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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영국 방문이 내정 간섭, 외교 결례, 호화 방문 등 갖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영국 더선 인터뷰에서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을 언급하며 “그가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존슨 전 장관은 각종 막말과 기행으로 ‘영국의 트럼프’로 불린다. 7일 퇴임을 앞둔 테리사 메이 현 총리에게 결례일뿐더러 타국 정상의 선출 과정에 대한 언급 자체가 내정간섭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적대적인 미국인 왕실 인사 메건 마클 왕손빈에게도 거친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마클 왕손빈이 2016년 미 대선 때 자신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그가 (그렇게) 형편없는지(nasty) 몰랐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예의 ‘가짜 뉴스’ 핑계를 댔다. 트럼프 일가(一家)가 런던 한복판의 초호화 5성급 호텔 코린시아에 머문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대통령 부부는 미 대사관저에서 머물지만 자녀 4명은 하루 숙박비만 무려 2만7000달러(약 3200만 원)인 코린시아 로열 스위트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미 NBC는 “대통령이 방문 전부터 영국에 ‘외교적 두통’을 안겼다”고 꼬집었다. CNN도 “왕실 인사에 모욕적 발언을 하고 영국 국내 정치에도 저돌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영국 왕실 또한 당초 성대하게 계획했던 환영 행사 규모를 줄였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3일 버킹엄궁 정원에서 엘리자베스 여왕, 찰스 왕세자 부부 등이 참석하는 공개 환영식이 비공개 행사로 치러진다고 2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 마지막 날인 5일 런던 근교 포츠머스에서 열릴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식에서 어떤 연설을 할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 행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해 미국과 유럽의 단합을 강조하고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자는 취지로 계획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유럽 각국과 방위비 지출, 무역적자 등으로 갈등해 왔다. 그는 지난해 7월 첫 번째 영국 방문 때도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대로 인해 수도 런던에 불과 몇 시간만 머물렀다. 이번 방문에서도 영국 내 ‘트럼프 반감’만 높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영국에 이어 방문할 아일랜드에서는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아일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고집해 ‘골프장 홍보’ 논란도 일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 시청에서 지난달 31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올해 미국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중 피해 규모가 가장 크다. 범인은 시 공공사업부문에서 15년간 일해 온 현직 직원 드웨인 크래덕(40)으로 출동한 경찰이 쏜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피해자 12명 중 11명은 시청 직원이며 이 중 6명은 범인과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상자 6명 가운데 3명은 위중한 상태다. 크래덕은 시청 건물에 진입하기 전 차에서 행인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그 후 청사 1층으로 들어와 3개 층을 돌아다니며 총을 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3개 층 모두에서 발견됐다. 청사 1층 고객 서비스 구역은 일반에 공개돼 있으나 상층 사무실로 들어가려면 출입증이 필요하다. 크래덕은 직원이어서 출입증을 가지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버지니아비치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범인의 직함은 ‘전문 설계사(professional engineer)’이며 지난 수년간 지역 도로 사업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소유한 무기들은 모두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들이며 중범죄 전과가 없어 총기를 구매할 수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제임스 서베라 버지니아비치 경찰서장은 범행 동기에 대해 “아직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해외에서 국내 정치 얘기하는 대통령은 에티켓 상실(Politics stops at water‘s edge)”“얼굴 예쁘다고 다 되는 게 아니야(A pretty face can only get you so far)” 일본이 유달리 관심을 두는 나라가 있다면 북한과 미국일 것입니다. 시시콜콜한 뉴스는 물론 철지난 뉴스까지 북한은 일본 언론의 단골 소재입니다. 북한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부정적 호기심에서 출발합니다. 반면 미국은 일본의 긍정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매체당 100~200명씩 일본 특파원들이 마국에 와서 진을 치고 있습니다. 중국식 인해전술로 미국을 휩쓸면서 취재합니다. 그만큼 미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겠죠. 미국 대통령이 새 일왕 즉위를 맞아 방문했으니 일본이 들썩거리지 않았을까요.△“Ceremony only gets you so far.” 