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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재는 70∼80%가 학교 구내서점에서 판매돼요. 일반 서점 비중은 20% 정도입니다. 개강이 미뤄지고 온라인 수업을 하니까 교재를 진짜 안 사더라고요. 교수가 올린 PPT도 있고 강의 다시 보기도 가능하니 그걸로 때우는 거죠. 매출이 반 토막 났어요.” 한 대학 교재 출판사 대표는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책을 사는 이가 많아졌다고 해 실제 어떤지 물어보자 돌아온 답변이다. 일반 서점의 대학 교재 판매가 늘었다는 소식에 지인들이 “다행이다”라고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출판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일단 온라인 대형서점만 보면 긍정적이다. 예스24는 올해 1월부터 이달 8일까지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나 뛰었고, 알라딘 역시 3, 4월에 매출이 15% 증가했다. 반면 오프라인 서점 매출이 절반을 차지하는 교보문고는 1∼4월 판매량이 5%가량 줄었다. 고객이 직접 방문하는 동네 서점도 타격이 크다. 장르별로도 희비가 엇갈린다. 주식, 경제경영, 아동청소년 책은 상승이 두드러진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대표되는 주식 투자 열풍으로 주식 공부에 매달리는 이가 급증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경제 구조가 어떻게 변할지 모색하려는 시도가 경제경영 서적 구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상황과 많은 부분이 겹치는 소설 ‘페스트’를 비롯해 ‘데미안’, ‘이방인’ 등 고전을 읽고 삶과 사회를 성찰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자녀에게 필독서를 읽히려는 부모들은 지갑을 열었다. “아이가 놀다 지쳐 스스로 책을 집어 들더라”는 우스갯소리는 빈말이 아니었다. 여행 책 판매는 곤두박질쳤다. 그나마 찾는 건 국내 여행 책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첫째 주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등 해외여행 가이드북과 에세이가 여행 분야 1∼20위를 모조리 휩쓸었다. 올해는 ‘전국일주가이드북’, ‘대한민국 요즘여행’ 같은 책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어학 책 판매도 급감했다. 채용 일정 연기가 큰 영향을 미친 가운데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되자 외국어 공부에 대한 관심도 주춤해졌다는 분석이다. 출판사들 가운데는 새 책 출간을 연기한 곳이 많다.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북 콘서트를 열기 어려운 데다 오프라인 이벤트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행사에 참여하는 독자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출판 시장은 ‘젊은 피’ 역할을 하는 신간을 중심으로 움직이기에 활기가 떨어진 게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선호하는 책의 형태도 변하고 있다. 노트북,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전자책 판매가 증가하고,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사람들의 생각과 원하는 바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 출판사 대표는 “책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편집, 마케팅까지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라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단면을 출판계는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변화의 방향을 가늠하는 나침반은 이렇게 드러난 수많은 지층 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삐삐롱 스타킹’, ‘사자왕 형제의 모험’으로 유명한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 올해 3월 백희나 작가가 그의 이름을 딴 상을 받았다. 전기 작가인 저자는 린드그렌이 쓴 원고, 편지, 일기 등을 분석해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여유로운 농가에서 태어난 린드그렌은 탁월한 글솜씨로 17세에 신문사 수습기자가 됐다. 하지만 아버지뻘 되는 편집장의 애정 공세에 빠졌고, 싱글맘이 된다. 아들 라세는 위탁모에게 맡겨야 했다. 결혼해 딸을 낳은 린드그렌은 출판사, 자동차 클럽 등에서 일하며 계속 글을 썼다. 그는 폐렴 증상으로 침대에 오래 누워 있던 딸 카린에게 초인적인 힘을 가진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삐삐롱 스타킹’은 그렇게 탄생했다. 린드그렌이 교훈적이고 밝은 이야기를 다루던 기존 동화와 달리 자유분방한 캐릭터가 활약하고 죽음도 응시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과정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파격은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기에 가능했다. “아이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외로움”이라고 간파한 건 라세와 떨어져 지낸 죄책감으로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한 결과였다. 