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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 4년을 맞는 가운데 러시아의 추가 침공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방비 증액 압박 등으로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이 냉전 말기인 1990년보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거나 인접한 폴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이 국방비를 대폭 늘렸고, 독일과 프랑스 등도 군사력 강화 행보에 더욱 적극 나선 여파로 풀이된다. 사실상 전 유럽이 준(準)전시 체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동아일보가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유럽 대륙의 군사비 지출은 옛 소련 붕괴 뒤 가장 높은 수준인 6930억 달러(약 1003조 원)를 기록했다. 1990년 6160억 달러(약 892조 원)의 113%에 달한다. 냉전 해제 후 유럽의 국방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에 1990년의 59.6%(3670억 달러·약 531조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5920억 달러(약 857조 원)로 급증했고 2024년에는 10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국방비 증액-징병제 부활 뚜렷SIPRI에 따르면 지중해 섬나라 몰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유럽 국가가 2024년 국방비를 늘렸다.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모두 맞댄 폴란드는 2024년 한 해 전보다 31% 늘어난 380억 달러(약 55조 원)의 국방비를 집행했다. 폴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2%에 달한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GDP의 5% 선에도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러시아와 인접한 스웨덴(34%), 노르웨이(17%), 핀란드(16%) 등도 2024년 국방비를 대폭 늘렸다. 당초 중립국이었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2024년 885억 달러(약 128조 원)의 국방비를 지출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4위다. 불과 1년 전 세계 7위에서 세 계단 뛰어오른 것도 이례적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군사력 강화에 소극적이었던 독일이 사실상 대대적인 군사대국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은 징병제 부활 등을 포함한 병력 확보에도 열심이다. 프랑스는 올해부터 18∼25세 청년을 대상으로 자발적 군복무 제도를 시행한다. 영국은 대학 진학을 미루는 청년들의 군 복무를 유도하는 ‘갭 이어(Gap year)’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크로아티아 또한 지난해 18년 만에 징병제를 도입하기로 했고, 오스트리아는 군 복무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8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독일은 자원 입대자 부족 시 법 개정을 통해 징병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신속대응군-군용철도 추진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응도 빨리지고 있다. EU는 지난해 3월 8000억 유로(약 1360조 원)를 투입하는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계획을 선언했다. ‘유럽 방위태세 2030 공동 백서’를 발표하는 등 재무장을 주도하고 있다. EU의 국방분야 수장 안드류스 쿠빌류스 방위우주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 주둔 미군의 철수에 대비해 유럽이 10만 명 규모의 신속대응군을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용 철도 건설, 군수 물자의 유럽 자체 생산 확대,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 확대 등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기조도 강화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유럽방위청(EDA)은 지난해 9월 유럽의 군수 이동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각 회원국에 보냈다.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지역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보낸 탱크와 전투차량 및 군수품들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는 데 45일 이상 걸릴 정도로 유럽의 군사 인프라가 낙후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방비 급증은 유럽의 사회경제 지형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복지를 축소하고 자국 내 외국인, 제3세계 등에 대한 원조를 대폭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복지 예산이 줄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유럽 곳곳에선 극우 정치세력이 부상하고 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유럽이 보여줬던 상당한 수준의 다양성과 공동체 문명은 약화되고, 극단적 세력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갈 길 잃은 우크라전 종전 협상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협상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쟁 발발 후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의 소유권, 서방군의 우크라이나 주둔 여부 및 서방의 안전보장 방식 등을 둘러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의견 차이가 현격하다. 두 나라는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공격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1일 국경에서 1500km 떨어진 러시아 우랄지역의 우드무르티야 공화국을 장거리 순항미사일 ‘플라밍고’로 공격했다. 러시아 또한 22일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탄도미사일 등으로 공격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 공병부대가 양측의 주요 교전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서 폭발물 160만 개를 제거한 뒤 지난해 12월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알렉산드르 힌시테인 쿠르스크 주지사가 밝혔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당일인 20일(현지 시간)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모든 무역법과 권한을 동원해 더 강력한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21일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5%의 대체 관세를 부과했고, 트루스소셜에 “향후 몇 달 동안 새롭고 법적으로 허용되는 관세를 결정하고 발표할 것”이라며 추가 관세 부과 의지도 강조했다. 미국 안팎에선 무역법 122조 외에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법 338조 등이 향후 관세 부과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슈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 301조를 통한 관세 부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0일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 명의 성명을 통해 “무역법 301조에 기반해 주요 무역국의 주요 무역 품목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한 모든 무역 협정이 유지될 것으로 확신한다”고도 했다.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미국 기업에 대한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조치 등에 대응하는 관세 부과 권한을 준다. 미국 통상 당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보복성 조치 중 하나로 꼽힌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대통령이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특정 부문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관세법 338조는 미국과의 무역을 차별한 국가에 대통령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법들은 규정과 대상이 모호한 부분이 많아 의회 동의 없이 장기간 추진하는 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가령, 무역법 122조는 150일 동안에만 적용 가능하다. 블룸버그통신은 “150일 이후에는 의회 승인을 받아야 연장할 수 있는데 (승인이)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무역법 301조 역시 대상 제품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입증해야만 하는데 관련 조사에는 통상 1년 이상이 걸린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150일 내에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기존 조사 마무리 및 추가 조사 개시에 전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한 조사가 완료돼야만 관세 부과가 가능해 즉각 발효는 어렵다. 관세법 338조는 거의 100년 전에 제정됐고 모호한 내용 때문에 실제 적용된 적이 없다. 현지에선 사실상 사문화된 법으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이 법을 적용할 경우 상당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미 큰 폭의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일방적인 관세 정책을 집행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미 물가 상승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관세 정책을 이어 가는 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서는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중간선거 참패와 이로 인한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내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부정적이다. 