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치매는 쉬쉬하며 숨기지 말고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노인질환이에요. 영화 ‘장수상회’는 그런 아픔을 지닌 가족을 밝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줘서 고마웠어요.” 9일 개봉한 영화 ‘장수상회’는 70대 성칠(박근형)과 금님(윤여정)의 어쩌면 인생에서 마지막일지 모를 사랑을 그린 작품. 아울러 많은 노년층이 겪고 있는 고통인 치매를 주요한 소재로 다뤘다.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인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그간 치매는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둡게만 그려지는 게 불만이었는데 ‘장수상회’는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뭣보다 가족과 지역사회가 치매 노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대처하는 분위기를 이 영화가 가진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영화에서 성칠이 평생 일하던 슈퍼마켓에서 그냥 일하게 하고, 사람을 몰라보거나 길을 잃어도 주위에서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건 정말 좋은 대처법”이라고 칭찬했다. 실제로 독일의 치매 요양병원에선 이전에 환자가 살던 가구나 장식을 병실로 그대로 옮겨와 배치한다. 환자가 편안한 심신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게 증상을 완화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 관점에서 성칠은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별것 아닌 일에도 버럭버럭 화를 내는 건 질병 초기의 전형적 증상이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은 혈관성 치매 등 10여 종에 이르는데 알츠하이머가 가장 많다. 현재로선 완치할 방도가 없다. 하지만 이를 형벌처럼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현재 국내에선 65세 이상 인구의 10% 안팎이 치매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 교수는 “특히 75세 이후 신체기능이 떨어지며 치매가 찾아올 확률이 높아진다”며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은 ‘자신을 잃어가는’ 환자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치매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 시기에 맞지 않게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멀쩡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환자가 가족을 송두리째 몰라보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이 교수는 “주위 사람은 알아보면서 가족만 몰라본다는 것도 실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오히려 질환 초기에 특정 인물에게만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례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후반부에 성칠이 자신의 딸에게 ‘네가 내 딸이로구나. 기억을 못 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이 교수는 “기억의 일부가 지워진다고 사고능력마저 다 잃는 건 아니다”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주변의 노력이 환자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조언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치매는 쉬쉬 하며 숨기지 말고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노인질환이에요. 영화 ‘장수상회’는 그런 아픔을 지닌 가족을 밝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줘서 고마웠어요.” 9일 개봉한 영화 ‘장수상회’는 70대 성칠(박근형)과 금님(윤여정)의 어쩌면 인생에서 마지막일지 모를 사랑을 그린 작품. 아울러 많은 노년층이 겪고 있는 고통인 치매를 주요한 소재로 다뤘다.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인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그간 치매는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둡게만 그려지는 게 불만이었는데 ‘장수상회’는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뭣보다 가족과 지역사회가 치매 노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대처하는 분위기를 이 영화가 가진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영화에서 성칠이 평생 일하던 슈퍼마켓에서 그냥 일하게 하고, 사람을 몰라보거나 길을 잃어도 주위에서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건 정말 좋은 대처법”이라고 칭찬했다. 실제로 독일의 치매 요양병원에선 이전에 환자가 살던 가구나 장식을 병실로 그대로 옮겨와 배치한다. 환자가 편안한 심신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게 증상을 완화시키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 관점에서 성칠은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별 것 아닌 일에도 버럭버럭 화를 내는 건 질병 초기의 전형적 증상이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은 혈관성 치매 등 10여 종에 이르는데 알츠하이머가 가장 많다. 현재로선 완치할 방도가 없다. 하지만 이를 형벌처럼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현재 국내에선 65세 이상 인구의 10% 안팎이 치매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 교수는 “특히 75세 이후 신체기능이 떨어지며 치매가 찾아올 확률이 높아진다”며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은 ‘자신을 잃어가는’ 환자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치매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 시기에 맞지 않게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멀쩡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환자가 가족을 송두리째 몰라보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이 교수는 “주위 사람은 알아보면서 가족만 몰라본다는 것도 실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오히려 질환 초기에 특정인물에게만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례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후반부에 성칠이 자신의 딸에게 ‘네가 내 딸이로구나. 기억을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이 교수는 “기억의 일부가 지워진다고 사고능력마저 다 잃는 건 아니다”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주변의 노력이 환자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조언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터미네이터 두 번째 예고편은 성공적?” 올해 7월 개봉 예정인 미국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13일(현지 시간) 2차 공식 예고편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84년 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터미네이터 5편에 해당하는 이번 작품에는 한국 배우 이병헌이 출연했다. 2차 예고편은 지난해 12월 처음 공개한 1차 예고편과 다소 분위기가 달랐다. 1편이 무거운 느낌이 강했다면, 2편은 역동적인 액션을 보여주는 데 치중했다. 