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호

신석호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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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석호 전무입니다.

kyle@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사회일반55%
문화 일반13%
문학/출판13%
남북한 관계7%
미담3%
지방뉴스3%
인사일반3%
정치일반3%
  • 줄줄이 답없는 한국외교

    과거사와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으로 한미일 3각 동맹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향후 1, 2개월 동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상 첫 연방 상·하원 합동연설 등 초대형 한미 외교 일정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국의 외교력이 총체적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 정부는 ‘최상의 한미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 방미(訪美)를 계기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타결되고 이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국 배치 공론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중요한 양자 및 다자 간 이슈들이 한국에 불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경우 한국 외교에 ‘잔인한 4월’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현지 시간) 워싱턴 소식통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아베 총리가 미 의회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피해자인 한국과 중국을 만족시킬 만한 발언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워싱턴에서는 연일 미일 관계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만 쏟아지고 있다. 만약 미국이 “일본이 성의를 보였으니 한국도 한미일 협력에 나서라”고 적극 요구할 경우 ‘대미(對美) 과거사 외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또 미일 간에 TPP가 조기 타결될 경우 창립회원국 자격을 놓친 한국 정부가 실기(失期)했다는 논란을 부를 수 있으며 한미 원자력협정도 핵 재처리와 농축 권한 확보 문제가 빠질 경우 ‘핵 주권’을 빼앗겼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반발과 비용 문제에 대한 국내 반발에 따라 결정을 미루고 있는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그동안 현 정부 외교가 큰 전략을 가지고 움직였다기보다는 주어진 현안에 대응하는 데 급급한 측면이 있다”며 “중요한 결정들을 미루다 보니 현안들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큰 그림을 그리면서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한미관계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일 외교에 대한 방향 설정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높다. 도쿄(東京)의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일본과의 대화채널을 끊더라도 미국이 우리 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그야말로 헛된 꿈이다. 일본과의 소통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

    • 201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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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은 과연 퍼거슨 참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지난달 말 백인 경관에 의한 흑인 총격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 흑백갈등 시위를 몰고 왔던 미주리 주 퍼거슨 시를 찾았을 때 한 교회 뒷마당에서는 50여 명의 흑인들이 모여 조촐한 파티를 열고 있었다. 이 지역 출신인 파멜라 미네스 전미흑인법조인협회(NBA) 회장과 회원들이 7개월 동안의 시위와 폭동에 지친 흑인 주민들의 치유를 돕기 위해 작은 위로 잔치를 연 것이었다. 이날 모임에서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들이 많았다. 이 곳이 지역구인 샤론 페이스 하원의원은 금발의 백인 여성이었지만 제도적인 흑인 차별을 방지할 법안 마련에 앞장서고 있었다. 3박 4일의 출장 취재가 힘들었지만 치유와 변화를 위한 흑백 화합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어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4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노스찰스턴에서 다시 비무장 흑인을 백인 경관이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일을 보면서 ‘과연 미국은 퍼거슨 참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다시 들었다. 이번에 퍼거슨에서 새삼 확인한 것은 60. 70년대 미국사회를 뒤흔든 흑백 인종차별이 흑인대통령을 배출한 지금도 현재진행형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한 흑인 주민은 기자에게 “백인 경찰은 흑인이 (고급 승용차) 캐딜락을 몰고 다니면 무조건 차를 세우고 조사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로 백인들은 경찰들은 마약 밀매나 매춘 등 불법행위가 아니면 흑인이 어떻게 캐딜락을 몰겠느냐고 생각한다는 거였다. 일부 경찰들은 조사 결과 문제가 없으면 흑인이 몰고 다니는 차에 마약을 몰래 넣어 범인으로 모는 일까지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남편과 아버지, 아들을 잃은 여인들의 한결같은 호소는 “아무리 잘못을 했더라도 총으로 쏴 죽일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퍼거슨에서 만났던 한 50대 백인 남성은 “경찰이 비 무장한 흑인을 죽인 것도 잘못이지만 경찰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저항한 것도 잘못이다. 문제는 ‘흑인이야 백인이냐’하는 인종문제가 아니라 ‘법을 지키느냐 어기느냐’하는 준법의 문제”라며 인종간에 사건을 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국사회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지만 미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흑인들이 백인에 비해 교육과 신분 상승의 기회를 덜 받고 경제적 소외계층으로 전락하면서 법을 어기는 범법자가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지식인들도 걱정하는 경찰의 공권력 과잉도 심해지고 있다. 미국 내 흑백 갈등 문제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었다. 따라서 해결책 역시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을 퍼거슨 시 취재로 하면서 깨달았다.워싱턴=신석호특파원 kyle@donga.com}

    • 201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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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정통 보수주의로 돌아가야”… 공화당, 폴 의원 대선출마 선언

    미국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사진)이 7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날 켄터키 주 루이빌의 한 호텔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이 나라를 자유와 ‘작은 정부’의 원칙으로 되돌려놓기 위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정통 보수주의로의 회귀를 주창하는 폴 의원은 이날 “대통령이 되면 바로 첫날에 위헌적인 감시활동을 중단할 것”이라며 국가안보국(NSA)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이후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한 국가의 개인정보 수집을 강하게 비난해 왔다. 안과의사 출신으로 올해 52세인 폴 의원은 2010년 캔자스 주 연방 상원의원직에 도전해 잭 콘웨이 주 검찰총장을 꺾고 정계에 공식 입문했다. 2008년과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했던 그의 아버지 론 폴 전 연방 하원의원도 이날 아들의 출정식에 참석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201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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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 대선 출마 공식 선언

    미국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이 7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날 켄터키 주 루이빌의 한 호텔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이 나라를 자유와 ‘작은 정부’의 원칙으로 되돌려놓기 위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정통 보수주의로의 회귀를 주창하는 폴 의원은 이날 “대통령이 되면 바로 첫날에 위헌적인 감시활동을 중단할 것”이라며 국가안보국(NSA)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이후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한 국가의 개인정보 수집을 강하게 비난해 왔다. 폴 의원은 지난달 23일 공화당 주자 가운데 처음으로 출마를 선언한 데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과 마찬가지로 티파티(공화당 초강경 보수주의 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다. 안과의사 출신으로 올해 52세인 폴 의원은 2010년 캔자스 주 연방 상원의원직에 도전해 잭 캔웨이 주 검찰총장을 꺾고 정계에 공식 입문했다. 2008년과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했던 그의 아버지 론 폴 전 연방 하원의원도 이날 아들의 출정식에 참석했다. 한편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늦어도 2주 안에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여 공화당 내부의 경선 레이스와 더불어 여야 간의 대권 레이스도 본격화될 전망이다.워싱턴=신석호특파원 kyle@donga.com}

