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母性 신화는 언제-왜 만들어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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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의 발명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 지음/이재원 옮김/256쪽·1만3000원·알마

책 제목을 보고 ‘아동의 탄생’을 떠올렸다면 감이 좋은 독자다. ‘모성애의 발명’은 ‘아동의 탄생’과 이란성 쌍둥이 같은 책이다. 필립 아리에스의 ‘아동의 탄생’(2003년)에 따르면 아이가 ‘작은 어른’이 아닌 별도의 인격체라는 자각은 근대의 산물이다. 그리고 아동의 탄생은 모성애의 발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자도 일을 해야 했던 산업화 이전 시기엔 모성애라는 개념이 없었다. 아이는 노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존재였고, 그래서 생기는 대로 낳았으며, 온 가족이 바쁘다 보니 스스로 커야 했다. 그래서 굶거나 방치돼 죽는 아이도 많았다.

그런데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을 나눠 맡게 됐다. 아동은 이즈음 탄생한다. 신분사회의 청산으로 계층 이동이 자유로워진 데다 인간은 개선될 수 있다는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자녀 교육이 몹시 중요해졌다. 육아는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엄마의 몫이 됐다. 그리고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 ‘아이가 잘못되면 다 엄마 탓이다’라는 모성 신화도 만들어진다. 저자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돈이 아니라 평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출산수당을 주느니 남성 육아휴직제도가 낫다는 것이다.

2006년 독일에서 출간된 개정판을 번역한 책인데 거리감도 시차도 없이 읽히는 게 신기하고 서글프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모성애의 발명#아동의 탄생#엄마#자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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