계된 주체들에 강한 책임을 지우는 강경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그만큼 보이스피싱의 규모나 수법이 통제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보이스피싱은 1만4707건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7766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발생 건수는 25.3%, 피해액은 98.7% 늘어났다. 정부는 통신사나 판매점과 함께 은행 등 금융회사들에도 강한 책임을 지우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무과실 배상 책임’을 도입해 금융사 등 보이스피싱 예방 책임이 있는 주체가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속아 직접 자금을 이체해도 금융사가 피해를 배상하게 되는 것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송금 등 금융) 시스템 운영자인 금융사에 사회적으로 위험을 분담시키는 것은 관심과 책임을 더 가져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카드사의 사례를 들어 금융사의 배상 책임을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금융사의 책임은 카드 분실이 발생해 피해를 입었을 때 카드사의 책임이 아닌데도 이후 발생된 결제를 카드사가 책임지는 것과 같은 형태란 얘기다. 금융위는 영국, 싱가포르 등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 개선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보이스피싱 피해를 봤다고 허위로 신고한 뒤 금융사에서 돈을 받는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근절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보험 사기처럼 은행으로부터 배상금을 뜯어내기 위한 허위 신고를 어떻게 막을지가 제대로 논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수사당국과 피해 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 공유를 강화할 예정이다.● 코인 거래소도 책임 강화 가상자산 거래소도 더 강한 책임을 지게 된다. 정부는 거래소가 보이스피싱의 이상 거래 탐지, 거래 목적 확인, 지급 정지, 피해금 환급 등을 할 수 있게끔 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가상자산도 보이스피싱에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응 인력도 대폭 강화된다. 금융위는 금융사에 보이스피싱 관련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전문성 있는 인력 배치를 의무화한다. 금융감독원은 피해가 집중된 금융사의 보이스피싱 대응 역량을 평가하고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르면 10월 중 실시간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전 금융회사·통신사·수사기관 등이 보유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발표한다. 정부는 내달부터 경찰청을 중심으로 관계기관이 참여해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을 가동한다. 통합신고대응센터의 상주 인력을 43명에서 3배 이상인 137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또 상담·분석·차단·수사까지 연계하는 실시간 대응 체계를 마련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대책이 더 중요하다”며 “근본적으로 대포폰, 대포통장, 개인정보 유출 범죄 등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앞으로 휴대전화 판매점이나 대리점이 휴대전화를 단 한 차례만 불법적으로 개통해도 이동통신사와의 계약이 해지될 예정이다. 알뜰폰 회사를 포함한 통신사들은 관리가 부족해 ‘불법 개통’이 많이 발생하면 등록 취소나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받는다. 통신사들은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한 대리점에서 외국인 가입자가 급증하는 등 대포폰 개통이 의심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해야 한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엔 ‘보이스피싱의 사슬’에 얽혀 있는 통신사, 판매점, 대리점 등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담겼다. ● 보이스피싱, 카드분실처럼 ‘무과실 배상책임’정부가 보이스피싱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연계된 주체들에 강한 책임을 지우는 강경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그만큼 보이스피싱의 규모나 수법이 통제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보이스피싱은 1만4707건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7766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발생 건수는 25.3%, 피해액은 98.7% 늘어났다. 정부는 통신사나 판매점과 함께 은행 등 금융회사들에도 강한 책임을 지우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무과실 배상책임’을 도입해 금융사 등 보이스피싱 예방 책임이 있는 주체가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죄자에 속아 직접 자금을 이체해도 금융사가 피해를 배상하게 되는 것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송금 등 금융) 시스템 운영자인 금융사에 사회적으로 위험을 분담시키는 것은 관심과 책임을 더 가져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금융위는 카드사의 사례를 들어 금융사의 배상책임을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금융사의 책임은 카드 분실이 발생해 피해를 입었을 때 카드사의 책임이 아닌데도 이후 발생된 결제를 카드사가 책임지는 것과 같은 형태란 얘기다. 금융위는 영국, 싱가포르 등 이같은 제도가 도입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 개선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보이스피싱 피해를 봤다고 허위로 신고한 뒤 금융사에서 돈을 받는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근절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보험 사기처럼 은행으로부터 배상금을 뜯어내기 위한 허위 신고를 어떻게 막을지가 제대로 논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수사당국과 피해 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 공유를 강화할 예정이다.● 코인 거래소도 책임 강화가상자산 거래소도 더 강한 책임을 지게 된다. 정부는 거래소가 보이스피싱의 이상 거래 탐지, 거래 목적 확인, 지급 정지, 피해금 환급 등을 할 수 있게끔 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가상자산도 보이스피싱에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응 인력도 대폭 강화된다. 