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16일(현지 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알약 치료제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보건 당국의 승인이 떨어지면 코로나19 환자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먹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된다. 겨울철을 맞아 코로나19 대응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치료 방법이 매우 시급하다. 우리는 이 치료제를 환자들의 손에 쥐여주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움직이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화이자 자체 임상시험 결과 ‘팍스로비드’라는 이름의 이 치료제는 입원과 사망 비율을 89%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CNBC방송은 “만일 이 약이 FDA 승인을 받으면 고위험군 환자들이 감염됐을 경우 병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약을 복용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와의 싸움에 대변혁이 일어날 것”이라며 “의료 체계의 부담을 줄여주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달 4일 영국도 제약회사 머크앤컴퍼니(MSD)가 개발한 먹는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사용을 최초로 승인한 바 있다. 지금까지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어온 각국 정부는 이제 알약 치료제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1000만 명분을 구매하기로 하고 이를 곧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화이자는 이날 유엔이 지원하는 단체 ‘국제 의약 특허풀’(MPP)과의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중저소득 국가 95개국에 이 치료제의 복제약 제조를 허용하기로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아직 매출 실적이 없는 미국 전기차 기업 리비안이 독일의 폭스바겐마저 넘어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3위 자동차기업 자리에 올랐다. 증시로 투자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전기차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생기는 현상이지만 ‘전기차 버블’이 증시에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16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리비안의 주가는 15.16% 급등한 172.01달러에 마감했다. 10일 공모가 78달러에 나스닥에 상장한 리비안은 첫날부터 주가가 30% 가까이 폭등하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시가총액을 단숨에 앞질렀다. 리비안은 이후에도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 16일에는 시총이 1467억 달러로 부풀면서 독일의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1373억 달러)마저 제쳤다. 상장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테슬라(1조400억 달러)와 일본 도요타(3062억 달러)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기업 중 3위의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리비안은 2009년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인 로버트 스캐린지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했다. 그동안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을 인정받은 리비안은 아마존과 포드로부터 각각 20%, 12%의 지분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제2의 테슬라’로 기대를 모았다. 최근 전기차 픽업트럭을 출시한 리비안은 곧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선보이면서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중국으로도 생산 거점을 늘려나간다는 목표다. 특히 아마존이 향후 자사의 배달 차량을 대거 리비안의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라서 기업가치가 더욱 뛰어오르고 있다. 하지만 리비안은 설립 12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전기차 배송 실적이 150여 대에 불과해 보여준 실적만으로는 ‘신생 회사’와 다름이 없다. 이 때문에 공식적인 매출 실적은 ‘제로’(0)에 가깝고 연간 손실 규모는 수십 억 달러에 이른다. 이처럼 아직까지는 적자만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는 데도 시장은 전기차 산업에 대한 순전한 기대감 때문에 리비안에 환호하고 있다. CNN방송은 “10년 전 테슬라에 대한 투자 기회를 놓쳤던 투자자들이 또 다른 전기차 개척자(리비안)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리비안의 주가가 5일 연속 급등하면서 폭스바겐을 제쳤다”며 “리비안은 매출이 ‘제로’인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됐다”고 보도했다. 요즘 월가에서는 ‘전기차’라는 단어만 연관되면 바로 시장이 과열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 파산 위기에 처했던 렌터카 업체 허츠는 지난달 전기차를 대량 주문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고, 지난주엔 속옷업체 네이키드브랜드가 전기차업체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매수 주문이 폭주했다. 이날 전기차 업계의 또다른 ‘샛별’인 루시드 역시 주가가 24% 폭등해 주당 55달러를 돌파했다. 이로써 루시드의 시총도 899억 달러로 치솟으면서 미국 자동차기업 포드(791억 달러)를 제쳤고 이젠 제너럴모터스(GM·909억 달러)마저 넘보는 위치가 됐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 산업 라이벌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를 견제하기 위해 일부러 리비안을 띄우고 있는 것도 전기차 주식에 대한 투자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렇다할 실적이 없는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치솟으면서 시장에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자산운용사 밀러 타박의 매슈 메일리 시장전략가는 최근 전기차 업계의 주가를 놓고 “시장에 거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등 ‘정권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평가는 올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의 난맥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을 고비로 점차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치솟는 밥상 물가 등 경제 문제가 국민들의 삶에 충격을 주면서 바이든 정권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 출범한 지 1년도 안 된 바이든 행정부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집권 민주당 내에서는 2024년 차기 대선 주자로 누가 나설지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급박해진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난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지만 한번 돌아선 민심을 붙잡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은 이달 7∼10일 미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1%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여러 항목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 문제가 바이든 정권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70%에 이르는 응답자는 경제에 대해 비관하고 있다고 답했고, 절반가량(48%)은 인플레의 책임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고 봤다. 바이든의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39%에 불과했다. 