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민

하정민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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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정민 기자입니다.

dew@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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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영국에 ‘돈 보따리’ 선물…시진핑, 英 원전 건설에 11조 투자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주석이 영국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60억 파운드(약 10조8000억 원) 투자를 결정하면서 ‘돈 보따리’ 선물을 안겼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1일 런던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이 영국 남부 힌클리 포인트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이런 역사적인 합의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영국과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힌클리 포인트 원전은 영국에서 약 30년 만에 재개되는 첫 원전 건설 사업으로 총 건설비용은 무려 180억 파운드(약 31조6000억 원)에 달한다. 주 사업자인 프랑스 에너지업체 EDF가 대규모 건설비를 조달하지 못한데다 환경단체의 반대 등까지 겹쳐 수년 간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이에 영국 정부는 그간 중국 측에 대규모 투자를 요청해왔고 시 주석의 영국 방문으로 그 결실을 맺게 됐다. 이번 투자는 중국 에너지 국영회사 중국광핵그룹(CGN)이 힌클리 포인트 원전 건설사업 지분 33.5%를 확보하고 60억 파운드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나머지 120억 파운드는 EDF가 조달한다. 힌클리 원전은 2025년 완공되며 영국 전체 전력공급의 7%를 담당할 전망이다. 앰버 루드 영국 에너지장관은 이번 사업과 관련 “영국은 저탄소 에너지를 낮은 비용에 얻을 수 있고 중국은 자국 원전 기술을 서방에 선보일 수 있다”며 양국 모두 윈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영국 내부에서는 “안보 주권을 중국에 넘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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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 세부서 중국 외교관 2명 피살…범인은?

    필리핀 유명 휴양지 세부의 한 식당에서 중국 외교관 2명이 동석했던 중국인 2명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AFP통신 등이 21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경 세부의 등대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던 쑨션(孫沈) 세부 주재 중국 영사관 영사대리와 후이리(輝李) 상무관이 같이 있던 중국인 남녀 커플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이 사고로 쑹룽화(宋榮華) 총영사도 큰 부상을 입었다. 현지 경찰은 영사관 여직원 거우징(57)과 그의 남편 리칭량(60)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이들을 체포했다. 두 사람이 총격 직후 급히 식당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식당의 CCTV에 포착됐다. 아직 이들이 왜 총영사 일행에게 총을 쐈는지에 대한 정확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하정민기자 dew@donga.com}

    • 201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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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해땐 이곳으로”… 시민들이 구조거점 마련

    최악의 자연재해 ‘카트리나’를 겪은 미국 뉴올리언스의 현재는 재해 자체보다 그 이후의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미 정부가 가장 관심을 기울인 대목은 피해자의 심리치료. 10년간 멈추지 않고 체계적으로 피해자를 돌봐 왔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 10년째 피해자 트라우마 치료 8일 오전 어린이 심리치료 전문병원 머시 센터를 찾았다. 이 병원은 미 보건복지부 산하 약물남용정신건강서비스국(SAMHSA)과 손잡고 카트리나 피해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전문 심리상담 및 치료를 제공하고 있었다. 의사, 임상심리학자, 심리상담가,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주 1회, 회당 약 1시간씩 각 학교를 찾아 정신적 피해가 큰 아이들을 대상으로 개인별 상담 및 치료를 한다. 학교에 소속된 상담교사, 학생의 부모에 대한 상담 및 지도까지 병행한다. 연간 치료비 40만 달러는 미 정부가 부담한다. 일부 종교단체와 독지가들의 현금 기부, 전문가들의 재능 기부 등도 더해진다. 지난 10년간 치료를 받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3만 명이 넘는다. 카트리나가 발생했을 때 미국도 연방정부의 비효율과 무기력이 큰 문제로 지적됐었다. 그러다 보니 뉴올리언스 시민들 사이에는 재해 후 ‘정부를 믿지 말고 나 자신을 믿자’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루이지애나주립대 보고서에 따르면 카트리나 후 뉴올리언스 주민의 24%가 시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공공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고 한다. 카트리나 전 참여율이 미미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보스턴 출신으로 25년째 뉴올리언스에서 거주하며 프랜차이즈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는 마이크 파워스 씨(45)는 “카트리나 당시 목격했던 정부의 무능이 역설적으로 시민들의 재해 복구 및 시정 참여 의지를 높였다”며 “모든 사람이 일종의 행정가로 변신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개혁도 덤으로 얻은 변화. 공립학교의 상당수가 파손되면서 공교육의 공동화가 이뤄지자 주민들 스스로 자율형 공립학교(차터스쿨)를 세웠다. 이곳 재학생 비율은 미 최고 수준인 전체 학생의 무려 70%에 달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재해 극복 의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는 도로 곳곳에 설치된 ‘구조 거점(evacuspot)’. 시내를 걷다 보면 사람이 한 손을 높이 든 모양의 독특한 철제 구조물을 여럿 발견할 수 있는데 2013년 6월 만들어진 약 4m 높이의 이 설치물은 ‘재해 때 이곳으로 모여라. 곧 구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를 주도한 사람은 사진작가 겸 사회운동가 로버트 포가티 씨. 카트리나 직후 재난대피 자원봉사 시민단체를 만들기도 했던 그는 대피로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물에 빠져 속수무책으로 숨졌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총 17개의 구조 거점을 설치했다. ○ 상처는 쉽게 낫지 않는다 카트리나 후 이곳 사람들은 건축양식도 바꿨다. 강변과 가까운 동네에는 제방이 세워졌고 신축 주택들도 물난리에 견딜 수 있도록 1층을 지상에서 띄웠다. 하지만 곳곳에는 아직도 참혹한 상처가 그대로인 곳도 많았다. 카트리나로 인한 전체 사망자 1833명의 54%가 발생한 최대 피해 지역 로어나인스워드에 있는 로버트 그린 씨(61) 집 앞마당에는 카트리나로 목숨을 잃은 그의 어머니와 손녀를 기리는 추모석이 있었다. 그린 씨는 카트리나가 닥치자 온 가족을 끌고 지붕 위로 올라갔지만 지붕이 무너지면서 어머니와 손녀를 잃었다. 손녀의 시신은 지금도 찾지 못한 상태. 어머니의 시신도 넉 달 후에 발견되어 겨우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복구가 아직도 느리다는 불만들도 있었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살다가 4년 전 이사 왔다는 챈시 헨스 씨(67)는 “살기 좋은 주거지로 만들어 주겠다는 정부 약속을 믿고 둥지를 틀었는데 복구 속도가 느려 실망스럽다”며 “복구 과정에서 부동산 붐만 일어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로어나인스워드 한복판을 남북으로 가르는 클레이번 애버뉴에서는 극심한 빈부격차도 보였다. 북쪽은 신규 주택이 많은 깔끔한 주거지였지만 남쪽은 풀뿌리와 잡초가 무성한 폐가들이 즐비해 한낮에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도 오싹했다. 카트리나 전 뉴올리언스의 흑인 비율은 약 70%에 달해 ‘초콜릿 도시’로도 불렸었다. 최근에는 총인구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흑인 비율이 59%로 떨어졌다. 2013년 기준 뉴올리언스 거주 백인 남성의 평균 연봉은 5만7684달러, 흑인 남성은 절반 수준인 3만4815달러에 그쳐 격차도 더 심해졌다. ‘카트리나 10년’을 맞아 루이지애나주립대가 실시한 뉴올리언스의 복원 정도 및 삶의 질을 묻는 만족도 조사에서 백인 80%는 “완벽하게 복구됐고 현재 상태에 만족한다”고 했지만 흑인 응답자의 60%는 “모든 면이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뉴올리언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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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에어포스원’ 33년만에 신형으로 교체…2023년 운항 예정

    ‘움직이는 백악관’ ‘하늘의 궁전’으로 불리는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Air Force One·공군 1호기)’가 2023년 최첨단 기능을 갖춘 최신 기종으로 교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방부가 33년 만에 새 에어포스원을 제작하기 위해 수 주안에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과 1차 계약을 맺기로 했다고 18일 보도했다. 1970년 탄생한 보잉 747-200B 모델을 쓰는 현 전용기는 1990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때부터 미 대통령들이 이용해왔다. 반면 신형 에어포스원은 2010년 개발된 최첨단 항공기인 보잉 747-8을 사용해 더 빠르고 더 멀리 운항할 수 있다. 기체 길이만 무려 76m에 달한다. 특히 군 통수권자인 미 대통령이 세계 각지를 누비며 이동 중에도 전쟁을 지휘할 수 있도록 열 감지 유도미사일 회피, 핵폭발 전자기 충격파 방어, 공중 급유 등 각종 최첨단 기기들도 장착된다. 현 에어포스원에 장착된 첨단 기술은 대통령이 이동 중 공중에서 팩스를 받을 수 있는 정도다. 새 에어포스원의 정확한 제작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 공군은 이미 내년에만 1억200만 달러(약 1360억 원), 이후 5년간 30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새 전용기 제작비용으로 요청한 상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 직에서 퇴임하면 가장 아쉬운 점이 더 이상 에어포스원을 탈 수 없다는 것”이라며 “신발을 벗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일도 없고 짐도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는다. 비행기는 멋진데 반납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농담한 바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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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트리나 충격 어떻게 극복했나? 트라우마 아이들 10년째 상담치료