20일 워싱턴포스트(WP)와 여론조사회사 입소스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이번 판결이 3월 말∼4월 초 중국 방문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협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블룸버그통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싱가포르 매체 롄허조보 등이 22일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베이징의 한 정치학자는 SCMP에 “관세 부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지렛대가 사라졌다”며 중국 당국이 여유롭게 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일격을 당한 트럼프 대통령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산 대두 구입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분야에서 중국이 보다 강하게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직후인 지난해 초부터 불거진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부산에서 가진 미중 정상회담 뒤 미국산 대두 구매를 재개했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중국이 올해부터 향후 3년간 중국이 매년 최소 2500만 t(톤)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미 연방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대두 수입에서 이전만큼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우신보(吳心伯)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롄허조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대두 구입’ 카드를 쥔 중국이 (미중 무역협상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라고 말했다.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의 대규모 대두 구입은 꼭 필요하다. 미국의 대두 주산지인 아이오와주 등이 집권 공화당의 텃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 중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중국의 대두 구입이 줄어들 경우 텃밭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주로 수입하는 브라질산 대두가 미국산 대두보다 훨씬 싸다는 점도 중국에 유리한 요소다. 우 교수는 “브라질산 대두보다 비싼 미국산 대두를 중국이 사도록 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첨단 기술 관련 규제 완화, 대만 의제 등에서 중국에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두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보잉 항공기, 천연가스 등 미국산 에너지의 대규모 구매를 압박하는 일 또한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이 자국이 보유한 희토류를 미국과의 무역협상 카드로 이용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에 재차 나설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미국 측에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축소 등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좌절은 시 주석의 승리처럼 보이는 모양새라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22일(현지 시간)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에도 교역 상대국들이 기존에 미국과 체결했던 무역 합의를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고 주장했다.베선트 장관은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국 무역 파트너들과 계속 접촉해왔으며, 그들 모두 체결된 무역합의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은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해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대통령에게는 다른 법적 권한이 있다”며 다른 법률에 근거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미국 연방대법원은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를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수단을 활용해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며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다음 날 관세율을 15%로 인상했다.무역법 122조는 미국 대통령에게 국제수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장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한다. 150일 이후에도 관세 정책을 유지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베선트 장관은 “무역법 122조는 영구적 조치라기보다는 일종의 가교 역할”이라며 “그 기간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관세 조사가 완료되고, 5개월 후에는 122조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대법원 판결 발표 직후 불공정 무역 관행을 취하는 무역 상대국에게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주요 무역국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그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는 트럼프 1기 이후 4000 건이 넘는 소송을 견뎌냈다”면서 “결국 기존과 동일한 관세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관세 환급 문제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환급 문제를 다루지 않고 하급심에 판단을 맡겼다”며 “우리는 법원 결정을 따를 것이지만 결정이 나오기까지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이번 판결이 3월 말~4월 초 중국 방문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협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싱가포르 매체 롄허조보 등이 22일 전망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또한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미국에 이미 낸 관세의 환급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익명을 요구한 중국 베이징의 한 정치학자는 SCMP에 “관세 부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지렛대가 사라졌다”며 중국 당국은 여유롭게 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대법원에 일격을 당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이용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우신보(吳心伯)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롄허조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대두 구입’ 카드를 쥔 중국이 (미중 무역 협상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라고 진단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의 추가 대두 구입은 꼭 필요하다. 미국의 대두 주산지인 아이오와주 등은 집권 공화당의 텃밭으로 꼽힌다. 선거 승리를 위해 이 지역의 지지가 꼭 필요하다. 우 교수는 “브라질산 대두보다 비싼 미국산 대두를 중국이 사도록 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첨단 기술 관련 규제 완화, 대만 의제 등에서 중국에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대법원 판결 직후 각국에 15%의 대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301조’ 등을 근거로 추가 관세를 도입하려 한다면 중국, EU와의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1일 ARD방송 인터뷰에서 “독일 기업들이 이미 낸 관세를 돌려받기 위해 미국과의 협상이 필요하다. EU 회원국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달 1~2일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니콜라 포리시에 프랑스 무역장관은 미국이 관세 환급에 미온적이거나 추가 관세를 부과하려 할 시 “EU는 필요한 모든 적절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EU가 이른바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발동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CI가 발효되면 미국 기업의 EU 공공입찰 참여, 직접 투자 등이 제한된다.다만 일본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관세를 위한 근거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며 섣부른 대응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은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5500억 달러(약 794조 원)를 예상대로 집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탁신이 감옥 안에서 자신의 왕조가 저물어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최근 미국 CNN방송이 21세기 태국 사회를 좌지우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탁신 친나왓(77) 전 태국 총리를 두고 내린 평가다. 8일(현지 시간) 태국 총선에서 탁신 일가가 세운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 프아타이당은 하원 전체 500석 중 불과 74석을 확보하며 참패했다. 특히 프아타이당은 탁신의 고향이며 그의 텃밭으로 꼽혔던 북부 치앙마이에서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왕실 지지 성향의 보수 정당 품짜이타이당이 193석으로 제1당 자리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프아타이당은 강경진보 성향의 국민의당(118석)에도 크게 밀리며 원내 제3당으로 전락했다. 화교계 통신 재벌인 탁신은 2001년 2월 총리에 오른 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2006년 9월 그가 쿠데타로 실각했음에도 2008년 그의 매제 솜차이 웡사왓(79), 2011년 여동생 잉락 친나왓(59), 2024년 8월 딸 패통탄 친나왓(41)이 총리에 오르는 등 탁신 가문에서만 4명의 총리가 나왔다. 탁신은 가족의 집권 당시 막후에서 사실상 대리 통치를 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네 사람은 빈민층에 사실상의 무상 의료 제공, 쌀값 보조금 지급 등 노골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통한 성장, 즉 ‘탁시노믹스(Thaksinomics)’를 추구했다. 