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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막판 승부에서 최후의 승자는 ‘무서운 10대’ 노승열(19·타이틀리스트)이었다. ‘탱크’ 최경주(40)는 1타 차로 아쉽게 우승 트로피는 내줬지만 스물한 살이나 어린 까마득한 후배에게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GC(파72)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투어와 아시아프로골프투어를 겸하는 메이뱅크 말레이시아오픈 최종 4라운드.최경주는 1타 차 공동 2위였던 18번홀(파5·634야드)에서 1.5m짜리 버디 퍼트를 넣어 선두였던 노승열과 동타를 이뤘다. 최경주의 다음 조였던 노승열은 드라이버 티샷이 훅이 나면서 10번홀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게다가 3번 우드로 한 두 번째 샷은 연습용 퍼팅 그린 옆 카트 도로에 떨어졌다. 거듭된 위기에서도 노승열은 무벌타 드롭 후 30야드를 남기고 조명탑과 나무 사이로 한 칩샷을 컵 45cm에 붙여 버디를 낚아 승리를 결정지은 뒤 캐디를 맡은 아버지와 포옹했다. TV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최경주는 “와” 하는 함성 속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노승열은 4타를 줄여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생애 첫 유럽투어 정상에 오르며 대회 최연소 챔피언에 등극했다. 최경주는 단독 2위(13언더파 275타).지난달 경기고 졸업 후 고려대에 입학한 노승열은 최연소 기록을 몰고 다닌 한국 남자 골프의 차세대 에이스. 중학교 2학년이던 2005년 한국 아마추어오픈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며 최연소 국가대표에 뽑혔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해 이듬해 아시아투어 미디어 차이나클래식에서 첫 승을 따냈다. 노승열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같이 연습 라운드를 한 최경주 프로님이 이제 우승할 때가 된 게 아니냐고 격려해 주셨다. 첫 승 때보다 더 기쁘다”고 말했다.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보인 최경주는 올 시즌 미국 프로골프투어 중 출전한 5개 대회에서 모두 40위 이내의 성적을 거둔 데 이어 이번 준우승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안선주 日프로골프 개막전 우승 ▼일본 오키나와 류큐CC에서 끝난 일본여자투어 시즌 개막전인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안선주(23)는 합계 10언더파로 우승했다. 올 시즌 일본 무대에 데뷔한 안선주는 신지애(미래에셋) 박인비(SK텔레콤) 등 공동 2위를 5타 차로 따돌린 뒤 “겨울 훈련 동안 체중을 10kg 뺀 덕분에 지치지 않았다”고 말했다.호주 골드코스트 로열파인스리조트GC(파72)에서 막을 내린 유럽여자투어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는 캐리 웹(호주)이 26언더파로 우승한 가운데 이보미(하이마트)가 공동 2위(20언더파)에 올랐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대학에선 법학 전공, 첫 직장은 병원 기획실 근무…. 오렌지 샤프트로 유명한 맞춤 클럽 업체인 MFS코리아 전재홍 사장(47)의 이력을 보면 골프와는 무관해 보인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중학교 동창 4명이 의기투합해 골프 사업에 뛰어든 게 출발이었죠. 어느새 20년이 다 됐네요.” 1993년 골프와 인연을 맺은 뒤 줄곧 샤프트 분야의 한우물을 판 전 사장은 지난달 경희대 체육대학원에서 ‘골프 클럽 샤프트와 헤드의 피팅 방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골프 클럽을 주제로 한 박사학위 취득은 국내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논문은 골프 클럽 선택에서 헤드와 샤프트의 선택과 최선의 피팅 방법에 대한 상관관계를 실증적으로 비교했다. 전 사장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프로와 일반 골퍼들의 경기력이 향상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연구했다”고 말했다. 박사 최고경영자가 된 전 사장은 국산 샤프트의 세계화에 앞장서 왔다. 이 회사에서 출시한 매트릭스 ‘오직(OZIK)’ 샤프트는 앤서니 김, 필 미켈슨(미국),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 등 40∼50명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프로들이 사용할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 루카스 글로버(미국)는 이 샤프트를 장착한 뒤 지난해 US오픈에서 우승했다. 순우리말인 오직에서 이름을 딴 이 샤프트는 지난해 올랜도 골프용품쇼에서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등 메이저 업체들과 2300만 달러에 이르는 수출 계약을 했다.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득세하던 세계 샤프트시장에서 국산 브랜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셈이다. 말 못할 고생도 많았다. “미국 진출 초창기만 해도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면 싸구려에 형편없는 제품으로 취급을 해 거들떠도 안 보더군요. 같이 일하던 친구 한 명은 스트레스가 하도 심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어요.” 유명 프로숍에 자사 제품을 알리기 위해 문전박대를 감수하며 광활한 미국의 동부와 서부를 6개월에 걸쳐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제품 포장용 박스를 구하기 힘들자 재활용센터에서 구한 다른 회사 박스를 뒤집어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마케팅 비용이 부족해 밤에는 아르바이트로 대리운전을 한 적도 있다. 힘겨운 여건 속에서도 기술력만이 살 길이라는 일념으로 연구개발 활동에 매달렸다. 미국 유명 대학 연구소와 협력하는 등 공을 들인 덕분에 2002년 오렌지 샤프트라는 자체 브랜드를 출시했고 최경주의 우승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 사장은 이달 중순 새로운 샤프트를 출시한다. 제품명은 ‘이루다(IRUDA)’이다. ‘오직’ 샤프트처럼 역시 순한글로 이름을 지었다. “한국 골프 선수는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췄는데 국내 용품 수준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입니다. 진정한 골프 강국이 되려면 갈 길이 멀어요. 그런 목표를 하나둘 이루고 싶어요.”