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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어려운데 이런 예산까지 자르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최근 만난 서울의 A 구청장은 기초자치단체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역대급 세수 펑크로 정부가 긴축 모드에 돌입하면서 현장에서 예상치 못했던 예산 삭감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털어놓은 사연은 다음과 같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는 시 산하 시설공단에서 파견 나온 자동차세 미납차량 영치담당요원이 있다. 세금을 안 낸 자동차를 찾아 번호판을 수거하는 요원들이다. 초임 요원은 연봉 3000만 원 안팎을 받는데 서울시가 인건비를 부담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퇴직, 계약만료 등으로 결원이 생겨도 서울시에서 충원을 안 해 준다는 것이다. 25개 구의 영치담당요원 수는 한때 100명에 달했는데 지금은 30여 명까지 줄었다. 서울시는 “추가 채용할 만큼 일이 많지 않다”고 하지만 자치구는 구비를 들여 추가 채용에 나서는 상황이다. A 구청장은 “자동차세는 시비로 들어가는데 부담은 구에 떠넘기는 모양새”라며 “정부의 긴축모드 전환 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해졌다”고 했다. 정부가 총 53조 원의 세수 펑크 사실을 공개하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교부세를 23조 원가량 줄이겠다고 밝히자 지자체들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존 사업은 줄이고, 신규 사업계획은 철회하는 등 각종 고육지책을 쏟아내고 있다. 복지 등 불가피한 사업 유지를 위해 빚을 내는 지자체까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규모가 작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지자체들은 세수 펑크 쓰나미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기초지자체들의 원성이 큰 이장·통장 수당 인상이 대표적이다. 행정안전부는 안전관리, 복지사각지대 발굴 등 역할이 커진 이장·통장 수당 상한을 현행 월 30만 원에서 내년 월 40만 원으로 올렸다. 한데 그 부담은 구청 등 기초지자체가 지게 된다. 충청 지역의 B 군수는 “생색은 중앙이 내고 부담은 지자체가 지는 상황”이라며 “타 지역에서 수당을 올리면 지역 표심에 영향력이 큰 이장·통장들의 반발이 무서워 우리도 안 할 수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체 부담분 때문에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한다고 해도 신규 공모사업을 마다하는 지자체들 역시 적지 않다. 지역 식당을 지정해 저소득 어르신 50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동행식당 사업이 대표적이다. 올해 100% 비용을 부담하는 서울시는 내년부터 자치구가 40%를 부담하는 방안을 내놨는데, 자치구들은 비용 부담을 우려해 사업 참여를 꺼리는 실정이다. 예산 한파 여파로 어르신 수백 명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서울의 한 구청장은 “덥석 물었다가 뒷감당이 안 되는 사업이 적지 않다. 달콤한 사탕도 거부하는 게 요즘 분위기”라고 전했다. 세수 펑크는 거시경제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중앙 정부와 광역지자체의 사업은 물론이고 기초지자체의 아주 작은 사업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종국에는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 공산이 크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멀어질수록 한파가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을 재정 당국이 되새기고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에 영향을 덜 미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사람 살려!”엘리베이터 안에서 남성으로부터 위협을 당한 30대 여성이 소리를 질렀다. 사방이 막힌 장소였지만 다행히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지능형 안전장치 ‘안전 허브(Safety Hub)’가 설치돼 있었다. AI는 영상과 음성을 분석해 ‘위급’ 상황임을 감지한 후 건물관리자와 통합관제센터에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했다. 119 신고도 자동으로 진행됐다.위 사례는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공단)이 23~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에서 소개한 것이다. 이 박람회는 각종 정부 혁신 우수 사례를 소개하는 것으로 기관 99곳이 참여해 혁신 우수 사례를 공유했다.● 스마트 승강기 연말까지 430대 설치공단에서 2022년 선보인 ‘승강기 스마트관제 플랫폼’은 올해 말까지 승강기 총 430여 대에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지하철 1·2호선의 경우 모든 역사 승강기에 도입됐다. 어르신이 승강기 안에서 건강 이상을 호소하거나, 승강기 내 갇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등 다양한 위급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상황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공유되기 때문에 필요시 사고를 당한 당사자가 현장 기사나 응급요원 등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도 있다. 정부는 최근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승강기 스마트관제 플랫폼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I 승강기를 체험한 30대 남성 김경훈 씨는 “정부가 승강기 안전까지 챙기는 것에 놀랐다. 우리 아파트에도 하루빨리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했다.행정안전부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연 이번 박람회는 ‘똑똑한 정부’ ‘편리한 서비스’ ‘안전한 사회’ 등 3가지 영역으로 나눠 전시가 진행됐다. ‘편리한 서비스’ 부스에선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개방해 다양한 융합서비스로 이어진 사례를 선보였다. 행안부는 KTX와 SRT 승차권 예매, 자동차 검사 예약, 국립수목원과 국립자연휴양림 예약, 문화누리카드 이용 등 7종의 서비스를 민간 앱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서비스를 개방했다. 신용식 행안부 공공서비스국장은 “공공데이터 서비스 민간 개방은 정부 혁신 대표 사례”라며 “민간과 공공이 공유하는 디지털 혁신 사례를 앞으로 더 많이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체험부스도 인기인천공항에서 도입한 스마트패스 서비스도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여권을 꺼내지 않고 얼굴 인증만으로 출국장과 탑승구를 편하게 통과하는 차세대 비대면 신원확인 서비스다. 1회 등록하면 5년 동안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할 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스마트패스를 활용하면 전용라인을 이용할 수 있어 출국 수속 시간이 최장 31분까지 단축된다. 인천공항 측은 스마트패스를 통해 7년 동안 약 45억 원의 경제유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가 국민들에게 스마트패스를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 주요 공항에 적용된 서비스를 더 늦춰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신속하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번 박람회에는 각종 체험부스도 마련돼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었다.공단은 음주운전 체험 시뮬레이션, 이륜차 시뮬레이터 등도 운영했다. 구명조끼 미착용 상황을 가정한 가상현실(VR) 해양안전 체험관도 큰 인기를 얻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한 스마트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설비 제조공정 체험에는 어린이 관람객들의 참여가 이어졌다.