금융위는 금융사에 보이스피싱 관련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전문성 있는 인력 배치를 의무화한다. 금융감독원은 피해가 집중된 금융사의 보이스피싱 대응 역량을 평가하고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르면 10월 중 실시간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전 금융회사·통신사·수사기관 등이 보유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발표한다.정부는 내달부터 경찰청을 중심으로 관계기관이 참여해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을 가동한다. 통합신고대응센터의 상주인력을 43명에서 3배 이상인 137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또 상담·분석·차단·수사까지 연계하는 실시간 대응 체계를 마련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대책이 더 중요하다”며 “근본적으로 대포폰, 대포통장, 개인정보 유출 범죄 등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인터넷에서 네가 나온 영상을 본 것 같아.” 지난해 2월, 업계 동료의 이 한마디가 20대 여성 이모 씨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동료가 알려준 일본 소재 Y사이트에는 이 씨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는 나체 영상이 걸려 있었다. 경찰에 신고한 뒤 알게 된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태국 소재 C사이트 등 플랫폼 2곳에서도 어떻게 촬영됐는지 모를 이 씨의 영상이 유통되고 있었던 것. 그는 불안에 떨며 사설 업체에 착수금 200만 원을 주고 영상을 없애 달라고 의뢰했지만, 이미 퍼진 영상을 모두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최근 불법 촬영물이 텔레그램 등 잘 알려진 플랫폼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조짐이 뚜렷하다. 텔레그램이 불법 촬영물 확산의 주요 통로로 지목된 후 서비스 약관 등을 바꿔 불법 행위를 한 사용자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자,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n번방 망명’을 시도하는 것이다.● 마이너 플랫폼에 들어선 ‘불법 촬영물 장터’ 또 다른 20대 여성 임지은(가명) 씨는 올 6월 미국 소재 P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신의 은밀한 신체 부위가 노출된 영상을 발견했다. 남자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찍힌 것이었다. 혼비백산한 임 씨는 남자 친구 몰래 그의 휴대전화를 열어봤고, 남자 친구가 임 씨뿐만 아니라 최모 씨 등 전 연인들의 수많은 불법 촬영물을 P앱과 B앱 등에 업로드한 기록을 확인했다. 이 사실을 임 씨로부터 전해 들은 최 씨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최 씨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새로운 사이트에서 제3자가 재유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며 “언제 어디서 또 영상이 나타날지 몰라 하루하루가 두렵다”고 호소했다. 임 씨와 최 씨는 이 남성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했다. 27일 취재팀이 직접 B앱에 접속해 ‘영상’ ‘영상 판매’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보니, 여성의 신체 부위가 드러난 사진과 함께 “영상을 판다”는 글이 무더기로 올라와 있었다. B앱은 X(옛 트위터)처럼 게시글, 댓글, 메시지 기능을 제공하는데, 이용자들은 주로 판매자가 올린 영상 샘플을 보고 쪽지(DM)로 계좌번호를 교환하고 있었다. P앱의 경우 구조가 더 노골적이었다. 영상을 사고팔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형태였는데, 상단에 노출된 크리에이터 프로필을 누른 뒤 하단에 제시된 링크만 클릭하면 불법 촬영물들이 ‘미리 보기’ 형태로 쉽게 드러났다.● 전문가 “국제 공조 없이는 무력” 이런 마이너 플랫폼의 문제는 본사와 서버의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영상 삭제나 유포범 추적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연락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 제도도 한계가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불법 촬영물이 올라오면 접속 차단이나 삭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강제할 권한은 없다. 성범죄 전문 김지진 변호사는 “이름조차 생소한 마이너 플랫폼에 불법 촬영물이 유통돼 피해자가 고통을 겪는 사건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성범죄처벌법상 불법 촬영물 제작·유포 피해는 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관련 범죄 검거 건수는 2020년 5032건에서 지난해 7202건으로 4년 새 43.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공조를 통한 사이버범죄 대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이버범죄 처벌과 신속한 국제 공조를 규정한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국은 2023년부터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사 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록 등이 삭제되지 않도록 하는 ‘보전 요청’ 제도가 미비해 승인되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60대 남성 김모 씨는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시에서 생활비를 훔치려고 20년 지기인 70대 여성의 집에 침입했다가 그를 살해한 뒤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훔쳐 달아난 돈은 현금 10만 원이었다. 지난달 인천에서 벌어진 사제 총기 살인과 올 5월 지하철 방화 사건도 60대 피의자의 소행이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범죄 중 61세 이상이 피의자인 경우가 18.8%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9∼30세 피의자의 비중을 앞질렀다. 전체 인구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 크지만, 노년층이 사회에서 ‘여전히 일할 수 있음에도 기회가 적은 세대’라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 고령화·실직에 60세 이상 범죄 증가24일 경찰청의 ‘2024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범죄는 총 158만3108건이다. 