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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약식 회담이 불발된 것을 놓고 한국 정부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하고 일본은 “그런 사실 없다”고 주장해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약식 회담을 영어로는 ‘풀어사이드 미팅(pull-aside meeting)’이라고 한다. 풀어사이드는 ‘(대화를 위해) 불러낸다’는 뜻으로 대개 다자회의 중에 회담장 한편이나 회담장 밖에서 짧게 비공식 회담을 갖는 것을 말한다. 일본 외교가는 ‘다치바나시(立ち話)’로 부르는데, 서서 이야기한다는 의미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풀어사이드 형식의 약식 회담 정도로 풀어서 설명한다. 요미우리신문은 15일 일본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양국 정부는 G7 정상회의 전에 정상 접촉 방식에 대해 협의를 거듭했다”며 “일본은 군 위안부 문제 등 해결책을 한국 측이 제시하기 전까지 정상회담에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 측에 ‘다치바나시 정도라면 응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외무성은 문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등을 언급할 경우 ‘대응 요령’을 준비했지만 양 정상 간 대화는 부인 소개 등에 그쳤다”고 했다. 한일 외교당국이 약식 정상회담에는 합의했다는 것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요미우리 보도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에 “G7 정상회의에서 시간 제약 속에 초청국 정상과 만날 시간을 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전날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이 “(스가 총리의) 스케줄 때문에 일한(한일) 정상회담이 실시되지 않았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독도방어훈련에 항의한다며 일방적으로 회담을 취소했다’는 한국 외교부 당국자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스가 총리의 일정상 약식 회담을 갖기 어려웠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그런데 15일 모테기 외상은 요미우리 보도를 부정하지 않은 채 “다치바나시는 여러 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 동일한 회의장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어느 측이 다가가 잠시 인사할 수 있다. (한일 정상 간에)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말도 했다. 12일 G7 회의장에서 한일 정상이 간단히 인사를 주고받고, 같은 날 만찬장에서 부인과 함께 4명이 인사하며 1분간 대화한 것도 약식 회담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외교당국자는 “13일 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분간 만난 게 약식 회담이다. 약식 회담도 실무진 조율을 거쳐 만나는 장소와 시간까지 약속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13일 오전 콘월의 정상회담 라운지에서 통역을 대동해 경제 상황 등을 논의했다. 양국은 사전에 약식 회담 시점도 의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다가가 인사를 나눈 시점이 그때였는데 스가 총리가 자리를 피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스가 총리의 이런 행동이 외교적 결례라고 보고 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 최지선 기자}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예상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간 약식 회담이 불발되자 정부가 14일 “회담을 하기로 잠정 합의해 놓고 일본 측이 독도방어훈련을 이유로 돌연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 정부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발하면서 회담 불발 원인을 둘러싸고 한일 간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 복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오히려 관계가 꼬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정상회담 불발 배경 놓고 한일 공방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한일 양국 실무진은 G7 정상회의 기간에 약식 정상회담을 한다는 원칙에 공감한 상태였다”며 “하지만 일본 측이 독도방어훈련인 ‘동해영토수호훈련’ 실시에 항의한다며 일방적으로 회담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해마다 하는 훈련을 이유로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것은 외교 결례일 뿐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독도방어훈련은 매년 상·하반기에 실시하는 정례 훈련이다. 군 당국은 일본 측의 항의에도 올해 예년 수준의 훈련을 15일부터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으로 회담을 취소한) 사실은 전혀 없다. 사실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보도를 한 것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며 “즉시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스가 총리의) 스케줄 때문에 일한(한일) 정상회담이 실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토 대변인은 독도방어훈련에 대해서도 “극히 유감”이라며 “11일 한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훈련 중단을 요구했다”고 했다. 회담 불발에 대한 정부의 언급을 부인한 일본 측의 주장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더 밝힐 게 없다”고 했다.○ 日 총리 “과거사 해법 없이 정상회담 안 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스가 총리에게 직접 전달해 한일 관계 복원의 물꼬를 틀 계획이었다. 