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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진영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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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2-23~2026-03-25
칼럼100%
  • ‘폭풍의 화가’가 그려낸 원시의 제주

    그의 그림은 잘 팔렸다. 일본 최고 권위의 미전에서 역대 최연소로 최고상을 거머쥔 조선 청년의 인물화를 일본인들은 좋아했다. 귀국 후 서울의 고궁을 그린 섬세한 풍경화도 그리기 무섭게 화상들이 큰 시장 일본으로 팔아주었다. 하지만 중년이 된 그는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혼자 제주로 향했다. 서울∼제주 간 비행편이 주 1회이던 시절이다. 스스로 선택한 유배생활은 쓸쓸했고 황토색 그림은 팔리지 않았지만 그는 결국 제주의 화가로 남았다. 가장 제주다운 그림으로 세계적인 서양화가가 된 우성 변시지 화백(1926∼2013·사진)의 1주기를 맞아 26일∼9월 30일 제주시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특별전이 열린다. 전시의 주제인 ‘빛과 바람, In full spectrum’에 나와 있는 대로 화려했던 일본 생활을 거쳐 제주에 정착하기까지 화풍의 변화를 100여 점의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그의 미학적 전환점은 거주지의 이전과 맞물려 있다. 인물화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일본시대(1947∼1957년), 고궁의 풍경을 극사실주의로 그려낸 서울시대(1957∼1975년), 황토색 바탕에 먹빛 선묘로 제주의 원시성을 그려낸 제주시대(1975∼2013년)로 나뉜다. 서귀포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6세 때 부모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1948년 22세의 나이로 일본 광풍회(光風會)전에서 최연소 최고상을 받았다. 화려했던 20대 일본시대를 보여주는 작품들은 따스한 톤으로 그려낸 인물 좌상들이 많다. 좌상은 당시 일본 화단의 인기 소재였다. 서울시대로 접어들면 온통 고궁 풍경화다. 그는 현대적 면모를 갖춰 가는 서울보다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남아 있는 고궁에 주목했다. 그려 넣은 기왓장 수가 실제 기왓장 수와 같을 정도로 섬세하고 치밀한 화풍이 특징이다. 제주시대의 그림은 극도로 단순해진다. 그에게 제주는 빛과 바람의 섬이었다. 고인은 생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공항에 처음 내렸을 때 태양빛이 강렬하게 비추면서 모든 것이 누렇게 다가왔다. 제주는 누런색이었다”고 했다. 제주는 씨를 뿌리면 흙까지 날아가버리는 바람의 섬이다. 그의 그림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동력은 바람이다.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 쓰러져가는 초가와 돌담, 불귀(不歸)의 짝을 기다리는 남정네 혹은 아낙의 옷자락, 조랑말의 성치 않은 갈기와 까마귀 떼의 날갯짓에서도 바람을 느낄 수 있다. 그를 ‘폭풍의 화가’라 부르는 이유다. 제주적인 색과 소재에서 전해지는 정조는 섬의 고독과 기다림이다. 그림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등 굽은 사내, 혹은 지팡이를 쥔 사내가 이 불모의 쓸쓸한 풍경이 관조의 대상이 아닌, 누군가에겐 생활의 터전임을 일깨운다. 김유정 미술평론가는 “풍토가 예술의 전부라던 고인은 제주의 진짜 얼굴을 찾아내 시원적 삶의 섬, 척박한 풍토, 역사와 수난의 섬 제주를 절제된 색으로 표현해냈다”며 “한반도 본토의 미학과는 다른 ‘제주이즘’이라는 양식화를 구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그려낸 제주는 국제 관광도시 제주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서 제주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은 2007년 6월부터 10년간 우성의 회화 작품 2점을 대여해 전시 중이다. 인터넷 포털 야후는 1997년 ‘르네상스 이후 세계 100대 화가’에 그를 선정했다.제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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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유대인은 왜 하마스를 잔혹하게 공격하나

    ‘죽기 전에 한 번은 유대인을 만나라’로 유명한 랍비가 쓴 책이다. 모든 나라에서 추방당하는 시련을 이겨낸 뒤 건국을 하고, 세계 인구의 0.25%로 노벨상 수상자의 25%를 배출해내는 동력이 된 유대인들의 정신 유산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무자비한 전쟁을 하고 있는 그들의 정신세계를 ‘내재적 접근법’으로 들여다보는 책으로 읽어도 좋다. 유대교는 신을 절대 복종해야 하는 무오류의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유대민족의 아버지인 야곱의 또 다른 이름인 ‘이스라엘’이 상징한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과의 씨름을 의미한다. 유대 문헌에는 하나님과 논쟁을 벌이는 유대인들의 모습이 종종 나온다. 유대교의 가르침은 예수의 그것과는 다르다. 예수는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대줘라”고 했지만 유대교는 나치를 사랑할 의무는 전혀 없다고 믿는다.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성경엔 유대인들이 잔혹한 전쟁을 치르는 장면들이 나온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성경의 전쟁 윤리에 대해 저자는 일신교인 유대교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일신교는 당시 소수자여서 다른 토착민들과 살았다면 동화돼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대인들은 적에게 패배할 때마다 이는 적이 강해서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이 유대민족을 벌하시기 위해라고 해석했다. 저자는 이 같은 해석이 유대민족의 절멸을 막아주었다고 본다. 유대교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네가 싫어하는 일을 이웃에게도 행하지 말라”라고 한다. 이 밖에 곱씹어볼 만한 구절들이 많이 나온다. “잔인할 필요가 있을 때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결국 자비를 베풀어야 할 때 잔인하게 될 것이다.” 원제 ‘Jewish Literacy’.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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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운찬 “청문회 자리 앉는 순간, 죄인”