쾌활한 그였지만 홀로 라세를 키울 때는 불안에 사로잡혔고 아들을 암으로 떠나보내는 아픔도 겪는다. 린드그렌은 작가로만 머물지 않고 과도한 세금 부과에 항의하고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환경 보호, 동물 복지를 위해 목소리를 내며 뜨겁게 질주했다. 그의 삶은 부당한 일에 물러서지 않고 동물들과 친구로 지내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삐삐와 겹쳐진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삶이란 무엇일까. 인생에서 중요한 건 무엇이며 관계를 맺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영국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 표지 디자이너로 일하는 저자는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서정적인 그림과 함께 읊조리듯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친 들판에 홀로 있던 소년은 두더지를 만난다. 아주 작은 두더지에게 소년은 말한다. “네가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야.” 성공이 무엇인지 묻자 두더지는 답한다. “사랑하는 것.”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 케이크를 먹으며 힘을 얻는 두더지. 소년에게 주려던 케이크도 먹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가장 쓸데없는 일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이며 나이 많은 두더지들은 자신의 꿈보다 내면의 두려움에 더 많이 귀를 기울였다는 것을 후회한다고. 둘은 덫에 걸린 여우를 구해주고, 말을 만난다. 그렇게 넷이 된다. 말은 이야기한다. 자신이 했던 가장 용감한 말은 “도와줘”였으며 스스로가 정말 강하다고 느낀 건 약점을 대담하게 보여줄 수 있었을 때였다. 상처를 지닌 여우는 자신의 얘기를 좀처럼 들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말이 계속 나아가야 할 이유를 묻자 조심스레 입을 연다. “너희 셋.” 삶의 여러 단면이 이들의 모습에 은유적으로 투영돼 있다. 소박한 언어로 나누는 대화에 귀 기울이다 보면 마음에 따뜻한 물이 차오르는 것 같다. 때로 강한 울림을 남긴다.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눌러 적고 싶은 문장이 가득하다. 계속 나아가기만 해도 대단한 일이며 가장 심각한 착각은 삶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감당할 수 없는 큰 문제가 닥쳐오면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기, 살면서 얻은 가장 멋진 깨달음은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것…. 깊은 성찰과 위안이 담긴 글에 문득 멈춰 서서 지금껏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마음이 거칠어지고 메마를 때, 머릿속이 복잡하고 지칠 때면 책장을 한 장씩 넘겨보게 될 듯하다. 맑은 기운을 한껏 불어넣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의 인재 양성에 힘쓴 고 사애리시(본명 앨리스 해먼드 샤프·1871~1972) 선교사에게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훈장 동백장(3등급)을 추서했다고 7일 밝혔다. 캐나다 출신 미국인으로, 1900년 감리교 선교사로 한국에 온 사애리시는 선교 활동을 하고 공주 영명중고교 전신인 명설학교 등 교육기관 20여 개를 설립했다. 특히 유관순 열사를 수양딸로 삼아 독립의식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훈장은 책 ‘이야기 사애리시’의 저자 임연철 씨와 기념사업회 관계자가 대신 받았고, 추후 유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서편제’가 서울 관객 100만 명을 최초로 돌파한 기록은 동아일보와 함께 만든 겁니다.”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만난 임권택 감독(86·사진)이 거실 한쪽에 쌓여 있는 동아일보를 바라보며 말했다. 1993년 ‘서편제’는 전국에서 350만 명 넘게 관람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동아일보는 당시 중앙일간지로서는 이례적으로 사회면에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일깨운 영화로 서편제를 소개했다. 이 기사는 개봉 직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서편제에 관객이 몰리는 도화선이 됐다. “학교 선생님들이 서편제를 보라고 권했고 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이어졌어요. 김영삼 대통령, 김수환 추기경도 서편제를 관람하고 제작진과 배우들을 격려해 주셨습니다. 영화를 밥 먹고 사는 수단으로 여겼는데 그렇게 많은 관객을 만나면서 영화를 통해 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서편제는 판소리와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기폭제가 됐고, 주인공 송화 역으로 데뷔한 오정해는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해 말 동아일보는 임 감독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임 감독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르는 등 영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2년 1월 동아일보가 수여하는 일민예술상을 받았다. 