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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8월 출범하는 미국여자프로야구(WPBL) 드래프트에서 한국 선수 4명이 지명됐다. 21일 열린 WPBL 초대 드래프트에는 8월 트라이아웃을 통과한 포수 김현아(25), 투수 김라경(25), 내야수 박주아와 박민서(이상 21)가 지명을 받았다.2025 아시아야구연맹(BFA) 여자야구 아시안컵에서 국가대표 배터리를 이뤘던 김현아와 김라경은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김현아는 1라운드 4순위로 보스턴에 지명됐고, 김라경도 1라운드 11순위로 뉴욕 유니폼을 입었다. 국가대표팀에서 유격수로 활약한 박주아도 2라운드 전체 33순위로 샌프란시스코에 지명됐다. WPBL은 1943년부터 1954년까지 열린 올-아메리칸 걸스 프로야구 리그 이후 부활하는 미국 여자프로야구리그다.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보스턴 등 4개 팀이 내년 8월 1일부터 첫 시즌을 시작한다.국내 리틀리그 최초의 여자 선수로 뛰었던 김라경은 “야구 역사가 깊은 뉴욕 팀에 지명돼 기쁘다. 한국 여자 선수로서 ‘우리도 여기에서 경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한 김라경은 2022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긴 재활 과정을 거쳤다. 이후 WPBL 진출을 목표로 일본 실업리그에 진출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초등학교 시절 ‘천재 야구 소녀’라 불리다 골프로 전향했던 박민서(21)는 마지막 6라운드 115순위로 뉴욕에 입단하게 됐다. 박민서는 올해 트라이아웃 공고가 뜨자 중학교 시절 야구 영상을 이메일로 보낸 끝에 지명을 받았다. 박민서는 “야구는 취미로만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도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 언젠가 국가대표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3·사진)이 대한민국체육상 대통령 표창 경기상을 수상했다. 안세영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2025년 체육발전유공 포상 및 제63회 대한민국체육상 전수식’에서 대한민국체육상 경기상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63년 제정된 대한민국체육상은 체육 발전 및 진흥에 공헌한 선수와 지도자 등 체육인에게 주는 상이다. 배드민턴 선수가 대한민국체육상 경기상을 받은 건 1991년 박주봉(61), 2003년 김동문(50)-나경민(49) 이후 안세영이 세 번째다. 다만 안세영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호주 오픈에 참가하느라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을 딴 안세영은 올해 출전한 13개 국제대회에서 9번이나 정상에 오르며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2023년 8월 처음 여자단식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안세영은 최근까지 120주간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 안세영은 이날 열린 호주 오픈 여자단식 8강에서 일본의 스즈이 마나미(22·일본·38위)를 2-0(21-10, 21-8)으로 완파하며 4강에 진출했다. 지난달 프랑스 오픈 우승으로 2023시즌 자신이 세웠던 여자부 BWF 단일 시즌 최다 우승(9회)과 타이를 이룬 안세영은 전인미답의 여자부 단일 시즌 10번째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남은 시즌 안세영은 BWF 단일 시즌 최다 우승 타이기록도 노려볼 수 있다. 남녀부를 통틀어 이 부문 기록은 2019년 남자 단식에서 11회 우승을 차지한 모모타 겐토(31·일본·은퇴)가 갖고 있다. 안세영은 이번 호주 오픈에 이어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 우승하면 모모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이날 대한민국체육상 지도상은 안세영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37)를 발굴한 최용호 지도자(69)가 수상했다. 이날 함께 수여된 최고 등급 체육훈장 청룡장은 박채순 전 양궁 국가대표팀 감독(60) 등 12명이 받았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올해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박해민(35·사진)이 21일 원소속팀 LG와 4년 총액 65억 원(계약금 35억 원, 연봉 25억 원, 인센티브 5억 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2021시즌 후 첫 FA 자격을 얻어 LG와 4년 총액 60억 원에 계약했던 박해민은 팀의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태며 더 큰 계약에 성공했다. 박해민은 지난 4년간 전 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0.278, 18홈런, 142도루를 기록했다. 올해 49도루로 통산 5번째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고, 2023년에 이어 중견수 부문 수비상도 받았다. 박해민은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게 제안해 준 구단에 감사하다. 앞으로 더 많은 우승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슈퍼카도 중고가 되면 값이 떨어진다. 하지만 ‘람보르미니’ 박해민(35)은 감가상각이 없다. 프로야구 LG는 21일 외야수 박해민과 4년 총액 65억 원(계약금 35억 원, 연봉 25억 원, 인센티브 5억 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2022년 첫 FA 자격을 얻고 LG로 이적했을 때 맺었던 계약(4년 총액 60억 원)보다 5억이 더 올랐다.4년이 지났지만 시장에서 더 큰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4년간 잠실에서 검증된 ‘내구성’이 제1의 비결이다. 박해민은 지난 4시즌 동안 단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144경기씩 총 576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0.278 552안타 18홈런 142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올 시즌에는 49도루를 성공시키고 도루왕에 오르며 프로야구 도루왕 타이틀 최다 타이(5회)를 기록했다.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채 신고선수(현 육성선수)로 입단했던 박해민의 야구신조는 지금도 ‘하루하루가 생존’이다. 전 경기 출장의 비결을 물었을 때 박해민은 “뺏고 빼앗기는 게 프로의 세계다.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생존하려고 더 열심히 한다”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니 나중에는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간다. 한 경기라도 나갈 수 있을 때 감사하며 나가자는 생각”이라고 했다.박해민은 투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야수이기도 하다. 한국 야구장 중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는 박해민의 호수비에 경기의 흐름을 가져온 경우가 많았다. 차명석 LG 단장이 FA 계약을 앞두고 박해민을 ‘대체불가 자원’이라고 못 박았던 이유다. 박해민은 2023년에 이어 2025년에도 프로야구 중견수 부문 수비상을 받으며 여전히 리그 최고 중견수로 인정받았다.올 시즌 ‘우승 주장’의 버킷리스트를 달성한 박해민은 이번 계약으로 내년에도 LG의 주장을 맡게 됐다. 박해민은 올 시즌 주장으로 팀이 2년 만에 다시 통합우승을 이루는데 앞장섰다. 이날 계약을 마치면서 박해민은 22일 열리는 구단의 연말 행사인 ‘러브기빙페스티벌‘에서 팬들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할 수 있게 됐다.