하지만 군부, 왕실 등과 내내 마찰을 빚었고 금권정치, 부정부패, 족벌정치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에는 핵심 지지층이던 농민, 대도시 서민 등에게서도 외면받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8일 총선 참패로 약 사반세기 동안 지속됐던 탁신 일가의 영향력 또한 상당 부분 쇠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탁신 전 총리는 누구이고, 그의 일가가 어떻게 태국 사회에 이토록 오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 알아본다.● 총리가 된 화교 통신 재벌탁신 일가는 19세기 중국 광둥성에서 태국으로 이주한 화교 출신이며 비단 사업으로 부를 축적했다. 1949년 치앙마이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탁신은 1973년 경찰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텍사스주 휴스턴주립대에서 형사 행정으로 석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화교 상인의 후손답게 탁신은 귀국 후 경찰로 일하면서도 각종 부업에 열심이었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초창기이던 1980년대 그는 컴퓨터, 케이블TV, 비퍼(삐삐) 등 각종 통신 사업을 벌였다. 1987년 아예 경찰을 관두고 본격적인 사업가로 나섰다. 탁신 일가가 소유한 ‘친그룹’은 이미 1990년대 초 태국 최대 통신회사로 성장했다. 사업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룬 탁신은 정치로 눈을 돌렸다. 1994∼1997년 외교장관, 부총리 등을 거친 그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경제난이 심각해지자 이를 정치적 기회로 삼았다. 그는 1998년 프아타이당의 전신 ‘타이락타이(태국인은 태국을 사랑한다)’당을 창당했다. 30밧(약 1380원) 의료제, 농가 부채 탕감 및 저금리 대출 확대, 마을당 100만 밧(약 4600만 원) 지원, 서민들의 유학 지원 등 파격적인 무상복지 정책을 내세웠다. 탁신의 집권 전 6500만 명 태국 국민 중 절대 다수는 의료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정치 또한 수도 방콕 거주자를 중심으로 군부, 경찰, 고위 관료 등이 주도하는 전형적인 엘리트 체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탁신이 처음으로 농촌과 서민층을 정치의 전면에 내세우자 저소득층이 열광했다. 2001년 1월 총선에서 승리한 탁신은 한 달 후 총리에 취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그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먼저 등장한 억만장자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원조 격”이라고 논평했다. 탁신은 경찰 간부의 딸 포자만 나폼베지라와 결혼해 패통태(47), 핀통타(44), 패통탄 1남 2녀를 뒀다. 이재(理財)에 밝은 포자만은 남편을 재벌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남편의 집권 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한때 ‘태국의 힐러리 클린턴’으로 불렸다. 두 사람은 탁신의 실각 후 해외 도피 과정에서 이혼했다. 다만 재산을 지키기 위한 위장이혼이라는 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포퓰리즘-부패-연고주의 비판 탁신의 집권 기간 외환위기 후유증에 시달리던 태국 경제는 회복세로 돌아섰다. 당시 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5.4%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도 예정보다 2년 빠른 2003년 조기 상환했다. 이를 앞세워 탁신은 2005년 총선에서 하원 전체 500석의 75%인 377석을 쓸어 담는 대승을 거뒀다. 1932년 입헌군주제 수립 후 19번의 쿠데타가 발생할 정도로 정정 불안이 잦은 태국에서 4년 임기를 무사히 마친 총리, 선거라는 민주주의 방식으로 재선에 성공한 총리 또한 탁신이 처음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탁신은 태국 사회의 금기로 여겨지는 공화제 도입을 주장하는 등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동시에 그는 태국 사회를 깊이 분열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농민과 서민층은 그를 영웅 취급했지만 기득권 세력은 그의 포퓰리즘 정책, 부패, 친인척을 고위직에 중용하는 연고주의 등을 못마땅하게 여겼다.탁신의 형제자매는 잉락, 솜차이 웡사왓의 부인 야오와파를 비롯해 8명에 달한다. 이들은 물론 포자만의 형제자매들까지 탁신의 집권 기간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고위직에 오르자 비판이 고조됐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을 탄압하는 통치 스타일도 문제를 키웠다. 2006년 1월 탁신 일가는 친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친코퍼레이션’의 지분 19억 달러(약 2조7550억 원)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에 매각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음에도 친그룹이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민심이 등을 돌렸다. 결국 보수 세력과 군부가 반격에 나섰다. 2006년 9월 탁신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머무는 사이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이유로 타이락타이당의 해산을 명령했다. 쿠데타 후 해외를 떠돌던 탁신은 2008년 2월 잠시 귀국했다. 같은 해 8월 재판을 앞두고 다시 출국해 망명을 선언했다.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홍콩, 싱가포르 등에 머물던 탁신은 2023년 8월 귀국했다. 귀국 직후 법원에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8년 형을 선고받고 방콕의 한 교도소에 수감됐다. 하지만 그는 수감 당일 건강 이상을 이유로 경찰병원으로 이송됐다. 에어컨, 소파 등을 갖춘 VIP 병실에서 장기간 머물고 있는 데다 가석방과 재수감을 반복해 ‘무늬만 수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잇따른 실정에 지지층 이탈탁신의 뒤를 이은 태국 최초의 여성 총리 잉락, 태국 최연소 총리 패통탄 등도 여러 비판에 시달렸다. 2008년 프아타이당의 창당을 주도했고 2011년 8월 집권한 잉락 전 총리는 농촌 표심을 잡기 위해 농민들이 재배한 쌀을 시장가보다 훨씬 높은 값에 사들였다. 이런 쌀이 국제 시장에서 제값에 팔릴 리 없었고 천문학적인 재정 손실만 초래했다. 그 와중에 잉락이 오빠 탁신의 사면을 추진하려 하자 반정부 여론이 고조됐다. 2014년 5월 헌법재판소는 그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해임했다. 잉락의 실각 후 2023년 5월 총선 전까지 9년간 군부가 지지하는 정당이 계속 집권했다. 이 기간 탁신 또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는 듯한 행보를 취했다. 그러나 총선에서 탁신 일가는 또 기회를 잡는다. 당시 총선에서는 현재 최대 15년 형인 왕실모독죄의 형량을 대폭 완화하고 왕실 자산을 투명화하며 동성혼을 허용하자는 등의 파격적인 진보정책을 내세운 강성진보 정당 ‘전진당’이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다만 과반을 차지하진 못해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가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탁신은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과 일가의 최대 반대파인 군부, 왕실 세력과 손잡고 연정을 구성한 것이다. 당시 탁신 일가는 자신들과 친밀한 기업가 출신 정치인 세타 타위신을 총리로 내세웠다. 2024년 8월에는 아예 패통탄이 직접 총리에 올랐다. 다만 군부 및 왕실 세력과 협력하면서 ‘기득권층과 맞서는 서민 영웅’이라는 탁신의 기존 이미지는 산산조각 났다. 기존의 기득권인 왕실, 군부와 대적하기 위해 신흥 기득권인 탁신이 금권 정치로 서민 표심을 파고들었을 뿐 탁신 일가 또한 기존 기득권과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고조된 것이다. 지난해 5월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 발발 후 패통탄 전 총리가 보여준 행보도 큰 비판을 받았다. 당시 그가 캄보디아 실권자 훈 센 전 총리와 나눈 통화 내용이 유출됐다. 이 통화에서 패통탄은 부친과 가까운 훈 센 전 총리를 ‘삼촌’이라고 불렀다. 특히 자신에게 강경 대응을 촉구한 분씬 팟깡 태국군 제2사령관을 “단지 멋있게 보이려는 이유로 강경 대응을 고집한다”는 취지로 폄훼했다. 이 통화가 유출되자 태국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현직 총리가 분쟁 중인 이웃 나라와 일종의 내통에 나섰다는 인상이 짙어졌다. 결국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국가기밀 유출 혐의 등으로 패통탄을 파면했다.● 조카 내세운 8일 총선서도 참패 이번 총선에서 프아타이당은 탁신의 조카 욧차난 웡사왓(47)을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탁신의 또 다른 여동생 야오와파와 2008년 잠시 총리를 지낸 솜차이 웡사왓의 아들이다. 이미 총리를 네 명이나 배출한 탁신 일가가 친인척을 당의 얼굴로 내세운 것 또한 이번 총선의 패착으로 꼽힌다. 욧차난은 치앙마이 지역구에서조차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인생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의학 분야의 과학자로 살았고 치앙마이와 큰 연고도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탁신은 태국 사회가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젊은 층은 탁신과 그의 포퓰리즘 정책에 아무런 애착이 없다”고 꼬집었다. 과거 탁신 지지자였던 시민 피팟 새티아우 씨(72) 또한 AFP통신에 “탁신이 도입한 30밧 의료제를 지지하지만 자식은 물론 조카까지 정치에 끌어들인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과거 프아타이당이 차지했던 ‘서민의 정당’ 이미지도 다른 세력이 차지했다. 2024년 헌법재판소가 전진당을 해산하자 그 지도부는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은 노인 연금 및 장애 수당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 탁신 일가와는 또 다른 복지 정책을 강조하며 탁신 일가의 전통적 지지층이던 대도시 서민을 공략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성장 둔화와 양극화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프아타이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을 잠식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탁신 본인의 위기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귀국 후 병원에서 보낸 6개월이 형기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결정으로 지난해 9월 1년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그의 왕실모독 혐의 재판 또한 끝나지 않았다. 