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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3∼25일 올해 처음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수위와 관련해 미중 양국의 최종 조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그동안 미국 측은“중대하고 새로운 대북 제재에 중국이 동참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왕 부장이 사흘 동안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초청으로 방미한다”며 “중미 관계와 공동 관심의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홍콩 밍(明)보는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제팡(解放)군보가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1시간 이내에 섬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양광왕(央廣網)도 최근 “한반도에 사태가 발생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인민해방군의 공격 중점 목표가 되면 공군의 공대지 순항미사일이 가장 이상적인 타격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24∼26일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제5차 북핵 대응 확장억제 운용 연습(TTX)을 실시한다고 국방부가 이날 밝혔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중국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 시와 옌볜조선족자치주 훈춘(琿春) 시를 잇는 ‘창훈(長琿)고속철도’의 중간 지점인 둔화(敦化) 역에서 백두산 관광의 베이스캠프인 안투(安圖) 현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 진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 명칭) 역에 이르는 새로운 고속철도가 하반기에 착공된다. 관광객들은 이르면 2020년부터 고속철을 타고 백두산 바로 앞까지 갈 수 있게 된다. 21일 중국 중화철도망(中華鐵道網)에 따르면 중국철도총공사는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둔화∼얼다오바이허 고속철도 심사회의를 열고 철도역, 노선, 기존 철도 연계 방안을 확정했다. 총사업비 133억7000만 위안(약 2조5264억 원)을 들여 2020년 하반기에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중화철도망은 “둔화∼얼다오바이허 고속철이 개통되면 선양(瀋陽), 하얼빈(哈爾濱) 등에서 고속철을 타고 얼다오바이허에 도착해 백두산을 관광할 수 있다”며 “옌볜조선족자치주 일대 관광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개통된 창훈고속철도는 백두산 인근을 통과하는 노선이지만 가장 가까운 역도 백두산과 100km 이상 떨어져 있다. 새로 놓일 고속철도는 둔화 역에서 갈라져 나와 얼다오바이허를 잇는 길이 112.4km 구간으로 최고 시속 250km 이상의 여객전용 고속철이 투입된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이명수 전 북한 인민보안부장(경찰청장)이 최근 처형된 이영길 전 총참모장(61·대장) 후임으로 북한군 서열 3위 총참모장에 임명된 사실이 확인됐다. 총참모장은 한국군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자리다. 21일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쌍방기동 및 비행훈련 참관 소식을 전하면서 동행한 총참모장의 이름을 ‘이명수 동지’라고 소개해 이용길의 해임을 공식 뒷받침했다. 이용길은 2013년 8월 총참모장에 취임한 이후 김정은의 시찰에 자주 동행했지만 이달 초 조선노동당 회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경축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노동신문은 미사일 발사 경축행사의 주석단에 자리한 인사를 소개하면서 이영길을 빼고 대신 이명수를 넣어 총참모장 교체를 시사했다. 이영길은 노동당과 혁명에 반대하는 ‘종파분자’에다 세도(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일), 비리 등의 혐의로 2, 3일 열린 당중앙위원회와 군당위원회 연합회의 전후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포병사령부 참모장 시절 김정일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군단장으로 발탁됐으나 뛰어난 조직장악력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영길을 따르는 군부실세들이 늘어나자 김정은이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신임 이명수는 미사일 전문가로 7일 ‘광명성호’ 발사를 성공시킨 것에 힘입어 발탁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와 연변조선족자치주 훈춘(琿春)시를 잇는 ‘창훈(長琿)고속철도’의 중간 지점인 둔화(敦化)역에서 백두산 관광의 베이스 캠프인 안투(安圖)현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진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 명칭)역에 이르는 새로운 고속철도가 하반기 착공된다. 관광객들은 이르면 2020년부터 고속철을 타고 백두산 바로 앞까지 갈 수 있게 된다. 21일 중국 중화철도망(中華鐵道網)에 따르면 중국철도총공사는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둔화~얼다오바이허 고속철도 심사회의를 열고 철도역, 노선, 기존 철도 연계방안을 확정했다. 총사업비 133억7000만 위안(약 2조5264억 원)을 들여 2020년 하반기 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중화철도망은 “둔화~얼다오바이허 고속철이 개통되면 선양(瀋陽), 하얼빈(哈爾濱) 등에서 고속철을 타고 얼다오바이허에 도착해 백두산을 관광할 수 있다”며 “연변자치주 일대 관광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개통된 창훈고속철도는 백두산 인근을 통과하는 노선이지만 가장 가까운 역도 백두산과 100km 이상 떨어져 있다. 