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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이 26일 당원대표자회의를 열어 ‘포스트 대선’ 체제를 이끌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5·9대선 패배 이후 리더십 공백 상태에 놓인 야 4당 가운데 가장 먼저 지도 체제를 정비하는 것이다. 새 지도부는 대선 이후 정체된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의 존재감을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당 대표 경선은 이혜훈 하태경 정운천 김영우 의원(기호순) 간 4파전이다. 1위는 당 대표를, 2∼4위는 최고위원을 맡는다. 4명 모두 지도부에 입성하지만 대표 자리를 두고 굳히기냐, 막판 뒤집기냐에 관심이 쏠린다. 25일까지 발표되지 않은 수도권을 제외한 4개 권역 당원 투표에선 이 의원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누적 득표에서 하, 정, 김 의원 순이다. 26일에는 수도권 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후보들은 24일 마지막 정책토론회에서 지지세 확산에 주력했다. 이 의원은 “밖으로는 여당을 견제하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안으로는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당을 하나로 묶겠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우리가 단지 친박(친박근혜)한테 쫓겨나서 당을 만들었느냐? 아니다”라며 ‘새로운 젊은 보수’를 강조했다. 정 의원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의원 한 명 없는 중도실용정당으로 기적을 만들었다”며 “한국의 ‘마크정’이 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개혁보수 세력의 중심 정당으로 우뚝 세우겠다”고 말했다. 대선을 거치며 바른정당의 권력추가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에게로 쏠린 상황에서 일부 후보는 ‘유승민 지키기’에 자신이 적임이라고 강조했다. 5월 바른정당 집단탈당 사태 당시 탈당을 고심했던 정 의원은 “당에 의원이 20명밖에 없는데 한두 명만 빠져도 무너지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 의원에게 갈 것”이라며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유 의원 측과 비주류 간 당내 갈등이 잠복해 있는 상황에서 유 의원과 가까운 인사가 당 대표가 되면 ‘2차 탈당 사태’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유 의원의 핵심 측근인 이 의원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정 의원은 이 의원을 향해 “(이 의원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당을) 품겠다고 했지만 일하는 것을 보면 독한 시누이 노릇을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런 발언들이) 오히려 당의 화합을 깬다”고 되받아쳤다. 이날 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 처음 참석한 유 의원은 “저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입 다물고 조용히 가겠다”며 이번 경선과 거리를 뒀다. 새 지도부는 일주일 뒤 선출되는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와 ‘보수 적자(嫡子)’ 경쟁 2라운드를 치러야 한다. 보수 진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 앞서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바른정당 내부에선 아직까지 자강론이 힘을 얻고 있지만 당내 한 축인 김무성 의원이나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구 정책위의장 등을 중심으로 양 당 간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인선 및 추가경정예산안 대치 정국’에서 연일 자유한국당을 향해 독설을 퍼붓고 있다. 이에 한국당이 발끈해 국회 정상화는 더 꼬이는 모양새다. 추 대표는 23일 한국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5행시’ 이벤트와 관련해 “국민의 비난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추경안과 인사청문회는 보이콧하면서 겨우 5행시를 쓰고 있느냐”며 “그렇게 간절히 5행시를 바라신다면 제가 시 한 수를 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추 대표는 “자유당 시절 독선 정치/유신 시절 독재 정치/한나라당 시절 독기 정치/국민 고달픈 정치/당장 끝내야 한다”라고 말한 뒤 “한국당의 발목 잡기 기술만으로는 다음 집권을 기약 못하고 소멸할 길만 남아 있다”고 맹폭을 가했다. 추 대표는 전날 4당 원내대표 합의가 결렬되자 한국당을 ‘구제불능 집단’ ‘백해무익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한국당도 ‘더불어민주당 6행시’로 응수했다. 정준길 대변인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국민들이/불러도 귀 막고 보라고 애원해도 눈 감으며/어제도 오늘도 항시 그래왔듯이/민심을 왜곡하고 남 탓만 하면서/주장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민주당의 구태정치야말로/당장 끝내야 한다”고 받아쳤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야당의 주장은 내가 부동산을 사면 투자요 남이 사면 투기이며, 내 여자관계는 로맨스고 남의 여자관계는 스캔들이라는 논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1996년 6월 12일 국회 본회의장.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신한국당 박희태 의원은 야당 의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파행의 책임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던 중이었다. 먼저 불을 지른 건 새정치국민회의 장영달 의원이었다. 그는 “여당 의원들은 청와대로부터 짓눌린 노예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박 의원은 당시 원외인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를 겨냥해 “(야당은) 장외 지도자에 의해 조종되는 리모컨 국회를 끝내라”고 맞불을 놓았다. 그러면서 내놓은 논리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었다. 20여 년 뒤 한국 정치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인 내로남불은 그렇게 시작됐다. 9년여 만의 정권교체로 공수(攻守)가 뒤바뀐 여야는 과거 서로의 언어를 그대로 답습하며 ‘웃픈’(웃기면서 슬픈) 데칼코마니 정국을 연출하고 있다. 여당이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공격하면 야당은 “여당이 야당일 때는 더했다. 어디서 내로남불이냐”고 쏘아붙이는 식이다. 야당의 속성을 잘 아는 여당, 여당의 한계를 이해하는 야당…. 역지사지하면 ‘환상의 협치’를 이룰 만도 한데, 그들은 까마귀 고기를 먹은 듯 오늘도 ‘나만 옳다’는 이중 잣대로 내로남불을 외치고 있다.》 ▼서로 거울 보듯… 여야 바뀌면 태도 반전 ‘정치적 한국病’▼“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 다르듯 관련 사실에 대한 내용 또한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의 ‘5대 인사 배제 원칙’ 위배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달 26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내놓은 해명이다. 집권 뒤 막상 인선을 해 보니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야권에서는 곧바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9년여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정치권은 온통 ‘내로남불 공방’에 휩싸여 있다. 내로남불은 올해의 ‘사자성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최근 유행어가 됐지만 사실 정치권의 고질적 현상이다. 똑같은 퍼주기를 해도 내가 하면 ‘민생정책’이고, 남이 하면 ‘포퓰리즘’이다. 다른 정당과 공동보조를 맞춰도 내가 하면 ‘협치’고, 남이 하면 ‘야합’이다. 그럼에도 새 정부가 출범하자 여야가 불과 몇 달 전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서 국민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몇 달 새 180도 표변한 여야 새 정부가 내각 진용을 갖추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놓고 뒤바뀐 여야의 태도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야권이 공직 후보자의 자질보다 신상 검증에 주력한다며 여권이 인사청문회 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꼭 닮았다. 