    •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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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탈당한 상점 불탄채 그대로… 흑인들 분노 아직 ‘진행형’

    지난달 28일 오후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의 퍼거슨 시. 지난해 8월 9일 백인 경관에 의한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 군(당시 18세) 총격 사망 사건 이후 7개월여 동안 폭동과 시위가 휩쓸고 간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상점 밀집가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웨스트플로리선트 가에는 파괴된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고 거리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한인 교포가 운영하던 휴대전화 대리점 ‘JC와이어리스’ 매장은 아직도 시위대가 지른 불에 탄 뒤 무너진 모습 그대로였다. 그 건물 남쪽으로 삐죽이 솟은 대형 성조기와 맥도널드 햄버거 광고 아치만이 이곳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전쟁터가 아니라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했다.○ 아직도 남아 있는 핏자국 사건 이후 미국 CNN과 폭스뉴스 등 방송사 기자들이 생방송을 하는 장소로 유명한 주유소 건물도 파괴된 채 주유기 몇 대만이 서 있었다. 아랍인이 소유한 옆쪽 ‘네일아트’ 건물은 마치 공습이라도 받은 듯 건물 한쪽이 허물어져 있었다. 퍼거슨 경찰서 옆에서 흑인 미용 용품점을 운영하는 교민 이백우 씨는 “계속된 시위로 흑인 주민들조차 저녁에 거리에 잘 나오지 않아 도시의 활력이 떨어졌고 당연히 매출도 줄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브라운 군이 백인 경관 대런 윌슨(29)의 총에 맞고 쓰러진 주택가 도로에는 아직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흑인 조문객들이 끊임없이 놓고 가는 곰 인형과 꽃다발들이 찬 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브라운 군 또래의 흑인 청년 두 명이 이곳을 지나다 주변을 촬영하는 기자에게 손가락질하면서 ‘내 사진을 찍지 말라’고 경고하며 사라졌다. 언론과 외지인들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깊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날 안내는 사건 현장이 지역구인 샤론 페이스 미주리 주 하원의원이 자청하고 나섰다. 백인 여성이지만 흑인 지역 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4선 의원인 그는 “지역구 흑인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백인 경찰관들이 밤중에 이곳을 지나며 추모 상징물들을 경찰차로 들이받거나 심지어 오줌을 누고 달아났다’ 등 불신과 증오를 전하는 증언들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운 군이 사망한 지점에는 누가 세워 놓은 것인지 검은 나무가 서 있었다. 그 위에는 하얀 페인트로 “그(백인)들은 우리(흑인)를 매장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씨앗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They tried to bury us, but they didn‘t know we were seeds)”는 비문(碑文)이 쓰여 있었다.○ “다음은 엄마 차례야?” 기자가 퍼거슨을 방문한 지난달 28일 오전에는 전미흑인법조인협회(NBA) 주최로 ‘퍼거슨 사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대형 세미나가 한 호텔에서 열리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만난 흑인 시위 지도자들은 자신이 왜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를 말하며 울분을 토로했다. 시위대를 이끌며 미국 언론을 통해 유명해진 데릭 로빈슨 목사(35)는 “처음 브라운 군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는 늘 일어나는 그저 그런 일로 생각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곁에서 울고 있었는데도 시신이 몇 시간째 길 위에 방치되고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는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해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곳 흑인들은 모두 브라운 군의 죽음을 자신의 가족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칼로스 볼 씨(27)는 “2013년 내 친형이 백인 경찰 총에 맞아 죽었다. 브라운이 죽었다는 소식에 마치 동생을 잃은 듯 가슴이 찢어졌다”고 했다. 아이아나 델라인 씨(26·여)는 “시위 현장에서 흐느끼는 나에게 네 살짜리 아들이 ‘다음은 엄마 차례야?’라고 묻는 것을 듣고 내 아들을 위해서라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많은 미국인은 이런 흑인들의 외침을 ‘못 배우고 가난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일부 흑인들의 불만’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지난달 4일 미 법무부가 2013년부터 퍼거슨에서 일어난 흑인들에 대한 조직적 차별 실태를 고스란히 담은 보고서를 공개하자 미국 사회는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백인 중심으로 이뤄진 경찰과 법원이 흑인들을 표적으로 단속하고 고액의 벌금을 물려 시 재정을 충당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2만1000명의 퍼거슨 시에서 흑인은 76%였지만 경찰에 체포되거나 영장이 발부되는 비율은 90%를 웃돌았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흑인들을 길거리로 나오게 만든 분노의 근원을 찾아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변화를 위한 몸부림 퍼거슨에서는 미주리 주 의회 의원들이 중심이 돼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되고 있었다. 현지 세인트 마크 패밀리 교회에서 만난 페이스 하원의원과 흑인인 토미 피어슨 하원의원은 기자에게 최근 미주리 주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흑인 차별 방지 법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법안(HB38)에는 경찰관 교육에 ‘다양성과 민감성’ 과목을 넣었습니다. 한마디로 인종적 지역적 다양성을 수용하면서 소요나 평화적 시위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을 가르치자는 겁니다. 그래야 퍼거슨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페이스 의원) 피어슨 의원은 “윌슨처럼 크게 위태롭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에게 무력을 사용한 경찰관은 반드시 직무에서 제외돼 무급으로 조사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며 “우리는 우리를 미워하는 경찰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적 쇄신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흑인들에게 악명이 높았던 토머스 잭슨 시 경찰서장이 지난달 19일 물러났다. 새로 부임한 앨런 아이코프 서장대행은 지난달 26일 “주민들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며 “우선 경찰이 자전거를 타고 순찰을 돌면서 주민들과의 자연스러운 접촉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흑인들은 더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을 요구했다. 조지프 모로 목사(48)는 “찔끔찔끔 바꿀 것이 아니라 경찰과 법원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 모두를 바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인 그의 아내 글로리아 모로 씨(49·여)도 “중환자에게 반창고를 붙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약을 써야 한다”며 “주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면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퍼거슨=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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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核사찰 수용’ 北에 불똥… 핵무기 커넥션 꼬리 잡히나