    카트리나는 미국 전체의 재난대응 체계와 피해자 트라우마 치료 방식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왔다. 특히 피해자 치료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정도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10년째 피해자 트라우마 치료 8일 오전 어린이 피해자 치료를 주도하고 있는 심리치료 전문병원 머시(Mercy) 센터를 찾았다. 가톨릭계 병원인 머시센터는 대형 재난에 따른 국민 트라우마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미 보건복지부 산하 약물남용정신건강서비스국(SAMHSA)과 손잡고 카트리나 피해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전문 심리상담 및 치료를 제공하는 ‘플뢰르 드 리스(fleur-de-lys)’ 프로젝트‘를 10년간 운영해오고 있다. 프랑스 왕실의 백합 장식문양을 뜻하는 ’플뢰르 드 리스‘는 뉴올리언스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머시센터의 임상심리학자 더글러스 워커 박사(52) 팀이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의사, 임상심리학자, 심리상담가,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주 1회, 회당 약 1시간씩 각 학교를 찾아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개인별 혹은 상담 및 치료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 장난감 가지고 놀기 등을 하면서 처참한 재난 당시의 상황을 자연스레 말하도록 한 후 그런 경험과 기억이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학습 장애 등이 발견되면 이 문제를 도와주기 위한 또 다른 전문가를 붙여준다. 이 외 성인 피해자의 장기 재활을 위한 일자리 주선 등 성인 전용 프로그램도 있다. 연간 프로젝트 운영비 약 40만 달러는 전액 SAMHSA가 부담한다. 이 외 일부 종교단체와 독지가들의 현금 기부, 전문가들의 재능 기부 등도 더해진다. 플뢰르 드 리스 프로젝트의 특징은 단순히 아이들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각 학교에 소속된 상담교사, 해당 학생의 부모에 대한 상담 및 지도까지 병행하는 데 있다. 학교와 집에서 피해 아동을 만나는 성인들이 누구보다 이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잘 인식하고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해야 아이들의 회복도 빨라지기 때문. 워커 박사는 “카트리나 직후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도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는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했다”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문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어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이 프로젝트를 통해 트라우마 치료를 받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무려 3만 명이 넘는다. 대부분은 흑인으로 로워나인스워드처럼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었다. 북부 버몬트 주 출신으로 뉴올리언스에 23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워커 박사는 “나 또한 두 아들의 아버지였기에 이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며 “카트리나 당시 내 집 일부도 파손돼 몇 달간 큰 불편을 겪었고 당시 6세, 4세이던 두 아이가 작은 비에도 몸서리치며 두려워하던 모습을 가슴 아픈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저소득층 가정의 피해 아동이 일반 병원에 가서 이런 치료를 받으려면 의사, 임상심리학자, 심리상담가 각각 1명에게 시간당 최소 150달러(약 18만 원)를 줘야 하는데 저소득층 가정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 아이가 ’심리 치료를 받는 것은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하기 싫다가도 막상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기분이 좋아져요‘라고 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워커 박사는 “카트리나와 같은 대형 재난은 그 피해와 후폭풍이 매우 장기적이어서 반드시 지속적 치료가 필요하다”며 “10년이 매우 긴 시간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전담 치료기구 설치와 이를 위한 예산 확보 및 전문인력 양성은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과제”라며 “내가 도울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돕겠다”고 강조했다. ○ 재난관리 체계도 환골탈태 카트리나 피해가 유달리 컸던 이유는 비상사태 선포 및 대피계획 수립을 주도해야 할 뉴올리언스 시, 루이지애나 주 정부, 재난관리 전문기구인 연방재난관리청(FEMA) 등 3개 주체가 서로 결정을 미루고 다른 쪽에 책임을 전가하다 구조 최적 시점을 놓친 탓이 크다. 즉 명목상으로는 시와 주정부가 현장 대응을, 연방정부가 인력과 물자 지원을 맡는 분권 체제였지만 이를 통한 협력보다는 역할 범위를 둘러싼 갈등만 난무했던 것.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지 4일 후인 2005년 9월 2일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캐슬린 블랑코 전 루이지애나 주지사,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전 시장이 회동했을 때 이 3명이 서로에게 책임전가를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로 인한 각계각층의 비난이 빗발치자 미 의회는 2006년 ’카트리나 재난관리 개혁법‘을 통과시켜 재난관리의 근본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9.11 테러 직후 경비 절감을 이유로 국토안보부 산하로 편입됐던 FEMA를 다시 독립기관으로 만들고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FEMA가 국가 재난대책을 진두지휘하는 중심 기관임을 법에 명시했다. 국장 급이던 FEMA 청장을 차관 급으로 높이고 FEMA 청장이 대통령에게 독자적으로 재난발생 상황을 보고하고 의회에 재난관련 정책을 건의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또 대재난이 발생하면 미 50개 주지사가 주 정부는 물론 연방정부 소속의 연안 경비대에도 출동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주 정부와 연방정부의 소통 혼선으로 구조대의 도착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시 정부의 노력도 뒤따랐다. 뉴올리언스 시는 지난 10년간 146억 달러의 돈을 들여 도시 전체에 약 214km의 홍수 방지벽을 설치했고 총 73개의 배수처리 공장(pumping stations)도 지었다. 미치 랜드류 시장(55)은 올해 1월 시 전체의 홍수 대비체계를 관장하는 ’폭우 관리자(stormwater manager)‘라는 새 직책을 만들고 튤레인대 교수를 지낸 건축공학 전문가 프리시카 윔스 씨(45)를 영입했다. 시청 인근의 수도사업소 건물에서 만난 윔스 씨는 방지벽, 배수처리 공장과 같은 물리적 변화도 중요하지만 시민 스스로가 재난 대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 대처에 신뢰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 더 의미있는 변화“라며 ”’내 것은 내가 지킨다‘는 성향이 강한 미국인의 특성 상 과거에는 허리케인이 왔을 때 대피 명령이 떨어져도 이를 잘 이행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으나 이제는 사람들이 이를 충실히 따른다“고 말했다. ○ 풀뿌리 재건문화도 정착 실제 카트리나 후 뉴올리언스 시민들은 ’낡고 비능률적인 정부 기능을 쇄신하고 효율적인 재난대비 체계를 갖추려면 우선 시민들이 먼저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루이지애나주 주립대 보고서에 따르면 카트리나 후 뉴올리언스 주민 24%가 시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공공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카트리나로 일반 공립학교의 상당수가 파손된 탓에 이후 교육 개혁도 자연스레 뒤따랐다. 주민들이 세운 자율형 공립학교(차터스쿨) 재학생 비율은 미 최고 수준인 전체 학생의 무려 70%에 달한다. 뉴올리언스 시민들의 자발적인 재난 극복 의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는 곳곳에 설치된 구조 거점(evacuspot)이다. 뉴올리언스 시내를 걷다 보면 사람이 한 손을 높이 든 모양의 독특한 철제 구조물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2013년 6월 만들어진 약 4m 높이의 이 설치물은 ’재해 때 이 곳으로 모여라. 곧 구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구조 거점(evacuspot)’이다. 이를 만든 사람은 미 사진작가 겸 사회운동가 로버트 포가티 씨다. 카트리나 직후 ‘이베큐티어’라는 재난대피 자원봉사 시민단체를 만든 그는 대피할 곳 없던 희생자들이 물에 빠져 속수무책으로 숨졌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고,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설치미술가 더그 콘펠드 씨와 손잡고 총 17개의 구조 거점을 설치했다. 1개 당 건립비용 약 20만 달러는 모두 시민 모금으로 충당했다. 뉴올리언스 미식축구팀 뉴올리언스 세인츠의 스타 선수 스티브 글리슨(38) 씨가 1만5000달러를 내놓는 등 유명인 기부도 잇따랐다. 보스턴 출신으로 25년째 뉴올리언스에서 거주하며 프랜차이즈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는 마이크 파워스 씨(45)는 ”카트리나 당시 목격했던 정부의 무능이 역설적으로 시민들의 재해복구 및 시정참여 의지를 높였다“며 ”모든 사람이 일종의 행정가로 변신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 양극화는 심화 1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있다. 바로 뉴올리언스의 뿌리깊은 흑백 빈부격차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카트리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 서부의 흑인 밀집지역 로워나인스워드(lower ninth ward)를 방문했다. 미시시피 강과 맞닿은 이 작은 마을에서 카트리나로 인한 전체 사망자의 54.5%인 약 1000명이 숨졌다. 왜 작은 마을에서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생겼을까. 이는 뉴올리언스의 뿌리 깊은 흑백 빈부격차와 관련이 있다. 뉴올리언스 주거지의 80%는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에 있다. 안전하고 높은 곳에 있는 땅이 부족하다 보니 자연스레 집값이 비싼 고지대인 올드 메터리와 메터리 등에는 백인 고소득층이, 로워나인스워드나 샤멜처럼 집값이 싼 저지대에는 흑인 저소득층이 몰려 살게 됐다. 이로 인해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저지대 흑인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카트리나를 겪었고, 복구가 시작되기도 전인 약 한 달 뒤 또 다른 허리케인 리타까지 맞이했다. 침수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던데다 백인과 달리 홍수 대비보험 가입도 사실상 전무한 이들의 복구 속도가 백인보다 훨씬 느릴 수밖에 없었다. 6일 오후 로워나인스워드를 찾았다. 흉물스런 폐가가 가득한 을씨년스러운 곳일 것이라는 기자의 당초 예상과 달리 의외로 로워나인스워드의 첫 인상은 깔끔하고 아담했다. 미시시피 강변과 마주한 동네 가장자리에는 한 눈에도 튼튼해 보이는 제방이 설치돼 있었고 일반 미 단독주택보다 개성 있고 독특한 모양과 색깔을 지닌 주택이 여럿 들어서 있어 ‘여기가 우범지역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날 기자를 이 곳을 안내한 강홍조 한인 회장(73)은 ”대부분이 최근 2~3년 안에 지어진 새 집“이라며 ”물난리에 견딜 수 있도록 1층을 높이 띄우고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태양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을을 둘러보자 참혹한 재난이 할퀴고 간 상처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동네 한가운데에 자리한 로버트 그린 씨(61)의 집 앞마당에는 미 국기와 두 명의 희생자를 위한 추모석이 있었다. 카트리나가 마을을 강타한 2005년 8월 29일 어머니 조이스 그린 씨(당시 74세)와 손녀 샤나이(당시 3세)를 잃은 그가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당시 그린 씨는 자신의 어머니, 샤나이, 샤나이의 두 자매 등 총 네 사람을 대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원래 지붕 위로 올라가려했지만 지붕이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집 전체가 물로 가득 찼고 이로 인해 어머니와 손녀를 잃었다. 천신만고 끝에 자신과 남은 두 손녀의 목숨은 건졌지만 그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구나 샤나이의 시신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찾지 못한 상태. 어머니의 시신도 넉 달 후인 12월 말에야 간신히 발견해 2006년 1월 장례식을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린 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미 언론에도 수 차례 보도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자가 방문했을 때 그가 부재 중이어서 만날 수 없었다. 대신 그린 씨의 이웃인 챈시 헨스 씨(67)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회계 업무에서 종사하고 있다는 그는 카트리나 당시 조지아 주 애틀란타에 살다가 2011년 일자리를 찾아 뉴올리언스로 왔다. 헨스 씨는 ”이 곳을 살기 좋은 주거지로 만들어준다는 정부 약속을 믿고 둥지를 틀었는데 복구 속도가 느려 실망스럽다“며 ”로워나인스워드의 절반은 아직 폐가 상태이며 복구 과정에서 부동산 붐이 일어 집값만 오르는 통에 고향을 떠났던 많은 흑인들이 이 곳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네 한 복판을 남북으로 가르는 클레이본 애비뉴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헨스 씨가 사는 클레이본 애비뉴 북쪽은 신규 주택이 많은 깔끔한 주거지였지만 남쪽은 풀뿌리와 잡초가 무성한 폐가가 즐비해 한낮에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도 오싹했다. 그는 ”이렇게 버려진 집들이 마약굴로 변해가면서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카트리나 전 뉴올리언스의 흑인 비율은 약 70%에 달해 흑인의 피부색을 의미하는 ‘초콜릿 도시’로도 불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체 인구가 늘고 있음에도 흑인 인구는 더 줄어 흑인 비율이 59%로 떨어졌다. 2013년 기준 뉴올리언스 거주 백인 남성의 평균 연봉은 5만7684달러, 흑인 남성은 절반 수준인 3만4815달러에 그쳐 빈부격차도 더 심해졌다. 카트리나 10주년을 맞아 올해 8월 루이지애나 주립대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뉴올리언스의 복원 정도 및 삶의 질에 대한 뉴올리언스 거주 백인과 흑인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백인 80%는 ”완벽하게 복구됐고 현재 상태에 만족한다“고 했지만 흑인 60%는 ”경제, 교육, 삶의 만족도 등 모든 면이 카트리나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답한 것. 지역 싱크탱크 데이터센터의 앨리슨 플라이어 소장은 ”복구 과정에서 부동산 붐이 일면서 뉴올리언스 중심가 임대로는 10년 전보다 40% 이상 올랐다. 타지로 떠난 흑인 중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오는 사람이 많다“며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뉴올리언스의 진정한 복구가 완료됐다고 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뉴올리언즈=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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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 메카’ 된 재난의 땅… 파격지원에 젊은 인재 ‘밀물’

