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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2일자 동아일보 1면 톱 제목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사진)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한반도 외교안보 위기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동아일보 지령 3만 호를 맞아 반 전 총장을 만나봤다.》낮 기온까지 영하 10도 아래를 맴돌던 24일 오후 칼바람을 맞으며 연세대의 아펜젤러관에 들어섰다. 1924년에 건립된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 2층 복도 끝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7월부터 명예원장 겸 석좌교수로 출근하는 곳이다. 5평가량의 아담한 크기였다. 소박했다. 김숙 전 유엔대사, 김봉현 전 호주대사 등이 사무실을 오갔다. 동아일보 지령 3만 호를 계기로 인터뷰가 이뤄진 만큼 먼저 동아일보와의 인연 얘기로 환담이 오갔다. “사무총장 마치고 귀국하고 나서 국내 신문 인터뷰는 처음이다. 3만 호 대단한데, 손기정 일장기 말소 사건 등이 아니었으면 벌써 3만 호를 넘었을 거다. 민족정기를 대변하는 신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신문은 많이 읽었다. 동아일보가 4면 나오던 시절부터…. 김성환 화백의 고바우 시사만평을 참 많이 봤다. 신세진 일도 있다. 1999년 터키에 큰 지진이 났을 때 한국이 고작 8만 달러를 낸다고 해서 망신살이 뻗친 적 있었다. 6·25전쟁 참전국이고 한국을 참 좋아하는 나라인데…. 동아일보가 ‘구호 모금 운동’ 사고(社告)를 내고 적극적으로 나서줬다. 언론이 국가 위상을 높이는 외교 역할을 한 것이다.” 요즘 근황도 궁금했다. “한국에 들어온 건 1년이 좀 넘었지만 미 하버드대 연구생활 마치고 영구 귀국한 건 7월 5일이다. 6개월 정도 지난 건데, 외국 도시를 27번 다녀왔더라. 거의 유엔 사무총장 첫해만큼 다닌 듯하다. 국내 강연도 대학 경제단체 사회단체 등 40여 군데 했다. 젊은 학생들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그는 이날도 인터뷰에 앞서 계룡대를 방문해 육해공군 최고 지휘관을 비롯한 군 간부 등 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자세’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왔다고 했다. 자연스레 안보 이슈로 대화가 넘어갔다. ―지난해 말에도 합참 간부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강연을 했다고 하던데…. 어떤 메시지를 담았나. “당연히 한미 동맹의 중요성, 한반도 위기 상황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G20 정상회의 기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 때) ‘6·25전쟁 이후 최고의 위기다’란 말을 했는데 사실 내가 먼저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한미 동맹이 왜 중요한지는 이스라엘의 예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22개 아랍 국가로 둘러싸여 있다. 이 중 평화조약을 맺고 있는 나라는 이집트와 요르단뿐이다. 이들도 이스라엘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미국과의 외교관계 등으로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사실상 적국으로 둘러싸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이 버티는 건 ‘미-이스라엘 방위조약’ 때문이다. 그만큼 미국과의 동맹 효과가 큰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한미 동맹 재조정 문제가 오랜 이슈 아닌가. “1948년 건국 뒤 이스라엘도 한국 못지않게 정권 잡기 경쟁이 심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미-이스라엘 동맹을 조정하자는 이야기는 안 했다. 오히려 미국 내 유대인 로비단체 등을 이용해 미국을 더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려 했다. 그러다 보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다”란 선언까지 한 것 아니냐.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한국은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면) ‘전작권 조정 문제’를 포함해 한미 동맹 조정 이야기가 나온다.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군은 안보에선 무게중심을 잡아야 한다. 얼마 전 미 해군 잠수함이 부산에 기항하겠다고 했는데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우려 때문에 기항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식의 정치적인 판단은 하지 말아야 한다. 군이 미중, 미북, 남북 관계 등을 알아야 하지만 너무 정치적인 건 신경 쓰지 말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미중 역학관계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글로벌 리더십에서 후퇴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재주를 감추고 때를 기다림) 자세에서 벗어나 ‘차이나 드림’을 외치며 205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국가가 되겠다는 식으로 바뀌는 상황이다. 종합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 ‘신냉전 시대의 도래’ 같은 생각도 든다. 중국이 자세를 숙여가며 아시아적인 태도로 나오진 않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동맹 관계의 재조정 이야기가 나오고 전작권 환수 이야기가 나오는 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후퇴하고 미중이 충돌이라도 하면…. “질량불변의 법칙은 국제정치에서도 통용된다. 한 군데서 누군가가 빠지면 그 공백을 또 다른 누군가가 채우는 것이다. 그래도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갑작스러운 어떤 사태가 났을 때 군사력을 즉각 투사(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는 현재 미국뿐이다. 총 11대의 항공모함을 운용하며 유사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하루 만에 대응하는 게 목표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지니지 못한 능력이다. 다만 앞으로 중국은 이런 글로벌 투사 능력을 갖추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과 중국이 정면충돌할까? 남중국해 같은 지역에서 약간의 충돌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워낙 큰 나라고, 국제적인 책임도 잘 알고 있어서 심각하게 충돌하진 않을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 태평양 구상’에 일본 호주도 찬성의 뜻을 밝혔다. 우리 정부는 중국 눈치도 봐야 하고…. 미국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바라는 것 아닌가. “한미일 안보협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동맹은 미국과의 동맹이다. 미일 동맹도 있다. 한미일이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니 경우에 따라 협력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동맹체제가 되어 버리면 ‘중국을 상대로 한 것이다’란 인식이 나오고 우리가 난처해질 수 있다. 우리는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협력해야 한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하는 양자택일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 동맹은 중국도 그냥 인정하는 것이다. 미군의 주둔 자체도 중국은 인정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을 큰 봉우리에 비유하며 중국몽을 함께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됐는데, 방중을 너무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에서 천천히 하길 바라는데 조금 서두른 것 같다. 외교에서 조급증을 보이면 한 수 접히고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외교가 감성적인 면이 많다. 흔한 말로 먼저 화내면 지는 거다. 냉철하게 할 땐 냉철하게 해야 하는데 우리는 국익이 당리당략에 흔들릴 때가 있다. 그래서 국민이 혼란스러워한다. 특히 젊은층이 그렇게 된다. 이런 점에서 걱정이 많다.” ―북한 얘기로 들어가 보자. 평화 올림픽이냐 평양 올림픽이냐 논란도 많은데, 북한의 진짜 의도가 뭘까. “스포츠가 안정, 화해에 기여하는 것도 크지만 좀 의연해야 한다. 북한의 의도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북한은 유엔 회원국 중 최악의 ‘규범 파괴자(Norm Breaker)’다. 지금까지 10개의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은 나라가 없다. (대북 석유 정제품 제재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안 2397호는 미국과 중국 관계를 고려할 때 (나올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제재다. 물론 미국은 이 정도로는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올해 말 통상 기록 등이 반 토막도 더 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제재의 고통을 느끼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또 제재의 고삐를 늦추기 위해 혹은 남남 갈등과 한미 갈등을 위해 ‘미소 작전’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석은 잇단 도발 이후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많다. “북한이 올 것이란 생각은 했었다. 지난해 9월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윤리위원장이 됐지만 그 전부터 내정은 돼 있었다. 지난해 9월 페루에서 “북한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는데, 북한 장웅 IOC 위원이 “스포츠는 정치와 다르다”는 식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했다. 그리고 평양으로 장웅이 돌아갔다. 내 추측에는 장웅이 (너무 일찍 패를 꺼내 보였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려 평양으로 소환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북한이 계속 뜸을 들이다 1월 1일 참가 결정을 발표했다. 북한으로서는 제재가 심해지니 ‘죽겠다. 가봐야겠다’ 식의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의 한국 방문으로 한국이 들썩했다. 북한의 선전전에 말려드는 것 같기도 하고…. “언론이 현송월 방문이 무슨 국가에 어마어마한 일이 난 것처럼 다루는 게 유감이었다. 어떤 방송은 10시간씩 관련 내용을 방영했다. 이건 ‘국민의 알 권리’ 박탈이나 다름없다. 평창 올림픽은 전 세계가 참석하는 행사다. 남북한만의 행사가 아닌 것이다. 다른 나라도 다 자기 나라 선수들을 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만 주목하면 어떻겠나. 차분하게 만인의 축제가 되게 해야 한다. 다만 한반도기 논란은 대회 기간 내내 태극기가 휘날리고, 애국가가 나올 것이다. 그러니 대의를 위해선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도 동의할 수 있다고 본다.” ―‘포스트 평창’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북한이 평창을 체제 선전에 이용만 하고 다시 도발할 수도 있지 않나.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인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인 문제는 확실히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건 북한이 거절할 명분이 없다. 군사당국 회담도 당연히 해야 한다. 