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앞으로도 정부 혁신을 통해 국민 한 분 한 분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민연금공단 광주지역본부(본부장 윤중선)는 20일 화합과 통합의 상징인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최근 발표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자문단 회의를 개최했다. 김정학 연금공단 연금이사 주재로 열린 이번 자문회의에서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대한 광주와 부산 지역 세대별 대표 자문위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윤 본부장은 “연금개혁이 지역, 연령과 상관없이 중요한 미래 이슈임을 공감하자는 취지로 광주와 부산이 함께 화개장터에서 회의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광주 대표로 참석한 전남대 정은우 학생은 “개혁안이 어려운데 쉬운 용어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등을 활용해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자문위원인 이종만 경남복지경영연구원장은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등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고향사랑기부제의 기부금 상한액을 현행 500만 원에서 최소 2배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5일 법안소위를 열고 현재 국회에 발의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500만 원인 기부금 상한액을 1000만 원 이상으로 올리는 안, 상한액을 일본처럼 아예 없애는 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행안위 관계자는 “기부금 상한액을 올리는 것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없지만, 얼마나 올릴지는 논의해 봐야 한다”며 “상한액이 결정되면 차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현재 10만 원인 전액 세액공제 한도를 인상하는 논의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자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10만 원 초과분은 16.5%) 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10월 말 기준 전국 지자체에 모인 기부금은 340억 원으로 예상을 밑돌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상한액을 높이면 고액 기부자가 늘고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잠시만, 이따 건너자.”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초등학교 후문 앞. 중학교 3학년 유모 군(15)이 하굣길 친구들과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멈칫했다.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사각형 모양의 ‘보행자용 도로전광표지(VMS)’에 ‘차량 위험’이란 글자가 떴기 때문이다. VMS는 상황에 따라 ‘충돌 위험’, ‘차량 주의’ 등의 내용도 알려준다. 이 횡단보도는 폭이 좁아 신호등을 만들기 어려운 곳인데, 차량 통행이 많아 자녀를 둔 주민들의 우려가 컸다. 유 군은 “신호등이 없어 건널 때마다 긴장됐는데 위험을 알려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위험 경고 유 군과 친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VMS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공지능(AI) 안전관리 시스템’의 일부다. 행정안전부가 ‘취약계층·시설 등 안전사고 예방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개발해 시범 운영 중인 이 시스템은 스쿨존 내 불법 주행을 단속하고 사고위험을 신속히 탐지해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기능은 ‘보행자 안전관리’다. 스쿨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위험 상황을 신속히 탐지해 보행자와 운전자에게 경고해 준다. 예를 들어 이륜차나 개인형이동장치(PM)가 보행자 도로를 주행하거나 보행자가 공을 잡기 위해 도로로 갑자기 뛰어드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탐지해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 이날 기자가 1시간가량 지켜본 VMS 화면은 도로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었다. 평상시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란 글자가 떠 있었다. 그러다 차량과 보행자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차량 위험’ 또는 ‘차량 주의’ 문구가 나타났다. ‘차량 위험’은 보행자의 인지 반응 시간(3초)을 고려해 충돌 예상 시간 4.5초 전에 뜨게 설정돼 있다. ‘차량 주의’는 충돌 예상 시간 5.5초 전에 나타난다. 시범 설치 지역 중 한 곳인 서초초교 앞 교차로는 서초대로 73길과 강남대로 61길이 교차하는 곳이다. 차량 통행이 많지만, 보행자 신호등이 없는 좁은 횡단보도로만 이뤄져 있다.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까지 있어 사고 위험이 큰 곳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곳에선 평일 등교시간(오전 8∼9시) 하루 최대 161건의 일시정지 위반이 발생했고, 하교시간(오후 2∼3시)에는 하루 최대 683건의 무단횡단 위험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초초교에 자녀를 보낸다는 학부모 남모 씨(46)는 “강남역이 근처다 보니 차량 통행이 많아 항상 걱정이 많았다. 이제라도 AI 시스템이 도입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VMS는 보행자뿐 아니라 차량 운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스쿨존 한쪽에는 운전자를 위한 차량용 VMS가 별도로 설치됐다. 운전자가 보행자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화면을 통해 ‘보행자 위험’, ‘보행자 주의’ 등의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면 ‘무단횡단 위험’이란 문구가 뜨기도 한다. ● CCTV 한 대로 경찰·지자체 단속 정보 제공 스쿨존 AI 안전관리 시스템은 향후 반칙운전 단속에도 활용될 수 있다. 현재 폐쇄회로(CC)TV를 이용한 교통단속은 경찰과 지자체가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과속, 신호 위반, 정지선 위반 등을 담당하는 CCTV를 관리한다. 또 지자체는 CCTV를 활용한 주정차 위반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AI 안전관리 시스템이 도입되면 통합 단속이 가능해진다. 행안부 관계자는 “AI 프로그램이 설치된 CCTV는 모든 불법 행위를 자유자재로 포착해 경찰과 지자체에 각각 보고할 수 있다”며 “아직 단속에 도입하진 않았지만 시범 운영을 통해 데이터가 쌓이면 실제 단속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I 안전관리 시스템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통합관제센터로 해당 사실을 통보하는 역할도 한다. 이 내용은 119안전센터로도 즉각 전송돼 보다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이지선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AI 안전관리 시스템은 기존의 단편적 시설 개선이나 처벌 강화 방식보다 과학적이고 효율적”이라며 “앞으로 ‘저비용 고효율’로 어린이 교통안전 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앞으로도 스쿨존 AI 안전관리 시스템과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를 더욱 확대해 어린이가 안전한 생활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시정지 의무’ 스쿨존 횡단보도, 15분간 차량 41대 안 지켰다 보행자 없어도 ‘우선멈춤’ 1대 그쳐법시행 직후보다 위반 늘어지난해 7월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자동차 운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설치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해야 한다. 