새로 놓일 고속철도는 둔화역에서 갈라져 나와 얼다오바이허를 잇는 길이 112.4km 구간으로 최고 시속 250km 이상의 여객전용 고속철이 투입된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몰도바,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출신 국가들이 부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련의 붕괴로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됐지만 사회는 여전히 불투명하며 부패가 만연해 정권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신호에서 ‘서방세계가 몰도바를 잃으려고 한다’는 제목으로 현재 몰도바 국민들은 부패 등의 이유로 유럽연합(EU)과 가까운 현 집권 정부가 물러나고 빨리 총선에 돌입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위치한 몰도바는 인구 430만 명 정도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0~3000달러(246만~369만 원) 정도에 불과한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2014년 11월 몰도바 은행 3곳에서 의심스러운 대출이 발생했고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는 10억 달러가 사라졌다. 문제는 10억 달러 증발에 블라드 필라트 전 총리(2009~2013년 재임)가 연루됐다는 점이다. 필라트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체포됐고 수도 키시네프에서는 거의 매주 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몰도바 국민들은 이번 사건이 정부에 만연했던 부패를 드러내는 단적인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현 정권이 유럽연합 등 서방국가들에 가깝고 이들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서방국가들에 반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FP는 “만일 유럽연합이 현 정부의 손을 들어준다면 서방국가들은 몰도바를 잃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는 현 정부의 교체를 위해 조기 총선을 원하고 있다. 같은 소련 출신으로 서방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도 부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는 부패한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아이바라스 아브로마비추스 경제개발부 장관들이 부패를 비난하며 사임했으며 함께 일했던 차관들도 잇따라 물러났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경제 개혁을 주도하던 아브로마비추스의 경제팀은 와해됐다. 아브로마비추스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노골적 부패를 가리는 방패가 되거나 옛 권력의 방식으로 공공 자금을 통제하려는 자들을 위한 꼭두각시가 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서방국가들의 대사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개혁에서 진정한 성과를 낸 아브로마비추스 장관의 사퇴에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늙은 국왕과 비슷한 연배의 장관들이 주도하던 중동 국가의 지도층이 젊은 미국 유학파 왕족들로 교체되고 있다. 이들은 보수적인 왕가의 그늘에서 조용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중동의 ‘노인정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최신호에서 ‘차세대 걸프 국가 지도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중동 리더십의 변화를 분석했다. 중동 국가들은 왕위를 형제나 사촌에게 이양하는 사례가 많아 국왕의 나이가 많은 편이다. 총리나 장관들도 국왕과 비슷한 나이의 인사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형제가 아닌 다음 세대를 왕위 계승자로 지정하면서 차기 지도자의 나이가 젊어졌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80)은 조카 무함마드 빈 나이프(57)를 후계자로 결정했다. 장관들도 함께 젊어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10일 발표한 신임 장관 8명의 평균 나이는 38세다. 이전 왕족들은 이집트 영국 프랑스 등에서 유학했으나 요즘은 미국 대학 출신이 많다. 대학 진학 전 성장기를 해외에서 보낸 이전 세대와 달리 젊은 왕족들은 중동에 살면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걸프전을 목격했다. 그래서 중동의 지역 정치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바레인 왕세자인 살만 빈 하마드 알 칼리파(47)는 왕권을 축소하는 정치 개혁을 추진했으나 친지들의 반발에 꺾였다. 젊은 왕족들은 어려운 정치 개혁 대신 효율적인 국가 운영에 관심을 쏟고 있다.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36)은 전자정부 구현 작업을 추진 중이다. UAE도 최근 경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포린어페어스는 “권력의 세대교체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방 국가들은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중동의 차세대 지도자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숨졌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6일 발표했다. 향년 94세. 갈리 전 총장은 아프리카 및 아랍권 출신의 첫 유엔 사무총장(재임 1992~1997)으로, 1922년 이집트의 콥트교(기독교 분파 중 하나) 집안에서 태어났다. 카이로대를 졸업하고 파리대에서 국제법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카이로대학 등에서 교수를 지냈다. 1977~1978년 이집트 외무장관을 지냈으며 1992년 프랑스의 추천으로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갈리 전 총장이 취임했던 시기는 국제사회가 탈냉전 이후 서로 협력하려는 분위기가 한층 고조된 시기였다. 