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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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진영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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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2-24~2026-03-26
칼럼100%
  • ‘디자인 서울’ 새 랜드마크 내려앉다

    서울 도심에 불시착한 첨단 미확인비행물체(UFO)? 아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반듯한 곳 하나 없어 원시적인 개미굴 같다. 건물인 듯 공원이고, 미로 같은 동선 때문에 여기가 1층인지 3층인지 구분이 안 간다. 단단한 건물임에도 날이 풀리면 흐물흐물 녹아 꿈틀댈 듯 유동적이다. 지난해 11월 완공해 10일 공개한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는 건축의 온갖 경계를 허물어온 해체주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 씨(64)의 최신작이다. 2004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은 뒤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건축가 중 한 명으로 주목받아 온 이라크 출신 영국인이다. DDP는 여성적인 건축물이다. 지하 3층, 지상 4층에 총면적이 8만6574m²(약 2만6200평)인데 직선이나 직각 대신 유연한 곡선이 물 흐르듯해 큰 덩치에도 위압감을 주지 않는다. 내부도 거대하나 자궁 같은 편안함을 준다. 기술적으로는 하디드 씨의 작품답게 여러 가지 한계를 실험했다. 우선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3D) 비정형 건물이다. 곡면과 사면, 예각과 둔각이 교차하면서 비대칭을 이루는데 이는 기존의 평면 설계 방식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 일반 축구장의 3.1배 크기인 곡면 외관은 회색 알루미늄 패널이 덮고 있다. 곡면을 매끄럽게 덮기 위해 4만5133장의 패널은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다르다고 한다. DDP 내부에는 기둥이 없는 대형 공간들이 많다. 이는 기둥으로 건물을 지지하는 대신 초대형 지붕 트러스를 이용해 건물 전체를 위로 당겨 지탱하는 기술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1500석 규모로 가장 큰 콘퍼런스홀인 알림 1관의 경우 2991m²(약 900평)에 높이가 20m인데 기둥 하나 없이 탁 트여 있다. 건물 외부의 캔틸레버(외팔보) 지붕도 기둥 없이 아찔하게 공중으로 튀어나와 있다. DDP를 둘러본 건축 전문가들은 “건물의 세세한 부분까지 건축가의 의도가 완벽하게 실현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명품’ 건축물을 얻기 위한 대가도 컸다. 우선 한국 근현대 스포츠의 기억을 담고 있는 동대문운동장을 잃었다. 이곳은 조선의 주요 군사시설이 있던 터여서 공사 중간에 유구와 유물이 나왔지만 이 중 일부는 신축 건물을 위해 장소를 이전해 복원됐다. DDP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내세웠던 ‘디자인 서울’의 핵심 프로젝트로 2006년 8월 시작됐으나 도중에 시장이 바뀌면서 시설 활용 계획도 변경됐다. 결과적으로 완공은 3년 늦어졌고, 총사업비도 4840억 원이 들었다. 이 때문에 DDP는 “서울의 역사와 맥락에 대한 이해가 없는 건축”이라는 혹평과 함께 지난해 본보가 건축 전문가 100명에게 의뢰해 선정한 ‘한국 최악의 현대건축’ 5위에 올랐다. 건축가 곽희수 씨는 “외형적 화려함만을 추구했다”, 이진오 씨는 “(한국인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폭력적인 건축”이라고 비평했다. DDP 현상 설계 공모에서 운동장을 보존하는 안을 제치고 운동장 철거를 전제로 한 하디드 씨의 설계안을 뽑았던 심사위원들은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나 빌바오의 구겐하임 같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성택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DDP는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며 누구나 기억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케팅적인 효과는 크다”고 평가했다.▼ 5개시설 15개공간… 전시-공연 등 종합문화공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는 알림터 배움터 살림터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디자인장터 등 5개 시설 15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알림터는 각종 회의와 패션쇼, 콘서트, 영화 시사회 등을 열 수 있는 시설이다. 배움터엔 디자인박물관과 전시관, 카페가 들어선다. 살림터는 디자인 관련 강연과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이다. 개관은 3월 21일. 개관전인 ‘간송문화전’을 비롯해 9개의 기획전을 마련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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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국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88가지 전략

    새해맞이 업무보고용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공무원, 공약집을 준비하는 국회의원 보좌관이 반길 만한 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디자인서울 총괄본부장(부시장)을 맡았던 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한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전략 88개를 제안했다. 저자가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이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목적 지향의 문제해결 활동’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통일 관련 제안들엔 이런 내용이 있다. 통일이 되면 사용할 국기나 국화 같은 상징체계와 여권 면허증 주민증 디자인을 준비하자. 폭력과 빈곤의 나라 북한의 이미지 세탁에도 신경 써야 한다. 저자는 고려의 도읍이자 국제도시였던 개성을 국제상업도시로, 50년 넘게 청정 상태를 유지해 온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은 친환경 농산업 도시로 브랜드화하자고 제안한다. 개성공단엔 남북한 디자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관을 두고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디자인한다. 접경지역은 국제 유기농제품 인증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인 데다 중국과 일본 모두 식재료에 대한 불안감이 강하므로 농산업 중심지로 개발하기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책에는 통일 말고도 △안중근 의사의 손가락이 잘려나간 단지조상(斷指彫像)을 전국에 세워 애국심의 아이콘으로 삼고, 미술학도들에게 줄리앙과 아그리파 대신에 안중근을 그리게 하자 △한시적인 한류(韓流)를 지속 가능한 한풍(韓風)으로 전환하자 △한국형 에너지 자립 마을을 만들자 같은 다양한 제안이 담겨 있다. 깨알 같은 아이디어를 읽노라면 어느 조직이든 한 명쯤은 있는 ‘여러문제연구소장’의 수다를 듣는 느낌이다. 박학다식함에 놀라면서도 가끔 그 깊이를 회의하게 되는.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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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유통원장 이상현씨