문 대통령은 13일 야권의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현재 인사청문회가 흠집내기 식으로 하니 정말 좋은 분들이 청문회 과정이 싫다는 이유로 고사한 분들이 많다”며 “그런 것 때문에 더 폭넓은 인사를 하는 데 장애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바른정당은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흠집내기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던 야당 시절을 돌아보면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시계를 4년 반 전으로 돌려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13년 1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 등 인사 난맥상이 불거지자 “인재를 뽑아서 써야 하는데 인사청문회 과정이 신상털기 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느냐”고 했다. 당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은 “현 인사청문회는 김대중 정부가 여소야대 상황에서 도입했고, 이 제도로 장상, 장대환 총리 후보자가 낙마했다”면서 “그런 청문회를 지적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도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야당의 무대’인 청문회 제도를 고치는 데 협조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 민주당이 최근 야3당에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위한 소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야당들이 시큰둥한 건 당연한 일이다.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한마디로 ‘업보’인 셈이다. 정치적 위기를 맞으면 대국민 여론전을 펼치며 야당을 압박하는 것도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장기이기도 했다. 지난해 1월 경제활성화법 통과가 지연되자 “국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하니까 국민들이 나서서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이 국민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1년 반 뒤 청와대 주인은 바뀌었지만 발언 내용은 쏙 빼닮았다. 문 대통령은 15일 인사 대치 정국의 발단이 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며 ‘국민’을 앞세웠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협치는 없다거나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최종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집권 초반 국민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사실상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국회 무시”라는 野, “국정 발목잡기”라는 與 내로남불은 자생력 잃은 한국 정치의 토양에서 자란 독버섯이다. 여당은 청와대를 ‘묻지마 엄호’하고, 야당은 청와대를 ‘묻지마 반대’해야 하는 숙명에 갇힌 그들이 자신의 과거 행적을 깡그리 잊지 않는다면 ‘정치 분열증’을 앓게 될지 모른다. ‘집단적 기억상실증’은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인 셈이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0일부터 인사 대치 정국으로 ‘올스톱’된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이어갔다. 하지만 합의문 작성을 눈앞에 두고 한국당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문제 삼아 판을 깼다. 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추경을 확보하라’는 (청와대의) 오더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우 원내대표는 “입이 닳도록 전화하고 문턱이 닳도록 야당을 찾아갔는데 너무하다”며 울컥했다. 19대 국회의 ‘데자뷔’ 아닌가. 지난해 초 여야는 박 전 대통령이 주문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노동개혁법 처리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들 법안과 선거구 획정의 연계처리를 요구하며 여야 원내대표 간 잠정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당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스토커 소리를 들으며 쫓아다닌 게 몇 달인데 (야당이) 합의를 깨기만 반복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태”라며 울분을 토했다. 여당일 땐 야권의 공세는 ‘국정 발목잡기’다. 야당일 땐 여권의 정면 돌파가 ‘국회 무시’다. 대한민국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는 이 싸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강 장관 임명 강행에 “인사청문회를 그저 흠집내기, 시간낭비로 여기는 국회 무시이자 독재”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의원내각제라면 국회 해산권을 발동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나만이 옳다’는 독선이자 아집이며 국회 무시다.” “(야당이 무작정 반대한 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게 함으로써 대통령을 흠집 내려는 의도다.” 이건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을 강행할 때 내놓은 여야의 반응이다. 화자(話者)만 바뀌었지 내용은 한결같다. 화자를 가리면 누가 한 얘기인지 모르게 된 지 오래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에 앞서 한국 정치에는 여당과 야당만 있을 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집단적 기억상실 속에 무한 도돌이표 야당의 반대로 국정 동력을 잃은 정부의 선택지도 매번 다르지 않다. 국회를 우회하는 꼼수를 찾아 나서기 마련이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법안 개정이 아닌 시행령이나 고시 개정을 통해 정책을 추진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서둘러 정책 성과를 내려면 어차피 ‘되지도 않을’ 야당 설득에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6월 ‘법 위의 시행령’을 손보겠다며 국회법 개정을 시도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시행령에 너무 많은 권한을 위임한 탓에 정부의 재량권이 너무 넓어졌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찍어내기’로 귀결된 국회법 파동은 사실 정부의 ‘국회 우회’ 꼼수에 현 여당이 제동을 걸려고 하면서 촉발했다. 전문가들은 두 차례 정권교체에도 여야가 똑같은 정치 행태를 무한 반복하는 것은 대통령과 의회 권력 간 ‘견제와 균형’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는 “국회의원이 저마다의 소신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하기보다 정파의 이익에 매여 있다 보니 여당은 정권을 옹호하고, 야당은 정권을 반대하는 행태를 답습하게 된다”며 “이런 고질적인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내로남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여당의 양보냐, 야당의 협조냐’는 닭과 달걀 중 어느 것이 먼저냐는 논쟁처럼 무의미할지 모른다. 문제는 10년 주기의 정권교체가 정치권의 역지사지와 협치 역량을 키우기보다 내로남불의 철판만 두껍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지금 정치권에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염치(廉恥·부끄러움을 아는 마음)라는 말이 나온다.