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김보라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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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보라 기자입니다.

purple@donga.com

취재분야

2024-05-04~2024-06-03
국제일반42%
인사일반10%
미국/북미7%
국제정치7%
중남미7%
유럽/EU7%
국제경제7%
국제정세7%
정치일반3%
경제일반3%
  • 대만지진 골든타임 임박… 671명 아직 고립

    3일 대만 북동부 화롄에서 발생한 규모 7.2 강진의 여진과 산사태, 붕괴된 교통망 등으로 구조 및 수색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사망자는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늘었다. 구조 작업의 ‘골든타임’(사건 발생 후 72시간 이내)은 6일 오전 7시 58분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5일 쯔유시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구조팀은 화롄 인근의 유명 관광지 타이루거 국립공원 내 바위 더미 아래에서 시신 2구를 발견했다. 당국은 이 근처에 최소 6명의 실종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색팀을 투입했다. 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누적 부상자는 1099명,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는 이재민은 671명, 실종자는 16명이다. 구조 대기자와 실종자는 대부분 타이루거 국립공원 일대에 몰려 있다. 해발 3000m가 넘고 산세도 험해 구조가 쉽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여진 또한 500회 이상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진동을 현저하게 느낄 수 있는 여진이 119회에 달했다고 기상 당국은 밝혔다. 대만 당국은 지진 발생에 따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거론하며 대만을 대신해 세계 각국에 감사 표시를 하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겅솽(耿爽) 주유엔 중국대표부 부대사는 3일 유엔 내 아동인권 관련 회의에서 다른 국가 대표가 자신에게 ‘중국의 대만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자신이 “전 세계의 우려와 위로에 감사함을 표한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즉 대만을 자국 영토로 여겨 중국 외교관인 자신이 대신 감사 표시를 했다는 뜻이다. 대만 외교부는 4일 “중국이 대만 지진을 이용해 뻔뻔하게 선전하는 것을 규탄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다만 각국 정부와 유명인의 지원 손길은 이어지고 있다. 5일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은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대만에 100만 달러(약 13억5000만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유명 밴드 ‘엑스저팬’의 리더 겸 드러머 요시키 또한 4일 이재민을 돕는 데 써 달라며 1000만 엔(약 8900만 원)을 대만적십자회에 기부했다. 홍콩의 유명 래퍼 타이슨 요시도 100만 대만달러(약 4200만 원)를 내놓기로 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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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이, 즉각 휴전하라” 지원 중단 경고… 유가 90달러 돌파

    《바이든 “네타냐후 즉각 휴전을”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줄곧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을 시사하며 대(對)이스라엘 정책의 ‘전환(피벗)’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약 30분간 통화하며 즉각 휴전, 팔레스타인 민간인 및 구호단체 직원 보호 등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보호하지 않으면 미국의 무기 지원을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줄곧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일종의 ‘최후통첩’을 날렸다. 1일 이스라엘군의 오폭에 따른 국제 구호단체 직원 7명 사망,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거듭된 발포 등으로 전 세계적인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조성된 여파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11월 미 대선에서 자신의 재선 가도 또한 위험해지자 무기 지원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네타냐후 총리와 약 30분간 통화하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강경 일변도의 정책만 고집하고 있는 네타냐후 정권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이스라엘 측의) 새 조치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또 속히 휴전 협상을 타결할 수 있도록 협상팀에 힘을 실어주라고도 압박했다. ‘민간인 보호 대책’과 ‘빠른 휴전’이 없으면 더 이상의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가자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나눠 주려던 국제 민간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직원 7명이 이스라엘의 오폭으로 숨지면서 반이스라엘 여론이 거세진 여파로 풀이된다. 백악관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건을 두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를 표했다고 밝혔다. WCK 측 역시 ‘오폭’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의도적 공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 등도 ‘즉각 휴전’ 등을 거론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5일 WCK 직원 오폭과 관련해 “하마스로 오인했다”고 밝혔다. 오폭에 관련된 고위 장교 2명을 해임하겠다고도 밝혔다. 앞서 4일 가자지구 내 구호품 반입을 늘리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벨기에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5일 현지 기자회견에서 “구호품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는지, 구호 활동가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결과로 증명하라는 뜻을 보였다. 이처럼 중동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격과 이란의 보복 경고 등으로 4일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전일 대비 1.45% 올라 배럴당 90.65달러로 마쳤다. 같은 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도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일 대비 1.36% 오른 배럴당 86.59달러로 마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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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만 원짜리 소총-생계형 대원… ‘저비용 고효율’ 테러 특화된 ‘IS-K’ [글로벌 포커스]