골프 치고, 더블 치즈버거 먹고, 스모 경기도 함께 관람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매우 요란하게 만났지만 별로 이룬 것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미 행정부 관리의 말입니다. “격식(ceremony)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격식을 차린 여러 행사에 참석했지만 내실은 없었다는 뜻입니다. ’So far‘는 ’지금까지‘라는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제한적인‘이라는 의미입니다. 한마디로 ’별 볼일 없는 만남‘이었다는 것이겠죠.△“Politics stops at water’s edge.”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방문 중 내년 미 대선에서 자신의 라이벌로 부상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을 비난하는 트윗을 여러 개 올렸습니다. 대통령이 바다 건너까지 가서 국내 정치를 비난하는 것은 정치 에티켓이 아닙니다. 한 민주당 정치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고합니다. “정치는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 1947년 냉전 초기 공화당 소속 아서 반덴버그 상원 외교위원장이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게 외교 문제에서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면서 “국경선 너머까지 당파 정치를 끌고 가지 않겠다”고 말한 데서 유래했습니다.△“It‘s like being held captive.” 일반적으로 해외 순방하는 대통령의 수행원이 된다는 것을 혜택이고 권력입니다. 출세 코스죠.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수행원들은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합니다. 4, 5시간밖에 안 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내에서 수행원들을 달달 볶으면서 이런 저런 주문을 해댄다고 합니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는 수행원들은 ’포로 신세(being held captive)‘가 된 기분이라고 합니다.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전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2016년 미 대선의 러시아 개입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사진)의 뒤늦은 입장 표명에 비난이 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USA투데이 등 미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뮬러 특검은 이날 워싱턴 법무부에서 가진 조사 종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애초에 고려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다. 이는 현직 대통령을 범죄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는 법무부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가장 많은 논란을 낳은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서도 “우리가 확보한 증거는 아무런 범죄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기 힘든 어려운 사안이었다”고 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약 10분간 준비한 원고를 읽고 퇴장했다. 2017년 5월 특별검사로 임용된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사임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두고 “최소 수주 전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말해야 했다” “대통령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조사 결과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왜곡하는 동안 왜 입을 다물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검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장관은 민주당으로부터 “거짓을 발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의회에 보고서를 전달할 때 일부러 기자회견까지 열어 “기소할 만한 혐의를 찾지 못했다. 사법방해를 입증하기에 충분치 않다”며 대통령을 두둔했다. 정치권 공방도 재점화했다. 한때 대통령 탄핵 카드도 저울질했던 야당 민주당은 “의회 조사를 벌여야 한다” “의회가 바 장관을 견책(잘못을 공개적으로 꾸짖음)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자신의 의회 증언이 적절치 않다고 밝힌 뮬러 특검을 소환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의 의회 증언을 통해 탄핵의 법적 근거를 찾으려는 것이다. 이에 백악관과 공화당은 ‘수사는 이미 종결됐다’고 맞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조사 보고서에서 변한 것은 없다. (사법방해 및 러시아와의 공모 혐의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찾지 못했고, 그러면 미국에서 무죄다. 상황 종료! 고맙다”라고 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난항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의 핫이슈가 된 북한이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도 서구 관객들의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25일 미국 영화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기생충’이 상영될 때 관객들의 가장 많은 웃음과 박수를 유발한 곳은 북한이 등장하는 장면들이었다. 극중에는 가정부가 북한 아나운서 특유의 말투로 남편과 대화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기태(송강호 분) 아들이 가정교사로 들어가는 박사장(이선균 분)의 초호화 저택에 지하 벙커가 있는 것도 북한의 침략 대비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화매체 데드라인은 “북한은 영화의 주요 모티브(주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치않게 관객들에게 가장 주목받은 장면들이 됐다”고 전했다. 