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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에선 육준서, 2화에선 박준우, 3화에선 SDT 팀. 매 화마다 에이스가 바뀐다.’ 채널A와 SKY가 공동제작하는 화요일 예능 ‘강철부대’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1화에선 참호 격투에서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출신 정태균의 허리를 파고들어 밀어붙이며 반전우승을 거둔 해군 특수전전단(UDT)의 육준서(25)에 응원이 쏟아졌다면 2화에선 철조망 펜스 통과하기, 40kg 타이어 메고 달리기, 10m 외줄타기 3단계 장애물 각개전투를 기지와 체력으로 해낸 특전사 출신 박준우(35)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6일 방송된 3화에선 해상훈련 경험이 없는 군사경찰특임대(SDT)가 ‘IBS(소형 고무보트) 침투 작전’ 미션에서 오로지 정신력만으로 해상 미션에 강한 SSU(해난구조전대)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투지에 찬사가 쏟아졌다. 1화 3.19%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로 시작한 강철부대는 3화에서 4.4%를 돌파하며 매화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부대의 명예를 걸고 나온 육준서, 박준우, 그리고 1, 2화에서의 부진했던 성적을 만회하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는 제707특수임무단(707) 팀장 이진봉(33)을 인터뷰했다. 24명의 부대원 중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이는 단연 육준서다. 화가라는 반전 직업, 포기를 모르는 집념, 수려한 외모 3박자를 갖춰 MC 김성주가 ‘’아저씨‘의 원빈을 떠올리게 한다’고 극찬했던 그는 1화 방송 후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15만 명을 넘었다. “어머니께서 TV를 보시고 ‘큰 아들이 요즘 효도한다’며 좋아하신다”는 육준서는 출연 결정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국군 전역자들끼리의 경쟁이라는 포맷 자체가 시청자에게 불편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염려됐습니다. 제대하고 미술작가로서 바로 서는 과정을 밟는 중에 방송 출연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깊게 생각했습니다. 오랜 시간 고민을 거듭했고 제가 그림을 그리는 삶을 선택한 궁극적인 이유를 돌아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것이 최종적인 바람이고, 방송출연을 통해 그런 결과를 냈을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나가기로 결심했죠.”(육준서) 이들은 미션 수행 당시 한계에 다다랐던 극한상황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3단계 장애물 각개전투 후 힘이 남지 않았을 법한 상황에서도 외줄에 매달려 “특전사 파이팅!”을 외치는 박준우의 모습에 ‘역시 15년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는 무시못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박준우는 15년 간 특전사에서 직업군인으로 근무했다. “미션 수행이 아니라 전시상황이라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팀이 전멸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또 여기서 포기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전역하신 선배님, 특전사 현역 선후배, 특전사 꿈나무에게 특전사가 형편없이 비춰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전사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없다는 생각으로 목숨 걸고 했죠. 미션을 다 끝내고 나니 오랜만에 목에서 피맛이 나더라고요.”(박준우) 육준서는 해당 미션에서 10m 외줄타기 도중 손에 힘이 풀려 추락했지만 재도전하는 집념을 보였다. “외줄에서 떨어지고 난 후 그 장면이 계속 꿈에 나왔습니다. 그 정도로 제 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러웠고 한동안 우울했어요. UDT라는 간판을 짊어지고 나와서 이것 하나 해 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컸습니다. 그런데 방송 후 반응이 실망이나 욕보다 응원이 많아 의아하면서도 다행스러웠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해요. 로프는 너무 올라가고 싶었어요. 손발이 다 풀리긴 했었지만.”(육준서)‘동물의 왕국’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현장인 만큼 부대 간 서로를 도발하는 발언들로 제707특수임무단(707)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일부는 부대 간 첫 만남에서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는 박준우에게 “춤 한번 보여달라”거나, SDT에게 “시청자에게 절을 올리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박준우는 “현장에서는 웃고 넘기는 분위기였는데 다소 과한 반응들이 나와 놀랐다”고 밝히기도 했다.“첫 만남 때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 있었고 적막이 흘렀어요. 방송이니 시청자분들께 즐거움을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에 분위기를 띄우려 하다보니 말이 많아졌고, 그 중 의도치 않게 실언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박준우 대원은 특전사 선배로서 존경하는 분이고, SDT 친구들과도 카메라 뒤에서는 화기애애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불편함을 느끼신 시청자 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이진봉) 매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끈기와 열정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강철부대원들. 이들은 앞으로 더 다양한 매력을 선사하겠다고 전했다. “허겁지겁 밥을 먹을 때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 코로 들어가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현이 있잖아요. TV 속 저를 볼 때 그런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너무 경직돼 있더라고요. 개인 SNS에 시청자분들께서 댓글을 많이 달아주시는데 ‘헐…. 육준서가 웃네’라는 반응들이 많이 보입니다. 저 실제론 표정 다양합니다. 잘 웃고요.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육준서) “‘트롯신이 떴다’ 같은 예능에서는 눈물도 보였고, 허당 같은 이미지였다가 강철부대에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리더십을 보여드리니 반전이라는 반응이 많아 뿌듯합니다. ‘남자가 봐도 반하겠다’는 반응도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간지럽긴 하지만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박준우)“개인미션에서도 실력을 보여드리지 못해 실망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앞으로 진행되는 팀 미션에서만큼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겁니다. 팀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어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부대로 꼽히는 707의 명예를 회복하겠습니다.”(이진봉)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얼마 전 ‘입덕’이란 단어를 검색해 봤어. 젊은 친구들이 나한테 입덕을 했다는 댓글이 있다길래 말이야.” 76세의 노장 배우 박인환이 연기 인생 50여 년 만에 ‘입덕’을 검색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남편과 같은 역할로 익숙한 국민배우 박인환에게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를 계기로 뒤늦게 ‘입덕했다’는 시청자들이 부쩍 늘면서 그는 요즘 댓글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나빌레라에서 일흔의 나이에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덕출’을 연기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박인환을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렸을 적부터 발레를 꿈꿨지만 처자식을 돌보기 위해 꿈을 접어야 했던 덕출은 무용원 휴학생 ‘채록’(송강)을 만나면서 그의 발레 제자가 된다. “내게 입덕했다는 댓글을 보면서 왜 젊은 친구들이 할아버지 배우에게 관심이 있나 궁금하더라고. 내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소통인 것 같아. 채록과 덕출이 서로 어울리고, 때론 부딪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노인들은 고집 세고 젊은 사람 우습게 본다’는 선입견이 깨진 게 아닐까. 어른이랍시고 폼 잡지 않고 꿈을 위해 채록에게 아부도 하고 농담도 건네는 모습이 새롭게 보였던 것 같아.” 그의 말처럼 덕출은 노인에 대한 선입견을 뒤집는다. “그 나이에 발레 배워서 뭐 하냐”는 주변의 만류에 “저도 알아요. 제가 힘없는 노인이라는 거. 그래도 하고 싶어요”라며 꿈을 꺾지 않는 순수함과 열정은 덕출의 동년배에겐 공감을, 젊은 세대에겐 감동을 안긴다. “원작 웹툰을 보고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감동을 받았어.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덕출이란 캐릭터가 갖는 매력이 너무 컸기에 ‘발레 장면을 어떻게 찍나’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일단 출연하겠다고 했지. 촬영 들어가기 몇 달 전부터 송강이랑 무용학원을 일주일에 두 번씩 다녔는데 화면에 나온 걸 보니 노력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 나이가 들어서 나비처럼 날아오르는 몸동작을 선보이진 못하지만 말야. 하하.” “연기는 ‘빽’이 있거나 끼가 있는 사람만 한다”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그냥 한 번 해볼게요”라며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박인환은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꿈을 좇는 덕출과 닮았다. 