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MVP함지훈-조성민-문태영 윤곽신인상박성진, 허일영에 한발 앞서감독상유재학-전창진 자존심 싸움 프로농구 정규시즌이 7일 끝난다. 이쯤 되면 팀 순위와 개인상의 윤곽이 드러날 만한데 여전히 안갯속에 가려 있다. 한국농구연맹은 혼전 양상이 심해지면서 최우수선수(MVP), 신인, 감독 등 개인상에 대한 기자단 투표 마감을 당초 5일에서 이틀 늦추기로 했다. MVP는 모비스 함지훈이 유력해 보였다. 지난해 함지훈은 모비스를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으나 MVP 투표에서 15표에 그쳐 53표를 얻은 SK 주희정(당시 KT&G)에게 밀렸다. 주희정은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고도 MVP의 영광을 안는 진기록을 세웠다. MVP에 다시 도전하는 함지훈은 올 시즌 늘 40분 가까이 뛰며 득점뿐 아니라 리바운드와 어시스트에서도 고르게 활약하며 모비스 전력의 핵으로 떠올랐다. 모비스가 선두를 질주하면서 그의 MVP 등극 가능성은 높아져갔으나 최근 KT가 1위 자리를 탈환하면서 트로피의 주인공은 알 수 없게 됐다. KT는 눈에 띄는 스타보다는 탄탄한 조직력이 장점이기는 해도 제대 후 복귀한 조성민이 돋보인다. 투지가 넘치는 조성민의 가세로 KT는 지난 시즌 꼴찌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나 끈끈한 팀컬러를 갖췄다. LG 혼혈 선수 문태영의 뒷심도 매섭다. LG는 최근 팀 창단 후 최다인 9연승을 질주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같은 기간 평균 22.6점을 퍼부은 문태영이 있었다. 다만 MVP는 국내 선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미국 국적 보유자인 문태영은 자격 논란에 휘말렸다. 평생 한 번뿐인 신인상 레이스에서는 전자랜드 박성진이 오리온스 허일영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허일영(평균 10.3득점, 3리바운드, 0.8어시스트)과 박성진(평균 8득점, 2리바운드, 3.6어시스트)은 개인 기록이 엇비슷하다. 허일영은 오리온스가 최하위에 처져 있는 게 핸디캡인 반면 박성진은 전 경기 출전으로 가산점을 받고 있다. 서울 상명초등학교와 용산중학교 동창인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KT 전창진 감독은 나란히 감독상을 3번씩 받았다. 둘 중 누가 받더라도 최다 수상자로 나서기에 자존심 대결이 뜨겁기만 하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동부는 올 시즌 SK와의 맞대결에서 4연승으로 천적 관계를 유지하다 5차전에서 잊지 못할 수모를 겪었다. 52-52로 4쿼터를 마친 뒤 연장전에서 단 1점도 넣지 못하며 52-63으로 패했다. 당시의 악몽이 되살아났을까. 동부가 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시즌 마지막 6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패했다. 이날 이겼더라면 KCC와 공동 3위가 될 수 있었던 동부는 33승 19패로 LG와 공동 4위가 됐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SK는 모처럼 집중력을 보이며 87-82로 이겨 15승 37패로 전자랜드와 공동 8위가 됐다. SK 승리의 주역은 불혹을 바라보는 팀 내 최고령 문경은(39)이었다. 문경은은 고비마다 3점슛을 터뜨리며 14점을 넣었다. 올 시즌을 마친 뒤 은퇴와 현역 생활 연장의 기로에 서게 되는 문경은은 “아직 두 경기가 남아 있다. 최선을 다한 뒤 진로는 나중에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SK 가드 주희정은 13득점 12어시스트. SK는 15개의 3점슛을 적중하며 4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는 데 그친 동부를 압도했다. 4쿼터 막판 4점 차로 뒤진 SK는 김민수가 연속 골밑슛으로 종료 2.7초 전 74-74를 만들어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전에서 SK는 2점 뒤진 종료 1분 44초 전 문경은의 3점슛에 이어 주희정이 종료 1분 전 다시 3점슛을 터뜨려 승부를 결정지었다. 동부는 지난달 27일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발목을 다친 김주성이 빠진 상황에 대타로 나선 김명훈이 16득점 7리바운드로 버텼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KT 전창진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속이 쓰리다. 당시 동부 사령탑이던 전 감독은 시즌 막판 6경기를 앞두고 3경기 차로 2위 모비스를 따돌린 선두였다. 정규시즌 우승이 품 안에 들어온 듯했다. 하지만 갑자기 일이 꼬였다. 웬델 화이트가 부상으로 빠진 데다 김주성이 체력 저하에 허덕이면서 1승 5패의 부진에 빠졌다. 66일 동안 지켜온 선두 자리에서 물러나더니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는 전 감독의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인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에 돌아갔다. 승부사로 유명한 전 감독은 믿기 힘든 결과에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그로부터 1년이 흘러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1일 전자랜드를 꺾으며 40일 동안 선두를 달리던 모비스를 0.5경기 차 2위로 밀어냈다. 7일 정규시즌 종료를 앞두고 KT는 2경기가 남았으며 모비스는 3경기를 치러야 한다. 두 팀이 최종 성적에서 동률이 되면 상대 전적도 3승 3패로 같기에 맞대결 득실 차에서 앞선 모비스가 1위를 차지한다. 일단 자력 우승의 가능성을 남겨둔 모비스가 유리해 보이지만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유재학 감독은 “오히려 불리해졌다. KT보다 경기가 많이 남은 데다 대진도 나쁘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모비스는 4일 최하위 오리온스와의 경기에 이어 주말에 까다로운 동부, LG와 연전을 치른다. KT는 4일 동부를 만난 뒤 7일 올 시즌 5전승을 거두고 있는 KT&G를 부산 홈으로 불러들인다.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팀과의 경기를 앞둔 다른 팀 감독들은 어느 한 편을 밀어주는 게 아니냐는 괜한 오해라도 살까 신중한 모습이다. 특히 KT, 모비스와 연이어 맞붙는 동부 강동희 감독은 캐스팅보트라도 쥔 듯하다. 강 감독은 “(김)주성이가 발목 부상으로 뛸 수 없어 다른 팀에 신경 쓸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챔피언의 향방이 안갯속에 빠지면서 한국농구연맹(KBL)은 우승 트로피 2개를 제작해 뒀다. 지난 시즌 꼴찌에서 극적인 뒤집기 우승을 노리는 KT와 2년 연속 정상 등극을 꿈꾸는 모비스.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그들이 있어 행복했다. 