그는 1992년 안전보장이사회 정상회담에서 “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재건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라”며 평화와 안보를 담당하는 안보리의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았다. 갈리 전 총장도 자서전에서 “역대 어떤 사무총장보다도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맡았다”고 썼다. 그러나 갈리 전 총장은 유엔의 국제분쟁 개입과 관련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1992년 보스니아 내전 개입을 거부했으며, 1993년 소말리아 사태 때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사태만 악화시켰다. 결국 그는 국제 문제와 관련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이견을 보이다 관계가 악화되면서 재선에 실패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생산하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원유 수출 4개 국가가 산유량을 지난달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2014년 7월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생산량 합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알리 누아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카타르 등 4개국 석유 담당 장관 회동을 갖고 기자들에게 산유량 동결 합의 사실을 공개했다. 무함마드 빈 살레 알 사다 카타르 에너지장관은 “산유량을 1월 11일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울로히오 델 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이번 합의안을 이란, 이라크 석유 담당 장관과 논의하기 위해 17일 테헤란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피노 장관은 “내일 카타르 석유장관과 함께 이란과 이라크 장관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 유가 하락으로 경제난에 시달리는 일부 OPEC 회원국은 원유 생산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기 때문에 산유량 동결에 적극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노바크 에너지장관은 “4개국의 산유량 동결 합의는 ‘다른 원유 생산국들이 합의에 동참할 때 유효하다’는 조건이 붙는다”며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내전 비용으로 국가 재정이 바닥난 이라크와 지난달 경제 제재 해제로 석유 수출량을 늘리기 시작한 이란이 주요 산유국의 합의에 동참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란은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가 풀린 뒤 앞으로 원유 하루 생산량을 100만 배럴이나 늘릴 계획이라고 밝혀 왔다. 지난달 세계 원유 하루 공급량은 9564만 배럴로 수요량보다 하루 약 260만 배럴이 많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16일 이란 샤나통신에 “지금 중요한 문제는 첫째는 공급 과잉이고, 둘째는 이란이 타당한 시장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산유량 동결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4개 산유국 합의 소식은 국제 유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나 단발에 그쳤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2.15달러 오른 35.55달러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33달러대로 다시 떨어졌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그가 불 꺼진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건물을 사들일 때만 해도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본사가 있는 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 하지만 자동차산업의 쇠퇴로 2013년 미국 도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채를 떠안고 파산을 선언했다. 인구는 줄었고 범죄는 늘었다. 많은 사람이 디트로이트를 떠나던 2013년 뉴욕의 비영리 화랑인 갈라파고스아트스페이스의 로버트 엘름스 대표는 디트로이트로 갔다. 그곳의 폐교 병원 발전소 공장 등 부동산 9개를 사들였다. 모두 합치면 5만5700m² 크기지만 대부분 낡고 방치됐던 흉물스러운 건물들이라 헐값이었다. 면적 1만3000m²짜리 공장은 뉴욕의 작은 아파트 한 채 값보다 싼 50만 달러(약 6억 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50만 달러에 사들인 공장이 지금은 625만 달러(약 76억 원)로 뛰었다. 갈라파고스의 디트로이트 진출 소식이 알려지자 부동산 값부터 뛴 것이다. 삭막했던 디트로이트는 요즘 문화도시로 변신 중이다. 엘름스 대표처럼 문화가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몰려들어 문 닫은 공장과 폐교 건물을 개조해 갤러리, 공연장, 화실로 바꾸었다. 공연과 전시회를 보러 사람들이 모이자 카페 음식점 바도 줄줄이 들어섰고 지역 경제도 서서히 살아났다. 젊은 요리사들이 몰리는 ‘떠오르는 음식 메카’로 디트로이트가 꼽힌다. 문화적인 상업시설은 사람들이 도시에 거주하는 중요한 이유다. 이런 문화 벨트가 형성되면 투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 2009년 16%에 이르던 디트로이트의 실업률은 지난해 5%대로 떨어졌다. 디트로이트 시민은 70% 이상이 집을 소유하고 있어 집값 상승만으로도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부동산 값이 올라 많은 세금을 걷게 된 시는 공공부문 투자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엘름스 대표는 문화 콘텐츠가 지역 경제의 튼튼한 성장 엔진이 될 수 있음을 디트로이트에 앞서 뉴욕 브루클린에서 배웠다. 