중앙대 재학 시절 연극의 매력에 빠진 그는 졸업 후 10여 년간 연극 무대에 섰고, 연극계에서 스타가 된 뒤 TV 드라마 단역으로, 마흔 다섯에 강우석 감독의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를 통해 영화로 무대를 옮기며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왔다. “연극상을 휩쓸다시피 했지만 자식 키우려다 보니 돈이 되는 TV 드라마에도 출연할 수밖에 없었지. ‘TV는 죽어도 못 하겠다’며 그만두려고도 했지만 ‘맞는 것만 하며 살 수 있느냐’는 아내의 말에 정신을 차렸어. 그 후로 단역이 들어와도 ‘어떻게 하면 개성 있게, 튀게 연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 ‘버스 승객 A’를 맡아도 ‘껌을 씹고 잡지를 읽어 볼까?’라며 캐릭터성을 살리려고 고민했지.” “살아남으려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그는 최근 장년층 배우들이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같은 주변부 역할이 아닌, 개성 있는 캐릭터로 극의 중심에 서는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영화 ‘미나리’로 74세의 나이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윤여정도 그 흐름을 함께한다. “우리나라가 곧 네 명 중 한 명이 60대 이상이라고 하더라고. 드라마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노인 세대의 이야기도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 그 사람들을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지. 뒤늦게 꿈을 좇는 덕출을 보며 위로를 얻는다는 시청자들 반응처럼 노인을 통해 삶을 관조할 기회를 주는 따뜻한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윤여정 씨(사진)가 4일(현지 시간)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아시아 배우 개인이 SAG상 영화 부문에서 수상한 건 남녀를 통틀어 윤 씨가 처음이다. 25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 씨가 여우조연상을 받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지금 제 기분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서양사람들(Westerners)에게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동료 배우들이 저를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택해 줬다는 것이 더 감격스러워요.” 4일(현지 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74)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영어로 소감을 밝혔다. 아시아 배우 개인이 미국배우조합상의 영화 부문에서 수상한 건 남녀를 통틀어 윤여정이 최초다.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윤여정은 ‘비전통적 할머니’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로운 작품에 주어지는 캐스팅상을 수상했지만 개인 수상자는 배출하지 못했다. 이로써 윤여정은 25일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조연상 수상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SAG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날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을 두고 △마리야 바칼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올리비아 콜먼(더 파더)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 △헬레나 쳉겔(뉴스 오브 더 월드)과 경합했다. 윤여정은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손주를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온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쿠키도 못 굽고 손주에게 화투를 가르치고 욕설도 곧잘 하는 귀엽고 쿨한 할머니상을 보여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흰색 물방울무늬의 검정 블라우스에 귀걸이를 하고 화면에 등장한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후보에 든 배우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를 표했다. “내가 제대로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는 윤여정의 말에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콜먼은 “퍼펙트”를 외치며 윤여정을 응원하기도 했다. 미나리는 남우주연상(스티븐 연)과 캐스팅상 후보에도 들었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남우주연상은 지난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채드윅 보즈먼에게, 캐스팅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에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비올라 데이비스, 남우조연상은 흑인 무장 조직인 흑표당의 이야기를 다룬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대니얼 컬루야가 수상하면서 윤여정을 제외한 개인 연기상은 모두 흑인 배우가 가져갔다. 이번 수상으로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아카데미상 투표권을 가진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과 SAG 조합원 상당수가 겹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회원 8000여 명 중 약 15%가 배우로 구성돼 있고, 이들 대부분은 SAG 회원이다. 지난해에도 최고상인 캐스팅상을 받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올랐다. 여우조연상만 놓고 봤을 때 2010년 이후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 수상자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가 일치하지 않았던 경우는 2019년 ‘콰이어트 플레이스’로 수상한 에밀리 블런트 단 한 명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36개의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리기까지는 윤여정의 지치지 않는 도전정신이 있었다. 20억 원의 저예산으로 만드는 독립영화, 섭씨 40도를 웃도는 7월 오클라호마의 땡볕 아래서 하루 서너 시간 이상 촬영해야 하는 고된 스케줄이었기에 미나리 출연은 윤여정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정 감독의 인간미, 시나리오 속 한인 가정의 모습에 겹쳐졌던 한국계 미국인인 두 아들의 모습에 미나리를 찍기로 결정한 그는 74세의 나이에 인생 최대 전성기를 맞았다. 윤여정은 미 연예매체 벌처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에 안주하고 같은 연기만 반복한다면 난 괴물 같은 사람이 돼버릴 거다”라고 밝혔듯 전에 없던 캐릭터를 택해온 그의 도전정신이 지금의 윤여정을 만들었다. 그는 2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기학원에 다닌 적도 없고, 영화를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기에 제 안에 열등감이 있었다. 그래서 대본을 받았을 때 더 열심히 연습했다”고 고백했다. 연기를 잘 모른다는 생각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대본을 파고들었던 그는 한국을 넘어 세계영화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지금 제 기분을 뭐라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제가 서양사람들(Westerners)에게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동료 배우들이 저를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택해줬다는 것이 더 감격스러워요.” 4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74)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영어로 소감을 밝혔다. 아시아 배우가 미국배우조합상의 영화 부문에서 수상한 건 남녀를 통틀어 윤여정이 최초다.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윤여정(74)은 ‘비전통적 할머니’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로운 작품에 주어지는 캐스팅상을 수상했지만 개인 수상자는 배출하지 못했다. 이로써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조연상 수상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SAG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날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을 두고 윤여정은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올리비아 콜먼(더 파더)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 △헬레네 젱겔(뉴스 오브 더 월드)과 경합했다. 윤여정은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손주를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온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쿠키도 못 굽고 손주에게 화투를 가르치고 욕설도 곧장 하는 귀엽고 쿨한 할머니상을 보여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 흰색 물방울 무늬의 검정색 블라우스에 귀걸이를 하고 화면에 등장한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후보에 든 배우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를 표했다. “내가 제대로 말 하고있는지 모르겠다. 