    한국언론진흥재단은 1일 신문유통원장에 이상현 전 한겨레 편집부국장을 임명했다. 재단 영업본부장(상임이사)에는 김충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임명했다.}

    • 201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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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진영]추신수의 몸값

    금의환향한 추신수 선수의 성공담에서 눈길이 가는 건 그의 마이너리그 시절이다. 당시 월급은 1000∼2000달러였고 700달러짜리 월세집에서 다른 선수 부부와 화장실을 함께 쓰며 살았다고 한다. 동갑내기 부인은 산후조리는커녕 혼자 차를 몰고 병원을 오가며 아이를 낳았다. 한창 나이의 야구선수는 레스토랑에서 공짜로 나오는 빵 조각을 챙겨와 먹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지 5년 만인 지난해 말 그는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379억 원)를 받고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마이너 시절보다 최대 1500배가 넘는 연봉이니 잭팟이 터졌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메이저리거의 몸값에 대해선 전부터 말들이 많았다. 공정한 룰에 따라 얻은 자랑스러운 부(富)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승자독식이라는 살벌한 이데올로기를 극소수의 성공담으로 미화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이클 조던의 돈’에 관한 가상 논쟁을 소개했다. 농구 황제의 수입에 세금을 왕창 물리자는 쪽은 말한다. 가난한 이들에게 그 돈이 더 절실하다고. 반대쪽에선 이렇게 반박한다. 부자의 돈을 가난한 이에게 나눠주는 건, 그게 로빈 후드든 국가든 결국 도둑질이라고. 논쟁은 이어진다. 조던 혼자서 경기를 치를 순 없다. 맞는 말이지만, 동료 선수와 경기장 관리 노동자 등은 이미 자신의 용역에 대한 대가를 받았고 이는 스스로 동의한 것이다. 농구로 돈 잘 버는 시대에 태어난 건 조던의 공이 아니다. 하지만 조던의 재능이 조던 것이 아니면 누구 것이란 말인가…. 어느 쪽이 맞든 상관없이 승자독식은 스포츠 밖의 분야에서도 확고한 룰로 자리 잡았다. 외환위기 이후 80 대 20으로 재편된 한국 사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난 뒤엔 99 대 1로 더욱 갈라졌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4대 그룹이 30대 그룹 총 순이익의 80%를 차지한다. 중산층 비율은 1990년 74.5%에서 2010년 67.3%로 줄었다. 문화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최고 흥행 배우가 된 송강호는 제작비 72억 원인 영화 ‘관상’ 출연료로 20억 원 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화 스태프의 평균 월급은 60만 원도 안 된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돼 가도록 결과에 승복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도, 52 대 48로 이기고도 패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승자독식의 룰 때문은 아닐까. 지난해 말 본보를 비롯한 여러 신문은 ‘2013 올해의 책’으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불평등의 대가: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를 꼽았다. 저자는 각주만 145쪽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불평등은 정의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지 않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1년 보고서에서 “경제성장의 장기적인 지속은 소득 재분배의 평등성 확대와 깊이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고, 보수 성향의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012년 10월 “불평등이 효율성을 저해하고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갑오년 새해는 99 대 1의 아찔한 불균형을 바로잡으려 애쓰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그래서 ‘상위 1%의 섹스’ 같은 황당한 포르노 제목이 나오지 않았으면, 땀 흘린 스타들의 대박 스토리에 배 아파 하지 않고 푸근한 박수를 보낼 수 있었으면 한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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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권의 책이 날개 편 듯한 국립세종도서관, ‘올해의 세계 도서관 톱10’에 뽑혔다