좋은 디딤돌(stepping stone)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비핵화 등을 진행해야 한다. 이건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핵무기 시험을 하는 순간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 미국 강경론자들의 입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유엔 제재는 비핵화에 진전이 있기 전에는 안 풀 것이다.” ―위안부 문제 합의를 둘러싸고 한일 관계도 경색돼 있다. 10억 엔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위안부 합의도 매끄럽지 않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발표한 것도 매끄럽지 않았다. 10억 엔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계속 협의를 해야 한다. 외교 업무를 하다 보면 상대방에게 화가 나서 ‘죽어도 안 만난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대부분 다 해결 방법이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평창에 온다. 트럼프 다루는 걸 보면 전략적인 것 같기도 하고 약은 것 같기도 하고…. “아베는 우익적인 사고방식이 강하지만 어디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동맹에 문제 있다는 이야기도 없다. 현명하다고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골프를 치면서 골프 이야기만 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 어마어마하게 스터디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준비했다는 이야기가 다 (미국 쪽에) 들어가게 했다. 시 주석은 아마 트럼프 대통령을 스스로 ‘핸들(다룰)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통상 우리 대통령들은 미국 대통령을 만나면 ‘북핵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기자는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전날인 지난해 1월 31일 몇몇 일간지 정치부장들과 함께 반 전 총장과 비공개 만찬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그는 주로 청와대 수석, 외교통상부 장관, 사무총장 시절 에피소드를 얘기했다. 왜 대선에 나왔는지, 어떻게 레이스를 펼칠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었다. 소주를 서너 잔 마시기도 했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때 불출마 마음을 굳힌 상태에서 기자들을 만났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 얘긴 하고 싶지 않은데…. 난 솔직히 권력욕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유엔 사무총장도 12월 31일까지 고지식하게 다 마무리하고 들어왔다.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까 상황이 너무 복잡하고 끝까지 간다는 게 참 어려웠다. 도착할 때부터 생수 에비앙 논란은 정말 좀….” 정용관 이슈앤피플팀장 yongari@donga.com·정리=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국내 재계 최고경영진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이 56.5세에서 59.3세로 2.8세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기술 발전으로 첨단 경영기법이 쏟아지면서 젊은 피 발탁이 강세를 보였을 거라는 예측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정년 연장에 따른 여파라는 시각도 있지만 학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베테랑을 이용한 안정 경영이 확산된 결과라는 해석에 방점을 둔다. 동아일보와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중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2008년 초와 올해를 기준으로 비교해 봤다. 조사한 결과 눈길을 끄는 변화가 적잖았다.》최근 10년 사이에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이 2.8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학계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젊은 피’ 발탁을 통한 공격 경영보다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을 이용한 안정 경영이 확산된 결과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각에서는 각종 규제로 투자 의욕이 떨어진 기업들이 성장보다는 현상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6일 동아일보와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중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초와 올해 초 기준 경력을 비교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금융위기 발생 10년을 맞아 국내 대기업 컨트롤타워가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 대상은 2008년 초 206개사 271명(공동 대표 포함), 올해 초 279개사 326명(공동 대표 포함)이다. 최근 10년간 인수합병(M&A)이나 법인 설립 등을 통해 늘어난 계열사를 반영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지 않아 인사 적체가 빚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업에 있어 현상 유지는 죽음을 뜻하는 만큼 부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노련한 CEO 선호 지난해 10월 말 실시된 삼성전자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신종균 사장(당시 직책) 등 60대 대표이사들이 모두 물러나는 대신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사장 등 50대가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삼성에서 촉발된 세대교체 파도가 국내 기업들에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CEO스코어가 지난해 말 대기업들의 정기 인사를 반영해 집계한 30대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통계는 이런 예상과는 달리 대표이사 평균 연령이 높아졌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LG전자는 조성진 부회장(62)을 2015년 말 대표이사로 내정해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상훈 전 사장(63)을 이사회 의장으로 내정해 젊은 대표이사들과 균형을 맞추도록 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충성심이 강한 노련한 경영자를 찾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대외적인 확장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수세적인 경영을 해왔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명문학교 비중은 줄어…‘간판’보다는 ‘실력’ 이번 조사를 통해 대표이사들의 출신학교 지형도가 바뀌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우선 명문고 비중이 대폭 낮아졌다. 올해 초 기준 경기고 출신 대표이사 비중은 6.3%로 전국 고교 중 대표이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초(13.8%)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경기고와 함께 서울 지역 3대 명문고로 꼽혔던 경복고와 서울고까지 합치면 3개 학교의 대표이사 배출 비중은 이 기간 42.4%에서 15.5%로 크게 줄어들었다. 명문고 비중이 감소한 것은 1974년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추진된 고교평준화와 무관하지 않다. 대기업 요직에서 활약하던 비(非)평준화 세대들이 은퇴할 연령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 대신 평준화된 다양한 학교들이 대표이사를 배출했다. 실제로 대표이사를 1명이라도 배출한 고교가 2008년 초에는 81곳이었지만 올해 초에는 101곳으로 늘어났다. 대학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 기간 서울대 출신 비중이 34.1%에서 27.3%로 감소했다. 고려대는 15.2%에서 11.5%, 연세대는 12.5%에서 10.2%로 각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대’ 출신 대표이사 비중이 2008년 초 61.7%에서 올해 초엔 49.2%로 줄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이 같은 기간 53.8%에서 37.5%, 현대차그룹이 45.0%에서 40.9%, LG그룹이 85.7%에서 75.0%로 각각 떨어졌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고교 평준화 세대가 대표이사급으로 성장하면서 과거 명문고 출신 CEO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명문대 출신이 줄어든 것은 국내 기업의 인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기업의 경영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서 간판보다는 실력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된 결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영학과 출신 ↓, 이공계 출신 ↑ 대표이사들의 대학 시절 전공은 경영학이 제일 많았다. 올해 초 기준으로 전체 대표이사의 31.7%가 경영학도 출신이다. 대표이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도 서울대 경영학과(전체의 7.1%)였다. 하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그 비중은 확연히 줄었다. 2008년 초 기준 경영학과 출신 대표이사 비중은 44.7%였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비중도 10.1%나 됐다. 경제학과 출신 대표이사 비중도 같은 기간 17.4%에서 9.3%로 감소했다. 반면 공대 출신 대표이사 비중은 올해 초 기준 39.9%였다. 10년 전(34.8%)과 비교하면 5.1%포인트 높아졌다. 수학과 등 이과 계통 학과까지 합치면 46.4%까지 올라간다. 10년 전 이공계 출신 대표이사 비중은 43.2%였다. 이공계에서는 서울대 화학공학과가 대표이사 배출 1위였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대표이사 8명을 배출했다. 10년 전(4명)과 비교하면 갑절로 늘었다.송진흡 jinhup@donga.com·이설·이세형 기자}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59.3세 남성.’ 동아일보와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올해 초를 기준으로 진행한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프로필을 분석한 결과 나타난 한국 대기업 CEO의 ‘평균 모델’이다. 여기에 가장 근접한 CEO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다. 61세(1957년생)인 권 부회장은 경기고(1975년)와 서울대 경영학과(1979년)를 졸업했다. 그는 1979년 LG전자에 입사해 LG전자 재경부문장(사장), LG디스플레이 사장,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 등을 지냈다. LG그룹 내에선 주력 계열사를 모두 이끌어 본 ‘대표 전문경영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에 근무하며 각각 액정표시장치(LCD)와 차량용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LG그룹 안팎에서 권 부회장이 LG유플러스 CEO로 임명된 것을 두고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LG유플러스의 체질 개선을 위한 처방이다’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10년 전인 2008년 초 한국 대기업 CEO의 평균 모델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56.5세 남성이었다. 