내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는 윤여정의 말에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콜맨은 “퍼펙트”를 외치며 윤여정을 응원하기도 했다. 미나리는 남우주연상(스티븐 연)과 캐스팅상 후보에도 들었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남우주연상은 지난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채드윅 보스만에게, 캐스팅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트라이얼 오브더 시카고7’에게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비올라 데이비스, 남우조연상은 흑인 무장 조직인 흑표당의 이야기를 다룬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다니엘 칼루야가 수상하면서 윤여정을 제외한 개인 연기상은 모두 흑인 배우가 가져갔다. 이번 수상으로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아카데미상 투표권을 가진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과 SAG 조합원 상당수가 겹치기 때문이다. 8000여 명의 아카데미 회원 중 약 15%가 배우로 구성돼 있고, 이들 대부분은 SAG의 회원이다. 지난해에도 최고상인 캐스팅상을 받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올랐다. 여우조연상만 놓고 봤을 때 2010년 이후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 수상자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가 일치하지 않았던 경우는 2019년 ‘더 콰이어트 플레이스’로 수상한 에밀리 블런트 단 한 명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36개의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리기까지는 윤여정의 지치지 않는 도전정신이 있었다. 20억 원의 저예산으로 만드는 독립영화, 섭씨 40도를 웃도는 7월 오클라호마의 땡볕 아래서 하루 세 네 시간 이상 촬영해야 하는 고된 스케줄이었기에 미나리 출연은 윤여정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정 감독의 인간미, 시나리오 속 한인가정의 모습에 겹쳐졌던 한국계 미국인인 두 아들의 모습에 미나리를 찍기로 결정한 그는 74세의 나이에 인생 최대 전성기를 맞았다. 윤여정은 미 연예매체 버쳐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에 안주하고 같은 연기만 반복한다면 난 괴물이 돼 버릴 거다”라고 밝혔듯 전에 없던 캐릭터를 택해온 그의 도전정신이 지금의 윤여정을 만들었다. 그는 2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기학원에 다닌 적도 없고, 영화를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기에 제 안에 열등감이 있었다. 그래서 대본을 받았을 때 더 열심히 연습했다”고 고백했다. 연기를 잘 모른다는 생각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대본을 파고들었던 그는 한국을 넘어 세계영화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연령 차별이 아주 심한 영화계에서 얼굴의 주름을 가리려 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진실되게 보여주는 맥도먼드는, 나에게 영원히 ‘적합한’ 배우일 것이다.” 세계 영화제를 휩쓸고 있는 영화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39)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인공 펀을 연기한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에 대해 한 이야기다. 2018년 자오 감독과 미팅했을 때 “내가 과연 이 역할에 적합한(relevant) 배우인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는 맥도먼드의 고백에 대한 화답이다. 자오의 말처럼 주름살 가득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선 64세의 맥도먼드는 노매드랜드에서 암으로 남편을 잃고, 삶의 터전인 미국 네바다주 엠파이어 광산이 2008년 금융위기로 문을 닫으면서 밴에 몸을 싣고 길 위의 삶을 택한 펀을 연기했다. 영화는 엠파이어에서 사우스다코타로, 네브래스카에서 캘리포니아 헨디우즈 국립공원으로 정처 없이 떠도는 펀을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금융위기로 집을 잃은 이부터 가족과 사별한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까지, 저마다의 이유로 밴, 픽업트럭, 레저용차량(RV)을 집으로 삼고 거리로 나선 노매드(Nomad·유랑자)의 삶을 담았다. 제시카 브루더가 쓴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받았고 25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노매드랜드가 갖는 생명력의 근간에는 실존 인물들이 있다. 원작자인 브루더가 3년 동안 미국 전역을 다니며 노매드의 삶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실제 인물인 린다 메이, 밥 웰스, 스왱키가 영화에도 출연한 것. 노매드 커뮤니티 ‘러버 트램프 랑데뷰(RTR)’를 접한 뒤 노매드의 삶을 택한 메이는 영화에서 펀에게 RTR를 소개하며 거리 위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인물로 등장한다. RTR를 만든 웰스,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대신 거리에서 자연을 만끽하는 삶을 택한 말기 암 환자 스왱키도 현실감을 더하는 실제 노매드다. 꾸며내지 않은 모습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는 것은 자오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 낙마 사고의 트라우마로 말을 타지 못하는 카우보이의 이야기를 다룬 전작 ‘더 라이더’도 주연 브레이디 잰드로의 실제 이야기다. 자오 감독은 사우스다코타주 파인리지에서 말에게 먹이를 주는 잰드로를 우연히 만났고, 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노매드랜드에서도 자오 감독은 연기 경험이 없는 노매드들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말했다. “삶에 아무 희망도 남지 않았다고 느끼고 목숨을 끊으려 할 때 RTR를 만났다”는 메이의 이야기, “아들이 자살했다. 노매드 삶의 장점은 영원한 이별이 없다는 것이다. 거리 위에서 언젠간 다시 만난다. 아들 역시 길 위에서 다시 만날 거라 믿는다”는 웰스의 고백은 실제 이들의 경험담이다. 노매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맥도먼드는 노매드의 삶으로 관객을 인도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60대에 접어든 뒤 RV에 몸을 싣고 할리우드를 등지고 싶었다는 맥도먼드. 자오 감독은 맥도먼드가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흰색 밴 한 대를 줬고, 맥도먼드는 펀 그 자체가 됐다. 주차 공간이 아니라며 창문을 두드리는 관리인들 탓에 치킨 한 조각 맘 편히 먹지 못하지만 끝없이 펼쳐진 산과 바다를 온몸으로 느끼는 자유를 버리지 못하는 노매드의 삶을 오롯이 담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화에 출연한 노매드들은 맥도먼드가 배우인지 몰랐다고 한다. 그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들의 삶에 녹아들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파고’ ‘쓰리 빌보드’로 두 차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맥도먼드는 이번 작품으로 세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도전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홈리스’라 부른다. 새로운 노마드들은 그 꼬리표를 거부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아주 간단하게 ‘하우스리스’라고 칭한다.’ 홈리스와 하우스리스.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두 단어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생겨난 미국 신종 노마드들은 엄격하게 나눈다. 그들에게 전통적인 형태의 콘크리트 벽과 기둥으로 된 집(하우스)은 없지만, 밤에 몸을 뉘여 잠을 자고 식사하는 공간으로서의 집(홈)은 있다. 이들에게 집은 밴이나 레크리에이션 차량(RV) 혹은 픽업트럭이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차를 집 삼아 거리를 유랑하는 노마드들을 3년간 밀착 취재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타격을 입은 이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고 변화했는지 분석했다. 책의 중심에는 64세의 린다 메이가 있다. 메이 역시 상승하는 집세와 저임금에 시달리다 거리의 삶을 택한 이들 중 하나다. 그는 자신의 집인 노란색 트레일러를 타고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떠돈다. 국유림의 캠프장 관리직부터 연말 성수기에 맞춰 노마드들을 고용하는 아마존 물류창고 생산직까지 이들은 거리를 유랑하며 일한다. 저자는 갖가지 사연으로 길 위에서 살게 된 이들을 보여줌으로써 시스템 붕괴가 가져온 재앙을 개인이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미국의 현실을 드러낸다. 이 책은 길 위에서의 삶이 단순히 생존만을 위한 여정이 아님을 조명한다. 노마드들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뜻하지 않은 행복과 마주하기도 한다. 밴을 꾸미고, 새로운 노마드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상처와 추억을 공유한다. 타이어에 펑크가 나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서로를 돕는 모습을 통해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노마드들의 낙천성을 아름답게 그린다. 이 책은 중국계 미국인 여성 감독 클로이 자오가 연출하고,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 작품상 등을 휩쓸었다. 25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도 노미네이트됐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채널A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으로부터 제10회 수산인의 날 기념 유공 표창을 받았다. 