    “난산(難産)의 고통을 복기하는 심정으로 인사 청문회 경험담을 들려드립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68)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세미나 ‘인사 검증 보도의 현주소와 개선점’에 참석해 ‘내가 경험한 청문회와 언론 보도’를 발표했다. 정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9월 총리 후보자로 국회 인사 청문회장에 섰다. 그는 “청문회 현장에서 생애 최초의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꼈다. 마치 피고석에서 전과 유무를 추궁당하는 느낌이었다”며 “내가 어떤 역량을 키워 왔고, 어떤 비전으로 국정에 임하려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구석구석 털어서 죄인을 만들자는 자리 같았다”고 돌아봤다. 정 전 총리는 청문위원의 자질도 문제 삼았다. 그는 “나는 부선망(父先亡) 독자여서 군대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내 병역 기피 의혹을 질타한 야당 청문위원 4명 중 3명이 병역 미필자였고, 법을 지키라고 언성을 높인 위원은 청문회 바로 다음 날 의원 자격이 박탈됐다”고 했다. 당시 야당 남성 청문위원은 모두 5명이었고, 이 중 군 면제자는 3명이었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일정이 마무리되던 날인 2009년 9월 24일 단국대 이전사업과 관련해 거액을 받은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정 전 총리는 “세상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추한 사람 3종류가 있는데 잘 모르는 사람과 일해야 할 땐 일단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시작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국회와 언론은 (후보자에 대해) ‘네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어?’ 이런 식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은 인사 검증 보도 내용이 후보자의 공직 수행 능력과 관련이 있음을 기사에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KBS의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보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 교수는 “KBS는 총리의 역사관이 공직 수행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짚어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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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광을 담은 건물, 건물을 담은 풍광

    혼신지(魂神池). 경북 청도군 화양읍 고평리에 있는 이 저수지는 물 위 가득 연꽃이 자라는 연지(蓮池)다. 해질녘 어스름이면 연줄기들이 그려내는 그림이 장관을 이뤄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김현진 건축사사무소 SPLK 소장이 설계한 ‘혼신지주택’은 혼신지와 이를 둘러싼 평화로운 산세를 감상하려고 지은 집이다. 세계적인 건축 사진작가 헬렌 비네가 찍은 최초의 한국 건축가 작품으로 유명해졌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받은 자하 하디드와 페터 춤토르의 단골 작가인 비네는 혼신지주택 촬영을 위해 5월 방한했을 때 이 집에 대해 “퀄리티에 정직하게 집중한 작품”이라며 “공간이 만들어내는 깊이감,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혼신지주택은 이름 그대로 혼신지를 보기 위한 집이다. 김 소장은 “주변의 자연이 아름다워 집이 튀지 않으면서도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총면적이 200m²(약 60평)인 건물은 위압적인 덩치로 조용한 경관을 깨지 않도록 두 동으로 작게 나눈 뒤, 혼신지의 수평선을 자르지 않고 온전히 담아낼 수 있도록 가로로 길게 엇갈려 배치했다. 혼신지 쪽을 향하는 창엔 투명도가 높은 저철분 통유리를 썼다. 거실과 주방 같은 공적인 공간으로 구성된 앞동보다 서재와 침실 등 사적인 공간이 모여 있는 뒷동이 높다. 덕분에 집안에서는 다양한 눈높이와 위치에서 혼신지를 중심으로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혼신지주택엔 ‘깜짝 선물’과 같은 장치가 두 개 있다. 앞동 중정에서 혼신지 쪽으로 세워진 벽면을 밀면 뜻밖에 견고해보이던 커다란 벽이 밀쳐지면서 자연 경관이 펼쳐진다. 2층 높이인 뒷동의 욕조에 들어앉아 커다란 창으로 한가득 들어오는 경치를 감상하며 목욕을 하는 것도, 욕실 벽면의 거울에 문득 비친 혼신지를 발견하는 놀라움도 호사스럽다. 청도엔 혼신지주택처럼 대구에 살면서 주말 별장처럼 쓰려고 지은 세컨드 하우스가 많다. 김 소장은 “온갖 살림살이를 위한 수납공간이 필요한 일반 집과 달리 세컨드하우스는 건축의 중요한 가치인 공간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비네가 얘기한 ‘공간의 깊이감’도 온갖 세간에서 해방된 덕에 얻어낸 것이다. 주방과 중정을 가르는 곳은 유리로 돼 있고 실내와 중정의 벽면 모두 화이트오크로 처리해 통일감과 깊이감을 느낄 수 있다. 뒷동의 침실과 욕실 사이도 유리로 처리해 공간의 깊이감을 더했다.청도=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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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전 파행’ 광주비엔날레 대표 사의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62)가 20주년 특별전 파행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광주비엔날레 측은 17일 “이달 8일 개막한 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이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걸개그림으로 인해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이 대표가 비엔날레 재단의 수장으로서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광주비엔날레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특별전인 ‘달콤한 이슬 1980 그후’를 개막했으나 문제가 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이 전시 유보되고, 동료 작가들이 이에 반발해 작품을 철거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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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개나 고양이에 초콜릿 주면 탈난다고?