출신 고교와 대학은 현재와 같지만 연령대는 지금보다 약간 낮았다. 당시 CEO 평균 모델에 가장 가까운 인물은 남중수 전 KT 사장이었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남 전 사장은 당시 53세(1955년생)였다. KT가 민영화된 뒤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던 CEO인 남 전 사장은 우즈베키스탄 통신사업체 인수 등 ‘KT의 체질개선 작업’을 진두지휘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발생한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가 자식과 함께 과거 현장을 돌아보는 모습을 담은 약 3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가 최근 가장 주목받는 홀로코스트 교육 자료입니다.”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27일)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스테퍼니 맥마흔케이 ‘야드바솀’(이스라엘 홀로코스트 박물관) 국제교육부장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이스라엘문화원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보여주는 접근 방식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은 1945년 1월 27일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해방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2005년 지정됐다. 맥마흔케이 부장은 주한 이스라엘대사관과 주한 독일대사관이 중심이 돼 개최하는 ‘홀로코스트 문화주간’을 맞아 방한했고 이날 한국 대학의 교수와 중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홀로코스트 교육과 반(反)유대주의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생존자가 자식과 함께 자신이 살던 지역의 집, 유대교 회당, 강제수용소까지 찾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 홀로코스트 교육 다큐멘터리는 과거 유행했던 단순한 생존자 강연 같은 프로그램보다 더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맥마흔케이 부장과 야드바솀은 희생자들이 남긴 일기 같은 개인 자료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생존자들의 인터뷰에 공을 들인다. 비교적 최근 이뤄진 생존자 연구를 통한 성과로는 이스라엘 역사학자 기데온 그레이프가 진행한 강제수용소의 ‘시체처리반원(Sonderkommando)’들에 대한 연구를 꼽았다. “시체처리반원들은 강제수용소 가스실에서 죽은 유대인 시신을 소각장으로 옮기는 것 같은 업무를 담당했던 유대인들로 ‘비밀 유지’를 원하는 독일군이 3개월에 한 번씩 처형해 극소수의 생존자만 남아 있었다.” 한국의 비극인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선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허락하는 한 그들의 삶을 최대한 자세히 기록하고 그들에게 사람들이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홀로코스트 연구의 국제적인 중심지 역할을 담당해온 야드바솀이 ‘르완다 내전 시 대학살’ 같은 다른 ‘인류의 아픔’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 출신인 맥마흔케이 부장은 가톨릭교를 믿다가 유대교로 개종한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1988년 막내딸을 잃은 뒤 방황하던 중 홀로코스트와 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유대교에 매료돼 1999년 정식 유대교인이 됐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중국, 파키스탄과 크고 작은 충돌을 경험하고 있는 인도는 지난해 4월 약 20억 달러(약 2조1374억 원) 규모의 미사일 구매 계약을 이스라엘 국영 방산기업들과 맺었다. 이스라엘이 제작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과 관련 부품을 구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스라엘 방산 수출 역사상 단일 계약 기준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지난해 국제 무기 거래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12∼2016년 재래식 무기 수출 점유율에서 10위(2.3%)에 올랐다. 미국과 유럽 국가가 아닌 나라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일각에선 실제 이스라엘의 무기 수출 점유율은 프랑스, 독일 등과 맞먹는 4, 5위권에 오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방산은 이 나라 경제·산업의 핵심 동력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스라엘 제조업 생산액과 고용인력의 각각 10.5%와 14.3%를 방산이 책임지고 있을 만큼 ‘존재감’이 뚜렷하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팔리지 않는 무기는 의미 없고, 자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활용 가능해야 한다는 게 이스라엘의 무기 개발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무기 특성화 전략도 뛰어나다. 항공기와 전차 같은 ‘완제품’보다는 통신장비, 소프트웨어, 레이더 같은 ‘부속제품’ 성격이 강한 무기 수출에 강하다. 이스라엘 방산의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 요격체계인 ‘아이언돔(Iron Dome)’이다. 아이언돔은 각각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무장정파인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다양한 산발적 로켓포 공격에 특화된 요격체계다. 2014년 하마스와의 충돌이 있었을 때 당시 이스라엘로 발사된 로켓포의 90% 이상을 요격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방위산업체 어느 한 회사든 무기 생산 기술의 70%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했다. 무기를 만들어 쿠데타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방산업계에서 농반으로 하는 말이다. 자주포를 만드는 한화지상방산이 포신은 위아(WIA)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것처럼 어떤 무기나 장비도 한 업체가 단독으로 생산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방위산업은 정부가 유일한 구매자로 정부에서 개발과 생산 방향을 좌우하면서 업체별로 특화시켰다. 이 같은 제도가 업체에는 전문화된 경쟁력을 갖춰 ‘방산 강소국’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사일이나 생화학무기 등 인명 살상용 무기가 아닌 방어체계나 정밀 유도무기, 레이더 분야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 특화한 방산 주력 업체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기본훈련기 KT-1 등의 전문 제작업체다. 매년 세계 방산업체 100위 순위를 발표하는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KAI는 매출(2016년 기준) 41위를 차지해 2016년 47위에서 6계단 올랐다. KAI는 건군 이래 자주국방을 위한 최대 규모 무기개발인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소형 무장헬기·소형 민수헬기(LAH·LCH) 사업에 참가하고 있다. KF-X는 한국 공군의 노후 전투기(F-4, F-5)를 대체하고 2020년 이후 미래 전장 환경에 적합한 성능을 갖춘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 첫 국산 헬기 수리온은 KAI를 비롯한 98개의 국내 협력업체와 18개 대학, 10개 연구소 등이 함께 개발에 참여한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진행됐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등 비대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체인(Kill Chain)의 조기 구축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며 정밀 유도무기 및 레이더 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LIG넥스원의 역할도 커졌다. 지난해 4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 전력화를 앞둔 ‘대포병탐지레이더-Ⅱ’는 적 화력 도발 시 날아오는 포탄을 탐지하고 이를 역추적해 적 화포의 위치를 아군 포병부대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핵심 장비다.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한화 5개 방산 계열사의 매출(2016년 기준)은 약 4조5000억 원으로 19위를 차지했다. 2025년까지 매출 12조 원과 영업이익 1조 원으로 글로벌 10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는 탄약 유도무기 분야에서 항공우주 및 방산전자, 첨단 체계 분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는 유도무기부터 탄약, 무인체계, 우주사업까지 선제적인 투자와 정부 사업 참여를 통해 국산 무기의 첨단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력화하고 있는 230mm급 다연장 ‘천무’는 기존 지상 화력무기보다 월등한 사거리와 정밀도로 개전 초기 북한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테크윈은 각종 전투기 및 헬기 엔진 제작을 도맡아 온 대한민국 유일의 가스터빈 엔진 제작 기업으로 2016년 기준으로 8000대 이상의 엔진을 누적 생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983년 12월 인도된 초계함(PCC) 안양함 건조로 특수선 시장에 처음 진입한 뒤 1500t급 프리깃함(FF), 해양경비정, 초계정(Patrol Boat) 등을 건조하면서 특수선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한국 해군의 잠수함 건조사업(KSS-1)을 통해 1987년 처음으로 209급 1번함인 ‘장보고함’을 건조한 이래 209급 9척과 214급 3척, 3000t급 신형 잠수함 2척 등 지금까지 총 17척을 수주했다. 2011년 12월 인도네시아 국방부로부터 1400t급 잠수함 3척을 11억 달러에 수주해 국내 최초 잠수함 수출 기록을 세웠다. ○ 수출 외연 넓히는 국내 방산업체 KAI가 지금까지 수출한 국산 항공기는 동남아, 남미,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 7개국 145대, 모두 약 4조 원 규모다. KAI는 항공 선진국인 미국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은 노후한 고등훈련기 T-38C를 대체하는 사업으로 1차로 요구되는 훈련기 대수가 350대, 약 17조 원 규모다. 한화디펜스는 기동, 대공 유도무기, 발사체계 분야에서 기술 역량을 축적해 온 기업으로 1993년 K-200을 말레이시아에 수출해 국내 방위산업 최초로 대규모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 LIG넥스원은 중남미, 아시아, 중동 지역을 수출 전략시장으로 삼고 콜롬비아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현지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998년 3월 방글라데시 해군으로부터 호위함을 수주하며 수상함 수출을 시작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훈련함, 영국 항공모함 군수지원함, 노르웨이 군수지원함, 태국 호위함 수주 등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 전문화한 중견 중소 ‘강소 기업’ 디펜스뉴스 집계에서 96위에 포함된 풍산방산기술연구원은 한국군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탄약을 생산, 공급해 온 국내 유일의 종합 탄약생산업체다. S&T모티브는 소형 화기 전문 업체로 주력 소총인 K-2 소총과 K-14 저격용 소총 등 이른바 K(Korea) 계열 소총 및 기관총을 개발, 생산하며 무기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 밖에 이오시스템(조준경) 삼양화학(화생방 장비) 산청(방독면) 아리쓰리시스템(적외선 센서, X선 센서) 연합정밀(케이블 조립체) 코오롱데크컴퍼지트(연료탱크) 등 업체들도 전문 분야에 특화하고 있다. 