상금은 5000만 원이었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 “일민예술상 받고 4개월뒤 칸에서 감독상… 어마어마한 해” ▼ “언론사에서 주는 큰 상을 처음 받게 돼 깜짝 놀랐습니다. 동아일보가 어떤 신문입니까. 그 험했던 왜정 때 독립운동을 보도하고 손기정 선수 사진에서 일장기를 말소했잖아요. 박정희 정권 때 백지 광고 사태를 겪었고요. 그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언론사가 영화감독에게 상을 주다니…. 참 좋았습니다.” 임 감독은 일민예술상이 주목한 그해 5월 칸 영화제에서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감독상을 거머쥔 것이다. 그는 “2002년은 내게 어마어마한 해였다. 돌이켜보면 일민예술상을 받으며 시작한 2002년의 좋은 기운이 칸 영화제까지 이어진 것 같다”며 웃었다. 신군부의 언론사 강제 통폐합으로 동아방송이 마지막 방송을 한 1980년 11월 30일 임 감독은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1934∼2008)과의 추억도 많다. “흥이 많으셨던 회장님은 판소리에 대한 애정이 깊으셨어요. 서편제를 만들 때 판소리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관심을 가져주셨지요. 큰 힘이 됐습니다.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과정 1기를 회장님과 함께 다니기도 했답니다.” 임 감독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현관문 앞에 놓인 동아일보를 직접 챙겨와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40년 넘게 동아일보를 구독하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 기사 두루두루 다 봅니다. 아내는 문화 국제 뉴스를 주로 읽어요. 오후에는 손자 지우와 놀고요.(웃음) 매일 신문을 봐서 세상 돌아가는 걸 알지요.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며칠 집을 비울 때면 이웃이 동아일보를 모았다가 전해준다. 임 감독이 신문을 열심히 본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안 읽은 신문은 다 챙겨 봐요. 종이에 인쇄된 글씨를 읽는 걸 즐깁니다. 책을 살 때도 서점에 가서 손으로 책을 집어 들고 이리 저리 살펴본 다음에 구입해요. 그게 재미니까요. 신문, 책처럼 종이가 지닌 특유의 촉감을 좋아합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우는 임 감독이 신문, 책을 볼 때면 “할아버지 공부하고 계세요”라고 다른 가족에게 말한다. 동아일보에 보도된 임 감독 관련 기사는 모두 스크랩돼 있다. “여러 신문에 난 기사를 모았는데 동아일보 기사가 진짜 많아요. 동아일보는 영화 사랑이 유별나게 컸다고 할까요.”(웃음) 신문 기사를 비롯해 임 감독이 받은 트로피, 상, 자료 등은 모두 동서대 임권택영화박물관에 있다. 그는 동서대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 석좌교수다. “동아일보는 굵은 물줄기를 이루며 굽이굽이 살아온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신문입니다. 그런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용인=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5학년 새 학기, 선생님은 ‘자율 대청소’를 시킨다. 아이들은 청소하기 쉬운 곳만 하려 하고 몇몇은 학원 수업이 있다며 가버린다. 자율 대청소를 폐지한 선생님이 제안한 건 리코더 합주. 가린이네 모둠은 연주가 계속 틀려 남아서 연습을 하게 된다. 나머지 공부라니. 1등 가린이에게는 치욕이다. 공부 시간을 뺏기는 것도 싫다. 한데 짝인 준기는 리코더를 가져오지 않고 플루트 영재 형갑이는 연주를 잘 못하는 친구들에게 짜증을 내는데…. 친구에게 관심이 없던 가린이가 리코더 합주를 계기로 한 명 한 명과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렸다. 준기가 리코더를 마련하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되자 리코더 살 돈을 빌려주는 등 친구들을 챙기게 된 가린이. 비로소 사람과의 관계, 삶의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 본다. 아이들의 행동과 심리를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에 빠져든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CJ ENM은 세계인이 즐기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를 만든 미국 제작사 스카이댄스와 올해 2월 공동 제작 및 투자 제휴를 맺었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나선 것. 스튜디오드래곤의 콘텐츠 일부도 넷플릭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콘텐츠 포맷 수출도 활발하다. 2016년 한국 예능 포맷으로는 처음 미국에 판매한 ‘꽃보다 할배’는 ‘Better Late Than Never’란 제목으로 미국 NBC의 프라임 타임에 편성돼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꽃보다 할배’ 포맷은 이탈리아 터키 이스라엘 프랑스 등 10개국에 수출됐다. 다음 달에는 네덜란드 지상파 채널 RTL4에서 ‘네덜란드판 꽃보다 할배’ 시즌2가 첫 방송된다.