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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소방관이다. 산소통을 지고 불길이 치솟는 지옥 같은 집안에 들어갔는데 바닥에 요람과 장난감이 뒹굴고 있다. 아버지는 간신히 구조했지만 아기가 집안에 있는지 확실치 않다.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지고 공기통의 산소는 줄어들고 있다. 당신은 이 순간 밖으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집안에 있을지도 모를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수색을 계속할 것인가. 어떤 분야에서든 중요한 결정이란 얄궂게도 가장 급박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맞닥뜨린다. 책의 원제는 ‘The Heat of the Moment’. 불길이 치솟는 극단의 그 순간 인간의 의사결정은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하는가. 영국 소방당국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20년차 여성 소방관이자 심리학 박사인 저자가 긴급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과정과 지휘의 기술을 담아냈다. 저자가 체험한 재난 현장의 이야기가 밑바탕이 돼 읽는 재미와 신뢰를 더한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도깨비나 귀신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봐야 ‘은비까비의 옛날옛적에’를 보고 자란 30, 40세대라면, 게다가 ‘호러’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라면 마음을 졸이다가 화들짝 놀라는 순간도 있다. 그런데도 이 애니메이션, 참 이상하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도깨비와 귀신을 소재로 친구 사이의 우정 모험 도전 인과응보 등 좋은 콘텐츠는 다 갖췄다.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들과 같이 보다 보니 내가 더 빠졌다”는 고백이 나올 정도다. CJ ENM 투니버스 채널의 토종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는 파일럿(반응을 보기 위한 시험 프로그램)이 처음 방송된 2014년 말 이후 5년여 만에 자체 시청률 기록을 새로 쓰며 승승장구 중이다.○ 오싹한 귀신 이야기 속 용기와 우정 투니버스에 따르면 이달 14일 방영된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X: 6개의 예언’ 10화는 시청률 8.04%로(4∼13세 유료가구 타깃시청률) 이전 시즌의 최고 기록 7.74%를 뛰어넘으며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파일럿 방송 당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신비아파트는 2016년 첫 시즌이 정규 편성됐고 이후 3개 시즌이 방송되며 인기를 끌었다. 이야기의 큰 틀은 백 살 넘은 도깨비 신비가 초등학생 구하리, 두리 남매와 힘을 합해 억울한 일을 겪은 귀신의 한을 풀어주고 악귀를 혼내주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타깃 시청층이다. ‘2등신’ 몸의 귀여움에 신통력을 자랑하는 연두색 도깨비 신비와 씩씩하고 정의로운 하리, 활검을 휘두르며 귀신을 무찌르는 강림 등 캐릭터의 특성과 매력이 분명하다. 매회 등장하는 귀신들은 다양한 사연과 모습으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신비아파트를 담당하는 최우석 PD는 “제작진이 얻은 결론은 아이들도 어른 같은 인격체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육의 대상으로만 보기보다는 아이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성인지감수성, 인종감수성 등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중요 요소들은 다양한 세대가 모인 제작진의 수평적인 회의를 통해 다듬어진다. 이 회의에서 오싹한 이야기지만 악귀를 처단하고 귀신의 한을 풀어주는 이야기 구조도 완성된다.○ ‘대세 콘텐츠’ 공식 따라 장르 확장 신비아파트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팬심’을 바탕으로 ’뽀로로’ ‘펭수’같이 대세 콘텐츠만이 걸을 수 있는 지식재산권(IP) 확장 공식을 따르고 있다. 극장판 신비아파트와 뮤지컬, 시뮬레이션 게임, 웹드라마 등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져 팬의 범위를 온 가족으로 넓혔다. 보편적이고 좋은 이야기를 유지하면서 장르에 맞게 변형한 것이 주효했다. 2017년 시작해 현재까지 3개 작품이 나온 신비아파트 뮤지컬은 초연 때부터 티켓 예매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평균 객석 점유율은 98%에 이를 정도다. 웹드라마 ‘기억, 하리’와 ‘연애공식 구하리’는 하리와 강림의 로맨스에 중점을 둬 어린 시절 신비아파트를 보고 자란 중고등학생층을 공략했다. 신비아파트 주인공들과 함께 귀신을 잡는 게임 ‘신비아파트 고스트헌터’와 시뮬레이션 게임 ‘고스트 시그널’, 강림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슈팅게임 ‘궁수 강림’도 연령대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어 성인 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도깨비나 귀신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봐야 ‘은비까비의 옛날옛적에’를 보고 자란 30,40세대라면, 게다가 ‘호러’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라면 마음을 졸이고 화들짝 놀라는 순간도 있다. 그런데도 이 애니메이션, 참 이상하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도깨비와 귀신을 소재로 친구들 사이의 우정, 모험, 도전, 인과응보 등 좋은 콘텐츠가 갖춰야 할 내용이 빼곡하다. 부모들 사이에서도 “아이들과 같이 보다보니 내가 더 빠졌다”는 고백이 나올 정도다. 