    1833명이 숨지고 123조 원의 재산 피해를 남긴 미 최악의 자연재해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지 꼭 10년이 된다. 미국은 2005년 8월 29일 카트리나 발발 1년여가 지난 2006년 9월 30일 재난관리개혁법(일명 포스트 카트리나 법)을 제정하고 본격적인 재건 작업을 시행해 왔다. 이달 초 루이지애나 주 경제개발청(LED) 초청으로 찾은 뉴올리언스는 10년 전과는 딴판으로 활기에 넘쳤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창업정신으로 시를 재난의 도시에서 혁신의 도시로 바꾼 민관의 노력이 그 비결이었다.○ 창업의 메카로 거듭난 도시 6일 0시 이곳 최고 관광지인 프렌치 쿼터의 버번 스트리트. 한밤중임에도 발 디딜 틈 없이 거리를 가득 메운 관광객들과 길 양쪽에 즐비한 재즈 바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선율 등 겉으로는 10년 전 대재앙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 세수(稅收)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산업인 관광업도 호황이다. 2014년 뉴올리언스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952만 명으로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트리나 직후인 2006년 관광객이 370만 명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인구 유입도 가파르다. 카트리나 직전 48만5000명이었던 인구는 2006년 22만3000명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말 38만4000명을 회복했다. 미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2010∼2014년 뉴올리언스 인구 증가율은 11.8%로 50대 대도시 중 오스틴(15.5%)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10년 전 대재앙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의 모든 것을 앗아갔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카트리나는 2005년 한 해에만 뉴올리언스에서 9만 개의 일자리를 앗아갔고 이로 인한 임금 손실액만도 30억 달러(약 3조3900억 원)에 달했다. 이 도시가 재난을 이겨 나간 비결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는 절박감이었다. 뉴올리언스는 석유 등 원자재가 풍부하고 강과 바다를 모두 보유한 덕에 별 노력 없이도 먹고살 수 있는 도시로 꼽혔다. 이에 카트리나 전까지만 해도 외부 투자와 사람을 받아들이는 데 배타적이어서 ‘부자의 저주’라는 말까지 낳았다. 하지만 카트리나 이후 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하며 능력있는 다른 지역 젊은이들을 대거 유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창업’을 위해 찾아오는 젊은 인재들에게 펼친 파격적인 지원정책이었다. 시는 우선 지역 주민을 고용한 정보기술(IT)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기업 운영비의 25%, 임금의 35%를 세액 공제해 주는 세제 혜택을 주었으며 도시 외곽 땅을 시세보다 낮은 비용에 빌려주면서 시세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 프로그램도 알선해 주었다. 현재 뉴올리언스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471개의 스타트업 창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미국 전체 평균보다 67%나 높은 수치이다. 미 언론들은 스타트업의 신 메카로 떠오른 뉴올리언스를 ‘실리콘 바이우(Silicon bayou·실리콘밸리와 뉴올리언스 인근 늪지대를 의미하는 바이우의 합성어)라 부른다. 미치 랜드루 뉴올리언스 시장(55)은 “스타트업 창업은 고학력 젊은이들의 고임금 일자리 창출로 직결되는 데다 이들이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기 때문에 외식, 레저, 패션 산업 등으로의 파급 효과도 크다”고 했다. ○ 남부의 할리우드로 변신 실제로 현재 뉴올리언스의 영화와 IT 산업은 할리우드(로스앤젤레스)나 실리콘밸리(샌프란시스코)에 비견될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뉴올리언스 영화협회에 따르면 2014년 루이지애나 주에서 촬영된 장편 영화는 총 18편으로 캘리포니아 주와 캐나다(각각 15편), 영국(12편)보다 많았다. 2015년에도 ‘캐리비안의 해적 5’, ‘판타스틱 4’ 등 쟁쟁한 흥행 예정작은 물론이고 ‘NCIS 뉴올리언스’, ‘트루 디텍티브’ 등 인기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 커플, 샌드라 불럭, 채닝 테이텀 등 유명 영화배우가 속속 뉴올리언스에서 집을 사들일 정도. 뉴올리언스가 ‘남부의 할리우드(Hollywood south)’로 불리는 이유다. 현재 주 정부는 1편의 영화 촬영비 중 30만 달러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30%의 세액공제를 해 주고 있다. 다른 주가 세액 공제가 아예 없거나 한 자릿수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 혜택이다. 또 1편의 영화 촬영 시 소요되는 전체 인건비 중 10%를 지역민에게 지급하면 10%의 세액공제를 추가로 해준다. 이곳에서 만난 싱크탱크인 데이터센터의 앨리슨 플라이어 소장(54)은 “관광업은 저소득층의 저임금 일자리에 국한돼 있고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그런 면에서 최근 뉴올리언스의 산업 다변화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랜드루 시장은 “카트리나 이후 주민들 사이에 ‘무슨 일을 하든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식으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됐다”며 “과거와 똑같은 방식을 되풀이하면 또 다른 재앙을 맞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뉴올리언스 경제 회생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뉴올리언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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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케인 ‘카트리나’ 악재 딛고 다시 태어난 도시 뉴올리언스