그는 신진 작가와 예술가들에게 전시와 공연의 기회를 주기 위해 1995년 1월 브루클린의 버려진 공장지대인 윌리엄스버그에 갈라파고스를 세웠다. 이후 21년 동안 영화 뮤지컬 전시회 등 7500건이 넘는 크고 작은 공연을 진행하며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끌어들였다. 윌리엄스버그는 갈라파고스처럼 싼 임차료를 보고 몰려든 예술가들 덕분에 지금은 맛집 클럽 스튜디오 갤러리 카페 등이 빼곡한 문화 지대로 바뀌었다. 디트로이트처럼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로 고민하는 국내 지방자치단체들도 문화의 경제적 힘을 믿고 수백억 원을 들여 문화 시설을 짓고 있다. 하지만 낮은 대관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몰리지 않으니 경제적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콘텐츠가 빈약해서이기도 하지만 맥락 없이 생뚱맞게 들어선 건물 탓이 크다. 요즘 쇠락한 도시를 살리는 문화 시설은 대개 수명이 다한 산업유산을 장소와 시간성을 살려 재활용한 것들이다. 갈라파고스는 숱한 성공담의 최신 사례일 뿐이다. 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

폴란드 출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가 생전에 3세 연하의 유부녀 학자와 30년 이상 편지를 교환하며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BBC방송은 15일 교황이 1973년부터 미국인 철학자 안나테레사 티미에니에츠카(1923∼2014)와 우정을 이어왔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시 폴란드 태생인 티미에니에츠카는 당시 추기경이었던 바오로 2세의 저서 ‘행동하는 사람(The Acting Person)’의 영문판 작업을 위해 폴란드로 건너갔다. 만 50세였던 그녀는 동료 학자와 결혼해 자녀 3명을 둔 상태였다. 출간 작업을 하는 동안 두 사람은 인간적으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편지도 자주 주고받았다. 처음에는 책 출간과 관련된 공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뤘지만 점차 사적인 내용이 편지지를 채웠다. 바오로 2세는 1974년 티미에니에츠카에게 편지를 보내 “당신의 편지 4통이 매우 의미 있고 뜻깊은 내용이라서 다시 읽었다”고 적어 보내기도 했다. 1976년 편지에서는 티미에니에츠카를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단둘만의 만남도 잦았다. 바오로 2세는 티미에니에츠카를 스키, 캠핑 여행에도 초대했다. 1976년 공식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티미에니에츠카의 초대를 받아 뉴잉글랜드 자택에 머무르기도 했다. 자신이 어린 시절 첫 영성체(가톨릭의 성체성사) 때 아버지에게 받은 스카풀라(작은 천 조각에 성스러운 글귀, 그림을 적어 몸에 지니도록 한 성물)를 티미에니에츠카에게 주기도 했다. 바오로 2세는 티미에니에츠카와의 우정을 ‘신앙의 범위’ 안에 두려고 애썼다고 BBC는 전했다. 1976년 9월 티미에니에츠카에게 “친애하는 테레사, 편지 3통을 모두 받았어요. 당신은 마음이 찢어지는 듯하다고 썼죠. 하지만 여기에 아무런 답변을 줄 수 없네요”라고 편지를 보냈다. 교황이 이성과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순결 서약’을 어겼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이들의 관계는 바오로 2세가 1978년 교황이 되고 2005년 선종할 때까지 30년 이상 이어졌다. 교황에 오른 바오로 2세는 “나는 행사가 끝난 뒤 편지를 씁니다. 우리 사이에 연락이 계속돼야만 합니다”며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놓인 모든 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약속합니다”라고 편지를 썼다. 티미에니에츠카는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상호 애정 어린(mutually affectionate) 관계였다”면서도 “중년 성직자와 어떻게 사랑에 빠질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반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티미에니에츠카의 지인들을 인용해 그가 바오로 2세에게 이성적으로 끌렸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13일 보도했다. 교황청은 텔레그래프에 “비밀연애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BBC는 15일 이런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요한 바오로 2세의 비밀 편지’를 방영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전쟁 기간 짧은 사랑을 나누고 헤어졌던 남녀가 71년 만에 극적으로 다시 만났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이었던 미국 남성 노우드 토머스 씨(93)가 옛 연인인 영국 여성 조이스 모리스 씨(88)와 10일(현지 시간) 호주에서 재회한 감동적인 사연을 소개했다. 1944년 영국 런던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다가 종전 직후 헤어졌던 두 사람은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연인들의 기념일’인 밸런타인데이를 함께 보낼 계획이다. 백발의 노인으로 재회한 남녀는 첫 상봉에서 두 팔을 벌려 포옹한 뒤 입맞춤을 했다. 모리스 씨는 토머스 씨에게 “여전히 꼿꼿하다”며 말문을 열었고, 토머스 씨는 “안아 달라”고 말한 뒤 모리스 씨를 꽉 끌어안았다. 이들은 1944년 런던 템스 강 인근에서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지만 전쟁은 젊은 남녀의 사랑을 훼방 놓았다. 토머스 씨는 곧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됐고 1945년 종전 이후 갑작스럽게 귀국 명령을 받아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미국으로 떠났다. 토머스 씨는 이후 미국에서 “나의 집을 가정으로 꾸립시다”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모리스 씨에게 보내 청혼했다. 