부정 평가는 55%로 절반을 넘었다. WP는 “경제를 낙관하고 인플레 위험을 대단치 않게 생각했던 백악관은 물가 상승 우려가 전국적으로 커지면서 점점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백악관은 인플레를 바로 해결할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美국민 절반 “바이든, 인플레 책임”… 물가급등에 돌아서는 민심 바이든 정권 흔드는 인플레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관론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하버드대와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의 지난달 말 조사에서는 57%에 이르는 유권자가 “미국 경제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했고, 역시 같은 57%가 미국 경제가 약한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지난달 중순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여론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62%가 최근 인플레이션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최소 어느 정도 이상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정치권에서도 최근 경제 상황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화살을 쏟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제로 금리’와 함께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재정 지출을 해온 결과가 결국 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경기 회복이란 명분을 내세워 지나친 ‘돈 풀기’를 고집한 것이 ‘인플레이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이런 우려는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재정지출을 반대해 온 중도 성향 조 맨친 상원의원은 최근 트윗에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의 위협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식료품점에서 주유소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 세금’이 실제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저금리 정책으로 증시와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면서 고소득층 자산은 크게 불어난 반면, 서민들은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빈부격차만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공급망 위기, 이상 기후, 에너지대란 등 물가를 자극할 요인들이 안 그래도 잔뜩 쌓여 있었는데, 처음부터 너무 미지근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물가 급등 조짐이 보이던 올봄만 해도 “인플레는 경제 재가동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전문가들의 우려를 일축해 왔다. 하지만 이달 10일 물가상승률이 6%를 넘었다는 발표가 나오자 그제야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 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은 나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하는 등 뒤늦게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경제 문제는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정권에 가하는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선거분석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는 12일 ‘미국인 대부분은 인플레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지금의 인플레는) 바이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통해 “물가 상승은 그 효과가 너무 즉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유권자의 정치적 견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심 이반에 놀란 바이든 행정부는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4일 NBC 등에 출연해 최근 물가 상황을 두고 “맥락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했을 때부터 우리 경제는 전면적 위기 상태였다”고 했다. 최근의 경제난을 두고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날 CBS방송에서 “이는 팬데믹에 달렸다. 인플레를 내려가게 하고 싶다면 팬데믹 대응에서 진전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인플레는 팬데믹에 따른 현상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초반부터 고전을 거듭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2024년 대선 ‘잠룡’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WP는 민주당 차기 주자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시선이 이미 ‘포스트 바이든’으로 향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여당 내의 이런 현상은 인플레에 발목이 잡힌 바이든 행정부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향후 국정 동력을 더 약화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폴리티코 역시 이런 상황을 다루면서 여권 인사 등을 인용해 “(정치판의) 체스 게임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등 ‘정권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평가는 올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의 난맥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을 고비로 점차 악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치솟는 밥상 물가 등 경제 문제가 국민들의 삶에 충격을 주면서 바이든 정권에 직격타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집권 민주당 내에서는 2024년 차기 대선 주자가 누가 될지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급박해진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난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지만, 한 번 돌아선 민심을 붙잡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은 이달 7~10일 미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1%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여러 항목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 문제가 바이든 정권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70%에 이르는 응답자는 경제에 대해 비관하고 있다고 답했고, 절반 가량(48%)은 인플레이션의 책임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고 봤다. 바이든의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39%에 불과했고 부정 평가는 55%로 절반을 넘었다. WP는 “경제를 낙관하고 인플레 위험을 대단치 않게 생각했던 백악관은 물가상승 우려가 전국적으로 커지면서 점점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백악관은 인플레를 바로 해결할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관론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 하버드대-해리스 조사에서는 57%에 이르는 유권자가 “미국 경제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했고, 역시 같은 57%가 미국 경제가 약한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지난달 중순에 실시된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여론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62%가 최근 인플레이션에 바이든 행정부가 최소 어느 정도 이상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정치권에서도 최근 경제 상황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제로 금리’와 함께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재정 지출을 해온 결과가 물가급등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경기 회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나친 ‘돈 풀기’를 고집한 것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이런 우려는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재정지출을 반대해 온 중도 성향의 조 맨친 상원의원은 최근 트윗에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의 위협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면서 “식료품점에서 주유소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 세금’이 실제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저금리 정책으로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며 고소득층은 자산이 크게 불어난 반면, 서민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빈부격차만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공급망 위기, 이상기후, 에너지대란 등 물가를 자극할 요인들이 안그래도 잔뜩 쌓여있었지만, 처음부터 너무 미지근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물가급등 조짐이 보이던 올 봄만 해도 “인플레이션은 경제 재가동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전문가들의 우려를 일축해 왔다. 하지만 10일 물가상승률이 6%를 넘었다는 발표가 나오자 그제서야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은 나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하는 등 뒤늦게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경제 문제는 국민들의 실제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정권에 주는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선거분석 기관 ‘파이브서티에잇’은 12일 ‘미국인 대부분은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바이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통해 “물가 상승은 그 효과가 너무 즉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유권자의 정치적 견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심 이반에 놀란 바이든 행정부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4일 NBC 등에 출연해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 “맥락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했을 때부터 우리 경제는 전면적인 위기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경제난을 두고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탓을 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날 CBS방송에서 “이는 팬데믹에 달렸다. 