한편 한국 방산업체 매출은 아직 글로벌 방산 기업과 격차가 크다. 매출액(2016년 기준)으로 1위는 434억6000만 달러(약 46조9000억 원)인 록히드마틴이다. 10위 탈레스의 매출은 83억6200만 달러(약 9조226억 원)다. 한화 5개 계열사를 합쳐도 탈레스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이세형 turtle@donga.com·구자룡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연말 연초 한국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은 나라다. 2009년 한국의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 수주 및 양국 간 비공식 군사 협정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UAE 전격 방문을 계기로 UAE와의 국교 단교설,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현 정권 간 갈등설도 부각됐다. UAE에 대한 관심은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8∼10일 방한했을 때 절정을 이뤘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청장은 장관급임에도 국가정상 못지않은 수준의 의전을 누렸다. 그의 일거수일투족도 화제가 됐다. 이번 논란을 UAE, 나아가 다른 중동 국가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세계 6위 원유 보유국, 중동의 관문이지만… “중동에서 가장 개방적인 나라.” “작지만 중동의 허브(관문) 역할을 하는 나라.” 중동 전문가와 외교관들이 UAE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다. 1971년 12월 2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신흥국이며 국토 면적도 한국의 83.4%에 불과하지만 UAE는 국제사회에서 확실한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다. 국가 운영의 중심에는 연방을 이루는 7개 토후국 중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있다. 대통령은 아부다비의 에미르(Emir·통치자), 부통령 겸 총리는 두바이의 에미르가 맡는다. 국방과 외교는 연방 체제로 운영되지만 경제는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사실상 분리돼 있다는 게 특징. 2009년 두바이가 무리한 개발과 투자로 재정 위기에 빠졌을 때 아부다비가 자금을 빌려준 것도 경제체계가 별도란 것을 보여준다. 약 940만 명인 인구 중 자국민은 107만 명(11.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외국인 근로자들로 인도 출신이 가장 많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터키 같은 주변 ‘대국’들과 규모 면에선 상대가 안 된다. 종교·문화적으로도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후손들이 다스리는 요르단과 모로코, 문명 발생지인 이집트와 터키 등에 비해 내세울 게 없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UAE는 약 978억 배럴(세계 6위)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한다. 원유가 주로 생산되는 아부다비가 주도해 1976년 설립한 ‘아부다비국부펀드’는 약 1조 달러(약 1060조 원)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원유와 금융 시장에서 언제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큰손인 것이다. 두바이를 중심으로 중동, 좀 더 넓게는 아프리카의 관문 역할을 한다는 것도 UAE의 강점이다. 두바이는 이 지역의 물류, 항공, 금융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오가는 선박과 항공기들의 상당수가 두바이를 허브로 이용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중동과 아프리카 본부도 상당수가 두바이에 있다. 인프라뿐 아니라 ‘마인드’도 개방적이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에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UAE 현지법이 아닌 영미법을 반영한 별도 법률 체계를 적용할 정도다. UAE에서 근무했던 공공기관 관계자는 “라마단(무슬림들의 금식 성월) 기간 중에도 DIFC의 식당들은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일부 정육점에선 외국인을 위해 이슬람권에서 금기시하는 돼지고기도 제한적으로 판매한다”며 “중동에서 UAE만큼 유연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바라카 원전 건설과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 설립 등 ‘탈석유 산업’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는 것도 UAE의 개방성을 보여준다.자나 깨나 안보 걱정 원유 생산과 중동·아프리카의 관문 역할을 통해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도 상당한 UAE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안보다. 아라비아만(이란에선 페르시아만) 건너에 위치하고 있는 이란 때문이다. 사우디와 지역 패권을 다투는 이란은 UAE를 포함해 아랍권 주요 왕정 산유국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웃이다. 이슬람교 수니파인 사우디, UAE 등과 달리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다. 아랍이 아닌 ‘페르시아의 후예’로 인종, 언어, 문화도 다르다. 중동에서 △원유 △수자원 △식량 생산 역량 △군사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나라다. 특히 군사력은 자체적으로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하다. 사우디, 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등 6개 중동 왕정 산유국들이 1981년 정치, 경제, 안보 등의 포괄적 지역협력기구인 걸프협력회의(GCC)를 구축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이란 견제다. 당시 이란은 호메이니가 주도한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며 왕정 국가들을 떨게 했다. 또 친미 성향인 GCC 국가들과 달리 반미 기조를 취했고, 헤즈볼라 등 시아파 무장단체를 지원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특히 2015년 이란 핵 합의가 타결되면서 GCC 국가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이란의 지역 영향력 키우기 행보가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말 GCC 리더인 사우디가 자국 내 반정부, 친이란 성향 시아파 지도자들을 처형한 것도 이란 견제가 목적이었다. 이 사건으로 이란 내 강경파들이 배후 조종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위대는 수도 테헤란의 사우디대사관에 불을 질렀고, 사우디를 비롯한 GCC 국가들은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격하시켰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UAE를 포함해 GCC 국가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외국 군대를 자국에 주둔시키고, 안보협력에 적극 나서는 건 자국, 나아가 GCC의 군사력이 이란에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UAE는 사담 후세인이 주도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1990년) 직후인 1994년 미국과 방위협력협정을 맺었고, 긴밀하게 안보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 현재 알 다프라 공군기지와 제벨알리 항구를 중심으로 5000여 명의 미군이 UAE에 주둔 중이다. UAE는 한국에서 배치 문제를 놓고 논란이 됐던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다. UAE는 2011년 미사일과 발사대, 레이더 세트 지원 물자 등을 포함한 사드 2개 포대를 19억6000만 달러(약 2조900억 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유럽의 군사강국인 프랑스와도 2008년 자국 내에 프랑스 공군기지를 세우는 협약을 맺었다. 현재 UAE에는 400여 명의 프랑스군이 주둔 중이다. 서 교수는 “중동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미국과 프랑스의 의지와 자국의 약한 안보 역량을 보완하려는 UAE의 정책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카타르와 바레인이 미군시설을 유치한 것도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UAE가 한국에 눈을 돌린 이유 UAE가 한국과의 군사 협력에 적극 나섰던 것도 결국 이런 안보 방침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는 게 적절하다. 특히 2001년 ‘9·11테러’가 중요한 계기였다. 당시 테러 가담자 중 다수가 사우디와 UAE 출신인 게 드러나면서, 두 나라를 상대로 ‘테러리스트를 방치하고 있다’는 미국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며, 새로운 안보 협력 파트너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중동 외교가 관계자는 “9·11테러와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2003년)은 사우디를 필두로 GCC 국가들이 미국 의존도 줄이기와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 강화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무함마드 왕세제를 비롯한 젊은 UAE 리더들이 한국의 경제성장과 과학기술 역량, 군사 역량에 관심을 갖게 된 것. 특히 이란이 북한과 미사일 개발에서 협력했고, 무기체계가 비슷하다는 것도 UAE가 한국과의 군사 협력에 공을 들였던 이유로 꼽힌다. 2012년 국정감사 때 당시 권태균 주UAE 대사는 “UAE는 북한 무기 시스템을 잘 아는 한국과 협력하면 이란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건설 시작과 아크부대 파병 후 UAE 지도층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우수한 보건의료 역량에 관심이 집중됐다. 서울대병원이 UAE에서 셰이크칼리파전문병원을 운영하게 된 게 좋은 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중동에서 주요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 중 UAE만큼 한국에 전방위적인 관심을 가진 나라도 드물다”며 “UAE와의 교류와 관계 개선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57)는 현지에선 ‘MbZ’(무함마드 빈 자이드의 영문 약자)로 불린다. 또 ‘UAE의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로 불린다. 이복형이며 아부다비의 에미르(Emir·통치자)인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70)이 2014년 뇌졸중(뇌중풍)으로 쓰러진 뒤부터 UAE의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바이 에미르이며 UAE 부통령 겸 총리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69)보다 덜 유명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두바이의 혁신’을 주제로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막툼 부통령과 달리 언론 노출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UAE의 ‘돈줄’인 원유를 아부다비가 쥐고 있다는 점에서도 결국 UAE의 실질적인 통치자는 무함마드 왕세제라 할 수 있다. 