    이란이 과거 핵개발 활동 사찰에 응하기로 서방과 합의하면서 말로만 무성했던 ‘북한-이란 핵 커넥션’의 물증이 드러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반적인 사찰은 물론이고 이보다 더 심도 깊은 사찰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이란 핵 협상의 불똥이 북한으로 튈 가능성이 열려 있다. 미국 국무부는 3일 이란과의 핵 협상 잠정 합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란이 과거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한 IAEA의 관심 사항을 다루기 위해 일련의 조치들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5일 “이란 핵 사찰 과정에서 모종의 증거가 포착되면 미국이 북한의 핵 확산 의혹 증거도 잡는 의외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란은 ‘평화적 핵 이용’을 추구했을 뿐 핵무기 개발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 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에 대한 핵 억지력을 확보하고 중동의 맹주로 군림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 왔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우려였다. IAEA는 2011년 11월 이란이 우라늄탄을 개발하고 있으며 컴퓨터를 사용한 모의 핵폭발 실험을 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북한-이란 핵 개발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불거졌다. 북한이 플루토늄 추출 방식의 핵무기 제조 기술을 이란에 제공하고 반대로 이란은 북한보다 앞선 우라늄 농축 기술과 농축우라늄을 북한에 제공한다는 거였다. 핵 커넥션을 의심하는 증언은 많았다. 2010년 8월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미사일, 잠수정 개발 기술을 이란에 수출하고 우라늄 농축 기술을 수입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같은 해 4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전 일본 방위상은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은 이란에 미사일과 핵 기술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를 설립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핵 확산 전문가인 헨리 소콜스키 씨는 2003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백 명의 북한 기술진이 이란 핵 및 미사일 기지 10곳에서 일해 왔는데, 인원이 너무 많아 해변 리조트를 통째로 차지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중국과 북한 문제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도 이달 1일 “이란은 북한에서 핵폭탄을 계속해서 개발할 수 있다”며 “평양과 테헤란과의 비행시간을 감안할 때 이란은 하루면 거뜬히 핵폭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실시한 세 차례의 핵실험에 대해서도 이란과의 연관성이 제기됐다. 미 의회 조사국(CRS)은 2008년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과 이란은 2006년 북한의 지하 핵실험 자료를 공유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합의를 했다”며 “이란의 원자력부 관리들이 방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같은 커넥션 의혹을 뒷받침할 물증은 여태껏 나온 적이 없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란과 북한이 미사일 개발 분야는 몰라도 핵무기 개발에 협력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한편에서는 “핵 개발 커넥션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란이 이를 순순히 자백하거나 사찰 과정에서 증거를 노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6월까지 이란 핵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전된 이후 이란 핵 시설과 핵 물질 공정이 서방에 공개된다면 이란이 자국이 손해 보지 않는 범위에서 북한과의 커넥션에 관한 일부 물증을 또 다른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201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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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전에… 美-이란 ‘같은 문구 다른 해석’

    미국과 이란이 지난주 핵협상에서 잠정 합의했지만 올 6월 30일 본협정 체결을 앞두고 주요 쟁점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의 다른 말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핵개발 중단에 초점을 두는 반면에 이란은 경제제재의 즉각 해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측이 큰 틀의 정치적 합의를 이룬 것은 확실하지만 쟁점에 대한 견해차가 커질 경우 본협정 체결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팩트 시트’와 이란의 공동성명 및 외교부 발표문 등을 보면 대(對)이란 제재의 성격과 시점에서부터 이란의 신형 원심분리기 연구개발(R&D) 내용과 범위 등에서 미묘한 차이가 두드러진다.○ 경제제재 해제 시점 가장 큰 차이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언제 푸느냐 하는 점이다. 미국 측은 △6월 30일 본협정이 체결되고 △이란이 이에 따른 핵 활동 중단 의무를 이행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검증할 경우 단계적으로(step by step) 해제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란 측은 6월 30일 합의문에 서명하면 ‘즉시 또는 가능한 한 빨리’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3일 “최종 합의가 되면 이튿날 모든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도 2일 “유엔의 제재는 6월 30일이 시한인 최종 협상이 끝난 뒤 해제하기로 했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는 유엔 제재가 풀린 후에도 잠시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재’ 표현 이란 제재 해제를 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다. 미국은 ‘구제(relief)’와 ‘유예(suspend)’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복원될 수 있다(snap back)’고 규정했다. 이란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지 제재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란은 본협정이 체결되면 모든 제재가 완전히 끝난다고 주장한다. 이란 외교부는 합의 이행 이후 “모든 유엔 제재가 철회(revoke)되며 EU와 미국의 모든 제재가 무효화(annul)되고 종결(terminate)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재 복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이유는 모두 국내 반대파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종 협상에서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치적 합의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IAEA 사찰 기준 IAEA의 검증에 대해서도 미국은 ‘모든 핵물질 공정’에 대한 투명한 사찰이라고 못 박고 있지만 이란은 자발적인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모든 핵시설과 채광부터 정련, 농축에 이르는 모든 우라늄 공급처를 사찰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반면 이란은 “IAEA의 추가의정서를 자발적이고 임의적인 입장에서 이행할 것”이라며 “이란 대통령과 전문가회의(국가지도자운영회의)의 권한 아래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추가의정서 이행 과정이 추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측은 “이란이 과거 어느 시점에 핵무기 개발을 계획했는지에 대해 IAEA의 조사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란이 과거의 거짓말을 스스로 밝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라늄 농축 연구개발 범위 이란의 우라늄 농축 연구개발 범위도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태다. 미국은 이란이 10년간 나탄즈 핵시설에서 1세대 원심분리기로 3.67%의 저농축 우라늄을 계속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신형 원심분리기를 사용해 제한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란이 어떤 연구를 얼마까지 할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미국 측은 “이란이 향후 10년 동안 농축우라늄 저장고를 현재의 1만 kg에서 300kg으로 줄일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 측은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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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 협상 잠정 합의한 미국-이란, 주요 쟁점에는 ‘딴 소리’