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 포맷도 태국 인도네시아 불가리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루마니아 캄보디아 슬로바키아에 수출돼 사랑받고 있다. 올해 말에는 미국 FOX에서 ‘미국판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처음 방송될 예정이다.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터키에서 현지 감독과 배우를 기용해 현지 언어로 제작한 영화는 40편이 넘는다. 특히 영화 ‘기생충’이 이룬 성과를 발판으로 할리우드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재 ‘오로라(Aurora)’, ‘하우스메이드(The Housemaid)’ 등 1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CJ ENM은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시청할 수 있는 한류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 ‘tvN Asia’와 한국 영화를 24시간 방영하는 채널 ‘tvN Movies’도 운영하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비틀스 멤버로 손주 8명을 둔 폴 매카트니(78)가 그림책을 냈다. 그가 만든 명곡 ‘헤이 주드’를 연상시키는 제목의 이 책은 한 손주가 “그랜주드(grandude·‘할아버지’의 친근한 표현)”라고 부르자 영감을 얻어 쓰게 됐다. 비 오는 주말 루시, 톰, 엠, 밥이 심심해하자 할아버지는 나침반을 문지른다. 놀랍게도 해변이 펼쳐진다. 거대한 날치를 타고 파도 위를 날다 모래사장에서 한숨 돌릴 무렵, 발가락을 꼬집는 게들이 몰려온다. 할아버지가 다시 나침반을 문지르자 황야에서 카우보이를 만난다. 신나게 놀다 위기의 순간 또 다른 세계로 깜짝 이동하는 마법이 생기 넘치는 그림과 어우러진다. 최고의 마법은 놀고 난 뒤 이도 닦여 있고 얼굴도 씻겨져 잠만 자면 되는 게 아닐까. 책을 만드는 중간에 이를 본 손주들이 “마음에 든다”고 해 매카트니는 큰 힘을 얻었다고 한다. 세계적 전설도 손주 앞에선 사랑만 주고 싶은 할아버지가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스탐’ 12권 언제 나오나요? 10분마다 (출판사인) 비룡소 홈페이지를 확인해요.” “벌써 완결된다니 슬퍼서 가슴이 아릿해요. ‘스탐’은 12년도 안 되는 내 인생의 최애작이에요.” ‘스무고개탐정’ 시리즈 마지막인 12권이 이달 초 출간되기 전 허교범 작가(35)의 블로그에 쏟아진 글이다. 12권이 나온 후 팬 카페 ‘스무고개탐정과 동료들’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에 ‘스포’ 표기를 하지 않으면 즉각 삭제하겠다”는 공지가 떴다. 어린이들을 한껏 달뜨게 만든 ‘스무고개탐정’ 시리즈를 완간한 허 작가를 14일 서울 강남구 비룡소 사옥에서 만났다. 스무 개 질문을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스무고개탐정이 친구들과 함께 활약하는 이 시리즈는 2013년 출간된 후 7년간 누적 판매량 35만 권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허 작가는 “시리즈를 완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힘겨워하던 과거의 내가 받을 칭찬을 대신 받는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강원 홍천군이 고향인 그는 이야기를 좋아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작가를 꿈꿨다. 사회 시스템과 갈등을 공부하면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 서울대 사회학과에 진학했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에는 졸업하지 않겠다며 학교를 10년이나 다녔다. “작가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 나서 많이 방황했어요. 몸무게도 20kg이나 늘었고요. 아들 셋 중 장남인데 서른이 다가오니 생계가 고민되긴 했어요.” 그래도 쓰고 또 썼다. 20대 막바지인 2013년, 비룡소에서 주최한 제1회 스토리킹 공모전에 ‘스무고개탐정과 마술사’가 당선되며 마침내 작가가 됐다. 당시 처음 도입한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의 압도적인 지지로 1등이 됐다.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인 스무고개탐정, 말썽을 일으키지만 마음 여린 문양이와 정보통 명규, 야무진 다희, 카드마술이 특기인 마술사가 단서를 하나하나 추론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데 어린이들은 열광했다. 그렇게 시리즈가 시작됐다. “전체 이야기를 담은 지도를 그려 놓진 않았어요. 제 속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따라갔죠. 범인을 정하지 않은 채 쓴 적도 있어요.” 다 쓴 뒤 논리적으로 안 맞는 내용을 수정했다. ‘스무고개탐정’은 몰래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를 밝혀내는 등 실제 있을 법한 일이 실감 나게 펼쳐지고 산속 보물을 찾아 나서는 모험도 한다. 학원, 공부에 짓눌린 아이들에게 짜릿한 판타지를 선사하며 단숨에 읽게 만든다. 독자들은 ‘스탐’ 팬픽(좋아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창작한 소설)도 활발하게 써서 올린다.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스무고개탐정의 진짜 이름이다. “이름을 부르면 스무고개탐정의 이미지가 망가질까 봐 밝힐 수 없어요. 아주 여성적인 이름이라는 것만 알려드릴게요.”