    12일 세종시 어진동에 개관한 국립세종도서관이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 웹진 디자인붐이 선정한 ‘올해의 도서관 10’에 이름을 올렸다. 국립세종도서관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의 유일한 지방 분관. 도서관 건물답게 책장을 넘겨 엎어놓은 듯 경쾌하게 휘어진 모양이 인상적이다. 지하 2층, 지상 4층에 총면적이 2만1077m²(약 6380평)이다. 1, 2층엔 열람실, 3층엔 세미나실과 회의실이 있고 4층은 식당과 옥상 테라스로 연결된다. 서울 종로타워, 타워팰리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을 설계한 종합건축사사무소 삼우가 설계했다. 1999년 프리츠커 상 수상자인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78)가 베를린 자유대학에 설계한 학술도서관도 이번 목록에 포함됐다. 투명한 패널로 마감해 채광이 좋은 타원형 지붕을 따라 개인 좌석을 배치한 설계가 인상적이다. 이밖에 세계 최대 열람실을 자랑하는 유려한 곡선의 이라크 바그다드 도서관,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주 로나테 체피노의 유서 깊은 교회 옆에 덧대어 교회와 도란거리듯 지은 ‘엘사 모란테’ 공립도서관, 핀란드 최대의 대학 도서관인 헬싱키대 중앙도서관 등이 포함됐다. 웹진은 “경기 불황 속에서도 사회를 살찌우는 도서관이 꾸준히 지어지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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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홈 전문기업 코맥스, 사옥 1층 갤러리로 리모델링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에 있는 중소 제조업체 코맥스. 1968년 초인종 사업으로 시작해 국내 1위 스마트홈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이 업체는 창립 45주년을 맞은 올해 사옥 1층의 전시관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그런데 “회사를 홍보하는 곳으로 바꿔 달라”는 주문에 김찬중 더시스템랩 대표(경희대 건축학과 초빙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산업단지인 이곳까지 제품을 보러 오는 사람이 바이어를 빼면 몇이나 될까요. 회사를 외부에 홍보하는 곳이 아니라 직원 180명이 회사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꿉시다.” 김 대표는 평소 공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 “공단 주변엔 스타벅스나 파스타 집이 없습니다. 집보다 오랜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직원들, 특히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온갖 분위기 좋은 맛집과 카페를 접하는 젊은 세대에겐 기분 전환을 위한 사내 공간이 필수적이죠. 요즘 작업 공간을 설계할 땐 친환경이나 에너지 효율 같은 물리적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이 공간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지를 뜻하는 ‘심리적인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하는 추세입니다.” 김 대표의 제안에 따라 코맥스는 661m²(약 200평) 크기의 1층을 홍보관과 사원용 라운지를 겸한 ‘코맥스 갤러리’로 바꾸기로 했다. 기존의 전시관은 자연광이 들지 않아 어두침침하고 겨울엔 추웠다. 공간 이곳저곳에 놓인 칸막이 탓에 좁지 않은 공간임에도 옹색하고 답답해 보였다. 김 대표는 칸막이를 없애고 통유리를 활용해 폐쇄적인 이곳을 탁 트인 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우선 건물 외벽을 허물고 통유리 폴딩도어를 달아 채광과 환기 문제를 해결했다. 폴딩도어를 따라 커피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바와 테이블이 놓인 직원용 휴게 공간이 넓게 배치돼 있는데, 여름에 폴딩도어를 열어젖히면 발코니까지 휴게 공간이 확장된다. 휴게 공간의 반대쪽엔 회의실과 전시실이 있다. 회의실의 스크린을 올리면 통유리 너머로 전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바이어와 직원들은 전시실의 제품을 보면서 회의를 할 수 있다. 건물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곳이 접견실인데 이곳은 사람이 들고나거나 조도에 따라 루버(창살)와 조명이 자동 조절되는 코맥스의 첨단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책장과 그랜드피아노, 소파가 놓여 있는 이곳은 고급 주택의 거실이나 서재 분위기가 나는데 외부 손님이 없을 땐 직원들이 회의와 휴식 공간으로 활용한다. 5월 13일 문을 연 갤러리에서 직원들은 수시로 회의를 하고 커피를 내려 마신다. 점심식사 후엔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한담을 나눈다. 휴게 공간엔 4.5m 길이의 테이블이 3개 놓여 있다. 4인용 테이블로 쪼개지 않고 큰 테이블을 놓은 이유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시선이라도 섞으며 소통하라는 배려에서다. 작은 음악회와 파티를 열기도 한다. 양유석 마케팅팀 과장은 “갤러리에선 다른 팀의 사원들과도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게 된다. 생산라인 직원들과 말해본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생산팀에서 일하는 강은선 씨(52)는 “생산 현장에 갇혀 다방 커피 마시는 것과 갤러리에서 원두커피 마시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라고 했고, 손경옥 씨(42)는 “이곳에서 볕을 쬐고 들어가면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갤러리는 공간이 하나로 통합돼 있어 바이어들이 회의하고 전시장을 둘러보는 동선이 이곳을 이용하는 직원들의 동선과 섞이게 된다. 직원과 기업 문화도 자연스럽게 ‘전시’가 되는 셈이다. “120개국에서 오는 바이어들이 중소 제조업체가 고급스러운 사원용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는 사실에 좋은 인상을 받는 것 같습니다. 밝아진 직원들 얼굴이 회사로서는 최고의 홍보수단입니다.”(변우석 코맥스 부사장)성남=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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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한국인 평균 영화관람 편수 ‘세계 1위’

    한국인의 1인당 평균 영화 관람 편수가 처음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2일 복합상영관 CGV가 영국 조사기관인 스크린다이제스트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올해 1인당 평균 4.12편의 영화를 관람해 세계 1위였다. 2위는 미국(3.88편), 3위는 호주(3.75편), 4위는 프랑스(3.44편) 순이었다. 올해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19일 0시를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2억 명을 넘었고 영화산업의 전체 매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1조5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관객이 몰리면서 국내 영화관의 영업 실적도 좋아졌다. CGV는 미국의 리걸시네마, 중국 AMC, 미국 시네마크, 멕시코 시네폴리스에 이어 세계 5번째로 누적관객 1억 명을 돌파했다. CGV의 스크린 수는 1119개이며, 이 중 해외 비중은 26.5%(296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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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TBC- 중앙일보 동시 악재

    ▼ 손석희 진행 JTBC ‘뉴스9’에 방통심의委 중징계▼“통진당 관련보도 공정성 위반”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가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내용을 불공정하게 보도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프로그램이 정당 해산 심판 청구 문제를 보도하면서 일방적인 의견만을 내보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이 프로의 관계자에 대해 징계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당시 손 앵커는 이 쟁점을 보도하면서 당사자인 김재연 진보당 대변인, 정부의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 비판적인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대담했으며, 취임 2주년을 맞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말미에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방통심의위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는 사안을 다루면서 이를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아 시청자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통심의위가 이 뉴스 프로를 심의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온라인에는 심의위의 문제 제기를 비판하는 의견이 잇달아 올라왔다. 한편 MBC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합성사진을 내보낸 ‘기분 좋은 날’의 남궁찬 콘텐츠협력2부장을 보직 해임하고, 그 자리에 김태현 부장을 임명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본보 관련 허위사실 유포 중앙일보 간부 약식기소 ▼중앙일보 간부가 동아일보와 채널A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약식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권정훈)는 명예훼손, 신용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중앙일보 부국장급 간부 최모 씨(51)를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최 씨는 지난해 8월경 모 그룹이 종편 인수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고, 인수 대상은 채널A가 유력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씨는 동아일보 오금동 공장 관련 허위사실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지난해 10월 최 씨와 송필호 중앙일보 대표이사 부회장, e메일을 받은 기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송 부회장과 기자들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201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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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통위 “채널A 주주구성, 방송법 위반 없어”