짜릿한 승리의 기쁨에 함께 웃고 울었다. 안타까운 좌절의 순간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도전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보름 넘게 빙판과 설원을 뜨겁게 달군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어느덧 막을 내리고 있다. 5000만 국민의 열띤 성원 속에 태극전사들은 최상의 성적표를 받아들며 달라진 코리아의 위상을 세계에 떨쳤다. 한국은 폐막을 하루 앞둔 28일 현재 금 6, 은 6, 동메달 2개로 5위에 올랐다. 역대 겨울올림픽 최고 성적인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의 6위를 깨뜨리며 세계 5강 진입을 눈앞에 뒀다. 최다 메달(14개)에서도 2006년 토리노 대회(금 6, 은 3, 동 2)를 넘어섰다. 한국의 여름올림픽 최고 성적은 1988년 서울대회 때의 4위. 해외에서 열린 올림픽으로는 여름과 겨울을 통틀어 최고 수확이다. 대회 때마다 지적된 메달 편식증도 없앴다. 피겨, 스피드, 쇼트트랙 스케이팅에서 모두 챔피언을 배출하며 사상 처음으로 ‘빙상 트리플 크라운’을 완성했다. 불리한 신체조건, 열악한 환경으로 늘 변방인 줄만 알았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세계 최강으로 발돋움했다. ‘피겨 퀸’ 김연아는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합계 점수에서 연이어 세계 신기록을 세워 역사에 남을 연기였다는 찬사를 들었다. 한국은 스케이팅(스피드, 쇼트트랙, 피겨) 종목만 따지면 출전국 중 최고 성적을 거뒀다. 한국을 빙상 강국으로 이끈 주역은 ‘밴쿠버 세대’로 불리는 20세 전후의 젊은 영웅들이었다. 이번 대회 한국 금메달리스트의 평균 연령은 21세. 이들은 목표를 향한 고통스러운 훈련 과정을 묵묵히 견뎌내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남다른 개성과 끼를 발휘해 새로운 동력을 제공했다. 밴쿠버에서 거둔 결실은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 경쟁에 뛰어든 강원 평창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듭된 불운으로 노 메달에 그쳤던 성시백은 지난달 27일 쇼트트랙 남자 500m와 5000m 계주에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한국 봅슬레이는 28일 남자 4인승 경기에서 결선(4차 시기) 레이스까지 진출해 19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며 설상 종목의 부진을 만회했다. 17일 동안 눈과 얼음의 축제를 환하게 밝혔던 올림픽 성화는 1일 오전 10시 30분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회식을 끝으로 꺼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그토록 꿈꾸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는 26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역대 최고인 150.06점을 얻었다. 쇼트프로그램 점수(78.50점)를 합쳐 세계 신기록인 228.56점으로 우승했다.》대한민국의 딸 연아야고맙다 고맙다 고맙다언어는 무력하고 말은 모자라는구나우리들 가슴에 무궁화가천 송이 만 송이로 피어나고 다시 피어나는 감격을다시 물결치고 다시 출렁거리는 감격을네가 울었을 때 우리도 울었다울고 울고 또 울었다 세상에 이런 기쁜 눈물을메마른 우리 가슴에 넘치게 해 주다니마음을 졸이며 졸이며 우리는너를 바로 볼 수 없었다 눈을 돌리며 얼굴을 감싸며이불을 뒤집어쓰며 절절매며네 순서를 온몸으로 지켜보았다자랑스러운 연아야 고맙다어떻게 눈 뜨고 볼 수 있었겠느냐한국도 숨 멎은 듯 고요했고세계도 숨 멎은 듯 고요했다그래서 울었고 또 울었다손을 잡고 울었고 서로 안고 뛰었다이제 연아는 한국이 되고 한국은 세계가 되고세계는 다시 한국이 되리라아 가슴이 후련하다너의 열정 너의 투지 너의 땀이대한민국의 새 의지가 되리라대한민국의 밥이 되리라고맙다 고맙다 어린 여왕이여!― 연아야 고맙다 · 신달자 (시인)}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막전은 태국에서 열렸다. 21일 태국 촌부리 시암CC에서 끝난 혼다 PTT 타일랜드 대회가 그 무대였다. 1950년 출범한 LPGA투어가 의미 있는 첫 대회를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 개최한 것은 이례적이다. 올 시즌 LPGA투어 일정을 보면 미국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 올해 예정된 26개 대회 가운데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는 절반 정도인 14개에 불과하다. 반면 한때 골프 변방으로 여겨지던 아시아에서는 5개 대회를 치른다. 28일 끝나는 시즌 두 번째 대회인 HSBC 위민스 챔피언스도 싱가포르에서 펼쳐지고 있다. 박세리가 처음 LPGA투어에 진출한 1998년만 해도 전체 34개 대회 중 미국에서 30개 대회가 열렸다. 당시 아시아지역 대회로는 일본에서 벌어진 저팬클래식이 유일했다. 최근 LPGA투어는 아시아시장 공략에 소매를 걷어붙인 듯하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출신 선수들의 강세가 큰 영향을 끼쳤다. 코리아군단은 지난해 LPGA투어에서 11승을 합작하며 총상금 4800만 달러 중 1300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일본 여자골프의 최고 인기 스타 미야자토 아이는 지난해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올 시즌 개막전에서도 정상에 오르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야자토의 활약으로 일본에서 LPGA투어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대만의 청야니도 지난 시즌 상금 7위에 올랐다. 골프시장 규모가 연간 9조 원에 육박하고 해마다 20% 넘게 성장하고 있다는 중국도 블루오션으로 손꼽힌다.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위력을 떨치면서 미국인 선수들은 지난해 27개 대회에서 5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상금 랭킹 10위 이내에도 크리스티 커와 폴라 크리머뿐이다. 미국 선수들의 부진 속에 불황까지 겹치다 보니 미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여자프로골프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기 꺼리게 됐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기업의 LPGA투어 스폰서 참여는 활발해졌다. 기아자동차는 3월 25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주 칼스배드에서 KIA클래식을 열기로 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부터 3년 동안 국내에서 하나은행챔피언십을 단독 개최한다. 