인플레이션을 내려가게 하고 싶다면 팬데믹 대응에 진전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인플레이션은 팬데믹에 따른 현상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초반부터 고전을 거듭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2024년 대선의 ‘잠룡’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WP는 민주당의 차기 주자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시선이 이미 ‘포스트 바이든’으로 향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여당 내의 이런 현상은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힌 바이든 행정부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향후 국정 동력을 더 약화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폴리티코 역시 이런 상황을 다루면서 여권 인사 등을 인용해 “(정치판의) 체스 게임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남서부 쓰촨성 청두 공장에서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생산을 늘리려던 자국 반도체 업체 인텔의 계획을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중단시켰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 미국 최첨단 기술의 중국 이전을 봉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텔은 13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과 유럽 내 새로운 웨이퍼 제조 공장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중국 생산 확대 계획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우리는 반도체 수요에 부응하는 데 도움이 될 다른 해법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인텔과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는 공동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며 정부 방침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관리들은 인텔의 중국 생산 확대 계획을 인지하자마자 강하게 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인권을 침해하고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최신 역량을 개발하는 것에 미국의 기술, 노하우, 투자를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투자나 생산이 늘어나면서 기술 유출 및 이전 가능성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미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심사하는 장치를 고려 중이며 이를 동맹국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이 중국 반도체 업계에 대폭 투자하고 있는 것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 역시 담긴 것으로 보인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2017∼2020년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58건의 투자 합의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이전 4년간 중국 반도체에 대한 투자 건수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이 가시화하자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 또한 미국 의회에서 추진 중인 중국 견제 법안을 저지해달라고 미국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대사관이 최근 들어 미국혁신경쟁법(USICA) 등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원하는 내용의 반(反)중국 법안들이 의회 내에서 수정 또는 폐기되도록 힘써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미국 기업 및 경제단체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달 초 서한에서 중국대사관 측은 “미국 의원들이 제로섬 사고방식과 이념적 편견을 버리도록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특히 해당 법안 통과를 막지 못하면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일종의 협박성 메시지도 담겼다. 중국대사관 측은 “중국 관련 법안의 결과로 모두가 다칠 것”이라며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 촉진은 중국 내에서 미국 상품의 수요를 줄이고 미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 및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버클리 지역의 방 4개짜리 주택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425만 달러(약 50억 원)에 팔렸다. 원래 275만 달러에 매물로 나왔는데 매도인이 제시한 것보다 150만 달러 높은 값에 거래됐다. 집주인이 주택을 시장에 내놓자마자 집을 사려는 사람들 사이에 ‘입찰 경쟁’이 벌어졌고 결국 열흘 만에 계약이 성사됐다. 이 집 중개인은 CBS방송에 “지금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은 상황이라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다. 공급망 위기와 구인난, 인플레이션 등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자산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부동산의 경우 매도자 ‘절대 우위’ 시장으로 재편돼 집값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매수 경쟁이 치열해 집주인이 처음 부른 값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증권시장에서는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의 ‘돈 풀기’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데다 신산업 발달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새 기업이 나타날 때마다 자금을 쓸어가다시피 하고 있다.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뛰면서 시장에서는 버블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그린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애셋 창업자는 최근 트윗을 통해 “1920년대보다 투기가 더 많고 1990년대보다 주가가 과대평가돼 있다”고 했다. 현재 주식시장이 1929년 경제 대공황 직전이나 1990년대 말 닷컴버블 당시보다 거품이 더 많이 끼어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버블 논란에 빠진 미국의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이 갑작스러운 조정을 겪게 되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가격이 오르다 못해 매물을 찾기 힘들 정도다. 전미부동산협회(NAR)의 11일(현지 시간) 발표에 따르면 최근 주택이 시장에 새로 나온 뒤부터 팔리기까지 걸린 기간은 일주일에 불과했다. 관련 지표를 집계한 1989년 이후 가장 짧은 기간이다. 신규 매물은 대개 짧아도 3주, 길게는 10주 이상 머물렀다가 팔렸다. 특히 주택 매도자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먼저 제시한 가격의 100%를 매수자에게서 받았고 35%는 그보다 높은 값에 집을 팔았다. 보통은 집을 파는 사람이 제시한 가격이나 그보다 다소 낮은 가격에 계약이 이뤄지지만 주택 수급이 무너진 상태이다 보니 그동안 보지 못한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돈 너무 몰리는 美증시… 올 IPO 1361억 달러, 닷컴버블 규모 훌쩍“美 자산버블, 대공황 능가”실적 거의 없는 회사에도 투자자…전기차 업체 시총, GM-포드 추월“연준, 자산버블 재울 기회 잃어”…금리인상 선긋자 책임론 나돌아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집을 사려는 쪽은 그 어느 때보다 ‘절대 을(乙)’의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돈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해서 반드시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택담보대출 서비스업체 ‘로켓 모기지’는 11일 ‘주택 입찰에서 승리하는 법’이라는 글을 통해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내라 △집주인에게 개인적으로 편지를 보내라 △전액 현금 지불을 약속하라 등 매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팁’을 제시하기 까지 했다. 자본 시장에도 투자금이 물밀듯 쏟아지고 있다. 금융 리서치업체 르네상스캐피털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 들어 13일까지 기업공개(IPO) 건수는 380건으로 작년 전체 규모(221건)를 이미 넘어섰다. IPO 규모(수익금)도 올해 1361억 달러로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의 기록(970억 달러)을 돌파했다. 