칸 현지에서 봉 감독에서 쏟아진 질문 역시 북한에 대한 것들이 상당수였다. “북한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김정은 체제를 비난 또는 조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들이었다. 봉 감독은 “북한 문제가 등장하는 장면은 심각한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영화적 농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인디와이어 등 일부 매체들은 ‘감독이 북한 관련성을 부인했다’식의 기사를 올리며 어떻게든 북한 문제를 끌어들이려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기생충’이 다루는 빈부격차 지구온난화 등은 서구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보편적인 주제인 반면 한국의 특수상황인 남북관계를 다루는 장면들은 서구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어리석은 탄핵론자들이여, 깨달음의 순간(come to Jesus moment)이 찾아올 것이다척 보면 알 수 있지(I know it when I see it)‘정치 선진국 미국 맞습니까.’ 요즘 미국 정치를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유치한 말싸움은 물론 다른 사람 자존심 긁기, 자기 잘못 남한테 뒤집어씌우기, 동정표 받으려고 불쌍한 척 하기 등 웃긴 ‘시트콤’을 보는 기분입니다.△“Hopefully, they‘re going to have a ‘come to Jesus’ moment.” 최대 화두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입니다. 민주당은 탄핵을 밀고 나가지만 여론은 부정적입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희망하건데,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깨달음의 순간’이 왔으면 좋겠네요.” 탄핵을 추진해봤자 환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Come to Jesus moment’의 원래 뜻은 ‘예수를 영접하는 순간’, 일상적으로 쓸 때는 ‘깨달음의 순간’입니다.△“I’m a mother of five, grandmother of nine. I know a temper tantrum when I see one.” ‘한 성질(temper tantrum)’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뜻대로 일이 안 풀리면 자리를 박차고 나와 기자들을 불러 모아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폭포수처럼 쏟아냅니다. 백악관도 창피했던지 “트럼프 대통령은 성질을 내지 않는다”고 우겨댑니다. 그러자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렇게 반박하죠. “나 자식 5명, 손주 9명 있는 여자야. 애들처럼 성질부리는 게 뭔지 척 보면 알지.” ‘I know it when I see it(보면 안다)’은 유명한 표현입니다. 1964년 포터 스튜어트 대법관이 포르노그래피 관련 판결문에서 “포르노가 뭔지 정의하기 어렵다. 그냥 보면 안다”고 말한 데서 유래했습니다.△“To watch what happened in the White House would make your jaw drop. He‘s pulled a stunt.”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질부리기가 ‘쇼’라고 주장합니다. “만약 당신이 백악관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봤다면 입이 딱 벌어졌을 것이다. 그는 계략을 꾸민 것이다”라고 말이죠. 고집불통 민주당과의 협상에 지쳐 언론에 호소하는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 동정표를 사려고 했다는 것이지요. ‘Pull a stunt’는 ‘작전을 세우다’ ‘꾀를 부리다’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전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영국 언론이 최근 제기된 윌리엄 왕세손의 불륜 의혹에 침묵하고 있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은 2018년 캐서린 세손빈이 셋째 아이를 임신했을 무렵 노퍽 지역의 후작 부인 로즈 한베리와 불륜 의혹에 휩싸였다. 최근 ‘로열 워처스’(영국 왕실 연구가들)가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자 소셜미디어에서는 윌리엄 왕세손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들끓고 있지만 정작 영국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BBC,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류 언론에서는 ‘윌리엄 불륜’ 뉴스를 찾아볼 수 없으며, 왕실 및 연예계 가십(사생활 관련 뉴스) 전문인 대중지들까지도 자제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앞서 3월 데일리메일은 “캐서린이 한베리와 친구 관계를 끊었다”는 다소 뜬금없는 기사를 게재했다. ‘윌리엄 왕세손과 한베리의 관계가 심상치 않자 캐서린 세손빈이 한베리의 접근을 막았다’는 자초지종이 생략된 채 절연 뉴스가 보도되자 한베리가 누군지도 모르는 대다수 영국인들은 어리둥절했다. 일각에서는 “‘왕실의 도덕성을 실추시킬 수 있는 뉴스는 보도하지 않는다’는 영국 언론의 불문율을 고려하면 관련 기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왕실은 윌리엄 불륜 의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 문제가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손의 갈등 요인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해리 왕손의 부인 메건 왕손빈의 인기가 치솟자 윌리엄 왕세손이 이를 질투하고 있다는 추측이 돌았지만 사실은 윌리엄의 불륜을 해리가 알게 되면서 다툼이 있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윌리엄 왕세손이 결혼 기간 커밀라 파커 볼스와 불륜관계를 유지했던 아버지 찰스 왕세자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어머니의 날’을 맞아 아무런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아 어머니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3일 연예잡지 피플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스캔들, 민주당 정치인, 미중 무역전쟁, 폭스뉴스 앵커까지 온갖 주제에 대해 트윗을 날렸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트윗은 빼먹었다. 