과거에는 보행자가 없으면 멈추지 않고 주행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무조건 멈춰야 한다. 위반 시 운전자에게 승용차 기준으로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법 시행 후 1년 4개월이 지났는데 실제로는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을까. 평일인 이달 2일 오후 4시경 동아일보 기자가 서울 서초구 서초초등학교 앞 스쿨존을 지켜본 결과 15분 동안 차량 41대가 신호등 없는 스쿨존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반면 일시정지 의무를 지킨 차량은 2대에 불과했는데 그중 1대는 보행자를 보고 멈췄다. 보행자가 없어도 정차한 차량은 1대에 불과했다. 일시정지는 스쿨존뿐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올 8월 일시정지를 지킨 차량 수는 지난해 8월보다 5.7% 감소했다. 일시정지 규정이 유명무실한 건 단속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일시정지는 자동차의 바퀴 4개가 완전히 멈추는 걸 의미한다”면서도 “정확히 몇 초 동안 멈춰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도 “속도를 거의 멈춘 듯한 상태에서 다시 높이는 차량이 적지 않은데 이 경우 논란이 있을 수 있어 현실적으로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스쿨존 인공지능(AI) 안전관리시스템’을 활용한 단속이 시작되면 ‘스쿨존 일시정지’ 규정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알고리즘이 탑재된 카메라가 기존에 학습된 데이터를 통해 판단하기 때문에 사람의 눈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일시정지 위반 여부를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AI를 활용해 스쿨존부터 단속을 강화하고, 적발되는 경우 높은 범칙금을 물리면 ‘일시정지’ 문화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서로에 대한 칼날을 숨기고 있어서였을까. 당시 모임을 지켜본 이들은 분위기가 퍽 화기애애했다고 돌이켰다. 올 7월 11일 옛 경기지사 공관인 수원 도담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만났던 자리 얘기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들의 4번째 공식 회동이었다. 당시 한 참석자는 “누가 여당이고, 야당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오 시장은 “3개 시도가 지속해 논의하면 복잡한 과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 없다”고 했다. 유 시장도 “‘오직 국민, 오직 나라’라는 대명제에 공감하면서 문제에 접근하자”고 말했다. 김 지사는 “행정구역과 당리당략을 넘어섰다”며 웃었다. 하지만 훈훈했던 분위기는 최근 미묘한 긴장으로 바뀌고 있다. 발단은 서울시가 9월 11일 수도권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권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경기도와 인천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발표 약 일주일 전 공문을 보내 참여를 타진했다고 한다. “협의 요청이 아니라 통보”라는 반발이 나올 만했다. 특히 7월 회동에서 오 시장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에 김 지사뿐 아니라 같은 여당 소속인 유 시장 측도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아쉬운 건 경기도의 행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심하던 김 지사는 기후동행카드 발표 한 달여 만에 불참을 선언했다. 그 대신 교통비 20%를 환급하는 ‘The 경기패스’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 주민들의 혼란이 불 보듯 뻔함에도 일단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서울시의 소통 부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했던 상황에서 김 지사가 통 크게 협의에 나서며 ‘윈윈’하면 어땠을까. 여기에 인천까지 자체 카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나서며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3인방의 치적 쌓기 경쟁이 지방선거 1년여 만에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정치적 셈법이 수도권 주민들의 편익보다 앞선 셈이다. 세 단체장의 협치 분위기를 반겼던 2600만 수도권 주민들은 불편한 시선으로 이들의 공방을 지켜보고 있다. 여기에 김포시 서울 편입 논란까지 불거지며 불협화음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은 1일 “도시가 발전하고 확장하면서 주변 도시와 경계가 이어지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긍정 검토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 지사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김포 편입 논란이 자칫 서울 인접 12개 기초단체로 확산될 수 있고, 김 지사의 ‘경기북도 구상’을 무산시킬 수 있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강화군과 서구 사이가 김포로 단절된 인천 역시 논란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사회의 극단적 정치 지형 속에서 수도권 단체장 3인방의 협치 노력은 울림이 작지 않았다. 정치적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고 수도권 교통카드부터 협치의 산물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양보하며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이 국민들의 더 큰 박수로 돌아올지 모른다. 김포마리나, 인천 월미도, 서울 노들섬, 도담소에서 같이 맥주잔을 부딪쳤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서울 동작구(구청장 박일하)는 무주택 청년을 위한 청년안심주택 공공임대 물량을 확보해 11월에 입주자를 선정한다고 31일 밝혔다. 청년안심주택은 청년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역세권 입지에 시세 대비 30∼5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구는 당초 연내 6채를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의 추가 협의를 통해 7채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에 총 13채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우선공급 대상자는 15일 선정한다. 우선공급 대상자는 공고일 기준으로 동작구에 주소를 둔 19∼39세 무주택자와 미혼인 저소득층 청년이다. 최종 선정된 입주자는 내년 1∼4월 입주하게 된다. 박일하 구청장은 “저소득 청년의 자립을 위해 청년안심주택 동작구 우선 공급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24일 오후 1시경 경기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 적재 불량이 의심되는 4.5t 흰색 트럭이 들어서자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차량 적재함 부근을 집중적으로 촬영했다. 이 사진은 한국도로공사(도공) 서울영업소 사무실로 실시간 전송됐다. 근무자인 유재순 주임은 사진을 꼼꼼하게 확인한 후 적재물이 제대로 결박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불량을 확인한 유 주임은 ‘고발 버튼’을 눌러 내부 시스템망에 위반 사실을 등록했다. AI 카메라가 이미 차량번호를 확보했기 때문에 별도의 신분 확인이나 차량번호 입력은 필요없다. 유 주임은 “AI 카메라를 통해 원스톱 적발 및 등록이 가능해졌다”며 “이곳에서만 매달 평균 200여 대의 적재 불량 차량을 적발해 경찰에 넘긴다”고 말했다. 도공은 올 5월부터 AI 카메라로 화물차 적재물이 제대로 실렸는지 확인하는 ‘AI 적재 불량 판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AI는 적재함 문이 개방돼 있거나, 짐을 감싸는 덮개가 없는 위험 화물차의 사진 약 300만 장을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적재 불량 의심 차량을 자동 분류하고 있다.