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외교’로 밀착하는 中-러시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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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러시아의 도움으로 대표팀 전력 강화… 베이징 올림픽서 망신살 우려 덜어
러시아는 中과 손잡고 美에 대응 ‘윈윈’

중국과 러시아가 아이스하키를 통해 좀 더 가까워지고 있다.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이 탁구를 활용한 이른바 ‘핑퐁 외교’로 관계를 진전시켰듯 중국과 러시아 간 아이스하키를 토대로 한 협력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팀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최근 러시아의 도움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이 ‘베이징 쿤룬 레드 스타스’란 프로 아이스하키 구단을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다. 또 이 팀이 러시아 아이스하키 리그(KHL)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도 부여했다. KHL 선수와 코치, 관계자들이 수시로 중국을 방문하며 ‘아이스하키 수준 높이기 작업’에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베이징에서 만나 관련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러시아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는 이유는 형편없는 실력 때문이다. 중국은 겨울올림픽의 대표적인 인기 종목 중 하나인 아이스하키에서 세계 랭킹 37위에 불과하다. 캐나다(1위), 러시아(2위), 미국(5위)은 물론이고 한국(21위)과 일본(23위)에 비해서도 많이 떨어진다. 중국 내부에선 ‘아이스하키 때문에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체면이 상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단기간에 실력을 키우려면 다른 나라의 도움이 필요했고 아이스하키 강국이며 이웃 나라인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한국이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캐나다 출신 선수들을 귀화시키며 실력을 키운 것도 중국을 자극했다.

러시아도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 내 영향력을 유지하고, 미국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과 우크라이나와의 충돌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출신인 자오샤오위 쿤룬 레드 스타스 회장은 “우리 모두는 핑퐁 외교에 대해 알고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 간 아이스하키 협력에도) 분명 정치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중국#러시아#외교#아이스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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