    미국과 이란이 지난주 핵협상에서 잠정 합의했지만 올 6월 30일 본 협정 체결을 앞두고 주요 쟁점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의 다른 말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핵개발 중단에 초점을 두는 반면 이란은 경제 제재 즉각 해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측이 큰 틀의 정치적 합의를 이룬 것은 확실하지만 쟁점에 대한 이견이 커질 경우 본 협정 체결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팩트 시트’와 이란의 공동성명 및 외무부 발표문 등을 보면 대(對) 이란 제제의 성격과 시점에서부터 이란의 신형 원심분리기 연구개발(R&D) 내용과 범위 등에 대해 미묘한 차이가 두드러진다.○경제제재 해제 시점 가장 큰 차이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언제 푸느냐 하는 점이다. 미국 측은 △6월 30일 본 협상이 체결되고 △이란이 이에 따른 핵 활동 중단 의무를 이행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검증할 경우 단계적으로(step by step) 해제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란 측은 6월 30일 합의문에 서명하면 ‘즉시 또는 빠른 시일 내’에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3일 “최종 합의가 되면 이튿날 모두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2일 “유엔의 제재는 6월 30일이 시한인 최종 협상이 끝난 뒤 해제하기로 했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는 유엔 제재가 풀린 후에도 잠시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제재’ 표현 이란 제제 해제를 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다. 미국은 ‘구제(relief)’와 ‘유예(suspend)’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복원될 수 있다(snap back)’고 규정했다. 이란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지 제재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란은 본 협정이 체결되면 모든 제재가 완전히 끝난다고 주장한다. 이란 외무부는 합의 이행 이후 “모든 유엔 제재가 철회(revoke)되고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모든 제재가 무효화(annul)되고 종결될 것(terminate)”이라고 주장했다. 제재 복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이유는 모두 국내 반대파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종 협상에서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치적 합의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IAEA 사찰 기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에 대해서도 미국은 ‘모든 핵물질 공정’에 대한 투명한 사찰이라고 못 박고 있지만 이란은 자발적인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모든 핵시설과 채광부터 정련, 농축에 이르는 모든 우라늄 공급선을 사찰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반면 이란은 “IAEA의 추가의정서를 자발적이고 임의적인 입장에서 이행할 것”이라며 “이란 대통령과 전문가회의(국가지도자운영회의)의 권한 아래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추가의정서 이행과정이 추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측은 “이란이 과거 어느 시점에 핵무기 개발을 계획했는지에 대해 IAEA의 조사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란이 과거의 거짓말을 스스로 밝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우라늄 농축 우라늄 농축에 대해서도 이견이 노출됐다. 미국은 “이란이 최소 15년간 우라늄을 3.67%를 넘는 농도로 농축하지 못한다”며 농축에 쓰이는 IR-4와 같은 신형 원심분리기를 10년간 사용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 측은 “10년간 나탄즈 핵시설에서 3.67%의 농축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측은 “이란이 향후 10년 동안 농축우라늄 저장고를 현재의 1만kg에서 300kg으로 줄일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 측은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201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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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경제적 실익’ 얻고… 美는 ‘핵무기 확산 억제’ 챙겨

    장장 12년 만에 이뤄진 극적 합의였다. 스위스 로잔에서 진행된 밤샘 협상이 1차 마감 시한을 이틀이나 넘기면서 이어질 때는 “이번에도 역시 물 건너가는구나” 하는 비관론이 지배했었다. 그러다 2일 전격적인 잠정 합의안이 나오자 국제사회는 “미국과 이란 현 지도부가 국내 강경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떻게든 결실을 내겠다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로 역사적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합의안을 조목조목 뜯어보면 미국과 이란은 각자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막거나 적어도 감시하는 여러 수단을 갖추는 실리와 함께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영구적으로 풀지는 않았다는 명분도 챙겼다. 이란 역시 비록 조건부이긴 해도 1979년 11월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점거 이후 30여 년간 계속된 경제제재에서 풀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설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실리를 챙겼다. 그러면서도 자체 핵활동을 어느 정도 보장받아 나름대로 ‘핵주권’을 지켰다는 체면을 세웠다. 그래도 어떻든 합의안 자체는 이란이 예상보다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만큼 이란이 경제 살리기에 대한 절박감이 컸다는 방증으로도 보인다. 이번 협상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현재 2, 3개월로 추정되는 이란의 핵개발 ‘브레이크아웃 타임’(핵무기 1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물질을 얻는 데 필요한 시간)을 다양한 형태로 제한해 1년 이상으로 늘렸다는 점이다. 미국이 원했던 기간과 거의 일치한다. 제한 형태는 크게 ①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초기 모델만 남기는 형태로 감축하는 것 ②농축우라늄 재고를 감축하는 것 ③플루토늄 생산을 억제하는 것 등이다. 이란은 협상 초기 현재 가동 중인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1만9000기를 1만 기 정도로 낮추자고 했다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6000기 정도로 더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1세대형 초기 모델인 6104개만 남기는 데 합의했다. 그러면서 향후 10년 동안 나탄즈 한 곳에서 초기 모델 원심분리기 5060기를 상업용 우라늄 농축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다만 이곳 1000기의 신형 모델은 10년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통제한다. 아라크 중수로와 포르도 지하 핵시설은 연구용으로 쓰겠다는 이란 쪽 입장이 반영됐다. 아라크 중수로는 플루토늄 생산이 거의 불가능한 경수로로 바뀌며 중수로 원자로는 폐기돼 국외로 반출되고 사용후 핵연료 역시 원자로의 가동기간(약 30년)에 이란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서방이 그동안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포르도 지하 핵시설은 핵물리학 연구센터로 바뀌며 이곳에 있던 원심분리기 1044기도 연구용으로만 사용된다. 유엔 산하 IAEA 사찰에 관한 합의도 주목할 만하다. IAEA는 앞으로 이란의 모든 핵시설은 물론이고 우라늄 광산까지 25년간 정기 사찰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우라늄 채광부터 농축, 사용후 핵연료 저장에 이르는 모든 과정과 시설을 하나도 빠짐없이 매일 감시할 수 있다. 다만 핵물리 과학자에 대한 사찰 부분은 제외해 이란의 요구가 관철됐다. 이란이 예상을 뛰어넘는 양보를 한 대가로 얻은 것은 경제제재 해제다. 협상이 타결되는 즉시 제재가 영구적으로 해제돼야 한다는 주장이 관철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제재는 물론이고 프랑스가 강경하게 반대했던 유럽연합(EU)과 유엔 제재까지 한꺼번에 풀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됐다. 이란으로서는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일정 수준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받은 점도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국내적으로 ‘핵주권’을 지키고 추후 핵개발의 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이 “이번 잠정 합의안이 핵폭탄 제조가 목적인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국제적인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반발을 부르는 부분이기도 하다. 엄밀하게 따지면 이번 협상은 ‘절반의 합의’에 불과하다. 향후 6월 30일까지 핵심 쟁점들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치열한 수 싸움을 또다시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란 측이 요구하는 신형 원심분리기의 제조 및 사용 범위, 과거 이란이 군사용으로 실시한 핵개발에 대한 의혹 해명 등 세부적으로 다뤄야 할 내용이 많이 남아 있다. 미국 의회 등이 이 문제를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크다. 3개월 동안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최종 협정 자체를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킬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로하니 대통령은 의회의 반대를 염두에 두고 국민투표까지 언급했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공화당을 의식해 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대세를 되돌리기 어려운 하나의 역사적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이승헌 특파원}