박해민은 계약 후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게 제안해 준 구단에 감사하다. LG트윈스의 팀원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수 있어 기쁘고, 더 많은 우승으로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내 역할을 잘 하겠다”며 “올해 주장으로서 부족함에도 믿고 함께해 준 팀원들, 뒤에서 우리 LG트윈스를 응원해 주는 팬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3)이 대한민국체육상 대통령 표창 경기상을 수상했다.안세영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2025년 체육발전유공 포상 및 제63회 대한민국체육상 전수식’에서 대한민국체육상 경기상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1963년 제정된 대한민국체육상은 체육 발전 및 진흥에 공헌한 선수와 지도자 등 체육인에게 주는 상이다. 배드민턴 선수가 대한민국체육상 경기상을 받은 건 1991년 박주봉(61), 2003년 김동문(50)-나경민(49) 이후 안세영이 세 번째다. 다만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호주 오픈에 출전 중인 안세영은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을 딴 안세영은 올해 출전한 13개 국제대회에서 9번이나 정상에 오르며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2023년 8월 처음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안세영은 최근까지 120주간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안세영은 이날 열린 호주 오픈 여자단식 8강에서 일본의 스즈이 마나미(22·일본·38위)를 2-0(21-10, 21-8)으로 완파하며 4강에 진출했다. 지난달 프랑스 오픈 우승으로 2023시즌 자신이 세웠던 여자부 BWF 단일 시즌 최다 우승(9회)과 타이를 이룬 안세영은 전인미답의 여자부 단일 시즌 10번째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남은 시즌 안세영은 BWF 단일 시즌 최다 우승 타이기록도 노려볼 수 있다. 남녀부를 통틀어 이 부문 기록은 2019년 남자 단식에서 11회 우승을 차지한 모모타 겐토(31·일본·은퇴)가 갖고 있다. 안세영은 이번 호주 오픈에 이어 다음달 중국에서 열리는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 우승하면 모모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이날 대한민국체육상 지도상은 안세영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37)를 발굴한 최용호 지도자(69)가 수상했다. 이날 함께 수여된 최고 등급 체육훈장 청룡장은 박채순 전 양궁 국가대표팀 감독(60) 등 12명이 받았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4·스위스·은퇴·사진)가 테니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 국제테니스명예의전당(ITHF)은 20일 “페더러가 2026년 헌액 대상자로 확정됐다”고 알렸다. 페더러의 헌액 행사는 내년 8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의 테니스 명예의 전당에서 열린다. 테니스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려면 투표인단으로부터 75%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2021년 윔블던에서 마지막 공식 경기를 치른 페더러는 후보 자격을 얻은 첫해에 곧바로 헌액을 확정했다. 페더러는 남자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단식 20회 우승 기록을 세웠다. 2009년엔 프랑스오픈을 제패하며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했다. 페더러는 2004년 2월부터 2008년 8월까지 4년 6개월(237주) 연속 세계 랭킹 1위를 지켰는데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페더러는 “메이저 대회에서 이렇게 많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선수 생활 초기에는 한 번 정도 우승을 해보는 게 꿈이었다”며 “기록을 위해서 경기한 것은 아니다. 테니스를 사랑했기 때문에 코트에서 계속 경기를 펼쳤다”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올해 한국시리즈 정상 문턱에서 멈췄던 프로야구 한화가 KT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왼손 거포’ 강백호(26)를 영입했다. 강백호는 “내년 팀이 더 높은 곳에 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강백호는 20일 한화의 안방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를 찾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서에 사인했다. 계약 규모는 4년 최대 100억 원(계약금 50억 원, 연봉 총액 30억 원, 옵션 20억 원)이다. 강백호는 당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이날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강백호는 이미 4월 글로벌 스포츠 에이전시와 계약하고 미국 무대 도전을 모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화의 강력한 구애에 마음을 돌렸다. 한화는 19일 2차 드래프트가 끝난 후 대형 계약을 제시했고, 강백호는 미국행 비행기표를 취소했다. 손혁 한화 단장은 “강백호의 미국 진출 의사를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우리 구단에 꼭 필요한 선수였던 만큼 영입 노력은 해보자는 의미에서 만남은 가졌다”며 “왼손 거포인 강백호가 합류하면 우타 거포 노시환, 타점 능력이 뛰어난 채은성, 성장 중인 문현빈과 함께 위압감 있는 타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강백호는 데뷔 첫해부터 29홈런, 108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받았다. 이듬해부터는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2021년 KT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스물두 살이던 2021년에 이미 2년 연속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강백호는 1년 선배인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와 함께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할 타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22년부터 내리막이 시작됐다. 2년 연속 부상과 부진이 겹쳐 경기를 절반도 소화하지 못하며 한 자릿수 홈런에 그쳤다. 수비 포지션도 1루수, 외야수, 포수를 떠돌았고 최근 두 시즌은 거의 지명타자로 나섰다.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정후가 MLB에 진출하는 사이 성장을 멈춘 듯했던 강백호는 지난해 26홈런, 올해 15홈런을 치며 부활의 기미를 보였다. 한화에서도 아직 수비 포지션은 결정되지 않았다. 구단은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김경문 감독의 구상에 맞게 강백호의 포지션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강백호는 “국내에 남는다면 원소속 구단 KT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화라는 좋은 팀에서 저를 원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저를 인정해주신 만큼 저도 그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선수, 팬들이 더 좋아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최근 스토브리그의 큰손으로 떠오른 한화는 2년간 KT에서만 벌써 세 번째 FA 선수를 영입했다. 