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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내 조선·항공업계는 전통 화석 연료를 중시하는 ‘트럼프발 에너지 전환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우주 산업의 경우 ‘폭발적 확장’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7일 조선업계와 삼정 KPMG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조 바이든 정부와는 정반대의 에너지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석유와 석탄, 가스 등 화석 연료 중심으로 회귀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사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LNG와 LPG 운반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조선사들에 유리한 환경이다. 컨테이너와 벌크선은 중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지만,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와 LPG 운반선은 한국 조선사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기준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선박과 LPG 선박 중 각각 55%, 46%를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하면서 수주량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당선 뒤 통화에서 한국과 미국의 해군 함정 관련 MRO(유지·보수·정비) 협력 의지를 밝힌 점도 조선업계의 호재로 꼽힌다. 트럼프발 에너지 정책 전환과 MRO 협력에 따른 조선업 수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선사 주가도 크게 올랐다. 이날 종가 기준 한화오션은 전날보다 21.76% 올랐으며,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6.03%, 9.17% 올랐다. 항공업계도 화석연료 사용 확대에 따른 유가 안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석유를 시추해라)’이라는 말로 석유 및 가스 산업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원유 및 천연가스 등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겠다고도 밝혀 왔다. 석유 시추를 통해 유가를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고, 고용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셰일가스 및 석유 생산이 확대되면 국제 유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유가 하락은 항공업계에 큰 호재다. 유류비가 항공기 운영비의 30∼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떨어져 항공운임이 낮아지면 여객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이나 물류 업계는 유류비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유가 하락은 각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적극 도왔던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영향으로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고 상업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과학 정책에서는 ‘트럼프 월드’가 아닌 ‘머스크 월드’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따라 머스크가 집중하는 유인 화성 탐사를 비롯해 미국 주도 우주 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지난달 1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지지자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 우주인을 화성에 착륙시킬 것”이라며 “준비하세요, 일론 (머스크)”을 외치기도 했다. 또 “당선될 경우 임기가 끝나기 전 화성에 도착할 것”이라는 언급을 하기도 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성 탐사를 전폭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스페이스X는 2030년 내 유인 화성 탐사를 목표로 거대 발사체 ‘스타십’의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너무 낙관적인 목표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글로벌 민간 우주 시장이 확대될 경우 한국 우주 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는 머스크가 운영하는 미국 최대 민간 우주 업체 스페이스X 공급망에 속한 기업도 있다. 하지만 미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이 해외 우주 기업과의 협력이나 부품 수입에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의 승리가 확정되자 과학계에서는 우주를 필두로 한 미국 과학 정책에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영향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학 정책에서는 ‘트럼프 월드’가 아닌 ‘머스크 월드’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머스크가 집중하는 유인 화성 탐사, 격동이 예상되는 에너지 분야에서는 원자력이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스페이스X 독점적 우위 강화“우리는 미국 우주인을 화성에 착륙시킬 것입니다. 준비하세요, 일론 (머스크).”10월 1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지지자 연설에서 트럼프는 화성 탐사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당선될 경우) 임기가 끝나기 전 화성에 도착할 것”이라는 언급을 하기도 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성 탐사를 전폭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스페이스X는 2030년 내 유인 화성 탐사를 목표로 거대 발사체 ‘스타십’의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너무 낙관적인 목표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최근 머스크는 미국 연방항공국(FAA)에 “허가에 걸리는 시간이 발사체를 만드는 시간보다 더 걸린다”며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우주 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스타십 발사 허가 및 규제 등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앞서 약속한대로 연방정부 비용을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정부효율성위원회’의 수장으로 트럼프를 임명한다면 발사 허가를 비롯한 많은 우주 산업계 규제가 철폐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흐름에 따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 방향 및 전략도 큰 변화를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스페이스X가 추진하는 위성 통신 사업인 ‘스타링크’도 시장에서 독점적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전 임원은 “트럼프 정부가 스페이스X를 위한 새 발사장 건설에 협조적이며, 이를 통해 스타링크가 경쟁사보다 위성 네트워크를 더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에 6400여 개의 위성을 띄워놓은 상태다. 