홍수영 gaea@donga.com·박성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임명하며 ‘유감’ 표명과 함께 “대통령과 야당이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했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협치 파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새 정부와 야당의 ‘허니문 기간’이 사실상 끝난 모양새다. 11조 원대의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등도 상당 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소집해 “문 대통령의 인사 독선이 데드라인을 넘었다”며 “야3당을 이렇게 무시해놓고 소수 여당인 민주당만 가지고 어떻게 국정 운영을 할 수 있을지 근본적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은 ‘공직 배제 5대 원칙’ 공약이 파괴된 상황에서도 인사 후퇴는 없다며 인사를 강행했다”면서 “협치는 중대 국면을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인사청문 정국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국민의당도 보수 야당과 보조를 맞추며 여당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인사청문회는 참고용이 아니다”며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야당을 이렇게 코너에 몰아버리면 협치 가능성은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당장 야3당은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불거진 ‘부실 검증’ 논란을 집중 부각할 계획이다. 이르면 20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인사 검증 책임자인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을 출석시킨다는 게 야당의 구상이다. 국민의당은 한발 더 나아가 “두 수석은 인사 검증의 총체적 부실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6월 임시국회도 파행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새 정부의 골격을 담은 정부조직개편안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안 등 굵직한 현안이 다뤄질 예정이었지만 야권은 보이콧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안 및 추경안 심의를 향후 문 대통령의 인선 방침과 연계하기로 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에도 정부조직개편안을 처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면서 “국회 운영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때 정부조직 개편 지연은 여권이 가장 아파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도 당초 법안 심의에 협력하겠다는 방침을 바꿔 야권과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현안 처리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안과 추경안 처리,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투표 등을 사안별로 ‘분리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호남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여당은 민심과 민생을 내세워 ‘철통방어’에 나서고 있다. 안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야권과의 기 싸움에서도 밀리면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도 있지만 지금 민심이라는 물이 빠지고 있음을 야당은 알아야 한다”며 “국민께서 촛불정신으로 만든 문재인 정부를 (야당이) 사사건건 반대하고, 정부 구성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황형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국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국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된 인사를 임명한 것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으로선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29, 30일)과 다음 달 7, 8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 등을 위해 더 이상 외교 수장 임명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야권은 강 장관 임명을 ‘협치 포기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정국 냉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임명한 것은 좀 유감”이라고 말했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를 두고도 “안타까운 일”이라며 “목표 의식이 앞서다 보니 검증에 안이해졌던 것 아닌가, (청와대가) 스스로도 마음을 좀 새롭게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 정국에서 직접 유감을 표한 것은 처음으로, 야당의 반발을 의식해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야당 간에)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선전포고라든지 협치는 없다든지’라며 마치 대통령과 야당 간에 승부를 겨루는 것처럼,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표현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우리 정치가 가야 할 과제”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도 “검사 개개인이 개혁 대상은 아니다. 정권을 위해 줄서기를 한 아주 극소수의 정치 검사에게 문제가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전선(戰線)을 넓히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 발언 직후 야당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협치와 의회 존중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새 정부를 출범시켜야 하는 어려운 입장도 헤아려 주시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가 검증 못한 것을 국회나 국민이 지적해주면 사안을 고려해 지명 철회 또는 유지할 수 있다”며 국회와 언론의 검증 과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장관 후보자들을 무작정 안고 가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밝힌 것”이라며 “다만 여기엔 국회 인사청문회까지는 가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 ‘마이웨이 인선’ 논란이 커지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도 표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임명이 강행된 이상 야당의 입장은 더욱 강경화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야당 일각에서는 국회 전면 보이콧 주장도 나오고 있어 인사 정국을 둘러싼 갈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홍수영 기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은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인선 마이웨이’에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방침에 대여(對與) 공동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가장 강경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독주와 독선에 강력하게 저항하겠다”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처리 문제와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각종 국회 현안 처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바른정당도 “국회를 경시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독선적 정부 운영을 계속 한다면 민심의 역풍을 받을 것”이라며 강 후보자 문제를 국회 현안과 연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와 보수 야당의 대결 구도에서 줄타기를 해 온 국민의당도 “(문재인 정부가)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밀어붙이는 ‘강경’ 인사는 결국 협치 파괴라는 ‘화(禍)’를 부르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야 3당은 한목소리로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 정국 경색이 불 보듯 뻔하다.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야당의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했다. ‘강경화 대치’ 국면에서도 여야는 이날 김부겸 행정자치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심사 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인사청문회에서 현역의원 ‘불패 신화’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진 셈이다. 도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를 채택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일부 위원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해 보고서 채택이 어렵게 되자 시부상(媤父喪) 중인 민주당 유은혜 의원까지 출석해 의결 정족수를 맞추기도 했다.홍수영 gaea@donga.com·황형준 기자}