최근에도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공유오피스 위워크 등 ‘대어’는 물론이고 전통 식품업체와 바비큐 그릴 제조업체 등 그동안 자본 시장에 거리를 둬 왔던 기업들도 증시에 입성했다. IPO 건수와 규모가 많다는 건 그만큼 새로운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고 증시에 자금이 몰린다는 의미다. 지난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뉴욕 증시 주요 지수도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가 싶더니 12일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다. 자산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실적이 거의 없는 회사에도 투자자들이 모여든다. 10일 나스닥에 상장한 전기차 업체 리비안은 지금까지 차량 생산 대수가 156대에 불과해, 매출은 거의 없는 반면 분기 손실액은 10억 달러를 넘는다. 하지만 리비안은 증시 데뷔 이후 12일까지 사흘 연속 급등세를 이어간 끝에 시가총액이 1100억 달러(약 130조 원)로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추월했다. 성장 잠재력이 커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은 측면이 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퍼포먼스’가 없는데 기대감이 너무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리비안은 월가의 투자 열기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일 뿐 시장 전반에 거품이 쌓이고 있다는 경고도 쏟아진다. CNN비즈니스가 주가 추세선, 공포지수, 정크본드 수요 등 7개 시장 지표를 통해 산출하는 ‘공포 탐욕 지수’는 13일 현재 100점 만점 중 83점으로 ‘극심한 탐욕’을 가리키고 있다. 이 지표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감정인 공포와 탐욕을 양 끝에 놓고 있는데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는 공포를 느껴 모험을 꺼리게 되고, 100에 가까울수록 탐욕에 의해 과감한 투자를 하게 된다는 의미다. CNN은 최근 보도에서 “월가에는 공포심이 없다. 오직 탐욕만 있다”며 “요즘 월가 분위기는 하나의 말로 묘사될 수 있다. 그것은 도취감”이라며 경고했다. 이 같은 자산 버블 우려가 중앙은행의 실기(失機)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초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를 공식 발표하면서도 “금리 인상 신호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사실상 테이퍼링이 마무리되는 내년 중반까지는 인플레에 대응해 금리를 올릴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다 보니 6%를 훌쩍 넘는 물가상승률에도 연준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리사 샬렛 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 기준금리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차이가 60년 통계 역사상 최대로 벌어졌다”면서 “연준의 정책이 경제 펀더멘털과 단절돼 있는 것이 우려된다. 시장 버블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이슈를 대만 국민의 희망과 이익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의미 있는 대화에 나서라.”(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미국이 진정으로 대만해협 평화를 원한다면 그 어떤 대만독립 행위에도 명확하게 반대해야 한다.”(왕이 중국 외교부장) 미국 동부 시간으로 15일 저녁(한국 시간 16일 오전)에 화상으로 열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국 외교장관이 거친 기싸움을 벌였다. 정상회의를 이틀 앞두고 이뤄진 통화에서 두 장관은 대만 문제를 놓고 거칠게 맞섰다.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이 있는 날 남중국해에서 해상훈련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주목할 만한 합의의 성과물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이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회담의 목표는 경쟁이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드레일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번 회담은 구체적인 결과물을 추구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해 이 같은 보도를 뒷받침했다. 13일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왕 부장과의 통화에서 “이번 회담이 양국 간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이익이 합치되는 분야에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대만을 향한 중국의 계속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강압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이에 왕 부장은 “미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행동으로 옮기고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맞섰다. 같은 날 친강(秦剛) 주미 중국대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중국평화통일연맹 연례회의 화상 축사를 통해 “미국은 대만 문제를 갖고 끊임없이 농간을 부리고 있다”고 했다. 또 “미국이 대만으로 중국을 제압하려 한다(以臺制華·이대제화)”며 “이러면 반드시 돌로 자신의 발등을 찍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중 정상회담 논의 주제와 관련해 “우리가 우려하는 사안도 있고, 함께 협력해야 할 부문도 있을 것”이라며 “우려하는 부문에 대해선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홍콩과 신장, 티베트 등에 대한 중국의 인권 탄압과 대만 문제, 사이버 안보 등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를 거론하면서 정면 돌파를 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키 대변인은 “정상 간 업무의 목적 중 하나는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사키 대변인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면서 의미 없는 성과물을 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차를 고려할 때 회담 이후 기자회견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16, 17일 광둥성 산웨이(汕尾) 부근 남중국해 일부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예고했다.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에 맞춰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 샌프란시스코 버클리 지역의 방 4개짜리 주택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425만 달러(약 50억 원)에 팔렸다. 원래 275만 달러에 매물로 나왔는데 매도인이 제시한 것보다 150만 달러 높은 값에 거래됐다. 집주인이 주택을 시장에 내놓자마자 집을 사려는 사람들 사이에 ‘입찰 경쟁’이 벌어졌고 결국 열흘 만에 계약이 성사됐다. 이 집 중개인은 CBS방송에 “지금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은 상황이라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다. 공급망 위기와 구인난, 인플레이션 등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자산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부동산의 경우 매도자 ‘절대 우위’ 시장으로 재편돼 집값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매수 경쟁이 치열해 집주인이 처음 부른 값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증권시장에서는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의 ‘돈 풀기’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데다, 신산업 발달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새 기업이 나타날 때마다 자금을 쓸어가다시피 하고 있다.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뛰면서 시장에서는 버블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그린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애셋 창업자는 최근 트윗을 통해 “1920년대보다 투기가 더 많고, 1990년대보다 주가가 과대평가돼 있다”고 했다. 현재 주식시장이 1929년 경제 대공황 직전이나 1990년대 말 닷컴버블 당시보다 거품이 더 많이 끼어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버블 논란에 빠진 미국의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이 갑작스러운 조정을 겪게 되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가격이 오르다 못해 매물을 찾기 힘들 정도다. 전미부동산협회(NAR)의 11일(현지 시간) 발표에 따르면 최근 주택이 시장에 새로 나온 뒤부터 팔리기까지 걸린 기간은 1주일에 불과했다. 관련 지표를 집계한 1989년 이후 가장 짧은 기간이다. 신규 매물은 대개 짧아도 3주, 길게는 10주 이상 머물렀다가 팔렸다. 특히 주택 매도자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먼저 제시한 가격의 100%를 매수자에게서 받았고, 35%는 그보다 높은 값에 집을 팔았다. 