하지만 모리스 씨는 토머스 씨가 이미 결혼한 상태에서 자신을 위해 이혼을 하겠다는 뜻인 것으로 오해해 청혼을 거절했다. 이들은 따로 결혼했고 자녀도 낳았다. 모리스 씨는 남편과 함께 영국에서 호주로 이주했다가 30년 만에 이혼했고, 토머스 씨는 10여 년 전 아내와 사별했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서로를 잊지 못했다. 모리스 씨는 지난해 아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사람을 찾을 수 있는지 물어봤고 아들은 토머스 씨가 고령인 88세 생일에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했다는 지역 언론 기사를 인터넷으로 찾아냈다. 모리스 씨의 아들은 기사를 토대로 토머스 씨의 아들에게 연락했고, 백발의 남녀는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화상 채팅을 했다. 이들의 사연이 인터넷 등에서 알려지자 두 사람의 재회를 위한 크라우드펀딩(불특정 다수의 소액 투자) 캠페인이 벌어졌다. 덕분에 토머스 씨가 호주로 여행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이 모였다. 뉴질랜드항공은 토머스 씨에게 항공권을 제공했다. 모리스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인생 말년에 서로 사랑했던 누군가를 찾아내는 것은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씨도 “내 인생에서 일어난 일 중 가장 멋진 일”이라고 전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이란 젊은이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갑작스럽게 검문하는 ‘도덕 경찰’ 따돌리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10일 보도했다. 이란은 1979년 2월 이슬람혁명 이후 율법에 따라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하는 나라다. 도덕 경찰이 여성의 옷차림, 화장 상태,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려고 쓰는 스카프) 착용 등을 단속한다. BBC방송은 이런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이란 젊은이들이 ‘크라우드소싱(불특정 다수로부터 정보 등을 수집하는 방법)’을 활용해 도덕 경찰의 단속 정보를 모으고 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해 검문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덕 경찰의 단속 정보 앱은 익명의 프로그래머들이 개발했으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용자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앱 개발자들은 웹 페이지에서 “각종 소셜 미디어에는 도덕 경찰에게 두들겨 맞고 끌려가는 무고한 여성들의 사진이 넘친다”며 “왜 우리가 이런 모욕을 받아야 하는가”라며 제작 의도를 밝혔다. 이란 도덕 경찰들은 몇 명씩 조를 나눠서 시내 주요 지점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상대로 갑작스럽게 검문한다. 2014년 5월 이란 젊은이들이 미국 흑인 가수에게 헌정하는 영상을 제작했다가 ‘저속한 영상으로 공공의 순결을 해쳤다’는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중국 춘제(春節·음력설)인 8일 밤 홍콩 도심에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대규모 폭력 사태가 벌어져 시위대와 경찰 등 100명 이상이 다쳤다. 9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주룽(九龍) 반도 몽콕(旺角)에서 노점상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경찰 90여 명, 시위대 3명, 기자 4명 등 최소 100여 명이 부상했고, 시위대 54명은 경찰에 체포됐다. 시위대로부터 폭행당한 일부 경찰은 혼수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 시위가 발생한 몽콕은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기간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가장 심하게 발생했던 곳이다. 이날 충돌은 경찰이 춘제를 앞두고 무허가 노점상을 단속하면서 시작됐다. 시위대들은 8일 오후 10시부터 반대 시위를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가 경찰과 충돌했다. 급기야 시위대 수백 명은 도로를 점거한 채 쓰레기 등에 불을 붙이고 경찰을 향해 벽돌과 쓰레기통, 유리병 등을 던졌다. 경찰은 후추 스프레이와 경찰봉을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했다. 하지만 시위가 격렬해지자 경찰관 1명이 공중을 향해 총 2발을 발사한 뒤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눴다. 논란이 되자 홍콩 경찰 측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여서 어쩔 수 없이 위협 발포를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홍콩을 중국과 구별하려는 일부 홍콩 본토주의 단체가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체포된 시위대에는 본토민주전선의 에드워드 렁(梁天琦) 대변인도 포함됐다. 경찰은 또 시위대가 차량을 이용해 각종 시위 장비를 운반해 시위 자체가 조직적으로 벌어졌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소두증(小頭症) 태아, 낙태하지 마세요. 저도 소두증에 걸린 채 태어나 의사가 곧 죽는다고 했어요. 하지만 잘 성장했고 대학도 마쳤습니다.” 선천적으로 머리가 작게 태어나는 소두증에 걸려 태어났지만 수술과 치료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한 브라질 언론인 아나 카롤리나 카세리스 씨(24·여·사진)는 2일 영국 BBC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호소했다. 