    “비용 효율적인(cost-effective) 공격에 특화된 단체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총기 난사 테러를 저질러 137명을 숨지게 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K(호라산)’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최근 평가다. 2015년 설립된 신생 조직인 IS-K는 짧은 연혁에도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테러, 올 1월 이란 케르만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장례식장 테러에 이어 모스크바 테러까지 자행하며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평가대로 IS-K가 다른 테러 조직과 확연하게 다른 점은 적은 비용으로 대규모 사상자를 낳는 테러를 저지른다는 점이다. 대원도 주로 중앙아시아 저개발국 주민을 포섭한다. 케르만 테러의 주동자 및 폭탄 제조자, 모스크바 테러의 용의자는 모두 중앙아시아 내에서도 최빈국으로 꼽히는 타지키스탄 출신이다.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4명이 범행에 사용한 총기 또한 비교적 저렴한 ‘AK-47’ 소총이다. 제조국, 구매 경로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지만 파키스탄에서는 148달러(약 20만 원)를 주고 살 수 있다고 미 비영리 군사전문기관 ‘글로벌파이낸셜인테그리티(GFI)’가 추산했다. 불과 20만 원짜리 무기에 137명이 희생된 셈이다. IS-K가 행동 반경을 확장하면 서유럽, 미국, 아시아 등에서도 대형 테러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과 서남아시아 등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의 마이클 쿠릴라 사령관은 지난달 미 상원 청문회에서 “IS-K가 6개월 안에 미국과 서방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졌다”고 경고했다.● 30세 지도자가 이끄는 테러 조직 IS-K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활약했던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에서 이탈한 대원들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이들은 한때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맹위를 떨쳤던 IS에 충성을 맹세했고 2015년 1월 지부인 IS-K를 출범시켰다. IS-K의 또 다른 명칭 ‘호라산’은 이란 북동부,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대를 일컫는 지명에서 유래했다. 페르시아어로 ‘태양의 땅’ ‘해가 뜨는 곳’ 등을 뜻한다. 현 지도자 샤하브 알 무하지르는 1994년생으로 2020년부터 IS-K를 이끌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태어난 그의 본명은 사나울라 가파리. 카불대에서 공학을 공부한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2015∼2016년경 IS에 합류하며 극단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무하지르는 2019년 미군에 사살된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IS 산하 아프가니스탄인 특공대도 지휘했다. 바그다디 사망 후 IS는 물론 IS-K의 세력도 위축됐지만 그는 2020년 4월 26세 젊은 나이에 IS-K 수장이 됐다. 부인도 IS-K 고위 간부의 딸로 알려졌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추산에 의하면 2015년 창설 당시 약 2000명이던 대원 수는 올해 3배 이상인 6500명 수준으로 불었다. 실탄도 넉넉하다. 유엔 등에 따르면 이들의 활동 자금은 납치 밀수 강탈 등 범죄 수익, 아프리카 소말리아 등 다른 IS 지부로부터 받는 정기적 지원 등에서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잇따른 테러로 두각을 나타낸 이들에게 IS 지도부도 지원을 몰아주고 있다. 소말리아 IS 지부가 가상화폐 탈취 등을 통해 IS-K에 정기적으로 돈을 준 사실도 드러났다.● 아프간 안보 공백이 확장 발판 많은 전문가들은 IS-K의 세력이 확장되고, 이들의 잔혹함이 전 세계에 알려진 계기로 2021년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 및 탈레반 집권을 꼽는다. 당시 이들은 미군 철수 11일 후인 같은 해 8월 26일 미군 및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의 탈출로 극도로 혼잡했던 카불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했다. 아프간 땅을 떠나기 바쁜 미군, 막 집권 세력이 된 탈레반은 모두 IS-K의 테러를 막을 여력이 없었다. 이로 인해 미군 13명과 170여 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미군 철수와 탈레반의 집권으로 아프가니스탄 내 안보 공백이 생겼을 때 각종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이 급진성과 폭력성으로 경쟁했다. 카불 공항 테러로 잔혹함을 입증한 IS-K가 그 과정에서 일종의 승자가 됐다”고 평했다. 특히 집권 전 테러를 종종 자행했던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테러 반대’를 천명한 점 등도 이들이 활개칠 토양을 만들어줬다. 백승훈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과거 탈레반이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테러를 활용했는데 IS-K가 이를 답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IS-K 공격은 아프가니스탄 밖으로도 뻗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파키스탄 바자우르, 올 1월 이란 케르만, 3월 모스크바 테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모(母)조직인 IS는 한때 시리아 이라크 등을 아우르는 광대한 땅을 점령하며 스스로 ‘국가’를 자처했다. 반면 IS-K는 탈레반의 존재로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세력이 될 수 없는 만큼 ‘영역 확대’보다 ‘테러 공격’으로 존재감과 영향력을 높이려 한다. 미국의 대테러 전문가 사라 하르무치 박사는 자유유럽방송에 “IS-K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공격 능력, 대원과 자원을 모집하는 능력 등에서 다른 극단주의 단체를 능가한다”고 분석했다.● 낙후된 중앙아시아 출신 포섭 중앙아시아 저개발국 대원을 적극 포섭한다는 점도 IS-K의 특징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원 대부분은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태어났다. 이들이 IS-K에 투신하는 이유로는 중앙아시아의 고질적 경제난, 독재자의 장기 집권 및 부정부패 등에 따른 누적된 불만 등이 꼽힌다. 타지키스탄은 2023년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180달러(약 159만 원)로 세계 167위에 불과하다.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인 샴시딘 파리두니(26)는 불과 50만 루블(약 740만 원)을 약속받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다른 중앙아시아 출신 대원들 또한 대부분 ‘생계형’이다. 튀르키예(터키)에 존재하는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는 IS-K의 주요 영입 대상이다. 역시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우호적인 비자 제도를 보유했다. 언어에서도 비슷한 면이 많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IS-K가 최근 튀르키예에서 인력과 물자를 대거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IS-K는 텔레그램과 다른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다양한 언어로 선전을 퍼뜨리며 적극적인 모집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이 1월 공개한 보고서에도 IS-K는 최근 탈레반 정권에 환멸을 느낀 전사들과 다른 외국 대원들을 유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더 확장된 모집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 우려… 한국도 안전지대 아냐 잇따른 테러로 자신감을 얻은 IS-K가 추가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당장 올 7월 프랑스 파리 올림픽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IS-K에 자극받은 다른 테러 단체가 선명성 경쟁을 위해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럽 주요국의 보안담당 고위 관리는 워싱턴포스트(WP)에 “모스크바 테러가 규모 확장, 국제 사회의 인정을 추구하는 극단주의 조직에 새 자극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세계 주요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전쟁이라는 ‘2개의 전쟁’ 장기화, 미중 패권 갈등, 자국 경제난 등에 대처하기 바쁘다는 점도 극단주의 조직의 추가 테러를 우려하게 만든다. 한국 또한 이들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백 연구원은 “한국에도 무슬림 노동자의 유입이 늘고 있다. 일부 지역사회에서 무슬림을 향한 차별 기조가 감지된다”며 이것이 언제든 극단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 역시 “중동의 불안정이 커지면 미국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같은 동맹국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이 분쟁 전선에 함께 설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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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몬테네그로 대법원 “권도형 한국 송환 무효”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 대법원이 5일(현지 시간)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에 대한 한국 송환을 최종 보류했다고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등이 이날 보도했다.대법원은 이날 권 씨에 대한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원심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돼 새로운 판결이 내려지게 됐다.앞서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은 지난달 20일 항소법원이 권 씨의 한국 송환을 확정하자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서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 항소법원의 결정을 변경하는 판결을 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틀 후 대법원은 권 씨의 한국 송환을 잠정 보류하고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이후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날 최종적으로 ‘송환 무효’ 판단을 내렸다.권 씨는 테라·루나 급락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거쳐 세르비아로 도주했다. 지난해 3월 세르비아 인근 몬테네그로의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려다 체포됐다.체포 당시부터 한국과 미국은 그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였다. 권 씨 측은 금융 사기에 대한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행을 원했다. 당초 몬테네그로 법원은 그를 미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지만 이후 항소법원이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검찰 측이 반대했고 이날 대법원이 한국행 무효 판단을 내렸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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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주러시아 한국 대사 초치해 독자제재 항의