● AI 카메라 도입 후 단속 실적 2.4배로 증가 기존에는 사람 눈으로 일일이 모든 차량을 확인해 적재 불량을 잡아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의심스럽다고 분류한 차량만 사람이 들여다보고 적재 불량 여부를 판별한다. 실제로 AI 시스템은 5∼7월 19개 영업소, 48개 차로에서 적재 불량 의심 차량 94만 대를 분류해냈다. 도공 관계자는 “AI 시스템을 활용하면 불량 적재 차량 적발에 드는 인력이 98.5% 절감된다”고 했다. AI가 사람보다 꼼꼼하게 잡아내다 보니 적발 실적도 늘었다. AI 시스템을 도입한 19개 영업소는 올해 3863건을 적발한 후 경찰에 제보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634건)의 2.4배로 늘어난 것이다. 정확도도 크게 높아졌다. 도공이 경찰에 통보한 차량 중 실제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지난해 5∼7월 40.8%에 불과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82.1%가 됐다. 다만 도공은 트럭의 적재 불량을 현장에서 단속할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AI 카메라가 적재 불량을 잡아내더라도 바로 시정하는 대신 모아서 주기적으로 경찰에 제보하고 있다. 도공 관계자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적재 불량을 적발하더라도 해당 차량이 계속 도로를 달리게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낙하물 사고 등 다른 차량과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속도로 파손 탐지에도 AI 활용 AI 카메라는 고속도로 파손을 찾아내는 것에도 활용된다. 도공은 2020년 AI 카메라가 장착된 ‘포장파손 자동탐지장비’를 도입했다. 승합차 전면부에 달려 있는 AI 카메라가 도로 표면을 비추면서 도로가 파인 ‘포트 홀’을 감지하는 것이다. 다양한 포트 홀 사진을 학습한 AI 카메라는 시속 60km 이상으로 달리면서 3개 차로의 도로 파손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본보 기자는 24일 AI 자동탐지장비가 장착된 도공 차량에 동승했다. 차량이 경기 용인시 남사진위 나들목(IC)을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데 10여 분 만에 ‘도로 파임이 발견됐습니다’라는 안내음과 함께 화면에 실제 포트 홀 사진이 떴다. ‘5개 차로 중 2차로에 위치해 있다’, ‘가로 28cm, 세로 28cm 크기’ 등 상세한 정보도 제공됐다. 이 내용은 곧장 도공 본사 서버로 전송됐다. 이날 남사진위 나들목과 안성 나들목을 왕복하는 약 30분 동안 AI 카메라는 4개의 도로 파임을 잡아냈다. 도공은 앞으로도 AI 등을 적극 활용하며 장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도공은 올해 도로 포장 파손을 탐지하는 차량 후면부에 ‘라인 스캔 카메라’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응력완화줄눈 점검을 위해서다. 여름철 열기에 콘크리트가 솟아오르는 걸 막기 위해 도로를 5∼10cm 간격으로 띄어 놓은 게 응력완화줄눈이다. 이 간격이 줄어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라인 스캔 카메라를 통해 탐지 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준상 도공 정보통신기술(ICT)융합연구실 연구위원은 “첨단 기술을 장착한 탐지 차량이 더 많아지고 데이터가 쌓이면 도로의 포장 상태를 등급화해 시급한 도로부터 보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속도로 안전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비행 드론이 도로 점검… 위급땐 “대피하세요” 안내도 도로公, 드론 1대 시범운영 중차 막혀도 이동-점검에 지장 없고사람 손 안닿는 교량점검도 가능 최근 통영대전고속도로 상공에는 드론이 지상 40∼60m에서 매일 9시간씩 날아다닌다. 이 드론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한국도로공사(도공)에서 띄운 것으로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며 비행한다. 그러다 교통사고나 화재 등의 상황이 생기면 관제실에 즉각 전달한다. 또 드론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시민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안내도 한다. 도공은 ‘자율비행드론’ 1대를 시범도입했다. 시범운영 지역에선 고속도로 관리 및 비상 상황 대처가 더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는 도공 직원들이 차를 타고 직접 순찰했다. 문제는 차가 막힐 경우 곳곳을 이동하며 살피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활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특정 구간만 비추고 있어 구석구석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드론은 다양한 지역을 이동하며 자세히 살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영봉 도공 차장은 “지금은 드론 영상을 사람이 보고 대처해야 하지만 내년 말 도입 예정인 기술을 활용하면 위급 상황에 드론이 알아서 알람까지 보내주게 된다”고 말했다. 드론은 고속도로 교량 점검에도 활용된다. 61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 드론’이 전국 교량의 안전을 점검 중이다. 드론을 활용하면 사람 손이 닿기 힘든 곳도 촬영해 점검할 수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도 탑재돼 사진을 찍은 위치 정보까지 기록된다. 이를 활용하면 촬영한 사진을 3차원 디지털 화면으로 재구성해 전체 교량의 안전을 살필 수 있다. 도공은 지난해 교량 36개를 드론으로 점검했는데 점검 시간이 개당 평균 51시간 18분 소요됐다. 드론이 아닌 사람이 할 때 평균 60시간 18분이 걸렸던 걸 감안하면 약 15%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여기에 드론은 0.2㎜에 불과한 미세 균열까지 잡아낼 수 있어 기존 방식보다 약 10% 많은 손상 부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윤기덕 도공 차장은 “드론을 활용하며 교통통제 없이 정확하게 균열을 체크할 수 있다”며 “한 번에 두 대가 동시에 자율주행으로 비행하며 효율을 더 높이는 기술을 연내에 개발해 내년부터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자양동의 한 주차장. 눈앞에 인공지능(AI) 안전관리 시스템 ‘라이더로그’를 장착한 전동킥보드가 세워져 있었다. 겉 모습만 보면 다른 전동킥보드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평범하다’는 인상은 30분가량 주행한 후 완전히 바뀌었다. 라이더로그는 모빌리티 안전관리서비스 스타트업 ‘별따러가자’가 개발한 안전관리시스템이다. 탑재한 AI 모션센서로 이동장치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한다. 예를 들어 라이더로그를 부착한 전동킥보드에 충격이 발생하면 AI가 사고 여부를 판단해 본사에 알리는 식이다. 기자는 주행 중 테스트를 위해 전동킥보드를 한 차례 바닥에 넘어뜨렸다. 그러자 라이더로그는 사고가 났는지 묻는 메시지를 기자의 휴대전화로 계속 전송했다. 답하지 않고 90초가량 지나자 관제실 직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AI가 ‘보고를 하기 어려울 정도의 위급한 상황’으로 인지한 것이다. 라이더로그 관제실 관계자는 “전동킥보드에 충격이 감지된 순간부터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사고 대처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로 이륜차 안전운행 정도 판단 주행을 마치고 관제실을 방문하니 모니터에 기자가 전동킥보드로 움직인 경로가 그대로 나와 있었다. 구간별로 주행 속도도 기록돼 있었다. 급가속 및 급감속, 급회전 및 과속 여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도를 달리는지 차도를 달리는지도 기록된다. 라이더로그 관계자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모션센서를 통해 AI가 보도블록 위를 주행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떨림을 인식한다”며 “이를 통해 블랙박스로는 알기 어려운 주행 정보를 확인하고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규정한 위험 주행이 발생했는지 체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더로그 같은 AI 모빌리티 안전관리시스템과 모션센서 기술은 현재 상용화 초기 단계다. 