신기술 나노 입자로 만들어졌다는 터미네이터 T-3000의 모습도 상당 부분 윤곽이 드러났다. 뭣보다 1편에서 순식간에 지나갔던 액체금속 터미네이터 T-1000(이병헌·사진)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을 선보였다. 누리꾼들의 반응에는 “너, 로맨틱, 성공적”이란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불륜 영화도 아닌데 작품에만 집중했으면”이라는 반박 댓글도 눈에 띄었다. 영화와 관련해서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할아버지, 숨차 보인다.” “‘왕좌의 게임’ 여신 에밀리아 클라크가 사라 코너라니” 등등의 의견이 달렸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리부트’(다시 시작한다는 개념) 성격을 지닌 ‘…제니시스’는 2029년 존 코너가 이끄는 인간 저항군과 로봇군단의 미래전쟁과 1984년 존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구하기 위한 과거를 동시에 그린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김인권 박철민이 출연한 작품. 별생각 없이 낄낄 웃으러 극장을 찾았다간 어안이 벙벙해진다. 영화 ‘약장수’는, 짠하다. 신용불량자 일범(김인권)은 인생이 고달프다. 대리운전에 일용직 노동자에 온갖 일을 전전하지만 뜻대로 풀리질 않는다. 게다가 몇 개월째 월세가 밀린 집 안엔 병이 깊은 딸내미가 아빠만 바라보고 있으니. 결국 돌고 돌다 “어르신들 등쳐먹는” 건강생활용품 판매업 ‘떴다방’에까지 발을 들인다. 허나 거기라고 어디 돈이 쉽게 벌리나. 양심의 가책을 느껴 매사에 쭈뼛거리는 일범을 점장 철중(박철민)은 닦달하는데…. 검사 아들을 뒀는데도 외로이 홀로 사는 할머니 옥님(이주실)이 우연히 떴다방을 찾으며 둘은 인간적인 정을 느낀다. ‘약장수’가 선뵈는 23일은 하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하는 날. 박철민은 “‘초인’들과 당당히 맞서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힘에 부쳐 보인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더 낫다고도 말 못하겠다. 그래도 이 작품을 선택한 관객들. 분명 후회하진 않으리라. 엄지손가락 척. ‘약장수’는 솔직히 좀 어정쩡하다. 대박 웃기지도, 눈물이 쏟아지지도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동네 치킨가게’ 같은 영화랄까. 대기업 브랜드도 아니고 자리도 서너 테이블밖에 없는. 평소 감흥 없이 지나치다 우연히 들렀는데 ‘싸고 푸짐하고 맛깔난다’. 어디서나 마셨던 생맥주 한 잔이 오늘 따라 짜릿하게 목젖을 파고드는 기분. 영화 ‘약장수’는 우리네 삶과 참 많이 닮았다. 뭣보다 웃길 거란 선입견이 컸던 김인권 박철민의 존재감이 크다. 주인공 김인권은 대부분 장면에서 그다지 감정 변화가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한 번씩 터뜨릴 때마다 찌릿찌릿하다. 박철민은 쏟아내는 말마다 명언이다. “하루에 몇 시간씩 엄마한테 노래 불러주고 재롱 떨어주고. 세상에 그런 자식 어디 있어. (친자식은) 1년에 4시간도 못 놀아줄걸? 근데 우린 매일 하잖아.” “돈이 사람을 속이지,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거 아니다.” “(장사는) 목숨 걸고 팔아야 해. 자선사업 하러 나온 거 아니니까.” ‘약장수’는 운명이 기구하다. 너무 강한 ‘초인’들에 맞서 틈새를 노려야 하니. 영화 내용도 딱 그렇다. 다들 번화가 큰길에 눈이 홀렸을 때 그들은 뒤편 구석진 골목을 찾았다. 거기에도 사람이 산다며.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김인권 박철민이 출연한 작품. 별 생각 없이 낄낄 웃으러 극장을 찾았다간 어안이 벙벙해진다. 영화 ‘약장수’는, 짠하다. 신용불량자 일범(김인권)은 인생이 고달프다. 대리운전에 일용직 노동자에 온갖 일을 전전하지만 뜻대로 풀리질 않는다. 게다가 몇 개월째 월세가 밀린 집안엔 병이 깊은 딸내미가 아빠만 바라보고 있으니. 결국 돌고 돌다 “어르신들 등쳐먹는” 건강생활용품 판매업 ‘떴다방’에까지 발을 들인다. 허나 거기라고 어디 돈이 쉽게 벌리나. 양심의 가책을 느껴 매사에 쭈뼛거리는 일범을 점장 철중(박철민)은 닦달하는데…. 검사 아들을 뒀는데도 외로이 홀로 사는 할머니 옥님(이주실)이 우연히 떴다방을 찾으며 둘은 인간적인 정을 느낀다. ‘약장수’가 선뵈는 23일은 하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하는 날. 박철민은 “‘초인’들과 당당히 맞서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힘에 부쳐 보인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더 낫다고도 말 못하겠다. 그래도 이 작품을 선택한 관객들. 분명 후회하진 않으리라. 엄지손가락 척. ‘약장수’는 솔직히 좀 어정쩡하다. 대박 웃기지도, 눈물이 쏟아지지도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동네 치킨가게’ 같은 영화랄까. 대기업 브랜드도 아니고 자리도 서너 테이블 밖에 없는. 평소 감흥 없이 지나치다 우연히 들렀는데 ‘싸고 푸짐하고 맛깔 난다.’ 어디서나 마셨던 생맥주 한 잔이 오늘 따라 짜릿하게 목젖을 파고드는 기분. 영화 ‘약장수’는 우리네 삶과 참 많이 닮았다. 뭣보다 웃길 거란 선입견이 컸던 김인권 박철민의 존재감이 크다. 주인공 김인권은 대부분 장면에서 그다지 감정변화가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한번씩 터뜨릴 때마다 찌릿찌릿하다. 박철민은 쏟아내는 말마다 명언이다. “하루에 몇 시간씩 엄마한테 노래 불러주고 재롱 떨어주고. 세상에 그런 자식 어디 있어. (친자식은) 1년에 4시간도 못 놀아줄걸? 근데 우린 매일 하잖아.” “돈이 사람을 속이지,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거 아니다.” “(장사는) 목숨 걸고 팔아야 해. 자선 사업하러 나온 거 아니니까.” ‘약장수’는 운명이 기구하다. 너무 강한 ‘초인’들에 맞서 틈새를 노려야 하니. 영화 내용도 딱 그렇다. 다들 번화가 큰길에 눈이 홀렸을 때 그들은 뒤편 구석진 골목을 찾았다. 거기에도 사람이 산다며.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극장가엔 흥행을 내다보는 용한 점쟁이가 있다? 영화 관계자라면 귀가 쫑긋해질 터. 왜 아니겠는가. 큰돈이 걸린 일인데. 과욕이건 엄살이건 “손익분기점만 넘기고 싶다”는 소릴 개봉 때마다 듣는다. 그런 뜻에서 이달 초 열린 ‘2015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은 업계의 관심을 모을 만한 자리였다. 국내 최대 극장망을 가진 CGV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통한 구체적인 흥행 전망 방법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CGV는 영화의 개봉 지역, 스크린 수나 시간대 역시 이에 따라 결정한다. ‘며느리도 모른다’던 영화 흥행은 어떤 식으로 예측이 가능할까.○ SNS 입소문이 답 CGV가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를 개관한 건 17년 전인 1998년. 그만큼 데이터도, 노하우도 쌓았다. 큰 줄기만 보면 산정 방식은 복잡하지 않다. 1월 개봉한 영화 ‘테이큰3’를 예로 들어 보자. 먼저 과거 유사 작품 3편을 골라 관객 수를 합산한다. ‘테이큰3’의 경우 주인공 리엄 니슨이 출연했던 테이큰 시리즈 두 편과 역시 니슨이 주연한 액션영화 ‘논스톱’(지난해 2월 개봉)이 유사 작품으로 뽑혔다. 여기에 △내용·감독·캐스팅 △시즌 수요 △경쟁작 상황 △예매 수량 △관객 의향(인지도 등) △시사 반응 등에 따라 관객 수를 더하거나 뺀다. 최종적으로 배급사와 의견을 조율한 뒤 3으로 나눠 평균을 낸다. 테이큰3는 인지도 등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당시 ‘국제시장’이란 경쟁작이 강했다. CGV의 최종 예상 수치는 200만 명, 실제 관객은 200만6500여 명이 들었다. 여기에 개봉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NPS’(순수 추천 고객 지수)가 흥행을 진단하는 데 요긴하다. 흔히 ‘입소문 고객 지수’라고 불리는데, 쉽게 말해 이 영화를 SNS에서 얼마나 추천하는지를 계량화한다. 