    2005년 8월 29일 최고 시속 280km의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 남부 루이지애나 주 최대 도시이자 ‘재즈의 본고장’ 뉴올리언스를 강타했다. 도시 전체의 80%를 침수시킨 허리케인에다 국가권력의 무능과 구조 실패가 겹치면서 무려 1833명이 숨지고 123조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미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인 동시에 세계 최강대국의 민낯과 치부를 여실히 드러낸 인재(人災)이기도 했다. 미국은 재난 발발 후 1년여가 지난 2006년 재난관리개혁법(일명 포스트 카트리나 법)을 발효한 후에야 본격적인 재건 작업에 돌입했다. 이달 초 루이지애나 주 경제개발청(LED) 초청으로 찾은 뉴올리언스는 10년 전과는 딴판으로 활기에 넘쳤다. 여기에는 과감한 규제개혁과 창업정신으로 시를 재난의 도시에서 혁신의 도시로 바꾼 민관의 노력이 있었다. ●불야성을 이룬 프렌치 쿼터 6일 0시 뉴올리언스 최고 관광지인 프렌치 쿼터의 버번 스트리트. 18세기 초 프랑스 이민자들이 조성한 이 곳에는 발코니 등 당시 유럽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과 프랑스어 간판들이 넘쳐나 마치 18세기 프랑스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10월인데도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에 관광객들은 얇은 여름옷만 걸친 채 거리 곳곳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길 양쪽에 즐비한 재즈 바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고 뉴올리언스의 유명 카페 ‘카페 뒤 몽드’나 산책로가 조성된 미시시피 강가에도 인파가 북적였다. 겉으로는 10년 전 대재앙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곳에서 만난 관광객 루이스 마르티네스 씨(35)는 뉴올리언스에서 차로 약 5시간 거리인 미 4위 도시 휴스턴에서 주말을 즐기러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기자에게 “고층빌딩이 가득한 다른 대도시와 달리 뉴올리언스에는 어디에도 없는 낭만과 향수가 있다”며 “낡고 어둑한 공연장에 앉아 눈을 감고 재즈를 즐기는 맛이 그만”이라고 엄지를 들어보였다. 시 세수(稅收)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산업인 관광업도 호황이다. 2014년 뉴올리언스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952만 명으로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트리나 직후인 2006년 관광객이 370만 명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뉴올리언스의 관문인 루이 암스트롱 국제공항에는 매일 45편의 국내외 직항편이 취항하는데 이 역시 10년 전 42편보다 많다. 인구 유입도 가파르다. 카트리나 직전 48만5000명이었던 뉴올리언스 인구는 카트리나 발발 다음해인 2006년 22만3000명까지 줄었다 2014년 말 종전의 약 79%인 38만4000명을 회복했다. 미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2010~2014년 뉴올리언스 인구 증가율은 11.8%로 미 50대 대도시 중 오스틴(15.5%)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05년 약 110만 명이던 메트로 뉴올리언스(뉴올리언스 시와 인근 메터리, 보갈루사 등을 합한 지역) 인구는 카트리나 직후 약 70만 명까지 줄었으나 최근 124만 명으로 카트리나 전보다 인구가 더 늘었다. 2010년부터 재임 중인 미치 랜드류 뉴올리언스 시장(55)은 “카트리나 당시 자원봉사로 미 전역에서 몰려왔던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뉴올리언스의 아름다운 풍광, 낮은 물가 등의 매력에 빠져 이 곳을 새로운 삶의 터전 겸 창업 전진기지로 이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인구 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리콘바이유(Slicon bayou) 카트리나는 관광과 에너지 산업에 크게 의존하던 뉴올리언스의 경제 구조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2005년 한 해에만 뉴올리언스에서 9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이로 인한 임금 손실도 30억 달러에 달했다. 기존의 일자리는 없어졌고 살아남으려면 무엇이라도 해야 하니 과거와 다른 일을 해야 했던 셈이다. 또 눈 앞에서 가족이 익사하고 집이 통째로 잠기는 것을 봐야했던 메트로 뉴올리언스 거주 이재민 40만 명의 상당수는 뉴올리언스로 되돌아오지 않았지만 다른 지역에서 뉴올리언스로 이주한 사람들은 영화, 정보기술(IT), 생명과학, 수자원 관리 등 다양한 신산업에 종사하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로 인해 현재 영화와 정보기술 산업은 각각 이 분야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할리우드(LA)나 실리콘밸리(샌프란시스코)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뉴올리언스 시와 루이지애나 주 역시 각종 세제 혜택과 낮은 금리의 대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이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뉴올리언스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471개의 스타트업 창업이 이뤄지는데 이는 미 평균보다 67% 높은 수치다. 뉴올리언스 시 역시 지역 주민을 고용한 IT 스타트업에게 운영비의 25%, 임금의 35%를 세액공제 해주고 있다. 미 언론은 샌프란시스코, 뉴욕에 이어 미 스타트업의 새로운 메카로 각광받는 뉴올리언스를 실리콘바이유(Slicon bayou)라 부른다. ‘바이유’는 강 주변의 늪지대를 의미하는데 미시시피 강 하류에 위치한 뉴올리언스에는 이 바이유가 매우 많다. 이를 실리콘밸리와 합친 신조어가 바로 실리콘바이유다. 뉴올리언스의 경제개발 및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반관반민(半官半民) 기구인 그레이터뉴올리언스(GNO)의 마이클 헥트 최고경영자(CEO·45)는 “스타트업 창업은 고학력 젊은이들의 고임금 일자리 창출로 직결되는데다 이들이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기 때문에 외식, 레저, 패션 산업 등으로의 파급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뉴올리언스 시는 ‘핫 플레이스’ 세인트로치마켓의 부활도 주도했다. 뉴올리언스 시청과 각종 기업 본사가 몰려있는 신도심 센트럴비즈니스디스트릭트(CDC)에서 약 30분 떨어진 시 동쪽에 위치한 이 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IT 분야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먹고 마시고 사업을 논의하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 1875년 설립된 세인트로치마켓은 원래 서울의 노량진 수산시장과 유사한 서민 전용 시장이었다. 흑인들이 즐겨 찾던 이 곳은 카트리나로 완전히 침수됐고 이후 몇 년간 폐허로 방치됐다. 뉴올리언스 시는 2010년 원래 소유주로부터 약 65만 달러를 주고 이 건물을 산 뒤 4년 간 370만 달러의 리노베이션 비용을 들여 올해 4월 재개관했다. 깔끔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지닌 건물 안에는 세련된 외양을 한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각종 해산물 요리, 디저트와 커피, 칵테일 등을 즐긴다. 2009년 뉴욕에서 설립된 세계적인 스타트업 킥스타터도 뉴올리언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킥스타터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중국계 미국인 페리 첸(38)은 원래 뉴올리언스의 무명 음악가 겸 공연 기획자였다. 콘서트를 열고 싶어도 장소 대관 및 장비 섭외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이를 포기한 경험이 많았던 그는 인터넷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인 크라우드펀딩에 관심을 갖게 됐고 찰스 아들러, 얀시 스트리클러 등과 킥스타터를 창업했다. 이 회사가 6년간 조달한 자금은 총 20억 달러(약 2조3800억 원)가 넘는다. 헥트 CEO는 “사실 스타트업 창업 지원에 그리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도시 외곽의 땅을 시세보다 조금 낮은 비용에 빌려주고 인터넷과 프린터 정도만 지원해줘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 효과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기를 겪은 뉴욕이 당시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이 IT 창업을 독려하며 ‘실리콘앨리(실리콘밸리와 뒷골목을 뜻하는 영어 alley의 합성어로 구글 등 대형 IT 기업이 몰려있는 맨해튼 서남부 지역)’를 만들어냈듯 실리콘바이유도 뉴올리언스 경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남부의 할리우드 뉴올리언스 영화협회에 따르면 2014년 루이지애나 주에서 촬영된 장편 영화는 총 18편으로 캘리포니아 주와 캐나다(각각 15편), 영국(12편)보다 훨씬 많았다. 이에 미 언론은 뉴올리언스를 ‘남부의 할리우드(Hollywood south)’라 부른다. 뉴올리언스 소재 민간 싱크탱크인 데이터센터의 앨리슨 플라이어 소장(54)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겨울에도 눈이 오지 않는 날씨, 대도시보다 싼 인건비를 보유한 덕에 전 세계 영화, 드라마 제작자들이 뉴올리언스에 몰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루이지애나 주 경제개발청(LED)에 따르면 2014년 루이지애나 주 생산직 근로자의 연평균 임금은 3만6400달러로 미 평균 4만3600달러보다 훨씬 낮다. 산업용 전기와 천연가스 요금도 미 50개 주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루이지애나 주는 1편의 영화 촬영비 중 30만 달러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30%의 세액공제를 해 주고 있다. 다른 주가 세액 공제가 아예 없거나 한 자리 수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 혜택이다. 루이지애나 주는 또 1편의 영화 촬영 시 소요되는 전체 인건비 중 10%를 지역민에게 지급하면 10%의 세액공제를 추가로 해준다. 이런 노력 끝에 2014년 한 해 루이지애나 주가 영화 산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5억900만 달러애 달한다. 이중 33%인 1억6800만 달러가 큰 인기를 끈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단 두 편으로부터 생겨났다. 유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 총괄을 맡은 ‘쥬라기 월드’는 뉴올리언스 외곽에 버려져 있던 한 테마파크를 재활용해 만들어졌다. 제작진은 카트리나로 인해 폐허가 됐던 이 곳을 약 2달 만에 무려 축구장 6개 크기의 촬영장으로 바꿨고 이 안에 큰 길, 호텔, 음식점, 나이트 클럽, 카페 등을 지었다.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16억65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거둬 아바타(27억8800만 달러)와 타이타닉(21억8680만 달러)에 이어 역대 3위를 차지했다. 2013년 말 개봉 후 2014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 2013년 흥행작 ‘나우 앤 씨 미’ 등도 역시 뉴올리언스에서 만들어졌다. 2015년에도 캐리비안의 해적 5, 판타스틱 4, 혹성탈출 속편 등 쟁쟁한 흥행 예정작들이 촬영됐다. 이에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 샌드라 블록, 채닝 테이텀 등 유명 영화배우들도 속속 뉴올리언스에서 집을 사들이고 있다.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제작도 활발하다. 2003년 첫 방영 후 지금까지 전미 시청률 1,2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인기 드라마 NCIS의 자매편인 NCIS 뉴올리언스가 지난해 첫 방영을 시작했고 트루 디텍티브,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스왐프 피플 등도 인기리에 촬영되고 있다. ‘남부의 할리우드’에 위기의식을 느낀 할리우드의 근거지 캘리포니아 주는 2014년 촬영비의 20%에 대한 세액공제, 특히 로스앤젤레스(LA)에서 촬영하면 5%의 추가 공제를 해주는 조건을 내걸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플라이어 소장은 “관광업은 물론 뉴올리언스의 중요 산업이지만 주로 저소득층의 저임금 일자리에 국한돼 있고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그런 면에서 최근 뉴올리언스의 산업 다변화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뉴 머니·블루 블러드’의 시대로 뉴올리언스의 별칭은 굉장히 쉽다는 뜻의 ‘빅 이지(Big Easy)’다. 낙천적이고 느긋하며 시간에 쫓기지 않는 뉴올리니언(New Orleanian·뉴올리언스 사람들이 스스로를 일컫는 단어)들의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20세기 초 미국이 엄격한 금주법을 시행할 때도 뉴올리언스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쉽게 술을 구하고 마셨기에 이 말이 생겨났다는 속설까지 있을 정도다. 강과 바다를 끼고 있고 천연가스, 원유, 목재 등 각종 원자재가 풍부한 뉴올리언스는 미시시피 강 개발이 한창이던 1840년대 미 3대 도시였을 정도로 번성했다. 20세기에도 줄곧 미 20대 도시 안에 들었으나 오일 쇼크가 온 1970년대 이후 쇠퇴의 길을 걸어 현재 미 50위 도시에 불과한 상태다. 즉 카트리나가 휩쓸고 가기 전에도 뉴올리언스 경제는 수십 년간 좋지 않았고 이로 인한 주민들의 박탈감, 패배의식이 심했다는 뜻이다. 뉴올리언스에서 5대째 살고 있다는 변호사 스콧 휘태커 씨(55)는 이를 ‘부자의 저주(curse of rich)’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악착같이 일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먹고 사는 것이 보장되다 보니 지방 정부와 주민 모두 이에 안주하기만 했고 외부 투자와 신기술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했다는 뜻이다. 그는 “현재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델타항공 본사,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있는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도 모두 해당 기업이 먼저 뉴올리언스에 건립 제안을 했었다. 하지만 이로 인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과소평가한 뉴올리언스 시가 오히려 이를 거절하는 우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휘태커 변호사는 기자에게 ‘레드 블러드(red blood·토종)와 블루 블러드(blue blood·외부인)’, ‘올드 머니(old money·토종의 돈)와 뉴 머니(new money·외부인의 돈)’라는 말도 알려줬다. 레드 블러드(red blood)는 18세기 초 뉴올리언스 개척 시대부터 줄곧 이 곳에 둥지를 튼 토종 뉴올리니언들을 말한다. 인간의 피와 같은 자연 색깔, 즉 원래부터 있었던 존재라는 뜻에서 레드 블러드로 불린다. 반면 블루 블러드는 원래 존재하지 않는 것, 즉 이방인을 일컫는다. 그는 “레드 블러드의 돈을 올드 머니, 블루 블러드의 돈을 뉴 머니라고 하는데 카트리나 이전에는 뉴올리언스 경제가 뉴 머니를 달가워하지 않고 올드 머니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며 “델타와 디즈니의 제안을 거절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덧붙였다. 뉴올리언스가 이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다른 도시에 뺏기고 쇠퇴하는 동안 인근 휴스턴(4위), 샌안토니오(7위), 댈러스(9위), 오스틴(11위)는 모두 미국에서 손꼽히는 대도시로 급성장했다. 젊은 인재들이 속속 근교 대도시로 빠져나가고 외부 투자는 더디게 들어오면서 경제의 쇠퇴 속도가 더 빨라졌다. 주민들의 박탈감과 열패감도 한층 높아졌다. 카트리나는 이런 관행을 완전히 깨부수는 기폭제가 됐다. 도시 전체가 완전히 폐허가 된 상황에서 토종인지 아닌지, 누구의 돈을 우선해야 할 지를 따질 겨를조차 없었기 때문. 헥트 CEO는 “카트리나 이후 주민들 사이에 ‘무슨 일을 하든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식으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됐다”며 “과거와 똑같은 방식을 되풀이하면 또 다른 재앙을 맞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뉴올리언스 경제 회생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뉴올리언즈=하정민기자 dew@donga.com}