탁신은 재판 출석 때 종종 왕실을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입고 나오는 등 왕실 측에 납작 몸을 엎드리고 있다.● “탁신 영향력 지속” vs “포퓰리즘 한계 뚜렷” 이번 총선 결과로 탁신 일가의 영향력이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태국 전문가인 박정훈 부산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는 “치앙마이 등 북부 농민 유권자에게는 여전히 ‘탁신 브랜드’의 영향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이삭연구소의 폴 챔버스 선임 연구위원 또한 AFP통신에 “태국 정치에서 ‘끝’이란 없다. 경제가 계속 나빠지면 프아타이당에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총선에서 품짜이타이당의 승리를 이끈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는 1996년 탁신이 만든 타이락타이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인물이다. 아누틴 총리를 포함한 품짜이타이당의 지도부 또한 한때 타이락타이당에 몸담았지만 탁신의 지나친 포퓰리즘, 반왕실 노선에 불만을 품고 분당을 택한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아누틴 총리는 14일 연정 구성 시 프아타이당과도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수감 중인 탁신은 1년 형기의 3분의 2, 즉 8개월을 복역하면 가석방 신청 조건을 충족한다. 빠르면 오는 5월 가석방될 수 있다. 태국 쭐랄롱꼰대의 티티난 퐁수디락 교수는 CNN에 “탁신은 자존심이 강한 ‘뉴스메이커(newsmaker)’이자 ‘협상가(dealmaker)’”라며 “예전만큼 강력하고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탁신 일가는 계속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다만 박 교수는 “포퓰리즘은 더 큰 포퓰리즘을 요구한다. 포퓰리즘에 따른 정치적 효능감은 갈수록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탁신 일가의 재집권 여부와 관계없이 탁시노믹스 자체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취지다. 탁신의 집권 시절 5%대 성장을 구가했던 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9년 이후 단 한 번도 3%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성장률 또한 2.2%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IMF 기준 2024년 가계 부채도 GDP의 89%에 달해 서민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결국 성장 둔화, 양극화라는 고질적 문제를 누가 해결하느냐가 향후 태국 정계의 주축 세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파생 상품에 부과한 50% 관세 적용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경제전문방송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때로는 규정 준수를 위해 일부 관세가 적용되는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관세) 규정 준수를 위해 추가 인력을 고용해야 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며 “우리는 기업들이 장부 계산에 매달리느라 본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철강·알루미늄을 사용해 만든 파생 상품으로 관세 적용을 확대했다. 이에 기업들은 제품 내 금속 함량 비율을 산정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왔다. 다만, 그리어 대표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정책은 유지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조치는 국내 산업을 강화하는 데 매우 성공적이었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고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일 무역합의에 따른 일본의 ‘1호 대미(對美) 투자’ 대상을 17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총 36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인 이번 투자 프로젝트는 △오하이오주 가스 발전소 △텍사스주 원유 수출 시설 △조지아주 합성 다이아몬드 제조 공장 건설로 구성돼 있다. 한국에 앞서 미국과 무역 합의를 맺은 일본의 첫 대미 투자 대상이 발표됨에 따라, 조속한 대미 투자 이행을 압박받고 있는 한국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 지난해 7월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에 총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과의 대규모 무역 협정이 드디어 시작됐다”며 “지금은 미국과 일본에 매우 흥미롭고 역사적인 시기”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3개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관세라는 매우 중요한 요소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외국에 대한 어리석은 광물 의존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도 이날 소셜미디어 X에 “이들 프로젝트는 중요 광물, 에너지,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경제안보상 중요한 전략 분야에서 양국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일본의 투자 계획은 관세를 인하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 약속의 첫걸음”이라고 전했다. 또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다카이치 총리의 미국 방문(다음 달 19일 예정)을 전후로 추가 투자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다카이치 재취임 날, 美에 ‘트럼프 맞춤’ 발전-석유-광물 투자 선물AI 데이터센터에 전력 공급 등… 트럼프 강조한 에너지 분야 집중다카이치 “전략 투자 이니셔티브”… 내달 방미 앞두고 성과 공들여美, 韓에도 “투자 이행” 압박 키울듯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일 무역합의에 따른 일본의 첫 대미(對美) 투자 대상 발표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재취임한 날이자, 방미를 약 한 달(다음 달 19일 예정) 앞둔 17일(미 동부 시간 기준·일본 시간으로는 18일) 이뤄졌다. 일본의 첫 대미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중요성을 강조해 온 에너지 관련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투자 안건 선정은 미일 정부 고위 관계자들로 구성된 ‘협의위원회’ 등의 논의를 거쳐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대미 투자와 관련해 X를 통해 “일본과 미국의 관세 협의에 기초해 합의한 ‘전략적 투자 이니셔티브’의 첫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 日, 3월 다카이치 방미 앞두고 美에 선물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1호 대미 투자 대상을 공개한 직후 그간 무역협상을 이끌어 온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X를 통해 세부 사항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미 오하이오주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소를 세워 9.2GW(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는 3개 사업 중 가장 큰 사업으로 약 330억 달러가 투자된다”며 “최대 가동 시 원자력 발전소 9개에 해당하는 전력을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발전소들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아메리카만(멕시코만)에 21억 달러 규모의 심해 원유 수출 시설도 세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이라고 밝혔지만, 외신들은 텍사스주 원유 시설인 걸프링크 수출 터미널이 투자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이 시설을 통해 연간 200억∼3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원유를 수출해 미국의 에너지 장악력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미 투자 대상에는 6억 달러 규모의 산업용 합성 다이아몬드 제조 시설도 포함돼 있다. 러트닉 장관은 “합성 다이아몬드는 첨단산업 및 기술 생산에 필수 원료”라며 “더 이상 필수 소재를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 수요의 100%를 국내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일본은 투자수익을 얻고, 미국은 전략 자산, 확장된 산업 역량, 강화된 에너지 패권을 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주요 기업들 사업 참여 검토 요미우리신문은 대미 투자처 선정과 관련해 “일본 기업은 건설에 필요한 가스터빈 제조 등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전력 기반 안정화에 기여할 방침”이라며 “도시바, 히타치 제작소, 미쓰비시 전기, 소프트뱅크 그룹 등이 관련 기기 공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원유 수출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선 상선미쓰이, 일본제철, JFE스틸, 미쓰이 해양개발 등이, 합성 다이아몬드 사업에 대해서는 아사히 다이아몬드 공업, 노리타케 등이 사업 참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일 양국 정부는 3개 사업에 투자하는 특수목적사업체(SPV)를 설립할 예정”이라며 “일본에서는 국제협력은행(JBIC)이 자금을 출자하고 일본무역보험(NEXI)의 융자 보증을 받은 뒤 일본계 은행들도 융자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양국이 선정 과정에서 산업 수요가 있고, 실현 가능한 사업인지를 중시했다고 평가했다.● 대미 투자 관련 한국 부담 커질 수 있단 우려도 미국과 일본이 1호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함에 따라 한국의 부담은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속한 대미 투자 이행을 강조하며 한국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할 것이라 예고했다. 이와 관련된 미 연방 관보 게재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미국을 방문해 관련 협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수십 년간 유럽은 안보는 미국, 에너지는 러시아, 성장하는 수출 시장으로는 중국에 의존해 왔다. 이제 이 세 가지 모두 미국에 의존하게 됐다.”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유럽의 처지를 이렇게 논평했다. 