보수 재건의 스타트를 자유한국당 서청원, 최경환 의원이 끊어줬으면 했다. 정치인들에게는 ‘목숨’과 같겠지만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일이다. 대선 때 하지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국당의 ‘정치적 결별’을 이들이 고해줬으면 했다. 안 그래도 잔뜩 웅크리고 지내는데 왜 들쑤시느냐고 억울해할 수도 있다. 최 의원은 자신을 향한 비난에 심적 고통을 겪으며 생니가 여러 개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 상왕 정치’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으려면 ‘맏형’들이 총대를 멜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게 정치적 순리였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바른정당 유승민 전 대선 후보처럼 한국당 홍준표 전 대선 후보도 잠시 숨을 고르면 했다. 어떤 명분을 내걸든 대선 후보를 지낸 인물이 당권을 위한 이전투구의 한가운데 서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보수 정당은 지난 10년 동안 친이(친이명박)-친박, 친박-비박으로 갈려 홍역을 치렀다. 그런 한국당이 또다시 사람을 중심으로 헤쳐 모여 ‘시즌3’를 찍는 일은 없으면 했다. 보수 진영의 지혜를 모두 끌어 모아도 모자랄 판에 ‘친홍(친홍준표)’이란 소(小)계파의 탄생은 유예되는 게 좋았다. 친박 핵심도, 전 대선 후보도 비운 자리에는 ‘보수의 샛별’이 자랄 수 있도록 땅을 다졌으면 했다. 2인자를 키우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의 ‘공포정치’ 탓에 엉뚱하게 최순실만 컸고 막상 대선에서는 선수 기근에 시달리지 않았던가. 과도기 체제로 흙을 먹고 토해내며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지렁이형 대표’는 어떤가. 그 땅에서 이제 보수도 최소 5인조의 아이돌 그룹을 키우는 거다. 초·재선 의원들이 선언한 ‘정풍운동’이 그 씨앗이면 했다. 순응과 보신이 습관이 된 ‘친박돌이’들의 정치적 독립선언이 당 체질 개선의 출발점이라는 취지에서다. 한국당의 상황을 모르는 생뚱맞은 소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 가서 명함 내밀기가 망설여진다는 30, 40대 당직자와 보좌진들의 얘기다. ‘낙하산 의원’들보다 더 오랜 기간 보수 정당을 지켜온 이들의 탄식 섞인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당권 레이스에 본격 돌입한 지금, 이런 희망은 그저 상상에 그칠 조짐이다. 중진을 향해 호기롭게 “입 닥치라”고 했던 초·재선은 ‘대안이 없다’는 현실론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체질 개선도 만만찮아 보인다. 한 초선은 최근 당 연찬회에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패배 보고서를 함께 읽자며 200부 넘게 준비해 갔다가 배포도 못 했다고 한다. 그는 “타산지석 삼을 대목이 많았는데 지도부가 ‘남의 당 얘기를 뭣 하러 돌려 보느냐’고 막더라. 우리가 순치(馴致)돼 있잖느냐”며 자조했다. 홍 전 후보는 결국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는 입장이 됐다”며 18일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 일정을 공지했다. 친박들은 여전히 정치적 책임을 지는 이 하나 없이 ‘포스트 친박’ 체제에서 살길을 찾느라 바쁘다. 당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쪼그라들었는데 대다수는 여전히 부자가 몸을 사리듯 한다. 보수 재건은 한국당의 기득권을 되찾자는 게 아니다. 건강한 보수가 있어야 진보에도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한국당은 이대로 ‘영남 자민련’으로 주저앉을 것인가. 한국당의 나락은 끝이 없어 보인다. 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

내각 인선을 놓고 여야 간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14일 열린 김부겸 행정자치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전 파행을 겪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인사청문회가 열린 뒤에는 야당 의원들이 덕담을 건네는 등 후보들은 ‘현역 의원 프리미엄’을 누리는 모습이었다. 도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는 대북관이 도마에 올랐다. 한국당 김석기 의원은 2004년 도 후보자의 평양 방문기를 인용해 “‘서울이 유혹, 타락, 탐욕이 뒤섞인 빛이라면 평양은 담백한 자존심으로 서 있는 승복(僧服)의 빛’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도 후보자는 “(평양은) 전깃불이 안 들어와 죽음의 도시 같았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이에 한국당 한선교 의원은 “그렇다면 잿빛이라고 써야지 (답변이) 솔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 후보자가 2005년 충북 보은 땅을 매입했지만 농사를 짓지 않아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도 후보자는 “몸이 아파 그 집을 구입했고, 농사를 지으며 요양했다”며 “마당에 농지가 포함됐는지 지금까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도 후보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한 ‘적폐 청산’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석 달 정도 조사할 계획”이라며 “피해를 입은 현장 예술가를 (조사위에) 모시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문체부 산하 기관장에 대해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형 개헌 방침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김 후보자는 “지방자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끔 지방재정을 대폭 확충하겠다”며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세입 구조 비율을 8 대 2 수준에서 6 대 4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춘 후보자는 “애초 이 일(장관직)을 맡기 전부터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출마한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부산에서 (국회의원) 임기를 성실하게 마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입각 카드가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하려는 문 대통령의 포석이라는 관측에 선을 그은 것이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까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국회에서 끝내 채택되지 않자 15일 보고서 채택을 다시 요청하기로 했다. 청와대가 요청한 재송부 기일을 넘기면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외교적 현안이 급박해 2∼3일 정도 짧게 기한을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경 임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당은 인선 강행에 반발하는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새 정부 들어 야 3당의 첫 협의가 겨우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반대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했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은 트위터에 “야당 전체 지지도가 여당의 반도 안 되는데 의석은 과반수를 차지하고 정부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의원내각제라면 국회해산권을 발동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6명의 인사청문 요청안을 추가로 국회에 보냈다. 안 후보자의 재산은 본인과 배우자 등을 합해 35억여 원이었다. 홍수영 gaea@donga.com·송찬욱·유근형 기자}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삼권분립은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이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온 게 사실이다. 