하지만 조만간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다양한 개인형이동장치(PM)와 이륜차 위험운전 관리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운전 습관을 파악하고, 얼마나 개선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를 활용해 이륜차 사고가 많은 지역과 구간의 사고 방지 시설을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정책본부장은 “이륜차 운전자 중에는 반칙주행이 일상화된 라이더들이 상당수 있는데 AI 모션센서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해 주행 이력을 점검하고 안내하면서 자연스럽게 안전운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륜차 사고 사망자는 484명으로 2021년(459건)보다 5.4% 늘었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735명으로 전년(2916명) 대비 6.2%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륜차 반칙 운전은 단속이 어렵다 보니 사고가 줄지 않는다”며 “AI 폐쇄회로(CC)TV 등 첨단 기술을 통해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 중인데 AI 모션센서 등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전주행 이력 보증용으로 활용 가능” AI 모빌리티 안전관리시스템은 향후 운전자의 안전주행 이력을 보증하는 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 주행 이력을 평가해 안전운전 마일리지를 주고 이를 보험료 납부 등에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일정 마일리지가 쌓이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 특히 이륜차는 보험료가 일반 차량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영세 라이더가 많다 보니 보험에 가입한 이가 많지 않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륜차의 보험가입률은 51.8%로 일반 자동차(96.4%)보다 한참 낮았다. 김경목 별따러가자 공동대표는 “라이더로그를 이용해 안전주행 이력을 쌓으면 보험료를 최고 10% 할인해 주는 방안을 금융회사와 논의 중”이라며 “대출 금리 혜택 등을 주는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의 경우 이미 비슷한 방식으로 안전운전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며 “첨단 기술을 활용하며 이륜차에도 적용하면 중장기적으로 안전운행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세계 각국은 이륜차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첨단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주행 중 정면을 주시하면서 헬멧 선글라스에서 내비게이션 화면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선글라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독일과 홍콩 기업들이 이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독일 BMW는 올 7월 베를린에서 열린 ‘BMW 모토라드 데이’에서 ‘커넥티드 라이드 스마트 글라스’로 불리는 오토바이 운전자용 스마트 선글라스를 공개했다. 운전자의 선글라스와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필요한 화면을 선글라스에 띄우는 장치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내비게이션 화면을 실시간으로 선글라스에 띄울 수 있다. 오토바이 핸들을 통한 주행 중 스마트폰 조작도 가능하다. BMW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운전자가 주행 중 스마트폰을 조작하느라 전방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일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내비게이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자유롭게 선글라스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홍콩 기업 블루캡 역시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해 내비게이션 화면을 헬멧 선글라스에 띄우는 오토바이 운전자용 특수 선글라스 ‘블루캡 모토’를 선보였다. 이 선글라스의 오른쪽 렌즈에선 내비게이션에 뜨는 각종 운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블루캡 측은 쌀알 크기만 한 초소형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를 안경 다리 부분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구현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운전자가 전방만 주시하면 이륜차 안전 운전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장치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BMW의 스마트 선글라스는 주행 중 핸들 바를 통한 화면 바꾸기 기술이 최신 오토바이 모델에만 적용된다. 또 배터리 지속 시간이 10시간에 불과한 점도 한계다. 대당 가격도 750달러(약 101만 원)로 높은 편이다. 블루캡 모토 역시 소매가가 399달러(약 54만 원)다. 한국교통연구원 측은 “가격과 범용성을 넓혀야 오토바이 라이더들에게 보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정보기술(IT), 자동차 업계도 해당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륜차 스마트 선글라스는 현재 국내 기업의 기술력으로 구현이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술적 측면에서 어려운 건 아니지만 선글라스에 내비게이션 화면 등이 투사되면 보행자 사고 등 돌발 상황 시 대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기술적 보완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순차적으로 도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서울 마포구(구청장 박강수)는 20일부터 사흘 동안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에서 ‘마포나루 새우젓축제’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이 축제는 조선시대 새우젓 장터로 유명했던 마포나루의 옛 모습을 현대식으로 재현한 행사다. 축제는 새우젓을 싣고 입항하는 배를 맞이하러 가는 ‘마포나루 사또 행차 행렬’로 시작된다. 마포구청 앞 광장부터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까지 포구문화를 재현한 거리 행진을 진행하는 것이다. 구는 축제 기간 평화의광장 난지연못에 발광다이오드(LED) 황포돛배를 띄우기로 했다. 새우젓 김치 담그기 등 체험행사도 열린다. 축제에선 새우젓 산지로 유명한 전북 부안군, 전남 신안군, 충남 보령시 등에서 8개 업체가 참여해 시중 판매가보다 10∼15% 저렴하게 젓갈을 판매한다. 구 관계자는 “수익금은 마포복지재단과 연계해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건립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마포구는 이번 행사를 친환경 축제로 진행할 방침이다. 박 구청장은 “소각 쓰레기 감량에 앞장서기 위해 먹거리 장터에서 사용하는 식기류 일체를 다회용기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현재 한·일 양국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해지고 있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3일 일본 총무성에서 열린 스즈키 준지 일본 총무대신과 장관급 양자 회담에서 “행안부와 총무성도 상호협력을 강화해 나가길 바란다”며 이 같이 말했다. 행안부 장관의 일본 총무성 방문은 2007년 10월 이후 16년 만이다.스즈키 대신은 “올해 한·일 간 정상회의가 6차례나 열리는 등 양국 관계 개선이 궤도에 올랐다. 