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9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핵심 근거는 검찰이 자금 공여자로 지목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진술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검찰에서는 “한 전 총리에게 9억여 원을 줬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는 “준 적이 없다”고 말을 뒤집는 등 진술의 일관성이 없고 여러 객관적 상황과도 맞지 않는 점이 많아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하지만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9억여 원 존재’ 등 검찰이 유죄의 증거나 정황으로 제출한 여러 사실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열릴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과 한 전 총리 간 법정 공방의 쟁점이 될 여지를 남겼다.검찰이 지난해 4월 한 전 총리의 9억여 원 수수 혐의 사건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은 한만호 전 대표가 2007년 한 전 총리에게 세 차례에 걸쳐 현금과 수표, 달러 등을 합쳐 9억여 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재판에서 한 전 총리의 유·무죄를 가리는 핵심 쟁점은 한 전 대표가 검찰에서 했던 자금 공여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모아졌다.이날 재판부는 한 전 대표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 전 대표가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가 지난해 12월 열린 재판에서는 “검찰에서 거짓말을 했다”며 검찰 진술을 정반대로 뒤집었다는 점을 들어 기본적으로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한 전 대표가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고 검찰 진술을 뒤집은 법정증언도 인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검찰에서 했던 자금 공여 진술 역시 믿을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재판부는 일반적인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 행태에 비춰볼 때 한 전 총리의 자택이나 자택 주변 도로에서 돈을 건넸다는 한 전 대표의 진술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평균 30초당 1대씩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에서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기 위해 차량 안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피고인이 편안하다고 느끼기 어렵다”고 했다. 또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자가 억대의 정치자금을 재정담당자나 믿을 만한 보좌직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받는 것이 흔한 경우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이 그의 사업상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진 정황이 있다고 재판부가 본 것도 한 전 대표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전 대표가 검찰에서 진술할 당시 한 전 총리가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었고 정치적 폭로를 이용해 사업상 이익을 얻으려 도모한 듯한 모습이 엿보였다고 판단한 것이다.재판부는 한 전 대표가 발행한 1억 원 상당의 수표가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자금으로 사용된 사실에 대해서도 “1억 원 수표를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수표가 한 전 총리에게서 그 동생에게 전달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의심스러운 9억 원의 존재 인정재판부가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한 전 총리가 한 전 대표가 조성한 9억여 원과 관계가 전혀 없다고 판단한 결과라기보다는 9억여 원이 한 전 총리에게 확실히 전달됐다는 검찰의 입증이 부족했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한신건영에서 9억여 원이 조성됐고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의 측근인 김문숙 씨에게서 2억 원을 돌려받은 사실 등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에 비춰보면 9억여 원이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사진)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는 31일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50)에게서 9억여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이 사건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 한 전 대표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한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71)에게서 인사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지 1년 6개월 만에 또 무죄를 받았다. 이에 따라 야당은 검찰이 한 전 총리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죄 판결이 선고된 직후 한 전 총리는 “돈 받은 사실이 없기에 무죄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번 판결은 정치검찰에 대한 유죄 선고”라고 강조했다.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근 대법관 후보 물망에 올랐던 고려대 법학과 출신인 서울중앙지법의 한 고위 법관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결정한 대법관 후보 7명에 들지 못하자 같은 학교 출신 법관 10여 명에게 ‘성원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하다. 