    “이 신사양반은 하인 네 명이 거들어주지 않으면 아침 ( )을 목으로 넘기지 않았다. 한 하인이 ( )이 담긴 주전자를 바치면, 둘째 하인이 작은 도구를 꺼내 ( )을 휘젓는다. 그러면 셋째 하인이 잔 받침보를 깔고 넷째 하인이 ( )을 따른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에서 프랑스 귀족이 ( )을 마시는 장면이다. 여기서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초콜릿이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식물 카카오의 특징부터 귀족들의 기호품이던 초콜릿이 대중화에 이른 역사까지 초콜릿의 모든 것을 들려주는 책이다. 카카오의 최대 생산국은 코트디부아르-가나-나이지리아 순이고, 최대 소비국은 스위스-잉글랜드-루마니아 순서다. 생산국과 소비국이 불일치하는 이유는 카카오 재배자들이 초콜릿을 사먹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하기 때문이다. 2009년 기준으로 초콜릿 100g의 가격은 69센트(약 720원). 이 중 카카오 재배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3센트다. 개나 고양이가 귀엽다고 초콜릿을 주면 안 된다. 초콜릿엔 피로를 완화하고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테오브로민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개나 고양이에겐 이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없다. 초콜릿 박물관 큐레이터라는 저자들은 구슬 서 말을 모으는 성실함만 있지 이를 멋지게 꿰어내는 재주는 없어 보인다. 우유나 튤립, 향신료를 키워드로 읽어낸 미시사 같은 깊이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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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심위, JTBC 메인뉴스 중징계 “다이빙벨 보도 객관성 위반”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메인 뉴스가 세월호 참사 때의 ‘다이빙벨’ 보도로 중징계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참사 이틀 뒤인 4월 18일 다이빙벨에 관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그대로 내보낸 ‘JTBC 뉴스9’에 대해 ‘재난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객관성’에 관한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이는 방송사의 재승인 심사 때 벌점 4점이 부과되는 법정 제재다. 해당 방송사는 관계자를 징계한 뒤 그 결과를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심의위는 “정확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정도 연속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이다’ ‘2, 3일이면 3층, 4층 화물칸 다 수색이 끝날 거라고 생각된다’ 등 출연자의 일방적인 의견을 방송해 유가족을 비롯한 시청자를 혼동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심의위는 4월 22일 세월호 참사로 부모와 형을 잃은 7세 어린이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어린이의 실명과 인터뷰 장면을 내보낸 MBN ‘뉴스특보’에 대해 ‘피해자의 안정과 인권 보호’ 규정 위반으로 법정 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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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고총량제는 지상파 편향 정책… 여론 다양성-매체 균형발전 해쳐”

    지상파방송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도입 등 방송통신위원회가 4일 발표한 정책에 대해 신문협회(회장 송필호)가 “여론의 다양성 구현과 매체의 균형 발전을 도외시한 지상파 편향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7일 성명을 내고 “한정된 광고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지상파의 광고재원을 보전하기 위해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등을 허용하면 신문과 중소 및 지역방송 같은 경영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매체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지상파 방송사의 연간 매출은 1000억 원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다른 중소 매체의 광고 수입이 그만큼 줄어듦을 뜻한다. 협회는 “방통위가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전면 허용’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진실”이라며 “이 같은 진실 호도는 ‘지상파 편애’에서 나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만을 규제하는 방통위가 전체 미디어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광고정책을 관련 부처와 협의 없이 추진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또 “방송 광고정책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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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協 “언론사 뉴스 무단게재 의원 면죄부 안돼”

    한국신문협회(회장 송필호)는 언론사의 뉴스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무단으로 게재한 국회의원들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 대해 “저작권법을 위반한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부당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6일 성명을 내고 “뉴스 저작물은 언론사와 기자들의 창조적인 노력으로 생산된 콘텐츠로,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은 디지털 뉴스를 유료로 구매하고 있다”며 “만약 국회의원들의 행위가 무혐의라면 정부 부처 등이 유료로 구매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또 “앞으로 사법부 행정부 등이 언론사의 기사를 무단으로 자체 홈페이지에 게재하더라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이 처분으로 뉴스 유료화를 추진하는 신문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건전한 온라인 뉴스유통 생태계의 근간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률소비자연맹은 2월 국회의장단,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 270명을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기사를 무단으로 게재해 저작권을 위반했다”고 고발했다. 검찰은 △의원들이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홈페이지 방문자에게만 제한적으로 기사를 제공한 데다 △이들의 홈페이지가 언론사의 홈페이지와 경쟁관계는 아니라며 지난달 25일 이들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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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붓을 든 정장신사’… 아버지일까 나일까

    굴뚝에서 나무가 쑥쑥 자라는 집(‘화분’), 정면을 향한 채 팔을 비틀어 뒤쪽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남자(‘피아노맨’).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상상한 대로 그린 듯 자유분방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작은 강박이 눈에 띈다. 긴 면발을 입에 넣는 ‘스파게티’나 뚝딱뚝딱 못질을 하는 ‘빌더’ 속 사내 모두 검은 정장에 넥타이, 검정 구두를 신고 있다. 23번째 개인전 ‘크라운(CROWN)’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정장 차림’에 대해 문형태 작가(38)는 “삶의 자세”라고 짧게 설명했다. 작가의 어린 시절 얘기를 듣다보니 감이 잡혔다. 문 작가는 그림 그리는 아버지를 보고 자랐다. 적은 벌이로 여섯 식구를 먹여 살렸던 아버지는 새벽에 귀가하면 고단한 몸을 씻고 붓을 들었다. “아버지는 속옷 차림에 목엔 수건을 두르고 그림을 그리셨어요. 그 모습이 멋있었죠. 아버지 덕분에 그림은 항상 즐거운 것이라고 여기고 살아요.” 무엇을 하든 한결같이 그림의 꿈을 품고 사는 부자(父子)의 마음이 정장으로 표현된 것일까. 작은 배로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작품 ‘바람’ 속 남자는 정장을 차려입고 붓까지 들었다. 서로에게 ‘왕관’을 씌워주며 칭찬해주자는 뜻에서 전시 제목을 ‘크라운’으로 달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사고 싶다’가 아니라 ‘나도 그리고 싶다’고 느꼈으면 해요. 그게 제겐 최고의 칭찬입니다.” 32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4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길 청안갤러리에서 이어진다. 02-776-5105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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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예수… 스탈린… 역사속 인물들의 마지막 순간