경쟁사인 아마존도 위성 통신 사업인 ‘카이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연말에나 위성의 대량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아마존을 비롯한 위성 통신 사업자들과 스타링크 간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美 원전 확대 정책, 韓 수출에 긍정 요인에너지 산업 역시 격변이 예상된다. 트럼프와 머스크 모두 현재의 기후변화 예측이 과장됐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화석, 석유 산업을 ‘악마화’해서는 안 되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의 공약을 담은 ‘아젠다 47’에는 기존 원전 이용 확대와 신속한 선진 원자로 개발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원자력과 관련한 규제 및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최근 체코를 시작으로 원전 수출에 시동을 걸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원전 산업 확대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SMR 관련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이뤄지면 한국과의 SMR 공동 수출 등 한미 간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한국천문연구원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개발한 태양 관측 망원경인 ‘코로나그래프(코덱스·CODEX)’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4일 오후 9시 29분(현지 시간·한국 시간 5일 오전 11시 29분) 발사됐다. 코덱스는 세계에서 최초로 태양 코로나의 온도와 태양풍의 속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망원경이다. 인공위성 운영 및 유인 우주 탐사에 필수적인 우주 날씨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코덱스는 한국 시간으로 6일 오전 1시 29분경 국제우주정거장(ISS) 도달을 목표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으로 발사됐다. ISS에 도킹한 뒤 약 일주일간 로봇팔에 의해 ISS 외부 탑재체 플랫폼에 설치되면 3∼4주간의 시범 운영을 하게 된다. 코덱스는 6개월에서 최대 2년간 ISS에서 태양 코로나를 관측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태양 코로나는 태양의 바깥 영역으로 지상에서는 태양이 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 때만 관찰이 가능해 연구 데이터가 충분하지 못하다. 코덱스는 인공적으로 태양을 가려 개기일식 때처럼 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는 장비다. 90분에 한 번씩 지구를 도는 ISS에서 코덱스는 최대 55분간 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다. 코로나는 지상 관측이 어려워 아직 풀지 못한 난제가 존재해 왔다. 코덱스가 도전하는 코로나 난제는 크게 두 가지다. ‘코로나는 왜 태양보다 뜨거운가’ ‘태양풍은 왜 급속하게 빨라지는가’다. 태양의 표면 온도는 섭씨 약 6000도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온도가 낮아지지만 태양의 바깥 영역인 코로나에서는 되려 온도가 섭씨 100만∼500만 도까지 높아진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다. 태양풍은 태양에서 우주 공간으로 방출되는 입자들의 흐름으로, 태양 표면 근처에서는 초속 수십 km로 나아가지만 코로나를 거쳐 지구 근처에 오면 초속 500km 이상으로 가속된다. 태양풍이 가속하는 데 코로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역시 오랜 난제로 남아 있다. 이런 고속 태양풍이나 불규칙적인 태양의 폭발 등은 지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인공위성 운영 및 통신에 문제를 일으키고, 북극 항로에서 우주방사선 피폭이 심해지기도 한다.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하게 된다면 태양의 활동을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해 우주 날씨 변화에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다. 코덱스는 NASA와의 첫 공동 개발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몇몇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ISS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도 처음이다. 그만큼 우주 탐사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코덱스 개발 및 운영에서 천문연은 핵심 기술인 편광 카메라, 필터 휠, 구동 제어기 등 하드웨어와 지상 운영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았다. NASA는 광학계, 태양 추적 장치 등을 개발했으며, ISS 설치와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 강현우 우주항공청 우주과학탐사 임무설계 프로그램장은 “태양 연구와 우주 날씨 예측 분야에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누가 가장 치명적인 실패를 했을까.’ 실패를 겨루는 이색적인 대회가 이달 8일부터 20일까지 대전 KAIST에서 열린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KAIST 실패학회’다. KAIST 실패연구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실패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전환하고 학생들에게 도전과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행사다. 행사가 시작되는 8일에는 ‘실패의 과학: 다른 시각으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권정태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와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이 연사로 나선다. 뇌과학과 자연사 관점에서 실패가 가지는 의미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13일에는 지난해 많은 인기를 끌었던 ‘망한 과제 자랑 대회’가 부스 박람회 형태로 진행된다. 참여하는 학생들은 실패했던 과제 아이템이나 사진, 영상 등으로 부스를 꾸밀 예정이다. △치명상(공감과 동정심을 유발한 팀) △상상 그 이상(가장 흥미롭게 실패를 풀어낸 팀) △화려한 비상(실패했지만 성공을 응원하고 싶은 팀) 등 재미있는 상도 만들어 수여한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2032년으로 계획된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우주항공청은 30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달 탐사 2단계 사업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달 탐사 2단계 사업에는 △달 착륙선 독자 개발 △달 표면 연착륙 실증 △과학·기술 임무수행 등이 포함된다. 독자적으로 달 표면을 탐사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 우주 탐사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은 올해 10월부터 2033년 12월까지 진행된다. 2032년 한국형 차세대발사체(KSLV-Ⅲ)에 달 착륙선을 실어 쏘아 올리는 것이 목표다. 한국형 차세대발사체는 누리호 3배 이상의 발사 성능을 목표로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동 개발 중이다. 달 착륙 임무에 필요한 탑재체는 수요에 기반해 기획 연구를 통해 선정될 예정이며 착륙지와 함께 결정된다. 지금까지 달 탐사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옛 소련), 중국, 인도, 일본 등 5개 나라다. 