다음 달 말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정상 차원에서 관계 개선의 기회를 마련하면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정식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열어 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G7 계기 약식 정상회담이 불발된 것은 물론이고 회담 무산 이유를 두고서도 한일 정부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스가 총리가 한일 회담을 거부한 것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정상회담과 연계해 한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 성격으로 풀이된다. 지지율이 떨어진 스가 총리가 한국 때리기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고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NHK 등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13일 일본 기자들이 ‘문 대통령과 정식 정상회담’에 대해 묻자 “노동자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측 움직임으로 일한(한일) 관계는 극히 엄중한 상태다. 한국 국내에서 확실하게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이 방향성을 보일 때까지 회담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기본적 생각은 그렇다.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점에 대해 확실하게 정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대 국제협력연구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있는 스가 총리는 자민당 내 보수파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한일 관계 개선보다 국내 정치를 우선시한 결과 정상회담이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 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도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박효목 기자}
일본 4개 야당이 15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내각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야당 의석수가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될 게 확실하지만 야당은 스가 내각의 실정(失政)을 국민들에게 부각시키겠다는 계산이다. NHK에 따르면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국민민주당, 사민당 등 일본 야권 4당 대표는 14일 저녁 ‘정기국회 회기 3개월 연장’ 제안을 여당 측이 거부한 것을 문제 삼아 15일 내각 불신임안을 중의원에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불신임안 제출은 2019년 6월 이후 2년 만으로 스가 내각 출범 후 처음이다. 야당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등을 이유로 여당 측에 3개월 국회 회기 연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이 “응하지 않겠다”고 14일 밝히자 야당은 곧바로 내각 불신임안 카드를 꺼낸 것이다. 내각 불신임안이 중의원에서 통과되면 내각은 10일 이내에 총사퇴하거나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시켜 새로 선거를 해야 한다. 내각 불신임안이 중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출석해 출석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통과되는데 현재 연립여당이 중의원 의석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의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국회대책위원장은 14일 기자들에게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면 그날 오후 중의원 본회의를 열어 부결시킬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여당 측은 “불신임 결의안 제출은 중의원 해산의 명분이 된다”며 야당을 견제해 왔다. 이 때문에 스가 총리가 올해 10월이 임기인 중의원을 조기에 해산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가 범위를 넓혀 한국, 호주, 인도 등이 포함되도록 하는 방안에 일본이 반대 의견을 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익명의 G7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이 영국 측에 게스트국으로서 한국과 호주, 인도를 초대하는 것은 좋지만 G7 구조 확대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G7 구조가 확대되면 아시아 유일의 G7 국가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일본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의 입장 전달이 성과가 있어서인지 한때 부상했던 G7 확대론은 정상회의가 개최되면서는 거의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실제 줄리아 롱보텀 주일본 영국대사는 이번 G7 정상회의 개막 직전 기자들에게 “영국은 G7 구조 확대를 제안하고 있지 않다. G7이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가치관을 가장 많이 공유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G7 정상회의의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 개막 전 성명을 통해 한국과 호주, 인도, 남아공을 더한 11개국을 ‘민주주의 11(D11)’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G7을 D11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됐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 군경의 조선인 학살 진상을 파헤친 재일교포 민족주의 사학자 강덕상 전 일본 국립 히토쓰바시대 교수(사진)가 12일 도쿄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강 교수는 1960년대부터 수집한 일본 비밀문서, 고위 관료의 수기(手記), 군경 및 시민의 증언을 바탕으로 “간토대지진 직후 조선인 학살의 주범은 국가 권력, 종범은 (일본) 민중인 대범죄”라고 주장했다. 