투니버스 채널의 토종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는 파일럿이 처음 방송된 2014년 말 이후 약 5년 만에 시청률 기록을 새로 쓰며 초등학생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승승장구 중이다. ●오싹한 귀신 이야기에 담긴 용기와 우정 투니버스에 따르면 이달 14일 방영된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X: 6개의 예언’ 10화는 시청률 8.04%로(4~13세 유료가구 타깃시청률) 이전 시즌의 최고 기록 시청률 7.74%를 뛰어넘으며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파일럿 방송이 당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2016년 첫 시즌이 정규 편성됐고 이후 3개 시즌을 거듭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야기의 큰 틀은 100살이 넘은 도깨비 신비가 초등학생 구하리·두리 남매와 힘을 합해 억울한 일을 겪은 귀신의 한을 풀어주고 악귀를 혼내주는 ‘호러 애니메이션’이다. 주 타깃 시청층은 초등학교 저학년.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과학실에 사는 귀신이나, 아파트 물탱크에 사는 귀신 등 ‘귀신이야기’를 봐도 되는지 의아해하던 부모들도 최근 신비아파트에 함께 빠지는 사례가 늘었다. 2등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귀여움에 신통한 능력을 자랑하는 연두색 도깨비 ‘신비’와 씩씩하고 정의로운 여자 아이 ‘하리’, 활검을 휘두르며 귀신을 무찌르는 ‘강림’ 캐릭터 등 캐릭터의 특성과 매력이 분명하다. 매회 등장하는 귀신들은 다채로운 사연과 모습으로 방송을 거듭할수록 호기심을 자아낸다. CJ ENM 투니버스에서 ‘신비아파트’를 담당하는 최우석 PD는 “제작진이 얻은 결론은 아이들도 어른들과 같은 인격체로 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교육의 대상이라고 보기 보다는 아이들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다 보니 성인지감수성, 인종감수성 등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중요한 스토리의 요소들이 다양한 세대가 모인 제작진들의 수평적인 회의에서 공격과 방어를 거듭하며 다듬어진다. 오싹하도록 무서운 이야기이지만 아이들이 힘을 합쳐 귀신의 잘못을 처단하고, 귀신의 한을 풀어주는 이야기 구조도 완성된다.●‘대세 콘텐츠’ 공식 따르는 장르확장 ‘신비아파트’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팬심’을 바탕으로 ‘뽀로로’ ‘펭수’ 등 대세 콘텐츠들만이 걸을 수 있는 IP(지식재산권) 확장 공식을 따르고 있다. 극장판 ‘신비아파트’와 뮤지컬, 시뮬레이션 게임, 웹드라마 등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양한 콘텐츠로 팬의 범위를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온가족으로 넓혔다. 보편적인 좋은 이야기를 유지하되 뮤지컬, 웹드라마 등 장르에 맞게 변형한 것이 주효했다. 2017년 시작해 현재까지 3개 작품이 나온 ‘신비아파트 뮤지컬’은 초연 티켓 예매가 시작될 때 마다 예매 랭킹 1위를 차지한다. 평균 객석 점유율이 98%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신비아파트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웹드라마 ‘기억, 하리’와 ‘연애공식 구하리’는 하림과 강림의 로맨스에 중점을 둬 어린 시절 신비아파트를 보고 자란 중,고등학생 팬층을 공략했다. 신비아파트 주인공들과 함께 귀신을 잡는 게임 ‘신비아파트 고스트헌터’와 시뮬레이션 게임 ‘고스트 시그널’, ‘강림’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슈팅게임 ‘궁수 강림’도 연령대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어 성인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조선 좀비’에 이어 ‘아파트 좀비’가 온다. 정체불명의 감염으로 데이터와 와이파이, 통신이 모두 두절된다. 아파트에는 생존자들이 고립돼 있고, 집 밖에는 감염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생존자는 과연 살아서 탈출할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초부터 침체기를 겪는 극장에 메이저 배급사의 영화로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살아있다’가 처음 개봉을 확정했다. 6월 말 관객을 찾을 예정인 ‘#살아있다’는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다. 올해 3월 공개된 넷플릭스의 시리즈 ‘킹덤2’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인기를 끈 가운데 ‘한국형 좀비’의 기세가 침체된 극장가에 관객을 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살아있다’는 미국 시나리오 작가 맷 네일러가 쓴 원작을 조일형 감독이 우리말로 각색하고 연출했다. 원작 시나리오는 미국에서 ‘얼론(Alone)’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됐지만 국내 정서에 맞게 각색하며 제목도 우리말로 바꾸고 해시태그(#)를 붙였다. 유아인, 박신혜가 출연하는 영화는 주인공 준우(유아인)의 이름으로 개설된 인스타그램을 ‘생존스타그램’으로 홍보하며 개봉 전부터 10, 20대 관객의 입소문을 유도하고 있다. 상업 영화로 좀비를 다룬 영화 ‘부산행’이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좀비물은 소수 마니아를 위한 장르에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2010년)가 약 10년간 시즌을 이어가며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2013년 개봉한 영화 ‘월드워Z’가 관객 500만 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2016년 개봉한 ‘부산행’은 관객 1100만 명을 모으며 본격적으로 ‘K좀비’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 달 ‘#살아있다’ 개봉에 이어 여름 성수기에 ‘부산행’의 속편 ‘반도’가 개봉될 예정이어서 극장가의 좀비 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제대로 박살나 보면 정신 차릴 거야.” 