바로 ‘어머니의 날’ 축하 메시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어머니의 날을 맞아 전 세계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축하 메시지를 공개해왔다. 아내(퍼스트레이디)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미국에서 어머니의 날은 국가 공휴일은 아니지만 주요 기념일로 대접받는다. 어머니의 날은 5월 두 번째 일요일이며, 아버지의 날은 6월 세 번째 일요일로 정해져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축하를 받지 못한 멜라니아 여사는 직접 ‘행복한 어머니의 날을 보내세요’라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머니의 날을 무시하느냐’는 비난이 커지자 이날 뒤늦게 부랴부랴 짧은 축하 메시지(사진)를 올렸다. 그러더니 곧바로 ‘공격 모드’로 돌아가 민주당을 맹비난한 트윗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어머니의 날에 아무런 축하 메시지를 전하지 않고 골프를 치러 가 빈축을 샀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에 일어나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어머니의 날을 무시하는 태도에서 여성에 대한 시각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지난해 세계적으로 고국을 등지고 다른 나라로 떠난 백만장자가 10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만장자들이 자기 나라를 떠나는 이유로는 정부의 지나친 경제 간섭, 정정 불안, 높은 세금 등이 꼽혔다. 최근 블룸버그뉴스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리서치회사 뉴월드웰스의 조사 결과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10만8000명이란 수치는 2017년 대비 14% 증가한 것이다. 2013년에 비해서도 두 배 이상 늘었다. 백만장자들이 많이 이주하는 상위 5개국은 호주, 미국, 캐나다,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였다. 특히 호주는 지난 27년간 금융위기가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안정된 경제와 양호한 치안 등이 매력적인 요소로 꼽혔다. 이뿐만 아니라 상속세가 없어 세계 백만장자들의 호감을 얻고 있다. 나라가 아닌 도시별로 구분했을 때는 미국 도시가 많은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1000명 이상의 세계 백만장자가 이주한 도시로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이상 미국), 멜버른과 시드니(이상 호주), 두바이(아랍에미리트) 등이 꼽혔다. 반면 백만장자들이 많이 떠나는 상위 5개국은 중국 러시아 인도 터키 프랑스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에서는 지난해에만 1만5000명의 백만장자가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정부 주도의 경제와 강력한 자본 감시 등이 부자들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다만 뉴월드웰스는 “중국과 인도 백만장자들의 ‘엑소더스’가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떠나는 백만장자 수만큼 새로운 부자가 생겨나고 있다”고 평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후 연이은 국제 제재 등으로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 터키는 정치와 경제가 모두 불안하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이번 조사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대혼란에 휩싸인 영국도 주목을 받았다. 영국은 백만장자들이 등지는 나라 6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백만장자들이 선호하는 이주 국가로 꼽혀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결과다. 1990년 이후 약 8000명의 외국 백만장자들이 영국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최근 영국으로 들어오는 외국 백만장자는 거의 없는 반면 2017년과 2018년 각각 4000명과 3000명의 영국 백만장자가 해외로 이주했다. 브렉시트 후폭풍, 높은 상속세(최고 40%) 등이 이유로 꼽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세계은행은 올해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이 5일(현지 시간) 발표한 반기 보고서 ‘원자재시장전망’에 따르면 원유 가격의 평균은 올해 배럴당 66달러, 내년에 배럴당 65달러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현재 유가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그 요인으로는 예상보다 약한 글로벌 경제 성장세에 따른 수요 둔화, 지난해 크게 증가한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 등을 꼽았다. 세계은행은 몇 가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국제유가 전망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리스크로는 최근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전면 봉쇄하기 위해 대이란 제재를 강화한 것이 지적됐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다른 나라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제재를 준수할지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수십 년 동안 미국 TV 토크쇼를 주름잡으며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오프라 윈프리(65)게도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있다. 감정이 풍부한 윈프리는 “사적 감정을 배제한 채 대중에게 팩트(사실)를 전달해야 하는 기자나 앵커라는 직업이 고역이었다”고 30일 발간된 연예잡지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윈프리는 2017년 1월 “용감한 도전”이란 찬사를 받으며 CBS의 유명 시사뉴스 프로그램 ’60분‘의 객원 진행자로 영입됐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최근 사직했다. 