(웃음) 그는 손꼽히는 인기 강사로, 학교와 도서관에서 초청하고 싶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수입은 대기업에 다니는 또래와 비슷하다. 그는 “전업 작가로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큰 행운을 누리게 돼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청소년 판타지 소설과 추리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두 시리즈 다 올해 말이나 내년에 출간하는 것이 목표다.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단편도 쓰고 있다. “매일 아침 원고지 15장을 씁니다. 일의 여백을 두려 해요. 소진되는 게 두렵거든요.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꾼’, 그게 최고의 칭찬일 거예요. 어린이들이 책이라는 세계에서 헤엄치며 노는 재미를 맛봤으면 좋겠어요. 제 책이 더 큰 책의 세계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겁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심심해 마을’에 사는 아이는 너무 지루해 마법이 일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어느 날 ‘마법의 방방’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위험하고 마법은 없다고 외면하지만 아이는 방방에 올라가 뛰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이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마을이 한눈에 보이더니 어느새 고래와 펭귄, 가오리를 만난다. 달토끼들과 방방이 가득한 달나라까지 간다. 다시 구름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아이. 물방울과 함께 미끄러지듯 방방에 착지한다. 아이의 짜릿한 모험에 생동감 넘치는 그림이 어우러져 붕붕 뜨는 기분이 느껴진다. 구름을 뚫고 날아간 아이의 두 발만 오른쪽 위 귀퉁이에 보인다. 책장을 한 장 더 넘기면 저 아래 조그맣게 보이는 방방이 있고, 구름 위로 높이 올라 함성을 지르는 아이의 얼굴이 나온다. 가슴이 탁 트인다. 환상의 세계를 누비는 아이의 통통 튀는 에너지를 한가득 머금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아이는 그림을 그릴 때면 너무 좋아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하아, 하아” 하고 숨이 가빠질 정도로 설렜다. “하고 싶은 건 뭐든 다 해 보렴.” 엄마는 기분 좋은 흥분에 들뜬 아이를 늘 응원했다. 딸 셋 중 막내인 아이는 인형도 무척이나 사랑했다. 아빠는 아이와 함께 인형을 만들고, 망치로 나무판을 뚝딱뚝딱 두드려 강아지 집, 벤치를 완성해 냈다. 그럴 때마다 마법을 보는 듯 황홀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49)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구름빵’, ‘장수탕 선녀님’, ‘달 샤베트’, ‘나는 개다’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사랑을 받는 백 작가는 창작의 원천에 대해 “내 안에 어린아이가 있다”고 말한다. ‘구름빵’에 나오는 고양이 남매의 다정하고 유쾌한 엄마 아빠는 백 작가 부모님의 실제 모습이다. 행복한 기억을 간직한 아이가 가슴속에 자리 잡아 영감의 샘물을 길어 올리는 것이다. 몽환적이고 웃음을 쿡쿡 자아내며 따스함을 전하는 작품들은 그렇게 나올 수 있었다. 현재 방송 중인 SBS 인기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는 좋은 어른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지 정면으로 묻는다. 외로운 고등학생 은호는 이웃집 여성 형사 영진과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면서 단단한 사람이 되길 꿈꾼다. 악담을 퍼붓던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보육원에서 자란 상호는 사업가로 성공하지만 저주 같은 악담 속 인물이 돼 버렸다. 그에겐 온기를 지닌 손을 내미는 어른이 없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좋은 어른을 만났다면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을까. 보다 나은 양육법, 더 뛰어난 교육 시스템과 환경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개학’이라는 지금껏 가지 못한 길을 가고 있는 데다 하루 종일 집에 머무는 아이들을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뭘까. 그건 자신을 사랑해 주고 지지해 주는 어른이 아닐까. 아이 곁에 좋은 어른이 있는 것만큼 좋은 환경은 없다. 가장 훌륭한 교육은 롤 모델이 되는 어른의 존재 그 자체일 것이다. 백 작가는 일상을 아이의 눈으로 찬찬히 바라보며 소재를 찾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품 속 인물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맑고 유쾌하다. 그가 작품이라는 꽃들을 피워낼 수 있었던 씨앗은 엄마 아빠가 심어준 셈이다. 백 작가는 ‘구름빵’ 저작권 소송에서 패소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년 봄마다 새 작품을 발표해 왔지만 올해는 이를 못 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마음속 행복한 아이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훨씬 크니까. 그는 다시 일어나 위로와 웃음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문득 생각해 본다. 