달에 있는 희소자원의 가치가 높고 화성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로 달을 활용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달 탐사 경쟁이 뜨거운 상황이다. 류동영 우주청 달착륙프로그램장은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을 통해 미래 달 기반 우주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100년간 화학 교과서에 게재됐던 ‘브레트의 법칙’을 위협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1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서 브레트의 법칙을 우회해 새로운 합성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한계로 여겨진 규칙을 뛰어넘으면서 신약 개발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브레트의 법칙은 탄소(C) 원자 사이에 ‘이중결합’이 존재할 경우 이에 연결된 원자는 모두 같은 평면에 있어야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법칙이다. 두 사람이 한 팔을 맞잡고 있는 것을 일반적인 원자 결합이라고 한다면 이중결합은 양팔을 모두 맞잡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만약 평면 구조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구조가 된다면 두 팔 중 한 팔이 끊어지며 매우 불안정한 구조가 된다. 1924년 독일의 화학자 율리우스 브레트는 두 팔을 유지하면서 입체적인 구조를 갖는, 이른바 ‘뒤틀린 화합물’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따 브레트의 법칙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도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할 때 브레트의 법칙을 고려해 합성 가능한 물질을 선별할 정도로 산업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쳐 왔다.● 절대 못 만든다던 물질로 신약 개발 가능성 열려 그런데 31일 사이언스에 발표된 닐 가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화학과 석좌교수팀의 연구는 이런 관념을 뒤집었다. 브레트의 법칙에 어긋나는 불안정한 물질인 ‘항브레트 올레핀(ABO)’을 활용해 새로운 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는 ‘우회로’를 제안한 것. 올레핀은 탄소 사이에 이중결합을 가지고 있는 화합물로 폴리에틸렌, 폴리염화비닐 등 유용한 물질의 합성 원료로 사용된다. 브레트의 법칙을 따르는 올레핀과 달리 규칙을 거스르는 물질이 ABO인 것이다. UCLA 연구팀은 특정 화학 반응 도중 ABO가 되기 직전의 물질(전구체)을 만들었다. 전구체를 이용하면 짧은 시간 존재하는 ABO를 활용해 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게 된다. 화학 반응에 ABO를 활용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정원진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유기합성연구실 교수는 “ABO로부터 만들어지는 화합물 구조가 약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신약으로 개발될 수 있는 화합물의 범위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칙이 창의성 파괴할 수 있어”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브레트의 법칙을 넘어선 물질을 만들기는 불가능할 것이란 학계의 믿음을 깨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레트의 법칙을 완전히 뒤집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일종의 우회로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ABO가 불안정해 얻기 어려운 것은 여전히 맞는 내용이지만, ABO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과학계와 의약계에 매우 기념비적인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과학계도 이번 연구를 주목하고 있다. 그간 법칙에 갇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연구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브레트의 법칙과 함께 유기화학에서 중요한 법칙 중 하나로 꼽히는 ‘볼드윈의 법칙’ 역시 명확한 이론이 아니다. 실험적 가이드라인에 가깝지만 지금까지 많은 화합물이 이 법칙에 딱 떨어지는 결과를 내놨기 때문에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UCLA 팀의 연구 결과는 정설로 굳어진 법칙을 뛰어넘어 새로운 물질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UCLA 연구팀은 “그동안 과학자들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ABO를 연구하지 않았다. 브레트의 법칙 때문에 상상할 수 있는 합성 분자의 종류가 제한돼 신약 발견에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막혀 버린 것”이라며 “규칙이 있으면 창의성이 파괴될 수 있다”고 밝혔다.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최근 국내에 출시해 품귀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관절염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에 이어 관절염에서도 효능을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장기간 비만치료제를 투약한 70대 환자가 용량을 늘렸다가 췌장염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돼 무분별한 투약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절염부터 수면무호흡증까지 적응증 확대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대, 오슬로대 등 공동연구팀은 위고비가 관절염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위고비의 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위고비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비만 치료제가 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연구다. 연구팀은 참가자 407명을 대상으로 위고비 투약군과 위약군을 나눠 68주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비만이면서 관절염으로 인한 무릎 통증 척도가 100점 만점 중 평균 70.9점이었다. 이는 걷기만 해도 고통스러울 정도의 통증 수준이다. 68주간 위고비를 투약한 실험군은 통증 척도가 평균 41.7점이 떨어진 반면 위약 투여군은 27.5점 낮아지는 데 그쳤다. 점수로만 보자면 위고비 투약군이 위약군에 비해 통증이 약 1.5배 더 많이 줄어든 셈이다. 연구팀은 위고비 투약으로 인한 체중 감량과 위고비의 항염 효과가 합쳐져 통증을 크게 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비만 치료제의 또 다른 강자인 일라이릴리는 올해 4월 GLP-1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수면무호흡증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동일한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469명이 참가한 임상시험에서 젭바운드 투약군은 무호흡·저호흡 지수(AHI)가 55%가량 감소해 증상이 개선됐음을 보였다. 회사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 승인 신청을 한 상태로 아직 승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비만 치료제 수요 정점-부작용 우려도 이처럼 비만 치료제 개발사들이 GLP-1 치료제의 적응증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나선 것은 비만 환자의 수요가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여전히 미국 23개 주의 성인 중 35%는 비만을 앓고 있지만 최근 10여 년 만에 미국의 비만 유병률이 감소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GLP-1 치료제 투약이 장기화하면서 부작용 사례 보고도 나오고 있다. 