한화는 지난해 말에도 KT에서 FA로 풀린 선발 투수 엄상백(29·4년 78억 원), 유격수 심우준(30·4년 50억 원)을 영입했다. 다만 두 선수 모두 계약 첫해인 올해는 계약 규모에 걸맞은 활약은 하지 못했다. 강백호를 놓쳤지만 여유자금을 확보한 KT는 남은 FA를 향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 태세다. 타선 강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 KT는 올해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현수(37)와 박해민(35·이상 외야수)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KT는 이날 FA 포수 한승택(31·전 KIA)을 4년 최대 10억 원에 영입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추신수 프로야구 SSG 구단주 보좌 겸 육성총괄(43)은 한국 야구 선수 중 가장 크게 성공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16시즌을 보내며 숱한 아시아 최초 기록을 쓴 그는 18일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발표한 2026년 MLB 명예의 전당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 역시 한국 야구 선수로는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은 추신수는 올해 야구장 ‘밖’에서 첫 시즌을 보냈다. 최고의 무대에서 수준급 활약을 펼쳤던 그에게 퓨처스(2군) 선수들의 모습이 답답해 보이진 않았을까. 최근 인천에서 만난 추신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마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 나보다 많이 아웃당해 본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과장된 말은 아니다. 프로가 된 이후 미국 마이너리그, 메이저리그, 한국프로야구를 합쳐 그는 24시즌 동안 모두 1만2145번 타석에 들어섰다. 그중 안타를 친 건 2874번, 4사구로 출루한 건 1502번이다. 실패한 타석이 7769번으로 훨씬 많다. 그중 2526번은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실패가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 방망이를 돌리고 또 돌렸다. 아웃이 늘어날수록 성공을 향한 갈망은 더 커졌다. 마이너리그 루키리그에서 출발한 그는 싱글A, 더블A, 트리플A를 거쳐 결국 빅리거가 됐다. 이후에도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910억 원)의 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고,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그가 어린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절실함이다. 추신수는 “내가 선수였을 때처럼 지금 선수들을 훈련시킨다면 다들 도망갔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선수들에게 정말 보고 싶은 건 하고자 하는 ‘의지’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우리 선수들이 좀 더 절실함과 간절함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기본기다. 육성총괄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2군 선수들이 한 시즌 144경기를 치를 수 있는 몸을 만들게 한 것이었다. 추신수는 “당장 경기를 뛰고 싶은데 체력 훈련을 위주로 했으니 선수들이 답답했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명품을 만들고 싶지 짝퉁을 만들고 싶지 않다. 조금 늦더라도 오래 버틸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설득했다”고 했다. 30년 넘는 야구 선수 생활을 마친 그는 지난해 은퇴 후 당분간 휴식을 취하려 했다. 아내 하원미 씨도 “(미국에서 야구를 하는) 아이들한테 더 신경 쓰라”고 했다. 하지만 야구와의 인연은 그리 쉽게 끊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구단으로부터 육성총괄 제의를 받은 그는 고심 끝에 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추신수는 “우리 구단이 2028년부터 청라돔 시대를 연다. 청라돔으로 갔을 때 조금이나마 더 단단한 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시즌은 지난달 끝났지만 추신수의 야구는 겨울에도 이어진다. 추신수는 25일 첫 방송을 앞둔 채널A 야구 예능프로그램 ‘야구여왕’의 감독을 맡았다. 추신수는 “우리나라에 여자 야구팀이 49개나 있다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며 “저희 ‘블랙퀸즈’가 50번째 팀이다. 방송을 보시고 더 많은 분들이 ‘누구나 야구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에너지를 얻어 가셨으면 한다”고 했다.시즌 중 유망주들을 찾기 위해 고교야구 대회 현장을 누볐던 추신수는 8월부터는 블랙퀸즈 선수들을 지도하기 위해 휴일도 반납했다. ‘부산 사나이’인 추신수에게 여자 선수 지도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추신수는 “모든 게 조심스럽다. 말할 때도 머릿속에서 최소 두 번은 거르고 한다.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울기도 하는 등 남자 선수들보다 어렵다”며 웃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추신수에게는 이것도 또 하나의 경험이다. 추신수는 “마이너리그 시절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피부색, 언어가 다른 선수들과 어울렸던 그 시간이 다른 이들과 융화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 다르다는 걸 많이 배웠다”고 했다. ‘여성 야구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내건 추신수는 “‘어차피 예능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모든 선수들이 진심으로 운동하고 있다. 언젠가 출연자 중 한국 여자 국가대표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인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4위, 5위 하려고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베어스다운 야구로 팬들에게 보답해 주길 바란다.” 박정원 프로야구 두산 구단주는 올 초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두산의 2025시즌은 실패로 끝났다. 이승엽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6월 자진사퇴했고, 팀은 끝내 반등하지 못한 채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22년 9위에 이어 다시 한 번 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박 구단주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절치부심한 두산은 영광 재현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 스토브리그의 큰손으로 평가받는 두산은 18일 100억 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으며 자유계약선수(FA) 시장 1, 2호 계약을 하루 만에 성사시켰다. 