    그런 영화가 있다. 살점이 튀거나 허리가 꺾이는 불편한 장면을 끝까지 보여주고 마는. 이 책도 그렇다. 프랑스 응급의학과 의사인 필자가 예수부터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까지 역사 속 인물들이 죽는 순간을 임상학적인 관점에서 정리했다. 의술이 발달하기 전 의사들은 본분과는 달리 죽음을 재촉하는 역할을 했다. 왕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왕이 아프면 ‘나쁜 기운을 제거하기 위해’ 부지런히 피를 뽑고 관장을 했다. 선천적인 결핵환자였던 샤를 9세(1550∼1574)도 피를 뽑히다 만성 빈혈과 탈수 증세, 결핵균으로 인한 호흡곤란에 시달리며 죽었다. 사형당하는 장면은 더 끔찍하다. 죄인이 사지가 찢겨 죽는 장면을 묘사한 대목은 19금 하드코어물이다.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등장한 단두대는 사형 집행에도 평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신념의 결과물이었다. 그 이전까진 귀족은 잘 벼린 칼로, 평민은 도끼로, 이보다 못사는 이는 무딘 칼로 머리가 잘렸다. 저자는 ‘죽음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려준다’고 했는데 옛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 그랬다. 평생 암살의 두려움에 시달렸던 그는 방탄장치를 한 똑같은 침실 7개에서 돌아가며 잤고, 누구도 그가 어느 방에서 자는지 몰랐다. 침실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은 그는 20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됐고, 그 후에도 죽어가도록 방치됐다. 의사들은 괜히 책잡혀 살해될까봐, 그리고 그가 죽기를 은근히 기다리는 마음에서 나서지 않았다. 목격하지 않은 죽음을 묘사하면서 참고문헌을 제시하지 않은 점, 드문드문 요령부득의 원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매끄럽지 못한 번역 문구가 아쉽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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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유럽인들, 케이팝-한국 드라마서 못이룬 꿈 찾는다

    “내가 케이팝(K-pop·한국 대중가요)을 좋아하는 이유는 완벽한 무대를 위한 노력 때문이다. 여기서는 노력하는 모습을 별로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그래봤자 미래도 없다.” “우린 혁명 후 많은 일을 겪었지만 좋은 모델이 없었다. 한국 드라마는 국가로서 강한 자신감을 보여준다. 우리도 그런 자신감을 다시 얻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세계를 휩쓰는 한류 열풍은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장 먼 동유럽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동유럽의 한류 팬들은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즐길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나 서구식 자본주의로 이뤄내지 못한 이상적인 사회상을 한류 문화에서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선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방송학보 최신호에 실린 논문 ‘신한류의 동유럽 수용과 문화 정체성 확산의 작은 정치’에서 루마니아와 헝가리 한류 팬들의 한류 콘텐츠 수용 실태를 소개했다. 그는 연구를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 브라쇼브 크라이오바 등 4개 도시에 사는 10∼40대 남녀 한류 팬 42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이들의 한류 콘텐츠 소비 실태를 관찰했다. 동유럽 한류 팬들의 가장 큰 특징은 조직적이라는 점이다. 루마니아 한류 팬클럽의 절반은 정부에 등록된 비정부기구(NGO)다. 이들은 공식 기관 자격으로 한국 대사관이나 기업의 스폰서를 받아 팬클럽 활동을 하고, 한복 시연회나 붓글씨 대회 같은 한국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개최한다. 헝가리도 대규모 댄스 파티나 한국문화 체험 행사를 마련해 한국문화를 알리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한다. 윤 교수는 “동유럽 한류 팬들의 조직력이 높은 것은 공산주의 사회 경험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다른 지역과 달리 동유럽에서 발견되는 한류 콘텐츠의 인기 비결로 기존 사회에 대한 대안 제시 기능을 꼽았다. 그는 “동구식 사회주의에 이어 서구식 자본주의를 경험하면서 민생의 피폐와 불투명한 미래를 마주한 이들은 전통과 예의를 중시하는 한류 콘텐츠에서 새로운 사회 대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불편해 하는 한류 드라마의 민족주의적 성향도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땅에 떨어진 이들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이는 심층 인터뷰 내용에서도 드러났다. “헝가리 TV는 지루하고 폭력적이다. 쓰레기 같은 미국 프로만 내보내고.” “루마니아 드라마는 값싼 이야기밖에 없다. 서구 방송을 모방하고 있다.” “한국이 완벽한 사회는 아니겠지만 한국 가서 살고 싶다.” 윤 교수는 “동유럽 한류 팬들이 한류 콘텐츠에 열광하는 것은 콘텐츠의 질이나 문화적 취향의 문제만은 아니다”라며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디지털 기술을 선도하면서 근대적인 이미지를 전파하는 국가 이미지와 함께 한류 콘텐츠가 그리는 가치가 이들에게 어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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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자료 수집가 김달진씨, 소장품 2만점 국립현대미술관 기증