보통은 집을 파는 사람이 제시한 가격이나 그보다 다소 낮은 가격에 계약이 이뤄지지만 주택 수급이 무너진 상태이다 보니 그동안 보지 못한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집을 사려는 쪽은 그 어느 때보다 ‘절대 을(乙)’의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돈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해서 반드시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택담보대출 서비스업체 ‘로켓 모기지’는 11일 ‘주택 입찰에서 승리하는 법’이라는 글을 통해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내라 △집주인에게 개인적으로 편지를 보내라 △전액 현금 지불을 약속하라 등 매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팁’을 제시하기 까지 했다. 자본시장에도 투자금이 물밀 듯 쏟아지고 있다. 금융 리서치업체 르네상스캐피탈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 들어 13일까지 기업공개(IPO) 건수는 380건으로 작년 전체 규모(221건)를 이미 넘어섰다. IPO 규모(수익금)도 올해 1361억 달러로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의 기록(970억 달러)을 돌파했다. 최근에도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공유오피스 위워크 등 ‘대어’는 물론, 전통 식품업체와 바비큐 그릴 제조업체 등 그동안 자본시장에 거리를 둬왔던 기업들도 증시에 입성했다. IPO 건수와 규모가 많다는 건 그만큼 새로운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고 증시에 자금이 몰린다는 의미다. 지난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뉴욕 증시 주요 지수도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가 싶더니 12일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다. 자산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실적이 거의 없는 회사에도 투자자들이 모여든다. 10일 나스닥에 상장한 전기차 업체 리비안은 지금까지 차량 생산 대수가 156대에 불과해, 매출은 거의 없는 반면 분기 손실액은 10억 달러를 넘는다. 하지만 리비안은 증시 데뷔 이후 12일까지 사흘 연속 급등세를 이어간 끝에 시가총액이 1100억 달러(약 130조 원)로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추월했다. 성장 잠재력이 커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은 측면이 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퍼포먼스’가 없는데 기대감이 너무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리비안은 월가의 투자 열기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일 뿐 시장 전반에 거품이 쌓이고 있다는 경고도 쏟아진다. CNN비즈니스가 주가 추세선, 공포지수, 정크본드 수요 등 7개 시장 지표를 통해 산출하는 ‘공포 탐욕 지수’는 13일 현재 100점 만점 중 83점으로 ‘극심한 탐욕’을 가리키고 있다. 이 지표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감정인 공포와 탐욕을 양 끝에 놓고 있는데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는 공포를 느껴 모험을 꺼리게 되고, 100에 가까울수록 탐욕에 의해 과감한 투자를 하게 된다는 의미다. CNN은 최근 보도에서 “월가에는 공포심이 없다. 오직 탐욕만 있다”며 “요즘 월가 분위기는 하나의 말로 묘사될 수 있다. 그것은 도취감”이라며 경고했다. 이 같은 자산 버블 우려가 중앙은행의 실기(失機)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초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공식 발표하면서도 “금리인상 신호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사실상 테이퍼링이 마무리되는 내년 중반까지는 인플레에 대응해 금리를 올릴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다보니 6%를 훌쩍 넘는 물가상승률에도 연준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리사 샬렛 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 기준금리와 소비자물가상승률의 차이가 60년 통계 역사상 최대로 벌어졌다”면서 “연준의 정책이 경제 펀더멘탈과 단절돼 있는 것이 우려된다. 시장 버블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영국 웨스트 런던 지역의 무료 급식소(푸드뱅크) ‘아빠의 집’은 9월 중순부터 음식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이전보다 70명가량 늘었다. 이전에는 저소득 빈민층을 중심으로 주당 300∼400명이 방문했지만 요즘에는 평범한 직장인들도 찾는다. ‘아빠의 집’ 창업자인 빌리 맥그래너핸은 CNN비즈니스에 “전혀 푸드뱅크를 이용할 것 같지 않았던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과 1인 가구가 크게 늘었다”며 “전기료와 가스료 등이 치솟았기 때문에 앞으로 몇 달간은 이용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생필품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중남미, 인도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생활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난방을 하기 위해 끼니를 굶는 경우도 늘고 있다. 넉 달 전부터 아빠의 집을 찾았다는 마리 씨(63)는 올겨울 난방비가 걱정이다. 남편이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집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영국의 주요 난방 연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연초 대비 400% 넘게 오르면서 생활비에 큰 압박을 주고 있다. 맥그래너핸은 “영국의 저소득층이 난방이냐 끼니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미국의 푸드뱅크들도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연말 시즌을 앞두고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음식을 사람들에게 충분히 나눠 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교회에서 무료 급식소 운영을 맡고 있는 제이슨 버티스타 씨는 AP통신에 “식료품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푸드뱅크를 이용하는 소니아 씨(45)는 “주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긴 하지만 우유나 닭고기 등이 너무 비싸서 충분치 않다”고 했다. 개발도상국의 사정은 더 힘들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사는 셀리아 마투스 씨(41)는 네 자녀에게 음식을 해주고 나면 자신은 먹을 게 없어 굶은 채 잠이 든다. 최근 육류 등 식품 가격이 30%나 급등하면서 생긴 일이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요리를 위해 가스를 사면 음식을 살 수 없고, 음식을 사면 비누를 살 돈이 없다”며 울먹였다. 아시아는 이상 기후 등으로 양파, 양배추 같은 채소 가격이 급등했다. 인도 뉴델리에 사는 샨티 호로 씨(41)는 “우린 (아무런 반찬 없이) 쌀만 먹고 견딘다. 가끔은 빵에 설탕만 먹는다”며 “다른 방도가 없다”고 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이달 4일 발표한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30% 이상 오르며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곳곳에서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각국 소비자들이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의 여파 등으로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아 서민들의 생활고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10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6.2% 급등해 3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가 1996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폭인 13.5% 급등한 것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업계 기대주로 꼽히는 미국 스타트업 리비안이 10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리비안은 상장과 동시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시가총액을 앞지르며 파란을 일으켰다. 다만 아직 리비안이 전기차 양산에 돌입하지 않았고 수익원도 불분명한 상태라서 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지나친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리비안의 첫날 주가는 주당 100.73달러에 마감했다. 리비안의 공모가(78달러)에 비해 29.1% 급등한 것이다. 리비안은 이날 장 시작과 동시에 주당 110달러까지 돌파하면서 시총이 910억 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포드(770억 달러), GM(860억 달러) 등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기업가치를 단숨에 추월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리비안의 기업공개(IPO)는 전기 및 모빌리티 기술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한 흥분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리비안의 IPO 규모가 올해 세계에서 가장 컸다고 보도했다. 리비안은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인 로버트 스캐린지 최고경영자(CEO)가 2009년 창업했다. 그동안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아마존과 포드가 투자해 지분을 획득하기도 했다. 현재 아마존과 포드의 지분은 각각 20%, 12%다. 