그는 1964년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자료집을 시작으로 관련 논문을 30편 이상 발표했다. 이 연구가 1990년대 일본 교과서에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는 또한 여운형과 3·1운동 관련 연구 등 한국 근현대사를 꾸준히 연구했다. 방대한 독립운동 사료 중에서 이름이 많이 등장하는 인물로 이동휘, 홍범도, 안창호, 여운형을 꼽았고 2002년 ‘여운형 평전’도 출간했다. 1932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강 교수는 2년 후 도쿄로 이주했다. 와세다대 사학과 학·석사를 졸업했고 메이지대에서 동양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히토쓰바시대 사회학부 교수로 임용됐을 때 ‘재일동포 1호 일본 국립대 교수’로 화제를 모았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가 범위를 넓혀 한국, 호주, 인도 등이 포함도록 하는 방안에 일본이 반대 의견을 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익명의 G7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이 영국 측에 게스트국으로서 한국과 호주, 인도를 초대하는 것은 좋지만 G7 구조 확대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G7 구조가 확대되면 아시아 유일의 G7 국가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일본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의 입장 전달이 성과가 있어서인지 한때 부상했던 G7 확대론은 정상회의가 개최되면서는 거의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실제 줄리아 롱바텀 주일본 영국대사는 이번 G7 정상회의 개막 직전 기자들에게 “영국은 G7 구조 확대를 제안하고 있지 않다. G7이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가치관을 가장 많이 공유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G7 정상회의의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 개막 전 성명을 통해 한국과 호주, 인도, 남아공을 더한 11개국을 ‘민주주의 11(D11)’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G7을 D11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한 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 농도 측정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해양 방류할 방침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측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하루가 걸리는데 그 사이에 희석한 오염수를 보관할 장소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일본 정부는 4월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현재 저장탱크 내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를 포함해 64종의 방사성 물질이 존재한다. 그중 약 70%는 일본 정부의 허용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도쿄전력 측은 다핵종 제거설비(ALPS) 등을 활용해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낮춰 해양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삼중수소를 제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도쿄전력은 오염수에 바닷물을 섞어 정부 기준의 40분의 1로 삼중수소를 희석시킨 뒤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한 뒤 삼중수소 농도 측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방류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도쿄전력은 선(先) 방출 후 일정량의 바닷물을 채취해 삼중수소 농도를 사후 측정할 방침이다. 만약 기준치를 초과해서 방류를 중단하더라도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하루 동안 오염수가 해양에 흘러 들어가게 된다. 제1원전 폐로 작업의 검토회 위원인 하치스카 레이코(蜂須賀礼子) 씨는 마이니치에 “가능하면 (삼중수소) 농도를 확인한 후 흘려보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인근 주민들 또한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하면 소문으로 인한 피해로 어업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유럽 방문길에 오르면서 ‘미국의 복귀’를 알리는 외교 행보를 본격화했다. 주요 7개국(G7)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이어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8일간의 이번 순방은 지금까지 훼손돼 온 유럽 동맹을 복원하고 이들과 공동전선을 다시 구축해 중국 및 러시아 견제 정책을 강화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흔들어놓은 유럽 동맹 되찾기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영국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진행한 로열 공군기지 밀든홀 연설에서 미군 장병들에게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역설했다. 1월 취임 후 해외 정상들과의 통화 등에서 여러 번 했던 말이지만 해외 방문 현장에서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는 “우리의 동맹들은 위협이나 강압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가치에 바탕을 두고 구축됐다”며 “미국은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을 함께 모을 때 국가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위해 더 좋은 위치에 설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지치고 놀란 세계의 동맹과 지도자들을 향해 이들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방위비 증액 압박,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관세 부과 등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2018년 G7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 승인을 거부하면서 유럽 지도자들과 대립하기도 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영국 주둔 미군 장병들을 상대로 연설한 장소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로열 공군기지는 그 역사가 제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소 냉전 시절 핵 억지를 담당한 미 전략공군사령부의 핵심 기지로 사용됐던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살인자(Killer)’라고 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16일)을 일주일 앞두고 러시아를 향해 모종의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도중 러시아를 언급하면서 “미스터(Mr.) 