    국내 최고의 미술자료 전문가인 김달진 미술연구소장(59)이 40년 넘게 모아온 미술자료 2만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다. 김 소장은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기증 협약식을 갖고 소장 자료를 단계적으로 기증하기로 했다. 이 자료는 정부의 공간 지원으로 김 소장이 운영해온 한국미술정보센터에 있던 것들로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서 센터가 문을 닫게 되자 미술관에 기증하게 됐다. 1926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초등학교 4학년용 미술책인 ‘보통학교도화첩’, 한국 최초의 종합 미술월간지인 ‘신미술’ 창간호(1956년 9월호)를 비롯해 한국 근현대 미술 관련 도서 잡지 학위논문 팸플릿 등이 포함돼 있다. 고교 시절 잡지에 실린 그림을 뜯어 모으는 아마추어 수집가였던 김 소장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가나아트 자료실을 거쳐 2001년 연구소, 2008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2010년 미술정보센터를 차례로 개관하며 미술사료의 체계적 수집과 연구를 이끌어왔다. 김 소장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다리품을 팔아가며 모은 소중한 자료다. 더 많은 사람이 요긴하게 써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증받은 자료를 분류 정리한 뒤 서울관 디지털정보실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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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계 비주류들이 펼치는 ‘신선놀음’ 한마당

    “마늘종인가?” “양파 같은데.”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 사람들의 발길을 붙드는 작품이 들어섰다. 국내에선 처음 실시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 당선작인 프로젝트 그룹 ‘문지방’의 작품 ‘신선놀음’이다. YAP는 1998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신진 건축가 발굴 프로그램. 그늘, 쉼터, 물을 주제로 파빌리온(임시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미션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늘이 없는 서울관 넓은 마당에 여름마다 젊은 건축가들의 파빌리온을 설치하기로 하고 YAP에 합류해 올해 1회 건축가를 선정했다. ‘신선놀음’의 미덕은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 서울관 마당에 깔아놓은 돌을 들어낸 뒤 잔디를 깔고, 구름을 표현한 그러나 마늘종처럼 보이는 지름 2m, 높이 3∼5m의 풍선 60개를 설치해 그늘을 만들었다. 곳곳에 세워둔 안개기둥에선 물안개가 뿜어져 나와 시원함과 신비로움을 더한다. 풍선 사이에 나무로 설치한 구름다리에 오르면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신선놀음을 경험할 수 있다. ‘문지방’의 최장원(33) 박천강(36) 권경민 작가(35)는 중앙대 한동대 숭실대를 나온 국내 건축계에선 ‘비주류’ 출신이다. 이들을 한데 모아준 인연은 건축가 조민석 소장의 설계사무실인 ‘매스스터디스’. 조 소장은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한국관 커미셔너로 참가해 황금사자상을 받아낸 인물이다. 유머러스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신선놀음’에서 조 소장의 작풍(作風)을 읽어내는 이들도 있다. 최 작가는 “매스스터디스에 있으면서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건축뿐만 아니라 설치미술이나 전시와 같은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며 “‘문지방’이라는 프로젝트 이름도 장르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현대미술관, 현대카드와 공동 주최하는 서울관의 첫 건축전으로 10월 5일까지 제7전시실에서는 ‘문지방’을 비롯해 최종 후보군에 오른 3개 팀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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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예능 범람 시대… 교양물 전용 TV로 떼돈 버는 사나이

    과학과 역사를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남자가 아내에게 물었다. “왜 하루 종일 다큐멘터리만 틀어주는 TV는 없지? 내가 해볼까?” 아내가 되물었다. “멋진 생각인데, 왜 테드 터너(CNN 설립자)가 아직 만들지 않은 거지?” 때는 1982년. 뉴스 전문 CNN, 스포츠 전문 ESPN, 영화 전문 HBO가 주목받던 때였다. 논픽션 전문 채널을 떠올린 사람은 있었겠지만 다들 “될 거면 벌써 누군가가 했겠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CBS가 과학 프로그램 ‘유니버스’를 방영하다 관둔 선례도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사업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결론을 내렸다. “테드 터너가 실수한 거다.” 이렇게 해서 1985년 6월 개국한 논픽션 전문 채널 ‘디스커버리’는 개국 30년 만에 215개국 18억 명의 가입자에게 28개 채널을 제공하는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했다. 디스커버리의 설립자가 쓴 이 책은 오락물이 범람하는 TV 시장에서 교양물 전용 TV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경영전략을 담고 있다. ‘틀면 나오는 TV’에서 ‘장르 선택 TV’로, 다시 ‘프로그램 선택 TV’로 진행돼온 TV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돌아보는 재미도 준다. 저자는 시장의 흐름을 앞서 읽어내고 먼저 움직였다. 1993년 주문형 비디오(VOD)와 비슷한 서비스인 ‘유어 초이스 TV’를 내놨고, 고화질(HD) 프로그램과 3차원(3D) 채널도 가장 먼저 선보였다. 1992년엔 전자책 아이디어까지 내 전자책 리더기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미디어 경영의 귀재인 그도 아직 해답을 얻지 못한 난제는 주문형 TV의 시대에 실시간 TV를 보존하는 방법이다. 원제는 ‘A Curious Discovery(호기심 많은 디스커버리)’.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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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이진영]언론의 오보 여부를 국회가 따질 일인가