    일부 시민단체가 채널A의 주주 구성 관련 의혹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며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데 대해 방통위는 “채널A 관련 의혹을 검토한 결과 방송법 위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19일 설명자료를 내고 “채널A 관련 의혹에 대한 소명자료, 주금 납입 관련 서류와 주식청약서 및 통장 사본,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종합한 결과 방송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사업 승인 취소나 검찰 고발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채널A 등 관계사가 필요한 자료를 모두 제출했기 때문에 자료 미제출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하지 않았다”며 “제출받은 자료는 국회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18일 채널A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채널A 주주 구성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승인 취소를 하지 않았고,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출받지 않았다며 방통위원장과 담당자를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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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협회 “언론중재법 개정안 폐기해야”

    한국신문협회(회장 김재호)는 언론 보도의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대해 언론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폐기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1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전달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해자의 불법 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9일 이 위원회에 상정된 개정안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형사적 제재가 없는 나라에서 민사적으로 처벌적 성격의 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여서 언론 보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같이 지우는 우리나라 법률 체계에 맞지 않는 부당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우리나라는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 미국과 달리 형사처벌하고 있는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과한다면 언론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은 대부분의 주(州)에서 언론 보도에 대해 형사처벌은 하지 않는다. 협회는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이나 언론 보도의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의 약자들이 아니라 소수의 특정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헌법상 가치인 언론 자유에 대한 과잉 규제”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개정안이 시민단체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을 언론중재위원으로 위촉하도록 한 데 대해서도 “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전문성, 독립성, 중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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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둥 - 보 하나도 없다, 와이어로만 지었다

    기둥과 보 없이 건물을 지을 순 없다. 그런데 와이어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와이어는 여러 가닥의 강철 철사를 합쳐 꼬아 만든 줄로, 당기는 힘이 뛰어난 재료다. 조병수건축연구소의 조병수 대표(56·사진)가 올 9월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완공한 고려제강의 키스와이어센터 기념관은 두꺼운 기둥과 보 대신 가느다란 와이어로 콘크리트 지붕을 들어올려 지은 뮤지엄이다. 현수교의 원리를 이용한 설계인데, 와이어의 장점을 활용한 건축 구조는 와이어가 주력 상품인 기업의 정체성과도 딱 맞아떨어진다. “와이어는 기둥과 보의 부피를 줄여줘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어요. 고층빌딩의 경우 층수를 늘릴 수도 있죠. 와이어의 물성 자체가 유연해 구조계산을 정밀하게 해야 하는데 시공 사례가 적어 쉽지는 않았습니다.” 키스와이어센터 기념관의 콘크리트 지붕 무게는 836t. 이를 기둥 없이 와이어로 지탱하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지름 35mm 굵기의 와이어로프 28개를 이용해 지붕을 들어 올린다. 이대로만 두면 벽체가 건물 가운데로 몰릴 수 있어 벽체 자체를 바깥쪽으로 당겨 힘의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그래서 양쪽 벽체 외벽의 위쪽에서 바닥까지 같은 굵기의 와이어로프를 설치해 바닥 쪽으로 당긴다. 땅속 15m 깊이에 설치된 와이어로프가 이를 견고하게 고정시켜준다. 결론적으로 와이어 1919.1m가 건물을 팽팽히 당겨 지탱하고 있는데 이는 1만2509명이 당기는 힘과 같다고 한다. 덕분에 뮤지엄 안으로 들어서면 6∼7.5m 높이에 27m 길이의 공간이 기둥 없이 펼쳐져 시원한 느낌을 준다. 뮤지엄 가운데는 키스와이어센터의 절정이 기다리고 있다. 와이어에 지탱해 공중에 붕 떠 있는 듯 설치된 달팽이 모양의 대형 철골 램프다. 이 오름길을 따라 걸으면 노출콘크리트와 가느다란 와이어 딱 두 가지 재료만으로 설계한 힘 있고도 날렵한 건물의 아름다움을, 더불어 와이어의 효용을 느끼게 된다. 램프는 벽을 뚫고 나가 이어지고 건물 바깥엔 물이 있는 야외 정원인 ‘수정원’이 있다. 램프의 아래쪽도 슈퍼 미러로 마감해 철을 가공하는 기업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재료가 철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선명한 거울이다. 이외수문학관(2009년)과 땅을 파내고 그 속에 묻어 놓은 듯 지은 땅집(2009년) 설계로 유명한 조 대표는 미국 몬태나주립대 교수 시절부터 와이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0년대 초반 고려제강이 와이어 건축의 가능성을 검토해 달라며 연구비를 지원했어요. 덕분에 1년간 강의를 접고 와이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지요.” 조 대표는 귀국 후 2007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자기 집을 지으면서 와이어를 시범적으로 사용했다. 지름 30cm 기둥 4개를 지름 15mm 굵기의 와이어 12줄로 대체해 지붕을 들어올렸다. 이후 경복궁 맞은편 유리빌딩인 트윈트리(2010년)와 경남 남해군 사우스케이프 호텔(2013년)에 와이어 건축 기술을 부분적으로 사용했다. 덕분에 트윈트리는 1, 2개 층을 늘려 17층 규모로 올리고, 사우스케이프 호텔도 와이어에 지탱해 10m 길이의 캔틸레버(외팔보) 설계를 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와이어의 당기는 힘을 이용합니다. 와이어의 발명 덕분에 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었죠. 기술이 발달해 훨씬 가느다란 와이어로 엘리베이터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엘리베이터 타워의 공간이 줄어들어 빌딩 건축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내년 5월 문을 여는 키스와이어센터 기념관이 와이어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직접 보고 느끼는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부산=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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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속공예가 20명이 수작업 연말연시 최고의 조명들