올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이름이 네 차례나 울려 퍼진 봉준호 감독이 들은 말이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가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한 뒤였다. 신랄한 혹평보다 더한 무지근한 악평과 무관심 속에 내팽개쳐진 그 시간을 봉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잘 보여줄 방법을 갈고닦는 기회로 활용한다. 그 결과물이 20년 뒤 나온 ‘기생충’이다. 동아방송예술대가 기획한 젊은 창작자를 위한 강의 ‘디마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했던 영화감독과 배우 11명의 강연록을 모았다. 강제규 곽경택 김용화 이순재 정진영 등 정상의 자리에 오른 영화인들이 각자 가장 외롭고 낮은 위치에 있던 순간을 털어놓는다. 성공 너머에 숨겨진 솔직한 이야기는 감독이나 배우를 준비하는 젊은 예술가뿐 아니라 인생 시나리오를 그리는 모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하는 밤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한다. 정체 모를 테러리스트가 비행기를 탈취하고 부기장과 헬리콥터 조종 경력이 있다고 손을 든 승객 한 명이 관제탑의 승인 없이 비행기를 이륙시킨다. 폐쇄된 공간에서 테러리스트와 승객들 간 대립을 다룬 액션물이라고 생각했다면 섣부른 판단이다. 이 재난의 진짜 실체는 인류 생명의 근원 태양이다. 태양 전자기장의 변화라는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지며 햇빛에 노출되면 인간은 죽는다. 일면식도 없는 승객들을 실은 비행기는 태양을 피해 끊임없이 서쪽으로 가야 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이달 1일 공개된 벨기에 드라마 ‘어둠 속으로(Into The Night)’가 인기다.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 영어도 아닌 프랑스어 대사에도 공개 이후부터 꾸준히 한국에서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콘텐츠 톱10 순위를 유지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이후 좀비, 자연재해같이 디스토피아 소재를 다룬 재난물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 작품의 소재와 설정은 단연 독특하다. 이 시리즈의 몇몇 단면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앙에 처한 인류의 현실과 꼭 닮아 있다. 태양이 재난의 근원이라는 SF적 설정은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인류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코로나19를 연상케 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태양을 등지고 햇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달아나는 것뿐.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하고 각국의 국경이 닫힌 극한 상황에서 인간 본성이 드러나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악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남을 돕고 카오스에 빠졌던 비행기 안은 나름의 질서를 찾아간다. 서로 돕지 않으면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극 중이나 현실이나 마찬가지다. 6개 에피소드가 40분 내외 짧은 러닝타임으로 구성돼 비행기의 속도로 시청자들을 빨아들인다. 폴란드 소설가 야체크 두카이가 2015년 공개한 SF소설 ‘The Old Axolotl’이 원작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직장인 김모 씨(29)는 최근 어머니와 함께 극장에서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 주연의 1990년 작 ‘사랑과 영혼’을 극장에서 관람했다. 1991년생인 김 씨가 태어나기도 전에 개봉한 이 영화는 김 씨 부모가 연애 시절 데이트를 하면서 본 영화. 김 씨는 “도자기 빚는 장면의 포스터로만 알던 영화인데 엄마가 데이트하던 시절의 영화를 보니 애틋하고 기분이 묘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작이 사라진 요즘 극장은 추억의 ‘그때 그 영화’로 가득한 시네마 천국이다. 배우 오드리 헵번의 1950년대 개봉작부터 1990년 개봉한 ‘사랑과 영혼’까지 다양하다. 50대 이상 세대에게는 추억을, 2000년 전후 태어난 밀레니얼들에게는 낯설지만 신선함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제목만 알던 1990년대 영화를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관람한 2030세대 관객들은 극장 관람 후기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고 있다. 최근 주체적인 여성을 그린 서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1993년 개봉했던 지나 데이비스와 수전 서랜던 주연의 ‘델마와 루이스’도 다시 개봉해 2030세대 여성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1998년 개봉), ‘시네마천국’(1990년 개봉) 등도 2030세대 관객들의 관람률이 높았다. CGV가 지난달 30일 시작한 ‘오드리 헵번 기획전’은 20대와 50대가 함께 관람하는 대표적 추억의 영화다. ‘로마의 휴일’(1955년)을 비롯해 ‘사브리나’(1956년) ‘티파니에서 아침을’(1962년) 등 헵번의 대표작 6편을 상영 중이다. CGV의 관객 분석에 따르면 이 기획전은 20대와 50대 이상 관객 비중이 동시에 높았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로마의 휴일’ 등 비교적 잘 알려진 헵번의 작품들은 20대 관객들이 특히 많이 관람했고, ‘사브리나’ ‘샤레이드’ 등은 50대 관객이 많이 봤다. 2003년 세상을 떠난 장궈룽(張國榮)이 주연한 영화 ‘패왕별희’도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로 재개봉해 최근 관객 7만 명을 넘어섰다. 1993년 개봉했던 원작에서 미공개 영상이 15분 추가된 확장판으로 장궈룽의 사망 17주기를 맞아 재개봉이 추진됐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내 이름은 미카엘이야.”