아시아 골프의 개척자로 불리는 박세리는 “미국 진출 초창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아시아 골프의 위상이 가파른 상승세 속에 그만큼 향상된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올해부터 LPGA투어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 완 신임 커미셔너는 “아시아는 많은 팬이 확보된 곳이다. 아시아 선수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앞으로도 아시아지역의 주요 스폰서를 유치해 많은 대회를 개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차가운 빙판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려봤지만 좀처럼 주체할 수 없었다. 김연아(20·고려대)는 연기를 마친 뒤 흐느끼기 시작했다. 13년 동안 스케이트를 몸의 일부로 여기면서 수도 없이 흘렸던 눈물. 힘들어서 울고 아파서 울고….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팬들에게 눈물을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어깨를 짓누르던 큰 짐 하나를 내려놓았다는 느낌에 가슴 한구석은 더욱 뜨거워져만 갔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승리를 예감한 듯 오른쪽 주먹을 불끈 쥐었다.》26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의 피아노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4분 9초 동안 빙판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초반 3차례 점프에서 메달 색깔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연속 3회전)에 이어 트리플 플립(3회전),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2회전 반에 이어 연속 2회전 점프)까지 완벽하게 처리했다. 난도가 높은 점프를 깔끔하게 마무리한 그는 거칠 게 없었다. 1만5000여 관중은 마법에 걸린 듯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선을 집중하며 쉴 새 없이 탄성을 터뜨린 뒤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았다.한 치의 결점도 없는 연기를 마친 김연아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키스앤드크라이존에서 기다리다 “오 마이 갓”을 외쳤다. 전광판에 새겨진 점수는 150.06점. 24일 쇼트프로그램에서 따낸 78.50점을 합쳐 228.56점이었다. 세 점수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인 완벽한 우승이었다.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 줄 몰랐던 김연아는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목에는 유난히 반짝거리는 황금빛 메달이 걸려 있었다.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대∼한사람….” 더는 따라 부를 수 없었다. 목이 메었다. 눈가는 다시 한 번 촉촉이 젖어 들었다. 여섯 살 어린 나이에 본격적으로 스케이트에 매달렸을 때부터 그토록 갈망했던 목표를 이룬 기쁨과 행복의 눈물이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팬들도 함께 웃고 울었다.누구나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을 당연하게 여겼다. 기대가 큰 만큼 심리적 압박은 커져 의외의 성적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5차례 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가 금메달을 딴 적은 한 차례에 불과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크리스티 야마구치(미국)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석권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뿐이었다. 김연아가 여덟 살 때 TV를 통해 지켜봤던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는 미셸 콴(미국)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은메달에 머물렀다.하지만 김연아는 달랐다. 흔히 말하던 세계 랭킹 1위의 올림픽 징크스마저 후련하게 날려 버렸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꾸준한 훈련과 특유의 자신감으로 정면 돌파했다. “솔직히 어느 때보다 부담이 없었다. 마음을 비우고 하늘에 모든 걸 맡겼다”는 게 그의 얘기. 그만큼 철저한 준비 과정을 통해 자신이 넘쳤다는 뜻이다. 24일 쇼트프로그램에서도 그는 바로 앞서 출전한 아사다 마오(일본)가 시즌 최고점을 기록해 흔들릴 만도 했으나 싱긋 미소까지 지으며 전혀 개의치 않았다.역사에 남을 무대였다는 찬사를 들은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 4대륙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올림픽 제패까지 해 여자 싱글 선수로는 사상 첫 그랜드슬램에 마침표를 찍었다.이번 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에서 에번 라이서첵(미국)은 257.67점으로 금메달을 땄다. 김연아의 기록은 남자 싱글에서는 출전 선수 24명 중 9위에 해당한다.피겨스케이팅 싱글은 남자 선수들의 점프 난도가 높아 여자 선수들과는 보통 60∼70점 차가 나기 마련이다. 2006년 토리노 대회 때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예브게니 플류셴코(러시아)는 258.33점을 기록한 반면 여자 싱글 우승자 아라카와 시즈카(일본)는 191.34점이었다. 남녀의 장벽마저 무너뜨릴 기세를 보인 김연아는 “남자 점수에 육박한 것 같다”며 놀라워했다.꿈을 이룬 김연아. 이제 김연아는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인 올림픽 피겨 첫 금메달○ 사상 첫 피겨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그랑프리파이널, 4대륙선수권)○ 신채점제 적용 이후 한 대회 쇼트-프리 첫 동시 세계 신기록}