    러시아 외무부가 한국의 독자 제재에 반발해 이도훈 주러시아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5일(현지 시간)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이날 이 대사를 초치하며 “러시아 선박과 개인, 법인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는 비우호적인 조치”라며 “러시아는 근거없는 비난에 기반한 불법적인 조치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루덴코 차관은 또 한국 정부가 비생산적이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는 강압적 조치를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앞서 외교부는 2일 러북 군수물자 운송 및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을 통해 북핵·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에 관여한 러시아 선박 2척과 기관 2곳, 개인 2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는 선박의 선장은 관리청의 국내입항 허가를 받아야만 입항할 수 있으며, 제재 대상 개인·기관과 금융거래 및 외환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각각 금융위원회 또는 한국은행 총재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 정부가 러시아 국적 선박·기관·개인만을 대상으로 한 독자제재를 부과한 것은 처음이다.이에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3일 국제법에 따라 한국의 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며 군수 물자 거래 의혹을 일축하며 “항상 그랬던 것처럼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당시 그는 “우리 관계는 미국의 후원을 받는 한국의 잘못으로 이미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우리는 한반도 복잡한 문제를 제재와 압박이라는 비효과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한국에 실망했다”며 비판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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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지진 ‘72시간 골든타임’ 임박…계속되는 여진에 구조 작업 늦어져

    3일 대만 북동부 화롄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계속되는 여진과 산사태, 붕괴된 교통망 등으로 구조 및 수색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사망자 또한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늘었다. 구조 작업의 ‘골든타임(사건 발생 후 72시간 이내)’ 또한 6일 오전 7시58분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5일 쯔유시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구조팀은 화롄 인근의 유명 관광지 타이루거 국립공원 내 바위 더미 아래에서 시신 2구를 발견했다. 당국은 이 근처에 최소 6명의 실종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색팀을 투입했다.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누적 부상자는 1099명,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은 671명, 실종자는 16명이다. 구조 대기자와 실종자는 대부분 타이루거 국립공원 일대에 몰려 있다. 해발 3000m가 넘고 산세도 험한데다 구조가 쉽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여진 또한 500회 이상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진동을 현저하게 느낄 수 있는 여진 또한 119회에 달했다고 기상당국은 밝혔다.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의 생산 차질,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 미칠 악영향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현지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TSMC가 지진으로 최소 6200만달러(약 83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대만 당국은 지진 발생에 따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거론하며 대만을 대신해 세계 각국에 감사 표시를 하는 것에 발끈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겅솽(耿爽) 주유엔 중국대표부 부대사는 3일 유엔 내 아동인권 관련 회의에서 다른 국가 대표가 자신에게 ‘중국의 대만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자신이 “전세계의 우려와 위로에 감사함을 표한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즉 대만을 자국 영토로 여겨 중국이 대신 감사 표시를 했다는 것이다. 대만 외교부는 4일 “중국이 대만 지진을 이용해 뻔뻔하게 선전하는 것을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다만 각국 정부와 유명인의 지원 손길은 이어지고 있다. 5일 가와카미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은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대만에 100만 달러(약 13억5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유명 밴드 ‘엑스저팬’의 리더 겸 드러머 요시키 또한 4일 이재민을 돕는 데 써 달라며 1000만 엔(약 8900만 원)을 대만적십자회에 기부했다. 홍콩의 유명 래퍼 타이슨 요시도 100만 대만달러(약 4200만 원)를 내놓기로 했다. 일본 나가노현의 유명 관광지 가루이자와를 방문한 대만 작가 라이헝자(賴珩佳)가 산책 중 한류 스타 송중기를 만나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라이 측은 송중기가 먼저 “지진을 겪고 있는 대만을 위로한다”는 뜻을 밝혀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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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장 그만” 바이든 이스라엘 지원 영부인도 반대

    “그만해요. 당장 그만둬요, 조(Stop it now, Joe).”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가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발발 후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편 남편에게 최근 한 말이다. 전쟁 장기화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이에 따른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남편의 11월 재선 가도에도 악영향을 미치자 당장 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으라고 종용한 것이다. 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미국 내 무슬림 공동체 관계자를 초청한 비공개 백악관 행사에서 최근 질 여사로부터 이 같은 질책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당시 한 행사 참가자가 “아내가 친이스라엘 성향인 바이든 행정부 주최 행사에 가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해한다”며 이 일화를 언급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에서 의료 봉사를 한 적이 있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의사가 바이든 행정부와 이스라엘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중간에 퇴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퇴장 직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8세 소녀가 빠른 휴전을 촉구하며 쓴 편지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건넸다. 집권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이었던 미국 내 무슬림 공동체는 중동전쟁 발발 후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센 불만을 표하고 있다. 최근 경합주를 비롯한 주요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열세를 보이자 백악관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바이든 행정부의 거듭된 만류에도 140만 명이 거주하는 라파에 대한 지상전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1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화상회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장관이 라파 지상전 정책을 두고 고성까지 질렀다. 당시 더머 장관은 “라파 주민을 비교적 안전한 가자지구 북부로 이동시킨 뒤 라파에서 지상전을 개시하겠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과 설리번 보좌관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자 이성을 잃고 흥분했다고 NBC방송이 전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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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장 그만둬요, 조”…질 여사, 바이든의 ‘가자 정책’ 반대

    “그만해요. 당장 그만둬요, 조(Stop it now, Joe).”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가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발발 후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편 남편에게 최근 한 말이다. 전쟁 장기화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이에 따른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남편의 11월 재선 가도에도 악영향을 미치자 당장 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으라고 종용한 것이다.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미국 내 무슬림 공동체 관계자를 초청한 비공개 백악관 행사에서 최근 질 여사로부터 이같은 질책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당시 한 행사 참가자가 “아내가 친이스라엘 성향인 바이든 행정부 주최 행사에 가는 것을 탐탁치 않아 했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해한다”며 이 일화를 언급한 것이다.이날 행사에서는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에서 의료 봉사를 한 적이 있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의사가 바이든 행정부와 이스라엘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중간에 퇴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퇴장 직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8살 소녀가 빠른 휴전을 촉구하며 쓴 편지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건넸다. 집권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이었던 미국 내 무슬림 공동체는 중동전쟁 발발 후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센 불만을 표하고 있다. 최근 경합주를 비롯한 주요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열세를 보이자 백악관에 비상이 걸렸다.하지만 이스라엘은 바이든 행정부의 거듭된 만류에도 140만 명이 거주하는 라파에 대한 지상전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1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화상회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장관이 라파 지상전 정책을 두고 고성까지 질렀다. 당시 더머 장관은 “라파 주민을 비교적 안전한 가자지구 북부로 이동시킨 뒤 라파에서 지상전을 개시하겠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과 설리번 보좌관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자 이성을 잃고 흥분했다고 NBC방송이 전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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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달러 환율 연고점… 1350원에 바짝 다가서