올해 9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 ‘큐리어스(Cureu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74세 당뇨 및 비만 증세를 보여 온 남성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치료제 투약 용량을 늘렸다가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췌장염은 세마글루타이드 부작용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 남성은 제2형 당뇨, 관상동맥 질환, 비만(BMI 31.7)을 앓아와 4년 동안 해당 성분 치료제를 투약했고, 입원 4주 전에는 용량을 두 배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중증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뒤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논문은 “GLP-1 제제의 장기 사용과 용량 변화가 중증 췌장염 사이에 잠재적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GLP-1 제제 중 위고비가 먼저 한국에 들어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오남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식약처 도원임 연구관은 31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위고비는 두통, 구토, 설사, 변비, 급성 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며 “미국에선 위고비 투여 용량을 늘린 74세 남성이 중증 췌장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급했다. 또 최근 비만이 아닌 이들도 비만치료제를 투약해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해외 직구나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위고비를 구입할 경우 적정 보관 온도를 벗어나 품질에 문제가 생긴 제품이 있을 수 있다. 반드시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위고비를 사용해야 한다”고도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우주항공청이 30일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아르테미스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르테미스는 NASA가 추진 중인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로 현재 47개국이 가입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연구 협약으로 우주청과 NASA는 △달 착륙선 개발 △우주 통신 및 항법 시스템 △우주인 지원 도구 개발 △우주 생명과학 및 의료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으로 타당성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2026년으로 예정된 아르테미스 3호에는 우주인 4명이 탑승할 계획이다. 미국이 유인 달 탐사를 시도하는 것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0여 년 만이다. 이들은 달 남극에 착륙해 일주일간 달 남극 시료 등을 채취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윤영빈 우주청 청장은 “이번 협약은 한미 우주 협력에 있어 중대한 이정표”라며 “우주청이 국제 우주 탐사 리더로 도약해 달과 심우주 탐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캐리어에어컨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적극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캐리어에어컨이 추진 중인 건물 에너지 통합관리 솔루션 ‘IBS(Intelligent Building Solution)’는 초고층 빌딩, 산업 플랜트 등에 적용되는 각종 설비를 통합 관리하는 솔루션 플랫폼이다. 냉난방, 공기, 엘리베이터, 보안, 조명 등 빌딩 내 모든 설비를 건물 구조에 맞게 설계해 최대한 낮은 전력으로 높은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IBS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어드반텍’은 글로벌 공조 시스템 기업인 글로벌 캐리어와의 기술 공유를 통해 국내에 최초 도입한 AI 알고리즘이다. 건물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하면서 에너지는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해준다. 인공신경망 제어 알고리즘으로 운동 이력, 실시간 빌딩 부하, 외기 온·습도, 설비운전 특성 등을 종합해 학습 모델을 구현했다. 현재 캐리어에어컨은 인천국제공항 제1·2 청사, 국립중앙박물관, 킨텍스 전시장, 여의도 IFC 서울, 파크원 등 국내 주요 랜드마크 건물에 고효율 공조기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 중 IFC 서울에서는 버려지는 열을 회수하는 ‘히트 리커버리 솔루션’을 적용해 에너지 절감률을 최대 53% 실현한 바 있다. 캐리어에어컨 관계자는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한 기술이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만큼 산업 플랜트, 빌딩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반 고효율 에너지 절감 솔루션이 적용되고 있다”며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서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코오롱그룹은 소재 및 제조업에서 혁신을 창출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를 확대하는 등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전 사업 분야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확대해 공정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솔루션 개발에 투자해 왔다. 이를 여러 사업장의 생산 공정에 적용해 스마트팩토리를 확대해가고 있다. 2018년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문을 연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는 융복합 R&D의 핵심 전략 거점으로 각 사의 DX 전환 및 R&D를 도맡고 있다. 그룹 차원의 전략에 따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생산 현장의 디지털화를 시작으로 전체 생산 공정에 대해 단계별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추진 중이다. 생산관리 통합시스템을 기반으로 디지털화된 설비의 공정, 원료, 품질, 물류 등 전 영역의 실시간 데이터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제조 조건을 도출하고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신기술을 활용해 스마트건설 구현에 힘쓰고 있다. 최근 회사는 국내 첫 빌딩정보모델(BIM) 기반 스마트 철근공사 관리 플랫폼 ‘스마트체커’를 개발했다. 스마트체커는 건설정보모델링 기술을 기반으로 철근 조립 시 발생할 수 있는 인적 오류를 최소화하는 등 시공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코오롱ENP 역시 주요 생산기지를 스마트팩토리로 운영 중이다. 