화려한 피날레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떨릴 만도 한데 그의 마음은 오히려 차분하기만 하다. 챔피언은 하늘이 내린다고 하지 않던가. 부담감마저 떨쳐버리고 절정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에게 황금빛 예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26일 오전 10시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서 열리는 밴쿠버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나선다. 24일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점인 78.50점으로 1위에 오른 그는 오후 1시 21분 출전해 대관식을 향한 4분 10초의 연기를 시작한다. 쇼트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제는 마침표를 찍을 차례다. 곽민정(16·군포 수리고)은 오전 11시 41분에 출전한다.25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는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조해리(고양시청) 김민정(용인시청) 이은별(연수여고) 박승희(광문고)가 힘을 합친 한국은 1위로 골인했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을 딴 줄 알았다. 태극기를 흔들며 서로 얼싸안았다. 하지만 경기를 끝낸 뒤 3분 18초 만에 날벼락 같은 심판의 통보가 전해졌다. 우승이 아닌 실격. 승리의 기쁨에 흘리던 눈물은 어느새 안타까운 흐느낌으로 변해 있었다.문제의 상황은 22번째 바퀴를 돌다 일어났다. 선두로 코너를 돌던 김민정의 오른팔이 뒤따르던 중국 쑨린린의 가슴에 부딪쳤다. 경기 후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결과 김민정이 진로를 방해하려고 고의로 밀쳤다며 ‘임피딩(impeding)’으로 판정해 한국의 실격을 선언했다. 한국은 4분6초7의 1위 기록을 세우고도 인정되지 않았으며 금메달은 중국(4분6초61)이 차지했다. 은메달은 캐나다, 동메달은 미국에 돌아갔다.김종석 기자 ▲ 다시보기 = 판정논란 여자 쇼트트랙 계주 실격패}

‘눈 속에서도 싹을 내는 곰취/앉은 부채라고도 부른다/겨울잠에서 갓 깬 곰이/어질어질 허기져 뜯어먹고/첫 기운 차린다는/내 고향 태백산맥 응달의 고취 여린 잎/동상 걸려 얼음 박인 뿌리에/솜이불처럼 덮이는 눈/그래서 곰취는 싹을 낸다./먹거리 없는 그때 뜯어먹으라고/어서 뜯어먹으라고 힘내라고/파릇파릇 겨울 싹을 낸다/눈 오는 겨울밤 나도 한 포기 곰취이고 싶다/누군가에게 죄 뜯어 먹혀 힘을 내줄 풀.’ 마른 나물은 ‘채소 미라’이다. 그 미라가 사람을 살린다. 겨우내 풋것 먹고 싶은 인간들에게 기꺼이 몸을 내준다. 비타민과 섬유질을 보충해 준다. 마른 나물엔 뜨거운 여름이 들어있다. 풋풋한 봄 냄새도 배어 있다. 서늘하고 그윽한 가을이 우러나온다. 마른 나물은 뒤란 처마 밑에서 얼었다 녹았다, 녹았다 얼었다를 거듭하며 살과 뼈를 눅인다. 바람에 온 몸을 내맡겨 물기를 뺀다. 찬이슬 맞으며 자신을 잊는다. 그리고 마침내 시래기가 된다. ‘곰삭은 흙벽에 매달려/찬바람에 물기 죄다 지우고/배배 말라 가면서/그저, 한 겨울 따뜻한 죽 한 그릇 될 수 있다면….’ 정월대보름은 마른 나물 먹는 날이다. 묵은 나물 ‘몽땅 떨이’하는 날이다. 지난 가을 갈무리해뒀던 마른 나물을 싹쓸이해버리는 것이다. 보통 오곡밥 아홉 그릇에 9가지 나물을 먹는다. 밥과 나물을 많이 먹으려면 그만큼 힘을 써야 한다. 나무 아홉 짐을 해서 에너지를 쏟는 이유다. 12가지 나물이 밥상에 오르는 집도 있다. 시래기, 박고지, 호박고지, 고비, 고사리, 고구마줄기, 토란대, 깻잎, 다래순, 버섯, 톳나물, 취나물, 가지나물, 콩나물, 도라지나물, 무나물, 죽순나물, 숙주나물…. 마른 나물은 눅눅해져 빛바랜 색깔이다. 담담하고 차분하다. 옷 벗은 겨울나무색이다. 양기(陽氣)보다는 음기가 강하다. 시래기 고사리 고구마줄기는 흑갈색이다. 도라지 무나물은 흰색이다. 여기에 노란 콩나물이 구색을 맞춘다. 황청색의 무청시래기도 거든다. 입춘우수 지나 새봄이 턱밑까지 와 있다. 논두렁 밭두렁엔 냉이 달래가 우우우 올라온다. 시장엔 이미 남해 섬에서 난 해쑥이 보인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도다리를 넣고 된장 풀어 끓이면 그대로 ‘도다리쑥국’이다. 노란 꽃다지나 자주 꽃 광대나물도 얼굴 내민 지 오래다. 두릅이나 참나물은 말할 것도 없다. 연두 새싹엔 봄 냄새가 가득하다. “우두둑!” 뭇 생명의 손가락뼈마디 푸는 소리가 왁자하다. 풋것이 지천인데 굳이 말린 나물을 먹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정월대보름은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날이다. 이때부터 슬슬 농기구도 손질하고, 거름도 내야 한다. 외양간 황소도 힘을 쓸 때가 왔다. 보름날 아침 외양간 황소나 암소는 사람과 똑같이 나물과 오곡밥을 대접받는다. 이른바 ‘소밥주기’이다. 한 해 동안 소가 아무 탈 없이 일을 잘해달라는 뜻이다. 효성이 극진한 까마귀 대접도 지극하다. 담장 위에 찰밥과 나물을 놓아둬 먹게 한다. 까마귀는 새끼가 부모에게 먹이를 먹여주는 ‘반포지효(反哺之孝)’로 유명하다. 정월대보름날 개는 찬밥이다. 개에게는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 하루 종일 굶겼다가 보름달이 뜨면 비로소 먹을 것을 준다. ‘개보름쇠기’ 풍습이다. 이날 개에게 밥을 주면 개가 살이 안 오르고 마른다고 믿는다. 게다가 그해 여름 집 안에 파리가 꼬여 가족 중 병이 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들은 달을 보고 짖는지도 모른다. 맨 처음 짖는 개는 뭘 보고 짖겠지만 나중에 짖는 개들은 영문도 모른 체 덩달아 따라 짖는다. 마른 나물은 쪼물쪼물 어머니 손맛이 으뜸이다. 양념이 고루고루 잘 스며들어야 맛있다. 말린 시래기는 끓는 물에 삶아 하룻밤 불려 겉껍질을 벗긴 뒤, 서너 번 찬물에 씻어 조리한다. 도라지는 가늘게 쪼개 20여 분 담갔다가 손으로 주물러서 쓴맛을 없앤 뒤 양념한다. 마른 고사리는 찬물에 1시간 정도 불린 뒤 끓인다. 마른 나물은 물기를 손으로 꽉 짜서 없애는 게 중요하다. 정월대보름날 오곡밥과 나물은 자기 집 것만 먹으면 탈난다. 다른 성씨(姓氏) 집 밥을 최소한 3곳 넘게 먹어야 운이 확 트인다. 너도나도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밥을 빌어다가 먹는다. 백밥집(百家飯 ·백가반) 풍습이다. 쟁반 같은 달이 동산에 두둥실 떠오른다. 너도나도 까치발로 눈부신 둥근달을 맞는다. 꽹과리 징 북 장구의 농악소리가 혼을 뺀다. 달빛이 붉으면 가뭄으로 흉년이 될 조짐이다. 눈부시게 하얀 달이라야 비가 많이 내려 풍년이 온다. 저 멀리 빈들엔 들불이 타오른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한 줌의 재가 된다. 검게 타버린 재에서 다시 싹이 돋는다. ‘나도/언제쯤이면/다 풀어져/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다가/그대 상처 깊은 그곳까지/온 몸으로 스밀/죽, 한 사발 되랴.’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은 아예 통째로 타오른다. 그 넓이가 자그마치 41만6036m²(12만6000여 평)나 된다. 오름은 새끼화산을 말한다. 마침 ‘애월(涯月)’은 포구가 안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반달모양이라서 붙은 이름이다. 반달포구에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 빨갛게 숯불처럼 타오르는 둥근 오름. 애월 앞 바닷속에도 둥근 달 장아찌가 박혀 있다. 정월대보름날은 묵은 나물과 새봄나물의 교차점이다. 호박고지나물과 냉이 달래나물의 임무교대이다. 참나물과 해쑥이 오고, 시래기와 고사리가 사라진다. 곰삭은 맛이 가고, 상큼하고 풋풋한 맛이 온다. 