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간 첫날, 용기 있게 첫인사를 건네준 친구에게 진짜 이름이 아니라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남자 이름이 튀어나와 버리고 말았다.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고 남자아이들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축구를 잘하는, 소년이 되고 싶은 10세 소녀 로레의 성장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한 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경쟁했던 프랑스 셀린 시아마 감독의 2011년 작품 ‘톰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이 ‘관객 절벽’에 처한 가운데서도 9년 전 작품을 소환한 주인공은 관객들이다. 올 1월 국내 개봉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입소문만으로 관객 14만 명을 모으면서 시아마 감독의 전작(前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달 시아마 감독의 영화를 모은 기획전에서 ‘톰보이’를 본 관객들은 “정식으로 개봉하라”며 ‘압력’을 넣었다. 그 결과 이달 14일 ‘톰보이’는 극장에서 개봉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저 표현하고픈 시기. 어른들이 규정해놓은 것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도 힘든 그 질풍노도의 시기를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영화언어로 사랑스럽게 스크린에 풀어냈다. ‘미카엘’이라는 비밀을 안고 지내는 로레의 여름날은 여느 스릴러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언니의 비밀을 알아챈 잔망스러운 여동생 잔은 여기에 사랑스러운 웃음을 더한다. ‘원피스’와 ‘축구’로 구별 지어진 성별을 의식하지 않고 “나한테는 오빠가 있는데 언니보다 좋은 것 같아”라며 친구에게 자랑하는 잔의 모습은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뒤흔든다. 미카엘이자 로레 역을 맡은 조 허란과 동생 잔 역을 맡은 말론 레바나 등 아역들의 연기가 눈부시다. 소년과 소녀를 넘나드는 얼굴,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는 로레의 눈빛은 시아마 감독이 캐스팅에 성공했음을 입증한다. 다른 아역들에 허란의 진짜 친구들을 캐스팅해 자유분방하지만 천진난만하지만은 않은 아이들 세계를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영화는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지난 주말 1만 관객을 넘어섰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내 이름은 미카엘이야.”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간 첫날, 용기 있게 첫인사를 건네준 친구에게 진짜 이름이 아니라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남자 이름이 튀어나와 버리고 말았다.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고 남자아이들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축구를 잘하는, 소년이 되고 싶은 10세 소녀 로레의 성장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한 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작품상을 놓고 경쟁했던 프랑스 셀린 시아마 감독의 2011년 작품 ‘톰보이’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이 ‘관객 절벽’에 처한 가운데서도 9년 전 작품을 소환한 주인공은 관객들이다. 올 1월 국내 개봉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입소문만으로 관객 14만 명을 모으면서 시아마 감독의 전작(前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달 시아마 감독의 영화를 모은 기획전에서 ‘톰보이’를 본 관객들은 “정식 개봉하라”며 ‘압력’을 넣었다. 그 결과 이달 14일 ‘톰보이’는 극장에서 개봉했다.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저 표현하고픈 시기. 어른들이 규정해놓은 것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도 힘든 그 질풍노도의 시기를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영화언어로 사랑스럽게 스크린에 풀어냈다.‘미카엘’이라는 비밀을 안고 지내는 로레의 여름날은 여느 스릴러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언니의 비밀을 알아챈 잔망스러운 여동생 잔은 여기에 사랑스런 웃음을 더한다. ‘원피스’와 ‘축구’로 구별 지어진 성별을 의식하지 않고 “나한테는 오빠가 있는데 언니보다 좋은 것 같아”라며 친구에게 자랑하는 잔의 모습은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뒤흔든다.미카엘이자 로레 역을 맡은 조 허란과 동생 잔역을 맡은 말론 레바나 등 아역들의 연기가 눈부시다. 소년과 소녀를 넘나드는 얼굴,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는 로레의 눈빛은 시아마 감독이 캐스팅에 성공했음을 입증한다. 다른 아역들에 허란의 진짜 친구들을 캐스팅해 자유분방하지만 천진난만하지만은 않은 아이들 세계를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영화는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지난 주말 1만 관객을 넘어섰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마지막으로 새로운 일을 시도한 것이 언제인가. 게다가 그 일이 돈 한 푼 되지 않는 일이라면? 유명 출판사인 하퍼콜린스 편집장이자 20년간 에디터로 살아온 저자가 서핑에 도전하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를 담았다. 처음 서핑에 도전한 건 마흔 살. 심지어 파도를 혼자 타기까지 5년이 걸렸다. 17년간 노력했지만 뛰어난 서퍼가 되지도 못했고 그 서핑이 돈을 벌어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매일 파도가 그를 내동댕이쳤다. 