윈프리의 보도 스타일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60분‘ 제작진은 윈프리에게 “리포팅에 너무 감정이 많이 실려있다”는 직설적 비판을 가했다. 심지어 윈프리가 리포팅 후 자신의 이름을 말할 때조차 “너무 감정적이다. 기자답게 말하는 방법을 연습하라”고 지적했다. 자존심이 상한 윈프리는 “(이름을 말할 때)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부분이 오프라냐, 윈프리냐”며 반박했다. 젊은 시절 지역방송국 앵커로 일한 바 있는 오프리는 “언론 초년병 시절에도 성격을 ’톤다운‘하라는 충고를 들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60분‘에서 일하다보니 내 성격까지 무미건조해지는 듯 했다.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윈프리는 이날 할리우드리포터가 제정한 ’연예계 여권상‘ 수상식에도 참석했다. 제1회 수상자인 그는 “당초 ’더 이상 상은 필요없다‘고 고사했지만 이 상의 취지가 20명의 저소득층 고교생들에게 유급 인턴직을 제공하고 2명에게 대학 학비를 주는 행사인 것을 알고 마음을 돌렸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언론을 ‘공공의 적’이라고 규정하며 악담을 퍼붓지만 그에게도 좋아하는 언론인은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망할 언론사”라고 비난한 뉴욕타임스(NYT)의 더그 밀스 사진기자(사진)라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27일 보도했다. 올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걷는 모습을 찍어달라고 밀스 기자에게 특별히 부탁하며 파일을 백악관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과 함께 사진을 나누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정상회담을 할 때도 기자단 속에서 밀스 기자를 발견하고 “세계 최고의 사진작가” “천재 사진기자” 등의 칭찬을 퍼부으며 손을 흔드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흑백 촬영과 음영을 활용해 고독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기법은 밀스 기자의 트레이드마크로 통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사진을 이렇게 찍어 NYT에 게재했고,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띄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국정연설 연단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묘한 박수를 보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진도 밀스 기자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고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의자들 사이에 들어가 찍어 폐쇄된 분위기를 연출한 사진도 ‘걸작’으로 통한다. 대머리를 교묘한 빗질로 숨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앵글’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밀스 기자는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족한 권위와 결단력, 인간적인 고뇌를 밀스의 사진이 잘 포착한다고 평가한다. 밀스의 사진이 각광을 받으면서 백악관 전속 사진사들은 할 일이 없어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밀스 기자는 버지니아 지방 신문과 AP통신에서 10년 넘게 일한 뒤 2002년 NYT로 옮겨와 백악관을 담당하고 있다. 그의 카메라를 거쳐 간 대통령만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부터 트럼프 대통령까지 6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기자’라는 영예를 안은 밀스 기자는 “다른 기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하다”며 겸손하게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퍼스트레이디 중 한 명인 고 바버라 부시 여사(1925∼2018)가 남편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1924∼2018)의 바람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연예잡지 피플은 2일 미국에서 발매 예정인 책 ‘여장부(Matriarch)’를 인용해 바버라 여사는 1970년대 부시 전 대통령이 제니퍼 피츠제럴드(87)란 이혼녀와 바람이 나자 우울증에 걸려 자동차로 나무를 들이받고 죽으려 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책의 저자인 수전 페이지 USA투데이 기자와 다섯 차례 인터뷰를 한 바버라 여사는 “차를 몰고 나갔지만 죽을 용기가 없었다. 마지막 순간에 포기했다”고 회고했다. 부시 전 대통령과 바버라 여사는 1945년 결혼해 73년간 해로한 뒤 지난해 나란히 세상을 떠났다. 부시 전 대통령은 1974년 공화당전국위원회(RNA)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피츠제럴드를 알게 됐고 자신의 개인 비서로 곁에 뒀다. 이들의 관계는 계속 유지됐고 부시 전 대통령은 1988년 대통령 취임 후 그를 국무부 직원으로 채용했다. 워싱턴에서 이들의 관계는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나 부시 전 대통령은 타계할 때까지 이를 부인했다. 바버라 여사는 “남편의 바람을 알게 된 후 잠 못 드는 수많은 밤을 보냈다. 나중에는 ‘왜 남편이 나를 떠나지 않았을까’ 하고 의아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자신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수행원들에게 먼저 시식하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 왕들이 식사하기 전 먼저 음식을 먹고 독이 있는지 등을 판별하던 ‘기미(氣味)’ 상궁 역할을 수행원들에게 맡긴 셈이다. 회담 장소였던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의 폴 스마트 총괄조리장은 최근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뉴스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수행원들이 식사 1시간 전쯤 나타나 음식들을 일일이 맛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이 “호화로운 성찬(luxury cuisine)을 즐겼다”며 “철갑상어 알(캐비아)과 바닷가재 등 비싼 음식을 매우 좋아했다”고 전했다. 