그는 아부다비 경제개발위원회와 국영투자개발회사인 무바달라의 회장도 맡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 2009년 프랑스와 바라카 원전 사업 수주 경쟁이 붙었을 때 이 전 대통령은 군사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카드를 제시하며 무함마드 왕세제를 설득하는 데 집중했다. 2009년 12월 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참석 후 귀국 전용기에서 무함마드 왕세제로부터 “UAE를 방문해 달라”는 연락을 받은 이 전 대통령은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이 사실을 직접 전했다. 원전 수주를 알리는 낭보였다. 원전 수주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제로부터 사막 별장에 초대를 받은 적도 있다. 아랍권에서 사막 별장 초대는 아주 특별한 예우다. 이 전 대통령은 사막에서 매 사냥을 함께 즐기는 등 무함마드 왕세제와 우의를 쌓으며 원전 수주와 군사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중 아버지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은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33)와 친분이 깊다는 것도 무함마드 왕세제의 강점이다. 두 사람은 탈석유, 개혁·개방 정책에 대한 의견을 자주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타르 단교 조치, 예멘 후티 반군 공습, 중장기적인 이란 견제의 필요성 같은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한다는 분석이 많다. ‘UAE 왕세제가 도와주면 사우디 원전 사업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UAE 무함마드 왕세제는 자국의 군사력 못지않게 정보력을 키우는 데도 관심이 많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UAE는 최근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용병업체인 ‘블랙워터’ 관계자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채용해 자국의 정보요원들을 양성하고 있다. 미국의 중동 전문매체인 ‘알 모니터’는 UAE가 워싱턴 외교가 등에서 로비에도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아랍에미리트(UAE)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43)은 8일 오전 9시 13분 국적도 항공사 이름도 없는 새하얀 전용기를 타고 서울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UAE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의 최측근인 그의 방한 첫날 일정은 ‘007 작전’처럼 은밀했다. 정세균 국회의장 접견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일정이 비공개였다. 칼둔 청장은 김포공항 게이트를 통해 나오는 일반적인 입국 방식 대신 계류장에서 곧바로 승용차를 타고 서울 시내로 이동했다. 법무부의 입국 심사는 전용기 안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 정부가 방한한 외국의 장관급 인사들에게 제공하는 ‘외빈’ 번호판을 단 에쿠스 VL500 승용차를 이용했다. 차량에 UAE 국기는 달지 않았다. 그가 처음 방문한 곳은 서울 강남구 GS그룹 본사. 낮 12시 12분경 도착한 그는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과 티타임을 갖기 위해 지하주차장의 예약자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할 때도 지하주차장을 이용했다. 칼둔 청장의 승용차는 강남구 르메르디앙호텔에 오후 1시경 도착했다. 도착 20여 분 전부터 경찰 경호원들과 호텔 직원 여러 명이 정문과 로비에 서 있었지만 칼둔 청장은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있는 식당 ‘랩24’로 곧바로 이동했다. ‘눈가림 작전’을 쓴 것이다. 랩24는 UAE 두바이에서 오래 활동한 에드워드 권(한국명 권영민)이 대표 셰프로 있는 식당이다. 식당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마주친 칼둔 청장은 ‘원전 건설과 군사 협력 중 어느 게 더 중요한 사안이냐’는 질문에 대답 없이 웃으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허용수 GS EPS 대표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배석자 4명은 모두 칼둔 청장의 수행원이었다. 식당 예약은 GS 측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뉴는 대관령산 한우 스테이크, 바닷가재, 광어 등 코스 요리였다. 셰프 에드워드 권은 “어제 저녁 급하게 연락을 받아 할랄 고기(이슬람 율법으로 도축한 소·닭·양 고기)로 요리를 준비하진 못했지만 이슬람권에서 금기시하는 돼지고기와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도록 특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칼둔 청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로 이동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접견했다. 포토라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만 짓고 답변은 하지 않았다. 정 의장을 접견한 칼둔 청장은 광진구 워커힐호텔 애스톤하우스로 이동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오후 11시경 숙소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로 돌아왔다. 칼둔 청장의 방한에 동행한 UAE 인사 5명 중에는 데이비드 스콧 아부다비 행정청 이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콧 이사는 현재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를 맡고 있다. ENEC는 2009년 한국 정부가 수주한 UAE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발주한 기관이다. 스콧 이사는 한국전력공사와 ENEC가 현지 원전 공사 진행을 위해 합작 설립한 ‘나와 에너지 회사(Nawah Energy Company)’의 부위원장으로도 등재돼 있다. 다른 동행 인사는 압둘라 사이프 알 누아이미 주한 UAE 대사와 리드 알 무까라브 UAE 국부펀드 부사장, 압둘라 쿠리 아부다비 행정청 이사, 마지드 알 아메리 아부다비 행정청 대리다. 칼둔 청장은 9일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뒤 UAE에서 만났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전에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칼둔 청장은 10일 0시 3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리버티국제공항으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이세형 turtle@donga.com·황성호·김동혁 기자}

5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에 참석 의사를 밝힌 국가 정상급 인사는 33개국 45명(유엔 사무총장과 총회의장 포함 시 47명). 실제 참석자 수는 유동적이다. 외교가에서는 겨울 스포츠 강국인 유럽과 북미 국가의 정상들이 적극적으로 평창을 방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이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알렉산더르 국왕의 경우 스케이트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세이던 1986년, 약 200km 거리를 경주해 ‘스케이트 마라톤’으로 불리는 엘프스테덴토흐트에 참가한 경력도 있다. 트뤼도 총리도 스노보드를 즐긴다. 대학 시절 스노보드 강사로 일했을 만큼 실력도 뛰어나다.○ VIP용 특별대우는 없다? “정상급 인사들도 평소 누리던 VIP 의전을 꽤 많이 포기해야 할 거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수십 명의 국가 정상이 일반인 인파와 뒤섞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전과 경호 등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원칙적으로 ‘VIP용 특별대우’가 많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행사 진행의 중심을 선수 배려와 원활한 경기, 또 일반인 관람객과의 평등에 맞추고 있다는 것. 일례로 국가 정상들도 행사장과 경기장을 출입하려면 ‘AD카드(Accreditation Card·승인 카드)’를 소지하고 직접 카드인식기에 찍어야 한다. AD카드도 국가 정상과 그의 파트너, 수행원 2명, 주한대사, 경호원 2명 등 총 7장만 발급된다. ‘자리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폐회식과 인기 종목(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준결승전 이상 등)의 경우 국가 정상 내외에게만 AD카드를 발급하는 게 원칙이다. 특별대우 간소화 방침은 좌석 배치와 방한(防寒) 대책에서도 나타난다. 개회식에 참석하는 국가 정상급 인사들은 올림픽 개·폐회식장 중앙 부분에 돌출형으로 마련된 특별석인 ‘프레지덴셜 박스(Presidential Box)’에서 행사를 관람하게 된다. 개최국 정상인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가운데 앉고, 나머지 정상들은 선수단 입장 순서(가나다순)대로 앉는다. 프레지덴셜 박스는 일반 관중석과 분리돼 있지만 일부 방탄유리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가림막 없이 트인 공간이라 추위를 피할 순 없다. 조직위는 프레지덴셜 박스 안에 VIP만을 위한 별도의 난방기기를 설치하는 것도 검토했다. 하지만 IOC 등과의 협의를 통해 국가 정상들도 일반 관중과 같은 조건에서 행사를 관람하는 게 적절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정리했다고 조직위 관계자는 전했다. 물론 조직위는 개·폐회식에 참석하는 정상들에게 평창 올림픽 디자인이 반영된 목도리, 모자, 장갑 등 방한용품을 나눠줄 예정이지만 테러 표적 방지를 위해 실제 제품을 사전에 공개하지는 않기로 했다. 정상급 인사들에게 주어지는 특전이 있다면 프레지덴셜 박스 뒤편에 마련되는 ‘VIP 라운지’다. 정상급 인사들은 행사 도중 이곳에서 몸을 녹일 수도 있고 따뜻한 음료와 불고기, 김밥, 호박죽, 김치불고기타코 같은 음식을 즐길 수도 있다.○ VVIP가 온다면? 개회식 참석을 위해 이동할 때 문 대통령과 바흐 위원장만 개인 차량으로 이동하고, 나머지 정상급 인사들은 ‘VIP용 버스’를 통해 단체 이동하도록 돼 있다. 다만, 미-중-러의 VVIP가 올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도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참석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조직위는 IOC 규정에 따라 원칙대로 의전을 제공한다는 방침이지만 ‘개인 차량 이동’이나 ‘개인 경호’를 강력히 요구할 경우 거부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자국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정상들이 선수촌을 방문해야 할 경우 IOC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평소 정상들이 경험하기 힘든 절차로 꼽힌다. VIP 의전 간소화 원칙은 곧 VIP 경호 강화 문제로 이어진다. 군과 경찰이 행사장 외곽 경호를 맡지만 VIP 근접 경호는 청와대 경호처가 경호안전통제단을 통해 별도로 관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고위급 인사가 개·폐회식 등에 참석할 경우 경호 문제 등에 대해선 조직위나 경호처 관계자들 모두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아직 협상이 시작도 안 된 상황에서 경호 얘기를 섣불리 꺼낼 수 없다는 분위기다. 다만, 내부적으론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 당시 황병서 최룡해 등이 전격 방문했을 때의 전례 등을 참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피부 붉어지고 통증땐 동상 의심… 술 마시면 체온 더 빠져나가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에 참석하는 일반 관람객뿐만 아니라 국가 정상급 인사들도 체면 무릅쓰고 방한용품을 단단히 챙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장과 코트 차림으로 서너 시간 이상 앉아 있다가 자칫 추위에 고생할 수 있다.