한국 정부와 쌓아온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양국 장관은 차관급 ‘한·일 내정관계자 교류 회의’를 6년 만에 재개해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 등 양국 공통 과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인력의 상호 초청 파견 등 교류도 활성화할 계획이다.이 장관은 스가 요시히데 전 내각총리대신,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대신과 만나 지역소멸 대응과 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협조방안을 논의했다. 스가 전 총리는 우리의 ‘고향사랑기부제’의 롤모델 격인 일본의 ‘고향 납세제’를 최초 제안한 바 있다.이 장관은 “한·일 정상의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복원된 만큼, 행안부와 총무성 간에도 미래지향적 관계가 구축되길 바란다”며 “한일의 긴밀한 정책 협력을 바탕으로 지방시대 구현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올 4월 대전에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배승아 양의 오빠 송승준 씨는 장례를 치른 뒤 거의 매일 국회 홈페이지를 찾고 있다. 동생이 떠난 뒤 정치권에서 우후죽순으로 내놓은 법안들이 제대로 추진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음주운전 방지 관련 법 발의에 누가 참여했고, 언제 상임위가 열리는지 등을 일일이 점검한다고 했다. 국회에서 관련 회의가 열리면 회의록까지 꼼꼼히 읽는다. 어느 의원이 적극적인지 등도 체크한다고 했다. 송 씨는 “승아가 떠나고 한 달 지나자 국민들의 관심도 줄고 국회 논의도 더뎌져 답답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승아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의미 없이 보낼 순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남겨진 승아의 친구들이 조금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게 하려면 ‘승아의 비극’이 잊혀져선 안 된다고 여겼다고 했다. 세상이 변하지 않으면 희생자가 또 나올 수밖에 없다고 봤다. ‘배승아’라는 이름이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을 조금 더 오래 유지시키는 동력이 되길 바랐던 것이다. 유족들의 간절함은 조금씩 변화를 만들고 있다. 승아가 떠난 지 6개월 만에 상습 음주운전자에게 시동잠금장치를 의무 부착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르면 내년 말부터 5년 내 2회 이상 음주운전이 적발된 경우 이 장치를 부착해야 면허를 재발급받을 수 있다. 이 장치가 부착되면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음주 측정을 해야 하는데 술을 마시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상습 음주운전자의 음주운전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장치다. 미국 유럽 등에선 한참 전 도입돼 큰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선 승아 양이 떠나기 전까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했다. 법 통과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본보가 승아 양 사고 직후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법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올 5월 1호 법안을 발의했을 때만 해도 금방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장치 설치 비용 등이 이중 처벌이라는 지적 등이 나왔다. 정치권 안팎에선 ‘총선이 얼마 안 남았는데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국회 상임위 논의는 수개월째 답보 상태를 보이다 9월에야 여야의 우선 처리 민생법안으로 상임위를 통과했고, 10월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관계자는 “여당이 의지를 잃지 않고 이 법을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올린 건 ‘배승아’라는 이름이 갖는 힘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 씨는 “시동잠금장치법이 통과되면서 그래도 세상이 조금씩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상습 음주운전자의 신상 공개 및 처벌 강화, 스쿨존 방호울타리 의무화 등 승아가 남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민생법안들을 통과시킨 여야 내부에선 ‘총선 준비도 바쁜데 이 정도면 할 만큼은 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여전히 수북이 쌓인 법안 하나하나에 또 다른 승아들의 이름이 서려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러닝 인구가 많아지고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늘었습니다. 대회라기보다 가을축제라는 생각으로 함께 달리고 호흡하면 좋겠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은 ‘2023 서울달리기’를 사흘 앞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달리기는 이제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을 러닝 스포츠 대회가 됐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또 “서울달리기가 시민의 건강한 생활의 기초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철인3종 경기를 완주한 경험이 있는 오 시장은 평소 달리기를 통해 건강을 챙긴다. 그는 “달리기는 특별한 장비 없이 ‘뛰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시작할 수 있다”며 “삶의 활력과 근력을 키워줄 뿐 아니라 마음을 침착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진정 효과도 있어 바쁜 도시인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달리기 관련 정책을 강화할 방침도 밝혔다. 그는 “최근 미국과 캐나다 출장에서도 도심 속을 자연스럽게 걷고 뛸 수 있는 환경을 둘러봤다”며 “서울의 매력 요소를 계속 발굴하면서 도심 속 녹지 공간을 확대해 걷기 좋고 달리고 싶은 도시를 시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도로를 전면 차단하고 공사를 하는 게 효과적인가? 아니면 시민 불편을 고려해 부분 통제를 통해 점진적 공사를 하는게 나을까?’전국의 도로 안전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들은 최근 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고속도로가 늘어나면서 전면 보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시민 불편을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365일 24시간 쉼 없이 운행되는 고속도로들은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30년 이상 된 노후노선은 2020년 기준 258km로 전체의 6%에 불과하지만 2040년에는 전체의 60%가 넘는 3000km에 이르게 된다. 특히 노후된 교량과 터널 등의 구조물은 2040년 8000개 소에 달해 현재의 24배로 증가한다. 대규모 장기간 유지보수공사가 빈번하게 발생 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 기간 줄이는 전면차단 공사고속도로는 도로를 부분 차단하는 방식의 보수를 주로 진행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작업시간 부족과 작업구간 협소로 인해 품질확보에 불리하다. 또 공사기간 또한 길어지고, 사고 위험도 높다.품질 확보와 안전 측면에서 통행을 전면 제한하고 대규모 집중 공사를 하는 게 효율적이지만, 국민 거부감과 우회지역 교통 쏠림에 대한 우려가 있다. 화재상황이나 비탈면 유실 등 통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한해 제한적으로만 전면 통행제한 공사를 실시하는 편이다. 교통업계 관계자는 “공사의 효율성과 주민 불편이라는 두 개의 상충되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고 말했다.