    원-달러 환율이 1350원 가까이 바짝 다가서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모두 약세를 보이면서 한국 원화 가치가 덩달아 떨어지는 동조 현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348.7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349.3원까지 오르며 1350원 선마저 위협했다. 장중 고가 기준 1월 17일(1346.7원) 이후 가장 높이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주요 원인으로는 엔화, 위안화 약세와의 동조 현상이 꼽힌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51.97엔까지 올랐다. ‘거품 경제’ 시절이던 1990년 7월 이후 약 34년 만의 최고치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앞서 19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지만 BOJ 심의위원이 “천천히 하지만 착실히 금융정책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며 금융완화 정책 변경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 엔화 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3거래일 만에 달러에 대한 위안화 환율을 절하 고시하면서 위안화 약세가 심화됐다. 반면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간밤에 발표된 미국 2월 내구재 수주액 등 경제지표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국 경제의 견실함을 재확인시켜 줬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더 늦게 할 가능성이 기존보다 높아진 것이 달러 자체의 강세 모멘텀으로 작용했다”며 “원화 자체만 봐서는 약세일 재료가 없는 상황이지만 강달러는 한동안 지속될 환경”이라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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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코아 값 두달새 두배로… “시장 통제 불능”

    주산지인 서아프리카 지역의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코코아가 한때 t당 1만 달러(약 1349만 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26일(현지 시간)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 코코아 가격이 장중 한때 t당 1만80달러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코코아는 약 2개월 전만 해도 t당 5000달러 미만이었으며, 1년 전엔 3000달러를 밑돌았다. 원자재 정보제공업체 민텍의 앤드루 모리아티 이사는 “코코아 시장은 현재 통제 불능 상태”라며 “모두가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코아 가격이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는 세계 카카오 열매 공급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등에서 악천후와 전염병으로 수확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 수십 년 동안 낮은 가격이 지속돼 추가 투자 여력이 없는 현지 농장들이 병충해나 기후에 강한 품종으로 개량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코코아 가격의 변동성이 크자 일부 헤지펀드들이 투기를 목적으로 코코아 선물 시장에 뛰어든 것 역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FT는 “영국의 한 헤지펀드는 올해 들어서만 지금까지 18.2%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카카오 열매 공급은 앞으로도 당분간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 완제품인 초콜릿의 가격 역시 상승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미 미국에선 부활절 시즌에 많이 쓰이는 달걀 모양 초콜릿 1개의 평균 가격이 1년 동안 12% 상승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도 달걀 모양의 초콜릿 가격이 최대 50%까지 올랐다. 이에 일부 관련 업체들은 초콜릿 부피를 줄이거나 코코아를 다른 재료로 대체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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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코아 가격, 한때 t당 1만 달러 돌파…초콜릿 값 상승하나

    주산지인 서아프리카 지역의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코코아가 한때 톤(t)당 1만 달러(약 1349만 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26일(현지 시간)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 코코아 가격이 장중 한때 t당 1만80달러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코코아는 약 2개월 전만 해도 t당 5000달러 미만이었으며, 1년 전엔 3000달러를 밑돌았다. 원자재 정보제공업체 민텍의 앤드루 모리아티 이사는 “코코아 시장은 현재 통제 불능 상태”라며 “모두가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코아 가격이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는 세계 카카오 열매 공급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등에서 악천후와 전염병으로 수확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 수십년 동안 낮은 가격이 지속돼 추가 투자 여력이 없는 현지 농장들이 병충해나 기후에 강한 품종으로 개량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코코아 가격의 변동성이 크자 일부 헤지펀드들 투기를 목적으로 코코아 선물 시장에 뛰어든 것 역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FT는 “영국의 한 헤지펀드는 올해 들어서만 지금까지 18.2%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카카오 열매 공급은 앞으로도 당분간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 완제품인 초콜릿의 가격 역시 상승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미 미국에선 부활절 시즌에 많이 쓰이는 달걀 모양 초콜릿 1개의 평균 가격이 1년 동안 12% 상승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도 달걀 모양의 초콜릿 가격이 최대 50%까지 올랐다. 이에 일부 관련 업체들은 초콜릿 부피를 줄이거나 코코아를 다른 재료로 대체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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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기권에 ‘가자 휴전결의안’ 통과… 이 “대표단 방미 취소”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지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가자지구 휴전 요구 결의가 25일 채택됐지만, 전쟁의 향배에 키를 쥐고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는 오히려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 등 비상임이사국들이 주도한 결의안에 미국이 기권표를 던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협상대표단 파견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렸다. 대표단은 당초 이번 주 중 가자 최남단 라파 공격과 휴전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안보리 결의로 촉발된 양국의 갈등은 금방 가라앉긴 힘들어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에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어 쉽사리 휴전을 택하긴 어렵다. 반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국 내 전쟁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간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 “빨리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바이든에겐 전쟁이 대선 걸림돌 처음 전쟁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반격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미국은 안보리의 휴전 결의안에 세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스라엘이 가자 민간인들이 밀집한 라파 지역에서 지상전 돌입 의지를 꺾지 않자,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 21∼22일 하버드대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전쟁 정책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약 38%에 불과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흑인 유권자 표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게 결정적이다. 흑인 인권단체 ‘우리들만의 목소리’는 25일 “18∼29세 흑인 유권자의 38%만 올해 대선에 투표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들이 투표조차 거부하는 배경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한 반대가 주요 이유로 꼽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유대계 정치인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조차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나섰다. 슈머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를 “평화의 장애물”이라고 부르며 “이스라엘은 하루빨리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에겐 휴전이 총리 사임 이스라엘 총리실은 25일 유엔 결의안 채택 직후 성명에서 “인질 석방의 조건이 없는 휴전 결의안에 미국이 기권한 건, 인질을 풀어주지 않아도 휴전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마스에 심어줄 것”이라며 비난했다. 자국에서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네타냐후 총리로선 휴전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미 언론매체 액시오스도 미 관료들을 인용해 “백악관은 네타냐후가 자국의 정치적 이유 때문에 전쟁의 갈등을 키우고 싶어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이스라엘 매체 마아리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만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지지를 포명했다. 네타냐후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가 총리에 더 어울린다는 답은 48%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를 포함한 이스라엘 극우 인사들은 “전쟁 중단은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강경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전시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간츠 대표는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게 옳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가서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해 내분 양상을 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위원회 소속 상원의원이던 1982년 주미 이스라엘대사로 부임한 네타냐후 총리를 처음 만났다. 이후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다. 하지만 40년 넘게 이어졌던 우정은 최근 서로 비난의 수위를 높이며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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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겨운 옷 입고 출근”… 희망 잃은 中 Z세대의 반항