피의자 비중은 51∼60세가 20.6%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41∼50세(20.5%), 61세 이상(18.8%), 19∼30세(18.3%), 31∼40세(17%), 18세 이하(4.8%) 순이었다. 61세 이상 피의자의 비율은 2020년부터 증가했는데, 지난해 18.8%(23만8882명)로 통계 집계(2011년) 이래 처음 19∼30세의 비율(18.3%·23만2924명)을 추월했다. 강력범죄에서도 노인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살인을 비롯한 강력범죄 피의자 중 61세 이상의 비율은 2020년 12.4%에서 지난해 15.7%로 지속해서 늘었다. 특히 지난해 살인 피의자 중 61세 이상의 비율은 23.2%로 모든 나이대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어 41∼50세(22.1%), 31∼40세(20.3%), 51∼60세(17.8%), 19∼30세(15.9%) 순이었다. 이는 일차적으로 올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초과) 진입이 확실시되는 등 노인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수는 해마다 줄어든 데 비해 60세 이상 인구는 늘었다. 2020년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24%(1244만 명)였지만 지난해엔 28.2%(1444만 명)로 나타났다. 사회에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노인’이라는 시선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이 고령층 범죄가 늘어나는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피의자 중 살인을 저지른 이는 44명이었는데 이 중 65.9%에 해당하는 29명은 무직이었다. 전문직·관리직에 해당하는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또 전과가 없는 사람이 12명(29%)이었다.● “일할 기회, 경제적 보상 늘려야” 고령층 범죄는 생계난과 연결돼 절도·살인 형태로 나타나는 경향이 짙다. 절도는 61세 이상이 33.9%를 차지한 반면, 폭행이나 협박을 수반하는 강도의 경우 61세 이상이 7.1%였다. 올해 광주 동구에서는 한 주택에 들어가 현금 200만 원과 금반지 3개를 훔친 60대 남성이 구속됐는데, 그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4월에는 서울 성북구 한 슈퍼에서 사과를 훔치던 80대 노인이 붙잡혔다. 전문가들은 노인 범죄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볼 것이 아니라 고령층이 처한 구조적 상황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보다 건강 상태가 좋아 일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지만,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회와 대우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은퇴로 사회적 연결망이 끊기고, 경제적 체면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빈곤 문제가 겹치면서 일부는 범죄로 내몰린다는 해석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제적 곤궁이 심한데도 일할 기회는 적고 가족들에게도 따뜻한 지지를 받지 못하면 생계를 위해 범행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처벌 강화보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와 경제적 보상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더 제공하는 등 사회 제도적 보완을 통해 긍정적 경험을 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지난해 국내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피의자의 47.5%가 배우자나 자녀, 부모 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살인 사건의 절반에 육박하는 범죄가 가족 간에 벌어진 것이다.24일 경찰청에서 발간한 2024 범죄통계에 따르면 전체 살인범죄 피의자 276명 가운데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51명(18.5%)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애인(40명, 14.5%) 자녀(39명, 14.1%) 부모(30명, 10.9%) 등의 순이었다. 배우자·부모·자녀·친인척 등 친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가 131명이었다. 피의자 성별에 따라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배우자에 대한 범죄의 비율(16.5%)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여성은 자녀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비율(40.6%)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살인범죄가 발생한 현장도 ‘거주지 또는 집’이 61.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올해도 지난달 인천 송도에서 60대 남성이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하는 사건과 경기 김포시 주택에서 30대 남성이 부모와 형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4월에는 용인시에서 50대 남성이 자택에서 부모와 아내, 자녀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했고, 2023년에는 40대 친부와 50대 외조모가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아이를 2015년 살해해 구속되기도 했다.한편 우리나라가 지난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등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인구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60대 이상이 범죄 피의자가 되는 비중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의 ‘2024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범죄 전체 건수는 158만 3108건이다. 나이별로 살펴봤을 때 50대가 20.6%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40대(20.5%), 60대(18.8%), 20대(18.3%), 30대(17%) 10대(4.8%) 순이었다. 범죄 피의자 중 60대 이상 비율은 2020년 15.8%에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20대의 범죄 비율을 추월했다.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는 해마다 줄어든 반면 60세 이상 인구는 매년 늘면서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2020년 60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였지만,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28.2%를 차지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