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37.5도.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 생긴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할 수 있으니 주변 사람의 관찰이 필요하다. 황윤정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의 증세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심각한 저체온증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체온증이 시작되면 피부에 닭살이 돋는다. 얼굴과 손이 창백해진다. 이어 팔과 다리가 떨린다. 체온이 34도 이하로 떨어지면 말이 어눌해진다. 판단력도 흐려지고 자꾸 눈이 감긴다. 33도 밑으로 떨어지면 외부 자극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32도 이하가 되면 팔과 다리 떨림이 사라지는 대신 심장박동과 호흡수가 줄어든다. 30도 이하로 떨어지면 혼수상태에 빠진다. 심장이 멈출 수도 있다. 즉각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의식이 있다면 마른 담요로 몸을 감싸 체온을 올린다. 핫팩이나 따뜻한 물주머니를 머리, 목, 가슴, 배 등에 댄다. 따뜻한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도록 한다. 카페인 음료나 알코올은 안 된다. 의식이 없는 사람을 발견하면 당장 의료진을 불러야 한다. 섣불리 옮기려다 부정맥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몸을 좀 녹이겠다며 술 한잔 걸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시켜 몸에서 열이 더 빠져나갈 뿐 아니라 신체 반응이 늦어져 추위에 둔감해진다. 피부 조직이 얼어붙는 동상은 주로 뺨, 손발, 귀, 코 등에 발생한다.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시간이 흐를수록 피부가 붉어지고 통증을 동반한다. 약한 동상은 37∼42도의 따뜻한 물에 해당 부위를 30∼60분 담그면 대체로 좋아진다. 물집이 생겼다면 터뜨리지 말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아주 심한 동상이라면 피부 조직에 물집이 생기고 괴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손발, 뺨 등에 감각이 덜 느껴진다면 곧바로 실내로 들어가 처치를 하는 게 좋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현역 시절 최고의 프로리그를 경험했던 코치들이 유망주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최근 대학들이 창업가를 전임교수로 임용하기 시작한 변화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지금까지 유명 대학에선 창업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를 겸임교수와 강사 같은 ‘비(非)전임트랙’으로 뽑았다. 그런데 한양대와 KAIST가 유명 창업가를 전임교수로 임용해 창업교육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면서 ‘창업가 출신 교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한양대 창업지원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현오 교수(산업융합학부)는 이른바 ‘하유미 마스크팩’으로 대박을 쳤던 중견기업 ‘제닉’을 일궜던 인물이다. 창업 10년 만에 매출 약 1000억 원, 시가총액 약 4000억 원 규모로 성장시켰다. 2015년 자신의 보유 지분을 700억 원가량에 매각했다. 안성태 KAIST 창업지원실장은 2016년 9월부터 이 대학의 창업융합전문 석사과정(K-스쿨) 교수로 활동 중이다. 스탠퍼드대 재료공학 박사 출신인 안 교수는 내셔널세미컨덕터(미국), 샤프(일본),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에서 근무했다. 2000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모바일 디스플레이 구동칩을 개발하는 ‘리디스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2004년 매출 약 1억5000만 달러(약 1620억 원) 규모로 성장해 나스닥에 상장됐다. ‘스타 창업가’ 경력의 두 교수에게서 한국 대학의 창업교육이 지닌 장단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창업교육 전담할 교수 늘려야 두 교수 모두 캠퍼스 내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가 창업에 대한 투자를 늘린 덕분이다. 학생들도 애플(스티브 잡스), 페이스북(마크 저커버그), 구글(래리 페이지), 테슬라(일론 머스크)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를 접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우는 경우가 늘었다. 두 교수는 “강의실 밖에서도 창업 관련 상담을 요청해 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캠퍼스 안에서 제대로 된 창업교육을 진행하는 데는 여전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유 교수는 대학과 교수 평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대학에서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는 형성됐지만 여전히 교수와 대학 평가는 논문을 바탕으로 한 연구실적 중심으로 이뤄진다”며 “이런 여건에서는 대학들이 앞장서서 창업을 신경 써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을 장려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제도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그동안 창업교육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대학교육이 너무 이론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돼 왔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안 교수는 창업 관련 재무 지식을 가르치는 ‘스타트업 재무’ 수업을 준비할 때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스타트업을 경영할 때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담은 책이나 논문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동안 대학이 너무 이론 중심의 교육과 연구만 진행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할 때의 경험들을 토대로 완전히 새로운 교육 자료를 만들었고 다행히 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조만간 책으로도 출간할 예정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창업교육 관련 인프라 개선 방법으로는 ‘실무가 출신 교수’의 임용 확대를 꼽았다. 해외 대학들은 창업은 물론이고 법학, 의학, 행정, 언론 같은 분야에서도 실무가들을 대거 교수로 영입해 왔다. 유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강조되는 ‘융합’과 ‘시너지’라는 키워드는 실무가와 연구자의 조화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현실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대학 교육이 이뤄지려면 꼭 필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창업에 대한 편견 바로잡아야 두 교수는 대학 못지않게 창업가들에게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창업가들이 사회와 후배들에 대한 책임 의식을 적극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했다. 창업의 의미와 효과를 알리는 데 창업가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뜻이다. 안 교수는 “창업가 중 많은 수는 자신의 창업 노하우를 알리는 데 소극적이었다”며 “실리콘밸리처럼 선배 창업가들이 후배들에 대한 멘토링에 나서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창업가들이 창업교육에 적극 나서는 것도 한국에서 건전한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창업을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되는 지름길로 여기는 사람이 아직 많다. 대학을 국가고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공기업, 대기업같이 안정적이고 사회적 위상이 높은 분야에 진출하는 발판으로 보는 인식도 여전하다. 유 교수는 “창업을 무모한 도전이나 어쩔 수 없이 막연히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것도 창업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체계적인 창업교육이 뿌리를 내리면 창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바로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퇴임한 대통령이지만 그에 대한 미국인의 사랑은 여전히 뜨거웠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사진)이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가장 존경하는 남성’ 부문에서 10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위에 머물렀다. 갤럽은 1946년부터 시작한 이 조사에서 전직 대통령이 1위에 오른 경우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27일 갤럽과 CNN 등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4∼11일 미국 성인 남녀 1049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가장 존경하는 남성’ 부문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17%)과 트럼프 대통령(14%)에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3%), 빌리 그레이엄 목사(2%) 순으로 응답자가 많았다.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일론 머스크(테슬라),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등 창업가들도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존경하는 여성’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선에서 겨룬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9%로 1위를 차지했다. 16년 연속이다. 클린턴 전 장관 다음으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여사(7%),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4%)가 순위가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 엘라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번 조사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이념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공화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중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 선택 비율은 각각 35%와 1%였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비율이 각각 39%와 3%였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 이후 대사관 이전 행렬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미 과테말라가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밝힌 뒤 이스라엘 외교차관은 “최소 10개국과 대사관 이전을 위해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치피 호토벨리 이스라엘 외교차관은 25일 현지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는 대사관 이전을 논의하기 위해 유럽 국가를 포함해 최소 10개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언은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이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직후 나온 것이다. 과테말라는 21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에 반대하는 ‘예루살렘 결의안’ 채택에 반대했다. 당사국인 미국과 이스라엘을 포함해 과테말라, 온두라스,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나우루, 팔라우, 토고 등 9개국이 반대표를 던졌다. 대부분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는 중미 국가와 태평양 섬나라들이다. 찬성 128표로 결의안이 채택되자 미국은 유엔 예산 2억8500만 달러(약 3078억 원)를 대폭 삭감했다. 미국은 유엔 분담금의 약 22%를 부담하고 있다. 호토벨리 차관은 대사관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국가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 등은 이스라엘과 강력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온두라스가 과테말라 다음으로 대사관 이전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필리핀, 루마니아, 남수단 등도 대사관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무장단체 ‘하마스’는 향후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충돌할 경우 이란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 이세형 기자}