내년에는 꼭 (대법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e메일을 보내 논란을 빚고 있다. 추천위는 18일 최종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된 김용덕 법원행정처 차장(사법연수원 12기)과 박보영 변호사(16기) 등 모두 7명의 후보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으나 문제의 e메일을 보낸 법관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논란이 된 e메일에는 ‘교회 새벽기도에도 다니면서 기도를 많이 했는데 (대법관 후보에도) 추천이 되지 못해서 마음이 괴롭다. 오늘 아침에는 교회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 (대법관) 후보에도 들지 못해서 후배들에게 송구스럽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e메일 내용 중 ‘내년에는 꼭 (대법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표현한 부분은 같은 학교 출신 법관들 사이에서도 “지나치다”는 반응을 낳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 e메일 내용이 대부분 알려진 상황이다. 법원 판사들은 해당 법관이 쓴 문제의 e메일 내용에 대해 “대통령의 대법관 인사권과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과 관련해 여러 가지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비판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해당 법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e메일을 보낸 취지에 대해 “(같은 대학 출신) 지방법원 부장판사들을 비롯해 서초동 법원청사에 근무하는 부장판사 10여 명을 대상으로 마음으로 응원해줘서 고맙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e메일을 받은 분들이 (대법관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입장에 있는 분들도 아니고 그냥 순수한 마음을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편지 내용은 ‘내가 인격적으로 부족하며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다. 더 열심히 하겠다. 내년에는 더 잘되지 않겠냐’는 것”이라며 “이런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서로 역할을 분담해서 히로뽕을 밀수해 판매해온 일가족이 수사기관에 적발돼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이나 검찰에 적발되는 히로뽕 밀수 조직 가운데 일가족이 동원돼 밀수단을 구성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히로뽕 밀수와 매매를 총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는 아내 최모 씨(56·여·무직)였다. 5차례 마약 관련 전과가 있던 최 씨는 2009년 5월경 대만 국적의 일명 ‘아롱’ 씨 등으로부터 마약 밀수 제의를 받은 뒤 남편 황모 씨(52·식당업)와 상의해 히로뽕 밀수를 결심했다. 최 씨는 밀수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대만으로 건너가 히로뽕을 직접 반입할 남편과 딸의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황 씨는 2009년 5월 30일 먼저 출국해 현지에서 히로뽕 50g을 700만 원에 구입했다. 바로 다음 날인 31일 딸 임모 씨(37·주부)는 대만으로 출국해 아버지가 사 놓은 히로뽕을 넘겨받았다. 임 씨는 히로뽕을 비닐로 포장해 질(여성 생식기) 속에 넣는 수법으로 타이베이 공항과 인천국제공항 입국심사대와 세관검색대를 통과했다. 올 5월 최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 씨와 윤모 씨 부부를 새로운 히로뽕 운반책으로 끌어들였다. 히로뽕 45g을 건네받고 한국으로 들여오려던 김 씨가 대만 현지에서 히로뽕을 투약해 환각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배달 사고가 날 위험에 처하자 딸을 보내 히로뽕을 들여오기도 했다. 이들 일가족은 같은 수법으로 올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거쳐 히로뽕 205g을 국내로 밀반입했다. 최 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됐으나 부친상을 이유로 구속집행 정지를 받고 풀려난 뒤 달아났다. 들여온 히로뽕 판매와 배달은 사위 이모 씨가 맡았다. 이 씨는 장모 최 씨에게서 받은 히로뽕을 서울 강서구 일대 등지에서 g당 20만 원을 받고 팔았다. 최 씨가 직접 히로뽕 10g을 300만 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최 씨는 직접 히로뽕을 투약한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는 26일 히로뽕을 밀수입해 판매하거나 복용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최 씨의 딸 임 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염원섭)는 26일 엄모 씨 등 3명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체가 위조 영주권을 발급해줘 카지노에 드나들다 손해를 봤다”며 카지노 업체 P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업체 직원들이 도박중독자들을 잠재 고객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유치했다”며 “고객이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간 것보다 위조 영주권을 발급해준 업체의 불법성이 더 큰 만큼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카지노 출입 결정권은 개인에게 있으며 엄 씨 등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발급된 영주권인 줄 알면서도 출입한 점을 고려해 업체 책임을 50%로 제한하고 총 33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폭행 사건에서 항거불능 상태를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청각장애아 성폭행 사건에서 재판부가 