해수부는 1일 경북 포항시에서 열린 수산인의 날 기념식에서 “도시어부가 전국 바다를 배경으로 다양한 어종과 지역 대표 수산물을 홍보해 수산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날 출연진 대표로 참석한 배우 이덕화와 함께 수상한 장시원 채널A CP는 “귀한 표창을 받게 돼 영광스럽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다른 열정을 갖고 프로그램에 임한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017년 9월부터 방영된 도시어부는 3년 반 동안 두 개 시즌을 선보이며 국내 800만 명이 넘는 낚시 인구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기존에도 낚시채널은 있었지만 낚시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은 도시어부가 처음이다. 국내외 바다와 민물을 배경으로 다양한 어종을 낚는 모습을 통해 일반인들도 낚시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시어부의 인기 요인으로는 실제 낚시광인 출연진이 프로그램에서 선보이는 찰떡 호흡이 꼽힌다. 낚시 경력이 각각 58년, 47년인 이덕화, 이경규를 필두로 고가의 낚시 장비를 보유한 이태곤, 낚시 전문가 박진철 프로, 유쾌한 입담으로 재미를 더하는 이수근, 김준현, 지상렬 등이 진지함과 즐거움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도시어부는 다음 달 시즌 3를 선보인다. 장 CP는 이날 시상식에서 “곧 도시어부 3의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재미와 새로움을 더해 즐거움을 전해 드리겠다. 5월에 찾아뵙겠다”고 덧붙였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19일 오후 7시. 한곳에서 얼굴을 보기 힘든 이들이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 모였다. 영화 ‘실미도’(2003년·강우석 감독)에 이어 한국 영화로는 두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넘긴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를 만든 강제규 감독(59), 홍경표 촬영감독(59), 이동준 음악감독(54)이다. 홍 감독은 ‘곡성’ ‘버닝’ ‘기생충’ 등을 촬영했고, 이 감독은 ‘은행나무 침대’ ‘쉬리’ 등 강 감독의 대표작을 함께 했다. 이들이 모인 건 태극기 휘날리며의 재개봉(17일)에 맞춰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11시까지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100명 가까운 관객들은 열띤 질문을 이어갔다. 17년 만의 영화 재개봉으로 벅찬 감정에 가득 찬 강 감독을 만났다. “(영화를 보니) 타임머신을 탄 것 같았다. 시간의 간극이 한순간에 없어진 느낌이랄까. 그게 영화의 힘인 것 같다. 17년 전 영화가 재개봉을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그걸 다시 보러 온 관객들이 있다니.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 강 감독의 차기작 ‘보스턴 1947’에 대한 관심도 크다. ‘마이웨이’(2011년)의 흥행 실패 후 단편 영화 ‘민우씨 오는 날’(2014년)과 노년의 로맨스를 그린 ‘장수상회’(2015년)로 숨 고르기를 했던 그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제작비 190억 원의 대작이기 때문. 광복 2년 후인 1947년 열린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세계최고기록을 세우며 동양인 선수 최초로 우승을 한 서윤복 선수(임시완)와 그를 지도한 손기정 선수(하정우)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올해 말로 개봉이 연기됐다. “야전에서 전투만 하던 내가 민우씨 오는 날과 장수상회를 만들면서 인생의 ‘쉼표’를 가졌다. 충전을 하고 나니 몸이 다시 근질근질해지면서 전투력이 살아났다. 보스턴 1947은 태극기 휘날리며와 장수상회 중간쯤에 있는 영화다. 지난해 9월부터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비슷한 스케일의 첩보 스릴러물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1987년 발생한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재개봉으로 ‘영화라는 장르의 힘’을 새삼 느꼈다는 강 감독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영화와 극장은 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월 중순에 중국에서 개봉해 보름 만에 44억 위안(약 7600억 원)을 벌어들인 중국 영화 ‘니하오 리환잉(안녕 이환영)’의 사례를 들었다. 이 영화는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다시 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에 접어든 국가에서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란 단순히 콘텐츠만이 아닌, 예매를 하고 어두컴컴한 공간에 들어가 2배속도, 일시정지도 하지 못하고 콘텐츠를 감상하는 행위를 모두 합친, 복합적 의미다. 인간이 만든 예술 장르 중 영화만이 갖는 아름다운 힘이 있다. 영화의 힘을 믿기에 보스턴 1947도 극장에 걸 것이다. 영화는 쉽게 사고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지 않나.”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참호 안에서 얼굴을 공격하고 목을 잡는 치열한 공수가 오간다. 해군 특수전전단(UDT)을 대표해 나온 육준서는 기습적으로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출신 정태균의 허리를 파고들어 밀어붙인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인간병기’들의 참호 격투를 화면으로 지켜보는 전략분석팀원들도 탄성 외에는 할 말을 잃는다. 23일 첫 방송을 한 채널A 화요일 예능 ‘강철부대’에서 펼쳐진 장면이다. 첫 방송 후 강철부대의 다시보기 영상에는 ‘군대 제대한 지 25년이 지났는데 가슴이 뛴다’ ‘누가 센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저 괴물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낸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강철부대는 특전사, 해병대수색대, 제707특수임무단(707), UDT, 군사경찰특임대(SDT), 해난구조전대(SSU)까지 6개 특수부대 출신들이 다양한 미션을 해결하며 최강 부대를 가리는 서바이벌 예능. 부대별 턱걸이 대결과 참호 격투를 벌인 첫 방송부터 시청률 3.19%(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강철부대의 이원웅 PD와 전략분석팀장을 맡은 MC 김성주를 각각 전화와 서면으로 만났다. 강철부대에는 6개 부대별로 예비역 4명씩 총 24명이 출연한다. 섭외부터 녹록하지 않았다. 각 부대를 대표한다는 부담이 컸기 때문. 그럼에도 이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돌아가 보고 싶다”며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1회 방송 직후 인기몰이 중인 육준서도 섭외가 특히 어려웠다. “출연자 모두가 부대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이 너무 커서 자신의 부대를 대표해 나왔을 때 패배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 상상 이상으로 꺼렸다. 설득하러 집 앞까지 찾아간 출연자도 있었고 저희와 7, 8번씩 미팅을 한 분도 있다. 그럼에도 반드시 1등을 하겠다는 확신과 자부심을 갖고 출연을 결정했다. 육준서 씨는 가장 깐깐하게 질문을 많이 했었는데, 출연을 결정한 이후에는 어떤 질문도 없이 모든 미션에 목숨을 걸고 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이 PD) 미션도 수개월간 육해공군 장교와 부사관에게 자문을 하며 정교하게 설계했다. “특정 부대에 유불리가 없어야 하고, 전략과 팀워크를 통해 승부를 뒤집을 수 있도록 미션을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물에서 하는 미션임에도 육군이 이긴 경우도 있었고, 육지나 건물에서 진행한 미션에서 해군이 뛰어난 능력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 전략과 팀워크로 반전을 만들어내는 재미를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이 PD) 전략분석팀장인 김성주가 꼽는 ‘최고의 전략팀’은 707부대다. “707부대는 상대를 심리적으로 흔들어 놓기도 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는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안다. 기회를 잡아야 하는 시점에서는 승부수를 던진다. 정해진 룰 안에서 승리하는 법을 잘 찾아간다.”(김성주) 8화까지 촬영이 끝난 강철부대는 4강전과 결승전만을 앞두고 있다. 이 PD와 김성주가 입을 모으는 관전 포인트는 부대 간 경쟁이 아닌 각 부대원들의 도전과 집념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다 보면 출연자와 제작진 사이에 암묵적으로 타협하는 지점이 있는데 강철부대에는 제작진도 출연진도 ‘적당히’가 없다. 예상 밖의 대결과 도전이 계속되기에 매번 놀라고 흥분하게 된다.”(김성주)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까지 가 본 사람들이 모여서 한 번 더 끝까지 가는 것이 올림픽이다. 그때 선수들이 보여주는 집념과 확신, 집중의 표정에 관중이 미치는 것이다. 강철부대를 촬영하면서 올림픽 선수들의 표정을 봤다. 시청자들도 그들의 표정을 보며 올림픽에 버금가는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이 PD)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참호 안에서 얼굴을 공격하고 목을 잡는 치열한 공수가 오간다. 해군 특수전전단(UDT)을 대표해 나온 육준서는 기습적으로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출신 정태균의 허리를 파고들어 밀어붙인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인간병기’들의 참호 격투를 화면으로 지켜보는 전략분석팀원들도 탄성 외에는 할 말을 잃는다. 턱걸이 대결이라고 수월할까. 부들부들 떨리는 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이들은 마지막 남은 힘까지 끌어내 철봉 위를 노린다. 23일 첫 방송을 한 채널A 화요일 예능 ‘강철부대’에서 펼쳐진 장면이다. 