두산은 KIA에서 FA 자격을 얻은 유격수 박찬호(30)와 4년 최대 80억 원(계약금 50억, 연봉 합계 28억, 인센티브 2억 원)에 계약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한때 ‘화수분 야구’로 불릴 만큼 좋은 자원이 많았던 두산이 거액을 들여 외부 FA를 영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박찬호 이전에 유일한 사례는 2015년 롯데에서 FA가 된 왼손 투수 장원준(은퇴)을 4년 84억 원에 데려온 것이었다. 장원준은 2015∼2017년까지 3시즌 동안 41승 27패, 평균자책점 3.51로 활약하며 팀 선발진을 굳건히 지켰다. 장원준 영입 후 두산은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두산은 박찬호에게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한다. 한때 든든한 내야 수비가 강점이었던 두산은 최근 몇 년간 주전들의 이탈과 노쇠화, 은퇴 등으로 힘든 시간을 겪었다. 최우선 보강 포지션이 유격수라고 판단한 두산은 박찬호 영입을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FA 시장이 시작된 8일 자정이 지나자마자 두산은 ‘박찬호 V7’을 새긴 유니폼 6벌을 가지고 박찬호와 만났다. 아내와 부모님, 자녀들까지 챙기며 구단이 얼마만큼 선수를 원하는지를 보여줬다. 박찬호는 통산 1088경기 중 994경기(91.4%)에 유격수로 출장한 전문 유격수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유격수 부문 수비상 2차례(2023, 2024년), 골든글러브 1차례(2024년), 도루왕 두 차례(2029, 2022년)를 차지했다. 박찬호는 계약 후 “어린 시절 두산 야구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어린 시절부터 내 야구의 모토는 ‘허슬’이었다. 두산 야구의 상징인 ‘허슬두’와 어울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두산은 같은 날 내부 FA 조수행(32·외야수)과도 4년 최대 16억 원(계약금 6억, 연봉 합계 8억, 인센티브 2억 원)에 계약하며 집토끼 단속에도 나섰다. 올해 FA 2호 계약자가 된 조수행은 2025시즌 타율 0.244, 9타점, 30득점, 30도루를 기록했다. 최근 두산의 행보는 모두 내년 시즌 우승에 맞춰져 있다. 2022시즌 SSG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김원형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데려왔고, 예전 두산 우승 멤버인 홍원기, 손시헌을 코치로 영입했다. 두산은 또 올해 LG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김현수(37)의 재영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현수는 미국에 진출하기 전인 2015년까지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두산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그중 세 차례(2015, 2016, 2019년) 우승하며 ‘두산 왕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 잠실구장을 공동으로 쓰는 LG가 3년 사이 두 차례(2023, 2025년) 우승하는 걸 쓸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두산 팬들은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팀의 2026시즌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여자 골프대회 최대 우승 상금이 걸린 2025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20일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런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한 시즌 성적을 점수로 환산한 CME 글로브 포인트 순위 상위 60명만 출전해 컷오프 없이 경쟁한다. 대회 메인 후원사인 CME그룹은 지난해 대회부터 우승자에게 여자 골프 역사상 최대 상금인 400만 달러(약 58억6500만 원)를 주고 있다. 지난해 우승자 지노 티띠군(태국)은 이 대회 우승으로 상금왕(시즌 누적 상금 약 605만 달러)에 등극하며 역대 LPGA투어 선수 중 최초로 한 시즌 상금 6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도 이 대회 우승자가 상금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우승 상금이 18일 현재 상금 랭킹 선두 이민지(호주)의 시즌 누적 상금(약 382만 달러)보다 많기 때문이다. 김효주와 최혜진, 김세영, 고진영 등 한국 선수 9명도 이번 대회에서 ‘잭폿’에 도전한다. 올 시즌 한 차례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7번 이름을 올린 김효주는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CME 글로브 포인트 순위 5위로 출전권을 얻었다. 다음으로 순위가 높았던 선수는 6위 최혜진이다. 올 시즌 준우승만 두 번 기록한 최혜진은 시즌 최종전에서 다시 한번 데뷔 첫 승을 노린다.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이 대회 최다 우승 공동 1위(2회)인 고진영은 단독 1위 등극에 도전한다. LPGA투어 올해의 선수도 최종전에서 가려진다. 올해의 선수 타이틀은 티띠꾼(169점)과 이미 신인왕을 확정한 야마시타 미유(일본·153점)가 2파전을 벌이고 있다. 대회 우승자에겐 올해의 선수 포인트 30점이 주어진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영원할 것 같았던 ‘빙속 여제’ 이상화(36·은퇴)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세계기록이 12년 만에 깨졌다. 이상화를 넘어선 선수는 네덜란드의 스프린터 펨케 콕(25)이다. 콕은 17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25∼202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09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콕은 이상화가 2013년 같은 날 같은 경기장에서 세운 세계기록 36초36을 0.27초나 앞당겼다. 이상화의 여자 500m 기록은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종목을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깨지지 않았던 기록이었다. 그동안 각국 선수들은 새로운 주법을 연마하고, 첨단 기술과 장비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상화의 기록만큼은 난공불락이었다. 이상화 역시 “언젠가는 깨지겠지만 최대한 늦게 깨졌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기록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곤 했다. 콕은 16일 1차 레이스에서 36초48로 개인 최고기록을 작성하며 1위에 올랐다. 1차 레이스에서 이상화의 기록에 0.12초 차까지 다가섰던 콕은 “이상화가 세계기록을 쓸 때의 영상을 수없이 돌려봤다. 당시 이상화의 100m 기록이 10초09였다. 초반 스타트를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1차 레이스에서 콕의 100m 기록은 10초27이었다. 콕은 2차 레이스에서 100m를 10초19로 앞당겼다. 그리고 남은 400m에서 페이스를 끌어올려 세계기록 경신에 성공했다. 콕은 “이 순간을 오랜 시간 꿈꿔 왔다. 이상화의 경기 영상을 오늘 아침까지도 봤다”면서 “아직 이상화의 100m 기록에 다가서지 못했으니 (이 부분을 보완하면) 더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차세대 스타 이나현(20)은 이날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7초03으로 개인 최고기록을 작성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500m 2차 레이스에서는 김준호(30)가 33초78로 한국 신기록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해발 1425m의 고지대에 위치한 유타 올림픽 오벌은 기록의 산실로 유명하다. 