지금 아이들이 훗날 어른이 됐을 때 그들의 마음에는 어떤 아이가 자리 잡게 될까. 아이들에게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떤 어른일까.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코로나 이후 시대는 비대면, 디지털 문화가 급속도로 확장되며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거라고 하죠. 미래 모습을 예측하고 필요한 콘텐츠를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송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59)은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송 원장은 KBS 아나운서,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대통령비서실 대변인(노무현 정부), 성균관대 초빙교수 등을 지내며 미디어·콘텐츠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경기 부천시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7일 송 원장을 만났다. 2001년 설립된 경기콘텐츠진흥원은 게임 영화 음악 출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콘텐츠 산업을 지원한다. 올해는 창업 지원에 150억 원, 영화 음악 출판 등에 150억 원, 미래 콘텐츠에 120억 원 등 모두 420억 원을 투입한다. 송 원장은 “교육부터 창업, 기업 지원까지 콘텐츠를 둘러싼 모든 과정을 다루게 되니 어깨가 무거우면서도 짜릿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경기콘진원은 1인 크리에이터 지원 관련 노하우가 탄탄하게 축적돼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나리오 개발, 인디 음악인 발굴 등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풀뿌리를 육성하는 데 특히 강하다는 것.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프리랜서 창작자들을 긴급 지원하고, 활기를 불어넣는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는 VR AR 등 미래 콘텐츠가 일상에 어떤 방식으로 녹아들어 활용될지에 관심이 많다. “올해 10월 경기도와 함께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를 거리 등 실생활 공간에서 열 예정입니다. 실내에서 기술을 시연하는 기존 컨벤션 형식이 아니죠. 달라지는 삶의 방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거든요.” 경기콘진원 직원은 100명이 조금 넘는다. 그는 취임 후 지금까지 80명 가까운 직원들과 한 명씩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맡고 있는 업무, 콘텐츠 정책에 대한 의견을 두루 들었어요. 콘텐츠는 사람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사람이 성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인생의 선배로서 직원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함께 채우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는 사회생활을 시작할 당시,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할 거라 생각했는데 운명처럼 참 많은 경험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좋은 콘텐츠는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이야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힘이 있어요. 더 새롭고 실험적이면서도 좋은 콘텐츠가 탄생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그동안 쌓은 경험과 역량을 쏟아부을 겁니다.”부천=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초등학교 2학년 준이는 일곱 살 동생 현이와 함께 할아버지 뒤를 살금살금 밟는다. 수염도 안 깎던 할아버지가 매일 면도하고 양복을 입은 채 외출하시는 게 영 수상하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가 생긴 걸까? 꼬마 탐정 준이는 세 번의 시도 끝에 할아버지가 꽃바구니를 미용실 아주머니에게 전하는 현장을 확인한다! 할아버지를 뒤쫓다 다리가 아프다고 주저앉는 현이, 탐정을 자처하며 으쓱해하는 준이의 모습이 천진하다. 지하철을 타고 물건을 배달하는 할아버지를 가슴 콩닥거리며 몰래 쫓는 둘의 추격전은 흥미진진하다. 할머니를 위하는 준이의 마음, 할머니와 준이 현이에게 사탕과 과자를 사주고 싶어 일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따뜻하게 와 닿는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금세 빨려 들어가게 된다. 뜻밖의 반전은 훈훈함을 더한다. 제41회 샘터동화상 당선작.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야간 관광을 즐기기에 좋은 100곳이 꼽혔다. 