    “옷을 잘 입는다고 월급을 더 주지도 않으니 초라하게 입을래요.” 지난달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에 잠옷으로 보이는 회색 체크무늬 바지, 펑퍼짐한 갈색 원피스, 분홍색 상의, 갈색 어그부츠, 빨간색 장갑, 얼굴 전체를 감싼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젊은 여성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세련되고 멋진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여성은 영상에서 상사가 자신의 이런 옷차림을 보고 “역겹다.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옷차림에 신경 쓰라”고 핀잔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많은 누리꾼이 “일은 많고 월급은 적은데 언제 옷차림까지 신경 쓰냐”며 이 여성을 지지했다. 영상은 140만 번 이상 공유됐다. 이처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일부러 ‘역겨운 복장(gross outfits)’으로 출근하는 문화가 유행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형광색의 두툼한 패딩 점퍼, 무릎까지 오는 양말, 잠옷 등 출근 복장에 걸맞지 않은 옷차림을 했다는 사실을 인증할수록 더 많은 호응을 얻는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중국 젊은층이 일종의 고의적인 ‘자기 비하’를 통해 적은 급여, 초과 근무가 잦은 생활에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서도 누리꾼들은 보기 흉한 옷을 입고 출근하는 이유로 ‘피곤해서 옷차림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새 옷을 살 돈이 부족하다’ 등을 꼽았다. 성장 둔화로 기회가 줄어든 중국 젊은층이 출세, 승진 등을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삶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에서는 저성장, 실업난 등에 지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탕핑(躺平)’이라고 표현한다. 옷차림 퍼포먼스는 탕핑의 또 다른 모습인 셈이다. 저장성 항저우의 미용실에서 일하는 조애나 천 씨는 노란색 패딩 점퍼, 노인들이 즐겨 신는 검은색 털신 등을 착용한 자신의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코로나19 동안 예측할 수 없는 봉쇄, 격리 등으로 지쳤다. 승진과 출세보다 평화로운 삶을 원한다”고 말했다. 상하이 의류 회사 직원 제시카 장 씨(36)는 “(도심 집값이 비싸) 출퇴근에만 한 시간 넘게 걸린다. 아침에 옷을 제대로 차려입을 시간이 넉넉지 않다”고 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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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옷 잘 입는 것도 귀찮아”… 中, ‘역겨운’ 출근 복장 유행

    “옷을 잘 입는다고 월급을 더 주지도 않으니 초라하게 입을래요.”지난달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에 잠옷으로 보이는 회색 체크무늬 바지, 펑퍼짐한 갈색 원피스, 분홍색 상의, 갈색 어그 부츠, 빨간색 장갑, 얼굴 전체를 감싼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젊은 여성이 등장했다. 세련되고 멋진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이 여성은 동영상에서 상사가 자신의 이런 옷차림을 보고 “역겹다.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옷차림을 신경 쓰라”고 핀잔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많은 누리꾼이 “일은 많고 월급은 적은데 언제 옷차림까지 신경 쓰냐”며 이 여성을 지지했다. 영상 또한 140만 번 이상 공유됐다. 이처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일부러 ‘역겨운 복장(gross outfits)’으로 출근하는 문화가 유행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형광색의 두툼한 패딩 점퍼, 무릎까지 오는 양말, 잠옷 등 출근 복장에 걸맞지 않은 옷차림을 했다는 사실을 인증할 수록 더 많은 호응을 얻는다고 전했다.이를 두고 중국 젊은 층이 일종의 고의적인 ‘자기 비하’를 통해 적은 급여, 초과 근무가 잦은 생활에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 둔화로 기회가 줄어든 중국 젊은 층이 출세, 승진 등을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삶을 온 몸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중국에서는 저성장, 실업난 등에 지쳐 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탕핑(躺平)’이라고 부른다.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서 누리꾼들은 보기 흉한 옷을 입고 출근하는 이유로 ‘피곤해서 옷차림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새 옷을 살 돈이 부족하다’ 등을 꼽았다. 저장성 항저우의 미용실에서 일하는 조안나 첸 씨 또한 노란색 패딩 점퍼, 노년층이 즐겨신는 검은색 털신, 하늘색 양말, 소 그림이 그려진 덧소매 등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코로나19 동안 예측할 수 없는 봉쇄, 격리 등으로 지쳤다. 승진과 출세보다 평화로운 삶을 원한다”며 앞으로도 편안한 옷차림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하이 의류 회사 지원 제시카 지앙 씨(36) 또한 “출퇴근에만 한 시간 넘게 걸린다. 아침에 옷을 제대로 차려입을 시간이 넉넉치 않다”고 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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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문불출 英왕세자빈 “암 치료중” 영상 고백

    “전 괜찮다고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도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는 걸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올 초부터 중병설 등에 시달려 왔던 캐서린 영국 왕세자빈(42)이 결국 자신의 암 투병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왕실도 이젠 통제 불가능한 온라인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라고 촌평했다. 윌리엄 왕세자의 부인 캐서린 왕세자빈은 22일(현지 시간) 영상을 통해 “지난 몇 달은 우리 가족에게 엄청나게 힘든 시간이었다”며 “1월 복부 수술 뒤 검사에서 암에 걸렸다는 걸 알았으며 현재 화학 치료 등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앞서 공개했던 사진보다 훨씬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윌리엄과 난 우리 아이들인 조지와 샬럿, 루이를 위해 사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려고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치료 역시 시간이 걸렸고요.” 왕세자 부부는 아이들이 시달리지 않도록 학교 방학에 맞춰 영상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서린 왕세자빈은 또 “현재 치유에 집중하며, 매일 건강해지고 강해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왕세자빈은 암의 종류나 단계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왕세자 부부의 공식 거처인 켄싱턴궁 측도 “개인 의료정보는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지난달 암 투병을 밝혔던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성명을 통해 “용기를 낸 며느리가 자랑스럽다”며 격려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캐서린 빈은 특정 미디어와 소셜미디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왕실도 사생활은 보장받아야 한다”며 쾌유를 기원했다. 캐서린 왕세자빈은 올 1월 중순부터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의혹이 커졌다. 이달 10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개한 가족 사진이 보정된 사실이 드러나자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치료를 받았던 병원의 한 직원이 의료기록을 살펴보려다가 적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NYT는 왕실 관계자를 인용해 “암을 공개해야 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며 “의료기록 누출 시도는 이런 정보를 무기한 비밀에 부치는 게 불가능하단 걸 깨닫게 했다”고 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도 “동영상 제작은 왕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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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안 붕괴로 곳곳 피비린내… 고질적 경제난 속에 자라난 갱단