서핑에서 멋있는 순간은 찰나다. 끝없이 패들링(보드에 엎드려 팔로 젓는 것)을 하고 좋은 파도를 기다린다. 일어나더라도 물에 빠지는 순간이 대부분이다. 파도와의 악전고투가 남긴 지혜는 소박하다. 망치고 죽을 쒀도 그것이 세상의 끝은 아니라는 것. 못하는 일을 힘들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더 잘하게 된다. 단순한 말 같지만 사실 우리 인생은 파도와, 서핑과 꼭 닮아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페이스북의 사명은 ‘커뮤니티를 이뤄 모두가 더 가까워지는 세상’이다. 그러나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미디어를 가르치는 저자는 독자에게 페이스북의 이 사명을 삐딱하게 바라보길 권한다. 페이스북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된 듯하지만 사람들은 더욱 가까워졌을까. 2016년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영리하게’ 활용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페이스북의 부작용을 분석하기 시작한 저자는 SNS가 소통과 민주주의 확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결론 내린다. 선전선동이 난무하고 증오와 혐오로 사회적 신뢰를 갉아먹는다는 것. 사람을 끌어들이는 ‘오락기계’, 사회적 책임을 명분으로 과오를 감추는 ‘자선기계’같이 페이스북의 어두운 이면을 간결하게 이름 붙이고 다양한 사례와 함께 풀어냈다. 원제 ‘Antisocial Media’.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한 편의 그림책을 읽는 듯, 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 ‘저 산 너머’(감독 최종태)가 개봉 보름 만에 관객 8만 명을 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 관객이 급감한 가운데서도 관객의 호평이 입소문을 타면서 개봉 3주 차인 14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날 기준 누적 관객은 8만4871명이다. ‘저 산 너머’는 가난하지만 사랑 넘치는 가정에서 특별한 꿈을 키워간 7세 소년 수환(이경훈)의 이야기다. 누구나 어렵던 일제강점기 1928년, 가난 속에서도 수환의 부모는 천주(天主·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지켜 나간다. 믿음과 가족의 사랑에서 탄생한 씨앗이 소년의 ‘마음 밭’에서 평생을 바칠 소명으로 싹트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렸다. 따스함과 정이 넘치는 가족 이야기, 때 묻지 않은 소년의 하느님에 대한 사랑 이야기가 코로나19 탓에 마음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이 입소문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동양화처럼 펼쳐지는 고즈넉한 풍경에 국악인들이 참여한 영화음악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종교를 넘어 어린이날까지 이어진 황금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소재라는 점도 ‘관객몰이’에 영향을 미쳤다. 종교인의 어린 시절을 다뤘지만 관객들은 “신앙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마음이 치유될 수 있는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객은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춘 시기, 삶에 대해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는 영화”라고 관람 후기를 남겼다. 26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을 맡은 이경훈을 비롯한 아역 배우들의 천진난만한 연기가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한다는 평가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그 시절 우리가 모두 마이클 조던처럼 농구를 할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조던’은 우리 젊은 시절 그 자체잖아요.” 네 살 딸을 키우는 박윤찬 씨(38)는 12일 출근길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를 보다 울컥하는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1990년대 미국프로농구(NBA)를 주름잡은 조던과 소속 팀 시카고 불스는 박 씨와 3040세대에겐 청소년 시절의 상징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 채널 ESPN이 만든 ‘더 라스트 댄스’는 당시 경기장 안팎에서 촬영한 500시간 분량의 미공개 영상을 바탕으로 1990년대 황금기를 지낸 조던과 ‘불스’ 왕조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전체 에피소드 6회 중 1, 2회가 11일 한국에서 공개되자 국내 넷플릭스 스트리밍 순위 톱10 안에 진입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말 공개돼 시청률 대박을 터뜨렸다. 1부는 평균 630만 명, 2부는 58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돼 ESPN 다큐멘터리 사상 최다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프로야구(KBO) 리그를 제외한 국내외 스포츠 리그가 대부분 중단된 상황에서 스포츠 팬들의 갈증을 식히는 역할도 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더 라스트 댄스’를 시청하며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리는 인증샷이 속속 올라오는 중이다. 나이키의 ‘에어 조던’ 시리즈 운동화와 ‘더 라스트 댄스’ 화면이 SNS 사진 속에 함께 등장하는 인증샷이 줄을 잇고 있다. ‘더 라스트 댄스’의 인기에 힘입어 소더비 경매는 조던이 경기에서 신었던 1985년 나이키 에어 조던을 8일(현지 시간) 온라인 경매에 부쳤다. 17일 마감되는 이 경매 제품은 운동화 오른쪽에 조던의 사인이 새겨져 있는데 예상 낙찰가는 1억8500만 원이다. 또 미국 이베이는 다큐멘터리 공개를 앞두고 한정판 에어 조던 시리즈를 재출시하는 테마 스토어를 열었다. 