한국관광공사는 전문가 선정위원회를 꾸려 야간 관광 매력도와 접근성, 치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야간 관광 100선’을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지역별로 △서울 덕수궁 돌담길, 반포한강공원 △부산 달맞이언덕 문탠로드, 송도해상케이블카 △대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수성못 △인천 강화문화재 야행, 송도센트럴파크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월봉서원 △대전 대동하늘공원, 달빛 품은 계족산 낭만산책 △울산 시티투어 생태탐방, 대왕암공원 등이 선정됐다. △경기 수원시 화성행궁 야간 개장, 고양시 행주산성 △강원 영월군 별마로천문대, 강릉시 안목해변 △충남 서산해미읍성, 부여군 궁남지 △충북 충주시 중앙탑 일원, 단양군 단양강 잔도 △전남 여수 해상케이블카 △전북 전주 문화재 야행 △경남 통영밤바다 야경 투어, 저도 콰이강의 다리 스카이워크 △경북 경주 동궁과 월지, 안동 월영야행 △제주 라이트 아트 페스타, 새연교도 있다. ‘야간 관광 100선’은 관광공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홍준호)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김종구), 한국기자협회(회장 김동훈)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64회 신문의 날 기념행사가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홍준호 신문협회장은 “각종 권력으로부터 언론을, 가짜 뉴스로부터 진짜 뉴스를 지키기 위해 외부 압력과 간섭을 배격하며 진실 보도라는 언론 본연의 가치를 생명줄로 여겨야 한다”며 “뉴미디어와 신기술을 활용하면 새로운 중흥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은 자기 수준만큼의 언론을 갖는다”며 “포털은 이용자가 각 신문의 독자로 전환되도록 정책의 대전환을 단행해야 하고 시행 1년이 넘은 정부광고법의 왜곡과 변질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규모가 축소돼 열렸다. 손현덕 신문협회 부회장, 이영만 한국신문상 심사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신문협회는 이날 신문의 날 표어 및 한국신문상 시상식도 함께 진행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고흐의 ‘아를에 있는 반 고흐의 방’ 그림 속 창문 밖에 북극곰이 천연덕스럽게 코를 붙이고 방 안을 들여다본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에서는 짚을 가득 실은 수레 뒤에 북극곰이 고개를 삐죽 내민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의 작품에 숨은 북극곰을 찾아보자. 조각가 프랑수아 퐁퐁이 돌로 만든 높이 1.6m, 길이 2.5m의 이 북극곰은 실제 오르세 미술관에 있다.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등의 유명 작품 44점을 찬찬히 감상하며 숨은그림찾기 하듯 북극곰을 발견하는 재미가 짜릿하다. 조각품인 로댕의 ‘지옥의 문’에도 북극곰이 있다. 의외의 지점에 꼭꼭 숨어 웃음을 자아낸다. 자연스레 작품들을 구석구석 살피게 된다. 북극곰과 놀다 보면 명작이 어느 새 머리와 가슴속에 살포시 자리 잡는다. 시리즈는 2, 3권까지 있다. ‘이집트 하마가 숨어 있는 루브르 박물관’도 나왔다. 각 2만500원.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남편의 남동생이나 여동생이 본인보다 나이가 어릴 경우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대신 ‘○○ 씨’라고 이름을 불러도 된다는 제안이 나왔다. 자녀가 있다면 ‘○○(자녀 이름) 고모·삼촌’으로 부를 수도 있다. 국립국어원은 언어 예절 안내서인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를 펴냈다고 2일 밝혔다. 배우자의 남동생이나 여동생이 본인보다 나이가 많으면 ‘동생님’으로 부를 수 있다. 남편의 누나가 본인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 ‘누님’이라고 하거나 ‘○○(자녀 이름) 고모’라고 해도 된다. 남편의 형이 자신보다 나이가 적다면 결혼 전에는 ‘○○(자녀 이름) 큰삼촌’, 결혼 후에는 ‘○○(〃) 큰아버지’로 부른다. ‘형님’이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내의 남동생이 나이가 더 많으면 ‘처남님’, 여동생은 ‘처제님’으로 ‘님’을 붙이면 된다. 여동생의 남편이 본인보다 나이가 많으면 ‘매부님’, ‘매제님’으로 부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나이와 서열이 역전된 경우 ‘동서님’, ‘조카님’이라고 하면 된다. 형의 아내는 ‘형수님’으로 불러야 하지만 본인보다 나이가 어리고 서로 양해가 되었다면 ‘형수’로 부르는 것도 가능하다. 오빠의 아내 역시 ‘언니’ ‘새언니’ ‘올케언니’로 불러야 하지만 나이가 어리면 ‘올케’로 부를 수 있다. 소강춘 국립국어원장은 “안내서가 획일적인 호칭이나 남녀 차별적인 표현으로 인한 불편을 줄여 편하게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럴 줄은 몰랐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의 탄식이다. 단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대구에서 공연한 후 자가 격리 기간에 일본 여행을 하고 외부 강의를 했다는 사실에 강 단장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다른 단원과 직원들도 “문화 기사가 아닌 사회 기사로 국민적 주목을 받게 돼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일본 여행을 가 국립발레단 창단 후 처음으로 해고 처분을 받은 나대한은 3월 27일 재심을 청구했다. 4월 10일 이내에 재심이 열릴 예정이지만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낮아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대한은 군무를 추는 ‘코르 드 발레’다. 