장애아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정하지 않아 무죄판결을 내렸던 것과 대비된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장애아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장애아에 대한 성범죄에 좀 더 엄중한 판단을 내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배준현)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3급 지적장애인 김모 양(15)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로 기소된 정모 씨(27)와 박모 씨(23)에게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폭행한 점이 인정된다”며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지능지수(IQ) 45로 사회연령 10.1세인 김 양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여러 남자들과 특별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채 성관계를 가졌다. 박 씨는 올해 3월 가출한 김 양을 불러내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빌딩 남자화장실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같은 날 밤 정 씨는 김 양을 경기 안양시 만안구의 한 모텔로 데리고 가 성관계를 갖고 이튿날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가다 신도림역 부근에서 헤어졌다. 정 씨 측은 “김 양과 성관계 당시 정신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며 “인터넷 채팅을 할 때도 지적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재판부는 정 씨 등은 김 양이 정신 장애로 인해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저항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이용해 성폭행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양이 성관계를 요구받을 때 ‘하지 마, 싫어요’ 정도는 표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성적 요구를 받았을 때 느끼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점에서 기초적인 성에 대한 인식과 관념이 희박한 상태”라며 “이를 이용해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도가니 사건 당시 판결에서 법원이 보인 항거불능에 대한 판단 태도와 극명히 대비된다. 2008년 1월 도가니 사건 1심 판결 당시 광주지법 형사10부(부장판사 김태병)는 청각장애 2급 장애자로 말할 능력은 안 되고 간단한 수화로 의사를 표현할 수밖에 없던 신체장애인 박모 양(당시 13세)에 대한 성폭행 혐의를 판단하면서 “박 양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공소사실 일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당시 박 양은 화장실 안에서 김모 씨가 바지 지퍼를 내리려고 하자 싫은 표정을 지으며 수화로 “싫다”라고 말했다. 또 몸을 비틀어 저항하며 김 씨를 뿌리치고 화장실 밖으로 뛰쳐 나온 점 등을 인정하면서도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며 항거불능 상태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단순히 저항할 수 있었느냐 문제에서 항거불능 상태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힘든 지적장애인의 상태를 항거불능 상태로 판단한 것”이라며 “지적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준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감개무량합니다.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도로 찾고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국가가 되도록 노력하는 게 제 꿈이었습니다.”24일 서울 종로구 평동 서울적십자병원 9층 병실에서 만난 현존 최고령 독립운동가 구익균 선생(103)은 북한에 동조했다는 누명을 49년 만에 벗은 소감을 묻자 환하게 웃었다. 구 선생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비서실장으로 항일 독립운동을 했다. 1961년 장면 정부가 추진한 반공법을 반대하고 중립화 통일을 주장하다 유죄가 선고됐으나 재심을 통해 억울함을 풀었다.○ 49년 만에 무죄 선고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섭)는 구 선생 등 중립화 통일을 주장하다 북한 활동에 동조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선고된 통일사회당 사건 관련자 5명에 대한 재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구 선생 외에 4명은 모두 숨진 상태다.재판부는 “이들이 1961년 당시 민주당 정권이 추진 중이던 ‘반공임시특별법’과 ‘데모규제법’ 제정을 반대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의 범위에 포함되는 활동”이라며 “피고인들이 북한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제창한 것도 아니다. 북한에 이익이 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1961년 3월 장면 정부가 반공태세를 강화하고 사회 난동을 방지한다며 이 법 제정을 추진하자 통일사회당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같은 해 5·16 쿠데타 이후 설치된 혁명검찰부는 통일사회당이 북한의 활동을 고무하거나 동조했다며 구 선생 등 간부 10여 명을 기소했다. 1962년 구 선생은 과거 독립운동을 한 점을 인정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 도산 안창호 선생을 만난 것이 전환점1908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난 구 선생은 독립운동을 하다 1929년 중국 상하이로 망명했다. 여기서 도산 안창호 선생을 만났다. 이후 도산을 빼놓고는 그의 삶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그는 “나는 그때 도산 선생을 만나 공산주의만이 나라를 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평생 그의 초상화를 방안에 모셔두며 그의 뜻을 받들어 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구 선생은 도산 선생과의 일화도 꺼냈다. 