2월 11일 개봉했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13일 기준 602만여 명)의 NPS는 26.8%로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같은 날 개봉한 ‘7번째 아들’(9만여 명)은 ―64.5%였다. CGV리서치센터의 이승원 팀장은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싫어하는 말은 ‘핵노잼’(진짜 재미없다는 뜻의 신조어)이라며 “SNS에서 이 딱지가 붙으면 흥행에 큰 타격을 미친다”고 말했다.○ 효율적 안배인가 짜인 결론인가 CGV에 따르면 이런 예측은 대략 10편 가운데 7, 8편은 들어맞는다. 허나 반대로 보면 20∼30%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단 얘기다. 포럼 공개 자료엔 결과와 어긋나는 경우가 상당하다. 2013년 ‘미스터 고’는 700만 명을 예상했으나 약 133만 명만 극장을 찾았다. 올해 180만 명을 기대했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겨우 36만 명을 넘겼다. 반대로 예상보다 관객이 많이 든 사례도 많다. 지난해 ‘비긴 어게인’은 30만 명급 영화라고 판단했지만 10배가 넘는 약 343만 명이 들었다. 지금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킹스맨…’은 당초 200만 명을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예측 과정에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제작사 대표는 “기준의 핵심인 ‘과거 유사 작품’을 어떤 작품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2009년 ‘하모니’와 2012년 ‘7번방의 선물’은 둘 다 교도소가 무대인 가족영화지만 각각 302만 명, 1281만 명으로 차이가 크다. 영화관은 예측치를 바탕으로 지역별, 시간대별 수요를 감안해 극장 편성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런 예측치가 잘될 작품 위주로 스크린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평론가는 “편성은 관객의 ‘관람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상당수가 왜 요즘 볼 영화가 없다고 느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CGV 측은 “효율성만큼 다양성도 고려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극장가엔 흥행을 내다보는 용한 점쟁이가 있다? 영화 관계자라면 귀가 쫑긋해질 터. 왜 아니겠는가. 큰 돈이 걸린 일인데. 과욕이건 엄살이건 “손익분기점만 넘기고 싶다”는 소릴 개봉 때마다 듣는다. 그런 뜻에서 이달 초 열린 ‘2015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은 업계의 관심 모을 만 한 자리였다. 국내 최대 극장 망을 가진 CGV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통한 구체적인 흥행 전망 방법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CGV는 영화의 개봉 지역, 스크린 숫자나 시간대 역시 이에 따라 결정한다. ‘며느리도 모른다’던 영화 흥행은 어떤 식으로 예측이 가능할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입소문이 답 CGV가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를 개관한 건 17년 전인 1998년. 그만큼 데이터도, 노하우도 쌓았다. 큰 줄기만 보면 산정 방식은 복잡하지 않다. 1월 개봉한 영화 ‘테이큰3’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과거 유사작품 3편을 골라 관객 수를 합산한다. ‘테이큰3’의 경우 주인공 리암 니슨이 출연했던 테이큰 시리즈 두 편과 역시 니슨이 주연한 액션영화 ‘논스톱’(지난해 2월 개봉)이 유사 작품으로 뽑혔다. 여기에 △내용/감독/캐스팅 △시즌 수요 △경쟁작 상황 △예매 수량 △관객 의향(인지도 등) △시사 반응 등에 따라 관객 수를 더하거나 뺀다. 최종적으로 배급사와 의견을 조율한 뒤 3으로 나눠 평균을 낸다. 테이큰3는 인지도 등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당시 ‘국제시장’이란 경쟁작이 강했다. CGV의 최종 예상 수치는 200만 명. 실제 관객은 200만6500여 명이 들었다. 여기에 개봉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NPS(순수 추천 고객 지수)’가 흥행을 진단하는데 요긴하다. 흔히 ‘입소문 고객 지수’라 불리는데, 쉽게 말해 이 영화를 SNS에서 얼마나 추천하는가를 계량화한다. 2월 11일 개봉했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시’(13일 기준 602만여 명)의 NPS는 26.8%로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같은 날 개봉한 ‘7번째 아들’(9만여 명)는 -64.5%였다. CGV리서치센터의 이승원 팀장은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싫어하는 말은 ‘핵노잼(진짜 재미없다는 뜻의 신조어)’라며 ”SNS에서 이 딱지가 붙으면 흥행에 큰 타격을 미친다“고 말했다.●효율적 안배인가 짜여진 결론인가 CGV에 따르면 이런 예측은 대략 10편 가운데 7,8편은 들어맞는다. 허나 반대로 보면 20~30%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단 얘기다. 포럼 공개 자료엔 결과와 어긋나는 경우가 상당하다. 2013년 ‘미스터 고’는 700만 명을 예상했으나 약 133만 명만 극장을 찾았다. 올해 180만 명을 기대했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겨우 36만 명을 넘겼다. 반대로 예상보다 더 많이 든 사례도 많다. 지난해 ‘비긴 어게인’은 30만 명 급 영화라고 판단했지만 10배가 넘는 약 343만 명이 들었다. 지금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킹스맨…’는 당초 200만 명을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예측 과정에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제작사 대표는 ”기준의 핵심인 ‘과거 유사작품’을 어떤 작품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2009년 ‘하모니’와 2012년 ‘7번방의 선물’은 둘 다 교도소가 무대인 가족영화지만 각각 302만, 1281만 명으로 차이가 크다. 영화관은 예측치를 바탕으로 지역별 시간대별 수요를 감안해 극장 편성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런 예측치가 잘 될 작품 위주로 스크린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평론가는 ”편성은 관객의 ‘관람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상당수가 왜 요즘 볼 영화가 없다고 느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고 말했다. CGV 측은 ”효율성만큼 다양성도 고려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정양환기자 ray@donga.com}

“예능 출마(출연)도 인사검증에 걸리면 낙마할 수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식스맨’ 특집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장동민(사진)이 설화(舌禍)에 휩싸여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인터넷에선 장동민이 지난해 유세윤 유상무와 진행했던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옹꾸라)’의 내용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당시 이들은 도가 지나치게 여성을 비하했다. 특히 장동민은 자신의 코디네이터를 거론하며 원색적인 욕도 서슴지 않았다. 이게 문제가 되자 결국 3명은 청취자에게 사과하고 방송을 중단했다. 하지만 최근 장동민이 유력한 식스맨 후보로 떠오르자 당시 방송 내용이 다시 주목받았다. ‘기존 멤버가 물의를 빚으며 하차한 자리를 대신하기엔 문제가 크다’는 입장과 ‘이미 사과하고 마무리된 사안을 굳이 끄집어 낼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장동민은 13일 자신이 진행하는 KBS FM라디오 ‘장동민 레이디제인의 2시!’에서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 다시는 그런 과오가 없도록 하겠다”고 용서를 구했다. 누리꾼들은 장동민의 적절치 못했던 언행과 별개로 무한도전의 높은 ‘진입 장벽’에도 관심을 가졌다. “잘 나가던 장동민, 무한도전 ‘청문회’에 그로기 상태” “무한도전은 이제 예능이 아니라 성역. 