낙태 반대론자인 그는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소두증 태아도 자신처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역 언론인인 그는 지카 바이러스가 널리 퍼진 브라질에서 소두증과 관련된 오해를 푸는 ‘소두증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카세리스는 방송에서 “소두증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태어났을 때 숨쉬기조차 힘들었고 생후 9일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에도 4번이나 더 수술받았다. 가끔 발작도 일으켰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가족들은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카세리스는 “치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열두 살까지 약물 치료를 받았지만 이후에는 약을 먹지 않고 있다. 지금은 바이올린도 연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세리스는 “소두증은 악의 괴물은 아니다. 낙태는 근시안적 해법이다. 태아에게서 인생이라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인구가 대부분인 브라질에선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한다. 성폭행 등 일부 예외 상황에서만 낙태를 허용한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재정난에 허덕이는 미국 주립대학들이 자기 지역 학생 수는 줄이고 학비를 많이 내는 다른 주 출신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 주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주립대가 지역 학생을 홀대하고 학생 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대학에선 다양성과 경쟁력이 확보된다고 반론하지만 학부모들은 반발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연방정부의 자료를 근거로 2014년 50대 명문 주립대 중 43곳이 2004년보다 다른 주 출신 학생을 더 많이 입학시켰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주립대 10곳은 지역 학생이 입학생의 절반 이하였다. 주립대가 다른 주 학생의 비중을 늘리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미국조사연구소(AIR)에 따르면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연구 중심의 주립대에 지원하는 2013년 예산은 5년 전인 2008년보다 28%나 줄었다. 미국의 주립대 학비는 학생의 출신 지역에 따라 다르다. 지역 출신은 연평균 9410달러(약 1130만 원)를 내지만 다른 주 출신은 이보다 갑절 이상으로 많은 2만3893달러(약 2870만 원)를 내야 한다. 진 블록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총장은 “다른 주 출신 학생이 내는 학비는 양질의 교육 수준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으로선 다른 주 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다. 하지만 주립대는 주정부 지원을 받고, 이 돈은 결국 주민들이 내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 주 지역 내 학생을 홀대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캘리포니아대는 버클리(UC버클리)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에 입학하는 다른 주 출신 학생 비율을 제한하기로 했다. 동부 명문인 버지니아대(UVA)도 다른 주 출신 학생 비율을 24% 이하로 묶었다. 아이비리그(미 동부 명문대)에서도 우수한 아시아계 남학생들이 입학사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 아시아계 남학생이 학비 보조(financial aid)를 신청하는 경우엔 입학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 일부 대학을 제외하곤 학교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외국인에게는 학자금 보조 혜택을 주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올 8월 남미에선 처음으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브라질이 육해군 병력을 동원해 모기 박멸 작전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브라질 국방부는 13일 전체 병력 37만 명의 60%에 육박하는 22만 명의 육해군을 투입해 이집트숲모기 박멸 작업을 펼치기로 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방역요원들이 공공건물은 물론이고 민간시설에도 들어가 모기 퇴치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브라질이 사생활 침해 우려를 감수하고 모기 박멸 작업에 나서는 이유는 지카 바이러스 창궐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부는 올림픽 개최 전후 200여 일간 관광객 100만 명이 브라질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지카 바이러스라는 복병을 만나 올림픽 개최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림픽이 개최된다 해도 지카 사태의 진앙인 브라질이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30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하는 각국 대표단과 방문객에게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자 선수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고, 모든 방문객은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살충제를 이용하고 긴소매 옷을 입어라’라는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브라질올림픽위원회는 좌불안석이다. 브라질올림픽위 의료책임자인 주앙 그란제이루 박사는 “올림픽 기간(8월 5∼21일)에는 브라질에서 가장 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지카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대량 번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올림픽 예산이 급증하는 브라질은 개최국의 경제가 이전보다 어려워지는 ‘올림픽의 저주’에 다가섰다. 