그는 “내가 하루는 도산 선생에게 ‘애국가 가사를 직접 쓰신 게 맞느냐’라고 물어봤는데, 선생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을 하지 않다가 재차 물어보니 ‘맞다’고 하셨다”며 “그는 민족의 분열에 비통해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3년간 도산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1930년에는 도산의 지침을 받들어 대독립당 결성에도 참여했다. 1935년 구 선생은 상하이에서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붙잡혀 신의주로 압송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항일운동을 하다 광복을 맞은 이후로는 무역업 등에 종사하면서 진보당 창당을 지원했다. 1960년 4·19혁명 후에는 정당활동에 투신해 통일사회당 재정위원장을 맡기도 했다.그는 “우리는 단식투쟁을 하면서 5·16쿠데타와 박정희를 반대했다”며 “현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이 옳고 그른 것을 잘 구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거물급 회계사의 이직을 두고 벌어진 국내 1위 삼일회계법인과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다툼은 삼일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세간에서는 승부 결과에 대해 ‘서로 체면을 유지하며 이익을 챙긴 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최성준)는 최근 삼일회계법인이 자사(自社)에서 29년여간 근무하다 올 초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긴 본사 시니어파트너 백모 씨(51)를 상대로 낸 경업(競業·영업상 경쟁하는 것)금지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백 씨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김앤장에서 근무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백 씨가 삼일에 있을 때 ‘사직 후 경쟁업체 등에서 회계 세무 자문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고 서약한 사실과 삼일이 요구한 금지 기간 1년은 적당한 범위”라고 밝혔다. 삼일은 안경태 대표가 백 씨의 이직 소식에 크게 진노해 당초 백 씨에 대해 “2012년 12월 31일까지 김앤장에서 근무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재판 승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말까지만 일을 못하게 해 달라”며 업무 금지 기간을 줄였다. 이번 가처분신청도 백 씨를 붙잡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향후 다른 회계사들의 이직에 대해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의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앤장도 백 씨를 올해 말까지만 쉬게 하고 이르면 내년 초부터 출근시키면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양측이 서로의 자존심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는 얘기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정부가 인촌 김성수 선생(1891∼1955)의 일제강점기 행적 일부를 친일반민족 행위로 결정한 것은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조일영)는 20일 인촌기념회 등이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반민족행위결정 취소 소송에서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주도해 일본제국주의 식민통치에 인촌이 적극 협력했다고 결정한 부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친일반민족 행위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친일 행위의 내용과 방법이 상당한 정도로 입증되어야 한다”며 “인촌이 청장년층을 훈련하고 황국 정신을 높인다는 흥아 보국단의 준비위원 60인 가운데 1인으로 선정된 것은 맞지만 위 단체가 실제로 어떤 활동을 했으며 인촌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자료 없이 내려진 친일행위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라디오 강연 등을 한 것 등을 토대로 일본제국주의 내선융화 운동을 적극 주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인촌이 학병이나 지원병 등을 선전하는 좌담회에 참석하거나 격려하는 글을 매일신보 등에 기고한 것을 두고 내려진 친일 결정에 대해서는 “한민족의 뿌리와 생존 자체가 위협받던 식민지배 아래에서 당시 인촌의 내적 의사가 어땠냐는 것과는 별도로 행위 자체는 친일 행위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문제가 되고 있는 인촌의 친일 행위는 동아일보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1위를 한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를 말소해 조선총독부로부터 무기정간 처분을 받았다가 복간된 직후인 1937년 7월경부터 나타난다”며 “당시 중일전쟁 등이 발발한 격동기에 유력 기업인이자 교육자로서 기업과 학교를 정상적으로 존속시키기 위해 협력해야 했던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11월 인촌에 대해 친일행위를 했다고 결정했다. 이에 인촌기념회와 후손은 “친일 행위 결정의 주요 근거로 쓰인 매일신보와 경성일보는 일제 말기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였으며 대부분이 과장되고 날조된 것”이라며 “일제에 의해 강제로 동원된 것일 뿐 황국화 운동을 적극 주도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1월 소송을 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2009년 8월 서울 강남구 일대 불법 사행성 게임장 단속에 나선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김모 경위(47)의 눈에 오락실 의자(시가 12만 원)가 눈에 들어왔다. 