개헌이 이뤄진다면 달라진 시대상에 따라 ‘삼권 균형’을 맞추는 일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권한을 뺏기지 않으려는 행정부와 권한을 키우려는 입법부 간 파워게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의 ‘예산 권한’ 줄다리기 정부가 독점한 예산 편성권의 재조정은 파워게임의 ‘뜨거운 감자’다. 현재 헌법은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하고, 국회가 이를 심의·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는 국정 운영의 시작인 예산안 편성 단계부터 견제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의원들 사이에선 예산안도 법안으로 규정해 국회가 폭넓은 재량을 가지고 수정하는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특히 국회는 정부의 동의가 없으면 세부 사업 예산을 증액할 수 없도록 한 헌법 규정을 ‘독소조항’으로 여기고 있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것이다. 실제 연말 ‘예산안 시즌’이면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입김은 막강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한 위원은 “기재부 예산실장이 ‘컨펌(확인)’해야만 예산안에 반영되니 ‘예산실장 멱살이라도 잡아야겠다’는 의원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다. 민원성 ‘쪽지 예산’이 더 극성을 부릴 수 있어서다. 여당 시절 예결위 간사를 지낸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지역구 의원은 물론이고 비례대표까지 찾아와 부탁하는 실정인데 국회의 권한을 키우면 국가 재정이 거덜 나지는 않을지 솔직히 의문이 든다”고 했다.○ ‘코드 감사’ 논란, 감사원 기능 조정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는 오랜 과제다. 역대 정권마다 ‘외풍’ ‘코드 감사’ 논란이 되풀이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출범 직후 감사원 독립 논란이 불거졌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감사원이 4대강 사업 감사를 서두르면서다. 이는 역설적으로 감사원의 독립성을 보다 확실하게 헌법에 명시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던 감사원장을 감사위원 중에서 호선으로 선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도 감사원장의 임기(4년·1회 연임 가능)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그러나 감사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석연찮게 중도하차한 사례가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전윤철 전 원장은 이명박(MB) 정부가 들어서면서 연임 6개월 만에 물러났다. MB가 임명한 양건 전 원장도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6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감사원의 회계검사권을 국회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처럼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으로 두되 공무원의 직무감찰만 담당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정치행정분과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이미 발표된 감사 사안에 대해서도 감사원의 소장자료를 보려면 교섭단체 대표를 뽑아 필기도 못한 채 눈으로 열람해야 했다”며 공약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대통령 인사권, 사면권 견제장치 강화 대통령의 인사권과 사면권 제한도 개헌 과정에서 주요한 이슈다. 삼권분립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려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과 사면권에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이 3월 마련한 단일 개헌안 초안에도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법원의 의견을 듣고, 국민통합심의회의 심의와 사면위원회의 의결을 거치게 하자는 것이다. 특사가 사법부의 ‘형벌권’을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힘 있는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들의 보호 수단으로 악용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 수장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임명하는 ‘아이러니’도 손봐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독립된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이들 기관의 장을 호선으로 선출하거나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등과 국회의장실에서 15분가량 비공개로 환담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어차피 인사청문회는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라 청문회와 별개로 추경은 빠르게 (처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을 만나 “비공개 환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추경 내용과 요건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점과 (넓게 인재를 등용해 쓰라는 취지의) 탕평 인사를 부탁드렸다”며 “문 대통령은 추경에 대해서는 야당의 협조를 부탁했지만, 인사 건과 관련해선 별다른 답변이 없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 협조를 요청하지 않고 추경안의 조속한 통과만을 강조한 것은 두 사안이 연계되면 오히려 더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오전 열린 정 의장과 여야 지도부 회동에선 여야 3당이 인사청문회와 별도로 추경 심사에 착수하기로 의견을 모아 국회도 ‘투 트랙 접근’에 나서고 있다. 다만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오전 회동에도, 오후 문 대통령과의 환담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면) 추경과 정부조직법 (통과) 등에서 더 큰 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도 야 3당의 반대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강,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됐다. 김이수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은 이날로 끝나 정 의장이 임명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 상정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당도 일단 “(김 후보자) 인준 표결에 참여해 최종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길진균 leon@donga.com·홍수영 기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한 4년 7개월여 동안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로 연평균 7900만 원씩 총 3억6100여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로 △2012년(9월 이후) 2250만 원 △2013년 8150만 원 △2014년 7040만 원 △2015년 6910만 원 △2016년 8170만 원 △2017년(4월까지) 3580만 원을 각각 지출했다. 이 가운데 법인카드로 지출한 2억1600만 원(총 755건)의 사용처를 보면 대부분 음식점 식대였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도 매일같이 식사비로 수십만 원씩 썼다. 최종변론이 끝난 2월 28일부터 탄핵 결정이 이뤄진 3월 10일까지 열흘 동안에도 모두 12차례에 걸쳐 총 281만2000원의 식사비를 법인카드로 지출했다. 탄핵 결정 나흘 전인 3월 6일에는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의 중식당에서 65만 원을 쓰기도 했다. 특정업무경비는 헌재 심판과 관련한 공적 업무에 쓰이는 경비를 국가가 보조하는 것이다. 회식비, 접대비 등을 위한 업무추진비와는 별도로 지급된다. 김 후보자가 수시로 음식점에서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용도의 적절성 논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여야 합의로 9일 채택됐다. 