    조명은 디자이너들이 탐내는 소품이다. 빛을 내는 것 말고는 필요한 기능이 없고 사람 몸에 직접 닿지 않아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마음껏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갤러리 로얄에서 시작된 ‘금속공예가의 조명-빛을 내는 사물’은 연말연시에 어울리는 조명 전시다. 금속공예가 20명이 작품 80여 점을 선보이고 판매도 한다. 금속의 날렵하고 세련된 물성을 극대화한 작품부터 착색과 가공 기술로 털실이나 가죽처럼 전혀 다른 재료의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살린 것까지 재료와 형태가 다양하다. 찬찬히 뜯어보면 철을 자유자재로 휘어 유연한 곡선을 만들고, 마이크로 용접이나 3차원(3D) 프린터로 찍어낸 투명한 소품으로 금속 조각을 감쪽같이 이어붙인 섬세한 손작업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 방식도 독특하다. 건축가 민현식의 설계로 레스토랑 북카페 갤러리가 함께 있는 공간 이곳저곳에 작품이 아닌 듯 슬쩍 전시해 놓아 일상의 공간에서 만나는 소품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내년 2월 9일까지.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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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진영]자궁 같은 공간

    김수근(1931∼1986)과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 한국과 멕시코에서 동갑내기로 태어난 세계적인 건축가 두 사람이 지난해 가을 한국 언론에 이름을 올렸다. 레고레타가 제주에 지은 갤러리 건물(2009년)이 건축주가 바뀌면서 철거 위기에 놓이자 멕시코 정부가 “멕시코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며 한국 정부에 철거를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김수근이 설계한 캐나다 몬트리올 엑스포 한국관(1967년)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라는 소식이 날아든 것도 그 즈음이었다. 엑스포 건물은 행사가 끝나면 철거되지만 몬트리올 시가 허물기엔 너무 아깝다며 영구 보존해오던 건물이었다. 자기 나라 건축가가 나라 밖에 남겨놓은 작품까지 챙기는 외국과 달리 한국 정부는 해외에 진출한 제 건축은커녕 국내에 남아 있는 수작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로 꼽히는 김수근의 공간사옥은 올해 초 공간그룹의 부도로 매물로 나왔고, 우여곡절 끝에 최근 미술계 큰손이 사들였다. 문화재청이 늦게나마 등록문화재 지정에 착수하고, 새 주인도 공간사옥을 원형대로 보존하겠다고 공언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건물은 보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1970, 80년대 떠들썩했던 공간사옥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이들은 담쟁이 덮인 예쁜 건물보다 그 속에서 작동했던 소프트웨어에 주목한다. 공간사옥은 전후 폐허 속에서 문화예술계 스타와 담론을 키워내는 자궁 같은 곳이었다. 공간사옥엔 한국 건축계를 이끌어갈 건축가 650명을 배출해낸 설계사무실 말고도 전시장인 공간화랑과 공연장인 공간사랑, 그리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카페와 마당이 있었다. 최순우 백남준 이어령 황병기 같은 문화계 엘리트들에겐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건축가 김원은 “공간은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한국의 미래를 그리는 연구소였다. 비무장지대(DMZ) 자연공원화와 여의도개발계획 이후 서울의 발전방향에 대한 밑그림이 이곳에서 나왔다”고 회고한다. 문화계 비주류들에게도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김덕수 사물놀이와 공옥진의 병신춤, 무용가 홍신자가 이곳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공간의 문화 실험을 도운 것이 국내 최고(最古)의 예술전문지 ‘공간(SPACE)’이다. 정치인 김종필이 격려금으로 내놓은 100만 원짜리 수표 2장을 밑천으로 김수근이 1966년 11월 창간했다. 건축전문지 ‘도무스’가 전후 이탈리아의 디자인 르네상스를 견인했듯, ‘공간’은 문화 불모지에 국내외 문화계 경향을 소개하고 신예 작가를 발굴하며 문화계 담론을 주도했다. 공간사옥의 새 주인은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했고, 김수근문화재단은 13일 그를 만나 “건축박물관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간사옥은 고급 컬렉션을 전시하고, 건축계의 과거를 보여주는 죽은 자를 위한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통과 이단이 충돌하고 다양한 장르가 부딪치는 가운데 변화의 씨앗을 잉태해 새로운 문화를 키워내는, 산 자를 위해 들썩이는 공간이 돼야 한다. 생전 자신의 손을 예인(藝人)을 건져 올리는 조막손이라 부르며 자신의 역할은 바늘구멍을 뚫는 것이라고도 했던 르네상스인 김수근. 부인이 살 집 한 칸 남기지 못하면서도 작은 손으로 문화의 바늘구멍을 크게 뚫어놓고 간 그를 따라 이제 우리가 그 바늘구멍에 실을 꿸 차례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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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물 절반은 김수근을 위해, 남는 반은 현대미술을 위해