푸틴에게 내가 알리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러시아 정부가 해로운 활동에 관여할 때 강력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시법원은 9일 푸틴 대통령의 정적(政敵)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설립한 ‘반(反)부패재단’ 등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하며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NYT는 “다음 주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 내정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 中 맞서 동맹과 공동전선 구축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대서양 무역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견제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유럽 동맹국들과는 경제적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와 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미-EU 정상회담에서 양자가 주요 수입에 경쟁적으로 부과한 관세 철회에 합의하고 서명할 예정이다. 양측은 에어버스, 보잉 같은 항공기 제조업체 지원을 둘러싼 신경전 속에 부과했던 관세와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 와인, 치즈 및 미국산 위스키, 오렌지주스, 청바지 등에 서로 부과했던 맞불 관세 등을 철회하거나 완화하는 데 합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양측은 합의서 초안에서 “우리는 중국에 대한 다면적 접근과 모든 분야의 이슈들을 긴밀하게 상의하고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동맹끼리의 ‘관세 전쟁’을 끝내고 미국이 최대 위협으로 규정한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며 이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G7 정상들은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를 넣는 방안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G7 외교·개발장관회의 공동성명에 넣었던 내용을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가 정상 레벨로 올리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의 협력관계를 다지는 ‘새로운 대서양 헌장’을 발표했다. ‘대서양 헌장’은 1941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합의한 것으로, 민주주의와 자유무역 증진을 강조함으로써 전후 국제질서의 근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0일 오후 전용기편으로 출국했다. 스가 총리가 대면으로 열리는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는 것은 작년 9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스가 총리는 7월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 개최에 대한 각국 정상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실무협의 단계에서 G7 정상회의 후 발표될 정상선언에 ‘도쿄 올림픽 개최 지지’ 문구를 명기할 것을 요청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 자위대가 독도 문제를 국제사회의 위협 요소로 부각시킨 내용의 동영상을 제작해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에서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인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본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는 최근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내용의 홍보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1일에는 첫 순서로 프랑스와의 안보협력을 설명하는 2분 20초짜리 동영상을 실었다. 동영상 초반에 ‘우리나라(일본)의 안전 및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제목을 붙여 지도 위에 7개 항목을 표시했다. ‘FOIP 비전을 위해 자위대가 다각적인 안보협력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뒤따르는 것으로 볼 때 7개 항목은 FOIP를 위협하는 요소를 꼽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중 하나가 동해 독도 위치에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영토 문제’로 표시돼 있다. 러시아와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자리에는 ‘북방영토 문제’라고 돼 있다. 이 외에도 ‘조선반도(한반도)를 둘러싼 문제’ ‘중국의 일본해(동해에 대한 일본식 표현) 진출’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활동의 급속한 확대와 활발화’ ‘중국의 활발한 태평양 진출’ ‘남중국해를 둘러싼 문제’ 등이 나열돼 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FOIP 구상은 지금까지 중국을 견제하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자위대 홍보 동영상에는 독도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로 거론됐다. 