김 경위는 이 사장에게 “게임장 의자가 좋다. 경찰서에서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사장은 운전기사를 통해 “김 형사가 의자를 사무실에서 쓴다고 하니 좋은 것으로 몇 개만 빼 놔라”고 시켜 의자 5개를 김 경위에게 보냈다. 같은 해 11월에는 김 경위가 “쓰던 의자가 부러졌으니 다시 달라”고 요구해와 게임장 부근 횟집에서 2개를 더 건넸다. 대신 김 경위는 이 사장 대신 ‘바지사장(명목상 사장)’을 실제 운영자인 것처럼 조사받도록 편의를 봐줬다. 그 대가로 이 사장은 김 경위의 사무실로 야식까지 챙겨줬다. 이 씨는 또 지난해 2월 12일 선물 명목으로 21년산 고급양주 10병을 김 경위가 있던 경찰서에 퀵 서비스로 보냈다. 수시로 술자리와 식사자리를 가지며 2009년 8월에는 100만 원과 300만 원을 잇달아 건넸다. 같은 해 11월에는 ‘단속됐을 때 종업원들을 빨리 풀어줘 고마웠다. 마무리를 잘 해 달라’며 100만 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들의 끈끈한 ‘우정’은 다른 사건에 휘말려 복역 중이던 이 씨가 배신감을 느끼고 사실을 검찰에 털어놓으면서 들통 났다. 이 씨는 경찰 내부 감찰 과정에서 친하게 지내던 경찰 간부가 김 경위가 한 진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김 경위의 비리를 폭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경위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병역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가수 MC몽(본명 신동현·32·사진)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재영)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병역법 위반이 인정된다”며 올 3월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MC몽은 “큰 사랑을 받던 사람으로서 이런 사건에 휘말린 것에 대해 사죄드린다”며 “연예계 복귀는 바라지도 않는다. 1년 동안 집 밖으로 나온 적도 없다. 나는 이미 죽은 것과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연기자 지망생의 성형수술 전후 비교 사진을 무단으로 병원 홍보에 이용한 성형외과 의사가 3000만 원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단독 정도영 판사는 대학 방송연예과 재학생 A 씨(22·여)가 “성형수술 전후 사진을 무단으로 인터넷에 공개해 피해를 봤다”며 성형외과 의사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 씨는 A 씨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의 코 성형수술 전후 사진은 비록 눈 부위는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사진 속 인물이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며 “B 씨가 병원 영업 활동에 이용할 목적으로 인터넷에 올려 A 씨의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16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 씨(71·구속 기소)에게서 그룹 구명 청탁 등과 함께 현금과 상품권, 골프채 등 1억3000여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54)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검사와 감사원 감사를 무마 또는 완화하거나,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박 씨로부터 지난해 7월부터 9차례에 걸쳐 1억1500만 원과 상품권 1500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올해 2월에는 박 씨로부터 금감원 간부 승진 청탁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중앙정보부와 경찰 등 국가기관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동일방직 노조원의 재취업을 봉쇄한 것은 위법하므로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동일방직 노동조합은 1972년 국내 첫 여성 노동지부장을 당선시키는 등 국내 노동운동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으나 노동운동 탄압 사례로 거론되는 ‘알몸시위 진압’(1976년)과 ‘똥물테러 사건’(1979년)을 겪으며 노조원 124명이 대량 해고됐다. ○ 블랙리스트로 재취업 방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박대준)는 12일 강모 씨 등 17명이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와 치안본부(현 경찰청) 등이 동일방직 노조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해고자 명단을 만들고 배포해 재취업을 지속적으로 방해한 만큼 1인당 5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낸 국가배상소송에서 “국가는 1인당 2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일선 재판부가 ‘부당해고’ 사건에서 통상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위자료 최대 액수가 2000만 원임을 감안할 때 이번 판결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따른 피해 회복에 법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재판부는 “중앙정보부와 치안본부 등이 동일방직 노사분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복직이 결정돼 있던 원고들을 1978년 4월 1일 해고했다”며 “국가가 해고 노동자 이름을 담은 블랙리스트를 작성·배포·관리하는 방법으로 재취업을 어렵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위법한 공권력을 행사해 원고들이 직장에서 해고당하게 하고 재취업을 방해하였으므로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궁핍,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한 기간(약 9년)을 포함하면 위자료는 2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확인 1970∼80년대 동일방직 해고 노동자를 포함해 다른 회사 해고 노동자들은 번번이 취업을 거절당했다. 