첫 방송 후 강철부대의 다시보기 영상에는 ‘군대 제대한 지 25년이 지났는데 가슴이 뛴다’ ‘누가 센 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저 괴물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낸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강철부대는 특전사, 해병대수색대, 제707특수임무단(707), UDT, 군사경찰특임대(SDT), 해난구조전대(SSU)까지 6개 특수부대 출신들이 다양한 미션을 해결하며 최강 부대를 가리는 서바이벌 예능. 부대별 턱걸이 대결과 참호 격투를 벌인 첫 방송부터 시청률 3.19%(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강철부대의 이원웅 PD와 전략분석팀장을 맡은 MC 김성주를 각각 전화와 서면으로 만났다. 강철부대에는 6개 부대별로 예비역 4명씩 총 24명이 출연한다. 섭외부터 녹록하지 않았다. 각 부대를 대표한다는 부담이 컸기 때문. 그럼에도 이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돌아가 보고 싶다”며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생업이 있는 일반인들이기에 섭외가 어려웠다. 출연자 모두가 부대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이 너무 커서 자신의 부대를 대표해 나왔을 때 패배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 상상 이상으로 꺼려했다. 설득하러 집 앞까지 찾아간 출연자도 있었고 저희와 7, 8번씩 미팅을 한 분도 있다. 그럼에도 반드시 1등을 하겠다는 확신과 자부심을 갖고 출연을 결정했다.”(이 PD) 1화 방송이 나가자마자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며 인기몰이 중인 UDT 출신 육준서는 가장 섭외가 어려웠던 부대원 중 하나다. “준서 씨는 화가다. 방송출연이 자신의 커리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에 대한 부담이 컸다. 가장 먼저 연락을 드렸고, 가장 마지막에 섭외를 완료했다. 결정하기까지는 까다롭게 질문도 많았는데 출연하기로 한 뒤엔 한 번도 의문사항이나 건의사항이 없었다. 위태롭다 싶을 정도로 모든 미션을 목숨 걸고 한다. 부대원 24명 모두 끝까지 가는 사람들인데 그 중에서도 더 끝까지 가는 사람이다.”(이 PD) 육준서를 비롯한 24명 부대원 전원의 개성과 매력이 뚜렷하기에 ‘최애’ 부대원을 응원하는 재미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707의 이진봉과 박수민 대원은 이 프로그램이 다큐가 아니라 예능이라는 점에서 꼭 필요한 캐릭터다. 승부에만 초점을 두면 자칫 살벌해질 수 있는데 특유의 유쾌함으로 재미를 주는 대원이다. 육준서 대원은 그야말로 ‘사기캐’다. 영화 ‘아저씨’의 원빈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이미지라 시청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을 것 같다. SDT의 강준 대원은 여리여리한 아이돌 느낌인데 순간순간 예상치 못한 강인함이 뿜어져 나온다.”(김성주) 미션도 수개월 간 육해공군 장교와 부사관의 자문을 받으며 정교하게 설계했다. 특전사 출신의 구본근, 해병대수색대 출신의 김종욱, UDT 출신의 테니가 미션 설계와 현장 평가를 도왔다. 가장 공들여 연출한 미션은 5화에서 방영될 예정인 ‘총기 미션’. 이 PD는 “FPS(1인칭 슈팅 게임)를 방불케 하는 총기 미션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특정 부대에 유불리가 없어야 하고, 전략과 팀워크를 통해 승부를 뒤집을 수 있도록 미션을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물에서 하는 미션임에도 육군이 이긴 경우도 있었고, 육지나 건물에서 진행한 미션에서 해군이 뛰어난 능력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 전략과 팀워크로 반전을 만들어내는 재미를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이 PD) 전략분석팀장인 김성주가 꼽는 ‘최고의 전략팀’은 707부대다. “707부대는 상대를 심리적으로 흔들어 놓기도 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는 과감히 포기할 줄도 한다. 기회를 잡아야 하는 시점에서는 승부수를 던진다. 정해진 룰 안에서 승리하는 법을 잘 찾아간다.”(김성주) 8화까지 촬영이 끝난 강철부대는 4강전과 결승전만을 앞두고 있다. 이 PD와 김성주가 입을 모으는 관전 포인트는 부대 간 경쟁이 아닌 각 부대원들의 도전과 집념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다보면 출연자와 제작진 사이에 암묵적으로 타협하는 지점이 있는데 강철부대에는 제작진도 출연진도 ‘적당히’가 없다. 예상 밖의 대결과 도전이 계속되기에 매번 놀라고 흥분하게 된다.”(김성주)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까지 가본 사람들이 모여서 한 번 더 끝까지 가는 것이 올림픽이다. 그 때 선수들이 보여주는 집념과 확신, 집중의 표정에 관중들이 미치는 것이다. 강철부대를 촬영하면서 올림픽 선수들의 표정을 봤다. 시청자들도 그들의 표정을 보며 올림픽에 버금가는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이 PD)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19일 오후 7시 한 곳에서 얼굴을 보기 힘든 이들이 CGV 용산아이파크몰 4관 앞에 모였다. 한국 영화 두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넘긴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들며 한국 영화 ‘천만 관객 시대’를 연 강제규 감독(59),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곡성’ ‘버닝’ ‘기생충’ 등 숱한 히트작을 촬영한 홍경표 촬영감독,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강 감독의 대표작을 함께 한 이동준 음악감독이다. 세 사람이 한 날 한 시에 모인 건 17일 태극기 휘날리며의 재개봉에 맞춰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GV)가 있었기 때문. 100명 가까이 되는 관객들은 오후 11시가 넘어서까지 진행된 GV에서 열띤 질문을 이어갔다. 17년 만에 4K 초고화질(UHD·3840×2160) 해상도로 리마스터링 돼 극장에 걸린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 감독을 만났다. “(영화를 보니) 타임머신을 탄 것 같았다. 17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한 순간에 없어진 느낌이랄까. 그게 영화의 힘인 것 같다. 17년 전 영화가 재개봉을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그걸 다시 보러 온 관객들이 있고,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CGV가 한국영화 재상영관 ‘시그니처K’를 개관하면서 첫 영화로 극장에 걸리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신작 개봉이 줄줄이 밀린데 대한 대책 중 하나다. 이달 17일 태극기 휘날리며를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CGV가 리마스터링 복원 작업을 거친 한국영화를 선보인다. 3월에는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시작’을 주제로 태극기 휘날리며와 ‘공동경비구역 JSA’가 선정됐다. “코로나 19가 신작들의 발목을 붙들고 있지만 과거 영화들의 재개봉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19가 가져다 준 선물이다. 시간이 흘러 고전을 다시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보고 싶다는 욕구가 누구나 있지 않나. 내가 극장에서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10년, 20년이 지나도 극장이란 공간에서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거다. TV나 스마트폰을 통해 예전 영화를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재개봉만큼이나 그의 차기작 ‘보스턴 1947’에 대한 영화 팬들의 관심도 크다. ‘마이웨이’(2011년)의 흥행 실패 후 단편영화 ‘민우씨 오는 날’과, 노년의 로맨스를 그린 ‘장수상회’로 숨고르기를 했던 그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제작비 190억 원의 대작이기 때문. 광복 2년 후인 1947년 열린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동양인 선수 최초로 우승을 한 서윤복 선수(임시완)와, 그를 지도한 손기정 선수(하정우)의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지난해 개봉 예정이었던 보스턴 1947은 코로나 19로 인해 올해 말로 개봉이 연기됐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웨이 세 편을 연달아 만들고 나니 대작영화에 대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마이웨이 후반작업 때 연출 제안이 들어온 큰 스케일의 영화들을 모두 거절했다. 야전에서 전투만 하던 내가 민우씨 오는 날과 장수상회를 만들면서 인생의 ‘쉼표’를 가졌다. 충전을 하고 나니 몸이 다시 근질근질해지면서 전투력이 살아났다. 보스턴 1947은 태극기 휘날리며와 장수상회 중간쯤에 있는 영화다. 각본 초안은 있었고, 내가 초안을 각색하고 연출을 담당했다.” 강 감독에게는 ‘마라톤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4~5년에 한 번씩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기 때문. 그는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의 간격을 두고 그의 첫 장편영화인 은행나무 침대를 시작으로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웨이, 장수상회를 선보였고 올해 보스턴 1947 출격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9월부터는 1987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한 첩보 스릴러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의 내가 잘 살기 위한 답은 결국 역사에 있더라. 과거를 제대로 알고 이해함으로써 오늘의 내가 존재하고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역사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고, 이야기의 영감도 많이 얻는다. 지금 준비하는 신작도 1987년 발생한 사건이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첩보 스릴러물이다. 너무 민감한 소재라 어떻게 영화로 풀지 한참을 고민하면서 아이템으로 품고만 있다가 오랜 고민 끝에 해답을 찾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스포일러는 어렵다. 하하.” 