반면 일본이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언급되지 않았다. 일본이 실효지배 중인 센카쿠열도는 제외하고, 한국과 러시아가 실효지배하는 독도와 쿠릴열도만 표시한 것이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홈페이지 지도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한 데 이어 자위대가 FOIP 비전을 홍보하는 영상에 독도를 국제사회의 안보 위협으로 꼽으면서 한일 간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도쿄의 한 갤러리에서 선보일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우익 세력들의 집요한 방해로 전시장이 바뀌게 됐다. 일본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도쿄’ 실행위원회는 10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도쿄 신주쿠구 세션하우스가든에서 (소녀상 등) 전시를 하려 했지만 우익들의 방해로 장소를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행위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우익들은 6일부터 전시장 주변에 몰려와 “반일 전시회 그만둬라” 등의 구호를 큰 소리로 외쳤다. 이들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세션하우스가든 측은 심각한 경영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카모토 유카(岡本有佳) 실행위원은 “부당한 공격에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행위는 도쿄 내에서 복수의 전시장 후보를 검토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도쿄의 한 갤러리에서 선보일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우익 세력들의 집요한 방해로 전시장이 바뀌게 됐다. 일본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도쿄’ 실행위원회는 10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도쿄 신주쿠구 세션하우스가든에서 (소녀상 등) 전시를 하려 했지만 우익들의 방해로 장소를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행위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우익들은 6일부터 전시장 주변에 몰려와 “위안부상 들이지 마라”, “반일 전시회 그만두라”, “전시장을 빌려주지 마라” 등의 구호를 큰소리로 외쳤다. 이들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세션하우스가든 측은 심각한 경영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카모토 유카(岡本有佳) 실행위원은 “폭력적인 공격으로 표현의 기회를 빼앗으려는 행위에 강력히 항의한다”며 “부당한 공격에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행위는 도쿄 내에서 복수의 전시장 후보를 검토하고 있다. 전시장 확보 상황에 따라 전시 기간이 바뀔 수도 있다. 이번 전시에는 소녀상 외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가 안세홍의 작품, 태평양전쟁 책임자인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1901~1989년)의 사진이 불타는 모습을 담은 영상 등도 출품된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한다. 문 대통령은 G7 회의장이나 회의장 옆 별도의 장소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약식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 간 첫 만남이 성사될 경우 과거사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 어떤 논의를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文-스가, G7서 약식회담할듯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11∼13일 영국 콘월 개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간 약식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 첫 회담이 성사될 경우 과거사 문제로 경색된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지는 한미일 3자 간 약식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9일 “한일 정상 간 정식 회담보다는 ‘풀어사이드 미팅(pull-aside meeting)’이라 불리는 약식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풀어사이드 미팅은 다자 국제회의 때 사전에 조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나 회담장 또는 별도의 장소에서 회담하는 것을 뜻한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정식으로 회담을 미리 예정하지 않더라도 정상들이 서서 또는 소파 등에 앉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다”며 “우리는 일본과의 대화에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일본 측도 “정식 정상회담은 어렵지만 자연스럽게 잠깐 접촉할 수는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 회담이 성사되면 두 정상 간 첫 대면 회동이 된다. 한일 정상 간 만남은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와 2019년 12월 회담한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스가 총리와 약식 회담 형식으로라도 만나려는 것은 정상 차원에서 임기 말 한일 관계 복원의 가능성을 열기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스가 총리에게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와 양국 실질 협력을 분리하는 ‘투 트랙’ 접근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스가 총리는 “과거사 문제 해법을 한국이 먼저 가져와야 한다”는 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를 마친 뒤 13∼15일 오스트리아, 15∼17일 스페인을 국빈방문한다. 이번 순방에는 미국 방문 때 동행하지 않았던 부인 김정숙 여사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윤건영 의원이 동행한다. 