    “공간사옥이 제 사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곳의 절반은 김수근 선생을 위해, 나머지 절반은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현대미술을 위해 사용할 겁니다.” 1세대 건축가 김수근(1931∼86)이 설계한 공간사옥의 새 주인이 된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사진). 충남 천안과 서울에서 아라리오갤러리를 운영하며 3700점의 미술품을 보유한 ‘미술계의 큰 손’에게 공간사옥은 가장 의미 있는 컬렉션이 될 듯하다. 27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사옥 3층 ‘김수근 작업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돈으로 따지면 이보다 비싼 작품도 많이 사봤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다”며 공간사옥을 미술관으로 새 단장해 내년 9월 개관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수근이 설계한 검정 벽돌의 구사옥은 원형 그대로 활용하고, 공간그룹의 2대 대표인 고 장세양이 유리로 지은 신사옥은 도서관 레스토랑 기념품가게로 쓸 예정이다. 이상림 현 대표가 증개축한 한옥은 허물고 대신 미술관의 입구와 로비를 신축할 계획이다. 이 작업은 이상림 대표가 맡는다. “‘아라리오’가 들어간 미술관 이름은 입구에 조그맣게 달 거예요. 구사옥 위쪽에 흰색 한자와 영문으로 된 ‘공간’ 문패는 안 떼고 그대로 갑니다. 오늘 김수근 선생 부인과 점심을 먹으며 이 말씀을 드렸더니 좋아하시더군요.” 김 회장에게 공간사옥 매입은 ‘충동구매’였다. 그동안 공간사옥의 새 주인으로 거론돼온 이름은 현대중공업과 네이버였다. 충남 천안에서 종합터미널 백화점 멀티플렉스 등을 경영하는 중견기업인 아라리오의 이름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21일 사옥 공매가 유찰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끄러웠습니다. 한국 현대건축의 상징이 매물로 나오고, 거기다 유찰되는 일이 벌어지다니. 그때부터 ‘나라도 나서볼까’ 생각하기 시작했죠.” 주말 내내 고민한 끝에 김 회장은 제주 작업실에서 상경해 25일 오후 2시 이상림 대표를 만났다. “공매 최저가인 150억 원에 살 테니 은행 영업마감 전까지 결정해 달라고 했어요. 그때까지 결정 못하면 이 사옥은 제 인연이 아닌가보다 생각하고 내려가겠다고요. 결국 3시 반에 합의를 보고 계약금 10%를 바로 입금했습니다.” 건축가 김수근은 1977년 공간사옥을 완공하면서 “이 터는 하도 (기가) 세서 나 아니면 지키지 못할 것이다”고 했다는 말이 있다. 김 회장에게 이 말을 전했다. “이 건물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라면 지킬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미술품을 3700번 사면서 그만큼의 경험을 쌓았습니다. 주말에 이 미술관 앞으로 죽 줄서게 할 자신 있습니다. 이곳에서 새로운 현대 미술작품은 물론이고 건축가의 꿈을 그리는 젊은이들이 나오게 할 겁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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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현준 대표 “건축물이 아닙니다. 역사적 파편과 공존하는 풍경이자 공원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건축물이 아닙니다. 풍경입니다.” 서울관을 설계한 민현준 엠피아트 대표(45)는 이 터에 남아 있는 건축물들을 ‘역사적 파편’으로 부르며 “이 파편들과 공존하려면 앞뒤와 질서가 있는 건물보다는 주변과 공유되는 풍경이자 공원이어야 했다”고 말했다. 주위에 문화재 하나만 있어도 건축 설계는 많은 제약을 받는다. 그런데 이 터는 경복궁, 종친부, 국군기무사령부에 매장문화재까지 고려해야 했다. 민 대표는 섬처럼 건물군으로 이뤄진 ‘군도(群島)형 건축’으로 이 난관을 해결했다. 그래서인지 서울관은 시부모 모시고 제사 챙기며 사는 종갓집 맏며느리처럼 푸근하고 겸손하다. 종친부의 기와, 기무사의 붉은 벽돌과 조화되도록 건물 외벽에도 고령토로 특수 제작한 암키와 모양의 테라코타 패널을 붙였다. 그러나 무난함은 ‘현대’ 미술관으로서는 독이 될 수 있다. “전위적인 현대 미술품들을 전시하기엔 기가 약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민 대표는 “속으로는 기가 센 미술관”이라고 반박했다. “기존의 일률적인 관람 동선을 무시하고 관람자의 참여와 몰입을 유도하는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일방적인 계몽보다는 관람객의 참여를 통한 자발적 이해를 유도하는 최근의 미술관 건축 경향을 반영한 것이죠.” 그는 올 2월 현대미술관에 대해 쓴 박사학위 논문에서 ‘작품으로서의 건축’과 ‘작품을 위한 건축’을 비교했다. ‘작품으로서의 건축’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이 미술관에 대해 “지역적 맥락에 조응하기보다 건물 자체를 명품화했으나 주목할 만한 작가나 작품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관은 ‘작품을 위한 건축’에 가까운 셈이다. “풍경 같은 미술관이란 사회적 관계를 위한 최소한의 구조체일 뿐입니다. 서울관은 수장고에서 작품을 꺼내 전시하기보다, 작가와 관람객들을 자극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산실이 됐으면 합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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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사옥, 150억에 아라리오갤러리서 인수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물로 꼽히는 공간사옥이 아라리오갤러리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공간그룹은 25일 아라리오갤러리에 공간사옥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공매 최저가격인 150억 원이다. ‘김수근 작업실’을 보존하는 등 사옥을 훼손하지 않는 조건이다. 박윤석 공간그룹 경영본부장은 “아라리오 쪽에서 김수근 작업실을 포함해 공간사옥 보존을 전제 조건으로 먼저 제시했다”며 “아라리오갤러리는 공간사옥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갤러리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아라리오갤러리의 대표인 김창일 아라산업 회장(62)은 2006년 미국 미술잡지 아트뉴스가 ‘세계 200인의 미술품 컬렉터’로 선정한 사업가 겸 컬렉터로 서울 청담동과 충남 천안, 중국 베이징에 갤러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공간사옥은 1세대 건축가인 고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검정색 벽돌의 구사옥과 공간그룹의 2대 대표인 고 장세양이 설계한 유리 신사옥, 이상림 현 대표가 증개축한 한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구사옥은 등록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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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사옥은 부동산이 아닌 문화다”