그만큼 국민이 애정한단 뜻” “기존 무한도전 멤버도 재검증하면 거의 못 버틸 텐데…” “식스맨 경쟁자들이 정보를 흘린 게 아닐까”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예능 출마(출연)도 인사검증에 걸리면 낙마할 수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식스맨’ 특집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장동민이 설화(舌禍)에 휩싸여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인터넷에선 장동민이 지난해 유세윤 유상무와 진행했던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옹꾸라)’의 내용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당시 이들은 도가 지나치게 여성을 비하했다. 특히 장동민은 자신의 코디네이터를 거론하며 원색적인 욕도 서슴지 않았다. 이게 문제가 되자 결국 3명은 청취자에게 사과하고 방송을 중단했다. 허나 최근 장동민이 유력한 식스맨 후보로 떠오르자 당시 방송 내용이 다시 주목받았다. ‘기존 멤버가 물의를 빚으며 하차한 자리를 대신하기엔 문제가 크다’는 입장과 ‘이미 사과하고 마무리된 사안을 굳이 끄집어 낼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장동민은 13일 자신이 진행하는 KBS FM라디오 ‘장동민 레이디제인의 2시!’에서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 다시는 그런 과오가 없도록 하겠다”고 용서를 구했다. 누리꾼들은 장동민의 적절치 못했던 언행과 별개로 무한도전의 높은 ‘진입 장벽’에도 관심을 가졌다. “잘 나가던 장동민, 무한도전 ‘청문회’에 그로기 상태” “무한도전은 이제 예능이 아니라 성역. 그만큼 국민이 애정한단 뜻” “기존 무한도전 멤버도 재검증하면 거의 못 버틸 텐데…” “식스맨 경쟁자들이 정보를 흘린 게 아닐까”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사랑을 다룬 영화 4편이 꽃과 함께 다가온다. ‘한번 더 해피엔딩’(8일 개봉) ‘나쁜 사랑’(16일)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9일)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9일)는 모두 남녀 간의 사랑이 빚는 짧은 즐거움과 긴 고통에 관한 영화다. 모름지기 사랑의 고통은 남녀 간의 차이와 오해에서 발생하는 법. 40대 유부남 기자와 30대 미혼 여기자가 각자의 관점에서 네 영화를 비교 분석해봤다. 》△정양환=휴 그랜트가 나온 ‘한번 더 해피엔딩’이 제일 좋았어. ‘썩어도 준치’라더니 까칠한 영국 바람둥이 캐릭터는 여전히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더라. △이새샘=좀 짠하기도 하던데. 퇴물 시나리오 작가가 결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초심을 되찾는다는 줄거리가 이젠 중늙은이(56세)가 된 자신의 모습을 담은 거 같기도 하고. △정=사랑 그 자체보다는 인생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면 될 듯해. 조연들이 활약한 것도 그런 점에서 좋았어. 특히 학과장 러너 교수 역의 JK 시먼스는 영화 위플래쉬에서 냉혹한 선생으로 나왔는데 여기선 정말 귀여운 신 스틸러였어. △이=일반적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지. 데이트 장면이나 키스신, 러브신도 거의 안 나오잖아. 오히려 그게 산뜻했어. △정=열정보다는 안정, 대화가 통하는 상대를 택하는 줄거리가 어떻게 보면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휴 그랜트의 나이에 어울리는 로맨스였어. △이=‘나쁜 사랑’은 반대로 열정과 안정 중에 열정을 택한 이야기인데…. 한 남자가 우연히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어쩌다 엇갈리고, 다시 그 동생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뒤 첫 여자와 재회한다는 줄거리, 솔직히 한국 막장 드라마 같아. △정=결혼해서 애까지 있는데 겨우 반나절 같이 보낸 여자 때문에 흔들린다? 글쎄, 여러 면에서 공감하기 힘들었어. △이=샤를로트 갱스부르 같이 유명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야기에 허점이 많으니 집중하기가 힘들더라. 그에 비해 일본영화 ‘결혼하지 않아도…’는 드라마로 만들었다면 훨씬 좋았겠다 싶지만 30대 비혼(非婚) 여성들의 일상과 고민을 그려서 공감이 가는 영화였어. △정=남자 입장에선 좀…. 주인공 셋 중 사와코(데라지마 시노부)와 결혼할 남자가 나이가 많으니 임신이 가능한지 검사를 받으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아는 한 어떤 남자도 그렇게 무심하게 말하진 않을걸. △이=그 장면은 시사회에서 여자 관객들이 실소를 터뜨렸던 장면이었는데…. 30대 여자들의 고민을 그린 영화나 드라마는 대개 사랑이 이뤄지거나 결혼에 골인하면 이야기가 끝나는데 이 영화는 그 이후를 다뤄서 좋았어. △정=난 커리어 우먼으로 살다 직장을 관둔 마이짱(마키 요코)의 에피소드가 와 닿더라. 결혼이 아니라 애를 낳으면 인생이 바뀐다는 점에 공감. △이=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수짱(시바사키 고우)이 “직업도 일도 없이 외롭게 늙으면 어떡하지”하고 독백하는 장면에서 공감했어. 그냥 혼자 늙어 죽는 것보다 가난하게 늙어 죽는 게 더 무섭다는 얘기 아냐? △정=한국이나 일본에서 젊은층이 할 만한 고민을 다룬 영화야. 혼자 살고 싶지만 그게 맞는 걸까 스스로 의구심이 들고, 사회적 보호망은 아직 부족하고. 또 주변에서도 색안경을 끼고 보니까. △이=‘결혼하지 않아도…’가 사랑과 결혼이 필수인지 묻는 영화라면 ‘엘리노어 릭비’는 사랑만 보고 결혼한 남녀가 충격적 사건을 겪으며 서로 멀어지는 과정을 담은 영화지. △정=주연배우 연기도 좋았고 비틀스 노래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답게 음악도 좋았어. 공감이 가면서, 동시에 보기 힘든 영화이기도 해. 아무리 부부가 서로 사랑해도 그런 사건을 겪으면 사랑만으론 그 공허함을 메워주지는 못할 거 같아. △이=남자, 여자, 그리고 둘 이야기를 묶은 버전까지 총 세 가지 버전을 각각 개봉하는데, 버전마다 조금씩 다른 장면이 있어. 사랑하는 사이라도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는 건 힘들다는 걸 보여주지. △정=사실 슬픔을 극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 남녀의 차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차이 아닐까. 우린 흔히 ‘남자라서 이래, 여자라서 저래’라고 하지만 결국 사랑을 지키기 위해선 서로 다른 인간이라는 걸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하는 듯.이새샘 iamsam@donga.com·정양환 기자}

《 “개봉도 하기 전에 1000만 클럽 가입을 예약한 영화?” 23일 선보이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은 벌써 극장가에서 핫이슈다. 조스 웨던 감독과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 헐크(마크 러펄로)의 16일 내한이 확정돼 분위기는 더 뜨거워졌다. 비슷한 시기 개봉 예정이던 영화들은 눈치를 보며 개봉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 원래 출연진이 많은 어벤져스지만 2편은 더 복잡하다. 마블 역사상 최강의 적으로 꼽히는 울트론이 등장하고, 퀵실버(에런 존슨)와 스칼릿 위치(엘리자베스 올슨)란 새로운 어벤져스 멤버도 합류한다. 여기에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한국 촬영과 더불어 닥터 조(Doctor Cho·수현)란 한국인 캐릭터도 나온다. 익숙지 않은 관객이라면 헷갈릴 지경. 국내에 출간된 원작만화 마블코믹스를 바탕으로 신규 캐릭터들을 미리 짚어봤다.○ 닥터 조―어벤져스를 돕는 한국인 천재 과학자 지난해 마블과 맺은 양해각서에 따르면 영화 속 한국 분량은 20분 정도. 지금까지 나온 예고편에도 캡틴 아메리카가 한강 세빛섬을 바라보거나 오토바이를 탄 블랙 위도(스칼릿 조핸슨)가 서울의 대로를 질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닥터 조 역시 여기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작사에 따르면 닥터 조는 유전공학 분야의 천재 과학자로 울트론 발명에 관여했다. 그는 서울 연구실에서 미국 뉴욕 어벤져스 타워와 연결해 헐크와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 다른 캐릭터와 달리 닥터 조는 영화에서 새로 만든 인물. 