    • 201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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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분석]核 포기한 이란… 북한만 외톨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미국 등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과 이란의 협상이 2일(현지 시간) 극적으로 타결됐다. 지난 12년 동안 국제사회의 골칫거리였던 이란 핵개발 문제가 잠정 해결되면서 세계는 이란 핵 공포에서 벗어나고 이란은 경제 제재에서 풀려날 길이 열렸다. 이란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에 성큼 다가서면서 홀로 핵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6개국과 이란은 이날 스위스 로잔에서 이란의 핵개발 활동 중단과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잠정 합의안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마련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2002년 8월 이란의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의 존재가 폭로되면서 이란 핵 위기가 촉발된 지 12년여 만에 합의가 도출한 것이다. 6월 말 최종 타결을 위해 추가 협상이 필요하지만 글로벌 핵 확산 억제 체제에 기념비적 사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위해 현재 가동 중인 1만9000개의 원심분리기를 6104개로 감축하고 향후 15년간 저농축우라늄(LEU) 재고를 현재의 1만 kg에서 300kg으로 감축한다. 이란은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아라크 중수로를 재설계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모든 핵 시설과 활동을 사찰한다는 데도 동의했다. 그 대신 국제사회는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는 대로 유엔, 미국, 유럽연합(EU)의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특별성명을 통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막을 수 있게 됐다”며 “좋은 합의(good deal)이자 역사적 합의”라고 환영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중동지역 평화와 안정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타결이 모든 나라가 각각 직면한 수많은 심각한 안보 위협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도록 협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타결이 향후 북한 핵협상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북핵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란 핵문제는 국제사회의 압박과 대화라는 투 트랙 노력의 성과라는 점에서 북핵 문제에도 의미가 크다”며 “이번 이란 핵협상 타결이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긍정적 분위기를 형성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조숭호 기자}

    • 201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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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은 약속 깨고 핵실험까지… 美 “이란과는 완전히 달라”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은 다시 북한 핵 문제에 쏠리고 있다. 미국 정가에선 이번 협상을 계기로 본 북핵 협상 전망과 관련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오가지만 현실적으로는 비관론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낙관적인 요소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핵 문제에 한숨을 돌린 만큼 북한 핵 문제를 돌아볼 여유를 가지게 된 환경이 조성된 점이다. 미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북한이 최대 100기의 핵탄두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워싱턴에서 나온 만큼 “북핵에 마냥 손을 놓고 있느냐”는 여론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협상 시한을 수차례 연장해 가면서까지 이란 핵 협상을 타결한 만큼 북핵 문제에서도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다시 한번 열어 놓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향후 이란과의 추가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다음은 북한’이라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2일 “큰 밑그림을 마련한 이란 핵 협상이 6월까지 진지하고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비슷한 노력을 북한에도 해볼 의욕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도 “북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란 변수’가 북핵 문제에 별다른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994년 북한과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냈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새로운 핵 협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선은 이번 협상안을 들고 공화당을 설득하고 반대 논리를 방어하는 데 온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과 북한 핵 문제가 본질적으로 별개의 사안이자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편입된 상태에서 평화적 핵 이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NPT 체제 밖에서 3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오바마 행정부도 일찍부터 이란과 북한 핵 협상은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어 놓았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19일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오바마 행정부 출범 당시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었고 핵실험도 했지만, 이란은 핵무기를 갖고 있지도 않았고 실험도 하지 않았다. 두 나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2013년부터 이 논리를 강조하며 이란과의 대화를 정당화해 왔다. 특히 과거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하며 시간을 끌다가 필요하면 다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약속을 어겨 온 전력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는 북한과의 대화에 따른 정치·외교적 위험을 감수하자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북한이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워싱턴 카네기평화재단이 주최한 비확산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던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본보 기자에게 “워싱턴에서 만난 관료들은 물론이고 주요 싱크탱크 관계자들 대부분이 북핵 문제를 걱정하면서도 오바마 정권에서 진전된 논의나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지 않았다. ‘이란 다음엔 북한 차례’라는 식의 기대는 현재로선 오판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이란 핵 협상이 오히려 북한에 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지적도 한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이 핵 개발을 포기할 의지가 없는 게 확실한 상황에서 만일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이란은 원심분리기를 갖고 있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며 오히려 걸고넘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반도담당 선임연구원도 “향후 이란이 변하는 모습을 북한이 어떻게 지켜볼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핵을 포기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미국의 묵인하에 무너지는 광경을 지켜봤고 러시아에 핵을 넘겨준 우크라이나가 다시 러시아에 크림 반도를 빼앗기는 장면도 최근 목격했다. 핵 포기 이후 이란의 향배는 북한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이승헌 특파원}

    • 201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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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이란 핵협상 타결…핵개발 중단·단계적 제재해제 합의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의 협상이 2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타결됐다. 주요 6개국(P5+1·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 이란은 이날 스위스 로잔에서 이란의 핵개발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2002년 8월 이란의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의 존재가 폭로되면서 촉발된 이란 핵위기 이후 12년여 만에 핵개발을 막기 위한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국제사회와 이란은 이번 행동계획을 토대로 6월 30일까지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 협상할 예정이다.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위해 현재 가동 중인 1만9000 개의 원심분리기를 감축해 1세대 형 초기 모델인 6104개만 남기게 된다. 이중 5060기는 나탄즈에서 10년간 상업용(핵연료봉 제조용) 생산에 쓰이고 나머지 1044기는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연구용으로 사용된다. 원심분리기를 줄임으로써 ‘브레이크아웃 타임’(핵무기 제조를 결심한 시점부터 핵물질을 확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이란은 또 향후 15년간 저농축 우라늄(LEU) 재고를 현재의 1만㎏에서 300㎏의 3.67% LEU로 감축한다. 무기화 가능 수준인 3.67% 이상의 LEU를 생산하지 않는 것은 물론 우라늄 농축 목적의 신규 시설도 더는 건설하지 않는다. 특히 아라크 중수로를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재설계하고 사용후 핵연료를 국외로 반출하며 재처리 연구·개발(R&D)을 무기한 수행하지 않기로 했다.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합의안과 관련한 핵심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검증하면 서방국과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가 그동안 이란에 부과해 온 제재는 모두 해제하기로 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합의 타결을 환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협상으로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게 됐다”며 “역사적인 합의”라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가 중동 지역 평화와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워싱턴=신석호특파원 kyle@donga.com}

    • 20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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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 넘은 ‘우정의 선물’에… 美 3선 상원의원의 추락

