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반군 또 미사일 발사… 사우디 공격 배후에 이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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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 “후티 반군, 의사결정 권한 적어”… 사우디-美도 이란 개입 가능성에 무게

최근 두 번씩이나 ‘사우디 심장부’를 노린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 결정 배후에는 이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동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반군 지휘부의 독자적인 결정이라기보다는 ‘후원세력’인 이란이 직간접으로 개입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우디와 미국 등 반(反)이란 진영은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이란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번 공격은) 이란이 제공한 무기를 이용한 예멘 반군의 이전 공격들이 가진 모든 특징을 지니고 있다”며 “회원국들과 이란 제재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 정권의 범죄를 밝히고 그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가 “제재를 거론하는 것은 그만두고 대화해야 한다”고 반대하고 나서 유엔 차원의 제재가 합의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외교가에서는 이란과 후티 반군이 무기와 자금 지원을 주고받는 수준의 협력 관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군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중동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이란은 후티 반군과 지지 세력에 대한 사상 교육까지 직간접으로 관여할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반군이 내리는 주요 결정은 사실상 이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달 초 반군이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을 살해하는 과정에도 “이란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33년간 예멘을 통치했던 살레는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2012년 2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살레는 노련한 정치력을 발휘해 반군과 함께 현 예멘 정부와 맞서며 권력 탈환을 노렸지만, 최근 그의 친(親)사우디아라비아 행보에 불만을 품은 반군의 손에 살해됐다.

만약 이란이 사우디 심장부를 겨냥한 반군의 미사일 공격에 직접 개입한 증거가 드러난다면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양국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 싱크탱크 중동미디어연구소(MEMRI)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이란에서 제작돼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거 퍼진 ‘이란의 사우디 공격’ 애니메이션에도 예멘에서 발사된 미사일들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 등의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친이란 성향인 반군은 지난달 4일에 이어 19일에도 사우디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우디 당국은 두 미사일 모두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반군은 지난달 발사된 미사일이 지상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예멘 반군#미사일#사우디 공격#후티 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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