다큐멘터리는 조던뿐 아니라 스코티 피펜, 데니스 로드먼 등 당시 ‘불스 왕조’를 이끈 선수들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불스의 단장 제리 크라우스와 필 잭슨 감독 간의 갈등, 금전적 보상 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피펜과의 불화 등 팀을 둘러싼 뒷이야기들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3·4회는 18일, 5·6회는 25일 공개된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나 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입니다.”(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과 영화계는 2월부터 암흑기를 겪는 중이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직후 벌어진 극명한 대비다. 극장 일일 관객 수는 1만 명대로 2004년 관객 수를 전산 집계한 이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에 포함된 극장 지점들은 영업을 중단했고 급기야 CGV와 메가박스는 전체 지점의 약 30%를 폐쇄했다. 임직원들은 번갈아 휴직에 돌입했다. 돈이 돌지 않으니 영화 제작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제작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컸다. 코로나19는 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를 뒤흔들었다. 극장들은 여러 고육책을 냈다. 관객은 체온을 잰 뒤 상영관에 입장하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좌석도 거리를 두고 배정했다. 매표소를 거치지 않고 영화표를 살 수 있도록 비대면 서비스도 강화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인들은 긴급 지원 방안을 논의해 이달 말부터 극장 할인권을 지원하는 사업과 독립예술영화관의 기획전을 지원하는 사업 등을 확정했다. 한국 영화산업 전체 매출 중 영화관의 비중은 약 80%다. 극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 영화계 전체가 고사하는 것은 막자는 복안이었다. 5월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극장 관객이 소폭 증가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는 다소 완화됐다. 코로나19로 개봉을 연기했던 영화들도 개봉 일정을 속속 확정하기 시작했다. 소설 ‘아몬드’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손원평 감독의 스릴러 ‘침입자’가 21일 개봉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혜선 배종옥이 출연하는 ‘결백’(27일),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초미의 관심사’(27일)도 극장에 걸리게 됐다. 5월 말 신작 개봉을 확정한 한 배급사 관계자는 “‘극장에 가고 싶어도 볼 신작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누군가는 발 벗고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사 위기에 처한 영화계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레 일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다시 극장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어렵사리 개봉일을 확정하고 마케팅 준비에 돌입한 영화계 관계자들은 무너질 위기에 처한 공든 탑을 바라보는 심정이다. 모두가 살얼음판을 걷듯 방역수칙을 지키는 상황에서 ‘나 하나는 괜찮겠지’ 하는 안일함이 불러온 파장은 크다. 극장 티켓 한 장에는 배급사와 제작사, 홍보사, 투자사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산업의 위기로 고용 불안정성이 커지고 재능 있는 인재들이 버티지 못하면 한 단계 비상하려던 한국 영화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부디 이런 시나리오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서현 문화부 기자 baltika7@donga.com}

넷플릭스가 봉준호 감독의 동명 영화를 드라마 시리즈로 만든 ‘설국열차’(사진)를 25일 공개한다. 이 시리즈는 동명의 영화를 10개 에피소드로 확장해 그린 작품이다. 기상이변으로 꽁꽁 얼어붙은 지구에서 마지막 생존 기회인 열차에 탑승한 이들이 벌이는 계급 투쟁과 사회적 불평등, 생존을 그렸다. ‘알리타: 배틀 엔젤’의 제니퍼 코널리가 열차의 관리자 멜라니 역을, ‘벨벳 버즈소’의 다비드 디그스가 열차 안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꼬리칸 출신 전직 형사 레이턴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는 “배경이나 계급사회 등 설정은 영화와 동일하지만 주요 캐릭터나 전개는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과 함께 영화 ‘설국열차’ 제작에 참여했던 박찬욱 감독이 이번 시리즈 제작에도 참여했다. 영화 ‘설국열차’는 국내에서 2013년 개봉해 관객 935만 명을 모았다. 미국에서는 2016년부터 드라마 제작이 추진됐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디즈니 역사상 가장 뛰어난 최고경영자(CEO), 시가 총액 300조 원 기업을 이끌던 로버트 아이거의 첫 저서라면 첫 장부터 디즈니 동화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늘어놓을 법도 한데 그는 다소 의외의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재임 시절 최악의 사고, 이 책을 통틀어 그가 가장 힘들고 약해 보이는 순간이다. 2016년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 개장을 앞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지구 반대편 미국 올랜도 디즈니리조트에서 악어가 두 살배기를 물고 사라지는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 상하이에서 개장식을 준비하던 아이거는 아이 부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회사의 과실을 CEO가 직접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소송이 시작되면 불리해질 수도 있지만 그 순간 그에게 그런 원칙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 부모에게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거듭 말한 그는 전화를 끊고 침대 끝에 걸터앉아 엉엉 울어버린다. 