    오랜 친구인 안과 의사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2년 넘게 수사를 받아 온 미국 민주당의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의원(61·뉴저지·사진)이 1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상원의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친구의 사업과 애정 행각 등에 편의를 봐 주는 등 대가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 대배심은 이날 메넨데스 의원을 기소하면서 뇌물수수 8건, 부패 3건, 공모와 허위 진술, 여행법 위반 1건씩 등 모두 14건의 혐의를 적용했다. 현직 상원의원에게 직무상 대가성이 인정되는 뇌물죄가 적용된 것은 1980년 같은 뉴저지 주 출신 민주당의 해리슨 윌리엄스 의원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68쪽에 이르는 공소장에 따르면 메넨데스 의원은 1990년대부터 알고 지낸 안과의사 살로몬 멜건(61)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의 웨스트팜비치, 도미니카공화국, 프랑스 파리 등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선물과 골프 접대 등을 받고 19차례 자가용 비행기를 얻어 탔다. 2012년 선거를 앞두고 60만 달러(약 6억6600만 원) 등 총 75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다. 그 대가로 메넨데스 의원은 멜건을 포함한 의사들이 수백만 달러를 환급받도록 노인의료보장제도(메디케이드) 정책을 수정하고 멜건이 투자한 회사가 도미니카공화국의 항만 보안 관련 계약을 따내는 데도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브라질, 우크라이나,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모델로 일하는, 멜건의 손녀뻘 20대 여자친구 3명이 미국을 여행할 수 있도록 비자 편의를 봐 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메넨데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검사는 우정과 부패의 차이를 모른다”며 “순전히 우정으로 선물을 주고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수사는 메넨데스 의원이 3선에 도전하던 2012년 11월 그해 부활절 휴가를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보내면서 미성년자와 섹스 파티를 벌였다는 소문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2일부터 시작되는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뇌물죄 1건에 대해서만 최고 징역 15년이 선고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뇌물 혐의 8건으로만 징역 120년이 가능한 셈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20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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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터 美국방, 10일 천안함 전시관 방문

    다음 주에 방한하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함께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 내 천안함 전시시설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국방부가 2일 밝혔다. 미 국방장관이 천안함 전시시설을 찾는 것은 처음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카터 장관은 9일 입국해 10일 한 장관과 해군 2함대의 천안함 전시관을 둘러보고, 희생장병을 추모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양국 장관이 북한의 핵위협 평가 및 대응 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1일(현지 시간)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주한 미국대사관 고위 관리 및 주한미군 수뇌부, 국방부 관리들의 내부 토론 결과 카터 장관 방한 기간에 사드 문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 20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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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지지발언 자주 한 메넨데즈 美 상원의원, 수뢰혐의 피소

    오랜 친구인 안과 의사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2년 넘게 수사를 받아온 민주당의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61·뉴저지)이 1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상원의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친구의 사업과 애정행각 등에 편의를 봐주는 등 대가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 대배심은 이날 메넨데즈 의원을 기소하면서 뇌물수수 8건, 부패 3건, 공모와 허위진술, 여행법 위반 1건씩 등 모두 14건의 혐의를 적용했다. 현직 상원의원에게 직무상 대가성이 인정되는 뇌물죄가 적용된 것은 1980년 같은 뉴저지 주 출신 민주당의 해리슨 윌리엄스 의원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68쪽에 이르는 공소장에 따르면 메넨데즈 의원은 1990년대부터 알고 지낸 안과의사 살로몬 멜전(61)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의 웨스트 팜비치, 도미니카 공화국, 프랑스 파리 등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선물과 골프 접대 등을 받고 19차례 자가 비행기를 얻어 탔다. 2012년 선거를 앞두고 60만 달러(6억6600만 원) 등 총 75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다. 그 대가로 메넨데즈 의원은 멜전을 포함한 의사들이 수백만 달러를 환급받도록 노인의료보장제도(메디케이드) 정책을 수정하고 멜전이 투자한 회사가 도미니카 공화국의 항만 보안 관련 계약을 따내는데도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브라질, 우크라이나,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모델로 일하는 멜전의 손녀딸 벌인 20대 여자친구 3명이 미국을 여행할 수 있도록 비자 편의를 봐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메넨데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검사는 우정과 부패의 차이를 모른다”며 “순전히 우정으로 선물을 주고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수사는 메넨데즈 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던 2012년 11월 메넨데즈 의원이 그해 부활절 휴가를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보내면서 미성년자와 섹스 파티를 벌였다는 소문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2일부터 시작되는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뇌물죄 1건에 대해서만 최고 징역 15년이 선고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뇌물혐의 8건으로만 징역 120년이 가능한 셈. 메넨데즈 의원은 이날 의원직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당장 밝히지 않았지만 의원실 측은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직에서는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 국적인 목수 아버지와 재봉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메넨데즈 의원은 3선의 상원의원으로 히스패닉 계로는 가장 성공한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뉴저지가 지역구로 평소 일본 과거사 왜곡, 북핵 등의 이슈에서 한국을 지지하는 발언을 자주 해왔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201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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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핵물질 반출 거부… “오바마의 전략 창밖으로 날아가”