반면 미국, 독일, 스페인, 일본 등 주요 교통 선진국에선 최소 1주에서 최대 3년 까지 전면통행제한 방식의 공사를 더 자주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은 2025년 3월까지 A-37 도로를 전면 통제하면서 재포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연방도로청의 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면통행 제한 방식은 공사기간을 63~95% 줄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 국내 첫 시도된 전면 통제 공사국내에서도 최근 고속도로를 전면통제 후 보수 공사가 처음 진행됐다.도로공사는 국토교통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과 적극 협의해 중부고속도로(남이JCT~오창JCT) 18km 구간에 대한 ‘전면차단 방식 집중 유지보수공사’를 진행했다. 6월 12일 오전 9시부터 5일간 통제가 이뤄졌다. 주변 민자고속도로로 차량을 우회시켜 단기간 집중공사를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부분 통제를 통한 보수를 진행하면 72일이 소요되는 공사 기간을 5일로 단축시켰다.도로공사 관계자는 “36년 노후화된 고속도로를 우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재포장하려면 전면 차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짧고 굵게 공사한 덕에 이용자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최소화 됐다고 자평한다” 설명했다.공사 기간만 단축된 건 아니다. 전면차단공사는 공사비용 절감과 교통안전 확보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부고속도로 전면차단공사의 종합적인 경제성 분석결과 기존 부분통행제한 방식 대비 총 17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작업장을 전면통제하면서 작업자의 안전도 확보된다는 장점도 발휘됐다.뿐만 아니라 부분차단 재포장 공사의 포장수명이 평균 12년인데, 전면포장을 하면 수명이 1.6배인 19년으로 늘어난다는 분석도 나왔다.한국도로공사는 국민 공감대 확대를 통해 각 노후도로 보수에 전면차단 방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전면차단 시행근거와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통행제한에 대한 관련 절차 마련할 방침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전면차단 공사는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중요하고,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방식”이라며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고 대국민 홍보를 통해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한창일 때는 하루 5000마리 이상도 잡았는데, 이제는 100마리도 어렵다.” 40여 년 동안 강원 동해 속초시 앞바다에서 오징어잡이를 해온 박정기 채낚기경영인협회장은 최근 생업을 위협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동해 오징어가 사라지면서다. 며칠 전에는 하루 동안 잡은 오징어가 40마리밖에 안 됐다. 조업량이 전성기 때의 100분의 1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박 씨는 “인건비와 기름값 등 비용을 빼면 적자다. 이대로는 먹고살기 어려워 오징어잡이를 포기하기 직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해 오징어잡이 어민들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오징어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하면서다. 2022년과 지난해 어획량이 매년 반 토막 나더니 올해는 씨가 마를 지경이다. 고육지책으로 큰 배들은 최근 오징어가 잡힌다는 서해나 러시아 해역까지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기름값 등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어종 변경도 쉽지 않다. 배에 설치된 장비를 바꾸고, 새 어종에 맞는 그물을 설치하려면 수천만 원이 들기도 한다. 어민에 이어 오징어순대 등 관련 식당과 가게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박 씨는 “TV에서나 보던 기후변화가 내 생업에 위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박 씨가 느끼는 위기감은 비단 오징어 관련 종사자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어촌 마을 곳곳에선 기후변화로 인한 어종 변화가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미 많은 어민과 지방자치단체, 연구소들이 어종 변화에 맞서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강원도는 미래 어획량 급감에 대비하기 위해 총 300억 원을 투입해 연어스마트양식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있다. 연어 명태 양식 종합데이터를 구축하고, 우수 종자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다. 시스템이 갖춰지면 동해에서 어획량이 급감하는 어종을 맞춤형 양식으로 보완하게 된다. 바다가 없는 충북의 도전도 흥미롭다. 아이슬란드에서 수입한 연어 수정란을 민물에서 성체로 키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거꾸로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본성을 넘어 민물 양식장에서만 자라는 연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국, 스위스 등 수산강국들이 시도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여러 변수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올해는 청정 지하수를 도입해 진전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전남 완도군은 바다 수온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육지에서 500m가량 떨어진 해저 심층수를 육상의 양식장으로 끌어와 사용한다. 양식장 물을 하루 30회 교체하고, 겨울에는 대형 전기온수기를 활용해 청정 양식 환경을 유지한다.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냈지만 기후위기가 우리의 생존까지 위협하리라 생각하는 도시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과 조금 더 가까이 사는 어민들은 코앞까지 다가온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투를 펼치고 있다. 일본 오염수 방류로 가뜩이나 어려운 이때 어민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회 한 접시를 주문해 보는 건 어떨까.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정부 부처의 차관보와 실장의 차이를 아시나요?” 정부 조직 개편을 취재하다 공무원 10여 명에게 이 같은 질문을 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 자리를 없애고 차관보 직위를 신설하는 배경이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공무원 대부분은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했다. 인사 업무를 담당해 본 한두 명만 어렴풋하게 차이를 알고 있었다. 한국 공직사회에서 차관보와 실장은 계급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두 직급 모두 ‘고위공무원 가급’으로 과거 ‘1급’으로 불렸다. 정무직인 차관 아래 직업 공무원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다. 급여도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바로 일하는 방식이다. 실장은 국장급 고위공무원 등 부하들을 거느리고 일한다. 조직의 대소사를 관장하고 국실의 최종 결재자다. 굳이 말하자면 ‘만기친람(萬機親覽)형 리더’에 가깝다. 반면 차관보는 국장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과제 중심으로 현안에 직접 대응한다. 조직 살림에서 벗어나 있는 대신 특정 과제에 집중할 여력이 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특정 업무에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이 임명되는 경향이 있다. 취재 중 만난 전직 공무원 상당수는 ‘실장’ 체제의 한계를 토로했다. 한 퇴직 공무원은 “실장 시절 손발이 묶인 채 올라오는 결재만 하다 시간이 갔다.