    “다른 방송사는 정정보도를 했는데, KBS는 11시 26분경 전원 구조(됐다고) 방송을 했다.” “(MBC는) 전원 구조 보도를 시정했다는 11시 23분 이후에도 전원 구조 발언을 했다.” 언론의 오보 실태를 조명하는 세미나에서 오고 갈 법한 얘기들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7일 KBS와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를 불러 방송사의 세월호 오보 경위를 추궁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왜 오보를 냈느냐”는 의원들의 질타와 관계자의 사과가 오갔을 뿐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특위는 이날 불참한 MBC 간부들에게 다시 출석을 요구하기로 했다. 공영방송 KBS와 MBC는 국회 국정감사 대상이므로 국회가 관계자 출석을 요구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 자유 침해”라며 출석 요구를 거부한 MBC에 대해 “오만하고 초법적이고 무책임한 국정조사 거부 행태”라고 의원들이 비난하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MBC의 대응을 비판하기 전에 국회가 출석을 요구할 만한 사안이었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이날 의원들은 세월호 탑승자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낸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아무리 공영방송사지만 경영상의 문제나 불공정 방송이 아닌 오보를 이유로 국회가 방송사를 부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오보는 직업윤리에 관한 문제이지 국회가 따질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회가 나서지 않아도 방송사의 부실보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재하고, 부실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는 언론중재위원회가 맡는다.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세월호 보도 경위가 이번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핵심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가 언론사를 부른 건 실효도 없을뿐더러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위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이 없는 보도 간부들의 법인카드 사용 명세까지 요구함으로써 “세월호 보도를 방송사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MBC의 항의에 힘을 실어줬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기자들은 “내가 보도를 제대로 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를 반문하며 자책하고 또 자책한다. 언론 관련 단체들은 재난보도 윤리규정을 새롭게 손질하고 있다. 세월호 부실 보도는 “내 탓이오”를 외치는 언론인들의 자성 속에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책을 모색해야 할 일이다. 국회가 나설 일이 아니다.이진영·문화부 ecolee@donga.com}

    • 20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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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 병따개 선물 받은 펑리위안 “내 남편이 ‘별그대’였으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3일 방한 첫날부터 세련된 패션과 언행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중국 국민가수 출신으로도 유명한 펑 여사는 이날 청와대 공식 환영식 참석 직후 곧바로 창덕궁으로 향하는 등 한국의 전통문화 체험에 나서며 공공외교 대사로서의 행보를 보였다. ○ 단아한 ‘패션 외교’ 펑 여사는 세계적 베스트 드레서다운 ‘공항 패션’을 선보였다. 짧은 재킷과 그러데이션(경계선의 색이 단계적으로 변하게 한 것)을 넣은 블라우스 등을 통해 단아하면서도 현대적인 패션 감각을 뽐냈다. 펑 여사의 옷에서 한국적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정연아 이미지컨설턴트협회장은 “재킷의 짧은 길이와 어깨 아랫부분에 들어간 주름, 곡선형의 소매 등은 한국의 저고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라우스의 에메랄드 색은 고려청자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현숙 동덕여대 교수(패션디자인학)는 “전통복식과 문화를 고려한 의상을 통해 상대국을 배려하고 패션을 전략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날 펑 여사가 입은 의상들은 대부분 ‘메이드 인 차이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도 짙은 주황색 재킷을 입어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을 배려했다.○ 퍼스트레이디 역할 대행한 정무수석 펑 여사의 창덕궁 방문에는 조윤선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동행했다.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나갈 때도 따로 두지 않았던 ‘퍼스트레이디’ 대행을 펑 여사의 의전을 위해 특별히 맡긴 것. 조 수석은 펑 여사가 전용기에서 내릴 때부터 의전을 시작했다. 펑 여사는 조 수석의 안내에 귀를 기울이며 창덕궁과 후원을 30여 분간 구석구석 둘러봤다. 펑 여사는 특히 한국 드라마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 드라마를 보느냐”는 조 수석의 질문에 “내 딸이 한국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고 말하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조 수석이 한글 ‘별’과 ‘꽃’ 모양의 병따개를 선물하자 펑 여사는 중국에서 한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언급하며 “우리 남편이 ‘별에서 온 그대’였으면 좋겠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비가 내리던 궂은 날씨가 개자 조 수석은 “날씨가 다행히 좋은 것도 펑 여사 덕택”이라고 덕담을 했고 펑 여사는 “박 대통령 덕분”이라고 답했다. 조 수석은 중국 고사 등을 인용하며 펑 여사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조 수석은 펑 여사 의전을 앞두고 기본적인 중국어 표현을 익히고 펑 여사에 대해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이 요청한 창덕궁 방문 펑 여사의 창덕궁 방문은 중국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나선화 문화재청장과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달 만난 자리에서 “펑 여사가 방문한다면 창덕궁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중국대사관이 이를 본국 정부에 전달하면서 성사됐다는 것. 그동안 한국을 방문한 국빈들은 고궁 가운데 경복궁과 창덕궁을 선호했다. 문화재청이 선정하는 것은 아니고 각국 대사관이 한국 외교부에 요청하면 문화재청이 안내를 맡는 형식이었다. 경복궁은 조선의 법궁이란 상징성이 크다. 창덕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관심이 큰 것으로 보인다.이현수 soof@donga.com·정양환·김범석 기자}

    • 201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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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관 커미셔너 조민석씨 “南北건축사 100년 조망 공동전시 불발 아쉬워”