    《중남미 왜 ‘갱단 무법천지’ 됐나 갱단 폭력에 휩싸인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가 살인, 약탈, 방화가 판치는 무법천지로 변했다.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등도 갱단 폭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남미의 고질적 경제난과 양극화, 정치권의 부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매일 사람이 죽고 시체가 불타는 모습을 본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사는 유사프 알오마리 씨가 18일 호주 ABC방송에 전한 현지 상황이다. 아이티는 2010년 강진으로 국가 인프라가 파괴된 후 국제원조에 의지해 왔다. 이 와중에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이 괴한 총격으로 숨진 후 고질적 정정 불안이 심화했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갱단 폭력으로 국가 전체가 사실상 마비됐다. 이로 인해 살인, 약탈, 방화 등이 빈번해지면서 거리 곳곳에 시체가 즐비하다.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대부분 국가 또한 급격한 치안 악화와 정정 불안에 직면해 있다. 중남미 전체의 이런 모습은 극심한 경제난 및 양극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서구 열강의 오랜 식민지배로 중남미 백인과 비(非)백인 간에는 해소하기 어려운 경제적 불평등이 고착화했다. 이로 인해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서민들이 주로 택한 생계 수단이 바로 ‘마약’이다. ‘고질적 경제난→마약 범죄 기승→치안 약화→정정 불안 심화’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산 채 화형하는 갱 두목, 아이티 장악 인구 약 1160만 명의 아이티는 2022년 세계은행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748달러(약 227만 원)에 불과한 최빈국이다. 2021년 7월 모이즈 당시 대통령은 전직 군인 등으로 구성된 콜롬비아 용병들에게 암살됐다. 아리엘 앙리 당시 총리는 과도정부 수반으로 새 정부 구성을 약속했지만, 최근까지 선거를 치르지 못해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유지했다. 앙리 총리는 이달 1일부터 자국 경찰을 파견해 치안 유지를 도와주겠다는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해 지원을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총리가 나라를 비운 틈을 타 포르토프랭스의 갱단 연합 ‘G9’의 수장 지미 셰리지에(47)가 공항과 도로를 점령하고 4000여 명의 교도소 재소자까지 탈출시켜 사실상 국가를 장악했다. 11일 앙리 전 총리는 귀국하지도 못한 채 푸에르토리코에서 사퇴했다. 셰리지에는 사람을 산 채로 불태우는 잔혹함으로 악명 높다. ‘바비큐’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셰리지에가 아이티를 장악한 후 최소 1만5000명이 집을 잃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인구 약 3분의 1에 달하는 400만 명 이상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도시 전역의 식량, 연료, 물 공급도 막혔다. 생필품 품귀도 극심해 식수 등의 가격은 자고 나면 천정부지로 오른다. 곳곳에서 몸값을 노린 납치도 빈번하다. 현재 아이티 전체 병원의 60%는 전기 및 의료품 부족으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한 의사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갱단이 병원 내 엑스레이 시설은 물론 창문까지 가져갔다”고 토로했다. 구호단체 유니세프 또한 인공호흡기 등 신생아와 산모를 위한 필수품을 담은 컨테이너 등도 포르토프랭스의 무장단체에 약탈당했다고 16일 밝혔다. 잔혹한 갱단들은 경쟁 관계에 있는 갱단을 살려줬다는 이유로 일부 의사마저 공공연하게 살해했다. 현재 포르토프랭스에서만 200여 개 갱단이 활개 치지만, 아이티 전체 경찰 수는 채 1000명도 되지 않는다. 최근엔 은퇴한 경찰과 군인을 주축으로 조직된 민간 자경단이 ‘마체테(벌목도)’ 등을 들고 도시 곳곳을 순찰해 갱단과의 추가 마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셰리지에와 긴밀하게 협력했던 또 다른 갱단 ‘델마스95’의 수괴 티 그레그 또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도자, 갱단 이용해 정권 유지 아이티 갱단은 수십 년간 여러 정권과 결탁하며 각종 불법 행위를 자행했다. 특히 1957년부터 1986년까지 29년간 장기 집권한 독재자 프랑수아 뒤발리에 전 대통령과 아들 장클로드 전 대통령 부자(父子)는 개인 군사조직을 꾸려 반대파를 탄압함으로써 오늘날 비극의 씨앗을 뿌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후 지도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90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군부 쿠데타로 해외 도피했던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 또한 미국 등 외세 도움으로 귀국해 재집권하는 과정에서 군대를 해산하고 갱단을 이용해 정권을 유지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정규 군경의 영향력과 위상이 급락했다. 이태혁 부산외국어대 중남미지역원 교수는 “아이티는 ‘국민’은 있지만 ‘국가’는 없는 나라”라며 “갱들이 권력을 전유하고 기성 정치권이 이 갱단에 기생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번 폭력 사태를 주도한 G9 역시 모이즈 정권 당시 집권당 PHTK로부터 자금, 무기, 경찰복, 정부 차량까지 제공받는 대가로 반정부 세력을 탄압했다. 로버트 패튼 미 버지니아대 교수는 AP통신에 “최근 3년간 주요 갱단이 약탈, 인신매매, 마약 밀매, 소형무기 밀수 등으로 많은 돈을 모았다”며 “정치권 통제를 벗어나 갱단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2010년 아이티를 강타한 대지진도 사회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한몫했다. 당시 최소 30만 명이 숨지자 국제사회의 원조가 쏟아졌지만 중앙정부 기능 약화, 부패 등으로 국민들이 구호물자를 제대로 보급받지 못했다. 주요 갱단들은 이 구호물품을 독식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사회 불안을 조장했다. 지진 대응을 위해 파견됐던 유엔구호군은 각종 성범죄 등에 연루돼 쫓겨나듯 철수했다. 그 틈새를 메꾼 갱단은 자신들의 각종 범죄를 ‘사업화’하며 급격히 세를 불렸다. 손혜현 고려대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소 연구교수는 “최빈국 아이티의 유일한 수입원이 국제 원조였는데 그 운영이 극도로 불투명하고 부패해 사회 분열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2016년 이후 8년 넘게 아이티에선 선거가 한 번도 치러지지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2020년 1월 4년 임기인 하원 119석 전체, 6년 임기인 상원 30석 중 20석에 대한 선거가 치러져야 했지만 정정 불안 등으로 불발됐다. 2023년 1월에는 나머지 상원의원 10명의 임기까지 만료됐다. 국민을 대표할 입법부 기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사퇴한 앙리 총리를 대신할 과도정부 구성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G9을 이끄는 셰리지에는 과도정부에 참여해 자신이 직접 정권을 잡겠다는 뜻까지 내비치고 있다.● ‘마약 통로’ 에콰도르, 아르헨도 갱단 난립 이웃 나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콰도르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1987년생 우파 지도자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연소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주요 갱단 ‘로스 초네로스’와의 대립으로 정상적인 국정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스 초네로스는 최근 에콰도르에서 급증한 각종 강력 범죄의 배후로 꼽힌다. 멕시코를 기반으로 전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적 마약 밀매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과 긴밀히 협력하며 중남미산 마약을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다른 갱단 또한 브라질, 알바니아 범죄 조직 등과 연계하며 각종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 로스 초네로스의 수장 호세 아돌포 마시아스는 살인, 강도, 마약 밀매 등으로 징역 3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올 1월 7일 최대 도시 과야킬 감옥에서 탈옥했다. 분노한 노보아 대통령이 이들을 ‘테러 집단’으로 지정하고 군대를 통해 진압할 뜻을 밝히자 거세게 저항하며 정부와 맞서고 있다. 마시아스 탈옥 이틀 후인 1월 9일 과야킬의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는 10여 명의 무장 괴한이 침입했다. 두건과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은 생방송 중인 뉴스 스튜디오에 난입했고 총과 수류탄 등 무기로 방송 진행자와 스태프들을 위협했다. 노보아 대통령을 향해 “우리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도 보냈다. 이런 상황이 약 15분간 여과 없이 생중계됐다. 이후 당국과 로스 초네로스의 대립으로 최소 10여 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 과거 중남미 대표 관광국가였던 에콰도르는 기존 마약 범죄가 심했던 멕시코, 콜롬비아 등에서 마약 단속이 심해지자 최근 각종 범죄 조직으로부터 신(新)마약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일종의 ‘풍선 효과’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2023년 유럽에서 압수된 코카인의 4분의 1이 에콰도르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도 판치고 있다. 2023년 기준 에콰도르의 살인율은 인구 10만 명당 약 45명으로 2016년에 비해 약 9배 급증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노보아 대통령과 경쟁했던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대통령 후보 또한 선거 유세 도중 살해됐다. 마약 카르텔 척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를 눈엣가시로 여긴 일부 마약 조직이 살해 배후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코르도바에 이은 3대 도시 겸 산타페주 주도(州都) 로사리오의 상황도 비슷하다. 세계적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 좌파 혁명가 체 게바라의 고향으로 유명한 이곳은 볼리비아, 브라질, 파라과이 등에서 유럽과 아시아로 향하는 마약 이동의 주요 통로다. 마약 갱단에 의한 폭력 사태가 빈번해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살인이 22건으로 전국 평균보다 약 5배 높다. 앞서 5일 파블로 코코시오니 산타페주 법무장관은 소셜미디어에 반바지만 입고 빼곡히 포개져 앉은 재소자들의 사진을 공개하며 갱단 엄벌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반발한 갱단은 불특정 주민을 대상으로 ‘본보기성 살인’을 자행했다. 이 여파로 택시 운전사, 버스 기사, 주유소 직원 등 최소 4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모두 범죄 조직과 연루되지 않은 평범한 시민이었다. 로사리오 도심을 관통하는 큰길에 “무고한 주민, 택시와 버스 기사, 환경 미화원, 상인들의 죽음이 이어질 것”이란 무시무시한 글이 적힌 협박성 현수막도 나붙었다. 파트리시아 불리치 치안장관은 11일 로사리오를 직접 찾아 “이곳을 마약 밀매 집단의 손 안에 두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집권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연방경찰과 군 병력을 로사리오에 투입하기로 했다. 범죄자들을 추가로 잡아넣기 위해 대규모 교도소 건립 또한 서두르기로 했다.● 갱단 확장 토양은 ‘극심한 경제난’ 중남미의 이 같은 치안 불안은 극심한 경제난과 관련이 깊다. 유엔은 지난해 중남미 인구 전체의 약 29%인 약 1억8100만 명이 빈곤층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UNODC에 따르면 2020년 중남미의 코카인 생산량은 1982t으로, 2014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마약으로 큰돈을 번 주요 범죄 조직이 정규 군경보다 강력한 무기로 무장하는 일도 잦다. 교도소는 갱단 범죄의 소굴로 전락했다. 재소자들은 교도관과 결탁해 마약 밀매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면 새로운 갱단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베네수엘라에선 지난해 9월 탈옥한 갱단 두목이 교도소에 미니 동물원, 수영장, 나이트클럽, 야구장까지 마련하는 등 호화 수감 생활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각국 범죄 조직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는 점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손혜현 교수는 “단일 정부의 노력만으론 초국가적인 집단으로 성장한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에 무리가 있다. 국가 간 협력과 공조가 절실하다”고 주문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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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르메스, 손님 가려가며 버킨백 판매” 美서 소송 당해