한편 일본 민영방송인 닛테레는 한국 정부가 7월 도쿄 올림픽 개최에 맞춰 문 대통령의 방일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일 정부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가급적 방일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박효목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 자위대가 외국군과 함께하는 훈련이 올해 들어 급증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한국군과의 훈련은 크게 줄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올 1~5월 발표된 훈련을 집계한 결과 자위대와 외국군의 공동훈련은 총 38차례로 주당 2회 꼴이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6차례)보다 2배로 늘었다. 자위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작년 상반기에는 공동훈련을 줄였지만 작년 여름 이후 감염 예방 대책과 함께 훈련을 원상 복귀시켰다. 자위대의 공동훈련은 과거 미국에 집중됐지만 최근엔 호주, 인도, 유럽 국가 등을 포함하는 다자훈련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4월 프랑스 해군이 주도해 인도 벵골만에서 실시된 훈련에는 일본 해상자위대 뿐 아니라 미국, 호주, 인도 해군도 참가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에 유럽 국가가 참여한 상징적 훈련이다. 5월에는 육상자위대가 미국, 프랑스 군대와 함께 규슈에서 낙도 방위 훈련을 했다. 항공자위대는 4월에만 동중국해 해상에서 미군과 공동훈련을 2회 실시했다. 대만해협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어 일본 남서부인 규슈와 오키나와 인근에서 진행한 공동훈련이 많았다. 한국과의 훈련(한-미-일 포함)은 2018년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2018년 북미 대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북한을 자극하는 다국간 훈련을 삼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2018년 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한국 해군 함정과 일본 해상초계기 사이 레이더 갈등 등으로 한일 관계가 급랭한 것도 한일 간 방위협력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공동훈련 상황은 외교 관계를 반영한다”면서 2012년 이후 자위대가 해외 국가와 공동훈련한 횟수(미국을 포함한 3개국 훈련도 포함)를 보면 호주, 인도와의 훈련이 증가하는 있다고 전했다. 2019년 일본-호주(일-미-호 포함) 공동훈련은 7건, 일본-인도(일-미-인 포함)는 10건이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이 지난해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차원에서 한시 허용했던 원격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고 8일 NHK 등이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집권 후 행정, 금융 등 사회 각 분야의 디지털화를 추진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이 의료 분야의 디지털화 또한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1997년 이후 단계적으로 원격 진료 문호를 개방했다. 당시 낙도와 산간벽지 환자를 대상으로 당뇨, 고혈압 등 9가지 만성질환에 대한 원격 진료를 처음 허용했다. 2015년 지역 제한을 없앴고 재진(再診) 환자를 대상에 포함시켰다. 2018년 건강보험을 적용했고 지난해 초진(初診) 온라인 진료를 일시 허용했다. 이번에 모든 규제를 허무는 셈이다. 다만 정부는 특정 환자를 처음 보는 의사가 초진 원격 진료를 하려면 의사가 사전에 환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환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있도록 의무화했다. 가급적 해당 환자가 과거에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의사에게 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약제사 판단에 따라 약을 집으로 배달한 후 온라인으로 복약 방법을 지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모든 병원에서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인터넷, 전화를 통한 원격 진료 가능 병원은 전체의 15.2%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원격 진료 수가가 대면 진료보다 낮은 편이라 병원들이 적극 나설만한 동기가 크지 않다. 대면 진료는 질병 및 병원에 따라 수가가 다양하지만 원격 진료는 질환에 관계없이 1470엔(약 1만5000원)의 ‘온라인 의학관리료’만 부과된다. 이에 정부 또한 원격진료 수가 인상안을 논의해 연말 쯤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법원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년 10월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서 “일본 기업이 각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과 배치되는 결과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85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피해자의 소를 각하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3년 전 대법 판결과 정반대 결론 핵심 쟁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이다. 당시 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는지를 두고 판단이 엇갈린 것이다. 당시 청구권협정은 “양국 국가와 국민의 재산과 권리, 이익에 대한 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며 “징용된 한국인이 받지 못한 임금 등(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도 합의사항에 포함됐다”고 적시했다. 