중국과 러시아가 아이스하키를 통해 좀 더 가까워지고 있다.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이 탁구를 활용한 이른바 ‘핑퐁 외교’로 관계를 진전시켰듯 중국과 러시아 간 아이스하키를 토대로 한 협력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팀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최근 러시아의 도움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이 ‘베이징 쿤룬 레드 스타스’란 프로 아이스하키 구단을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다. 또 이 팀이 러시아 아이스하키 리그(KHL)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도 부여했다. KHL 선수와 코치, 관계자들이 수시로 중국을 방문하며 ‘아이스하키 수준 높이기 작업’에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베이징에서 만나 관련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러시아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는 이유는 형편없는 실력 때문이다. 중국은 겨울올림픽의 대표적인 인기 종목 중 하나인 아이스하키에서 세계 랭킹 37위에 불과하다. 캐나다(1위), 러시아(2위), 미국(5위)은 물론이고 한국(21위)과 일본(23위)에 비해서도 많이 떨어진다. 중국 내부에선 ‘아이스하키 때문에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체면이 상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단기간에 실력을 키우려면 다른 나라의 도움이 필요했고 아이스하키 강국이며 이웃 나라인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한국이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캐나다 출신 선수들을 귀화시키며 실력을 키운 것도 중국을 자극했다. 러시아도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 내 영향력을 유지하고, 미국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과 우크라이나와의 충돌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출신인 자오샤오위 쿤룬 레드 스타스 회장은 “우리 모두는 핑퐁 외교에 대해 알고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 간 아이스하키 협력에도) 분명 정치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2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밤하늘에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연상시키는 괴비행체가 독특한 모양의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날아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를 목격한 시민들은 놀라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UFO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졌다. 일부 시민들은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문의 전화도 했다. 급기야 로스앤젤레스 소방 당국이 나서 “UFO가 아니라 위성”이라고 해명했다. UFO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비행체는 이날 오후 5시 27분경 민간 우주사업체 스페이스X가 로스앤젤레스 북서쪽에 있는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쏘아 올린 ‘팰컨9 로켓’이었다.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스페이스X는 이날 올해 들어 18번째 팰컨9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민간에서 발사된 로켓으로는 연간 최다 기록이다. 소동이 진정된 뒤 일부 시민들이 트위터에 “저녁 시간에 우리 가족은 로켓을 두고 즐거운 외계인 논쟁을 벌였다. 머스크에게 감사하다”고 글을 올리자 머스크도 장난기 가득한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머스크는 팰컨9이 비행하는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북한에서 온 핵 외계인 UFO(Nuclear alien UFO from North Korea)”라고 적었다. 팰컨9은 위성 통신업체인 이리듐의 ‘넥스트 통신 위성’ 10대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최근 두 번씩이나 ‘사우디 심장부’를 노린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 결정 배후에는 이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동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반군 지휘부의 독자적인 결정이라기보다는 ‘후원세력’인 이란이 직간접으로 개입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우디와 미국 등 반(反)이란 진영은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이란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번 공격은) 이란이 제공한 무기를 이용한 예멘 반군의 이전 공격들이 가진 모든 특징을 지니고 있다”며 “회원국들과 이란 제재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 정권의 범죄를 밝히고 그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가 “제재를 거론하는 것은 그만두고 대화해야 한다”고 반대하고 나서 유엔 차원의 제재가 합의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외교가에서는 이란과 후티 반군이 무기와 자금 지원을 주고받는 수준의 협력 관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군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중동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이란은 후티 반군과 지지 세력에 대한 사상 교육까지 직간접으로 관여할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반군이 내리는 주요 결정은 사실상 이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달 초 반군이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을 살해하는 과정에도 “이란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33년간 예멘을 통치했던 살레는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2012년 2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살레는 노련한 정치력을 발휘해 반군과 함께 현 예멘 정부와 맞서며 권력 탈환을 노렸지만, 최근 그의 친(親)사우디아라비아 행보에 불만을 품은 반군의 손에 살해됐다. 만약 이란이 사우디 심장부를 겨냥한 반군의 미사일 공격에 직접 개입한 증거가 드러난다면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양국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 싱크탱크 중동미디어연구소(MEMRI)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이란에서 제작돼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거 퍼진 ‘이란의 사우디 공격’ 애니메이션에도 예멘에서 발사된 미사일들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 등의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친이란 성향인 반군은 지난달 4일에 이어 19일에도 사우디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우디 당국은 두 미사일 모두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반군은 지난달 발사된 미사일이 지상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친(親)이란 예멘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노린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중동 지역의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사우디와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양국은 이미 상대방과의 전쟁을 가상한 ‘애니메이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방송은 19일 오후 수도 리야드 상공에서 예멘 반군 후티가 발사한 미사일 한 발을 요격했으며 이 미사일이 살만 국왕의 공관인 야마마궁을 노렸다고 보도했다. 요격 당시 살만 국왕은 야마마궁에서 내년 예산안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예멘 반군은 지난달 4일 밤 리야드의 킹칼리드 공항 부근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사우디군은 당시 이를 요격했다고 발표했으나 예멘 반군은 성공적인 발사였다고 반박했다. 한편 18일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중동미디어연구소(MEMRI)와 이스라엘 영문 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사우디 측이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사우디 스트라이크포스(Saudi Strike Force)’란 제목의 애니메이션(6분 18초 분량)은 아라비아해(이란은 페르시아해)를 항해하던 사우디 국적 선박을 이란 해군이 공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기습을 당한 사우디는 육해공 전력을 총동원해 반격에 나선다. 사우디의 주력 공군 전투기들과 미사일들이 이란의 주요 군 시설을 타격해 초토화시키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결의를 다지는 모습도 등장한다. 