김천 1, 2공장에서는 생산 공정의 실시간 추적과 공정별 데이터를 연결하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각 설비들의 이상 상황이나 노후화 같은 환경 요인을 분석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예비정비시스템’까지 적용해 안정적인 생산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최근 국내외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데이터 기반 예측을 통한 의사결정, 영업활동 관리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복잡한 기업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 기반 경영 분석 플랫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영림원소프트랩은 AI를 활용한 전사적 자원 관리(ERP) 시스템을 출시해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영림원이 최근 출시한 ‘AI경영분석’은 생성형 AI와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ERP에 접목했다.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경영진이 필요로 하는 복잡한 질문에 대해 실시간 답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또 ERP 시스템 내 각종 프로세스는 AI를 통해 고도화된다. 기업은 기존 ERP 시스템에서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AI가 제안하는 경영 솔루션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AI경영분석은 각 기업의 산업군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과 데이터에 맞게 최적화된 경영 분석 솔루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AI는 경쟁사와의 비교 분석, 시장 변화에 따른 전략적 대응 방안 등을 자동으로 제시하고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미래 경영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 경영 데이터를 토대로 실시간으로 분석한 예측 모델을 통해 기업은 더욱 효율적이고 신속한 경영을 할 수 있다”며 “영림원소프트랩은 빠른 사업 확장을 통해 AI 경영의 ERP 시스템 선두 주자로서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우주항공청이 30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아르테미스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르테미스는 NASA가 추진 중인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로 현재 47개국이 가입해 참여하고 있다. 우주청은 “2021년 한국이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한 데 이어 이번 공동 연구 협약으로 양국 간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협약으로 우주청과 NASA는 △달 착륙선 개발 △우주 통신 및 항법 시스템 △우주인 지원 도구 개발 △우주 생명과학 및 의료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으로 타당성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우주청은 “달에서 화성으로 탐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NASA의 ‘문 투 마스 아키텍처’에서도 한국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2026년으로 예정된 아르테미스 3호에는 4명의 우주인이 탑승할 계획이다. 미국이 유인 달 탐사를 시도하는 것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0여년 만이다. 이들은 달 남극에 착륙해 일주일간 달 남극 시료 등을 채취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윤영빈 우주청 청장은 “이번 협약은 한미 우주 협력에 있어 중대한 이정표”라며 “우주항공청이 국제 우주 탐사 리더로 도약해 달과 심우주 탐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정부가 연구개발(R&D)비 중 학생 인건비 일부를 실지급하지 않고 과도하게 적립하는 일부 교수들의 행위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학생인건비통합관리제 제도 개선을 위한 ‘학생인건비 잔액제도 개선 공청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제도 개선을 통해 학생인건비 1년치 이상을 적립하고 있는 연구책임자에 한해 초과분의 20%를 기관 계정으로 이관하겠다는 방침이다.과거에는 R&D 과제 내 학생인건비 잔액은 연구기간이 종료되면 국고로 반납됐다. 정부는 매년 달라지는 연구책임자의 R&D 사업 수에 따라 학생 인건비가 일정하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2013년부터는 인건비 잔액을 적립하도록 허용하는 특례제도를 도입했다. 가령 A라는 교수의 학생 인건비 총 수입액이 1억2000만 원이고, 이중 실제 학생에게 지급된 금액이 4800만 원이라면 남은 7200만 원은 A 교수 연구실의 계정에 적립이 가능하다.하지만 이 같은 특례제도가 10여 년간 시행되다 보니 적립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임요업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은 “(특례를 시행한 지) 10여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며 학생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학생에게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고 일단 이월금을 모아둔다는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설명했다.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학생인건비 통합관리제를 시행 중인 60개 대학 기준 누적 인건비 적립금은 2020년 3484억 원에서 2022년 5895억 원으로 2년간 69.2% 증가했다. 연구책임자 중 23.1%는 3년치 이상의 인건비를 적립해두고 있었다. A 교수의 경우라면 1억4400만 원(4800만 원 x 3년)에 해당하는 인건비 잔액을 쌓아두고 있었던 셈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2023년 10억 원 이상 적립한 연구책임자가 10명, 최고 적립액은 50억 원에 달했다. 국내의 한 공대 교수는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어놓자는 생각으로 R&D 과제를 많이 수주했을 때 인건비를 많이 쌓아두는 것”이라며 “R&D 과제가 적어 연구실 운영이 어려울 때 활용하려는 취지로 나쁜 의도는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더 많이 갈 수 있는 돈이 연구책임자 계정에 쌓여있다는 점에서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인건비 잔액 중 1년치 학생인건비를 제외한 금액의 20%를 기관계정으로 이체하도록 학생인건비통합관리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위에서 예를 든 A 교수의 사례에서 따져보면 인건비를 지급하고 남은 잔액(7200만 원)이 1년치 인건비(4800만 원)를 초과하기 때문에 1년치 인건비를 제외한 2400만 원(7200만 원-4800만 원)의 20%에 해당하는 480만 원이 기관 계정으로 반납된다. 기관 계정으로 들어온 적립금은 기관 의무 소진 비율에 맞게 다시 학생들에게 자율 배분된다. 정부는 현재 누적 적립금을 토대로 추산할 시 약 300억 원이 환수돼 학생들에게 재분배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다만 이 제도는 기관 단위 학생인건비 통합관리기관으로 등록해 기관 계정을 가진 대학에만 적용된다. 만약 이를 신청하지 않은 대학의 연구책임자들에게서 회수되는 금액은 국고로 환수된다. 현재 기관 단위로 학생인건비를 통합 관리하는 대학은 올해 기준 14곳이다. 내년부터 추진되는 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한국형 스타이펜드)을 지원받기 위해 올해 신청한 20곳을 더하면 현재 총 34곳의 대학에 적용 가능하다. 