    “버킨백은 에르메스의 사업을 ‘꾸준히 지원해준’ 고객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여성 니타 카발레리는 최근 세계적인 명품 에르메스 매장에서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한 매장에 버킨백을 사려고 갔는데, 다른 상품도 함께 사야만 구입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화가 난 카발레리가 미 에르메스 본사에 전화했더니 역시 똑같은 뉘앙스로 대답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대표적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자사를 상징하는 핸드백 버킨백의 판매 전략 때문에 미국에서 소송에 휘말렸다. 20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카발레리와 마크 글리노가는 “에르메스가 버킨백을 판매하며 고객을 선별하는 건 부당하다”며 캘리포니아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버킨백은 한국 기준으로 1500만 원부터 시작해 비싼 건 수억 원에 이르는 최고가 핸드백이지만, 전 세계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당대의 패션 아이콘이던 영국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1946∼2023)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한 버킨백은 “돈이 있어도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버킨백은 일반적으로 매장에 전시되지 않으며, 온라인 구입도 불가능하다. 원고들은 “에르메스 측은 구매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소비자에게만 (프라이빗 룸에서) 버킨백을 보여준다”며 “이 또한 불공정한 영업행위”라고 했다. 원고 측은 에르메스가 독점금지법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발레리 등은 “에르메스는 버킨백을 원하는 수요에 비해 훨씬 부족하게 공급하는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여 소비자에게 자사의 다른 제품까지 함께 구매하도록 강요한다”고 했다. 신상품을 구하기 힘든 에르메스 버킨백은 중고명품시장에서도 엄청난 가격을 자랑한다. 버킨백 중에서도 가장 인기 높은 희귀품으로 알려진 ‘2008 히말라야 버킨백’은 2022년 중고시장에서 63만 달러(약 8억3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르메스 측은 아직 소송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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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킨백’ 아무한테나 안 판다고?…美서 소송 휘말린 에르메스