스마트 조리장은 “(김 위원장이) 식사나 각종 요리를 경험하는 것을 모두 즐겼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들이 북한에서 하노이까지 왔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들은 값비싼 일본 쇠고기(와규), 거위 간(푸아 그라), 인삼, 김치, 수정과 등 상당히 많은 식자재를 공수해 왔다. 스마트 조리장은 “북한 요리사들은 별말이 없었지만 매우 프로페셔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만찬 당시 주요리였던 등심 스테이크의 굽기 정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완전히 익힌(well-done)’ 고기를 원했고 김 위원장은 덜 익힌 고기를 선호했다. 당시 양념한 등심구이, 배속김치, 초콜릿 라바케이크, 수정과 등도 나왔다. 스마트 조리장은 “회담 장소인 베트남의 향신료를 일부 음식에 가미하려 했다가 ‘신중한 검토’ 끝에 그냥 서양식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 오찬으로 거위 간과 은대구 요리를 준비했던 스마트 조리장은 “(회담 결렬로) 오찬이 취소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자신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수행원들에게 먼저 시식하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 왕들이 식사하기 전 먼저 음식을 먹고 독이 있는지 등을 판별하던 ‘기미(氣味)’ 상궁 역할을 수행원들에게 맡긴 셈이다. 회담 장소였던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메트로폴 호텔의 폴 스마트 총괄조리장은 최근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뉴스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수행원들이 식사 1시간 전쯤 나타나 음식들을 일일이 맛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이 “호화로운 성찬(luxury cuisine)을 즐겼다”며 “철갑상어 알(캐비어)과 바닷가재 등 비싼 음식을 매우 좋아했다”고 전했다. 스마트 조리장은 “(김 위원장이)식사하는 행위나 각종 요리들을 경험하는 것을 모두 즐겼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들이 북한에서 하노이까지 왔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들은 값비싼 일본 쇠고기(와규), 거위 간(푸아그라), 인삼, 김치, 수정과 등 상당히 많은 식자재를 공수해왔다. 스마트 조리장은 “북한 요리사들은 별 말이 없었지만 매우 프로페셔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달 27일 만찬 당시 주 요리였던 등심 스테이크의 굽기 정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완전히 익힌(well-done)’ 고기를 원했고 김 위원장은 덜 익힌 고기를 선호했다. 당시 양념한 등심구이, 배속 김치, 초콜릿 라바케이크, 수정과 등도 나왔다. 스마트 조리장은 “회담 장소인 베트남의 항신료를 일부 음식에 가미하려고 했다가 ‘신중한 검토’ 끝에 그냥 서양식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오찬으로 거위 간과 은대구 요리를 준비했던 스마트 조리장은 “(회담 결렬로) 오찬이 취소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A4용지 4장 분량의 ‘러시아 스캔들’ 보고서 요약본이 미국 정치권의 희비를 일순간에 바꿔 놓았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의 공모 혐의 및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를 모두 명확히 입증해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맞불 특검’을 거론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빨리 보고서 원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플랜 B’가 없는 탓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동안 뮬러 특검에 대해 ‘악당’이라고 비난하며 수차례 해임 시도를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180도 돌변해 “명예롭게 행동했다”며 처음으로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매우 매우 사악한 일, 매우 매우 나쁜 일들을 한 사람들이 저 밖에 있다. ‘반역적’ 행동을 한 이들에 대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특검 수사를 독려한 민주당 의원들과 수사에 협조하면서 자신을 배신한 일부 측근, 이를 다룬 언론들까지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최측근이자 상원 법사위원회를 이끄는 린지 그레이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제 특검 조사 대상은 힐러리 클린턴 진영이 돼야 한다”고 공격했다. 대선 때 클린턴 진영은 트럼프 후보의 민주당 e메일 해킹 의혹을 제기한 이른바 ‘트럼프 X파일’을 만들었고, 이를 근거로 특검 수사가 이뤄졌다. AP통신은 이날 “의기양양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싸움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과 선거 캠프가 수사 결과를 정치적 기회로 활용한다는 차기 대선 전략까지 수립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점을 부각시켜 전통적 지지층뿐 아니라 무소속 및 중도적 민주당 지지층까지 불러 모은다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반면 특검 수사를 ‘엄호’하며 수사 결과가 나오기만을 고대했던 민주당은 완전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반(反)트럼프 전선을 형성하겠다는 민주당의 셈법이 뒤죽박죽으로 엉클어졌다. 민주당은 이제 완전히 다른 정치적 현실을 마주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간절히 원하는 보고서 원본 제출도 지지부진하다. 