과기정통부는 연내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사용기준(고시)을 개정하고 내년부터 시행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세계적으로 100세 인구가 급증하는 이른바 ‘실버 쓰나미’ 시대가 다가오며, 항노화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전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큰손’들이 거액을 투자하며 업계에서는 ‘회춘이 돈이 되는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29일 과학계에 따르면 매년 약 200만 달러(약 27억 원)를 회춘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47) OS펀드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자신의 혈장 1L를 빼내 자신의 아버지(71)에게 수혈하는 혈장교환술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존슨 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혈장 사진을 게시하며 “액체 상태의 금”이라고 표현했다. 나이에 따라 혈장에 있는 여러 단백질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젊은 사람의 혈장을 수혈하면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사람에게서 임상적인 증거가 나온 바는 없다.● 회춘하면 돈 주는 경연대회 고령화 시계가 빨라지며 이제는 노화 속도를 늦추는 ‘슬로 에이징’에서 회춘을 가능케 하는 역노화 연구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존슨의 말처럼 회춘이 금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각종 ‘불로장생’ 연구에 상금을 수여하는 연구 대회까지 열리고 있다. 그간 우주, 탄소 중립 등 다양한 연구 주제에 상금을 내걸었던 비영리단체 엑스프라이즈는 올해 6월 우수한 역노화 연구를 선발하는 ‘엑스프라이즈 헬스스팬’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노화로 인한 근육, 인지능력, 면역 등을 20년 젊은 상태로 되돌리면 8100만 달러(약 1121억 원), 15년 되돌리면 7100만 달러(약 983억 원), 10년이면 6100만 달러(약 845억 원)를 수여한다. 유전자로 생체 나이를 측정하는 ‘노화 시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에도 1억 원대의 상금이 걸려 있다. 노화 시계는 스티브 호르바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가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으로, 노화 시계로 측정한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은 경우 사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며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비영리단체 ‘바이오마커 오브 에이징 컨소시엄’이 주최하는 ‘노화 바이오마커 챌린지’는 500명의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신체 나이, 사망 예상 연령, 건강 수명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연구팀에 각각 3만 달러(약 4151만 원), 7만 달러, 10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 실리콘밸리 자본, 노화로 향한다미국 실리콘밸리 일대 자금도 노화 시장에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설립한 ‘칼리코’는 건강 수명 연장을 목표로 비밀리에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세포 리프로그래밍은 특정 단백질을 이용해 노화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린 뒤, 젊은 세포로 재탄생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도 칼리코와 연구개발(R&D) 협력을 진행한 바 있다. 호르바트 교수가 창업한 알토스랩스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IT 사업가 유리 밀너 등으로부터 30억 달러(약 4조1400억 원)를 투자 받아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도 같은 기술을 개발 중인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에 1억8000만 달러(약 2500억 원)를 투자했다.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에이스 애널리틱은 항노화 치료제 시장이 2031년 24억7000만 달러(약 3조4100억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ANL바이오, 메디스팬, 하플사이언스 등이 노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세계적으로 100세 인구가 급증하는 이른바 ‘실버 쓰나미’ 시대가 다가오며, 항노화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전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큰손’들이 거액을 투자하며 업계에서는 ‘회춘이 돈이 되는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29일 과학계에 따르면 매년 약 200만 달러(약 27억 원)를 회춘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 OS펀드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자신의 혈장 1L를 빼내 자신의 아버지에게 수혈하는 혈장교환술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존슨 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혈장 사진을 게시하며 “액체 상태의 금”이라고 표현했다. 나이에 따라 혈장에 있는 여러 단백질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젊은 사람의 혈장을 수혈하면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사람에게서 임상적인 증거가 나온 바는 없다.●회춘하면 돈 주는 경연대회고령화 시계가 빨라지며 이제는 노화 속도를 늦추는 ‘슬로 에이징’에서 회춘을 가능케 하는 역노화 연구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존슨의 말처럼 회춘이 금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최근에는 각종 ‘불로장생’ 연구에 상금을 수여하는 연구 대회까지 열리고 있다. 그간 우주, 탄소 중립 등 다양한 연구 주제에 상금을 내걸었던 비영리단체 엑스프라이즈는 올해 6월 우수한 역노화 연구를 선발하는 ‘엑스프라이즈 헬스스팬’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노화로 인한 근육, 인지능력, 면역 등을 20년 젊은 상태로 되돌리면 8100만 달러(약 1121억 원), 15년 되돌리면 7100만 달러(약 983억 원), 10년이면 6100만 달러(약 845억 원)를 수여한다. 유전자로 생체 나이를 측정하는 ‘노화 시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에도 1억 원대의 상금이 걸려 있다. 노화 시계는 스티브 호버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가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으로, 노화 시계로 측정한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은 경우 사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며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비영리단체 ‘바이오마커 오브 에이징 컨소시엄’이 주최하는 ‘노화 바이오마커 챌린지’는 500명의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신체 나이, 사망 예상 연령, 건강 수명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연구팀에 각각 3만 달러(약 4151만 원), 7만 달러, 10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 자본, 노화로 향한다미국 실리콘밸리 일대 자금도 노화 시장에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설립한 ‘칼리코’는 건강 수명 연장을 목표로 비밀리에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세포 리프로그래밍은 특정 단백질을 이용해 노화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린 뒤, 젊은 세포로 재탄생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도 칼리코와 연구개발(R&D) 협력을 진행한 바 있다.