황태세상에서 생태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모든 경계에선 꽃이 우르르 피어난다. 정월대보름날은 천지개벽의 날이다. 대혁명의 날이다. ‘이번 생이 다할 때까지/얼마나 더/내 몸을 비워야 할까,/내 고향은 늘 푸른 동해/그리워 마지못해/내설악 얼음물에도/다시 몸을 담근다./그리워 마지못해/내설악 칼바람에도/다시 내 몸을 늘인다./이번 생을 마칠 때까지/얼마나 더/내 몸을 비워야 할까,’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24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m 경기가 열린 리치먼드 올림픽오벌은 네덜란드의 상징색인 오렌지 유니폼을 입은 관중으로 가득했다. 5000m 금메달리스트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가 결승선을 통과하자 기립박수를 보내며 2관왕 등극을 축하했다. 하지만 환호는 잠시였다. 이승훈(22·한국체대)보다 4.05초 앞선 12분54초50에 결승선을 통과한 뒤 전광판을 보며 환한 표정을 짓던 크라머르에게 헤라르트 켐커르스 코치가 다가가 무슨 말인가를 건넸다. 크라머르는 얼굴이 굳어지며 고글을 벗어 내팽개쳤다. 치밀어 오르는 분을 못 이긴 듯 빙판을 스케이트날로 걷어차기까지 했다.크라머르는 8바퀴를 남겨 둔 상황에서 아웃코스로 들어가려다 켐커르스 코치의 지시를 받고 황급히 인코스로 진입했다. 켐커르스 코치는 크라머르에게 이승훈과의 시간차를 알리려고 알림판에 숫자를 적느라 순간 코스를 착각한 것으로 알려졌다.결국 크라머르는 인코스를 연속으로 타게 돼 실격 처리됐다. 2명이 함께 달리는 스피드스케이팅은 사고가 나는 것을 막고 형평성을 위해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번갈아 달려야 한다. 이날 크라머르는 코치의 실수 탓에 함께 레이스를 펼친 선수와 같은 레인을 지났다.대표팀 김용수 코치는 “인코스를 두 번 돌게 되면 3초 정도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 거리상으로는 30∼40m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크라머르가 실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승훈을 1초 정도 앞지르고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셈이다.크라머르는 또 하나의 실격 상황을 연출했다. 코치의 지시로 안쪽으로 파고들다 코너 입구의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나누는 고깔에 오른쪽 다리를 걸치며 인코스로 들어갔다. 고깔 이후부터 선수의 몸이 다른 코스로 넘어가면 실격이다. 크라머르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너를 돌기 직전 코치로부터 지시를 받고 코스를 바꿨다. 그런데 두세 바퀴를 남겨두고 스탠드에 있는 여자친구가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있는 걸 봤다. 나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켐커르스 코치는 “모두 내 실수이고 책임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나쁜 일이었다”고 말했다.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야구, 81-92학번이 대표주자女골프, 88년생 세리키즈 두각男농구, 82학번들 인기 이끌어 2007년 3월 한국체대의 학보에는 ‘환영한다∼. 후배야. 대학생활의 첫걸음’이라는 화보기사와 함께 07학번 신입생 명단이 실렸다. 242명의 체육학부에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의 영웅 삼총사로 떠오른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의 이름도 있다. 같은 날 대학문에 들어간 동기 3명이 출전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올림픽에서 금 3개, 은 2개를 합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처음 스케이트를 접한 초등학교시절부터 10년 가까이 인연을 맺어 왔다. 국내 스포츠에는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이름을 날린 ‘황금 학번’들이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야구에는 1973년에 태어난 92학번이 대표적이다. 임선동 조성민 손경수 박찬호 손혁 차명주 염종석 박재홍 등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최근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로 팀을 옮긴 박찬호는 고교시절 오히려 다른 동기들에 밀려 지명도가 떨어졌을 정도였다. 1958년생인 최동원 김시진 김용남은 마운드에서 트로이카를 이뤘고 이만수와 김성한은 라이벌 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81학번도 대단했다. 선동열 이순철 정삼흠 이종두 김형석 박흥식 김용국 등이 투타에서 맹활약했다. 여자골프에서 1988년에 태어난 ‘세리 키즈’는 필드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라 세대교체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상금왕 신인상 공동 다승왕을 휩쓴 신지애를 비롯해 최나연 김인경 박인비 오지영 김송희 등이 그들이다. 나이는 한 살 많아도 이들과 나란히 2007년에 대학에 입학한 최나연도 여기에 포함된다. 프로농구 1, 2위를 다투고 있는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KT 전창진 감독은 82학번 동기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함께 다녔다. 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 이상윤, 국민은행 정덕화 감독도 이들과 동기다. 농구 코트에서 1973년 소띠 동갑인 우지원 김병철 김훈 전희철 등은 아마추어 농구대잔치와 프로무대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축구대표팀의 이청용은 1988년생, 기성용과 구자철은 1989년 1, 2월에 태어난 절친한 동갑내기. 이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출전의 부푼 꿈을 키워가고 있다. 우수한 또래가 많다 보면 어려서부터 안 지려고 노력하게 되고 서로에게 동기 부여가 된다. 우정과 경쟁은 그들을 정상으로 이끈 원동력인 셈이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꿈만 같아요.”1주일 전 짜릿한 첫 금메달의 흥분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다시 한 번 시상대 꼭대기에 우뚝 섰다.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 늘 표정이 어색했다는 그의 얼굴에 퍼진 환한 미소는 이번엔 아주 자연스러웠다.이정수(21·단국대)가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2관왕에 등극했다. 