1987년 8월 인천 경동산업 농성 과정에서 블랙리스트가 실체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누가 왜 리스트를 만들었는지 규명되지 못했다. 사건 실체는 발생 20여 년이 지난 지난해 6월에야 비로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청계피복노조 등에 대한 노동기본권 인권침해 사건’ 결정문에서 드러났다. 이 결정문에 따르면 △1984년 작성된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문서의 사업체 관리자 친목단체가 만든 1060명의 블랙리스트 △동일방직 해고자 124명, 서통 청계피복 태창 메리야스 등 민주노조활동가 925명, 위장취업자 299명, 직종별 노동자 253명 등 1662명의 명단(경동산업 블랙리스트)이 등급별로 분류돼 관리돼 왔다. 1991년 부산 신발 업체에서는 학생과 노동자 등 8000여 명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발견됐다.○ 최종 배상액과 향후 소송도 관심 이번 판결로 향후 다른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법원이 받아들일 배상액 규모나 크기가 얼마일지, 또 확정 판결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진실화해위 조사를 통해 밝혀진 피해자들만 수백 명을 넘는다. 특히 올 6월 원풍모방노동조합 사건 피해자들이 낸 국가배상 소송에서 1인당 1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과 비교하면 배상액이 갑절로 늘어났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46부(부장판사 강성국)는 원풍모방노동조합 지부장 방모 씨(66)등 40명이 낸 국가배상소송에서 “방 씨 등 8명에게 각각 1000만 원, 나머지에게는 750만 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양승태 대법원장은 10일 “법률가는 급변하는 사회·경제 상황을 예측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24회 로아시아(LAWASIA) 서울총회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속도로 사회·경제 전 분야가 변하고 있는 만큼 법률가의 역할이 과거에 발생한 사건과 분쟁을 해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도 이날 개막식에 참석해 “헌법의 이념과 가치는 그것을 수호하려는 용기 있는 헌법재판기관이 없이는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아시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법률가들이 각 지역문제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행사로 ‘아시아 변호사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12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서울고등법원이 6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를 받은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61)에게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지지부진하던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작업이 이르면 연내 매듭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을 근거로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 조건 없는 지분매각 명령을 내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본보 9월 29일자 A1·B3면 참조 금융위는 6일 판결 직후 발표한 ‘외환카드 주가조작 판결 관련 참고자료’에서 “론스타는 은행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론스타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라’는 내용의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은행법 시행령상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조치다. 현행법상 은행의 대주주는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 처벌받았다면 10% 한도를 초과해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론스타는 충족명령을 받는 즉시 보유 외환은행 주식 51.02% 가운데 10% 한도를 초과하는 41.02%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배당을 포함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대폭 줄어 사실상 경영권 행사에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어 정부의 충족명령을 이행하지 못하면 금융위는 론스타가 한도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41.02%에 대해 처분명령을 내리게 된다. 금융위는 이 충족명령과 관련해 “형식적인 절차일 뿐 론스타가 이 명령을 이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주가조작으로 유죄가 확정된 상태에서 론스타가 대주주 적격성을 회복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론스타가 충족명령을 이행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한 뒤 한도초과 보유 주식을 처분하라는 강제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다만 이 처분 명령의 근거가 되는 은행법 16조에는 자격이 없는 대주주에 대해 주식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는 점만 있을 뿐 매각 방식에 대한 언급은 없다. 론스타로서는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과 체결한 주식이전 계약대로 지분 전량을 하나금융에 넘기면 되는 셈이다. 이른바 ‘먹튀 자본’이 얻는 이익을 줄이기 위해 금융시장에서 공개매각하도록 지시하는 ‘징벌적 매각’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조치라는 것이 금융위의 시각이다. 