태극기 휘날리며의 재개봉으로 ‘영화라는 장르의 힘’을 새삼 느꼈다는 강 감독은 코로나 19 이후에도 영화와 극장은 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월 중순에 개봉해 2월 말까지 44억 위안(약 7600억 원)을 벌어들인 중국 영화 ‘안녕 이환영’의 사례를 들었다. 이 영화는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다시 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에 접어든 국가들에서 코로나 19 이전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란 단순히 콘텐츠만이 아닌, 예매를 하고, 어두컴컴한 공간에 들어가 2배속도, 일시정지도 하지 못하고 콘텐츠를 감상하는 행위를 모두 합친, 복합적 의미다. 인간이 만든 예술의 장르 중 영화만이 갖는 아름다움의 힘이다. 영화의 힘을 믿기에 보스턴 1947도 극장에 걸 것이다. 영화는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지 않나.”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치매에 걸린 노부모와 그를 간병하는 자녀의 고된 삶.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단골 소재이자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다. 감독 플로리앙 젤레르는 새로울 것 없는 이 소재를 원작인 연극에 이어 영화 ‘더 파더’에서도 활용했다. 그럼에도 더 파더가 힘을 갖는 건 치매 환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는 데 있다. 치매 환자의 세상이 어떻게 뒤죽박죽이 되어 가는지를 관객이 ‘겪게’ 하는 이 영화는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 소름끼치도록 무섭다.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더 파더는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남우주연상(앤서니 홉킨스), 여우조연상(올리비아 콜먼), 각색상, 미술상, 편집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들었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와 작품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등 3개 부문에서 경쟁한다. 영화는 80세 앤서니(홉킨스)가 영국 런던에 위치한 자신의 안락한 집에서 클래식을 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를 찾아온 딸 앤(콜먼)과 일상적 대화를 나누는 5분 남짓이 관객이 이 영화를 편하게 볼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일상적이기 위해 노력하던 둘의 대화는 금세 공포스러운 실체를 드러낸다. 매번 자신이 시계를 둔 위치를 잊어버리는 앤서니는 “간병인이 내 손목시계를 훔쳐 갔다”며 이전 간병인을 도둑으로 몬다. 프랑스 파리로 떠나야 하는 앤은 새 간병인을 구해야 하지만 “난 아직 멀쩡하다”며 간병인을 거부하는 앤서니의 고집에 시름이 깊어 간다. 영화가 더욱 공포스러워지는 순간은 관객이 직접 치매를 겪게 되면서부터다. 앤이 떠나고 난 뒤 한 남자가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 “누구냐”며 경계하는 앤서니에게 ‘그 남자’(마크 게이티스)는 자신이 앤의 남편 폴이라며 “저를 못 알아보시겠느냐”고 묻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앤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여성’(올리비아 윌리엄스)은 딸이 아니다. “앤은 어디 갔느냐”는 앤서니에게 그 여성은 “아버지, 제가 앤이잖아요”라며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이후 앤의 남편의 얼굴은 계속해서 바뀌고, 그 여성은 앤에서 간병인으로, 요양시설의 간호사로 등장한다. 앤의 진짜 남편은 누구인지, 그 여성의 실체는 무엇인지 관객도, 앤서니도 확신할 수 없다. 시공간의 개념이 사라지고 기존에 알던 모든 이들의 얼굴과 이름이 뒤죽박죽이 된 앤서니의 세계. 이 세계에 관객도 온전히 몰입하게 되는 데에는 홉킨스의 연기가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딸이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을 요양시설로 보내려 한다고 생각하는 심술궂은 노인네의 모습부터, 요양시설에 혼자 남아 “엄마가 보고 싶어요”라며 흐느끼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까지 자유자재로 오간다. 홉킨스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이야기는 꽤나 놀랍다. 요양시설에서 흐느끼는 장면을 촬영한 뒤 감독에게 “다음 장면을 촬영하기 전까지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타인의 삶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졌을 법도 한 60년의 연기 경력이 무색하게도 해당 장면을 촬영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라 ‘차오르는 슬픔’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나이가 든다는 그 공평한 비극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 이를 직시하는 데서 오는 슬픔은 영화관을 찾은 관객 누구나 경험하게 될 것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치매에 걸린 노부모와 그를 간병하는 자녀의 고된 삶.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단골 소재이자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다. 감독 플로리안 젤러는 새로울 것 없는 이 소재를 원작인 연극에 이어 영화 ‘더 파더’에서도 활용했다. 그럼에도 더 파더가 힘을 갖는 건 치매 환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는데 있다. 치매 환자의 세상이 어떻게 뒤죽박죽이 되어 가는지를 관객이 ‘겪게’ 하는 이 영화는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소름끼치도록 무섭다. 다음달 7일 개봉하는 더 파더는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남우주연상(안소니 홉킨스), 여우조연상(올리비아 콜맨), 각색상, 미술상, 편집상 6개 부문 후보에 들었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와 작품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세 개 부문에서 경쟁한다. 영화는 80세 안소니(홉킨스)가 영국 런던에 위치한 자신의 안락한 집에서 클래식을 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를 찾아온 딸 앤(콜맨)과 일상적 대화를 나누는 5분 남짓이 관객이 이 영화를 편하게 볼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일상적이기 위해 노력하던 둘의 대화는 금새 공포스러운 실체를 드러낸다. 매번 자신이 시계를 둔 위치를 잊어버리는 안소니는 “간병인이 내 손목시계를 훔쳐 갔다”며 이전 간병인을 도둑으로 몬다. 프랑스 파리로 떠나야 하는 앤은 새 간병인을 구해야 하지만 “난 아직 멀쩡하다”며 간병인을 거부하는 안소니의 고집에 시름이 깊어 간다. 영화가 더욱 공포스러워지는 순간은 관객이 직접 치매를 겪게 되면서부터다. 앤이 떠나고 난 뒤 한 남자가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 “누구냐”며 경계하는 안소니에게 ‘그 남자’(마크 게티스)는 자신이 앤의 남편 폴이라며 “저를 못알아보시겠느냐”고 묻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앤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여성’(올리비아 윌리암스)은 딸이 아니다. “앤은 어디 갔느냐”는 안소니에게 그 여성은 “아버지, 제가 앤이잖아요”라며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이후 앤의 남편의 얼굴은 계속해서 바뀌고, 그 여성은 앤에서 간병인으로, 요양시설의 간호사로 등장한다. 앤의 진짜 남편은 누구인지, 그 여성의 실체는 무엇인지 관객도, 안소니도 확신할 수 없다. 시공간의 개념이 사라지고 기존에 알던 모든 이들의 얼굴과 이름이 뒤죽박죽이 된 안소니의 세계. 이 세계에 관객도 온전히 몰입하게 되는 데에는 홉킨스의 연기가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딸이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을 요양시설로 보내려 한다고 생각하는 심술궂은 노인네의 모습부터, 요양시설에 혼자 남아 “엄마가 보고 싶어요”라며 흐느끼는 어린 아이 같은 모습까지 자유자재로 오간다. 홉킨스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털어 놓은 이야기는 꽤나 놀랍다. 요양시설에서 흐느끼는 장면을 촬영한 뒤 감독에게 “다음 장면을 촬영하기 전까지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타인의 삶을 표현하는데 익숙해졌을 법도 한 60년의 연기경력이 무색하게도 해당 장면을 촬영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라 ‘차오르는 슬픔’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나이가 든다는 그 공평한 비극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 이를 직시하는 데서 오는 슬픔은 영화관을 찾은 관객 누구나 경험하게 될 것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송 2회 만에 폐지된다. 22일 첫 방송을 한 조선구마사는 상황에 어긋난 중국식 소품과 의복 등을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SBS는 26일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했다”며 “SBS는 본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선지급한 상황이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이지만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선구마사를 공동제작한 3개사(YG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처웍스)도 이날 제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해외 판권 계약을 해지하고,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도 중단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태종과 충녕대군이 악령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 조선구마사는 시작부터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켰다. 1회에서 충녕대군이 서역에서 온 구마 사제 일행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에서 식탁에 월병, 피단, 중국식 만두 등이 올랐고, 의상과 군사들이 사용하는 검이 중국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제작진은 “상상력을 가미해 소품을 준비했다. 