상대적으로 공기 저항이 덜하고, 건조한 날씨와 뛰어난 빙질 관리로 스케이트가 잘 미끄러지기 때문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오른손 타자가 없다고 하니 키워 주신다는 느낌으로 데려가 주시면 좋겠어요.”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한창이던 7월에 만난 안현민(KT·22)은 ‘태극마크’ 욕심은 없느냐는 질문에 ‘애원’에 가까운 답을 내놨다. 올 시즌 타율 0.344, 22홈런을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안현민은 작년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거의 없는 선수였다. 국가대표는커녕 청소년 대표로 뽑힌 적도 없었다. 하지만 15,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일본과의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안현민은 한국을 대표하는 오른손 거포로 떠올랐다. 생애 첫 한일전이라는 부담을 이겨내고 ‘K-거포’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안현민은 15일 첫 경기에서 2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해 0-0으로 맞선 4회초 모리우라 다이스케(히로시마)를 상대로 까마득하게 날아가는 선제 투런 아치를 그렸다. 올해 히로시마의 필승조로 활약한 모리우라는 2승 3패 12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1.63을 기록한 수준급 왼손 투수다. 1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5-7로 패색이 짙던 8회말 오른손 투수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를 상대로 다시 홈런을 작렬하며 도쿄돔을 가득 메운 일본 관중의 함성을 한순간에 잠재웠다. 주니치 에이스인 다카하시는 최고 시속 158km의 빠른 공을 주 무기로 올해 8승 10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했다. 한국은 9회말 2사 후 김주원(23·NC)이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을 치면서 최근 일본전 연패를 ‘10’에서 막을 수 있었다. 두 경기에서 모두 영양가 만점짜리 홈런을 친 안현민은 일본 투수진에 공포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다. 대회 전부터 안현민을 경계 대상 1호로 지목한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은 1차전이 끝난 후 안현민에 대해 “이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선수급”이라고 평가했다. 2차전에서도 8회 홈런이 나오기 전까지 일본 투수들은 안현민과의 정면 승부를 피했다. 안현민은 이날만 3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안현민은 거포이면서 발도 빠르다. 안현민은 고교 3학년 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대회에서 도루왕에 오른 적이 있다. 이번 대회 2차전 때도 3회말 3루 주자로 나가 있다가 1루 주자 송성문(29·키움)과 더블스틸로 홈을 훔치며 일본 배터리의 허를 찔렀다. 일본 언론들도 안현민을 주목하고 있다. 도쿄스포츠는 “두 경기 연속 호쾌한 홈런을 쏘아 올린 안현민이 한국 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며 “22세의 젊은 타자는 일본을 상대로 장타력을 각인시켰다. 타석에 서 있을 때 풍기는 ‘거포의 아우라’가 상대를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와는 달리 인사성 밝은 반전 매력도 화제를 모았다. 일본 언론들은 “안현민은 경기장에서 만나는 일본 관계자나 취재진에게 일본어로 ‘곤니치와(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밝은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은 안현민은 내년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도 중심 타선에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WBC에는 마이크 트라우트(34·LA 에인절스), 에런 저지(33·뉴욕 양키스) 등 안현민이 동경해 왔던 MLB 선수들도 미국 팀 소속으로 총출동할 예정이다. 안현민은 17일 귀국 인터뷰에서 “(일본전이) 무척 재미있었다. 꿈의 무대인 WBC에 꼭 나가고 싶다. 만약 대표팀에 뽑히게 된다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일본과의 두 경기에서 송성문과 김주원 등이 홈런을 치는 등 일본 타선과 대등한 싸움을 했다. 다만 투수들은 이틀간 4사구 23개를 내주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은 내년 WBC까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을 발굴하고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상범 여자프로농구(WKBL) 하나은행 감독(56)은 슬하에 딸만 하나 있다. 그런데 요즘 입버릇처럼 ‘아이들’을 찾는다. 돌봐야 할 ‘딸’이 갑자기 열다섯 명 더 생겨서다. 2001년 SBS(현 정관장) 코치를 시작으로 2023년 DB 감독에서 자진 사퇴할 때까지 이 감독은 20년 넘게 남자프로농구(KBL)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올해 처음 WKBL 무대에서 사령탑을 맡게 됐다.이 감독은 2011∼2012시즌 정관장 전신인 KGC인삼공사에서 KBL 정상을 차지한 적이 있다. KBL 우승 경력이 있는 감독이 WKBL에 발을 들인 건 이 감독이 처음이다. 평생을 남자농구에만 빠져 살았던 이 감독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나은행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이 감독은 WKBL 경기를 제대로 본 적도 없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이 감독은 일본프로농구(B리그) 2부 리그 팀 코치와 KBL 구단 단장 자리를 제안받고 행선지를 고민 중이었다.하나은행에서 김창근 단장이 처음에 ‘차 한잔 마시자’며 찾아왔을 때도 이 감독은 여자 팀 사령탑에 어울리는 후배들을 추천만 해줬다. 김 단장이 ‘팀을 맡아 달라’고 다시 찾아왔을 때도 사양했다. 하지만 김 단장의 ‘삼고초려’에 마음을 바꿨다. 이 감독은 “‘내가 뭐라고 이분이 이러실까’ 싶었다. 또 ‘나도 여자 선수를 한번 키울 수 있을까? 진짜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가 있었는데 한번 도전해보자는 오기가 발동됐다”라고 했다.그리고 계속해 “주변에서는 남자 팀 단장 자리를 추천한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아직은 현장에 마음이 더 끌렸다”면서 “현장이 당연히 더 힘들지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이 있다. 내가 지휘하는 선수들이 움직이고 성장하는 데에서 오는 매력이 크다. 한번 느껴보면 끊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이 감독이 현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면서 하나은행에 ‘필요조건’으로 내세운 게 정선민 코치(51) 영입이었다. 2016년까지 하나은행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정 코치는 2021년부터 3년 동안 여자 대표팀 감독을 지낸 뒤 현장을 떠나 있었다. 이 감독은 “내가 여자농구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나. 감독급 코치가 필요했기에 곧바로 선민이에게 전화했는데 처음엔 ‘오라버니가 무슨 여자농구냐?’며 장난치는 줄 알더라. 그래서 직접 찾아가 설명했더니 그제야 믿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정 코치가 사실상 모든 걸 다 하면 저는 전술만 입힌다”고 했다. 이날도 정 코치가 직접 설명, 시범까지 보이며 팀 훈련을 주도했다. 이 감독은 “(정 코치가) 거의 혼자 다 하면서 살이 빠졌다”며 웃었다.직전 시즌 최하위(6위)에 그쳤던 하나은행은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압도적인 꼴찌 후보로 꼽혔다. 