    “버킨백은 에르메스의 사업을 ‘꾸준히 지원해준’ 고객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여성 티나 카벨레리는 최근 세계적인 명품 에르메스에게서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한 매장에 버킨백을 사려고 갔더니, 다른 상품도 함께 사야만 구입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화가 난 카벨레리는 미 에르메스 본사에 전화했더니 역시 똑같은 뉘앙스로 대답했다고 한다.프랑스의 대표적 명품브랜드 에르메스가 자사를 상징하는 핸드백 버킨백의 판매 전략 때문에 미국에서 소송에 휘말렸다. 20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카발레리와 마크 글리노가는 “에르메스가 버킨백을 판매하며 고객을 선별하는 건 부당하다”며 캘리포니아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버킨백은 한국 기준으로 1500만 원부터 시작해 비싼 건 수억 원에 이르는 최고가 핸드백이지만, 전 세계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당대의 패션 아이콘이던 영국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1946~2023)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한 버킨백은 “돈이 있어도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버킨백은 일반적으로 매장에 전시되지 않으며, 온라인 구입도 불가능하다. 원고들은 “에르메스 측은 구매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소비자에게만 (프라이빗 룸에서) 버킨백을 보여준다”며 “이 또한 불공정한 영업행위”라고 했다. 원고 측은 에르메스가 독점금지법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발레리 등은 “에르메스는 버킨백을 원하는 수요에 비해 훨씬 부족하게 공급하는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소비자에게 자사의 다른 제품까지 함께 구매하도록 강요한다”고 했다.신상품을 구하기 힘든 에르메스 버킨백은 중고명품시장에서도 엄청난 가격을 자랑한다. 버킨백 중에서도 가장 인기 높은 희귀품으로 알려진 ‘2008 히말라야 버킨백’은 2022년 중고시장에서 63만 달러(약 8억 3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르메스 측은 아직 소송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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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불법 이민자 추방법’ 두고, 연방대법-고법 다른 판단에 혼란

    11월 미국 대선의 주요 의제인 이민을 둘러싼 미국 내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사법부가 이민 의제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분열과 대립을 확산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 우위인 미 연방대법원은 19일 “주(州)정부 직권으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수 있다”고 규정한 텍사스주 이민법의 시행을 취소해 달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몇 시간 후 하급심인 연방항소법원(고등법원)은 “해당 법의 시행을 보류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각급 법원의 판단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해당 법으로 인한 논쟁과 대립만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이민정책의 집행 권한이 연방정부와 주정부 중 어디에 있느냐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대선에서 맞붙을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를 ‘동물(animal)’로 지칭하면서 재집권 시 강력 규제를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의 역사적 정체성을 무시할 수는 없고 불법 이민자도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항소법원 판단 오락가락 대법원은 이날 주 당국이 직권으로 불법 이민자를 체포, 구금, 추방할 수 있도록 한 텍사스주 이민법 ‘SB4(Senate Bill 4)’의 집행정지 명령을 해제했다. 야당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지난해 12월 서명한 이 법은 당초 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 추방은 연방정부 고유 권한’이라며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법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그러나 2심을 맡은 제5 연방항소법원은 판결 전까지 법 시행을 일단 허용하는 ‘행정유예(administrative stay)’ 결정을 2일 내렸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가 법의 시행을 막아달라고 대법원에 긴급 요청했지만 이날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법의 타당성은 판단하지 않고, 항소법원에 돌려보냈다. 몇 시간 뒤 항소법원은 “법 시행을 보류하라”며 대법원과 다른 결정을 했다. 법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구두 변론은 20일 진행한다. 대법원과 항소법원의 이날 판결은 모두 법 시행 보류에 대한 결정일 뿐이어서 법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회적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대법원은 최근 잇따라 보수적인 성향의 판결을 내리고 있다. 대법원은 1973년부터 49년간 유지됐던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2022년 6월 폐기했다. 지난해에는 1961년 이후 대학 입시, 공공기관 채용 등에서 비(非)백인을 우대해 온 ‘소수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도 위헌 판결했다. 이날 판결이 이민 정책에 대한 연방정부의 권한을 인정해 온 기존 판례를 뒤집는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2010년 애리조나주가 불법 체류 의심자를 조사해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이민법을 통과시키자 당시 대법원은 위헌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대법원의 이념 성향이 보수 우위로 바뀌면서 이런 기류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공화당 우세 州 , 자체 이민법 제정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텍사스를 넘어 공화당 우세 지역인 다른 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이오와주는 이날 미국에서 추방되거나 미국 입국이 거부된 이민자가 아이오와주를 방문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15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추방된 이민자가 플로리다주를 다시 찾으면 중범죄로 처벌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랫동안 연방정부의 영역이었던 이민 문제를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 직접 다루려는 의지가 커졌다”고 평했다. 국경을 맞댄 멕시코와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멕시코는 텍사스주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해도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주정부가 아닌 연방정부끼리 협상할 문제”라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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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중설 英왕세자빈 외출사진에 “대역” 음모론

    1월 복부 수술을 한 뒤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춰 위중설에 시달리고 있는 캐서린 영국 왕세자빈의 외출 사진이 공개됐다. 그러나 사진 속 인물이 ‘대역 배우’란 주장이 제기되는 등 그의 건강을 둘러싼 음모론이 계속되고 있다. 캐서린빈은 앞서 10일 과거 사진을 편집한 사진을 최근 찍은 새 사진인 듯 공개해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고 하루 뒤 사과했다. 거듭된 논란에도 정확한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왕실을 둘러싼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사건을 캐서린빈의 애칭 ‘케이트’와 ‘사건’을 결합한 ‘케이트 게이트(Kate-Gate)’로 명명했다. 18일 대중매체 더선은 캐서린빈이 남편 윌리엄 왕세자와 16일 런던 근교 윈저성 인근의 한 상점을 방문한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 편한 옷차림의 캐서린빈은 밝은 표정이었고 한 손에는 해당 상점에서 산 물품을 넣은 쇼핑백을 들었다. 직후 이 여성이 대역 배우가 연기한 ‘가짜 케이트’라는 주장을 담은 게시물이 틱톡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급격히 확산됐다. BBC에 따르면 영상 공개 후 불과 24시간 만에 그의 건강 이상설 관련 게시물이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1200만 회 이상, 틱톡에서 11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국민 세금으로 왕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중에게 건강 정보를 감추려고만 드는 왕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애나 화이트록 런던시립대 교수는 “가시성(Visibility)은 군주와 국민 사이의 계약”이라며 “군주의 정당성은 가시성에서 나온다”라고 평했다. 캐서린빈의 시할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또한 생전 “왕실 가족은 눈으로 봐야 믿을 수 있다”며 공개행사에 적극 참여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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