변방을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방영 중단 요구가 폭주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광고주와 지방자치단체가 제작 지원을 잇달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이 드라마의 제작비는 약 320억 원으로 알려졌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죽음이 다가오지 않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모두들 언젠가는 죽을 게 확실한데, ‘약속’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마흔을 갓 넘긴 나이에 유방암의 다발성 전이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반복되는 방사선 치료로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느끼면서도 책을 쓰기로 결정한 것이 무책임한 행동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일 약속조차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책을 쓰겠다는 장기적 약속이 무슨 의미인가에 대한 숙고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인생을 과연 완벽히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에 대한 성찰을 통해 죽음 앞에서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투병하며 얻게 된 사유를 털어놓은 대상은 의료인류학자 이소노 마호. 시한부 선고를 받고 예정된 강연을 취소하려던 저자에게 강연 주최자인 이소노는 “어쩌면 건강한 내가 당신보다 먼저 교통사고로 죽게 될지 모른다”며 그를 만류하고, 이를 계기로 두 여성은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미야노와 이소노가 주고받은 스무 통의 편지가 이 책에 담겼다. 두 사람은 인간에게 찾아드는 만남과 질병,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이별과 죽음, 죽음이라는 정해진 운명 앞에서도 멈출 수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책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암 환자에게 사회가 갖는 선입견, 그로 인해 환자라는 한정된 정체성 앞에서 신음하는 이들의 고민을 담았다. 삶과 죽음, 건강과 질병, 보호자와 환자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한 인간이 만들어 온 삶이 한순간에 ‘환자의 삶’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조명한다. 미야노는 아픈 사람의 정체성이 환자라는 점에 고정되는 순간 그의 앞에 놓은 수많은 인생의 기회와 가능성이 사라져버린다고 지적한다. 암 선고를 받은 후에도 수많은 강연과 행사에 참여하고 두 권의 책을 쓴 미야노는 이 책의 서문을 쓰고 몇 시간 뒤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그리고 보름 뒤 삶을 마감한다. 저자의 생애 마지막 기록에서 인간이 끝까지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길을 엿볼 수 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달이 해로 바뀌면 피라미드 세계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꼭대기 왕좌에 앉은 이에게 사람들은 절을 한다. 결혼과 출산이 이뤄지는 반대편에서는 장례가 치러진다. 매춘과 도박, 음주도 벌어진다. 피라미드 가장 밑에서는 편을 가른 전쟁이 진행된다. 피라미드에 어둠이 찾아오지만 어김없이 날이 밝고, 사람들은 언제 세상이 멈추었냐는 듯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8분 44초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오페라’는 피라미드의 24개 칸 안에 결혼과 출산, 경제활동 같은 일상부터 테러, 인종차별, 재해, 전쟁 등 반복된 인류의 비극도 담았다. 한국계 미국인 에릭 오(오수형·37·사진) 감독은 이 작품으로 올해(93회)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아시아계 감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수상 시 아시아계 감독으론 세 번째다. 미국에 있는 오 감독을 22일 화상으로 만났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서양화과 졸업 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 석사 과정을 밟았다. 2010∼2016년 픽사에서 ‘도리를 찾아서’ 등의 애니메이터로 활동했다. 2016년 픽사를 나온 그는 픽사 출신 동료들이 세운 애니메이션 제작사 ‘톤코하우스’와 협업해 오페라를 만들었다. 평단이 오페라에 주목한 이유는 기존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깼기 때문. 오페라에는 귀여운 캐릭터도, 명확한 기승전결의 서사도, 교훈도 없다. ‘졸라맨’을 연상케 하는 단순화된 인간들이 피라미드 안에서 바삐 움직이고, 어렴풋이 느껴지는 주제 의식은 무겁다. “픽사는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곳입니다. 픽사가 안 하는 것, 나만 할 수 있는 것, 형식을 파괴하는 것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2017년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한국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벌어졌습니다. 정치색과 상관없이 사회가 분열되는 모습을 보고 ‘역사는 진화하는가, 반복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 하루하루 느끼던 좌절감이 합쳐져 오페라가 탄생했습니다.” 오페라는 볼수록 새롭다. 반복해서 보면 놓쳤던 인물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각기 따로 노는 것 같았던 24개 칸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된다. 오 감독은 벽에 화면을 영사해 반복적으로 작품을 상영하는 방식의 전시를 계획 중이다. “사회 시스템이 그렇듯 피라미드 안 모든 공간이 상하, 좌우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아이가 나르는 음식이 꼭대기의 왕까지 전달되는 식이죠.상하는 계급을 의미하고, 좌우는 삶과 죽음, 이성과 감성, 좌파와 우파 등 상충되는 개념을 담았습니다.” 24칸의 인간 군상 중에서도 오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면은 빨주노초파남보로 다양한 인간들의 얼굴색을 누군가 흰색으로 칠해 버리는 장면이다. “단순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탄압하는 인간상을 표현했습니다.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부터 최근 이어지는 아시안 혐오 범죄까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일은 우리 삶에서 반복해 벌어지고 있어요.” 그의 차기작은 1월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된 가상현실(VR) 애니메이션 ‘나무(NAMOO)’다.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나리’처럼 한국어를 그대로 따 온 제목이다. 10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로부터 영감을 받아 한 인간의 삶의 여정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다. “관객이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가 캐릭터가 뛰어다니는 걸 보고, 비가 내리고 눈이 오는 걸 맞으며 체험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사람들이 에릭 오를 떠올렸을 때 틀을 깨는 시도를 하는 감독으로 그려지고 싶습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채널A 사회부 김철중 구자준 박건영 김은지 남영주 기자가 ‘쏘카 비협조 초등생 성폭행 사건’ 보도로 한국기자협회의 제366회 이달의 기자상(취재보도1 부문)을 수상했다. 채널A 외교안보국제부 강은아 황하람 기자도 ‘육군 22사단 해안가 뚫렸다…신원 미상자 CCTV 포착’ 보도로 같은 상을 받았다. 이 밖에 △CBS ‘신현수 靑 민정수석 두 달 만에 사의 표명’(취재보도1 부문) △한겨레 ‘아동성추행 실형 선고받은 동화작가의 책 출판, 대출 열람 관련’(취재보도2 부문) △이데일리 ‘월마트선 취급 않는 새끼 오징어 이마트선 불법 아니라며 세일 중’(경제보도 부문) △서울경제 ‘기획부동산의 덫’(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일요신문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 △KBC광주 ‘접대 경찰과 청탁금지법, 6개월 추적기’(지역 취재보도 부문) △광주MBC ‘부결 없는 도시계획위원회 아파트 공화국 전락한 광주’(〃)도 수상했다. 시상식은 31일 오전 11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개그우먼 박나래(36·사진)가 웹예능에서 성희롱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켜 해당 방송이 폐지됐다. 박나래는 23일 공개된 웹예능 ‘헤이나래’ 2회에서 남자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는 과정에서 인형의 팔을 특정 부위로 가져가거나, 인형 다리 사이로 팔을 밀어 넣는 행동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그것까지 있는 줄 알았다” “요즘 애들은 되바라졌다” 등의 발언을 했다. CJ ENM이 제작하고 유명 키즈 유튜버 헤이지니가 공동 진행한 이 영상의 자막과 섬네일도 부적절했다. 영상 공개 이후 비판이 커지자 제작진은 24일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그럼에도 비판이 이어지자 박나래는 25일 소속사 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제작진으로부터 기획 의도와 캐릭터 설정 그리고 소품을 전해 들었을 때 본인 선에서 어느 정도 걸러져야 했고, 표현 방법에 대해서도 더 고민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하차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달이 해로 바뀌면 피라미드 세계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꼭대기 왕좌에 앉은 이에게 사람들은 절을 한다. 