현지 언론은 올림픽 예산이 이전보다 4억 헤알(약 1184억 원) 늘어나 모두 391억 헤알(약 11조5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브라질이 지카 바이러스에 따른 ‘임신 자제령’으로 노동 인력이 크게 줄어들고 출산율 급감으로 교육과 보건, 아동용품 제조업 등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CNN머니가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이 ―3.5%의 부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마저도 지카 변수를 제외했을 때의 전망치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세계 50대 부호 가운데 70%는 가족에게 재산을 물려받은 ‘금수저’ 출신이 아니라 스스로 부를 형성한 ‘자수성가형’이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26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 50대 부자 명단에 따르면 50명 중 34명은 맨손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고 나머지 16명은 상속 등으로 부호 반열에 올랐다. 16명 가운데 순수하게 상속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7명이고, 나머지 9명은 부친 등의 유산을 토대로 본인이 노력한 데 따른 것이었다. 세계 최고 부자에는 874억 달러(약 105조 원)의 자산을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올랐다. 이어 패션 브랜드 자라의 공동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668억 달러)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607억 달러)이 각각 2, 3위였다. 상위 10위 안에서 5, 6위를 차지한 미국의 석유 재벌 찰스, 데이비드 코크 형제를 빼면 나머지 8명이 스스로 부를 일군 사람들이다. 미국 대통령 출마를 고려 중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도 ‘자수성가형’으로 9위(421억 달러)에 올랐다. 순수하게 유산으로 부호에 오른 사람들은 단연 미국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의 상속자들이었다.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턴의 자녀들인 짐, 롭슨, 앨리슨은 각각 13∼15위에 이름을 올렸다. 앨리슨은 여성 최대 부호로 332억 달러를 갖고 있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아내 로런도 남편에게 물려받은 재산으로 47위(144억 달러)에 이름을 올렸다. 공동 49위에 오른 나이지리아 부호 알리코 단고테와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제임스 사이먼스는 자산이 각각 143억 달러에 달했다. 단고테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으로, 석유 가스 철강 등 다양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사이먼스는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 출신으로 정교한 데이터 분석으로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50명 중 29명이 미국 출신이었고 전체의 4분의 1 정도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부를 축적했다”고 전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이달 16일 제이슨 리자이안 전 워싱턴포스트(WP) 테헤란 특파원 등 이란 감옥에 수감됐던 미국인들이 풀려나기 직전. 미국 재무부는 17억 달러(약 2조400억 원)라는 엄청난 돈을 이란 정부에 송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 시간) 동결됐던 이란의 미국 내 자산 반환을 핑계로 한 이 돈이 사실상 인질 석방을 위한 ‘몸값’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건의 시작은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이 발생하기 직전 팔레비 왕정 시절로 돌아간다.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親美) 정권이었던 팔레비 왕정은 미국에서 신무기를 구입하려고 4억 달러(약 4800억 원)의 선금(신탁금)을 줬다. 하지만 이란 혁명으로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반미(反美) 정권이 들어서자 미국은 외교 관계를 끊고 무기 공급을 거부했다. 신탁금은 미국 정부가 갖고 있었다. 1981년 이란은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이른바 ‘미(未)반환 무기 구입 신탁금’ 반환을 미국에 요청했다. 하지만 혁명 이후 37년 동안 서방 국가들과 함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를 하던 미국은 신탁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그동안 이자 13억 달러(약 1조5600억 원)가 붙어 이란이 받을 돈은 17억 달러로 불어났다. 2013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핵 협상 과정에서 이란 측은 이 돈의 반환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이란 핵협상이 타결됐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16일부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면서 이란 정부는 동결됐던 대외 자산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다음 날인 17일 17억 달러를 상환했다고 밝히며 “만일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미국이 질 수도 있고,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억류 미국인 석방이 무엇보다 급했던 미국이 17억 달러를 인질 석방과 패키지로 