특히 아마존은 곧 배달 차량들을 전기차 등 재생에너지 차량으로 바꾸기로 하고 2030년까지 리비안의 차량 10만 대를 선주문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이르면 내년까지 리비안의 배달 차량 1만 대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리비안은 전기차 픽업트럭 R1T를 최근 출시했고 다음달에는 7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SUV) R1S도 선보일 예정이다. 리비안은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공장에서 한 해 15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미국에 제2의 공장을 짓고 중국과 유럽 등에서도 생산 거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 리비안의 본사는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있다. 하지만 리비안이 아직 전기차 대량생산을 시작하지 못한 미지의 스타트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이 너무 앞서나간다는 지적도 있다. 올 3분기에도 리비안은 매출이 100만 달러가 채 안 되지만 손실 규모는 12억8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 DA 데이비드슨의 마이클 쉴리스키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리비안은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하는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이 기업과 차량이 슬라이드 속 그림으로만이 아닌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129년 전통의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항공과 헬스케어, 에너지 등 3개 부문으로 쪼개진다. ‘경영의 신’으로 불린 잭 웰치의 지휘 아래 한때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GE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여러 기업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9일(현지 시간) 미국 C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GE는 2023년 초까지 헬스케어 부문을, 2024년 초까지 에너지 부문을 각각 분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항공 부문은 지금의 GE라는 이름을 유지하며 헬스케어 부문의 지분을 19.9% 소유할 예정이다. 로런스 컬프 현 GE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항공사업 부문만 이끌면서 헬스케어 부문의 비상임 의장을 겸임한다. 컬프 CEO는 이날 성명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3개의 글로벌 기업을 설립함으로써 각각의 기업들이 더 높은 집중도와 자원 배분, 전략적 유연성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GE는 1892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공동 창업한 미국 굴지의 기업이다. 전기조명 기업을 모태로 출발한 GE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고 대공황을 견뎌내면서 가전과 제트엔진, 파워터빈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제조기업으로 성장세를 거듭해 왔다. 1980, 90년대에는 전설적인 경영자 잭 웰치를 CEO로 맞아 전성기를 누렸다. 이때 GE는 제조업에 편중된 사업부문을 확장해 금융서비스업에도 진출하고 NBC를 인수해 방송사업에도 손을 댔다. 2000년에는 시가총액이 약 6000억 달러까지 오르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에도 올랐다. 그러나 GE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GE캐피털이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며 경영난을 겪게 됐고, 전통 제조업은 애플 구글 등 디지털 기업들에 밀려났다. GE는 사업 구조조정과 CEO 교체 등을 통해 재기를 도모했지만 혁신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2018년에는 1907년부터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도 퇴출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한 때 500달러를 넘보던 주가는 지금은 100달러 초반(시가총액 약 1200억 달러)으로 내려왔다. 2018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컬프 CEO는 구조조정을 통해 GE의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회사를 3개로 나누겠다는 이날 GE의 결정은 대체로 월가의 호평을 받았지만 660억 달러(약 78조 원)에 이르는 부채를 이유로 GE의 부활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129년 전통의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항공과 헬스케어, 에너지 등 3개 부문으로 쪼개진다. ‘경영의 신’으로 불린 잭 웰치의 지휘 하에 한 때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GE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 하고 끝내 여러 기업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9일(현지 시간) 미국 C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GE는 2023년 초까지 헬스케어 부문을, 2024년 초까지 에너지 부문을 각각 분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항공 부문은 지금의 GE라는 이름을 유지하며 헬스케어 부문의 지분을 19.9% 소유할 예정이다. 로런스 컬프 현 GE CEO는 앞으로 항공 사업 부문만 이끌면서 헬스케어 부문의 비상임 의장을 함께 맡게 된다. 컬프 CEO는 이날 성명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3개의 글로벌 기업을 설립함으로써 각각의 기업들이 더 높은 집중도와 자원 배분, 전략적 유연성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우리의 기술 전문성과 리더십을 통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GE는 1892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공동 창업한 미국 굴지의 기업이다. 전기조명기업을 모태로 출발한 GE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고 대공황을 견뎌내면서 가전과 제트엔진, 파워터빈 등에 두각을 나타내는 제조기업으로 성장세를 거듭해 왔다. 그러다가 1980, 1990년대에는 전설적인 경영자 잭 웰치를 CEO로 맞아 글로벌 기업으로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이 때 GE는 제조업에 편중된 사업부문을 확장해 금융서비스업에도 진출하고 NBC를 인수해 한 때 방송사업에도 진출했다. 2000년에는 시가총액이 약 6000억 달러까지 오르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에도 올랐다. 그러나 GE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세계적 금융회사로 발전했던 GE캐피탈이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며 경영난을 겪게 됐고, 전통 제조업은 애플, 구글 등 디지털 기업들에 밀려나며 정상에서 멀어져 갔다. GE는 사업 구조조정과 CEO 교체 등을 통해 재기를 도모했지만 혁신 기회를 번번이 놓쳤고 2018년에는 1907년부터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도 퇴출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한 때 500달러를 넘보던 주가는 지금은 100달러 초반으로 내려왔고 시가총액 역시 5분의 1토막이 나며 평범한 중견 기업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8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컬프 CEO는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들을 구조조정하면서 GE의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간 GE의 덩치를 키웠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회사에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를 3개로 나누겠다는 이날 GE의 결정은 대체로 월가의 호평을 받았다. 조지프 오데아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노트에서 “분사는 비용이 수반되지만 집중화된 기업 3곳의 민첩함이라면 이런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많은 부채 때문에 GE의 부활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내년 기준금리의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들어갔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내년 중반 테이퍼링을 마치고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 2인자’인 리처드 클래리다 부의장은 8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진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온라인 행사에 참여해 내년 말까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는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것에서 분명히 떨어져 있다”면서도 “지금의 경제 전망이 맞는다면 금리 인상을 위한 필요조건들이 2022년 말까지는 충족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금리 결정에 참고하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지표에 따라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준에서 ‘매파’(통화긴축 옹호론자)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또한 내년 두 차례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불러드 총재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더 지속적이라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조금 더 빠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연준이 2022년에 금리를 두 차례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연준이 테이퍼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뉴욕 이코노믹클럽 강연에서 “나는 테이퍼링이 끝날 때까지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역시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매우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금리 인상 같은)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의 대형 부동산 회사 헝다(恒大) 사태의 파장이 미국 등 글로벌 경제로 확산될 수 있다고 8일(현지 시간) 경고했다. 