    • 201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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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인들, 핼러윈축제에 8조원 쓴다

    매년 10월 31일 밤 사람들이 유령, 괴물, 마녀, 유명인 등으로 분장하고 놀이를 즐기는 핼러윈 축제가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며 소비를 진작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올해 핼러윈 축제로 인한 미국 내 소비 진작 효과가 69억 달러(약 7조93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12일 보도했다. 이는 미국인 1명이 핼러윈데이에 74.34달러(약 8만5491원)의 소비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10년간 미국의 핼러윈 축제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5년에는 시장 규모가 33억 달러에서 그쳤지만 2012년 80억 달러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고 이후에도 70억 달러 내외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전미소매협회(NRF)는 분석했다. 이는 과거 부모와 자녀의 조촐한 가족 행사였던 핼러윈이 젊은 세대가 즐기는 집단 축제로 변모한 덕이 크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유행에 민감한 밀레니엄 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자)가 각종 핼러윈 의상과 소품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소비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핼러윈데이 의상 전문업체인 스피릿 핼러윈의 트리샤 롬바르도 대변인은 “핼러윈은 이제 성인을 위한 축제”라고 진단했다. 핼러윈은 고대 켈트인 축제 ‘사윈’에서 유래했다. 죽음의 신에게 제를 올릴 때 켈트인들이 기괴한 모습으로 꾸며 집안으로 죽은 자들의 영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 풍습이 오늘날 핼러윈 분장 문화의 원형이 됐다. 핼러윈데이가 되면 미국 각 가정에서는 늙은 호박에 구멍을 판 후 사람의 얼굴 모양처럼 만든 ‘잭오랜턴(Jack-O’-Lantern)’ 등을 만든다. 또 괴물이나 마녀로 분장한 아이들이 이웃집을 찾아다니며 사탕과 초콜릿 등을 얻는데 이때 외치는 말이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란 뜻의 ‘트릭 오어 트리트(trick or treat)’이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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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교류 흔적 간직한 日고찰… 원효-의상 초상화 모셔