이번 1심 재판부는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중 소수의견(대법관 2명)의 법리를 차용해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에 의해 완전히 해결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국은 1965년 협정 체결 전 한일 회담에서 징용된 한국인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며 “2007∼2010년 국내법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으므로 한국은 위자료 청구권이 청구권협정에 의해 없어졌다고 전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3년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대법관 7명)은 청구권협정에 위자료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은 태평양전쟁 중 강제로 제철소 등에 동원됐고 가족과 이별해 생명의 위협을 당했다”며 “일본이 이 같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한 상태로 임한 협상이 아니었으므로 징용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당시 일본이 강제징용에 대한 법적 배상을 부인했기 때문에 청구권협정에 의해 돈을 지급했더라도 한일 양국의 정치적 합의였을 뿐 손해에 대한 법적 배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측 소란 우려해 선고기일 기습 변경 재판부는 국제 정세를 고려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허락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폈다. “피해자들이 승소해 강제 집행이 이뤄질 경우 국제사법재판소로 회부될 것이고, 여기서 패소할 경우 한국의 위신이 추락하며 서방 세력의 대표 일본, 한미동맹으로 이어진 미국과의 관계도 훼손돼 헌법상 안전 보장이 훼손된다”고 한 것이다. 재판부는 당초 10일로 예정돼 있던 선고 기일을 이날 오전 갑자기 변경했다. “법정의 평온과 안정 등을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다. 피해자 측의 반발과 소란을 예상해 기습적으로 일정을 바꾼 것이다. 고령인 피해자와 유족 측 대부분은 갑자기 일정이 변경돼 재판에 참석하지 못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대법원 판결과 반대되는 결론에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새로운 법리 없이 대법원 판결을 거스르며 국가적 이익 등 비법률적, 비본질적 근거를 들어 판결을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항소심 재판에서는 2018년 대법원 다수의견대로 결론이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한 고위 법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법원 전합에서 결론 낸 동일 사안에 대해 하급심이 배치된 결론을 내는 것은 드물다”고 했다. 외교부는 이날 판결에 대해 “사법 판결과 피해자 권리를 존중하고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양국 정부와 모든 당사자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데 대해 열린 입장으로 일본 측과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일한(한일) 관계는 위안부 문제 등으로 인해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양국 간 현안 해결을 위해 한국이 책임지고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안 해결을 위해 한국 측의 구체적인 제안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박상준 speakup@donga.com·최지선 /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제2차 세계대전 후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 등 일본 A급 전범 7명의 유골이 바다에 뿌려졌다는 기록이 담긴 미군 공문서가 발견됐다고 도쿄신문이 7일 보도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니혼대의 다카자와 히로아키(高澤弘明) 전임강사(법학)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입수한 미 제8군 작성 문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A급 전범의 유골 처리 방식이 공문서를 통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급 전범은 국제조약을 위반하여 침략전쟁을 기획, 시작, 수행한 사람들로 가장 무거운 전쟁 범죄자로 취급되고 있다. 공문서는 태평양전쟁 후 미군의 일본 점령기 때 작성됐는데 당시 미 제8군은 요코하마에 사령부를 두고 있었다. 현장 책임자였던 루서 프라이어슨 소령은 공문서에 ‘전쟁범죄인 처형과 사체 최종처분에 관한 상세 보고’라는 제목으로 경위를 설명했다. A급 전범 7명의 사형 집행은 1948년 12월 23일 0시에 도쿄 스가모 형무소에서 이뤄졌고, 이들의 시신은 요코하마로 옮겨져 화장됐다. 화장 후 수습된 유골은 제8군 활주로로 옮겨졌다. 사형 집행부터 유골 처리 과정까지 지켜본 프라이어슨 소령은 공문서에 “요코하마 동쪽 48km 태평양 상공까지 연락기로 이동해 내가 유골을 광범위하게 뿌렸다”고 기록을 남겼다. 과거 A급 전범의 유골은 유족에게 반환되지 않아 태평양이나 도쿄만에 뿌려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쇼와(昭和·1926∼1989) 역사의 수수께끼로도 불렸는데 제8군 문서로 유골의 최종 처분이 확인된 셈이다. 프라이어슨 소령과 함께 A급 전범의 처형을 지켜본 당시 연합국총사령부(GHQ)의 윌리엄 시볼드 외교국장은 저서에서 “지도자들의 묘가 장래에 신성시되지 않도록 유골은 뿌리기로 돼 있었다”고 기술한 바 있다. 하지만 GHQ의 의도와는 달리 도조를 포함한 A급 전범 14명의 위패는 1978년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돼 지금까지 신성시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등 우익 인사들은 패전일(8월 15일)과 봄·가을 제사 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거나 공물을 보내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이 올해 여름부터 해외 출국자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 보도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이 수장을 맡은 범부처 팀에서 관련 검토를 서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비즈니스 목적의 외국 방문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여름부터 우선 종이로 된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하고, 연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백신 접종 실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성명, 접종 백신 종류, 접종 시기 등을 기재한 증명서를 발급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일부 고위 관계자는 이미 비공식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해외 방문 때 지참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백신 접종 이력을 묻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연합(EU)은 다음 달 1일부터 역내 이동 제한 해제를 위해 백신 증명서를 운용하기로 했다. 