올 9월만 해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헝다 문제는 중국에 국한된 것”이라며 글로벌 위기로의 확산 가능성을 일축했던 것에 비하면 미국이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이날 발간한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중국의 부동산 문제가 미국 금융 시스템에 리스크를 주고 있다”면서 이같이 짚었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중국 금융의 불안은 위기 심리의 악화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압박을 주고 글로벌 경제 성장을 위협하며 미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연준은 “중국은 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가 여전히 크고 금융 부문의 레버리지(차입금을 통한 투자)가 높으며 부동산 가치도 지나치게 오른 상태”라며 “이런 환경에서 중국이 레버리지가 높은 기관에 대한 규제에 집중할 경우 헝다 사태에서 보듯이 부동산 섹터 등 부채가 높은 기업들에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연준은 이어 “위기가 금융회사에 전이되고 부동산 가격이 갑작스러운 조정을 겪거나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성향이 줄어들 경우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큰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8일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 공항에 나온 아이샤 매슈 씨는 영국 런던에서 도착한 어머니를 만나자마자 눈물을 훔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하늘길이 닫혀 영국에 발이 묶였던 어머니는 미국이 이날부터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입국 제한 조치를 해제하면서 그리웠던 딸과 손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날 공항에서는 한 남자아이가 ‘저 키 많이 컸나요’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영국발 비행기를 기다렸다. 이모를 무려 730일 만에 만나는 날이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전역의 공항에서는 감격의 재회가 잇따라 연출됐다. 지난해 3월 이후 미국은 솅겐조약에 가입한 유럽 26개국과 영국 아일랜드 중국 인도 이란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총 33개국에 대해 최근 14일 이내에 이들 나라에 방문한 적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해왔다. 사실상 이들 국가 국민의 미국행 비행기 탑승을 막아왔던 것이다. 이날부터 미국은 출발 국가와 관계없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만 제출하면 비행기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게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육로 국경도 이날부로 여행 제한이 해제돼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차량들로 붐볐다.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레인보 다리의 국경 검문소에는 입국 심사를 받으려는 차량들이 하루 종일 긴 줄을 섰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의 대형 부동산 회사 헝다(恒大) 사태의 파장이 미국 등 글로벌 경제로 확산될 수 있다고 8일(현지 시간) 경고했다. 올 9월만 해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헝다 문제는 중국에 국한된 것”이라며 위기 전이 가능성을 일축한 것에 비하면 미국이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이날 발간한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중국의 부동산 문제가 미국 금융 시스템에 리스크를 주고 있다”면서 이 같이 짚었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의 규모, 전 세계와 무역 연계도 등을 감안했을 때, 중국 금융의 불안은 위기 심리의 악화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압박을 주고 글로벌 경제 성장을 위협하며 미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또 “중국은 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가 여전히 크고 금융 부문의 레버리지(차입금을 통한 투자)가 높으며 부동산 가치도 지나치게 오른 상태”라며 “이런 환경에서 중국이 레버리지가 높은 기관에 대한 규제에 집중할 경우, 헝다 사태에서 보듯이 부동산 섹터 등 부채가 높은 기업들에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헝다 그룹은 그간 차입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지만 최근 당국이 부동산 규제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태다. 연준은 이어 “위기가 금융회사에 전이되고 부동산 가격이 갑작스런 조정을 겪거나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성향이 줄어들 경우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큰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이런 경고는 헝다 사태에 대한 최근까지의 입장과 다소 결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9월 기자간담회에서 “헝다 사태는 중국에 한정된 것”이라며 “미국이 직접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많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연준은 또 이날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갑작스런 긴축이 진행될 경우 부채 비율이 높은 신흥국들의 금융시장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를 개시한 연준은 경제 상황에 따라 내년에 제로금리를 포기하고 금리를 인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내년 기준금리의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들어갔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내년 중반 테이퍼링을 마치고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 2인자’인 리처드 클래리다 부의장은 8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진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주최의 온라인 행사에 참여해 내년 말까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는 금리인상을 고려하는 것에서 분명히 떨어져 있다”면서도 “지금의 경제 전망이 맞는다면 금리 인상을 위한 필요조건들이 2022년 말까지는 충족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금리 결정에 참고하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지표들에 따라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준에서 ‘매파’(통화긴축 옹호론자)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또한 내년 두 차례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불러드 총재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만일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더 지속적이라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조금 더 빠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연준이 2022년에 금리를 두 차례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연준이 테이퍼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이날 뉴욕 이코노믹클럽 강연에서 “나는 테이퍼링이 끝날 때까지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역시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매우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금리인상 같은)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 공항에 나온 아이샤 매슈는 영국 런던에서 도착한 어머니를 만나자마자 눈물을 훔쳤다. 