    교토(京都) 청수사(淸水寺·기요미즈데라·778년 창건)를 찾는 관광객들은 매년 1000만 명이 넘는다. 교토를 찾는 5000만 명의 20%에 달하는 수치이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절은 올 3월 미셸 오바마 여사가 방문해 경내에 있는 큰 북을 치는 모습이 전해져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청수사는 고대 한일 교류사 측면에서도 매우 상징적인 사찰이다. 일본의 고승 엔친(延鎭) 스님과 백제계 도래인 후손 사카노우에노 다무라마로(坂上田村麻呂·758∼811) 장군의 깊은 인연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 일본 건축술의 정수 4월 말 청수사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절까지 약 15분간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길을 오르는 동안 하도 사람이 많아 행인들과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발걸음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경내로 들어서자마자 약 11m 높이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세워진 웅장한 본당이 위용을 드러냈다. ‘일본 목조 건축의 불가사의’로 평가받는 유명한 본당 마루는 일본말로 ‘부타이(舞台·무대)’로도 불리는데 못 하나 없이 139개의 대형 느티나무 기둥들이 떠받치고 있는 형태이다. 청수사 학예연구원 사카이 데루히사(坂井輝久·67) 씨는 “한국말에 최선을 다한다는 뜻으로 ‘배수의 진을 친다’는 말이 있는데 일본 사람들은 ‘청수의 무대에서 뛰어내릴 각오’라는 말을 쓴다”고 했다. 본당 건물과 함께 유명한 것이 본당 안 깊숙한 곳에 자리한 십일면관음보살상이다. 33년에 한 번씩만 일반에게 개방되는 ‘비불(秘佛)’인 관음상이 마지막으로 공개된 때가 2000년 3월이었으니 다시 보려면 2033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자가 청수사를 찾았을 때에도 관음상 주변은 접근 자체가 금지돼 있었고 어두운 차양 막까지 쳐져 어렴풋이 실루엣만 확인할 수 있었다. 사카이 씨는 “일본인들은 평생 두 번만이라도 관음상을 볼 수 있으면 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 관음상을 안치한 사람은 일본인 엔친 스님이지만 사찰 건물은 백제계 도래인 후손 다무라마로가 자신의 집을 헌납한 것에서 비롯한다. 하급 무사였던 다무라마로는 교토로 천도를 단행한 간무왕의 총애를 받아 북방 오랑캐 정벌을 총괄하는 장군직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한일 고대인들의 인연 758년 청수사가 있는 오토와 산 인근에서 태어난 다무라마로의 조상은 대대로 야마토 정권에서 군인으로 일하며 이 지역에서 군락을 이루고 살았다. 일본 역사서 ‘속군서류종(續群書類從)’에는 ‘다무라마로의 조상이 오진왕 20년(290년)에 건너온 백제 왕족 아치노오미(阿知使主·?∼?)’라고 적혀 있다. 12세기 일본 역사서 부상략기 등에 따르면 다무라마로는 아픈 아내를 위해 사슴피를 약으로 쓰려고 오토와 산을 헤매다 산에서 수행 중이던 엔친 스님을 만나 불법에 귀의한다. 그리고 엔친을 위해 자신의 집을 청수사 본당으로 바친다. 청수사에 얽힌 한일 교류 역사를 접하고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정작 사카이 씨는 “다무라마로는 후원자일 뿐이고 건립자는 엄연히 엔친 스님이다. 다무라마로가 한반도 도래계의 후손이라 해서 청수사가 한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청수사가 건립된 8세기 말은 한반도 도래인들이 현재로 치면 이민 3, 4세대가 되어 완전히 일본에 동화된 시기이다. 사카이 씨 말대로 그들을 굳이 한반도 도래인이라고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한국과의 연관성을 애써 부정하거나 과소평가할 일도 아닐 것이다. 기자가 그런 생각을 하며 서 있는데 사카이 씨가 한마디를 더 보탰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이 일본에 모든 문화를 전해 주었다며 일본의 독자적인 문화 창조를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청수사 건립에서 다무라마로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려 했던 속내가 읽히는 말이었다. 그가 속 좁은 일본인들을 대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하긴 했지만 우리도 이제 일본에 문명을 전해주었다는 것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이 어떻게 그것을 자기 것으로 체화했는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는 아량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한국에 없는 문화유산을 일본 사람들이 오히려 더 잘 간직하고 있는 곳들이 있으니 바로 교토 고산사(高山寺·고잔지)에 남아있는 원효와 의상대사의 흔적들이다.○ 원효와 의상대사 초상 고산사는 교토 서북쪽 도가노오(e尾) 산 속에 있는 사찰이다. 산골짜기에 있는 작은 사찰을 버스를 타고 1시간 반이나 걸려 찾은 이유는 신라 명승 원효(617∼686)와 의상대사(625∼702) 일대기를 그린 두루마리 그림과 초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절 살림을 맡고 있는 다무라 유교(田村裕行) 집사가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역시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절을 찾는 이들은 하루에 수십 명 수준. 이 중 30%가 한국에서 온 불자(佛子)라고 한다. 다무라 씨는 “일본인들은 경내를 구경하고 경치를 감상하기 바쁜데 한국인들은 합장하고 기도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고산사가 소장한 원효와 의상의 그림은 이들의 일대기를 그린 ‘화엄종조사회전(華嚴宗祖師繪傳)’이라는 총 일곱 권짜리 에마키(繪卷·두루마리 그림)와 초상화 한 점씩이다. 모두 국보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다무라 씨에게 그림을 보여 달라 하자 “교토박물관에 있다”는 말이 돌아왔다. 2006년 교토박물관이 그림을 전시한 뒤 더 많은 관람객들에게 보이기 위해 임대 형태로 박물관에 남겼다는 것이다. 워낙 미술사적 가치가 높아 고산사에 소장되었을 때도 일반 공개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원효와 의상대사의 초상화가 일본 사찰에 있게 된 걸까. 관련 연구로 메이지(明治)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임중 메이지대 연구원은 “8세기경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래된 화엄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원효와 의상대사”라며 “원효와 의상은 당시 일본뿐만 아니라 화엄종 종주국인 중국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학식이 높은 고승들이었다”고 했다. 원효와 의상은 약간 다른 식으로 일본에 화엄종을 전했다. 원효는 저술을 많이 남겼고 의상은 제자를 많이 길러냈다. ‘금강삼매경론’ ‘대승기신론별기’ 등 화엄사상을 집대성한 원효의 저서는 240여 권에 달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일본으로 건너갔다. 의상이 길러낸 제자 중에 한 명인 심상(審祥)은 화엄종을 널리 알릴 목적으로 도일(渡日)해 740년 동대사(東大寺·도다이지)에서 화엄경을 처음 강연했다. 원효와 의상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일본 승려들이 많은데 가마쿠라 시대에 활동했던 묘에(明惠) 스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왕실의 적극적 후원 속에서 번성한 화엄종이 나라 시대 이후 왕권 약화로 쇠퇴하자 묘에는 고산사를 창건해 화엄종을 다시 일으키려 했다. 김 연구원은 “묘에가 자기 나라 일본이나 화엄종 종주국인 중국의 승려가 아닌 원효와 의상을 그린 것을 보면 당시 일본에서 이들의 명성이 높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존경받았던 원효와 의상 묘에의 명을 받아 두 고승에 관한 그림을 실제 그린 이는 묘에의 제자이자 당시 이름 높은 화승(畵僧)이었던 조닌(成忍) 스님이었다. 조닌은 중국 송나라 고승 전기인 ‘송고승전(宋高僧傳)’에 나오는 원효와 의상의 일대기와 가르침을 토대로 그렸다. 두루마리 일곱 권 중 세 권이 원효도(元曉圖)이고 네 권이 의상도(義湘圖)이다. 원효도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당나라 유학길에 동굴에서 자던 원효가 목이 말라 맛있게 먹은 물이 해골에 담긴 것이었음을 알고 큰 깨침을 얻는 대목이고 의상도에서는 당나라 유학을 하던 의상에게 반한 선묘 낭자가 귀국길에 오른 의상이 탄 배를 향해 몸을 날려 용이 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치밀하면서도 대담한 화법(畵法)을 구사한 두 고승의 초상화는 현재 남아있는 초상화 중 실제 이미지에 가장 가깝다는 평을 듣고 있다. 검은 수염을 기른 원효는 생전의 파격적 행보에 걸맞게 호방한 모습이고 의상은 인자하고 후덕한 모습이다. 다무라 씨는 “두 분의 얼굴을 직접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한국에 있던 원본을 일본 화가들이 베껴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현재 초상화 원본은 한국에 남아있지 않다. 유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어떻든 일본 화가들이 한국에 와서 존경받는 스님들의 초상화를 모사(模寫)해 갈 만큼 1200∼1300년대 한일 간 문화 교류가 매우 활발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교토=정미경 mickey@donga.com·하정민 기자}

    • 20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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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황제’의 세대교체…랄프로렌 “11월 CEO 물러나겠다”

    미국의 ‘패션 황제’ 랄프 로렌(76)이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랄프 로렌’의 최고경영자(CEO) 직을 사퇴한다고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1967년 랄프 로렌을 창업한 지 48년 만이다. 로렌 회장은 이날 “11월 CEO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다만 이사회 의장 및 최고창의성책임자(CCO) 직함은 계속 유지한다. CEO에서 물러나도 항상 회사를 위해 고민하고 회사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의 후임자는 스웨덴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H&M의 임원 출신으로 현재 랄프 로렌의 중저가 의류 브랜드 올드네이비의 사장인 스테판 라르손이다. 라르손은 올드네이비에 합류하기 전 H&M에서 15년간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이 회사 수입을 30억 달러(약 3조5400억 원)에서 170억 달러(약 20조6000억 원)로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H&M이 진출한 나라도 세게 12개국에서 44개국으로 늘었다. 미 언론은 명품 패션의 대명사인 랄프 로렌이 ‘패스트패션 전문가’를 후임자로 결정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또 그의 세 아들 중 차남인 데이비드 로렌(44)이 랄프 로렌의 광고 및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데도 그가 아들을 제치고 업계 전문가를 택했다는 점에 찬사를 보내는 분위기다. 이는 패스트패션의 영향력 급증, 실제 매장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옷을 구입하는 소비자 패턴 변화 등을 반영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로렌 회장 본인도 WSJ와의 인터뷰에서 “회사는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39년 뉴욕 브롱스의 벨라루시계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로렌은 1967년 남성 넥타이 디자인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5년 만인 1972년 폴로 선수의 로고가 새겨진 반소매 셔츠를 만들어 대히트를 쳤고 이후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4년 랄프 로렌 그룹의 매출은 76억 달러(약 86조9680억 원)이며, 그의 개인 재산도 포브스가 추정한 미국 74위 부자인 70억 달러(8조2600억 원)다. 한편 NYT는 랄프 로렌의 퇴진을 미국 디자이너들의 황금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분석했다. 로렌 회장과 마찬가지로 개인 이름을 딴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유대계 미국인이기도 한 캘빈 클라인(72)과 도나 카란(67)은 미 3대 패션 디자이너로 불리며 미국 패션을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 패션에 맞먹는 산업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얻었다. 캘빈 클라인은 2002년, 도나 카란은 올 6월 현역에서 은퇴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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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시리아 반군에 첫 공습