    “공간사옥은 부동산이 아닙니다. 문화입니다.”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사옥의 21일 공개 매각을 앞두고 김수근문화재단(이사장 박기태)이 이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재단은 18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수십 년간 한국 현대건축의 자존심이자 문화 창조의 산실로 인정받아온 공간사옥이 경매 시장에 나온다. 이는 건축뿐 아니라 우리 문화예술과 정신사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재단은 민간 기업이나 개인이 공간 사옥을 사들일 경우 보존이 어렵다고 보고 △공공 재원으로 사들여 건축박물관으로 활용하자고 정부에 요청하고 △개인의 소유로 넘어가더라도 쉽게 허물지 못하도록 공간사옥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해줄 것을 문화재청에 요구했다. 공간사옥은 1세대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1971년부터 짓기 시작해 1977년 완공한 건물로 동아일보가 올 2월 건축전문가 100명에게 의뢰해 선정한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 20’에서 55명의 추천을 받아 1위를 차지한 건축물이다. 김수근은 이곳에서 경동교회(1980년) 올림픽주경기장(1986년) 같은 명작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김원 승효상 민현식 등 한국 건축계를 주도하는 건축가들을 다수 키워냈다. 이 건물의 지하 소극장은 김덕수의 사물놀이, 공옥진의 병신춤 등을 처음 선보이면서 다양한 문화 장르의 산실 역할도 했다. 그러나 건물주인 건축사사무소 공간그룹이 1월 부도가 나면서 매물로 나왔다. 이후 서울문화재단, 현대중공업, 네이버 등이 인수 의사를 밝혔으나 무산되고 21일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매각된다. 최저 매각가격은 150억 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청장 시절 가장 큰 고민이 100년 후 지정할 문화유산이 지금 창조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며 “공간사옥은 부동산 가치를 뛰어넘는 20세기 최고의 문화유산임을 정부와 사회가 인식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건축가 승효상은 “앞서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달라고 한 차례 청원했으나 문화재청은 소유자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보류 판정을 내렸다”며 문화재청에 거듭 문화재 지정을 요청했다. 이어 “21일 공매 후에도 국민신탁이나 소셜펀딩 등 공간사옥을 보존할 수 있는 재원 조달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에는 김석철 김원 류춘수 민현식 유걸 최문규 등 건축가들과 안상수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 최홍규 서울박물관협회장, 이기웅 파주출판도시 이사장, 이은 영화제작가협회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 116명이 참여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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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진영]올해의 건축

    해마다 연말이면 언론은 그해의 인물을 뽑는다. 올해의 인물은 누가 될까.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해산될 위기에 놓인 정당의 정신적 지주? 야구 종주국에서 가을의 전설을 쓴 괴물 투수? 올해의 인물 후보는 많지만 올해의 건축을 묻는다면 서울시 신청사가 될 것이다. 올 2월 본보는 건축전문가 100인에게 의뢰해 한국 최고와 최악의 현대건축을 선정했다. 여기서 최고작보다 더 주목받은 것이 최악의 건축으로 뽑힌 서울시 신청사였다. “역사적 무책임과 지적 태만” “복구 불가능한 파국” 같은 날선 혹평과 함께 39명이 이를 태작으로 꼽았다. 최근엔 신청사 건립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홀’이 상영되면서 설계자와 감독이 함께하는 포럼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포럼에도, 신청사가 주인공인 106분짜리 영화에도 건축을 의뢰한 건축주는 보이지 않는다. 7년간 3000억 원을 들여 어떤 청사를 지으려 했고, 중간에 설계가 왜 바뀌었는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는다. 신청사의 콘셉트 설계자인 건축가 유걸만이 이런저런 자리에 불려나가 몰매를 맞으면서도 성실히 답하고 있을 뿐이다. 좋은 건물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 건축의 창세기를 열었다는 롱샹 성당, 20세기 최고의 건축으로 꼽히는 라투레트 수도원은 마리알랭 쿠튀리에 신부라는 건축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당시 기울어가던 가톨릭의 부흥을 위해서는 예술의 힘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런 건축의 목표를 실현해줄 수 있다는 이유로 ‘무신론자’인 르코르뷔지에에게 설계를 맡겼다. 그가 아니었다면 롱샹도, 라투레트도 없었다. 시청사 같은 공공건물의 건축주는 시민이고, 시민들을 대표하는 건축주가 시장이다. 김광현 서울대 교수는 “잘못된 건물의 책임은 자기가 어떤 집에 살 것인지 뚜렷하게 말하지 못한 채 명품만을 원한 건축주에 있다”고 말했다. 관심도 없다가 다 지은 뒤에야 “이게 뭐냐”며 화내는 시민,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시장, 심사일에 임박해서야 불려나가 당선작을 선정한 심사위원. 이 모든 사람이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의 설계공모전을 경험해본 작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 공공건축 발주제도의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난다. 새 건물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그곳의 역사적 도시적 맥락부터 주변에 있는 맨홀이나 전봇대처럼 깨알 같은 정보가 담긴 도면까지 건물이 들어설 땅에 대한 종합적인 보고서가 두툼한 책자 형태로 전달돼 현장에 가보지 않고도 설계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조성룡 성균관대 석좌교수는 “출제가 잘돼야 좋은 답이 나오는 법”이라며 “공모전의 안내서가 충실하면 이를 기준으로 설계안들이 출품되고, 이 안내서가 기준이 돼 심사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73세인 유걸은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건축상을 받은 실력파다. 그에게 서울시 신청사는 일흔 줄에 만난 최악의 인연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악평에 시달려도 관심 받는 건물이 좋은 건축”이라며 “내 작품이 신문의 부동산면이 아닌 문화면에서 논의되는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서울시 신청사의 실패는 ‘공공건물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라는 논의의 출발점이 됐다. 그래서 올해의 건축은 역설적이게도 서울시 신청사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 201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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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실만 따로 쓰는 ‘셰어하우스’ 공동체 생활 ‘컬렉티브하우스’