특히 한국이 외국자본을 차별한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퍼지면 금융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정부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점도 금융위는 우려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외환은행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론스타와 인수가격 재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지분을 넘겨받는 대로 하나금융이 새로운 대주주로서 적합한지를 심사한다. 금융계는 하나금융이 심사를 무난히 통과해 이르면 연내 외환은행 인수가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 씨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하면 금융위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유보해 외환은행 매각작업이 지연될 수도 있다. 3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기 때문에 유죄 판결이 뒤집힐 개연성은 거의 없지만 재상고에 따른 지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서울고법은 2003년 외환카드 합병 당시 허위 감자(減資·주식을 합쳐 자본을 줄이는 것)설을 유포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론스타 유 전 대표에 대한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벌금 42억9500만 원은 선고유예했다. 재판부는 “(유 전 대표는) 적어도 2003년 11월 19일 조선호텔 커피숍에서 있었던 론스타 임원회의 이전부터 외환카드 감자설을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유 전 대표는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감자 검토 발표 논의를 주도하고 관여했으며 합병 전 감자를 실행할 것처럼 언론에 발표하는 방법 등으로 증권시장 신뢰를 약화시켰다는 점에서 비난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유 전 대표는 2003년 11월 외환은행의 론스타 측 이사들과 공모해 외환카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하고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수익률 조작 등의 혐의로 243억 원 규모의 배임과 21억 원 규모의 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재상고 시한은 선고일로부터 일주일이며 유 전 대표 측은 대법원에 재상고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성추행을 당한 여학생이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불려나와 가해자 측 변호인에게서 무리한 진술을 강요받고 폭언을 듣다 울음을 터뜨리는 등 2차 피해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영화 ‘도가니’ 파장이 거세던 지난달 28일 오후 6시 반경 부산고법 창원재판부의 한 형사법정에서는 현직 목사로 재직하면서 공부방에 온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A 씨(37)의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A 씨 변호인은 피해자 B 양(2008년 피해 당시 10세)에 대해 ‘기존 진술에 문제가 있다’며 증인으로 불러줄 것을 집요하게 요청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변호인 측 요청을 받아들였다. 증인 신문이 1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B 양은 끔찍한 기억을 또다시 떠올려야 하는 고통을 받았다. 당시 공판 검사에 따르면 A 씨 변호인은 “목사님이 너보다 다른 여학생을 더 예뻐하고 (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목사님을 무고한 것 아니냐” “기억이 안 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다그쳤다. 피해 당시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 여학생은 “아니에요. 제 말이 맞아요”라고 항변하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를 보던 재판장이 증인 신문을 제지했다. 검찰은 “세밀한 기억이 흐려진 부분을 가지고 변호인이 지나치게 ‘오버’를 해서 ‘뭐 하는 거냐’고 항의까지 했다”고 전했다. 증인 신문은 사실관계만을 다투는 것이지만 이날 변호인의 질문은 피해자를 괴롭히고 모욕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A 씨 변호인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피해자 진술이 엇갈린다고 생각했다. 피해자에게 상처가 될 질문을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건 재판부는 부산고법을 통해 “(성추행) 진술 시기에 대한 진술이 다소 달라서 변호사의 추궁과 압박이 있었고 피해자가 울음을 터뜨린 것도 사실이다”라고 전해왔다.이번 사건 항소심 재판장이 어떤 이유로 피해자를 법정에 출두시켰는지, 또 왜 신문 당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비디오 등 중계기를 이용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성폭력 피해 아동의 경우 가해자인 피고인뿐만 아니라 변호인을 직접 대면하는 것도 심각한 2차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선 성폭력 전담재판부 판사들은 “성범죄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가해자의 변호인이 항소심에서 범행과 무관한 질문으로 피해자를 괴롭히거나 무리하게 유도신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판결을 무죄로 뒤집기 위해선 변호인이 피해자를 증인으로 세운 뒤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롭혀서 피해자의 진술을 흔드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또 이 사건 수사 당시 경찰관이 피해 아동에 대한 초동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진술을 올바르게 녹음·녹화하지 않아 1심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A 씨 혐의 일부에 무죄가 선고됐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부실한 초기 대응이 성범죄 피해 어린이에 대한 2차 피해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대한변호사협회는 제42회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자로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한 김용준 변호사(73·사진)를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대한변협은 “사법정의를 구현하고 인권옹호와 법률 문화 향상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 변호사는 1960년 대구지방법원 판사로 법조계에 입문해 서울가정법원장을 지냈다. 