    러시아가 시리아 서부 도시 홈스와 인근 하마 등지에서 첫 공습을 개시했다고 CNN 등이 미국 국방부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30일 보도했다. 홈스는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쪽으로 약 160km 떨어져 있다. 이번 공습은 이날 러시아 상원 격인 연방의회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요청한 시리아 파병 요청을 승인함에 따라 이뤄졌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장은 “러시아 공군이 시리아 정부군의 이슬람국가(IS) 척결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며 “오직 공군력만을 사용할 것이며 지상군 파견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중동에서 군사개입을 단행한 것은 198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후 26년 만이다. CNN은 미 정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 공군기지에 주둔 중이던 러시아 전투기들이 홈스의 반군 기지를 공습했다고 전했다. 쿠르드계 언론 슬레마니 타임스도 러시아 수호이(Su)-24 전폭기 2대가 홈스 인근 도시 하마에도 공습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시리아의 지중해 연안 항구인 타르투스에 자국 해군의 기항권을 이미 확보했고 최근에는 최신 전투기도 여럿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뉴스는 러시아 해군이 지중해로 진출하는 규모도 크게 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일주일 동안 다목적 상륙함을 포함한 수많은 군함이 흑해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공습 개시 및 군사개입 확대가 미국 주도의 서방 연합군과는 별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리아 내전의 해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주도권이 미국에서 러시아로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 해법을 놓고 정면충돌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동 전문가인 미 전직 외교관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에서의 역할을 늘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의 군사개입으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존속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고 분석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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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 핵심인력 속속 이탈…이유는?

    올해 1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으로 12명의 사망자를 낸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의 핵심 인력이 속속 이탈하고 있다고 폭스뉴스 등이 30일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또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각종 성역에 대한 도발로 논쟁을 유발한 샤를리 엡도의 편집 방향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폭스뉴스는 ‘뤼즈’라는 필명으로 활동해온 샤를리 엡도의 대표 만평가 레날 뤼지에 씨(43), 칼럼니스트 파트리크 펠루 씨(52) 등이 최근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모두 테러 현장에서 이 참극을 경험한 바 있다. 뤼지에 씨는 이번 주 안에 공식 사임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회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펠루 씨도 이달 26일 프랑스 라디오방송 Web7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1월까지 퇴사하겠다. 테러로 사라진 동료들을 생각하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밝혔다. 샤를리 엡도는 핵심 인력 이탈 외에도 여러 악재를 겪고 있다. 샤를리 엡도는 올해 9월 초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쿠르드 꼬마 알란 쿠르디(3)에 관한 만평을 게재한 후 국내외적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샤를리 엡도는 만평에서 “유럽 기독교도는 물 위를 걷지만 무슬림 아이는 물 아래로 가라 앉는다”는 문구를 게재해 ‘언론의 자유 뒤에 서 인종차별적인 언사를 일삼는다“는 질타를 받았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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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국가안보국 폭로’ 前 요원 스노든, 트위터 계정 만들자…

    2013년 6월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했던 전 NS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32)이 지난달 29일 트위터 계정(@Snowden)을 만들었다고 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스노든은 올해 8월 미국의 유명 천체 물리학자 겸 프린스턴대 교수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57)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에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타이슨이 스노든에게 트위터를 개설할 것을 제안하자 그는 이를 수락한 바 있다. 스노든은 트위터의 자기 소개란에 “한 때 미국 정부를 위해 일했고 이제 대중을 위해 일한다”라고 적었다. 그의 첫 트윗인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Canyouhearmenow?)’는 한 시간 만에 무려 25만 번이 리트윗됐다. 스노든의 트위터 계정은 생긴 지 약 10시간 만에 86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모았다. 하지만 스노든 본인이 친구맺기(팔로잉)를 한 대상은 NSA의 트위터 계정이 유일하다. 스노든은 NSA 본부가 있는 미 메릴랜드 주 포드 미드를 거론하며 “포트 미드에 있는 NSA 직원 수천 명이 (나를 감시하기 위해) 트위터를 개설했다”고 비꼬기도 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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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軍, 이슬람복장 여대생 조준 사살

    이스라엘군이 비무장 상태인 10대 팔레스타인 여대생을 총으로 사살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23일 보도했다. 22일 오전 8시경 요르단 강 서안 헤브론 시내 슈하다 거리 인근 검문소에서 이스라엘군이 이슬람 전통복장 니깝으로 얼굴과 몸을 가린 여대생 하딜 살라 하슐라문 양(18)에게 여러 차례 총격을 가했다. 그는 과다 출혈로 숨졌다. 외신은 그가 헤브론 출신인 것 외에 자세한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하슐라문 양이 군인 1명을 칼로 찌르려 했다. 테러범 대응 차원에서 실탄을 발사했고 곧바로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십 명의 목격자는 완전히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해당 군인이 아무 부상을 입지 않았고 총알이 하슐라문 양의 가슴을 정통으로 관통한 점으로 볼 때 군인이 그를 고의로 겨눴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목격자는 “군인들이 출혈이 심한 하슐라문 양을 병원으로 바로 옮기지 않고 약 30분간 도로변에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마침 현장에 있던 한 유럽 출신 인권운동가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하슐라문 양은 단지 자신의 가방을 열어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데 돌연 군인이 ‘멈춰! 움직이지 말라고!’라고 소리치며 여러 발의 총탄을 발사했다”고 증언해 충격을 안겼다. 실제 공개된 여러 장의 사진에서는 하슐라문 양이 총격을 당하기 직전 총구를 겨눈 군인들 앞에서 흉기를 꺼내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또 총격을 받은 그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의 선제공격 의사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 데다 희생자가 비무장 소녀라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의 아버지 살레 알 하슐라문 씨는 “군인들이 무고한 내 딸을 죽였다”고 절규했다. 이날 밤 서안지구 남부 쿠르사에서도 팔레스타인 남성 디야 압둘랄림 탈라마 씨(21)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숨졌다. 이스라엘은 “그가 군인들을 향해 폭발물을 던지려 했다”고 주장했으나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군이 비무장 상태의 그에게 총을 쐈다고 반박했다. 두 사건은 13일 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모스크에 이스라엘 경찰이 진입하자 격분한 팔레스타인인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지 9일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특히 22일이 유대교 최대 명절인 ‘욤 키푸르(속죄의 날)’, 23일은 이슬람 주요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메카 성지순례가 끝난 후 시작되는 희생제)여서 양측 극단주의자에 의한 유혈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외신들은 전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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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고조

    미국 기준금리 동결로 진정되는 듯 했던 신흥국 화폐가치 하락세가 재연되면서 낙폭이 큰 브라질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외환위기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23일 보도했다. 22일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전일대비 1.89% 떨어진 달러당 4.0604헤알을 나타냈다. 1994년 헤알화 도입 후 사상최저치로 올해 들어서만 31.2% 하락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도 전일대비 0.69% 낮은 달러 당 4.3013링깃을 나타내 1998년 1월 당시 사상최저치 4.7700링깃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인도네시아 루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터키 리라화, 태국 바트화,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일제히 큰 폭 하락했다. 이들 나라의 CDS 가산금리도 연일 상승세다. CDS 가산금리는 국가나 기업이 부도날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인 CDS에 추가로 붙는 금리로 수치가 높을수록 부도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브라질의 CDS 가산금리는 올해 초 대비 181bp(1bp=0.01%)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자국 정치 불안, 중국 경기둔화, 미 금리인상 불확실성을 신흥국 경제 불안 3대 요인으로 꼽는다. 대표적 예가 브라질이다. 지난해 말 재선에 성공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68)은 국영 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연루 의혹에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경제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의 국정운영에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71%에 달했다. 포브스는 “브라질이 그리스를 닮아가고 있다”며 “호세프 대통령이 2018년 말까지 남은 임기를 못 채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퇴진 요구에 직면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62)는 미 법무부의 조사까지 받고 있다. NYT 등 미 언론은 21일 미 당국이 나집 총리의 의붓아들 리자 아지즈가 미국에서 부동산을 구매하는 과정에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이로 인해 얻은 불법 차익이 나집 총리에게 흘러들어갔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집권당의 연정 구성 실패, 쿠르드족 및 이슬람국가(IS)와의 유혈 분쟁을 겪는 터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63)의 15년 장기집권 피로 및 서방 경제제재로 국민 분열이 심한 러시아, 8월 수도 방콕 한복판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로 뒤숭숭한 태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한때 세계의 성장엔진이었으나 이제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의 주 요인이 된 중국 경제도 좋지 않다. 중국 정부는 23일 9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47.0으로 집계돼 2009년 3월 이후 6년 6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 제조업 경기의 바로미터인 차이신 지수가 50 이하이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중국 성장둔화는 예상보다 큰 위험”이라며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중국 경제둔화를 이유로 22일 아시아 전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월보다 0.3%포인트 낮은 5.8%로 예상했다. 이는 2001년 4.9% 이후 14년 최저치다. 미국이 9월에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여전히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신흥국에 악재다. 블룸버그는 “금리인상에 대한 두려움만으로도 신흥국 통화가 급락하는데 실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에 투자됐던 투자금이 고금리를 보장하는 미국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다수 신흥국의 경제구조 자체가 취약한 것도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흥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는 167%에 달해 금융위기가 휘몰아친 2009년 1분기(115%)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신흥국 중앙은행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경기를 살리려면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이미 화폐가치 하락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통화가치 추가 하락만 부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WSJ는 전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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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러와 가상전쟁 16戰16敗”