    “앞을 내다보려면 지난 100년을 돌아봐야 하는데 우리는 앞만 내다보고 살았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0년간 남과 북으로 나뉘어 전개된 건축사를 짚어보는 전시는 매우 시의 적절했다.” 한국관을 총괄하는 조민석 커미셔너(48·사진)는 수상 소감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번 전시가 남북의 건축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보여주는 작지만 긍정적인 모범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관이 1등상을 차지한 비결에 대해선 “외국인들이 모더니즘 전파의 사각지대인 남북한에서 진행된 건축 작업을 보고 모더니즘의 마지막 퍼즐조각이 맞춰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 듯하다”고 해석했다. 그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에 공동 전시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불발됐다.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가 전시장을 찾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한국관 전시 제목 ‘한반도 오감도(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는 건축가 출신 시인 이상의 시 제목 ‘오감도’에서 따 왔다. 이 제목엔 북한의 불참으로 한반도 근대 건축사를 온전하게 ‘조감’하지 못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는 “언젠가 남북한이 국기 두 개를 무난하게 걸어놓고 어떤 극적인 요소도 없이 그냥 좋은 건축전시를 열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그땐 전시 제목도 단순하게 ‘조감도’라고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건축가들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에서는 “남북이 공동으로 온돌 문화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도록 노력하자”는 제안도 했다. 이번 한국관 우승을 계기로 조 커미셔너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연세대 건축공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네덜란드 설계사무소 OMA에서 일한 뒤 2003년 귀국해 설계사무소 매스스터디스를 꾸려 활동해왔다. 서울 강남의 주상복합 빌딩 부티크모나코(2008년), 다음 제주 본사 사옥(2011년), 건축 부문 은상을 수상한 2010 상하이엑스포 한국관으로 국내 건축계에선 미래의 프리츠커상 수상 후보로 꼽힐 정도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동아일보의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베네치아=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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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방의 한국 근대건축, ‘분단’ 소재로 미술올림픽 금메달

    “세계 건축계의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의 근대 건축이 당당히 자리매김하게 됐다. 한국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안창모 경기대 교수) “미술 올림픽에서 한국의 건축적 실천이 세계적으로 처음 인정받았다. 건축가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건축과 건축가가 모두 인정받은 것이다.”(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건축 축제인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7일(현지 시간) 남북한 근대 건축을 다룬 한국관이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1986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하기 시작한 후 한국관이 1등상을 수상한 것은 미술전과 건축전을 합쳐 이번이 처음이다.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반다린 심사위원장은 “한국은 긴장이 고조된 정치 상황에서 새롭고 풍부한 건축 지식을 제공하고, 다양한 전시 형식을 통해 건축적 서사를 지정학적 현실로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2등상인 은사자상은 칠레가, 3등상인 특별상은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가 받았다. 남북한의 근대 건축사 100년을 조망한 한국관의 전시 ‘한반도 오감도’는 5일 개관 직후부터 65개 참가국 중 최고라는 평과 함께 수상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개막식 전 각국의 전시관을 돌며 점수를 매기는 심사위원들이 유독 한국관에 오래 머물며 관심을 표했기 때문이다. 한국관의 1등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베네치아(베니스) 카스텔로공원 구석에 있는 240m²(약 73평) 규모의 한국관에는 외국인들이 몰려들어 전시를 관람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한국이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한 지 28년 만에 이룬 쾌거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분단’은 세계가 주목하는 이슈 가장 큰 수상 비결은 분단이라는 소재의 힘이다. 올해 국가관의 공통 주제가 ‘근대성의 흡수: 1914∼2014’로 정해지자 조민석 커미셔너(48)는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특수성을 강조한 전시로 승부수를 던졌다. 남북한 공동 참여는 불발됐지만 전시물의 60%를 북한 관련 자료와 작품들로 채웠다. 건축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북한만의 독특한 건축사에 세계 건축계가 큰 관심을 보인 것이다. 공동 큐레이터인 안창모 교수는 “한반도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교류 없이 독자적인 도시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이념이 도시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유일한 곳”이라며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전시여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분단이란 화두는 1995년 한국이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을 제치고 카스텔로공원에 26번째이자 마지막 국가관인 한국관 설립 허가를 받아낼 때 활용했던 카드이기도 하다. 당시 한국관 건립을 주도했던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은 1994년 베네치아 시장에게 그림 편지를 보내 “베니스비엔날레 100주년(1995년)을 맞아 이념으로 분단된 유일한 국가인 남과 북이 함께 참여해 핵 문제를 문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당신은 노벨 평화상을 받을 것이다”고 설득했다. ○ 다국적 작가들의 힘, 공개경쟁의 힘 한국관 참여 작가 29개 팀 가운데 한국 팀은 14개이고, 15개 팀이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스페인 리투아니아 등 외국 국적의 작가들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건축가뿐만 아니라 사진작가, 화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미술품 수집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이념과 건축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채로운 시각으로 흥미롭게 풀어내 한국 근대사에 문외한인 외국인들의 눈길을 붙들었다. 공동 큐레이터인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북한과 건축 분야의 교류가 거의 없어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리와 달리 북한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외국인들이 연구하고 수집해놓은 자료는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운영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는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비공개 회의를 통해 커미셔너를 선정해온 관례를 깨고 올해 건축전부터 공개경쟁을 거쳐 커미셔너를 선정했다. 그 덕분에 조 커미셔너는 세계무대에서 먹히는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의 힘으로 국내 건축계의 선배들을 제치고 역대 최연소 커미셔너가 될 수 있었다. 조 커미셔너는 올해 건축전 총감독인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가 운영하는 설계사무소 OMA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건축전을 찾은 국내 건축가들은 한국관의 수상 소식에 “조민석의 전시 감각과, 유창한 영어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해외 인맥이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경사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에는 못 미치지만 한국의 건축과 조민석이라는 건축가 개인이 모두 세계무대에서 상당한 홍보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베니스비엔날레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국제 미술전. 휘트니비엔날레, 상파울루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힌다. 홀수 해엔 미술전이, 짝수 해엔 건축전이 열린다. 한국은 1986년 이탈리아관의 작은 공간을 빌려 참가하기 시작했고, 1995년 26번째로 독립된 국가관인 한국관(김석철 설계)을 건립했다. 1995년 한국관 개관 첫 회 전수천 작가를 시작으로 1997년 강익중 작가, 1999년 이불 작가 등 미술전에서는 연속으로 3회 특별상을 받았다. 1993년 미술전에서 예술가 백남준(1932∼2006)이 독일관 공동 대표로 참가해 독일관이 황금사자상을 받은 적이 있다. 베네치아=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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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 김일성광장… 남북兩金 이념이 가른 도시풍경