결혼과 출산이 이뤄지는 반대편에서는 장례가 치러진다. 매춘과 도박, 음주도 벌어진다. 피라미드 가장 밑에서는 편을 가른 전쟁이 진행된다. 이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인물은 종이에 자신이 본 것을 기록해 내려간다. 피라미드에 어둠이 찾아오지만 어김없이 날이 밝고, 사람들은 언제 세상이 멈추었냐는 듯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8분 44초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오페라’는 피라미드의 24개 칸 안에 결혼과 출산, 경제활동 같은 일상부터 테러, 인종차별, 재해, 전쟁 등 반복된 인류의 비극도 담았다. 한국계 미국인 에릭 오 감독(오수형·37)은 이 작품으로 올해(93회)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아시아계 감독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수상 시 아시아계 감독으론 세 번째다. 미국에 있는 오 감독을 22일 화상으로 만났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서양화과 졸업 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 석사 과정을 밟았다. 2010∼2016년 픽사에서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 ‘도리를 찾아서’ 등의 애니메이터로 활동했다. ‘나만의 색깔이 담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뜻으로 2016년 픽사를 나온 그는 픽사 출신 동료들이 세운 애니메이션 제작사 ‘톤코 하우스’와 협업해 오페라를 만들었다.평단이 오페라에 주목한 이유는 기존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깼기 때문. 오페라에는 귀여운 캐릭터도, 명확한 기승전결의 서사도, 교훈도 없다. ‘졸라맨’을 연상케 하는 단순화된 인간들이 피라미드 안에서 바삐 움직이고, 어렴풋이 느껴지는 주제 의식은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존 애니메이션과 달리 무겁다. “픽사는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곳입니다. 캐릭터와 서사구조, 감정선이 명확하죠. 픽사가 안 하는 것, 나만 할 수 있는 것, 형식을 파괴하는 것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2017년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한국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벌어졌습니다. 정치색과 상관없이 사회가 분열되는 모습을 보고 ‘역사는 진화하는가, 반복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 하루하루 느끼던 좌절감이 합쳐져 오페라가 탄생했습니다.” 오페라는 볼수록 새롭다. 반복해서 보면 놓쳤던 인물들의 움직임과 장면이 포착된다. 각 공간에서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각기 따로 노는 것 같았던 24개 칸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된다. 전체 구조를 짜 맞추는데 6개월이 걸렸다. 오 감독은 오페라를 만드는 과정이 “몇 백 개의 태엽이 맞물려 돌아가고, 태엽 중 하나라도 고장 나면 멈춰버리는 아날로그 시계를 만드는 것과 같았다”고 했다. 여러 번 봐야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는 작품인 만큼 벽에 화면을 영사해 반복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방식의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사회 시스템이 그렇듯 피라미드 안 모든 공간이 상하, 좌우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상하는 계급을 의미합니다. 어린 아이가 옮긴 먹이가 가장 꼭대기의 왕까지 전달되는 식으로 가장 위 계급의 사람과 가장 밑바닥의 사람까지 서로 연결돼있죠. 좌우에는 삶과 죽음, 이성과 감성, 좌파와 우파 등 상충되는 개념을 담았습니다. 결혼식의 반대편에서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식입니다. 머리를 정말 많이 써야 해 고생했지만 퍼즐이 다 맞춰졌을 때 ‘드디어 맞았다’는 희열을 느꼈죠.”24칸의 인간 군상 중에서도 오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면은 빨주노초파남보로 다양한 인간들의 얼굴색을 누군가 흰색으로 칠해 버리는 장면이다. 얼굴이 흰색으로 바뀌지 않은 이들은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다. “단순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탄압하고, (같아지도록) 교육하고, 심지어 목을 자르는 슬픈 장면이지만 이게 실제 우리의 삶입니다.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부터 최근 이어지는 아시안 혐오 범죄까지, 시간이 지났지만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는 일은 우리 삶에서 반복해 벌어지고 있어요. 저 역시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양인으로서 일상화된 차별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기에 이 부분을 관객에게 돋보기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의 차기작은 1월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된 가상현실(VR) 애니메이션 ‘NAMOO(나무)’다.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나리’처럼 한국어를 그대로 따 온 제목이다. 10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로부터 영감을 받아 한 인간의 삶의 여정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다. 일본 설화에 기반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오니’의 에피소드 디렉터로도 합류했다. “관객이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가 캐릭터가 뛰어다니는 걸 보고, 비가 내리고 눈이 오는 걸 맞으며 체험하는 것이 중요해 VR로 기획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사람들이 에릭 오를 떠올렸을 때 하나의 장르로 규정되지 않고, 틀을 깨는 시도를 하는 감독으로 그려지고 싶습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일반시사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는 관객 평을 보니 영화를 쉽게 봤다고 하더라. 다행이다.”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62)은 “어렵게 공부해서 만들고, 관객에게는 쉽게 전달하는 게 감독의 미덕”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6시간 내내 이어진 인터뷰에 목이 쉰 이 감독은 “요즘엔 나이가 들어 영화 만드는 것보다 인터뷰 하는 게 더 힘들다”고 농을 쳤다. 31일 개봉을 앞둔 그의 14번째 영화이자, ‘동주’에 이은 두 번째 흑백영화인 ‘자산어보’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시사에 참여한 관객들 사이에서 ‘믿고 보는 이준익 사극’ ‘모든 장면이 수묵화 같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 한 번 더 보고 싶어졌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자칭 ‘역덕’(역사 덕후)인 이 감독은 국내 영화 중 세 번째로 천만 관객을 넘긴 ‘왕의남자’부터 ‘사도’ ‘동주’ ‘박열’까지 꾸준히 역사에서 실존인물을 재창조해왔다. 이번에는 조선 후기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그의 제자 창대(변요한)를 다뤘다. 정약전은 순조 즉위 후 벌어진 신유박해 당시 서학(천주교)을 섬겼다는 이유로 동생 정약용(류승룡)과 함께 강진과 흑산도로 각각 유배를 떠난 인물. 13년의 흑산도 유배 생활에서 청년어부 창대의 도움으로 바다생물을 연구하고 이를 ‘자산어보’로 편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극 중에서 창대는 정약전과 지식을 나누는 진솔한 벗이지만, 때론 사상적으로 대립하기도 한다. 서학을 받아들여 수평 사회를 지향하는 정약전과 달리, 창대는 조선의 봉건질서를 지탱하는 성리학을 신봉한 데 따른 것. “끝 모를 사람보다 자명하고 명징한 사물 공부에 빠지기로 했다”는 정약전에게 창대는 “목민심서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다. 양반의 서자 출신인 창대는 글공부를 하고 벼슬길에 오른다. 이 감독은 자산어보에서 9번에 걸쳐 짧게 언급되는 창대를 끄집어내 약전과 대칭되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선 비교가치를 대입해야 한다. 동주를 선명하게 드러내려면 그 대칭점에 있는 송몽규를 그려야 하는 것과 같다. 정약전과 자산어보의 가치관을 뚜렷이 드러내기 위해 목민심서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천만 감독, 사극의 대가로 통하는 이 감독이지만 그 역시 실패의 쓴맛을 봤다. 관객 50만 명이 채 들지 않은 전작 ‘변산’(2018년)이 그랬다. “성의 있게 실패하는 건 보약이 된다”는 그는 “변산의 실패가 없었다면 자산어보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산어보와 변산 각본을 공동 집필한 작가(김세겸)가 같다고 했다. 패자부활전이라는 거다. “조선의 근대성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다. 2014년쯤부터 동학과 서학을 공부하다가 조선 후기 천주교도 황사영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황사영이 신유박해 때 피신한 제천 토굴을 찾아갔고, 그를 연구한 신부님도 만났다. 하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에 접었다. 변산 실패 후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그때 자산어보가 보였다.” 이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쉽게 봐서 다행이라며 입을 뗐지만 인터뷰를 마칠 땐 이와는 반대되는 얘기를 수수께끼처럼 남겼다. “이 영화가 쉬운 영화인가를 다시 생각해보면 쉽지 않다. 한 번 보면 30%밖에 이해가 되지 않을 거다. 약전과 창대의 감정과 여정에 집중하면 쉽지만 바탕에 깔린 시대 상황, 개인의 내재된 욕망과 가치관을 모두 음미하려면 엄청 공부가 필요하다. 그건 관객의 몫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