이정수는 21일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선에서 올림픽 신기록인 1분23초747로 우승했다. 이로써 이정수는 14일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깜짝 우승으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뒤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이정수는 27일 남자 500m와 5000m 계주에도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4개 종목 전관왕을 노리는 그의 금메달 행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막판까지도 승자의 행방을 알 수 없던 치열한 접전이었다. 이정수는 초반 레이스에서 캐나다의 샤를, 프랑수아 아믈랭 형제와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가 선두 다툼을 벌이는 동안 대표팀 선배 이호석(고양시청)과 뒤에 처져 기회를 엿봤다. 이호석이 세 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 나가자 그 역시 속도를 내 2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바퀴에서 이정수는 폭발적인 뒷심으로 이호석을 따라잡아 날 들이밀기로 승부를 걸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이정수는 승리를 확신한 듯 오른쪽 주먹을 내지르며 환호했다. 은메달을 차지한 이호석의 기록은 1분23초801. 이정수와는 불과 0.054초 차이였다. 동메달은 오노(1분24초128)에게 돌아갔다.이정수의 우승으로 한국 쇼트트랙은 이 종목에서 최강의 자리를 지켰다. 한국은 쇼트트랙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1500m 6개의 금메달 중 5개를 휩쓸었다.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선에서는 만리장성의 벽에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레이스 중반 이후 독주한 저우양(중국)이 2분16초993으로 금메달을 거머쥔 가운데 이은별(연수여고)은 2분17초849로 은메달을 보탰고 박승희(광문고)는 2분17초927로 동메달을 추가했다.이로써 한국은 금 4, 은 4, 동메달 1개를 기록하며 종합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역대 최고 성적인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의 6위와 최다 금메달인 2006년 토리노 대회의 6개(은 3, 동 2)를 동시에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다시보기 = 男 쇼트트랙 1000m 이정수 금 - 이호석 은}

어느 날 화르르 피었다가, 문득 모가지 툭 꺾어 통째로 떨어지는 동백꽃. 천리포수목원 애기동백 이미 피고 지고, 다시 또 우르르 피어난다. 짠하고 앙증맞아 속절없이 슬픈 꽃. 너무 피처럼 붉어, 검은빛까지 감도는 단호한 꽃. 퉁퉁 꽃망울이 불어터진 강진 백련사 동백. 아직 꿈쩍도 않은 채 가부좌 틀고 앉은 고창 선운사 늙은 동백. 해마다 동백 필 무렵엔 그 붉은 꽃 언제 질까 마음 졸인다. 김화성 기자}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 사죄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골프 복귀” 섹스 스캔들에 휘말린 타이거 우즈(미국)가 3개월의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즈는 20일 미국프로골프투어 본부가 있는 미국 플로리다 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소그래스 클럽하우스에서 어머니와 지인, 취재진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리 준비해 온 연설문을 13분가량 낭독했다. 검은색 양복 차림에 수척한 얼굴로 등장한 우즈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한다. 나는 외도를 했고 관계를 맺었으며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가족과 팬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아내 엘린 노르데그렌에게 맞았다는 소문에 대해 그는 “전적으로 날조된 것이다. 엘린과의 결혼 생활은 우리 둘 사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한 섹스중독증 치료센터에 머물렀던 우즈는 “45일 동안 치료를 받았으며 개인 생활을 바로잡기 위해 가야 할 길이 멀다”며 “불교에 귀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복귀 시점에 대해 그는 “언젠가 돌아올 것이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올해가 될 수도 있다”고 얼버무렸다. 낭독을 마친 뒤 어머니와 뜨거운 포옹을 한 우즈에게는 동정론과 지나치게 계산된 행사였다는 비판론이 엇갈렸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길어야 힘이라도 더 쓸 수 있는 걸까. 본격적인 골프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출시되는 주요 용품업체의 드라이버를 보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올 만하다. 예년보다 길어진 클럽이 대세를 이루기 때문이다. 테일러메이드의 버너 슈퍼패스트는 46.5인치에 이른다. 던롭 신젝시오 드라이버는 46인치로 샤프트를 늘렸다. 나이키의 SQ막스피드 드라이버와 클리블랜드 런처는 45.75인치. 투어스테이지 ViQ도 기존 제품보다 0.5인치 길어진 45.75인치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길어진 샤프트가 유행하게 된 것은 헤드 체적, 반발계수, 관성 모멘트 등이 규정 상한선까지 도달한 상황에서 비거리 증대를 위한 대안으로 보인다. 샤프트가 길어지면 스윙 아크가 커져 비거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흔히 비거리는 볼의 초속(68%), 타구각(19%), 스핀양(13%)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비거리에 가장 중요한 볼의 초속은 헤드 스피드가 좌우하는데 근력 운동과 함께 적합한 샤프트만 골라도 쉽게 늘릴 수 있다. 던롭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샤프트 길이가 1인치 늘어나면 헤드 스피드가 초당 1.2m 증대돼 7야드 정도 비거리가 향상된다고 한다. 