올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병합을 위협하고, 그린란드에 군사 훈련을 실시한 유럽 8개국에 최대 25% 보복 관세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80년 넘게 이어진 ‘대서양 동맹’은 크게 뒤흔들렸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 대한 전통적인 의존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현명하지 않다는 점을 유럽이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이에 유럽 각국에서 ‘탈(脫)미국’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안보·에너지·기술·금융 전반에 깊이 뿌리내린 미국 의존 구조에서 완전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보에서 에너지, 기술·금융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현실과 탈미국 움직임을 분야별로 짚어본다.●유럽의 무역·안보·에너지 모두 틀어쥔 미국미국은 유럽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2024년 기준 유럽연합(EU)의 대미 상품 수출액은 약 5320억 유로(약 912조 원)로 전체 수출의 20.6%에 달했다. 2위인 영국(13.2%)과 3위 중국(8.3%)에 대한 수출 규모를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수입 규모에서도 1위인 중국(21.3%)에 이은 최대 파트너가 미국(13.7%)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유럽에 치명적인 이유다.유럽의 미국 의존이 가장 뿌리 깊은 분야는 안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0∼2024년 유럽 나토 회원국의 무기 수입 중 미국산 비중은 64%로, 5년 전(52%)보다 크게 높아졌다. 전투기·미사일·방공망·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 등 핵심 군사 역량에서 유럽은 사실상 독자적인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다. 독일 최대의 미군 기지에 주둔한 미군 병력이 독일 최대 기지의 독일군 병력보다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 없이 유럽을 스스로 방어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계속 꿈이나 꾸라”고 말한 바 있다.에너지 분야에서 유럽의 처지는 ‘뜨거운 불에서 프라이팬으로’ 뛰어든 격이다. 러시아 침공 이전인 2019년 러시아산 가스는 EU 가스 수입의 절반을 넘었다. 러시아산이 사실상 끊긴 자리를 미국산 LNG가 채웠다. 2019년 EU 가스 수입의 5%에 불과했던 미국산 비중은 2025년 25%를 넘어섰고, 계약된 물량을 모두 소화할 경우 2030년에는 미국이 EU LNG 수입의 75∼80%를 공급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유럽과의 무역 협상에서 LNG 추가 구매를 요구했다. 에너지를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유럽 주권 위협하는 미국의 기술 패권미국이 지배하는 금융 네트워크도 예외가 아니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내 금융 결제 거래의 3분의 2 이상은 미국 기업인 비자와 마스터카드 결제망을 통해 이뤄졌다. 오스트리아·스페인·아일랜드 등 최소 13개국은 온라인 결제는 물론, 매장 내 결제에서도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대체할 자체적인 결제 수단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클라우드·인공지능(AI) 인프라 역시 미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2024년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5대 클라우드 기업이 유럽 기업들에게서 거둬들인 수입은 약 250억 달러(약 36조 원)에 달한다. 전체 시장의 83%를 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WSJ은 “유럽은 과거 노키아, 에릭슨 같은 기업을 필두로 모바일 혁명을 주도했지만, 인터넷 시대에 접어든 뒤 미국·중국에 뒤처져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를 배출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이러한 의존 구조는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 문제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전쟁범죄 여부를 조사한 국제형사재판소(ICC) 판·검사들에 제재를 가했다. 당시 미국이 제재 대상자들의 디지털 금융서비스 접속을 전면 차단하면서 이들은 신용카드 결제가 막히고 구글 이메일 계정까지 폐쇄되는 등 일상이 완전히 마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 사례를 두고 “우리가 우리의 안마당에서조차 실질적 주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덴마크 싱크탱크 유로파의 크리스티네 니센 수석 분석관은 미국 역시 유럽을 긴밀한 파트너로 여기지만 의존의 성격이 다르다고 알자지라방송에 설명했다. 니센은 “미국에게 유럽은 주요 무역·산업 파트너다. 반면 유럽에게 미국 의존은 군사 작전 수행 능력, 기술 인프라, 안보까지 관통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런 비대칭성이 미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는지와 무관하게 미국이 유럽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구조를 만든다는 분석이다.●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 ‘탈미국’의 현실적 한계이에 이전까지 상상할 수 없던 ‘미국 없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각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안보에서는 지난해 확정된 1500억 유로 규모의 EU 공동 방위 투자 프로그램이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구매 물자의 최대 35%까지만 EU 및 파트너국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제한한 ‘바이 유러피언’ 원칙도 방위 조달에 처음 적용했다.에너지에서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가스를 전면 금지하는 것을 목표로 캐나다·카타르·알제리 등으로 공급처 다각화를 서두르고 있다. 기술·금융 분야에서는 프랑스의 공무원 미국산 화상회의 플랫폼 사용 금지와 ECB의 ‘디지털 유로’ 도입 추진이 추진되고 있다. 무역 다각화 차원에서도 EU는 인도·인도네시아·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과 잇달아 무역협정을 체결하며 협력망을 넓혀가고 있다.그러나 EU 관계자들 자신도 이것이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가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위험 경감)’ 수준임을 인정한다. 폴리티코는 EU 관계자들을 인용해 “디커플링 추진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미국과 경제적·전략적 유대를 완전히 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WSJ은 “안보·수출·기술 분야에서 미국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는 동맹국과의 분리가 선택지가 아님을 의미한다”고 못 박았다.13일(현지 시간) 뮌헨 안보 회의에서도 유럽 지도자들의 발언은 ‘탈미국’보다는 ‘관계 재정립’에 가까웠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대국 간 경쟁의 시대에 미국조차도 혼자서 해낼 만큼 강하지 않다”며 “대서양 횡단 신뢰를 함께 회복하고 되살리자”고 촉구했다. 그러나 전직 나토 주재 미국 대사 이보 달더는 NYT에 “미국과 유럽 관계의 본질은 결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럽은 미국과의 의존을 끊을 수도, 의존에 그대로 기댈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 협상 중인 이란에 대한 대화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강온 양면 전략을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가진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합의가 가능하다면 그 길을 선호한다는 점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란이 핵 합의를 거부해 지난해 6월 미군이 핵시설 3곳을 기습 타격한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거론하며 “이번에는 이란이 더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주 시작될 미국과 이란 간 2차 핵 협상을 앞두고 중동에 추가 항모전단 파견도 “고려하고 있다”며 군사 조치를 위협해 왔다. 이날 발언은 이란에 대화를 통한 협상 타결을 촉구하면서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할 것을 재차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실제로 미국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달 걸프만에 배치된 ‘에이브러햄링컨’ 핵추진 항모 전단에 이어 버지니아주 해안에서 훈련 중인 ‘USS 조지 H W 부시’호를 중동에 파견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WSJ에 “수 시간 내에 (파견)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과 적대적인 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란에 더 강경한 요구를 관철하기를 바라며 협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상은 이날 비공개로 약 3시간 동안 이란 핵 협상과 가자전쟁 등 중동 지역의 문제를 논의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란에게서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중동 대리 세력에 대한 지원 중단까지 받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반면 이란은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만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또 미국 공습 시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위협하고 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11일 “미국은 이란에 대해 군사적 옵션 외에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고 주장하는 한편 “만일 미국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우리는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 국방부(전쟁부)가 이란을 겨냥해 중동에 항공모함 전단을 추가로 배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란과의 핵 협상을 앞둔 미국이 군사적인 압력을 강화하는 모양새다.11일(현지 시간) 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란에 대한 잠재적 공격에 대비해 중동 지역에 두 번째 항공모함 배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항공모함은 이미 배치된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CVN-72)과 합류하게 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이미 그쪽으로 향하고 있는 함대가 있고 또 다른 함대가 갈 수도 있다. (추가 항공모함 전단 파견도) 고려하고 있다”며 협상 결렬 시 병력 증강이 가능하다고 위협한 바 있다. 