하지만 마블 만화에서 유일한 한국인 슈퍼히어로였던 ‘아마데우스 조(Amadeus Cho)’와 닮은 구석이 많다. 아마데우스 조는 가녀린 외모의 남성이지만 날아가는 미사일 궤적을 몇 초 만에 예측해 무산시키는 천재 수학자. 미국 만화 전문인 이규원 번역가는 “2005년경 탄생한 아마데우스 조는 ‘어벤져스 2세대’ 인기 캐릭터”라며 “최근엔 신체능력을 강화시키는 슈트를 입고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트론―인류를 말살하려는 인공지능 로봇 울트론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1968년 만화에 처음 등장한 악역으로 자신을 창조한 인류를 지구의 해악으로 여기고 말살하려 든다. 원작에선 어벤져스의 또 다른 멤버 ‘앤트맨(Ant-Man)’ 행크 핌 박사가 만들었다. 허나 어벤져스2에선 헐크와 아이언맨이 개발했다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그간 마블월드에선 울트론에게 목숨을 잃은 초인 캐릭터도 꽤 된다. 물론 부활했지만. 시공사가 지난달 내놓은 동명만화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선 울트론이 지구 정복에 성공하고 슈퍼히어로들은 지하에 숨어 근근이 목숨을 이어가는 상황에 처한다. 만화는 오히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연상시킨다. 엑스맨의 울버린이 과거로 돌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설정이 비슷하다. 1930년대 시작된 마블 세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어벤져스는 엑스맨은 물론이고 ‘판타스틱 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과도 인연이 깊다.○ 퀵실버·스칼릿 위치―초인세계 확장의 열쇠 어벤져스2의 신규 캐릭터가 퀵실버와 스칼릿 위치란 점은 의미심장하다. 두 사람이 엑스맨 희대의 악당 매그니토가 낳은 자식들이기 때문. 이 번역가는 “최근 판권 문제가 해결돼 어벤져스 합류가 결정된 스파이더맨처럼 엑스맨도 연결 고리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본명이 피에트로와 완다 맥시모프인 두 초인은 원작에서도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 퀵실버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고, 스칼릿 위치는 시간과 공간을 조작하는 혼돈마법을 쓴다. 예고편에 깜짝 등장한 또 다른 초인 ‘비전’은 울트론이 만든 인조인간이나 결국 어벤져스에 합류한다. 만화에선 스칼릿 위치와 결혼하고, 캡틴 아메리카가 죽은 뒤 어벤져스를 이끄는 리더가 된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개봉도 하기 전에 1000만 클럽 가입을 예약한 영화?” 23일 선보이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은 벌써 극장가에서 핫이슈다. 조스 웨던 감독과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헐크(마크 러팔로)의 16일 내한이 확정돼 분위기는 더 뜨거워졌다. 비슷한 시기 개봉 예정이던 영화들은 눈치를 보며 개봉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원래 출연진이 많은 어벤져스지만 2편은 더 복잡하다. 마블 역사상 최강의 적으로 꼽히는 울트론이 등장하고, 퀵 실버(애런 존슨)와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란 새로운 어벤져스 멤버도 합류한다. 여기에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한국 촬영과 더불어 닥터 조(Doctor Cho·수현)란 한국인 캐릭터도 나온다. 익숙지 않은 관객이라면 헷갈릴 지경. 국내에 출간된 원작만화 마블코믹스를 바탕으로 신규 캐릭터들을 미리 짚어봤다.●닥터 조-어벤져스를 돕는 한국인 천재과학자 지난해 마블과 맺은 양해각서에 따르면 영화 속 한국 분량은 20분 정도. 지금까지 나온 예고편에도 캡틴 아메리카가 한강 세빛섬을 바라보거나 오토바이를 탄 블랙 위도우(스칼릿 조핸슨)가 서울의 대로를 질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닥터 조 역시 여기서 등장할 전망이다. 제작사에 따르면 닥터 조는 유전공학 분야의 천재 과학자로 울트론 발명에 관여했다. 그는 서울 연구실에서 미국 뉴욕 어벤져스 타워와 연결해 헐크와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 다른 캐릭터와 달리 닥터 조는 영화에서 새로 만든 인물. 하지만 마블 만화에서 유일한 한국인 슈퍼히어로였던 ‘아마데우스 조(Amadeus Cho)’와 닮은 구석이 많다. 아마데우스 조는 가녀린 외모의 남성이지만 날아가는 미사일 궤적을 몇 초 만에 예측해 무산시키는 천재 수학자. 미국만화 전문인 이규원 번역가는 “2005년경 탄생한 아마데우스 조는 ‘어벤져스 2세대’ 인기 캐릭터”라며 “최근엔 신체능력을 강화시키는 수트를 입고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울트론-인류를 말살하려는 인공지능 로봇 울트론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1968년 만화에 처음 등장한 악역으로 자신을 창조한 인류를 지구의 해악으로 여기고 말살하려 든다. 원작에선 어벤져스의 또 다른 멤버 ‘앤트맨(Ant-Man)’ 행크 핌 박사가 만들었다. 허나 어벤져스2에선 헐크와 아이언맨이 개발했다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그간 마블월드에선 울트론에게 목숨을 잃은 초인 캐릭터도 꽤 된다. 물론 부활했지만. 시공사가 지난달 내놓은 동명만화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선 울트론이 지구 정복에 성공하고 슈퍼히어로들은 지하에 숨어 근근이 목숨을 이어가는 상황에 처한다. 만화는 오히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연상시킨다. 엑스맨의 울버린이 과거로 돌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설정이 비슷하다. 1930년대 시작된 마블 세계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어벤져스는 엑스맨은 물론 ‘판타스틱 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과도 인연이 깊다.●퀵 실버·스칼렛 위치-초인세계 확장의 열쇠인 남매 어벤져스2의 신규 캐릭터가 퀵 실버와 스칼렛 위치란 점은 의미심장하다. 두 사람이 엑스맨 희대의 악당 매그니토가 낳은 자식들이기 때문. 이 번역가는 “최근 판권 문제가 해결돼 어벤져스 합류가 결정된 스파이더맨처럼 엑스맨도 연결 고리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본명이 피에트로와 완다 맥시모프인 두 초인은 원작에서도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 퀵 실버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고, 스칼렛 위치는 시간과 공간을 조작하는 혼돈마법을 쓴다. 예고편에 깜짝 등장한 또 다른 초인 ‘비전’은 울트론이 만든 인조인간이나 결국 어벤져스에 합류한다. 만화에선 스칼렛 위치와 결혼하고, 캡틴 아메리카가 죽은 뒤 어벤져스를 이끄는 리더가 된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누구나 해봤으니 알고 있으리라. 거짓말은 하다 보면 는다. 허나 점점 걷잡을 수 없어져 끝은 좋지 않다. 그런데 또 하게 된다. 장삼이사에겐 부담스러운 행위. 그런 거짓말에 도통한 이를 우린 사기꾼(범죄와 상관없이)이라 부른다. 이 책은 그 ‘마스터’들에 대한 이야기다. 1920년대 프랑스에 살았던 빅토르 루스티그란 인물을 보자. 당시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은 1889년 건립된 이래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녹이 많이 슬었다. 빅토르는 이를 돈벌이 기회로 여겼다. 전국 고철거래상을 근사한 호텔에 초대해 자신을 정부관리라 소개한 뒤 에펠탑을 철거할 거라 발표했다. 7000t에 이르는 철근 덩어리를 입찰에 붙여 뇌물까지 받아가며 팔아먹었다. 봉이 김선달 뺨칠 정도다. 사례들만 나열해도 재밌겠지만 이 책은 사기꾼들의 근원을 짚어보려 노력한다. 왜 그들은 남을 속일까. 책에선 크게 4가지 경우로 나눴다. 타인이 누리는 부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질투’가 첫 번째요, 자신의 사기능력을 인정받고 주목받고 싶은 ‘자만’이 두 번째다.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고픈 ‘현실도피’도 주요 이유. 마지막으로 스파이 ‘간첩’들까지. 