그러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은 불발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김이수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 개의 여부를 논의했으나 여야 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 후보자에 대해선 특정업무경비 상당 부분을 호텔 등 고급 레스토랑에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한 2012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쓴 특정업무경비 2억9000만여 원 가운데 1억4500만여 원을 신용카드로 집행했다. 카드 사용처를 보면 대부분 식비였으며 한 번 식사에 100만 원 이상을 쓴 횟수만 12차례였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당초 이날 김상조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개의가 무산됐다. 두 위원회는 12일 보고서 채택 여부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지만 한국당은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원내교섭단체 야3당이 ‘부적격’ 방침을 고수한 가운데 청와대가 ‘강경화 구하기’ 총력전에 나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이라면서 “청문보고서를 조속한 시일 내에 채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준비하려면 외교부 장관 임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어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 “국익 문제”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정상회담이 중요한 건 알지만 야3당이 부적격자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맞섰다. 또 대통령 주재 상임위원장 오찬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수영 gaea@donga.com·최고야 기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원내교섭단체 야3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결론을 내리면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8일 의원총회를 열고 강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 세금 탈루 등 도덕적 흠결이 해소되지 않았다”면서 “외교부 개혁과 4강 외교 등에 대한 비전 제시도 매우 초보적이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장관은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강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을)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야3당 간에 의견이 엇갈린다. 자유한국당은 강 후보자를 비롯해 김이수 김상조 후보자를 ‘부적격 3종 세트’로 규정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세 후보자에 대해 지명 철회 등의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명을 감행하면 향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에도 협조하기 어렵다는 점을 내비쳤다. 바른정당도 세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러나 김상조 후보자를 놓고는 “재벌 개혁을 위해 노력한 것을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국민의당은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조건은 국회 정무위원회가 김 후보자 부인의 고교 강사 부정 채용 의혹에 대해 감사원 감사와 검찰 고발을 의뢰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9일 정무위에서 전체 위원 24명 가운데 민주당(10명)과 국민의당(3명)의 과반 찬성으로 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이수 후보자에 대해선 적격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장관석 기자}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로 ‘정책 코드’가 맞는지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재부 2차관을,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때 감세, 4대강 사업, 공기업 선진화, 복지 포퓰리즘 공격, 노동시장 유연화와 관련한 일을 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경제 정책에 대한) 접근 방법이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이분법적으로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해석할 문제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비정규직 문제만 해도 획일적인 정규직화에 대해선 반대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5년간 총 178조 원이 필요하다면서 “김 후보자가 칼럼에서 ‘나쁜 공약 버려라’라고 수도 없이 썼다. 그게 후보자의 인생”이라며 “경제를 모르는 대통령과 실세에 휘둘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 후보자의 사무관 시절 직속상관이었던 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도 “실세 위주로 된 경제 라인에서 대통령을 자주 대면하고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오히려 김 후보자를 염려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내정 뒤) 대통령을 만나 (의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저도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소신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의 필요성은 강조했지만 문 대통령의 일부 공약을 두고는 신중론을 폈다. 김 후보자는 추경안 편성에 대해 “(지금은) 대량실업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평소 공무원 일자리 증가에 부정적이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는 “(추경은) 정부의 정책 노력과 의지를 통해 결국 민간에서 일자리가 나오게끔 하는 역할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선 “비과세, 감면 등을 고려한 뒤 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 내년 도입되는 종교인 과세를 연기해야 한다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의 발언과 달리 김 후보자는 “세정당국은 내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 현안과 관련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강화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담뱃세 인하 검토 요구에도 “담뱃세 인상을 통한 금연 효과는 아직 있다”며 “또 담뱃세를 인하하면 정책 일관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난색을 표했다. 10억 원대 예금 자산을 가진 김 후보자 부부가 어머니에게 차용증까지 쓰고 총 1억7028만 원을 빌린 데 대해서도 추궁이 이어졌다. 채무 관계를 가장한 증여가 아니냐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24년간 공직자로서 재산 신고를 했는데 재산 문제에 대해선 일종의 결벽증이 있다”며 “어머니는 필요 없다고 하시는데 일부러 용도까지 써서 (차용증을) 드렸다”고 해명했다.홍수영 gaea@donga.com / 세종=이건혁 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게 “언제, 누구에게 지명 통보를 받았느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지명 발표 하루 전인)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차에서 전화로 받았다”면서 “청와대 인사 라인에서 (통보를) 받았다”고만 밝혔다. 곽 의원은 “5월 18일 지명 통보를 받고 5월 19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발표가 났다”며 “검증도 없이 그대로 무책임하게 (지명) 발표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재산 변동을 확인하는 데도 통상 일주일이 걸린다”고 따지자 김 후보자는 “2012년 헌재재판관 인사청문회 이후 재산 변동이 거의 없어 검증팀이 별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맞섰다. 