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조직 안정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행안부가 2013년 이후 약 10년 만에 차관보 자리를 신설한 건 기존 국실 체제의 문법으로는 지방 소멸이란 이슈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조직 논리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시도를 해보라는 것이다. 차관보는 급변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민간 기업의 애자일(Agile)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도 적절하다. 1 대 1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미국도 전문성 있는 차관보(Assistant Secretary)를 장차관 아래 여러 명 두는 경우가 있다. 한국을 담당하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국 차관보는 전문성과 위상이 우리의 차관급보다 높게 인식되기도 한다. 한양대 김석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은 차관보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우리보다 전문성 있는 차관보를 많이 기용한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문제를 차관보가 실장보다 잘 처리할 것이라 단언할 순 없다. 자리만 만들고 권한을 안 주면 무용지물일 수도 있다. 다만 오랜 기간 노력했는데도 해결이 요원한 저출산 문제, 노동·교육·연금 등 개혁이 절실한 영역, 역할 변화를 모색 중인 통일 분야 등에 차관보를 투입하면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실 출신 차관들이 부처를 틀어쥐고 경직된 운영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지닌 차관보들이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고의 인재 전문가에게 권한을 이임하고 믿고 일을 맡기는 시스템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초심에 부합하는 일이기도 하다.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행정안전부 내 재난안전본부가 개편되고 지방시대 업무 관련 차관보가 신설된다. 행정안전부는 18일 이 같은 내용의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과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다고 17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행안부는 재난복구지원국에 기존 수습지원과에 더해 수습관리과를 신설해 강화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정부국’은 ‘디지털정부실’로 확대 개편한다. 지방시대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차관보(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도 신설된다. 조직개편안은 국무회의 등을 거쳐 8월 말 시행될 예정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서울시는 15일 낮 12시 종로구 보신각에서 제78주년 광복절 기념 타종행사를 연다. 올해 타종행사에는 오세훈 시장과 고 김상권 애국지사의 자녀 김순희 씨 등 독립유공자 후손을 포함해 총 12명이 참여한다. ‘유관순 횃불상 수상자’인 국립전통예술고 백채현 학생도 참여한다. 참가자들은 4명씩 3개 조로 나뉘어 11번씩 총 33번 종을 치게 된다. 행사에 앞서 식전 공연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종로구립합창단의 합창 공연과 홍익대 뮤지컬과의 뮤지컬 ‘영웅’ 갈라쇼가 열린다. 시민 참여 부스에선 광복절 관련 문제를 푸는 ‘퀴즈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퀴즈 정답자에겐 서울시 상징 캐릭터 ‘해치’ 기념품을 준다. 최경주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78주년 광복절 타종행사는 모두 모여 광복의 기쁨을 나누고 순국선열의 애국정신을 미래 세대로 이을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마련했다”며 “많은 시민이 광복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길 기대한다”고 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 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50대 지인은 최근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듣다 보니 부동산 얘기였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압구정동 아파트들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이른바 엘리트(잠실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단지들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연은 이랬다. 대개 정부와 지자체는 아파트 재건축을 허가하면서 단지들이 얼마나 공공에 기여하는지를 따진다. 예컨대 임대주택을 더 많이 적극적으로 수용할수록 용적률을 높여주는 식이다. 반면 엘리트 단지들은 재건축 과정에서 이 같은 압박을 뚫고 ‘임대주택 없는 단지’를 관철시켰다. 이 지인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엘리트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시장 시절이었다면 반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재건축 시장의 최대어로 손꼽히는 ‘압구정 3구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용적률, 임대주택 구성 방식 등을 문제 삼아 설계업체를 경찰에 고발까지 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오세훈표 신통(신속+통합)기획의 소셜믹스(Social Mix) 취지를 압구정 3구역 조합이 훼손시켰다고 보고 있다. 설계에서 임대주택과 일반 분양분을 조합원과 분리한 점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경제적 수준이 다른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살면서 계층 격차가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소셜믹스의 정책 취지를 조합이 부정했다는 것이다. 공공보행로를 단지 바깥쪽으로 우회시켜 단지 내 일반인 통행을 제한한 것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부자 동네와 일반 동네를 노골적으로 가르려는 조합의 이기심이 반영된 설계라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압구정이 뚫리면 서울 전체가 뚫리는 것 아닌가”라며 “신통기획을 통해 재건축 기간을 대폭 줄이는 대신 조합도 공공에 뭔가는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이 같은 행보는 여당 안팎에서도 주목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보수는 부동산 규제 완화에 몰두하고, 진보는 규제에 집착한다’는 이분법적 인식을 깨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진보성향 단체로 분류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출신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을 기용한 것도 맥을 같이한다. 여당 관계자는 “박원순 전 시장 시절에도 소셜믹스는 초소형 평형에서만 실현돼 한계가 있었는데, 오 시장이 이보다 개혁적인 주택 정책을 추진하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파트 단지에서 함께 섞여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 계층 통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조합원과 임대주택이 혼합된 아파트 단지에서 거주민들이 받는 심리적 차별과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는 연구도 적지 않다. 대표 부촌인 압구정동에서 오 시장의 소셜믹스 실험이 성공하려면 물리적 결합을 넘어설 수 있는 디테일한 정책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임대주택도 타워팰리스처럼 만들겠다’는 오 시장의 구상이 압구정동을 넘어 더 많은 시민들에게 공감받는 길일 것이다.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