미국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풀이된다.항공모함이 추가로 배치될 경우 약 1년 만에 중동 지역에 두 척의 미군 항공모함이 있게 된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던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을 포함해 전함 10여척과 각종 전투기 등 5만 명에 달하는 전력을 중동에 배치했다. 미군이 중동에 두 척의 항공모함을 배치한 것은 지난해 3월 예멘의 후티 반군과 싸우기 위해 USS 해리 S. 트루먼함과 USS 칼 빈슨함이 파견된 이후 처음이다.한 미국 관리는 WSJ에 “국방부는 2주 안에 배치 준비를 하는 항공모함을 출발시키려 하며, 미 동부 해안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동부 버지니아 해안에서 훈련을 마무리 중인 USS 조지 H.W. 부시 항공모함이 이동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또 다른 미국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배치 명령은 나오지 않아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갖고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회담 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자신이 이란과의 대화를 선호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렸다며 “이란이 지난번에 합의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결정했을 때 그들은 ‘미드나잇 해머’로 타격을 입었다”고 언급했다. 미드나잇 해머는 미군이 지난해 6월 이란의 핵시설 3곳을 기습 타격한 군사 작전의 이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이란이 더 합리적이고 책임감이 있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20세기 초 오스만튀르크 제국(현재 튀르키예)이 자행한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집단 학살(genocide·제노사이드)”이라고 언급한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역대 미국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며 동시에 중동의 강국인 튀르키예의 반발을 의식해 이 사건을 집단 학살로 규정하지 않았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0일 밴스 부통령은 미국 부통령 중 처음으로 아르메니아를 방문했다. 지난해 8월 미국의 중재로 체결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평화 합의에 대한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목적이다.밴스 부통령은 이날 부인 우샤 여사와 수도 예레반의 ‘아르메니아 집단 학살 기념관’을 방문해 헌화했다. 이 때만 해도 집단학살에 관한 질문을 하는 취재진에게 “100여 년 전 일어난 매우 끔찍한 일”이라고만 규정했다. 이후 그의 X 계정에는 “1915년 아르메니아인 집단 학살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해당 기념관을 방문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곧 삭제됐다.아르메니아 대학살은 1915년 4월 24일부터 1923년까지 오스만튀르크가 아르메니아 민간인을 대거 학살하고 추방한 사건이다. 아르메니아 측은 약 150만 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한다. 다만 튀르키예는 양측 모두 큰 인명 손실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학살을 강하게 부인한다.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매년 4월 24일을 기념해 아르메니아인을 위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역내 강국인 튀르키예를 의식해 ‘집단 학살’ 용어를 거의 쓰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지난해 4월 성명에서 “추모의 날”이라는 표현만 썼다.미국 내 아르메니아 공동체, 야당 민주당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로라 프리드먼 민주당 하원의원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달래려는 처사”라고 질타했다.논란이 일자 밴스 부통령 측이 “소셜미디어 담당 직원의 실수”라는 변명으로 일관한 것도 비판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루스소셜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원숭이로 묘사한 동영상을 공유했다 인종차별 비판을 받고 삭제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또한 “담당 직원이 영상 전체를 보지 않고 게시했다”며 책임을 직원에게 돌렸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국제법이 금지한 유대인 정착촌 대폭 늘리기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은 서안에서 자국민들의 건축물 건설과 부동산 거래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으로 발발한 ‘가자전쟁’ 뒤 서안에 대한 군사 조치를 확대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강경 보수 진영이 본격적인 서안 병합 작업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안 유대인 정착촌 개발에 속도 내는 이스라엘8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정부는 이날 이스라엘 국민이 서안에서 토지 등록 및 부동산 취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들을 비준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요르단 영토였던 서안을 점령했다. 다만 무슬림이 아닌 이들의 부동산 취득을 금지하는 과거 요르단 법에 따라 이스라엘인들은 그간 서안에 등록된 법인을 통해서만 토지를 취득할 수 있었다.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로 이스라엘인들의 직접 토지 매입이 가능해지면서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 개발이 가속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강경 보수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공동 성명을 통해 “정착촌 개발을 가속하기 위한 조치”라며 환영했다. 두 사람은 서안을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행정권을 가진 서안 내 지역에서도 이스라엘의 건축물 철거권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뉴욕타임스(NYT)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국가 건설을 원하는 서안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조치”라며 네타냐후 정권이 점진적으로 서안을 합병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이런 식으로 유대인 인구가 늘어나면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를 건설해 이스라엘과 공존하겠다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실제로 스모트리히 장관은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구상을 죽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네타냐후 정부에서 정착촌 관련 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장관이다.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은 “서안지구 병합 시도를 심화하는 위험한 결정”이라며 “팔레스타인의 역사적·민족적 권리를 겨냥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집트 등 중동·이슬람권 8개국도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서안 병합에 부정적이번 결정이 11일 예정된 네타냐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스라엘의 서안 병합 방침에 반대해 왔다.실제로 미 백악관 관계자는 9일 로이터통신에 “안정된 서안은 이 지역에서 평화를 달성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와 부합한다”며 이스라엘의 서안 내 정착촌 확장 정책 등에 대한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국제법이 금지한 유대인 정착촌 대폭 늘리기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은 서안에서 자국민들의 건축물 건설과 부동산 거래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으로 발발한 ‘가자전쟁’ 뒤 서안에 대한 군사 조치를 확대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강경 보수 진영이 본격적인 서안 병합 작업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서안 유대인 정착촌 개발에 속도 내는 이스라엘 8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정부는 이날 이스라엘 국민이 서안에서 토지 등록 및 부동산 취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들을 비준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요르단 영토였던 서안을 점령했다. 다만 무슬림이 아닌 이들의 부동산 취득을 금지하는 과거 요르단 법에 따라 이스라엘인들은 그간 서안에 등록된 법인을 통해서만 토지를 취득할 수 있었다.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로 이스라엘인들의 직접 토지 매입이 가능해지면서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 개발이 가속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강경보수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공동 성명을 통해 “정착촌 개발을 가속하기 위한 조치”라고 환영했다. 두 사람은 서안을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행정권을 가진 서안 내 지역에서도 이스라엘의 건축물 철거권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뉴욕타임스(NYT)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국가 건설을 원하는 서안 지역에 이스라엘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조치”라며 네타냐후 정권이 점진적으로 서안을 합병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정부 관계자들은 가자전쟁 발발 뒤 공공연하게 서안 병합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또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실행했다.