    미국 국방부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와 싸우는 전쟁 시나리오를 짰으며 이 시나리오에는 핵전쟁까지 포함됐다고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18일 보도했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한 지 넉 달 후인 지난해 6월 각각 미 공군과 육군의 의뢰를 받은 전쟁전략전문가 두 팀이 총 16개 시나리오를 수립해 ‘미-러 가상전쟁’을 실시한 결과, 미군이 포함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군이 단 한 번도 러시아군을 이길 수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과정에 참여했던 데이브 오치마네크 전 미 국방부 전력개발담당 부차관보는 “나토 회원국의 국방예산 축소 및 이 지역에서의 미군 감축 등으로 나토군이 러시아군으로부터 발트 해 연안국을 방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며 “현재 유럽에 주둔 중인 미군과 나토군 병력 전부를 발트 해 연안국에 파견하고 미 본토 기지에서 24시간 내 출동태세를 갖춘 제82공수 사단까지 동원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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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델 카스트로 前 의장, 남다른 아디다스 사랑 왜?

    피델 카스트로(89)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0일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회동에서 입은 파란색 아디다스 운동복이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이 21일 보도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공식석상에서도 독일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 운동복을 즐겨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나이키, 필라 등 다른 스포츠 브랜드 의상도 착용한 적이 있으나 2006년 장 출혈 수술 직후부터는 아디다스 옷만 입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카스트로 전 의장은 올해 5월 아바나를 찾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만날 때는 검은색 아디다스 운동복을, 올해 4월 베네수엘라 대표단을 만날 때는 짙은 파란색 아디다스 운동복을 입고 등장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아바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때는 흰색 운동복을 입었다. 2013년 7월 파나마 운하에서 북한 선박에 실린 쿠바 무기가 압수당했을 때도 역시 흰색 옷을 입고 TV 카메라 앞에 서서 “이 사건은 조작됐다”고 외친 바 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의 남다른 아디다스 사랑은 그가 소문난 야구광인 것과 무관치 않다. 아디다스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에서 쿠바 대표팀을 후원했기 때문. 또 미국과 오랫동안 대립해온 쿠바의 상황 또한 미국 브랜드 나이키보다 독일 브랜드 아디다스를 선호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한편 가디언은 서민적인 카스트로 전 의장의 의상과 달리 이날 교황이 집전한 미사에 참관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62)의 패션은 지나치게 화려해 위화감을 불러일으켰다고 꼬집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교황의 출신국인 아르헨티나 대통령 자격으로 이날 미사에 참관했다. 이날 그가 든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손가방의 가격은 무려 2만2000달러(약 2552만 원)에 달해 “부(富)가 인간의 영혼을 가난하게 만든다”는 교황의 설교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하정민기자 dew@donga.com}

    • 201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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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주간지 “한국 대치동, 학원 들어가기 위한 ‘새끼학원’ 까지 등장”

    사교육 열풍에 신음하고 있는 한국에서 ‘유명 입시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학원’ 즉 새끼 학원까지 등장했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9일 보도했다. 한국 사교육의 메카인 강남구 대치동의 유명 학원들은 자체 입학시험을 치른다. 점수가 낮으면 돈을 내도 이 학원에 들어갈 수 없다. 유명 학원의 입학 시험을 도와주는 학원, 이른바 ‘새끼 학원’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새끼 학원의 마땅한 번역어를 찾지 못한 이코노미스트는 ‘sekki hagwon’이란 다소 우스꽝스럽게 들리는 한글 발음을 고스란히 영어로 옮겼다. 새끼 학원에 다닌다는 것은 대치동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일로 받아들여진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 때문에 새끼 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이 사실을 숨기고 새끼 학원 또한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명 학원에 진학한 후에도 새끼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여전히 많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유명 학원의 강도 높은 선행학습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버거워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은 일주일에 2번 정도 새끼 학원에 가서 선행학습을 받기 위한 공부를 한다. 아직까지 새끼 학원은 대치동에만 국한된 현상이지만 많은 한국 시민단체들은 새끼학원 유행이 조만간 대치동 밖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14년 한국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은 18조 원(약 150억 달러)로 전체 가계소비의 10%가 넘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집계한 GDP 대비 사교육비 지출 비중에서도 한국은 약 0.8%로 OECD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0.3%), 일본(0.2%) 등보다 월등히 높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하정민기자 dew@donga.com}

    • 20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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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유럽 대기업, 로마제국 말기 닮아가”

    미국과 서유럽 대기업이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정점을 찍고 쇠퇴한 로마제국 말기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9일 분석했다. 컨설팅회사 매킨지가 세계 42개국에서 연매출 2억 달러(약 2320억 원) 이상인 대기업 3만 개를 분석한 결과 2013년 이들의 세후순이익이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인 7조2000억 달러(약 8352조 원)에 달했다. 1980년의 7.6%에서 2.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순이익의 67%가 서구 대기업으로부터 나왔을 정도로 이들의 비중이 막대했다. 하지만 매킨지는 서구 대기업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7.9%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다국적기업 수가 1990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해 대기업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 현재 북미 기업의 투하자본순이익률(ROIC) 변동성은 1980년보다 60% 증가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 기업들의 추격도 서구 대기업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있다. 미 경제 주간지 포천의 500대 기업 순위에서 신흥국 기업의 비중은 1980년 5%에서 현재 26%로 늘었다. 각국 정치 환경이 서구 대기업에 적대적으로 변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각각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주자 중 지지율 1위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정치 노선은 많이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미 대기업의 조세 회피를 연일 공격하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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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헝가리 국경 열어라… 제2의 알란 원하는가”

    “음식도 필요 없다. 국경을 열어라.” “우리가 제2의 알란 쿠르디(지중해 건너다 익사한 세 살짜리 시리아 꼬마)다.” 14일 헝가리가 난민을 막는다며 세르비아와의 국경을 봉쇄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인근의 난민 수천 명이 절망에 빠졌다고 BBC 등이 15일 일제히 보도했다. 헝가리는 이날 주요 난민 유입통로인 남부 뢰스케의 세르비아 국경지대 전 구간(175km)에 4m 높이의 철책을 설치했다. 헝가리 정부는 “14일 하루에만 9380명이 들어왔다. 세르비아가 난민을 통제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며 국경 폐쇄 이유를 밝혔다. 헝가리 경찰은 16일 철책을 넘어 입국한 난민들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헝가리는 동부 루마니아 국경지대에도 철책을 세울 계획이다. 철책 앞에 운집해 있던 난민들은 자선단체로부터 받은 음식과 물을 던지며 거세게 항의했다. 상당수 난민은 국경 개방을 외쳤고 일부는 단식투쟁에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사진을 들고 “살려 달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온 사아드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터키에서 쿠르디 가족과 같은 숙소에 묵었다. 우리는 시리아에서도, 이곳에서도 죽어가고 있다. 우리를 받아주지 않으면 우리가 제2의 알란이 된다”고 호소했다. 17세 아프가니스탄 소년 바시르 군은 “14일 밤이 유달리 추워 견디기 힘들었다. 어린아이들은 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우회로를 택한 일부는 서부 크로아티아 국경지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곳은 1990년대 초 크로아티아 독립전쟁과 발칸반도 분쟁 등으로 5만 개의 지뢰가 매설된 ‘죽음의 땅’이다. 내전 종식 후에도 500명이 지뢰로 숨져 난민들의 희생이 우려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조란 밀라노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는 16일 “크로아티아는 난민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 독일로 가는 것도 돕겠다”고 밝혔다. 헝가리를 향한 비난도 빗발쳤다. 유엔난민기구는 “철책은 냉전시대 공산국가에 있던 ‘철의 장막’과 같다”고 비판했고,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도 “추잡하고 가혹하다”고 했다. 세르비아 정부는 “21세기 유럽에 철책을 설치하다니 믿기 어렵다. 인간 존엄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메르켈 총리는 15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의를 열자”고 촉구했다. 이와 별도로 EU 내무장관들은 14일에 이어 22일 2차 회동을 갖는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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