이어 한국당 이채익 의원도 “(지명 통보를) 누구에게 받았느냐”고 거듭 따져 물었다. 김 후보자는 “인사를 통보할 만한 대통령인사수석이나 민정수석 아니겠느냐, 그 정도까지만 말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이 “정상적으로 청와대 인사 라인에 의해 절차를 밟아 후보자가 됐는지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고함을 치자 김 후보자는 그제야 “조국 민정수석”이라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국회는 이른바 ‘슈퍼 수요일’인 7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동시에 진행했다. 도덕성 및 해당 기관 수장으로서의 역량과 관련된 후보자 3명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했다. 》 ●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5·18민주화항쟁 당시 민주화운동 관련자 재판을 맡았었다. 평생의 괴로움으로 남았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을 태운 채 버스를 몰다 사고를 낸 운전사 배모 씨에게 군 판사로서 1심 사형 선고를 내린 데 대해 사과부터 했다. 그러자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사형 판결을 받은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김 후보자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유족들의 아픔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었고, 실정법의 한계를 넘기 어려웠다”며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진정성을 문제 삼는 야당 측의 공세가 이어지자 시간이 지날수록 해명하는 태도로 답변이 흘렀다. 야당 측이 “더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하자 김 후보자는 “당시 심판부가 4개가 있었고, 나만 독자적으로 선고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또 “당시 사고로 경찰관 4명이 죽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사건의 중대성을 거론했다. 김 후보자는 사형 선고를 받았던 버스 운전사가 1998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소득 주도 성장’도 우리 경제의 난제를 푸는 데 중요한 채널이지만 궁극적인 접근은 ‘혁신 성장’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소득 주도 성장이 성장의 해법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제이(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밝힌 ‘3가지 정책 방향’에 소득 주도 성장 대신 혁신 성장을 담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이에 대해 묻자 “결국 기업이 제대로 일하게끔 하는 터전이 필요하다. 기업 기 살리기, 구조 개혁, 생산력 향상이 같이 받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답변 도중 소득 주도 성장을 ‘소득 중심 성장’이라고 언급하자 바른정당 유승민 전 대선 후보가 이를 바로잡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청문회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 요직을 두루 거친 김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수장’으로서 소신을 펼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분명한 소신을 밝힌 것이 현 정부의 철학과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제가 시진핑 주석이라고 가정하고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으로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부당하다’, ‘하지 말라’는 설득을 해 보시죠.”(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 “현재 인식의 갭이 큰 상황이다. 이미 대화는 시작됐으나, 보다 더 적극적으로 깊이 있고 폭넓은 대화가 필요할 듯하다.”(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7일 강 후보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사드 배치와 한미 정상회담, 북한 핵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자신 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이해가 충분치 못하고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하시는 것 아니냐”고 호통을 쳤다. 강 후보자는 “죄송하다. 현황 파악을 못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자리에 전통적인 북미통 전략 외교관이 앉아 계셨더라면 훨씬 더 매끄러운 답을 드릴 수 있었겠지만 지도력에서 나오는 질적인 차이는 아니었을 것 같다”며 “이 시점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새로운 역량, 지평, 시각”이라고 맞섰다. 이날 강 후보자는 위장 전입과 세금 탈루 의혹 등에 대해선 거듭 사과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경제 철학을 검증하기 위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재부 2차관을,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김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수장’으로서 정책의 ‘코드’가 맞는지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때 감세, 4대강 사업, 공기업 선진화, 복지 포퓰리즘 공격, 노동시장 유연화와 관련해 일을 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경제 정책에 대한) 접근 방법이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이분법적으로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해석할 문제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비정규직 문제만 해도 획일적인 정규직화에 대해선 저도 입장이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전 대선 후보는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5년 간 총 178조 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김 후보자가 칼럼에서 ‘나쁜 공약 버려라’라고 수도 없이 썼다. 그게 후보자가 걸어온 인생”이라며 “경제를 모르는 대통령, 소위 실세에 휘둘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기재부 출신인 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도 “실세 위주로 된 경제 라인에서 대통령을 자주 대면하고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내정 뒤) 대통령을 만나서 (의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말씀을 저도 드렸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소신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의 필요성은 강조했지만 문 대통령의 일부 공약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 후보자는 추경안 편성에 대해 “(지금은) 대량실업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체감 경기나 체감 실업률을 보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평소 공무원 일자리 증가에 부정적이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는 “(추경은) 정부의 정책 노력과 의지를 통해 결국 민간에서 일자리가 나오게끔 하는 역할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선 “비과세, 감면 등을 고려한 뒤 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경제 현안과 관련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며 종합부동산세 강화 요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담뱃세 인하 검토를 요구를 받자 “담뱃세 인상을 통한 금연효과는 아직 있다. 또한 담뱃세를 인하하면 정책 일관성에 문제가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10억 원대 예금 자산을 가진 김 후보자 부부가 어머니에게 차용증을 쓰고 총 1억7028만 원을 빌린 것에 대한 추궁도 있었다. 