이 감독은 “직전 시즌 꼴찌였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숙소로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니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이 정도였나’ 싶더라. 아이들 가르치면서 ‘패배 의식’에 절어 있는 걸 고치려고 했는데 우리 현실을 그때 제대로 처음 느꼈다. 사람들 인식이 우리는 아예 ‘맨날 지는 팀’으로 돼 있더라”며 “가슴에 ‘하나’ 뒤에 ‘이름’이 박힌 유니폼 입고 뛰는 선수들이 창피하지 않게 프라이드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고 했다.하나은행은 17일 안방 부천체육관에서 우리은행과 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이 감독은 “내 새끼들이 들어가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저도 궁금하다”고 했다.인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상범 여자프로농구(WKBL) 하나은행 감독(56)은 슬하에 딸만 하나 있다. 그런데 요즘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아이들”이다. 돌봐야 할 ‘딸들’이 갑자기 열다섯 명 더 생겨서다. 2001년 SBS(현 정관장) 코치를 시작으로 2023년 DB 감독에서 자진사퇴할 때까지 이 감독은 20년 넘게 남자프로농구(KBL)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올해 처음 WKBL 무대에서 사령탑을 맡게 됐다.하나은행은 이번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007년생 고졸 신인만 세 명 뽑았다. 13일 인천에 있는 구단 연습 체육관에서 만난 이 감독은 “제 딸도 스물일곱 살인데”라고 웃으며 “그래도 아이들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재미있다”고 했다.이 감독은 “DB 시절 막바지에 아쉬운 게 그거였다”며 “DB에서 정말 후회 없이 즐겁게 농구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3년 동안 정규리그 우승 두 번 하고 3년 재계약한 뒤에는 혼자 ‘되겠지, 알겠지’ 하고 말았던 게 나와 보니 아쉽더라”고 했다. DB는 이 감독이 부임 이후 첫 세 시즌 동안 정규리그에서 1-8-1위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성적이 그렇게 널을 뛰고 나니 사람이 미치겠더라. 재계약은 했고 부담은 있는데 그 부담이 혼자 쌓였다”며 “그럴 때 오히려 여유를 갖고 선수들과 대화도 더 많이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여기에서는 그래서 더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KBL에서 우승 경력이 있는 감독이 WKBL에 발을 들인 건 이 감독이 처음이다. 평생을 남자농구에만 빠져 살았던 이 감독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나은행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이 감독은 WKBL 경기를 제대로 본 적도 없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이 감독은 일본프로농구(B리그) 2부 리그 팀 코치와 KBL 구단 단장 자리를 제안받고 행선지를 고민 중이었다. 하나은행에서 김창근 단장이 처음에 ‘차 한잔 마시자’며 찾아왔을 때도 이 감독은 하나은행을 맡을 만한 농구 후배들을 추천만 해줬다. 김 단장은 ‘팀을 맡아달라’며 이 감독을 다시 찾아왔지만 그때도 이 감독의 머릿속에는 ‘일본에 가느냐, 국내 팀 단장 자리를 맡느냐’의 선택지만이 있었다. 특히 일본 팀과는 계약서에 사인만 안 했을 뿐 사실상 합의까지 마친 단계였다. 여기에 갑자기 선택지 하나가 추가하기는 버거웠다. 이 감독은 김 단장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하지만 김 단장의 ‘삼고초려’에 마음을 바꿨다. 이 감독은 “‘내가 뭐라고 이분이 이러실까’ 싶었다. 또 ‘나도 여자 선수를 한번 키울 수 있을까? 진짜 할 수 있을까?’ 물음표가 있었는데 도전을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발동됐다”라고 했다. 주변에서는 감독 못지않은 명예가 있는 자리인 단장 자리를 추천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가 여자농구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뒤에도 반응은 ‘왜 갑자기?’였다. 이 감독은 아직은 현장에 마음이 더 끌렸다고 했다. “당연히 현장이 더 힘들지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이 있다. 내가 지휘하는 선수들이 움직이고 성장하는 데에서 오는 매력이 크다. 한번 느껴보면 끊기가 힘들다.”단, 그가 감독직을 수락한 ‘필요조건’은 정선민 코치(51) 영입이었다. 이 감독은 “내가 여자농구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나. 감독급 코치가 필요했기에 곧바로 선민이에게 전화했는데 처음엔 ‘오라버니가 무슨 여자농구냐?’며 장난치는 줄 알더라. 그래서 직접 찾아가 설명했더니 그제야 믿었다”고 했다.이 감독은 “구단에 정 코치가 승낙을 안 하면 저도 못 한다고 말씀드렸다. 구단이 ‘정 코치가 혹시 안 된다고 하면 구단에서 달려가겠다’고 했다. 그게 참 고마웠다”고 했다. 결국 이틀 뒤 정 코치가 결심을 굳히면서 이상범호가 출범할 수 있었다.이 감독은 “정 코치가 사실상 모든 걸 다 하면 저는 전술만 입힌다”고 했다. 이날도 팀 훈련은 정 코치가 직접 설명, 시범까지 보이며 주도했다. 이 감독은 “(정 코치가) 거의 혼자 다 하면서 살이 빠졌다”며 웃었다.직전 시즌 최하위(6위)에 그쳤던 하나은행은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압도적인 꼴찌 후보로 꼽혔다. 이 감독은 “직전 시즌 꼴찌였으니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돌아오면서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이 정도였나’ 싶더라. 아이들 가르치면서 ‘패배 의식’에 절어 있는 걸 고치려고 했는데 우리 현실을 그때 제대로 처음 느꼈다. 사람들 인식이 우리는 아예 ‘맨날 지는 팀’으로 돼 있더라”며 “가슴에 ‘하나’ 뒤에 ‘이름’이 박힌 유니폼 입고 뛰는 선수들이 창피하지 않게 프라이드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고 했다.하나은행은 17일 우리은행과 안방 개막전을 치른다. 이 감독은 “내 새끼들이 들어가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저도 궁금하다”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LG 투수 임찬규(33)는 2023시즌 종료 후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성대결절 수술을 받았다. 평소 가장 큰 소리로 응원을 주도하는 ‘더그아웃 응원단장’인 데다 팀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단 MT 때 가수 소찬휘의 ‘티어스(Tears)’를 목이 터져라 열창한 여파였다.임찬규의 최초 기록은 또 있다. 그는 시즌 후 원소속팀 LG와 4년 총액 50억 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마친 뒤 소감을 스케치북에 적어 발표했다. 성대 수술 여파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임찬규는 당시 ‘FA 계약을 마치고 수술하게 되면 시즌 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우승 단장님께서 너무 바쁘셔서 수술 먼저 했다. 어찌 됐든 최초는 좋은 것!’이라고 적었다. 임찬규는 계속해 ‘은퇴하는 날까지 내 모든 육신을 바치겠다’며 ‘+성대’를 함께 적어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LG 팬들을 웃게 했다. 임찬규와 ‘톰과 제리’ 사이로 통하는 차명석 LG 단장은 “계약액 중 20억 원은 벤치에서 분위기 띄우라고 주는 것”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이번 시즌 LG는 2년 만에 다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선발 투수로 그라운드에서 제 몫을 다한 임찬규는 비시즌에는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쓴다. 