샤프트가 길어지면 클럽 컨트롤이 어려워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첨단 소재의 채택으로 클럽이 한결 가벼워졌으며 스위트 스폿이 커져 길이에 대한 부담을 완화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테일러메이드 김희재 홍보팀장은 “클럽 전체의 무게를 줄이고 공기 역학적 디자인의 클럽 헤드가 공기 저항을 줄여 긴 샤프트라도 스윙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샤프트 중간 부분에 가로 줄무늬 디자인을 채택해 착시 효과를 일으켜 샤프트가 실제보다 짧아 보이게 해 편안한 스윙을 유도하기도 한다. 46인치 안팎인 ‘장척 샤프트’와 함께 형형색색의 컬러볼도 올 시즌 새롭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한때 비거리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컬러볼은 최근 기술 발전에 따라 기능성이 한층 강화됐을 뿐 아니라 컬러볼을 사용하는 프로가 늘어나면서 주말 골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눈에 잘 띄어 쉽게 공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컬러볼의 장점으로 꼽힌다. 국산 볼 제조업체인 볼빅은 크리스털, 레이디350, 비스무스 형광볼 등을 내놓은 데 이어 프리미엄 4피스 컬러볼(분홍, 노랑)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볼빅은 올해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15만 다스 정도의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던롭의 ‘스릭슨 Z스타’ 패션볼(연두, 분홍), 투어스테이지 ‘X-01’(분홍, 노랑) 등도 매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수입 물량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골프 인구의 증가로 용품 업체마다 여성 전용 클럽 라인을 강화하는 것도 두드러진 경향이다. 지난해부터 뜨거운 반응을 보인 하이브리드 클럽(일명 ‘고구마’)과 경량 스틸 샤프트, 새로운 그루브 규정이 적용된 웨지 등도 주목되는 품목이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KT가 5연승을 질주하며 선두 모비스를 바짝 쫓았다. KT는 1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방문경기에서 송영진(18득점, 6리바운드)의 활약을 앞세워 이승준(20득점, 6리바운드)이 버틴 삼성을 88-82로 꺾었다. KT는 34승 13패를 기록해 선두 모비스(34승 12패)와의 승차를 0.5경기로 줄였다. KT는 송영진을 비롯해 제스퍼 존슨(17득점) 조성민(15득점) 김영환(14득점)이 10점 이상을 넣었다. KT는 74-74 동점이던 4쿼터 중반 송영진과 조성민의 연속 3점슛으로 80-74로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송영진은 2점 차로 추격당한 종료 27초 전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LG는 문태영(18득점, 11리바운드)과 조상현(14득점)이 공격을 이끈 데 힘입어 전자랜드를 78-73으로 눌렀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은 겨울올림픽에서 메달 편식증이 심했다.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따낸 31개의 메달 중 스피드스케이팅 2개를 제외한 29개가 쇼트트랙에서 쏟아졌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 김윤만의 1000m 은메달, 2006년 토리노 대회 이강석의 500m 동메달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온 메달. 통산 17개의 금메달도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강원 평창의 겨울올림픽 유치에도 치명적인 핸디캡으로 작용했다. 지구촌 겨울 스포츠의 제전을 열기에 한국은 어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 겸 강원도지사는 “국제무대에서는 한국이 겨울스포츠를 하는 나라인지조차 잘 모르는 게 현실”이라며 어려움을 털어놓은 적도 있다.하지만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의 금메달 행진이 이어지면서 평창의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 전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21세 동갑내기 모태범과 이상화(이상 한국체대)가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에서 세계 최초로 동반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겨울 스포츠의 위상을 단번에 끌어올렸다.밴쿠버에 머물며 평창 홍보 활동을 펼치는 김진선 유치위 공동위원장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평창의 유치 과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2010년과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나섰던 평창은 쇼트트랙 말고는 내세울 게 없었으나 이번 쾌거를 통해 유치 경쟁에도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선전에 이어 피겨 여왕 김연아를 앞세워 평창을 알리는 데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달권은 아니더라도 봅슬레이, 스키점프, 모굴스키 등 다양한 종목에 한국 선수들이 고르게 출전한 것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러시아 소치가 평창과 치열한 경합 끝에 2014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었던 데는 겨울스포츠 세계 최강국인데도 올림픽을 한 번도 열지 못했다는 이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경기력은 올림픽 유치에 중요한 열쇠가 된다.유치위원회 김만기 홍보부장은 “밴쿠버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다양한 종목에서 성적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한국 겨울 스포츠의 넓어진 저변을 알리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와 치열한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는 평창은 김진선 조양호 유치위 공동조직위원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복귀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이 밴쿠버 현지에서 유치를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다.}

고향집 어귀 정자나무 두 그루. 사백 살 느티나무와 오백 살 팽나무. 한여름 무성했던 잎 다 떨고, 굵은 뼈로만 남아 묵언정진하고 있다. 울퉁불퉁 아름드리 줄기에 여기저기 검버섯. 수백 년 동안 비워도 아직 또 게워낼 게 있는가. 설날 고향 찾았다가 돌아오는 길. 동구 밖까지 자식손자 배웅 나온 늙은 부모. 손 흔들며 눈물 훔치는 모정. 아! 평생 주고 또 줘도 아직 또 줄 게 남았는가. 김화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