이 책이 흥미로운 건 100가지도 넘는 모든 사례들이 실제 일어났었단 점이다. 영화보다 소설보다 더 극적인 일들이 세상엔 널려있다니. 제3자 입장에선 흥미진진하다. 다만 명심하자. 이런 사기는 결코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남이 속을 땐 혀를 차겠지만, 우리 역시 언제든 당할 수 있다. 당신이 사기꾼이 아닌 이상.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저도 영화 ‘스물’ 치호(김우빈)처럼 딱히 하고픈 게 없는 잉여인간이었죠. 그래도 찬찬히 살피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생기더라고요. 하다가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 청춘은 그래도 되는 때잖아요. 세상이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넘어져도 일어설 여유를 줬으면 좋겠어요.” 영화 ‘스물’이 빵 터졌다. 일단 재밌어서 웃음이 터졌다. 반응도 터졌다. 지난달 25일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일주일 만에 135만 명을 넘었다. 이병헌 감독(35)은 의외로 심드렁해 보였다. “배우들이 잘한 거죠. 저야 뭐….” 첫 장편영화로 ‘성공적’ 데뷔전을 치른 그의 속내엔 뭐가 들어 있을까. ―이렇게 잘 될 줄 예상했나. “무대인사 돌 때 분위기가 뜨겁긴 했다. 상당 부분 주연들 덕이다. 치호 경재(강하늘) 동우(이준호)는 다들 요즘 지구에서 제일 바쁜 친구들 아닌가. 근데 모이기만 하면 깔깔대고…. 셋이 동갑내기라 현장에서 호흡이 워낙 좋았다. 그런 느낌이 스크린에 잘 전해졌다.” ―탁월한 배우 선택도 감독 능력 아닌가. “김우빈 이준호는 시나리오 쓸 때부터 염두에 뒀다. 우빈은 생김새도 근사하지만 목소리 톤이 좋았다. 준호는 2PM 시절부터 팬이었다. 강하늘은 첫 만남 때 인사하는데 딱 경재구나 생각했다. 여배우는 고민이 컸다. 자칫 비호감일 수 있는 캐릭터라. 소민(정소민) 소희(이유희) 은혜(정주연) 진주(민효린)…. 고맙게도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이만하면 연출력은 몰라도 배우 보는 안목은 만족스럽다, 흐흐.” ―초쳐서 미안한데, 여성 캐릭터는 남성보다 매력적이지 않던데…. “끙…, 다 감독 탓이다. 세 남성 주인공은 내 분신과도 같다. 치호보다 더 멍 때리며 세월 보냈고, 경재처럼 대학 시절 짝사랑에 힘들었다. 동우만큼 알바 뛰며 고생도 했다. 아무래도 더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더라. 헌데 여성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배우들한테 되게 미안하다.” ―그래도 다들 예뻤다고 한다. “그렇담 다행이다. 감독이 뭘 어떻게 한 건 없다. 타고난 거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모들 아닌가.” ―요즘 세대 얘긴데 중장년층도 좋아한다. “진짜로? 제일 듣고 싶던 말이다. 몇몇 스태프가 이 영화는 시대가 언제냐고 묻더라. 옛날 감성이 ‘찐’하다고. 기획 때부터 의도했다. 누구나 겪는 스무 살 청춘은 10대와 60대도 통하는 키워드라고 믿었다. 코미디란 장르도 그런 뜻에서 유용했다. 나이 떼고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나.” ―마지막 소소반점의 격투 장면(?)이 웃기긴 한데 꽤 길다. “16초쯤 거둬냈는데도 4분가량 된다. 에어서플라이 ‘위드아웃 유(Without You)’ 거의 전곡이 나간다. 개인적으로 이 신은 매우 소중했다. 여기서 소소반점은 스무 살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꾀죄죄하지만 어른이 되는 지점. 깡패들은 세월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길 수 없는 존재. 결국 반점에서 쫓겨나듯 나이를 먹는다. 그 심정을 생각하면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했다.” ―스무 살 때로 돌아가고 싶나. “흠, 리셋하고 새로 살 자신은 없다. 지금 정신상태 그대로라면 잠깐 가보고 싶다. 첫사랑을 한 번쯤 만나고 싶은 바람이랄까. 그립긴 한데 막상 돌아가면 또 아옹다옹하겠지. 그게 인생이니까. ‘스물’은 나이 들어도 별것 없으니 어깨 처져 있지 말자고 술잔 건네는 영화다. 지금 그 시절을 살건 지나왔건. 대단치 않아도 각자에겐 소중한. 그게 청춘 아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상영 중인 영화 ‘뷰티풀 라이’는 1980년대 아프리카 수단의 내전에 휩쓸려 부모형제를 잃고 난민이 된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어렵사리 케냐 난민촌으로 피신했다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깊은 상처로 방황하는 이들의 모습은 담담해서 먹먹하다. 특히 흑인 주인공 배우들은 실제 난민 출신이라 울림이 크다. 콩고민주공화국 난민인 욤비 토나 광주대 자율융복합전공학부 교수(48)는 “난민들이 겪는 역경은 사실적이나 아프리카인을 문명과 동떨어진 미개인으로 그린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토나 교수는 2002년 한국에 와서 2008년 행정소송을 거쳐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과 핏줄 중시해 반군을 피해 도망친 마메르(아널드 오셍) 일행은 끊임없이 고난을 겪으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보살핀다. 형은 동생을 위해 대신 잡혀가고, 미국에서 법적 문제로 헤어진 남매는 끝내 함께 살게 된다. 토나 교수는 “영화에서 조상 이름을 외우는 게임이 자주 나오는데 아프리카에선 흔한 놀이”라면서 “뿌리를 소중히 여기고 가족을 자신보다 아끼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받는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반군은 성인은 무차별 사살하면서도 어린 소년들은 잡아간다. 인도적인 이유가 아니다. 토나 교수는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아 맘대로 다루기 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약을 먹여 움직이는 건 모두 쏘라는 끔찍한 명령을 내리거나 ‘총알받이’로 쓰는 일도 흔하다. 천신만고 끝에 해외로 탈출해도 고생은 끝나지 않는다. 마메르는 난민촌에서 의료교육을 받았지만 미국에선 허드렛일만 해야 했다. 토나 교수도 콩고민주공화국 내 부족인 키토나왕국 왕자 출신으로 경제학을 전공했다. 정부기관에서 일한 엘리트였지만 한국에선 인쇄나 동물사료 공장을 전전했다.○ 전화도 쓸 줄 모른다는 건 과장 영화에서 미국에 처음 도착한 난민들은 거실에서 전화가 울려도 뭔지 몰라 우두커니 쳐다본다. 주방기구도 쓸 줄 모른다. 토나 교수는 “아프리카를 원시 사회 수준으로 보는 편견이 빚어낸 촌극”이라며 “서구사회만큼은 아니어도 문명의 이기에 대한 웬만한 지식은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이런 인식에선 별반 다를 게 없다. 얼마 전 같은 아파트 주민이 ‘아프리카 이웃이 생겨 기쁘다’는 쪽지와 함께 헌옷들을 두고 갔다. 이유를 물었더니 “아프리카 사람은 가난하지 않냐. 도와주고 싶다”고 답했다. 좋은 뜻인 줄은 알지만 가족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토나 교수는 “이 영화를 단순한 동정보단 아프리카의 현실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 달라”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상영 중인 영화 ‘뷰티풀 라이’는 1980년대 아프리카 수단의 내전에 휩쓸려 부모형제를 잃고 난민이 된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어렵사리 케냐 난민촌으로 피신했다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깊은 상처에 방황하는 이들의 모습은 담담해서 먹먹하다. 특히 흑인 주인공 배우들은 실제 난민 출신이라 울림이 크다. 콩고민주공화국 난민인 욤비 토나 광주대 자율융복합전공학부 교수(48)는 “난민들이 겪는 역경은 사실적이나 아프리카인을 문명과 동떨어진 미개인으로 그린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욤비 교수는 2002년 한국에 와서 2008년 행정소송을 거쳐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과 핏줄 중시해 반군을 피해 도망친 마메르(아놀드 오셍) 일행은 끊임없이 고난을 겪으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보살핀다. 형은 동생을 위해 대신 잡혀가고, 미국에서 법적 문제로 헤어진 남매는 끝내 함께 살게 된다. 