채무 관계를 가장한 증여 아니냐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24년 간 공직자로서 재산 신고를 했는데 재산 문제에 대해선 일종의 결벽증이 있다”면서 “어머니는 필요 없다고 하시는데 일부러 용도까지 써서 드렸다”고 해명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자유한국당이 인사청문회 정국의 분수령이 될 ‘슈퍼 수요일’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인사 난맥상에 대한 공격 수위를 바짝 끌어올렸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6일 인사청문회 대책회의를 소집해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실패가 참사에 이를 정도로 도를 넘고 있다”며 “대통령이 진정으로 야당과 협치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쇼(show)통’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할 수 있어 한국당은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이에 인사 검증의 책임을 맡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사진)을 직접 겨냥했다. 정 원내대표는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경질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입 보고 누락 조사 등에 대해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며 조 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이날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에 올 4월 임기를 시작한 김용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임명한 것을 두고도 “전례 없는 방통위원 빼가기 인사”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임기 3년을 보장하는 상임위원을 돌연 미래부로 보낸 것은 방송 장악을 위한 예정된 시나리오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만일 국민의당이 ‘민주당 2중대’를 자처할 경우 여야 방통위원 비율은 4 대 1이 돼 정권 마음대로 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표류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 표결이 31일 오후 2시에 열리는 본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간사는 30일 회동을 열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31일 열기로 합의했다. 특위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31일 본회의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후보자 부인의 위장전입 전력 등을 문제 삼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이날 회동에 불참했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여당인 민주당(120석)과 인준 협조 방침을 밝힌 국민의당(40석) 의석수로도 통과가 가능하다.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그러나 ‘제1야당’인 한국당은 이날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의 인준에 부정적인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스스로 정한 인선 원칙을 깨뜨린 데다 제1야당이 반대하는데도 총리 인준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협치 정신에 모순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본회의까지 청와대의 추가 조치가 없을 경우 표결에 불참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 핵심 당직자는 “한국당의 찬반 여부가 이미 표결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정치적 부담도 덜하다”면서 “인사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난상토론을 거쳐 일단 인준 표결에는 참여하되 반대표를 던지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 한 중진 의원은 “이 후보자의 자격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약속 위배 문제라는 취지”라면서 “다만 청와대와 한국당 간 선명한 대립 구도가 형성되며 바른정당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데 대한 우려는 있다”고 전했다. 여권은 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 표결을 강행하는 것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날도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한국당과 바른정당을 오가며 협조를 요청했다. 한편 국회 정보위원회는 31일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했다. 국정원장 후보자는 인준안 표결을 하지 않아도 된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세상이 나를 다시 부를 때까지 기다리겠다.” 5·9대선 당일, 패배를 확인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후보가 서둘러 내놓은 말에 귀를 의심했다. 그가 잠시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패장 코스프레’를 하는 모습이 쉽게 머리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홍 전 후보는 에둘러 말하며 반 발짝 늦게 대응하는 것을 ‘신중’과 ‘품위’로 여기던 보수 정치인들 사이에서 돌연변이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시 ‘홍준표’였다. 이튿날 바로 포문을 열더니 미국 체류가 무색하게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말 폭탄을 퍼부었다. 하루 일과 시작에 맞춰 메시지를 던지는 통에 정치권에선 ‘홍모닝’이라는 말도 나왔다. 홍 전 후보의 표적은 보수 정당 내부였다. 대선 다음 날부터 30일까지 21일 동안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26건(삭제한 글 1건 포함) 중 14건은 오로지 ‘내부용’이었다. 친박(친박근혜)계를 ‘바퀴벌레’에 비유해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 보려고 설친다”고 했고, 바른정당을 향해선 ‘패션 좌파’라며 “밤에는 강남 룸살롱을 전전하면서 낮에는 서민인 척한다”고 했다. 사무처 당직자를 비난하는 듯한 글로 논란이 일자 측근을 통해 “내부 총질을 자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딱 하루뿐이었다. 시계를 잠시 거꾸로 돌리면 홍 전 후보는 21년 정치인생에서 2011년 7월 4일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조선소 야간 경비원인 아버지와 고리 사채로 머리채 잡혔던 어머니의 아들이었던 그가 평소 나라의 중심이라 여겨온 한나라당의 ‘대장’이 된 날이었다. 홍 전 후보는 4선 중진 의원이던 2009년 자전 에세이집를 펴내며 제목을 ‘변방’이라고 지었다. 이미 중심에 들어왔으면서도 그만큼 변방의 정서가 강했다는 얘기다. 그런 그는 당시 176석 ‘공룡 여당’의 대표로 선출돼 당기(黨旗)를 건네받았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대표 취임 직후에는 서민정책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직접 위원장을 맡으며 ‘웰빙 정당’ 탈피에 의욕을 보였다. 식사 약속이 없을 땐 만두도 없이 짜장면 한 그릇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후반기 정치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그의 ‘독고다이(‘특공대’라는 일본말로 홀로 싸운다는 의미)’식 대응은 투박했다. 이듬해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그리고 취임 5개월여 만에 친박과, 지금은 주로 바른정당에 있는 쇄신파에 의해 대표직에서 사실상 끌려 내려왔다. 홍 전 후보로선 억울했을 수도 있다. 그로서는 ‘금수저 2세 정치인’(당시 대선을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승민, 남경필 최고위원)의 합작으로 ‘정치 흙수저’가 쫓겨난 사건일지도 모른다. 추억은 서로 다르게 적힌다고 했다. 6월 4일 귀국을 앞둔 홍 전 후보의 말 폭탄에서 갈수록 ‘2011년의 트라우마’가 엿보인다면 과한 해석일까. 홍 전 후보는 ‘신(新)보수주의’를 내걸고 6년 만에 다시 당권 도전에 나섰다. 대선 후보까지 지낸 그에게 이제 듣고 싶은 것은 구원(舊怨)에 대한 인신공격성 폭언이 아니라 보수 재건을 위한 ‘홍준표의 철학’이다. 변방의 정서로 재빠르게 치고 나가는 기술이 홍 전 후보의 정치적 생명력이었던 때가 있다. 하지만 정치인의 트라우마는 위험하고, 그는 더 이상 변방에 있지도 않다. 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