바로 현역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예능 프로그램 주인공을 맡는 것이다. 12일 ‘티빙’에 따르면 이 OTT는 임찬규가 단독 MC 겸 출연자로 나서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 ‘야구기인 임찬규’를 내년 1월 공개할 예정이다. 아직 프로 무대에서 왕성하게 뛰고 있는 선수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야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임찬규의 외도가 가능한 건 그가 그럴 만한 성적을 꾸준히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임찬규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했다. LG에서 국내 선수가 3년 연속 10승을 거둔 건 임찬규가 역대 7번째다. 2023년 14승 3패 평균자책점 3.42로 호투했던 임찬규는 올해엔 11승 7패와 함께 리그 전체 국내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1위(3.03)까지 올랐다. 투수조 조장인 임찬규의 활약을 앞세워 LG는 올해 교체 외국인 투수로 8월에 합류한 톨허스트(26)를 제외하고 선발진 4명이 모두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LG에서 선발승으로만 10승을 달성한 선수가 네 명 나온 건 창단 두 번째 우승 기록을 남긴 1994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러다 31년 만에 역사를 다시 쓴 것이다. 올해 LG는 1994년과 마찬가지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우승팀 LG가 올해 리그 최강 ‘원투펀치’ 폰세(31)-와이스(29)를 앞세운 한화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비결로 투수진이 체력적 우위를 점한 게 꼽힌다. 정규시즌 선발진의 ‘동반 활약’을 이끈 임찬규의 한국시리즈 우승 지분이 적지 않은 이유다.LG는 2022년 ‘우승 전력을 구축했다’고 판단하고 구단 자체 다큐멘터리 ‘아워게임’을 제작한 적이 있다. LG는 그해 구단 최다승(87승)을 올렸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패해 한국시리즈도 밟지 못했다. 당시 임찬규는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로 LG 선발진 중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한국프로야구를 통틀어 최고의 ‘예능 캐릭터’인 임찬규도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눈물’을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모두 잡으며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다. 올가을 LG 팬들을 미소 짓게 하는 ‘우승 사냥’에 성공한 임찬규는 내년 초 야구 팬들을 넘어서 모든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웃음 사냥’에 나선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형택테니스재단은 “10일 강원 춘천시 휘슬링락 컨트리클럽에서 ‘주니어 유소년 테니스 선수 및 사회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자선골프대회’를 개최했다”고 12일 알렸다.이번 자선 골프대회에는 프로골퍼 김형성, 가수 윤종신 등 테니스와 골프 두 스포츠 선·후배, 셀럽, 기업인 등 160여 명이 참여했다. 재단은 수익금 1000만 원을 대한테니스협회에 기부했다. 이형택 이사장은 “이번 대회에 많은 분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재단은 앞으로도 주니어 테니스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과 나눔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은 “이 이사장과 재단의 꾸준한 관심과 후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 기부금이 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이끌어갈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폰세(31·한화)는 2015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신인드래프트 때 밀워키로부터 2라운드(전체 55순위)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MLB 도전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TV 중계가 없던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폰세에게 어머니 제니퍼 씨는 “TV에 나올 정도로 잘해라. 그래야 내가 집에서 편히 볼 수 있잖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7년 뇌암 4기 진단을 받은 어머니는 끝내 아들을 TV에서 보지 못한 채 그해 12월 눈을 감았다. 2019년 피츠버그로 트레이드 된 폰세는 이듬해 8월 3일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MLB 데뷔전을 치렀다. 1-1 동점 연장 11회말 마운드에 오른 폰세는 끝내기 안타를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로부터 25일 뒤 세인트루이스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MLB 통산 첫 승을 따냈지만 2021년에는 내리 6연패를 당했다. 이후 해외로 눈을 돌린 폰세는 2022년부터 일본프로야구에서 세 시즌을 보낸 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한해협을 건넜다. 한국행은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다. 폰세는 개막 후 최다인 선발 17연승, 한 경기 최다 탈삼진(18개), 시즌 최다 탈삼진(252개) 등 한국프로야구 기록을 연신 갈아치웠다. 만장일치로 ‘한국의 사이영상’으로 불리는 최동원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다. 폰세가 11일 부산 남구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최동원상 시상식에 직접 참석한 것도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최동원상은 2014년 제정 이래 외국인 투수들이 수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선수 중에는 2022년 김광현(37·SSG)이 마지막이었다. 대부분의 외국인 수상자들은 시즌 후 자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시상식 불참이 일반적이었다. 2020년 알칸타라(33·당시 두산)가 팀이 한국시리즈를 치르던 중 한 번 참석했을 뿐이다. 올 시즌 초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폰세 부부도 원래 미국으로 돌아가 출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폰세의 활약 속에 한화가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오르며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폰세 부부의 첫딸은 6일 대전에서 태어났다. 폰세가 참석한 이날 시상식은 부산과 울산 그리고 한화의 안방 도시 대전에서도 TV로 볼 수 있었다. 폰세가 어머니를 떠올린 게 당연한 일. 폰세는 시상식에 참석한 최동원(1958∼2011)의 어머니 김정자 씨(91)를 향해 “아드님이 구장 안팎에서 정말 좋은 선수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드님을 멋지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폰세는 내년 시즌에는 어머니가 바라던 대로 미국 TV에 나오는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언론은 한국에서 ‘슈퍼스타’로 거듭난 폰세가 최소 2년 2200만 달러 이상의 메이저 계약을 따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후(27)가 뛰고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되고 있다. 