회고록이라기보다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디즈니의 전성기를 이끈 수장의 리더십, 고비마다 좋은 선택을 내린 경영인의 전략서적에 가깝다. 바탕에는 진정성과 존중, 정직함이라는 행복한 회사의 비결로는 뻔해 보이지만,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는 선택의 순간에는 누구나 회피하고픈 아이거만의 원칙이 깔려 있다. ABC방송국 말단 보조로 시작해 디즈니에 인수당한 ABC 출신으로 인수한 회사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그가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터득한 수모와 보람에서 나온 원칙이다. 디즈니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자 변곡점은 디즈니의 픽사 인수다. 픽사의 리더 스티브 잡스와 벌인 협상은 그의 원칙이 가장 두드러진 장면이기도 하다. 길이 7m가 넘는 화이트보드에 두 시간 동안 인수합병의 단점만 써내려가는 잡스를 끝내 설득해 낸 것은 다른 기업에 회사가 넘어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고 픽사의 독특한 문화와 가치를 보존하겠다는 그의 약속이었다. 이어 숨 가쁘게 펼쳐지는 마블과 루커스필름 그리고 21세기폭스 인수, 트위터 인수 포기, 디즈니플러스 론칭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통해 ‘대담함’과 ‘올바름’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를 그가 어떻게 끊임없이 견주며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는지 들려준다. 책의 전반은 ABC방송국의 스포츠와 뉴스를 이끈 룬 얼리지, 디즈니의 또 다른 전성기와 몰락을 이끈 CEO 마이클 아이스너 등 그가 경험한 상사들의 장단점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흡수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가 2005년 디즈니 CEO로 취임해 침몰 중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구원하고 올드 미디어의 쇠락 속에서 디즈니플러스라는 미래를 대비하며, 글로벌 시장 전략을 정비하는 과정이 전개되는 후반부는 경영학 교과서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와 스타워즈의 팬이라면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마블의 아이크 펄머터, 루커스필름의 조지 루커스와의 인수 과정 막전막후도 흥미진진하게 몰입할 수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이르면 이달 말 전국 극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화 관람 할인권 133만 장이 풀린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산업코로나19 대책위원회는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극장가 활성화를 위해 6000원 상당의 할인권 133만 장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할인권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영화관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인터파크 맥스무비 같은 예매사이트에서 티켓을 예매할 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 측은 “극장 관객 감소는 영화관뿐 아니라 제작사 배급사 등으로 피해가 이어지기 때문에 영화 관람을 활성화해 영화산업 자체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직영 영화관을 제외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의 기획전 지원 사업도 추진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감한 중소 영화관을 대상으로 최소 6편으로 구성된 영화기획전을 공모해 선정되면 대관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중소영화관 기획전 지원 사업은 이르면 이달부터 9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귀여운 트롤(Troll)들의 흥겨운 음악 배틀이 관객들을 낚아 올렸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에 삽입된 스파이스걸스 ‘워너비’, 싸이 ‘강남스타일’, 레드벨벳 ‘러시안 룰렛’ 등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음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어붙은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지난달 30일 일일 관객은 총 10만6906명을 기록했다. 일일 관객이 10만 명을 넘긴 것은 3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어린이날에 120만 명이 극장을 찾은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극장에도 관객들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트롤: 월드 투어’는 연휴 기간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4일까지 관객 6만4000명을 모았다. 팝, 클래식, 컨트리 등 6개 장르로 나뉜 트롤 마을에서 록 트롤의 여왕 ‘바브’가 “세상을 록의 나라로 만들겠다”며 전쟁을 선포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유니버설픽처스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트롤: 월드 투어’를 극장에 개봉하는 동시에 주문형비디오(VOD)도 공개했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극장과 2차 부가판권 시장에서 동시에 공개할 경우 개봉하지 않는 기준에 따라 상영하지 않았고 메가박스는 개봉했다. 