협상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란의 군 고위 간부는 언론 인터뷰에서 “신탁금 반환이 미국인 석방의 핵심 사안이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공화당 하원의원은 “미국인 5명을 석방하는데, 이란인 7명을 풀어줬고 범죄 혐의자 14명에 대한 조사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며 조사를 요구했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19일 “수감자 석방은 오랜 협상의 결과물”이라며 신탁금 반환과 수감자 석방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경찰관 직위를 남용해 여성들을 성폭행한 20대 미국 남성에게 사실상 종신형이 선고됐다. CNN방송 등 미국의 주요 매체들은 미 법원이 전직 경찰관 다니엘 홀츠클로(29)에게 여성 13명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징역 263년을 선고했다고 2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홀츠클로는 1급 강간죄를 포함해 18개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다. 오클라호마시티 경찰관이던 그는 2014년 6월부터 검문검색 등의 이유로 일단 거리를 다니던 여성들을 갑자기 불러 수갑을 채우거나 총으로 위협해 저항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후 그는 여성들에게 성폭행을 하거나 차량으로 이동해 유사 성행위를 강요했다. 때로는 피해 여성들의 집까지 쫓아가거나 스토킹하기도 했다. 홀츠클로는 17~57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마약, 매춘 등의 전과가 있는 여성을 골랐다. 백인 아버지와 일본계 어머니에서 태어난 그는 주로 흑인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노렸다. 홀츠클로의 범행은 지난해 6월 한 피해자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성폭행 혐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직장에서 해고됐다. 홀츠클로는 법정에서 울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법의 심판은 냉정했다. 검찰은 “이런 사람을 공직자라고 할 수 없다. 그는 시민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리고 나약한 여성을 노린 강간범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변호사는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유종기자 pen@donga.com}

스페인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좁은 길을 걷다 보면 갑자기 물결이 연상되는 모습의 지붕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곳의 명물인 산타카테리나 시장이다. 지붕의 외양은 화사한 주황색, 맑은 노란색, 옅은 보라색, 잘 익은 가지색, 싱그러운 연두색 등 형형색색이다. 육각형 타일 32만5000개가 67가지 색깔로 지붕에 붙어 있다. 타일은 지붕 아래 시장 가게들에 진열된 과일 채소 생선을 표현했다. 지붕은 오래된 시장 건물과 묘한 조화를 이룬 것이 예술작품 같다. 건축과 디자인 학도들로 항상 북적이고 관광객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1845년 옛 수도원 터에 세워진 산타카테리나 시장은 외곽 도시들에까지 식료품을 공급하는 유통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인근 지역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문을 닫을 뻔한 위기가 닥쳤다. 묘안이 필요했다. 상인들과 시청 공무원들은 머리를 맞댔다.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우선 고객과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해 단골을 만드는 지중해 시장을 지향했다. 고객 대부분이 걸어서 10분 이내에 사는 이웃들이기 때문이다. 낡은 시설은 백화점보다 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유명 건축가 엔릭 미라예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미라예스는 물결 모양의 지붕을 1997년부터 8년 걸려 완성했다. 시장 분위기도 바꿨다. 통로를 넓히고 독특한 간판, 친절한 가격 표시, 깔끔한 상품 진열로 고객을 유혹했다. 상생의 방법도 찾았다. 시장에 입주한 슈퍼마켓은 공산품을, 식료품 가게들은 농수산물을 팔았다. 이런 노력으로 절반 이상의 가게들이 최근 10년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매출을 늘리고 있다. 이 도시에는 산타카테리나 시장 같은 재래시장이 43개가 있고, 이 재래시장들의 발전방안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컨트롤타워는 1991년 시가 설립한 ‘바르셀로나 시장관리원’이다. 공무원, 상인, 정치인이 참여하는 이 기관은 재래시장의 시설물 관리뿐만 아니라 판매 확대, 마케팅, 서비스 수준을 전략적으로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 시장관리원은 매년 600억 원을 투입해 낡은 시장을 관광 명소로 단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최근까지 21개 시장이 리모델링을 마쳤다. 이 덕분에 인구가 160만 명인 이 도시의 43개 재래시장을 해마다 6000만 명 이상이 찾는다. 시민 10명 중 7명은 재래시장에서 장을 본다. 재래시장이 부활하자 지역경제도 살아났다. 재래시장의 연간 경제 창출 효과가 13조 원을 웃돈다. 국내 재래시장도 백화점, 대형 할인매장, 명품매장에 밀려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시설을 개선하고, 상품권을 도입하고, 주차장을 확보하는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며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매일 장 보고 싶은 시장, 멀리 사는 관광객들도 ‘죽기 전에 꼭 한 번 방문하고 싶은’ 시장이 얼마나 될까. 이 도시 재래시장이 성공적으로 보여준 ‘재생의 힘’을 배웠으면 좋겠다.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