하원에서는 ‘즉각 제출’ 결의안이 통과됐으나 상원에서는 우세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표결 자체를 무산시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바 법무장관에게 “4월 2일까지 제출하라”고 데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바 장관이 이에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 예상을 뒤엎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당사자인 뮬러 특검은 24일 워싱턴 백악관 건너편에 위치한 세인트존스 에피스코펄 교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사흘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보려는 구경꾼이 몰려들어 인근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지만 그는 수사 결과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휴가를 계획하면서 비행기표를 끊어놓았습니다. ‘보잉737 맥스8’의 잇단 추락사고 소식을 듣고 항공사 사이트에 들어가 제가 탈 비행기를 찾아봤습니다. ‘보잉.’ 1초 동안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물론 문제의 기종은 아니죠. 그 기종은 현재 한국에서 운항되지 않으니까요. 대다수 보잉 항공기들은 오늘도 안전하게 비행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이번 사고로 보잉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것은 사실입니다. 보잉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번 사고들을 어떻게 보는지 알아봤습니다. △“I don’t think we need to get too spun up over the fact that they‘re making some sales.” 2010년대 초반 에어버스가 연료효율성이 높은 항공기를 먼저 개발해 판매에 들어갑니다. 무진장 콧대 높은 보잉은 무시 전략으로 나갑니다. 제임스 올보 당시 보잉 민간항공기 사업부문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을 불러놓고 이렇게 말합니다. “에어버스가 좀 팔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여기서 ‘get spun up’은 ‘매몰되다’ ‘지나치게 염두에 두다’의 뜻입니다. △“Boeing thought we were a flash in the pan.” ‘Flash in the pan’은 ‘잠깐 반짝하고 그 이후로는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반짝 성공’ 또는 ‘허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19세기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때 개척자들은 모래를 넓적한 팬에 살살 흔들어 금을 찾아냈습니다. 빛이 나서 금인 줄 알고 보니 그냥 팬의 모래가 반사된 경우가 많았겠죠. 존 리히 전 에어버스 최고운영책임자는 보잉의 콧대 높은 태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보잉은 우리가 반짝하고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겠지요.” △“Boeing thought they would get away with cutting corners.” 에어버스가 큰 성공을 거두자 보잉은 ‘맥스’ 개발 속도전에 나섭니다. 보잉에서 일했다는 한 엔지니어는 “‘빨리빨리’ 시간표 속에서 일하다 보니 절차는 무시되기도 했다”고 고백합니다. ‘Cut corners’가 바로 그 뜻입니다. 보잉 같은 기술이 뛰어난 기업은 아마 몇몇 절차가 생략돼도 별 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Get away with’는 옳지 못한 행동을 하고도 처벌받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22일 수사를 종결했다. 특검이 보고서 공개 권한을 가진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이를 제출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2016년 미 대선에서 러시아가 개입해 트럼프 당선을 배후조종했다는 의혹을 뜻한다. 이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바 장관이 보고서를 공개할 것인지, 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 정보기관은 2016년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트럼프 캠프 측과 러시아 간 공모가 있었는지, 또 대통령 개인이 사법방해를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특검이 이 핵심 의혹을 명쾌히 밝혀냈는지도 불투명하다. 법무부 내에서도 이 보고서를 본 사람은 극소수이며 백악관도 내용을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 언론은 바 장관이 23일 의회에 보고서를 전달하는 식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그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고 두툼한 가방을 든 채 퇴근하는 모습만 목격됐다. 내용 및 공개 방식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자신을 괴롭힌 멍에를 벗어던질지, 더 깊은 위기에 빠질지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다만 뮬러 특검이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추가 기소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혀 대통령의 기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바 장관 역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가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완전한 내용을 공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반면 야당 민주당은 “단순히 의회에 제출하는 수준이 아니라 보고서의 모든 내용을 국민에게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후폭풍에서 벗어나면 야당을 향한 역공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그는 트위터에 “특검 조사는 마녀사냥”이란 비난만 무려 77회 올렸다. 22일에도 공석이던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로 보수성향 헤리티지재단 출신의 스티븐 무어를 지명했다. 무어는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일했을 뿐 아니라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그의 해고를 주장한 인물. 