헌재 소장 재직 시절에는 국민의 기본권을 폭넓게 이해한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상식은 12일 오전 11시 45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오키드룸에서 열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62개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정치검찰규탄·곽노현교육감석방·서울혁신교육지키기 범국민공동대책위원회(곽노현 공대위)’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후보를 뽑는 3일 투표장에서 곽 교육감 석방 탄원서 서명운동을 벌인다. 곽노현 공대위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관련 카페에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투표장이 (곽 교육감 석방) 탄원서 3만 장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참여를 호소했다. 공대위는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이 3만 명인데 이 중 다수가 지난해 선거에서 곽 교육감을 지지했던 분들이다. 탄원서 3만 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인단은 전화나 인터넷 신청자 가운데 3만 명을 무작위 추출했다. 곽 교육감이 민주진보 진영 단일후보였던 만큼 이번 선거인단도 곽 교육감 지지 세력과 다르지 않다는 게 공대위의 판단이다. 공대위는 투표가 이뤄지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선전물 배포와 피켓시위를 벌이고 서명작업을 도와줄 지원자도 모집한다. 곽노현 공대위가 서명운동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지난달 30일 보석을 청구한 곽 교육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인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에 보석 청구서를 제출했다. 곽 교육감을 변호하고 있는 김칠준 변호사는 “이미 충분한 수사가 이뤄졌다.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도 없는 만큼 일주일에 2, 3일씩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집중심리제에 대비해 변론 준비를 위해서는 불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변호인 접견이 많이 이뤄졌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가 곽 교육감의 보석 청구를 받아들이면 곽 교육감은 현재 정지되어 있는 직무집행 권한이 회복된다. 보석으로 풀려나면 공소 제기는 됐지만 구금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무를 집행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형두 부장판사는 “4일 열리는 준비기일에서 양측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노현 공대위는 탄원서가 많을수록 보석 판결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구속기소에 따른 직무 정지는 교육감을 선출한 민의를 무시하는 처사다. 불구속 재판이 가능하도록 곽 교육감을 석방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조만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게 보낼 계획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 문제로 기소된 곽 교육감을 살리기 위한 동력을 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후보를 뽑는 장소에서 찾겠다는 형국이다”라고 말했다. 공대위가 기대하는 만큼 탄원서를 많이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2002년 노무현 대선 후보 국민경선 때도 신청자 200만 명 중 투표 참여율은 1.2% 정도였다”며 “이번에도 투표 현장에 신청자가 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장상균)는 2008년 1월 이베이옥션 회원정보 해킹 사건 피해자 박모 씨(변호사)가 “해킹 사건 관련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며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킹 사고 당시 고도의 해킹 기법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데다 해킹 사고 이후 옥션이 별도 보완조치를 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옥션의 재산 보호에도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해커의 침입 경로와 방법을 공개하는 것이 옥션과 같은 전자상거래를 중개하는 기업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보다 높은 수준의 정보보안 시스템을 갖추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씨가 이 사건 수사 정보를 다른 범죄에 사용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08년 1월 옥션 회원 개인정보 유출 사고 당시 이 사건에 연루된 피고인에 대한 변호를 맡았던 박 씨는 올 4월 서울중앙지검에 수사기록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이 “옥션의 정보보안 시스템 관련 정보가 누출돼 재산상 피해가 우려되고 모방범죄로 인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며 정보 공개를 거부하자 행정 소송을 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