욤비 교수는 “영화에서 조상 이름을 외우는 게임이 자주 나오는데 아프리카에선 흔한 놀이”라면서 “뿌리를 소중히 여기고 가족을 자신보다 아끼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 받는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반군은 성인은 무차별 사살하면서도 어린 소년들은 잡아간다. 인도적인 이유가 아니다. 욤비 교수는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아 맘대로 다루기 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약을 먹여 움직이는 건 모두 쏘라는 끔찍한 명령을 내리거나 ‘총알받이’로 쓰는 일도 흔하다. 천신만고 끝에 해외로 탈출해도 고생은 끝나지 않는다. 마메르는 난민촌에서 의료교육을 받았지만 미국에선 허드렛일만 해야 했다. 욤비 교수도 콩고 내 부족인 키토나왕국 왕자 출신으로 경제학을 전공했다. 정부기관에서 일한 엘리트였지만 한국에선 인쇄나 동물사료 공장을 전전했다.●전화도 쓸 줄 모른다는 건 과장 영화에서 미국에 처음 도착한 난민들은 거실에서 전화가 울려도 뭔지 몰라 우두커니 쳐다본다. 주방기구도 쓸 줄 모른다. 욤비 교수는 “아프리카를 원시 사회 수준으로 보는 편견이 빚어낸 촌극”이라며 “서구사회만큼은 아니어도 문명의 이기에 대한 웬만한 지식은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이런 인식에선 별반 다를 게 없다. 얼마 전 같은 아파트 주민이 ‘아프리카 이웃이 생겨 기쁘다’는 쪽지와 함께 헌옷들을 두고 갔다. 이유를 물었더니 “아프리카 사람은 가난하지 않냐. 도와주고 싶다”고 답했다. 좋은 뜻인 줄은 알지만 가족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욤비 교수는 “이 영화를 단순한 동정보단 아프리카의 현실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 달라”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저도 영화 ‘스물’ 치호(김우빈)처럼 딱히 하고픈 게 없는 잉여인간이었죠. 그래도 찬찬히 살피다보니 하고 싶은 일이 생기더라고요. 하다가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 청춘은 그래도 되는 때잖아요. 세상이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넘어져도 일어설 여유를 줬으면 좋겠어요.” 영화 ‘스물’이 빵 터졌다. 일단 재밌어서 웃음이 터졌다. 반응도 터졌다. 지난달 25일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일주일 만에 135만 명을 넘었다. 이병헌 감독(35)은 의외로 심드렁해보였다. “배우들이 잘 한거죠. 저야 뭐….” 첫 장편영화로 ‘성공적’ 데뷔전을 치른 그의 속내엔 뭐가 들어있을까. -이렇게 잘 될 줄 예상했나. “무대인사 돌 때 분위기가 뜨겁긴 했다. 상당 부분 주연들 덕이다. 치호 경재(강하늘) 동우(이준호)는 다들 요즘 지구에서 제일 바쁜 친구들 아닌가. 근데 모이기만 하면 깔깔대고…. 셋이 동갑내기라 현장에서 호흡이 워낙 좋았다. 그런 느낌이 스크린에 잘 전해졌다.” -탁월한 배우 선택도 감독 능력 아닌가. “김우빈 이준호는 시나리오 쓸 때부터 염두에 뒀다. 우빈은 생김새도 근사하지만 목소리 톤이 좋았다. 준호는 2PM 시절부터 팬이었다. 강하늘은 첫 만남 때 인사하는데 딱 경재구나 생각했다. 여배우는 고민이 컸다. 자칫 비호감일 수 있는 캐릭터라. 소민(정소민) 소희(이유희) 은혜(정주연) 진주(민효린)…. 고맙게도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이만하면 연출력은 몰라도 배우 보는 안목은 만족스럽다, 흐흐.” -초쳐서 미안한데, 여성 캐릭터는 남성보다 매력적이지 않던데? “끙…, 다 감독 탓이다. 세 남성주인공은 내 분신과도 같다. 치호보다 더 멍 때리며 세월 보냈고, 경재처럼 대학시절 짝사랑에 힘들었다. 동우만큼 알바 뛰며 고생도 했다. 아무래도 더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더라. 헌데 여성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배우들한테 되게 미안하다.” -그래도 다들 예뻤다고 한다. “그렇담 다행이다. 감독이 뭘 어떻게 한 건 없다. 타고난 거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모들 아닌가.” -요즘 세대 얘긴데 중장년층도 좋아한다. “진짜로? 제일 듣고 싶던 말이다. 몇몇 스태프가 이 영화는 시대가 언제냐고 묻더라. 옛날 감성이 ‘찐’하다고. 기획 때부터 의도했다. 누구나 겪는 스무 살 청춘은 10대와 60대도 통하는 키워드라고 믿었다. 코미디란 장르도 그런 뜻에서 유용했다. 나이 떼고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나.” -마지막 소소반점의 격투 장면(?)이 웃기긴 한데 꽤 길다. “16초쯤 거둬냈는데도 4분가량 된다. 에어 서플라이 ‘Without You’ 거의 전곡이 나간다. 개인적으로 이 신은 매우 소중했다. 여기서 소소반점은 스무 살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꾀죄죄하지만 어른이 되는 지점. 깡패들은 세월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길 수 없는 존재. 결국 반점에서 쫓겨나듯 나이를 먹는다. 그 심정을 생각하면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했다.” -스무살 때로 돌아가고 싶나. “흠, 리셋하고 새로 살 자신은 없다. 지금 정신상태 그대로라면 잠깐 가보고 싶다. 첫사랑을 한번쯤 만나고 싶은 바람이랄까. 그립긴 한데 막상 돌아가면 또 아옹다옹하겠지. 그게 인생이니까. ‘스물’은 나이 들어도 별 것 없으니 어깨 쳐져 있지 말자고 술잔 건네는 영화다. 지금 그 시절을 살건 지나왔건. 대단치 않아도 각자에겐 소중한. 그게 청춘 아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000만 감독, 노년의 사랑으로 돌아오다.’ 강제규 감독(53)은 한국영화 흥행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은행나무 침대’(1996년), ‘쉬리’(1999년),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등 내놓는 작품마다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효시로 꼽히는 ‘쉬리’는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11년 ‘마이 웨이’는 반응이 신통찮았어도, 강 감독 하면 언제나 대작이 떠오른다. 그가 4년 만에 새 영화를 들고 나왔다. 다음 달 9일 개봉하는 ‘장수상회’다. 70대 평범한 노인들의 사랑 얘기를 다뤘다.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꼽혀 온 강 감독은 변두리의 흔하디흔한 마트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 화려한 전투 대신 따뜻한 사랑 70대 성칠(박근형)은 혼자 사는 까칠한 노인네. 장수마트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심통 맞기만 할 뿐 친절은 찾아볼 수 없다. 온 동네에 재개발 열풍이 불었지만 혼자 동의하지 않아 이웃들 원성까지 자자하다. 그런 성칠에게 어느 날 일생일대의 사건이 찾아온다. 앞집에 단아한 할머니 금님(윤여정)이 이사 온 것. 관심 없는 척 굴었지만 저녁을 먹자고 제안하는 금님에게 성칠의 심장은 쿵쾅거리고…. 이를 알게 된 장수마트 사장(조진웅)과 주민들은 재개발 건을 앞두고 그의 호감을 사려 두 사람의 만남을 적극 밀어준다. ‘장수상회’는 외연만 놓고 보면 히트할 조건이 풍족한 작품은 아니다. 두 주인공이 tvN 예능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로 ‘핫’한 배우지만 티켓파워를 지녔다고 말하긴 힘들다. 조진웅 한지민이 출연하지만 조연에 그친다. 순제작비는 37억 원. 지난해 상업영화 1편당 평균 순제작비 43억 원보다 적은 것은 물론이고 전작 마이웨이 280억 원에 비하면 매우 약소한 금액이다. 당연히 눈길을 사로잡을 총질이나 칼싸움도 없다. 허나 장수상회는 ‘알면서도 당하는’ 확실한 무기를 품고 있다. 바로 박근형과 윤여정이란 배우다. 특히 기자간담회에서 “1950년대 청년 연극학도 때로 돌아간 심정으로 연기했다”고 술회한 박근형은 이제 겨우 봄이지만 일찌감치 ‘올해의 남우주연상’에 강력한 후보로 올릴 만하다. 버럭버럭 온갖 성질을 부리면서도 마음 한편에 지닌 따뜻함을 은근슬쩍 들키는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네 아버지. 윤여정 역시 연기를 쥐락펴락, ‘천의무봉(天衣無縫)’이다. 두 배우는 1971∼72년 방영한 MBC 드라마 ‘장희빈’의 숙종과 장희빈 이후 43년 만에 연인으로 재회했단다.○ 사랑은 그저 사랑일 뿐, 그래서 더 아름다운 강제규 감독의 ‘변신’은 사실 지난해 단편 ‘민우 씨 오는 날’로 전초전을 치렀다. 28분짜리 짧은 분량이지만 애절한 사랑 얘기를 짜임새하게 담아냈다. 