    독립하려 해도 집값이 부담되는 젊은이들, 혼자 살면서 치안이 걱정되는 독신 여성, 육아 문제로 고민이 많은 젊은 부부, 혼자 살다 고독사할까 두려운 노인들. 신간 ‘셰어하우스’와 ‘컬렉티브하우스’는 이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원 절약도 꾀하는 새로운 주거 문화를 충실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셰어하우스란 주로 젊은이들이 한집에서 살면서 침실은 따로, 거실 주방 화장실은 공유하는 주거 방식이다. ‘셰어하우스’의 저자 구보타 히로유키 니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렇게 사는 일본의 젊은이 11명을 만나 ‘타인과 살면 위험하지 않은가’ ‘셰어메이트는 어떻게 찾나’ ‘생활비는 어떻게 나누어 내나’ ‘이성 친구를 데려오거나 재워도 되나’ ‘도중에 나오고 싶으면 어떻게 하나’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 뒤 생생한 답을 받아 내 전한다. 컬렉티브하우스란 셰어하우스와 달리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같은 공동주택에 살면서 세탁실, 도서실, 대형 주방이나 욕실 등 공용 공간을 갖추어 놓고 사는 주거 형태를 말한다. 1980년대 북유럽의 사회주의 국가에서 시작됐는데 신간 ‘컬렉티브하우스’는 일본의 컬렉티브하우스 4곳의 거주자들을 인터뷰해 그곳 생활의 장단점을 소개했다. 특히 취학 전 자녀를 둔 부부와 공동체 생활이 그리운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개인 공간을 떼어 내 공용으로 쓰면서도 임차료가 낮아지지 않는 데다, 공용 공간의 사용 빈도와 무관하게 비용을 똑같이 나누어 내는 데 따른 불만이 제기된다고 한다. 말미에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의 컬렉티브하우스 운영 시스템을 비교해 소개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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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란도란 8채 붉은 벽돌집 ‘시설’ 아닌 진짜 ‘우리 집’

    《 “우리는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처럼 건축의 힘을 믿는 건축사사무소 오퍼스의 우대성 공동대표. 그에게 부산에서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마리아수녀회 수녀들이 찾아왔다. 중고교 여학생 100여 명이 살고 있는 시설이낡았으니 새 건물을 지어 달라며 수녀들의 퇴직금을 모아 마련한 40억 원을 내밀었다. 》일반 가정이 아닌 ‘시설’의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건물은 어떻게 지어야 할까. 우 대표는 김형종 조성기 공동대표와 지난해 1월부터 서울 부산 대구를 돌며 아동복지시설을 살피고 거주자들의 일과를 관찰했다. 커다란 원룸에는 2층 침대와 옷장이 줄줄이 놓여 있고, 주방에서 조리된 음식이 엘리베이터로 배달되면 같은 원룸의 다른 편에 놓인 커다란 식탁에 둘러앉아 먹는 구조였다. 거주자들은 불만이 많았다. “사생활이 없다” “집단생활을 하니 남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걸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받는 것에만 익숙해 경제 개념이 없어 사회에 나가면 적응하기 어렵다”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살아 보고 싶다”…. 시설 생활은 정신적 빈곤, 나태, 단조로운 일상, 욕설과 폭력으로 요약됐다. 공동대표 3명은 아이들이 돌봄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커 가는 공간에 산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올 8월 부산 서구 암남동 언덕배기에 ‘수국마을’을 완공했다. 수국마을은 복지시설의 틀을 깼다. 커다란 콘크리트 건물 한 동을 짓는 대신 계단식 지형을 따라 붉은 벽돌집 8채가 도란도란 모여 있는 마을을 설계했다. 아이들은 ‘시설’이 아닌 박공지붕의 ‘집’에서 산다. 심어 놓은 나무에 따라 감나무집, 석류나무집, 사과나무집 이렇게 집 이름을 지었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나무의 나라(樹國)’라는 뜻에서 수국마을이다. 손에 물 묻힐 일 없던 아이들은 수국마을에선 모든 일상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집마다 13∼15명의 소녀가 ‘엄마’라 불리는 수녀와 출퇴근하는 보육자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데 월 약 300만 원의 생활비로 당번을 짜서 장 보고 밥해 먹고 가계부도 쓴다. 현관 입구엔 수도와 전기 계량기가 설치돼 있어 수도와 전기 요금도 내야 한다. 이곳 수녀들은 아이들을 젖먹이 때부터 길러 온 ‘엄마’다. 그래서 여느 엄마들처럼 “공부 잘할 수 있는 집”을 원했지만 건축가들은 “행복하고 놀기 좋은 집”을 고집했다. 실내로 들어서면 책꽂이 겸용 계단을 설치한 층고 높은 거실과 아늑한 다락방, 낙서하기 딱 좋은 대형 칠판, 밀어젖히면 옆집과 연결되는 마법의 벽, 조용한 공부방과 침실 등 10대 소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크고 작은 공간이 집집마다 다르게 배치돼 있다. 혈기왕성한 아이들의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 동선을 일부러 늘려 놓고, 마을 가운데엔 배드민턴을 치거나 피구를 할 수 있도록 길을 내 널찍한 마당을 두었다. 옥상엔 나무 덱을 깔아 놓아 오르락내리락하며 놀기 좋다. 수국마을의 수호나무 같은 존재인 팽나무는 물론 볼품없는 나무들도 건축에 방해가 되지만 뽑지 않고 살려 놓아 주변의 시선을 차단했다. 우대성 대표는 “아이들이 ‘우리 집으로 친구를 초대하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가장 기뻤다”고 했다. ‘엄마’들은 새 집이 좋으면서도 바깥출입을 통제할 수 없고 이리저리 숨을 곳이 많은 실내 공간이 걱정도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커다란 칠판에 이런 글귀를 써 놓았다. ‘난 최고였고, 지금도 최고이며, 앞으로도 최고일 것이다.’부산=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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