다만 백신 접종 증명서를 가진 외국인의 일본 입국 허용에 대해선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아직까지 원칙적으로 전 세계에 대해 신규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 참가자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만 입국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7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의 자금담당 간부가 열차로 뛰어드는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했다. 도쿄도 교통국 등에 따르면 7일 오전 9시 22분 시나가와구에 있는 지하철 아사쿠사선 나카노부역에서 한 남성이 달리는 열차를 향해 뛰어들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약 2시간 후 숨졌다. 경시청은 신분증을 토대로 그가 모리야 야스시(森谷靖·52) JOC 경리부장인 것으로 확인했다. 현장에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민영방송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당국이 ‘남성이 선로로 뛰어들었다’는 열차 운전사의 이야기에 기초해 자살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올림픽 개최에 반대 여론이 높은 가운데 일어났다. 마이니치신문은 4월 1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작성한 내부 자료를 토대로 “인건비 단가가 하루 최고 30만 엔(약 305만 원)에 이른다. 외부 감시의 눈을 거부하는 올림픽 머니(돈)의 폐쇄성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2차대전 후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 등 일본 A급 전범 7명의 유골이 바다에 뿌려졌다는 기록이 담긴 미군 공문서가 발견됐다고 도쿄신문이 7일 보도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니혼대학의 다카자와 히로아키(高澤弘明) 전임강사(법학)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입수한 미 제8군 작성 문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A급 전범의 유골 처리 방식이 공문서를 통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급 전범은 국제조약을 위반하여 침략전쟁을 기획, 시작, 수행한 사람들로 가장 무거운 전쟁 범죄자로 취급되고 있다. 공문서는 태평양전쟁 후 미군의 일본 점령기 때 작성됐는데 당시 미 제8군은 요코하마에 사령부를 두고 있었다. 현장 책임자였던 루서 프라이어슨 소령은 공문서에 ‘전쟁범죄인 처형과 사체 최종처분에 관한 상세 보고’라는 제목으로 경위를 설명했다. A급 전범 7명의 사형 집행은 1948년 12월 23일 0시에 도쿄 스가모형무소에서 이뤄졌고, 이들의 시신은 요코하마로 옮겨져 화장됐다. 화장 후 수습된 유골은 제8군 활주로로 옮겨졌다. 사형 집행부터 유골 처리 과정까지 지켜본 프라이어슨 소령은 공문서에 “요코하마 동쪽 48㎞ 태평양 상공까지 연락기로 이동해 내가 유골을 광범위하게 뿌렸다”고 기록을 남겼다. 과거 A급 전범의 유골은 유족에게 반환되지 않아 태평양이나 도쿄만에 뿌려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쇼와(昭和·1926~1989) 역사의 수수께끼로도 불렸는데 제8군 문서로 유골의 최종 처분이 확인된 셈이다. 프라이어슨 소령과 함께 A급 전범의 처형을 지켜본 당시 연합국총사령부(GHQ)의 윌리엄 시볼트 외교국장은 저서에서 “지도자들의 묘가 장래에 신성시되지 않도록 유골은 뿌리기로 돼 있었다”고 기술한 바 있다. 하지만 GHQ의 의도와는 달리 도조를 포함한 A급 전범 14명의 위패는 1978년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돼 지금까지 신성시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등 우익 인사들은 패전일(8월 15일)과 봄·가을 제사 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거나 공물을 보내고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이 올해 여름부터 해외 출국자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 보도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이 수장을 맡은 범부처 팀에서 관련 검토를 서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비즈니스 목적의 외국 방문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여름부터 우선 종이로 된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하고, 연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백신 접종 실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성명, 접종 백신 종류, 접종 시기 등을 기재한 증명서를 발급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일부 고위 관계자는 이미 비공식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해외 방문 때 지참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백신 접종 이력을 묻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연합(EU)은 다음 달1일부터 역내 이동 제한 해제를 위해 백신 증명서를 운용하기로 했다. 다만 백신 접종 증명서를 가진 외국인의 일본 입국 허용에 대해선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아직까지 원칙적으로 전 세계에 대해 신규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참가자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만 입국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