대만 멜로영화 ‘나의 청춘은 너의 것’(4만7314명), 한국 공포영화 ‘호텔 레이크’(4만926명)가 뒤를 이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8월은 영화시장 최대 성수기다. 매년 평균 8월 한 달에만 관객 약 3000만 명이 극장을 찾는다. 지난해에는 다소 적은 2400만 명이 들었지만 여전히 8월은 1년 중 극장이 가장 붐비는 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 초부터 위기를 맞은 영화시장에 7월 말∼8월 초 연중 최대 대목을 앞두고 한국영화의 개봉 움직임이 조심스레 일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돼 생활방역 체제로 돌입했고 부처님오신날(지난달 30일)에서 어린이날로 이어진 황금연휴로 영화 관객이 소폭 늘어났다. 긍정적인 신호다. 연상호 감독의 ‘반도’는 올여름 개봉을 가장 먼저 확정했다. ‘부산행’(2016년)의 속편으로 그 4년 뒤 폐허가 된 땅에 남은 사람들이 좀비와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1차 예고 영상에서 폐허 속 좀비들 모습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부산행 덕에 생긴 외국 팬들은 이 예고 영상에 반응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띄우는 등 벌써부터 관심을 보였다. 동명(同名)의 원작 뮤지컬을 영화화한 윤제균 감독의 ‘영웅’도 개봉을 준비 중이다. 1909년 10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1년을 그렸다. 뮤지컬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주연으로 출연했다. 한국영화 사상 첫 뮤지컬 영화다.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도 뜨거운 태양 아래 관객을 맞을 예정이다.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립된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 실화를 그렸다. 송중기 김태리 주연의 SF물로 화제를 모은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도 여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7, 8월 개봉작은 제작비를 대거 투입한 한국 블록버스터가 주도했다. ‘신과 함께2’(2018년), ‘택시운전사’(2017년), ‘부산행’(2016년), ‘암살’(2015년) 같은 1000만 관객 영화가 이 시기에 나왔다. 영화계 여름 흥행의 최대 변수는 할리우드다. 매년 여름 한국영화와 경쟁하던 할리우드 기대작의 올해 개봉 일정은 코로나19로 모두 틀어져 버렸다. 대부분 연말로 개봉 일정을 옮긴 가운데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만 7월 개봉이 확정됐다. 뮬란은 당초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연기됐다. 여름 영화시장의 다양한 변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배급사들은 할리우드 영화의 공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올해는 ‘기생충’의 성과에 국내 유명 감독들의 신작 개봉으로 기대가 컸다. 그만큼 할리우드 영화 공백기에 한국영화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 배급사 관계자는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던 할리우드 영화가 사라진 점은 영화시장에 부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영화시장의 악재로 꼽혔던 8월 도쿄 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된 것과 유럽 미국의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급 학교가 5월에야 개학하면서 여름방학이 짧아진 점은 여름 영화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여러 변수로 시장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개봉 일정 및 마케팅 전략 결정 등 기존의 ‘배급’ 개념이 완전히 무너진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귀여운 트롤(Troll)들의 흥겨운 음악 배틀이 관객들을 낚아 올렸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투어’에 삽입된 스파이스걸스 ‘워너비’, 싸이 ‘강남스타일’, 레드벨벳 ‘러시안 룰렛’ 등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음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어붙은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지난달 30일 일일 관객은 총 10만 6906명을 기록했다. 일일 관객이 10만 명을 넘긴 것은 3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어린이날에 120만 명이 극장을 찾은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한자리 숫자로 줄어들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극장에도 관객들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트롤: 월드 투어’는 연휴 기간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4일까지 관객 6만4000명을 모았다. 팝, 클래식, 컨트리 등 6개 장르로 나뉜 트롤 마을에서 록 트롤의 여왕 ‘바브’가 “세상을 록의 나라로 만들겠다”며 전쟁을 선포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유니버셜픽처스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트롤: 월드투어’를 극장에 개봉하는 동시에 주문형비디오(VOD)도 공개했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극장과 2차 부가판권 시장에서 동시에 공개할 경우 개봉하지 않는 기준에 따라 상영하지 않았고 메가박스는 개봉했다. 대만 멜로영화 ‘나의 청춘은 너의 것’(4만7314명), 한국 공포영화 ‘호텔 레이크’( 4만926명)가 뒤를 이었다.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