절정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최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의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우디 특수부대가 체포하고, 솔레이마니가 겁에 질려 살려 달라고 사정하는 장면이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 애니메이션이 올해 초 이란에서 제작된 사우디 공격 애니메이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기업인 출신 억만장자로 ‘칠레의 도널드 트럼프’로도 불려온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칠레 대통령(68)이 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중남미에서 가장 안정적인 경제·사회 구조를 지닌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칠레에서 우파가 대선에 승리한 것이다. 같은 날 온두라스에서도 기업인 출신으로 우파 성향인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49) 현 대통령이 당선돼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페루 등에서 시작된 ‘우파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20여 년간 중남미에서 힘을 떨쳤던 ‘핑크 타이드’(온건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정치 물결)가 약해지면서 내년에 대선을 치르는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파라과이 등에도 우파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피녜라는 이날 결선 투표에서 54.8%를 득표해 중도좌파 여당 연합 측 후보인 알레한드로 기예르 상원의원을 꺾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피녜라는 대선 기간 내내 ‘경제와 기업 살리기’를 강조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미첼 바첼레트 현 대통령이 각종 사회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을 위협하고, 공공부문의 빚을 늘리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관료주의를 없애고, 법인세 축소와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NYT와 FT 등 외신들도 침체된 칠레 경제가 피녜라의 승리를 불러온 결정적인 이유라고 꼽았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최근 구리 가격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바첼레트 재임 중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쳐, 피녜라 집권 시기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바첼레트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74∼90년 집권) 독재 정권 시대에 마련된 헌법을 개혁하려다 사회적 논란을 불렀고 가족 연루 부패 스캔들에도 휘말렸다. 하지만 칠레 국민들의 피녜라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편은 아니다. NYT는 대선 기간 내내 칠레 국민들은 이번 대선을 ‘둘 중 덜 나쁜 사람을 뽑는 선거’로 인식했다고 전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대학교수인 훌리오 세르비아트 씨는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이 열광하는 대상은 없었다”며 “최고가 아닌 덜 나쁜 사람에게 투표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칠레의 도널드 트럼프’란 별명답게 벌써부터 피녜라가 부유층과 기업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동성결혼같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기 때문에 향후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칠레와 온두라스에서의 우파 집권이 중남미 나라에 미치는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에콰도르 등에서 좌파가 여전히 건재하다. 현재 브라질과 멕시코 대선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정치인은 각각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시티 시장 등으로 모두 좌파 성향 인물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대학 교육에서도 독일이 유럽의 중심지(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이스라엘의 미래 자동차 기술과 창업경제를 취재하러 갔을 때 만난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기자들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독일의 경쟁력 이야기가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독일이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을 논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다. 영국 대학들이 브렉시트로 유럽연합(EU)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졸업생들의 EU 국가 취업길이 줄어들고 우수 외국인 유학생 유치 등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면 그 반사이익을 독일 대학들이 누릴 것이란 뜻이다. 영국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유럽의 교육허브란 명성을 독일이 흔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유럽 기자들은 최근 독일 대학들이 국제적으로 인지도를 올리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발 빠르게 실행한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대학과의 교류에 적극 나서고, 대학원을 중심으로 영어 강의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다고 한다. ‘영어’가 더 이상 영국 대학만의 장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탄탄한 경제 구조와 풍부한 일자리, 저렴한 학비와 장바구니 물가도 독일 유학의 이점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이런 이유로 독일 유학길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약 1만 명의 미국 대학생이 독일 대학에서 유학 중이라고 전했다. 영국 유명 대학인 킹스칼리지는 ‘독일의 교육허브 부상’을 현실로 받아들이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올 7월 ‘경쟁국’인 독일에 캠퍼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유명 대학 중 독일에 캠퍼스를 만든 곳은 아직 없다. 킹스칼리지의 계획이 실현되면 영국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교육허브 경쟁’은 유럽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부 선진국만의 경쟁도 아니다.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빠른 성장을 보여온 나라들 중에서도 1990년대 후반부터 국제적인 교육허브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성과를 본 나라들이 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유럽 최고의 경영대학원으로 꼽히는 프랑스 인시아드와 미국 명문 듀크대 의대 등이 싱가포르에 캠퍼스와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는 자국의 대표 국립대인 싱가포르국립대(NUS)와 난양이공대(NTU)를 이용해 동남아와 서남아의 우수 인재 영입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중동에서도 2000년대 들어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교육허브를 놓고 경쟁을 벌여왔다. 두 나라 모두 막대한 ‘오일달러’를 교육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카타르는 셰이카 무자 빈트 나시르 왕대비가 직접 ‘에듀케이션시티(Education City)’를 기획해 조지타운대, 노스웨스턴대, 카네기멜런대, 코넬대 등의 분교를 유치했다. UAE는 두바이 ‘놀리지 빌리지(Knowledge Village)’에 아메리칸대, 미시간주립대, 호주 울런공대 등의 분교를 만들었다. 아부다비에도 뉴욕대 분교를 설립했다. 두 나라 간 경쟁은 중동의 리더십 변화와 탈석유 전략 속에서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도 그동안 국제적인 교육허브가 되려는 노력을 그 나름대로 기울였다. 정부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유명 외국대학을, 주요 대학들은 우수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한국을 성공한 혹은 주목해야 할 교육허브로 꼽는 이들은 별로 없다. 한국의 교육허브 전략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주요 대학의 높은 학생수준, 글로벌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기업의 본사 소재지, 한류 같은 장점과 비(非)영어권, 북한으로 인한 안보 위험, 대학들의 재정위기 같은 단점들을 살펴본 뒤 우리의 전략을 다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좀더 냉정히는, 교육허브가 한국이 지향할 수 있는 목표인지도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한국 교육계에선 2017년을 한국의 국제화 교육이 성년(20년)을 맞이하는 시기라고들 한다. 1997년 모든 수업을 원칙적으로 외국어로 하고, 외국인 학생도 적극 뽑는 국제대학원들이 문을 열었다. 같은 해 말 시작된 외환위기는 대학들에도 경쟁 무대가 세계임을 보여줬다. 이런 시기적 특수성도 교육허브 만들기와 관련된 깊은 고민을 시작할 계기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뇌종양으로 아들을 떠나보낸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걱정하며 그의 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바이든은 최근 낸 자신의 회고록 ‘아버지 약속해 주세요: 목적, 고난, 희망의 1년’을 소개하기 위해 이날 ABC방송 ‘더 뷰’에 출연했다. 바이든의 회고록은 2015년 장남 보가 세상을 떠나기 전후의 삶을 정리한 책이다. 현재 미국 비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매케인의 딸 메건은 바이든에게 “당신과 당신 가족은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을 겪었는데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암 환자 가족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메건은 투병 중인 아버지 매케인이 떠올랐는지 질문하는 중간 목이 메는 모습을 보이다 결국 눈물을 흘렸다. 81세 고령인 매케인은 올해 7월 뇌종양 판정을 받아 투병 중이다. 바이든은 방송 중 메건의 옆자리로 옮겨 앉아 손을 잡고 희망을 잃지 말라고 다정하게 말했다. 그는 “지금도 (뇌종양과 관련된)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고, 당장 내일에도 (놀라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누군가 뇌종양을 이겨낼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존 매케인일 것”이라고 위로했다. 바이든은 대화를 나누며 매케인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매케인은 보에게 용기를 줬다”며 “보는 투병 중 자신의 병이 아닌 (베트남전 영웅인) 너희 아버지의 용기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표급 정치인인 바이든과 매케인은 2008년 대선에서 경쟁하기도 했지만 가족끼리 교류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메건의 아버지는 나를 맹렬하게 쫓아왔다”며 과거의 정치 경쟁을 회상하기도 한 바이든은 “매케인이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도울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방송이 나간 이후 매케인은 본인의 트위터에 “우리 가족에게 좋은 예시와 힘의 근원이 되어준 바이든과 바이든 가족에게 감사한다”고 적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