자신의 모든 걸 잊어가면서도 오랜 연인 민우(고수)를 기다리는 여인 연희(문채원 & 손숙)의 이야기. 다소 정형화된 방식이긴 했어도 울림은 컸다. 장수상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인간의 평생을 지배하는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감독은 되묻는다. 장수상회엔 성칠과 금님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사랑이 그려진다. 통통 튀는 10대 민성(그룹 엑소 멤버 찬열)과 아영(문가영), 상처한 홀아비 장수(조진웅)와 터프한 여걸 박 양(황우슬혜). 그들의 사랑은 말투와 주름살만 다를 뿐이다. 똑같이 두근거리고 조바심 내고 행복하고 상처 입는다. 왜? 사랑하니까. 사랑은 사랑일 뿐이다. 2015년 또다시 찾아온 노년의 사랑에 관객들은 얼마나 반응할지. 지난해 조병만 강계열 부부를 담은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480만여 명이 봤다. 박근형과 ‘꽃보다 할배’에 같이 출연하는 이순재 주연의 2011년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저예산(11억 원)인데도 164만여 명이 관람했다. 장수상회는 국제시장 꽃분이네만큼 장사가 잘될까. 다음 달 23일 ‘어벤져스’의 미국산 초인들이 몰려오기 전에. 12세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000만 감독, 노년의 사랑으로 돌아오다.’ 강제규 감독(53)은 한국영화 흥행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은행나무 침대’(1996년) ‘쉬리’(1999년),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등 내놓는 작품마다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효시로 꼽히는 ‘쉬리’는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11년 ‘마이 웨이’는 반응이 신통찮았어도, 강 감독하면 언제나 대작이 떠오른다. 그가 4년 만에 새 영화를 들고 나왔다. 다음달 9일 개봉하는 ‘장수상회’다. 70대 평범한 노인들의 사랑 얘기를 다뤘다.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꼽혀 온 강 감독은 변두리의 흔하디흔한 마트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화려한 전투 대신 따뜻한 사랑 70대 성칠(박근형)은 혼자 사는 까칠한 노인네. 장수마트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심통 맞기만 할 뿐 친절은 찾아볼 수 없다. 온 동네에 재개발 열풍이 불었지만 혼자 동의하지 않아 이웃들 원성까지 자자하다. 그런 성칠에게 어느 날 일생일대의 사건이 찾아온다. 앞집에 단아한 할머니 금님(윤여정)이 이사 온 것. 관심 없는 척 굴었지만 우연히 저녁을 먹자고 제안하는 금님에게 성칠의 심장은 쿵쾅거리고…. 이를 알게 된 장수마트 사장(조진웅)과 주민들은 재개발 건을 앞두고 그의 호감을 사려 두 사람의 만남을 적극 밀어준다. ‘장수상회’는 외연만 놓고 보면 히트할 조건이 풍족한 작품은 아니다. 두 주인공이 tvN 예능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로 ‘핫’한 배우지만 티켓파워를 지녔다고 말하긴 힘들다. 조진웅 한지민이 출연하지만 조연에 그친다. 순제작비는 37억 원. 지난해 상업영화 1편당 평균 순제작비 43억 원보다 적은 것은 물론 전작 마이웨이 280억 원에 비하면 매우 약소한 금액이다. 당연히 눈길을 사로잡을 총질이나 칼싸움도 없다. 허나 장수상회는 ‘알면서도 당하는’ 확실한 무기를 품고 있다. 바로 박근형과 윤여정이란 배우다. 특히 기자간담회에서 “1950년대 청년 연극학도 때로 돌아간 심정으로 연기했다”고 술회한 박근형은 이제 겨우 봄이지만 일찌감치 ‘올해의 남우주연상’에 강력한 후보로 올릴 만하다. 버럭버럭 온갖 성질을 부리면서도 마음 한 편에 지닌 따뜻함을 은근슬쩍 들키는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네 아버지. 윤여정 역시 연기를 쥐락펴락, ‘천의무봉(天衣無縫)’이다. 두 배우는 1971~2년 방영한 MBC 드라마 ‘장희빈’의 숙종과 장희빈 이후 43년 만에 연인으로 재회했단다.●사랑은 그저 사랑일 뿐, 그래서 더 아름다운 강제규 감독의 ‘변신’은 사실 지난해 단편 ‘민우 씨 오는 날’로 전초전을 치렀다. 28분짜리 짧은 분량이지만 애절한 사랑 얘기를 짜임새하게 담아냈다. 자신의 모든 걸 잊어가면서도 오랜 연인 민우(고수)를 기다리는 여인 연희(문채원 & 손숙)의 이야기. 다소 정형화된 방식이긴 했어도 울림은 컸다. 장수상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인간의 평생을 지배하는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감독은 되묻는다. 장수상회엔 성칠과 임금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사랑이 그려진다. 통통 튀는 10대 민성(그룹 엑소 멤버 찬열)과 아영(문가영), 상처한 홀아비 장수(조진웅)와 터프한 여걸 박 양(황우슬혜). 그들의 사랑은 말투와 주름살만 다를 뿐이다. 똑같이 두근거리고 조바심 내고 행복하고 상처 입는다. 왜? 사랑하니까. 사랑은 사랑일 뿐이다. 2015년 또 다시 찾아온 노년의 사랑에 관객들은 얼마나 반응할지. 지난해 조병만 강계열 부부를 담은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480만여 명이 봤다. 박근형과 ‘꽃보다 할배’에 같이 출연하는 이순재 주연의 2011년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저예산(11억 원)인데도 164만여 명이 관람했다. 장수상회는 국제시장 꽃분이네만큼 장사가 잘 될까. 다음달 23일 ‘어벤져스’의 미국산 초인들이 몰려오기 전에. 12세 관람가.정양환기자 ray@donga.com}

13세 소녀 릴리(프소터 조피어)에게 가장 큰 친구는 애완견 하겐. 엄마와 이혼한 아버지(조테르 산도르)에게 잠시 와있는 동안 하겐은 이리저리 구박받는다. 헝가리엔 순수혈통이 아닌 잡종견에겐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정책이 있기 때문. 결국 딸과 개 문제로 갈등을 빚던 아버지는 하겐을 내다버리고…. 홀로 남겨진 하겐은 길을 잃고 헤매다 노숙자에게 붙잡힌 뒤 어디론가 팔려간다. 릴리는 하겐을 애타게 찾지만 하겐은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들을 증오하기 시작한다. “컴퓨터그래픽(CG) 효과 없이 만든 가장 위대한 개 영화”라는 영국 신문 ‘더 타임스’의 평처럼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헝가리 영화 ‘화이트 갓’은 위대한진 몰라도 확실히 개 영화다. 주인공 하겐을 비롯해 온통 개 천지다. CG도 사용 안 하고 이 많은 개를 카메라에 담았다니. 일단 애견인들은 필히 보시라. 잠깐. 권하긴 했으나 막상 보고 나면 짱돌을 던질지 모르겠다. 하겐이 겪는 고통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탓이다. 말 못하는 짐승이란 이유로, 인간의 잣대로 가른 잡종이란 이유로 개들을 얼마나 함부로 대하는지 영화는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특히 불법 투견장에 팔려가 동족과 피를 보며 싸워야 하는 하겐의 처연함은 정면으로 응시하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인가. 후반부 하겐이 유기견들과 함께 보호소를 탈출해 인간을 습격하는 장면은 꽤나 통쾌하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을 지켜보는 기분이랄까. 묘하게 하겐의 눈빛이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유인원을 이끌던 시저와 닮았다. 살짝 억지스러운 대목도 있다. 제 주인 릴리도 못 찾을 정도로 길을 헤매던 개가 분노로 각성했다고 갑자기 인간보다 똑똑해지다니. 그냥 동유럽 개그라 치고 넘어가기엔 헐거운 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화이트 갓’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영화다. 제목(‘White God’) 자체가 그렇다. 과거 백인들이 유색인종을 차별하며 신처럼 굴었던 것처럼, 어쩌면 우린 인간이란 우월성에 사로잡혀 세상을 망가뜨리고 있는 건 아닐까. 아름다운 부다페스트 거리가 개들의 공격으로 텅 비어버릴 때, 인간이 세운 문명이란 게 과연 다른 생물들이 보기에도 위대할지 자문하게 된다. 지난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수상작. 15세 이상 관람가.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