    이념은 남북한 도시 풍경을 어떻게 갈라놓았을까. 한반도는 도시와 건축 전문가들에게도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서구의 근대 건축문화 수용 과정에서 이념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5일 오후(현지 시간) 개막하는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은 29개 팀이 참여해 한반도의 근대를 건축으로 돌아보는 전시로 꾸몄다. 주제는 ‘한반도 오감도’. 국가관의 공통 주제가 ‘근대성의 흡수(1914∼2014)’로 정해짐에 따라 남북으로 나뉘어 전개돼온 근대 건축의 역사를 북한과 공동 전시하려 했으나 불발되자 온전한 ‘조감(鳥瞰)’을 못한다는 뜻에서 ‘오감(烏瞰)도’라고 지은 것이다. 이 제목은 건축가 출신 시인 이상의 작품 ‘오감도’에서 따왔다.○ 양김이 주도한 재건 프로젝트 전시는 전후 남북한의 대표 도시인 서울과 평양의 재건을 주도한 건축가로 김수근(1931∼1986)과 김정희(1921∼1975)를 소개한다. 김수근은 일본 유학 후 돌아와 세운상가, 경동교회, 올림픽주경기장을 포함해 200개가 넘는 건축물을 설계했다. 모스크바 유학파로 ‘북한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정희는 평양 재건 마스터플랜을 설계했고, 평양 도시계획국장을 지내면서 1960년대 재건 사업을 이끌었다. 미국 보스턴의 설계사무소 PRAUD 임동우 소장은 자본주의 도시와 비교되는 평양 도시계획의 특징으로 △도시 내에 생산 기능을 갖추고 △도농 간 격차 해소를 위해 녹지를 도시 내로 끌어들여 도시의 확장을 제한하며 △체제 선전을 위해 북한 전역에 14만 개가 넘는 선전용 기념비와 동상을 건설한 점을 들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도시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공간이 서울 세종로와 평양 김일성광장이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좌우에 정부청사와 문화 및 상업 시설이 혼재돼 있는 세종로와 달리 평양은 인민대학습당과 김일성광장을 중심으로 좌우에 종합청사와 조선혁명박물관, 중앙미술박물관을 배치했다. 안창모 경기대 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는 “도시 중심부엔 근로자를 위한 문화시설을 건설하라는 김일성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이는 도시의 주인이 근로자임을 밝혀 사회주의의 우월함을 드러내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건축으로 체제 경쟁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익숙한 서울보다는 평양의 거리다. 김일성종합대를 비롯해 광복 직후에 지어진 건축물들은 신고전주의 양식을 띤다. 소련의 지원으로 도시를 재건하던 시기여서 동유럽 건축 양식이 주류를 이룬 것이다. 1960년대 이후엔 평양대극장이나 옥류관 같은 기와지붕을 얹은 건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건축설계는 민족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을 부여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김일성의 ‘주체건축론’에 따라 신고전주의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전통 건축 양식이 들어섰다. 흥미로운 점은 남과 북이 독자적인 근대 건축 문화를 만들어 가면서도 서로를 의식했다는 점이다. 특히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후 군사적 경쟁이 완화되자 체제 우위 경쟁은 도시와 건축으로 옮겨왔다. 불국사와 법주사의 팔상전을 본떠 만든 국립민속박물관(1975년)은 크고 작은 기와지붕을 얹은 인민대학습당(1982년)과, 전통 한옥의 목조 공법 양식을 차용한 세종문화회관(1978년)은 지붕 부분에 한옥의 자취가 남아 있는 개선문(1982년)과 다른 듯 닮았다. 서울과 평양은 아파트 의존도가 높다는 공통점도 있다. 참여 작가인 스페인 건축가 마르크 브로사 씨와 임동우 소장의 전시 자료는 아파트가 남한에선 중산층의 상징이고, 북한에선 인민을 위한 주거 형태임을 보여준다. 안전을 무시한 속도전도 남과 북이 닮은 걸까. 1957년에는 ‘평양의 속도’라는 표어 아래 빠른 시간 내에 최대한의 아파트를 짓는 운동이 전개됐다. 조립식 아파트를 14분 만에 완성했다는 기록도 있다. 사회주의 건축을 연구하는 세르비아 건축가 옐레나 프로코플례비치 씨는 “김정은도 마식령 스키 리조트를 지으면서 ‘마식령 속도’를 주문했다. 기록적인 시간 내에 건설을 마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시스템과 이념, 조직의 경직성으로 북한의 건축적 혁신은 이미지 영역에서만 일어나고 있다”며 “북한은 여전히 중앙집중화된 배타적인 사회주의 성채이고, 건축은 그것을 충실히 반영하는 존재”라고 평가했다.베니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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