이런 식으로 유대인 인구가 늘어나면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를 건설해 이스라엘과 공존하겠다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이 사실상 불가능진다. 실제로 스모트리히 장관은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구상을 죽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네타냐후 정부에서 정착촌 관련 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장관이다. 네타냐후 정권이 총선을 앞두고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 결집을 위해 서안 병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월 전까지 네타냐후 내각이 마련한 올해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조기 총선이 실시된다.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은 “서안지구 병합 시도를 심화하는 위험한 결정”이라며 “팔레스타인의 역사적·민족적 권리를 겨냥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집트 등 중동·이슬람권 8개국도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서안 병합에 부정적 이번 결정이 11일 예정된 네타냐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스라엘의 서안 병합 방침에 반대해왔다. 실제로 미 백악관 관계자는 9일 로이터통신에 “안정된 서안은 이 지역에서 평화를 달성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와 부합한다”며 이스라엘의 서안 내 정착촌 확장 정책 등에 대한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리에 취임했을 때만 해도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그는 총리 지명이 불확실한 상황을 겪었고, “자민당 총재는 되었지만 ‘총리는 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여자’라 불리고 있는 불쌍한 사나에”라고 자신을 소개한 적도 있다. 이런 그가 불과 4개월 만에 ‘사나카쓰’(다카이치 총리의 애칭 ‘사나’와 활동을 의미하는 ‘카쓰’의 결합어)란 유행어를 만들고, 일본 선거사를 새로 썼다는 말이 나올 만큼 압승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① 본심 숨기는 日서 ‘단호하고 명확한 화법’ 일본에서는 본심, 즉 ‘혼네(本音)’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런 문화를 이용해 모호한 말을 늘어놓고 결정을 미루거나 책임을 피하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반면 다카이치 총리의 화법은 단호하고 명확하다. 지난해 11월 일본 총리 중 최초로 공개 석상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한 게 대표적인 예. 중국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그는 사과를 거부했다. 이후 그의 지지율은 70%대를 넘나들고 있다. ‘중국의 압박에도 할 말은 한다’며 소신을 강조한 그의 발언에 적잖은 유권자들이 지지를 나타낸 것이다. 다자키 시로(田崎史郎) 정치평론가는 일본 TBS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든 딱 잘라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며 “반면 다카이치 총리는 단호한 어법을 써서 젊은 층에 잘 통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전통적으로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일본 정계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개인플레이’에 집중한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건 약점으로 꼽힌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주오사카 총영사)은 “일본 정치권 내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다는 평가는 약하다”며 “이런 부분이 향후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② ‘일하는 총리’ 이미지 구축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당시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습니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지난해 말 일본 최고 유행어로도 꼽힐 만큼 화제였다. 일본 정계에선 회식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지만 그는 회식을 잘 안 한다. 총리 취임 뒤에도 46일 만에 첫 저녁 회식을 했다. 또 매일 평균 2∼4시간만 자면서 업무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벌 정치, 비자금, 엘리트주의같이 자민당의 어둡고 폐쇄적인 이미지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③ 적극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통다카이치 총리는 SNS를 이용한 소통에 능하다. 그의 ‘X’ 계정 팔로어 수는 260만 명. 이번 선거에 참패한 중도개혁연합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의 6만4000명보다 40배 이상 많다. 다카이치 총리는 주요 정책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지만 “미용실에 갈 시간이 없어 혼자 머리카락을 자르다가 실패했다”는 식의 글도 올린다. 기존 총리나 유력 정치인보다 적극적으로 SNS를 통해 지지층과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리가 된 뒤에는 젊은 층을 겨냥해 유튜브 영상도 적극 제작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온라인 콘텐츠를 잘 활용해 대중의 정치인에 대한 거리감을 줄였다”며 “온라인을 통해 지지율을 효과적으로 높였다”고 말했다. ④ 非세습 ‘정치 평민’의 성공 신화 세습 정치 전통이 강한 일본에서 그는 보기 드문 비(非)세습 유력 정치인이다. 회사원 부친과 경찰관 모친 밑에서 태어났고 대학 시절 학비를 직접 벌었다. 1980년대 마쓰시타 정경숙에서 정치 공부를 하면서는 미국 연방의회에 파견돼 당시 민주당의 퍼트리샤 슈뢰더 하원의원실에서 일할 땐 ‘침낭 하나 들고 노숙하기’란 과제도 수행했다. 또 “그런 걸 무서워해서는 정치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호리 고이치(堀紘一) 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일본 대표는 “꿈을 위해서라면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근성 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높은 지지율이 지속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많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향하는 안보와 경제 정책이 실현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이 초래되고 이 과정에서 지지율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리에 취임했을 때만 해도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그는 총리 지명이 불확실한 상황을 겪었고, “자민당 총재는 되었지만 ‘총리는 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여자’라 불리고 있는 불쌍한 사나에”라고 자신을 소개한 적도 있다. 이런 그가 불과 4개월 만에 ‘사나카쓰’(다카이치 총리의 애칭 ‘사나’와 활동을 의미하는 ‘카쓰’의 결합어)린 유행어를 만들고, 일본 선거사를 새로 썼다는 말이 나올 만큼 압승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➀ 본심 숨기는 日서 ‘단호하고 명확한 화법’일본에서는 본심, 즉 ‘혼네(本音)’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런 문화를 이용해 모호한 말을 늘어놓고 결정을 미루거나 책임을 피하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반면 다카이치 총리의 화법은 단호하고 명확하다.지난해 11월 일본 총리 중 최초로 공개 석상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한 게 대표적인 예. 중국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그는 사과를 거부했다. 이후 그의 지지율은 70%대를 넘나들고 있다. ‘중국의 압박에도 할 말은 한다’며 소신을 강조한 그의 발언에 적잖은 유권자들이 지지를 나타낸 것이다.다자키 시로(田崎史郎) 정치 평론가는 일본 TBS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든 딱 잘라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며 “반면 다카이치 총리는 단호한 어법을 써서 젊은층에 잘 통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전통적으로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일본 정계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개인 플레이’에 집중한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건 약점으로 꼽힌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전 주오사카 총영사)은 “일본 정치권 내에선 다카치이 총리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다는 평가는 약하다”며 “이런 부분이 향후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② ‘일하는 총리’ 이미지 구축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당시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습니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지난해 말 일본 최고 유행어로도 꼽힐 만큼 화제였다.일본 정계에선 회식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지만 그는 회식을 잘 안 한다. 총리 취임 뒤에도 46일 만에 첫 저녁 회식을 했다. 또 매일 평균 2~4간만 자면서 업무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벌 정치, 비자금, 엘리트주의 같이 자민당의 어둡고 폐쇄적인 이미지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③ 적극적인 소설미디어(SNS) 소통다카이치 총리는 SNS를 이용한 소통에 능하다. 그의 ‘X’ 계정 팔로어 수는 260만 명. 이번 선거에 참패한 중도개혁연합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의 6만4000명보다 40배 이상 많다. 다카이치 총리는 주요 정책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지만 “미용실에 갈 시간이 없어 혼자 머리카락을 자르다가 실패했다”는 식의 글도 올린다. 기존 총리나 유력 정치인보다 적극적으로 SNS를 통해 지지층과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리가 된 뒤에는 젊은층을 겨냥해 유튜브 영상도 적극 제작했다.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온라인 콘텐츠를 잘 활용해 대중들의 정치인에 대한 거리감을 줄였다”며 “온라인을 통해 지지율을 효과적으로 높였다”고 말했다.