매슈의 어머니는 이날 딸과 함께 유아와 갓난아기인 자신의 손자들도 처음으로 만났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하늘길이 닫히면서 영국에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날부터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입국 제한조치를 해제하면서 감격의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있었다. 매슈는 “가족을 드디어 만나게 되다니 너무 꿈만 같다.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항에는 한 남자 어린이가 ‘저 키 많이 컸나요’라고 쓴 문구를 들고 영국발 비행기의 도착을 기다렸다. 자신의 이모를 무려 730일 만에 만나는 날이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전역의 공항에서는 이런 감격의 재회가 잇달아 연출됐다. 지난해 3월 이후 미국은 솅겐조약에 가입한 유럽 26개국과 영국 아일랜드 중국 인도 이란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총 33개국에 대해 최근 14일 이내에 이들 나라에 방문한 적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규제를 내렸다. 사실상 이들 국가 국민들의 미국행 비행기 탑승을 막아왔던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사정이 이들보다 나았기 때문에 입국 대상 제한에서는 제외돼 왔다. 그런데 미국은 이날부터 출발 국가와 관계없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만 제출하면 비행기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게 제한을 풀었다. 덕분에 유럽 뿐 아니라 인도와 브라질 등에서도 그동안 사실상 이산가족으로 지내왔던 가족과 친지들이 이날 미국 공항을 통해 입국할 수 있었다. 졸리 데이브(30)는 미국에 사는 남자친구 니르밋 셸라트(31)를 만나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인도 구자라트에서 뭄바이, 또 뉴델리를 거쳐 마침내 이날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에서 은행에 근무하는 니르밋 씨 역시 7일 저녁부터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이곳까지 장장 1000km에 이르는 길을 운전해 그녀를 맞이했다. 니르밋 씨는 “매일 전화하고 영상통화를 하지만 항상 그녀의 손과 키스를 직접 느끼고 싶었다”고 전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공항에서는 나탈리아 비토리니(28)가 생후 3주된 아들을 안고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도착한 부모를 기다렸다. 이들은 작년 3월 이후 만나지 못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국경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지 수시간 만에 비행기표를 사서 미국으로 향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육로 국경도 이날부로 여행 제한이 해제되며 입국하려는 차량으로 붐볐다. 멕시코에 사는 옥타비오 알바레즈 씨(43)는 14살 딸과 함께 이날 차량으로 국경을 넘어 캘리포니아주의 처가를 방문했다. 그는 과거에는 한 달에 두 번씩은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지만 팬데믹이 터진 이후에는 그러지를 못 했다.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레인보우 다리의 국경 검문소에도 하루 종일 차량들이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섰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트럼프 타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평생을 일궈 온 ‘트럼프 제국’의 본산과도 같은 곳이다. 그를 비롯해 가족 여러 명이 이 58층 호화 빌딩에 실제 살았고, 트럼프 재단 본부도 여기에 있다. 또 트럼프를 세상에 알린 TV쇼 ‘어프렌티스’의 촬영 장소이자, 2015년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황금색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그가 첫 번째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작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가 터진 뒤로는 무장 경찰이 트럼프 찬반 집회를 막기 위해 철통 경비를 하고 있는, 그래서 미국 사회 분열의 상징처럼 된 곳이기도 하다. 얼마 전 들어가 본 빌딩 내부는 트럼프 재임 시절의 화려함은 간데없고 쓸쓸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는 테이프로 막혀 있었고 상점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진 것이다. 문득 로비에 있는 크고 텅 빈 술집에 눈길이 갔다. 현재 개보수 중인 이곳엔 숫자 ‘45’가 적힌 커다란 금색 문장(紋章)이 전면에 걸려 있었고, 안으로는 45대 대통령 트럼프의 사진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었다. 그중 가장 커다란 액자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2018년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이곳에서 여태 본 적이 없는 사진이었다. 그 순간 그야말로 극적으로 전개돼 온 두 사람의 관계가 머리를 스쳤다. 서로를 ‘로켓맨’, ‘늙다리’ 등으로 거칠게 비난하며 전운을 고조시키던 이들은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어느새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당시 주고받은 27통의 연서(戀書)에서 김정은은 트럼프를 ‘각하’라 칭하며 “마법 같은 우정”, “판타지 영화 같은 만남” 같은 말들로 아첨을 했고, 트럼프도 이에 화답해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선물로 보냈다. 사진의 배경이 됐던 판문점 회동 당일, 트럼프는 “지금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고 즉석 제안을 한다. ‘백악관 재회’는 결국 성사되진 않았지만, 김정은은 대신 액자에 담긴 채로 트럼프 제국의 심장부에 초대돼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 김정은의 사진을 걸어놓은 것이 트럼프의 의중에 따른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그가 이 만남을 아직까지도 각별하게 여긴다는 점을 추론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트럼프는 2019년 12월 워싱턴포스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와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찍은 판문점 사진들을 모두 책상 위에 꺼내 보였다. 그러면서 “(역대 대통령)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정말 멋지지 않나”라며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정작 회담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던 북한의 비핵화는 그날 판문점 만남 이후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김정은과 만난 사실을 내세우기에만 바빴던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사업 실패와 검찰 수사 등으로 위기에 처한 트럼프는 얼마 전 공화당의 주지사 선거 선전(善戰)을 통해 재기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젠 그가 3년 뒤 대선에 재출마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의 정치적 이기심과 즉흥적인 쇼맨십이 아무 성과 없이 한반도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일도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이 허무한 쇼의 재방송만큼은 다시 보고 싶지가 않다.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7일 오전 미국 뉴욕시 퀸스 롱아일랜드시티의 한 도로변. 휴일을 맞아 구름같이 몰려나온 시민들이 길가에서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들의 눈앞에서 달리던 사람들은 응원하는 시민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화답했다. 이날 뉴욕시에서는 세계 메이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뉴욕 마라톤이 2년 만에 열렸다. 50회째를 맞는 뉴욕 마라톤은 작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열리지 못했다. 2년 만에 열린 마라톤 대회를 참가자뿐 아니라 뉴욕시민들도 실컷 즐겼다. 뉴욕시 남쪽 스태튼섬에서 출발해 5개 자치구를 모두 통과한 뒤 맨해튼 센트럴파크로 골인하는 코스 길목마다 라이브 밴드 음악이 곁들여졌다. 결승선이 마련된 센트럴파크는 오전부터 구경 나온 시민들이 길가를 가득 메웠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뉴욕시민에게 올해 마라톤은 팬데믹으로부터 도시가 회복해 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참가자를 평소보다 약 40% 적은 3만 명 정도로 제한했지만 참가자들이나 응원 나온 사람들 모두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의료 자원봉사를 나온 병원 응급실 레지던트 리키엘 러바인 씨는 NYT에 “세상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매우 흥분된다”면서 “이 도시가 다시 한데 모여 교류하는 것을 보니 정말 좋다”고 했다. 올해 처음 뉴욕 마라톤을 완주한 어맨다 장 씨(27)는 골인 지점을 통과하며 느꼈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관중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며 “킴 카다시안(할리우드 모델)이 레드카펫에서 모두가 환호할 때 이런 느낌을 받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날 마라톤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장녀 첼시(41)도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센트럴파크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나와 딸의 완주를 축하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