노골적 친(親)트럼프 인사를 상원 인준이 필요한 연준 이사로 지명한 것은 대통령이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파월 의장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경제학의 한 시대가 갔다. 불확실한 경제를 우리에게 남겨두고.’ 블룸버그뉴스는 최근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61·경제학·사진)의 거취를 두고 ‘조의(弔意) 사설’을 게재했다. 12일에 게재됐던 이 사설은 마치 맨큐 교수가 큰 변을 당한 것 같은 비장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사실 그는 14년간 진행해온 수업 ‘경제학 원론(Ec 10)’을 그만둔다고 했을 뿐이다. 그만큼 맨큐 교수의 수업은 유명하다. 미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Ec 10은 고유명사로 통한다. 맨큐 교수를 말하고, 최고의 경제학원론 강의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경제·경영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맨큐’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맨큐의 경제학’ ‘만화로 보는 맨큐 경제학 문제풀이’ 등 29권의 관련 서적이 출간됐을 정도다. 하버드대 교지 ‘하버드 크림슨’은 최근 ‘맨큐 교수가 자신의 플래그십(주력 상품) 수업을 떠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장 많은 수강생을 몰고 다니는 그가 e메일로 ‘이번 학기(5월 말 종료되는 봄 학기)가 Ec 10 수업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2005년 Ec 10 수업을 시작한 맨큐 교수는 최근 6년 연속 수강생 동원 1위를 지켜왔다. 1년(2개 학기) 단위로 구성된 장기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학기마다 500명 이상 참여했다. 딱딱한 경제학 이론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상황을 가정해 경제학을 풀어내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Ec 10은 전반 학기에 애덤 스미스의 시장경제론, 후반 학기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정부개입론 위주로 진행된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윈회 위원장(2003∼2005년)을 지낸 경력 덕분에 생생한 정책 얘기도 들을 수 있다. 맨큐 교수는 교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업을 그만두는 이유에 대해 “교육자로서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버드대의 진보적 분위기와 맨큐 교수의 자유주의적, 시장중심적 사고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경제학의 한 시대가 갔다. 불확실한 경제를 우리에게 남겨두고.’ 최근 블룸버그뉴스는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69·경제학)에 대한 조의(弔意) 사설을 게재했다. 사설은 마치 맨큐 교수가 큰 변을 당한 것 같은 비장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사실 그는 14년동안 진행해온 수업 ‘경제학 원론(Ec 10)’을 그만둔다고 했을 뿐이다. 그만큼 맨큐 교수의 수업은 유명하다. 미국 식자들 사이에 ‘Ec 10’는 고유명사로 통한다. 맨큐 교수를 말하고, 최고의 경제학원론 강의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경제·경영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맨큐’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맨큐의 경제학’ ‘만화로 보는 맨큐 경제학 문제풀이’ 등 29권의 관련 서적이 출간됐을 정도다. 하버드대 교지 ‘하버드 크림슨’은 5일 ‘맨큐 교수가 자신의 플래그쉽(주력상품) 수업을 떠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장 많은 수강생들을 몰고 다니는 그가 e메일을 통해 ‘이번 학기(5월 말 종료되는 봄 학기)가 Ec 10 수업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전해왔다”고 밝혔다. 2005년 Ec 10 수업을 시작한 맨큐 교수는 최근 6년 연속 수강생 동원에서 1위를 지켜왔다. 1년(2개 학기) 단위로 구성된 장기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매 학기마다 500명이상씩 동원한다. 딱딱한 경제학 이론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상황을 가정해 경제학을 풀어내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윈회 위원장(2003~2005)을 지낸 경력 덕분에 생생한 정책 얘기도 들을 수 있다. Ec 10은 전반 학기에 애덤 스미스의 시장경제론, 후반 학기에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정부 개입론 위주로 진행된다. 중점은 시장경제론에 둔다. 이로 인해 그의 수업은 시장경제를 지나치게 옹호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맨큐 교수의 수업은 수많은 화제가 따라다닌다. 2011년 일부 학생들이 수업 중 퇴장한 일화는 유명하다. 퇴장 학생들은 맨큐 교수에게 보내는 공개질의문에서 “왜 애덤 스미스론을 기본적인 경제논리라고 할 수 있느냐”며 “사회적 불평등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 개입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충분히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맨큐 교수는 교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업을 그만두는 이유에 대해 “교육자로서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버드대의 진보적 분위기와 맨큐 교수의 자유주의적, 시장중심적 사고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블룸버그뉴스는 “맨큐 교수의 자유주의적 성향은 ‘대기업과 부자들의 수호자’라는 오해를 낳기도 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정부개입과 불평소 해소로 연구 초점을 옮겨가는 시대에 그는 매우 독특한 학자”라고 평가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