④ 非세습 ‘정치 평민’의 성공신화세습 정치 전통이 강한 일본에서 그는 보기 드문 비(非)세습 유력 정치인이다. 회사원 부친과 경찰관 모친 밑에서 태어났고 대학 시절 학비를 직접 벌었다.1980년대 마쓰시타 정경숙에서 정치 공부를 하면서는 미국 연방의회에 파견돼 당시 민주당의 퍼트리샤 슈로더 하원의원실에서 일할 땐 ‘침낭 하나 들고 노숙하기’란 과제도 수행했다. 또 “그런 걸 무서워해서는 정치가가 될 수 없다”고 했다.호리 고이치(堀紘一) 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일본 대표는 “꿈을 위해서라면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근성 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다만, 다카이치 총리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높은 지지율이 지속될지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많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향하는 안보와 경제 정책이 실현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이 초래되고 이 과정에서 지지율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8일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단독으로 3분의 2 의석을 확보했다. 재신임 성격의 이번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압승을 거두며 장기 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가 이끈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체 465석 중 316석을 차지했다. 기존 의석수 198석과 비교하면 118석이나 늘었다. 과반수(233석)은 물론 개헌안 발의선인 전체 3분의 2(310석)도 넘어섰다.선거에서 대승한 다카이치 총리가 안정된 기반을 다질 경우 향후 한일 간 셔틀외교가 활발해지며 양국 관계가 더욱 개선될 수 있다.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달 자신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선거구가 있는 나라(奈良)현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초청해 회담을 가졌다. 이날 양국 정상은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 사고와 관련한 정부 간 협력을 합의하면서 양국 협력의 범위를 과거사로 확대하는 진전을 거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셔틀외교의 일환으로 다카이치 총리와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을 가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이달 22일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명)의 날’이 분수령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18일 예상되는 차기 총리 지명 선거에서 총리에 재지명되고 나흘 뒤다.일본 시마네(島根)현은 매년 2월 22일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시마네현은 매년 각료의 행사 참석을 요구하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차관급인 정무관을 보냈다.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다케시마의 날에 장관급인 대신이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정무관과 같은 차관급이지만 정무관보다 높은 직급의 부대신을 보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가 대신이나 부대신을 행사에 파견한다면 한일 관계는 다시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2023년 5월부터 최근까지 세 명의 총리가 취임하는 등 정정 불안이 심했던 태국에서 8일 지역구 의원 400명, 비례대표 100명 등 하원의원 500명을 뽑는 총선이 실시됐다. 주요 여론조사에서는 부패 청산, 관료제 개혁 등을 외친 진보 성향의 야당 국민당이 보수 성향이며 군부와 가까운 현 집권 품짜이타이당,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일가가 좌지우지하는 프아타이당 등을 제치고 선두를 달린다. 다만 어느 당도 과반(251석) 확보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에 연립정부 구성과 총리 선출을 놓고 정당 간 힘겨루기와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총선은 오전 8시∼오후 5시(한국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태국 전역의 투표소에서 치러졌다. 오후 10시(한국 시간 밤 12시)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낫타퐁 릉빤야웃 대표(39)가 이끄는 국민당은 약 34%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품짜이타이당(22.6%), 프아타이당(16.2%)이 뒤를 이었다. 국민당은 대도시 서민, 청년층의 지지가 강하다. 이 당의 전신 전진당은 2023년 5월 총선 때 왕실모독죄 형량 완화, 징병제 폐지, 동성혼 합법화 등 파격적 공약으로 1위에 올랐다. 다만 군부, 보수파 등의 반대로 피타 림짜른랏 당시 전진당 대표는 총리 등극에 실패했다. 당시 총리가 되려면 하원 500석, 군부가 모두 임명하는 상원 250석의 합산 과반(376석)이 필요해 군부의 지지가 필수적이었다. 상원의 총리 선출권이 사라진 2024년 5월 이후에는 하원 과반의 지지만 얻으면 총리에 오른다. 이에 국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왕실, 동성혼 등에 관한 의제 대신 온건한 개혁을 외치고 있다. 2023년 8월 프아타이당은 전진당 대신 연정 구성에 성공했다. 탁신 전 총리의 측근인 기업가 세타 타위신을 총리로 선출했다. 꼭 1년 후 헌법재판소는 부패 장관을 임명했다는 혐의로 타위신 전 총리를 파면했다. 헌법재판소는 비슷한 시기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형량 완화가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당 해산도 명령했다. 이 여파로 전진당의 주요 인사가 국민당을 창당했다. 2024년 9월 탁신 전 총리의 1남 2녀 중 막내이자 차녀인 패통탄 친나왓 전 총리가 군부 등과 손잡고 집권했다. 지난해 5월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이 발발한 상황에서 패통탄 전 총리가 캄보디아의 막후 실력자인 훈센 전 총리 겸 상원의장을 ‘삼촌’이라고 부르고 자국 군을 비하한 통화가 유출됐다. 석 달 후 헌재는 국가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그를 파면했다. 같은 해 9월 국민당과 품짜이타이당은 연정을 구성했다. 또 다른 기업가 출신 정치인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가 집권했다. 두 당은 정계 주도권을 놓고 내내 충돌했고 석 달 후 결별했다. 찬위라꾼 총리는 의회 해산을 결정했고 이날 총선이 치러진 것이다. 한편 프아타이당은 탁신 전 총리의 조카이자 솜차이 웡사왓 전 총리의 아들인 욧차난 웡사왓(47)을 총리 후보로 내세워 부활을 꾀하고 있다. 프아타이당이 이번에도 보수 세력을 규합해 연정 구성에 성공할지 관심이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약 4년간 이어지면서 전쟁 장기화로 지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여론 변화가 감지됐다. 4일 뉴욕타임스(NYT)는 그간 우크라이나가 협상 불가능한 ‘레드라인’으로 간주해 온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 및 루한스크주)를 종전을 위해 러시아에 넘겨줄 수 있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2일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미국, 유럽의 안보 보장을 대가로 돈바스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5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2%가 “무슨 일이 있어도 영토를 넘겨줄 수 없다”고 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러시아는 돈바스의 80% 이상을 점령하고 있다. 다만 NYT는 돈바스 양보의 전제 조건이 서방의 강력한 안보 보장이며 국민 다수는 여전히 영토 포기에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2%는 “영토 포기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할 경우 우크라이나 사회가 분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YT는 돈바스를 포기한다면 국력과 군사력 열세에도 4년간 전쟁을 이끌어 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국가를 수호한 영웅적 지도자’에서 약 19만 명이 거주하는 영토를 손쉽게 넘겨준 대통령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4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대표단 간 3자 회담은 약 5시간 만에 종료됐다. 세부 협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영토 등 핵심 쟁점에서 양국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약 4년간 이어지면서 전쟁 장기화로 지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여론 변화가 감지됐다. 4일 뉴욕타임스(NYT)는 그간 우크라이나가 협상 불가능한 ‘레드라인’으로 간주해 온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 및 루한스크주)를 종전을 위해 러시아에 넘겨줄 수 있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2일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미국, 유럽의 안보 보장을 대가로 돈바스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5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2%가 “무슨 일이 있어도 영토를 넘겨줄 수 없다”고 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러시아는 돈바스의 80% 이상을 점령하고 있다.다만 NYT는 돈바스 양보의 전제 조건이 서방의 강력한 안보 보장이며 국민 다수는 여전히 영토 포기에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2%는 “영토 포기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할 경우 우크라이나 사회가 분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YT는 돈바스를 포기한다면 국력과 군사력 열세에도 4년간 전쟁을 이끌어 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국가를 수호한 영웅적 지도자’에서 약 19만 명이 거주하는 영토를 손쉽게 넘겨준 대통령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한편 4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대표단 간 3자 회담은 약 5시간 만에 종료됐다. 세부 협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영토 등 핵심 쟁점에서 양국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