    이란 핵 협상 잠정 타결 시한인 31일 밤 12시(현지 시간)를 앞두고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 대표단이 막판 진통을 겪었다. 이날 스위스 로잔에서 협상을 벌인 양측은 협상 시한을 6월 말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준비 중이라고 AP가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성명은 주요 6개국 사이에서 최종 합의됐지만 이란 측은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고 통신이 덧붙였다. 이날까지 많은 성과를 거뒀다는 내용의 양해각서까지 합의했지만 중요 쟁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미완의 합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이란 측이 자신들이 보유한 저농축 우라늄을 러시아로 반출하겠다는 잠정 합의를 깨고 나오면서 협상 틀이 흔들렸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 마리 하프 대변인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 핵물질을 러시아 등으로 반출하는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NYT)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초기 5년 동안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로 이란 핵문제를 담당했던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위원의 e메일 인터뷰에서 “국제사회는 수백 kg의 저농축 우라늄이 반출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이란이 전략을 바꾸면서 아무것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했다. 공화당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캘리포니아)은 “핵물질 해외 반출을 따내고 다른 것을 양보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논리는 창밖으로 날아가고 있다”고 비꼬았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 문제, 합의 유지 기간과 검증 문제 등 후순위 쟁점도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NYT는 30일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몇 가지 중요한 쟁점은 6월 말까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겨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양측은 최종 단계에서 밀고 당기는 협상을 거듭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여전히 까다로운 문제가 일부 남았다”고 분위기를 전했으며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차관은 “협상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반면 협상 타결의 기대감을 높이는 소식도 전해졌다. 타결 가능성이 높을 때만 협상에 복귀하겠다며 일시 귀국했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이날 오후 협상장에 다시 참석하기로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협상 전망은 나쁘지 않으며 좋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 협상 타결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30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에드워드 M 케네디 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취임식 명연설 가운데 한 부분을 빌려 “두려움 때문에 협상해서는 안 되지만, 협상하기를 두려워하지도 말자”고 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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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IS 점령지 티크리트 공습 개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이 25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이라크 주요 도시 티크리트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 이라크군이 이란군의 참여 속에 4주째 진행 중인 티크리트 탈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이라크군의 공습 요청에 따른 것이다. 스티븐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라크 정부가 티크리트 작전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공습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국제연합군의 IS 공습을 지휘하는 제임스 테리 미군 중장은 “이번 공습으로 이라크군이 티크리트에서 IS를 물리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반시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주민 희생이 없는 IS 근거지 파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연합군은 이날 해 질 녘부터 티크리트 병원과 대통령궁 인근 등 중심가 네 곳을 공습했으며 간헐적으로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미군은 공습에 앞서 21일부터 티크리트 상공에 정찰기를 띄워 정찰 정보를 이라크 정부군에 제공해 왔다. 이라크 정부군은 이달 초부터 시아파 민병대, 친정부 수니파 연합 병력과 함께 티크리트 탈환 작전을 진행해 왔다. 특히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포병대와 무기를 지원하는 등 탈환 작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적국인 이란과 군사 공조 모양새를 취하지 않기 위해 그동안 공습 참여를 꺼렸으나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로부터 이란군 참여 축소와 이라크 정부군의 역할 확대 약속을 받고 공습에 참여했다”고 25일 밝혔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201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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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군, 티크리트 IS 공습 개시…“이라크 정부 지원 요청”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이 25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이라크 주요 도시 티크리트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 이라크군이 이란군의 참여 속에 4주 째 진행 중인 티그리트 탈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이라크군의 공습 요청에 따른 것이다. 스티븐 워런 국방부 대변인은 “이라크 정부가 티크리트 작전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공습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국제동맹군의 IS 공습을 지휘하는 제임스 테리 미군 중장은 “이번 공습으로 이라크군이 티크리트에서 IS를 물리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반시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주민 희생이 없는 IS 근거지 파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동맹군은 이날 해 질 녘부터 티크리트 병원과 대통령궁 인근 등 중심가 네 곳을 공습했으며 간헐적으로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미군은 공습에 앞서 21일부터 티크리트 상공에 정찰기를 띄워 정찰 정보를 이라크 정부군에 제공해왔다. 이라크 정부군은 이달 초부터 시아파 민병대, 친정부 수니파 연합 병력과 함께 티크리트 탈환작전을 진행해 왔다. 특히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포병대와 무기를 지원하는 등 탈환작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적국인 이란과 군사 공조 모양새를 취하지 않기 위해 그동안 공습 참여를 꺼렸으나 하이데르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로부터 이란군 참여 축소와 이라크 정부군의 역할 확대 약속을 받고 공습에 참여했다”고 25일 밝혔다.워싱턴=신석호특파원 kyle@donga.com}

    • 201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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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사여래불 오시던 날, 막내 무상은 덩실덩실 바라춤을 췄다