호바스 교수가 창업한 알토스 랩스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IT 사업가 유리 밀너 등으로부터 30억 달러(약 4조1400억 원)를 투자 받아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도 같은 기술을 개발 중인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에 1억8000만 달러(약 2500억 원)를 투자했다.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 에이스어낼리틱스는 항노화 치료제 시장이 2031년 24억7000만 달러(약 3조4100억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ANL바이오, 메디스팬, 하플사이언스 등이 노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딥마인드가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끊임없이 말해왔고, 결국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캠퍼스에서 만난 하콴 라우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신임 연구단장(사진)은 과거 영국 유학 시절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할 때 허사비스 CEO와 종종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였다고 했다. 허사비스 CEO는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알파폴드’를 개발한 공로로 존 점퍼 딥마인드 수석연구원,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함께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라우 연구단장은 “그(허사비스)는 겸손한 사람이었지만 자신이 하는 연구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데 확신이 있었다”며 “이번 노벨상 결과는 AI가 이미 과학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번 노벨상 수상은 라우 단장과 여러 면에서 관련이 깊다. 그는 뇌의 작동 원리가 AI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뇌와 AI 사이의 오작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개발한 인공신경망, 딥러닝 모두 뇌의 신경세포(뉴런)를 모사해 개발한 AI 학습법이다. 라우 단장은 “많은 연구자 및 빅테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뇌와 유사한 AI 개발이기 때문에, 뇌 연구는 결국 AI의 안전성과도 관련이 깊다”며 “뇌를 통해 그간 알지 못했던 AI의 특성을 알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라우 단장은 지난해 AI도 사람처럼 ‘메타인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밝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메타인지는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인지하는 능력으로, 최근 초중고 교육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능력이다. 만약 특정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스스로 과신(過信)하면 잘못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것처럼 AI 역시 자신의 인지 능력을 과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라우 단장은 이를 ‘긍정적 자신감 편향(positive confidence bias)’라고 정의했다. 그는 “AI의 메타인지 수준을 측정하고 이를 교정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라며 “챗GPT와 같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AI의 경우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팀 리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 등을 거쳐 온 라우 단장은 향후 IBS에서 뇌의 활성화 패턴을 조절하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라우 단장은 “뇌와 AI 연구 간 상호작용은 끊임없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이를 통해 예측 가능한 AI를 개발하는 것은 인류와 AI의 공존에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22일 공시를 통해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2억4256만 달러(약 1조7028억 원) 규모의 초대형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이며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3조5009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고객사 및 제품명은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으며, 계약 기간은 2037년 12월 31일까지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처음으로 연간 누적 수주 금액 4조 원을 넘어섰다. 회사는 3월 첫 계약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글로벌 제약사들과 총 9건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누적 수주 금액은 총 4조3600억 원이다. 업계에서는 꾸준한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성장세와 미국의 생물보안법 등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세계 3위 C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일부 중국 바이오 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여파로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올해 초부터 꾸준히 나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곳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창사 이래 누적 수주 총액은 154억 달러(약 21조 원)를 넘어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늘어날 수요에 대응해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18만 L 규모의 5공장을 건설 중이다. 5공장 완공 시 총 78만4000L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 능력뿐만 아니라 품질 측면에서도 99% 이상의 배치(바이오의약품 1회 생산 단위) 성공률과 총 326건의 글로벌 규제기관 제조 승인을 획득하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창업기업인 큐어버스는 1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에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 수출했다고 21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총 3억7000만 달러(약 5037억 원)로 정부출연연구소가 기술 수출한 사례 중 가장 큰 금액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안젤리니파마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CV-01을 개발 및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중국과 한국에 대한 개발 권리는 큐어버스가 갖는다. 