폰세는 “한국에 남는 것이냐”는 사회자의 ‘돌직구’ 질문에 “통역을 안 해도 무슨 질문인지 알겠다. 요새 다들 그것만 물어본다”며 “당장은 출산한 아내를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는 게 없어 (계약 진행 상황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폰세는 향후 계획을 묻는 ‘변화구’에도 “신생아 부모라 당장은 잠이 필요하다”고만 했다. 한화는 폰세 부부의 한국 생활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시즌 중반부터 재계약 희망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 각 구단은 외국인 3명 계약 총액을 400만 달러 이하로 맞춰야 해 한화가 폰세를 붙잡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손혁 한화 단장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국 선수의 선택에 달려 있다. 구단 목표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외국인 선수 계약을 확정짓는 것”이라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내년부터 개별 투구당 베팅액을 200달러(약 29만 원)로 제한한다. 또 여러 결과를 동시에 맞혀야 하는 ‘팔레이(parlays) 베팅’에도 개별 투구 결과는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MLB 사무국은 스포츠 베팅 업체들과 이렇게 합의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전날 클리블랜드 투수 두 명이 도박사들과 공모해 고의로 구속을 낮추거나 일부러 볼을 던지는 등의 수법으로 불법 스포츠 베팅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2018년 스포츠 베팅을 사실상 합법화했다. 이후 ‘마이크로 베트’라 불리는 세부 단위 베팅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야구에서는 투구 속도나 볼·스트라이크 결과를 맞히는 방식이 대표적인 마이크로 베트였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마이크로 베트 시장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합법 스포츠베팅 시장을 유지하려면 리그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투구 단위 베팅은 승부 조작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에서 위험 요소가 컸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가 속한 오하이오주의 마이크 드와인 주지사는 “MLB가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고 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 다른 리그도 이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와 선발 투수가 불법 스포츠 도박 공모 혐의로 기소됐다. 10일 미국 브루클린 연방법원이 공개한 기소장에 따르면 클리블랜드 마무리 투수 에마누엘 클라세(27)와 선발 투수 루이스 오르티스(26·이상 도미니카공화국)는 자국 도박사들에게 자신들이 던질 공의 구속이나 볼, 스트라이크 등 투구 결과를 미리 알렸다. 도박사들은 이런 수법으로 최소 46만 달러(약 6억6800만 원)의 부당 이익을 얻었다. MLB는 두 선수의 등판 경기에서 스포츠 베팅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정황을 포착해 사법당국에 신고했다. 두 선수는 7월부터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클라세는 2019년 텍사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2022∼2024년 올스타전에 3년 연속 선정된 투수다. 4승 2패 47세이브에 평균자책점 0.61을 기록한 2024시즌에는 사이영상 아메리칸리그 최종 투표에서 3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2023년 5월부터 승부조작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다. 주된 수법은 ‘초구 볼’ 던지기였다. 클라세는 고의로 볼을 던졌으나 타자가 스윙을 해 의도치 않게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는 바람에 도박사들이 돈을 잃었을 때는 이들에게 슬픈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내기도 했다. 클라세는 또 일부러 공 스피드를 줄여 도박사들을 돕기도 했다. 경기 전 클라세와 통화한 도박사들은 시속 157.6km 이하의 공을 던진다는 데 돈을 걸어 1만1000달러(약 1600만 원)를 따기도 했다. 올 시즌 전 오르티스가 피츠버그에서 트레이드돼 팀에 합류하자 클라세는 승부조작 주선에도 나섰다. 오르티스는 이날 보스턴 공항에서 출국하려다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클라세는 현재 미국을 떠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두 선수의 변호사는 제기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MLB에서는 지난해에도 샌디에이고 내야수 투쿠피타 마르카노(26)가 불법 야구 도박에 387회에 걸쳐 15만 달러(약 21억 원)를 베팅해 영구제명되는 등 다섯 명이 관련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천시 빌럽스 포틀랜드 감독(49)을 포함해 전현직 선수 30여 명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돼 체포되기도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슈퍼블루마라톤’이 10번째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와 롯데가 공동 주최하는 슈퍼블루마라톤이 8일 서울 마포구 평화의공원 평화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슈퍼블루마라톤에는 8000여 명이 참가했다. 대회 코스는 긴 거리를 달리는 게 부담스러운 장애인과 비장애인 참가자를 위한 슈퍼블루 걷기(1.6km)와 장애인 참가자들이 쾌적하게 달릴 수 있도록 월드컵로 양방향을 개방한 채 치러진 슈퍼블루 5km, 비장애인과 장애인 참가자들이 함께 달린 5km와 10km 코스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번 대회 홍보대사로 뇌병변장애가 있는 김지우 미술작가는 휠체어를 타고 시각장애인 인플루언서 허우령 씨와 슈퍼블루 5km 코스를 함께 달렸다. 슈퍼블루마라톤은 2015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국내 최초의 마라톤 대회로 출발한 이후 장애인 인식 개선 캠페인의 대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 10년간 이 대회 누적 참가자 수는 약 8만 명에 달한다. 대회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파란색 운동화 끈을 묶고 달리도록 권장한다. 파란색 운동화 끈은 장애인의 희망과 자립 의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상징한다. 정양석 SOK 회장은 “슈퍼블루마라톤이 단순한 러닝 이벤트를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통합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상징적인 자리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다”면서 “이번 대회의 경험이 참가자들의 삶 속에서 작은 배려와 존중, 열린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