    《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공불이색(空不異色),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석가모니상 왼쪽에 새로 모신 약사여래불상을 가렸던 흰색 천이 내려지고 흰색 고깔이 벗겨지자 명안 스님(38)의 독경 소리가 빨라졌다. 양옆에 앉아 독경을 하던 무상 스님(36)과 덕성 스님(57)이 일어나 불공을 드리던 신도 30여 명의 손을 오색사(五色絲)로 묶었다. 새로 오신 약사여래불상과 신도들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였다. 가장 막내인 무상 스님이 석가모니상 앞에 나와 양손에 낀 바라(심벌즈와 유사한 불교 전통 악기)를 마주치며 덩실덩실 승무를 췄다. 긴 다리를 들어올리는 모습은 마치 학이 춤을 추는 듯했다. 두 형님 스님은 나팔을 불고 징을 치며 흥을 더했다. 》  ○ 미국인들에게 불교 알리는 소심사 미국 뉴저지 주 플레인필드 기차역 주차장 한쪽에 들어선 소심사(小心寺). 대한불교 태고종 소속인 이 절의 철문 위에는 ‘소심사 Zen Center(명상센터)’라는 간판이 크게 붙어 있다. 한글과 영어가 나란히 써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겉에서 보면 허름한 가건물 같지만 철문을 열고 들어서 달마 그림이 웃는 현관을 지나면 석가모니상이 법대 위 높은 곳에 자리한 법당의 풍모가 물씬 풍긴다. 이달 1일 정오 무렵 이 절의 법당에서는 삼라만상의 건강을 관장하는 약사여래불을 모시는 점안식(불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의식) 행사가 열렸다. 지금까지는 석가모니상과 그 오른쪽에 관음보살상만 있었는데 이번에 왼쪽에 약사여래불상까지 모시면서 3위 일체를 이룬 것이다. 이 경사스러운 행사에서 벽안(碧眼)의 미국인 스님 3명은 범패(梵唄·불교 음악) 공연으로 흥을 돋웠다. 소심사에는 3명의 미국인 스님이 수행하며 미국인들에게 불교를 널리 알리고 있다. 미국인이 미국인을 상대로 영어 설교를 통해 불교를 전파한다는 점에서 한국 교민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한국 스님이 한국말로 설교를 하는 미국 내 여느 절과는 다르다. 명안 스님은 소심사 주지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고교 1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왔다. 쿠바 난민 출신 아버지를 둔 무상 스님은 심리학 박사 출신 럿거스대 교수다. 가장 나이가 많은 덕성 스님은 미국 토박이로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둔 대처승. 현재 사회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태권도장에서 시작한 불교 전파 이 절은 한 한국인 태권도 사범의 결심과 집념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심혁근 관장(76)은 이날 법당 한쪽에서 세 제자를 뿌듯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그가 23년 전인 1992년 20명의 태권도 문하생을 상대로 불교 수업을 시작할 때의 마음도 지금과 마찬가지였다. “1975년 미국에 온 뒤부터 한국의 태권도와 불교를 미국 사회에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태권도장들은 번창해 갔지만 절은 그렇지 못했지요. 미국인에게 한국 불교를 전할 수 있는 미국 스님이 없었기 때문이죠. 없으면 ‘내가 기르자’. 그래서 시작했어요.” 1992년 불교 수업을 시작할 당시 명안은 15세, 무상은 13세의 소년이었고 덕성은 34세였다. 태권도가 멋있어 보여 도장에 다니기 시작한 이들은 호기심에 끌려 심 관장의 불교 수업을 듣게 됐다. 심 관장은 태권도 수업이 끝난 뒤 우선 가부좌를 틀고 명상하는 법부터 가르쳤다. 이어 단전호흡과 불교 철학으로 공부가 깊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생들은 한두 명씩 떨어져 나갔고 이 3명만 남게 됐다. 태권도 수련생이 철들어 스님이 되기까지 심 관장님은 제2의 아버지였다. 처음 가부좌를 틀고 앉던 날 채 2분도 못 버티던 제자들의 몸과 마음을 혹독하게 단련했다. 친형제처럼 친했던 명안과 무상이 사춘기를 지나며 방황할 때 그들을 감싸 안고 기도했다. 나이가 들어 입문한 덕성은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 명안은 2003년에, 무상과 덕성은 2008년에 스님이 됐다. “공부하면 할수록 불교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딱히 언제라고 말하기 어려운 시점에 자연스럽게 그리고 주저함이 없이 스님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명안 스님) “대학생이 되면서 스님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천주교 신자였던 부모님은 처음에는 반대했죠. 하지만 스님은 중생들을 부처님의 세계로 안내하는 좋은 선생님이라고 설득했고 부모님은 그제야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며 허락해 주셨습니다.”(무상 스님)○ 200여 명으로 늘어난 신도들 그렇게 스님이 된 세 사람은 2009년 7월 소심사의 문을 열었다. 처음 절을 시작한 곳은 뉴저지 주 워런 카운티에 있던 심 관장의 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알음알음으로 미국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신도는 100여 명으로 늘었다. 일요 법회 때 차를 세울 공간이 부족하게 되자 2013년 기차역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는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새로운 터전으로 미국인 불자들이 속속 찾아와 지금은 200여 명에 이른다. 이날 점안식에도 백인과 흑인은 물론이고 아랍인과 히스패닉, 한인 등 다양한 인종의 신도들이 참석해 약사여래불을 맞았다. 미국에 불고 있는 불교의 인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1893년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에서 열린 세계종교회의를 시작으로 본다면 미국 불교의 역사는 올해로 122년째다. 티베트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한국 등 발원지가 다양한 아시아 불교가 미국 전역에 자리를 잡았다. 미국인들이 새로운 사상과 지성에 목말라했던 1970년대부터 신도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현재는 기독교와 유대교에 이어 3대 종교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불교 신자는 35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한다. 단순히 명상 수련만 하는 인구를 합하면 1000만 명은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기독교 하나님의 나라인 미국에서 왜 불교 인구가 늘어나는지에 대해 스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명안 스님은 “기독교 등 다른 종교들은 율법과 계율을 가르치고 신에게 의지하라고 하지만 불교는 불자들이 참선을 통해 스스로 내면을 탐구하고 다스리면서 안정과 평화에 이르도록 한다는 점에서 훨씬 주체적인 종교”라고 설명했다.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면서 ‘나는 무엇이냐’라는 실존적 고민에 빠진 미국인들이 명상의 매력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스님이 건넨 오색사와 붉은 콩 세 알 이번에는 절을 찾은 신도들에게도 물었다. 네팔 출신 툴시 마하르잔 박사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에는 갈등이 많다. 이로 인한 조급증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불교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흑인 여성인 실크 그라제트 씨도 “미국인들은 사람의 표면만 보고 내면은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경항이 강하다. 명상을 통해 나의 내면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 중 25세로 가장 젊은 존 에킨스버거 씨는 자신을 2년 전만 해도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감옥에도 갔던 문제아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연히 덕성 스님을 만나 소심사를 찾게 됐고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이제 마약 없이도 집중할 수 있다. 불교가 내 생명을 구했다”고 기뻐했다.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진 점안식 예불이 끝나자 스님들은 신도들의 손목에 감았던 오색사를 가위로 끊어 작은 비닐봉지에 담아 모두에게 건넸다. 한낱 물건일 뿐인 불상이 이제 당신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하나의 신으로 관계를 맺었다는 증표였다. 명안 스님이 악귀를 쫓기 위해 불상을 향해 던진 붉은 콩 세 알도 함께 담겨 있었다. “가난하건 부자건, 나이가 많건 젊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기 위해 부처님을 찾습니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게 우리들의 행복이지요.” 점안식이 진행되는 동안 때마침 내린 폭설을 뚫고 소심사를 나설 때 심 관장과 세 스님이 합장을 하며 오색사와 붉은 콩 세 알이 든 비닐봉투를 하나 건넸다. 모든 만물이 시공을 넘어 억겁의 인연으로 연결돼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듯 따듯했다.플레인필드=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201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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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 외면했다”… 美변호사 30년前 오판 사과

    “나는 재판에 이기겠다는 생각에만 빠져 정의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만하고, 비판하길 좋아하고, 자아도취적이고, 너무 자신만만했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 전직 검사였던 마티 스트라우드 변호사(63·사진)가 20일 이 지역 매체 슈리브포트 타임스에 30여 년 전 검사 시절 한 무고한 흑인을 살인자로 몰아세운 것을 통절히 반성하는 편지를 공개해 화제다. 스트라우드 변호사는 루이지애나 주 검사로 일하던 1983년 당시 흑인 청년 글렌 포드 씨가 금은방 주인 이사도어 로즈먼 씨를 총으로 쏴 죽인 혐의로 그를 1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12명의 백인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스트라우드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무죄를 주장한 포드 씨에게는 다음 해 사형이 선고됐다. 이후 포드 씨는 언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지 모르는 사형수로서의 고통스러운 삶을 30년이나 살아야 했다. 그가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은 지난해 3월. 유죄 판단에 사용됐던 증거가 불충분하고 형사재판 경력이 없는 신참 변호사가 피고인을 제대로 변론하지 못했던 점이 인정되었기 때문이었다. 포드 씨는 감옥에서 3기 폐암에 걸린 채 석방됐고 현재는 병세가 악화돼 4기 폐암으로 번진 상태다. 그가 풀려났다는 소식을 들은 스트라우드 변호사는 아직 포드 씨를 만나지 못했지만 변호인을 통해 사정을 전해들은 뒤 반성문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공개 반성문에서 30년 전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다며 모든 이들에게 사과했다. “포드 씨와 가족이 겪은 불행에, (살해된) 로즈먼 씨와 가족에게 사건이 종결됐다는 잘못된 희망을 준 것에 대해, 배심원들에게 사건 전말을 밝혀 알리지 못한 점에 대해, 변호인에게 무죄 증거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모두 사과드립니다.” 스트라우드 씨는 반성문이 공개된 다음 날인 21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30년 전 재판은 그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공정한 것이었다”며 “포드 씨의 변호인이 한번도 형사법을 집행해 본 적이 없는 초짜인 것을 보며 ‘처음부터 잘못된 조합’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법 집행만이 최우선이란 생각에 밀어붙였다. 그런 점에서 나는 열혈 십자군 전사였다. 살펴봐야 하는 다른 증거들이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포드 씨가 석방됐다는 소식을 듣고 자책감으로 전율했다. 너무 늦게 정의가 실현되었고 나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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