특강을 해 각각 정직 3개월, 1개월 징계를 받은 김희현 솔리스트와 이재우 수석무용수는 재심을 청구하지 않았다. 강 단장은 “군무 없이 주연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단합을 중시하기로 유명하다. 그 자신이 작은 일이라도 정해진 규칙은 반드시 지키는 성격이어서 단원들도 ‘당연히’ 그럴 것으로 믿었다고 한다. 국립예술단원의 외부 활동도 도마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등 산하 17개 기관 및 예술단체를 대상으로 2018, 2019년 외부 활동 파악에 나섰다. 현재 자료를 받고 있고 문제가 심각할 경우 현장 조사를 할 예정이다. 외부 활동 규정은 예술단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단장 및 기관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부가 수입을 올리고 퇴직 후를 대비해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 소속 단체를 알리고 예술 역량을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도 있어 적정 수준의 외부 활동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창작 활동은 장려하되 영리 목적의 활동은 횟수를 제한하는 식으로 규정을 보다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발레단 사태는 국립예술단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만들었다. 매년 단원을 뽑는 곳도 있지만 몇 년에 한 번 소수를 뽑는 곳도 많아 국립예술단원이 되려면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입단은 최고 기량을 갖췄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월급을 받으며 예술에 전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급여는 단체마다 다르지만 대기업에는 한참 못 미친다. 국립발레단원은 40세 전후에 은퇴하고 연금이 없지만 장르에 따라 정년을 채우고 공무원 연금을 받는 곳도 있다. 한 국립예술단 합격자는 “꿈의 직장에 들어가게 됐다”며 벅찬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받는 국립예술단은 수준 높은 작품을 무대에 많이 올려 존재의 필요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관객층이 얕아 공연을 자주 할 수 없다”는 말 대신 참신한 시도를 통해 관객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 에이스들이 모인 단체들 아닌가.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지면 단원들은 자연스레 외부보다 예술단에 집중하게 된다. ‘국립’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무게를 지닌 무대를 지금보다 더 자주 보고 싶다.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지독하게 달라붙어 삶을 짓누르는 우울증.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자신의 우울증을 ‘블랙독’이라고 표현했고, 이후 블랙독은 우울증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온 저자는 블랙독을 검은색 반려견으로 설정해 자신의 경험을 흑백 그림과 글로 풀어낸다. ‘내’가 세 살 때 물기 시작했고 사춘기에 접어들자 미친 듯이 날뛰어 온몸을 상처투성이로 만든 블랙독. 전문가에게 블랙독을 통제하는 기술을 배워 효과를 보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우울증으로 인한 고통과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사나운 개와 함께 사는 삶으로 절묘하게 비유해 같은 경험을 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블랙독을 길들이며 사는 법을 익혔고 모두 자신만의 블랙독이 있음을 깨달았기에 두렵지도, 부끄럽지도 않다는 고백을 통해 우울증과 싸우는 이들의 손을 맞잡아 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여전히 예배를 열겠다는 교회가 적지 않아 걱정”이라며 개신교가 이번 주말 예배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경기) 성남의 한 교회와 대구 요양병원의 집단 감염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 모두가 안타까웠을 것이다. 그런 일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종교 집회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하고 있는 조치를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박 시장과 이 지사는 밀집 예배 등 종교 집회를 제한하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밝힌 바 있다. 불교계는 법회 중단을 연장했다. 2월 20일부터 한 달간 전국 사찰에서 법회를 중단키로 한 대한불교조계종은 “4월 5일까지 전국 사찰의 법회와 대중이 참여하는 행사를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천주교는 서울대교구와 인천, 대전, 수원 등 7개 교구가 4월 2일부터 미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광주대교구는 4월 3일부터 미사를 다시 시작한다.한상준 alwaysj@donga.com·손효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