이번에 기술 이전한 물질은 올해 9월 임상 1상에 진입한 ‘CV-01’로 알츠하이머의 유발 원인을 유전자 단위에서 막아주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박기덕 KIST 뇌질환극복연구단 단장은 “알츠하이머 치매 쥐 모델에 약물을 시험한 결과 취매 쥐의 공간 인지 능력이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는 “선급 기술료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꽤 큰 금액으로, 매출 로열티는 10년 사이에 수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창업기업인 큐어버스는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에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 수출했다고 21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총 3억7000만 달러(약 5037억 원)로, 정부출연연구소가 기술 수출한 사례 중 가장 큰 금액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안젤리니파마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CV-01을 개발 및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중국과 한국에 대한 개발 권리는 큐어버스가 갖는다.이번에 기술 이전한 물질은 올해 9월 임상 1상에 진입한 ‘CV-01’로 알츠하이머의 유발 원인을 유전자 단위에서 막아주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기존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들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꼽혀온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이는 것을 막거나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효능의 한계가 지적되며 많은 제약사들이 베타아밀로이드 외에 다른 표적을 찾아나선 상황이다.CV-01을 개발한 박기덕 KIST 뇌질환극복연구단 단장팀은 2014년부터 차세대 치매치료제를 연구하며 ‘Keap1/Nrf2’라는 신호 전달 경로에 주목했다. 이 경로는 산화성 스트레스, 염증을 방어하는 대표적인 신호 전달 경로로, 만약 고령화로 인해 이 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이 경로를 표적하는 CV-01을 개발했다. 만약 임상을 통해 효능이 증명될 경우 해당 기전으로는 세계 최초의 치료제가 된다. 특히 CV-01은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약으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다수가 잦은 병원 출입이 어려운 고령자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복용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박 단장은 “기존 약물과 달리 효능이 48시간 지속되고 선택도도 높았다”며 “알츠하이머 치매 쥐 모델에서 약물을 시험한 결과 취매 쥐의 공간 인지 능력이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성과가 창출되기까지 KIST 융합연구단 지원, KIST 내 기술창업 사업인 ‘바이오스타 사업’,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 사업화 지원 등을 진행했다고 했다. 현재 큐어버스는 81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초기 투자)를 받았으며, 과기정통부와 보건복지부 주관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지원을 통해 서울대병원 등과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박 단장은 “파킨슨병, 뇌전증 등 뇌 신역 손상이 원인인 다양한 뇌신경계 질환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큐어버스는 만약 기술 이전 후 별도 적응증(약물의 대상 질환)이 늘어나면 금액을 추가하는 계약을 맺었다. KIST는 큐어버스와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기술료 수익금의 20%를 지급받는다.조성진 큐어버스 대표는 “선급 기술료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꽤 큰 금액이다”라며 “매출 로열티는 10년 사이에 수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국내 연구진이 오랜 시간 물리학계의 난제였던 고온초전도체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연구를 발표했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에서 저항이 0이 되는 물질로, 산업적 가치가 높아 많은 연구자들이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근수 연세대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전자 결정(crystal·結晶)’ 조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전자 결정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전자가 서로를 밀어내는 반발력에 의해 결정처럼 고정된 상태를 말한다. 마치 같은 극의 자석 여러 개가 같이 있을 때 서로 더 가까이 가지 못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원래 고체 물질 속의 전자는 일정한 배열로 고정돼 있는 원자 사이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존재지만, 1930년대 헝가리 출신의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가 전자 결정 상태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위그너는 전자 결정 이론을 발표해 196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위그너 결정이라고도 불리는 전자 결정을 실험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전자의 밀도, 온도 등 수많은 조건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팀은 미국의 방사광가속기 ‘ALS(Advanced Light Source)’, X선 등 다양한 측정 장비를 활용해 이론으로 존재하던 전자 결정을 확인했다. 또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내에서 전자 결정이 국소적으로만 나타나는 현상도 발견했다. 일부에서는 전자가 고정돼 있는 전자 결정의 형태를 보였지만, 다른 곳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연구지는 이를 ‘전자 결정 조각’이라고 표현했다. 김 교수는 “그간 학계에서는 전자결정 상태거나 아니거나, 이분법적으로 생각해 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제3의 전자결정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고온초전도체의 원리를 밝힐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고온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물질이다. 물질 내부의 전자들이 일종의 ‘집단 행동’을 하면서 저항을 일으킬 수 있는 불순물이 나타나더라도 무시하면서 저항이 0이 된다. 저항이 0이 되면 전력 손실 없이 발전소에서 가정까지 전기를 보낼 수 있고, 서울에서 부산을 15분 만에 돌파할 수 있는 이동 수단 ‘하이퍼루프’도 구현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전자결정 조각이 실제 고온초전도체에서 나타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다음 연구 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17일자에 실렸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